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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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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빙’은 특별한 사례 아냐…카카오웹툰 IP ‘확장일로’

IT 일반

디즈니플러스가 최근 선보인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무빙’이 국내외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동명의 원작 웹툰을 보유하고 있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지식재산권(IP) 확장 전략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강풀 작가의 초능력 세계관 시리즈 중 하나인 카카오웹툰 ‘무빙’은 우리 주변에 있을 법한 인물들의 영웅적 활약을 국내 역사적 배경 안에 녹여낸 ‘한국형 히어로물’로 국내 누적 조회 수 2억회를 기록한 히트작이다.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드라마 시리즈 무빙 시나리오 역시 강풀 작가가 직접 집필을 맡았으며, 류승룡, 한효주, 조인성, 차태현, 류승범, 김성균 등 베테랑 배우들의 합류로 공개 전부터 큰 기대를 모았다. 드라마 무빙은 디즈니플러스에서 총 20개 에피소드가 공개됐으며, 마지막까지 높은 시청률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드라마 무빙, 10월 첫째 주 기준 8주 연속 1위 기록 OTT 통합 콘텐츠 추천 서비스 ‘키노라이츠’가 집계한 흥행 순위서 드라마 무빙은 10월 첫째 주 기준 8주 연속 1위를 기록했으며 무빙 성공을 통해 디즈니플러스 사용자도 크게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모바일앱 분석 서비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9월 디즈니플러스의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약 394만명으로 전달(269만명) 보다 46% 이상 급증했다.무빙은 디즈니플러스 국내 서비스 작품 중 한국과 글로벌 콘텐츠를 통틀어 공개 첫 주 최다 시청 시간 1위라는 진기록도 세웠다. 이는 남다른 흥행력을 자랑하며 큰 사랑을 받았던 디즈니플러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카지노’ 시즌1과 시즌2를 모두 뛰어넘는 기록이다. 아울러 한국을 비롯한 디즈니플러스 아태지역에서도 공개 첫 주 최다 시청 시리즈에 랭크되며 폭발적인 인기를 입증했다.드라마 무빙이 디즈니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로 세계적 인기를 누리는 가운데 무빙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강풀 유니버스’ 웹툰들이 수배에서 수십 배에 달하는 조회수, 매출 상승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 합산 기준 웹툰 무빙의 8월 총매출은 영상화 소식이 본격적으로 알려지기 이전인 6월과 비교해 무려 35배 상승했으며, 7월 대비 상승률도 11배였다. 8월 조회 수도 6월과 비교해 35배가량 상승했다. 아울러 무빙과 세계관을 공유하는 이른바 ‘강풀 유니버스’ 작품들 모두가 가파른 흥행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전문가들은 이번 무빙의 성공이 특별한 사례가 아니라고 말한다. 카카오엔터가 그동안 진행해 온 인기 IP의 영상화 성공 사례 중 하나라는 평가다. 카카오엔터는 로맨스 판타지, 액션 판타지, 드라마, 액션, 스릴러, 호러 등 폭넓은 장르와 개별 IP 작품성에 힘입어 영상 업계로부터 수많은 러브콜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1년과 2022년 각각 50여 개 작품의 영상화 판권을 판매했으며, 올 초에도 ‘신성한 이혼’, ‘모범택시’ 등의 IP가 영상화된 바 있다.누적 조회 수 1억9000만 회를 기록한 장이 작가의 웹툰 ‘경이로운 소문’도 지난 7월 tvN ‘경이로운 소문2: 카운터 펀치’로 새롭게 각색돼 시청자들을 만났다. 드라마 경이로운 소문은 지난 2020년 시즌1 방영 당시 최고 시청률 11%(닐슨코리아)를 기록하며 OCN 최고 성적을 거두기도 했다.아울러 지난 7월 지니TV와 ENA 채널에서 방영한 ‘남남’과 지난 8월부터 SBS에서 방영 중인 ‘국민사형투표’도 카카오웹툰 IP를 원작으로 한다. 정영롱 작가의 웹툰 남남은 한국 대표 만화상 중 하나인 ‘오늘의 우리만화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엄마와 딸의 한 집 살이와 그녀들의 만남과 사랑을 담은 스토리텔링으로 사랑을 받았다.배우 박해진, 박성웅, 임지연이 출연하는 드라마 ‘국민사형투표’의 동명 원작은 악질범들을 대상으로 대국민 사형 투표를 진행하고, 실제 사형을 집행하는 ‘개탈’이란 정체불명의 주인공을 추적하는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독특한 설정과 강렬한 스토리텔링으로 연재 당시부터 화제를 모은 웹툰으로 누적 조회 수 약 1억3000만회를 넘어섰다.기대작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 겨울 공개 예정글로벌 팬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애니메이션도 방영을 앞두고 있다. 지난 7월 세계적 권위의 미국 ‘LA 애니메 엑스포 2023’(LA Anime Expo)에서 캐릭터 PV 영상을 처음으로 공개한 ‘나 혼자만 레벨업’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웹툰 ‘나 혼자만 레벨업’은 동명의 웹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으로 전 세계 누적 조회 수 143억여 회를 기록한 글로벌 흥행작이다. 나 혼자만 레벨업 애니메이션은 일본 제작사 A-1 Pictures와 막바지 제작 과정을 거쳐 오는 겨울 공개될 예정이다. 이 밖에도 앞서 하비상을 수상한 마영신 작가의 ‘아티스트’와 국내 누적 조회 수 3억4000만회를 기록한 ‘취향저격 그녀’를 비롯해 ‘박살소녀’, ‘악연’, ‘살어리랏다’, ‘기프트’, ‘미완결’, ‘안녕, 엄마’ 등 수많은 유수의 IP 판권이 판매돼 영상화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카카오엔터는 영상화에만 머물지 않고 드라마 극본을 바탕으로 웹툰을 동시 개발한 ‘킹더랜드’처럼 다양한 IP 실험 역시 이어가는 중이다. 최근에는 JTBC 토일 드라마 ‘힘쎈여자 강남순’의 스핀오프 웹툰 ‘힘쎈여자 황금주’를 제작해 카카오웹툰과 카카오페이지에서 선보이기로 했다. 영상 원작 IP를 웹툰과 연계하는 한편, 앞서 선보였던 킹더랜드 사례처럼 세계관을 확장한 스핀오프로 스토리에 차별화를 꾀하고 웹툰과 드라마를 동시에 선보여 IP 인기에 화력을 극대화하는 전략이다.카카오엔터 관계자는 “카카오엔터 IP는 드라마, 영화, 애니메이션 등 여러 업계 관계자에게 작품 다양성과 우수성으로 인정받고 있으며, 이런 경향성 역시 계속 확대될 것으로 전망한다”며 “앞으로도 다채로운 IP 실험과 더불어 경쟁력 있는 제작 스튜디오와 연계 강화 및 다양한 글로벌 영상화 프로젝트 등을 통해 IP 저변을 확대하고, 한국 웹툰, 웹소설의 가치를 꾸준히 국내외에 알려 나가겠다”고 말했다.

2023.10.23 07:00

4분 소요
‘무기징역’ 이은해, 8억 보험금 받을 수 있을까[보험톡톡]

보험

‘가평 계곡 살인’ 사건으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피의자 이은해가 옥중에서도 남편 사망보험금을 두고 보험사와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지난 1심에 이어 항소심(2심) 선고에서도 이은해가 유죄를 선고받음에 따라 생명보험금 지급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진 상황이다.2심서도 유죄…재판부, ‘무기징역 판결 유지’지난 26일 서울고법 형사6-1부(부장판사 원종찬·박원철·이의영)는 ‘가평 계곡 살인’과 관련된 이은해와 조현수의 항소심(2심)에서 지난해 1심 판결을 유지했다. 두 사람은 살인·살인미수와 보험사기방지법상 보험사기미수 혐의로 기소됐고 지난해 10월 1심에서 각각 ‘무기징역’과 ‘30년 징역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재판부가 이 씨와 조 씨에게 다시 한 번 유죄 판결을 내린 셈이다.이 씨와 조 씨 등은 지난 2019년 6월30일 경기 가평군 용소계곡에서 남편 A씨에게 구조장비 없이 4m 높이의 바위에서 3m 깊이의 계곡물로 뛰어들게 해 살해한 혐의를 받았고 지난해 10월 1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당시 법원은 “이은해가 사망보험금 8억원을 수령하기 위해 남편을 살해했다”고 판단했다. 이와 관련 이 씨는 지난 2020년 11월16일부터 보험사를 상대로 “사망보험금을 달라”며 소송을 진행 중이고 현재까지도 유효한 상황이다. 이 씨는 2017년 8월, 남편 A씨와 혼인신고를 한 후 약 5개월 뒤부터 A씨 명의로 여러 생명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사망보험 보장이 있는 정기보험이나 종신보험 상품들이다. 이 상품들의 총 보험료만 월 70만원에 달했고 보험금 액수는 약 8억원 수준이다. 가입 보험사 측에서는 이 씨에게 보험사기 의혹이 있다고 보고 보험금 지급을 거부했다. 당시 이 씨는 고액의 보험료를 제때 내지 못하면서도 효력 정지만은 막으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보험 및 종신보험의 경우 보험료를 두 달만 연체해도 효력이 정지된다. 효력 정지 시에는 남편이 사망해도 보험금을 수령하지 못하기 때문에 무리해서라도 고액의 보험료를 납부했을 가능성이 있다. 또 보험사 측은 이 씨가 남편의 생명보험 계약기간을 만 55세로 짧게 잡은 점도 수상하게 봤다. 대체로 사망보험을 담보로 하는 정기, 종신보험 상품의 계약기간 만료는 70세 이후로 잡는 것이 일반적이다. 향후에도 이 씨가 8억원의 사망보험금을 수령할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8부(부장판사 박준민)는 이 씨가 보험사를 상대로 제기한 8억원의 생명보험금 청구 소송을 심리 중이다. 하지만 이 씨의 살해 혐의와 관련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됐고 이날 항소심에서도 원심이 유지됐기 때문에 보험금 소송 관련 재판부가 이 씨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이 씨가 남편을 살해해 보험금을 수령하려 한 것이라면 계약위반으로 보험사의 보험금 지급 의무는 사라진다. 현재 보험금 소송 재판부는 이 씨의 남편 살해 관련 재판 항소심 결과가 나온 만큼 조만간 선고기일을 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 씨가 항소심 결과에도 승복하지 못해 상고할 경우 대법원(3심)까지 재판이 연장될 수 있다. 보험금 소송 재판부가 항소심 결과를 바탕으로 선고를 내릴 지 대법원 판결까지 참고할지는 알 수 없는 상황이다.법조계 한 관계자는 “1~2심에서 유죄가 나온 사건이 대법원에서 뒤집히려면 결정적인 증거가 있어야 한다”며 “만약 이 씨가 상고하더라도 남은 기간 동안 확실한 증거를 내놓지 못하면 대법원에서도 원심을 뒤집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2023.04.27 07:01

