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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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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호수_1668호(20230109)[20] 투자업계 리더 12명이 답했다…‘당근마켓’ 닮아야 스타트업 생존 가능

스타트업

2023년 투자를 집중할 사업 분야는 “정보통신기술(ICT) 서비스와 바이오·의료 영역.”2023년 가장 중요한 투자 집행 기준은 “수익 확보가 가능한 사업 모델(BM) 구축 역량.”스타트업 시장에서 곡소리가 끊이지 않는다. 세계 경제 불황에 따른 투자 시장 위축 탓이다. 그런데도 ‘투자받을 곳’엔 여전히 뭉칫돈이 몰린다. 그 기준이 궁금했다. 또 ‘투자 혹한기’로 요약되는 현 상황을 현장에선 어떻게 느끼는지, 매섭게 몰아치는 칼바람은 언제쯤 끝이 날지도 물었다.<이코노미스트>는 벤처캐피털(VC) 대표·주요 투자 심사역 등 12명의 투자업계 리더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진행했다. 이들은 스타트업에 투자가 이뤄지는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 중인 전문가다. VC에 따라 별로 선호하는 투자 시점·자금모집(펀드레이징) 방식 등 분명한 차이를 보이지만, 몇 가지 지점에선 공통된 반응을 보였다.이들이 꼽은 2023년 생존·성장 조건은 ‘ICT 서비스 분야에서 확실한 수익 모델을 갖춘 스타트업’으로 압축된다. 2023년 상반기까지 확실하게 이어질 투자 위축 기조에서도 디지털 역량을 갖춘 기업은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 올해 크게 성장할 기업으론 ‘당근마켓’이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다.송은강 캡스톤파트너스 대표는 “창업자가 세상을 바꿀 영향력이 있는지가 투자 향방을 가를 것이라는 점은 동일하다”면서도 “투자 시장은 현금 유동성(Cash Flow)이 손익분기점(BEP)에 근접하고 있는 곳을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2022년 가장 어려움을 겪은 스타트업 사업 분야는 ‘유통·서비스’로 조사됐다. 투자 위축으로 인한 스타트업 생태계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민간 출자 문제 완화 ▶성장금융·모태펀드(정부가 중소·벤처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VC에 출자하는 방식) 확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제도 활성화 ▶인수합병(M&A) 규제 완화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자금모집 어렵다…상반기까진 시장 위축 지속”12명의 투자업계 리더들은 “자금모집이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 현장에서 느끼는 펀드레이징이 ‘활발하다’라거나 ‘큰 변화 없이 평년과 비슷하다’고 답한 이는 단 한 명도 없다. 8명은 ‘어렵다’고 답했고, 4명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진단했다.이들이 투자 시장에서 느낀 이 같은 분위기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기술기업·스타트업 전문 시장조사기관 CB 인사이츠(CB Insights)에 따르면 2022년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세계 벤처투자액은 1420억 달러(약 180조6240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5% 상승했다. 그러나 2022년 2분기엔 투자 규모가 1130억 달러(약 143조7360억원)로 줄었고, 3분기엔 750억 달러(약 95조4000억원)로 급감했다. 2022년 3분기의 경우 전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54%나 감소했다.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주요국 금리 인상·미-중 패권 경쟁 등으로 인해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자, 투자 시장 역시 빠르게 얼어붙었다. 세계 경제 침체 여파는 국내 시장이라고 비껴가지 않았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22년 3분기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1조252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40% 줄었다. 12명의 투자업계 리더들은 이 같은 기조가 2023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상반기 내 반등이 이뤄질 수 있으리라고 본 이는 없다. 