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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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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 중독 상담 5년 새 6배 늘어…증가폭 1위는 강원도

증권 일반

#20대 남성인 A씨는 고등학교 졸업 후 가진 모든 돈을 투자해 주식을 시작했으나 손실 발생으로 가족과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면서까지 주식을 하게 돼 억 단위의 부채가 발생했다. #15년 전 처음 주식을 시작한 B씨는 주식과 선물옵션을 하다가 저축한 돈 6000만원을 잃었다. 부모님이 주식으로 생긴 부채를 갚기 위해 1억7000만원을 대출받기까지 했지만, 다시 주식을 시작해 한 달 만에 1억4000만원의 손실을 입었다고 털어놨다. 지난해 주식투자 중독 상담을 받은 사람이 지난 2017년에 비해 6배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주식투자 중독 역시 도박중독과 유사해 대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에서 주식투자 중독상담을 받은 사람은 1627명이었다. 이는 2017년(282명) 대비 6배 폭증한 수치다. 주식중독 상담을 받은 인원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282명, 2018년 421명, 2019년 591명, 2020년 1046명, 2021년 1627명으로 집계됐다. 올해 7월까지는 1312명이 상담받았다. 지역별로 상담인원 증가 폭이 가장 컸던 지역은 강원도였다. 2017년 4명에서 2021년 64명으로 16배 뛰었다. 이어 경남이 9명에서 94명으로 10.4배, 세종이 2명에서 20명으로 10배, 충남이 7명에서 63명으로 9배, 전남이 6명에서 47명으로 7.8배 순이었다. 한편 한국도박문제예방치유원의 전체 상담인원 대비 주식중독 상담인원 비율도 증가하는 추세다. 2017년 3.6%, 2018년 3.7%, 2019년 3.9%, 2020년 6.2%, 2021년 8.2%, 2022년(7월) 9.1%로 2022년 상담인원 비율은 2017년의 2.5배에 달했다. 송 의원은 “자산투자도 과도한 투기로 이어질 경우 도박 중독과 유사한 문제가 발생하므로 주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주식중독 치료 및 상담프로그램 강화 등 심각한 중독 상태에 놓인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범부처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다원 기자 daone@edaily.co.kr

2022.10.04 10:04

2분 소요
“눈뜨자마자 주식계좌 열어보는 나, 설마 주식 중독?”

증권 일반

2년 전부터 주식 투자를 시작한 A씨(55세)가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하는 일은 증권사 애플리케이션(앱)을 여는 것이다. 밤새 미국 주식시장이 어떻게 변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국내 주식시장은 미국 증시와 연관성이 크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오전 8시 50분만 되면 불안해지기 시작한다. 오늘은 얼마나 벌지, 또는 얼마나 손해를 볼지가 걱정돼서다. 특히 요새처럼 증시가 롤러코스터일 때는 더 초조하다. 올해 들어서만 이미 20% 이상의 원금 손실을 본 터라 더 예민하다. A씨는 “장기 투자보다 투자 기간을 짧게 잡는 단타 투자를 하기 때문에 주가 변동에 더욱 민감하다”라며 “요새는 회사 일보다 어느 종목을 사고팔아야 하는지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얼마 전 추가 대출을 받아 ‘물타기(주가가 내려갈 때 주식을 더 사서 평균 매입 단가를 낮추는 것)’도 한 상태다. 그는 “처음에는 용돈을 벌기 위해 시작했는데 이제는 투자를 안 하면 불안하고 고수익을 올리는 남들보다 뒤처질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커져서 주식투자를 끊기가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주식 투자에 대한 집착 때문에 불안 증세를 보이고, 원금 회수 생각에 빚을 내서 무리한 주식 투자를 한다면 ‘주식 중독’을 의심해 볼 수 있다. 돈을 벌든, 잃든 투자를 계속해야 하고 투자를 하지 못하면 신경질·우울감·불안감 등을 보인다. 일종의 정신적 스트레스로 돈에 집착하거나 예민해질 때 나타나는 증세다. 22일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에 따르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주식 중독’ 증세를 호소하며 센터에 상담을 의뢰하는 사람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9년 한 해엔 591명에 그쳤지만, 발생 이후인 2020년엔 1047명으로 2배가량 뛰었다. 주식 중독 증세 확산은 코로나19 이후 동학 개미 열풍 등으로 증시활황이 이어지면서 주식 투자자 수가 급증한 탓이다. 특히 지난해까지 이어진 증시호황에 한탕 수익을 내기 위해 투자하는 20~30대 젊은층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20·30대의 주식 보유 잔액은 2019년 말 14조원에서 지난해 말 39조원으로 2년 만에 178% 늘었다. 부모 세대인 50대(108%)와 60대(95%)보다 증가율이 훨씬 높았다. 20·30세대는 코로나19 이후 기성세대보다 공격적으로 자산 투자에 나섰다. 젊을수록 충분한 돈을 벌어야 한다는 걱정이 늘고,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해지며 박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주식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실제로 주식 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한 논문도 나왔다. 최근 안영규 신경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주식 중독의 원인 및 대응방안’ 논문을 통해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는 주식 중독자 4명의 사례자를 인터뷰한 내용을 소개했다. 주식 중독자들의 공통점은 노동에 대한 왜곡, 투자와 투기에 대한 혼돈 등의 증세를 보였다. 주식으로 2억원을 잃었다는 A(45)씨는 “애들 학원비 번다고 아르바이트도 했었는데 주식으로 돈 벌던 것이 생각나서 이제 다른 일은 못 한다”며 “식당에서 일당 10만원, 이까짓 것 클릭 한 번으로 버는데 땀 흘려 일할 생각이 들겠나. 노동 의욕은 완전 상실이다”라고 털어놨다. 5억원을 날리고 치료를 받는 전문직 종사자 D(49)씨는 “지인들은 어제도 3000만원을 벌었네, 5000만원을 벌었네 하니까 밤에 잠이 안 온다”며 “주식 그만하라고 상담받을 때마다 얘기를 듣지만 내가 종목을 잘못 고른 것이라고 생각하지, 중독치료 대상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이코노미스트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의 자문을 받아 ‘성인 주식 자가 진단 테스트’ 표를 만들었다. 테스트는 최근 1년 간 본인의 모습을 토대로 응답하면 된다. 질문을 읽은 뒤 체크한 점수가 0점이면 주식으로 건전한 재테크를 하는 상태, 1~2점이면 주식으로 부정적인 결과가 나타나지 않는 상태, 3~7점이면 과도한 주식 충동 등으로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수 있는 상태로 볼 수 있다. 8점 이상이면 전문가의 상담이 필요할 수 있다. ━ 불법 아니어도 중독 위험성 인지해야 스스로 주식 중독을 인지하거나, 사전에 중독되지 않도록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도박 중독과 달리 주식 중독은 불법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는 태도가 문제라고 지적한다. 박진희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상담사는 “상담자 상당수는 주식은 불법이 아니고, 본인은 어느 정도 정보를 분석해서 투자한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즉 주식 중독에 빠지지 않으려면 단순히 불법 여부가 아닌, 중독 자체의 위험성을 인지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식 시작 전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 곽금주 서울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는 “주식 중독에 빠지는 사람들은 손해를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매몰되는 경우가 많다”며 “자신의 방식이 옳다고 합리화하지 말고 손해를 볼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고 전했다. 만약 이미 주식 중독에 빠졌다고 판단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최성진 한국건강심리학회 이사(동명대 상담심리학과 교수)는 “행위중독의 문제는 스스로 통제감을 가지고 자율적으로 빠져나올 수 있는지로 판단할 수 있다”면서 “만약 주식 투자를 하면서 스스로 통제가 어려워 일상생활, 대인관계 등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홍다원 기자 hong.dawon@joongang.co.kr

2022.02.22 07:00

4분 소요
비디오 게임 중독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게임

최근 실험에서 도박중독 치료법 토대로 한 인지행동요법 70% 성공률 보여 비디오 게임 중독과 치료법은 비디오 시리즈와 강좌로 돈벌이하려는 정체불명의 자력구제(self-help) 대가를 포함해 엉터리 조언과 근거 불충분한 과학이 많지만 새로 발표된 심리학 연구는 70%의 관해율(중독의 일시적 호전 또는 소멸 비율)을 주장한다. 잠재적으로 비디오 게임 중독 치료의 가능성을 높여놓았다.소셜뉴스 사이트 레딧의 하위 분류항목 게임끊기(StopGaming)의 회원 2만5000명이 시사하듯 비디오 게임을 끊으려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실제로 존재하는 소규모 집단이다. 게임을 끊은 사람들은 게임에 빠져 허송했다고 느낀 몇 개월, 또는 인생에 아무런 보탬 없이 뇌의 보상회로를 활성화하려 게임에 몰두한 느낌을 묘사한다. 컴퓨터 게임 중독자 갱생회(Computer Gaming Addicts Anonymous)는 자신과 게임의 관계를 분석하려는 사람을 위한 셀프 테스트를 제공한다. 소장 게임을 신속히 삭제하고 지원자 포럼을 찾는 가이드도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대다수 조언은 기존의 중독 관련 논문에 의존해 왔다. 최근 5년에 걸친 연구 논문 ‘인터넷과 컴퓨터 게임 중독 단기 치료의 유효성, 무작위 임상시험’이 미국의학협회지 JAMA에 발표됐다.2012년 1월~2017년 6월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4개 외래진료실에서 실시된 연구는 외래진료소에서 사용 중인 도박중독 치료법을 토대로 수정된 인지행동요법(CBT)을 테스트했다. 무작위 피험자 총 149명을 두 그룹으로 나눠 74명에는 새 치료요법을 실시하고 나머지 75명에게는 ‘대조군’ 역할을 맡겼다.15주에 걸친 치료는 “인터넷 중독의 개념을 개인적 요인, 온라인 활동의 특성, 역기능적인 대응전략, 그리고 질환 특정 인지편향의 역동적인 상호작용에서 기인하는 것으로 정의한다.” 피험자는 모두 17~55세의 남성이었다. 치료는 요법 목표 설정, 인터넷의 건강한 활용 그리고 재발 방지를 위한 기법에 초점을 맞춘 요법으로 마무리하는 3단계로 크게 분류한 개인·그룹 요법으로 구성됐다.논문의 공동저자 중 한 명인 카이 W. 뮐러 박사는 “컴퓨터 게임을 하고 싶어 안달 났다고 해서 자동으로 중독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고 온라인 매체 바이스에 말했다. “게임과 기타 인터넷 중독에 빠지는 사람은 소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같은 맥락에서 이런 환자들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그들이 고통받고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도 중요하다. 그 밖의 대응은 순전히 무지의 소치다.”피험자의 높은 중도 탈락률에도 불구하고(다른 중독 연구와 마찬가지다) CBT 요법을 완수한 사람들에게서 뚜렷한 효과가 나타났다. CBT 그룹의 남성 72명 중 50명이 증상완화를 보고했지만 대조군에선 71명 중 17명에 불과했다.정신장애 진단·통계편람 5판(DSM-5)에서 인터넷 게임 장애는 3항에서 더 많은 임상연구를 해야 하는 증상으로 규정된다. JAMA에 발표된 새 논문은 치료뿐 아니라 게임 중독 이해를 증진하는 데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논문의 결론에서 저자들은 약물요법과 새로 설계된 요법의 결합에 대한 연구를 통해 게임과 인터넷 중독자 대상의 완전히 체계화된 치료를 향한 다음 단계의 조치를 촉구한다.- 앤드루 웨일런 뉴스위크 기자

