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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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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 포괄임금제 폐지…'4.5일 근무제·겨울방학' 도입한다

은행

금융 플랫폼 기업 토스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고 '주 4.5일 근무제'와 '겨울방학' 제도를 정식으로 도입한다고 19일 밝혔다. 일과 삶의 균형(워라밸)을 보장하고 단기 평가 제도는 폐지한다. 토스에 따르면 현재 시행 중인 포괄임금제에서 내년 초 비포괄임금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새로운 임금제도에선 법정 표준 근무시간인 주 40시간을 초과하면 별도 수당이 지급된다. 이에 신규 입사자를 비롯해 기존 입사자들 역시 기존 연봉이 상승하는 효과가 있다. 휴가 및 근태에 관한 인사제도도 개편한다. 토스는 지난 4개월간 시범 운영한 '금요일 조기 퇴근제'를 다음 달부터 정식으로 운영해 사실상 '주 4.5일 근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성탄절을 전후해 약 10일 간의 전사 휴무를 갖는 '겨울방학' 제도가 정례화된다. 고객센터 등 일부 필수 인력을 제외하고 모든 팀원이 쉬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또한, 사내 메신저도 업무 종료 후 상호 답변을 요구하지 않는 휴식모드에 들어간다. 휴가 사용과 재택 근무, 출퇴근 시간 등 근태를 별도의 승인 없이 구성원 자율에 맡기는 원칙은 변함없이 유지된다. 토스 관계자는 "업무 수행에 있어서 몰입을 지향하는 문화를 바탕으로 상호 신뢰가 구축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평가 제도도 바뀐다. 토스 초창기부터 전통적 인사 고과의 대안으로 운영되던 단기 평가 제도인 '3개월 리뷰 과정'과 '스트라이크' 제도가 폐지된다. 토스는 입사 지원자와 재직자 모두에게 충분한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팀의 성공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해 이 제도를 폐지하기로 했다. 이번 인사제도는 토스(법인명 비바리퍼블리카)는 물론, 토스뱅크, 토스증권, 토스페이먼츠 등 주요 계열사에 모두 동일하게 적용된다. 고객 상담업무를 하는 토스CX와 보험 상담사 중심 조직인 토스인슈어런스는 업무 특성을 감안해 수습기간 유지 등 자체 인사제도를 운영할 예정이다. 홍다원 기자 hong.dawon@joongang.co.kr

2021.10.19 11:41

2분 소요
세아상역㈜, 3개 영역으로 나눈 2018 하반기 공개채용 시작

산업 일반

- 전형 다각화/세분화 통해 다양한 인재들에 대한 채용 문 열어 - 대졸공채, 전문대졸 공채 ,재학생 인턴 포함 50여 명 채용 계획 - 일자리 창출과 검증된 인재 선발의 두 마리 토끼 모두 잡겠다는 강한 의지 (2018-04-30)글로벌 의류수출기업 세아상역㈜이 2018 하반기 공개채용 시작을 알렸다. 약 2개월 간의 검증단계를 거쳐 하반기가 시작하는 7~8월부터 근무할 이번 채용은 기존 대졸공채에서의 전형 다각화는 물론, 2017년 하반기에 새롭게 선보였던 변화된 채용방식을 모두 반영하며 일자리 창출과 검증된 인재 선발을 모두 이루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기존 4년제 대학교 기 졸업자, 졸업자 등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한 공개채용은 전형 다각화를 통해 각 분야에 특화된 인재들을 노린다. 주력 직종인 해외영업과 의류제작에 필요한 자재를 준비하는 영업지원, 재무/인사 등 서류 업무가 많은 경영지원에 해외법인지원과 디자인 계열에 대한 별도 전형을 두었다. 기존에도 입사한 인원 중 해당 부서의 니즈에 따라 선발해가는 경우가 있었지만, 사전 구분을 통해 해당 분야에 특화된 인재를 선발하자는 전략이다. 특별히 해외법인 지원은 전세계 10개 국에 진출한 각 법인에서 근무할 글로벌 인재들을 위한 전형으로 외국어 우수자와 산업공학 전공자를 우대한다.2017년 하반기에 처음으로 시행했던 전문대졸 채용전형은 보다 구체적인 직무 안내를 통해 취준생들의 이목을 끈다. 해외영업과 영업지원 두 분야로 진행되는 전문대졸 전형은 의류샘플 제작과 해외영업/지원부서 사무보조적인 성격을 띄며, 대졸공채와 동일하게 졸업자 또는 기 졸업자 중 해당 일자 입사가능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전공무관하게 모두 지원이 가능하나, 일부 업무 특성에 따라 섬유/의류 전공자들은 우대한다. 겨울방학 season 진행했던 재학생 인턴(PCT, Passion Come True) 제도는 여름에도 계속된다. 3, 4학년 재학생들을 대상으로, 방학기간 중 직무와 함께 세아만의 조직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PCT 제도는 2017년 첫 도입시 여러 긍정적인 평가를 받으며 새로운 취업전형의 일환으로 채택되었다. 인턴 근무 평가를 통해 향후 대졸 공개채용 지원 시 우대 제도를 제공하는 등 미래의 세아인들에게 의류수출업에 대해 소중한 경험과 선택의 기회를 주자는 것이 주된 취지이다. 지난 겨울방학 인턴사원과 함께 일했다는 해외영업 이선종 주임은 “대학생 친구들이 와서 업무를 배우고 함께하며 해당 인원들이 공채 지원 전 예비 세아인 생활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메리트이고 인턴사원들과 함께하며 선배직원으로서의 소양 역시 기를 수 있다는 점 역시 기존 직원들에게도 장점이라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세아상역의 3가지 공채전형은 5월 초순까지 진행된다. 인턴과 전문대졸 전형은 7일까지, 대졸 전형은 13일까지 서류접수를 진행하며 향후 1/2차 면접(대졸공채는 외국어면접 추가)과 인성검사, 건강검진 등을 거쳐 7월 초 최종 합격이 발표된다. 세부사항은 세아 홈페이지(www.sae-a.com)에서 오픈 배너를 통해 공지되고 있다. 3개 전형을 모두 합한 선발(계획)인원은 50여 명이다.# # #세아상역은 지난 1986년 창립 이래 의류 수출산업(vendor)의 전문화를 통해 글로벌 시장의 강자로 거듭난 선도기업이다. 미국, 인도네시아, 아이티 등 전세계 10개 국가에 진출한 세아는 25개의 현지법인에서 6만여 명의 임직원들이 근무하며 미국, 유럽, 아시아 트렌드를 리딩하는 의류브랜드들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지난 2012년에는 원단생산법인 Win Textile과 2016년 원사생산법인 Sae-A Spinning을 잇따라 신설하며 업계 최초로 원사(실)부터 의류 완제품까지 전(全) 과정을 담당하는 수직계열화에 성공하며 글로벌 브랜드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매년 성장과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세아는 국내는 물론, 세계 각국에서 일자리 창출과 대규모 의료봉사활동, 무상교육 등을 시행하며 지속가능경영 기업으로 확고한 입지를 더해가고 있다.

2018.05.11 11:49

3분 소요
[역전세난 속에 급감한 월세] 전세 넘치는데 왜 비싼 월세 찾나

산업 일반

앞으로 1~2년은 전세 전성시대…장기적으로는 전세제도 사라질 것 서울에서 자영업을 하는 최영섭(가명·61)씨는 요즘 한숨이 가득하다. 아파트 월세를 받아 노후 생활비를 마련하려는 계획에 차질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최씨는 지난 2월 입주를 시작한 서초구의 전용면적 84㎡형 아파트를 애초 월세 놓을 계획이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월세가 보증금 1억원에 320만원을 호가했다. 하지만 전셋값이 약세를 보이면서 월셋값도 1억원에 200만원으로 뚝 떨어졌지만, 그나마 세입자를 찾기가 쉽지 않다. 최씨는 “당초 월 300만원 이상을 받아 노후생활비로 사용할 계획이었지만 어렵게 됐다”며 “잔금 연체 이자를 계속 물 수 없어 일단 입주하고 2년 후 다시 월세로 내놓을 예정”이라고 말했다.가속화하던 ‘전세의 월세화’ 현상이 주춤하고 있다. 전세 물건이 넘쳐나면서 수요자들이 값 비싼 월세 찾기를 꺼리고 있는 영향이다. 아파트 단지마다 월세 물건이 쌓이고, 시세도 약세를 보인다. 저금리와 전세난 속에 진행되던 주택의 ‘월세화 현상’도 주춤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월 전국의 월세(6만6282건) 거래량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13%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세 거래량 감소분 (3.1%)보다 훨씬 많이 줄어든 것이다. 전체 임대 시장에서 월세가 차지하는 비중도 줄어들고 있다. 지난 1~2월 누계 전월세 거래량 중 월세 비중은 41.4%로 같은 기간 보다 2.1%포인트 떨어졌다. 이처럼 월세시장이 침체하고 있는 것은 수급에 미스매칭(불일치)이 생겼고, 그 정도가 갈수록 심해지고 때문이다. ━ 2월 월세 거래량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 감소 부동산정보회사인 부동산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의 새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44만여 가구에 이른다. 이는 2000년 이후 입주 물량을 집계한 이래 최대 물량이다. 이는 ‘하우스푸어 사태’가 일어났던 2012년 전국 아파트 입주 물량보다 6000가구 이상 많은 것이다. 재고 물량 대비 입주 물량으로 따져보면 실감이 난다. 충북은 재고 아파트에 7.44% 물량인 2만2488가구가 입주할 예정이며, 이어 경남 6.39%, 경기 6.22% 정도다. 올해는 주택 공급 과잉의 첫해다. 입주 물량 과다에 따른 후유증이 본격화하고 있다. 그 영향이 바로 나타나는 것이 바로 전월세 시장이다. 전월세 시장은 현재 시점의 수요와 공급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매매 시장은 현재~미래 전체 구간의 수급을 반영한다. 즉, 매매 시장은 미래의 가격이 오른다는 기대가 있다면 현재 시점에서 가격은 떨어지지 않는다. 입주 물량이 많은 곳에서 전월세 가격이 급락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세입자들이 전세보다 월세를 꺼리니 월세 매물이 더 적체되고 가격도 빠지는 것이다.집주인 입장에서도 월세의 매력이 줄고 있다.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전세를 월세로 전환했을 때의 연 환산이율)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2016년 1월 당시 만에도 수도권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은 5.52%에 달했지만, 지난 3월에는 5%대가 붕괴(4.95%)됐다. 서울도 같은 기간 4.88%에서 4.24%로 떨어졌다. 서울 송파구 잠실동의 에덴공인 김치순 사장은 “월세 물건이 늘다보니 전세를 월세로 바꿀 때 적용되는 이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용인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기본적으로 월세시장은 전세와는 달리 세입자 우위인 상품”이라며 “주변 지역에 아파트 전세 물량이 넘치다보니 월세 집주인이 더욱 교섭력이 떨어진다”고 말했다.이런 현상은 전국 어디를 가나 비슷하다. 다만 현상은 비슷하지만 원인은 각각 다르다. 지방과 수도권은 주로 공급 과잉에 따른 영향이 강하다. 하지만 입주 물량이 많지 않은 서울은 공급 과잉보다는 수요와 공급의 미스매칭에 그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즉, 전세 수요자들이 매수세로 돌아서면서 일시적 전세 수요 공백이 발생한 것이다. 애초 전세로 더 거주하려고 했던 세입자들이 집값이 더 오를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지자 군집행동식으로 매수로 돌아선 것이다. 매수세에 가담한 사람들은 고소득 자영업자, 전문직 종사자, 회사원 등 구매력을 갖춘 세입자들인 것으로 분석된다. 전셋값이 집값의 70%에 육박해 전세 거주자들이 시장 상황에 따라 언제든지 매수세로 돌변, 시장 불안의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울 전세 거주자의 수도권 이동도 한 요인이다. 발달된 교통수단을 활용해 수도권 지역의 싼 신규 아파트로 전세를 찾아 이동하는 ‘탈 서울현상’도 한몫했다는 얘기다. 이는 강남 재건축 철거 이주 수요의 증가에도 강남권 전세시장의 약세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히 봄 전월세 시장이 이상신호가 켜진 것은 겨울방학 이사철 특수 실종에 따른 매물 적체도 한 요인이다. 다시 말해 한해 최대 이사철인 겨울방학 특수가 없었고, 그때 소화되지 못한 물량이 여전히 적체돼 있다 보니 전셋값이 빠지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전월세시장은 봄 이사철이 되어도 물량이 넉넉하기 때문에 당분간 안정세는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요즘 입주 물량이 넘치면서 주택시장에서는 집주인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역(逆)전세난이 일고 있다. 공급 쇼크로 전월세 시장에 소화불량과 동맥경화증이 심각해져 생긴 현상이다. 역전세난은 심각한 정도가 문제지, 경기 남부는 물론 서울 한복판에서도 나타난다. 특히 신규 입주 단지에서는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역전세난이 심한 상황이다. 전셋값을 받아서 잔금을 치를 계획이었던 분양 계약자들이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세입자를 구하지 못하는 데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이중고를 겪고 있다. 신규 입주 단지에선 입주율이 떨어지면서 ‘불 꺼진 아파트’까지 속출하고 있다. ━ 아파트 전월세 전환율 5%대 붕괴 전세시장은 물건이 넉넉하기 때문에 안정세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추세는 1~2년 더 이어질 가능성 크다. 일각에서는 집값 하락 기대심리로 집을 사지 않고 전세로 눌러앉는 수요가 많아지면 전셋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입주 물량이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많기 때문에 전월세시장은 안정될 가능성이 더 크다. 특히 상당수 분양 계약자들이 잔금을 치르기 위해 싼 전세를 지속적으로 공급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그동안의 주택시장의 월세화 현상이 주춤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 공급이 많아 일시적으로 전세 종말보다 반짝 전세 부활시대가 이어질 것이란 얘기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후진국형 임대차 제도인 전세는 사라질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 당분간 전세 거래가 늘면서 전성시대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전세 공급 확대는 세입자 입장에서는 그만큼 저렴한 값으로 거주를 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주택을 통해 월세 수입을 챙기려고 했던 은퇴자들에겐 비상이 걸린 셈이다. 결국 주택을 통해 월세를 놓으려면 세입자들이 선호하는 핵심 지역으로 압축해야 한다는 것을 말해준다. ━ 계속 월세 놓으려면 입지 좋아야 안정적인 월세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입지와 상품 측면에서 가치가 있는 아파트를 골라야 낭패를 당하지 않는다. 우선 주거지로서 입지 경쟁력이다. 주거지 경쟁력이 높다는 것은 사람이 살기 좋은 곳이라는 뜻이다. 이른바 주거 프리미엄이 형성된 곳이다. 이런 곳은 교통(역세권 특히 더블 역세권), 교육(학원·학군), 편의시설(쇼핑)이라는 명품 주거지 3박자를 갖춘 곳이다. 이런 곳이 바로 현대판 명당으로도 볼 수 있다. 하지만 주위를 둘러보라. 이런 조건을 갖춘 아파트는 가격이 너무 비싸 ‘그림의 떡’이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투자 금액 한도 내에서 조건에 최대한 부합하는 지역을 선별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그리고 상품의 경쟁력도 따져야 한다. 월세가 잘 나가려면 지역도 잘 골라야하지만 상품도 잘 선택해야 할 것이다. 월세를 받으려면 무엇보다 세입자가 좋아하는 상품이어야 할 것이다. ‘신축 10년 이내+소형+중저가’ 조건을 맞출 경우 공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월세 200만원을 넘어서는 고가 월세나 중대형 아파트는 부유층 밀집지역이 아니면 세입자를 찾기 어렵다. 투자금액 한도 내에서 월세 수입 목적으로 아파트를 매입한다면 근거리에 저가 소형 여러 채가 낫다. 월세 살이 수요는 중장년층보다는 젊은 층인데 빈약한 급여로서는 비싼 월세를 감당하기 어렵다. 월세 부담을 낮추려면 아파트값이 일단 싸야 한다. 요컨대 월세가 잘 나가려면 입지, 상품 등에서 우월적 지위에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투자처를 고를 때 월세가 상승하는 지역이 어딘지 항상 눈여겨보라. 다리품을 팔아 그런 곳을 찾아내는 게 실패하지 않은 부동산 투자법이 아닌가 싶다. ━ 전세의 역사는 ... 광복 이후 도시·산업화로 빠르게 확산 전세는 오래 전부터 관행처럼 행해져 정확한 기원을 알 수는 없다. 역사학계에서는 조선시대 전당(典當)이라는 제도가 전세로 발전했다고 보고 있다. 전당은 논밭을 담보로 돈을 융통하던 제도로 조선시대 후기엔 가옥에도 적용됐다. 전세는 이런 가사전당(家舍典當) 방식이 공증제도의 변천에 따라 발전한 것으로 여겨진다. 전세와 관련된 공식적인 자료로 가장 이른 것은 1910년 조선총독부가 만든 ‘관습조사보고서(慣習調査報告書)’다. 이 보고서는 “전세란 조선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는 가옥 임대차 방법”이라며 “차주가 일정한 금액(가옥 가격의 반액 내지 7·8할)을 소유자에게 기탁하면 별도의 차임을 지불하지 않고 반환 시 기탁금을 돌려받는다”고 적고 있다.관습적으로 이뤄지던 전세 거래는 이후 점차 법적 제도로 인정받게 된다. 완전히 제도화된 건 미 군정기 직후인 1949년이다. 경기개발연구원에 따르면 당시 미 군정의 법률자문관이던 찰스 로빈기어는 한국민법전초안(韓國民法典草案)에서 전세를 서구의 모기지(mortgage)와 유사한 제도로 인식해 한국의 전세권을 인정했다. 관습으로 성행하던 전세권이 민법제정으로 물건(物件)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후 도시·산업화로 전세는 빠르게 자리를 잡기 시작한다. 당시 시대 상황상 전세는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에게 이득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한국은 빠른 경제성장으로 집을 살 여력이 커지면서 집값이 급등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집을 사기 위해 은행에서 돈을 빌리지 못했다. 정부가 산업 발전에 재정을 투입하기 위해 개인 대출을 억제한 반면 저축을 장려하기 위해 예금에 높은 이자를 줬다. 이런 상황에서 전세는 집주인이 집을 살 때 모자란 목돈을 보충하는 통로였다. 전셋값이 지금의 주택담보대출 역할을 한 것이다.또 전셋값은 불확실한 세입자의 신원을 보증하는 역할을 했고, 집주인은 매달 월세를 걷는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세입자도 매달 월세를 내는 것보다 목돈을 맡겨두는 게 편했다. 목돈을 강제로 저축하게 해서 향후 집을 사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도 했다. 물론 긍정적인 면만 있었던 건 아니다. 전셋값을 두고 세입자와 집주인 간 다툼이 빈번히 발생했고, 최근 몇 년처럼 수요 공급의 미스매칭으로 전셋값이 급등하거나 급락해 세입자의 고충이 컸다. -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2018.04.07 11:50

