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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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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년 아웃도어 거물'의 새로운 도전[이코노 인터뷰]

유통

요즘 강태선 BYN블랙야크 그룹 회장은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한체육회장 후보 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유통업계는 물론 체육계의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서다.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차기 체육회장 적합도에서 새 출마자들 중 강 회장은 1위를 차지할 만큼 유력 후보 중 한 사람이다. 이는 그가 서울시체육회장 및 여러 국내 체육계 관련 일을 진행해오며 다져온 여러가지 능력과 보여준 성과들이 좋은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강 회장은 52년 역사를 자랑하는 BYN블랙야크 그룹을 이끌어 온 국내 아웃도어업계의 거물이기도 하다. 최근 인구 감소세와 더불어 경기 불황이 찾아오면서 시장은 크게 위축된 상황이지만 강 회장은 오히려 전망이 밝다고 강조한다. 아웃도어=등산복 공식? “후진성의 결과”국내 산업계는 지속된 인구 감소로 시름하고 있다. 사람이 줄면 그만큼 소비 여력도 줄기 때문이다. 내수를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 온 업체들은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다만 강 회장은 소비 시장 위축이 꼭 인구가 부족해서 생긴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사회적 불안에서 오는 위축이 더 크다는 얘기다. 그는 “물건을 1개 사던 사람이 2개 사고 3개도 살 수 있기 때문에 인구가 감소한다고 해서 반드시 소비 시장이 죽는 것은 아니다”면서 “소비는 수입이 있어야 하고 수입이 있으려면 경제적 안정이 필요하다. 이 안정은 사회적, 정치적 안정이 됐을 때 이뤄질 수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회장은 인구가 줄고 있지만 사회적 안정이 이뤄지면 소비는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본 셈이다.또한 그는 아웃도어업계의 전망도 밝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인들이 산를 대하는, 산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가 많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강 회장은 “예전에 산에 간다고 하면 ‘등산’이라고 했다. 요즘에는 ‘산행’이다. 반드시 정상을 찍고 와야 한다는 것이 별로 없다. 그냥 ‘산’에서 함께 간 사람들과, 혹은 혼자 ‘재미있게 즐기다 와야지’라는 생각이 크다”라며 “이는 아웃도어 이용자가 계속 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라고 했다. 그는 아웃도어 시장 활성화와 관련해서 옷을 입는 영역이 파괴돼야 한다고 봤다. 한국 사람들이 너무 복장을 고지식하게 세분화시켜 입고 있다는 얘기다. 강 회장은 “미국이나 유럽 등 아웃도어 선진국에서는 등산복이라는 말 자체가 없다. 그냥 기능성 브랜드 옷을 운동할 때나 등산할 때나 혹은 그냥 외출할 때도 구분 없이 입는다”며 “하지만 우리는 등산을 하러 가면 등산복을 사고 테니스를 하러 가면 테니스복을 산다. 너무 구분을 지어놨다. 이건 일종의 후진성이다”라고 꼬집었다.강 회장은 장차 전 세계를 호령하는 글로벌 아웃도어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블랙야크는 2013년 글로벌 사업본부를 신설하고 세계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블랙야크는 미국과 독일, 베트남, 중국 등에서 법인을 만들어 사업을 영위 중이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 시장에서 아웃도어 열풍이 불며 큰 인기를 끌고 있다.다만 블랙야크는 2015년 미국 아웃도어 브랜드 ‘나우’를 인수했지만 북미 시장에서는 아직 실질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유럽 시장도 마찬가지다. 강 회장은 글로벌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그는 특히 테크니컬 디자이너 육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웃도어 패션에 최적화된 디자이너가 국내에 없다는 얘기다. 강 회장은 “유럽 사람들은 국내 아웃도어 브랜드 옷을 불편하다는 이유로 입지 않는다”며 “유럽이 2년 걸려서 만드는 옷을 우리는 석달 만에 만드니 문제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그러면서 “유럽 디자이너들은 50~70대가 많지만 우리는 40대 후반만 되면 디자이너로 고용 자체를 안한다”면서 “우리도 숙련된 테크니컬 디자이너가 나와줘야 할 때가 됐다”고 강조했다.체육회장 새 도전...“냉정한 판단 부탁” 강 회장은 지난 11월 대한체육회장 후보 출마를 선언하며 새 도전에 나섰다. 사실 그는 이미 체육계와 인연이 깊은 사람이다. 서울시체육회 회장, 한국아웃도어스포츠산업협회 회장, 서울시산악연맹 회장 등을 역임하며 국내 생활체육 발전에 기여해 온 그다. 강 회장은 지난해 열린 2024 파리올림픽이 대한체육회 회장 후보 출마에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고 설명했다.그는 “좋은 성적을 받은 우리 선수들이 귀국 후 박수보다는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을 보고 가슴이 너무 아팠다”면서 “이제는 구시대적인 국내 스포츠 시스템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강 회장은 특히 현재의 구조 변화가 국내 체육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체육회장 선출 방식은 민선인데 민선은 곧 봉사 정신을 뜻한다”며 “회장이 봉사 개념으로 이 직을 맡아야 하는데 그동안은 그러지 못하고 권력형으로 변질됐다. 꼭대기에 있는 사람이 이를 권력으로 인식하니 문제가 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강 회장은 “권력이 아니라 봉사한다는 생각에서 이제부터라도 체육계 시스템을 잘 다져놔야 한다”며 “시스템이 잘 갖춰져 있으면 사람이 바뀌어도 큰 틀은 바뀌지 않는다”고 했다.그는 본인이 서울시체육회장직을 맡은 지난 2023년 이후 관련 민원이 단 1건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봉사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회장직에 임하면 체육현장의 민원은 자연스레 없어진다는 얘기다. 강 회장은 “회장 당선 후 서울시가 원한 것은 ‘민원 좀 없애달라’였다”며 “여러 체육종목 단체에게 ‘우리가 도와줄 거 없냐’고 엄청 쫒아다녔고 목소리를 들었다. 가만히 앉아 있으면 민원이 계속 생기는 것 아니겠나”라고 했다. 강 회장은 끝으로 국내 체육계를 바로 잡는 혁신적 개혁에 선거인단이 꼭 동참해달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체육회는 1000만 체육인에게 즐거움을 주는 행정이 필요하다”며 “사적인 감정은 잠시 접어두고 공적인 차원에서 국내 체육계의 미래를 고려한 아주 냉정한 판단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2024.12.30 06:02

4분 소요
소송전 택한 KCGI…DB하이텍은 IR 확대로 ‘맞불’

증권 일반

#DB하이텍과 강성부 펀드로 알려진 행동주의 펀드 KCGI 사이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지난 3월 DB하이텍 2대 주주에 오른 KCGI는 수차례 발송한 주주서한에도 마땅한 답을 듣지 못 햇다며 DB하이텍을 상대로 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했다. DB하이텍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기업설명회(IR) 행사를 확대 개최하며 주주들과의 소통에 나서고 있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하이텍은 전날 유한회사 캐로피홀딩스가 지난 9일자로 인천지방법원 부천지원에 회계장부 등 열람·등사 가처분 신청(경영권 분쟁) 소송을 제기했다고 밝혔다. 캐로피홀딩스는 KCGI 산하 특수목적법인(SPC)이다. KCGI는 지난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해당 소송 사실을 알린 바 있다. 앞서 KCGI는 지난 3월 캐로피홀딩스를 통해 DB하이텍 지분 7.05%(보통주 312만8300주)를 매입한 사실을 공시한 뒤 본격적인 주주활동을 전개해왔다. KCGI는 1차(4월 20일), 2차(5월 4일), 3차(5월 19일) 등에 걸쳐 주주협의 공문을 보냈고, 일정 협의가 지연되자 이달 1일 주주서한을 공개했다. KCGI는 “주주서한 공개 이후 DB하이텍이 뒤늦게 공문을 보내왔지만 주요 사항에 대한 내용이 부실했다”고 밝혔다. KCGI는 DB하이텍이 구시대적인 오너 일가와 경영진의 경영 행태로 인해 극도로 저평가 돼있다고 지적했다. KCGI는 “DB하이텍은 김준기 창업회장 일가의 사적이익 추구를 위한 도구로 활용되는 것이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특히 DB하이텍의 자사주 매입과 물적분할이 지주회사 전환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지배주주 일가의 사적 이익을 위해 660억원 규모의 계열사 간 내부거래, 김준기문화재단에 거액 기부 등을 문제 삼았다. 또 DB월드 지분에 대한 콜옵션 미행사, DB하이텍 세무조사 결과에 대한 재발 방지 대책 부족, 지난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지급수수료 급증 등을 지적했다. KCGI는 “(DB하이텍의) 자료 은닉 및 폐기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회계장부 열람 및 이사회의사록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으며 향후 주주권 보호를 위해 어떠한 형태의 법적 대응도 불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DB하이텍은 삼성증권을 경영권 방어 자문사로 선정해 대응에 나선 상태다. 오는 23일까지 IR 행사를 개최하며 우호 지분 확보에 나서고 있다. 그간 DB하이텍은 소수의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IR 행사를 꾸준히 진행해왔지만, 이번엔 공시를 통해 IR 개최를 알리고 진행 중이다. DB하이텍이 공시로 IR 행사를 진행하는 건 1997년 회사 설립 이후 27년만의 처음이다. 현재 DB하이텍 최대주주는 ㈜DB로 지분 12.42%를 보유 중이다. 특수관계인인 김준기 창업회장(3.61%), 장녀 김주원 부회장(0.39%)을 비롯해 DB생명(0.78%), DB김준기재단(0.62%) 등 특수관계자 지분은 17.82%다. KCGI는 지분 7.05%를 보유 중이며 기타 기관, 외국인, 소액투자자 지분율은 75.13%다. DB하이텍은 이번 IR에서 서울 여의도 등에서 국내 기관 투자자를 대상으로 1대1 미팅을 진행한다. KCGI와의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된 상황에서 주요 기관들에게 회사의 경영 상태와 재무구조 등을 알리고 우군 확보차 IR 행사를 확대 개최한 것으로 보인다. DB하이텍 관계자는 “그동안 기관 대상으로 IR 행사를 지속적으로 진행해왔지만, 올해는 보다 적극적인 소통을 위해 확장해서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3.06.21 16:54