2019.10.21 15:08

2분 소요
시간을 먹어치우는 괴물

산업 일반

남성은 온라인 게임과 포르노, 여성은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쇼핑 등 디지털 중독 심해져… 술·마약·도박을 끊을 수 없는 증상과 공통점 많아2010년 여름 어느날 영국 케임브리지 크라이스트 칼리지에서 강연했을 때 스웨덴 출신인 대학원생 다니엘 베르크가 개인적으로 나를 찾아왔다. 강연에서 나는 큰 의미를 담지 않고 ‘인터넷 중독’을 언급했다. 베르크는 인터넷 중독이 그냥 지나가는 식으로 말하기에는 너무 심각한 문제라며, 스톡홀름대학에 있는 친구 다수가 학교를 그만두고 무료 숙박소에서 폐인처럼 지내며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만 계속한다고 말했다. 말도 스웨덴어보다는 게임에서 사용하는 영어 은어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한다는 설명이었다. “그들은 자신이 처한 상황을 어떻게 느끼나요?” 내가 물었다.“불안하고 초조해해요.” 베르크가 답했다.“그런데도 계속 게임을 한다고요?”“그래요. 오로지 게임만 해요.”그런 행동은 실제로 중독처럼 보인다. 후회하면서도 일시적인 쾌락을 강박적으로 좇으면서 개인과 사회 모두에 해를 끼친다는 뜻에서 중독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게임의 경우는 스웨덴 남성에게 개인적인 피해가 가장 큰 듯했다. 베르크는 “경제사를 전공하는 대학원 과정에서 남아 있는 남학생이 나 하나”라고 말했다.그러나 미국 플로리다주로 돌아갔을 때 나는 디지털 기기 집착이 상아탑에서 성별적으로 좀 더 동등한 피해를 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강의실에서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여학생이 남학생만큼이나 많았다. 내가 학생들에게 베르크의 이야기를 들려주자 그들은 곧바로 그런 유형을 잘 안다고 반응했다. 한 학생은 자신도 게임에 빠져 1년을 허비했지만 지금은 회복 중이라고 털어놓았다(하지만 성적을 보면 여전히 위태로웠다). 다른 학생은 게임을 하면서 화장실 가는 시간을 아끼려고 컴퓨터 곁에 깡통을 두는 게이머를 봤다고 말했다.나는 컴퓨터 곁에 둔 소변용 깡통이 ‘중독’의 달라지는 개념을 극단적으로 상징한다고 생각한다. 1970년 대만 해도 ‘중독’이라는 용어는 강박적인 마약 사용 이 외에는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때부터 약 40년 동안 ‘중독’의 개념이 크게 확장됐다.회고록을 낸 사람들은 도박·섹스·쇼핑·탄수화물에 중독된 경험을 책에서 고백했다. 독일의 섹스치료사들은 인터넷 포르노를 두고 청소년을 유혹하는 ‘초기 마약’이라고 불렀다. 뉴욕타임스 신문의 사설은 설탕이 ‘마약과 똑같이 작용하는’ 중독성 물질이라고 주장했다. 하루에 콜라 10ℓ를 마신 뉴질랜드의 한 젊은 어머니는 치아가 다 빠진 채 부정맥으로 사망해 언론의 비상한 관심을 끌었다. 중국 장쑤성의 19세 무단 결석생은 인터넷 중독을 치료하기 위해 자신의 손을 잘라 화제가 됐다. 중국 관리들은 그의 동년배 중 약 14%가 그와 비슷하게 게임에 빠진 것으로 판단하고 인터넷 중독 치료 센터를 설치했다. 한국과 일본도 그 뒤를 따랐다. ━ 헤어나기 힘든 웹의 덫 대만 의원들은 자녀가 온라인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허용하는 부모에게 벌금을 부과하기로 했다(미성년자의 흡연과 음주, 마약 사용, 빈랑 열매 씹기를 금지하는 법을 확대했다). 미국에선 다른 중독은 위험할 정도로 높은 수준이지만 온라인 중독은 다소 덜하다(2000년대 초 미국 청소년의 47%는 적어도 한 가지의 행동·약물 중독 장애를 보였다).그들은 한 가지 이상의 증상을 보이는 경우가 많았다. 의학 연구자들은 약물과 행동 중독의 기저가 유사하게 나타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뇌의 변화와 내성패턴, 갈망·도취·금단 경험이 비슷하다. 또 그와 비슷한 성격 장애와 강박증에 대해서도 유사한 유전학적 경향을 보인다. 예를 들어 도박 마니아와 카지노의 바에서 거의 살다시피 하는 사람은 동일인일 가능성이 크다. 2013년 미국정신의학협회가 발행하는 진단 및 통계 편람 5차 개정판(DSM-5)은 도박 장애를 마약 중독과 똑같이 묘사했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ICD) 제11차 수정안 초안에 ‘게임이용장애’를 추가했고 얼마 전 ‘게임 중독이 질병’임을 공식 의결했다.이처럼 중독을 이야기하는 문제에서 모두가 적극적이었던 건 아니다. 의사들은 환자를 낙담시키거나 오명을 줄까 두려워 중독이라는 용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자유의지론자들은 자제력 부족의 핑계라며 중독의 개념을 일축했다. 사회과학자들은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것을 ‘의학 제국주의’라고 공격했다. 철학자들은 중독의 개념이 모호하다며 서로 다른 증상에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오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나는 ‘중독’이라는 용어를 고수할 생각이다. 강박적이고 조건반사적이며 재발하기 쉽고 해로운 행동 패턴을 가리키는, 간략하고 보편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중독이라는 이런 해로운 행동 패턴이 왜 더욱 뚜렷해지고 다양해졌을까?인터넷 중독과 음식 중독은 아주 비슷하다. 예를 들어 음식 중독자는 뭔가를 계속 먹어야 한다. 반면 마약과 도박 중독자는 적어도 끊으려고 시도해볼 수는 있다. 그러나 온라인 유혹은 음식처럼 뿌리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특히 요즘은 인터넷 사용을 생활의 일부로 당연시하기 때문이다. 중독 치료사는 그런 사정을 잘 안다. 음식중독 치료를 받는 사람이 균형 잡힌 섭식을 지향하듯이 인터넷 중독을 치료받는 사람은 ‘문제 있는 인터넷 사용을 자제하고, 통제되고 균형 잡힌 인터넷 사용’을 목표로 한다.유사성은 거기서 끝나지 않는다. 음식 중독자와 인터넷 중독자는 똑같이 음식이나 인터넷에 집착하고, 절제력을 잃으며, 내성을 보이고, 불안과 강박 같은 장애를 나타내며, 금단 시기에 우울증을 겪는다. 재발하기 쉬우며, 가족의 애원과 사회적 비난에도 끈질기게 계속된다. 인터넷 중독자의 수도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스마트폰의 보편화로 상황이 악화하기 전인 2000년과 2009년 미국·유럽에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인터넷 중독 유병률은 각각 1.5%와 8.2%였다. 중국의 조사에서는 그 비율이 2.4~6.4%였고, 대만의 대학 1학년생 같은 일부 하부 집단의 경우 중독률이 18%에 접근했다. 선진국에서는 인터넷 중독이 적어도 음식 중독만큼 흔해졌다. 청소년 사이에서는 그 정도가 훨씬 더 심하다.2010년 국제 연구팀은 10개국의 대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24시간 동안 전자 미디어 없이 지내도록 하면서 그들이 어떻게 느끼는지 조사했다. 전형적인 반응은 놀라움과 초조함, 지루함, 고립감, 불안·우울의 혼합된 감정이었다. 어느 나라에서든 전자 미디어의 과도한 사용과 중독을 솔직히 인정한 사례가 많았다.술이나 마약, 가공식품, 또는 도박처럼 전자 미디어 소비도 호르메시스(hormesis) 원칙을 따른다. 쉽게 말하자면 ‘자극’의 원칙이다. 자극제는 적은 양을 사용하면 이롭고, 많은 양을 사용하면 해로운 경우가 많다. 가끔 사용하면 좋은 휴식 시간처럼 지루함을 달래고 의욕이 생길 수 있지만, 현실 도피용으로 과도하게 사용하면 자신과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친다. 의사들은 그런 상태를 인터넷 중독, 인터넷 중독 장애, 인터넷 사용 장애, 병리적 인터넷 사용 장애, 또는 완전히 다른 무엇으로 부를지를 두고 견해가 엇갈린다. 그러나 거기에 공통분모가 있다는 사실에는 모두가 동의한다.과도한 사용자는 현실 세계의 번거로움과 귀찮음을 잊어버리는 방편으로 온라인 활동에 매달린다. 그들은 계속 빠져드는 슬롯머신 도박꾼과 비슷하게 행동한다. 슬롯머신에서 대박을 터뜨린 사람처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초당 최대의 피해를 가하는 캐릭터가 되면 다음 차례의 대형 습격을 놓치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러나 현실의 삶을 중시하는 사람은 그런 추구를 부정적으로 평가한다. 교사는 낙제점을 주고, 부모는 질타하고, 회사는 해고하고, 배우자는 이혼을 요구하고, 판사는 인터넷 중독 치료 캠프에 등록할 것을 명령한다.자유의지론자와 치료회의론자는 강압적인 치료가 터무니없다고 생각한다. 음식 중독을 둘러싼 첨예한 논란이 인터넷 중독 문제를 두고서도 재연되고 있다. 마약 같은 중독으로 볼 수 있는가? 특정인이 다른 사람보다 더 취약한 후천성 뇌 질환으로 볼 수 있는가? 사실 인터넷 중독을 둘러싼 논란은 그보다 더 혼란스럽다. 음식 중독의 강박적인 먹기보다 훨씬 다양한 활동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디지털 포르노, 온라인 도박, 게임, 성인용 채팅, 온라인 쇼핑, 소셜미디어 플랫폼, 웹 검색 등이 그런 활동의 구체적인 예다. 집단마다 중독의 형태도 달라진다. 남성은 온라인 게임과 포르노, 여성은 시각적인 취향의 소셜미디어와 온라인 쇼핑으로 쏠린다. 일부 정신과 전문의는 후자를 중독으로 분류하지만 다른 일부는 강박 장애로 분류한다. ━ 청소년들의 은밀한 생활 인터넷 중독을 측정하기 어렵게 만드는 또 다른 요소는 일반적인 중독에 비해 상대적으로 새롭다는 사실이다. 카메라가 장착돼 있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모바일 기기를 통한 습관적인 소셜미디어 소비의 경우가 특히 새로운 현상이다. 전례가 거의 없지만 다음의 세 가지가 두드러진다.첫째, 디지털 연결성과 이동성이 완전히 새로운 형태의 중독 행동을 만들어냈다. 분류와 원인을 둘러싸고 학계에서 논쟁이 벌어지지만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은 이미 사회적인 사실이 됐다. 내가 사람들에게 ‘중독의 역사’를 새로 쓴다고 말하면 모두 스마트폰을 달고 사는 아이들을 포함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때 대수롭지 않은 골칫거리였던 습관이 진정한 우려가 됐다. 스마트폰을 사용하던 중 발생하는 교통사고, 사이버 괴롭힘, 불안증, 학습 포기 등 피해가 갈수록 늘어난다. 소셜미디어 포스트를 강박적으로 ‘공부’하다 보니 다른 것을 공부할 시간이 없어진다.둘째,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도박·마약·매춘·포르노 등 과거의 나쁜 행동과 중독이 다시금 전 세계로 확산될 기회가 생겨났다. 