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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톡톡] 디지털 시대에 종이서류가…실손 간소화, 왜 국회 문턱 못 넘나

21대 국회 법사위서 실손 간소화 논의조차 안돼
2009년 후 수십번 법안 상정하고도 국회 문턱 걸려
의료계 "보험금 덜 주려는 보험사의 수작" 주장

 
 
[사진 Px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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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실손의료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21대 국회에서도 비슷한 처지가 될 분위기다. 관련 법안은 21대 국회에 상정됐지만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는 3800만명에 달하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보험금 청구 작업을 간소화하는 법이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모든 작업이 비대면으로 이뤄지는 상황이지만 유독 실손보험금 청구에서만은 전통적인(?) 서류 청구가 여전히 행해진다. 이 법안은 국회에서 왜 10년이 넘도록 통과되지 못하는 것일까.  
 

12년 동안 국회 문턱 못 넘은 실손 간소화

“관련법 통과는 또 해를 넘기게 됐다.”
 
연말 진행되는 국회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상정된 이후에 단골멘트처럼 나오는 뉴스다. 지난달 말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법안심사 제1 소위원회에서 실손보험금 청구 간소화 내용을 담은 보험업법 개정안이 상정된 후 나온 뉴스도 똑같다. 이 법안은 이번에도 논의되지 않았다.  
 
국회에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위한 보험업법 개정안은 5개가 계류 중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고용진·김병욱·정청래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모두 법안을 발의했다.
 
실손보험은 국민 3800만명 이상이 가입하면서 '제2의 건강보험'으로 불리지만, 건강보험과는 다르게 보험금 청구 절차가 까다로운 상황이다. 가입자가 의료기관을 방문해 보험사 청구 양식에 맞는 증빙서류를 발급받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많은 가입자들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상황이다.  
 
녹색소비자연대, 소비자와 함께, 금융소비자연맹 등 3개 시민단체가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 2명 중 1명은 불편한 청구절차로 인해 보험금 청구를 포기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포토]

[중앙포토]

 
이에 10여년 전부터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가입자가 의료기관에서 치료를 받으면 자동으로 청구서류가 보험사에 전송돼 보험금이 지급되는 식이다. 2009년에 국민권익위원회의 제도개선 권고가 이뤄지며 일부 의원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해 법안까지 상정됐다. 
 
특히 올해는 여야 의원들의 합의까지 이뤄지며 그 어느 때보다 법안 통과 기대감이 컸다. 금융위원회 등 정부도 금융소비자 편의성 강화 차원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하지만 이번에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보험사는 찬성…“서류관리 비용 부담 크다”

실손보험을 운영하는 보험사 입장은 어떨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진행되면 번거롭다는 이유로 청구를 하지 않았던 가입자들의 보험금 청구가 늘어난다. 보험사의 보험금 지출액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보험사들은 보험소비자들의 권익과 함께 비용 효율화 측면에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적극 찬성하고 있다. 우선 보험금 청구액이 늘어날 수 있지만 엄청난 규모의 종이서류를 관리하는 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간소화가 되는 것이 낫다는 주장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손해보험사에 청구된 실손보험 청구 건수(7293만건) 중 종이서류 없이 이뤄진 건은 1420건에 불과했다. 약 7000만건의 청구 관련 종이 서류를 보험사가 검토하고 관리해야 한다. 
 
청구 건당 평균 A4용지 3장이 사용된다고 계산해도 2억장 이상의 종이가 사용된다. 이 비용만 해도 적지 않다는 주장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비단 실손보험 뿐만 아니라 모든 보험금 청구 절차에 있어서 간소화를 도입하고 있다"며 "종이서류를 관리하는 것은 인력 면이나 비용 면에서 너무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보험사들은 실손 보험금 청구 포기자 대부분이 50만원 이하 소액 청구자들이어서 보험금 지출에 큰 부담이 없다고 주장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실손보험 고액 청구자 10%가 실손보험 전체 청구액의 80~90%를 차지한다”며 “소액 청구 건이 늘어도 큰 부담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계 십수년간 반대…“국민 편익 고려해야”

[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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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적으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는 이유는 의료계의 반대 때문이다. 10여 년간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결국 보험사의 보험금 미지급 도구로 활용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번 21대 국회 법사위에서도 일부 의원들이 의료계 눈치를 심하게 보는 탓에 관련 법안이 아예 논의조차 되지 못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의료계는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시 병원 등 의료기관들이 보험사에 환자 보험금 청구 관련 서류를 전송하는 행정적 업무를 맡을 이유가 없다는 주장이다. 또한 보험사가 환자정보를 축적하고 향후 보험금 미지급에 활용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에 법안을 발의한 의원들은 중계기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을 둔다는 내용을 삽입하고 역할도 상당부분 축소했다. 의료기록이 보험사에 전송될 시 심평원이 중간에서 중계기관 역할만 하고 의료기록을 열람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의료계는 심평원이 실손보험 청구 중계기관 역할을 하는 것은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의 본질에 반한다는 주장이다. 보험업계에서는 향후 심평원이 비급여 의료비용 심사 등에 나설 수 있음을 의료계가 우려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 법안에는 심평원 내에 의료계 관계자가 참여하는 운영위원회 설치 내용도 추가됐었다. 위원회를 통해 의료계 관계자가 실손 청구 간소화 시 우려되는 부분을 들여다 볼 수 있게 했지만, 의료계는 요지부동이다.
 
프랑스나 영국 등도 의료기관과 보험사 사이에 중계기관을 두고 청구 간소화 시스템을 확립했다. 프랑스는 건강보험공단을 중계기간으로 뒀고 영국은 중간결제회사가 그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중계기관으로 중간결제회사를 둔 영국은 전자청구 활용을 통해 신속한 보험금 정산과 시간 및 비용 절감 등에 효과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민영의료기관에 따르면 기존 주당 45~50시간이 소요되던 행정적 절차가 전자청구 이용 후 주당 25~30시간으로 40% 이상 시간이 절약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도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이미 일부 보험사들은 몇개 병원과 제휴해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해당 병원을 이용한 보험가입자만 이용이 가능한 실정이라 진정한 청구 간소화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손보사 실손 보험금 청구건 중에서 약 0.11%만 청구 전산화로 접수됐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원은 “청구전산화의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실손보험 청구건의 약 70% 이상을 차지하는 중소형 병·의원들의 참여가 필요하나, 의료기관들의 참여가 저조한 상황”이라며 “연간 실손보험 청구건이 1억건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실손보험의 청구 간소화는 사회적 편익 제고 방향에서 적극 검토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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