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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보단 애플·알파벳A 투자가 유리 [이종우 증시 맥짚기]

기업가치보다 성장성 치우친 테슬라 주가 변동 가능성 커
국내 성장주는 이미 바닥, 코스피 2600~2800선 머물 듯

 
 
지난해 10월 주당 700달러에 육박했던 넷플릭스 주가는 반년 만에 200달러대로 꼬꾸라지면서 국내외 성장주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AFP=연합뉴스]
지난해 10월 29일 세계 1위 인터넷 동영상 서비스업체 넷플릭스의 주가는 690달러였다. 6개월 후가 지난 지금은 200달러를 지켜내는 것조차 버거워하고 있다. 이달 20일은 넷플릭스 주주에게 악몽 같은 날이었다. 주가가 하루에 35%나 떨어졌기 때문이다. 1분기 가입자가 작년 4분기에 비해 20만명이 줄었고, 앞으로 성장성도 좋지 않을 거란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크게 하락했다.  
 
넷플릭스는 ‘구독경제’를 대표하는 기업이다. 2억명이 넘는 가입자가 한 달에 일정 금액을 내고 서비스를 받기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모델을 가지고 있는 회사로 꼽힌다. 그 덕분에 주가가 한창 오를 때에 애플, 구글, 테슬라 등과 함께 나스닥을 끌고 가는 핵심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주당 700달러에 육박했던 넷플릭스 주가가 반년 만에 200달러대로 꼬꾸라지면서 시장에는 세 가지 의문점을 남겼다. 첫 번째는 미국 성장주의 상승이 끝났는지 여부다. 2020년이 시작될 때 전 세계에서 1억6000만명이 넷플릭스 가입자였다. 지난해 말 그 숫자는 2억2000만명으로 늘었다. 해당 기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가 발생해 특수를 누린 덕분이라고 평가절하할 수 있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높은 성장률임이 틀림없다. 이렇게 전망이 좋았던 기업이 갑자기 시장에서 외면받은 건 경쟁자가 등장하면서부터다. 
 
디즈니+가 새롭게 시작됐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이 나왔다. 세계 각지에서 경쟁자가 나오면서 성장성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것이다. 이런 상황은 넷플릭스만이 아니다. 많은 성장기업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이다. 넷플릭스가 먼저 부딪쳤을 뿐이다. 
 

미국 성장주 하락, 국내시장엔 큰 영향 없어

  
미국에서 긴축이 강화된 것도 성장주 퇴조에 한몫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은 국제통화기금(IMF) 토론회에서 긴축을 좀 더 빨리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그 영향으로 5월 0.5%포인트 금리 인상이 당연시되고 있다. 중립 금리 수준이라도 필요하면 추가 긴축을 할 수 있다는 언급까지 해서 0.5%포인트 이상의 금리 인상이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다.  
 
금리를 올리고 유동성을 줄이는 긴축 강화는 성장주에 나쁜 영향을 준다. 성장기업은 과거 영업을 통해 쌓아 놓은 게 많지 않은 회사들이다. 필요한 자금의 상당 부분을 차입에 의존하기도 한다. 금리가 오를 때 비용이 늘어나는 구조여서 긴축이 강화될 경우 주가가 약해질 수밖에 없다.  
 
두 번째 의문점은 넷플릭스 하락이 다른 대형 기술주로 번질지다. 넷플릭스 주가가 35% 하락하던 날 엔비디아, 메타 같은 성장주 주가도 같이 떨어졌다. 테슬라도 5% 가까이 하락했다. 성장주 하락이 넷플릭스만의 문제가 아님을 보여준 것이다.  
 
넷플릭스처럼 시장을 주도하던 핵심 종목이 갑자기 떨어지면 시장에서는 이를 두 가지로 해석한다. 하나는 하락 마지막 국면에 발행한 투매로 본다. 코스피가 2600까지 떨어질 때 대형주 주가 대부분이 하락했지만, 반도체는 끝까지 지지선을 지켰다. 마지막에 삼성전자가 7만원을 뚫고 내려오자 대형주 사이에 순환매가 시작됐다. 핵심 종목의 하락을 신호로 시장이 다른 국면에 들어간 건데, 넷플릭스 하락도 비슷한 형태로 보는 것이다.
 