실제로 인터넷이 처음 상업용으로 사용될 때부터 트래픽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 것은 포르노였다.셋째, 새로 생긴 나쁜 습관과 과거 나쁜 습관의 새로운 발산 수단이라는 이 두 가지 사태 발전은 수익 창출, 소비자 정보 확보, 기기·앱의 사용 시간 극대화에 초점을 맞춘다. 온라인 사용자의 눈길을 끄는 것이 기업의 핵심 자산이다. 또 그 수단은 행동과학이 제공한다. 윤리학자 트리스탄 해리스는 컴퓨터 사용에 자제력을 발휘하려는 사람 하나하나마다 그 자제력을 무너뜨리려는 전문가 1000명이 달라붙는다고 지적했다. 게임 개발자는 청소년 플레이어의 성향을 연구하고 그들의 마우스 클릭을 분석하면서, 플레이를 연장하고 게임 안에서 제품 구매를 자극하는 방법을 모색한다.나쁜 디지털 습관과 중독의 이 세 가지 측면 전부는 언론인 낸시 조 세일스의 2016년 저서 ‘소셜미디어와 십 대 소녀의 은밀한 생활(American Girls: Social Media and the Secret Lives of Teenagers)’에서 자세히 다뤘다. 세일스는 스마트폰을 가진 13~19세 소녀 200명 이상을 대상으로 소셜미디어의 영향을 조사했다.그들은 스마트폰과 인터넷 동영상, 소셜미디어에 중독됐거나 집착한다고 스스로 밝혔다. 극단적인 경우 하루 9~11시간 온라인 활동에 매달린다고 응답한 소녀도 있었다. 다른 중독처럼 쾌락이 보상으로 작용하는 ‘재강화’ 과정은 긍정적인 차원과 부정적인 차원 둘 다로 나타났다. 포스트나 사진에 달리는 ‘좋아요’와 리트윗되는 메시지 하나하나가 작은 심리적 대박이었다. 정보의 끊임없는 흐름, 특히 새로운 것을 접하는 문제에서 자신이 얼마나 빠른지에 관한 정보가 큰 보상이었다. 그런 정보에 접근하지 못하면 불안과 초조함에 시달렸다. 온라인에서 다른 모든 것이 그렇듯 그 증상도 ‘고립증후군(FOMO, Fear of Missing Out)’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자신만 흐름을 놓치고 있는 것 같은 심각한 두려움 또는 세상의 흐름에서 자신만 제외되고 있다는 공포심을 가리킨다.여자아이 못지않게 남자아이도 손쉽고 검열되지 않는 인터넷 접근의 대가를 치른다. 그들은 수준 낮은 ‘브로 문화(bro culture, 남성적인 문화)’와 성 기능 장애로 이어질 수 있는 포르노 판타지의 세계에 빠져든다. 아이비리그 대학에 다니는 한 남학생은 요즘 남자 대학생이 발기가 잘 안 되는 이유가 ‘과도한 포르노 소비’라고 세일스에게 말했다.한 세기라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기술·섹스 혁명이 세 차례나 일어났다고 말할 수 있다. 첫째는 인공피임으로 섹스와 출산을 분리한 혁명이다. 둘째는 디지털 포르노로 섹스를 사람 사이의 실질적 접촉에서 분리했다. 셋째는 온라인 절연성과 비개인화로 섹스를 연애·결혼에서 분리했다. 섹스가 저렴하고 신속하며 언제나 가능하다면 꽃다발과 고급 만찬 데이트, 약혼반지가 왜 필요하겠는가?그런 사람이 많아질수록 디지털 유혹은 더 강해진다. 2006년 9월에 만해도 페이스북은 단지 또 다른 ‘재미있는’ 사이트였다. 13세 이상이고 이메일 주소만 있으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새로운 사이트였다. 그러나 10년 뒤 페이스북은 일일 활동 사용자가 10억 명이 넘는 세계적인 집착 현상으로 발전했다. 전 세계 온라인 인구의 약 40%가 사용한다는 뜻이다. 그로써 페이스북은 세계에서 시가총액 5위인 기업이 됐다. 이 모든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소셜미디어 플랫폼과 게임 개발자는 쾌락의 전통적인 혼합 비법에 의존한다. 차이가 있다면 설탕이나 소금, 지방 대신 심리적인 성분으로 구성된 메뉴에서 선택한다는 점이다. 사용자가 즉시 닿을락 말락 한 유혹적인 목표, 예상할 수 없지만 자극적인 피드백, 점진적인 진전과 어렵게 얻는 숙달, 점점 더 어려워지는 과제와 수준, 결단을 요구하는 긴장감, 비슷한 사용자들과의 사회적 유대가 그 성분이다. 내부자들은 그것의 사회적 측면을 ‘부족민의 보상’이라고 부른다. 부족민의 ‘징계’도 따른다. 예를 들어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 있는 클렘슨대학의 영어 교수로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게임을 일주일에 60시간씩 하다가 교수직을 잃은 라이언 밴 클리브는 “게임을 계속하다 보면 가상의 사람들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강박증이 생긴다”고 설명했다. 가정을 잃지 않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게임을 포기했을 때 그는 극심한 식은땀과 구토증, 두통에 시달렸다.주된 위험은 특히 스마트폰의 경우 대화·수면·운전·공부·사색·연습·작업의 끊임없는 방해다. 그로 인해 개인 사이의 친밀감과 건강, 안전, 지식, 창의성, 전문 기술, 사회적으로 건설적인 몰입 상태 등을 성취하거나 유지하기가 어렵다. 도박장의 슬롯머신처럼 소셜미디어를 비롯한 디지털 활동은 가상적인 지름길을 통한 대안의 몰입 상태를 제공한다. 그로 인해 시간과 돈이 낭비되고, 현실 세계의 성취와 만족이 줄어들며, 있는 그대로의 현실적인 삶을 견디지 못하게 된다. ━ 나쁜 습관이 큰 돈벌이가 되는 시대 문학가 제이디 스미스는 “페이스북이 지금까지 내가 경험한 최고의 휴식처였다”고 말했다. “그런 점이 너무 좋았다.” 그러나 그녀는 페이스북에 몰입하면서 자신의 문학 경력이 위험에 처하자 두 달 만에 페이스북을 포기했다. 현명한 행동이었다. 또 ‘인생수정(The Corrections)’으로 유명한 소설가 조너선 프랜즌은 눈가리개와 귀마개를 하고 그 소설의 일부분을 썼다. 그는 인터넷에 연결된 상태에서 집필하면 좋은 작품을 쓰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대학에서 교수들은 인터넷으로 완전히 무장한 학생이 독창적인 논거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연구에서도 소셜미디어 사용이 성적과는 반비례한다는 것을 보여준다.심리학자들에 따르면 늘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은 무음 상태로 설정한 스마트폰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 스마트폰이 소리가 나지 않아도 알림으로 화면이 켜지거나 진동하면 다른 형태의 일반적인 온라인 접근처럼 주의가 산만해지기 때문이다.그런 상태를 전문적인 용어로 ‘타임 서크(time suck)’라고 부른다. ‘시간을 먹어치우는 괴물’이라는 뜻으로 과도한 시간을 소비하게 하는 활동을 가리킨다. 속어 영영사전 어번 딕셔너리는 ‘타임 서크’를 ‘마음을 빼앗고 중독적이어서 실제 생활에서 중요한 일(생업이나 식사, 자녀 양육 등)을 못 하게 만드는 활동’으로 정의한다. ‘타임 서크’는 다른 형태의 중독 행위처럼 저절로 계속된다. 예를 들어 현실 세계의 의무를 다하지 않아 스트레스를 받는다면, 또 가상세계에 몰입해 외로움과 불안, 우울함이 생긴다면 또 다른 현실도피가 필요해 그런 행동을 반복한다. 미국 국립 알코올 남용 및 중독 연구소(NIAAA)의 조지 쿱 소장은 “사람들은 기분이 좋지 않다고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지만 음주는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어 결국 술을 더 마시게 된다”고 설명했다. 디지털 중독에도 똑같이 적용되는 논리다.로렌 브릭터는 트위터 같은 앱의 사용자가 터치스크린을 아래로 잡아당겨 피드를 업데이트할 수 있는 ‘당겨서 새로 고침(pull-to-refresh)’ 기능을 개발했다. 그러나 그는 2017년 자신의 발명을 후회한다고 털어놓았다. 그것이 마치 슬롯머신에서 잡아당기는 손잡이처럼 중독적이기 때문이다. 브릭터만이 아니다. ‘좋아요’ 버튼의 원형을 개발한 저스틴 로젠스타인도 산만한 디지털 세계에 ‘가짜 쾌락’을 선사하는 장치를 만들어낸 것을 후회한다. 또 페이스북에서 사용자 확보 담당 부사장을 지낸 차마트 팔리하피티야는 페이스북을 “단기적으로 흥분을 유발하는 피드백 루프”라고 부르며 “그것이 사회의 작동 방식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시민적인 대화도 없고, 협력도 없으며, 허위 정보와 거짓이 난무할 뿐이다.” 그는 그것이 미국만이 아니라 전 세계적인 문제라고 강조했다. 사용자의 눈길을 사로잡고 그것으로 수익을 올리는 것이 거부할 수 없는 게임이 돼버렸기 때문이라고 그는 말했다.자신이 한 일을 후회하든 않든 실리콘밸리의 엘리트들은 자기 가족의 기술 사용은 엄격히 단속했다. 어느 기자는 애플 창업자인 고(故) 스티브 잡스의 집이라면 아마도 식탁마저 아이패드로 만들어졌을지 모른다고 상상했다. 하지만 잡스는 그에게 “우리는 아이들이 집에서 아이폰이나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을 제한한다”고 말했다. “식탁에서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다.” 그는 식사 시간이 되면 아이들이 어제 읽은 책과 역사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원했다. 또 온라인 잡지 ‘와이어드’의 편집장을 지낸 크리스 앤더슨은 잡스를 인터뷰한 바로 그 기자에게 자신의 다섯 자녀도 부모의 기기 사용 금지 규정에 불만이 많았다고 말했다. “우리가 기술을 경계하는 것은 기술의 위험을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다.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다. 우리 아이들에겐 그런 일이 없기 바란다.”팔리하피티야는 좀 더 노골적이었다. 그는 “그 빌어먹을 것”을 자신도 사용하지 않고 자녀에게도 사용을 허락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다른 IT 업체 임원이나 엔지니어들은 사용 시간제한으로 그 문제에 대처했다. 예를 들면 자녀가 15세가 되기 전에는 스마트폰을 사주지 않고, 침실에서는 화면을 못 보게 했다. 또 그들은 집에서 자녀의 기술 사용을 제한했을 뿐 아니라 심지어 아이폰·아이패드만이 아니라 일반 랩톱마저 금지하는 학교를 골라 자녀를 등록시켰다.의학 역사학자인 찰스 로젠버그 하버드대학 교수는 “어떤 면에서 질병은 우리가 인지하고 이름 붙이고 대응함으로써 존재한다고 합의하기 전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새로운 중독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지금 그 중독을 인지하고 이름 붙이고 그에 대응하기에 바쁘다. 그러나 결국 중요한 점은 우리가 그런 과잉적 행동을 어떤 용어로 지칭하느냐가 아니라 그 대가를 올바로 이해하는 것이다. 지금은 단순한 중독의 시대가 아니다. 현재 우리는 우리 뇌를 절제되고 고차원적인 즐거움에서 저급하고 즉각적인 만족으로 수준을 낮추도록 이끄는 상업화된 유혹이 어느 때보다 강한 시대를 살고 있다. 지금은 어느 때보다 나쁜 습관이 큰 돈벌이가 되는 시대다.- 데이비드 T. 코트라이트※