3분 소요
[선데이 스테이지] 뮤지컬 ‘엑스칼리버’가 거대한 바위를 고집하는 까닭

전문가 칼럼

만들어 놓은 무대 세트가 너무 커서 극장에 못 들어가는 상황이라고 치자. 내가 뮤지컬 제작자라면 세트 사이즈를 좀 줄이지 않을까. 뮤지컬 ‘엑스칼리버’는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2019년 초연 때 국내 최대 규모 공연장인 세종문화회관 무대를 채웠던 거대한 바위가 더 커졌다. 한 덩어리였던 바위가 이번 시즌 공연장인 블루스퀘어 입구를 통과하지 못하자, 5개의 바위를 새로 제작해 무대 위에서 합쳐 더욱 거대해진 것이다. 바위에 꽂혀 있는 영검 ‘엑스칼리버’를 뽑는 자가 왕이 될 운명을 타고 났다는 아더왕 이야기인지라 바위의 존재감이 중요하긴 하지만, 스케일에 대한 제작자의 남다른 집착이 엿보인다. ‘엑스칼리버’는 ‘마타하리’ ‘웃는 남자’ 등으로 한국 창작뮤지컬의 역사를 새로 쓴 EMK뮤지컬컴퍼니의 3번째 오리지널 뮤지컬로, 초연 당시 70여명의 출연진과 100억대 제작비로 이미 ‘스케일의 끝판왕’에 등극한 바 있다. 세트 규모를 줄이고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무대를 심플하게 만드는 최근 공연계 트렌드에 정색하고 반대하는 엄홍현 EMK 대표는 ‘돈 아끼지 않고 모든 것을 다 쏟아 부은 최고의 무대로 승부한다’는 철학을 이번 시즌에도 고수했다. 사실 완전한 창작은 아니다. 2013년 뉴욕에서 개발돼 2014년 스위스에서 ‘아더 엑스칼리버’라는 타이틀로 공연된 작품이지만, EMK가 ‘인핸스먼트’ 계약을 통해 월드와이드 판권을 확보하고 규모를 키워 재창작했다. 비영리 극단이 소규모로 개발한 작품을 상업 프로덕션이 사서 대규모로 키우는 게 브로드웨이에서는 일반적인 뮤지컬 제작방식이고, 국내에서도 창작산실 등 창작자 인큐베이팅 시스템을 통해 개발된 작품이 상업 프로덕션으로 옮겨가는 패턴이 더 이상 낯설지 않다. 그런데 왜 아더왕인가. ‘엑스칼리버’는 ‘단 하나의 왕’의 운명을 타고난 아더가 내면의 악령을 물리치고 진정한 리더로 우뚝 서는 전형적인 영웅서사다. 일상에서 벗어나고파 극장을 찾는 관객들의 니즈를 충족시키기에 감동과 희망을 주는 영웅 판타지만큼 매력적인 소재도 없다. ‘반지의 제왕’ 등 서양 판타지 문학의 원조격인 아더왕 전설이 수세기 동안 원탁의 기사, 기네비어와 랜슬럿의 러브스토리 등 다양한 해석으로 변주되어 온 이유다. 유럽 뮤지컬 라이선스로 내공을 쌓아온 EMK가 영미권 진출을 목표로 만든 오리지널 작품에 안성맞춤인 소재가 아닐 수 없다. 남의 나라 이야기를 어떻게 요리해야 본고장에서 승부할 수 있을까. EMK는 대세를 거스르는 ‘스케일의 미학’에 진심을 쏟았다. 울창한 실제 숲을 옮겨다놓은 듯 공간감 넘치는 세트와 엑스칼리버가 꽂혀있는 거대한 바위산이 시선을 압도하고, 세계적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의 음악도 무대 스케일에 뒤지지 않는 웅장하고 호소력 짙은 넘버들을 쏟아낸다. 게다가 이번 시즌엔 신곡을 5곡이나 더해 다채로운 넘버들로 빈틈없이 무대를 채웠다.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캐릭터와 스토리다. 초연 당시 최고 스타 김준수로 대표되는 아더왕 캐릭터가 순수한 청년과 난폭한 왕의 면모를 오락가락하는 모습이 공감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수용해, 아더왕이 분노가 흐르는 용의 피를 타고 났다는 전사를 더욱 부각시킨 것. 서구 판타지물에서 인간을 무자비하게 살상하는 악마와 동급인 ‘드래곤’이 우리에게는 권위와 위엄을 상징하는 상서로운 존재인 만큼, ‘용의 피’에 대한 보다 섬세한 접근이 필요했던 것이다. 압권은 기네비어 캐릭터의 변화다. 로빈훗처럼 활을 잘 쏘는 여전사로 등장했다가 삼각 러브스토리를 겪고 수녀가 되어 속세를 떠난다는 초연의 결말에 구시대적 설정이라는 비난이 집중되자 180도 태세 전환을 했다. 기네비어가 마지막까지 뒤에서 활을 쏘며 전쟁을 돕고, 아더를 지킬 전사를 키우겠다며 떠나는 엔딩에 몇 년 전 진보적 여성서사로 주목받았던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떠오를 정도였다. 뮤지컬이란 게 시즌을 거듭하며 조금씩 완성도를 더하게 마련이지만, 이 정도의 태세 전환은 드문 경우다. 새삼 달라진 관객의 힘을 실감했다 할까. 손바닥 안에서 모든 욕망이 해결되는 지금 시대에 공연을 보러 움직인다는 건 그 자체로 특별한 행위가 됐다. 3시간 가까이 웅장한 비주얼 위에 김준수를 비롯해 손준호, 장은아 등 최고의 배우들이 완벽한 가창력으로 몰아치는 무대를 다 보고나니, 마치 명절 연휴에 ‘벤허’나 ‘십계’처럼 잘 만든 고전 영화 한 편을 본 듯 뿌듯한 느낌이 들었다. 좀처럼 무게라는 걸 느끼기 힘들어진 디지털 세상에서 이 무대가 왜 이렇게 무거운 바위를 고집한 건지, 저절로 설득이 됐다. 유주현 기자 중앙 컬처&라이프스타일 랩 yjjoo@joongang.co.kr

2021.09.05 12:33

3분 소요
'먹통' 백신 예약시스템, 정부는 무엇을 배워야 하나 [김국현 IT 사회학]

