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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한된 자금 앞당겨 써버린 개인투자자, '쉼표'도 전략이다 [이종우 증시 맥짚기]

3분기 기업 이익 예상보다 12조 줄어, 내년에는 더 감소할 듯
코스피 3000선 뚫고 올라가도 3100 넘기기 어려워

 
 
시간이 갈수록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기업이 늘어나면서 내년에 이익이 좋아지는 업종을 골라야 한다. [중앙포토]
 
달러화 강세가 계속되고 있다. 6개 주요국 통화(유로, 엔, 파운드, 달러, 크로네, 프랑)대비 달러화 위상을 나타내는 달러화 지수가 96을 넘었다. 지난 6월 90 밑으로 떨어져 달러가 기조적으로 약세가 되는 게 아닌가 우려했다는 걸 감안하면 엄청난 변화가 아닐 수 없다. 5개월 사이에 달러가 7% 넘게 절상된 건데, 현재 달러는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까지 올라와 있다.  
 
달러가 이렇게 강해진 건 다른 통화가 약해져서다. 특히 유로화 약세가 심한데, 유럽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재유행하면서 경기 회복이 미뤄지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점이 유로화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은 것도 달러를 강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미국 경제는 올해 6%대, 내년에도 4%대 중반의 성장을 할 걸로 전망되고 있다. 빠르면 내년에 한두 번 금리 인상이 있을 건데 일본, 유럽 등이 금리 인상을 생각도 못 하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달러가 강해지는 게 이해가 된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달러가 선순환하고 있는 점도 달러를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미국이 전 세계 경제와 산업의 주도권을 장악하고 상대적으로 높은 금리를 유지하게 되면 글로벌 유동성이 미국으로 몰리게 되므로 달러는 자연적으로 강해지게 된다.  
 
환율은 한번 방향이 정해지면 일정 기간 유지되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한번 추세적인 절상이나 절하가 시작되면 최소 10% 정도는 그 방향으로 움직였는데, 이 사례를 지금 달러에 적용해 보면 달러인덱스가 100을 넘을 때까지 강세가 진행될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가 된다.  
 

달러 강세에도 외국인이 매도를 늘리진 않아

달러가 강해질 때마다 시장에서는 두 가지 걱정이 제기된다. 하나는 신흥국시장에서 돈이 빠져나가 미국으로 들어가지 않겠냐는 우려다. 요즘처럼 신흥국들이 높은 물가로 고통을 받고 있는 때에는 그 경향이 더 심해진다. 인플레이션과 자금이탈을 막기 위해 신흥국이 금리를 계속 올릴 수밖에 없고, 그럴수록 경제가 더 나빠지는 악순환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타당성 있는 생각이지만 아직 그 단계까지 발전하지는 않았다.  
 
최근 달러가 강해졌지만 그래도 팬데믹 직후보다는 덜하다. 당시는 달러와 함께 엔화 등 상당수 선진국 통화가 강세가 됐는데, 질병으로 세상이 어렵다 보니 안전 자산을 더 많이 가지고 있겠다는 심리가 발동한 것이다. 지금은 안전자산 선호 현상을 촉발할 정도가 아니다. 엔화가 이를 잘 보여주는데 엔·달러 환율이 114엔까지 올라왔다. 
 
엔화는 반대로 약해졌는데, 지금 환율 강세는 달러만의 문제이지 다른 선진국 통화에는 적용되지 않는 사안이다. 환율이 자산선택을 바꾸는 역할을 하려면 달러가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한다. 지금은 지난해의 ‘경기위축 속 안전자산 선호’와 달리 ‘경기 호조 속에 통화정책 차별화’가 국제 환율을 움직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달러화 강세에도 불구하고 자금 이동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하나 우려는 외국인 매도다. 달러가 강해지면 원화는 반대로 약해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내다 판다는 것이다. 이는 시장의 잘못된 인식일 뿐 현실이 된 경우가 거의 없다. 과거 원화가 약세일 때 외국인이 주식을 내다 판 경우가 있지만, 이는 원화 약세를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가가 떨어지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통화가 약세가 된다는 건 해당 국가의 경제가 좋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경제가 좋지 않으면 주식시장도 좋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를 피하려는 것이다.  
 
