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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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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치 찍은 '국제 커피 지수'...커피값 어디로 가나[심재범의 커피이야기]

전문가 칼럼

2024년 12월 뉴욕 시장의 국제 커피 지수는 장중 한때 344를 기록하며 1977년의 최고기록 338을 새롭게 경신했다. 바쁜 현대인들에 활력이 되는 커피 산업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할까? 전 세계의 커피 생산량, 소비량과 가격 결정 과정을 살펴보고, 프랜차이즈를 포함한 커머셜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 산업의 향방을 예측해 보고자 한다. 커피값, 어떻게 결정되나2024년 미국 농무부 해외 농업국의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의 커피 생산량은 총 1057만톤(t)이며, 브라질 397만t, 베트남 174만t, 콜롬비아 73만t, 에티오피아 50만t, 인도네시아 48만t으로 추산된다. 이 중 향미가 뛰어난 아라비카 품종이 57%, 카페인 함량이 높아 인스턴트 커피의 주원료로 사용되는 로부스타 품종이 42%, 리베리카를 포함한 희귀종이 1% 미만을 차지한다. 아라비카 커피는 일반 프랜차이즈와 인스턴트 커피에 사용되는 커머셜 커피(Commodity Coffee Grade)와, 향미·맛·후미·질감·밸런스 등의 기준에서 80점 이상을 획득한 스페셜티 커피(Specialty Coffee Grade)로 구분된다. 전문가들은 다이렉트 트레이드 방식으로 거래되는 스페셜티 커피의 유통량을 전체 커피 시장의 10%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산지별 커피의 특징을 살펴보면, 브라질 커피는 견과류를 연상시키는 고소함이 주도적이고, 콜롬비아 커피는 수세식 가공으로 깔끔하고 우아한 맛이 특징이다. 베트남은 대부분 로부스타 품종을 생산하며, 인도네시아는 로부스타와 아라비카 품종을 함께 재배한다. 특히 인도네시아의 아라비카는 흙향과 쿠키 향이 매력적이다. 아라비카 커피의 발상지인 에티오피아는 스페셜티 등급의 고품질 커피 생산 비중이 높다. 과테말라, 코스타리카, 케냐 등은 스페셜티 커피 위주로 생산하고, 중남미 커피는 고산지 재배로 청량하고 우아한 특징을 보이며, 케냐 커피는 샴페인을 연상시키는 우아한 산미로 스페셜티 커피 시장에서 높은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전체 커피 생산량은 매년 10%가량 증가하고 있으나, 중국을 포함한 커피 소비량의 증가와 수급 불안에 따른 가수요 등으로 지속적으로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전 세계의 커피 수입량은 1000만t을 상회하고 있다. 유럽(EU)연합(독일, 프랑스, 영국 포함)이 285만t, 미국이 150만t, 일본이 41만t을 수입하고 있으며, 한국은 생두 16만t(세계 7위), 원두 2만t(세계 4위)을 수입하여 전 세계 커피 수입량의 2%를 차지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를 비롯한 커머셜 커피의 가격은 뉴욕 상품거래소(NYSE)에서 거래되는 국제 커피 지수를 기준으로 결정된다. 국제 커피 지수는 아라비카 커피 생두 1파운드당 평균가격을 센트 단위로 표시하며, 커피 생산자, 거래자, 투자자들이 시장 동향을 파악하는 핵심 지표로 활용된다. 커머셜 커피 시장은 뉴욕 커피 선물 시장의 국제 커피 지수를 기반으로 철저히 자본주의 방식에 의해 가격이 산정되고 있다. 복잡한 유통 과정과 대규모 업체와의 장기 계약에 얽매인 커피 산지의 소농들은, 최근과 같은 가격 상승기에도 혜택을 받지 못하며 대부분의 이익이 대규모 생두 업체와 커피 지수 금융 선물에 투자하는 트레이더들에게 돌아가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2024년 12월 국제 커피 지수 328을 기준으로 커머셜 커피의 가격을 산출해보면, 수입통관비용을 포함한 생두의 원가는 1만2000원이며, 로스팅 과정의 수분 손실을 반영한 원두의 원가(인건비, 전기, 유통비용 제외)는 1만5000원에 육박한다. 이는 지난 10년간 평균 지수 110을 기준으로 3배 이상 상승한 가격이다. 커피 가격의 주요 변동 요인을 보면, 브라질, 콜롬비아 등 대형 생산국의 기후변화와 생산량의 변동, 대형 커피 체인과 대량 구매자들의 구매 패턴, 기축 통화인 달러의 환율 변동이 큰 영향을 미쳤다. 최근에는 미국 대선 결과, 시리아 정세 변화, 한국을 포함한 경제협력기구(OECD) 국가들의 정치적 불안정까지 더해져 불확실성이 더욱 증가했다. 아라비카 커피 가격의 급격한 상승은 인스턴트 커피의 재료인 로부스타 가격에도 영향을 끼쳐서, 커머셜 커피 산업의 쌍끌이 가격상승 랠리가 진행중이다. 주목받는 스페셜티 커피의 선순환 구조반면,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객관적인 품질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고, 품질에 따른 프리미엄이 농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는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또한, COE(Cup of Excellence, 비정부기구 Alliance for Coffee Excellence에서 주최하는 커피 산지의 올림픽과 같은 커피 생두 품질 경진대회)와 베스트오브파나마(파나마 스페셜티 커피 협회가 주최하는 게이샤 품종 기반으로 세계 최고 가격을 경신하는 커피 경진대회)와 같은 경매 기반 대회를 통해 품질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품질 향상과 농민 수익 증가를 동시에 이루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커머셜 커피와 스페셜티 커피의 가격 산정 시스템과 향후 시장구조를 기반으로 향후 시장을 간단히 예측하면, 불안정한 공급과 외부 변동성에 기인한 커피 수입가격의 상승으로 2025년 상반기에 소비자 가격의 인상은 피하기 어렵다. 이로 인해, 그동안 가장 큰 수혜를 받은 저가 커피를 포함한 프랜차이즈 커피 산업에 심각한 타격이 있고, 로부스타 커피를 기반으로 하는 인스턴트 커피는 소비 감소와 생산원가 상승의 이중고를 마주할 것으로 예상한다. 품질 기반으로 유통되는 스페셜티 커피 산업은 생산지와 스페셜티 커피 로스터들이 다이렉트 트레이드 등으로 가격을 방어하고 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한 수확량의 변화가 스페셜티 커피 산업에도 큰 변수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결론으로, 커피 시장은 품질과 윤리를 기반으로 한 스페셜티 커피의 인지도 상승과 커머셜 커피의 대량 생산 구조 간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 기후 변화와 투기 자본의 영향은 커피 산업 전반에 불확실성을 더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커피 시장은 품질, 윤리,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심재범 커피칼럼니스트