전문가 칼럼

백신 예약시스템이 또 먹통이 됐다. 다급한 마음에 한꺼번에 몰려든다. 백신 수급이 원활하지 않다는 뉴스는 흘러들고, 잔여 백신의 인기도 목격한 마당. 내게 모처럼 돌아온 접종 기회를 놓칠 수 없다. 접수 개시와 동시에 접속이 집중된다. 고육지책인지 대기자 수를 표시하고 기다리라는 마치 은행 대기표를 방불케 하는 시스템을 앞에 세워놨는데, 이는 현대적 상용 웹사이트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장면이다. 사이트가 열리는데 3초 이상 걸린다면 50% 이상의 방문자가 포기해 버린다고 한다. 하지만 정부의 대안이란 존재하지 않으니 배짱을 부릴 수 있다. ━ 백신 예약시스템 문제, 클라우스 필요성 알리는 효과 국내에서만 유독 이러한 시대착오적 솔루션들이 특히 정부 기관에 납품되고 있는데, 클라우드를 쓰면 이 접수창구를 순간적으로 얼마든지 늘려줄 수 있다. 10년 전이라면 모를까, 일반 기업에서도 클라우드가 대세가 돼가고 있는 시대에 이해하기 힘든 구성이다. 게다가 애초에 대기자 수라도 표시할 수 있는 대역폭이 있다면 그냥 접수해 버리면 그만일 텐데. 시스템 뒤쪽에 사정이 있나 보다. 이번 소동도 대기표 발급 같은 구시대적 시스템을 둘러싸고 벌어졌다. 뒷구멍을 발견해 발급 시스템을 우회해 새치기할 수도 있었으며, 비행기 모드를 껐다 켜는 방식으로 번호표 발급 시스템을 속일 수도 있었다. 요령 있는 이들은 알음알음 일을 끝내는 동안, 뭘 잘 모르는 일반인들만 답답함에 온 집안 폰과 PC를 총동원해 몇 시간씩이나 대기한다. 그 와중에 불과 몇 명을 남겨 두고 리셋이 되기도 했다. 결국, 대통령까지 나서 IT 강국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며 참모들을 질책하고 강력한 대응책을 요구했다. 범정부적 대응이 펼쳐졌고 네이버·카카오 및 클라우드 사업자들이 긴급회의를 하게 된다. 장애는 당사자에게는 속이 타들어 가는 일이겠지만,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된다. 이제 아마도 클라우드 사업자들은 적절히 도와주면서 홍보 효과를 볼 터이고, 운이 좋으면 네이버와 카카오처럼 이미 전국민이 과도 의존 중인 서비스들은 접점을 더 늘릴 수도 있을 것이다. 이미 QR 방역으로 인해 네이버와 카카오 앱을 띄우지 않고는 일상생활을 할 수 없게 되었으니, 그 마케팅 효과와 락인 효과, 즉 발목 잡는 효과는 엄청나다. QR 코드를 띄우는 행동에 익숙해진 김에 자사의 다른 여러 사업을 경험해 보도록 이미 유도해 가고 있다. 정부는 네이버와 카카오에게 더 없는 발판이 돼 준 셈이다. 정부의 IT는 또 실패하고 민간에 손을 내민다. 비슷한 일이 온라인 개학에서도 있었다. 그 사건 후 아예 민간에 맡기자라는 분위기조차 형성 중이다. 그런데 왜 이런 일은 반복되는 것일까? 바로 IT를 조달할 수 있던 시대가 끝나고 있다는 데 있다. IT를 토목이나 건설과 동일시한 정부 조달은 한계가 있다. 최소 1년 단위로 차세대 IT 시스 템을 조달하던 전통 기업들이 스마트 시대의 경쟁 속도에서 도태되고 있다는 점을 봐도 알 수 있다.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일을 건물에 빗대는 관습은 사라져야 할 구태다. 대개 1년은 걸려야 하는 건축물과 달리 소프트웨어는 그 골조가 차곡차곡 매일매일 올라가지도 않는다. 시멘트가 굳는 것을 기다리듯 꼭 정해진 기한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인력의 맨먼스(소프트웨어 개발 등에서 사업의 대가를 계산하는 방식의 하나)도 큰 의미가 없다. 누가 와서 일하느냐에 따라 그 결과는 제로에서 무한대까지 벌어지니 소프트웨어란 마치 경영과도 같다. 경영은 하청이 될 수 없다. 하청은 애초 계약에서 하기로 한 과업을 정해진 날짜에 끝내고 하루라도 빨리 원대 복귀하는 것이 목적이다. 시키지도 않은 일을 더 해서 괜히 일을 키우는 일은 프로젝트를 복잡하게만 한다. 계약에 없는 혁신도 자발적 개선도 일어날 수 없는 구조다. 이번 시스템을 구축한 중소기업의 실명까지 거론해 희생양 삼으며 대기업에 발주할 수 없었던 규제를 거론하고 있다. SI 대기업은 다시 공공 시장을 탐내고 있으나 그들의 참여가 능사가 아니다. 문제는 하청의 본질에 있다. 부가가치세를 신고한다거나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일처럼 법 개정의 속도에 따라 연간 단위로 기획할 수 있는 일이라면, RFP를 공고하고 관변 조달 업체가 입찰에 참여한 후 기계적 공정함에 따라 선정해도 어찌어찌 시스템은 완성될 수 있다. 시간은 정부의 편이라서다. 적시에 시스템이 기능해주지 않더라도, 경쟁사에 기회를 잃는 일도 없다. 그 시스템의 제공자가 정부밖에 될 수 없는 일이라면, 아무리 한참 뒤라도 이탈자 없이 동수의 사용자가 찾아올 것이다. 비록 투덜댈 수는 있지만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오히려 정부가 하는 일이 쉽지 않음을 이해시키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다. 정부의 시간이란 결국 제도가 결정한 시간. 늘어져도 그만이다. 하지만 신속한 의사결정과 과감한 실행력이 기대되는 상황에서는 갑자기 당황한다. 실패의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에서 더욱 그렇다. 정부 시스템의 실패가 민원인의 답답함에서 끝나지 않는 일들이 있다. 방역, 더 나아가는 전시와 같이 예측 불가능의 사태에서는 더욱더 그렇다. 하지만 예측 불가능은 기업의 일상. 기업은 주어진 상황과 현재의 제약 조건, 그리고 꼭 이루어야 하는 과제를 두고 의사결정을 해나간다. 그리고 한 팀으로 일하는 개발팀원과 함께 바로 ‘2주간의 스프린트(단기간에 반복적으로 프로토타입을 개발하고 이를 개선하는 활동)’를 가동하고 새로운 릴리스를 낸다. 소위 말하는 애자일(Agile) 문화다. 그렇게 시스템은 탄탄해지고, 그런 곳만 살아남는다. ━ 공공인력에 디지털 인재 내재화 고민할 때 기술력의 문제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기획력의 문제이기도 하다. 기술적 한계를 알고 있었다면 공지를 통해 조금 더 촘촘하게 예약 시간을 분배할 수도 있었다. PO(프로덕트 오너)의 역할이지만, 그런 책임과 권한을 지닌 이들은 현장에 없다. 마치 조달청이 있듯이, 개발청을 신설해 범정부적 시스템 수요를 처리하게 할 수도 있지만, 이 또한 트렌드에 맞지 않는다. 최근에는 개발자들이 실무 현장으로 흩어져 나간다는 뜻의 ‘개발자 디아스포라’가 트렌드다. 그래서 개발자가 금값이다. 얼마 전 ‘코딩하는 공익’이 현장의 부조리를 하루 만에 코드로 해결해 버려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역설적이게도 공익이나 돼야 강제로 정부의 현장까지 흩어져 파견될 수 있는 것이 개발자다. 현재의 공공 인력에 어떻게 디지털 인재를 내재화할지 고민해야 할 때다. 지금도 이미 각종 연구소나 진흥원 등 산하기관의 준공무원은 적지 않은 상태다. 예방접종시스템 구축에는 총 41억 이상의 예산이 투입됐다고 한다. 돈도 일자리도 없지는 않건만, 꼭 해야 했을 일에 할 줄 아는 사람은 좀처럼 잘 보이지 않는다.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 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 , 등이 있다. 김국현 IT 평론가

