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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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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원’ 건강기능식품도 가성비 시장 열릴까

바이오

국내 제약사가 생활용품업체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을 납품하며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약국가 일부에서는 다이소가 똑같은 건강기능식품을 마치 더 저렴한 것처럼 판매하는 것처럼 홍보한다며 반발한다. ‘보이콧’ 움직임을 보이는 것이다. 이를 의식한 듯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을 납품한 일양약품은 제품 판매 닷새 만에 돌연 해당 제품을 다이소에 더 이상 납품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을 공급한 다른 기업도 제품 철수와 관련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유통 단계 축소, 성분·기능 압축해 가격 내려 건강기능식품은 제품을 섭취했을 때 유용한 기능을 보이는 원료나 성분을 사용해 만든 식품을 말한다. 사람들은 통상 ‘건강’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얻기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찾지만, 건강기능식품은 엄밀히 말해 의약품이 아닌 ‘식품’에 해당한다. 그래서 건강기능식품은 기업이 제품을 제조해 출시할 때 의약품에 준하는 임상시험이 필요하지 않다. 기업은 규제기관인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가 인정한 몇몇 ‘기능성 원료’를 사용해 일정 기준에 맞춰 제품을 만들고 평가를 거치면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할 수 있다. 제품 제조와 판매의 진입장벽이 낮다는 점은 제약사뿐 아니라 유통업체, 약사 등 여러 사업자가 건강기능식품 사업에 뛰어드는 이유이기도 하다.다이소에서 판매하는 건강기능식품은 물론 제약사가 기존에 판매해 온 여러 건강기능식품에도 이런 ‘기능성 원료’가 포함돼 있다. 다만 제약사가 다이소에 건강기능식품을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기 위해 성분과 함량을 일부 조정한 것은 사실이다. 그동안 건강기능식품은 기능성 원료의 함량을 높이고 주요 기능 외 다른 성분을 첨가한 ‘고함량 다기능’ 제품이 주로 출시됐다. 이와 달리 다이소에서 구매할 수 있는 건강기능식품은 ‘단일 성분 단일 기능’에 초점을 맞췄다는 것이 제약사의 설명이다. 앞서 대웅제약 관계자는 다이소에 납품하는 건강기능식품과 관련해 “기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성분은 과감히 줄여 제품 본연의 품질에 집중했다”라고 설명했다.제품의 유통 과정을 크게 줄인 점도 제약사가 다이소를 통해 기존의 건강기능식품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이유다. 통상 건강기능식품은 제품을 제조하거나 수입한 업체가 판매업체에 제품을 넘기면, 판매업체가 제품을 직접 팔거나 소매업체에 제품을 공급하는 형태로 소비자에게 도달한다. 제품이 생산된 이후 최종적으로 판매되기까지 유통 과정에서 3~4단계를 거치는 셈이다. 약국은 물론 온라인몰에서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도 여기에 해당한다. 다이소는 제품 제조 이후 바로 물량을 받아 이를 전국의 매장에 공급하는 방식으로 유통 과정을 줄였다. 다이소에 납품된 건강기능식품이기 때문에, 별도의 홍보도 필요하지 않아 제약사로서는 마케팅 비용도 줄일 수 있다.“제품 성분·함량 잘 따져봐야”약국가에서는 소비자들이 다이소에서 판매하는 건강기능식품을 ‘똑똑하게’ 구매하려면 성분과 함량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이소에서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은 가격을 낮추기 위해 성분이나 함량을 조정한 것이 많아 소비자가 얻을 예상 효과가 작다면 시중의 다른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다이소에서 30일 치를 3000원에 판매하는 마그네슘 제품은 산화마그네슘이 315mg 포함돼 있어 이른바 ‘가성비’가 좋은 편이다. 국내 빅5 제약사의 한 마그네슘 제품은 산화마그네슘이 330mg이지만, 90일 치가 2만5000원대로 다이소 제품보다 비싸다. 반면, 다이소의 비타민B군 제품은 30일 치가 3000원으로 저렴해도 함량이 1mg 수준이어서 효과를 보기 어렵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비타민B군의 함량이 비슷한 시중의 저렴한 종합비타민을 구매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건강기능식품을 여러 개 섭취하는 소비자라면 제품의 효과를 잘 보기 위해 섭취 전 약사의 상담을 받는 편도 좋다. 대한약사회 관계자는 “약국에서 건강기능식품을 구매하면 약사가 소비자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제품을 추천할 수 있다”라며 “건강기능식품을 약국에서 구매할 경우 약사의 상담을 받을 수 있다는 특수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산에 약한 유산균과 비타민C를 함께 복용하면 유산균의 생존율이 낮아질 수 있어 시간을 두고 섭취하는 것이 좋다. 칼슘은 철분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에 둘을 함께 복용하는 것도 좋지 않다. 여러가지 건강기능식품을 먹는 사람이라면 이런 조언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이소 건강기능식품, 시장 확대 발판 다이소의 저렴한 건강기능식품이 향후 국내 시장의 성장과 확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다이소를 통해 건강기능식품 섭취에 관심이 생긴 소비자가 향후 프리미엄 제품을 찾을 ‘예비 소비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국내 건강기능식품업체 한 관계자는 “다이소에서 3000원짜리 비타민 제품을 사 먹는 소비자가 건강 관리에 더 큰 관심을 쏟게 되면 자연스럽게 프리미엄 비타민 제품을 찾게 될 것”이라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의 비타민 제품을 다이소를 통해 살 수 있으니 소비자 선택권이 더 넓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2025.03.09 00:00

4분 소요
핵심 수입품목 75.5% 중국산…中 편중 현상 우려

산업 일반

글로벌 공급망이 심화하는 가운데 우리나라가 중국 편중 현상을 해결하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조사가 나왔다. 중점적으로 관리해야 할 수입품목 모니터링 대상 상당수가 중국산 품목이라는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전북대 최남석 교수에게 의뢰해 진행한 ‘한국경제 산업 핵심물자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를 30일 발표했다. 보고서는 ‘관리가 필요한 핵심 수입품목’으로 수입의존도가 90% 이상, 수입경쟁력이 절대 열위인 품목 중 수입금액 규모가 최상위 30%에 해당하는 228개 품목을 제시했다. 이 가운데 중국산 품목이 172개로 75.5%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산 품목은 32개(14.0%), 미국산 품목은 24개(10.5%)로 집계됐다. 중국의 핵심 수입 품목에 영향 받는 국내 산업은 전기제품, 기계 및 컴퓨터, 철강, 유·무기화합물, 유리, 의료용품, 비철금속 같은 산업용 원자재 등 전 분야에 걸친 것으로 나타났다. 망간(강철 제조 시 필수 소재), 흑연(전기차 배터리의 음극재에 활용되는 필수 원료), 마그네슘(자동차 경량화를 위한 중요 소재) 등은 관리가 필요한 대표적인 중국산 수입 품목이다. 보고서는 핵심 수입품목으로 관리해야 할 228개 품목 중에서 기업 간 거래가 많고, 상대국에 대한 전후방 GVC(Global Value Chain) 스트레스로 글로벌 공급망 안전성이 취약하다고 판단하는 133개 품목도 별도로 제시했다. 이 중 중국산 품목은 95.4%에 달했다. 특히 산화텅스텐(반도체 소재), 염화칼슘, 비디오카드, 태양광 모듈, 농약 원제 등은 조기경보 체계가 필요한 중국산 수입품목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산 수입 품목은 전하결집소자(광학 스캐너, 디지털 비디오 카메라 등의 주요 부품), 레조르시놀(방부제·살균제로 사용되고, 합성수지의 주요 원료) 등으로 조사됐다. 헥사메틸렌디아민(나일론 합성 원료) 등이 특별히 관리해야 할 미국산 수입 품목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유환익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상하이 봉쇄가 장기화하는 등 글로벌 공급망 위기가 악화하고 있다”며 “수입선 다변화, 글로벌 공급망 동맹 적극 참여 등을 통해 핵심 수입품목 중국 편중 현상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2.05.30 11:13