2025.01.11 10:01

4분 소요
‘유통기한 10일’ 생막걸리 고집 통했다…‘서울장수 막걸리’가 걸어온 길 [이코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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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의 숨은 의미를 아세요? 막걸리의 ‘막’은 지금 막 거른, 즉 신선한 술이라는 뜻입니다. 살아있는 효모를 바로 병입해 10일 안에 먹어야 하는 장수 생막걸리가 맛있는 것도 그만큼 신선하기 때문이지요.”61주년 역사를 지닌 서울장수 막걸리가 변화를 꾀하고 있다. 원조 막걸리인 장수 생막걸리를 비롯해 유자과즙을 넣은 유자 막걸리, 막걸리+사이다 조합을 재현한 막사까지 다양한 제품을 내놓으며 MZ세대 입맛까지 유혹하는데 나선 것. 이 뿐 아니라 해외로도 판로를 뚫어 수출 규모를 늘리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배윤상 서울장수 대표를 만나 숨겨진 막걸리 이야기, 변화하는 막걸리에 대해 들었다. “1960년대 서울에 위치한 51개 양조장이 하나로 뭉친 것이 지금의 서울장수가 됐어요. 당시 국세청에서 효율적인 세금 관리를 위해 양조장 측에 합칠 것을 제안한 것이 서울탁주제조협회가 됐고, 이후 기업으로 성장한 거죠. 현재까지 서울장수 막걸리가 서울 지역 막걸리 소비의 80% 이상을 책임진다고 보면 됩니다”배 대표는 서울장수의 첫 시작을 설명했다. 과거 막걸리는 지역판매제한 품목으로, 해당 지역에서 제조한 막걸리만 판매할 수 있었다. 기업명 서울장수에 ‘서울’이라는 지명이 들어간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다 2000년 지역판매제한이 풀리며 서울장수 막걸리가 서울을 벗어나 전국 지역에서 판매될 수 있었다. 현재 서울장수 막걸리는 전국 막걸리 시장의 40%를 차지하며 업계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서울 지역 막걸리에서 전국 막걸리로 전국으로 판매로를 확대한 서울장수 양조장은 현재 서울에 6곳, 충청북도 진천에 1곳 등이 운영되고 있다. 1960년대 당시에는 51개 양조장이 각기 다른 레시피로 운영되고 있었지만 합동제조장 형태로 양조장이 통합되고, 레시피도 통일했다. 통합 과정에서도 막걸리 고유의 특징인 신선함은 고집했다. 배 대표는 대표 제품인 생막걸리 제품에 대해 설명했다. “장수 막걸리는 전통적인 생막걸리의 제조 방식을 그대로 고수했어요. 그 증거는 ‘10일’이라는 짧은 유통기한이 말해주고 있고요. 예로부터 가양주로 만든 모든 막걸리 유통기한은 길어도 당일~4일까지가 최선이었거든요. 하지만 현재는 냉장 보관이 가능해지면서 10일까지로 늘었죠. 살균된 생막걸리라도 30일짜리 전통 막걸리는 존재할 수 없어요. 타사에서는 유통과정 등 여러 가지 제약으로 자연 발효되는 시간을 인위적으로 늘리고 있는데, 이 점이 바로 서울장수와의 가장 큰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어요.” 신선함이라는 철학은 유지했지만, 막걸리 대중화와 위생 등을 위해 패키지에는 변화를 줬다. 지금은 소비자에게 익숙한 페트병 막걸리지만, 과거에는 페트병에 담긴 막걸리가 없었다. 서울장수가 1978년 업계에서는 처음으로 막걸리를 페트병에 담으며 현재의 막걸리가 시작됐다. “이전까지 막걸리 보급은 삼륜차 탱크로리라는 트럭이 담당했고, 상점은 이 트럭으로부터 막걸리를 항아리에 받아 놓은 뒤 소비자가 원하는 만큼 바가지로 퍼서 판매했어요. 이는 위생적으로도 좋지 않았을뿐더러 청량한 맛과 신선도도 떨어졌죠. 서울장수가 페트병 막걸리를 개발하면서 막걸리 새 시대를 열었다고 볼 수 있어요.” MZ세대 겨냥한 달빛유자∙막사∙월매 막걸리 2000년대 들어서는 중장년층 소비자 외에도 젊은 소비자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다양한 맛의 막걸리를 개발했다. 젊은 세대 사이에서 막걸리와 탄산음료 사이다를 섞어 먹는 레시피가 인기를 끄는 것을 파악한 서울장수는 아예 막걸리+사이다 맛을 재현한 막사 제품을 내놓고, 달콤한 맛을 더한 유자 막걸리 제품인 달빛유자, 탄산감을 최대화한 월매 막걸리 등을 선보였다. “최근에는 젊은 세대에게 인기 있는 견과류 브랜드 '바프'와 협업한 제품 바프허니버터아몬드 막걸리를 출시하고, 힙합 패션으로 인기있는 패션 브랜드 오베이와 콜라보레이션 굿즈를 내놓는 등 다양한 기획을 펼치며 소비자층을 꾸준히 늘리고 있어요.” 해외 판매망도 확장했다. 2010년부터 해외 수출을 시작한 서울장수는 현재 미국∙호주∙중국∙캄보디아 등 30여 개국으로 막걸리를 판매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쌀 문화권으로 쌀 주류에 호의적인 베트남 시장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배 대표는 베트남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직접 현지 한인 대형마트 대표를 만나 취급 종류를 2배로 늘렸다. 베트남에서 막걸리는 비교적 비싼 술로 평가받지만, 건강하고 고급진 프리미엄 술로 각광받으며 인기를 끌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 성적표도 좋다. 최근 5년 간 수출 실적은 연평균 8%씩 성장했다. 특히 해외에서 인기 있는 제품으로는 달빛유자, 월매 캔 막걸리, 장홍삼 막걸리가 있는데, 이 제품들은 각각 지난해 수출액이 전년 대비 41%, 101%, 100% 크게 신장했다. 배 대표의 마지막 목표 역시 막걸리의 세계화다. 막걸리에 피자를 즐겨 먹는다는 배 대표는 해외에서 학업을 마치고 수년간 외국 기업에서 근무하며 함께 일한 외국인 친구들이 막걸리를 맛본 후 신기해하며 맛있다고 외친 장면을 잊지 못한다. 그가 해외 판로 확장에 적극적인 이유이기도 하다. “막걸리는 살아있는 효모가 든 일명 살아있는 술이에요. 매일 마셔도 매일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는 까닭이죠. 해외에 사는 한인뿐 아니라 외국인도 와인처럼 즐길 수 있다고 봐요. 그런 의미에서 막걸리, 나아가 서울장수의 세계화를 꿈꿉니다.”

