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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IPO 전성시대] 제약·바이오 기업 IPO 봇물…하반기 코스닥 상장 사례 많아져

올해 IPO 대어 중 바이오 기업 주목…SK바이오사이언스 공모 청약 최고 기록
공모 자금 바탕으로 임상·글로벌 진출 등 도약 노려…IPO 자금으로 M&A

SK바이오사이언스 연구원이 백신 개발을 위해 R&D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 SK바이오사이언스]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선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흥행몰이에 성공한 바이오 대어부터 대형제약사가 투자한 바이오텍 등 기대를 모은 기업들이 대거 등판 중이다. 
 
올해 바이오 대어로 꼽히며 흥행 돌풍을 일으킨 첫 주역은 SK바이오사이언스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3월 공모주 청약에서 63조6198억원의 증거금을 모으며 기존 기록들을 새롭게 갈아치웠다. 역대 증거금 1·2위인 카카오게임즈(58조5543억원)와 빅히트(58조4237억원) 기록까지 깼다.
 

SK바이오사이언스 바이오 상장 흥행 주역 

3월 18일 상장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상장 첫날 따상에 성공하며 16만9000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다음 날부터 하락세가 이어지더니 지난 4월 초 11만1500원까지 내려갔다. 10만원 때를 횡보하던 SK바이오사이언스는 8월 초부터 본격적인 반전 분위기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8월 17일 장중 한때 32만7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는 자체 코로나19 백신 개발 기대감 영향이 컸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SK바이오사이언스가 개발하고 있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BP510'의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승인했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최초로 개발 최종 단계에 진입한 것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내년 상반기 상용화를 목표로 최종 임상에 착수할 예정이다.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CMO) 등에 힘입어 2분기 매출액 1446억원, 영업이익 662억원으로 출범 후 최고 실적까지 냈다.
 
코로나19 펜데믹이 흥행 요소가 된 곳은 또 있다. SD바이오센서다. 지난 7월 실시한 공모주 청약에서 증거금 31조9120억원을 모집했다. 역대 IPO 기업 일반 공모 청약 증거금 규모 5위다. 앞서 SD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백신 접종률이 늘어나면서 ‘몸값 고평가 논란’이 일기도 했다. 이에 금감원의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에 따라 공모가를 기존 대비 최대 39%나 낮춘 바 있다.
 
SD바이오센서의 최종 공모 주식 수는 1493만400주로 총 공모금액은 7764억원이다. SD바이오센서는 이번 IPO를 통해 조달한 자금을 현장분자진단기기(M10) 자동화 생산 설비와 형광면역진단기기(STANDARD F) 설치 등에 쓸 예정이다. SD바이오센서는 올 2분기에만 매출 7804억원, 영업이익 3904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은 전분기 대비 33.8% 감소했지만, 전년 동기 대비 295% 증가했다. 인수합병(M&A)을 통해 신사업 진출도 검토하고 있다. 
 
HK이노엔은 지난 7월 말 진행된 공모 청약에서 약 29조171억원의 증거금을 모았다. 앞서 진행된 수요예측에서 1871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기관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최근 10년 코스닥 공모시장에서 역대 최고 수준 경쟁률이다. HK이노엔은 일반 공모를 통한 유상증자(신주 578만1000주)로 3349억원을 조달하게 됐다. 공모자금은 미래성장을 위한 투자와 재무구조 개선에 쓰인다. 국내 30호 신약 케이캡정의 글로벌 연구 및 후속 파이프라인 확보 등도 진행할 예정이다.  
 

보령제약 바이젠셀에 30억 투자…50배 이익 얻어  

대형 제약사가 투자한 바이오 기업의 IPO도 눈에 띈다. 면역세포치료제 전문기업 바이젠셀은 8월 12일과 13일 실시한 공모주 청약을 성황리에 마쳤다. 청약 증거금은 약 11조131억원으로 올해 있었던 IPO 대어들이 비하면 적은 금액이지만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인기를 실감케 했다.  
 
지난 2013년 설립된 바이젠셀은 각종 암질환, 면역질환 등을 타깃으로 면역항암제 및 면역억제제를 연구·개발하는 면역세포치료제 전문기업이다. 국내 주요 제약사인 보령제약을 최대주주(지분율 29.5%)로 둔 것도 시장에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했다. 보령제약은 이번 IPO 흥행으로 50배가량의 지분 투자 이익을 얻게 됐다. 보령제약은 2016년 전환사채 인수 당시 30억원을 투자했다. 보령제약은 바이젠셀에 단순한 지분 투자를 넘어 사업적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 보령제약은 지난해 말 바이젠셀로부터 자연살해(NK)세포 및 면역세포(T세포)를 활용한 림프종 치료제 VT-EBV의 국내 독점판매권을 사들이기도 했다. 
 