2019.07.14 17:40

12분 소요
[WHO발 악재에 비상 걸린 ‘K게임’] 확률형 아이템 등 사행성 논란 재점화

게임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공식 규정… 현 상태로는 3년간 11조원 이상 손실 가능성 악조건에도 성장세를 이어왔던 국내 게임 업계가 이번엔 세계보건기구(WHO)발 대형 악재에 휘말렸다. WHO는 지난 5월 25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총회에서 ‘게임 이용 장애’가 포함된 국제질병분류 11차 개정안(ICD-11)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게임을 도박과 같이 잠재적 중독 행위의 하나로 분류하고, 게임에 중독되는 경우를 ‘질병’으로 규정한다는 것이다. 새로운 국제 기준이 확립되는 셈이라 각국이 질병 코드 정식 부여를 고심해야 하는 한편, 게임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 인식도 지금보다 한층 확산될 수밖에 없다. 보건복지부는 민관협의체를 구성해 대응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오지환 한국이스포츠아카데미 대표는 “WHO처럼 공신력 높은 집단이 게임 중독을 경고하고 나서면서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나쁜 쪽으로 확산될 것”으로 우려했다. ━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 더 나빠질 것” 우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한국의 게임 산업은 2017년 매출 기준 약 13조원 규모로 세계 4위를 형성한 것으로 추산된다. 수출액도 지난해 기준 약 4조7800억원으로 덜 알려진 수출 효자 종목이었다. 특히 게임 셧다운제(자정 이후 청소년의 게임 이용 제한 제도) 도입(2011년~),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복에 따른 ‘K게임’ 판호(중국 내에서 유통할 권리) 발급 불허(2017년~)와 같은 각종 악재에도 10년 사이 배로 성장해 세간의 기대감을 키웠다. 새로이 부각된 WHO발 악재로 K게임의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장은 “과거 고스톱과 포커 같은 웹보드 게임 규제로 산업 규모가 30%가량 축소된 바 있다”며 산업적 위축 가능성을 언급했다. 서울대 산업공학과 이덕주 교수팀도 보고서에서 게임 이용 장애의 질병 코드 등재 이후 2023년부터 3년간 국내 게임 산업의 경제적 손실이 1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측했다.앞서 WHO는 지난 2014년부터 게임 중독을 질병으로 분류하는 일을 추진해왔다. 세계적으로 게임 중독이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지만 질병 등으로 따로 분류되지 않아 실태 파악조차 어렵다고 봐서다. 게임 중독 문제를 완화하려면 표준화한 기준에 의거해 세계 각국이 실태 조사 후에 그 결과를 취합하고, 국가 간 비교하면서 대책 마련 움직임이 활발해지도록 이끌어야 한다는 게 WHO의 관점이다. 관련해서 통계가 발표되면 나라별로 게임 중독 예방과 치료를 위한 예산을 배정하고 집행해나갈 수 있다. WHO의 이번 개정안은 유예기간을 거쳐 2022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개정안 발효까지는 아직 3년의 시간이 남은 가운데, 게임 업계가 단순히 반발하기보다 차제에 K게임 패러다임 전환에 나설 때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업들이 장기적 관점에서 K게임의 체질 개선에 집중, WHO발 악재에도 향후 국내외 시장에서 흔들림 없이 선전할 수 있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간 K게임은 외형 성장 이면에서 “내실은 더 많은 개선이 필요하다”는 소비자들의 냉정한 평가를 함께 받았다. 예컨대 PC와 모바일을 불문하고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등 특정 장르 일변도로만 게임이 개발돼 창의성이 떨어지고 획일화했다는 비판론이 계속해서 제기됐다. 넥슨과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이른바 ‘3N’의 대형 게임사 세 곳에 대한 업계 전체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분석도 쏟아졌다. 3사 도합 매출이 2017년 6조5000억원가량으로 업계 전체 매출의 절반에 달했다.특히 사행성 조장 논란을 빼놓을 수 없다. K게임이 눈앞의 실적에 급급해 ‘현질(현금 결제)’을 유도하는 확률형 아이템 장사에 심취, 장기 경쟁력 저해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는 비판론이다. 확률형 아이템은 MMORPG 게임 내에서 게이머가 일정 금액을 내고 확률에 따라 지급받는 아이템이다. 공격력이 높은 검(劍), 특별한 능력을 주는 방어구 등이다. 보통 좋은 아이템일수록 당첨될 확률은 낮아진다. 게이머들이 게임 내에서 자신의 우수한 모습을 남들에게 보이기 위해 많은 돈을 들여 아이템을 ‘뽑고 싶다’는 충동에 빠질 개연성도 그만큼 커진다. 그간 K게임에선 이 확률형 아이템이 고질적 병폐로 지적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몰개성한 게임 시나리오, 선정적인 일러스트 사용 등 비판 대상이 되는 부분이 적잖지만 그중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은 이번 악재와 직접적으로 맞물려 논란이 클 것”이라며 “게임 중독과 직결될 소지가 있다는 시각이 많아 WHO의 새 기준이 적용되면 문제시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업계는 2015년부터 한국게임산업협회를 중심으로 게임 내 아이템의 당첨 확률을 공시하는 자율 규제를 시행하는 등 나름대로 자정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다. 다소 투명해진 정보 공개로 과거의 확률 조작 논란으로부터는 어느 정도 자유로워졌지만, WHO발 악재에 근본 대응하고 K게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선 그 이상의 자정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확률 공시가 자율일 뿐 의무적이진 않아서다. 국회에서도 이 문제가 공론화한 상태다. 이원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획득 확률이 100분의 10 이하인 확률형 아이템을 판매하는 게임을 청소년 이용 불가 등급으로 분류하고, 세부 아이템 구성과 확률 공개를 강제한다는 내용의 게임산업진흥법 개정안을 발의해 계류 중이다. 정우택 자유한국당 의원도 확률형 아이템 상세 공개와 사행성 조장 방지를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확률형 아이템은 뜨거운 감자다. 핀란드 슈퍼셀의 ‘클래시로얄’, 중국 클릭터치의 ‘황제라 칭하라’ 같은 인기 게임들도 확률형 아이템으로 게이머의 ‘현질’을 유도한다. 논란이 확산되면서 애플과 구글은 자사 플랫폼을 통하는 모바일 게임 개발사들에 확률형 아이템의 확률 공개 의무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애플은 2017년 앱스토어에서 확률 공개를 의무화했고 구글 또한 6월 초 구글플레이에서 게임사들이 확률을 공개하도록 개발자 가이드라인을 수정했다. 해외 게임사들도 자정 노력의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 업체 에픽게임즈의 팀 스위니 대표는 지난 5월 방한해 공식석상에서 “누구나 시간 관리 면에서 적절히 균형을 잡을 필요가 있다”며 게이머들이 게임에 중독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함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과도한 랜덤박스(확률형 아이템) 등 과금을 해야 이기는 방식은 (게임에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게임사들의 자체 조정이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 게이머·게임사의 자정 노력 필요 이와 함께 WHO발 악재에 따른 손실을 최소화하려면 K게임 수출 전략의 다변화를 꾀할 필요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중국이 급성장 중인 자국 게임 보호를 위해서도 여전히 K게임에 대한 규제를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어 수출 전선에 먹구름이 드리운 상태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게임물관리위원회의 이재홍 위원장은 “높이 장벽을 친 중국 시장에서 조금 눈을 돌려 동남아나 남미, 아프리카 같은 신흥시장으로 게임 수출을 늘릴 필요가 있다”며 “신흥시장 수요도 적잖을 걸로 분석되는 만큼, 이번 기회에 판로 다변화로 K게임의 미래를 준비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9.06.16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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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박사의 힐링 상담 | SNS 중독 극복] 과다에서 활용으로, 가상에서 실제로

