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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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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벤처 1세대 이해진·김범수의 고군분투 [EDITOR’S LETTER]

전문가 칼럼

카카오 창업자인 김범수 CA협의체 공동 의장 겸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는데요, 이유는 건강 때문입니다. 김 창업자는 카카오가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발판 삼아 핀테크 등 신사업을 적극 펼치다 ‘골목상권 침해’라는 거센 비판에 직면하고 카카오뱅크 등 자회사 분할 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논란,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카톡 먹통’ 사태 등 각종 악재가 연이어 터지며 위기에 몰리자 2023년 11월 구원투수로 경영 전면에 다시 나섰었습니다. 김 창업자는 추락한 신뢰를 다시 회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쇄신을 진두지휘했는데요,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의 시세조종 사건으로 지난해 7월 구속됐습니다. 100일 만에 보석으로 풀려나긴 했지만 김 창업자에게 수감 생활은 감당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업계에 따르면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라며 무척 괴로워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방광암 초기 진단도 이때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입니다. 카카오로서는 체질 개선과 인공지능(AI) 등 신성장동력 확보라는 과제를 속도감 있게 해결해야 하는 매우 중요한 시기에 최고 사령관이 자리를 비우게 됐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카카오의 경쟁사인 네이버의 이해진 창업자는 9년 만에 경영 일선으로 돌아옵니다. 3월 26일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돼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이 창업자는 2017년 3월 이사회 의장 자리에서 내려온 데 이어 2018년 등기이사직도 내려놓고 글로벌투자책임자로서 해외 사업을 챙겨왔습니다. 일본의 국민 메신저가 된 ‘라인’ 성공 이후 ‘제2의 라인’을 만들기 위해 해외 시장을 개척해 왔는데요, 이번 의장 복귀는 녹록지 않은 국내 상황을 돌파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옵니다. 네이버는 검색 포털로는 압도적 1위지만 요즘 대세인 영상에서는 유튜브·인스타그램 등 해외 플랫폼에 밀리며 고전하고 있고, AI 사업에서는 이렇다 할 성과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국내 대표적인 IT 벤처 1세대인 이해진·김범수 창업자의 행보는 국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어려움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네이버와 카톡이 아직은 국내 포털과 메신저 시장을 주도하고 있지만 젊은 이용자들을 잡지 못해 성장 동력이 꺼져가고 있다는 우려가 큰 데다가 이를 메울 미래 먹거리를 내놓지 못하면서 위기에 처해 있는 게 사실입니다. 여기에 정부가 일정 규모 이상의 플랫폼 사업자가 자사 우대·끼워팔기 등 4대 반경쟁행위를 한 경우 상당한 과징금을 물리는 ‘플랫폼 공정경쟁 촉진법’(플랫폼법), 혐오 표현, 저작권 침해 등 불법 콘텐츠에 대해 정부 요청에 따라 삭제하도록 하고 알고리즘을 투명화하는 ‘온라인서비스이용자보호법’(가칭) 등 규제법들을 추진하고 있어 사업 환경이 더욱 나빠지고 있습니다. 더구나 미국은 AI개발을 엄격하게 관리하겠다며 진행했던 ‘AI 행정명령’을 폐지했고, EU 등도 규제 일변도에서 벗어나 진흥 방향으로 선회하고 있습니다.이해진·김범수 창업자는 이런 국내외 도전을 돌파해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고 있는데요, 꼭 풀어내길 바랍니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정책 방향도 규제에서 진흥으로 전환해야 할 겁니다. 그래야 전 세계에서 자국 포털과 메신저를 쓰는 유일한 나라라는 자부심을 지켜낼 수 있습니다.

2025.03.22 06:00

3분 소요
그 시절 가슴 뛰게 한 '스카이프' 역사 속으로...자취를 톺아보다 [한세희 테크&라이프]

산업 일반

인터넷 전화 서비스 ‘스카이프’가 오는 5월 문을 닫는다. 스카이프를 운영하는 마이크로소프트가 최근 내린 결정이다. 스마트폰 혁명이 오기 전, 인터넷 망을 이용해 무료로 전화하는 스카이프는 가장 주목받는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였다. 외국에서 공부하던 학생들이나 다른 나라에 가족을 둔 사람들, 해외 기업과 소통해야 하는 직장인에게 스카이프는 복음이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국제전화를 걸려면 적잖은 전화요금을 부담해야 했다. 전화기를 들고 ‘001’을 누를 때는 언제나 묘한 긴장이 들었다. 하지만 컴퓨터에 스카이프 프로그램을 설치한 사람들은 인터넷전화(VoIP) 방식으로 세계 어디서나 무료로 통화할 수 있었다. 일반 전화기처럼 전화번호를 받을 수도 있었고, 일반 전화보다 싸게 유선 전화에 전화를 걸 수도 있었다. 스카이프는 당시 독과점과 비효율의 대명사였던 통신사가 장악한 국제전화 시장을 ‘해방’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이폰이 나오기 전까지, 인터넷이 주는 자유와 유익을 이만큼 잘 보여주는 기술은 없었다. 스카이프의 탄생 스토리도 초기 인터넷의 역동성을 잘 보여준다. 스카이프는 2003년 니클라스 젠스트롬 등 에스토니아 청년 개발자 3명이 설립하였다. 이들은 앞서 ‘냅스터’와 비슷한 P2P 음악 공유 프로그램 ‘카자’를 개발했다. 냅스터에 비해 지명도는 조금 떨어졌지만, 당시의 자유롭고도 불법적인(?) 디지털 음악 무정부 상태의 주역 중 하나였다. 이들이 카자의 기반이 된 P2P 기술을 전화에 적용해 새롭게 선보인 것이 바로 스카이프였다. 알려지지 않은 작은 나라 청년들이 견고한 글로벌 음악 산업과 통신 산업을 뒤흔들고 세계인의 일상을 바꾸는 모습은 당시 피어오르던 디지털 낙관주의와 기술 해방을 대표하는 풍경이었다. 전성기 스카이프 사용자 수는 세계적으로 3억 명에 이르렀다. 대기업 조직에서 빛을 잃은 스타트업하지만 스카이프가 주목받아 산업계 주류에 편입되면서 도리어 스카이프의 매력은 빛을 잃기 시작했다. 스카이프는 2005년 온라인 커머스 기업 이베이에 26억 달러에 인수되었다. 이베이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는 스카이프의 사용자 기반을 자사 플랫폼에 흡수하고, 스카이프로 판매자와 구매자 간 소통을 원활하게 해 전자상거래를 확대한다는 그림을 그렸다.이 시기 스카이프는 꾸준히 성장했지만, 기대했던 이베이와의 시너지는 나타나지 않았다. 커뮤니케이션 기업과 전자 상거래 기업, 자리잡은 IT 대기업과 스타트업의 차이는 컸다. 이베이는 2011년 마이크로소프트에 스카이프를 매각한다. 가격은 85억 달러. 당시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터넷과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IT 산업의 변화에 대응하느라 총력을 기울이고 있었다. 디지털 기술 패러다임이 바뀌며 구글이나 페이스북이 업계 중심으로 떠올라 마이크로소프트의 자리를 잠식했다. PC 패키지 소프트웨어를 파는 마이크로소프트에게 네트워크는 생소한 세계였다. 견고한 사용자 네트워크를 가진 스카이프는 꼭 맞는 짝이 될 것 같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온라인 포털 MSN에 투자하고, 게임기 X박스에 네트워크 플레이 게임을 넣었다. 게이머들이 X박스로 게임을 하며 스카이프로 서로 대화하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하지만 다시 한번 스카이프와 IT 대기업의 만남은 실패로 돌아갔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스카이프의 시너지는 거의 없었고, 스카이프는 적잖은 규모의 서비스를 유지했음에도 존재감은 줄어들어갔다. 어느 순간 사용자 지표 발표가 사라졌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 중 일간 사용자가 3600만 명에 이른다는 발표가 있었지만, 이 시기 주인공 자리는 줌 같은 다른 앱의 차지였다. 아마도 이베이나 마이크로소프트가 스카이프의 잠재력을 끌어낼 역량이 없었거나, 인수 후 기업 내 우선순위에서 밀려 방치되었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훌륭한 대기업이 좋은 스타트업을 인수한 후 적당히 잘 ‘관리’하다 그저 그런 회사로 전락시킨 수많은 사례 중 하나라 볼 수 있다. 스마트폰, 스카이프의 운명을 바꾸다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 시대와 함께 찾아왔다. 스마트폰은 인터넷에 상시 접속한 상태로 언제 어디서나 사용자와 함께 한다. 그렇다면 스카이프는 스마트폰의 킬러 앱이 될 수도 있지 않았을까? 스마트폰에서 핵심 활동은 통화가 아니라 메시지였다. 사람들은 전화가 아니라 텍스트 메시지에 열광했다. 왓츠앱이 북미와 유럽, 남미, 인도 등 세계 시장을 휩쓸었다. 페이스북 메신저나 바이버 같은 앱도 인기를 끌었다. 한국에선 카카오톡, 일본에선 라인이 국민 메신저 반열에 올랐다. 이들 메신저는 후에 음성 통화와 영상 통화 기능도 추가하며 종합적인 커뮤니케이션 도구로 발전했지만, 처음 시작은 문자 채팅이었다. 스카이프 역시 음성 통화 외에 텍스트 채팅 기능도 있었지만, 전화 앱이라는 인식은 뿌리 깊었다. 스카이프는 겉보기에는 별반 다르지 않은 메신저 앱들에 자리를 빼앗겼다.스마트폰은 전화의 외양을 하고 있었지만, 전화기가 아니었던 것이다. 스마트폰은 미디어 소비 기기이자 내비게이션, 생산성 도구, 금융 창구였다. 커뮤니케이션은 스마트폰에서도 중요했지만, 텍스트 교환과 소셜미디어 접점 역할이 핵심이었다. 스카이프는 전화를 대체했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스마트폰이 음성 커뮤니케이션을 대체하는 흐름에는 역부족이었다. 게다가 메신저의 영향력은 개인을 넘어 비즈니스로 뻗어갔다. 슬랙 같은 업무용 메신저가 전화와 이메일이 지배하던 기업 커뮤니케이션을 잠식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이 흐름에 대응해 ‘팀즈’를 내놓았다. 팀즈는 채팅과 파일 공유, 화상 회의를 통해 기업 활동의 신경망을 차지하려는 야망을 가졌다. 스카이프의 설 자리는 사라졌다. 스카이프 종료는 한때 우리 가슴을 뛰게 한 디지털 낙관주의의 흥분이 가라앉았다는 사실을 새삼 확인해 준다. 전화기 너머 목소리를 들으며 소통하던 시대도 멀어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때가 카카오톡 채팅 창에 쏟아지는 대화에 파묻혀 지내는 지금보다 나았을까? 어느 쪽이건, 이제 그런 시기가 되돌아오지는 않을 듯하다.