2분 소요
中에 울고 웃는 韓 경제…중간재도 위험하다

산업 일반

이른바 ‘요소수 대란’ 이후 중국에 대한 과도한 수출입 의존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중간재 604개 품목에서 전략적 취약성이 발견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국이 무역 적자이면서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인 품목이 604개에 달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한국과 인접하면서도 세계 최대 규모 수준의 시장을 보유한 중국을 대신할 시장을 개척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중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은 석유화학기업들은 “시장 다변화 차원에서 중국 외에 국가에 대한 수출 확대에 공감하지만, 현재로선 수요와 수익성을 감안하면 중국 중심의 수출 구조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산업연구원이 18일 발표한 ‘한국 산업의 공급망 취약성 및 파급경로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한국이 무역 적자이면서 중국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50% 이상인 관심 품목은 요소, 실리콘, 리튬, 마그네슘을 포함해 총 1088개(전체 5300여개로 구성된 6자리 HS 코드 기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품목 수(5300개)의 5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중국산 중간재 관심 품목의 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의 중국산 관심 품목은 2007년 965개에서 지난해 1088개로 소폭 증가했으나, 같은 기간 중간재 관심 품목은 488개에서 604개로 2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연구원은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해도 중국산 중간재 품목에 대한 취약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보고서 저자인 김바우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중국과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경제는 다른 나라에 비해 공급망 위험에 특히 취약하다”면서도 “모든 품목을 국내에서 생산하거나 다변화하는 전략을 추구하기에는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우선 가장 취약한 품목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품목의 성격과 연계된 산업에 따라 대응 전략을 모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中 의존도 개선 쉽지 않은 이유 중국산 관심 품목뿐만 아니라 중국에 대한 수출 의존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가장 대표적인 업종이 석유화학이다. 그러나 석유화학업계에선 “잘 팔리고 수익성이 좋은 중국 시장 비중을 줄이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의견이 많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석유화학 업종은 일종의 ‘권역 비즈니스’로, 아시아 권역이 아닌 미국이나 유럽에 석유화학 제품을 수출하면 물류비 등 때문에 가격 경쟁이 어려운 구조”라며 “아시아 권역 내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시장이 동남아, 인도 정도인데, 현재 시작 단계인 이들 시장의 수요로 중국을 대체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얘기”라고 진단했다. 물론 석유화학기업의 중국 수출 의존도가 개선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한국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의 전체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60%에서 현재 40% 수준으로, 중국 수출 의존도는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다”며 “동남아 시장을 비롯해 미국, 유럽 등에서 석유화학 제품 수요를 발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자체적으로 중국에 대한 수출입 의존도를 낮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정부 차원의 외교적 노력과 공급망 다변화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양준모 연세대 교수(경제학)는 “현재 중국에 대한 수출입 의존도가 계속되면 한국 경제는 고사할 것”이라며 “중국과 교섭 경로를 열어 놓고 국제 공조로 중국의 변화를 유도하는 등의 외교적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수입선 다변화 노력과 함께 장기적으로 공급망 재구축을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2021.11.18 16:55

3분 소요
K-자동차·반도체·배터리 위협할 ‘제2 요소수 폭탄’ 또 있다

정책이슈

‘제2 요소수 사태’를 일으킬 원자재 수급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소수 대란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으면서 해외 특정국 의존도가 높은 원자재들에서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를 막기 위한 정부의 산업 전반에 대한 재점검과 보완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국회 산자중기위)이 한국무역협회에서 제출 받은 자료 등에 따르면 국내 수입품목 1만2586개 중 3941개 품목이 특정 외국에 의존하는 비율이 80%를 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 가운데 특히 중국에 의존하는 품목이 절반(1850개)에 달했다. 최근 대란을 겪고 있는 요소수의 경우 전체 요소 수입량 중 97%가 중국산이었다. 이처럼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수입 품목은 수출국이 빗장을 걸어 잠그면 손 쓸 길이 없어진다. 국내에 수급 대란은 물론 국내 산업이 멈출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다. 한국무역협회 자료를 보면 중국에서 들여오는 품목 중 의존도가 80%를 넘는 것은 마그네슘잉곳(100%), 산화텅스텐(94.7%), 네오디뮴영구자석(86.2%), 수산화리튬(83.5%) 등 1850개였다. 미국(503개)과 일본(438개), 독일(121개)에서 수입 비중이 80%를 넘는 품목도 수백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런 원자재들이 한국 경제의 주축이 되는 산업 소재라는 점이다. 세계 공급망 재편에 대처하지 못할 경우, 국내 산업의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는 이유다. 중국에서 전량 수입하고 있는 마그네슘잉곳(마그네슘)은 자동차·항공기 부품 경량화에 쓰인다. 즉 마그네슘 수입이 막히면 자동차 등 한국 주요 수출품 생산이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외에도 산화텅스텐은 반도체·의료기기 제조에 쓰인다. 네오디뮴 영구자석은 전자제품 소형화·경량화에 필수 재료다. 수산화리튬은 2차전지 핵심 소재다. 이는 원자재 수급에 문제가 생길 경우 우리나라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자동차·반도체·배터리 등의 산업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경고나 마찬가지다. 이미 중국 의존도가 심한 몇몇 소재는 원자재 공급 불안이 확대될 불안감이 커지면서 가격이 오르고 있는 상황이다. 마그네슘은 중국 내 전력 공급난으로 생산량이 떨어지면서 얼마 전 가격이 치솟았다. 15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9월 10일 기준 1t당 4135달러였던 마그네슘 가격은, 2주 만인 같은 달 24일 1t당 8615달러까지 상승했다. 이후 가격이 점차 안정화되고 있지만, 이달 12일 기준 1t당 4825달러를 기록하며 아직 가격이 높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반도체 웨이퍼에 새겨진 패턴에 따라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텅스텐도 9월 24일 기준 1㎏당 40달러였지만 10월 29일 1㎏당 41.5달러로 상승했다. ━ “계속된 중국의 공급 방해 신호 왜 몰랐나” 전문가들은 정부가 공급망 관리에 진작부터 나섰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중국 사드 보복과 일본 수출 규제 등으로 수입국 다변화에 대한 요구가 끊이지 않았지만, 정부가 아직까지 대비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정부는 2019년 일본의 수출규제 이후 희토류 등 희소금속 총 35종을 선정해 공급망 관리에 나선 바 있다. 최근에는 수출규제 맞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산업 경쟁력을 강화했다며 백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 요소수와 같은 원자재 분야의 대책 마련에는 소홀했다. 그 결과 중국이 요소 수출을 제한하자 3년 전과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요소수 사태와 관련해서는 늑장 대처도 논란이 되고 있다. 이미 지난달 11일부터 중국의 요소 수출 조치를 파악하는 등 충분히 사전 대응이 가능한 상황이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외교부는 열흘이 지난 지난달 21일 산업부에 상황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도 이 같은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일 요소수 대란 책임을 물어 안일환 청와대 경제수석을 경질했다. 신임 경제수석엔 박원주 전 특허청장을 내정했다. 국제 공급망 문제가 주요 현안으로 떠오르자, 통상 기재부나 학계 출신을 앉히는 경제수석 자리에 이례적으로 산업부 출신인 박 수석을 발탁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요소수 대란 전에도) 중국 사드 사태와 일본 수출 규제 등 시그널이 계속 있었는데 정부가 소홀했다”면서 “앞으로 수입국 다변화는 기본이고, 국내 재고 물량 확보나 국내 생산 시설을 확보하는 방안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지원 기자 jung.jeewon1@joongang.co.kr

2021.11.15 18:37

3분 소요
'중국산 요소' 수입에 품귀 사태 진정 국면…파업에 물류대란 불씨는 ‘여전’

산업 일반

우리 정부가 중국으로부터 2~3개월치 요소 물량을 수입하기로 하면서, 요소수 품귀 사태가 당분간 진정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요소 사태와 별개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화물연대)가 이달 말 총파업을 예고하면서 물류대란에 대한 우려의 불씨는 완전히 진화되지 않은 분위기다. 특히 이번 요소수 품귀 사태가 중국에 대한 요소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기형적 공급망 때문에 촉발된 만큼, 수입처 다변화 등의 과제는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 “요소수 품귀 한숨 돌렸다” 산업계 안도 외교부는 10일 “최근 요소 수급 차질과 관련, 중국산 요소 수입 절차의 조속한 진행을 위해 다양한 채널로 중국 측과 소통한 결과, 우리 기업들의 기존 계약 물량인 요소 1만8700톤에 대한 수출 절차가 진행될 것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현지 공관은 우리 기업이 수출 전 검사를 신청한 일부 물량의 검사가 완료됐음을 확인했다”며 “정부는 중국으로부터의 요소 수입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외교 채널을 포함,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긴밀히 협의를 지속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산업계 등에 따르면 이번에 중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요소 물량으로 차량용과 산업용 요소수를 생산하면, 올해까지 사용 가능한 요소수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요소수 품귀 사태도 어느 정도 진정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디젤(경유) 화물차량 운행에 필요한 요소수가 없어 멈춰선 화물차량들도 운행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요소수 품귀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물류마비 등으로 직간접적 피해가 예상됐던 철강‧석유화학업계 등의 관계자들도 “요소수 품귀 사태가 진정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일부에선 차량용 요소수뿐만 아니라 산업용 요소수도 부족해 최악의 상황 땐 화력발전소 가동이 중단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으나, 이번 요소 수입과 함께 자체 요소수 확보 등으로 우려할만한 상황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국내 발전공기업 관계자는 “정부가 이번에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요소와 별개로 중국 외에 다른 수입처를 통해 12월까지 사용할 수 있는 요소수 물량을 계약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내 화력발전소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산업용 요소수나 암모니아수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중국으로부터의 요소 수입에도 물류대란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는 우려도 있다. 화물연대가 전날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와 전면 확대 등을 요구하며 이달 말에 총파업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3년 일몰제로 시행된 안전운임제는 화물차량 기사가 장시간 노동으로 과로하거나 과적·과속하는 것을 방지하게 위해 적정 운임을 보장하는 제도다. 일몰제는 법률이나 각종 규제의 효력이 일정 기간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는 것을 말한다. ━ 中에 손 벌려 해결…수입처 다변화 과제로 정부가 중국산 요소 수입을 통해 요소수 품귀 사태를 어느 정도 진정시킨 것은 맞지만, 국내서 소비되는 사실상 전량에 가까운 요소를 중국에 의존해온 왜곡된 공급망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가 호주로부터 요소수 2만7000리터, 베트남으로부터 요소 5000톤을 확보하긴 했지만, 사실상 중국 정부가 요소 수출을 열어주면서 요소수 품귀 사태가 일단락 됐기 때문이다. 특정 국가에 대한 수입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원료에 한해 수입처 다변화를 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한무경 의원이 한국무역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9월 국제 품목분류 코드(HS코드 6자리) 기준 수입품 1만2586개 가운데 3941개(31.3%)의 특정 국가 수입 의존도가 80% 이상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 기간 한국의 전체 요소 수입액에서 중국 수입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80%로 나타났으며, 마그네슘잉곳은 100% 중국으로부터 들여온 것으로 조사됐다. 알루미늄잉곳은 자동차 차체, 차량용 시트 프레임, 항공기 등의 부품 경량화 작업에 필요한 알루미늄합금의 필수 원료다. 이 외에도 의료기기와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산화텅스텐 수입액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94.7%에 달했으며, 전자제품 경량화에 활용되는 네오디뮴 영구자석의 86.2%, 이차전지 핵심소재인 수산화리튬의 83.5%를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것으로 집계됐다. 에너지 원자재 수입의 상당 부분은 미국산에 의존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운송‧난방‧발전 등에 사용되고 있는 액화석유가스(LPG) 연료의 대미 수입 의존도는 93% 이상이며, 같은 기간 프로판과 부탄에 대한 미국산 의존도는 각각 93.4%, 93.3%로 집계됐다. 반도체 제조를 위한 3대 핵심 품목인 포토레지스트, 플루오린 폴리이미드의 일본산 의존도도 각각 81.2%, 93.1%로 조사됐다. 대기업 관계자는 “가격 경쟁력과 기술력 등 때문에 일부 품목에 대한 특정 국가 수입 의존도가 높은 현상은 불가피한 경우가 많다”면서도 “이번 요소수 품귀 사태 등을 감안하면, 정부가 나서 특정 품목에 대한 수입처를 다변화할 필요는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창훈 기자 lee.changhun@joongang.co.kr