정반대 시각도 있다. 넷플릭스 하락은 대형 기술주 하락의 첫 번째 신호여서 앞으로 유사 기업의 주가가 줄줄이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넷플릭스 주가가 하락하던 날 미국의 대형 기술주 주가가 동시에 떨어진 게 동반하락 우려를 보여준 사례로 해석하고 있다. 이번에는 후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동안 테슬라, 아마존 등 대형 기술주가 성장성을 매개로 크게 상승했다. 넷플릭스 주가 하락으로 성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만큼 유사 종목의 주가가 순차적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1분기 말 현재 우리 투자자는 1016억달러의 해외 주식을 가지고 있다. 원화로 환산하면 125조원에 달하는 돈이다. 이들은 테슬라, 애플, 엔비디아, 알파벳A, 마이크로소프트 순으로 투자하고 있다. 넷플릭스 주가 하락이 대형 기술주 하락의 전조라면 우리 투자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투자종목의 대다수가 미국의 대형 기술주여서 손해를 크게 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주가가 70% 가까이 하락했지만 적자나 기업 내용에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다. 성장성이 약간 둔화된 게 전부인데, 이런 핑계는 다른 종목에도 언제든지 가져다 붙일 수 있다. 테슬라가 특히 위험하다. 다른 기업은 역사가 오래되고, 수익성을 충분히 증명했지만, 테슬라는 여전히 기업가치보다 성장성에 더 많은 무게를 두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년 반 우리 시장이 미국시장보다 부진한 영향으로 미국주식 매수가 붐을 이루었다. 이른바 ‘서학개미’의 출연인데, 이런 투자가 맞는 것인지 되돌아볼 시간이 됐다.  
 
넷플릭스 하락의 세 번째 의문점은 우리나라 유사한 종목도 같이 하락할지 여부다. 미국 대형 기술주 주가가 맹위를 떨칠 때 우리나라에서도 ‘BBIG’라는 별칭 하에 인터넷, 2차전지, 바이오, 게임 주식이 득세했다. 개념도 비슷해 코로나가 발생하면서 특수를 만났거나, 높은 성장성에 대한 기대로 상승한 종목들로 구성돼 있다.  
 
미국에서 성장주가 하락하더라도 우리 시장의 유사 종목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주가 수준이 달라서인데, 우리 성장주들은 이미 주가가 크게 떨어져 추가로 하락할 공간이 없는 상태다. 인터넷 포탈의 대표주자인 네이버 주가가 고점에서 30% 가까이 떨어졌다. 2차 전지의 대표주인 LG화학은 이보다 더해 하락률이 50%가 넘는다. 
 

시장이 좋지 않을 때는 투자 쉬어야

 
지난 몇 개월 사이 많은 가격 변수의 수준이 달라졌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3.3%를 넘었다. 코로나19 발생 직후 1.3%였으니까 국내 금리수준이 한 단계 상승한 셈이 된다. 이런 사례는 미국 금리와 유가에도 적용된다. 1%가 되지 않았던 미국의 10년물 국채수익률이 3%를 넘보고 있다. 70달러대에 머물고 있던 국제유가가 100달러대로 치솟았다. 가격 변수의 수준이 달라진 만큼 3300까지 올라갔던 코스피가 2700으로 후퇴한 게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금은 여러 가격변수가 달라진 수준에 적응해가고 있다. 주가도 마찬가지여서 당분간 코스피지수는 2600~2800 사이에서 일진일퇴를 거듭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은 달라진 주가 수준을 인정하는 게 필요하다. 주가가 좁은 폭 내에 갇히면서 매매가 힘들어졌다. 매수를 잘해도 얻을 수 있는 수익이 10%를 넘지 않지만 잘못 매수하면 상당한 손실을 볼 수 있다.
 
시장이 어려울 때는 투자하지 않는 게 가장 좋은 전략이다. ‘좋은 종목을 잘 고르면’이란 가정은 개인투자자에게는 희망 사항일 뿐이다. 코스피가 오를 때 80% 가까운 종목이 같이 상승하는 것처럼, 코스피가 떨어질 때도 80% 넘는 종목이 같이 하락한다. 상승에 끼어 있는 종목조차 그 폭이 미미한 경우가 많다. 이런 희소한 사례에 기대를 거는 건 운에 기대 투자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투자는 확률의 게임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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