2025.03.16 07:00

4분 소요

정책이슈

여자친구가 자신 모르게 다른 남자를 만나 온 걸 알고 그 사실을 주변에 알리라고 협박하고 머리와 몸을 여러 차례 발로 차 중상을 입힌 약사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동부지법 형사12단독 이민지 판사는 상해와 강요 혐의로 기소된 약사 A(35)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3년,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A씨는 지난해 8월 2일 오전 연인 사이였던 B씨에게 카카오톡 메신저를 통해 'A와 사귀면서 수없이 거짓말을 했다', '사귀는 동안 다른 남자를 만나 환승 이별했다' 등의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내라고 강요했다. 보내지 않을 경우 회사 단체 메시지 방에 뿌리겠다고 협박해 B씨는 결국 지인들에게 메시지를 보냈다.A씨는 같은 날 오후 7시 30분께부터 5시간여 동안 야외공원에서 B씨의 얼굴과 머리 등을 주먹으로 여러 차례 때리고 발로 차는 등 폭행하기도 했다. B씨는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4주의 중상을 입었다.재판부는 "피해자가 교제하는 동안 다른 남자를 사귀어 이별했다 하더라도 범죄 행위는 정당화될 수 없다"며 "피해자는 피고인이 공탁한 700만원을 수령할 의사가 없음을 명백히 밝히면서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이어 "다만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초범인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온라인 이코노미스트

2024.11.23 10:00

1분 소요
‘카카오 플랫폼’ 긍정 효과…1년간 15.2조원 사회경제적 가치 창출

IT 일반

카카오그룹이 2023년에만 한국 사회에 15조2000억원 규모의 사회경제적 파급 효과 창출했다고 2일 자체적으로 조사해 발표했다. 회사는 국내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창출한 생산유발효과를 집계, 얼마나 한국 사회에 이바지했는지를 측정했다. 이번 분석 결과는 ▲김용규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전현배 서강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연세대학교 한종희 경제학부 교수의 감수를 받았다.자료에 따르면 카카오그룹이 창출한 생산유발효과는 15조2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부가가치유발효과는 7조5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회사 측은 “이용자의 일상에 혁신을 불러일으켜 온 디지털 전환의 노력이 산업적으로 가지는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이번 분석을 실시했다”며 “모바일 메신저에서 시작해 문화 콘텐츠는 물론 금융·모빌리티 등 다양한 산업군에서 새로운 시장을 발굴하고 IT산업의 저변을 꾸준하게 확대해 온 결과”라고 전했다.카카오그룹이 창출한 생산유발효과는 2021년부터 2023년까지 매년 꾸준한 상승세를 나타냈다. 3년 동안 총 생산유발효과는 39조3000억원에 달한다. 부가가치유발효과 역시 약 19조5000억원을 창출한 것으로 분석됐다.카카오그룹을 통한 일자리 창출 효과도 공개됐다. 2023년 고용유발효과는 약 5만3000명으로, 최근 3년 동안 약 13만4400명의 고용 유발에 기여한 것으로 조사됐다.카카오는 지난 7월부터 자사 기술을 기반으로 예비 개발자들이 기술 역량을 쌓고, 기술 트렌드를 학습할 수 있는 ‘카카오테크 부트캠프’를 고용노동부와 함께 운영하고 있다. 제주대학교 공학교육센터와는 수요자 중심의 맞춤형 전문 인력 양성 사업인 ‘카카오 트랙’을 18년째 운영 중이다.자료에는 카카오·카카오게임즈·카카오모빌리티·카카오뱅크·카카오벤처스·카카오스타일·카카오엔터프라이즈·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페이·카카오헬스케어 등 총 10개 기업가 각각의 산업군 내에서 사회에 직접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60개 지표도 담겼다.카카오의 경우 카카오톡 채널로 고객과 소통하는 파트너 수가 200만 명을 돌파하고, 톡채널을 통해 파트너가 절감한 마케팅 비용은 월평균 약 347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의 1800여 개의 공공기관에서 알림톡을 통해 행정 편의를 높이고 있다. 카카오톡 지갑으로 발송된 전자문서는 4억7000건에 달한다.

