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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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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만에 북미 매출 8.6배 성장…‘내수기업’ 카카오에 무슨 일이?

IT 일반

카카오가 스스로 내건 경영 최대 과제는 ‘글로벌 진출’로 요약된다. 해외 매출 비중 확대는 현재 카카오를 중심에 두고 제기되고 있는 ▲문어발 확장 ▲내수기업 ▲쪼개기 상장 등의 비판을 상쇄할 수 있는 ‘전략 카드’로도 꼽힌다.23일 카카오에 따르면 10년 먹거리 비전으로 설정한 ‘비욘드 코리아’의 성과가 특히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비욘드 코리아는 지난해 3월 리더십까지 변경하며 내건 사업 전략이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당시 이사회에서 사임하고 ‘비욘드 코리아’를 진두지휘한다고 밝혔다. 그는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고 했다.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 30%를 달성하겠다는 구체적 목표도 제시했다. 이를 달성할 핵심 사업은 단연 ‘콘텐츠’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의 글로벌 거래액을 2024년까지 3배 이상 성장시켜 해외 매출 비중을 늘리겠단 취지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대형 게임의 글로벌 진출을 통해 비욘드 코리아 전략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았다. 카카오는 스토리·게임 사업에 더해 최근에는 모빌리티 플랫폼을 통한 해외 진출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사상 최대치 매출 이끈 해외 사업카카오는 비욘드 코리아 전략 도입 후 1년간 두드러지는 성과를 달성했다. 카카오가 최근 공개한 2022년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이 기간 해외에서 연결기준 약 1조3987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간 전체 매출(7조1068억원)의 19.7%에 해당한다. 2021년 연결기준 연간 해외 매출 비중이 10.2%에 그쳤다. 1년 만에 9.5%포인트 증가한 셈이다. 해외 매출 규모 성장세도 두드러진다. 2022년 해외 매출 규모는 2021년(6324억원) 대비 221% 성장했다.카카오는 연결기준 2022년 연간 매출의 약 80.3%를 국내 사업을 통해 올렸다. 해외에선 구체적으로 ▲아시아 9165억7947만원(전체 매출 중 12.9%) ▲북미 2804억1691만원(4.0%) ▲유럽 1005억6249만원(1.4%) ▲기타 1011억2255만원(1.4%) 지역에서 각각 매출을 일으켰다.해외 사업의 성장은 카카오 전체 매출 상승으로 이어졌다. 연간 기준 국내 매출은 2021년 5조5042억원에서 2022년 5조7082억원으로 증가 했으나, 연간 실적인 점을 고려하면 큰 변동이 아니다. 그런데도 2022년도 연간 매출은 2021년 대비 약 15.8% 증가한 7조1068억원을 기록했다. 해외 사업 성장에 따라 매출 사상 최대치 달성이란 성과가 나온 셈이다. 북미에 터 잡은 카카오해외 사업 중에서도 북미 지역 약진이 두드러진다. 카카오는 2021년 북미 지역에서 326억1225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1년 사이 사업 규모 무려 8.6배(2804억1691만원) 커졌다.북미 매출 상승을 이끈 기업은 단연 카카오엔터다. 카카오엔터는 그간 세계 최대 엔터테인먼트 시장인 북미에서 활약하고 있는 다양한 콘텐츠 플랫폼을 인수했다. 타파스(웹툰)·래디쉬(웹소설)·우시아월드(웹소설) 품고, 이를 미국 법인 타파스엔터테인먼트가 아우르게 했다. 이 같은 사업적 기반을 구축한 뒤, 국내서 성공한 플랫폼 기반의 콘텐츠 유통 체계를 해외 시장에도 고스란히 이식하며 매출을 올리고 있다. 10만명의 현지 창작자들과 협업은 물론 노블코믹스(Novel-Comics)·삼다무(3시간마다 무료) 등 자체적인 사업 모델을 도입했다. 카카오엔터가 웹툰·웹소설 분야에서 확보한 오리지널 스토리 지식재산권(IP)는 약 1만개에 달한다.특히 다양한 영상·음악 콘텐츠의 원천 IP로 활용되는 웹소설·웹툰을 수급하고 유통하는 식의 사업 구조가 독보적인 수준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스토리·미디어·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전 분야에 걸친 가치사슬(밸류체인)을 구축하고, 각 사업 영역 간 시너지를 창출하는 독자적인 생태계를 마련했다. 회사는 이 같은 사업적 구조의 가능성을 인정받아 최근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했다. 카카오 창사 이래 역대 최대 규모 투자 유치이자, 국내 콘텐츠 기업의 해외 투자 유치 사례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투자는 사우디아라비아국부펀드(PIF)와 싱가포르투자청(GIC)에서 각각 약 6000억원씩 담당했다.카카오엔터는 확보한 투자금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엔터) 인수에 사용했다. 카카오와 함께 SM엔터와의 시너지 창출에 집중할 방침이다. SM엔터는 이미 전체 매출의 약 60%를 해외에서 올리고 있다. 여기에 카카오엔터가 그간 구축한 웹소설·웹툰 제작 능력에 SM의 IP를 투영해 새로운 사업적 접근도 가능하리라 기대하고 있다.카카오 관계자는 “카카오엔터의 스토리 사업과 주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영상 제작 매출의 증가가 북미 매출을 높인 요인이 됐다”며 “또 아티스트 공연을 비롯해 매니지먼트·굿즈 매출 증가도 사업 성장을 이끈 원동력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이어 “카카오게임즈 종속회사인 세나테크놀로지 등의 신사업 매출 증가도 긍정적 영향을 미쳤다”고 덧붙였다.카카오는 이 밖에도 카오모빌리티의 해외 사업 확장을 통한 매출 증대도 꾀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최근 영국 모빌리티 중개 플랫폼 ‘스플리트’(Splyt)를 인수하고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번 인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첫 해외 기업 인수 사례로,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인수를 통해 해외 현지 직접 진출을 가속할 방침이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스플리트 인수에 앞서 라오스에 현지 전용 서비스 플랫폼을 구축했다. 라오스 기업인 엘브이엠씨홀딩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동남아 시장 전반으로 사업 확장을 진행할 계획이다.