2023.04.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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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코파이 ‘情’ 통했다…오리온, 베트남서 ‘제2 도약’ [국가대표 ‘K-푸드’ 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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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코리아 푸드.” 만두부터 김치, 라면에 주류까지. 한국의 맛이 전 세계를 물들이고 있다. 이른바 ‘K-푸드’로 인정받은 국내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결과다. 글로벌 무대에서 큰 손이 되어 버린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로 투자와 브랜드 확대를 노리고 있다. 세계 넘버원, 글로벌 공략에 집중하겠다며 뛰어든 국가대표 K-푸드 기업을 소개한다. 오리온은 일찌감치 베트남을 포스트 차이나로 점 찍고 ‘베트남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제과시장 외 쌀과자, 양산빵, 견과류 카테고리 등 현지 소비 트렌드 변화에 발맞춘 신제품을 출시함과 동시에, 지난해 새롭게 개척한 견과류 및 젤리 시장의 점유율도 확대해 나가고 있다. 1995년 대표 제품인 초코파이를 수출하며 베트남에 첫발을 내딛은 오리온은 2006년 호치민 미푹공장을 설립해 베트남 진출을 본격화하고 2009년 하노이에 제2공장을 가동하며 베트남 내 입지를 강화했다. 오리온은 현지 생산 체제를 갖춘 후 3년여에 걸쳐 베트남 전역에 170여개 딜러를 개발했고 거래처를 방문할때마다 진열대를 청소하는 등 한국식 ‘정(情)’ 영업 전략을 펼치며 베트남 시장을 개척했다. 그 결과 오리온 베트남 법인은 현지화 전략을 내세워 진출 10년 만인 2015년 누적 매출 1조원을 돌파했고 2021년에는 역대 최대치인 연매출 3000억원을 넘어섰다. 스낵, 파이, 비스킷 등 전 카테고리에서 경쟁력 높은 제품을 선보이며 현지 1등 식품기업의 위상을 공고히 해나가고 있다. 오리온은 현지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양산빵과 쌀과자 제품을 출시해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2019년 4월 출시한 쌀 과자 ‘안’은 출시하자마자 단숨에 현지 쌀 과자 시장 내 2위로 올라서며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쌀 과자 시장 내 점유율을 26%대까지 크게 끌어 올렸다. 또 빠른 도시화와 맞벌이 부부 증가 등 현지 트렌드 변화에 발맞춰 ‘건강한 아침 대용식 빵’ 콘셉트로 2019년 선보인 양산빵 ‘쎄봉’도 대도시 직장인과 학생 등에게 각광받으며 2021년 연매출 175억원이 넘는 매출을 올렸다. 2021년 12월에는 신규 견과 브랜드 ‘쏙포’를 출시하고 현지 견과류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베트남의 견과류 판매량이 증가한 것에 주목했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SNS에서 견과류 등을 활용한 건강식단을 활발히 공유하고 간식으로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요 출시 배경이다. 오리온은 베트남 법인은 지리적 이점을 살려 인도네시아, 태국, 미얀마 등 인근 동남아 국가 및 중동, 아프리카 지역 등으로 수출도 진행하고 있다. 오리온은 베트남 법인을 약 6억 명에 달하는 아세안(ASEAN) 국가는 물론, 더 나아가 인도차이나 반도, 중동지역으로 뻗어나가는 핵심 수출 전초기지로 키워 시장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미얀마에서도 초코파이가 카테고리 1위를 차지하는 등 수출 전진기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향후 스낵 전용 매대를 확대하는 등 공격적인 영업전략을 펼쳐 글로벌 경쟁사와의 시장점유율 격차를 더욱 벌리는 한편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커머스 및 편의점 채널의 소비자 니즈에 맞는 제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신규 카테고리인 레이어케이크 시장에 진입해 쌀스낵, 양산빵의 뒤를 잇는 신성장동력으로 키우고, 지난해 ‘붐젤리’를 출시하며 신규 진출한 젤리 카테고리에서도 새로운 제형과 맛의 신제품을 선보여 고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베트남은 높은 성장 가능성과 함께 동남아시아 지역 시장 확대의 발판이 되는 중요 거점”이라며 “확고한 제품 경쟁력과 신성장 동력을 지속 확보해 베트남 현지 1위 식품기업으로서의 시장 선도력을 제고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송현주 기자 shj1004@edaily.co.kr