3분 소요
“원빈이 입었던 그 등산복”…2세대 아웃도어 ‘노스케이프, 센터폴’ [망했어요]

유통

'노스케이프, 센터폴…' 2000년대 초반 국내 아웃도어 시장 후발주자로 등장한 브랜드. 등산은 물론 캠핑과 여행, 평상복까지 아우르며 한때 4050세대의 패션을 책임져왔지만 이제는 추억 속 브랜드로 전락한지 오래다. 노스케이프와 센터폴은 토종 패션기업으로 손꼽히는 패션그룹형지와 세정그룹이 2012년 선보인 아웃도어 브랜드다. 당시 각각 남성 브랜드 '인디언'과 여성 브랜드 '크로커다일 레이디'로 국내 가두점 패션시장을 양분하던 두 브랜드들은 유럽의 감성을 콘셉트로 아웃도어를 비롯, 일상부터 스포츠 영역까지 아우르는 제품군으로 시장 출사표를 던졌다. 당시만 해도 기능성을 앞세운 K2, 블랙야크, 노스페이스, 네파 등 1세대 아웃도어 브랜드와 달리, 기능성과 스타일까지 갖춘 '탈(脫)아웃도어' 전략이 통한 것이다. 형지, 英 노스케이프 라이선스 확보...4년 만 브랜드 철수형지는 2011년부터 영국 아웃도어 브랜드인 '노스케이프' 라이선스권을 확보하고 이듬해 브랜드를 본격 론칭했다. 노스케이프는 고기능성 제품보다는 일상 생활에서 편하게 입을 수 있는 도심형 캐주얼 아웃도어를 선보이는 방식으로, 대부분의 의류를 자체 제작으로 가격 역시 70~80%까지 낮추며 중가 시장을 공략했다. 또 론칭 첫해부터 배우 최민수, 하지원을 전속 모델로 기용, 드라마 PPL도 진행하는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쳤다. 그 결과 론칭 이듬해인 2013년 매출은 전년 대비 3배 이상 성장했고 매장도 100개를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2014년부터 아웃도어 시장의 거품이 빠지면서 매장도 70여개로 줄었다. 매출 부진이 계속되자 2016년 배우 박서준과 모델 재계약도 체결하고 산악인 허영호 대장의 히말라야 원정대를 지원하는 등 마케팅을 펼쳤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같은해 말 모든 오프라인 매장을 닫고 사실상 브랜드 철수 수순을 밟게 됐다. 세정그룹이 선보인 자체 아웃도어 브랜드 센터폴는 브랜드 론칭 당시, '산'을 중심으로 한 정복과 도전의 개념에서, '길'을 테마로 다양한 자연과 어울려 즐기는 아웃도어를 지향하며 소비자를 공략했다. 실제로 센터폴의 메인 타깃은 '즐기는 아웃도어를 통해 활기찬 삶의 재충전'을 추구하는 20대 후반부터 30대 후반으로 설정, 소비자에게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떠나 '아웃도어-스포츠 멀티 브랜드 스토어'를 지향해 소비자와의 접점을 보다 확대한다는 전략을 취한 것이다.원빈, 박서준까지...2030세대 공략 '센터폴', 5년 만 철수 그 결과 브랜드 론칭 두달여 만에 단독 매장 100호점을 돌파한 데 이어 이듬해에는 매장 150여개를 구축, 700억원의 매출을 달성했다. 당시 아웃도어 후발 브랜드 10여개 가운데 가장 빠른 성장세이기도 했다. 이후 상품 라인을 키즈라인 등으로 넓혀나가며, 유통망 확대를 통해 아웃도어 시장 지배력을 강화해나갔다. 센터폴의 광고모델은 2013년부터 3년간 배우 원빈에 이어 박해진까지 당시 최고 연예인을 기용하며 2030세대까지 공략해나갔다. 하지만 인기는 잠깐이었다. 경기 불황과 아웃도어 시장 포화 상태가 겹쳐지면서 호황을 누리던 선두 브랜드조차 맥을 못추기 시작했고 센터폴 역시 이를 피해가지 못했다. 결국 센터폴은 2017년 사업 철수를 결정했다. 그도 그럴것이 2010년대 초반에는 비슷한 콘셉트를 한 아웃도어 브랜드들이 우후죽순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 결과 국내 아웃도어 시장은 2000년대 초반 3000억~4000억원에서 2014년 7조1600억원 규모로 커졌다가 2015년 6조8000억원, 2016년엔 6조원까지 줄어들었다. ‘라이프 스타일 아웃도어’를 표방하는 브랜드 간 콘셉트가 겹친 것도 문제였다. 아웃도어에서 스포츠 캐주얼로 콘셉트를 변경하면서 브랜드를 유지하려 했지만 이마저도 정체된 아웃도어 시장과 치열한 스포츠의류 영역에서 경쟁력이 없어진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결국 기존 아웃도어들 역시 브랜드 아이덴티티(BI)를 확실하게 나타낼 수 있는 것이 아니면 브랜드 경쟁력 하락으로 이어진다"며 "'버티기만해도 성공'이라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였던 당시 시장 상황과 비교하면 결국 치열해진 생존경쟁에서 밀려나게된 셈"이라고 말했다.

2023.04.08 07:00

3분 소요
IRA·노사갈등 부담됐나… GM 2인자, 한국 방문 일정 취소

자동차

미국 자동차 기업 제너럴 모터스(GM)의 고위 임원이 이달 말로 예고했던 한국 방문 일정을 보류했다. 한국 사업장 현장 점검과 산업은행과의 면담 등을 계획했지만 최근 발효된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과 한국GM 노사 간의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 난항 등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실판 아민(Shilpan Amin) GM 수석부사장 겸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이달 말 한국 방문 일정을 취소했다. 실판 아민 사장은 미국과 중국 등을 제외한 아시아 국가 등을 총괄하는 GM 고위 임원이다. 해외 사업장의 미래 사업 계획을 좌지우지하는 위치에 있는 인물이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실판 아민 사장은 미국 미시간주 워런에 위치한 GM 밀포드 프루빙 그라운드(Milford Proving Ground)에서 한국 취재진과 “8월 말쯤 일주일 일정으로 한국 방문을 생각하고 있다”며 “현지 직원들과 시장을 이해하고, 장·단기 플랜을 논의하기 위함”이라고 말한 바 있다. GM의 고위 임원이 방문 일정 등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임원의 일정은 특정 사업장에 공유되지 않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입국 당일에 공유되는 일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실판 아민 사장은 한국의 전기차 생산 기지화에 대한 질문에 “결정된 것은 아무것도 없다”면서도 “생산과 시기 등을 포함한 모든 제반 요소를 검토하고 있는 단계”라고 밝혀 한국 사업장에 대한 기대감을 높인 상태였다. ━ IRA·노조 리스크 우려했나 실판 아민 사장이 한국 사업장 방문 일정을 취소하면서, 그 원인에 대한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발효된 IRA와 한국GM 노사 문제가 주된 원인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지난 16일(현지시각)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IRA에 최종 서명했다. 해당 법안의 주요 내용은 북미에서 최종적으로 조립이 완료된 제품(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한다는 것이다. 사실상 자국산 제품에만 보조금을 지급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한국GM의 전기차 생산 기지화 가능성이 희박해진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국GM 노동조합과 일부 지자체에서는 한국GM의 전기차 생산 기지화를 요구하고 있다. 2018년 배정을 받은 글로벌 차세대 모델 ‘쉐보레 트레일블레이저’와 내년 창원공장에서 양산이 본격화되는 ‘C-CUV(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 이후의 신차 배정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GM이 내연기관에서 전동화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 만큼, 한국 사업장의 지속성을 위해서는 전기차 배정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GM 노조는 지난 23일 로베르토 렘펠 한국GM 사장 등과 진행한 2022년 임단협 단체교섭 자리에서 IRA 발표에 따른 한국GM 미래에 대한 영향에 대해 질의했다. 이 자리에서 렘펠 사장은 “신생 법안에 대해 자료를 검토 중”이라며 “해당 법안의 의미를 파악하고 있다”고 조심스러운 태도를 취했다. 실판 아민 사장의 한국 사업장 방문이 무산된 또 다른 이유로 노조 리스크가 거론된다. 현재 한국GM 노사는 2022년 임단협을 마무리하지 못한 상태다. 양측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상황이 긍정적이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회사는 지난 18일 ▶기본급 4만1000원(호봉/정기승급 포함) ▶일시/격려금 400만 원 ▶창립기념 선물 기존 3만 원에서 4만 원으로 인상 등이 담긴 제시안을 노조에 전달했지만 거부당했다. 한국GM 노조는 파업 카드로 사측을 압박하는 상황이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지난 22일 한국GM 노사의 임단협 교섭 관련 쟁의 조정에 대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지난 16~17일 이틀 동안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실시해 83%의 찬성표를 얻은 한국GM 노조는 합법적 파업권(쟁의권)을 확보하게 됐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 시장은 글로벌 신차의 생산을 앞두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내연기관차로 전기차 투자 비용을 확보해야 하는 GM 입장에서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며 “고위 임원의 일정은 유동적이기 때문에 충분히 변동될 여지가 있지만, 공교롭게 IRA 발효 등으로 다양한 추측이 나올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됐다”고 말했다. 이지완 기자 anew@edaily.co.kr