2023.03.23 18:23

4분 소요
‘내수기업’ 카카오, 네이버와 비교하니 차이 ‘극명’

IT 일반

‘응~ 내수기업 카카오.’ 카카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반응이다. 기사 주제나 원글 내용과 관계없이 이 같은 응답이 달리곤 한다.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한 카카오는 2022년 10월 기준 국내 128개 계열사를 거느린 플랫폼 기업이 됐다. 카카오 앞에 ‘내수기업’이란 수식어가 붙기 시작한 때는 사업 영역 확장이 공격적으로 이뤄진 지난 2018년부터다. 플랫폼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택시·금융·보험 영역은 물론 미용실·꽃집·중간물류·퀵서비스·대리운전 등에 진출, 골목상권을 침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따라 ‘진정한 기술 기업을 표방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경쟁을 벌여 성과를 내라’는 식의 소비자 반발이 나타났다. 특별한 기술 없이 ‘수수료 장사’만 한다는 소상공인 단체들의 비난도 이어졌다. 반면 네이버의 경우 이런 논란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모습이다. 카카오는 메신저 기반으로 성장했고, 네이버는 검색 기반의 포털을 통해 영역을 확장했단 차이가 있다. 그러나 서비스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PC 웹 등을 기반으로 제공되고, 플랫폼 역량을 발판 삼아 사업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늘 비교선상에 놓인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네이버 역시 카카오의 ‘문어발식 확장’ 논란에 따라 규제 기관이나 소비자들로부터 지적을 받아왔지만,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심하지 않았다”며 “골목상권 침해로 볼 수 있는 사업 영역이 비교적 적고, 최근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에서도 카카오와 달리 안전망 운영에 신경을 쓴 모습이 확인되며 소비자 인식이 상당 부분 긍정적으로 변화한 편”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가 스스로 약속한 말을 지키지 않았다는 점도 내수기업 인식을 확장하는 데 한몫을 한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성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벌어지자 올해 4월 “계열사를 올해 30~40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발표 당시 138개 계열사 중 현재 10개 정도만 정리된 상태다. 카카오가 최근 이 같은 지적에 대안을 내놨으나 비판적 여론이 계속되고 있는 이유다. 회사는 지난 10월 데이터센터 화재로 127시간 30분간 서비스 장애가 벌어진 뒤, 문어발식 경영 재검토를 재차 약속하고 재발방지책을 공개했다.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 참석해 “문어발 확장, 필요치 않은 투자 등에 대해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 네이버·카카오, 해외 사업 실적 차이 ‘극명’ 카카오 앞에 달린 내수기업이란 꼬리표는 실적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카카오가 공시한 2022년도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해외 매출 비중은 누적 기준 20.7%에 그친다. 연결기준 3분기 누적 매출 5조3327억1466만원 중 국내 사업에서 4조2262억3978만원이 발생했다. 해외 매출은 ▶아시아 7178억7760만원 ▶북미 2342억8876만원 ▶유럽 805억4029만원 ▶기타 지역 737억6821만원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빅테크로 꼽히는 메타(옛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MS)·알파벳(구글 모회사)의 해외 매출 비중이 50%가 넘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턱없이 적은 수치다. 국내 글로벌 기업으로 꼽히는 삼성전자는 약 85%를, LG전자도 약 70%의 매출을 해외에서 일으키고 있다. 네이버가 지역별 매출 비중을 공시하고 있지 않아 카카오와 정확한 비교는 어렵다. 다만 네이버는 컨퍼런스콜(투자자 설명회)·인터뷰·간담회 등을 통해 대략적인 해외 매출 비중을 공개하고 있다. 현재 알려진 네이버의 해외 매출 비중은 15% 안팎이다. 수치만 본다면 카카오보다 내수 사업 영역이 넓어 보인다. 그러나 해외에서 뚜렷한 성과를 내는 라인을 포함하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네이버에 따르면 라인의 실적을 포함한 해외 매출 비중은 올해 3분기 기준 40%에 육박한다. 지난해 35% 수준에서 5%포인트(P)가량 수치가 높아졌다. 라인과 야후재팬 운영사인 Z홀딩스의 경영통합 승인은 지난 2020년 이뤄졌다. 네이버는 이에 따라 2020년 3분기부터 라인을 연결 실적에서 제외해 발표하고 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 4월 기자간담회를 열고 2026년까지 연 매출 15조원을 달성하고 이 중 절반을 해외에서 올리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단기적으론 라인을 제외하고 해외 매출 비중 20%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네이버는 이를 달성하기 위한 핵심 사업으로 콘텐츠를 꼽았다. 글로벌 진출에 공격적 행보를 보이는 네이버웹툰의 경우 거래액의 약 60%가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다. 최근에는 디지털트윈 기술을 앞세워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하는 700조원 규모의 신도시 프로젝트 ‘네옴시티’ 사업 수주도 타진 중이다. 네이버는 연결기준 2022년 3분기 누적 매출 5조9483억3558만원, 영업이익 9681억8157만원을 기록했다. 카카오 역시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까지 끌어올리겠단 목표를 지난 4월 발표한 바 있다. 플랫폼·콘텐츠·지식재산권(IP)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성과를 올리겠단 취지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2022.12.23 09:00