7분 소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기획 한국의 리세스 오블리주⑥ - 회사 살아남는 게 지상과제 자식 능력 안되면 못 물려줘

산업 일반

김동수 회장은 기부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하는 건 세상이 너무 각박해진 때문이라고 했다. 그럴수록 있는 사람들이 더 부담해야 한다. 증세도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금전 기부만 나눔이 아닙니다. 청소년 오케스트라를 훈련시키는 판사님은 재능을 나누는 거고, 역전 경로식당에서 음식을 나르는 어르신은 시간을 나누는 거예요. 헌혈도 훌륭한 기부고요. 사람은 누구나 나눌 자원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김동수(58) 군산도시가스 회장은 “눈에 잘 안 띄어 그렇지 주위를 둘러보면 곳곳에 기부천사가 많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지난해 11월 저소득층 학비 지원에 써달라고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억원을 기부했다.“기부를 하고 나면 무엇보다 저 자신이 흐뭇해요. 모든 사람이 마찬가지일 겁니다.” 이렇게 좋은 기부를 사람들이 많이 하지 않는 건 왜일까. “세상이 너무 각박해졌기 때문일 겁니다. 그럴수록 더 나눠야죠.”그는 한 달 전 서울에 올라왔을 때 겪은 일을 들려줬다. 메리어트호텔에 가려고 택시를 탔다. 거의 다 와서 길이 막히자 기사가 앞 차 운전자에게 욕을 했다. 미안한 마음에 기사에게 “호텔 쪽으로 들어가기 곤란하면 여기 세워줘도 좋다”고 말했다. 그러자 기사가 언짢은 듯 “메리어트호텔로 가자고 하지 않았느냐”고 물었다.“평소 택시를 자주 타지도 않지만 거스름돈 동전은 잘 안 받습니다. 그런데 택시비를 아끼려고 내려서 걷겠다는 뜻으로 멋대로 오해를 한 것 같아요.” 그는 이 각박한 현실을 타개하려면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고 했다. 복지를 실현하려면 증세도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돈은 비유하자면 우리 몸의 피 같은 것입니다. 피가 순환해야 하듯이 돈이 생산활동으로 흘러가야지 금융자산으로 묶여 있으면 안 돼요. 보유 현금이 많은 대기업은 투자를 해야 합니다.”김 회장은 군산도시가스와 닭고기 가공업체인 동우의 오너이다. 두 회사 모두 상당한 규모의 중견기업이다. 군산도시가스의 매출액은 지난해 2700억원, 올해 예상 매출액은 3000억원에 이른다. B2B 업체인 동우의 브랜드는 ‘참프레’. 리얼 프레시(real fresh)에서 따왔다. 네네치킨·페리카나·다사랑 등 치킨 프랜차이즈가 거래선이다. 2010년 그는 닭고기 사업을 수직계열화하기 위해 참프레를 법인명으로 별도법인을 설립했다. 전북 부안군에 대지 20만m²(6만500평), 건평 7만9300m²(2만4000평)의 닭고기 가공 공장을 지었다.김 회장은 5월 준공 예정인 이 공장에서 살다시피 한다. 2000억원을 투입해 설립한 초현대식 공장이다. 생닭과 생오리가 도착해 도축·가공 공정을 거쳐 출고되기까지 14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도축을 할 땐 가스와 산소를 동시에 사용할 예정이다.동물복지를 고려한 일종의 안락사다. 이렇게 도축을 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아 고기 맛이 좋아진다고 한다. 도축 설비 제작과 설치는 전 세계적으로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네덜란드 업체가 맡았다. 공장 설립 당시 60여 명의 외국인 수퍼바이저가 공장이 자리잡은 부안에 상주했다.그 바람에 부안의 모텔 방이 동났다고 한다. 김 회장은 3년 후 이 공장에서 5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면 1200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추산했다.돈은 피처럼 생산활동으로 흘러야그가 경영하는 회사는 사람을 자르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 구성원들도 “우리 회사는 구조조정을 하지 않는다”는 믿음이 있다. 잉여 인력도 별로 없다. 위기가 없었던건 아니다. 1997년 외환위기 때 자금난을 겪었고, 2003년엔 준공을 앞둔 부화장이 용접공의 부주의로 전소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해 겨울엔 조류인플루엔자가 발생해 거래 농장에서 키운 닭을 대부분 살처분했다.“외환위기 땐 고환율로 밤잠을 설치기 일쑤였습니다. 자리에 누우면 천장에 달러가 어른거렸죠. 거듭된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던 건 직원들이 믿고 따라준 덕분입니다. 직원들에게 환율 등 리스크 관리는 내가 맡을 테니 본연의 업무에 충실하라고 하죠.”외환위기 때의 일이다. 하루는 거래은행 지점장이 찾아와 “이럴 때 달러를 사 두면 돈을 벌 수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혼쭐을 내고 아예 그 은행과 거래를 끊었다. “그 사람이 눈으로 보고 한 이야기는 아니겠지만 재무부관리도 달러를 산다고 합디다. 달러가 부족해 국민들이 장롱 속 금을 내놓았지 않습니까. 그렇게 달러 사재기를 해 제품 가격이 오르면 그 짐이 다시 국민에게 전가되는 거예요.”김 회장은 의미 있는 일, 품격 있는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입 닭이 국내 시장의 15~20%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자유무역협정(FTA) 영향으로 이 비율이 3~4년 후 30%까지 높아질 수 있어요. 우리 회사가 닭 수입이 더 늘지 않도록 막으면 우리 축산농가의 소득이 유지되는 거예요. 우리 대기업들도 이런 마인드를 가졌으면 합니다.”김 회장은 인수·합병(M&A)을 통한 기업의 성장을 탐탁하지 않게 여긴다. “남의 공장을 사들이면 조직과 영업권도 인수해 초기에 어려움을 겪지 않아도 되죠. 그러나 직접 지으면 필요로 하는 인력을 뽑을 수 있고 공장을 짓는 2~3년 간 지역경제에 기여할 수 있어요. 2006년 동우를 기업공개(IPO)를 할 때도 누군가 우회상장(Backdoor Listing)을 거론하기에 정정당당하게 앞문으로 들어가겠다고 했습니다.”당시 IPO는 계획된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한 외국계 회사가 연 1%의 수익률을 조건으로 300억원을 투자하겠다고 제의했다. 부대 조건이 있었다. 5년 후 IPO를 하되 만일 못하면 연 11%의 페널티를 부과한다는 것이었다. 계산기를 두드려 보니 IPO를 못하면 빌린 돈의 두 배를 물어줘야 했다. 그러느니 국내 투자자들에게 지분을 분산하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김 회장의 부친은 기업인 출신의 정치인이었다. 그의 고향인 전북 군산에서 야당 소속으로 두 번 금배지를 달았다. 아버지는 그가 어렸을 때 양조장을 했다. 가정은 유복한 편이었다. 대학을 다닐 땐 연탄공장을 했다. 서울에서 대학에 다니던 그는 겨울방학이면 집에 내려가 연탄 배달을 했다. 삼륜차 운전을 맡은 그와 두 사람의 직원이 팀을 이뤘다. 그의 팀은 다른 팀들보다 50% 이상 성과가 뛰어났다.정부 정책·규제도 디테일 강해야비결은 연탄을 내리기 좋게 차를 바싹 붙이고 남들보다 부지런히 연탄을 내리는 것이었다. 첫 차는 남들보다 일찍, 막차는 남들보다 늦게 부렸다. 저녁이면 몸은 녹초에, 콧속이 연탄 분진으로 새카맣게 됐다. 수당은 나르는 연탄수에 비례했다. 그렇게 해서 한 달에 3만원가량 벌었다. 그때 땀 흘려 버는 돈의 가치를 깨달았다고 그는 말했다.“죽을 힘을 다해 하면 못할 일이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습니다. 지금도 근로소득이 자산소득보다 값지다고 믿어요. 그러다 보니 아직도 금융소득은 꺼림칙합니다.” 연탄산업이 사양화하면서 아버지의 사업은 기울었다. 선거를 치르느라 빚도 졌다. 보증을 섰던 그는 그 빚을 떠안았다. 아버지가 야당 소속 이라 그런지 두 차례 세무사찰도 받았다. 그러고도 그는 연체 한번 한 일이 없다고 했다.“사업 하는 사람이 정치에 뛰어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CEO 출신이 지방자치단체장이나 대통령직을 맡는 것도 안 맞아요. 기업인은 효율을 중시하는데 정치는 그런 식으로 하면 안되죠.”새 정부에 대해서는 획일적 규제를 산업과 업종에 맞게 조정하기를 바랐다. 일례로 중견기업이 되면 외국인을 못 쓰는데 우리 국민이 기피하는 업종은 외국인을 채용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 했다.“닭고기 가공 공장에서는 사람이 일일이 손으로 닭을 걸어 줍니다. 이 일을 우리나라 사람들은 힘들어 안 하려 드는데 동우는 중소기업에서 졸업해 외국인을 쓸 수가 없어요. 제도와 정책도 디테일에 강해야 합니다. 디테일에 강하지 못하면 살아남기 어려운 세상이죠. 물론 외환관리 같은 필요한 규제는 정부가 해야죠.”그의 꿈은 스스로 세운 회사들을 100년 이상 장수하는 기업으로 가꾸는 것이다.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지속적으로 혁신을 해야죠. 두 아들에게 회사에 들어와 밑바닥 일부터 하게 했습니다. 회사 경영에 뜻이 있고 인성 면에서도 별 문제가 없는 것 같아요. 그러나 경영수업을 하고도 도저히 안 되겠다 싶으면 주주로 남게 할 거예요. 회사가 살아남아 성장하는 게 자식들에게 경영권을 물려주는 것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죠.”김 회장의 장모는 군산의 유명 빵집 이성당의 4대 사장이었다. 이성당은 우리나라 최초의 제과점으로 알려져있다. 연 매출액이 25억원이던 이성당은 그의 처남댁이 물려받아 72억원 규모로 키웠다. 가족기업으로 성공적인 승계가 이루어진 케이스다.3년 전 작고한 장모는 평소 어려운 사람들을 많이 도왔다고 한다. 작고 당시 지역 신문은 ‘군산시민들이 큰 충격에 빠졌다’고 기사를 실었다. 그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서인지 김 회장 부인은 오랫동안 봉사활동을 했다. 그는 자신이 기부를 하게 된 건 아내의 영향 때문이라고 말했다.“집사람은 수해가 나면 자식들에게도 의연금으로 몇 십만원씩 내놓으라고 합니다. 아이들도 그 말에 따르고요. 200만원 짜리 전셋방에서 제가 신혼살림을 시작했는데 그때나 지금이나 여유로운 사람이에요. 인성이 좋은 거죠.”그는 기성세대의 일원으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지 못해 젊은 세대에게 미안하다고 덧붙였다. “그래서 나름대로 반성을 해보지만, 젊은 세대에 대한 아쉬움도 있습니다. 중소기업은 이 구직난 속에서도 여전히 구인난을 겪습니다. 젊은 친구들이 기피하기 때문이죠. 안정적인 일 말고 새로운 일에 도전해 보세요.”