2022.08.24 14:05

3분 소요
천궁-II로 바라본 격변의 중동과 한국의 기회 [채인택의 글로벌 인사이트]

전문가 칼럼

중동에서 기쁜 소식이 들려왔다. 항공기와 크루즈 미사일은 물론 고속으로 날아오는 탄도미사일도 떨어뜨릴 수 있는 한국산 요격 미사일인 ‘천궁-II’를 중동국가 아랍에미리트(UAE)에 수출하게 됐다는 소식이다. UAE 국방부는 11월 16일(현지시각) 트위터 공식 계정에서 “한국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M-SAM)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계약 규모는 35억 달러(약 4조1370억원) 상당”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액수까지 공개하면서 무기 구매 내용을 밝히는 것은 이례적이다. UAE에는 그만큼 절실한 구매라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 2017년부터 시작한 천궁-II UAE 수출의 막전막후 UAE가 수출 계약을 하겠다는 무기체계는 ‘천궁-II’라는 게 한국 국방부의 설명이다. 그렇다면 UAE가 사가겠다는 ‘천궁-II’는 도대체 어떤 무기체계인가. 중거리 지대공 대공미사일(M-SAM)로 분류되는 이 무기체계는 최대 사거리 40㎞로, 그 범위 안에 들어온 적 항공기와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다. 사격통제소, 다기능레이더, 3대의 발사대 차량 등으로 1개 포대를 이룬다. 발사대 하나 당 8발의 요격 미사일을 탑재한다. 한국판 패트리엇 미사일로 볼 수 있다. 통상 적 항공기 격추는 다른 무기체계에 맡기고, 가격이 훨씬 비싼 ‘천궁-II’는 탄도미사일을 떨어뜨리는 데 배치하는 게 기본이다. ‘천궁-II’는 국방과학연구소(ADD)가 주도해 LIG넥스원 등과 공동 개발했다. 항공기 격추용 지대공 미사일 ‘천궁’의 개량형으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중추를 맡고 있다. 5년에 걸쳐 개발됐으며 2018년 생산에 들어갔다. 2020년 11월 한국군에 인도돼 전력화가 이뤄졌다. 국내에서 개발하거나 군이 납품받는 무기 체계는 국방기술품질원(기품원)의 시험과 검사를 받는다. 올해 7월과 8월 ADD의 안흥시험장에서 ‘천궁-II’를 이용해 탄도미사일과 항공기를 떨어뜨리는 시험을 한 결과 모두 표적에 모두 명중했다는 것이 국방부의 설명이다. 요격 무기체계의 핵심인 명중률에서 합격점을 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UAE는 새로운 무기체계인 ‘천궁-II’를 어떻게 알고 이토록 신속하게 구매를 추진한 것일까. 여기에는 비밀이 있다. 시간은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그해 12월 9~12일 대통령 특사 자격으로 UAE를 방문했다. 형식적으로는 2011년부터 UAE에 파견돼 UAE 군인들을 훈련 중인 한국군 군사훈련협력단, 일명 아크 부대를 격려 방문하는 게 임무였다. 아크 부대는 특수작전 교육·훈련 파견대로, 육군 특수전사령부에 배속돼 있지만, 합동참모본부의 지휘·통제를 받는다. 특수전·대테러전·해상작전 등을 교육한다. 임 당시 실장은 아크 부대 방문에 이어 레바논에 들러 현지에 파병된 동명부대를 격려한 뒤 귀국하는 일정이었다. 하지만 임 실장의 방문 목적에는 비밀이 하나 포함돼 있었다. 2017년 12월 26일 중앙일보는 당시 임무를 이렇게 보도했다. “한국 정부가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와 미사일 요격 시스템을 포함한 첨단무기체계 분야에서 방산 협력 강화를 추진 중이라고 25일 UAE 수도 아부다비 현지에서 접촉한 소식통이 전했다” 이 소식통은 “한국형 미사일방어(KAMD) 체계의 하나로 개발 중인 ‘미사일 요격 시스템’의 UAE 현지 테스트를 포함한 양국 국방 협력 논의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군은 북한 미사일 도발 위협과 관련해 ▶발사 전에는 킬체인(한국형 공격형 방위 체계) ▶발사 이후에는 KAMD를 통한 요격 ▶미사일 타격 피해 이후에는 KMPR(대량응징보복) 등 3축 체계의 조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3축 체계 가운데 KAMD는 저층에서 요격하는 미국산 패트리엇 시스템(PAC-2·PAC-3 등)과 국산 지대공(地對空)미사일(M-SAM, 천궁 개량형), 중·고도에서 저지하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로 구성된다. 이 중 KAMD와 관련해서 한·UAE 간 협력이 가능한 분야로는 고도 20~40㎞에서 적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지대공 미사일(M-SAM)이 꼽힌다. KAMD의 핵심 무기 체계인 데다 지난달 한국 방위산업추진위원회에서 양산에 돌입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고도 60㎞까지 방어하는 장거리 지대공 미사일은 2022년을 목표로 개발이 진행되고 있어 아직 초기 단계다. 아부다비 현지 소식통은 특히 “한국·UAE 간 미사일 방산 협력은 거의 막바지”라며 “한국이 추진하는 KAMD의 핵심인 요격 미사일의 현지 테스트를 UAE에서 하는 논의가 물살을 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미사일 시험장은 UAE의 넓은 사막지대보다 좁고, 인근 주민들의 소음 피해도 우려되지만, UAE는 입지가 좋고 미국산 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엇의 실제 운용 경험도 풍부하다”고 밝혔다. 요격 미사일과 관련해 정부 핵심 관계자도 “중거리 지대공 요격 미사일은 국내 시험단계만 거쳤다”며 “UAE에서 적외선 센서 테스트 등을 받게 되면 해외 진출에도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방산업체의 관계자는 “정부가 요격 미사일의 성능 테스트 등을 UAE와의 핵심 방산협력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은 맞다”며 “다만 현재 진행 상황이 어디까지 왔는지는 파악되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중동 국가와의 방산협력은 특히 민감한 사안이어서 양국 정부가 공식 확인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 11월 4일 UAE를 방문했던 송영무 국방부 장관은 귀국 사흘 뒤인 7일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을 양산하는 쪽으로 정책 방향을 수정했다. 당초 송 장관은 “요격 미사일보다는 공격용이 중요하다”며 “중거리 지대공 미사일 등의 양산을 재검토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가 시기적으로 UAE 방문 이후 입장을 선회했다”고 말했다. ━ 예멘 내전이 도화선 된 천궁-II UAE 수출 천궁-II의 UAE 수출은 이처럼 지난 2017년부터 추진된 것으로, 이번 구매계약 추진 발표는 당시 보도를 새삼 확인해준 것이 됐다. UAE에 요격미사일 시험장을 건설하는 방안과 관련, 사막으로 이뤄진 UAE 서부와 남부의 넓은 무인지대는 요격미사일 시험과 성능 평가에 유리한 입지로 평가됐다. 그 뒤 개발이 완료되고 성능시험과 전력화까지 마치면서 본격적인 수출 궤도에 오르게 됐다. 그 과정에서 UAE는 천궁의 가치를 확인했을 가능성이 크다. UAE 지대공 미사일 사업에서 한국이 이스라엘과 경쟁해왔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는 쉽게 확인할 수도 없다. UAE는 지난해 이스라엘과 수교하고 올해 초 대사를 교환했지만, 이스라엘과는 경제 협력과 유전 경비 등을 담당할 보안업체와의 협력에 치중하는 분위기다. 이스라엘산 무기를 살 수도 있지만, 이스라엘과 본격적인 군사협력에 들어갈 경우 자칫 중동 지역에서 과격파나 무장단체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더욱 커지기 때문이다. UAE와 한국은 2009년 한국형 원전 APR-1400 도입 계약을 맺으면서 가까워졌다. UAE 서쪽 바라카에 4기의 원전을 건설하는 계약이다. 2018년 3월 26일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1호기가 준공돼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로써 UAE는 원전 보유국이 됐으며, 장기적으로 탈탄소 녹색 산업 혁명을 위한 초석을 놓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기술력, 추진력, 생산성을 직접 목격했을 것이다. 바라카 1호기는 세계원전 건설 사상 드물게 원래 예정된 예산에서 추가 없이, 원래 잡았던 시간 일정에서 차질 없이 완성된 원전으로 기록된다. 그렇다면 UAE는 왜 한국산 원전에 이어 한국산 요격 미사일을 손에 넣으려고 하는 것일까. 여기에도 뿌리 깊은 사연이 있다. UAE는 2015년 4월 사우디아라비아와 함께 예멘 내전에 참전했다. 예멘은 사우디아라비아와는 국경을 맞대고 있지만, 아랍에미리트와는 떨어져 있다. 예멘에선 이슬람 수니파인 압둘라 만수르 하디 대통령이 이란의 지원을 받는 시아파 후티 반군에 밀리자 수니파 종주국인 사우디에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자 UAE는 이집트·쿠웨이트 등과 함께 수니파 연합군을 조직해 내전에 뛰어들었다. 이로써 예멘 내전은 내전을 넘어 국제 분쟁으로 비화했으며, 주민들에겐 인도주의적 재앙으로 이어지고 있다. 예멘 내전에서 폭격과 전투 등으로 민간인을 포함해 1만 명 정도가 숨지고 수백만 명이 집을 잃었으며 840만~1300만 명이 아사 위기에 처했다는 게 외신들의 보도다. 유엔은 예멘이 지난 100년 이래 인류가 처한 최악의 기근을 겪고 있다고 우려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예멘을 봉쇄하고 기아를 전술의 하나로 활용하고 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미국의 후버 연구소는 2015년 12월 사우디가 하루 2억 달러의 전비를 지출하고 있다고 추산했다. 그중에는 예멘 후티 반군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차단하는 요격 미사일 운용도 포함된다. 실제로 후티 반군은 이란에서 공급받은 것으로 추정하는 탄도미사일을 사우디아라비아로 수시로 발사하고 있다. 후티 반군이 발사한 탄도미사일이 국경에서 1200㎞ 떨어진 사우디아라비아 수도 리야드 공항 근처까지 날아왔다가 패트리엇 미사일에 의해 요격됐다. 지금도 리야드 상공에선 수시로 하늘에서 뭔가 터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사우디아라비아군의 패트리엇 미사일이 후티 반군이 발사한 탄도 미사일을 요격하는 소리가 아니면 그런 소리가 하늘에서 들릴 가능성이 희박하다. ━ 미국 무기 수출 금지 공백 메운 한국산 무기 후티 웹사이트는 “UAE에 한국이 짓고 있는 200억 달러짜리 원전을 겨냥해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는 내용을 올리기도 한다. 선전술의 일부지만 UAE로서는 위협에 대항할 수 있는 다양한 방어 시스템을 충분히 갖출 필요가 있다.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 건너 이란의 탄도미사일 전력도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를 위협하는 주요 요인이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 유전의 상당수와 UAE 유전의 대부분은 이 바다에 있는 해상 유전이다. 2019년 9월 14일 새벽 사우디아라비아의 석유 시설 두 곳이 드론 공격을 받아 마비되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브카이크 탈황시설과 쿠라이스 유전이 10대로 알려진 드론 떼의 자폭 공격으로 손상되면서 이 나라의 석유 생산 규모는 일시 반 토막이 났다. 시장 가격 1만 달러(약 1200만원) 남짓한 드론 10대가 중동 최대 산유국의 석유 생산에 상당한 타격을 가한 것이다. 미사일의 타깃에는 대도시나 원전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와 UAE의 해상유전도 포함된다. 현지 관계자에 따르면 이 지역에선 점점이 흩어진 섬 사이로 인공 섬을 건설하고 파이프를 연결해 원유를 채취, 운송, 정유하고 있다. 만일 이 지역에 미사일이 떨어지면 자칫 유전 지대가 불바다가 되거나 상당한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날 가능성이 크다. 이란의 전력이 신경 쓰일 수밖에 없다. 이란이 도발할 생각을 아예 하지 못하도록 강력한 대응 전력을 갖출 수밖에 없다. 요격 미사일 수요가 제기된 이유다. 게다가 사우디아라비아는 후티 반군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미국산 패트리엇 계열의 요격미사일로 차단해왔는데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무기 수출을 막고 있다. 예멘에서 벌어지는 인도주의 참상을 해결하기 위해선 전쟁부터 멈춰야 한다는 게 미국의 주장이다. UAE는 무기 금수 대상은 아니지만, 패트리엇 미사일을 비롯한 미국산 무기를 마음껏 사들일 수 없다. 미국 의회의 승인을 받아야 공급받을 수 있다. UAE뿐 아니라 사우디아라비아도 한국산 ‘천궁-II’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한국으로선 국제 전략적 이유나 지정학적 가치의 하락 등으로 중동에 관심이 줄어든 미국을 대신해 중동에 첨단기술 제품 공급자로 등극할 기회다. 미사일뿐 아니라 한국산 고등훈련기인 T-50과 이를 개량한 초음속 다목적 경공격기 FA-50, 한국산 헬기인 수리온·마린온, 구축함·잠수함·고속정 등을 공급할 기회다. 그뿐만 아니라 주요 시설 안전을 위한 보안시스템·CCTV·무인감시장치 등 다양한 수요가 있다. 중동에는 천문학적인 국방과 보안 수요가 있지만, 자체 생산 능력은 떨어진다.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알 사우드 왕세자가 2019년 6월 방한했을 당시 ADD를 비공개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이 연구소를 통째로 사 갈 수 있을까”라는 말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자체 연구개발로 기술력도 배양하고, 미 행정부의 간섭이나 미 의회의 승인 없이 필요한 무기체계를 마음껏 확보하고 싶다는 의미일 것이다. 지금 새로운 시대가 한국 앞에 대기하고 있는 셈이다. ※필자는 현재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다. 논설위원·국제부장 등을 역임했다. 채인택 중앙일보 국제전문기자 ciimccp@joongnag.co.kr