2021.11.10 16:54

3분 소요
슈퍼푸드 스낵으로 떠오른 수련씨

산업 일반

저열량에 글루텐 없고 미네랄과 항산화제 많아 감자칩 등 기존 스낵 대체할 건강 먹거리로 떠올라 최근 건강식 애호가들 사이에서 팝콘이나 치즈 퍼프처럼 보이는 튀긴 수련씨가 케일칩을 대체하는 새로운 슈퍼푸드 간식으로 떠올랐다. 수련씨는 인도에서 수 세기 동안 전통 먹거리였지만 이제 유럽과 미국에서도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미국의 유기농 전문 슈퍼마켓 체인 홀푸즈는 “지금 소비자는 슈퍼푸드 속성을 가진 수련씨의 새로운 풍미를 깊이 탐구한다”며 수련씨를 올해 주요 식품 트렌드 중 하나로 선전한다.감자칩이 아닌 다른 저열량 간식의 수요가 갈수록 커지는 미국 시장에 수련씨를 공급하는 회사도 여럿 등장했다. 그중 하나가 지난해 수련씨 스낵 브랜드로 펩시코의 뉴트리션 그린하우스 프로젝트에서 투자와 멘토링 대상으로 선정된 보하나다. 보하나의 공동창업자 프리얄 바르티아는 “향료를 넣지 않고 튀긴 수련씨의 질감은 바삭바삭하면서도 부드럽다”고 설명했다. “처음 깨물면 바스락거리지만 곧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린다. 그냥 먹으면 맛이 투박하지만 씨 자체는 특별히 강한 맛이 없어 향료나 양념으로 원하는 취향에 맞추기가 쉽다.”미국의 수련씨 시장에 진출한 회사는 보하나 외에도 여럿이다. 2017년 이래 다수의 스타트업(젊은 인도계 기업가 소유가 많다)이 수익성 좋은 웰니스 라이프스타일 시장에서 다양한 향료를 첨가해 달콤하고 감칠맛 나는 수련씨 스낵을 팔기 시작했다(미국에서 건강식 스낵의 매출은 2025년까지 53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로스앤젤레스에서 아샤와 자이 파르스와니 모자가 창업한 아샤팝스는 2017년 소규모 농민 시장에서 판매를 시작했다. 그들 모자는 수련씨 스낵을 뉴욕·캘리포니아 주의 100여 군데 매장에서 판매한다. 탈리 푸즈의 워터릴리팝스는 스리라차 스파이스(칠리 소스의 일종)와 티카 마살라(영국식 커리) 등 서양과 아시아의 풍미 둘 다를 맛볼 수 있는 수련씨 스낵을 선보였다. 오릴리! 스낵스는 분말 녹차와 산딸기 맛을 첨가한 수련씨 스낵을 내놓았다. 아샤팝스의 자이 파르스와니는 “밀레니엄 세대에서 건강 스낵이 인기를 얻고 있다”고 말했다. “그들 중 다수는 알레르기원 민감성, 미네랄·비타민 부족 같은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 또 늘 시간에 쫓기는 그들은 먹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고 열량이 적고 영양이 풍부하며 간편히 먹을 수 있는 스낵을 찾는다.” 파르스와니는 수련씨가 그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믿는다.미국에선 새롭지만 수련씨는 수 세기 전부터 먹거리로 애용됐다. 일반적인 연꽃씨(연밥, 연자육)와 혼동되는 경우가 많지만 수련씨는 주로 아시아의 연못에 떠 있는 수생식물종 가시연꽃에서 수확한다. 봄이 되면 수련은 독특한 자주색 꽃을 피우고 씨앗은 주로 8월에 형성된다. 전통적인 조리법은 연못에서 건져올려 햇볕에 말린 다음 장작불로 열을 가해 딱딱한 검은 껍질이 팝콘처럼 터져 흰 속 알맹이가 나올 때까지 튀긴다.인도인은 그처럼 조리한 수련씨를 ‘마카나’라고 부르며 수 세기 동안 전통 간식으로 애용했다. 주로 기(인도산 버터)와 향료로 맛을 내며 커리에 넣어 먹을 수도 있다. 힌두교 축제 나브라트리의 금식 기간에 먹을 수 있는 것 중 하나가 마카나다.보하나의 바르티아는 뉴델리에서 어린 시절을 보낼 때 마카나를 자주 먹었다. 그녀는 “어렸을 때는 튀긴 수련씨가 대부분의 북부 인도 가정에서 주된 간식이었다”고 돌이켰다. “방과 후 집에 가면 늘 튀긴 수련씨를 먹었다. 어머니가 집에서 기와 쿠민·강황·커리잎 같은 전통 인도 향료를 넣어 바로 만들어 주셨다. 바삭바삭하고 향이 강해 맛있는 간식이었다.”몇 년 전 바르티아는 친구 나디네하바예브와 손잡고 보하나를 창업했다. 바르티아는 “우리는 미국 시장에 짠 스낵을 대체할 수 있는 건강식 먹거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우리는 수련씨가 인기 있으리라고 믿었다. 미국 소비자는 늘 먹던 것과는 다른 식재료와 이국적인 풍미, 인도의 전통의학 아유르베다, 무(無) 글루텐 다이어트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우리는 보하나를 세계에 소개할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수련씨의 약 90%는 인도 동부의 비하르주에서 생산된다. 그에 따라 수련씨가 뜻밖에도 환경 보존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수련이 자라는 비하르주의 습지는 개발과 환경오염, 기후변화로 위협 받고 있지만 이젠 정부가 그 습지를 보호할 경제적 인센티브가 생겼기 때문이다.그렇다면 수련씨는 건강에 도움이 될까? 맛도 맛이지만 수련씨는 영양도 풍부하다. 더구나 대부분의 칩과 과자에 들어가는 설탕과 포화지방이 없어 어린이나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 아주 좋은 간식이 될 수 있다. 다이어트하는 사람도 죄책감 없이 식욕을 충족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보하나의 ‘히말라야 핑크 소금 수련씨’ 1봉지에는 열량 110칼로리, 탄수화물 20g, 지방 3g이 들어 있어 상당히 다이어트친화적이다. 수련씨는 식이섬유가 많아 소화를 돕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혈압과 심박을 조절하는 데 기여하는 칼륨도 들어 있다. 아샤팝스는 견과류와 유제품, 유전자 변형 식품이 들어가지 않아 다이어트 식품으로도 적격이라고 선전된다. 완전채식과 구석기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에게도 적합하다. 학술지 ‘인터넷 고고학’에 2014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수련씨는 쌀·밀·콩·생선보다 더 많은 필수 아미노산을 함유한다. 당·단백질·아스코르브산(비타민C)·페놀 함유량에서도 아몬드·호두·코코넛·캐슈·건과보다 낫다.인도에선 수련씨 섭취가 고대로부터 전해 내려온 의학 아유르베다의 일부분이기도 하다. 아유르는 ‘장수’, 베다는 ‘지식’이라는 뜻으로 생명과학을 의미한다. 생약 등에 의한 균형을 도모하는 것이 치료의 원칙이며, 식사지도를 첫째로 꼽는다. 한마디로 신체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예방적이고 치료적인 조치를 강조하는 인도의 전통의학이다. 바르티아는 “수련씨는 아유르베다에서 가장 많이 처방되는 씨앗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알칼리 성분과 항염증 효과 때문에 모든 체질에 이롭다. 아유르베다에선 수련씨를 당뇨 환자와 임신부, 수유하는 여성에게 처방한다.” 아유르베다를 따르는 사람은 수련씨가 심장과 생식기에도 좋다고 믿는다. 그런 효과를 과학적으로 확인한 임상시험은 없었지만 수련씨에 암과 싸울 수 있는 항산화제가 많이 함유됐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다. 아샤 파르스와니는 엄격한 아유르베다 채식주의를 실천하는 인도 집안에서 성장했다. 그녀는 수련씨를 직접 채취해서 튀기지도 않고 그냥 간식으로 먹었다. 어머니는 잠을 더 잘자기 위해 수련씨를 먹었다. 파르스와니는 나중에 미국에서 살면서 마그네슘 결핍증 진단을 받은 뒤 미네랄이 풍부한 수련씨를 다시 먹기 시작했다. 아샤팝스는 봄베이 마살라, 다크 초콜릿 맛 외에도 아유르베다에서 흔히 사용하는 향료인 강황으로 맛을 낸 수련씨 스낵도 판매한다.수련씨는 건강에 도움이 되고 친환경적이며 맛도 좋지만 비싸다는 점이 흠이다. 대량생산으로 판매되지 않고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수련씨 스낵은 기존의 스낵 식품보다 가격이 약간 높다. 아샤팝스는 20봉지를 99.99달러에 판매된다(1봉지에 약 5달러). 보하나 제품은 1봉지에 약 4달러다. 하지만 맛이 독특하고 건강과 환경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에 팝콘보다 좀 더 비싸다고 해도 그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이브 워틀링 뉴스위크 기자