2013.03.22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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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보쉬도 히든챔피언 도움 받아

국제 경제

2008년 한국에 처음 소개된 독일 경영학자헤르만 지몬 독일 마인츠대 교수의『히든챔피언』은 한국에서도 화제가 됐다. 히든챔피언은 세계적인 기술을 보유한 강소기업을 말한다. 지몬 교수는 대기업 중심의 한국 경제에 글로벌 중소기업의 중요성을 일깨웠다는 평가를 받았다. 6월26일 유필화성균관대 GSB 학장이 독일의 옛 수도본에서 컨설팅 기업 지몬-쿠어&파트너스 대표인 헤르만 지몬 교수를 만났다. 유필화) 지몬 교수께서 히든챔피언을 소개하신 지 꽤 시간이 흘렀습니다.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히든챔피언 기업들의 특징은 무엇일까요.헤르만) 지몬 히든챔피언의 경영 패러다임을 큰 틀에서 보면 ‘건전한 상식’입니다. 그것은 변하지 않아요. 작은 부분을 들여다 보면 몇 가지 점이 눈에 띕니다. 첫째는 히든챔피언 기업CEO는 하나같이 목표 달성에 대한 야심이 강했습니다. 둘째는 한 분야를 깊게 파는 집중화 전략입니다. 더불어 저는 그들의 혁신성을 강조하고 싶습니다.혁신은 현재의 기업 경쟁력보다 더 중요합니다.왜냐하면 현재 시장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해도 끊임없이 혁신하지 않으면 결국 뒤지게 마련이기 때문이죠. 미래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줄기차게 혁신하는 그들의 노력은 정말 눈물겹습니다. 끝으로 저는 전략과 리더십의 연속성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히든챔피언 CEO는 대체로 그 자리에 매우 오랫동안 머뭅니다. 그래서 경영의 연속성이 있고 회사 장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적습니다.유필화) 히든챔피언이 되기 위한 자격요건이 있습니까.헤르만) 지몬 기존의 히든챔피언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세계시장에서 1위, 2위 또는 3위를 차지하거나 소속대륙에서 1위를 차지하고 매출액은 40억 달러 이하입니다. 대중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아야 합니다. 저는 이 가운데 매출액 기준을 조금 올려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은 연 매출액 50억 달러 정도가 적당치 않을까 생각합니다. 크기는 언제나 상대적인 것이고 시장이 성장하고 있으니 기준이 되는 기업의 크기도 상향조정 돼야겠지요. 유필화) 한국 경제는 소수의 대기업들이 이끌어 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산업구조에서 세계적인 히든챔피언이 나오기는 쉽지 않은 듯합니다.헤르만) 지몬 히든챔피언이 많으면 대기업에게도 유리하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독일의 보쉬(Bosch)는 세계 최고의 자동차 부품회사입니다. 보쉬의 국제 경쟁력은 수많은 히든챔피언들의 도움이 있기 때문에 비로소 가능했습니다. 우수한 협력회사들의 존재가 궁극적으로 대기업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자명합니다. 스스로를 돌아볼 필요도 있습니다. 대기업 그룹군 중 잠재적 히든챔피언이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런 사업부들을 과감하게 분사하면 더 크게 성장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독일에는 바이에르(Bayer)라는 좋은 제약회사가 있습니다. 여기에 치과용 제품을 생산하는 부서가 있는데 연 매출은 약 1억5000만 유로 정도였습니다. 이 정도 매출로는 회사 내에서 그렇게 주목을 받지 못합니다. 그러나 바이에르가 이부서를 분사해 헤레우스(Heraeus)라는 회사로 만든 후 눈부시게 발전했습니다. 지멘스(Siemens)에도 그런 사례가 많습니다. 대기업 안에 있을 때는 특별한 지원을 못받아서 잠자고 있던 기업가 정신이 분사와 더불어 크게 발휘될 수 있는 겁니다.한국엔 뛰어난 젊은 기업인 많아유필화) 중소기업과 창업 도전자들에게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헤르만) 지몬 한국의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한국은 제조업 기반이 강합니다. 전문화를 강화하고 더 적극적으로 국제화하면 시장이 넓어집니다. 전문화 및 국제화가 진행될수록 특정 회사 또는 지역에 대한 의존도가 줄어들기 마련입니다. 창업을 고려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에게는 이런 메시지를 주고 싶습니다.먼저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지도자가 되겠다는 야심을 키우십시오. 한국의 평균 IQ는 105이고 독일의 평균 IQ는 99라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한국에는 뛰어난 잠재적 젊은 기업인들이 무척 많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그들이 회사를 창업해서 간직하고 있는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기를 희망합니다. 물론 창업을 하려면 자신만이 갖고 있는 특별한 역량(extra competence)이 있어야겠죠.유필화) 교수님도 우수한 젊은 학생들이 중소기업에 가기를 꺼려한다고 지적한 일이 있습니다. 대기업 보다 중소기업 사원들을 낮게 보는 한국사회의 정서도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헤르만) 지몬 사실이지요. 하지만 이것은 꼭 아셔야 합니다. 중소기업이 대기업보다 인정받기가 더 쉽습니다. 나아가 회사를 설립해 경영하는 것이 재벌기업에서 일하는 것보다 더 성공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천, 수만 명이 일하는 대기업에서 역량을 발휘해 상층부까지 올라갈 확률과 중소기업 혹은 자신이 창업한 기업에서 성공할 확률 가운데 어느 것이 더 높을까요?유필화) 앞에서 이야기했듯이 한국의 젊은이들은 아직도 대기업을 선호합니다. 그래서 중소기업들이 인재를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저는 다음과 같은 아이디어를 제안합니다. 첫째, 대학생 인턴제도를 보다 적극적으로 도입하라는 겁니다. 많은 대학생들이 중소기업에 대해서는 거의 모르기 때문에 작은 회사에 가는 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갖고 있습니다. 그들이 여름방학 또는 겨울방학에 회사에서 직접 일을 해보면 중소기업에 대해 갖고 있던 잘못된 인식 또는 오해가 불식될 수 있을 것입니다.둘째, 회사가 위치하고 있는 지역의 대학 또는 전문대학 재학생들을 목표로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전국에 있는 대학에서 사람을 뽑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우리 지역의 학생들을 채용하는 것이죠. 서울의 대기업에 입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의 우수한 인재들이 전망이 밝은 잠재적 히든챔피언에서 일하는 것은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경쟁 제한해도 중소기업 커지지 않아헤르만) 지몬 지난 3월 한국을 다녀왔습니다. 당시 세미나에 참석한 CEO들의 진지한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한국 기업인들의 기업 경영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느낄수 있었습니다.유필화) 한국의 히든챔피언에 대해 연구하실 계획이 있습니까.헤르만) 지몬 그렇습니다. 최근 IBK기업은행 그리고 중소기업연구원에서 연구 제안을 해왔습니다. 이들과 함께 한국의 히든챔피언들을 연구하려고 합니다. 한국에서는 정부를 비롯한 여러 기관에서 히든챔피언을 육성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유필화) 저는 중소기업을 육성하려는 여러 기관들이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초점을 맞췄으면 합니다. 특히 경쟁을 제한해 중소기업을 키우려는 생각은 승산이 없다고 봅니다. 설사 울타리를 쳐서 그 울타리 안에서 기업이 어느 정도 컸다고 하더라도 그런 회사가 세계시장에서 경쟁사와 맞섰을 때 이기기는 힘들다고 봐요. 우리의 목표는 한국의 중소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당당히 겨룰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도와주는 것입니다. 예컨대 상대적으로 교육기회가 적은 잠재적 히든챔피언 임직원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겁니다. 그리고 교수님께서 계속 강조하신 바와 같이 히든챔피언에게는 혁신 능력이 생명입니다. 우리의 중소기업들은 자체의 역량만으로는 원하는 만큼 연구개발을 진행하기가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독일의 프라운호퍼(Fraunhofer)협회처럼 산업체가 주문하는 연구 프로젝트를 해주는 또는 같이 하는 기관이 있었으면 합니다. 중소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연구를 도와주는 기관이죠. 궁극적으로 우리의 히든챔피언이 세계 무대에서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의 R&D 능력을 키워주는 것이 정책의 주안점이 돼야한다고 봅니다.헤르만) 지몬 참 좋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앞으로도 종종 이런 기회를 갖죠.유필화) 다음에는 서울에서 만나 또 이야기를 나누겠습니다. 긴 시간 고마웠습니다.

2012.07.31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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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차례 대책에도 랜드마크마저 패닉