3분 소요
‘비욘드 코리아’ 순항하는데도 꿈쩍 않는 카카오 주가 [빅테크 기업의 해외 도전기①]

IT 일반

카카오의 ‘비욘드 코리아’ 계획이 순항하고 있다. 카카오는 올 상반기 해외에서 7613억원을 벌어들였다. 올해 상반기 기준인데도 이미 지난해 전체 해외 매출 규모(6324억원)를 넘어섰다. 이대로라면 연간 기준 해외 매출 1조원 달성은 무리가 없을 전망이다. 전체 매출에서 해외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비욘드 코리아의 성과는 잘 드러난다. 지난해 카카오의 해외 매출은 총매출의 10.3%를 차지했는데, 올해 상반기엔 21.9%의 비중을 차지했다. 분기별, 지역별로 따져보면 성과는 더 고무적이다. 1분기엔 해외에서 3453억원을 벌었고, 2분기엔 4159억원의 해외 매출을 올렸다. 2분기 해외 매출이 1분기보다 2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카카오의 전체 매출은 10.3% 증가했다. 해외 매출 증가율이 더 높았던 셈이다.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에선 지난 2분기 2675억원을 벌었다. 지난 1분기(2338억원)보다 14.4% 늘어났다. 한국 테크기업의 불모지로 꼽히는 북미와 유럽 시장의 성장률은 더 높다. 직전 분기보다 각각 36.2%(670억원→918억원), 30.4%(230억원→300억원) 증가한 매출을 기록했다. 내수기업 꼬리표가 붙어있던 카카오로선 격세지감의 실적이다. 지난해 3분기까지만 해도 카카오는 해외 매출 현황을 공개하지 않았다. “매출은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비유동자산은 국내에 소재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 상반기 해외 매출 비중 20% 달성 ━ 그러다 지난 3월 처음으로 2021년 사업보고서를 통해 해외 매출 규모를 공개했다. 일본이 4602억원으로 가장 비중이 컸고 아시아 885억원, 유럽 388억원, 북미 326억원, 중국 121억원 등의 순이었다. 이미 올해 상반기에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각각 1592억원, 53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면서 전년 연간 실적을 뛰어넘은 점이 눈에 띈다. 카카오의 해외 매출이 부쩍 늘어난 이유는 글로벌 전략을 재편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김범수 카카오 전 의장은 “비욘드 코리아는 한국이라는 시작점을 넘어 해외 시장이라는 새로운 땅을 개척해야 한다는 카카오 스스로의 미션이자 대한민국 사회의 강한 요구”라면서 ‘미래 10년 위한 글로벌 전략 재편’ 계획을 공개했다. 이 계획에 따르면 카카오는 일본을 거점으로 기업 영토를 세계로 확대한다. 일본 시장에 이미 안착한 종합 디지털 만화 플랫폼 픽코마를 운영하는 카카오픽코마를 중심으로 다양한 사업 기회를 모색한다. 일본 카카오픽코마는 올 2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거래액(GMW)이 232억7000만 엔(약 2272억원)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분기 거래액은 2016년 4월 첫 론칭 이후 25분기 연속 성장세를 이어오고 있다. 월간 거래액은 사상 최고인 80억 엔을 넘겼으며,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950만명을 웃도는 것으로 파악된다. 주요 계열사 역시 비욘드 코리아의 방향성에 맞춰 해외 시장 공략을 더욱 강화하기로 했다. 카카오웹툰과 타파스, 래디쉬, 우시아월드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북미, 아세안, 중화권, 인도, 유럽 시장을 공략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2024년까지 글로벌 거래액을 3배까지 성장시킬 계획이다. 카카오게임즈는 다양한 신작 게임의 글로벌 서비스를 준비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이미 모바일게임 ‘오딘: 발할라 라이징’을 통해 대만 시장에 진출해 성과를 내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해외에서 2019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성수 카카오 공동체얼라인먼트센터(CAC) 센터장은 “3년 안에 해외 매출 비중을 30%로 확대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도 제시했다. 올해 상반기 해외 매출 비중이 20%를 넘어서면서 허황된 목표가 아님을 증명했다. ━ 해외 매출 크게 늘렸는데 주가 정중동 ━ 문제는 이런 쾌거에도 정작 중요한 카카오의 주가는 요지부동이라는 점이다. 카카오 주가는 해외 매출 비중이 드러난 8월 16일 8만2500원에 장을 출발해 23일엔 7만4800원에 마감했다. 9.33% 하락했다. 최근 일주일간 카카오 주식을 두고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741억원, 593억원을 팔아치웠기 때문이다. 애초에 카카오가 ‘비욘드 코리아’를 장기 비전으로 삼아 글로벌화에 박차를 가하게 된 것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골목상권 침탈 이슈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해외에서는 힘을 쓰지 못하는 가운데 한국에선 독점적인 지위를 기반으로 생태계를 교란한다는 게 비판의 핵심이었다. 내수시장 확장이 규제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커지자 지난해 6월 주당 17만원까지 치솟았던 카카오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현재의 사업 포트폴리오만으로는 이런 여론을 극복할 수 없다는 판단에 카카오는 내수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고, 해외시장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증권업계는 카카오 주가 반등의 열쇠가 해외 사업성과에 달렸다고 내다봤다. 그리고 실제로 카카오는 가시적인 성과를 냈는데도 시장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는 얘기다. IT업계 관계자는 “시장에선 카카오의 핵심 사업인 광고 사업의 성장성이 눈에 띄게 둔화하고 있는 점이 부각되고 있다”면서 “해외 사업 확장을 위해 투자를 늘리면 단기적으론 수익성에 부담이라는 점도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다린 기자 quill@edaily.co.kr