2019.03.0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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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 동계올림픽에 ‘기술’ 들어갑니다!

산업 일반

포스코, 장애인아이스하키팀에 수입품보다 34% 가벼우면서 충격 흡수 뛰어난 ‘경량 썰매’ 지원 내년 2월 9일이면 평창의 설원 위에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세계의 선수들을 만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와 패럴림픽에서다. 선수의 기량은 메달로 평가받지만 가족, 지도자, 동료 그리고 기업은 그들 뒤에서 묵묵히 응원 혹은 지원으로 기쁨을 얻는다. 특히 기업은 선수의 기록을 향상시키는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선다. ━ 장애인아이스하키 선수 위한 ‘경량 썰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평창 동계올림픽 후원협약을 맺고 철강부문 공식 파트너가 됐다. 또 지난 8월 신소재 고망간 방진강, 고강도 마그네슘 합금, 스테인리스강 등으로 제작한 한국형 ‘경량 썰매’를 패럴림픽의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에 기부해 훈련 및 실전 경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포스코와 썰매 설계·제작업체인 매시브블레이드가 공동 개발한 최초의 한국형 모델이다. 견고하면서도 가볍고, 충격을 흡수하는 최초의 국산 장애인아이스하키 썰매다.포스코는 경량화와 고강도화를 위한 소재 선정부터 성형 및 용접을, 매시브블레이드는 부품 설계 및 조립을 담당했다. 포스코가 제작한 썰매는 수입품보다 34% 가벼우면서도 충격 흡수도 뛰어나다. 지난 8월 5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2017 포스코배 전국장애인아이스하키대회 A-pool’ 개회식에서 대한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에 경량 썰매를 전달했다.포스코가 후원하는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 지난 4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것을 계기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썰매의 성능 개선을 위한 신소재 적용을 직접 지시하며 ‘경량썰매’ 개발이 시작됐다. ‘경량썰매’ 개발을 위해 철강신소재 선정부터 소재의 성형·가공·용접·부품 설계까지 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기가스틸상용화추진반 등 포항과 광양을 오가며 관련부서와 매시브블레이드가 협업했다.‘경량썰매’에 새로이 적용된 고망간 방진강은 알루미늄 소재보다 강도가 2.5배 이상 높고 방진 성능까지 있어 충격 흡수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외부 충격을 받으면 금속 내에서 진동을 흡수하는 고망간 방진강을 썰매에 적용하면 충격이 있을 때 진동을 줄이고, 충격으로 인한 선수의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해 썰매가 훨씬 더 가볍다. 마그네슘은 알루미늄보다 3분의 2 이상 가벼우며, 강도가 높고 비중이 낮아 기존 알루미늄 썰매보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다.‘경량썰매’ 제작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가공이었다. 마그네슘 합금 가공을 위해 인천·부산·창원 등지에 있는 국내 주요 가공업체와 그 방법을 논의했으나 마그네슘 합금 가공기술을 가진 업체는 전무했다. 마그네슘 소재는 가볍지만 철강에 비해 산업에 적용된 역사가 짧다. 따라서 가공 노하우가 부족했고, 주변 환경에 대한 재질의 변화가 크며, 상온성형이 어렵다. 소재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열처리 온도를 유지하며, 성형할 때 공구를 제품의 형상에 최적화되도록 하는 등 가공조건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포스코는 포항산업과학연구소(RIST)를 통해 2014년경부터 자전거 프레임이나 대학생 자동차 제작 지원 등 마그네슘 소재를 이용한 제품화 연구를 하면서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필요한 설비를 보유하고 있었다.장애인아이스하키는 격렬한 운동으로 썰매의 금속 프레임이 선수에게 직접 닿아 부상이 발생하고, 경기 중 선수가 피로를 느끼기 때문에 충격흡수가 뛰어나고 더 가벼운 ‘경량 썰매’를 통해 부상방지와 피로예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주장 한민수 선수는 “장애인 스포츠는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특히 장애인아이스하키 종목은 (장비의 성능이) 약 6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썰매가 더 견고하고, 가벼우면 보다 경기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선수들은 ‘경량 썰매’가 기존 제품 대비 무게가 34% 정도 줄어 가볍고, 착용감이 우수하고 충돌안정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포스코에 ‘경량 썰매’ 개발은 고망간 방진강, 마그네슘 합금 등 신소재를 적용해 강재 이용기술 활용과 시장 확대 등 새로운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콘서트 포스코는 지난 10월 28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기원 포스코콘서트’를 개최했다. 포스코센터 로비에서 열린 이날 콘서트는 평창 동계올림픽 D-day 100일을 기념해 국민적 관심을 고취하고,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포스코가 공식 후원하는 대한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등 대회 관계자 80여 명이 참석했다.권오준 회장과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함께 무대에 올라 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메시지를 발표하며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평창올림픽은 문화·환경·평화·경제·ICT 올림픽의 다섯가지를 지향한다”며 “이러한 지향점들이 조화롭게 융합해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열리고 대한민국 국력에도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콘서트의 아름다운 선율과 관객의 열기가 평창에 전달돼 세계의 선수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되도록 하자”며 전 국민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이희범 위원장은 “개막 101일 전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성화봉송을 한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동계올림픽 대표 후원기업인 포스코에서 뜻깊은 행사를 마련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본 콘서트에는 신예 뮤지션 치즈와 R&B 혼성그룹 어반자카파가 다채롭고 감각적인 음악을 들려줬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무대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인 가수 인순이가 폭발적인 에너지로 올림픽 응원 열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인순이는 ‘친구여’ ‘밤이면 밤마다’ 같은 히트곡뿐 아니라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제가인 ‘Let Everyone Shine’을 불러 올림픽에 대한 관객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 봅슬레이 스켈레톤 팀도 후원 포스코대우는 2011년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단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8년간 메인스폰서 후원을 약속하고 썰매와 해외전지훈련비 등 연간 3억원 이상의 지원을 시작했다. 당시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 선수들은 훈련할 수 있는 인프라와 연습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 실업팀 하나 없는 열악한 여건과 타 인기 종목보다 적은 예산으로 운영됐던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팀에는 140여 일의 훈련기간만 보장됐다.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훈련 시간과 각종 국제대회 출전을 통한 경험 축적이 절실했다.이에 포스코대우는 썰매 구입 지원과 함께 후원을 시작했다. 선수단의 해외 전지훈련 일수가 2배 이상 늘었다. 또한 새 썰매 지원을 통해 국제대회에서 다른 나라 선수단의 썰매를 빌려 타야 했던 선수단의 훈련 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이러한 훈련 환경 개선으로 선수단의 각종 국제대회 출전도 용이해 졌으며 다양한 출전기회를 통한 국제 경험도 축적돼 선수단 기량도 크게 향상됐다. 그 결과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팀은 2015/16시즌 봅슬레이 월드컵 금메달, 스켈레톤 2015/16. 2016/17시즌 월드컵 은메달 등 국제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다.- 라예진 기자