하반기까지 시장 위축이 진행될 수 있다고 응답한 전문가도 4명이나 됐다. 8명은 ‘하반기 반등’을 점쳤다.정부도 이들과 비슷한 관점으로 시장 흐름을 전망했다. 정부는 지난 2022년 12월 21일 범부처로 발표한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세계 경제는 가파른 금리 인상 영향에 따른 내수 부진·제조업 경기 및 교역 위축 등으로 성장세가 크게 약화될 것”이라며 “중국 부동산 경기와 같은 경제 불확실성이 존재하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신흥국 부채위험 등 하방 리스크(위험)가 상존하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세계 경제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국내 경제 역시 “상반기에는 잠재 수준을 하회하는 성장세가 예상되며, 하반기로 갈수록 대외여건 개선 등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망했다.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고려, 이례적으로 2023년 경제성장률(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를 1.6%로 잡았다. 한국이 2%를 밑도는 성장률은 보인 시기는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가 닥친 1998년(-5.1%)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0.8%)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0.7%) 정도다. 정부가 이번 세계 경제 위축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를 얼마나 심각하게 보고 있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대목이다.데스밸리 넘은 스타트업도 ‘위기’…“유통 분야 위축 심화”최근 6개월간 뚜렷하게 나타난 투자 시장 위축이 2023년 상반기까지 유지·악화가 확실시되면서 스타트업계에는 비상이 걸렸다. 이 기간 경제 위축의 칼바람을 정면으로 맞이한 스타트업들은 사업 축소·권고사직·매각 등을 진행하고 있다.경영난은 초기 스타트업은 물론 ‘데스밸리’를 넘은 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스타트업 데스밸리는 사업 안착까지 걸리는 3~5년의 기간을 말한다. 이 기간 사업 가능성을 시장에서 입증해야 사업 확장에 필요한 자금을 투자 유치 등을 통해 마련할 수 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5년 차 스타트업의 생존율은 29.2%에 그친다.업력이 짧을수록 투자 의존도가 높다. 이들이 넘어야 할 데스밸리 문턱이 투자 위축으로 더욱 높아졌단 분석이 나온다. 시장에 안착한 스타트업 역시 외연 확장에 따른 비용을 충당할 수 있는 길이 막히며 경영난도 심화하는 추세다.투자 전문가들은 2022년도에 유통·서비스 분야에서 스타트업 경영난이 특히 두드러졌다고 분석했다. ‘투자한 스타트업 분야 중 예상보다 성적이 좋지 않았던 업종’을 묻는 말에 6명이 유통·서비스를 골랐다. 이와 함께 ICT 서비스(5명)와 바이오·의료(4명)도 높은 선택을 받았다.이는 ICT 기반의 유통 서비스로 ‘간판급 스타트업’이 몰락한 사례가 최근 두드러지게 나타난 데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특화 배송 서비스로 시장의 주목을 받은 스타트업 ▶정육각 ▶오늘식탁 ▶얌테이블 등에서 지난해 권고사직·사업축소 등이 진행됐다. 컬리의 경우 최근 기업공개(IPO) 연기를 결정하기도 했다.유통 분야뿐 아니라 스타트업계 전반에서 나타난 경영 악화 현상으로 올해 ‘헐값 매각’이 많이 나타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블록체인 생태계 전문 투자사인 해시드(Hashed) 소속 파트너는 “수익성 없이 투자금에 의존하는 회사들 사이에서 파산·M&A 사례는 물론 대규모 구조조정도 나타날 것으로 생각한다. 창업자·개발자들의 상처 없이 이뤄져야 스타트업 생태계가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이 가능하다”고 정부·VC의 세심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를 설명했다.투자 전문가들은 이 같은 스타트업 생태계 위축을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봤다. 