외국인이 우리 시장에 들어올 때 가장 관심을 두는 건 주가다. 앞으로 주식시장이 좋을 것으로 판단되면 주식을 사들이지만 전망이 좋지 않으면 반대로 내다 판다. 주가는 하루에 최대 30% 움직일 수 있는 반면 원화는 아무리 크게 변해도 1%를 넘지 않는다. 외국인 입장에서는 변동 폭이 더 큰 주가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환율은 외국인이 들고 나는데 부차적인 근거일 수밖에 없다.  
 

3분기 기업 이익 전망치 예상보다 12조원 줄어  

코스피가 100포인트 사이에 갇혀버렸다. 2900 부근에 도달하면 강하게 반등하고, 반대로 3000을 넘으면 갑자기 힘이 빠져 버리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 주가가 너무 좁은 폭 내에서 움직이다 보니 현재 박스권만으로는 시장 변동성을 담기 힘들다. 조만간 코스피가 박스권을 뚫고 나올 걸로 보이는데, 이는 박스권의 폭을 넓히는 작업일 뿐 주가의 방향을 바꾸는 일은 아니다.
 
만약 박스권을 뚫고 나온다면 방향은 위가 될 것이다. 2900에서 하락이 여러 차례 막히면서 지지선의 강도가 강해지고 있다. 이제는 어지간한 악재를 견딜 수 있을 만큼 힘이 쌓인 상태여서 주가의 방향이 바뀔 가능성이 높아졌다. 주가는 떨어지지 않으면 오르기 때문이다. 코스피가 3000을 뚫고 올라가도 폭이 크지는 않을 것이다. 3000을 뚫고 올라가면 3100에서 또 걸리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식시장이 힘을 내지 못하면서 수급의 역할이 커졌다. 외국인과 기관투자자가 주식을 조금만 사거나 팔면 코스피가 크게 상승하거나 떨어지는 벌어지고 있다. 매수 편에 서 있는 개인투자자들이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고 지켜보고 있기 때문인데 시장의 방향이 정해질 때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루 2조원 가까운 매물을 거뜬히 소화해 내던 1년 전의 개인투자자가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어떤 주식도 큰 폭의 상승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 주가가 단기에 크게 떨어진 종목을 중심으로 반등을 노리는 매수 이외에는 대응 방안이 없는 상태다. 그나마 생각해 볼 수 있는 게 내년에 이익이 좋아지는 업종을 고르는 것이다. 올해는 시장 전체적으로 이익이 좋았다. 2018년을 넘어 연간 사상 최대 이익을 올릴 걸로 전망되는데, 이익 증가율이 높은 만큼 특정 업종이 실적이 좋아도 주목받지 못했다. 
 
내년은 다르다. 영업이익이 9% 정도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이 숫자의 신빙성이 계속 떨어지고 있다. 3분기 이익 발표와 함께 이익 전망치가 12조 정도 낮아졌기 때문이다. 시간이 갈수록 이익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는 기업이 늘어나면 이익이 괜찮은 업종이 상대적으로 각광 받을 수 있다. 시장에서는 이에 해당하는 업종으로 정보통신(IT), 자동차, 건설, 은행 등을 꼽고 있다.  
 
지금 당장 투자에 나서는 것보다 시장의 방향이 잡히고 난 후에 대응하는 게 좋다. 시장의 방향이 모호한 상태에서 투자를 늘리다 보면 정작 주식을 살 적기에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질 수 있다. 개인투자자는 제한된 자금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데 이를 앞당겨 다 써버렸기 때문이다. 그러면 시장을 주도하는 종목이 아닌 부수적인 종목을 들고 쳐다만 봐야 하는 일이 벌어진다. 지금은 ‘쉬는 것도 투자’라는 생각이 필요한 시간이다. 1년 사이에 주식시장이 크게 변했음을 인정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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