2024.10.02 19:14

2분 소요
프라이버시 포기보단 범죄 감내…텔레그램 창업자 체포와 ‘뉴 노멀’ [한세희 테크&라이프]

전문가 칼럼

텔레그램 창업자 파벨 두로프가 최근 프랑스 파리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텔레그램에서 이뤄지는 아동 성착취물 같은 불법 콘텐츠 공유와 거래를 방치 내지 공모한 혐의 등으로 조사받고 있다.텔레그램은 흔히 보안이 철저한 메신저로 알려져 있다. 몇 년 전 한국에서 카카오톡과 밴드 등에 대해 이른바 ‘검열’ 논란이 일었을 때, 많은 사람이 텔레그램으로 이동하는 ‘메신저 이민’이 일어나기도 했다. 지금도 정치인이나 기자 등이 많이 사용한다. 두로프를 체포한 프랑스에서도 정치인들은 텔레그램을 많이 쓰는 것으로 알려졌다.하지만 현재 텔레그램은 관심사 기반의 커뮤니티나 소셜 미디어에 더 가깝다. 한 그룹에 수용할 수 있는 인원이 최대 20만 명이고, 규모가 큰 대화방에서도 원활한 대화와 파일 공유가 가능하다. 주식이나 코인 투자하는 사람들의 대화방이 주로 텔레그램에 몰려 있다.텔레그램은 철통 보안?‘보안이 강하다’라는 건 무슨 의미일까? 오가는 대화가 모두 암호화돼 메시지를 수신하는 사람만 자신의 단말기에서 해독해 볼 수 있고, 서버에는 암호화된 데이터만 남아 경찰이 압수수색해도 무슨 소리인지 알아볼 수 없는 메신저라면 보안이 강하고 프라이버시를 잘 보호한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이를 종단 간(end-to-end) 암호화라고 한다. 수신자만 해독할 수 있는 암호화된 메시지를 전송하기 때문에 해커가 중간에 가로채거나, 사법기관이 영장을 갖고 서버를 압수수색해도 메시지 내용을 파악할 수 없다.텔레그램은 제한적으로만 이런 보안 기능을 제공한다. 종단 간 암호화되는 대화를 하려면 ‘비밀 대화’ 기능을 따로 켜야 한다. 일대일 대화에만 적용되고, 단체 대화에서는 쓸 수 없다. 텔레그램에서 우리가 하는 대화는 대부분 종단 간 암호화되지 않은 일반 대화이다. 비밀 대화 기능을 찾기도 어렵게 만들어 놓았다. 카카오톡에도 일반 채팅과 다른 ‘비밀 채팅’이 있다. 텔레그램의 보안은 사실 카카오톡이나 라인과 비슷한 수준이다. 더욱 강한 종단 간 암호화를 제공하는 메신저로는 왓츠앱·애플 아이메시지·시그널 등이 있다.‘텔레그램은 보안이 강하다’란 인식을 심은 것은 이들의 보안 기술이 아니라 정책이다. 이 회사는 세계 어디서든 경찰의 수사 요청에 협조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여러 나라 데이터센터에 데이터를 분산 저장해, 한 나라에서 발부한 영장만으로는 전체 내용을 파악할 수 없게 했다고 한다. 권력과 싸우는 기업인창업자의 행적을 보면 이런 행보가 이해되기도 한다. 두로프는 22살이던 2006년 러시아판 페이스북인 ‘브이콘탁테’를 창업했다. 이 플랫폼을 1억명이 쓰는 국민 소셜 네트워크로 키워냈다.하지만 2012년 러시아 반정부 시위 참여자들의 온라인 그룹을 폐쇄하라는 당국의 명령을 거부한 후 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당시 친러 대통령에 반대해 시위에 나선 사람들의 정보도 넘기기 거부했고, 푸틴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시베리아 교도소에서 지난 2월 사망했다)의 계정을 막으라는 요구도 듣지 않았다. 갈등 끝에 결국 두로프는 2014년 브이콘탁테를 떠났다. 그러면서 해외로 이주, 그 전 해에 창업한 텔레그램 사업에 집중했다. 브이콘탁테 지분을 판 돈은 텔레그램 사업의 기반이 됐다.하지만 표현의 자유를 최우선에 두는 텔레그램의 방침은 독재에 항거하는 민주화 활동가뿐 아니라 음란물과 마약을 거래하고 저작권 침해 콘텐츠를 퍼뜨리는 범죄자나 ISIS 같은 테러리스트에게도 활동 공간을 열어줬다. 국내 ‘N번방 사건’이나 최근 일반인 딥페이크 음란 영상 공유도 텔레그램을 무대로 일어났다. 청소년이 마약을 구하는 통로이기도 하다. 텔레그램은 손안의 ‘다크 웹’이란 말도 듣는다.그럼에도 두로프는 “프라이버시 보호는 테러리즘 같은 안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두려움보다 중요하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그는 “경찰이 접근할 수 있는 백도어를 만들면 곧 테러리스트도 이를 이용할 수 있게 돼 결국 사용자 전체가 위험해진다”고도 했다.텔레그램의 이런 입장은 여러 나라 사법기관을 당혹스럽게 했다. 글로벌 플랫폼을 개별 국가에서 통제하기란 쉽지 않다. 텔레그램에 대한 불만은 쌓여 갔고, 결국 두로프는 텔레그램에서 일어나는 범죄를 공모한 혐의로 조사를 받게 됐다.범죄 예방 vs 프라이버시텔레그램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운영 기업이 얼마나 책임을 갖고 관여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의견이 갈릴 수 있다. 하지만 플랫폼의 일부에서 일어나는 행위를 이유로 플랫폼 기업 경영자를 인신 구속하고 공모를 추궁하는 것은 다른 문제다. 이는 정도를 벗어난 국가 권력의 과잉 행사인가? 아니면 커가는 디지털 플랫폼의 문제를 해결하려면 이런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뉴 노멀’이 다가온 것일까?프랑스가 두로프에 공모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면,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플랫폼 규제의 새 장이 열린다. 한국 경찰도 텔레그램에 방조 혐의 적용을 검토 중이다. 페이스북·왓츠앱·아이메시지 등 다른 플랫폼에서도 범죄는 일어나니, 이번 일이 선례가 돼 플랫폼 기업 경영자는 상시적 체포 위험에 놓일 수 있다. 텔레그램만큼 정부에 비협조적인 기업은 많지 않지만, 다른 기업에도 자사 플랫폼에서 일어난 범죄가 콘텐츠 관리의 ‘실패’인지 ‘방조’인지 구분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활발한 참여가 플랫폼 서비스의 핵심인데, 바로 그것 때문에 교도소 담장 위를 걷게 된다.독재 국가 정부가 같은 이유로 플랫폼 기업 경영자나 현지 대리인을 체포하거나 사용자 정보를 요구할 수도 있다. 그럴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페이스북과 트위터도 러시아에선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허위 정보 유출’ 혐의로 폐쇄됐다. 테러리스트와 범죄자로부터의 위험만 쏙 골라내 제거하는 방법은 없다는 점에서 고민은 깊어진다.