2021.12.04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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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옷 입은 여왕을 연기하다

산업 일반

영화 ‘메리 퀸 오브 스코츠’에서 비운의 메리 여왕 역 맡은 시얼샤 로넌 인터뷰 아일랜드 여배우 시얼샤 로넌(24)은 외모만 메릴 스트립을 닮은 게 아니다. 배우로서의 진로와 다양한 억양 구사 능력, 아카데미상 후보에 많이 오른 경력 등이 모두 닮았다. 로넌은 2007년 ‘어톤먼트’, 2015년 ‘브루클린’, 2017년 ‘레이디 버드’로 벌써 세 차례나 아카데미상 후보로 지명됐다(‘레이디 버드’로 골든글로브상을 받았다).그녀는 최신작 ‘메리 퀸 오브 스코츠’(넷플릭스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의 제작자 보 윌리먼이 시나리오를 썼다)에서 1587년 사촌인 엘리자베스 1세 여왕(마고 로비)에게 처형당하는 비운의 메리 여왕을 연기한다. 이 영화는 역사학자 존 가이가 메리 여왕의 일생을 급진적으로 재해석한 ‘내 심장은 나의 것(My Heart Is My Own)’을 바탕으로 했다. 로넌은 메리 여왕을 운명에 휘둘리는 변덕스러운 미인이 아니라 갑옷을 입은 전사 같은 이미지로 묘사한다.메리와 엘리자베스는 수년 동안 편지를 주고받았지만 만나지는 못했다(그러나 페미니스트 성향의 이 영화에선 그런 장면을 상상해서 집어넣는다). “두 사람은 편지를 주고받으며 여러 차례 만날 약속을 잡았었다”고 로넌은 말했다. “하지만 주변의 남자들은 그 둘이 만나면 자신이 권력 잡을 가능성이 희박해진다는 사실을 알고 그 만남을 방해했다.”이 영화에서는 이전 작품들과 달리 메리 여왕이 전략적 사고를 지닌 지도자로 묘사됐는데.지금까지 그녀는 가톨릭 교리에 따라 모든 결정을 내리는 매우 감성적인 여자로 묘사돼 왔다. 하지만 존 가이에 따르면 실제론 그렇지 않았다. 메리 여왕이 가톨릭교도였던 건 맞다. 그녀는 스코틀랜드가 새로운 개혁의 시기를 맞아 개신교를 받아들였을 때 가톨릭교를 부활시켰다. 하지만 그녀는 종교를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했다. 자신을 순교자로 내세워 영향력을 얻었다. 매우 영리한 책략이었다고 생각한다.이 작품에선 메리 여왕이 매우 현대적으로 느껴지기도 한다.윌리먼은 정치적 음모를 기막히게 묘사한다. 그는 이 영화에 스릴러 같은 속도감을 불어넣었다. 시대극은 진부하고 답답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이 작품엔 격정과 배신, 저항이 흘러 넘친다. 이런 감정들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하지만 이런 종류의 영화에서는 잘 표현되지 않는다.엘리자베스와 메리가 만나지 못 했던 게 유감스럽다. 그들은 서로의 입장을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 아니었나?맞다. 두 사람은 성격이 대조적이었다. 엘리자베스는 나라를 다스리고 사람들을 대하는 방식이 엄격했던 반면 메리는 즐거움을 좇았다. 섹스와 파티를 즐겼고 절친한 친구들이 있었다. 하지만 메리는 모성도 강했다. 후계자를 낳아 엘리자베스의 측근들을 위협했다. 그러나 만약 메리가 엘리자베스를 직접 만났더라면 그녀가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었을 거라고 확신한다. 메리는 그런 능력이 뛰어나다.- 메리 케이 실링 뉴스위크 기자