2022.10.29 15:00

3분 소요
“1조5000억 베트남 시장 잡아라”…오리온, 견과류 시장 출사표

유통

오리온이 베트남 견과류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 견과류가 베트남 인기 간식거리로 급부상하면서 커지는 소비자 니즈를 확보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7일 오리온에 따르면 베트남 현지에서 신규 브랜드 ‘쏙포’(Sóc Phố)를 출시하고 견과류 시장에 본격 진출했다. ‘쏙포’는 베트남어로 다람쥐를 뜻하는 ‘Sóc’과 도시를 의미하는 ‘Phố’를 결합한 ‘도시다람쥐’라는 재미있는 제품명. 베트남이 주산지인 캐슈너트와 현지에서 큰 폭으로 소비가 늘고 있는 아몬드를 견과 원물로 선정했다. 쏙포는 캐슈너트, 아몬드를 구워내 고소한 맛을 극대화하고, 시럽으로 코팅한 후 시즈닝을 더하는 차별화된 맛 코팅 기술을 접목해 바삭한 식감을 살린 것이 특징이다. 견과류 본연의 맛 외에 다양한 맛과 취향의 견현지에서 인기가 높은 ‘치즈맛’, ‘김맛’, ‘허니버터맛’ 외에 매콤한 ‘사테소스맛’ 등 총 4종을 선보였다. 오리온은 코로나19로 인해 집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베트남의 견과류 판매량이 증가한 것에 주목했다. 2020년 기준 현지 견과류 소매시장 규모는 연간 1조5000억원에 달하며, 최근 7년 중 가장 높은 6.1%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SNS에서 견과류 등을 활용한 건강식단을 활발히 공유하고, 간식으로 선택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도 주요 출시 배경이다. 전통적으로 베트남에서는 최대 명절인 ‘뗏’(Tet, 설) 기간에 가족, 지인들과 모여 견과류 등 간단한 간식을 곁들이면서 차와 술을 즐기는 문화가 있다. 오리온은 뗏을 앞두고 현지에서 급성장하고 있는 편의점 채널을 중심으로 판매를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오리온 관계자는 “베트남에서 2019년 쌀과자, 양산빵 등으로 카테고리를 확장하며 신성장동력을 마련한 데 이어 견과 시장까지 진출하게 됐다”며 “오리온만의 차별화된 제품 개발 역량과 브랜드 파워를 바탕으로 카테고리를 지속 확대해 베트남 1위 종합식품기업으로 도약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