2021.07.31 15:55

5분 소요
극적인 변화일까 속 빈 강정일까

산업 일반

미국 일류 기업 CEO 181명이 조직한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주주 제일주의 거부하고 사회에 더 큰 책임지겠다는 뜻 밝혀 기업의 목적은 무엇일까? 기업은 얼마나 큰 대가가 따르든 주주 이익 창출을 위해 존재한다고 보는 사람이 많다. 미국 문화에 보편화된 이런 믿음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경영자의 탐욕과 부정뿐 아니라 환경악화 그리고 개인과 지역사회에 대한 무신경으로 나타났다. 기업은 다른 모든 것을 희생하더라도 이익을 좇는다는 사고방식이 미국 사회에 만연해 경제시스템으로서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타당성과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갈수록 늘어난다.몇 주 전 미국의 최대 그리고 가장 유수한 기업의 최고경영자 181명이 사회에서 기업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에 관한 합의에 이르렀다. 미국 일류 기업 CEO들로 이뤄진 업계협회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BRT)을 통해 CEO들은 ‘기업의 목적에 관한 성명(Statement on the Purpose of a Corporation)’을 발표했다. 성명에서 CEO들은 기업에는 주주뿐 아니라 모든 기업 이해관계자와 관련된 의무가 있다는 데 뜻을 같이했다. 이는 주주뿐 아니라 고객·직원·납품업체·지역사회와 관련해 기업에 의무가 있다는 의미다. 이번의 새 성명은 BRT의 ‘180도 태도 변화’를 상징한다. BRT는 1997년 이후 기업은 주로 기업 주주에게 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는 입장을 확고하게 유지해 왔다. ‘주주 제일주의(shareholder primacy)’로 알려진 개념이다. BRT가 과거 추종했던 주주 제일주의 개념은 약 50년 전 소수파 경제학자들의 경제이론으로 부상했다. 그러나 1980년대와 1990년대 그 이론이 꽃을 피우면서 하나의 큰 조류를 형성하며 학계와 기업계를 휩쓸었다. 궁극적으로 기업 도그마로 자리 잡아 그에 대한 반론이 터부시됐다.왜 그렇게 됐을까? 어쨌든 비즈니스 형태로서 기업의 존재는 주주 제일주의 개념을 최소 100년 이상 앞선다. 주주 제일주의 독트린이 왜 기업 경영방식의 기본 입장이 됐을까? 단순함을 선호하는 우리의 인식에 그 답이 있다. 주주 우선주의 개념은 그런 인지적 선호를 겨냥한다. 주주 우선주의는 복잡하고 상호의존적이고 다면적인 법인격을 걸러내고 쉽게 이익을 측정할 수 있는 극히 미시적인 도구로 바꾸려 한다. 기업 성공의 척도는 발행주식 주당 기업 이익의 단순한 측정으로 축소된다. 이 이론의 단순성을 뿌리치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이었다. 경제학자, 비즈니스 스쿨 교수, 기업 경영자, 판사, 언론매체 모두 사이렌의 노래에 홀린 항해자처럼 거기에 빠져들었다.그러나 지난 수십 년 사이 학자와 경영자를 포함한 기업계·학계 지도자들은 주주 제일주의 개념이 그 단순성에도 불구하고 기업 형태의 비즈니스가 오늘날의 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실질적인 역할을 반영하기에는 상당히 미흡하다는 사실을 인식했다.이들 지도자는 오래전부터 기업이 우리 사회에서 권리를 부여받았을 뿐 아니라 주주에의 이익 환원 말고도 권리에 상응하는 사회적 책임을 지닌다고 주장해 왔다. 그리고 지난 수년간 다수의 기업이 기업 주주 이외에 이해 관계자들에 대한 의무를 지지해 왔지만 이번에 주주 제일주의를 거부하고 사회에 대한 더 큰 책임이 기업에 있음을 인정하는 사상 가장 막강한 CEO 그룹이 결성됐다.주주 제일주의 경제 실험의 오류가 충분히 노출되면서 구시대적인 유물로 전락해 기업사의 연표에 주석으로 달리는 처지가 됐을까?그것은 상당 부분 BRT의 바로 그 CEO들에게 달렸다. BRT가 최근 개정한 기업목적에 관한 성명은 훌륭한 첫걸음이지만 말 그대로 첫걸음일 뿐이다. BRT는 곧바로 후속 조치를 취해야 한다. 신속히 그리고 신중히 리서치·보고서 그리고 정책적 입장을 검토하고 수정해 새로 공표한 성명의 문구뿐 아니라 그 정신과도 밀접하게 일치하도록 해야 한다.더욱이 BRT뿐 아니라 그 CEO 회원들이 대표하는 기업들은 공동으로 가시적인 조치를 취해 주주 제일주의 독트린의 심장에 완전히 대못을 박아야 한다. 무엇보다도 기업의 사회적 성과에 밀접하게 연관된 경영진 보수 관행을 지지하고 채택해야 한다. 둘째, 다른 이해관계자들을 기업 주주들과 동등한 위치에 올려놓는 기업 지배구조 관행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 그런 취지로 BRT와 그 회원들은 기업 경영에서 주주들에게 과도한 발언권을 주는 기존 규칙의 개정을 증권거래위원회에 요구하고 이해관계자 모델을 지지하는 새 원칙을 채택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들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고려할 수 있는 자문위원회를 설립해야 한다. 나아가 새로 받아들인 사회적 책임과 관련된 가시적이고 유의미한 실적 목표를 수립하고 그런 목표를 향한 감시 가능한 진척 상황을 주기적으로 보고해야 한다.셋째, 기업들은 BRT의 성명을 뒷받침하는 재무관행을 즉시 채택해야 한다. 단기(분기별) 실적을 발표하는 대신 기업의 더 장기적인 전략을 뒷받침하는 실적보고에 초점을 맞춘 장기(연간) 실적 발표로 대체해야 한다. 또한 주가를 끌어올리는 방법으로 자사주 매입을 활용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BRT와 그 회원들이 대표하는 기업들은 로비 관행을 투명하게 하고 사회 전체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자신들의 의무를 인정하고 회피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말보다 행동이 중요하다. 우리 사회는 주주 제일주의 독트린의 영향을 씻어내는 데 필요한 변화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기업과 그 경영자를 포함해 다른 사람들에게 완벽함을 요구하는 것은 불공평하다. 그러나 BRT, 그 CEO 회원, 그들이 대표하는 기업의 가시적인 조치야말로 궁극적으로 BRT의 ‘기업 목적에 관한 성명’이 기업 경영방식과 기업에 대한 궁극적인 시각의 극적인 변화를 의미할지 아니면 단순히 실속 없는 겉치레에 불과한지를 결정하는 최대의 변수가 될 것이다.- 로버트 필※

2019.12.09 11:28

4분 소요
여성은 돈을 잘 다룰 줄 모른다고?