김학윤 가이아벤처파트너스 대표는 “투자 시장이 어려운 상황이라 모태펀드 예산 증액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스타트업 민간 투자를 활성화하려면, 1차 시드를 모태가 출자한 펀드를 통해 유치하고 이후 투자를 민간에서 담당하는 게 스타트업 입장에서 유리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올해 모태펀드 예산을 지난해 대비 40% 줄인 3135억원으로 책정했는데, 이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가능성’에서 ‘수익성’으로…투자 기조 변화경제 불황은 투자 기조 변화로도 이어졌다. 투자 시장은 2021년부터 2022년 상반기까지 활황을 보였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소비 위축을 타파하기 위해 각국 정부가 유동성을 증가한 데 따른 영향이다. 스타트업 역시 이 시기 ‘가능성’만 입증하면 대규모 투자 유치가 가능했다. 예상보다 높은 시리즈 투자 성료나 IPO ‘대박’ 사례도 이어졌다.이 같은 기조가 투자 혹한기에 따라 최근 급격하게 변화하는 추세다. 출자자들의 지갑이 닫혔고, 투자 심사는 강화됐다. 변화의 핵심 키워드는 단연 ‘BM’이다. 12명의 투자업계 리더들은 ‘2023년 투자 집행에 가장 중요한 기준’을 묻는 말에 다양한 답변을 내놨지만, 수익성만큼은 공통 요소로 꼽았다.장원열 카카오벤처스 수석심사역은 ‘팀의 펀딩 능력과 BM 설계 등 사업 역량’을, 김영덕 은행권청년창업재단 디캠프 대표도 ‘큰 수익 모델 가능성’을 주요 기준으로 선정했다. 권오형 퓨처플레이 대표도 실행·기술력을 기반으로 한 팀의 차별성과 함께 ‘탄탄한 BM’을, 이용관 블루포인트파트너스 대표 역시 ‘자본조달 능력·딥테크·기업가 정신’을 평가 기준으로 삼았다.이택경 매쉬업엔젤스 대표파트너는 “후속 투자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 아무래도 예전보다 좀 더 빠르게 실적이 날 수 있는 곳을 선호하게 되는 것 같다”며 “명확한 BM과 기본 가설이 어느 정도 검증된 스타트업에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해시드 파트너도 “투자 시장이 매우 보수적으로 변하고 고금리가 장기간 지속될 것으로 고려, 자체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현금흐름 창출 능력을 2023년 투자 기준으로 삼을 것”이라며 “조직을 타이트하게 운영할 수 있는 능력과 시장 수요를 잡아내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비즈니스 역량이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12명의 투자업계 리더들은 이와 함께 ICT 서비스 분야에 관심을 나타냈다. 2023년도 투자 집중 분야로 8명이 ICT 서비스를 선택했다. 또 ▶바이오·의료(5명) ▶콘텐츠(3명) ▶전기·전자·장비(3명) 업종에서 투자 기회를 찾는 것으로 조사됐다.ICT 분야는 비대면 문화 확산과 디지털 전환 등에 따라 성장성이 담보된 영역으로 꼽힌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세계 IT 서비스 시장은 2019년 1조400억 달러(약 1319조원)에서 2024년 1조3010억 달러(약 1650조원)로 25.1% 성장이 전망된다. 소프트웨어(SW) 시장 규모 역시 같은 기간 4770억 달러(약 605조원)에서 6960억 달러(약 883조원)로 45.9%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ICT·BM 기준 충족한 ‘당근마켓’ 주목중소벤처기업부가 2022년 상반기 선정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거대신생(유니콘) 기업 중 당근마켓이 투자 전문가가 꼽은 ‘2023년 가장 성장이 기대되는 기업’으로 선정됐다. 설문 참여자 절반이 당근마켓 성장성에 관심을 나타냈다. 무신사(4명)·야놀자(3명)도 많은 선택을 받았다.당근마켓은 투자 선호 분야로 꼽힌 ICT 영역에서 탄탄한 BM을 갖춰가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당근마켓이 아직 흑자를 올리고 있진 않지만, 플랫폼 안착에 따른 수익 개선이 올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온라인 채널 강화를 추진 중인 무신사와 IT 솔루션 사업에 진출한 야놀자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선택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당근마켓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의 2021년 매출은 257억원으로, 2020년 118억원에서 2배 이상 성장했다. 2021년 기준 당기순손실이 364억원을 기록했지만, 주요 수익 모델인 ‘지역 광고’가 올해 크게 성장할 신호를 보이고 있다.당근마켓의 연말 결산 데이터에 따르면 2022년에만 1억64000만번의 거래가 플랫폼을 통해 이뤄졌다. 2022년 12월 기준 당근마켓 누적 가입자 수는 3200만명에 달한다. 1년간 1000만명의 회원을 추가로 확보하는 성과를 썼다. 이용자 증가는 광고 수익 확대의 주요 요소로 꼽힌다.