2021.12.07 11:54

2분 소요
지구촌 이모저모

국제 이슈

━ 통계 | 5G 속도는 미국과 스위스가 최고, 한국은 3위 5G의 글로벌 개통은 여전히 초기 단계지만 일부 네트워크는 활성화돼 이용자들을 연결한다. 이동통신 혁명으로 불리며 4G를 대체하는 5G는 그 잠재력을 실현하고 있다. 8개국에서 5G와 4G 속도를 측정한 무선통신 범위 측정 업체 오픈시그널의 분석이다. 이들의 조사에선 5G 이용자들은 5G의 도래에 앞서 약속됐던 크게 빨라진 속도를 경험하고 있다.미국 이용자가 경험하는 5G의 최대 속도는 1816Mbps로 4G 서비스 최대 속도의 2.7배다. 스위스는 초기 5G 서비스의 최대 속도가 1145Mbps로 일반 4G 서비스의 2.6배로 2위에 올랐다.한국은 1071Mbps의 5G 서비스 속도에 619Mbps의 4G 최대 속도로 3위를 차지했다. 그 밖에 4G의 다운로드 속도가 5G를 능가한 호주 같은 일부 국가에선 기술력이 아직 떨어진다는 사실이 확연히 드러났다.오픈시그널은 앞으로 네트워크가 계속 더 확대되면 지금과 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에선 통신사업자들이 대단히 용량이 크고 속도가 빠른 5G용 mm웨이브 스펙트럼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크게 앞서나간다. 그러나 대다수 다른 나라에서 사용되는 3.4~3.8GHz 5G 미드밴드 스펙트럼보다 서비스 범위가 극히 제한적이다. 그들은 또한 앞으로 기술발전을 통해 여러 대역과 채널의 성능을 결합해 최대와 평균 다운로드 속도가 빨라지면 5G 속도가 개선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니올 매카시 스타티스타 기자 ━ 한국 | 직장 내 갑질, 법으로 처벌한다 지난 7월 16일부터 한국에서 시행된 새 법에 따라 직장 내에서 괴롭힘이나 횡포를 오래 방치하거나 조사하지 않는 사용자는 징역형과 고액의 벌금형을 받는다. 사용자에게 3년의 징역형이나 3000만원의 벌금형을 부과할 수 있는 이 법은 유해한 직장문화를 단속하려는 한국 정부의 시도다. 한국 국가인권위원회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기업 직장인의 70%가 횡포나 괴롭힘을 당했다고 밝혔다.한국 경제를 이끄는 재벌이라는 족벌 기업 그룹은 직원과의 관계에 가부장적이다. 이런 경직된 위계 구조의 직장은 종종 한국 근로자가 초과근무를 하며 사용자에게 봉사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국의 ‘갑질’이라는 용어는 한국 사회에서 엘리트 구성원들의 엄격하고 권위주의적인 성격을 가리킨다. 이 상사와 부유층들은 아랫사람에게 부당한 태도를 취하는 경우가 많다.2014년 발생한 ‘갑질’ 스캔들은 유명하다. 대한항공 조현아 부사장이 뉴욕 존 F. 케네디 공항에서 대한항공 항공편에서 한 승무원을 공격한 사건이다. 일등석에서 견과류를 쟁반 대신 원래 포장 그대로 내놓았다는 이유에서다. 그녀는 부사장직에서 물러난 뒤 항공기 안전 운항 저해죄로 5개월간 구금됐다.근로자가 상담과 지원을 요청할 수 있는 24시간 핫라인을 개설할 정도로 ‘갑질’ 사건이 흔히 발생한다. 한국 정부는 직장 내 괴롭힘을 우려할 뿐 아니라 많은 한국 근로자가 감내하는 장시간 근로에도 신경을 곤두세운다. 지난해 7월 한국 정부는 주당 최대 근무시간을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일각에선 그 법으로 근로소득이 줄었다는 불평도 제기된다.- 웨슬리 도커리 아이비타임즈 기자 ━ 중국 | 경제성장률 27년 만에 최저 기록 중국 경제성장률이 27년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미국의 관세가 이 아시아 최대 경제대국에 타격을 준 듯하다. 중국은 지난 7월 15일 6.2%로 둔화된 2분기 경제성장률 통계를 발표했다. 