산업 일반

‘돈은 여성에겐 사회적 금기’라는 메시지가 내면화되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여성의 상대적인 파워를 약화시킨다지금 미국에선 ‘젠더(gender)’에 관한 논의가 뜨겁다. 남성과 여성의 역할, 또 상대 젠더에 대한 서로의 기대가 변하는 시대적인 상황이 자주 거론된다. ‘미국도 이제 여성 대통령을 맞을 준비가 됐는가?’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기도 한다. 아울러 직장에서 빈번히 일어나는 성희롱·성추행, 많은 여성이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 경력이 없는 문제, 남자아이에겐 용감하라고 격려하고 여자아이에겐 완벽을 요구하는 문화 등 미국 사회에서 여성의 진전을 가로막는 요인도 끊임없이 지적된다. 심지어 ‘젠더’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를 두고도 논란이 많다. 이런 담론은 궁극적으로 ‘파워(power)’에 관한 문제로 요약된다. 누가 파워를 가졌고, 누가 파워가 없느냐는 문제 말이다. 그러나 이런 논의에서 빠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돈이다.우리는 암묵적으로라도 돈을 이야기하지 않고서는 파워를 논할 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파워와 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돈이 많을수록 파워가 더 강하다. 돈은 개인적인 관계에서 파워를 안겨준다. 선출 공직 입후보자에겐 돈이 선거에서 승리할 확률을 높여줄 수 있는 파워를 가져다준다. 또 돈은 마음에 들지 않는 직장을 쉽게 그만둘 수 있는 파워, 심지어 부하 직원들 앞에서 반쯤 열린 목욕 가운 차림으로 돌아다니고도 오랫동안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버젓이 활동할 수 있는 파워도 부여한다(미국 CBS 방송의 유명 TV 토크쇼 진행자 겸 앵커였던 찰리 로즈가 수십 년에 걸쳐 그런 행동을 한 의혹으로 결국 해고됐다).미국 사회는 돈이 남성의 전유물이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한다. 남성과 여성 모두가 어려서부터 그런 메시지를 내면화하면서 여성의 상대적인 파워를 약화시킨다. 애초에 우리(부모·학교·언론 등 모두)가 돈에 관해 우리의 딸과 아들에게 각각 다른 메시지를 보내는 것에서부터 이 문제가 시작된다. 바로 그런 메시지가 앞으로 나아가려는 여성의 발목을 잡지만 남성의 진전은 장려한다.예를 들어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부모는 딸아이에게 돈을 절약하고 신중하게 사용할 것을 더 많이 가르치지만, 아들에겐 돈을 벌고 부를 쌓는 문제에 관해 더 많이 이야기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는 똑같은 심부름을 시켜도 아들보다 딸에게 더 적은 용돈을 주는 경우가 많다. 특히 십대 자녀에게 그런 대우가 빈번하다고 알려졌다. 게다가 교사는 수학 시험에서 똑같이 문제를 풀어도 남학생보다 여학생에게 더 낮은 점수를 준다(‘설마...’라고 생각하겠지만 실제로 그렇다).남자아이가 성인이 되면서 돈과 관련해 선호하는 언론은 블룸버그와 폭스 비즈니스다. 그 매체의 소비자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 반면 여자아이가 성인이 되면서 보는 여성잡지는 돈 문제에 관해 여성을 폄하한다. 재테크가 ‘어렵다’며 개인 금융에 관한 기사를 읽으려면 ‘안전벨트를 확실히 매라’고 경고한다. 돈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파악하는 기초적인 질문에 답하도록 강요하고, ‘스마트’ 재테크를 얘기하면서 투자 포트폴리오의 다변화보다 ‘라테 커피 안 마시기’를 강조한다.미국의 대중문화는 또 어떤가? 역대 TV 드라마 캐릭터 중에서 세상 물정에 가장 밝은 도시 여성에 속하는 캐리 브래드쇼(‘섹스 앤 더 시티’의 주인공 중 한 명)는 구두를 너무 많이 사는 바람에 아파트 월세도 못 낼 처지에 놓인다. 이 드라마의 수많은 팬이 비난하는 장면에서 그녀는 자신의 구두 중독이 금전적으로 어떤 손해를 끼치는지 셈을 해보려고 애쓴다. 그녀는 성인이 되는 많은 미국 여성이 꿈꾸는 이상적인 인물로 세상사에 관해 모르는 게 없지만 돈만큼은 전혀 모른다.성인으로서 여성이 투자를 시작할 때는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은 투자업체로부터 이런 메시지를 전해 듣는다. “여성은 남성보다 ‘리스크 혐오’가 더 심한 투자자다.” “여성은 남성만큼 투자를 잘하지 못한다(그러나 워릭 경영대학원과 캘리포니아대학 등에서 실시한 여러 연구에 따르면 여성은 개인 투자자나 전문 수준에서 투자 실력이 남성보다 낫다).” “여성은 금융에 관한 더 많은 공부가 필요하다(틀린 말은 아니지만 그런 메시지를 받지 않는 남성도 공부가 더 필요한 건 마찬가지다).”실제로 금융 산업(월스트리트)은 누가 보더라도 남성 지향적이라는 메시지를 확실하게 전한다. 자산관리사의 84%, 뮤추얼펀드 매니저의 90%가 남성이다. 게다가 월스트리트의 브랜드 상징물이 뭔가? 뒷발로 땅을 긁으며 콧김을 내뿜는 성난 황소 아닌가?여성은 생애 전체를 통해 이런 메시지를 계속 받는다. “여성은 돈을 잘 다룰 줄 모른다.” “여성은 투자보다 저축하는 것이 정답이다.” “돈은 속성상 남성적이다.” 여성은 끊임없이 들리는 이런 메시지를 내면화하고, 그에 따라 ‘돈에 밝지 못한 것’을 여성적이며, 심지어 매력적인 특성으로 인식하게 된다. 그래서 여성은 자신의 인생에서조차 투자의 책임을 남성에게 넘긴다. 스위스 금융기업 UBS에 따르면 이성 커플 가계에서 남성 파트너가 투자의 주도권을 갖는 경우가 83%다. 그에 비해 여성이 투자의 주도권을 행사하는 가계는 2%에 불과하다.이런 메시지는 여성의 개인 자산 규모가 작고 여성이 빈곤한 처지가 될 확률이 더 높은 것을 여성이 직면하는 시스템적인 어려움이 아니라 여성 자신의 탓으로 돌리는 효과도 낸다. “여성이 돈을 더 잘 다룬다면…” “여성이 재테크를 좀 더 잘한다면…” “여성이 연봉을 더 높게 받는 방법을 안다면…” “여성이 ‘하루 라테 한 잔 마시기’를 포기한다면…” “여성이 남성과의 ‘자신감 격차’를 줄일 수만 있다면...” 등등 이런 것이 그런 문제의 해결책으로 제시된다.따라서 이런 ‘개인적인 능력으로 포장되는 책임 전가’의 접근법을 적용할 경우 재정적인 측면에서 여성의 발목을 잡는 시스템적 요인은 대수롭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기 쉽다. 그런 접근법에선 “미국이 의무적인 출산, 육아 유급 휴가가 없는 세계 유일의 선진국”이라거나, “지난해 조사에서 미국 여성의 81%가 생애의 어느 시점에서 성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고 응답했다”거나, “미국대학여성협회(AAUW)의 조사에서 미국의 젊은 여성이 학자금 대출 부채에 시달리는 비율이 남성보다 훨씬 높게 나타났다”는 사실은 거의 언급되지 않는다.미국 국립은퇴안정연구소(NIRS)는 여성이 은퇴할 때 가진 개인 자산은 남성의 3분의 2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미국 도시연구소에 따르면 백인이 아닌 여성의 경우는 그보다 훨씬 못하다). 그 이유를 따질 때 미국인 대다수는 그것이 여성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여성의 개인적인 단점에다 노력 부족이 합쳐진 결과라는 얘기다.이런 책임 전가와 부정적인 메시지는 아직도 돈이 여성에겐 ‘사회적인 금기’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 돈에 밝은 것이 치욕이라는 인식이 강하다. 많은 여성은 친구들에게조차 자신의 연봉 액수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없다. 돈이 너무 적어도 문제지만 너무 많아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여성의 연봉이 남성 파트너보다 더 많다면, 그녀는 파트너의 남성성을 무력화한다는 비난을 받기에 십상이다.그래서 여성이든 남성이든 그런 상황에선 자신의 소득에 관해 거짓말할 가능성이 더 크다(미국 통계국 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연봉을 부풀리고 여성은 실제보다 더 적게 이야기한다). 또 그래서 전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결혼이 파경에 이를 가능성이 더 크다. 그 결과 지난해 투자은행 메릴린치의 조사 결과가 말해주듯이 여성은 거의 모든 문제, 심지어 자기 죽음에 관해서도 서슴없이 이야기하지만 돈에 관해서는 입을 닫는 경향을 보인다.여성에겐 돈과 저돌적인 협상이 지뢰밭과 같다는 인식이 내면화된다면 여성은 자신의 연봉 인상을 위해 효과적으로 협상하기가 매우 어렵다. 따라서 젠더에 따른 소득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다. 미국 여성정책연구소(IWPR)의 데이터에 따르면, 현 추세가 계속될 경우 여성의 임금이 남성과 동일해지려면 앞으로 40년은 더 기다려야 한다(더구나 흑인 여성의 경우 100년, 히스패닉 여성의 경우 105년이 더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그런 상황이 미국 사회와 경제에 끼치는 손실도 막대하다. 성추행 의혹으로 몰락한 할리우드 제작자 하비 웨인스타인 같은 성적인 포식자가 자신보다 돈이 훨씬 적은 여성을 노린 것은 사실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찰리 로즈나 레슬리 문베스 CBS 전 CEO(그 역시 성추문으로 해고됐다)가 여성 직원들을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는 것도 그 여성들이 돈과 파워가 없다고 여겼기 때문이다.좀 더 큰 그림을 보자. 자녀를 둔 여성이 자신이 받는 급여로는 보모를 고용할 수 없어서 직장을 그만두고, 유망한 사업 아이디어를 가진 여성이 투자를 유치할 수 없어서 창업을 못하며(벤처 투자계에선 여성 CEO가 전체 투자 규모의 2%를 유치한다), 남편보다 오래 사는 여성이 생활비가 부족해 공적 자금에 의존한다면 미국 경제는 상당한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전통적으로 여성의 정치자금 기부가 미미하다는 사실도 미국 사회 전체에 드러나지 않게 영향을 미치면서 정치판을 바꿔놓았다.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일까? 특효약은 없다. 그러나 우리가 취할 수 있는 조치는 분명히 있다. 가정에서 돈에 관해 아들과 딸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이야기하고 조언할 수 있다. 또 어머니는 딸에게 가계 자금을 관리하고 효과적으로 투자하는 모범을 보일 수 있다. 나는 딸과 아들 둘 모두에게 돈에 관한 이야기를 아주 많이 했다. ‘급진적인 투명성’이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내가 직장에서 어떻게 승진하고 어떻게 좌천했는지, 또 그것이 한 가족으로서 우리에게 무엇을 의미하는지도 세세히 말했다. 또 직장을 잃었을 때, 연봉이 인상됐을 때, 창업했을 때 내가 노력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줬다.학교에선 개인 금융을 가르칠 수 있다(인생에선 재테크가 삼각함수보다 훨씬 더 유용하다). 직장에선 성별이나 인종에 기초한 급여 격차에 관해 좀 더 투명할 것을 요구할 수 있다. 또 우리의 가치와 일치하고, 구시대적 경영 방식을 지양하는 회사, 우리의 딸과 아들이 채용됐으면 하고 바라는 기업을 찾는다면 그 회사의 상품을 사거나 그 기업에 투자할 수 있다. 아울러 업계는 부모에게 의무적인 유급 출산, 육아 휴가를 제공할 수 있다.물론 돈이 전부는 아니다. 그러나 중요하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돈이 파워의 원천이기 때문이다. 부모가 딸에게 여성은 돈 문제를 잘 다룰 수 없다고 가르치고 아들에게 돈을 둘러싼 스트레스를 전담하도록 강요하면 우리는 무의식중에 우리 자녀에게 해를 끼친다. 언론도 그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따라서 우리 딸이 자신의 인생을 후회 없이 살 수 있도록 하려면 여성도 얼마든지 돈을 잘 다룰 수 있다고 올바로 가르치는 것이 핵심이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또 실천에 옮겨야 한다.- 샐리 크로체크※