2023.01.09 10:00

8분 소요
K콘텐츠로 경제 한파 극복하겠다는 정부, 산업 이해도 낮아 [신성장 4.0 전략 동상이몽①]

IT 일반

경제성장률 1.6%. 정부는 ‘2023년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시장 한파를 예고했다. 특히 한국 경제 버팀목인 수출은 반도체 업황 악화 등의 이유로 2022년 대비 4.5%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정부는 이 같은 전망과 함께 경제 활성화 방안도 공개했다. ‘신성장 4.0전략’을 통해 경제 악화의 영향을 최대한 줄이겠단 취지다. 가파른 성장을 보인 콘텐츠·플랫폼 등의 정보기술(IT) 산업을 지원, 불황의 여파를 최소화하겠다는 게 핵심 골자다. 그러나 지원 분야에 꼽힌 분야 기업 관계자들은 환영보단 되레 난감하단 입장을 표하고 있다. 줄곧 주장해온 실질적 지원은 정책에 포함하지 않았으면서 ‘성과를 내라’는 식의 부담만 높아졌다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더욱이 정부가 콘텐츠 산업을 진흥 분야로 꼽았지만, 해당 분야 수출의 약 70%를 담당하는 게임은 언급하지도 않았다. 정부와 업계의 ‘동상이몽’을 분석한다. “뭘 지원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콘텐츠업계 관계자가 최근 범부처로 발표된 ‘2023년 경제정책방향’과 ‘신성장 4.0전략’을 보고 내린 평가다. 지원 정책에서 늘 외면받았던 콘텐츠 분야가 성장 동력의 중심축 중 하나로 꼽혔으나, 되레 실망감만 커졌다고 했다. 또 이번에 담긴 지원 방안 대다수가 이미 나왔던 내용이라 신규로 추진되는 사업이 적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했다. 콘텐츠 제작·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 전반에 이 같은 분위기가 형성된 데에는 맥락이 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세계 시장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K콘텐츠를 민간 중심으로 육성하겠다고 공언해왔다. 관련 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을 통해 지원 방향을 마련하고, 규제 역시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정부가 그간 내놓은 정책들로는 실질적 지원이 어렵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평가다. 이번 경제정책방향·신성장 전략에 담긴 콘텐츠 산업 육성 방안 역시 그 실효성에 대해 의문을 표하는 분위기가 관측된다. 콘텐츠제작사 관계자는 “정부가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낮고 기업들이 마주한 문제에 대한 고민 없는 상태에서 지원 정책을 마련했단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꼬집었다. ━ 정부 “콘텐츠가 미래 산업” 윤석열 정부는 그간 콘텐츠 산업 진흥 기조에 맞춰 다양한 정책을 내놨다.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 공제 대상에 OTT 기업을 추가하는 정책은 2023년부터 시행된다. 또 그간 법적 정의가 없어 각종 지원에서 제외된 OTT를 2022년 5월 ‘특수한 유형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정의하며 제도에 안착시키기도 했다. 이번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도 이 같은 기조가 담겼다. 정부는 수출 규모 축소에 대응해 5대 분야를 중심으로 지원체계를 정비, 활성화를 이루겠단 청사진을 그렸다. 해당 분야엔 그간 강세를 보인 반도체·건설 분야와 함께 콘텐츠·디지털·바이오·우주 등이 꼽혔다. 콘텐츠 산업의 위상을 정부가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신성장 4.0전략을 통해서도 정부는 “전통적 수출산업 외 콘텐츠·방위 산업 등 글로벌 경쟁력 확보가 가능한 분야를 신규 수출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겠다”고 했다. 콘텐츠 분야 수출 규모는 2017년 88억1000만달러(약 11조1670억원) 수준에서 2020년 119억2000만(약 15조1026억원)로 빠르게 성장했다. 이미 가전(73억달러)·디스플레이 패널(41억달러)보다 비중이 크다. 특히 최근에는 오징어게임·기생충·헤어질 결심·브로커 등이 국제 영화제에서 시상하는 등의 성과도 나와 해외 시장 공략이 가속되고 있는 추세다. 