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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으로 전장 옮긴 삼성·LG…승부처는 어디

삼성전자 주총서 “신사업 첫 행보는 로봇”
인력 늘리고 의료용 로봇 ‘젬스’ 출시 초읽기
‘LG클로이’ 앞세워 호텔·박물관 등 상용화 시작
세계적 권위자 데니스 홍 영입하며 육성 가속화

 
 
지난 2020년 1월 미국 CES 2020에서 삼성전자가 개발한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젬스 힙’을 관람객이 체험하는 모습. [사진 삼성전자]
 
가전업계의 양대산맥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각광받는 ‘로봇’ 사업 육성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정기 주주총회에서 올해 추진할 신사업 분야로 로봇을 꼭 집어 거론했고, LG전자는 로봇 브랜드 ‘클로이(CLOi)’를 현장에 배치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로봇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드는 이유는 시장 규모가 급격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국제로봇연맹(IFR)은 로봇 시장이 연평균 32% 성장해 오는 2025년 약 211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의료용 로봇 시작으로 가정용까지 출격 대기 중  

지난 16일 열린 삼성전자 주주총회에서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사회 의장)은 “신사업 발굴에도 적극 나서는데, 그 첫 행보는 로봇 사업이다”라며, “삼성전자는 로봇을 고객 접점의 새로운 기회 영역으로 생각하고, 전담조직을 강화해 로봇을 신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다양한 영역에서 로봇 기술을 축적해 미래 세대가 ‘라이프 컴패니언’ 로봇을 경험할 수 있도록 앞장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로봇 신사업 발표 이전부터 삼성전자는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다. 2020년 조직 개편을 통해 신설한 로봇사업화TF를 2021년 로봇사업팀으로 격상시켰고, 해당팀은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기계공학 박사 학위를 받고, 삼성전자 글로벌CS센터장을 지낸 전경빈 부사장이 이끌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로봇사업팀 인력은 1년 만에 10배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삼성전자는 지난 2019년 노인 돌봄 로봇 ‘삼성봇 케어’에 이어 2020년에는 지능형 로봇 ‘볼리’를 공개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의 첫 상용화 로봇 제품으로 웨어러블 보행보조 로봇 ‘젬스(GEMS, Gait Enhancing and Motivating System)’가 유력하다는 전망을 하고 있다. 의료용 로봇인 젬스는 고관절이나 무릎·발목 등에 착용하는 제품이다. 그중 고관절 로봇인 ‘젬스 힙(Hip)’은 걸을 때 24%의 힘을 보조해 걷는 속도를 14%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 이미 지난해 한국로봇산업진흥원으로부터 국제 표준 인증을 확보하는 등 상용화 준비를 끝낸 상태다, 업계에서는 이르면 상반기 중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CES 2021’에 참가해 온라인으로 개최한 ‘삼성 프레스컨퍼런스’에서 승현준 삼성리서치 사장이 ‘삼성봇 케어’ ‘삼성 제트봇 AI’ ‘삼성봇 핸디’(왼쪽부터)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 삼성전자]
 
삼성봇 케어와 삼성봇 핸디 등 가정용 로봇 양산도 추진한다. 삼성전자는 이를 위해 지난 1월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에 로봇 브랜드 ‘삼성봇’ 상표권 등록에 이어 미국 특허청과 캐나다 특허청 등에도 상표권 등록을 마쳤다.  
 
삼성전자가 로봇 사업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지목한 것은 사회가 점차 고령화되며, 건강과 생활을 케어할 수 있는 가전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아울러 지난해 8월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직접 로봇 등 미래기술 산업에 24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로봇 분야 인수합병(M&A)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로봇 브랜드 ‘클로이’ 상용화…연이은 인재영입과 투자  

일찌감치 로봇사업에 뛰어든 LG전자는 로봇 브랜드 ‘클로이’를 내세워 상용화를 시작했다. LG전자는 현재 호텔·병원·식음료(F&B) 등 다양한 공간에 최적화된 맞춤형 솔루션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경기도 광명 소재 테이크 호텔에 LG클로이 서브봇을 공급한 데 이어 올해 초부터는 강원도 속초에 있는 한화리조트 설악 쏘라노에서 LG클로이 서브봇과 가이드봇을 동시에 운영하고 있다. 최근에는 경기도 수원 소재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수원 호텔에 2단 서랍형 LG클로이 서브봇을 공급하기도 했다.  
 
LG전자는 “고객이 요청한 와인·음식·타월 등 룸서비스나 호텔 프런트에 주문한 물품 등을 LG클로이 서브봇의 서랍에 넣고 전면 화면에서 목적지를 입력하면 로봇이 스스로 객실까지 이동한다”고 설명했다. 객실 앞에 도착 후 객실 내 전화로 고객에게 알려주면 고객은 로봇 화면의 안내에 따라 서랍을 열고 물건을 받으면 된다.
 
LG전자가 최근 코트야드 바이 메리어트 수원 호텔에 LG 클로이 서브봇을 공급했다고 지난 22일 밝혔다. 사진은 LG 클로이 서브봇의 서랍에 고객이 주문한 와인을 담는 호텔 직원. [사진 LG전자]
 
LG클로이 서브봇은 서비스 로봇 중 유일하게 한국승강기안전공단으로부터 승강기 이용 중 충돌·넘어짐 방지 및 장애물 회피 등의 성능 평가를 통해 승강기 안전성을 인증받았다.  
 
이밖에 백화점·대학교·서울경마공원·모델하우스·대구지하철역사·박물관 등 다양한 공간에 LG클로이 가이드봇 공급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LG전자는 로봇 상용화와 함께 인재영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 13일 세계적인 로봇과학자 데니스 홍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학(UCLA) 교수를 자문역으로 영입했다고 밝혔다. 홍 교수와의 협업을 통해 물류 창고에서부터 고객의 집 앞까지 물류 유통 전 단계를 총괄할 수 있는 통합 로봇 솔루션을 개발하겠다는 계획이다.  
 
홍 교수는 글로벌 과학전문지 파퓰러사이언스의 ‘젊은 천재 과학자 10인’에 선정되는 등 로봇 분야의 글로벌 권위자로 꼽힌다. 현재 로봇연구소 UCLA 로멜라의 연구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아마존의 AI(인공지능) 전문가인 이현철 디렉터를 신임 인공지능연구소장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김태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LG전자·삼성전자·현대차에 이어 한화그룹도 2월에 로봇 시장 진출을 밝히면서 국내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로봇을 지목한 상황”이라며 “로봇 기업의 주가가 오르는 근본적 이유는 산업 성장성이 높아 계속 몸집을 키워나가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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