2022.08.23 18:00

3분 소요
미래 비전 제시하고 기술력 뽐내도…네카오 주가는 ‘떨떠름’

IT 일반

올해 내내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던 양대 빅테크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그간 역량을 집중해온 새 먹거리 사업의 밑그림을 최근에 공개했는데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7일 카카오는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열고 ‘카카오 유니버스’를 공개했다. 지인 간 소통 위주였던 카카오톡 서비스를 관심사 기반 소통으로 연결하겠다는 게 카카오 유니버스 계획의 골자다. 계획의 첫 단추로는 오픈링크를 제시했다. 취미, 장소, 인물 등 공통의 관심사를 가진 이용자들이 모여 소통하고 즐길 수 있는 서비스다. 공통 관심사를 가진 전 세계 이용자를 끌어모으겠다는 게 이 회사의 계획이다. 오픈링크는 내년 상반기에 출시한다. 아울러 카카오는 그룹 계열사 간 협업을 바탕으로 텍스트, 이미지, 영상을 넘어 가상현실까지 아우르는 다양한 메타버스 환경을 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 유니버스에서 콘텐트를 제작하고 공유하는 걸 넘어서 콘텐트로 경제활동도 가능하도록 하는 생태계도 구축한다. 남궁훈 카카오 대표는 “하나의 서비스나 플랫폼이 아니라 관심사를 중심으로 이용자들이 서로 연결되고 의미 있는 관계를 만들도록 지원하고자 한다”면서 “카카오 유니버스가 활성화돼 전 세계인을 관심사 기반으로 연결할 수 있게 되면 장기적으로 ‘비욘드 코리아 비전을 실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독과점·골목상권 침해·수수료 논란을 겪고 플랫폼 성장 전략을 전면 수정했는데, 그중 핵심이 비욘드 코리아였다. 해외 매출 비중을 3년 안에 30%로 확대해 내수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겠다는 거다. 카카오 유니버스는 이 계획의 중추 역할을 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이튿날엔 네이버가 스마트빌딩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에 있는 제2사옥 ‘1784’에 적용한 첨단 기술인 ARC(AI·로봇·클라우드)와 5G 클라우드 기술을 상용화해 다른 기업에도 팔겠다는 거다. 먼저 아크아이(ARC eye)와 아크브레인(ARC brain)을 1784에서 실증·개선을 거쳐 내년에 시장에 내놓는다. 아크아이는 GPS가 통하지 않는 실내에서도 로봇의 위치와 경로를 파악한다. 아크브레인은 모든 로봇의 이동·서비스 등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뇌 역할을 수행한다. 네이버는 ARC와 5G 클라우드의 상용화로 기존의 건물들도 1784나 각 세종처럼 미래형 공간으로 탈바꿈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무선 업데이트(OTA) 방식으로 건물이 진화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네이버는 부연했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앞으로의 공간은 건물 이상으로 그 안에서 새로운 경험을 가능케 할 소프트웨어가 그 중심이 될 것”이라며 “1784와 같은 시도는 팀 네이버가 최초였던 만큼 앞으로 탄생할 수많은 미래형 공간 역시 네이버의 기술에서 출발하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회사는 국내 양대 빅테크다운 기술 경쟁력을 뽐냈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겁지 않았다. 카카오는 카카오 유니버스를 공개한 날 주가가 오히려 4.43% 꺾였다. 이후로도 줄곧 하락세였다. 7일 8만5700원에 장을 시작했던 주가가 10일엔 8만100원에 마감하면서 적지 않은 낙폭(-6.53%)을 나타냈다. 네이버의 주가 흐름도 비슷했다. 로봇과 5G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야심 찬 계획을 발표한 날의 주가는 전일 종가와 같았고, 이후 연이틀 주가가 하락했다. 개인투자자는 두 회사의 주식을 담았지만, 외국인과 기관투자자는 외면한 탓이다. 올해 네이버와 카카오의 주가는 글로벌 긴축 부담 확대와 전쟁, 경기 침체 가능성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줄곧 하락일로를 걸었다. 그사이 나름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는데도 주가 반등은 요원한 일이었다. 증권업계는 두 회사의 미래 성장동력이 구체적으로 드러날 때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두 회사가 미래 비전을 제시했음에도 매도세를 막진 못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2.06.10 16:51