전 분기 6.4% 성장률에서 0.2%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의 글로벌 경제정보 서비스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유닛의 톰 래퍼티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중 무역전쟁으로 야기된 불확실성은 중요한 변수이며 최근의 관세휴전에도 불구하고 그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CNBC 방송에 말했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중국의 성장둔화를 반기면서 자신의 관세 정책으로 공을 돌렸다. 그는 15일 트위터에 이렇게 올렸다. ‘중국의 2분기 성장이 지난 27년여 사이 최저 수준이다. 미국의 관세가 중국을 떠나 비관세 국가로 이전하고자 하는 기업들에 큰 영향을 미친다. 수천 개 기업이 떠나고 있다. 중국이 미국과 협상을 원하는 이유다.’그러나 경제전문가들은 대중 관세는 사실상 미국 소비자에 대한 역진세(저소득층의 부담이 더 큰 세제)라고 지적해 왔다. 영국 로얄런던자산운용사의 트레버 그리덤은 “관세는 수입업자, 이 경우 미국 납세자들이 부담한다”고 가디언 신문에 말했다. 트럼프 정부는 올해 초 2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 제품에 대한 관세를 25%로 인상했다.주요 기업들은 현재 중국에 있는 생산시설을 베트남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로 이전하고 있다.지난 6월 G20(주요 20개국)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은 협상이 지연되는 동안 추가 관세를 발효하지 않기로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을 이용했으며 그들의 환율조작과 덤핑 수출이 미국 제조업에 피해를 준다고 자주 말해 왔다. 그는 자신의 대중 경제정책이 양국 간 통상 관계를 “더 공정하고 호혜적”으로 만든다고 주장한다.- 웨슬리 도커리 아이비타임즈 기자 ━ 건강 | 하루 오레오 쿠키 6개만큼 칼로리 줄이면 심장병 위험 준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하루 오레오 쿠키 6개에 상당하는 칼로리 섭취를 줄이면 심장병 같은 질병의 발병 위험을 낮출 수 있다. 이 조사는 건강 체중 또는 약간 과체중이지만 비만은 아닌 21~50세 성인 218명을 대상으로 했다. 성인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유망한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학술지 ‘란셋 당뇨병·내분비학’에 발표된 이 논문의 저자들은 칼로리 제한이 건강에 유익한지 알아보고자 했다.연구팀은 먼저 피험자들에게 통상적인 칼로리 섭취량을 4분의 1 줄여 한 달간 하루 세 끼를 먹도록 주문했다. 그다음 하루 칼로리 섭취량을 계속 25% 줄이는 6가지 식사법 중에서 택일해 2년간 따르도록 했다. 평균적으로 이는 총 2467~2170kcal의 감축, 바꿔 말해 하루 약 300칼로리 즉 오레오 쿠키 6개에 상당했다. 조사가 끝날 무렵 대다수 피험자는 하루 칼로리 섭취량 중 목표로 정한 25% 대신 12% 정도를 줄일 수 있었다. 피험자들은 평균적으로 71%의 지방을 포함해 체중의 10%인 7.5㎏을 감량했다. 한편 대조군은 평균적으로 체중이 불었다.연구팀은 피험자들이 심장병·인지저하·암 발병 위험이 감소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2년 사이 만성염증과 관련된 생체지표 수치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허리도 가늘어졌을 뿐 아니라 혈압·콜레스테롤·인슐린 수치도 개선됐다. ‘이 같은 결과는 건강한 청장년 성인이 적당히 칼로리 섭취를 제한하면 심혈관계 건강에 상당히 유익할 수 있으며 국민건강에 장기적으로 두드러진 혜택을 약속한다’고 연구팀은 썼다.- 캐슈미라 갠더 뉴스위크 기자