2019.08.26 10:34

7분 소요
해운업도 디지털 파도를 타고~

산업 일반

항만의 크레인과 트럭 자동화부터 선박 배기가스 감축과 선박 유지보수 예측까지 IT가 상거래·운영의 효율화 견인 디지털 혁신이 우리 생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알려면 멀리에서 찾을 필요 없다. 우리는 스마트폰에 날씨가 어떤지 묻고, 카드를 접촉해 물건값을 지불할 수 있고, 심지어 자율주행차도 곧 대중화하려는 참이다. 그러나 IT가 특히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산업이 하나 있다. 바로 해운업이다.해운은 배가 바다에서 처음 돛을 올린 이후 많은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오늘날의 근대 경제에서 세계 무역의 최대 90%까지 수송하면서도 신기술 도입에 비교적 신중했다. 그러나 혁신의 조류에 변화가 생기고 있다. 조사 결과 지난 수년간 새로운 해운과 물류 기술에의 투자가 33억 달러에 달했다. 항만의 크레인과 트럭 자동화부터 선박 배기가스 감축과 나아가 선박 유지보수 예측까지 모든 해운 분야에서 IT가 상거래·운영의 효율화를 견인한다. 따라서 인공지능과 머신러닝(기계의 자율적인 학습과 성능향상 과정) 같은 신기술이 어떻게 디지털 혁신을 견인하고 해운업의 운영방식에 변화를 가져올까?매일 2000만 개의 컨테이너가 바다를 누빈다. 우리가 매일 소비하는 제품 중 대다수가 바다를 통해 수송될 확률이 높다. 일반적인 소비자는 제품이 세계 각지로부터 어떻게 자신에게 배달되는지 흔히 생각하지 않는다. 그러나 해운은 보기보다 복잡한 산업이다.해운업의 복잡성을 알려면 모든 이해관계자가 어떻게 활동하느냐를 포함해 해운 생태계를 이해하는 게 중요하다. 첫째로 선박이나 선단을 소유한 선주가 있다. 선박은 고가의 자산이며 선박 활용도가 떨어지면 선주 입장에선 선원 임금이나 연료 등에서 회수 불가능한 비용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 이를 염두에 두고 선주는 잠재적인 항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하며 선박이나 선단을 효과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그다음 용선자(charterer)가 있다. 가스나 석유 같은 자재를 A 지점에서 B 지점으로 안전하게 제때 수송해야 하는 사람이다. 같은 화물을 두고 여러 척의 선박이 경쟁하는 경우가 많아 가격도 중요한 변수로 작용한다. 해운시장은 비용과 자산가치가 끊임없이 변동하는 대단히 변동성이 큰 환경이다. 용선자는 시장변동에 관해 정확한 최신 정보를 입수해 알맞은 선박을 가장 유리한 가격에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이런 과정의 중간에 선주와 용선자로부터 용선 비용, 위치, 화물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브로커가 있다. 브로커의 성공은 시장을 얼마나 잘 알고 이를 이용해 얼마나 수익성 높은 계약을 체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궁극적으로 이들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할수록 관계가 더 좋아진다.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다음에도 다시 그들과의 거래를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정보의 공개·다양성·양이 극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들 3개 그룹 간의 거래가 상당히 복잡해졌다. 잠재적인 거래와 계약에 관한 커뮤니케이션은 주로 하루 수백 통의 메일로 이뤄진다. 이런 메일은 제각각의 혼란스러운 포맷을 가질 뿐 아니라 수동으로 데이터를 분석해 정보 수집 속도가 늦다. 결과적으로 정보의 유효기간이 경과하는 경우가 많아 이해관계자들이 업계 움직임을 정확히 파악하기가 어렵다. 따라서 실제 팩트보다는 가정에 근거해 상거래 결정을 내리는 일이 빈번하다. 많은 이해관계자가 100만 달러 계약에 관한 정보를 다루기 때문에 실수했다가는 그 100만 달러를 날려버릴 위험성이 크다.금융 서비스 같은 다른 업종은 신기술을 채택하는 방법으로 극히 많은 데이터 집합과 관련된 문제에 대처했다. 그러나 해운은 구시대적인 시스템에 의존한다. ‘거래 형성’ 단계에서 의사결정 중 추측이 많다는 의미다.추산에 따르면 해운업에서는 항만·수송업체·선박 이동 등에서 매일 1억~1억2000만 개의 데이터가 생성된다. 정보에 근거해 더 정확한 결정을 내리려면 이들 데이터 집합을 흡수·자동화하고 다른 상업·법률·규제·환경적 요인들과 상호참조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인공지능과 머신러닝을 이용해 각종 사적·공적 해운 데이터를 혼합·분석하고 이를 지능적이고 쉽게 소화할 수 있는 방식으로 제시할 수 있다. 이런 과정이 모두 실시간으로 이뤄진다. 그에 따라 수동 데이터 처리에 따르는 고민거리가 사라지고 또한 이해관계자들이 전체 생태계에 대해 더 포괄적인 시야를 갖는다. 결과적으로 정확한 정보에 기초해 거래가 이뤄지면서 불확실성이 제거된다.따라서 선주 입장에선 시장 변동성을 더 사실적으로 파악해 가격결정과 화물선택이 더 정확해질 수 있다. 이런 신기술로 앞으로 선박의 움직임을 예측하고 항로를 재계산하고 나아가 미래 선적용량을 예상할 수 있다. 용선자 입장에선 적당한 선주와 알맞은 가격·항로로 계약을 맺는다는 확신 아래 더 신속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끝으로 브로커 입장에선 시장을 더 잘 이해하게 되면 용선자와 선주에게 수익성 높은 거래에 관해 조언함으로써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이 전통을 자랑하는 업종이 신기술 특히 생산성과 수익성 향상의 견인차로서 인공지능의 위력을 깨닫는 듯하다. 해운이 디지털 혁신의 물결에 올라탔다는 사실 한 가지는 분명하다.- 이오니스 마티노스※