3분 소요
카카오, 암호화폐 거래소 인수…카카오톡·웹툰에 블록체인 녹일까

IT 일반

카카오가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수했다. 블록체인 기술을 발판 삼아 해외 진출에 속도를 내기 위해서다. 5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일본 자회사 카카오픽코마는 최근 SEBC 홀딩스를 인수해 경영권을 획득했다. 이 회사는 일본 암호화폐 거래소 사쿠라 익스체인지 비트코인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 2017년 설립된 이 거래소에선 비트코인·이더리움·리플 등 10여 개 암호화폐가 거래 중이다. 카카오는 "카카오 공동체의 비욘드 코리아 전략을 추진하기 위해 이 회사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카카오가 내수기업이라는 오명을 벗고 기술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 글로벌 시장 또한 확대하겠다는 목표를 내건 바 있다. 카카오는 암호화폐 거래소를 인수한 카카오픽코마를 중심으로 일본에서부터 이 전략을 실현해나갈 계획이다. 인수 이후 계획이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았으나, 카카오픽코마는 웹툰에 암호화폐 서비스와 블록체인 기술을 적용해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픽코마는 일본과 프랑스 등에 웹툰 앱을 서비스하고 있는 웹툰 플랫폼 기업이다. 카카오픽코마 관계자는 "암호화폐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한 경제 시스템을 구축해 웹3.0 관련 사업을 전개해갈 것"이라고 했다. 카카오의 주요 계열사들은 기술 개발과 해외 사업 확대라는 목표 아래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블록체인 관련 사업이다. 김 창업자는 일찍이 블록체인을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로 삼고 전문 자회사를 육성해왔다. 카카오 최초의 블록체인 자회사 그라운드X는 지난 2018년 설립 후 블록체인 플랫폼 클레이튼과 카카오톡 가상자산 지갑 클립 등을 선보였다. 또, 이 회사는 클레이튼 기반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도구 카스를 서비스하고 있으며, 최근 대체불가토큰(NFT) 거래소 클립드롭스도 출시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블록체인 자회사 크러스트를 출범시키는 등 블록체인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콘텐트 계열사도 웹툰과 웹소설 등 보유 지식재산권(IP)에 NFT를 적용하며 신사업 발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1월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자사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을 이용해 발행한 NFT는 클립드롭스에 공개된 지 1분 만에 모두 팔렸다. 이 회사가 발행한 웹툰 빈껍데기 공작부인의 NFT도 지난해 말 기준 80%가량이 거래됐다. 이번 인수는 김 창업자가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처음으로 나선 공식 행보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 자회사 중 카카오픽코마의 사내이사를 맡고 있어, 이번에 인수한 암호화폐 거래소 관련 사업도 챙길 가능성이 크다. 콘텐트 IP업계 관계자는 "웹툰이나 웹소설은 주로 영화나 드라마로 제작되는 경우가 많은데, NFT로 발행하면 콘텐트 IP를 확장할 수 있게 돼 관심을 보이는 작가들이 많다"며 "특히 웹툰은 주요 장면을 각각 NFT로 발행할 수 있어 활용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선모은 기자 seon.moeun@joongang.co.kr

2022.04.05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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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기업 새 CEO 남궁훈 카카오 대표 내정자, 산적한 과제 풀 수 있나?