정부는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 신성장 전략에 ‘한국의 디즈니 육성’ 방안을 포함했다. 콘텐츠 산업의 핵심인 지식재산권(IP) 기업을 육성하는 게 핵심이다. 이를 위해 15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신설한다. 제작 인프라 영역에서도 IP 융복합 클러스터를 경기도 고양시에 2024년까지 마련할 계획이다. 확장현실(XR)·메타버스 등 차세대 콘텐츠 선도 기술 개발도 2023년부터 지원한다. OTT의 해외 시장 공략 지원 방안으론 자체 등급 분류 제도 도입을 꼽았다. 정부는 “세계 최고 기술·인프라를 기반으로 ‘글로벌 히트(hit)’ 콘텐츠 제작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 업계 “산업 이해 떨어지는 ‘반쪽’ 지원” 정부가 이 같은 다양한 지원 제도를 내놨으나 콘텐츠 제작·OTT 업계에선 “아쉽다”는 반응이다. 해당 정책들로는 실질적 지원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견해에서다. 대표적인 사례로 세제 지원 방안이 꼽힌다. 정부는 일몰 대상이었던 영상 콘텐츠 세액 공제 방안을 3년 연장하면서, 지원 대상에 OTT 기업을 포함시켰다. 그러나 세액 공제율은 기존 시행 방안 그대로 ▶대기업 3% ▶중견기업 7% ▶중소기업 10%로 확정됐다. 한국드라마제작사협회·한국방송채널진흥협회·한국방송협회·한국애니메이션산업협회·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은 해당 제도의 시행이 확정된 뒤 “세법 개정안에 업계는 깊은 회의감과 실망감을 감출 길이 없다”며 “국내 콘텐츠 사업자들이 보다 공정한 위치에서 해외 사업자와 경쟁할 수 있도록 현행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제도 개선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국내 콘텐츠 제작사들이 높아진 제작비를 감당할 수 없어 글로벌 자본에 대해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대기업 10% ▶중견기업 15% ▶중소기업 20%로 세액 공제율을 상향해야 실질적 지원이 이뤄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영상 콘텐츠 강국으로 꼽히는 미국은 세액공제율이 20~30% 수준이고, 캐나다는 30~40%를 지원하고 있다. 2020년 기준 국내 총 영상 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규모는 99억원 수준이다. 반면 넷플릭스는 2021년 기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만 약 6000만달러(약 845억원)의 세제 지원을 받았다. OTT 기업 역시 해당 제도를 통해 지원받기가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세액 공제 지원 범위가 ‘직접 제작비’로 한정되기 때문이다. 세액 공제 대상 제작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출연자·작가·감독 등과 모두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현재 OTT에서 유통되는 콘텐츠는 직접 제작보다 ‘외주 제작 후 공급’ 혹은 ‘투자를 통한 수급’이 대부분이라 이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 OTT 수출 강화 방안으로 내놓은 자체 등급 분류 제도 역시 ‘반쪽’으로 지적된다. 2023년 3월부터 ‘자체 등급 분류 사업자’로 지정받은 OTT 업체는 스스로 영상물의 등급을 분류할 수 있다. 그러나 광고·선전물심의는 여전히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수행하는 구조다. 이수엽 미디어미래연구소 연구위원은 기자와의 통화에서 “OTT가 해당 제도로 콘텐츠를 적기에 공급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광고 심의는 영상물의 유통 가능성 및 범위와 방법에 영향을 미치는데, 영상물등급위원회가 수행하는 구조는 제도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OTT업계 관계자도 “정부가 수출 활성화 방안으로 자체 등급 분류를 꼽았지만, 이를 통한 해외 진출 효과는 매우 한정적”이라며 “되레 부담만 가중됐다”고 했다. ‘한류 테마 투어코스’ 역시 적절성이 부족한 정책으로 평가된다. 토종 OTT 사업자들은 단 한차례도 흑자를 기록하지 못했다. 