2017.12.19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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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 장애인아이스하키팀에 수입품보다 34% 가벼우면서 충격 흡수 뛰어난 ‘경량 썰매’ 지원 내년 2월 9일이면 평창의 설원 위에서 인간의 한계를 극복하는 세계의 선수들을 만난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대회와 패럴림픽에서다. 선수의 기량은 메달로 평가받지만 가족, 지도자, 동료 그리고 기업은 그들 뒤에서 묵묵히 응원 혹은 지원으로 기쁨을 얻는다. 특히 기업은 선수의 기록을 향상시키는 기술 개발에 적극 나선다. ━ 장애인아이스하키 선수 위한 ‘경량 썰매’ 포스코는 지난해 4월 평창 동계올림픽 후원협약을 맺고 철강부문 공식 파트너가 됐다. 또 지난 8월 신소재 고망간 방진강, 고강도 마그네슘 합금, 스테인리스강 등으로 제작한 한국형 ‘경량 썰매’를 패럴림픽의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에 기부해 훈련 및 실전 경기에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포스코와 썰매 설계·제작업체인 매시브블레이드가 공동 개발한 최초의 한국형 모델이다. 견고하면서도 가볍고, 충격을 흡수하는 최초의 국산 장애인아이스하키 썰매다.포스코는 경량화와 고강도화를 위한 소재 선정부터 성형 및 용접을, 매시브블레이드는 부품 설계 및 조립을 담당했다. 포스코가 제작한 썰매는 수입품보다 34% 가벼우면서도 충격 흡수도 뛰어나다. 지난 8월 5일 경기도 성남시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 열린 ‘2017 포스코배 전국장애인아이스하키대회 A-pool’ 개회식에서 대한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에 경량 썰매를 전달했다.포스코가 후원하는 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이 지난 4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것을 계기로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썰매의 성능 개선을 위한 신소재 적용을 직접 지시하며 ‘경량썰매’ 개발이 시작됐다. ‘경량썰매’ 개발을 위해 철강신소재 선정부터 소재의 성형·가공·용접·부품 설계까지 기술연구원을 중심으로 기가스틸상용화추진반 등 포항과 광양을 오가며 관련부서와 매시브블레이드가 협업했다.‘경량썰매’에 새로이 적용된 고망간 방진강은 알루미늄 소재보다 강도가 2.5배 이상 높고 방진 성능까지 있어 충격 흡수에 최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외부 충격을 받으면 금속 내에서 진동을 흡수하는 고망간 방진강을 썰매에 적용하면 충격이 있을 때 진동을 줄이고, 충격으로 인한 선수의 부상을 최소화할 수 있다. 또한 알루미늄보다 가벼운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해 썰매가 훨씬 더 가볍다. 마그네슘은 알루미늄보다 3분의 2 이상 가벼우며, 강도가 높고 비중이 낮아 기존 알루미늄 썰매보다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다.‘경량썰매’ 제작 과정에서 가장 큰 어려움은 가공이었다. 마그네슘 합금 가공을 위해 인천·부산·창원 등지에 있는 국내 주요 가공업체와 그 방법을 논의했으나 마그네슘 합금 가공기술을 가진 업체는 전무했다. 마그네슘 소재는 가볍지만 철강에 비해 산업에 적용된 역사가 짧다. 따라서 가공 노하우가 부족했고, 주변 환경에 대한 재질의 변화가 크며, 상온성형이 어렵다. 소재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열처리 온도를 유지하며, 성형할 때 공구를 제품의 형상에 최적화되도록 하는 등 가공조건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기술이다.포스코는 포항산업과학연구소(RIST)를 통해 2014년경부터 자전거 프레임이나 대학생 자동차 제작 지원 등 마그네슘 소재를 이용한 제품화 연구를 하면서 관련 기술을 축적하고 필요한 설비를 보유하고 있었다.장애인아이스하키는 격렬한 운동으로 썰매의 금속 프레임이 선수에게 직접 닿아 부상이 발생하고, 경기 중 선수가 피로를 느끼기 때문에 충격흡수가 뛰어나고 더 가벼운 ‘경량 썰매’를 통해 부상방지와 피로예방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장애인아이스하키 국가대표팀 주장 한민수 선수는 “장애인 스포츠는 장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특히 장애인아이스하키 종목은 (장비의 성능이) 약 60% 정도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썰매가 더 견고하고, 가벼우면 보다 경기력 향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선수들은 ‘경량 썰매’가 기존 제품 대비 무게가 34% 정도 줄어 가볍고, 착용감이 우수하고 충돌안정성이 양호하다고 평가한다. 포스코에 ‘경량 썰매’ 개발은 고망간 방진강, 마그네슘 합금 등 신소재를 적용해 강재 이용기술 활용과 시장 확대 등 새로운 가능성을 점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콘서트 포스코는 지난 10월 28일 ‘2018 평창 동계올림픽 성공기원 포스코콘서트’를 개최했다. 포스코센터 로비에서 열린 이날 콘서트는 평창 동계올림픽 D-day 100일을 기념해 국민적 관심을 고취하고, 성공적인 개최를 기원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에는 포스코가 공식 후원하는 대한장애인아이스하키협회,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연맹 등 대회 관계자 80여 명이 참석했다.권오준 회장과 이희범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은 함께 무대에 올라 동계올림픽 성공 기원 메시지를 발표하며 콘서트의 시작을 알렸다. 권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평창올림픽은 문화·환경·평화·경제·ICT 올림픽의 다섯가지를 지향한다”며 “이러한 지향점들이 조화롭게 융합해 올림픽이 성공적으로 열리고 대한민국 국력에도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콘서트의 아름다운 선율과 관객의 열기가 평창에 전달돼 세계의 선수들을 응원하는 목소리가 되도록 하자”며 전 국민적인 관심을 요청했다. 이희범 위원장은 “개막 101일 전부터 제주도를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성화봉송을 한다. 이런 중요한 시점에 동계올림픽 대표 후원기업인 포스코에서 뜻깊은 행사를 마련해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본 콘서트에는 신예 뮤지션 치즈와 R&B 혼성그룹 어반자카파가 다채롭고 감각적인 음악을 들려줬다. 마지막 하이라이트 무대는 평창동계올림픽 홍보대사인 가수 인순이가 폭발적인 에너지로 올림픽 응원 열기를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인순이는 ‘친구여’ ‘밤이면 밤마다’ 같은 히트곡뿐 아니라 평창동계올림픽 성화봉송 주제가인 ‘Let Everyone Shine’을 불러 올림픽에 대한 관객의 관심을 이끌어냈다. ━ 봅슬레이 스켈레톤 팀도 후원 포스코대우는 2011년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단과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까지 8년간 메인스폰서 후원을 약속하고 썰매와 해외전지훈련비 등 연간 3억원 이상의 지원을 시작했다. 당시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 선수들은 훈련할 수 있는 인프라와 연습 시간이 매우 부족했다. 실업팀 하나 없는 열악한 여건과 타 인기 종목보다 적은 예산으로 운영됐던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팀에는 140여 일의 훈련기간만 보장됐다. 대표팀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훈련 시간과 각종 국제대회 출전을 통한 경험 축적이 절실했다.이에 포스코대우는 썰매 구입 지원과 함께 후원을 시작했다. 선수단의 해외 전지훈련 일수가 2배 이상 늘었다. 또한 새 썰매 지원을 통해 국제대회에서 다른 나라 선수단의 썰매를 빌려 타야 했던 선수단의 훈련 여건도 크게 개선됐다. 이러한 훈련 환경 개선으로 선수단의 각종 국제대회 출전도 용이해 졌으며 다양한 출전기회를 통한 국제 경험도 축적돼 선수단 기량도 크게 향상됐다. 그 결과 봅슬레이 스켈레톤 대표팀은 2015/16시즌 봅슬레이 월드컵 금메달, 스켈레톤 2015/16. 2016/17시즌 월드컵 은메달 등 국제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다.- 라 예 진 기자

2017.12.18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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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인택의 역사를 만든 부자들(10) 앤드루 멜런