CEO

지난 20일 카카오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남궁훈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단독대표로 내정했다. 남궁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의 미래 먹거리 발굴의 적임자로 꼽힌다. 그는 한게임 창립 멤버로 NHN USA 대표, CJ인터넷 대표, 위메이드 대표를 거쳐 2015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이후 엔진과 다음게임이 합병하며 출범한 카카오게임즈의 각자대표를 맡았다. 2020년 카카오게임즈를 순조롭게 증시에 입성시키고, 회사가 글로벌 종합 게임사로 발돋움하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 손꼽히는 빅테크 기업의 CEO로 내정됐지만 기대보단 우려가 더 크다. 무엇보다 남궁 내정자가 풀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당초 카카오의 미래 사업 전략을 연구·발굴하는 미래이니셔티브센터의 리더를 맡기로 했던 그를 카카오 CEO에 내정한 건 카카오페이 경영진이 스톡옵션 행사로 ‘먹튀’ 논란에 휩싸인 탓이다. 논란의 중심에 있던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가 일찌감치 자진사퇴 의사를 밝힌 가운데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도 논란의 책임을 지고 연임 의사를 거뒀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이 “카카오가 잃은 신뢰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사과하면서 그룹 쇄신 의지를 밝혔지만, 카카오를 향한 사회적 비판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주가가 좀처럼 반등하지 않는 게 그 방증이다. 카카오와 그 계열사의 주가가 모두 올해 초 대비 큰 폭으로 미끄러졌다. 올해 초와 견줘 카카오 주가는 21.42%(25일 기준)가 하락했고, 카카오뱅크는 31.02% 깎였다. 카카오페이(-19.20%), 카카오게임즈(-21.43%) 등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투자심리가 차갑게 식은 가운데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의 기업공개(IPO)를 추진 일정을 잡는 것도 난감하게 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골목상권 침해 논란도 아직 수습하지 못했다. 기업 대상 꽃이나 간식, 샐러드 배달 사업에서 손을 떼긴 했지만 여전히 매출 대부분이 내수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어 관련 업종의 불만이 거세다. 내수기업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해외 사업 확장을 꾀하고 있지만 당장의 성과를 기대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지금은 한풀 꺾인 플랫폼 규제 이슈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다는 점도 큰 변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한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올해 다시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남궁 대표 내정자는 “사회가 카카오에 기대하는 역할에 부응하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큰 책임감을 갖고 ESG 경영에 전념할 것”이라며 “메타버스 등 미래 기술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 글로벌로 카카오의 무대를 확장하고 기술 기업 위치를 공고히 하겠다”고 밝혔지만, 그의 어깨를 짓누르는 난제가 너무 많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2.01.26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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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3위 등극 카카오, 콘텐트로 ‘내수기업’ 꼬리표 떼나

IT 일반

카카오의 15일 종가 기준 시가총액은 64조1478억원이다. 63조5699억원의 네이버를 앞지르면서 인터넷 대장주 자리를 꿰찼다. 동시에 국내에서 기업가치가 세 번째로 큰 기업이 됐다. 국민 생활과 밀접한 사업영역을 망라하며 성장성이 크게 두드러진 덕분이다. 이처럼 승승장구하는 카카오엔 한 가지 약점이 있다. 매출 대부분을 국내에서만 버는 ‘내수 기업’이란 점이다. 카카오의 감사보고서에 나온 지역별 정보를 보자. “매출은 대부분 국내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재 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대부분의 비유동자산도 국내에 소재하고 있다.” 지난해 4조1568억원을 벌었고, 올해 5조원이 넘는 매출을 달성할 것으로 점쳐지지만 정작 글로벌 시장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는 얘기다. 이 회사 주요 서비스의 면면을 보자. ‘카카오톡(메신저)’, ‘카카오모빌리티(택시·대리운전)’, ‘카카오페이·뱅크(금융)’, ‘멜론(스트리밍 서비스)’ 등의 타깃은 모두 국내 시장이다. 이 때문에 카카오는 신사업을 펼칠 때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메신저 플랫폼의 압도적인 시장 지배력을 이용해 땅 짚고 헤엄치듯 돈을 벌고 있다는 비판이다. 코스피 시총 상위기업 10개 중 해외 매출 비중이 미미한 기업은 카카오뿐이다. 경쟁사 네이버 역시 일본 시장에서 자회사 ‘라인’을 통해 성공사례를 만든 바 있다. 카카오도 해외 시장에 문을 두드린 적은 있다. 지난 3월 말 기준 37개의 해외 법인을 갖고 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해외 시장 공략은 카카오의 숙원 과제다. 여민수 카카오 공동대표는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올해는 해외 매출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두 자릿수 넘게 차지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올해 카카오는 내수 기업이란 달갑지 않은 수식어를 떼기 위한 작업에 적극적이다. 카카오의 변신을 기대하게 하는 건 콘텐트다. 자회사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1조원이 넘는 돈을 들여 북미 웹툰 플랫폼 타파스와 웹소설 플랫폼인 래디시를 인수한 건 그룹 포트폴리오 변화를 상징한다. 미국 시장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진 두 플랫폼을 통해 해외 시장의 영향력을 넓히겠다는 의지다. 업체 간 경쟁 관계에도 미묘한 변화가 점쳐지고 있다. 당장 국내외 콘텐트 시장을 이끌어온 네이버로선 카카오의 활발한 기업 인수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카카오가 내수 시장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에서도 실적을 낸다면, 네이버와의 매출 격차를 빠르게 좁힐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카카오는 한차례 역전 사례를 만들었다. 지난해 7월 카카오재팬의 웹툰 플랫폼 픽코마가 네이버의 라인망가를 누르고 일본 만화 앱 매출 1위로 올라섰다. 덕분에 2019년 101억원의 적자를 냈던 카카오재팬은 지난해 턴어라운드(영업이익 143억원 흑자)에 성공했다. 김다린 기자 kim.darin@joongang.co.kr