2024.09.07 09:00

4분 소요
라인…’현지화’∙’소비자 니즈 집중’ 전략으로 동남아시장 점령

전문가 칼럼

스마트폰으로 생활하기 시작한 이후 우리는 대부분의 소통을 메신저를 통해 하고 있다. 메시지뿐만 아니라 음성 및 영상통화 그리고 파일의 공유도 바로바로 할 수 있어 없으면 안되는 서비스가 되었다. 일본뿐만 아니라 태국과 대만에서 사람들과 소통을 하려면 반드시 설치해야 하는 서비스가 있다. 바로 라인이다. 2013년 11월 라인 가입자가 3억명을 돌파했다는 소식을 전하는 자리에서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는 “라인에 대해 말씀드리면, 저희가 회사를 시작해서 한국에서 야후나 큰 기업들 안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자리잡기 위해서 처음 5년 동안 고생 많이 했습니다. IT하는 사람 마음이 다 그렇지만 한국의 성공 바탕으로 해외 나가자 생각했습니다“며 “인터넷 서비스로 다른 나라에서 자리잡기란 어렵습니다. 그래서 제 때에는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제가 안 돼도 후대에 잘 될 수 있도록 징검다리가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말했다.네이버톡 실패…라인으로 메신저 시장에 재도전한국에서 온라인 서비스에서 굳건한 1위를 차지한 네이버는 2000년부터 약 10년간 중국∙미국∙일본 등에서 게임과 검색 등으로 시도된 해외진출은 현지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초라한 성적을 거뒀다. 한국에서도 카카오톡이 성공을 거둘 당시 네이버톡이라는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2011년 개시하였으나 실망스런 결과를 얻었다. 메신저 서비스는 1위만 살아남는 특징이 있다. 대규모의 사용자를 기반으로 하여 서로 연결이 되어 네트워크 효과를 통하여 계속해서 사용자와 점유율이 높아지는 산업으로 선발주자우위가 강하다는 특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는 실패에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하여 카카오톡이 선점하고 있는 한국시장을 벗어나 뚜렷한 선도기업이 없고 상대적으로 경쟁이 약한 일본 및 동남아시아 시장에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를 신속히 진출하여 큰 성공을 거뒀다. 라인은 2011년 6월 일본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지 1년 7개월만인 2013년 1월 사용자 1억명을 돌파한 이후 같은 해 7월 2억명, 당해 년도 11월 3억명을 넘어서는 놀라운 성장속도를 보였다. 라인의 과거 지주회사였던 Z Holdings의 자료에 따르면 2022년 9월말 현재 대만에서는 인구 2300만명중 2200만, 태국에서는 6600만의 인구 중 5300만명이 이용하는 1위 모바일 서비스 업체로 자리 잡았으며 인도네시아에서도 8백만명 (2억7200만명 인구)이 사용 중에 있다. 라인의 수익의 대부분은 메신저를 기반으로 한 광고∙스티커∙게임에서 나오고 있으며, 메신저와 라인페이라 불리는 지불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여 핀테크∙O2O∙이커머스 서비스로 확장중이다. 동남아시아에서 대만 라인뱅크, 태국 ‘라인BK’, 인도네시아 ‘라인뱅크(LINE Bank by Hana Bank)’까지 3개국에서 온라인 은행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2023년 3월 말 기준 총 750만 명의 고객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대만에서 라인택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라인의 태국 1위 온디맨드 앱 라인맨과 음식점 리뷰 검색 플랫폼 웡나이의 합병으로 탄생한 라인맨 웡나이는 싱가포르투자청(GIC) 등으로부터 2022년 9월 2억6500만 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10억 달러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아 유니콘이 됨과 동시에 태국 최대 테크 스타트업이 되었다고 발표하였다. 그럼 이러한 라인의 동남아시아에서의 성공요인은 무엇일까?첫 번째로 라인의 동남아시아 성공 핵심 배경은 ‘현지화’이다. 네이버는 과거 현지 시장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로 해외 시장에 진출함으로써 실패했는데 라인은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따르고 있다. 현지화를 위해 대부분의 인력을 현지 인력으로 충당하였으며, 해당 국가 문화에 최적화된 서비스를 개발하여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대만에서 계륜미 광고모델 활용 등 현지화 전략에 집중대만에서 계륜미를 광고모델로 활용하여 라인이 일상생활에 밀착된 서비스라는 것을 표현하는 등 각 국가별 인기가 높은 광고모델을 활용하여 친밀도를 높였다. 또한 펀의점∙통신사 등 현지 업체와의 협력을 통한 마케팅을 진행하였다. 특히 대만 비보 텔레콤∙차이나텔레콤∙태국 AIS∙인도네시아 Telkomsel 등 이동통신사들이 데이터 사용량을 늘리기 위해 라인을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면서 급속도로 성장하게 되었다. 스티커의 경우에도 오리지널 캐릭터뿐만 아니라 인도네시아에서 라마단 기간에는 해가 지기 전까지 음식을 먹지 못하기 때문에 해가 지기만을 기다리는 것에 착안하여 라마단 기간에 해가 지는 모습을 스티커로 만들어 배포하는 등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였다. 라인내에서는 현지화 전략에 대해 컬츄얼라이제이션(문화화)라는 단어를 내부적으로 쓰고 있다.두 번째로는 소비자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에 집중한 것이다. 페이스북처럼 수많은 사람이 엮이게 되면 사생활 보호 문제가 발생하게 되는데 이 문제에 주목을 하여 소수의 사람들과 친밀하게 소통하고 싶어 하는 것이 소비자의 중요한 니즈라고 네이버는 판단하였다. 태국의 경우, 출장을 가서 현지 캠퍼스에서 대학생들에게 직접 물어보고 백팩을 등에 매고 노트북을 들고 돌아다니면서 지하철에서 현지인들에게 많은 것을 물어보고 또 물어보면서 현지에서 필요한 서비스를 찾았다고 한다. 태국정서에 맞는 게임이라는 현지 의견을 바탕으로 한국에서 출시된 ‘모두의 마블’, ‘쿠키런’ 같은 게임을 현지화 했고 성공했다.마지막으로 다양한 국적의 직원들의 적극 채용 및 수평적 의사결정 구조는 높아진 인적효율성을 바탕으로 해당국의 언어로 된 서비스를 빠르게 시작할 수 있는 요소가 되었다. 실패가 없는 성공은 없다. 과거 실패를 바탕으로 한국이 아닌 라인이 1위가 될 수 있는 시장에 진출하고, 소비자의 니즈 파악을 통한 철저한 현지화는 한국의 인터넷 서비스가 해외에서 성공한 하나의 공식의 만들어 내었다. 해외에서 성공하는 많은 한국의 스타트업이 나오길 기대한다.