전문가 칼럼

접속시간 제한하고 사색·휴식으로 눈 돌려야… 현실의 인간관계에서 만족 찾아야 그녀는 20대 후반 직장 여성이다. 스마트폰·인터넷과 함께 자랐다. 인터넷 없는 세상은 상상할 수 없고, 사람을 만나는 것보다 카카오톡으로 소통한다. 출근하면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하고, 시간이 나면 스마트폰 게임을 한다. 멋진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기 전 반드시 사진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리고, 색다른 장면을 목격하면 인스타그램에 동영상을 올린다.언젠가부터 문제가 생겼음을 느낀다. 사진을 안 올리고 밥을 먹으면 소화가 안 되고, 올린 사진에 ‘좋아요’의 숫자가 없으면 하루 종일 우울하다. 작은 스트레스에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찾게 되고, 스마트폰에 매달리는 시간이 점점 길어진다. 어쩌다 스마트폰을 두고 출근하면 온종일 짜증과 불안으로 업무가 엉망이 된다. 낮선 사람과 만나는 자리가 점점 더 불편해지고, 스마트폰에 집중하면 편안하고 행복하다. ━ 20~30대 모바일 SNS 이용률 90% 넘어 이런 증상은 최근 카톡 단체 대화방을 업무용으로 사용하면서 더 심해졌다. 글을 올리고 답이 빨리 올라오지 않으면 초조하고, ‘나를 싫어하나’란 생각에 울적해진다. 얼마 전 결정적인 실수가 있었다. 업무용 단톡방에 그녀의 여행 사진을 올린 것이다. 사진을 봤을 텐데 동료들로부터의 답글이 없자 ‘직장생활을 잘못하고 있나’란 의구심이 생겼다. 그때부터 시도 때도 없이 SNS 계정을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다. 글이나 사진을 올릴 때도 올릴지 말지 하루 종일 고민한다. 그녀는 요즘 SNS 때문에 일상생활이 압도된 느낌을 받아 너무 지친다.대한민국은 SNS 공화국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20~30대 모바일 SNS 이용률이 90%를 넘는다. 40~50대도 70%를 넘는다. 하루 1~3시간 이상 사용자가 15%를 차지하고, 사용자의 10~20%은 SNS 중독이라 할 수 있다. 온라인 소통을 중요시하다 보면, 오프라인에서 가족·친구·동료와 이야기할 시간이 줄어든다. 지하철에서 스마트폰에 빠져 앞사람을 보는 일이 사라지고, 가족 식사에서 잠시 대화하다 각자 스마트폰에 열중한다. 맛있는 음식이 나와도 경치가 좋은 곳에 가서도, SNS에 사진을 공유하느라 분주하다.중독은 강박적 습관이다. 갈망·내성·금단을 보인다. 간절히 바라고, 더 자극적인 것을 찾고, 금지하면 짜증·분노가 터진다. SNS 중독은 시청각에 중독되는 것이다. 글·사진·영상에 빠진다. 게임처럼 경험(행위)에 중독된다. 재미와 호기심으로 시작한다. 누가 취약한가? 회피적인 사람이다. 현실 세계에서 스트레스를 받으면 SNS로 도망간다. SNS 중독은 관계에 중독되는 것이다. ‘좋아요’에 빠진다. 관심과 반응에 중독된다. 보상과 칭찬을 위해 뛰어든다. 누가 취약한가? 의존적인 사람이다. 실제 관계에서 상처를 받으면 SNS에 집착한다.현대는 중독사회다. 술·마약·게임·섹스·도박뿐만 아니라 일·여행·운동·공부·종교에 중독된다. 중독 중에서 인간관계 중독이 가장 심각하다. 동반중독과 외도가 있다. 동반중독은 중독자의 가족이 중독자에게 의존하는 현상이다. 동반중독자는 자존감이 낮고 의존적이며 자기학대 성향이 있다. 외도(外道)는 왜곡된 두 사람의 만남이다. 오래 쌓인 부부 간의 욕구 좌절에서 온다. 외도는 정신질환이다. 한 번 빠지면 패가망신한다. SNS 중독은 가상관계 중독이다. 억압되고 소외당한 현대인에게 SNS은 표현의 배출구다. 일반 중독은 일대일로 천천히 확산되지만, SNS 중독은 인터넷 속성상 바이러스처럼 퍼진다.SNS는 유익하다. 교육·홍보·사업·정치 등에 활용된다. 많은 사람과 소통하고, 표현의 자유가 무한하고, 시공(時空)의 제한이 없다. SNS는 폐해도 크다. ①가짜가 판친다. 가짜 정보로 왜곡되고, 가짜 소통으로 곡해된다. 사생활이 침해받고, 개인정보가 도용된다. ②이기주의가 판친다. 나의 기분만 고려하고, 상대 기분은 무시한다. 거슬리면 언제든지 차단하고, 싫으면 아무 때나 탈퇴한다. ③군중심리가 판친다. 죄의식 없는 무의식적 행동으로, 몰아와 마녀사냥이 일어난다. 몰아(沒我)는 무리 속에서 정체성을 잃는 것이고, 마녀사냥은 희생양을 만드는 것이다. 한순간 스타가 탄생하고, 순식간에 왕따로 추락한다.현대인은 뭔가 하나에 중독되어 살아간다. 중독은 살맛나는 상태다. 스트레스가 사라지고, 상처가 잊혀진다. 중독의 즐거움은 삶의 동력이다. 허나 거짓 열정이고, 가짜 에너지다. 중독에서 벗어나는 순간 나락으로 떨어진다. 중독의 이면에는 공허(空虛)가 꿈틀거린다. 우리는 공허를 견뎌야 한다. 공허는 삶의 무의미함을 안타까워하는 마음의 파수꾼이다. 진짜 문제는 공허함을 고요함으로 바꾸지 못하는 데 있다. 현대인은 공허를 피하려고, 짜릿한 자극을 좆아 기웃거린다. 그 사이 삶의 진정성은 통째로 증발한다.자, 그녀에게 돌아가자. 그녀에게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중독에서 활용으로 바꾸자. SNS 중독은 길바닥에 씨를 뿌리는 것이다. 발에 밟히거나 새가 쪼아 먹는다. 중독에서 과다로 바꾸자. 중독 없이 즐기는 것이다. ①일주일에 하루는 단식의 날로 정한다. ②하루 중 접속시간을 정한다. ③알람 설정을 끄거나 무음으로 설정한다. ④개인정보의 노출을 늘 조심한다. 과다에서 활용으로 바꾸자. 건전하게 활용하는 것이다. ①끌려가지 말고 주도한다. ②어느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는다. ③SNS상 맺어진 관계에서 거리를 유지한다. ④절대로 피로하지 않도록 사용한다.둘째, 다른 중독으로 바꾸자. 중독은 완벽성에서 온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 휴식이 필요하다. 중독은 조급증에서 온다. 그동안 기며 살았다. 여유가 필요하다. 중독은 의존성에서 온다. 그동안 매여서 살았다. 사색이 필요하다. 자주 집 앞 공터로 나가 걸어보자. 어느 한 곳에 초점을 두지 말고, 눈앞에 펼쳐지는 경치를 하나로 받아들이자. 사팔뜨기가 되면 더 좋다. 주먹을 가볍게 쥐고, 양팔은 좌우 흔들면서 걷자. 양팔의 흔들림을 동력으로 몸이 이동한다고 상상하자. 머리는 멍한 상태로 놔두자. ━ SNS는 가짜 사회, 가짜 인간관계 셋째, 진짜 관계로 바꾸자. SNS 중독은 모래 위에 집을 짓는 것이다. 비바람이 칠 때 여지없이 무너진다. SNS는 가짜 사회다. 추종자 수와 추종자 간의 인정에 기초한 체계다. SNS에 인생을 걸면 안 된다. 아무 때나 퇴출당할 수 있다. 공들여 쌓은 가치가 한 순간에 무너진다. SNS는 가짜 인간관계다. 추종자 간의 공감에 기반 한 관계다. SNS에 목숨 걸면 안 된다. 언제라도 사라질 관계다. 정성껏 쏟은 의미가 순식간에 사라진다. SNS 중독은 실체가 없는 중독이다. 인격의 황폐화와 비인간화의 극치다. 자신뿐만 아니라 주위 사람들의 인간관계까지 파괴한다.※ 필자는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2019.06.09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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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하지 않고선 못 살아?