글로벌 OTT와 국내 시장 두고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생존을 걱정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 정부가 ‘K컬처 융합 관광’ 전략의 일환으로 ‘글로벌 OTT 플랫폼과 협업해 한류 테마 투어 코스 개발’을 명시하면서 업계에 실망감이 번지는 모양새다. 이 밖에도 IP 기업 육성을 위한 1500억원 규모 펀드 재원 중 정부 출자금이 900억원에 그친다는 점도 ‘실질적 지원’과 거리가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콘텐츠업계 관계자는 “K콘텐츠의 파급력을 정부가 인식했다는 점은 과거 규제 일변도에서 바뀐 기조라 긍정적으로 본다”면서도 “업계 의견 청취를 통해 산업의 특수성을 조금 더 이해해 실질적 지원 방안이 정책에 반영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2022.12.30 09:00

5분 소요
정부 ‘기침’에 벌써 달라진 서비스…순기능 실현 ‘관건’[메타버스 규제 시작되나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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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침과 같은 발표.’ 정부가 주도적으로 마련한 ‘메타버스 윤리원칙’을 두고 업계에선 이 같은 비유가 나온다. 해당 내용이 권고 사항이란 옷을 입고 나왔기 때문이다.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기업들은 이미 발 빠르게 움직여 플랫폼 내 안전 운영을 강조하고 나섰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SK텔레콤 등 국내 메타버스 산업에 진출한 기업들은 최근 자사 플랫폼에 안전·윤리 운영과 관련된 기능을 대거 반영했다. 이들 기업 모두 ‘정부 발표와 무관한 업데이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플랫폼 내 안전 운영 강화는 메타버스 윤리원칙 최종안 발표 시점을 전후해 이뤄졌다. 정부 기조가 반영된 변화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최근 메타버스 내 윤리 운영을 강화한 기업은 정부가 메타버스 윤리원칙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직접 논의에 참여한 곳이 대다수다. 정부가 마련하는 규범 내용을 사전에 파악할 수 있는 구조였던 셈이다. ━ 네이버·SKT, 개념적 윤리원칙 ‘기술’로 구현 가장 극적인 변화가 나타난 곳은 네이버다. 네이버 계열사 네이버제트는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를 운영하고 있다. 제페토는 국내를 비롯해 미국·프랑스·일본 등 세계 약 200개 국가에서 3억4000만명 수준의 이용자를 보유한 국내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이다. 네이버제트는 지난 25일 애플리케이션(앱) 내 신고 기능을 업데이트했다. 안전 운영 강화를 목적으로 커뮤니티 가이드라인도 변경했다. 안전 공식 캐릭터 론칭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이용자 보호 정책도 펼친다. 특히 안티 그루밍(Grooming) 기술을 도입, 채팅 대화를 스캔하는 기술을 적용했다. 그루밍의 초기 지표의 빠른 탐지가 목적이다. 비대면 채널로 아동·청소년에게 접근, 피해자를 길들여 성적으로 착취하는 행위를 일컫는 ‘온라인 그루밍’을 사전에 방지하겠단 취지다. 회사는 이와 함께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을 감지하고 제거하기 위한 인력의 배치도 마쳤다. 정부가 메타버스 윤리원칙을 발표한 지난 27일에는 안전자문위원회(자문위)를 발족했다. 네이버제트는 독립성을 보장받는 외부 전문가 기구를 통해 제페토 운영방식이 안전한지를 지속해서 검토받는다. 자문위는 운영 정책과 기술 등의 적절성을 전반적으로 살피고, 제페토 내에서 차별 행위가 벌어지지 않도록 다양성·형평성·포용성 조항 강화 마련도 조언한다. 노준영 네이버제트 안전전문팀 리드는 “제페토가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안전자문위원회와 긴밀한 교류로 이용자 보호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고 했다. 메타버스를 통한 글로벌 진출을 추진 중인 SK텔레콤도 마찬가지다. SK텔레콤은 올 3분기 누적 기준 1280만명이 사용한 메타버스 플랫폼 ‘이프랜드’를 운영하고 있다. 회사는 이프랜드 내 성적인 불법 행위가 벌어지지 않도록 최근 감시 기능을 강화했다. 또 아바타가 간 충돌 시 화면상 완전한 접촉이 이뤄지지 않도록 기능을 구현했다. 