2024.07.29 09:00

4분 소요
개인정보 유출로 시작된 ‘라인야후 사태’…어쩌다 외교분쟁까지 벌어졌나

IT 일반

‘라인야후 사태’가 장기간 계속되는 모습이다. 네이버에 라인야후 경영권을 넘기라고 압박해 온 일본 정부가 최근 입장을 선회했지만 갈등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는 상황이다.라인야후 사태의 시작은 지난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네이버는 2019년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소프트뱅크와 협의해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을 결정했고 2021년 A홀딩스를 세웠다. 메신저 서비스인 ‘라인’과 검색 서비스인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라인야후의 최대 주주는 지분 64.4%를 보유한 A홀딩스다. A홀딩스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보유하고 있다. 네이버가 보유한 A홀딩스 지분 중 단 한 주라도 소프트뱅크 측에 넘어간다면 경영권을 상실하는 구조다.일본 국민 메신저로 성장한 라인 서비스라인은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9600만명에 달한다. 일본인 10명 중 8명이 라인 메신저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이들은 라인으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뿐 아니라 간편 결제와 송금·만화·음악 등 다양한 서비스를 사용한다. 일본에서 라인은 한국의 카카오톡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라인은 일본뿐만 아니라 태국과 대만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등에서 이용자를 확보하면서 현재는 전 세계 약 2억명 이상이 사용하는 거대 메신저 서비스가 됐다.일본에서 승승장구하던 라인 서비스는 2023년 11월 약 51만9000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발생하면서 먹구름이 끼기 시작했다. 당시 라인앱 이용자의 연령·성별·구매 이력과 거래처 종업원 성명 그리고 이메일 주소 등이 유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클라우드 및 라인 협력사 PC에 심어져 있던 악성코드가 클라우드 서버를 타고 라인 시스템에 접근해 발생한 사고다. 이후 일본 총무성은 지난 3월 라인야후에 첫 행정지도를 내리고 ‘네이버의 관리 미흡’을 지적했다. 라인야후는 이에 따라 지난 4월 1월 재발 방지 및 개선 보고서 제출했다.일본 총무성이 개선 보고서를 받아본 뒤에도 4월 16일 재차 행정지도를 내리면서 ‘라인야후 사태’는 외교적 분쟁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보안 강화를 넘어선 ‘네이버와 라인야후의 지분 관계를 재검토하라’는 내용이 행정지도에 담겼기 때문이다. 일본 총무성이 같은 사안에 두 차례 행정지도를 그것도 한 달 사이 내린 건 대단히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이후 4월 29일 우리나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일본 총무성 발표와 관련해 “네이버와 협의해 왔으며 앞으로도 관련 동향을 주시하며 지원이 필요한 경우 이를 제공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지난 5월 8일에는 이데자와 다케시 라인야후 최고경영자(CEO)가 “네이버와 위탁 관계를 순차적으로 종료해 기술적인 협력 관계에서 독립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정보 유출 문제 대응책과 관련 라인야후 측은 “이사회에서 사외이사를 과반으로 늘리고 경영과 집행 분리도 도모하겠다”고 밝혔다. 라인야후는 기존 사내이사 4명에 사외이사 3명이던 이사회를 사내이사 2명에 사외이사 4명 체제로 개편한다고 발표했다. 이 과정에서 신중호 라인야후 CPO는 이사진에서 빠지게 됐다. 라인야후는 이날 이사회를 열고 신 대표이사 겸 CPO의 사내이사 퇴임 건을 의결했다고 공시했다. 상황이 네이버에 불리하게 돌아가면서 우리나라 과기정통부도 일본 정부에 유감을 표시했다. 과기정통부는 5월 10일 ‘네이버 라인 관련 현안 발표문’을 통해 “일본 정부는 행정 지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표현이 없다고 확인했지만 우리 기업에 지분매각 압박으로 인식되는 점에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강도현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정부는 네이버를 포함한 우리 기업이 해외 사업, 해외 투자와 관련해 어떤 불합리한 처분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 확고한 입장”이라며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조치와 우리 기업의 의사에 반하는 부당한 조치에 대해서는 단호하고 강력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이후 5월 26일 진행된 한일정상회담에서도 ‘라인야후 사태’가 언급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회담에서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가 국내 기업인 네이버에 지분을 매각하라는 요구는 아닌 것으로 이해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우리 정부는 이 현안을 한일 외교관계와 별개 사안으로 인식하고 있다”고 말했다.이에 대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한국 기업을 포함해 외국기업들의 일본에 대한 투자를 계속 촉진하겠다는 기존 입장에 불변이 없다는 원칙하에서 이해되고 있다”며 “이번 일본 총무성의 행정지도는 이미 발생한 중대한 보안 유출 사건에 대해 어디까지나 보안 거버넌스를 재검토해 보라는 요구사항”이라고 설명했다.하지만 양국 정상들의 원만한 해결 의지를 내비쳤지만 라인야후는 지난 7월 1일 일본 총무성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시스템과 업무 양면에서 네이버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겠단 입장을 명확히 했다. 네이버 영향력 줄인 라인…향후 행보는?당초 1차 행정지도에 대한 조치 보고서엔 라인야후가 네이버·네이버클라우드 간의 완전한 시스템 분리를 2026년 12월까지 완료할 예정이라는 계획이 담겼다. 네이버 위탁 업무도 라인야후는 2025년 3월, 라인야후 일본 자회사는 2026년 3월까지 종료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두 번째 보고서엔 네이버와 네트워크 분리를 계획보다 9개월 앞당겨 2026년 3월까지 완료하고, 네이버 및 네이버클라우드에 대한 업무 위탁도 내년까지 종료하기로 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네이버와의 결별을 서두르겠단 의지다.일본 총무성 개입 후 라인야후에 대한 네이버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라인야후 주총을 통해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를 이사회에서 제외하는 안건이 최종 통과된 바 있다. 신 CPO가 라인야후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이사회는 전원 일본인으로 꾸려지게 됐다. CPO 직위는 유지됐으나, 핵심 경영 의사결정에선 배제된 구조다. 신 CPO는 NHN재팬 시절부터 메신저 앱 개발과 사업을 주도하며 ‘라인의 아버지’로 불린 인물이다.라인야후는 앞서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의 일본 내 서비스를 종료했다. 또한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페이페이’(PayPay)와 통합을 추진하면서 ‘네이버와 선 긋기’에 돌입한 모습이다. 다만 일본 정부는 줄곧 네이버에 라인야후 경영권을 넘기라고 압박했던 입장을 바꿨다. 마쓰모토 다케아키 일본 총무상은 7월 5일 기자회견을 열고 “자본적 관계의 재검토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며 라인야후가 최근 제출한 행정지도 보고서와 관련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는 네이버의 향후 행보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2024.07.29 07:00