게임

WHO, 건강과 일상생활에 지장 줄 정도로 게임에 몰두하는 게임장애를 정신질환으로 규정 머지않아 게임중독이 정신병으로 공식 인정될 가능성이 더 커졌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6월 18일 게임장애(gaming disorder)를 의학적 치료가 필요한 정신질환 중 하나로 지정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국제질병분류 11차(ICD-11) 개정안 최신판을 제시했다. 공개된 ICD-11 개정안에 따르면 게임장애는 중독성 행동장애(disorders due to addictive behaviors)로 분류된다. ICD는 각종 질병과 관련한 진단과 증상 등을 표준화한 통계분류로 ICD에 등재되면 공식적인 질병으로 인정받는다. WHO는 ICD-11을 내년 5월 세계보건총회를 통해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그 다음 회원국의 승인을 거쳐 2022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게임장애의 증상은 단순히 ‘게임을 매우 즐긴다’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이 장애에 시달리는 사람은 게임하느라 끼니를 거르고 잠도 자지 않는다. 다른 것은 거의 다 하지 않고 오로지 게임에만 몰두해 신체 건강을 해칠 정도다. WHO는 이런 장애를 ‘집요하거나 되풀이되는’ 행동 패턴으로 규정했다. 다시 말해 ‘중독’이라는 뜻이다. 셰크하르 삭세나 WHO 정신건강·약물남용 담당 국장은 “과학적 증거에 기초해 게임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을 받아들였다”며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치료에 대한 수요가 있다”고 말했다.진단 기준은 게임하지 않고 참겠다는 자제능력의 상실, 일상생활보다 게임을 최우선시 하는 생각과 행위, 부정적인 결과가 발생해도 게임을 중단하지 못하는 현상, 또 가족과 대인관계에 손상을 초래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 등이다. WHO는 이 같은 현상이 최소 12개월 이상 나타날 경우 게임중독으로 진단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WHO도 게임장애 진단을 받은 사례는 매우 드물다면서 전체 게임 이용자의 3%를 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한국과 중국의 보건 관리들은 게임장애 문제를 오래 전부터 인식하고 치료 프로그램을 시행한다. 13~29세 중 약 2400만 명이 게임에 중독된 것으로 추정되는 중국에선 가끔씩 전기충격요법이 사용되는 군대식 훈련소와 중독자가 엄격한 생활시간표를 따라야 하는 입원이 치료 프로그램에 포함되면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한국에선 정부가 게임과몰입 치료센터와 인식제고 캠페인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며, 일부 IT업체는 개인적인 상담과 중독 핫라인을 제공한다. 네덜란드도 십대의 게임중독에 맞춘 치료센터를 운영한다.그러나 미국은 아직 그런 프로그램을 도입하지 않았다. 미국정신의학회(APA)는 2013년 정신장애진단 통계편람을 개정하면서 게임중독과 관련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며 그 증상을 특별한 장애로 규정하지 않았다. 현재 APA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행동 중독은 도박장애뿐이다.북미 게임 업계를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소프트웨어 협회(ESA)는 만약 게임장애가 인정되면 산업이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우려한다. 그에 따라 EAS는 지난 1월 성명을 통해 “전 세계에서 게임을 즐기는 인구가 20억 명이 넘는다”며 “연구 결과를 보거나 상식적으로도 게임은 중독 물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우울증, 사회불안장애 같은 진정한 정신건강 질환보다 게임을 더 중대한 문제로 보는 신중하지 못한 태도를 비판한다.” ESA는 WHO 결정의 바탕이 된 연구 결과가 “논란이 아주 많아 결론을 내릴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지적했다.생물심리학자인 영국 배스스파 대학교의 피터 에첼 박사도 게임장애 진단의 증거가 “빈약하다”고 말했다. “WHO의 이번 결정은 대다수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행동을 질병으로 규정하는 위험을 무릅쓸 수 있다. 일종의 과잉진단에 해당한다. 일광욕 중독, 춤 중독, 운동 중독 등에 대한 연구가 있지만, 누구도 그것들을 게임중독처럼 ICD에 올려야 한다고 하지 않는다.” 또 그는 젊은이가 타락한다는 기성세대의 막연한 불안 탓에 게임이 죄악시되는 이른바 ‘도덕적 공황’이 정책에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그러나 미국 러트거스 뉴저지 메디컬스쿨의 정신과의사 페트로스 르부니스 박사는 APA가 입장을 바꿔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는 강박 행동과 그런 행동의 통제 불능이 약물·알코올 중독 증상과 “매우 유사하다”고 말했다. 르부니스 박사는 자신이 중독된 듯하다고 생각하거나 주변에서 중독된 사람을 알 경우 12단계 중독치료 프로그램이나 심리요법 같은 전문적인 치료를 알아보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어떤 경우는 게임중독이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치료하는 약으로 효과를 볼 수도 있다.심리치료 전문가로 저서 ‘화면에 중독된 아이들 일깨우기(Glow Kids: How Screen Addiction Is Hijacking Our Kids - and How to Break the Trance)’를 펴낸 니콜라스 카다라스는 게임중독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중독행위와 분리시켜야 한다고 조언한다. “우리는 그런 사람이 게임 속의 삶과 무관한 새로운 정체성과 성취감을 갖도록 도와야 한다.” 그러나 르부니스 박사는 게임중독도 다른 어떤 중독과 마찬가지로 스스로 문제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라고 지적했다.-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2018.07.23 11:39