2019.01.28 15:31

2분 소요
[도쿄올림픽 후 미래 대비하는 일본] ‘혁신·고용·지방’ 대책 다각도로 고심

정책이슈

소비세 증세, 올림픽 후 경기 하강 대비해 ... 미래투자회의 열며 성장전략 논의 일본이 미래를 위한 대대적인 경제·사회 개혁에 착수했다. 일본 정부는 10월 5일 미래투자회의에서 새로운 성장전략 논의를 시작했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보도했다. 이노베이션과 고용, 지방 대책을 3대 기둥으로 삼고 이를 바탕으로 세부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 2019년을 목표로 그 후 3년 간의 ‘공정표’를 포함한 시행계획을 통합해 정리하기로 했다. 일본은 2019년의 소비세 증세와 2020년의 도쿄올림픽 이후의 경기 하락에 대비해 경제 성장력을 바닥에서부터 끌어올려야 하는 과제를 안게 돼 이 같은 새로운 성장전략이 필요하게 됐다고 신문은 설명했다. 이를 계기로 일본의 미래성장전략을 살펴본다. 인구 고령화라는 문제를 함께 안고 있는 한국에서 참고로 할 내용이 많다. 일본이 격고 있는 일부 시행착오도 한국 사회가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다.일본 문부과학성에 따르면 일본의 미래 성장동력 조직의 사령탑은 정부의 최고위층이 맡고 있다. 수상(총리) 관저의 일본경제재생본부가 산하에 총리 직속의 미래투자회의를 두고 직접 미래 성장동력을 챙기고 있다. 미래투자회의 산하에는 구조개혁철저추진회합을 운영해 구조개혁이 구호나 공염불이 되지 않도록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미래투자회의는 인공지능기술전략회의도 관리하면서 기술 개발과 투자가 국가 미래 목적과 부합하도록 조정한다. 이와는 별도로 일본 정부는 내각부에 종합기술 이노베이션 회의를 설치하고 과학기술의 개발과 투자를 조율한다. 수상 관저의 일본 경제재생본부는 내각부의 종합기술 이노베이션 회의와 밀접하게 연계하고 있다. 한마디로 일본 최고 지도자와 그의 보좌관들이 다양한 관련 조직을 한몸처럼 움직이며 일본 미래 성장동력 개발을 키우고 있는 셈이다.미래투자회의는 일본 정부가 2016년 9월 9일 설치한 총리 직속의 조직으로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의장이다. 경제 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과거 아베 총리와 재계가 투자와 임금 문제 등을 논의해왔던 ‘미래투자를 향한 관민대화’와 2013년 1월 23일 설치돼 일본 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전략을 다루었던 ‘산업경쟁력회의’를 통합했다. 단순히 산업경쟁력 강화만으로는 일본의 미래를 제대로 풀어갈 수 없으며 경제력 강화를 노령화·일자리 등 다양한 사회 문제와 함께 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통합이 이뤄졌다. ━ 2016년 9월 총리 직속으로 미래투자회의 설치 올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일본 정부와 미래투자회의가 추진하는 성장전략은 크게 3부분으로 나뉜다. 4차 산업혁명과 노동, 그리고 지방이다. 세계가 움직이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의 도도한 흐름에 동참하고 일자리 문제를 해결하며 대도시에 비해 낙후한 지방 경제를 회복하는 일이다. 3가지 모두에 일본의 고질적인 문제인 ‘노령화’와 관련한 내용이 담겼다. 아베 총리는 미래투자회의에서 노령화 문제를 ‘국난’이라고 표현하면서 이를 내각의 핵심 과제로 지목했다. 그만큼 고령화와 여기에서 파생한 다양한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다.4차 산업혁명은 빅데이터·인공지능(AI)·무인 운송수단(자율주행자동차·드론·무인선박)·사물인터넷(IoT)·로봇공학·3D프린팅·나노기술 등을 바탕으로 한다. 이 분야에서 벌어지는 기술 혁신과 이를 통한 새로운 시장 개발, 인간 생활의 혁명적인 변화를 가리키는 말이다. 하지만 일본의 4차 산업혁명 세부 목표는 기술혁신으로 노동생산성을 향상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이끄는 기술을 일본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적극적으로 사용해 일본 경제와 사회를 동시에 새로운 일본식 4차혁명으로 이끌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우선 당뇨와 인지증(치매의 완곡 표현) 예방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미국이 암과 에이즈에 엄청난 연구개발(R&D) 투자를 한 덕분에 이 두 가지 질병 치료에 상당한 진전을 이룬 것처럼 일본 노령층의 최대 건강 문제가 되고 있는 당뇨와 인지증에 우선적으로 투자하는 한편, 이 분야에서 투자하거나 활동하는 민간을 지원하겠다는 이야기다.자동차와 관련한 내용이 많은 것도 특징이다. 노령층과 관련해 안전운전 지원과 자동차 한정의 새로운 면허 제도를 만들겠다는 대목도 있다. 전자는 인지증이나 신체 기능 저하 등으로 늘고 있는 노인층 자동차 사고를 줄이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다. 이를 위해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새로운 안전운전 기술 개발을 지원하거나, 노인들의 면허를 회수하고 노인 전용 별도 운전면허를 교부하는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장기적으로는 자율주행차를 제공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택시의 합승을 허용하고, 돈을 받고 자가용을 운행해주는 서비스를 안전하게 해주겠다는 내용도 담겼다. 일본의 기존 제도를 바탕으로 하면 가히 혁신적인 내용이다. 우버와 같은 자동차 공유 서비스를 허용하겠다는 뜻이다. 거대한 교통 데이터를 활용할 수도 있고 이를 다른 인터넷 기술과 연결해 다양한 서비스를 개발할 수도 있다. 대신 기존의 택시 기사와 업체들이 경제적으로 타격을 덜 입는 방안도 강구하겠다는 배려를 담았다. ━ 고령화 문제 중심에 두고 해법 모색 고용 문제는 노인 고용 문제를 중심으로 다루고 있다. 가장 핵심은 65세 이상의 노동자도 계속 일할 수 있도록 계속 고용연령을 높이는 방안이다. 이 방안은 아베 정부가 추진하는 고용개혁의 핵심이기도 하다. 현재의 일본 고령자고용안정법은 기업에 대해 정년 연장, 정년제 폐지, 정년 후 재고용 중 하나를 택해 65세까지 희망자 전원을 의무적으로 고용하게 하고 있다.이번 미래투자회의에선 이 ‘65세’라는 연령을 상향 조정한다는 원칙은 결정했지만 어느 정도로 높일 것인지, 기업에 강제로 하게 할지 여부 등은 다음에 논의를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현재 정년 연장자나 정년 후 재고용자는 정년 전보다 급여가 크게 주는 문제도 거론했다. 이 때문에 고령자고용안정법이 회사에 적만 유지하도록 강제할 뿐 급여 부분은 보장하지 않아 노년층 직원의 급여가 크게 깎이고 수입이 줄어 생활이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정년 연장자나 정년 후 재고용자 개인의 능력차 등을 감안해 적절한 노년층용 보수체계를 구축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 고용 사회의 변화를 예고하는 대목이다. 노년층 노동력이 일반화하고 이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는 사회를 이루겠다는 의지다. 일본 정부는 이와 함께 공적 연금 수급 시기를 70세 이후로 미루는 연금법 개정 방안도 논의하기로 했다. 정년 연장과 연금 수급 시기는 서로 맞물려있기 때문에 두 가지를 연결해서 동시에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에서다.미래투자회의는 고용 방식도 논의했다. 일본의 고용은 통상 신입사원을 한꺼번에 뽑아 퇴직 때까지 계속 근무하게 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제는 신입사원을 일괄적으로 뽑는 방법에서 탈피하고, 중도에 경력자를 대대적으로 채용하는 방식을 늘리도록 권장할 방침이다. 일본은 아베노믹스 실시 이후 경기가 좋아져 현재 일자리가 남아돌고 있다. 이에 따라 외국에서 인력을 구하고 있는 실정이라 일자리 마련보다 일자리의 구조, 채용 방식, 노인 고용 등에 개혁의 초점을 맞춘 것이 특징이다.지방 대책은 인구 감소가 이어지는 농촌 지역과 중소도시의 활성화와 지방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우선 지방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영통합을 유도하는 한편, 과거 적용을 면제했던 독점금지법을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지방 금융기관의 경쟁력을 높여 지방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하겠다는 내용이다. 눈에 띄는 것은 지방의 외국인 노동자 활용 촉진을 강조한다는 점이다. 일본의 노동시장에서 외국인은 이제 필수적인 요소가 됐으며 양질의 해외 인력이 일본 대도시뿐 아니라 중소도시와 농촌 등에서 고루 일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겠다는 점이다.일본 정부가 지방 활성화를 위해 지정하고 육성했던 중추·중핵 도시 기능을 더욱 강화한다는 대목도 있다. 중앙 정부가 지정만 하고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애초 목적을 달성하기 힘들다는 위기감이 엿보인다. 새로운 제도나 정책을 백화점식으로 나열해서 추가하지 않고, 기존의 제도가 제대로 적용되도록 하는 것부터 일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다. 인구 감소로 조만간 사라질 위험이 많은 촌락을 포한해서 인구 급감 지역을 활성화하는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내용도 있다. 농촌부터 시작되고 있는 인구 급감에 긴급한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한 셈이다.일본의 미래 문제를 본격적으로 다뤄온 미래투자회의는 이미 1년 4개월 전인 2017년 6월 ‘미래투자전략 2017-소사이어티(Society) 5.0의 실현을 향한 개혁’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일본 정부가 생각하는 일본의 문제점과 해결 방안, 이에 대한 해결 전략을 담았다. 이 보고서는 애초 아베노믹스를 구현할 목적으로 만들었던 일본 국가전략인 ‘일본재흥전략(2013년~2016년)’을 업그레이드한 것이다. 보고서는 과학기술 개발로 경제를 부흥하고 다시 이를 바탕으로 인구 노령화와 일자리 문제를 해결한다는 내용을 촘촘하게 담았다. ━ 경제 대국의 고민 눈여겨봐야 ‘커넥티드 인더스트리(Connected Industries)’ 부문에선 4차 산업혁명으로 일본 산업이 목표로 하는 미래상을 제시했다. 아울러 ‘소사이어티 5.0’의 전략도 상세하게 담았다. 건강수명 연장, 이동혁명 실현, 공급망 첨단화, 쾌적한 인프라 도시 만들기, 핀테크를 5대 신성장 전략으로 제시했다. 이 5대 신성장 전략 분야의 발전을 위해 정부가 나서서 데이터를 활용한 기반을 적극적으로 구축하기로 했다. 새로운 미래 기술을 관리하기 위해 ‘실증에 의한 정책형성’을 의미하는 ‘샌드박스(Sandbox)’형 규제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는 프로젝트 단위로 참가자나 시기를 한정해 실험 내용과 리스크를 설명한 후 참가자의 동의를 전제로 실험을 허용해주는 정책이다. 국가전략특구를 설치해 그곳에서 무인자동차 주행, 드론 비행 등 미래 기술의 실증실험을 실시하도록 해 규제와 신기술 실험의 조화를 꾀했다.일본 미래투자회의의 보고서나 발표 내용은 지난해와 비교해 좀 더 구체적이고, 더욱 긴박해진 내용을 담고 있다. 노령화와 인구 감소 와중에도 기술 개발에 투자하고 경제를 성장시켜야 하는 정부의 고민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세계적인 경제 대국이면서도 미래에 다가올 위기에 대응하는 방안을 열심히 고민하고 있는 정부 지도층의 자세를 눈여겨보지 않을 수 없다.