2019.08.05 15:55

4분 소요
인공지능으로 채용 차별 없앤다

헬스케어

입사지원에 관한 여러 가지 정보원 분석해 인간의 두뇌로는 불가능한 통찰 도출할 수 있어 일자리를 원한다고? 요즘엔 사람뿐 아니라 컴퓨터의 평가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크다.온라인으로 입사 지원서를 보내기가 쉬워지면서 기업이 선별해야 할 후보자가 수천 명에 이른다. 연초 디지털 미디어 업체 바이스 미디어가 새 사무 관리자 모집 공고를 냈더니 몇 시간 만에 2000여명의 지원서가 쇄도했다. 5인조 심사팀이 각 지원서를 5분씩 검토한다면 합격자를 결정하는 데 꼬박 한 주가 걸린다. 그것도 인터뷰하기 전까지의 시간이다.이런 환경에서 인공지능의 진가가 발휘된다. 인공지능의 가장 명백한 이점은 어마어마하게 많은 이력서의 심사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은 여러 가지 정보원을 분석해 인간의 두뇌로는 불가능한 통찰을 도출할 수 있다. 인공지능 플랫폼은 단순히 이력서를 심사하기보다는 지원자의 모든 온라인 기록을 분석해 극히 짧은 시간에 더 효과적으로 업무 적합도를 평가할 수 있다. 이런 두 가지 이유에서 고용주들이 갖가지 형식으로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한다.그러나 지난해 채용 분야에선 인공지능이 많은 비판을 받았다. 무엇보다도 아마존의 시스템 결함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악명을 떨쳤다. 무한한 자원을 보유한 듯한 아마존이지만 자사 심사 툴의 여성차별을 막지 못했다. 아마존이 10년치 입사 지원자 이력서를 시스템에 입력했더니 ‘여자’라는 단어가 포함된 지원서를 저평가하도록 학습해 여자대학 출신에 낮은 점수를 배정했다.그런 문제가 알려지자 크고 작은 기업들이 자사의 기술을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게 됐다. 인공지능에 결함이 있는 건 분명하지만 안 그런 기술이 있던가? 인공지능은 올바르게 사용하지 않을 경우 편견을 고착화하고 수년간의 성별·인종 차별을 강화할 수 있다. 그러나 여러 교훈을 따른다면 기업의 가장 중요하면서도 구시대적인 분야 중 하나에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 ━ 데이터가 많을수록 문제 줄어든다 아마존이 겪은 문제의 한 가지 원인은 데이터 집합이 충분히 크거나 다양하지 않다는 데 있었다. 앞서 언급했듯이 모델들은 10년 동안 회사에 접수된 이력서에서 패턴을 파악하는 방법으로 지원자들을 심사하도록 프로그램됐다. 남자 지원서가 대부분이어서 IT 업계 전반에 걸쳐 남성이 주류인 현실을 반영한다.실제로 아마존 엔지니어링 인력 중 무려 89%가 남성이다. 과거 데이터를 이용하면 분명 과거의 문제가 계속되리라는 건 불 보듯 뻔하다. 회사의 인력 구성을 다양화하려면 데이터 집합을 더 다양화해야 한다. 여러 정보원에서 데이터를 입수하고 완전히 독립적인 플랫폼에 입력해 감사를 받도록 해야 이상적이다. 이때 독립성이 절대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오로지 일방(이번 경우 아마존)이 소유한 데이터는 편견·오류 그리고 때로는 조작에 노출돼 있다.기업들은 독립적인 데이터를 받아들이고 자신들의 데이터도 더 개방해야 한다. 협력을 통해야만 품질을 해치지 않고 다양성을 평가·개선하는 데 신뢰할 만한 데이터 집합을 확보할 수 있다. ━ 데이터 감사 채용분야에서 인공지능의 활용이 급속도로 일반화하고 있지만 이런 후방 알고리즘의 감사는 후진성을 면치 못한다. 성공적인 알고리즘은 두 가지 요인을 통합해야 한다.첫째, 알고리즘을 분석하고 그 결과를 해석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한다. 지나치게 복잡한 ‘블랙박스’ 시스템은 자승자박이 돼 모든 분석을 극히 어렵게 만들 뿐이다. 둘째, 자사 알고리즘이 독립적인 외부 기관으로부터 평가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알고리즘의 공정성을 입증할 수 있다면 채용과 관련해 경쟁 우위를 누리게 될 것이다. 유럽연합(EU)의 ‘일반개인정보보호법(GDPR) 준수’ 라벨이 소비자에게 안도감을 주듯이 감사는 전통적인 채용에는 없는 일정 수준의 신뢰를 준다. ━ 다양성 위한 강력한 도구 대다수 보도와 달리 인공지능은 성별·인종 차별 해소를 위한 강력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여기서 제시한 조치에 따라) 제대로만 적용한다면 인공지능은 인간보다 훨씬 공정하다. 사람은 누구나 통제할 수 없는 무의식적인 편견이 있으며 대부분의 경우 해석하기가 극히 어렵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자신이 아는 것을 좋아하며 자신과 비슷한 강점에 가치를 둔다. 요즘 세상에도 변함없이 추천을 통한 채용의 비중이 가장 높다. 일종의 연고주의가 여전히 횡행한다는 증거다.반면 인공지능은 감사를 할 수 있어 편견과 채용결정 배경에 관한 손에 잡히는 분석결과를 인사 담당자에게 제공한다. 아마존의 툴이 널리 비난 받았지만 인간의 결정은 해석이 불가능한 반면 그 시스템의 결함은 인지할 수 있었다. 아마존은 자사의 툴이 특정 단어에 근거해 이력서를 저평가하는 것을 알아냈다. 우리 중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력서를 읽거나 면접을 한 뒤 그런 수준의 분석을 제시할 수 있겠는가?결과에 대한 책임 수준이 정밀해지면 나아가 소송에 대응하고 내부 정책을 수립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편견이 없음을 입증하거나 잠재적인 결함이 어떻게 개선됐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상대방이 소송 걸기가 거의 불가능해진다. 회사 정책에도 그런 분석을 반영할 수 있다. 여성의 입사지원이 왜 그렇게 적은가? 공격적이고 특이한 표현이 왜 선호되는가?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트렌드를 어떻게 반전시킬 수 있는가?경영진은 인공지능을 이용해 지원자의 기준을 설정할 수도 있다. 후보를 물색할 때 ‘인지적 다양성’(다양한 배경 그리고 그에 따른 문제해결 스타일)도 여기에 포함된다. 그런 다음 고용주의 우선순위에 따라 인공지능이 후보를 제안할 수 있다. ━ 인공지능 표준 부정적인 보도가 많지만 채용에서 인공지능의 영역을 넓혀가는 기업이 많다. 이들 기업은 전통적인 채용 모델에 오류가 있음을 인식한다. 계속 같은 경로를 통해 지원자를 모색해 최선의 결과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이다. 채용 분야에서도 다른 산업과 마찬가지로 인공지능과 알고리즘 기술이 가장 가능성 높은 돌파구다.인공지능 시스템이 자율적으로 채용 결정을 내릴 태세는 아직 갖추지 못했지만 그 과정을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만드는 데 급속한 진전을 보이고 있다. 업무 적합도에 근거해 알고리즘이 후보자 순위를 정하는 방식이 인간의 이력서 검토 방식보다 더 공정하고 빠르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할수록 공정성을 최대 기준으로 삼게 된다. 인공지능이 다양성과 공평함을 핵심적인 기준으로 삼는다면 기업 채용에서 무시 못할 강력한 변수로 영구히 자리 잡을 수 있을까?- 벤 챗필드※

2019.01.21 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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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제재에 러·중만 좋아지네

산업 일반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에 제재조치 내리자 러시아와 중국이 그들과 협력 강화하며 어부지리 누린다 페르시아만의 사우스파르스 가스전은 석유업자에게는 꿈에 그리던 해양자원의 발견이었다. 이 세계 최대 천연가스전은 이란과 카타르 간 해상 국경을 가로질러 양국에 걸쳐 있다. 그러나 미국의 경제제재로 수년간 서방 에너지 기업들의 접근이 금지됐다. 2015년 미국을 비롯한 세계 강국들이 핵협정을 체결하면서 잠재적인 자원의 보고가 열렸다. 프랑스 석유 대기업 토탈이 곧 그 가스전의 주요 구역을 개발하는 계약을 체결하고 지난해 작업에 착수했다.그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의 정부는 핵협정에서 탈퇴하고 지난 11월 말 다시 무거운 경제제재를 가했다. ‘세컨더리 보이콧’(이란과 거래하는 외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 위협에 직면한 토탈은 상당수 유럽기업과 마찬가지로 이란 협정보다는 미국 시장 접근이 여전히 더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에서 철수했다. 하지만 토탈의 빠진 자리를 중국 베이징에 본사를 둔 국유 대기업 중국 석유천연가스공사가 차지했다. 토탈의 한 오랜 고문은 익명으로 “중국에는 선물이고 서방에는 제 발등 찍는 행위”라고 말했다.핵협정 탈퇴 후 트럼프 정부의 이란 정책은 간단명료하다. 이란 정권에 더 큰 경제적 고통을 가해 재협상 테이블로 돌아오게 해서 더 유리하게 협정을 개정한다는 것이다. 원래 협정의 비판자들(이들 중 여러 명이 현재 트럼프 정부에서 핵심 직책을 맡고 있다)은 오바마 정부에서 이런 접근법이 먹히고 있었는데 방심해서 빠져나갈 기회를 줬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을 것이라고 다짐한다.그러나 사우스 파르스 가스전에서 토탈의 철수와 중국의 등장이 보여주듯 이란의 항복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듯하다. 미국과 이란·중국·러시아의 관계가 계속 악화되면서 이들 세 나라 정부가 단합해 미국 제재를 방해하려 한다. 그들은 모두 트럼프 정부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미국 제재가 이란의 정권교체 목적이라고 믿는다. 이란·중국·러시아 간 경제적 협력관계 강화는 미국이 현재 이 나라들과 사실상 냉전 상태에 있다는 가장 최근의 명백한 신호다.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12월 초 브뤼셀에서 한 연설에서 그런 신호를 보냈다. 그는 “새로운 자유주의적 질서”의 구축이 미국 정부의 외교정책 목표라고 말했다. 거기에는 “미국 또는 우방의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구시대적이거나 해로운 조약·무역협정과 기타 국제 협약에서 합법적으로 탈퇴하거나 재협상하는 것”이 포함된다는 설명이다. 그 정책에서 이란 협정이 대표적인 예라고 트럼프 대통령 보좌관들은 말한다.그러나 냉전 2.0은 워싱턴 정부가 옛 소련과 대치하던 시절과는 전혀 다르다. 무기력한 국가독점 경제의 약점이 체제 붕괴의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던 옛 소련과 달리 중국은 미국 다음 가는 세계 2위 경제대국이며 IT·제조업·석유·가스 등의 산업에서 세계정상급에 버금가는 역량을 보유한다. 오늘날 중간 규모의 수십개 중국 업체가 수출한 제품들이 이란 각지로 팔려나간다. 이들은 미국과 거래하지 않기 때문에 세컨더리 보이콧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는다.러시아도 대(對) 이란 직접투자를 확대하는 과정에 있다. 석유·가스 업종에만 500억 달러를 늘리고 이란의 노후화된 전력망과 기타 인프라 개선에 추가로 자금을 지원한다. 러시아 기업들도 “잃을 게 없다”고 모스크바 싱크탱크인 프랑코-러시안 옵저버토리 그룹의 이고르 델라노에 분석가는 말한다.이란은 서방 경제제재 아래 고통 받던 시절의 경험을 통해 그런 제재를 피하는 요령을 터득했다. 지난 11월 트럼프 정부의 새 제재가 발효된 지 2주도 안돼 테헤란의 이란 에너지 거래소는 각각 70여만 배럴 규모의 원유판매 계약 2건을 체결했다. 거래소는 고객이 이란으로부터 석유를 구입할 때 익명을 유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번 판매계약은 제재에 묶여 있던 나라들이 이제 미국의 금지조치를 우회할 수 있는 길이 생겼다는 점에서 이란의 승리였다.” 이란 제재 강화를 지지하는 미국 싱크탱크 민주주의수호재단의 이란 문제 전문가 사에드 가세미네자드의 말이다. 트럼프 정부 자체도 그들의 새 제재 조치가 원하는 만큼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다. 트럼프는 정부 소식통이 말하는 “치열한 논쟁” 끝에 전부는 아니지만 주로 우방국 8개국에 예외를 인정했다. 지난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한 대로 미국인 앤드류 브런슨 목사를 석방한 터키뿐 아니라 한국·일본·인도 등이다. 모두 이란 석유의 대량 구매국가들이다. 날선 논쟁 끝에 트럼프 정부는 중국에도 예외를 인정했다. 전반적인 무역협정에 중국이 더 순응하리라는 기대에서다.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을 위시한 트럼프 정부 내 이란 강경파들은 일부 이란 은행에 국제송금을 할 수 있도록 예외를 인정한 것도 추가적인 약점을 노출한다고 우려한다. 그런 예외는 원칙적으로 ‘인도주의적인’ 거래 목적이지만 이란은 과거 그런 예외규정을 이용해 대규모의 제재 돌파 방안으로 이용해 왔다.분명 새 제재가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 이란의 외환 보유고뿐 아니라 교환 가능한 경화도 줄어든다. 하지만 동시에 달러 대비 이란 리알화 가치도 상승했으며 주가도 오히려 오름세를 보인다. 트럼프 정부의 기대와는 반대로 지금까지 제재 노력은 “이란 정권의 태도를 바꾸기에는 부족하다”고 가세미네자드 연구원은 말한다. 미국 정부 강경파들도 비공식적으로 동의한다. 그들은 이미 추가 제재와 기존 제재의 강력한 집행을 추진하고 있다.볼턴 보좌관은 지난 11월 석유 제재의 예외 인정이 “한시적”이며 한국과 일본 같은 우방들이 다른 원유 공급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일본 무역회사의 한 중역은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라며 계약이 살아 있으며 일본이 그 밖에 어디서 석유를 공급받을 수 있을지 확실치 않다고 설명했다. 최근의 러시아-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합의는 원유가 인상을 의미한다.한편 미국·유럽·동아시아의 외교관들은 미국이 뭐라 하든 중국·러시아가 대 이란 투자를 계속할 것으로 예상한다.-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2018.12.31 10:45