5분 소요
네이버·라인야후 ‘손해’ 소뱅 ‘실익’…손정의 야욕에 결탁한 日 정부

IT 일반

한국과 일본 내 각각 반일·혐한을 확산케 한 이른바 ‘라인야후 사태’가 일단 네이버의 지분변동 없이 마무리됐다. 일본 총무성이 ‘지분 관계 재검토’란 기존 입장을 사실상 철회했기 때문이다. 라인야후의 최대 지분을 들고 있는 A홀딩스는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절반씩 소유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자본 관계 재검토’ 요구는 사실상 소프트뱅크에 네이버가 지닌 라인야후 경영권을 완전히 넘기라는 압박이다.네이버는 이번 사태로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잃게 되는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러나 네이버는 ‘라인을 통한 세계 사업 확장’이란 계획에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라인 애플리케이션(앱)의 세계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2억 명에 달하는데, 이중 일본에서만 9700만 명이 접속한다. ‘일본 국민 메신저’ 라인이 네이버가 만든 서비스란 게 이번 사태를 계기로 알려지게 됐고, 곧장 혐한 감정과 묶이게 됐다. 업계에선 이에 “네이버의 일본 사업 확장은 사실상 ‘시계 제로’ 상태”란 말이 나온다. 네이버웹툰의 일본 서비스 라인망가로 혐한 감정이 번질까 우려 중인 것으로도 전해진다. 특히 라인야후 내 네이버 입지가 줄어들면서 라인을 통한 글로벌 사업 확장 전략도 흔들릴 수 있는 형국이다.IT업계에선 라인의 한국 법인인 라인플러스의 글로벌 전략에 차질이 있을 수 있는 점을 ‘가장 치명적 뇌관’으로 꼽는다. 라인플러스는 동남아·미국·중국 등 라인의 글로벌 사업 개발을 총괄해 왔다. 네이버 입장에서도 글로벌 진출의 교두보인 셈이다. 라인플러스는 네이버가 2013년 한국에 설립했다. 일본 소프트뱅크의 야후재팬과 라인을 합병하기 전부터 ‘라인의 글로벌 확장’이란 역할을 맡아왔다. 이번 사태로 라인플러스에 대한 네이버 입김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이번 사태로 라인야후 역시 피해가 불가피하다. 라인야후는 한국 내 자회사로 라인플러스뿐 아니라 라인비즈플러스(핀테크)·라인파이낸셜(금융)·라인플레이(게임)·라인스튜디오(게임 개발)·라인게임즈(게임 개발)·라인페이플러스(페이)·라인넥스트(블록체인)·IPX(옛 라인프렌즈·IP) 등을 두고 있다. 직원 수만 2500명에 달한다. 대부분 네이버가 설립한 기업들이다. 주로 라인의 해외 사업을 담당하고 있다.카카오톡의 영향력 때문에 국내 입지가 탄탄하진 않지만, 라인은 한국에서도 메신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한국이 ‘콘텐츠 강국’으로 올라서면서 ‘라인프렌즈’ 등 지식재산권(IP) 관련 사업도 지속 영위해 왔다. 그러나 ‘라인야후 사태’가 번지면서 국내에서도 반일 감정이 팽배해졌고, 이에 라인야후의 한국 사업 역시 일부 타격이 불가피하게 된 구조다. 라인야후 사태로 유일하게 웃은 손정의라인야후 사태는 지난 5월 26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르기도 했다. 반일·혐한 감정이 각 국가에서 팽배해지면서 외교적 분쟁으로까지 번진 데 따른 논의다. IT업계 관계자는 “부정적 인식의 확산은 네이버는 물론 라인야후에도 사업적 관점에서 득이 될 게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네이버와 라인야후 모두 이번 분쟁으로 피해를 봤다는 설명이다.소프트뱅크는 상황이 다르다. IT업계에선 ‘라인야후 사태’로 유일하게 실익을 얻은 곳으로 소프트뱅크를 꼽는다. 실제로 일본 총무성이 개인정보 유출 사고를 빌미로 ‘네이버와의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한 뒤 소프트뱅크의 라인야후 지배력이 강화됐다.라인야후 주주총회를 통해서 신중호 최고제품책임자(CPO)가 이사회에서 제외됐다는 점이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신 CPO가 라인야후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면서 이사회는 전원 일본인으로 꾸려지게 됐다. CPO 직위는 유지하며 주요 경영진 직위는 유지하고 있다. 라인야후는 일본 총무성의 개입 후 이사회를 기존 사내이사 4명·사외이사 3인 체제에서 사내이사 2인·사외이사 4인으로 바꿨다. 사내이사 2인은 소프트뱅크가 1명, 네이버가 1명으로 비중은 동일하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사실상 모두 소프트뱅크 측 인사가 이사회를 장악했다고 본다.소프트뱅크는 사업적 측면에서도 이익을 봤다. 라인야후는 간편결제 서비스 ‘라인페이’의 일본 서비스를 2025년 4월 30일까지 차례로 종료하고, 소프트뱅크가 운영하는 ‘페이페이’(PayPay)에 통합하기로 했다. 라인페이는 QR코드로 온·오프라인 간편 결제·송금 기능 제공을 목적으로 2014년 시작된 서비스다. 사실상 네이버가 시작한 서비스라고 봐도 무방하다. 라인페이의 5월 기준 일본 내 사용자 수는 4400만명 수준이다. 네이버 측은 경영통합 당시 이미 합의했던 내용이라고 주장하나, 업계에서는 ‘라인야후가 네이버와 선 긋기’에 돌입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라인야후 사태는 이 때문에 손정의(손 마사요시) 소프트뱅크 회장이 치밀하게 짠 계획이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손 회장은 주주총회와 같은 대외 행사에 나와 여러 차례 인공지능(AI)을 미래 먹거리로 꼽아왔다. AI 서비스의 핵심은 학습 데이터의 질과 양이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라인 앱은 AI 학습 데이터 중 최고로 치는 소비자 경향성을 볼 수 있는 거대 플랫폼이다. 소프트뱅크가 라인야후에 대한 경영권을 모두 확보하게 된다면 무려 2억명에 달하는 사용자가 만들어 내는 숱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다.IT업계 관계자는 “AI를 통해 반등을 노리는 손 회장 입장에선 이미 네이버와 피를 섞은 라인이 ‘좋은 먹잇감’으로 여겨졌을 것”이라며 “보안 사고가 터지자, 일본 정부와 결탁해 라인야후 사태를 추진했으리라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사히신문은 최근 소프트뱅크 관계자 말을 인용해 “소프트뱅크는 라인을 장기적으로 ‘일본 플랫폼’으로 만들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라인야후 사태가 일단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단기적 지분 조종은 없다. 그러나 소프트뱅크가 장기적으론 라인을 일본 플랫폼으로 만들기 위해 라인야후 주식을 추가 매입할 계획이라는 게 보도의 핵심이다.일본 정부 역시 ‘외교적 분쟁’이란 부담이 있음에도 자본 관계 재검토란 행정지도를 내렸다. 소프트뱅크의 라인 강탈 계획에 동참한 셈이다. 이를 두고 일본 정부에도 “소프트뱅크 외 대안이 없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다. 일본은 ‘잃어버린 30년’(1990년대 거품경제 붕괴 후 나타난 경기침체)을 겪으면서 디지털 산업의 기초 체력이 떨어졌단 평가를 받는다. 소프트뱅크는 글로벌 빅테크와 경쟁이 가능한 일본 시장에 남은 유일한 기업이라 ‘자국 우선주의’ 측면에서 지원이 이뤄졌으리란 설명이다.네이버는 일본 내 ‘라인 국적 논란’이 거세지자, 2019년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을 운영하는 소프트뱅크와 협의해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을 결정했다. A홀딩스를 2021년 세우고 라인야후의 지분 64.4%를 넘기며 최대 주주 기업으로 만들었다. A홀딩스의 지분은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50%씩 보유하고 있다.소프트뱅크에 사외이사 추천권은 있지만 네이버가 합의해야 통과되는 구조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네이버가 라인 앱의 사업 차질을 우려, 더 많은 이사 추천권을 소프트뱅크 측에 넘겼다고 본다. 실제로 A홀딩스를 네이버는 ‘관계사’로 분류했지만, 소프트뱅크는 ‘자회사’로 두고 있다. 네이버는 지분법상 이익을 취하는 구조를 선택했다. 이런 방식의 합병은 손 회장이 네이버 창업자인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에게 직접 제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4.07.29 06:00