이는 정부가 메타버스 윤리원칙 내 8대 실천 원칙으로 삼은 ‘사생활 존중’을 기술적으로 실현한 사례로 꼽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글로벌 플랫폼 목적으로 이프랜드를 최근 49개국 동시 출시한 만큼 기본적 윤리 운영을 강화하고 있다”며 “정부 기조에 맞춰 메타버스 내 비윤리적 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정부가 주도해 윤리원칙 만든 까닭 메타버스 윤리원칙은 지난 1월 범부처로 발표한 ‘메타버스 신산업 선도전략’에 근거해 제정됐다. 정부는 당시 산업 진흥과 함께 윤리원칙 마련이 생태계 확장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실과 가상을 잇는 메타버스 특성상 자아에 몰입하는 정도가 다른 플랫폼 대비 높다고 평가받는다. 이 때문에 정부는 규범의 부재로 인한 피해가 심각하게 나타난다면 되레 산업 확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봤다. 이 같은 접근은 국내뿐 아니라 미국 등 해외에서도 공통되게 나타난다. 미국 온라인 소비자단체 섬오브어스(SumOfUs)는 지난 5월 메타(옛 페이스북)가 운영하는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 월드가 ‘성폭력·자극적인 콘텐츠·혐오 발언의 온상’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안전망 마련이 시급하단 지적이다. 국내서도 피해사례가 발생한 바 있다. 30대 남성이 약 1년간 제페토에서 만난 11명 아동·청소년에게 신체 부위 촬영을 요구, 성 착취물을 제작해 검찰로 넘겨지기도 했다. 메타버스 아바타는 자아 투영의 정도가 높아 캐릭터를 대상으로 발생한 피해의 후유증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대구지방검찰청 소속 검사들은 지난 7월 대검찰청 계간 논문집 ‘형사법의 신동향’ 여름호에 ‘메타버스 공간에서의 성폭력 범죄와 형사법적 규제에 대한 연구’ 논문을 발표하고 “일상생활 공간을 그대로 구현한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실제 같은 불쾌감을 느낄 수 있는 성폭력 범죄가 빈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회 역시 이 같은 사안을 들여다보고 있다. 무소속 민형배 의원·더불어민주당 윤영덕 의원 등이 메타버스 내 성폭력 관련 금지 법률을 발의한 바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 지난 5월부터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논의를 진행해 이번 윤리원칙을 마련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중대한 피해가 나타나 윤리 규범이 만들어지기도 하지만 메타버스 윤리원칙은 특별한 계기가 있어 논의가 시작된 사례는 아니다”며 “메타버스 산업과 관련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하면서 산업계 안팎에서 다양한 의견이 나오기 시작했고, 중구난방 식으로 진행됐던 논의를 정부가 주도적으로 정리해 기준을 마련했다. 피해 발생을 사전에 방지하고 생태계 자정이 이번 제정의 가장 큰 목적”이라고 설명했다. 과기정통부는 논의 과정에서 네이버제트·카카오·LG유플러스·버넥트·마이크로소프트 등 메타버스 운영사들의 의견도 청취했다. 당초 윤리원칙에 ‘선택권 보장’이 포함됐으나 최종안에선 삭제된 배경이다. 기업들은 해당 내용이 개발·운영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윤리원칙의 확산이 기업의 부담으로 작용될 수 있다는 우려는 정부가 해결해야 할 숙제로 꼽힌다.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와 같은 거대 기업은 수많은 개발 인력을 확보하고 있어 윤리원칙에 부합하는 서비스 개발이 가능하지만, 이제 막 메타버스 산업에 진출했거나 진출 예정인 중소기업에선 모든 기준을 충족해 서비스를 개발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윤리원칙이 진입장벽으로 작용하지 않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강제성이 없더라도 국내 기업은 이번 윤리원칙에 부담을 느낄 수 있다”며 “외산 기업들이 국내 서비스를 진행할 때 윤리원칙을 잘 반영할 수 있도록 정부가 노력해야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메타버스에서도 발생하면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두용 기자 jdy2230@edaily.co.kr