산업 일반

노무현 정부 때 세운 ‘아파트 전봇대(규제)’가 대부분 뽑혔다. 정부는 5·10 부동산 대책 후속 조치로 분양가 상한제 폐지와 재건축 부담금 부과 중지를 골자로 한 6·18 대책을 내놨다. 이번 정부 들어 18번째 부양책이다. 시장 반응은 냉랭하다. 아파트 거래를 활발하게 하겠다는 게 목적인데, 거래는 더 자취를 감췄다. 오히려 2008년 이후 맥을 못 추는아파트 시장이 ‘패닉’을 거쳐 ‘붕괴’로 이어질 가능성도 나온다. 더 이상 폭락은 막아야 한다는 공감대가 퍼지고 있지만, 이미 아파트에 대한 미련을 버렸다고 볼 수 있는 징후도 곳곳에서 포착된다. 위기의 아파트시장을 취재했다. 대마(大馬)도 잡혔다“6월 들어 단 한 건도 거래가 안 됐다면 말 다했지. 딴 데 가서 알아봐요. 괜히 우리 부동산 이니셜 써서 난처하게 하지 말고.” 6월 19일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소 사장은 시장 분위기를 묻는 질문에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였다. 말 그대로다. 강남 부동산의 바로미터이자 랜드마크로 통하는 은마아파트는 6월 들어 단 한 건도 매매 거래가 되지 않았다. 가격은 2006년 고점 대비 30% 정도 떨어진 상태다.전용면적 77㎡는 이미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기던 8억원이 깨진 지 오래다. 은마아파트 인근 부동산 공인중개소에 붙어있는 급매물 호가는 8억~8억3000만원이 많았지만,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7억원 후반대면 네고(협상)가 가능하다”고 귀띔했다.2006년 말에 11억6000만원을 찍었던 곳이다. 84㎡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가격으로 떨어졌다.어렵게 인터뷰에 응한 한 주민은 “5월에 9억2000만~9억3000만원에 거래가 됐다는데 지금은 9억원 이하로 내놔도 나가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84㎡는 2006년 13억5000만원으로 고점을 찍은 후 지난해 10억원대가 무너졌고, 올1~5월에는 8억7000만~9억5000만원에 거래됐다. 최근에는 경매로 나온 84㎡가 두 번 유찰돼, 다음달 중순 최저 경매가 6억7200만원으로 경매가 진행될 예정이다.은마아파트뿐이 아니다. 그동안 강남 집값을 받쳐온 재건축 단지인 개포 주공1단지, 송파 잠실주공 5단지 역시 고점 대비 30% 가량가격이 떨어졌다.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도 심각하다. 2010년 21억~27억원에 거래됐던 타워팰리스 1차 165㎡는 올 들어 가격이 급락하더니 1월 18억8500만원에 매매됐고, 3월 이후에는 17억6000만~20억원에 거래됐다.2007년 중순 30억원을 넘었던 것을 감안하면 40% 넘게 내렸다. 타워팰리스를 전문으로 거래하는 도곡동 소재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타워팰리스 거주자들은 막상 큰 걱정은 안 하고 있다”면서도 “투자 대상으로의 매력은 이미 사라진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교육특구 목동·중계·대치도 내리막“주변 공인중개사들에 아무리 물어봐도 올 들어 매매 거래 2~3건 이상을 성사시킨 곳을 거의 못 봤다. 목동은 요즘이 성수기 시즌인데 거래 문의가 거의 없다.”6월 20일 만난 목동 2단지 인근 공인중개소 사장의 얘기다. 교육여건이 좋아 사교육 1번지로 불리는 목동 1~7단지는 여름방학이 시작되는 6~7월, 겨울방학이 다가오는 12월이 성수기다.매매와 전세 거래 모두 이때 활발히 일어난다. 올해는 다르다. 공인중개소마다“지금이 바닥이다”고 할 만큼 아파트 시세가 떨어졌지만, 거래는 뜸하다. 한 공인중개소가 비치해 놓은 계약서 파일을 확인했더니 가장 최근 거래된 계약서의 날짜는 2월 22일이었다. 아파트 값은 속절없이 떨어지고 있다.공인중개소 10여 곳을 확인한 결과 115㎡ 아파트는 7억5000만~7억9000만원에 매물로 나온 곳이 많았다. 부동산 버블이 심했던 2007~2008년에는 13억 안팎에 거래됐다. 비슷한 시기에 8억~9억원 하던 89㎡ 아파트는 5억7000만원 정도에 내놔도 팔리지가 않는다.목동 6단지 115㎡에 거주하는 40대 남성은 “2월에 8억4000만원에 팔 기회가 있었는데 주변에서 목동 부동산 값이 바닥이라는 말에 팔지 않았다”며 “그래도 목동인데 하는 생각에 머뭇거리다 이제는 7억원 대에 내놔도 사겠다는 사람이 없다”고 한숨을 내셨다.목동·대치동과 함께 서울 3대 교육특구로 불리는 중계동 학원가 인근 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하다.중계동 청구3차 아파트 인근에 있는 공인중개소 사장은 “25평 로열층이 4억7000만원에 나왔다”며“올 2월에 5억3000만~5억4000만원을 불렀던 곳”이라고 말했다. 국토해양부 실거래가를 조회했더니, 올 1~3월 같은 평형·층수 아파트는 5억1000만~5억4500만원에 거래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5억 4000만~5억8000만원, 2008년에는 6억4000만원에도 거래가 됐다.목동·대치동·중계동 등 소위 교육 특구는 교육열이 높은 학부모 수요가 많아 집값이 오를 때는 큰 폭으로 오르고, 하락기에는 덜 떨어지는 특징이 있었지만 유례없는 부동산 장기 불황 속에 ‘신화’도막을 내리고 있었다. “떨어지거나 적어도 오르진 않을 것”서울 송파구 신천역 인근 파인애플 상가에는 30여 곳에 달하는 부동산 공인중개소가 밀집해 있다. 1만1000세대가 넘는 잠실 1~2단지 아파트를 주로 중개한다. 6월 19일 찾은 이곳에는 공인중개소마다 매매 정보 전단지가 더덕더덕 붙어있었다. ‘급매’ ‘급전세’가 많았고, ‘초급매’ 전단지도 심심찮게 보였다.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1단지 엘스아파트는 650채, 2단지 리센츠는 850채 정도가 매물로 나와있다”고 말했다. 그는 “매물은 계속 쌓이는데 사려는 사람이 없어 초급매 위주로만 거래된다”고 했다. 거래가 줄면서 시세는 뚝뚝 떨어지고 있다.1단지 엘스아파트 111.5㎡는 8억5000만원~9억원에 내놓은 물건이 많았다.지난해 초만 해도 10억~11억원 하던 아파트다. 한 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집주인이 8억원 밑이라도 팔아만 달라는 물건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로 같은 평형 급매물은 8억1000만~8억 2000만원에 나온 것도 있었다. 잠실 2단지 리센츠아파트도 사정은 비슷했다.158㎡ 매물 호가는 13억원이 가장 많았다. 하지만, 저층이 아닌데도 11억7000만원에 나온 물건도 있었다. 8억5000~9억2000 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는 109㎡ 중에는 매도 호가가 7억9000만원인 것도 눈에 띄었다. 이 역시 거래는 되지 않고 있다.같은 날 찾아간 인천 남동구 구월동 구윌힐스테이트도 다르지 않았다. 2007년 입주가 시작된 이 곳은 인천 시내에서 가장 인기 좋은 아파트 단지로 통한다. 4900세대가 거주하는 대형 단지인 이곳의 114㎡는 2억6000만~2억7000만원에 호가가 형성돼 있다.올초에는 3억2000원에 거래됐던 아파트다. A공인중개사 대표는 “집주인들이 손해를 보더라도 팔려고 하지만 사려는 문의가 아예 없는 상황이 몇 달째”라고 말했다. B공인중개사 관계자 “현재 호가에서 10~15% 낮춰도 거래가 안 된다”고 털어놨다. 인천에서도 학군이 좋다는 평을 받는 부평구 경남3차 아파트 109㎡는 심리적 저항선으로 여기던 2억5000만원이 깨지고 최근에는 2억1000만에 내놔도 팔리지 않는다. 인근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올해 들어 생긴 현상으로 최근 7~8년 동안 이런 가격으로 나온 적은 없다”고 말했다.이와 관련 한국개발연구원 김현섭 연구원은 “부동산 매수세가 실종된 원인은 향후 주택가격이 하락하거나 상승하지 않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부동산 시장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굳혀지고 있다는 얘기다.“부녀회도 더 이상 나서지 않는다”주부 박모(39)씨는 2005년 6월 베란다 확장비와 세금, 고층 프리미엄 등을 합해 4억5000만원을 주고 경기도 동판교 109㎡ 아파트를 샀다. 3억5000만원은 현금으로, 1억원은 대출을 받았다. 분양가는 6차례에 걸쳐 지급했는데, 마지막 한 차례를 대출로 해결했다. 박씨는 “당시는 다들 2억~3억원씩 대출을 받아 사는 분위기였다”고 말했다. 박씨는 요즘 집을 팔지 말지 고민에 빠졌다. 금융비용을 포함해도 현재까지는 2억원 정도 이익을 봤지만 아파트 값이 더 떨어질것 같아서다.그는 “요즘 판교 주민들이 매우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그는 “10년간 금지됐던 전매제한이 지난해 풀렸지만, 이미 몇 해 전부터 자신의 명의를 그대로 두고 실제 아파트를 시세보다 다소 싸게 팔아 전매금지 규정을 어긴 사람들도 여럿 있다”며 “강남 아파트 가격이 불안해지면서 3억원 내외를 대출받은 주민들 사이에서 이런 일이 종종 일어났다”고 말했다. 높은 금융비용에 비해 향후 기대 가격이 낮다는 얘기다.서울 개포동의 한 공인중개소 사장은 “요즘은 억 단위 뒤에 9000만원이 붙는 매물이 많다”며 “예전처럼 몇 억 이하로는 팔 수 없다는 심리적 저항선이 깨지고 어떻게든 싸게 보이게 해서 팔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예전 같으면 급매물이 지나치게 싸게 나오면 부녀회에서 들고 일어났을텐데 요즈음 다들 포기한 분위기”라고 말했다.특히 올 3월 3·3㎡ 당 평균 2000만원대가 무너진 서울 강남,서초, 송파, 양천구, 경기 분당, 평촌 신도시, 용인시 등 소위 버블 세븐 지역은 투매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게 부동산 업계의 얘기다.빚에 몰린 아파트도 경매시장으로 몰리고 있다. 지난 5월 아파트를 비롯한 경매물건 수는 1만101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가량 증가했고 시세의 절반값에도 낙찰이 되지 않아 대출 원금도 갚을 수 없는 ‘깡통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부동산팀장은 “수요도 없고 공급도 얼어 있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침체 국면이 최소한 2~3년, 그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수퍼리치도 아파트 관심 끊은 지 오래“고급 정보에 빠른 수퍼 리치들은 이미 2008년부터 아파트에 관심을 끊었다고 보면 된다. 강남 3구나 버블 세븐 지역뿐 아니라 도·노·강(도봉, 노원, 강북) 지역 중소형 아파트도 2009년 이전에 처분한 고객이 많다. 부동산 선호가 높은 강남권 부자들 일부가 지난해 지방 부동산이나 최근 일부 재건축 단지에 관심을 갖는 것 외에는 아파트는 포트폴리오 비중이 크게 줄었다.” 압구정동에 있는 모 은행 프라이빗뱅커(PB) 팀장의 말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공공연히 알려진 얘기다. PB센터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보면, 부자들이 아파트를 외면하기 시작한 것은 2007년 말부터 조짐이 있었고, 2008년부터 본격적으로 투자 비중이 줄었다고 한다.한 시중은행 PB센터 부동산팀장은 “2007년 중반 이후 주택시장이 이미 나빠진데다 리먼 사태가 터지면서 쉽게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인식이 생겼다“며 “여기에 인구·가구 구조변화가 연일 이슈화되면서 중대형은 아예 외면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PB 고객들은 자녀 독립 등 실수요 목적이 아니면 아파트를 살 일이 없다”며 “투자 목적으로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반면 상가나 오피스텔 등 수익형 부동산에는 관심이 큰다. 안정적으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PB 팀장은 “2007~2008년 만해도 재건축 투자한다고 몇 채씩 갖고 있는 고객들이 있었지만 현재는 자본 차익을 낼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지 않는다”며 “그 돈이 요즘은 근린상가나 빌딩으로 들어간다”고 전했다.그는 “자산 30억원 정도라면 강남까지는 못 가고 강북이나 강동, 강서 쪽 근린상가에 투자한다”고 밝혔다. 토지에 대해선 “토지는 임대 수익이 없어 매력이 떨어지고 있다”며 “토지 쪽에 묶여 있던 돈도 수익형 부동산 쪽으로 많이 풀리고 있다”고 말했다.지방도 다시 침체 국면지난 2년 간 지방 부동산 시장은 모처럼 훈풍이 불었다. 서울·수도권에는 전혀 약발이 안 받은 정부의 부동산 활성화 대책이 지방에서는 어느 정도 통하는 듯 했다. 활로를 찾지 못하는 유동 자금도 지방 아파트 값을 올리는 데 기여한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 돌풍의 핵은 부산이었다. 부동산 정보업체인 부동산써브에 따르면 지난 2년 간 부산 아파트 값은 28% 올랐다.2010년 5월 3.3㎡당 평균 557만원이던 부산 지역 아파트 가격은 올 5월 712만원으로 상승했다. 경상남도도 같은 기간 466만원에서 635만원으로 36% 올랐다. 하지만 올 들어 훈풍은 사라지고, 침체 국면이 뚜렷하다. 부산 서면에 있는 한 부동산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서울에서 내려온 투자자들이 한 물 빠지고, 어느 정도 가격이 오른 상황에서 실수요자만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한국개발연구원(KDI)이 최근 발표한 올 1분기 지방 부동산 시장 동향에 따르면, 부산·경남은 지난해 급등세에 대한 부담으로 관망세 또는 조정기이고, 대구·경북·광주·전남 등도 매매가 줄고 가격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잘 나가던 지방 부동산이 하락 국면으로 돌아선 것은 가격이 오를 만큼 올랐다는 인식과 함께, 신규 아파트가 많이 공급됐기 때문이라고 부동산 전문가들은 분석한다.부동산써브 박정욱 선임연구원은 "부산과 경남을 중심으로 지방 분양시장이 공급 과잉 상태에 진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데다 글로벌 경기 침체까지 겹치면서 과거 상승률이 거셌던 지역을 중심으로 내림세가 확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소형주택만 근근이 버텨 올 9월 결혼을 앞둔 김민호(33)씨는 신혼집으로 오피스텔를 고려하고 있다. 전세와 월세를 병행하는 방법도 고민해 봤다. 하지만 최근 오피스텔 전세 가격이 매매가의 60% 이상으로 올라 매입을 결심했다. 대출을 받아 아파트 전세나 매매도 가능한 금액이긴 하지만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주변 선배들이 대출 받아 집 샀다가 집값 떨어지고, 대출 이자 갚느라 허덕이는 걸 보니 아파트 사고 싶은 생각이 싹 사라졌다”고 말했다.김씨처럼 아파트를 포기하고 오피스텔로 눈을 돌리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아파트 전세 가격이면 괜찮은 주거형 오피스텔을 구매할 수 있어서다. 신혼부부가 살만한 40㎡ 이상의 물량이 많고,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매매 가격이 싼 영등포·구로·강서 지역을 중심으로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영등포 지역의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경제적인 부담으로 전·월세 오피스텔에 대한 수요는 꾸준히 늘어왔다”며 “최근 오피스텔의 전세가격이 오르면서 매입을 고려하는 신혼부부들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그는 “오피스텔은 교통·시설·주변환경에 따라 가격폭이 커 정확한 시세를 파악하기는 어렵지만 여의도쪽이 가격이 오르고 있고 그 외 영등포 지역은 현상유지를 하는 수준”이라며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는 아파트를 사서 불안에 떠느니 발품을 조금 팔아 괜찮은 오피스텔 매물을 구하는 게 현명하다”고 설명했다.실주거를 목적으로 소형 주택을 찾는 젊은층이 늘고 있다. 올 상반기 공급된 아파트의 면적별 청약 경쟁률은 85㎡ 초과 중대형 아파트가 0.67:1로 미달이었고, 85㎡ 이하 중소형 아파트는 1.3:1의 경쟁률을 보였다. 중소형이 중대형보다 2배 가량 높은 경쟁률을 보인 것이다. “투자를 목적으로 한 중대형 아파트 수요는 거의 사라지고 주거를 목적으로 실속 있는 소형주택을 선택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게 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건설사는 아파트서 발 빼고 신시장 개척“부동산 경기 침체로 주택사업부문 매출이 감소하면서 건설사들이 새로운 먹거리 찾기에 나서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중견 건설사가 주도해온 아파트형 공장 건설이나 소형주택 공급까지 대형사가 손을 대기 시작했다.”한 중견 건설사 임원의 얘기다. 아파트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향후 전망도 어둡자 건설사들이 활로 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특히 오피스텔이나 도시형 생활주택 같은 소형주택사업에 뛰어드는 대형 건설사가 많다.지난해 도시형 생활주택 브랜드를 출시한 롯데건설과 금호건설 외에 최근 대우건설과 GS건설, 대림산업, 현대산업개발 등도 소형주택 공급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현대산업개발은 자사 아파트 브랜드인 ‘아이파크’를 붙인 오피스텔을 지난달 말 계약률 100%로 공급 완료했다. GS건설은 올해 안에 소형주택 브랜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효성건설PU는 2002년 아파트 브랜드 ‘백년가약’을 출시한 후 10년 간 일반아파트 공급에 주력했지만, 최근 타운하우스를 분양해 쏠쏠한 재미를 봤다.정성욱 효성건설PU 마케팅팀 차장은 “현재 타운하우스 외에도 다양한 주택상품 공급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희건설은 서울 관악구 봉천 신시장을 재개발해 지은 ‘서울대입구역 서희스타힐스’를 분양하고 있다. 142가구로 이뤄진 서울대입구역 서희스타힐스는 서희건설의 두 번째 시장 재개발 주택상품이다.서희건설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일반아파트 공급에만 집중했지만 재개발·재건축 수주를 확대하고 주택상품을 다양화하겠다는 신호탄으로 길음역 서희스타힐스를 분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에는 건설사들이 지역주택조합에 주목하고 있다.지역주택조합은 같은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내집 마련을 위해 결성한 조합이다.이 조합은 주택을 지을 땅을 직접 마련해 그 위에 집을 짓는다. 집을 지은 후 일부는 일반분양해 수익을 낸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프로젝트 파이낸싱(PF) 같은 재무 리스크를 더는 장점이 있다. 이미 중앙건설과 STX건설이 지역주택조합 사업으로 일반 분양에 나섰고, 한화건설과 현대엠코, 대우산업개발 등도 앞으로 꾸준히 지역주택조합사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한화건설 관계자는 “지역주택조합사업은 아파트 입주자 일부가 확정돼 있어 안정적 수익보장과 조속한 사업추진이라는 장점을 얻을 수있다”고 설명했다.부동산시장 패러다임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백약이 무효6월 2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여의도연구소 주최 ‘한국경제 긴급진단과 향후 정책과제’ 토론회에서 김광수경제연구소의 김광수소장은 “한국 주택시장 거품이 붕괴될 위험에 직면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평소 부동산 폭락 가능성을 제기해 온 그는 새누리당 부설 연구소가 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부동산 투기 거품 붕괴를 막는 데 성공한 나라는 없었다”며 “경기가 급격히 회복되지 않는 한 거품 붕괴는 지속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경고했다.또한 “이명박 정부가 부양정책을 남발했지만 효과는 없었다”며 “수도권 아파트 실질가격은 2006년 이전 수준으로 떨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부동산 시장은 정부 정책에 영향을 크게 받는다. 역대 정부는 부동산 경기에 따라 냉온탕을 번갈아 가는 정책을 펴 왔다.하지만, 이정책 기능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게 예전과 달라진 점이다. 이명박 정부는 5·10 부동산 대책을 포함해 18차례나 부동산 활성화 정책을 폈지만 부동산 거래를 되살리는 데 사실상 실패했다. 5·10 대책 발표 후에는 오히려 아파트 거래량이 줄었다.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5월 수도권과 지방 주택 거래량은 전년 같은 달에 비해 20% 줄었다.수도권은 4월에 비해서도 거래량이 감소했다. 최근 6·18 대책 이후도 마찬가지다. 분양가 상한제 원칙적 폐지, 주택 전매제도 개선, 재건축부담금 부과 중지, 재건축사업 용적률 인센티브 제도 적용 등 이전 정부에서 세운 규제를 거의 모두 폐기했지만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서울 개포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소 사장은 “정부가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면 집주인들이 대게 매물을 거둬들이는데 요즘에는 그런 움직임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 인천에서 부동산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는 류재석씨는 “5·10 대책 이후 부동산 경기가 더 나빠졌다”며 “윤달이 끝나고 대책 나온지 한 달이 넘었는데 거래가 없어도 너무 없다”고 토로했다.일각에서는 최근 한국 상황이 일본 부동산 장기불황 직전과 유사하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서울·수도권은 급락하고, 지방은 오른 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선 현상이 일본 부동산 버블 붕괴 직전에도 나타났다는 것이다. 1000조원 가계부채와 맞물린 부동산 시장이 ‘째깍째깍' 경고움을 더 크게 내고 있다.