5분 소요
‘라인야후 사태’로 네이버가 잃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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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같이 쓰는 카카오톡이 사실은 중국 기업의 서비스였다면 기분이 어떨 것 같으냐.”한일 양국을 뜨겁게 달군 이른바 ‘라인야후 사태’가 최근 네이버가 지분을 지키는 방향으로 일단 결론 내려지면서 소강상태에 접어들었다. 기자와 만난 정보기술(IT) 기업 고위 관계자는 ‘네이버가 라인야후 사태로 잃은 것’을 묻는 말에 이런 비유를 들었다. 이 인사는 네이버가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지켰음에도 “잃은 게 너무 많다”고 평가했다.사드 배치 후 한한령 등으로 중국이 보복에 나서자, 국내에 부정적 인식이 팽배해졌다. 미국 정부를 중심으로 ‘중국 IT 기업의 개인정보 탈취’ 의혹을 제기하고 제재했다는 점은 반중 감정이 국내서 더 깊게 뿌리내리는 계기가 됐다. 중국 기업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상태에서 ‘국민 메신저’가 한국 기업의 서비스가 아니라고 알려지게 된다면 곧장 거센 반발이 나올 터다. 물론 카카오는 한국 기업이다. ‘라인야후 사태’로 네이버가 손실을 본 가장 큰 지점을 설명하기 위해 든 비유다. 그는 “미국의 틱톡 퇴출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라인야후 사태’로 대변되는 외교적 분쟁을 겪으면서 일본인들은 라인 애플리케이션(앱)을 만든 기업이 어디인지를 널리 알게 됐다. 그간 일본인 대다수는 라인 앱을 ‘일본 앱’으로 인식해 왔다. 일본 내에선 이 때문에 “철석같이 믿은 앱에 배신당했다”는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업계 관계자는 “네이버가 만들고 지금은 라인야후가 서비스하고 있는 메신저 앱 ‘라인’의 일본 내 위상은 한국의 카카오톡과 거의 비슷하다”라며 “네이버는 그간 일본 내 퍼져있는 혐한 감정을 경계, 라인을 일본 앱으로 인식하도록 노력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인야후 사태로 라인을 만든 곳이 한국 기업이란 사실이 일본 내 널리 알려졌다. 이 지점이 네이버에 가장 큰 손실이 될 것”이라고 했다.혐한 감정에 묶인 라인일본 내각부가 발표한 ‘2023 외교에 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46.4%가 ‘한국에 대해 친밀감을 느끼지 않는다’고 했다. ‘한일 관계가 양호하지 않다’고 본 이들도 49.8%에 달했다. 2022년 10월에 시행된 직전 조사에선 같은 항목에 각각 53.7%와 67.3%를 기록했다. 상황이 나아지곤 있지만 여전히 혐한 감정은 국내 기업의 일본 진출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꼽힌다.네이버는 이를 고려해 라인 앱 출시 후 몇 가지 과정을 거쳐 ‘일본 플랫폼’으로 자리 잡도록 했다. 문제는 라인야후 사태를 겪으면서 라인 국적이 알려졌고 곧장 혐한 감정과 묶이게 됐다는 점이다. 라인을 기반으로 일본 사업 확장을 노려왔던 네이버에 치명타가 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네이버 측은 다만 “인터넷 서비스 시장이 국경이 없다는 특성을 살려 라인 앱이 특정 국가가 아닌 ‘글로벌 앱’으로 자리 잡도록 해왔다”고 설명했다.카카오는 카카오톡의 영향력을 기반으로 사업을 결제·금융·콘텐츠·모빌리티·커머스 등으로 넓혔다. 라인 역시 국민 메신저 지위를 이용해 뉴스·비대면 진료·뮤직·콘텐츠·쿠폰·쇼핑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라인야후의 경영권을 쥔 네이버는 라인 앱에 자사 서비스를 넣어 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노려왔다. 실제로 네이버웹툰은 일본 내에서 ‘라인망가’로 서비스되고 있다. 네이버웹툰이 일본 내에서 라인망가로 서비스되는 건 단순히 브랜드 차용의 성격이긴 하다. 라인이 일본 내 글로벌 브랜드로 인지도가 높다는 점을 고려한 사업 전략이다. 라인망가는 라인야후의 포털 서비스인 야후와 협력, 웹 콘텐츠 사업 영역을 넓히기도 했다. 이런 사업적 기회가 라인야후 사태가 불거지며 사실상 불가능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네이버 창업자’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가 라인 앱을 떠올린 건 지난 2011년 3월이다. 동일본 대지진 당시 오사카 사무실에 있었던 이 GIO는 진앙과 거리가 먼 지역이었음에도 ‘빌딩이 흔들릴 정도’의 상황을 마주한다. 쓰나미가 몰아닥쳤고 후쿠시마 원전 사태가 터졌다. 문자·전화가 먹통이 됐다. 당시 가족·지인이 서로의 생사를 확인한 수단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 서비스가 살아있던 온라인 소통 플랫폼이었다. 이 GIO는 일본에서 직접 재난을 겪으면서 소통에 초점을 맞춘 모바일 기반 온라인 플랫폼의 필요성을 느꼈다.이 GIO가 이 구상을 구현하기 위해 찾은 이는 신중호 라인야후 최고제품책임자(CPO)다. 신 CPO는 2006년 네이버가 인수한 검색업체 ‘첫눈’의 창업자다. 둘의 의기투합은 동일본 대지진 후 3개월 만에 라인 공식 출시란 성과를 만들었다. 신 CPO는 라인 출시 이후로도 현지에서 사업을 이끌었다. 대외에서 그를 ‘라인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유다.당시 NHN재팬을 통해 출시된 라인은 역대급 재난의 충격이 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끊김이 없는 연락 수단’이란 이미지를 선점했다. 실제로 2016년 구마모토 지진 당시 라인은 구조 요청을 보내는 수단으로, 서로의 안부를 묻는 연락망으로 활용됐다. 이후 ‘소중한 사람을 이어주는 서비스’란 이미지는 더욱 강화됐고 일본의 ‘국민 메신저’ 자리에 올랐다.현재 라인의 일본 내 월간활성이용자수(MAU)는 9600만명에 달한다. 일본인 10명 중 8명이 이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 외에도 ▲태국 5500만명 ▲대만 2200만명 ▲인도네시아 600만명 등을 기록하고 있다. 월마다 108개국에서 약 2억명이 접속하는 앱으로, 한국 기업이 만든 가장 성공한 글로벌 플랫폼으로 불렸다. 네이버가 라인을 ‘글로벌 앱’으로 부른 까닭라인 성공의 크기가 커질수록 ‘국적 논란’도 덩치를 키웠다. 이 GIO는 이에 지난 2016년 일본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본사도 일본에, 직원 대다수도 일본인, 세금도 일본에 낸다. 라인은 일본 기업이다”라고 했다. 그런데도 ‘혐한 감정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 일본 일부 매체들은 꾸준히 네이버와 라인의 국적 논란을 기사화했다.이 GIO는 이런 논란이 라인에 사업에도 영향을 미치자 2019년 결단을 내린다. 일본 최대 포털 야후재팬을 운영하던 소프트뱅크와 협의해 라인과 야후재팬의 합병을 결정한 것. 이는 아시아 지역을 대상으로 한 라인의 사업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이기도 했다. 경영권을 사실상 네이버와 소프트뱅크가 양분하고 있지만, 라인야후를 네이버는 ‘타법인 출자 대상’으로 분류했고 소프트뱅크는 ‘자회사’에 포함했다. 네이버가 2021년 이후 라인야후를 ‘관계사’라고 불러왔던 이유다.네이버는 지분법상 이익을 취하는 구조를 택한 건 당시 라인으로 적자를 보던 상황이 배경으로 꼽힌다. 반면 일본 시장에선 기업의 매출 규모를 중시하는 풍토가 있다. 네이버와 소프트뱅크의 이해관계가 일치해 이런 식의 합병 구조가 결정됐다는 게 업계 일각의 시각이기도 하다.라인에 대한 국적 논란은 합병 후 수그러들었다. 이 문제가 다시 고개를 든 건 2023년 11월 라인에서 약 51만9000건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하면서다. 네이버클라우드 협력사 PC를 타고 악성코드가 서버에 침투해 일어난 사고다. 다시 불거진 혐한 여론에 편승한 일본 정부는 ‘자본 관계 재검토’를 요구한다. 한국 정부의 대응과 네이버 물밑 협상 결과, 일본 총무성은 ‘라인야후와 네이버의 시스템 분리’ 수준에서 사안을 일단락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라인 앱을 한국 서비스로 인식하는 일본인들이 늘어났다. 일본에 거주하는 한국인 A씨는 “주변 지인 대다수가 라인을 쓰면서 네이버를 떠올리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라인야후 사태에 대한 많은 보도가 나오면서 서비스 국적에 신경 쓰는 이들이 많아졌다”고 했다.네이버 내부에선 “사실상 일본 사업 확장은 불가능하다”란 얘기가 나오고 있다. 특히 신 CPO가 라인야후 사태를 겪던 중 사내이사에서 물러나게 되면서 경영에 접근할 수 있는 채널도 대폭 줄었다. CPO 직위는 유지됐지만, 이사회가 전원 일본인으로 꾸려지게 됐다. 또 라인야후 서비스의 관리도 끊기게 되면서 당장 1000억원 규모의 매출 손실이 불가피하다. 일본은 물론 동남아 시장에서 라인을 기반으로 네이버 서비스 확장을 노리던 계획도 흔들릴 위기다.