2021.06.15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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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대한상의’는 색다르다] IT·게임·금융업 리더 합류, ‘4차 산업혁명 시대 경제단체’ 예고
4대그룹 총수 최초로 회장 취임… 제1의 경제단체로 힘받아 18만 회원사를 거느린 민간 경제단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의 위상이 한층 더 높아졌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4대 그룹(삼성·현대차·SK·LG) 최초로 대한상의 회장에 오른 덕분이다. 이제는 명실상부한 한국 제1의 경제단체로서의 위상을 자랑한다.대한상의에는 벌써부터 ‘최태원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최 회장이 취임하면서 대한상의 회장단에는 IT·게임·스타트업·금융업계를 이끌고 있는 젊은 기업인들이 대거 합류했다. 그동안 전통 제조업체의 이익단체로 평가받던 대한상의가 이젠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선도할 경제단체로 재평가 받게 된 셈이다. ━ 4대 그룹 총수 중 첫 회장의 책임감 최 회장이 3월 24일 제24대 대한상의 회장에 공식 선임됐다. 지난달 23일 대한상의 회장의 사전 단계인 서울상의 회장에 공식 선임된 지 한 달 여 만이다. 국내 4대 그룹 총수가 대한상의 회장을 맡는 것은 최 회장이 처음이다. 최 회장이 대한상의를 이끌게 되면서 대한상의가 명실상부 재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로 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최 회장이 2·3세로 세대교체가 이뤄진 4대 그룹 총수 중 ‘맏형’인 만큼 기업의 목소리를 적극 대변해줄 것으로 재계는 기대하고 있다. 또 최 회장이 그동안 강조해온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외연을 재계 전반으로 확대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까지 아우르는 상생협력에도 힘쓸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하지만 상황은 그리 녹록치 않다. 당장 기업규제3법과 중대재해처벌법, 협력이익공유제 등 정치권으로부터 불어오는 각종 규제입법에 대응해야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해 커지고 있는 사회적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노력도 같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최 회장은 앞선 서울상의 의원총회의 회장 수락 인사에서 “어려운 시기에 이런 일을 맡은 데 대해 상당한 망설임과 여러 생각, 고초가 있었지만 나름 무거운 중책이라고 생각한다”며 “견마지로를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재계 안팎에선 최 회장이 이끌어갈 대한상의의 새로운 비전과 미션에 대해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곧 정부와 기업의 새로운 관계 설정을 의미한다. 18만 기업을 회원사로 두고 있는 대한상의는 1884년 서울상의를 시작으로 137년의 역사를 가진 법정 민간 경제단체다. 137년의 역사 속에는 조선과 대한제국, 일제강점기에 이은 8.15광복과 6.25 한국전쟁, 산업화와 민주화의 여러 경험이 담겨 있다.그동안 대한상의 행보는 거침이 없었다. 경제 5단체(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중소기업중앙회) 중 정부에 대해 가장 ‘강경한’ 목소리를 내왔다. ‘직설가’로 통하는 전임 대한상의 회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의 스타일에 따른 결과였다. 하지만 과거의 대한상의는 그렇지 않았다. 대한상의가 갖는 특수성 때문이었다. 대기업부터 중소기업까지 회원사를 아우르면서 의견조율이 쉽지 않았고 법정 경제단체라는 성격 때문에 활동에도 제약이 많았다. 무엇보다 4대 그룹 총수가 한 번도 수장을 맡지 않으면서 중량감이 떨어졌는데, 이번에 최 회장이 처음으로 회장직에 오르면서 향후 위상에도 큰 변화가 올 전망이다. ━ SK를 재계 3위로 성장시킨 ‘딥 체인지(근본적 변화)’ 재계에서는 ‘최태원의 대한상의’에 거는 기대가 상당하다. 4차 산업혁명의 큰 물결 속에서 보여준 미래를 향한 과감한 경영행보의 성공 때문이다.최 회장은 23년 전인 1998년 부친 최종현 회장이 타계하면서 38세라는 젊은 나이에 그룹 총수 자리에 올랐다. 당시 SK그룹은 내수 시장에 의존하는 기업 구조를 갖고 있었는데 최 회장 취임 후 에너지·석유화학·통신에 이어 반도체까지 사업을 확대하며 성장을 거듭했다.회장 취임 당시 34조원 수준이던 그룹 자산은 지난해 225조원으로 6.6배 커졌고, 매출액은 약 37조원에서 139조원(2019년 기준)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났다. 명실상부 국내 재계 3위로, 시가총액만 125조원에 달한다.최 회장은 SK그룹의 최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특히 2012년에 인수한 SK하이닉스를 통해 내수기업 이미지에서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에 성공했다. 그의 결단은 SK그룹에 터닝포인트를 만들었다. 당시 그룹 안팎에서 ‘무리수’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1년 동안 반도체만 공부했던 최 회장은 확신을 갖고 인수를 밀어붙였다. 그 결과 SK하이닉스 등 반도체·소재 분야 총 매출은 SK그룹 전체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주력 계열로 거듭났다. 이후에도 최 회장은 지난해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도 진두지휘하며 전도유망한 반도체 분야의 몸집을 꾸준히 키워오고 있다.최 회장은 4차 산업혁명시대를 가장 잘 준비하고 있는 오너 경영인이다. 