2022.11.30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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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레이션·원자재 가격상승 불안” 물가관리에 전 부처 팔 걷었다

정책이슈

과자와 라면, 우유·유제품 등 생활물가가 크게 오르자 각 부처가 제재 강화에 나서기로 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 우려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물가 불안 심리가 확산할 수 있어서다. 정부는 가격 인상에 대한 감시 역할을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서 전 부처로 확대하고, 문제 될 것으로 보이면 높은 수준의 행정 처분까지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4일 정부 당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와 공정위를 중심으로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국토교통부, 해양수산부, 행정안전부 등 부처가 물가 모니터링 강도를 최근 격상했다. 우선 각 부처는 해당 부처가 담당하는 영역의 물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기로 했다. 예를 들어 농식품부는 가공식품을, 산업부는 유류가격을 살피는 방식이다. 평소 공정위만 담당하던 시장에 대한 가격 모니터링 기능을 사실상 전 부처로 확대한 것이다. 각 부처가 담당 물가를 직접 감시해 가격 담합이나 매점매석 등 징후가 포착되면 공정위에 통보하는 방식으로 전환한다는 의미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 등 불공정행위 감시 레이더의 범위가 넓어지고 감시망이 훨씬 더 촘촘해질 뿐만 아니라 강도도 세진다고 보면 된다”면서 “이상 정황이 발견되면 현장 조사 등 즉시 대응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최근 가격 인상이 줄을 잇는 식품업계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최근 우윳값 인상이 요플레 등 유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지고 있고 탄산음료와 주스, 즉석밥, 과자, 라면 등의 가공식품의 가격도 인상된 바 있다. 정부는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원가 인상 요인을 넘어서는 만큼의 가격을 올리거나 타사의 가격 인상에 편승한 인상, 담합 등 가능성이 있는지 살펴보기로 했다. 담합 적발시 공정위는 시정 조치와 함께 위반 기간 관련 상품·용역 매출액의 1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정위의 고발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 농식품부는 한 달에 한 번 정기적으로 물가간담회를 열어 식품업체들의 가격 요인 인상 요인을 점검하고 애로사항을 해소할 방침이다. 가격 인상 요인이 되는 부분을 정부 지원을 통해 먼저 해결해 최종 가격 인상을 막겠다는 취지다. 산업부 역시 유류 가격 동향에 대한 모니터링 강도를 높이기로 했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시차를 두고 유류 가격도 오를 수밖에 없는 만큼 매점매석 등 유통질서 교란행위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기로 했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1월물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배럴당 75달러 안팎을 오르내리고 있다. 최근 3년 만에 가장 높은 가격을 기록한 가운데 내년에는 유가가 1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정부는 알뜰주유소 비중이 낮은 대도시를 중심으로 알뜰주유소 전환을 촉진, 소비자가격을 낮추는 노력도 병행하기로 했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 상승 리스크 요인을 하나하나 점검할 것”이라면서 “범부처 차원에서 연말까지 총력 대응한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하늬 기자 kim.honey@joongang.co.kr

2021.10.04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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