2024.07.29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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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가 절 무시하는 것 같아요”…망상에 빠지지 않으려면

전문가 칼럼

있어서는 안 될 일이지만, 대통령 총격이 미국에선 ‘전무후무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학창시절 뉴스에서 봤던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암살 시도가 떠올랐기 때문일 것이다.지금으로부터 43년 전인 1981년 3월 30일 오후 3시 30분, 레이건 대통령에게 총격이 가해졌다. 범인은 25세 청년이었던 존 힝클리 주니어다. 그가 쏜 총알 6발 가운데 한발은 방탄 리무진에 튕겨져 레이건 대통령의 겨드랑이를 뚫고 폐를 관통했다. 하지만 불행 중 다행으로 총알은 심장 2.5㎝를 앞두고 멈춰섰다. 고개를 돌리지 않았더라면 귀가 아닌 머리에 피격을 당했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만큼이나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그였다.트럼프 전 대통령 암살을 시도한 토머스 매튜 크룩스는 그 자리에서 사망했지만, 힝클리는 체포돼 범행 동기를 밝혔다. 그가 대통령을 쏜 이유는 황당하게도 여배우 조디 포스터 때문이었다. 그는 레이건 대통령을 죽이면 포스터가 자신에게 사랑 고백을 할 것이라 확신했다. 일종의 ‘연애망상’(erotomania)이다. 적어도 한 걸음 떨어져 생각해본다면, 대통령을 저격하는 일과 당대 최고의 여배우에게 사랑 고백을 받는 일 사이에 어떤 연관관계도 없다. 힝클리는 이후 판사로부터 교도소 수감 대신 무기한 치료감호를 선고받았다.생각에도 질병이 자리한다망상은 ‘생각의 질병’ 가운데 하나다. 생각의 조각들이 짜 맞춰져 사고(思考)를 이룬다고 보면 생각의 질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눠볼 수 있다. 하나는 사고의 형식이 잘못된 경우다. 생각이 맞춰지지 못하고 잘못 짜인 셈이다. 생각의 내용과는 무관하다. 생각의 고리가 끝없이 이어져 종착점을 잃어버리거나(이탈(tangentiality) 혹은 탈선(derailment)), 생각의 속도가 너무 느리다 못해 막히거나(지연(retardation) 혹은 차단(blocking)), 의미 없는 말들을 장황하게 읊조리는(음송증(verbigeration)) 등 모두 생각 형식에 문제가 생긴 경우라 할 수 있다.다른 하나는 연애망상과 같이 생각하는 내용이 잘못된 경우다. 관계사고(혹은 관계관념)가 대표적인 사고 내용의 병이다. 관계사고는 타인, 특히 자신과 아무런 관계가 없는 남의 말이나 행동을 끊임없이 연관시켜 생각하는 증상을 지칭한다.20대 후반의 사회초년생 K가 그랬다. 그는 “선배와 동료들이 입사한 지 몇 달 되지도 않은 자신을 무시하는 것 같이 느껴져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옆 책상에서 일하는 다른 직원이 대화하면 내 험담을 하는 듯 느껴져 가슴이 두근거리고, 뒤에 앉은 과장님은 화난 표정으로 날 쳐다보는 것 같아 뒤통수가 찌릿찌릿하다는 설명이다. 모든 주변의 움직임, 소리 등이 나를 향한 메시지처럼 받아들여지니 도무지 일에 집중할 수가 없다고 한숨을 푹 내쉬던 그였다.K는 다행히 관계사고가 깊어지기 전 치료를 받아 증상을 호전시킬 수 있었다. 만약 그가 관계사고를 방치했다면 문제는 심각해질 수 있었다. 관계사고가 관계망상으로 고착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망상은 잘못된 생각에 자기 확신까지 더해져 굳어진 상태다. 일반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생각을 함에도, 스스로가 틀리지 않다고 신념에 차 있는 셈이다. 관계사고가 망상으로 이어지지 않게 하는 일은 치료를 위해서라도 중요하다. 자신이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지 인지조차 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잘못된 내용을 납득시키기란 대단히 어려운 일이다. 미국 법원이 힝클리에게 무기한 치료감호를 선고한 이유가 심신상실로 처벌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에서였다. 망상 속에 빠져 정상적 사고가 불가능한 점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셈이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망상을 망상이라 인지하고 말할 수 있는 이상, 더 이상 망상을 하는 건 아닌 셈이다.개인 의지만으로 관계사고를 극복하긴 쉽지 않다. 상당 기간 남들의 시선이 따갑게 느껴지고 소리에 민감해지고 혼자만의 생각에 빠진 시간이 늘게 되는 등 정신적 고통 속 당사자가 관계사고를 식별할 만한 상태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 K의 상황만 생각해봐도 그렇다. 가능성이 크다곤 할 수 없지만, 팀원들이 카카오톡이나 사내 메신저로 나 몰래 험담하는 상황은 얼마든 있을 수 있다. 가능성이 더 낮긴 하지만, 과장이 그날따라 기분이 나빴던 나머지, 괜히 막내 사원의 뒤통수를 노려봤을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관계사고, 어떻게 극복할까관계사고를 벗어나려다 역으로 또 다른 ‘생각의 병’에 빠질 위험도 있다. 자아비판과 고뇌를 반복하는 강박사고다. ‘잘못된 생각을 하는 건 아닐까’, ‘내 사고가 비합리적인 건 아닐까’ 끊임없이 되뇌는 일도 정신적 고통으로 이어질 수 있다. K 또한 “동료들이 나를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과 “동료들이 나를 무시하고 있다는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다”는 생각 사이에서 고민을 거듭했다고 언급했다. 관계사고로 문제가 생겼을 때 최대한 빨리 전문의를 찾아야 하는 배경이다.예방도 중요하다. 생각을 건강하게 할 수 있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기본’에 충실할 수 있다면 가장 좋다. 적절한 운동과 과음 폭식 자제 등, 몸에 좋은 습관은 마음에도 좋다. 문제는 이 습관들이 처방은 쉽지만 실천하긴 어렵다는 점이다. 정신건강 증진에 앞장서야 할 나조차도 일에 치여 운동을 거르고 모임에 치여 음주와 폭식을 일삼곤 한다. 말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습관도 실천하기 어렵긴 마찬가지다. 모두가 행간에 하고 싶은 말을 숨겨두는데 나홀로 ‘눈치 없는 사람’이 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본에 충실하기 어려운 만큼 최소한의 권유만을 남겨본다. 잠시 생각과 사고를 멈추는 시간을 가지길 추천한다. 현대사회는 일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 정신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변화가 빠른 만큼 고민도 많아진다. 장마에 주말농장 텃밭이 쑥대밭으로 변하진 않았을지, 인공지능 챗GPT(ChatGPT)가 아이들의 일자리를 빼앗지는 않을지, 미국이 고립주의를 선택하게 돼 투자를 받는데 지장이 생기지는 않을지 걱정스러울 수 있다. 고민 속 생각을 이어가면 관계사고에 빠질 가능성도 자연스레 높아진다. 인위적으로라도 생각을 멈추는 일이 필요한 이유다. 그러니 하루 두 번 15분씩이라도 생각을 비우고 명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관계사고를 완전히 극복할 수 없더라도 최소한 “내가 이 고민과 생각 때문에 힘들구나”라고 깨닫는 계기를, 타인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동력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2024.07.28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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