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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에너지 수출국으로” 유수경 두산퓨얼셀 대표이사 [이철현의 친환경 10대장⑦]

인산형 연료전지(PAFC) 부문 기술력 확보
3대 수소 연료전지 기술로 세계 1위 목표

 
 
유수경 두산퓨얼셀 대표이사. [사진 두산그룹]
 
주주 자본주의에서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로 자본주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 주주 가치보다 고객, 임직원, 협력사, 국가 경제 등 이해관계자의 이익을 중시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주목을 받는다. 특히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 측면에서 사회적 책임을 중시하는 ESG가 기업경영의 핵심가치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가운데서도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재앙이 빈번해지면서 경영자들은 친환경 산업 위주로 사업 모델을 일신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3세 경영자가 최고경영자로 나서거나 친환경 산업 분야 전문성을 갖춘 전문경영진이 연구개발(R&D)과 인수합병(M&A) 등을 총괄하면서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주식회사 대한민국을 친환경 산업구조로 바꾸고 있는 경영자 10명의 비전과 성장전략을 분석한다. [편집자]
 
 
유수경 두산퓨얼셀 대표는 ‘한국이 조만간 에너지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모한다’고 확신한다. 한국은 화석연료를 수입해 에너지 수요를 충당하는 나라다. 국토나 영해 안에 석유·석탄 같은 부존자원이 넉넉하지 않은 탓이다. 유수경 대표는 에너지 수출국이라는 비원을 수소 기술에서 찾는다. 수소는 천연가스보다 에너지 효율이 3~4배 높다. 수소 1g이면 천연가스 3~4g만큼 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다. 유수경 대표는 “화석연료는 내장자원이지만 수소는 기술자원이다. 수소 에너지 기술력만 갖추면 에너지 수출국의 꿈을 이룰 수 있다”고 말했다.
 
두산퓨얼셀은 국내 수소 에너지산업의 총아다. 발전용 연료전지 부문에서 국내 1위 업체다. SK에코플랜트와 미국 블룸에너지가 합작 설립한 블룸SK퓨얼셀와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인산형 연료전지(PAFC) 부문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다. 반면 블룸SK퓨얼셀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기술에서 앞선다. 인산형 연료전지는 고체산화물보다 10~15% 효율이 떨어지나 안전성이 뛰어나다. 또 전기 생산 과정에서 열도 얻을 수 있어 도심형·분산형 발전설비에 적합하다.
 

인산형 연료전지 기술 확보, 세계 1위

두산퓨얼셀은 90㎿ 규모 연료전지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하반기 127㎿, 내년 말 275㎿까지 늘린다는 계획이다. 국내외에서 비교 대상이 없다. 인산형 연료전지 부문에서 기술적 우위는 압도적이다. 기술 국산화율은 90% 이상이다. 두산퓨얼셀은 인산형 연료전지에서 그치지 않고 고체산화물과 고분자전해질형 연료전지(PEMFC)로 사업영역을 확장 중이다.
 
지난해 10월 이미 724억원을 투자해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생산설비를 구축했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는 수소와 액화천연가스(LNG)로 전력을 생산하는데 친환경 선박에 적합하다. 기존 선박 엔진보다 40% 이상 발전효율을 높일 수 있다. 온실가스 배출량도 거의 없어 친환경 고효율 발전원으로 꼽힌다. 두산퓨얼셀은 2030년부터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양산할 계획이다. 고체산화물 연료전지를 생산·판매하기 시작하면 두산퓨얼셀은 양적·질적 측면에서 한 단계 성장해 시장 가치가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선박용 연료전지 시장은 비약적으로 성장할 조건을 갖췄다. 국제해사기구(IMO)가 2050년 선박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의 절반까지 줄인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친환경 선박의 도입을 부추기고 있다. 이로 인해 고체산화물을 전해질로 사용하는 선박 연료전지 시장이 2030년 600㎿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두산퓨얼셀은 영국 세레스파워와 선박용 고체산화물 연료전지 기술의 도입 계약을 체결했고 싱가포르 탱커선 선사인 나빅에이트(Navig8), 한국조선해양과 공동으로 선박용 연료전지 개발하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수전해 설비로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국책과제의 일환으로 고분자전해질형 연료전지도 개발하고 있다. 화석연료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개질 시스템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탓에 친환경 에너지원이 아니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반면 수전해 설비는 물에서 수소를 추출하는 방식으로 탄소 배출이 없다. 또 전지 무게를 줄일 수 있어 전기차, 드론, 플라잉카 동력원으로 적합하다.  
 