2012.07.02 17:27

12분 소요
세밑 한파 속에서 歲寒圖(세한도)를 다시 본다

산업 일반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무값이다. ‘무값’이란 말은 값이 없다는 것이 아니고, 돈으로는 어떻게 그 값을 따져 계산할 수 없을 정도로 위대하다는 뜻이다. 세한도를 볼 때마다 나는 늘 추워지고 슬픔 속에 젖어 든다. 내 눈과 마음을 춥고 슬프게 하는 것이란 무엇인가.세한도를 무값이 되게 한 위대함은 바로 그 ‘추워짐과 슬퍼짐’으로부터 비롯되는 것이다. 추워짐과 슬퍼짐이란 것은 온실 속 같은 다사로움과 달뜸으로 인해 물러져 있는 의식을 냉철하게 하는 오싹함이다. 그 냉철로 인한 슬픔과 오싹함은 나의 흐물흐물해져 있는 삶을 성난 얼굴로 살펴보게 한다. 시인 김영랑의 표현을 빌리자면 ‘찬란한 슬픔’ 혹은 영롱한 이성의 촉기(觸氣)이다.의식을 냉철하게 하는 오싹함 속의 온기세한도의 추워짐과 슬퍼짐 속에서 온기 냄새를 맡는다. 세한도 속에 담긴 온기란 무엇인가. 세한도를 진짜 무값이게 한 것은 슬픔과 추움 속에 숨겨져 있는 온기의 값일 터다. 2009년의 새 아침은 춥다. 경제도 춥고 세상 인심도 춥고 권력자들의 코뿔소 같은 맹목의 치달음도 춥다.우리 땅만 추운 것이 아니고 세계 모든 땅의 경제가 다 얼어붙었다. 신문이나 방송은 연일 추워 얼어붙어 떠는 경제와 인심 이야기만 신물 나게 하고 또 한다. 그러함 속에서 세한도의 눈물겨운 다사로움을 읽는다. 그 온기는 숨은 그림처럼 박혀 있다. 유마거사의 집처럼 텅 빈 집과 그 집 벽에 뚫려 있는 동그란(圓覺) 창문에 숨어 있고, 늙은 소나무를 부축해 주는 젊은 소나무의 줄기와 잎사귀들 속에 숨어 있다.추사 김정희는 세밑의 혹한 속에서 세한도를 그렸을까. 만일 내가 그 당시 제주도에서 추사 김정희처럼 유배살이를 했다면 한겨울에 세한도 같은 그림을 그리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가령 한겨울 혹독한 추위 속에서는 뙤약볕 여름을 생각하고, 후텁지근한 찜통 무더위 속에서는 엄동설한을 생각한다.40년 전, 시원한 바람 한 줄기 불지 않고, 섭씨 30도의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날 한낮에, 선풍기 하나 없는 교실에서 중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다. 학생들은 교복 윗도리를 모두 벗고 땀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학기말 시험을 앞두고 있었고, 학습 진도는 나가야 했으므로 수업을 강행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더위에 지쳐 늘어진 나 스스로와 학생들을 다잡기 위해 “창문 닫아!”하고 명령했다.“안 돼요!”학생들이 아우성을 쳤다. 설마, 우리 선생님이 농담을 하겠지, 하는 생각으로 나를 대하는 학생도 있고, 우리 선생님이 더위 때문에 정신이상이 되지 않았는가, 하는 눈으로 나를 대하는 학생들도 있었다. 나는 칠판 옆에 걸려 있는 달력을 12월 달력으로 바꿔 걸었다. 맑은 호수 저쪽으로 하얗게 눈 덮인 산이 있는 달력이었다. 그 달력을 가리키며 나는 다음과 같은 말로 학생들을 이끌었다.“이 겨울철에 덥다고 하다니…지금은 겨울방학을 앞둔 12월 중순이다. 자, 수업 시작한다.”그것은 광적인 발악이었다. 학생들도 내 뜻을 알고 더불어 미쳐 주었다. 나는 젊었을 적에 여름철이면 더위를 피해 가지 않고 정반대의 겨울을 생각하며 더위를 사냥하고, 겨울이면 추위를 피해 가지 않고 더위를 생각하며 추위를 사냥하곤 했다. 추사 김정희도 세한도를 세한의 어느 날 그린 것이 아니고 한여름에 그렸는지 모른다.아니다. 추위와 고독을 추위와 고독으로 사냥했는지도 모른다. 나는 소설 『추사』를 쓰기 위해 제주도 탐방을 수차례 했다. 여름철에도 하고 겨울철에도 했다. 제주도를 원악도라고 불렀다. 원악도(遠嶽島)일 수도 있고 원악도(遠惡島)일 수도 있다. 추사를 제주도로 유배 보내면서 그의 적들은 “제주도까지 오고 가다가 풍랑으로 인해 죽어버려라” 하고 저주했을 터다.제주도는 따뜻한 곳으로 알려져 있지만, 내가 경험한 대정현의 겨울 한파는 고추알바람과 더불어 매서웠다. 대정현의 한여름은 소금기 어린 눅눅한 바람으로 인해 후텁텁했다. 냉방시설이 없고 난방시설이 부실한 그 시절 그곳에서 추사 김정희는 어떻게 살았을까. 더위와 추위와 싸워야 하고, 모기와 파리와 빈대와 벼룩과 이와 지네와 옴과 풍토병과 싸워야 했다.거기다가 그를 가시울타리 속에 유배시킨 한양의 적들이 문득 내려 보낼지도 모르는 사약(死藥)에 대한 공포와 싸워야 했다. 높은 벼슬을 하고 있을 때는 찾아오곤 했다가 유배에서 풀릴 기미마저도 보이지 않게 되자 담을 쌓아버린 무정하고 야박한 세상 인심과 혹독한 절대고독하고도 싸워야 했다. 추위와 고독을 추위와 고독으로 사냥한다세한도를 그리던 무렵의 추사의 심사를 나는 이렇게 추리했다. 이상적이 보낸 책들을 뒤적거리기도 하고 붓의 털들을 쓸어보기도 하고 먹의 향기를 맡아보기도 했다. 그래, 나 이 겨울 한파 속에서 그대의 온정이 있어 이렇게 살아가고 있다. 뜨거운 감회를 주체할 수 없어 하늘을 향해 얼굴을 쳐들고 심호흡을 했다. 이상적에게 무엇으로 보은을 할까.시방 나의 형편으로는 난을 쳐 주거나 그림을 그려 보은하는 수밖에 없다. 설 전후의 추위를 견디고 있는 난이나 소나무를 통해 내 마음을 형상화시켜 주자. 줄기가 없지만, 칼 같은 잎사귀와, 봉이나 흰 코끼리의 눈 같은 꽃으로 기품을 드러내는 난이 도학자풍이라면, 줄기가 튼실하고 헌걸찬 소나무는 유학자풍이다.소나무가 지맥 속에 뿌리를 깊이 뻗고 짙푸른 하늘을 푸른 가지로 떠받치고 있는 것을 보면 공자의 모습이지만, 그것이 드리우고 있는 거무스레한 그림자를 먼저 보고 태허(하늘) 속에 우듬지를 묻고 사유하고 있는 자세를 보면 깨달은 석가모니의 모습이다. 하늘과 달과 별과 구름과 안개와 바람과 새들과 소통하는 소나무의 몸은 신화로 가득 차 있다.추사는 문득 겨울 한파와 적막과 침잠 속에서 다사로운 몸피를 둥그렇게 키우고 있는 우주의 시원을 형상화해 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그림 한 폭이 머리에 그려졌다. 설 전후(세한)의 고추 맛보다 더 매운 찬바람이 몰아치자, 모든 짐승과 새들은 모습을 감추고, 푸나무들은 죽은 듯 말라 적막하건만, 건장한 소나무만 푸른 가지를 뻗은 채 우뚝 서서 제 몸을 지탱하기 힘들어 하는 늙은 소나무 한 그루를 부축하고 있다. 그 부축으로 말미암아 늙은 소나무는 간신히 푸른 잎사귀 몇 개를 내밀고 있다. 그 두 나무 옆에 집 한 채가 있는데, 그 집은 마음을 하얗게 비운 유마거사처럼 사는 한 외로운 사람의 집이다.‘세상의 모든 중생이 앓고 있는데 어찌 깨달은 자가 앓지 않을 수 있겠느냐’며 칭병하고 누운 채 문병하러 오는 불보살들에게 불가사의 해탈의 진리를 설하는 유마거사. 그는 일체의 탐욕으로부터 벗어난 손님들에게 깨달음의 세계를 보여줄 심산으로 그의 집 거실을 텅 비워 놓았다. 세한 속에서 얻은 불가사의 해탈의 무한광대하고 둥근 깨달음(圓覺)은 텅 빈 하늘을 흡수지처럼 빨아들인 신묘한 힘이다. 수미산을 겨자씨 속에 넣고, 세상의 모든 바닷물과 강물들을 한 개의 털구멍 속에 다 쑤셔 넣을지라도, 수미산과 겨자씨와 사해의 물과 털구멍들이 모두 끄떡도 안 하는 그 신묘한 힘은 공자와 맹자의 어짊과 안빈낙도와 노장의 무위와 다르지 않다. 그 힘은 그 집의 주인으로 하여금 장차 병에서 일어나 중생들과 더불어 살게 할 터다. 그림을 그리는 동안 내내 추사의 머리에는, 고향 예산의 용산에서 살던 어린 시절, 측간에 갔다가 들어오면서 보았던 한겨울의 들판 한복판에 서 있던 소나무 네 그루가 떠올라 있었다. 그림은 일사천리로 그려졌다. 어린 시절, 예산의 집에서 바라다보이는 그 겨울 들판 한복판에는 누가 왜 소나무 네 그루를 남겨 놓았을까.아, 나무인도의 한 왕자는,푸른 우듬지를 하늘로 쳐들고 있는 나무를 보며,‘나무(南無·그곳에 이르게 해 주십시오)’라고 말했지만,나는 말한다, 그곳에 이르려면 ‘나(我) 무(无·없음)’가 선행되어야 한다고.어디에 이르게 해 달라는 나무인가,그곳은 내가 나를 텅 비운 채 돌아갈 태허, 그 푸른 하늘의 시공이다.그 그림을 이상적에게 주기로 작정했다. ‘세한도’라는 세 글자를 오른쪽 위에 가로로 쓰고, 그 옆에 세로로 ‘우선 이상적의 참된 삶을 상찬한다’고 쓰고, 그림 왼쪽에 내리 글씨로 가슴에 쌓여 있는 말을 늘어놓았다. 세한도 속에 숨어 있는 희망의 빛“그대, 지난해에는 ‘대운’ ‘만학’ 두 문집을 보내왔고 금년에는 ‘우경의 문편’을 부쳐왔는데, 이는 세상에 흔히 있는 일이 아니다. 그 문집들은 그대가 천만리 밖에서 여러 해 동안 애써 구득한 것이며, 쉽사리 손에 넣을 수 있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에게 아낌없이 주었다. 세상의 풍조는 오직 권세와 이익만을 붙좇는데, 신산의 노력으로 얻은 결과를 권세 이익 얻을 수 있는 사람에게 바치지 아니하고, 바다 밖의 한 야위고 파리해진 사람에게 돌리기를, 마치 세상이 권세 이익에 붙좇는 것과 같이 하고 있으니 이게 어인 일인가. 태사공이 말씀하시기를 ‘권세 이익을 얻기 위해 어울리는 자는 상대에게 권세나 이익이 없어지면, 그 상대와의 사귐이 성글어진다’고 하였는데, 그대는 그러한 풍조 속에 살면서도, 왜 (초연히 스스로 권세 이익 얻기 경쟁의 테두리 밖으로 벗어나서) 권세 이익을 따지고 가리면서 나를 대하지 않는 것인지, 그렇다면 태사공의 말씀이 잘못된 것인가. 공자님이 말하기를 ‘가장 추운 때에 보면, 소나무 잣나무가 가장 나중에 시들어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고 하셨는데, 과연 보니, 소나무 잣나무는 바로 사계절을 일관해서 시들지 않고, 세한 이전에도 하나의 소나무 잣나무이고 세한 후에도 하나의 소나무 잣나무이다.지금 그대는 나를 대하기를, 권력 가지고 있던 이전이라서 더함도 없고, 제주도에 유배된 이후라서 덜함도 없다. 이전의 그대는 칭찬할 게 없었을지라도 이후의 그대는 성인의 칭찬을 받을 만하다….”오늘날 역사 속에서 추사는, 다만 추사체라는 특이한 글씨체를 창안한 천재 서예가로 자리매김해 있을 뿐이다. 추사가 당시에 살아낸 신산하고 참담한 삶은 간과된다. 추사가 얼마나 새로운 삶을 추구한 사람이었는가, 조선조 후기, 안동 김씨 60년 세도라는 암흑기 속에서 세상을 어떻게 바꾸려 했는가 하는 것은 추사체 글씨들과 세한도로 말미암아 가려져 있다.나는 세한도에서, 어두운 세상 속에서 멀리 새 삶을 내다보며 살아낸 남자의 분노와 인고와 절대고독의 삶을 읽는다. 세한도에 서 있는 나무들의 잎사귀들은 많지 않다. 그 잎사귀들은 쭈뼛거리고 앙당그러져 있다. 세한도 속에는 희망의 빛이 숨어 있다. 추사 김정희가 안동 김씨를 중심으로 뭉쳐진 적들에게 쫓겨 제주 유배를 가지 않을 수 없는 단초를 제공한 사람은 순조 임금의 아들 덕인세자(시호는 효명세자)였다.덕인세자는 조선조 후기 암흑시대의 희망이었다. 순조 임금은 아버지 정조의 사후, 11세의 나이로 임금이 되었고, 장인 김조순의 품 속에 장난감처럼 들어 있었다. 정치 권력은 안동 김씨인 장인 김조순의 손아귀에 있었다. 안동 김씨들에게 주눅이 들어 있는 순조는 정조 임금의 기상을 닮고 총명한 덕인세자에게 대리청정을 하게 했다. 덕인세자 19세 때였다.덕인세자는 정조가 못한 일을 하겠다고 나섰고, 벼슬을 팔아 치부하는 부패한 세력들을 하나씩 쳐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장차 추사 김정희를 중용하려고 했다. 그러던 덕인이 대리청정 3년 만에 급사하고 말았다. 안동 김씨들은 먼저 덕인세자의 주변 사람들에게 덕인세자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묻고, 덕인이 중용했던 신하들을 모두 죽이고 유배 보냈다. 죽거나 유배 간 사람들 가운데 추사가 끼어 있었다.역사는 되풀이된다세한도를 보면서 역사를 생각한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추사 시대에 박해 받은 추사의 무리는 오늘날 어떤 사람들이며, 추사의 무리를 박해한 안동 김씨 무리는 오늘날의 어떤 무리일까. 역사에는 역사를 올바르게 이끌려는 동의 세력과 그 세력을 무력화시키고 퇴행시키려는 반동의 세력이 있다.세한도를 보면서, 안동 김씨를 중심으로 결집된 무리에게 주눅 들어 있는 사람들은 오늘날의 누구일까를 생각한다. 오늘의 세한이 슬프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세한도 속에는 기다림이 몸을 웅크리고 있다.