전문가 칼럼

미국에서 억만장자가 공직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일한 기록은 금융인·기업인· 투자가·자선사업가인 앤드루 멜런(1855~1937)이다. 멜런의 이력은 미국에서는 물론 전 세계 억만장자 중에서도 가장 독특할 것이다. 미국 트럼프 그룹의 회장 도널드 트럼프(70)가 2016년 11월7일 미국 대선에서 대통령에 당선하면서 기업인 출신 억만장자의 공직 참여가 많은 관심을 모은다. 미국에서는 대부호 록펠러 가문 출신으로 스탠더드 오일의 창업주인 존 록펠러의 손자인 넬슨 록펠러(1908~1979년)가 제럴드 포드 대통령 시절인 1974~1977년 부통령을 지낸 것이 트럼프 이전까지 억만장자가 가장 높은 공직에 오른 기록이다. 연방상원의원을 지낸 넬슨 올드리치의 외손자이기도 한 록펠러는 여러 차례 대선후보전에 뛰어들었으나 꿈을 이루지 못했다.미국에서 억만장자가 공직에서 가장 인상적으로 일한 기록은 앤드루 멜런(1855~1937)으로 1921년 3월 연방 재무장관 자리에 올라 1932년 2월까지 자리를 맡았다. 미국 최장수 재무장관 기록(11년 재임)을 보유하고 있다. 게다가 그는 엄청난 부자다. CNN머니가 2014년 발표한 ‘미국의 역사상 20대 부자’ 순위에서 현 시가 기준으로 632억 달러의 재산으로 15위에 올랐다. 그의 동생이자 그가 공직에 들어간 뒤 뒤를 이어 가업인 멜런은행을 맡았던 리처드 멜런(1858~1933)은 1030억 달러의 재산으로 역대 미국 부자 순위 5위에 올랐다.멜런은 스코틀랜드계 아일랜드인 이민자인 토머스 멜런(1813~1908)의 아들로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태어났다. 부친 토머스는 할아버지를 따라 어려서 미국에 이민했다. 판사와 변호사를 지낸 뒤 1869년 멜런은행을 창업해 멜런 가문을 상류층으로 끌어올렸다. 멜런은행은 대를 이어 멜런 가문의 부흥의 원천이 됐다. 이 은행은 2007년 뉴욕은행과 합병해 뉴욕멜런은행으로 재탄생했다.멜런 가문은 선대가 투자했던 여러 기업의 대주주로서 지금도 여전히 막강한 경제적·정치적·문화적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세계 최대의 석유회사인 셰브론텍사코다. 1901년 설립한 걸프오일은 1985년 캘리포니아스탠더드오일과 합병을 거쳐 셰브론텍사코의 일부가 됐다. 1886년부터 세계 최대 알루미늄 업체인 알코아, 1912년부터는 화학과 재료업체인 코퍼스의 대주주다. 웨스팅하우스, 하인즈, US스틸, 크레디스 위스퍼스트보스턴, GM의 대주주이기도 하다. 이 가문의 이름이 더욱 빛나는 것은 기부행위다. 멜런 가문은 미술에 조예가 깊어 수많은 걸작을 수집했다. 교육사업에도 거액을 쏟아왔다.멜런 가문을 빛낸 이 많은 업적은 대부분 앤드루 멜런의 업적이다. 그는 1855년 3월24일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태어났다. 웨스트펜실베이니아대에 재학 중이던 1872년 임산물 사업을 시작해 재산을 모았다. 이듬해 대학을 마치고 부친이 창업해 운영하던 멜런은행에 들어갔으며 1882년 소유권을 이어 받았다. 1889년 유니온신탁을 설립했으며 은행경영을 넘어 석유, 철강, 조선, 건설 등 다각도로 투자 사업을 전개했다. 한결같이 당시 확장 일로에 있던 미국 경제를 지탱하는 기반업종이었다. 그가 투자한 산업 분야는 급속한 성장을 이뤘다. 그 결과 1890년에 이르자 그는 존 록펠러, 헨리 포드와 함께 미국의 3대 부자에 이름을 올렸다. 부친인 토머스가 작은 은행을 창업했으면 그는 이를 미국 굴지의 거대한 대기업으로 키워 미국의 억만장자 대열에 합류했다. 멜런은 억만장자가 된 뒤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다했다. 제1차 세계대전이 터지고 미국이 참전하자 활발하게 사회활동을 벌였다. 적십자사에서도 일하며 군인과 가족을 돕는 일에 몰두했다. YMCA의 전국 전쟁위원회에서도 활동했다. 펜실베이니아주 국토방위위원회와 워싱턴의 전국 연구위원회에서도 일했다. ━ 기업가 정신과 공직자 윤리의 철저한 분리 가장 두드러진 경력은 공직자로 봉사한 것이다. 바로 1921년 워런 하딩(1865~1923, 1921~23 재임) 대통령 내각에서 재무장관을 맡은 일이다. 오하이오주 하원의원을 지내다 오하이오주 부지사와 연방상원의원을 지낸 하딩은 재정과 경제 문제에는 문외한이었다. 하지만 그의 앞에는 산적한 경제 문제가 놓여 있었다. 제1차 세계대전 참전에 따른 심각한 연방정부 부채였다. 1차대전을 치른 이상주의자 우드로 윌슨(1856~1924, 1913~21 재임) 대통령에 이어 자리에 오른 하딩 대통령에게는 이 부채를 정리해야 할 과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게다가 1919년 금주법 시대가 열리면서 주세 수입이 완전히 끊겼다. 일부 공업용과 의료용 알코올 생산만 가능해지고 술을 양조하거나 이동, 판매하는 일이 완전히 금지되면서 이로 인한 세입마저 사라진 것이다. 주요 세원이 사라진 미국은 이를 벌충할 방법을 찾아야 했다.골치 아픈 재정 문제를 안고 고민하던 하딩은 기업인 출신의 멜런에게 눈을 돌렸다. 멜런은 은행가로서 오랜 경험을 국정을 위해 봉사하기로 하고 하딩의 제안을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멜런은행을 비롯한 기업의 운영은 동생인 리처드에게 완전히 넘겼다. 자신은 이후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기업가 정신과 공직자 윤리의 철저한 분리다. 트럼프가 배워야 할 점이다.멜런은 재무장관으로서 국가가 당면한 재정 문제의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멜런은 위기적인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 재정시스템을 바로잡기로 하고 세제 개혁부터 추진했다. 먼저 물가가 높아지는 원인이 높은 세금이라고 판단하고 물가상승을 억제하는 대안으로 감세 조치를 취했다. 멜런은 보수적인 공화당원이자 금융인으로서 당시 정부의 예산관리 방식 자체에 이의를 제기했다. 당시 미국연방정부의 재정은 정부 지출이 늘어나면 세금을 추가로 확보하는 방식이었다. 세입이 세출을 따라간 셈이다. 그 결과 정부 재정상황이 악화되기 쉬웠다.멜런은 ‘멜런 계획’으로 불리는 대대적인 재정 개혁 정책을 펼쳤다. 첫째, 소득세율을 최고 77%에서 24%로 낮췄다. 이를 통해 투자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둘째, 조세 부담자의 범위를 넓혔다. 그는 ‘담세 능력이 있는 모든 사람은 최소한의 금액이라도 세금을 내도록 해야 한다’는 원칙을 적용했다. 대신 최소 소득세율을 4%에서 0.5%로 낮췄다. 셋째, 연방 부동산세를 낮췄다. 부자들이 세금을 피해 재산을 다른 은밀한 영역으로 돌리는 것을 줄이기 위한 조치였다. 넷째, 효율적인 정부 재정제도를 확립한다. 낮은 세율은 세금 공제도 줄이기 때문에 이를 위한 공무원 숫자도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멜런의 아이디어였다. 정부 문서의 크기도 지갑에 들어갈 정도로 줄여 공문서 작성에 들어가는 종이와 잉크도 줄였다.연방정부의 고정비용을 삭감하고 남은 예산을 정부 부채를 갚는 데 사용했다. 이를 통해 연방정부의 세출은 줄이고 세금을 줄일 수 있었다. 예산회계법을 만들어 오늘날과 같이 예산을 미리 심사하는 시스템을 확립했다. 오늘날 글로벌 스탠더드가 되는 미국의 예산심의 시스템이 멜런의 재무장관 시대에 확립됐다. 국내 산업을 지키기 위해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해 수입 상품에 대해 고율의 관세를 부과했다. 소득세 누진률을 약화해 실질적으로 부유층에 대해 대규모 감세를 실시했다. 미국은 자유무역을 내세우지만 미국 산업발전의 역사은 이런 보호무역주의가 바탕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자유무역과 보호무역은 특정 국가의 이데올로기가 아니고 정치적인 이유와 경제적인 이익을 위해 얼마든지 왔다갔다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 ‘낙수 이론’을 국가 경제정책에 처음 활용 독특한 것은 금주법 등으로 줄어든 세수를 충족하려면 소득세를 올려야 할 텐데 멜런은 이를 낮췄다. 세금을 줄이면 저축과 투자가 늘고 이는 대기업이 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대중에게 돈을 회전시킬 수 있도록 한다는 멜런의 지론 때문이었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세제우대조치까지 취했다. 이는 멜런이 신봉한 ‘낙수 이론’이 바탕이 됐다. 그는 이를 국가 경제정책에 직접 활용한 첫 인물로 통한다. 낙수 효과는 정부가 세제혜택 등으로 대기업의 성장을 지원하면 이를 통해 창출된 고용과 매출 증대 효과가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 좋은 영향을 미쳐 중장기적으로 경기가 활기를 띠게 된다는 이론이다. 대기업이나 부유층이 기업지출이나 소비를 통해 돈을 쓰면 돈이 중소기업이나 서민층까지 넘쳐 흘러간다는 의미다. 이 정책은 공화당의 경제정책 철학으로 굳어졌다. 로널드 레이건이나 조지 H. W.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도 이런 논리에서 기인한다.멜런은 이런 일련의 정책으로 미국 재정을 튼튼하게 했다. 그가 장관이 취임할 당시 미 연방정부의 재정지출은 1920년 기준으로 65억 달러였다. 