두산퓨얼셀은 2023년 상용화를 목표로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유수경 대표는 지난 7월4일 “완성차를 비롯해 관계 업체와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유 대표의 목표대로라면 두산퓨얼셀은 2023년 상용화 한 인산형 연료전지와 기술을 갖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에 더해 고분자전해질형 연료전지까지 수소연료전지 3대 기술을 두루 갖추게 된다.
 

정부 수소경제 지원에 시장 전망 ‘맑음’

정부도 수소 산업을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수소 로드맵 1.0’를 발표하고 2040년까지 수소 연료시장을 8GW까지 성장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목표를 달성하려면 연간 370㎿ 이상 발전용 수소 연료전지를 발주해야 한다. 1㎿당 평균 수주단가가 39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연간 1조4500억원 규모 연료전지 기기 시장이 생긴다.
 
두산퓨얼셀 발전용 수소연료전지 제품. 연료전지는 수소, 산소의 전기화학 반응을 통해 전기와 열을 생산하는 친환경 에너지 설비로 꼽힌다. [사진 두산그룹]
 
두산퓨얼셀이 국내 발전용 연료전지 시장 70%를 점유하고 있다. 따라서 수소 로드맵대로 발주 시장이 열리면 매출 1조원 이상을 거둘 것으로 추산할 수 있다. 두산퓨얼셀은 지난해만 4252억원어치를 신규 수주했다. 이 덕분에 두산퓨얼셀은 수소 업체로서는 드물게 흑자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수소 시장에서 흑자를 내는 업체는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외 경쟁업체 대다수가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올해에도 매출 5155억원 영업이익 309억원을 거둘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 환경은 두산퓨얼셀에게 갈수록 유리해지고 있다. 정부는 내달 ‘수소 로드맵 2.0’을 발표한다. 2025년까지 액화수소충전소 40기 구축, 제주 풍력과 연계한 3㎿, 새만금 태양광과 연계한 2㎿ 그린수소 실증사업을 비롯해 2030년까지 100㎿급 수전해 시스템을 개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두산퓨얼셀은 수소 정책의 수혜를 가장 크게 받을 업체로 꼽힌다.  
 
두산퓨얼셀은 ‘수소 에너지 세계 1위’라는 비전을 세웠다. 정부가 정책적으로 지원하고 세계 시장은 갈수록 커지고 있고 시장 선두업체로 기술력을 갖추고 있으니 허황된 꿈은 아닌 듯하다. 유수경 대표는 수소 에너지 세계 1위의 기반을 닦는 역을 자임하고 있다. 유 대표는 “두산퓨얼셀이 세계 1위 수소 에너지 업체로 성장하기 위한 기반을 만들어 내는 게 초대 대표로서 갖는 소망”이라고 말했다. 그가 닦은 기초 위에서 후배들이 대한민국을 산유국 못지않은 에너지 수출국으로 키우길 기대한다.
 
※ 필자는 ESG 전문 칼럼니스트다. 시사저널과 조선비즈에서 20여 년간 경제·산업 분야 기자로 일하면서 대기업 집단의 경영지배구조에 대한 기사를 많이 썼다. 글로벌 환경단체 그린피스에서 커뮤니케이션 디렉터와 친환경자동차로의 전환 프로젝트 매니저로 일했다.


이철현 sisaj@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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