2008.12.29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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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개혁 전도사 서남표 KAIST 총장

산업 일반

국내 최고의 이공계 대학 KAIST(한국과학기술원)에 개혁 태풍이 몰아쳤다. 테뉴어(tenure·정년보장)를 신청한 교수 35명 가운데 15명을 탈락시켰다. 07학번 학생부터 영어로 수업을 받고, B학점 미만이면 등록금도 내야 한다. 학업성적 외에 창의성, 리더십, 인성 등을 종합 평가하는 방식으로 입시 제도도 바꿨다. 계속 진행형인 ‘KAIST 혁명’의 한복판에 개혁 전도사 서남표 총장이 있다. 서남표 총장은… 1936년 경북 경주 생미국 MIT 학사·석사, 카네기 멜론대 박사65~69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교수70~2006년 MIT 교수76~84년 MIT 제조 및 생산선 연구소 소장84~88년 미국 국립과학재단 공학담당 부총재89~06년 MIT 석좌교수2001년~ KAIST 석좌교수2006년~ KAIST 총장2007년~ 한국공학교육인증원 원장 87년 미국 과학재단(NSF) 올해의 국가공학자상 95년 KBS 해외동포상97년 호암상 공학상06년 국제생산공학아카데이(CIRP) 제너럴 피에르 니콜라우상07년 미국플라스틱공학회 종신업적상  (2001) (2005) (2006) ‘KAIST에는 학생과 방학이 없다’는 말이 있다.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먼저 ‘학생이 없다’는 말은 학기 도중 그 넓은 교정에서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어서다. 다들 연구실과 강의실, 도서관 등에서 공부하느라고 하릴없이 돌아다니는 경우가 없다. 다음 ‘방학이 없다’는 말은 정작 학생들이 집에서 쉬어야 할 방학이면 여기저기서 학생들을 많이 볼 수 있어서다. 2월, 겨울방학인데도 도서관과 연구실, 기숙사에 가보면 학생들이 빼곡하다. 그래서 항상 좋은 의미의 긴장감이 도는 대전 KAIST에서 서남표(72) 총장을 만났다. “KAIST의 목표는 딱 하나예요. 세계에서 제일 좋은 대학을 만드는 겁니다. 그게 어디 말처럼 쉽겠어요? KAIST 학생의 질은 미국 메사추세츠 공과대(MIT)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그런데 세계적인 지도자가 되려면 머리 좋은 것만으론 안 됩니다. 우리 학생들이 시키는 일은 잘 하는데, 이제 스스로 하는 힘을 기르도록 해야지요.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실행하는 과정을 거쳐 혼자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 줘야 합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한국 교육의 현실은 선생들이 시키는 것을 잘하는 학생을 착하다며 좋아하고, 독불장군처럼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면 교수들이 감당하지 못한 채 버릇 없다고 나무라고 그랬잖아요.” 미국에서 50년 넘게 공부하고 대학에서 강의해온 그가 2006년 7월 KAIST 총장을 맡아 귀국해 보니 듣던 대로 한국 대학 교육의 현주소는 말이 아니었다. KAIST의 학생 수는 MIT의 70% 정도인데 교수의 수는 40%다. 더구나 예산은 MIT의 10분의 1 정도로 ‘쥐꼬리 수준’이다. 학생 수와 교과목 수요 등을 따져 보니 교수가 300명 정도 더 필요한데도 물리적으로 어찌 할 방법이 없었다. “한국에서 제대로 돌아가는 사립대학이 몇 군데 없어요. 복잡하게 따질 것 없어요. 수업료는 미국의 4분의 1 수준인데 교수들의 월급은 거의 비슷하거든요. 이것을 꿰어 맞추려다 보니 교수가 부족해 학생들을 일일이 지도하지 못하고 도매급으로 취급하는 것이죠. 그 결과 학생들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시키는 것 하지 말고 아이디어 내라 사정이 이렇다고 불만만 이야기하고 다닐 수는 없고, 어떻게든 ‘학교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책임감을 무겁게 느꼈다. 서 총장은 그래도 다른 대학에 비해 여건이 좋은 KAIST를 10년 안에 세계 10위권 대학으로 키우기 위해 두 가지 방법을 선택했다. 그 첫째가 대학 전체의 스탠더드를 올리는 것이고, 둘째가 (발전) 방향을 제대로 잡는 것이다. 스탠더드를 높이기 위해 테뉴어 심사를 강화하는 한편 학과 중심으로 학교를 운영하고, 공부 못하는 학생에게 수업료를 내도록 했다. 학교의 방향성은 교수도 모자라고 재정도 빈약한 상황에서 다하려 들지 말고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으로 설정했다. 그래서 만든 것이 바이오 융합 연구소 등 6개 연구소(KAIST Institute)와 EEWS(에너지, 환경, 물, 지속 가능성=Energy, Environment, Water & Sustainability) 프로젝트, 고위험-고수익(High Risk-High Return) 연구 풍토 조성이다. “사람들이 21세기에 살아 남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KAIST가 앞장서 풀어 나갈 것입니다. EEWS는 인류가 해결해야 할 문제니까 이를 푸는 사람(교수와 학생)은 유명해질 겝니다. EWES의 목적은 인류가 필요로 하는 것을 해결하는 동시에 새로운 학문을 만드는 것이지요. 또 그 결과 한국에 새로운 산업이 생길 것이고 말이죠. 대학의 사회와 국민에 대한 보답은 이렇게 하는 것입니다.” 여기서 EEWS의 가시적 성과가 언제쯤 나오느냐고 물었더니 “잘 몰라요. 누가 알아요. 재수가 좋으면 금방 나올 것이고”라며 껄껄 웃는다. “목표야 가능한 빨리 내는 것이지만, 언제라고 말하면 내가 거짓말하는 것이 될 테고…. 분명한 점은 교육적 차원에서 보면 성공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설령 제품으로 나오지 않을 수 있지만 대학의 연구 문화를 바꾸는 것이므로 꼭 실패라고 볼 수는 없겠죠.” 서 총장의 대학 내 연구문화 북돋우기는 고위험-고수익 연구계획 주문으로 이어진다. 교수나 학생이나 좋은 아이디어가 있으면 연구비를 신청할 수 있다. 현재 얼음연료전지, 무정차 고속열차, 고속 고출력 광선 재결합 레이저, 달 탐사 착륙선 개발 등 6개를 진행 중이다. 특히 250kg급 달 탐사 소형 위성과 무인탐사 자동차 개발 프로젝트와 관련 KAIST는 올 1월 미 항공우주국(NASA) 에임스(Ames) 센터와 공동 연구를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교수는 물론 학생들도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생각해 하라는 것입니다. 그래야 과감하고 새로운 아이디어가 나오지요. KAIST에까지 와서 교수들이 옛날에 하던 것 시키면 그대로 또 하고 그러지 말라는 거죠. 경쟁을 해야 합니다. 논문도 쓰려면 큰 것을 쓰라는 거에요. 왜 쓸 데 없는 연구를 합니까? ‘이런 것 하면 논문이 나올 것 같다’는 식으로 하지 말라는 겁니다. 논문이 나올 지, 안 나올지 모를 그런 연구에 몰입해야 큰 일을 낼 수 있지 않겠어요?” 서 총장은 그 대표적인 사례로 미국 보스턴과 샌디에이고 등 생물학과가 유명한 대학 근처에 몰려든 바이오테크(BT) 회사를 꼽았다. 보스턴 부근에 최근 15년 사이 약 300개의 바이오테크 기업이, 또 이들 기업에서 사용하는 기구를 만드는 회사가 150여 개 설립됐다. 그 결과 400조원에 가까운 시장이 형성됐다. “40년대 양자학과 자동차 산업은 연관이 없었어요. 50년 DNA(유전자)가 발견됐는데 당시만 해도 DNA와 제약산업은 역시 관계가 없었고요. 그런데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분자생물학과 제약산업이 하나로 연결돼 있어요. 그래서 BT 기업이 유명 대학 옆에 들어서는 것입니다.”   과학과 기술이 붙어야 산업 발전한다 이 대목에서 서 총장은 과학기술부를 교육인적자원부에 통폐합한 새정부의 조직개편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 자신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를 찾아가 한 시간 반 동안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행정 하는 사람들이 잘 몰라서 그런지 과학은 여기 있고 기술은 저기 있는 것으로 생각해요. 증기 기관차가 나온 뉴턴 시절부터 지금까지 과학기술이 경제와 어떻게 연결돼 왔는지를 잘 살펴 보세요. 더구나 지금 새로운 산업은 과학과 기술이 딱 붙어서 나옵니다. 흔히 앞으로 우리를 먹여 살릴 신산업으로 불리는 BT나 NT(나노 기술)도 마찬가지예요. 유명한 스위스 제약회사 노바티스(Novartis)가 연구소를 스위스에서 보스턴으로 옮겼어요. 머크(Merck)라는 미국 제약회사도 보스턴에 부지를 물색 중이고….” 여기서 서 총장의 목소리가 더욱 커진다. 그는 인터뷰 내내 메모지 한 장 없이 자신의 생각과 철학을 막힘 없이 직설 화법으로 이야기했다. 각종 특허를 60여 개 갖고 있는 서 총장의 미래 한국의 과학기술과 산업 발전론은 이렇다. “기초 연구는 지금까지 정부 몫이었다. 기업이 하기 힘든 구조다. 돈이 될 가능성이 작은데 어느 기업이 리스크를 택하려 들겠는가. 과학기술 분야는 정부가 리스크를 선택해야 한다. 이제 한국에서 자본만 갖고 큰 비즈니스를 하기 어려워졌다. 더구나 지금 잘 되는 산업도 더 이상 크기 힘들다. 조선과 철강 등 전통 제조업은 중국이 바짝 따라오고 있다. 철강 제품은 이미 중국에서 한국으로 들어오는 시대가 됐다. 물론 지금까지 해오던 것을 잘해야 한다. 조선·철강업을 하긴 해야 하는데, 이것을 두 배로 만들어선 우리나라 국민소득을 두 배로 만들기 어렵다.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새로운 산업을 일으켜야 한다. 바로 지식을 기반으로 하는 산업, 이를테면 BT나 NT가 정답이다. 조선 산업도 배를 짓는 데서 벗어나 화물 선적과 하역의 효율성을 높이는 해양 시스템이 더 중요해진다. 지식산업에도 서비스 산업과 생산 산업이 있다. BT는 생산 산업이고 금융은 서비스 산업이다. 젊은이들이 자꾸 대기업에 취직하고 싶어하는데 한국이 잘 되려면 새로운 지식산업을 만들어내야 한다. 또 앞으로 지식산업을 더 잘 하려면 인재가 필요하므로 정부가 계속 더 투자해야 한다. 다시 말해 과학기술 분야의 리스크는 정부에서 져야 한다.” 서 총장이 KAIST 식구들에게 강조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각 분야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시스템 정비고, 그 방법으로 제시하는 것은 목적을 분명히 하는 사고방식(functional thinking)이다. 방법론을 갖고 괜히 티격태격하지 말고 목적이 무엇인가를 깊이 생각하자는 주문이다. 목적만 분명하게 잘 정하면 그 다음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면서. “자, 지금 목적이 서울로 가는 거라면 누구는 경부고속도로, 누구는 기차, 누구는 고속버스를 타고 갈 텐데 다 괜찮다는 것이죠. 서울만 가면 되니까. 물론 도착 시간이야 차이가 조금 나겠지만. 이게 좋으니 저게 좋으니 다투는데, 실제로 왜 싸우는지 들여다보면 이 사람은 이 목적, 저 사람은 저 목적을 생각하고 있는데 서로 방법을 놓고 얘기하니 싸울 수밖에 없는 거죠. 사업할 때 가장 먼저 정해야 하는 것이 바로 목적입니다.” 목적이 분명해야 통한다 ▶KAIST 바이오융합연구소 여기서 서남표 교수는 목적론을 ‘수도꼭지론’에 빗대 설명한다. 