2019.07.28 17:13

5분 소요
트래비스 칼라닉 우버 CEO

CEO

스타트업이란 스타트업은 모두 ‘제2의 우버’라고 불리길 원할 정도로 스타트업계의 우상이 된 우버, 그러나 680억 달러 규모의 우버 CEO 트래비스 칼라닉이 원하는 방향은 아마존이다. 사람부터 화물까지, 움직이는 것이 있다면 그 중심에 우버가 있어야 한다고 칼라닉은 생각한다.회색 폴로티와 이에 어울리는 회색 치노바지를 입고 검은색 스니커즈 운동화를 신은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41)이 외부의 잡음을 마음에서 차단하며 집중하고 있다. 농구 코치처럼 회의실을 빠르게 걸어 다니던 그는 커피를 한 모금 마셨다가 에스프레소 잔크기 종이컵에 담긴 견과류 믹스를 집어 먹다가 다시 커피를 마신다. 회의실 책상을 빙 둘러싸고 6명의 젊은 직원이 우버 공동창업자이자 CEO인 칼라닉에게 개발 결과물을 보여준다. 3주 전 런칭한 우버 앱의 새로운 버전으로, 우버에서 진행 중인 중요 프로젝트의 초기 결과물이다. 사용자 눈에는 앱 디자인 상의 단순한 변화로만 보이는 결과물은 앱 다운로드 횟수와 이용, 평가, 자동차 도착시간, 유지율, 로딩 시간, 우버엑스(UberX) 대비 우버풀(UberPool)을 선택하는 사용자 분포 등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게 된다. 어느 정도 영향을 줄 지는 각국 상황이나 이용자의 스마트폰 유형에 따라 조금씩 달라질 것이다.결국 중요한 건 ‘논리’다. 그래서 칼라닉은 80분 동안 온갖 도표를 샅샅이 훑으면서 전제가 맞는지 물어보고 검증을 요구했다. “이건 측정 방식으로 생긴 차이일 수도 있고, 진짜 문제일 수도 있지.” 칼라닉이 아주 난해해 보이는 계량 결과를 손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그러면서 계속 아이폰을 꺼내 그런 작은 차이가 실제 앱 이용자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지 반복적으로 확인하며 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가 살짝 짜증을 냈다가 했다. 그리고는 개별 기능에 대한 “실제 데이터”가 없다면 결국 “감정이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우버가 아주 싫어하는 상황이다.칼라닉이 주최하는 회의는 우버라는 거대한 기계의 기본을 이루는 구성요소로, 즉흥 연주를 뜻하는 ‘잼 세션(jam session)’으로 불린다. 잼 세션은 문제 속에서 아이디어를 발견하고, 아이디어를 상품으로 발전시킨 후, 칼라닉이 가장 집착하는 ‘우버의 효율성’에 이 상품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평가한다. 칼라닉은 잼 세션을 통해 우버 이용자들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될지 모든 측면을 샅샅이 살펴본다. ━ CEO이자 우버의 ‘최종 문제해결사’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많이 화제에 오르는 칼라닉(포브스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 64위)을 설명하는 수식어는 참 많다. 대부분은 딱히 호의적이지 않다. ‘가차 없고 비윤리적인’,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천재 악당’이 대표적이고, 좀더 나아가면 ‘브로(bro)’나 ‘얼간이(douche)’가 있다. 그러나 이들 별명은 칼라닉의 특별함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다. 우버를 680억 달러의 가치로 키워내고 역사상 가장 돈이 넘치는 스타트업으로 만들어낸 그의 능력이다.잼 세션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칼라닉이 가진 최고의 능력은 경쟁을 유발하고 치열하게 만들어 각자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게 하고, 단점을 상호 보완해 문제를 저격하는 해결사로서의 자질이다. 그는 자신을 우버의 ‘최종 문제해결사(problem-solver-in-chief)’로 칭하는 걸 좋아한다. 잼 세션을 이끄는 칼라닉의 모습을 보면, 그가 얼마나 그 역할에서 기쁨을 느끼는지 확연히 알 수 있다. 작은 변화여도 앱을 성공적으로 개선한 아이디어가 발견될 때마다 “죽여주는 변화(super-gangster move)”라고 기쁘게 외치는 칼라닉의 얼굴은 사탕가게에 입장한 아이 마냥 환해지고, 생각에 집중한 듯 반영구적으로 가늘게 뜬 눈은 미소로 찡긋하며 더욱 작아진다. 스타트업 창업자 중에는 비전을 제시하는 사람이 많은데, 칼라닉을 분류하자면 바로 이쪽이다. 열정을 외치거나 이를 전파하는 유형도 있지만, 칼라닉은 분명 그쪽이 아니다. 