지난 2월 코스닥에 상장한 인공지능(AI) 의료 솔루션 기업 뷰노도 눈에 띈다. 2014년 12월 설립된 뷰노는 정부가 선정한 '혁신형 의료기기기업'으로 국내 1호 'AI 의료기기'와 1호 '혁신 의료기기'를 보유하고 있다. GC녹십자 홀딩스가 50억원을, 동화약품과 동구바이오제약도 시너지 효과 창출을 기대하며 뷰노에 각각 30억 원씩 투자한 바 있다.  
   
특례상장을 통해 코스닥 상장에 뛰어드는 기업은 늘고 있다. 의료 AI 솔루션 전문기업 딥노이드가 최근 기술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다. 정밀의료 유전체 분석전문기업 지니너스도 지난 7월 코스닥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관절·위건강 등 건강기능식품 업체 프롬바이오는 7월 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 본부로부터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승인을 받았다.  
 
차백신연구소도 기술특례 상장을 추진 중이다. 차바이오텍의 계열사인 차백신연구소는 8월 9일 금융위원회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본격적인 코스닥 상장 절차에 들어갔다. 차백신연구소는 최근 시장성이 큰 질환별 파이프라인 확장과 속도감 있는 임상 및 기술이전을 강화하고 있다.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을 거쳐 9월 중 코스닥 시장에 입성할 예정이다.  
 
이 같은 바이오업계의 잇단 상장 움직임은 벤처캐피털(VC) 투자 확대와 금융감독원의 기술특례상장 영향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VC 신규투자(약 3조730억원)는 바이오·의료가 26.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기술특례상장 기업 100개사 중 76개가 바이오 기업이다. 지난해 기술특례 상장기업은 총 25개사, 이중 바이오 기업이 17개가 될 정도로 상장 시장에서 바이오 기업은 주목받고 있다.
 
기술특례상장은 기술성과 사업성이 우수한 기업이 기술평가기관 평가를 통해 상장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기술특례상장에 도전하는 바이오기업들이 늘고 있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업계는 최근 기술특례상장 평가 항목이 늘어나고 세분화되는 등 문턱이 높아지며 상대적으로 작은 기업의 기술특례상장이 어려워졌다고 보고 있다.  
 
실제 올해 특례상장을 추진했던 기업들의 부침이 계속됐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업체 오상헬스케어가 상장예비심사청구에서 미승인 통보를 받았고, 완제 의약품 제조업체 이니스트에스티는 상장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또 최근 단백질 효소 생산업체 엔지노믹스와 헬스케어 데이터 양방향 플랫폼 기업 레몬헬스케어가 한국거래소의 심사 절차가 길어지는 상황 속에서 결국 상장예비심사를 자진 철회했다. 엔지노믹스와 레몬헬스케어는 각각 기술특례상장과 성장성특례상장을 추진했었다. 
 
퇴행성 뇌 질환 신약개발 기업 디앤디파마텍도 오는 10월 한국거래소에 두 번째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성평가 통과 후, 10월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지만 한국거래소의 상장 예비심사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19년 140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등 투자업계에서 주목받았다. IPO에 성공할 경우 시가총액은 1조원 이상에 달할 것이란 예상이 나오면서 대어로 꼽혔지만 고배를 마셔야 했다.  
 
 

바이오 특례상장 문턱 높아져…투자 주의도

일반 상장 방식으로 코스닥 입성을 추진하는 기업도 있다. 히알루론산 필러 전문기업 바이오플러스가 주인공이다. 바이오플러스는 8월 17일 금융위원회에 코스닥 상장을 위한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IPO 본격 추진에 나섰다. 9월 말 코스닥 상장 예정이다. 코스닥 상장을 통해, 생체재료 응용분야의 플랫폼 확대와 차세대 신개념 보툴리눔 톡신 개발, 중국 하이난 프로젝트 등 추진 중인 미래 먹거리 사업에 한층 더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지난해 이어 올해도 제약·바이오 시장은 계속 주목받고 있다. 국내외 기관투자자들과 일반인들의 투자 관심도 올라가며 IPO 열기를 더해가고 있다. 다만 제약·바이오주에 쏠리는 관심에 우려의 시각도 나온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급격한 성장을 이룬 곳도 있지만 뚜렷한 성장 모멘텀을 제시하지 못하고 ‘거품 논란’도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승규 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지난해 기술성에 관한 지적으로 제약·바이오 IPO가 아주 많아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코로나 가운데 바이오산업이 선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며 “실적이 받쳐주는 회사들이 IPO 대열에 많이 합류하면서 한국 바이오산업을 이끌 수 있는 동력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IPO 통한 자금을 글로벌 임상이나 여러 비용에 충당해서 더 좋은 모습으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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