수도꼭지의 목적이 물의 양과 온도 조절 등 여러 목적이 있다고 하자. 이 경우 수돗물 양에만 신경 쓰면 온도가 달라져 조절하기 어렵다. 마찬가지로 온도에만 신경 쓰면 양의 조절이 힘들다. 수돗물 양은 양대로, 온도는 온도대로 컨트롤하면 복잡하고 힘들다. 이때 목적을 바꿔 더운 물도, 찬 물도 나오게 하면 물의 양과 온도를 함께 조절할 수 있다는 논리다. “정부 정책도 마찬가지죠. 목적이 뭐냐에 따라 옳을 수도, 그를 수도 있죠. 과학기술부 통폐합도 그래요. 목적을 정확히 설명해줘야 알아듣지요. 과학기술부가 주관하는 연구 과제의 첫째 목적은 지금까지의 산업을 더 잘 되게 하는 것이고, 둘째 목적은 앞으로 가망 있는 분야에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것이지요. 한국의 보스턴을 대덕에 만들자는 것이 KAIST의 목적이듯 말입니다.” 서 총장은 KAIST가 교육과학부 아래 기관으로 들어갈 경우 다른 대학과 차별화한 특성이 사라질까 봐 내심 걱정하고 있다. 서 총장 부임 이후 KAIST는 이번 신입생부터 입시 제도를 확 바꿨다. 학업성적이 좋아도 교수 3명이 지원자 14명과 하루 종일 인터뷰하는 2차 평가(창의성·리더십·자원봉사 평가)에서 나쁘면 탈락시킨다. 그 결과 과학고의 실험 학습이 늘고 과학고 입시도 창의성을 중요하게 보는 등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학문도 인천상륙작전 식으로! 서 총장의 대학 개혁은 오늘도 진행형이다. 학교 행정을 수술하는 1단계 개혁에 이어 올해부턴 연구 시스템을 쇄신하는 2단계 개혁에 들어갔다. 기존 학과를 조정하거나 재편하는 한편 새로운 학과를 만드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그 배경으로 서 총장은 학문 연구의 인천상륙작전론을 편다. “6?5전쟁 때 맥아더 장군이 인천에서 치고 올라가 뒷길을 자르니까 전세가 역전되지 않았습니까? 학문도 마찬가지예요. 따라가다 보면 한없이 뒤만 좇아가야 합니다. 미리 나가 앞에서 진을 쳐야 따라잡을 길이 보이지요.” 그 전략으로 KAIST는 IT(정보기술) 대학을 설립한다. 대개 이런 경우 다른 대학에서 전기과와 전산학과를 두는 것과 달리 KAIST는 콘텐트 엔지니어링(Content Engineering)과 콘텐트 매니지먼트(Content Management)학과를 둘 계획이다. 과거 컴퓨터가 처음 나와 하드웨어 개발이 돈이 되던 시절의 전기·전산과로는 승부를 걸 수 없으니 소프트웨어와 콘텐트·데이터베이스 관리 및 디자인과 디지털화를 연구하는 학과를 개설하는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해양 시스템과를 새로 만들 생각이다. “조선업을 크게 보면 배는 해양 시스템의 한 부분입니다. 항구에 가 보면 짐을 내리거나 싣지 못해서 그냥 서서 기다리고 있어요. 전체 시스템으로 보면 배를 많이 만드는 것만이 솔루션이 아니에요. 배를 많이 지어 항구 밖에 세워 놓는 게 목적이 아니고, 짐을 싸게 빨리 올리는 것을 목적으로 삼아야지요. 어떻게 배가 빨리 들어오고 나가게 할 것인지 전체를 봐야 합니다.” 그는 바이오 산업 관련 학과를 한데 모아 생명과학대(College of Life Science)를 세울 계획도 갖고 있다. 생물학과는 자연과학대에, 바이오 엔지니어링 같은 다른 과는 공과대에 소속돼 있는 옛날 방식의 조직을 바꿀 참이다. KAIST는 경영학석사과정(MBA) 학생들에게 실전 투자를 해보라며 학교 기금 10억원을 내놓는 새로운 실험에 착수했다. 금융전문대학원은 2월 15일 이 돈으로 ‘카이스트 학생투자펀드(KSIF, KAIST Student Investment Fund)’를 출범했다. 학생들더러 투자하라고 학교가 돈을 대주기는 KAIST가 국내에선 처음이다. 외국 대학에선 학생투자펀드(SIF)를 교과목으로 둔 곳도 있다. 미국 오하이오 주립대 SIF는 2000만 달러가 넘는 돈을 굴린다. “교육은 이론과 현장에 필요한 내용을 모두 담아내야 합니다. 금융 현장에서 곧바로 쓸 수 있는 인력이 되려면 돈을 잃거나 따본 경험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 돈을 잃어도 교육 경비로 생각하겠습니다.” 서 총장은 그렇다고 대학 이름을 브랜드로 내걸고 본격적인 수익사업을 벌이는 데는 회의적이다. 미국 MIT 교수 시절 MIT 발전 회사(MIT Development Corporation) 프로젝트에 따라 그가 발명한 쇠 깎는 기계에 코팅 처리해 오래 가도록 하는 곳 등 여러 회사를 차렸는데 몇 년 뒤 대부분 문을 닫은 경험이 있어서다. ▶KAIST에서 만든 휴먼 로봇 ‘휴보’및 학생들과 함께 가진 즐거운 시간. “대학은 학생 중심으로 움직여야” “중요한 것은 누가 돈을 내 리스크를 떠안느냐입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남에게 팔 줄 알아야 하고, 공장을 세울 때까지 비용이 많이 들어갑니다. 결국 누군가 투자를 해야 하고, 투자가 많이 들어올수록 교수 지분은 적어지죠. 벤처캐피털이 돈을 대도록 하고 그들이 원하는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더구나 한국은 시장이 적어 성공하기 더욱 힘듭니다. 학교에 사업할 돈이 있으면 미국에 사무소를 내는 게 낫지 않을까요. 미국은 시장이 워낙 크니까 성공하면 큰 돈을 벌 수 있지요. 한국에서 성공한 네이버가 미국에서 사업을 벌였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구글처럼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했을 지도 모르죠.” 실제로 KAIST는 샌프란시스코 사무소 개설을 준비 중이다. 서 총장의 개혁에 대해 대학 내부에서 반대의 목소리도 들린다. 대학 측은 그동안 거의 무료였던 등록금을 지난해 1학년부터 학점(절대평가)이 3.0 이상이면 무료, 2,0 이하면 연간 1500만원, 2.0 초과~3.0 미만에는 비례 부과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성적에 관계없이 모두에게 장학금을 주면 나태해진다는 논리에서다. 이에 대해 일부 학생들은 자신들의 의견이 배제된 100% 영어 강의와 학점에 따른 수업료 징수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금 아무리 설명해도 당장 불편하고 돈을 내야 하는 것만 생각하니 이해가 되지 않고 불만스러울 수 있지요. 학생들이 세계 무대에서 활약하는 지도자로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지금은 이해하기 어려워도 20년 뒤 사회 생활을 하면서 깨달을 겁니다.” 대학 측은 학생들에게서 받은 등록금으로 병원을 지어 무료로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오랜 MIT 교수 생활에서 경쟁 원리를 체득한 서 총장은 한국 교수 사회에 대해 강한 어조로 달라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여러 나라를 돌아다녀 보니 어느 나라든 영어를 못하는 국가는 핸디캡이 많더라고요. 프랑스 교수들이 영어를 잘 못해요. 그래서 국제 무대에서의 활동이 미약합니다. KAIST도 국내에서 공부한 분들이 가장 걱정이 많다는 것 압니다. 문학을 영어로 가르치려면 쉽지 않죠. 과학 기술이야 공식도 쓰고 하면 그래도 나은데. 이런 어려움을 이해하지만 그래도 어떡합니까? 대학이 학생들 교육시키는 곳이지 교수님들이 편하라고 있는 건 아니잖아요. 지금까지 한국 대학은 모든 게 교수 중심으로 운영돼 왔습니다. 대학은 마땅히 학생 중심으로 움직여야지요. 교수도 학생과 1대 1로 배우는 자세로 가르쳐야 한다고 봅니다. 교수라고 어떻게 다 압니까? 학생은 어리고 뭐가 뭔지 몰라서 자신이 모르는 점도 잘 모르지만 교수야 경험이 많고 아는 게 많으니까 자신이 모르는 점을 잘 알지요. ‘너는 학생, 나는 교수’ 하며 편 가른 뒤 학생이 물어보면 정작 자신도 모르면서 ‘이것도 몰라’하며 가르치면 안 된다는 말입니다. 어떤 교수는 교재도 쉬운 것 쓰고 대충 가르치고, 어떤 교수는 여러 어려운 교재를 갖고 힘들게 가르치는데 나중에 학생들이 평가한 것을 보면 쉽게 대충 가르친 교수의 점수가 좋지 않더라고요. 학생들도 교수 실력을 다 압니다.” 그는 매사에 철두철미하지만 마음은 따뜻한 사람이다. 숙명여대 초청으로 대학 개혁에 대해 강의한 뒤 이경숙 총장에게 KAIST 테뉴어 심사에서 탈락한 교수의 취업을 부탁하기도 했다. 서남표식 개혁의 추동력은 대화와 설득, 솔선수범의 리더십에서 나온다. 자신의 외부 강연이나 원고 집필로 들어오는 수입은 학교 발전기금으로 내놓는다. 승용차로 이동하면서 10분 이상 자투리 시간이 나면 노트북을 연다. 새벽 시간에도 본인이 직접 e메일에 답장한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 차를 타 들고 온 비서에게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건넬 정도로 아랫사람을 배려한다. 서 총장 부임 이후 미국에서 보내오는 학교 발전기금이 눈에 띄게 늘었다. 1월 말 현재 1250만 달러의 기금을 모금했다. 서 총장은 학교를 상징하는 조형물 옆에서 사진을 찍으며 “이게 넘어가면 내가 돈을 물어줘야 한다”고 하는 등 유머가 넘친다. 총장 임기(2010년 7월)를 마치면 미국으로 돌아가 쓰던 책을 마무리하겠다는 그는 미국 과학재단 공학 담당 부총재 시절처럼 KAIST에서도 “(내가 개혁한 것을) 남이 들어와 바꾸지 못하도록 자리에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되는 시기가 빨리 와 한국에서도 책을 쓸 수 있는 기회가 왔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자식은 부모 행동을 배웁니다” 네 딸 모두 미국 명문대 보낸 비법 서남표 총장은 고등학교 때 미국으로 이민 가 MIT(학·석사), 카네기 멜론대(박사)를 졸업한 뒤 MIT 기계공학과에서 36년 동안 강단에 섰다. 바이오 등 다른 분야와 기계학을 접목한 ‘응용기계학’을 도입, 일찍이 학문 융합에 앞장섰다. 1984~88년에는 미국 과학재단(NSF)에서 공학 담당 부총재로 있으면서 미국 과학연구 정책과 예산을 총괄했다.능력을 따지는 미국 주류 사회와 세계 과학계에서 ‘닥터 냄수(Nam Suh)’로 통하는 그는 2006년 7월 “조국에 마지막 봉사하는 기회로 삼고 싶다”며 KAIST 총장에 취임했다. 그는 자식 농사를 잘 지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네 딸 모두 명문대를 나와 하버드대 교수와 뉴욕타임스 기자 등으로 일한다. 부인도 일찍이 이화여대(약학과)를 나와 미국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했다.“전 만날 밖에서 일만 하느라 (아이들 교육에) 기여한 게 없어요. 제 주의는 하고 싶은 것 마음대로 하도록 하는 거예요. 아이들에게 이래라 저래라 하지 않았어요. 사람 귀가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나 있어 뭐라고 하면 한 쪽 귀로 들어왔다가 다른 쪽으로 나가거든요. 대신 부모들이 하는 행동은 눈으로 보고 그대로 배웁니다. 눈이 뒤에도 있으면 앞에서 본 게 뒤로 나갈 텐데….”서 총장은 칠순을 넘긴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건강하다. 목소리도 젊은이 못지않게 쩌렁쩌렁하다. 가끔 걷는 것 외에 특별한 건강관리 방법이 없다는 서 총장. 주변에선 모든 일에 의욕을 갖고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비결이 아니겠느냐고 귀띔한다. 평소 학교 계단을 두 계단씩 오르는 서 총장은 일주일에 80시간 일하라고 강조한다.“남들이 자꾸 나이 많다고 하는 데 전 그렇게 생각 안 해요. 사는 것 자체를 젊게 살려고 하고. 항상 학생들이랑 함께 있어서 그런지….”