2018.10.14 01:44

7분 소요
아프리카 ‘철의 여인’

국제 이슈

내전과 에볼라 사태 극복한 엘런 존슨 설리프, 퇴임하면서도 70여 년만에 라이베리아의 첫 민주적 정권이양 이뤄내 아프리카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었던 엘런 존슨 설리프는 최근 라이베리아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마치면서도 2006년 처음 선출됐을 때와 마찬가지로 평화적인 정권교체의 새로운 선례를 남겼다. 지난 1월 22일 축구스타였던 조지 웨아가 그녀의 뒤를 이어 대통령에 취임하면서 라이베리아에선 1944년 이후 처음으로 민주적인 정권이양이 이뤄졌다.설리프 전 대통령은 헌법이 허용하는 한도인 두 차례의 임기를 마치면서 선거를 실시했다. 지난달 실시된 결선 투표에서 야당후보인 웨아는 현직 부통령이던 조셉 보아카이 후보를 쉽게 이기고 대통령에 선출됐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다. 집권여당이던 통합당은 보아카이 후보의 당선에 해로운 행위를 함으로써 당헌당규를 위반했다며 설리프를 출당시켰다(그러나 설리프는 그런 행위를 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아프리카 최초의 민선 여성 대통령이었던 설리프의 유산을 이해하려면 복잡한 현재의 상황을 넘어 그녀의 12년 재임 전체를 돌아봐야 한다. 설리프가 2006년 대통령에 취임했을 때 라이베리아는 17년간 내전에 시달린 상태였다. 집단 잔혹행위, 고삐 풀린 탐욕, 여성 인구의 70%가 조직적으로 시달린 성폭행, 흉악한 폭력을 저지르도록 소년병에게 마약을 먹이는 행위 등이 난무했다. 뉴욕타임스 기자 헬렌 쿠퍼가 저서 ‘여성 대통령 엘런 존슨 설리프의 특이한 여정(Madame President: The Extraordinary Journey of Ellen Johnson Sirleaf)’에서 지적했듯이 라이베리아는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나라가 됐다. 소말리아보다 더 잔혹하고, 이라크보다 더 치명적인 나라였다.여러 번 투옥되고 협박에 시달렸던 설리프는 망명생활을 하다가 귀국해 1997년 대선에 출마했다. 그러나 7년간의 내전을 주도해온 군벌 출신의 지도자 찰스 테일러가 투표조작을 통해 75.3%의 지지로 대통령이 됐다. 그녀는 반역죄 혐의로 다시 망명을 떠나야 했다. 설리프는 망명 동안 주로 금융부문에서 일했지만 테일러의 하야를 위해 세계은행과 유엔, 서아프리카 지도자들을 규합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2003년 라이베리아의 폭력이 정점에 이르렀다. 그해 7월의 한 주 동안 수도 몬로비아의 주민 약 600명이 수류탄과 기관총으로 무참히 학살당했다. 부모들은 학살당한 아이들의 훼손된 시신을 끌고 미국 대사관으로 갔다. 시장에서 상인으로 일하던 여성들이 뭉쳐 군인과 반군에 대항했다. 그들은 가나의 수도 아크라로 가서 라이베리아 내전종식을 위한 평화회담을 벌이는 서아프리카경제협력체 대표단에 새 정부 수립을 압박했다. 결국 테일러는 나이지리아로 도피했고 과도정부가 세워졌다.설리프가 과도정부의 수반이 되기를 원했고, 대표단의 다수도 그녀를 지지했다. 그러나 특별위원회는 투표를 거부하고 기업인 출신 기우드 브라이언트를 대통령으로 선임했다. 2005년 설리프는 다시 귀국해 대선에 출마했다. 그녀가 승리하리라고 믿은 사람은 거의 없었다. 외부 선거참관인들은 ‘철의 여인’(투옥 생활에서 살아남았다는 뜻)으로 불리는 설리프가 당연히 패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테일러를 몰아내는 데 일조한 시장 여성들의 힘이 다시 발휘되면서 예상을 뒤집고 설리프가 당선됐다.설리프가 승리한 뒤에도 많은 사람은 하버드대학에서 교육 받은 그녀가 글도 잘 모르는 군벌들이 많고 내전에서 전투원으로 싸운 인구가 많은 나라를 통치할 수 있을지 우려했다. 라이베리아는 오랜 내전을 치렀지만 여전히 분할된 국가였고, 제대로 기능하는 정부기관이나 인프라가 없었으며, 부채와 부패에 짓눌렸고, 여성과 어린이는 사회에서 완전히 무시당했다.평화와 안전을 회복하려면 정부와 법치의 근간을 다시 세워야 했다. 설리프와 시장 여성들은 여성이 열쇠라는 사실을 알았다. 그들의 강력한 연대를 구축해 국가를 바꾸고 화해와 지배구조 확립에 여성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입증했다.과거의 라이베리아는 조직적인 성폭행으로 고문실과 마찬가지였다. 반군과 군인, 평화유지군이 여성을 공격하고도 처벌 받지 않았다. 여성은 치안부문의 개혁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설리프는 최초로 여성을 경찰청장으로 임명했고 유엔은 여경부대를 평화유지 목적으로 라이베리아에 파견했다. 2016년이 되자 라이베리아의 경찰 중 여성이 17%에 이르렀다.설리프는 부패와 싸우고 국가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 많은 여성의 도움을 받았다. 그녀는 경찰청장만이 아니라 경제부와 상공부 장관 등의 주요 각료직에 여성을 임명했다. 설리프는 여성 교육을 지원하는 재단을 설립했다. 또 여성·평화·안전을 위한 ‘라이베리아 액션플랜’을 시행했고 회복과 재건, 지배구조 확립에 여성의 전면적인 참여를 위해 노력했다.그녀의 이런 노력과 설득으로 라이베리아는 국제사회로부터 막대한 부채를 탕감 받고 개발을 위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그 다음 10년 동안 라이베리아의 국내총생산(GDP)은 연간 7%씩 성장했다.그러다가 2013년 에볼라 바이러스가 창궐하면서 그녀가 구축했던 국민적 합의가 무너질 위험에 처했다. 설리프 정부가 에볼라 유행 지역 주민의 서로간 접촉을 금하고 망자를 매장하라고 권고했지만 그들은 말을 듣지 않았다. 그들은 에볼라가 없다고 주장하며 치료센터를 파괴하고 격리 조치에 반항했다. 병원은 환자를 거부했다. 전쟁 수준의 공황이 다시 시작됐다.설리프가 그토록 어렵게 재건한 라이베리아의 인프라가 흔들렸다. 그녀의 정책은 반발을 샀다. 정치적인 비판자들이 그녀를 공격했다. 그러나 과학자들이 라이베리아인 140만 명이 사망할 것으로 예측하면서 절박해진 라이베리아 국민은 결국 설리프 대통령을 지지했다.설리프는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고 영국 BBC 방송을 통해 세계인에게 도움을 청했다. 그녀의 요청은 구체적이었다. 라이베리아가 에볼라를 퇴치하는 데 얼마나 많은 병원과 공중보건 전문가, 군인이 필요한지 밝혔다. 설리프가 2011년 내전 종식의 공로로 노벨평화상을 받았다는 사실이 큰 도움이 됐다. 특히 미국과 중국이 대대적인 지원에 나섰다. 그로써 에볼라가 퇴치됐고 투자자들도 돌아왔다.물론 설리프가 해결하지 못한 문제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인구의 절반 이상이 빈곤선 아래서 살아간다. 부패와 족벌주의가 횡행한다. 여성의 정치 참여가 아직 크게 부족하며, 가정폭력 관련 법도 아직 제정되지 않았다. 그러나 지도자가 평화롭게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권력을 이양한 역사가 없는 아프리카 대륙에서 설리프가 단연 돋보인다.그녀와 라이베리아 여성은 자신들의 허약한 국가를 변화시켰다. 설리프는 여성과 어린이를 정책의 우선으로 삼은 첫 라이베리아 대통령이었다. 이제 임기를 마치면서 그녀는 다시 한번 모범적인 선례를 남겼다.- 알리다 블랙, 멀랜 버비어※