게다가 향후 2년 반 동안의 고정비용은 75억 달러로 전망되고 있던 상황이었다. 멜런은 취임 이후 3년간 고정비용을 35억 달러를 줄였다. 이를 통해 연방부채를 28억 달러나 줄였다. 이를 통해 미국 연방정부의 재정은 흑자로 돌아섰다. 멜런의 재정개혁은 1920년대 미국경제 황금기의 바탕이 됐다.멜런은 1921년 3월 워런 하딩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재무장관에 오른 뒤 캘빈 쿨리지(1872~1933, 1923~1928 재임) 대통령과 허버트 후버(1874~1964, 1929~1922 재임)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3명의 대통령 내각에서 자리를 계속 지켰다. 특히 처음 공직자로 처음 참여한 하딩의 내각에서 멜런은 독특한 인물이었다. 오하이오주 출신인 하딩 대통령은 공직 경험이나 자질이 부족한 여러 고향 친구를 워싱턴에 데려와 주요 직책에 임명했다. 과거의 ‘비선 실세’를 양지에 데려와 공직에 임명한 셈이다. ‘오하이오 갱’으로 불린 이들은 부패 등 여러 문제를 일으켰다. 하딩은 포커친구였던 앨버트 폴을 불러 내무장관에 임명했으며 후원자이자 정치 브로커인 해리 도허티에게 법무장관을 맡겼다.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 결과를 가져왔다. 대통령과 개인적 친분을 바탕으로 고위직에 발탁된 인물이 득실거린 하딩 내각에서는 부패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재향군인회 기금과 관련한 비리로 하딩과 친분이 있는 기금 운용인이 감옥에 가고 감사가 자살하는 스캔들이 터지는 등 하딩의 통치기는 스캔들로 얼룩졌다. 능력이 아닌 대통령과의 친분이 곧 권력이 되는 잘못된 방식의 통치가 빚어낸 결과였다. 하딩 대통령 자신도 법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알코올의 개인적 소유와 소비를 금하는 금주법 시대(1919~1933)였음에도 가끔 친구들과 술판을 벌이기도 했을 정도였다. 하지만 대통령과 개인적인 친분 없이 금융재정과 관련된 능력, 자질, 경험을 바탕으로 뽑힌 멜런은 업적을 남겼다.하딩 대통령은 1923년 8월에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서부 지역을 돌던 중 시애틀에서 식중독을 일으켜 샌프란시스코에서 숨졌다. 부통령인 캘빈 쿨리지(1872~1933, 1923~29 재임)가 즉시 대통령직을 승계했으나 멜런은 그대로 재무장관 자리를 지켰다. 변호사 출신인 쿨리지도 경제에 문외한이었기 때문이다. 법조인 출신답게 쿨리지는 취임하자마자 부정부패와의 전쟁에 나섰다. 전임자인 하딩과의 친분으로 자리를 차지한 내각 인사가 최우선 정리 대상이었다. 대통령의 과도한 신임을 등에 업고 권력을 농단하면서 부정부패를 저질렀기 때문이다.하딩의 포커친구로 내무장관을 맡았던 ‘오하이오 갱’ 앨버트 폴은 정부 소유의 석유 예비금을 민간 기업에 빌려주고 뇌물과 불법적인 특혜 융자를 받았다가 체포돼 재판 끝에 1931년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감옥에 수감된 최초의 미국 각료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정치 브로커 출신으로 하딩의 정치적 후원자인 법무장관 해리 도허티도 정부 재산관리와 관련된 비리로 재판을 받았다. 증거 불충분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도허티는 법무장관직에서 쫓겨난 것은 물론 더 이상 워싱턴에서 버틸 수 없었다. 법무장관 보좌관이던 제스 스미스는 증거문서를 몰래 파기한 혐의가 발각된 직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찰스 호프스 재향군인국장은 재향군인 연금을 관리하면서 리베이트를 받은 것은 물론 금주법 시대 밀주를 만들고 마약까지 복용한 혐의로 유죄판결을 받고 징역형에 처해졌다. 그의 보좌관인 찰스 그래머는 수사 과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토마스 미라 체류외국인자산관리국장도 뇌물을 받은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쿨리지는 이런 사정정국으로 전임 하딩 대통령이 땅에 떨어뜨린 공직자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일부 회복시켰다. 그러는 동안에도 멜런은 든든하게 국가 재정을 관리했다. ━ 불황기에 부패 일소하고 호황기의 부채도 청산 쿨리지에 이어 1929년 3월 대통령에 취임한 허버트 후버는 멜런 계획이 성공적이라고 보고 그를 계속 장관 자리에 유임시켰다. 하지만 그해 11월 블랙프라이데이를 시장으로 세계공황이 발생하면서 멜런은 비난에 직면했다. 멜런은 “이런 불황을 통해 낡은 체제의 부패를 일소하고 부동산 가격과 임금 등을 적정한 수준으로 재조정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가 여론의 비난역풍을 맞았다. 이 말은 대공황에 대해 후버 정권이 보여준 무책임의 상징으로 받아들이기도 했다. 불황기에 부패를 청산하고 호황기의 부채를 청산한다는 그의 인식은 나중에 ‘청산주의’라는 이름으로 하나의 정책으로 자리 잡았다. 멜런은 묵묵히 재정을 관리하다 1932년 2월 자리를 떠났다. 사임 뒤 그는 후버에 의해 주영국 대사로 임명돼 1년간 일한 뒤 공직에서 떠났다. 주영대사는 그의 마지막 공직이었다.멜런의 결혼생활은 불행했다. 45세이던 1900년 21세이던 노라 멕멀런(1879~1973)과 결혼했다. 영국 태생으로 유명한 기네스 양조장의 대주주인 알렉산더 멕멀런의 딸이다. 두 사람은 딸 앨리사와 아들 폴을 얻었지만 12년 만에 이혼으로 결혼생활을 끝냈다. 노라가 영국 군인을 비롯한 여러 남성과 불륜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후 멜런은 다시는 결혼하지 않았다. 노라는 1923년 14년 연하의 골동품 거래상인 하비 리와 재혼하면서 멜런이라는 성도 버렸지만 1928년 다시 이혼했다. 2년 뒤 노라는 아들 폴의 건의를 받아들여 멜런이라는 성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그럼에도 멜런은 평정을 잃지 않고 경영자로서, 공직자로서, 기부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다함으로써 하나의 모범이 됐다. 멜런이 투자자로서 뛰어난 점은 평생에 걸쳐 새로운 세상을 여는 신산업과 과학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적극적인 투자와 인큐베이팅에 나섰다는 점이다. 선견지명으로 가치를 알아본 산업에 미리 투자를 해서 이익을 얻는 것도 좋아했지만 그보다 더 관심을 보인 것은 이를 키워 세상을 바꾸는 일이었다. 이를 위해 교육사업에 관심을 쏟았다. 멜런은 1913년 자신의 동생인 리처드 멜런과 함께 1908년 세상을 떠난 아버지 토마스를 기리는 ‘멜런 산업연구소’를 설립했다. 연구와 교육을 함께 담당하는 이 연구소는 자신의 모교인 피츠버그대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1965년 이 연구소는 카네기 기술연구소와 합병해 카네기 멜런 대학이 됐다. 미국을 대표하는 명문 대학의 하나다. 자신의 모교인 피츠버그대에도 4300만 달러를 기부하고 동창회장과 대학발전위원장을 지냈다. ━ 내셔널갤러리 세우고 천문학적인 금액 기증 멜런은 가능성이 있는 과학기술자 양성과 함께 신종 산업의 발굴에도 신경을 쏟았다. 대표적인 것이 알루미늄 산업이다. 그는 알루미늄 제조업체인 알코아를 지속적으로 지원해 세계적인 기업으로 키우기도 했다. 보크사이트를 전기분해해서 얻는 알루미늄은 가볍고 튼튼하며 산화에 강해 철을 대신할 수 있는 재료로 각광받고 있다. 20세기 초 독일 알루미늄 회사의 기사이던 프레드 빌름이 알루미늄에 구리 4%, 마그네슘 0.5%를 넣어 합금해서 얻은 두랄루민은 알루미늄의 가볍운 특성은 유지하면서 약점인 강도를 보완한 물질로 각광 받았다. 미국에서는 멜런의 지원으로 1931년 두랄루민 속 마그네슘을 1.5%로 보강해 더욱 강력한 초두랄루민을 발명하기에 이르렀다. 실리콘에도 많은 관심을 보여 대규모 투자를 하기도 했다. 초기 마모재와 미끄럼 방지제 정도로 사용됐던 실리콘은 나중에 전자 시대가 열리면서 최고의 반도체 재료로 각광받게 된다.공직 은퇴 뒤 그는 적극적인 기부 활동에 나섰다. 특히 문화예술과 연구 분야를 집중적으로 지원했다.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에 몰두한 것이다. 멜런의 업적 중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워싱턴DC에 우뚝 서 있는 내셔널갤러리다. 그는 1937년 현금 1000만 달러를 내셔널갤러리의 건설비로 내놓은 것은 물론 자신이 모아온 미술품까지 기증했다. 그가 기부한 미술품은 구입비로만 2500만 달러를 들인 것으로 기증 당시 가격이 4000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 시가로는 ‘천문학적인’ 금액이라는 것 외에는 추정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그는 1937년 8월27일 세상을 떠난 뒤 그의 후손들을 그를 기리는 앤드루 멜런 재단을 설립해 미래를 위한 지원을 계속하고 있다. 앤드루 멜런은 기업가 정신과 공직자 윤리의 조화라는 면에서 지금까지도 수많은 사람의 모범이다.채인택 - 중앙일보 피플위크앤 에디터와 국제부장을 거쳐 논설위원으로 일하고 있다. 역사와 과학기술, 혁신적인 인물에 관심이 많다.