2008.03.12 10:21

13분 소요
[기업단신] 역동적인 ‘새 옷’ 갈아입어

산업 일반

아시아나항공(대표 강주안)은 10월 26일 새 디자인으로 도장한 B777 항공기(HL7597)를 처음으로 선보였다. 새 항공기의 특징은 아시아나를 대표하는 색동 이미지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새 CI 컬러와 조화돼 역동적인 색동의 형상으로 들어갔다는 점이다. 아시아나 항공은 “5년 안에 아시아나가 보유하고 있는 60여 대 항공기의 도장작업을 완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명품 필기구 ‘아포제’ 크로스펜 명품 필기구 브랜드인 크로스(Cross)가 아포제(Apogee) 라인의 성공적인 출시를 계속해 이어갈 새로운 신제품을 선보인다. 이번에 소개되는 아포제의 구성은 세 가지 디자인이다. ‘크롬 스타카토’는 매혹적인 도시의 수많은 창문을 연상케 한다. ‘그레이 헤링본’과 ‘프로스티 스틸’은 금속의 차가운 매력과 디자인의 조화가 어우러진 제품이다. 또 크로스의 18K백금 펜촉은 세밀하게 조각됐다. ‘ 우수산업디자인’ 선정돼 충북소주 충북소주(대표 장덕수)는 천연 100년근 배양산삼주 ‘휘’와 일본 수출용 소주 ‘청풍’ 두 가지 제품이 ‘2006 하반기 우수산업디자인’으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우수산업디자인은 국제인증제도로, 심미성·기능성·경제성 같은 심사기준에 따라 우수디자인 상품을 인증하는 제도다. 충북소주 측은 “이번 일을 계기로 기업경쟁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천연색 ‘큐원 플라워슈가’ 삼양사 삼양사(대표 김윤)는 설탕에 천연의 색을 가미한 ‘큐원 플라워슈가’를 출시했다. 큐원 플라워슈가는 설탕의 달콤함뿐만 아니라 보는 즐거움을 더한 제품이다. 천연색소를 사용해 다양한 색상의 꽃잎을 연상하게 한다. 가격은 1900원(300g)이다. ‘현대카드 슈퍼매치III’공식 후원 롤렉스 롤렉스는 11월 21일 잠실 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현대카드 슈퍼매치III’를 공식 후원한다. 현대카드 슈퍼매치III는 현재 남자테니스 세계랭킹 1위인 로저 페더러와 2위인 라파엘 나달의 맞대결로 많은 테니스 팬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는 대회다. ‘GPU’ 온도 낮춘 카드 내놓아 아수스 아수스는 최근 출시한 그래픽카드 ‘EAX1950프로(EAX1950Pro)’에 독자적인 냉각장치인 ‘팬 싱크’를 채택, 기존 모델보다 GPU(그래픽카드의 중앙처리장치)의 온도를 최대 10℃ 낮게 동작하도록 만들었다고 밝혔다 전국 대형병원 인터넷 전화 구축 스프린트텔레콤 스프린트텔레콤(www.sprintel.co.kr)은 10월 27일 국내 최대 병원협의기관인 대한병원협회(www.kha.or.kr)와 전국 병원의 인터넷전화 및 영상전화 서비스 사업계약을 체결했다. ‘조인스 아카데미’ 추계 세미나 열어 조인스 HR 11월 17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전국 교원단체협의회 4층 강의실에서 ‘2006 조인스 아카데미 추계 세미나’가 열린다. 이 세미나에서는 리더십 교육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다. 겨울방학용 연수 프로그램 베스트유학원 미국 버지니아주 스프링필드와 베스트유학원 측은 공동으로 교육 명문도시 페어팩스(Fairfax)에서 미국 공립학교 수업을 직접 체험하는 겨울방학 단기 연수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3인 조각전…조병섭·양재건·박승모 장은선 갤러리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인사동에 위치한 장은선 갤러리에서는 조병섭·양재건·박승모 3인의 조각전이 열린다. 이번 조각전은 한국의 현대 조각을 대표하는 3명 작가의 작품을 한눈에 찾아볼 수 있는 기회로 예술 관계자들의 큰 관심을 얻고 있다.

2006.11.06 14:57

2분 소요
양재찬의 거꾸로 본 통계 ⑫ 인구주택총조사가  실업률에  영향 줬다고? … 통계조사원 10만명 모집 9월 실업률 0.2%p 높여

산업 일반

양재찬 중앙일보 시사미디어 편집위원. 가을이 깊어졌다. 낙엽이 뒹구는 이맘때면 가을을 타는 이가 많은데, 통계청은 가을이 반갑다. 가을의 문턱에 들어서는 9월이면 실업률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무더운 여름에 쉬었다 일터로 돌아온 현장 근로자들이 취업자 대열에 합류하고, 방학 때 아르바이트를 찾아나섰던 대학생들이 학업에 복귀하는 덕분이다. 실업률 하락 현상은 11월까지 이어지다 12월에 다시 높아지기 시작한다. 각급 학교 졸업자가 대거 취업전선에 뛰어드는 데다 겨울방학을 맞아 대학생들이 아르바이트를 구해서다. 대학생들은 학기 중 학업에 충실하면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혀 실업률을 끌어내리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방학 때 구직활동에 나서 일자리를 구하면 취업자요, 못 구하면 실업자로 경제활동인구가 되면서 실업률을 끌어올린다. 실업률 상승 추세는 방학이 계속되는 데다 졸업 시즌인 이듬해 2월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통상 1년 중 2월 실업률이 가장 높다. 지난해 2월 실업률은 4.2%, 올 2월은 4.3%로 각각 연중 최고를 기록했다. 봄은 땅만 녹이지 않는다. 취업전선에도 따스한 바람이 분다. 한겨울 중단됐던 건설현장이 기지개를 켜고 농촌 들녘도 바빠진다. 겨울방학에 아르바이트로 학비를 보탠 대학생들도 상아탑으로 돌아간다. 그 결과 1년 중 통상 4∼6월의 실업률이 가장 낮다. 이러다 여름이 찾아오고 다시 방학이 되면 실업률이 높아진다. 한푼이라도 벌어 2학기 등록금에 보태고 사회 경험도 쌓을 겸 취업전선으로 몰리는 대학생이 많아서다. 동사무소 근무 아르바이트 경쟁률이 몇십 대 1에 이르고, 인턴사원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렇게 실업률은 계절을 타며 오르락내리락한다. 그런데 올 9월 실업률이 3.6%로 8월과 같게 나왔다. 실업자도 8월보다 줄기는커녕 2만7000명이 늘었다. 지난해 9월에는 실업자 79만2000명, 실업률 3.4%로 8월(84만8000명, 3.6%)에 비해 실업자도 줄고 실업률도 낮아졌는데 말이다. 올 9월의 특이현상은 바로 11월 1∼15일에 실시되는 2005 인구주택총조사에서 비롯됐다. 전국 1600만여 가구를 일일이 돌며 인구와 주택의 총수는 물론 그 특성까지 조사하는 데 투입되는 인력은 10만5000명. 9월에 ‘다른 직업을 갖지 않은 고졸 이상 대한민국 국민’을 대상으로 공개 모집하는데 20만6000명이 몰렸다. 이들 중 적어도 5만 명이 새로운 구직활동인구로 잡히는 바람에 9월 실업률이 높아진 것이다. 그동안 사실상 취업을 포기한 채 구직활동을 하지 않아 취업자도, 실업자도 아닌 비경제활동인구로 잡혔던 이들이 조사요원에 응모함으로써 적극적인 구직활동을 한 경제활동인구가 된 것이다. 이들이 실업률에 미친 영향은 약 0.2%포인트다. 선발된 조사요원 10만5000명 중 여성이 90%요, 주부가 대다수다. 이들은 11월 1일부터 정식 근무한다. 비록 임시직이요, 짧은 기간이지만 명실상부한 취업자로 우뚝 서며 비로소 실업률 하락에 기여하게 된다. 맡은 일에 따라 일당 3만6750∼4만420원을 받는다. 하지만 비록 작은 부업이라도 하고 있지 않다면 10월까진 여전히 실업자 신세다. 따라서 이들은 10월까진 실업률을 적어도 0.1%포인트 끌어올리는 악역을 맡았다. 인구주택총조사 외에 농림어업총조사·서비스업총조사 등 굵직한 조사가 예정돼 있다. 조사요원 수가 센서스보다 적어 그 정도는 약하겠지만 또 실업률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이런 통계 조사요원에 응모하는 인력은 주부 등 대부분 여성이다. 우리는 여기서 일할 의사가 있고 능력이 충분한 인력, 특히 여성 인력이 많다는 점을 발견한다. 정부와 기업 등 우리 사회가 이들에게 적절한 일자리를 찾아주어야 경제도 살아나고 선진국 대열로 들어설 수 있다.

2005.10.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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