2018.02.11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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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널리즘과 IT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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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만이 보수와 진보 아우르는 폭넓은 시장에 호소력을 갖고 신뢰도가 높은 매체의 사업모델 창조할 수 있어 IT 기업가들은 걸핏하면 돈엔 별 관심이 없으며 단지 더 나은 세상을 만들고 싶을 뿐이라고 말한다.그게 진심이라면 ‘내가 응가했던 곳(Places I’ve Pooped, 개인적 응가의 발자취를 만들고 그 역사를 기록할수 있는 앱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공유를 지원한다)’ 같은 또 다른 기이한 앱을 제작하기보다 진짜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길이 있다.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폭넓은 시장에 호소력을 갖고, 믿을 만하며 객관적인 저널리즘의 뛰어난 사업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미국 사회 분열의 깊은 골을 메우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가장 심오한 방법이 아닐까? 옛 영화 ‘닥터 지바고’에 나오는 러시아 혁명의 장면처럼 우리를 ‘그 무엇’으로부터 구할 수 있는 방법 말이다.지금 트럼프의 백악관에서 말하듯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사실과 이해의 다문화적 바탕이 없다는 것이 미국의 가장 큰 문제다. 미국은 널리 신망 받는 언론 없이는 제대로 기능할 수 없다.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미국이 특히 그렇다. ‘대안적 사실(alternative facts, 보는 각도와 인용하는 데이터에 따라 충분히 다른 주장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과 ‘개와 고양이’보다 더 상극인 두 개의 정치 거품이 미국에 생긴 것도 신뢰도 높은 저널리즘이 죽었기 때문이다.언제나 든든하고 객관적이며 진실된 저널리즘은 처참한 21세기를 만나 완전히 망가졌다. 예전엔 저널리즘이 상당히 괜찮은 사업이었다. 인터넷이 나오기 전 약 100년 동안은 뉴스 매체를 만드는 데 비용이 많이 들었다. 인쇄기나 라디오·TV 방송국을 소유해야 했다. 그에 따라 자금력 있는 소수의 매체가 폭넓은 대중에게 뉴스를 서비스했다. 예를 들어 미국 전역에 전파를 내보낸 공중파 TV 네트워크 4개가 있었고, 대다수 도시엔 신문이 한두 개 발행됐다. 따라서 언론 기업으로선 정치적 이념과 당파를 초월하는 것이 ‘스마트’한 사업 결정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절반의 고객을 잃을 수밖에 없었다. 뉴스 매체는 그처럼 좌우 전체를 아우르는 대중 시장을 겨냥함으로써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그러다가 케이블 TV가 나오고 나중엔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그 공식이 완전히 바뀌었다. 뉴스 매체를 만드는데 비용이 훨씬 적게 들었다. 그에 따라 매체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시장이 좁게 쪼개졌다. 그런 상황에서 경쟁하려면 열렬하고 비좁은 특정 시장의 편견에 부합하는 것이 ‘스마트’한 사업 결정이 됐다. 거기서 생겨난 것이 극우 방송 폭스 뉴스와 현 스티브 배넌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만든 극우 온라인 매체 브레이트바트 같은 언론이다. 지난 한 해 동안 SNS가 그 전략에 로켓 추진기를 달아줬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에서 각종 소음을 뚫고 나가려면 최대한 선동적이고 편파적이라야 했다.폭넓은 기반을 갖고 편향되지 않은 저널리즘의 사업모델은 보기 좋게 사타구니를 걷어채였다. 신문사와 잡지사에선 광고주가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주가가 급락했다. 지금 뉴욕타임스의 주가는 2002년 정점 시세의 ‘반의 반’으로 떨어졌다. 여론·시장 조사기관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2014년 미국의 인쇄와 온라인 매체 기업이 고용한 언론인은 그로부터 20년 전보다 2만 명이 줄었다. 상황은 나아지긴커녕 점점 더 각박해진다. 퓨 리서치 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에서 매각되거나 대대적인 감원을 실시한 인쇄 매체가 400곳이었다. 그런데도 언론인은 경제적 희생자가 되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른다는 비난을 받으니 이런 모순이 어디 있는가? 언제쯤 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신문사에 문을 닫지 말라고 요구할까? TV에선 CNN과 폭스 등의 뉴스 네트워크가 그런대로 잘 버텨나가는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에 무엇을 어떻게 할지 기대하는 마음으로, 또는 두려움에 가슴 조이며 지켜보는 시청자들 덕분이다. 하지만 예를 들어 지금의 CNN은 예전처럼 테드 터너 회장의 잘 나가던 독립 회사가 더는 아니다. 현재 CNN은 타임워너의 한 사업 부문으로 수익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따라서 심층보도나 사려 깊은 분석 대신 좌-우로 나뉘어 열띤 논쟁을 벌이는 패널 토론 같은 싸구려 프로그램을 내보낸다.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서다. 거의 모든 TV 뉴스 방송은 그와 비슷하게 모기업의 수익성 개선 압력에 시달린다. 게다가 케이블 TV 가입을 해지하고 페이스북이나 스냅챗의 뉴스피드를 통해 뉴스를 받아보는 소비자가 많아지면서 TV도 인쇄 매체의 운명을 따를 수밖에 없을 듯하다.그런 경제적 상황이 주류 저널리즘에 심한 타격을 입혔다. 경비를 절감한답시고 더 적은 인원이 더 많은 일을 해내야 하니 언론인이 어떻게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기자들이 인쇄 매체와 비디오, 온라인 매체에 정신 없이 콘텐트를 제공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지난해 가을 갤럽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에서 주류 언론을 신뢰하는 비율이 대중의 경우 32%였고, 공화당원의 경우엔 14%에 불과했다. 수익이 줄어드는 경제적인 현실과 양극화의 참혹한 역학으로 인해 중도 노선을 걷는 저널리즘은 고객층이 갈수록 옅어지는 한편, 좌익과 우익 어느 한쪽의 편견을 부추기는 매체에 더 많은 고객이 몰린다. 그러니 서로 대화가 되지 않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언론의 역할은 대중의 옹호자가 되는 것이다. 일반인이 할 수 없는 질문을 하고, 실제로 일어나는 일의 진상을 파헤치고,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명확하게 진실을 전하는 것이다. 본질적으로 바람직한 저널리즘은 중요한 문제에 관해 서로 대화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하는 것이다.그러나 지금 미국의 저널리즘이 다시 그 수준을 회복하려면 더 나은 사업적 발판과 새로운 사고방식이 필요하다. 바로 여기서 IT가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자마자 행정명령을 쏟아내며 대혼란을 일으키자 IT 업체의 창업자와 CEO(다수는 1세대나 2세대 이민자)들은 업계 지도자에게서 잘 볼 수 없는 방식으로 목청을 높였다. 특히 이슬람 7개국 국적자와 난민의 미국 입국을 각각 90일간, 120일간 중단한다는 이민 규제 행정명령이 표적이 됐다. 구글의 공동창업자 세르게이 브린은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벌어진 이민 규제 행정명령 반대 시위에 참가했다. 애플의 CEO 팀 쿡은 “그런 행정명령은 우리가 지지하는 정책이 아니다”고 반발했다.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너무도 비미국적인 조치여서 우리 모두에게 고통을 준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사회의 모든 부문을 개조하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그들이 IT 기업가로서 영화, 지도, 택시 등 수많은 사업을 바꿔 놓은 것처럼 우리는 그들에게 주류 미디어 산업을 맡아달라고 적극 장려할 필요가 있다. 언론과 미디어라는 중요한 산업에 자금과 재능, 그리고 21세기 사고방식을 효과적으로 주입시켜줄 수 있는 그들이기 때문이다.쿡 CEO가 이끄는 애플은 2370억 달러라는 막대한 자본을 현금으로 보유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현 시점부터 예를 들어 화성에 첫 지국을 개설할 때까지 일류 저널리즘을 만들어 판매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에 얼마든지 독자적으로 투자할 수 있다. 페이스북은 이미 뉴스피드로 강력한 저널리즘이 되고 있다. 따라서 마크 저커버그 CEO는 거기에 집중 투자해 ‘가짜 뉴스’가 없는 이상적인 저널리즘을 만들어갈 수 있는 입장이다. 구글의 브린과 래리 페이지 공동창업자도 마찬가지다.수익성 높은 저널리즘은 허구가 아니다. 아마존의 CEO 제프 베조스는 2013년 2억5000만 달러를 투자해 워싱턴포스트 신문을 인수했고, 지난 한 해 동안만 5000만 달러를 신문사 운영에 투자했다. 그 정도 투자는 기존 저널리즘 세계에선 노숙자가 로또에 당첨되는 것과 같아 보이지만 개인 자산이 700억 달러에 이르는 베조스 CEO에겐 예금계좌에 입금되는 일주일치 이자에 불과할지 모른다.그러나 돈은 큰 그림의 일부분일 뿐이다. 베조스 CEO는 IT 엔지니어 팀을 투입해 워싱턴포스트의 앱과 웹사이트를 완전히 뜯어고치고 기업문화를 ‘미디어와 기술회사’로 바꿔놓았다. 워싱턴포스트는 정기구독 확장에서 기록을 세우며 기자 60명을 추가로 고용하는 중이다. 수익성이 있다는 얘기다. 광고주도 성실한 이미지와 연관되기를 좋아한다. 대중시장 판촉 전문가들은 폭넓은 중도 노선의 사람들에게 도달하기를 원한다. 그들에겐 ‘가짜 뉴스’와 엮이는 건 위험한 일이다.인터넷 시대의 첫 22년 동안 우리가 뼈아픈 경험을 통해 교훈을 얻었듯이 무한한 표현의 자유를 가진 언론은 그 자체로선 우리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 신뢰성이 없으면 소음, 아니 편파적이고 왜곡된 선동에 불과하다. 지금의 IT 시대엔 언론의 신뢰도를 회복할 수 있는 새로운 사업모델이 절실히 필요하다.IT 업계에서 가장 스마트하고 영향력이 큰 사람들은 자신의 엄청난 성공을 안정되고 번창하는 미국의 덕분으로 돌린다. 지금 우리에게 너무도 절박한 저널리즘의 개조야말로 그들이 그 은혜를 갚을 수 있는 멋진 방법이다.-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2017.03.05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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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가항공이 환경 오염시킨다