4분 소요
로스쿨에서 빅데이터 가르친다고?

IT 일반

인공지능이 법률업무의 효율성 높이고 다량의 데이터 분석해 과거에는 접근 불가능했던 새로운 통찰 제공해 인공지능이 법률 서비스의 전통적인 방식에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일반용어로 폭넓게 ‘법률 분석(legal analytics)’으로 불리는 이들 도구 세트는 두 가지를 약속한다. 과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을 요했던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다량의 데이터를 분석해 과거에는 접근할 수 없었던 새로운 통찰을 손에 넣는 것이다. 우리는 법률학자로서 법률 리서치 문제에 이런 도구를 응용할 가능성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조지아주립대학에선 변호사와 데이터 학자들이 함께 일하면서 학제적 리서치팀을 구성하고 있다. 학생들도 참여하므로 차세대 변호사들이 자신의 실무에 이런 도구들을 활용하도록 교육할 수 있다.기업에서 직원의 어떤 불평이 소송으로 이어지는지 예측하려 한다고 가정해보자. 전통적으로 기업은 분석가와 변호사 팀을 꾸려 불편신고 기록, 인사 파일, 재판문건을 샅샅이 훑으면서 소송의 위험신호가 될 만한 특정한 패턴을 탐색한다. 이런 고된 작업에 몇 개월이 걸릴 수 있으며 수천 페이지의 문서를 처리하는 데 수많은 사람이 필요하다.대신 이런 작업을 데이터 공학 문제로 다루면 속도와 효율성이 대폭 향상된다. 알고리즘을 이용해 주요 텍스트를 대량으로 추출·조립해 분석할 수 있다. 그렇게 하면 사람은 관련 정보에만 시간과 노력을 집중할 수 있어 노동집약적인 검색과정을 건너뛰게 된다.차세대 분석도구의 역할은 노동시간을 단축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머신러닝(기계의 자율적인 학습과 성능향상 과정) 같은 기법으로 수동 분석의 영역을 뛰어넘는 새로운 패턴을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앞선 시나리오에서 알고리즘을 이용해 직원의 어떤 불편신고가 소송을 초래할지 예측할 수 있다.우리 연구소에선 광범위한 법률 문제에 분석도구의 응용방법을 테스트한다. 조지아주 북부 지방법원의 노사 관련 소송을 모두 분석해 승소와 패소 원인을 파악하고 소송의 최종적인 결과에 영향을 미칠 만한 판사·변호사·명령신청(motions) 같은 소송 변수들을 알아냈다.예컨대 우리의 조사 결과 지방법원 재판장이 하급판사(magistrate judge)에게 예비 보고서와 제안을 신청할 때 하급판사의 추천이 판사의 최종결정을 예고하는 가장 강력한 지표였다. 이는 법적 분쟁의 해결에서 의사결정자의 역할에 관해 흥미로운 의문을 제기해 추가적인 리서치를 진행 중이다.법률분석은 변호사와 연구원 모두의 상상력을 사로잡았다. 영국에서 열린 최근의 한 콘테스트에서 런던의 일류 법률회사 변호사 100명이 인공지능 도구들과 함께 간단한 금융분쟁 수백 건의 결과를 예측했다. 로봇의 예측 적중률은 86.6%인 반면 인간은 66.3%에 그쳐 로봇의 압승으로 끝났다. 로봇은 분쟁에 관해 인간들이 보지 못하는 뭔가를 ‘학습’해 변호사의 홈그라운드에서 벌어진 예측 게임에서 그들을 물리쳤다.물론 모든 법률문제가 한 세트의 변수로 딱 떨어지게 압축되지는 않는다. 그리고 인간의 행동이 항상 감지할 수 있는 패턴을 따르지도 않는다. 관련 데이터 세트가 작거나 분석 대상이 되는 문장이 아주 다양하고 특이해 패턴을 감지하기 어려울 때는 예측 도구의 효력이 떨어진다.발전에 위험이 수반될 수도 있다. 과거에 있었던 일에 관한 데이터에는 종종 편견과 부정확한 정보가 담겨 있다. 아무리 정교한 컴퓨터 코드라도 쓰레기를 입력하면 쓰레기만 출력한다는 의미다. 예컨대 보석금 책정 알고리즘은 형사재판에서 인종적 편견을 고착화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변호사들이 결정의 너무 많은 부분을 알고리즘으로 떠넘길 경우 피치 못하게 인간의 역사적인 패턴과 과오를 반복할 수 있다. 예컨대 은퇴한 판사나 구시대적인 판례법의 사례를 바탕으로 훈련 받은 소송 예측 알고리즘은 새로운 변화를 간과해 불필요하게 보수적인 지침을 권고할 수 있다. 결론적으로 로봇으로 인간 변호사를 대체하기에는 부족하다. 법률업무에선 인간의 판단이 변함없이 중요한 요소로 남을 것이다. 변화는 로봇을 이용해 다른 시스템에서 수집하는 정보를 늘리는 데서 생길 것이다.법률업무에 변화가 생긴다면 법률 교육도 달라져야 한다는 의미다. 미래에는 법률 분석 도구의 바탕을 이루는 코드를 작성할 수 있는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졸업하는 변호사도 배출될 것이다. 나머지는 이런 도구에서 생성되는 결과를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다. 우리 대학에서도 분석학과 법학의 2중 학위를 마련 중이다.모든 로스쿨이 오늘날의 학생들을 미래의 법률업무에 대비해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 아무리 혁신적이라 해도 법률 분석도구는 결국 하나의 도구에 지나지 않는다. 오늘날의 변호사는 그 장점을 활용할 준비를 하는 한편 그런 장점이 어디서 끝나고 인간의 판단이 시작되는지도 이해해야 한다.- 앤 터커, 샬럿 알렉산더※

2018.11.12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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