2016.12.24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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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16 올해의 차] 제네시스 EQ900 ‘내가 왕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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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승자는 제네시스 ‘EQ900’이었다. 현대자동차가 ‘독일산 프리미엄 세단을 잡겠다’며 심혈을 기울인 노력을 인정받았다. 중앙일보 ‘2016 올해의 차(Car of the Year·COTY, 이하 코티)’에서 EQ900이 27개 브랜드 51대 차량을 제치고 ‘월계관’을 차지했다.올해로 7회째를 맞은 ‘코티’ 심사는 어느 해보다 열띤 경쟁 속에서 치러졌다. 각 업체들이 ‘기함(旗艦·Flagship) 모델’을 포함해 성능·디자인 등을 한껏 높인 수준작들을 대거 출품했기 때문이다. 심사는 ‘1차 프레젠테이션→2차 주행 시험→3차 심층 토론’으로 이뤄졌다. 특히 올해엔 더욱 정교하고 엄정한 심사를 위해 심층 토론을 신설했다. 3단계 심사에서 종합 점수 1위에 올라 ‘올해의 차’로 뽑힌 EQ900은 전체적으로 ‘국산차 기술력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BMW의 ‘뉴 7 시리즈’와 경합을 벌였다.EQ900은 실제 시승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유연하면서도 무게감 있는 주행감을 뽐냈다. 시승차는 V6 3.3L 터보 엔진을 통해 370마력의 힘을 발휘하면서 8단 자동변속기와 4륜 장치인 HTRAC 을 갖췄다. 심사위원장인 유지수 국민대총장(전 자동차산업학회장)은 “부드러움과 강함을 함께 겸비한 세단”이라고 말했다. 심사위원들은 EQ900의 한계도 지적했다. 대표적인 게 ‘고유의 브랜드 정체성’ 확립이었다. 아직 벤츠·BMW 같은 색깔과 카리스마가 부족하다는 취지였다.우승컵을 놓치긴 했지만 BMW의 ‘뉴 7시리즈’는 대신 ‘올해의 수입차’ 자리에 올랐다. 모니터를 장착한 자동차 리모콘 키, 고속도로 자율주행 지원, 손동작으로 각종 장치를 조작하는 ‘제스처 컨트롤’, 탄소섬유강화플라스틱(CFRP)·알루미늄을 섞어 만든 ‘카본 코어’ 뼈대 등 혁신적 요소가 넘쳐났다.오토뷰의 김기태 PD는 “최고급 대형 세단이 갖춰야 할 승차감은 물론 주행 안전성과 가속 성능까지 모두 확보했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시험장에 나온 750Li 모델은 최상급으로 450마력을 발휘하는 V84.4L 트윈터보 엔진을 달았다. ‘올해의 SUV’로는 기아차 ‘스포티지’와 쌍용차 부활의 주인공 ‘티볼리’ 그리고 현대차 ‘올 뉴 투싼’ 등이 맞붙었다. 티볼리의 혁신성과 투싼의 디자인도 좋은 점수를 받았다. 하지만 스포티지는 ‘한국형 SUV’의 개척자라는 칭찬을 등에 업고 SUV 1위에 올랐다. 참신한 디자인과 동급 최다 편의장비는 물론 앞바퀴굴림 방식인데도 뛰어난 핸들링 성능이 호평을 받았다. ━ 유일한 경차 한국지엠의 ‘쉐보레 넥스트 스파크’ 또 최대 510마력의 출력과 66.3㎏·m의 토크를 뿜어내는 메르세데스-AMG의 ‘GT S 에디션 1’은 이론의 여지 없이 ‘올해의 성능’ 수상작으로 결정됐다. 4km의 타원형 주행 시험장에서 3.8초 만에 시속 0→100㎞ 가속을 하는 폭발적 성능과 포효하는 배기음 등이 심사위원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다.계기판을 통해 차량정보·지도 등을 표시하는 ‘버추얼 콕핏’을 장착한 아우디의 신형 ‘TT’는 ‘올해의 혁신’을 차지했다. 전설적 디자이너인 이언 칼럼의 감성이 담긴 재규어의 ‘XE’와 유려한 선이 살아 있는 현대차 ‘투싼’은 ‘올해의 디자인’ 상을 받게 됐다.경차로 유일하게 2차 심사 대상인 12대의 차량에 포함된 한국지엠의 ‘쉐보레 넥스트 스파크’는 가벼운 몸집에서도 뛰어난 주행 성능과 연비를 선보인 게 강점으로 부각됐다. 특히 L당 평균 15km 안팎의 연비로 ‘올해의 친환경’ 차량에 선정됐다.미니 ‘클럽맨’은 양쪽으로 열리는 ‘분할형(split)’ 트렁크 문을 장착한 아이디어로 점수를 받았다. 미니 특유의 날렵한 주행 감각이 여전히 살아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티볼리는 ‘올해의 SUV’와 ‘올해의 이슈’ 등 여러 부문 후보에 올랐으나 종합 평점에서 ‘올해의 소비자’ 상으로 뽑혔다.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과 젊은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감각적 디자인 등이 경쟁력이었다. 기아차 ‘K5’는 이전 모델보다 많은 변화를 이룬 ‘올해의 챌린저’가 됐고, 한국지엠의 ‘임팔라’는 많은 소비자·네티즌 주목을 받은 ‘올해의 이슈’로 뽑혔다.- 이수기 기자, 김선웅 오토뷰 기자 retalia@joongang.co.kr◆올해의 차 심사위원: 유지수(심사위원장·국민대학교 총장), 강병휘(프로레이싱 드라이버), 김기범(로드테스트 편집장), 김기태(오토뷰 PD), 김태완(완에디 대표), 나윤석(칼럼니스트), 박상원(유엘코리아 부장), 신홍재(아멕스카드 팀장), 양정수(아우다텍스 코리아 이사), 이남석(중앙대학교 교수), 이대운(AT&M 컨설팅 대표), 이수기(중앙일보 기자), 장진택(카미디어 대표), 허승진(국민대학교 학장), 윤대성(한국수입자동차협회 전무) ━ 고장력 강판이 뭐길래? - 차체 강성 높이고 무게 줄이고 신차(新車)를 출시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문구가 있다. 바로 ‘초고장력 강판을 00% 사용했다’는 내용이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장력 강판 비율을 밝히는 제조사가 많지 않았다. 심지어 ‘내부 기밀’이라고 입을 닫는 업체도 있었다. 하지만 이젠 제조사들이 앞다퉈 자사 모델에 적용한 고장력 강판을 강조하고 나선다.업체들은 고장력 강판을 통해 ‘차체 강성과 안전성을 높였고, 더불어 무게까지 줄였다’고 자랑한다. 이렇게 감소한 차체 무게는 다시 연비를 높이고 주행성능을 향상시키는 데 도움을 준다고 설명한다. 대체 초고장력 강판이 뭐 길래 이토록 ‘뜨거운 홍보전’이 펼쳐지는 걸까?거미줄은 강철보다 20배 질기다고 한다. 하지만 거미줄은 어린아이의 힘으로도 쉽게 끊을 수 있다. 이와 달리 강철을 손으로 끊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런데도 거미줄이 더 질기다고 말하는 이유가 있다. ‘동일한 무게, 동일한 두께’ 등 같은 조건을 갖췄을 때 20배 질기기 때문이다. 초고장력 강판의 장점도 이런 원리로 설명할 수 있다. 일반 철판 100kg을 사용한 자동차와 초고장력 강판 100kg을 사용한 차량이 있다면 후자의 자동차가 월등한 강성을 갖는다. 일반 철판보다 2배 강한 초고장력 강판이라면 무게를 반으로 줄이면서 동일한 강성을 낼 수 있다. 이처럼 초고장력 강판의 비율을 높이면 차체 강성을 높이면서 무게를 줄이는 일이 가능해진다.하지만 초고장력 강판에 대한 ‘명확한 규격’은 아직 없다. 세계자동차철강협회(World Auto Steel)는 고장력 강판의 경우 ‘HSS(High-Strength Steels)’, 이보다 성능이 좋은 강판(초고장력강)은 ‘AHSS(Advanced High Strength Steel)’라는 이름으로 정의한다고만 공표했다. 현재 세계 최대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을 포함한 많은 철강사들이 초고장력 강판을 ‘AHSS’로 표기한다. 일부 철강사들은 초고장력 강판에 ‘UHSS(Ultra High Strength Steel)’라고 표기한다. 세계자동차철강협회는 ‘AHSS’의 정의를 인장 강도 60kg/㎟급 이상으로 정의한다. 1㎟ 넓이에서 60kg의 힘을 견디는 강도를 말한다. 또 ‘UHSS’의 경우 80kg/㎟급 이상의 강판으로 규정한다.일부 제조사는 “새로 출시한 신차의 초고장력 강판 비율이 50%를 넘었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이 부분에 너무 큰 의미를 둘 필요는 없다. 업체들이 발표하는 초고장력 강판의 기준도 각각이기 때문이다. 예컨대 현대·기아차는 초고장력 강판 적용 수준을 ‘AHSS’ 기준인 60kg/㎟ 이상으로 맞춰 발표한다. 도요타는 99.9kg/㎟ 이상의 강판부터 초고장력 강판으로 표기한다. 현대차는 하이브리드 모델인 아이오닉에 53%의 초고장력 강판을 썼다고 밝혔다. 도요타는 올해 출시하는 4세대 프리우스에 19% 수준의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수치만으로 보면 아이오닉에 더 많은 초고장력 강판이 쓰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도요타의 경우 인장 강도 99.9kg/㎟ 미만의 것을 초고장력 강판으로 표기하지 않았을 뿐이다. 다시 말해 도요타가 60kg/㎟ 이상을 초고장력 강판으로 표기할 경우 적용 비율은 크게 올라간다. 현대차는 제네시스 EQ900을 출시했을 때 51%(인장 강도 60kg/㎟ 이상)의 초고장력 강판을 사용했다고 발표했다. 이때 벤츠 S-클래스나 BMW 7시리즈와 같은 세단의 적용 비율은 평균 27%에 불과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하지만 최근 알루미늄 합금을 비롯해 마그네슘 적용 비율도 늘리는 업체가 많다. 나아가 탄소섬유까지 사용한다. 때문에 수치로 드러나는 초고장력 강판 비율이 낮아 보이더라도 성능이 떨어진다고 일반화해서 평가하긴 어렵다. 초고장력 강판 자체가 만능은 아니다. 특성상 가공이 힘들다는 한계도 있다. 사고 발생시 수리비가 올라가 소비자와 보험사의 부담을 키울 수도 있다.- 김선웅 오토뷰 기자 startmotor@autoview.co.kr

2016.03.13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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