지주회사 SK를 비롯해 SK텔레콤과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 계열사를 통해 미래 모빌리티 관련 기술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차량용 반도체를, SK텔레콤은 기존의 인공지능(AI) 기술을 바탕으로 한 고정밀지도(맵)와 자율주행 기술을,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배터리사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를 진행 중이다.SK그룹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배터리, 통신기술을 모두 보유하고 있어 일각에서는 SK그룹이 미래 모빌리티시장에서 완성차기업 못지않은 영향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SK그룹의 공격적인 M&A는 최 회장이 강조하는 ‘딥 체인지’(Deep Change·근본적 변화)와 ‘서든 데스’(Sudden Death·돌연사)라는 화두에 충실한 전략이다. 이는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없는 기업은 언제 갑자기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의미로, 1998년 최 회장이 취임한 이후 꾸준히 견지하는 경영 철학이다.최 회장의 도전과 혁신은 계속되고 있다.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중심으로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앞세운 성장’으로 새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 기업이 사회적 가치 창출로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면 사회는 그 기업을 존경하고 지지해 다시 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진다는 판단이다. 최 회장은 지난 3월 18일 온라인으로 가진 ‘전국상공회의소 회장 상견례’에서 “지역경제 활성화에 함께 나서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 회장단·상의 조직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춰 최 회장의 등장으로 대한상의에는 세대교체의 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특히 대한상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서울상의 회장단은 근엄한 ‘회장님’들이 물러나고 IT 벤처, 게임, 금융계 등을 대표하는 젊은 기업인들이 속속 자리를 틀고 있다. 23명의 회장단(부회장) 중 무려 7명이나 교체됐다.김희용 동양물산기업 회장, 서민석 DI동일 회장 등이 물러난 자리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친숙한 ‘택진이 형’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카카오톡 국민 메신저를 탄생시킨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 등 ‘IT 1세대’를 비롯해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회장, 박지원 두산 부회장, 이한주 베스핀글로벌 대표,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위원장, 장병규 크래프톤 의장 등이 합류했다. 장병규 의장은 49세, 그 외 6명은 모두 50대다. 이들 모두 최 회장의 권유로 대한상의에 합류했다.사실 대한상의 그중에서도 서울상의 회장단은 그동안 ‘연륜 있는’ 상징성을 지닌 기업 오너, 대표 등이 차지하는 자리였다. 삼성전자(이인용 사장), 현대차(공영운 사장), SK(장동현 사장), LG(권영수 부회장), 한화(금춘수 부회장) 등 10대 그룹을 비롯해 ‘백년기업’인 동화약품(1897년 설립), 대성산업(1948년), DI동일(1955년) 등 오랜 업력을 지닌 기업 최고경영진으로 구성돼 있었다.하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로 인한 장치·설비 중심의 하드웨어 제조업 중심에서 소프트웨어 분야로 빠르게 이동하는 최근의 산업구도 변화에 대한상의도 변화를 준 것이다. 산업구도가 변화하면서 경제단체들이 담아내야 할 목소리도 그만큼 늘어난 결과로 풀이된다.재계에선 IT업계 등 신산업 분야 젊은 기업인들이 합류한 대한상의가 경제계 전반을 대변할 수 있는 경제단체로 위상을 더 높일 거란 기대감이 크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회장단 개편을 통해 전통적인 제조업은 물론 미래산업을 책임질 혁신 기업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변화는 대한상의 조직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대한상의는 3월 8일 총 32명 규모의 팀장급 승진 및 신규보임, 전보 인사를 실시했다. 발표된 인사 중 회계 회원소통 ▶기업정책 ▶조세정책 ▶샌드박스관리 ▶고용노동정책 ▶미주통상 ▶유통물류정책 등 8개 팀의 신규 팀장 선임은 모두 발탁 인사다. 대한상의는 이번 인사와 함께 조직개편을 통해 정부와 정치권의 기업에 대한 증세 움직임에 대응키 위해 조세정책팀을, 회원사 간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한 회원소통 팀도 새로 만든 것으로 알려졌다.나아가 기존 기업문화팀은 ESG 경영팀으로 명칭을 바꿨다. 이는 최 회장이 SK그룹에서 강조해온 ESG 경영을 재계 전반에 확산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행보로 풀이된다. 이외에도 국제본부를 국제통상본부로 개편했다. 이번 인사는 조직에 새바람을 일으키고 활력을 불어넣는 차원으로 이뤄졌다는 게 대한상의 측 설명이다.한편, 앞으로 최 회장은 일주일에 한두 번은 대한상의 집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볼 예정이다. SK그룹 총수로써의 역할은 물론이고 정부와의 스킨십, 경제 외교 사절단 등의 업무를 병행해야 하기 때문이다.대한상의 회장 자리는 SK그룹 총수의 역할보다 범위가 크다. 대통령이나 총리 일정은 물론 주요 국내외 정상이나 귀빈들과의 교류 등 공식적인 업무가 뒤따른다. 이에 SK그룹에서는 조만간 최 회장의 업무를 지근거리에서 보좌할 업무지원실장(상무급) 등을 대한상의로 파견하기 위한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아직 미정인 상태여서 당분간은 서울상의 부회장단에 합류한 이형희 위원장이 최 회장의 상의 활동을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차완용 기자 cha.wanyong@joongang.co.kr

2021.03.28 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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