항공

전체 탄소 배출에서 항공 연료의 연소 약 2.5%… 저가항공 등장으로 기존 여행객도 이전보다 비행기 더 많이 타면서 기후변화에는 관심 없어 겨울철의 우울함에서 벗어나 태양이 따스하게 비추는 곳으로 탈출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다고? 그러기 위해선 비행기 여행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휴가 계획에 찬물을 끼얹어 미안하지만 기후의 관점에서 보면 그런 여행은 문제가 많다.첫째, 항공 분야는 기본적으로 화석연료 산업이다. 전 세계에서 매일 석유 500만 배럴이 항공 연료로 소모된다. 항공 연료의 연소가 전체 탄소 배출에서 약 2.5%를 차지한다. 다른 부문의 탄소 배출이 점차 줄어들면서 2050년이 되면 그 비율이 22%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둘째, 말레이시아 국적의 아시아 최대 저가항공사 에어아시아가 선전하는 대로 ‘지금은 누구나 항공 여행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게다가 저가항공 시대가 되면서 기존의 여행객도 이전보다 비행기를 더 많이 탄다. 이런 기존과 신규 여행객의 수요 증가로 인해 운항하는 여객기 수가 2035년이면 두 배로 늘어날 전망이다.셋째 문제는 좀 더 환경친화적인 대안(석탄 대신 태양력, 전등 대신 LED 등)이 있는 다른 부문과는 대조적으로 항공산업에선 ‘지저분한’ 등유를 대량으로 태우지 않고는 매일 800만 명의 전 세계 여행객을 움직일 방법이 현재로선 없다는 사실이다. 물론 비행기의 연료효율성은 갈수록 높아지지만 막대한 수요 증가를 상쇄할 정도로 속도가 빠르진 않다. 전기비행기 개발은 앞으로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 배터리가 같은 무게의 항공 연료만큼 에너지를 공급할 수 있으려면 아직 멀었다.이처럼 항공 여행에 문제가 많은 데도 아주 희한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사실 항공 여행만큼 개별적인 탄소 배출 수준이 높고 빨리 증가하는 인간의 다른 활동은 없지만 우리 대다수는 비행기의 탄소 배출 기여도를 대수롭지 않게 생각한다.자동차와 가전제품, 심지어 주택에도 에너지 효율성 공지가 의무적인 나라가 많지만 항공 여행은 탄소 발자국이 다른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훨씬 큰데도 대부분 잘 드러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유럽-호주 왕복 비행은 탄소 약 4.5t을 배출한다. 자동차로 2000㎞ 이상 달려도 배출량이 그처럼 많지는 않다. 세계적으로 항공 여행에 따른 일인당 연간 평균 탄소 배출량은 약 1t이다.여러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자신의 항공 여행이 기후변화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거의 모른다. 그 이유를 짐작하긴 어렵지 않다. 항공사 웹사이트를 살펴보면 환경 영향에 관한 언급은 거의 없다. 환경단체도 이 문제에 관해선 대개 조용하다. 환경단체의 간부들이 국제회의에 참석하느라 비행기로 전 세계를 누비는 상황에서 회원에게 항공 여행을 줄이라고 ‘설교’하면 위선이라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인 듯하다.정치 지도자들도 비행기를 자주 타는 유권자들에게 훈계하기를 꺼린다. 2005년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는 “선거를 앞두고 값싼 항공 여행을 자제하라고 주장할 수 있는 정치인이 얼마나 되느냐?”고 반문했다. 1명도 없다는 뜻이다. 정계의 전략은 그 문제를 항공사들에 맡겨 두고 그냥 잘 되기만 바라는 것인 듯하다.항공산업은 정치인에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유럽연합(EU) 탈퇴 후 미래 경제성장 무대를 찾기 어려운 영국에서도 항공산업만큼은 연간 4~5% 성장을 지속할 전망이다. 현재 항공사의 가장 큰 문제는 세계의 번잡한 주요 공항에서 비행기를 대놓을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다. 항공사는 ‘공항을 지으면 손님은 저절로 몰려온다’는 메시지로 정치인을 유혹한다.공항으로 여행객이 몰리는 주된 이유는 항공 요금이 인위적으로 낮게 유지되기 때문이다. 그에 비하면 기차와 자동차 여행은 훨씬 더 비싸다. 소위 ‘시카고 협약’ 덕분이다. 항공산업 규모가 지금보다 훨씬 작았던 1944년 체결된 이 국제 민간항공 협약은 국제 비행에 연료세와 부가가치세 부과를 금한다. 다른 운송 형태의 세금은 1944년 이래 크게 올랐지만 이 협약 덕분에 항공산업은 거의 세금의 영향을 받지 않았다. 게다가 1990년 이래 상황은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저가항공사의 등장으로 비용이 절감되면서 항공 요금은 더 낮아졌다.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해운과 마찬가지로 항공산업도 특별 지위를 부여 받아 교토·파리 기후변화협약에서 제외되면서 대신 자체적인 해결책 모색이라는 과제를 받았다. 유엔 산하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오랜 지체 끝에 지난해 드디어 항공기의 탄소 배출 문제를 다루는 조치를 제시했다. 시장에 기반한 메커니즘인 ‘국제 항공산업의 탄소 상쇄·감축 계획(CORSIA)’이다. CORSIA에 따르면 세계 각국의 항공사는 탄소배출량을 할당 받는다. 그 양을 초과하면 다른 부문에서 그 양에 해당하는 배출권을 구입해야 한다. 그러나 이 계획은 전혀 엄격하지 않다. 게다가 10년 뒤에나 발효될 예정이며 탄소세와 달리 수요 억제 효과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이처럼 항공산업의 환경 영향을 규제하는 것은 아주 복잡한 문제다. 풀기 어려운 문제에선 무시와 무대책이 가장 쉬운 반응이다. 그러나 항공산업이 갈수록 적어지는 탄소배출 감축 재량권을 더 많이 집어삼키기 전에 우리가 행동을 취할 필요가 있다. 항공 여행 횟수를 줄이고, 불가피한 여행에선 탄소 배출 상쇄권을 구입하며, 항공산업이 무한 성장하도록 허용하는 논리에 의문을 제기해야 한다. 휴가 계획을 세울 때 탄소 영향에 관해 알아보기 위해 탄소 계산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우리가 항공산업의 탄소 배출에 관해 ‘모르는 게 약’이라고 생각한다면 항공사와 정부가 나설 가능성은 더욱 희박해진다. 그렇지 않고 정부가 항공 여행에 글로벌 탄소세를 부과하고자 한다면 저가 비행을 권리로 생각하는 시민을 정치인들이 설득해야 할 것이다.- 로저 타이어스

2017.02.20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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