3분 소요
[후박사의 힐링상담 | 알코올 중독 갈등 극복] 자각하고 결단하고 치유하라

전문가 칼럼

중독이 중독의 원인 ... 휴식·여유 갖고 사색·명상 해야 그녀는 대학시절 영원한 멘토였던 아버지를 자동차 사고로 잃었다. 아버지의 죽음은 엄청난 충격이었다. 인생의 의미를 상실한 그녀는 매일 술에 빠져 살았다. 한참을 방황하다 문득 이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을 다 잡았다. 열심히 공부해 대학을 졸업했고, 이후 미친 듯 일에 열중했다. 의사였던 아버지가 남겨준 유산으로 생활은 어렵지 않았지만, 주부인 어머니와 남동생 둘을 거느린 맏딸로서의 책임감은 항상 무거웠다.인테리어 디자이너인 그녀는 지난 15년 동안 작은 회사를 운영했다. 이름 있는 카페·레스토랑·공연장 등이 그녀의 손을 거쳤다. 그녀는 오늘도 업계 사람들과 어울리며 술을 즐긴다. 하루 일과를 마치고 한두 잔의 술은 그날의 스트레스를 날려준다. 술을 하다 보면 아이디어도 생긴다. 대학 시절 마음의 상처를 보듬어줬던 술은 그녀의 좋은 친구다. 결혼 생각에 남자를 사귀어 보지만 금세 시들해진다. 그냥 혼자 사는 것이 편하다. ━ 아버지 잃은 맏딸로 부양 책임감 무거워 언젠가부터 문제가 생겼다. 작은 스트레스에도 술을 찾게 되고, 술을 마시면 쉽게 멈춰지지 않는다. 술 없이 지내보지만 바로 우울증에 빠진다. 블랙아웃도 있다. 술자리에서 누군가 약점을 건드리면 주정을 부린다. 주위에서 전혀 기억이 안 나는 행동을 말해 준다. 요즘 들어 대학 시절의 악몽이 자꾸 떠오르고, 삶의 목표도 흔들린다. 언제라도 술을 끊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든지 조절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마음처럼 되지 않는다.“한국은 알코올 공화국이다.” 술 소비량이 아시아 1위다. 성인 1명이 한 해 먹는 술이 200병을 넘는다. 성인 10~20%가 알코올 중독자에 해당한다. 한국 문화는 술에 대해 관대하다. 술 마시는 사람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실수의 원인을 술로 돌린다. 사람이 술을 먹은 것이 아니고, 술이 사람을 먹은 것이다. 한국 사회는 술 권하는 사회다. 대부분 모임에서 술을 권한다. 술 잔 돌리기, 폭탄주, 원샷이 유행한다. 내가 원해서 마시는 게 아니고, 사회가 그렇게 만드는 것이다.“미치지 않으면 미치지 않는다.” 미쳐야 성공하는 시대다. 중독은 뭔가에 미쳐 판단이 흐려진 상태다. 집착과 강박적 행위가 특징이다. 집착이 생기면 불안해지고, 뭔가를 해야만 해소된다. 중독증이 급증하고 있다. 과거는 억압의 시대였다. 뭐든지 참아야 했다. 우울증이 많았다. 현대는 강박의 시대다. 뭐든지 해야만 한다. 불안증이 증가한다. 불안을 피하려고 중독으로 뛰어든다. 중독은 쾌감을 동반한다. 보상회로가 작동하여 갈망을 유발한다. 도처에 중독으로 유혹하는 대상이 많다. 성(性)·도박·약물·마약·게임 등에 중독된다. 운동·일·여행·취미·종교 등 건전한 중독도 있다.“술은 악마의 선물이다.” 처음 마실 때는 양처럼 온순하고, 더 마시면 사자처럼 사나워지고, 더 마시면 원숭이처럼 춤추고, 더 마시면 돼지처럼 추해진다. 우리 사회에서 알코올 중독은 생각보다 흔하다. 술이 좋아서 마시는데, 싫어도 마시게 된다. 술이 들어가야 편안해지고, 술이 떨어지면 불안해진다. 술 생각에 일이 손에 안 잡히고, 모든 스트레스를 술로 해소한다. 한 잔 하려다 삼차까지 가고, 취하려고 더 마시고, 깰 때 해장술이 필요하다. 블랙아웃이 잦아진다면 치매로 진행 중이다.알코올 중독은 습관성 중독과 외상에 의한 중독이 있다. 습관성 중독은 장기간에 걸쳐 알코올 남용이 의존으로 발전하는 경우다. 중독은 강박적 습관이다. 뇌에 중독회로가 만들어진다. 습관이 중독으로 가는 데 대략 5~20년이 걸린다. 오랜 기간 마신다고 중독이 되는 건 아니다. 유전적 소인과 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외상에 의한 중독은 아픈 상처를 술로 극복하다가 단기간에 중독되는 경우다. 술이 인생의 멘토가 된다. 외상이 클수록 중독되기 쉽다. 일정 기간 잘 지내다가, 힘들 때마다 중독에 떨어진다. 청년실업과 고용불안 등 사회적으로 상처가 많은 젊은 세대에서 흔히 발생한다.여성 알코올 중독이 급증하고 있다. 남녀평등의 시대에 술자리도 예외가 없다. 여성은 짧은 기간에 중독된다. 에스트로겐이 피크가 되는 배란기에 술에 대한 쾌감이 커진다. 이 때 과음하기 쉽고 반복되면 중독으로 간다. 여성은 외상에 취약하다. 큰 충격을 술로 이겨낸 경우 중독되기 쉽다. 술이 안정제와 같은 역할을 한다. 작은 스트레스에도 강박적으로 술에 의존하게 된다. 우울증이 중독증으로 전환되기도 한다. 우울할 때 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우울감이 심한 만큼 즐거움도 크다. 중독은 살맛나는 상태다. 술을 마시면 조증이 되고, 우울증에서는 술을 안 마신다. 조울증과 유사한 모습을 보이게 된다.자, 그녀에게 돌아가자. 탁월한 처방은 무엇일까? 첫째, 자각(Self-awareness)이다. 세 가지 착각에서 벗어나자. ①“나는 중독자가 아니다.” 그녀는 이미 중독자다. 중독자는 중독자와 어울린다. 알코올 중독이기 전에 일중독이고, 일중독이 알코올 중독으로 바뀐다. ②“나는 언제든지 끊을 수 있다.” 그녀는 조절능력이 없다. 중독은 강력한 습관으로 무의식적 현상이다. 의지로 극복하기 어렵다. ③“~ 때문에 술을 마신다.” 그녀에게는 중독 성향이 있다. 한 가지에 집중해야만 성공하는 시대다. 일·가족·스트레스는 중독의 원인이 아니다. 중독이 중독의 원인이다.둘째, 결단(Determination)이다. 세 가지 질문에 답해보자. ①“내게 정말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녀는 몸이 병들고 있다. 술은 건강을 해친다. 중독은 완벽한 성격에서 온다.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 단주 전에, 휴식과 여유가 필요하다. ②“내가 진정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녀는 맘이 병들고 있다. 술은 뇌를 망가뜨린다. 중독은 조급증에서 온다. 그동안 쫒기며 살았다. 단주 전에, 사색과 명상이 필요하다. ③“내가 사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가?” 그녀는 혼이 병들고 있다. 술은 목적을 잃게 만든다. 중독은 의존적 성격에서 온다. 그동안 매여서 살았다. 단주 전에, 의미와 사랑을 찾아야 한다. ━ 어릴 적 외상과 우울증 치료부터 셋째, 치유(Healing)다. 세 가지를 순서대로 시작하자. ①상처를 치유하자. 그녀의 중독 원인은 어릴 적 외상이다. 충격이 중독으로 전환된 과정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외상이 안겨준 교훈도 찾아야 한다. ②우울증을 치유하자. 그녀의 중독 이면에는 우울증이 있다. 넘치는 에너지는 중독으로부터 나온다. 우울증과 중독을 넘나드는 과정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우울증은 내재된 부정적인 감정이다. 심리치료가 필요하다. ③중독을 치유하자. 충분한 기간이 필요하다. 우선 건전한 중독으로 바꿔보자. 매일 걷기부터 시도해도 좋다. 상처와 우울증이 해결된다면 빠르게 회복된다. 단주보다 중요한 것은 성장이다. ※ 후박사 이후경 -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2018.01.14 17:29

5분 소요
후박사의 힐링 상담 | ‘일중독’ 극복 - 과잉 성취감에서 벗어나라

전문가 칼럼

지난해 말 그는 100대 1의 좁은 문을 통과해 임원으로 발탁됐다. 성공한 것이다. 그는 탁월한 전문성이 있거나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는 아니다. 대신 30년 간 회사에 충성했다. 조직의 필요에 따라 여기저기 부서를 전전하면서 정말 열심히 일했다. 업무를 하다가 밤을 샌 날은 부지기수이고, 상사의 문제를 해결하다가 봉변을 당한 적도 있다. 그런 노력의 결과로 모든 직장인의 꿈인 임원이 됐다.그간의 과정이 순탄하진 않았다. 건강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40대에 이미 고혈압과 당뇨병이 생겼다. 최근 몇 년 간은 위궤양으로 매일 죽을 싸 들고 출근하기도 했다. 그러다 보니 체력이 떨어져 일하기 힘든 날이 많았고, 에너지가 고갈돼 무력감에 빠진 적도 있었다. 회사를 그만 둬야 하나 고민했다. 그럼에도 그는 최선을 다해 업무를 수행했다. ━ 사명감 불태우며 희열을 만끽하지만… 그는 지금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하다. 목표를 이뤄, 그를 따르는 많은 동료와 후배들이 있어 뿌듯하다. 회사가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는 것도 만족스럽다. 언젠가부터 회식이 잦아졌다. 회식 자리는 자신을 임원으로 선택해 준 상사, 밀어준 동료 및 후배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는 자리다. 거의 매일 함께 술을 마시며 행복에 비틀거린다. 술이 고혈압과 당뇨병에 나쁘다는 사실은 지금 그에게 중요하지 않다. 가끔 몸이 이상 신호를 보낸다. 일을 줄이고, 회식을 줄이고, 건강이라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그러나 마음대로 안 된다. 오늘도 그는 회사의 앞날을 위해 밤을 새우고 토론한다. 사명감을 불태우며 희열을 만끽한다.인간은 성공과 행복을 추구한다. 성공은 분명한 목표다. 성공전문가 브라이언 트레이시는 이렇게 말한다. “목표 없는 사람은 평생 목표 있는 사람을 위한 종신 노동형에 처한다.” 행복은 분명한 목적이다. 자기계발의 선구자 얼 나이팅게일은 이렇게 말한다. “행복이란 의미와 목적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성공이란 가지고 싶은 것을 가지는 것이고, 행복이란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이다.성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유혹이다. 그는 성공을 위해 열심히 일했다. 그는 일을 사랑한다. 일을 할 때 가장 즐겁다. 쉬는 날 없이 계속 일하고, 일을 하지 않으면 오히려 불안하다. 일중독이다. 현대사회는 개미처럼 일하도록 요구한다. 모든 교육과정은 일꾼을 만드는 것이다. 현대사회는 성공을 부추긴다. 동물에겐 생존욕구가 있지만, 인간에겐 성공욕구가 있다. 현대인은 어릴 때부터 일과 성공에 길들여졌다. 일과 성공은 자본주의 토대이고, 일중독은 자본의 산물이다.일중독, 무엇이 문제인가? 첫째, 사회적 피해를 끼친다. 모든 중독은 관계의 상실과 파괴를 초래한다. 일중독은 일에 자신을 과잉 적응시킨 상태다. 일 이외의 인간관계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일중독은 전염성이 있다. 주위 사람에게도 일중독을 요구한다. 결국 가정생활과 사회생활의 파탄으로 몰아간다. 둘째, 개인적 소진을 가져온다. 소진(Exhaustion)이란 만성 스트레스로 신체·정신적인 피로에 떨어지는 현상이다. 우울·수면장애·의미상실 등을 보인다. 스트레스는 몸과 마음과 혼을 동시에 망가 뜨린다. 만성피로는 면역력 저하로 고혈압·당뇨병·암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진다. 사람은 일만으로 살 수 없다. 계속적인 일은 에너지의 고갈을 가져온다. 특히 감성에너지가 방전된다. 감성소진은 보상기전으로 술·도박·섹스 등 쾌락중독으로 이어진다.뇌는 크게 이성(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 감성(情)을 담당하는 변연계, 의지(意)를 담당하는 뇌간으로 나눈다. 뇌간은 신체적 쾌감(쾌락), 변연계는 감성적 쾌감(행복), 대뇌피질은 이성적 쾌감(성취감)을 담당한다. 동물은 쾌락을 먹고 살지만, 인간은 행복과 성취감을 먹고산다.모든 중독의 이면에는 쾌감이 있다. 중독이란 쾌감의 노예가 되는 현상이다. 쾌감은 생명력·정신력·창조력의 원천이다. 안정감과 자신감의 근원이다. 오묘한 감각과 신비체험을 하도록 하는 주체이다. 인간은 고도로 발달된 쾌감신경을 가지고 있다. 이는 만물의 영장이 되게 한 이유이고, 또한 중독에 취약한 이유이다. 중독의 핵심 증상은 집착·강박행위·재발로 요약된다. 모든 중독은 통제 부족에서 온다. 오늘날 중독은 가장 위험한 정신질환의 하나로 분류된다.행복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축복이다. 행복은 통상 만족감, 긍정 감정, 부정 감정의 부재로 정의한다. 그는 지금 행복하다. 그렇지만 정말 행복한 것일까? 행복이라는 착각에 빠져있는 것은 아닐까? 뇌는 정보를 임의로 조작한다. 흡족한 쾌감을 실제라고 믿는다면 낭패를 볼 수 있다. 우리는 보통 과거와 미래를 현재 느낌으로 파악한다. 뿌듯한 만족감으로 과거를 멋지게 미화하거나, 미래를 무조건 낙관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현재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해서도 안 된다. 행복에 걸려 넘어질 수 있다.자, 이제 그에게로 돌아가자. 그에게 가장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멈춤(Stop)이다. 멈추어 서서 자신을 돌아보자. 일중독은 일종의 도피 행각이다. 중독의 이면에는 항상 두려움이 있다. 가난·몰락·실패·무능에 대한 두려움이 있을 수 있다. 두려움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정면 돌파를 시도해야 한다. 하던 일을 멈추어 보자. 중독과 건강의 차이는 ‘현재 하던 일을 중단하거나 미룰 수 있는가?’에 있다. 우선 일중독을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모든 중독이 그렇듯이 주위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어쩌면 개인적 극복이 어려울 수 있다. 노동시간의 단축, 직장문화의 개선 등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 ━ 천천히 일에 대한 집착 버려야 둘째, 충전(Recharge)이다. 뇌의 피로는 이성적 명령으로 쉬게 할 수 없다. 오히려 걱정과 잡념이 더 커진다. 그나마 남아있는 감성에너지가 방전된다. 뇌의 휴식은 감성적 충전을 통해 가능하다. 인간은 감성적 동물이다. 감성에너지는 우리에게 열정·의미·동기·영감의 동력이다. 인간은 소통 없이는 살아갈 수 없다. 감성에너지는 소통을 통해 충전된다. 또한 운동·취미·놀이·명상을 통해 충전된다. 삶의 균형이 필요하다.셋째, 계획(Scheduling)이다. 일중독은 중독의 속성상 중단하기 어렵다. 일은 생계에 직결되고, 다른 중독에 비해 큰 해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계획을 활용하는 방법이 효과적이다. 일중독자는 철저히 일정을 관리한다. 우선 자신의 일정에 다른 계획을 넣는 것으로 시작한다. 빡빡하더라도 운동하는 시간과 악기 배우는 시간을 넣어보자. 불안하더라도 가족과 대화하고 친구와 잡담하는 시간을 만들어보자. 차츰 진행하면서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천천히 일에 대한 집착을 떨어버리는 것이다. 이렇게 물어보자. “뭐 재미있는 다른 거 없을까?”후박사 이후경- 정신과의사, 경영학박사, LPJ마음 건강 대표. 연세대 의과대학과 동대학원을 거쳐 정신과 전문의를 취득하고, 연세대 경영대학원과 중앙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했다. 등 10여권의 책을 저술했다.

2015.03.08 19:25

4분 소요
도박에 중독된 이탈리아

산업 일반

경제위기로 생활이 어려워지자 한탕주의가 횡행한다어느 화창한 금요일 오후, 로마 교외에 있는 슬롯 하우스 유로파 카지노가 시장바닥처럼 흥청거린다. 거의 모든 슬롯머신에 사람이 붙어 있다. 입구 근처에는 스크래치 복권(scratch-card lotteries)을 사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서 있다. 뒷방에선 비디오 포커 게임기가 다양한 효과음을 내며 돌아가는 동안 가끔씩 잭팟을 터뜨린 사람의 환호성이 들려온다. 카지노 사장들은 가장 수익성이 높은 이 비디오 포커 게임기를 더 많이 들여놓고 싶어한다. 나란히 늘어선 게임기 측면에 붙은 경고문에는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듯하다. 이탈리아에서 도박중독이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다는 내용이다. “도박은 병적인 중독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면허를 발급하는 도박 협회는 이 스티커 문구 부착을 의무화시켰다.그 깨알 같은 글씨는 도박과 관련된 경제적·심리적 위험을 설명한다. 그리고 알아보기 힘든 상담 전화번호와 함께 단 두 개의 질문으로 이뤄진 간단한 자가 테스트를 제시한다. “도박할 때마다 돈을 더 걸고 깊은 충동을 느끼는가?” “가족 몰래 도박을 하는가?”다이애나는 도박을 끊겠다고 약속한 뒤 다시 카지노를 찾은 사실이 남편에게 알려질까 두려워 성을 밝히지 않았다. 그녀는 도박 경고문이 답배갑의 경고문과 다를 바 없다고 말한다. 흡연이 건강을 해친다고 겁을 주지만 그녀는 여전히 하루 한 갑씩 담배를 피운다. “끊기가 힘들다. 돈을 약간 딸 때마다 다음에는 크게 한번 터질 것 같은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잃었던 공과금을 되찾고 싶다.”유럽 금융위기가 이탈리아인들을 무겁게 짓누르면서 도박이 공전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 전국 각지의 카지노와 커피 바에 슬롯머신과 비디오 포커 게임기가 늘어난다. 길거리 가판대, 주유소, 담배가게에서도 스크래치 복권을 판매한다. 그에 따라 도박중독도 증가했다.“이탈리아에 미국 서부개척 시대를 연상케 하는 골드러시가 일어나고 있다”고 메타오 이오리가 말했다. 도박 중독자들을 돕는 전국적인 단체(Coordinamento Nazionale Gruppi Per Giocatori d’Azzardo)의 회장이다. “이탈리아인들이 경제위기에 짓눌려 있기 때문이다. 역설적으로 많은 사람이 경제난에서 벗어나기 위해 일확천금을 꿈꾸게 됐다.”심각한 도박의존증에 시달리는 이탈리아인이 80만 명을 웃돈다. 도박 실태를 추적하는 단체 리베라의 통계다. 이탈리아의 1인당 도박 지출액은 유럽 1위, 세계에선 싱가포르와 호주의 뒤를 이어 3위다. ‘도박과 새로운 중독(Azzardo e Nuovo Dipendenza)’ 단체의 조사 결과다.대부분 근근이 입에 풀칠하는 연금생활자나 일자리가 없는 젊은이들이 온라인 도박, 비디오 포커, 전자 슬롯머신 게임에 빠져 도박 중독자가 된다. “진짜 도박중독자는 대박 환상에 빠져 좀 더 베팅하려는 욕구를 억제하지 못한다”고 비영리단체 아스펜센터의 심리학자 모니카 모나코 박사가 말했다. 그는 현재의 경제위기가 중독과 도박업의 증가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믿는다.한 업계 감시단체에 따르면 도박산업은 규모면에서 이탈리아 3위다. 도박산업이 커지면 이탈리아 정부는 얻는 게 많다. 2012년 도박산업에서 거둬들인 세금이 80억 달러를 넘었다. 게다가 도박산업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 3년 사이 도박업 전체 수입이 25% 증가했다. 이탈리아 도박업계의 80% 이상을 대표하는 시스테마 지오코 이탈리아 연합의 통계다. 지난해 이탈리아 도박업계의 수입이 무려 1200억 달러를 넘어섰다.슬롯머신 보급률은 주민 150명 당 한 대꼴로 계속 증가세를 보인다. 2010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정부에서 통과된 법 덕분이다. 2월 치열한 경합을 거쳐 비디오 포커 카지노 사업면허 1000건이 추가로 승인될 가능성이 있다. 도박중독자 지원단체들이 면허 승인을 저지하려 애쓰지만 지금까지 이렇다 할 성과를 올리지 못했다.이탈리아 보건부가 도박의존을 사실상 중독으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국민건강보험의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한다. 그러나 통상적으로 약물의존을 다루는 지원단체들이 치료를 제공하기 시작했다.지원단체 SERT의 전문가 구글리엘모 카발라리는 도박중독 치료 프로그램을 개설했다. 그의 추산에 따르면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 수천 명에 달한다. “무엇보다 기본으로 돌아가 도박을 중독으로 보지 않는 가족들에 대한 의식교육부터 시작해야 한다. 그들이 지출억제를 도우며 ‘노’라고 말해야 한다.”

2013.02.0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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