그는 반드시 뛰어넘어야 하는 논리적 장애물을 끝없이 뛰어넘으며 전진하도록 우버를 이끄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모든 문제는 최고로 흥미롭고 나름의 미묘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논리적인 아키텍처로 풀려고 노력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유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다음 문제로 나아간다”고 칼라닉은 말했다.한 문제를 풀고 나면 언제나 다음 문제가 나온다. 문제의 크기는 점점 커진다. 우버가 세계에서 가장 흥미로운 기업 중 하나가 된 이유, 조만간 흑자나 IPO 소식이 들려올 가능성이 없는데도 칼라닉이 마음껏(지금까지 주식 및 채권으로 160억 달러 가량) 돈을 모을 수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서비스 제공자와 이용자를 매끈하게 중개하는 우버의 사업모델(현재는 차량공유 서비스)은 상투어가 될 정도로 강력해졌다. 이제는 자신을 ‘~의 우버’라고 자칭하는 스타트업이 100개가 넘을 정도다.‘~의 우버’가 되려 애쓰지 않는 소수의 예외가 있다면, 그건 바로 우버 자신이다. 우버는 오히려 아마존을 지향하고 있다. 온라인 서점으로 봐도 무방한 사업구조를 가지고 있던 아마존은 인터넷 소매유통의 거인 이상으로 변신해 나갔다. 칼라닉의 관심 또한 택시 서비스에 국한되어 있지 않다. 그는 우버를 이동성(mobility)의 중심에 두고자 한다. 무엇이든 움직인다면, 칼라닉은 그 시장의 일부를 갖고자 한다. 서비스 시작 후 아직 7년이 되지 않았지만, 우버는 도시가 대중교통과 주차, 교통체증을 받아들이는 방식, 밀레니엄 세대가 자동차 소유를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고 있다. 물리적 상품을 이동시킨다는 면에서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도 하지 못했다. “자동차와 운송, 육상교통의 경우 글로벌한 차원에서 보면 규모가 5조, 아니면 6조 달러가 나올 지 모른다. 정확한 수치는 중요하지 않다”고 칼라닉은 말했다. “중요한 건 시장 규모가 조 단위에 이른다는 사실이다.”지난 2년 간 우버는 차량공유 서비스를 세계적으로 확대했을 뿐 아니라 음식을 배달하는 이츠(Eats), 뭐든 퀵으로 배송하는 러쉬(Rush), 화물을 트럭으로 운송하는 프레이트(Freight) 등 새로운 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헬리콥터를 이용하는 우버초퍼(UberChopper)와 우버씨플레인(UberSeaplane), 우버보트(UberBoat) 등 특이한 운송수단을 이용한 마케팅 이벤트도 벌였다. 자율주행 자동차와 자율주행 트럭에도 진중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엘론 머스크(Elon Musk) 마냥 ‘비행 자동차’를 만들겠다는 공상과학 같은 계획을 내놓기도 했다. ━ 모든 차량 유형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 제공 우버의 핵심 사업인 차량공유 시장을 선례로 삼을 수 있다면, 작게 시작한 각 서비스는 곧 해당 시장에 단단한 뿌리를 내릴 것이다. 경쟁업체를 시장에서 돈으로 밀어낸 후 마음껏 가격을 올리는 전략이라고 비난 받을 정도로 엄청난 보조금을 쏟아 붓는 우버는 엑스부터 풀, 블랙, 셀렉트에 이르기까지, 가능한 모든 차량 유형을 공유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심지어 오토바이를 탈 수 있는 모토(Moto) 서비스가 제공되는 시장도 있다. 그 결과 2016년 우버의 매출은 50억 달러를 상회했지만, 손실액은 최대 20억 달러에 달한 것으로 포브스는 추산한다.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 그만큼 많은 돈을 쓰고 있다는 증거다. 앞으로 얻을 시장이 중요하지, 당장의 수익은 부차적 문제로 보는 듯하다. 제프 베조스, 보고 있나!“처음 우버를 지원할 때만 해도 그 결과 자동차 산업의 수익결산을 듣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고 벤처투자사 벤치마크(Benchmark)의 빌 걸리는 말했다. 그는 우버 최초 투자자 중 한 명이자 이사회 임원이다. “지구상 규모가 가장 큰 산업 중 하나인 운송산업에서 우버가 무엇을 할 수 있을 지 불안감이 컸다.”트래비스 칼라닉은 언제나 패턴을 보는데 집중했다. 청소년 시절 그는 남부 캘리포니아에서 교통체증으로 유명한 고속도로의 교통량을 분석하고 모든 가능한 상황에서 어떤 차선이 가장 적합한지 연구하는 게 취미였다. 결국 자퇴를 하기는 했지만, UCLA 대학에서 컴퓨터과학을 배우면서 그는 자신의 문제해결 역량을 더욱 다듬을 수 있었다. 재학 시절 시작한 멀티미디어 검색엔진 및 파일 교환 소프트웨어 스카우어(Scour)는 실패로 돌아갔다. 다음으로 시작한 스타트업 레드 스워쉬(Red Swoosh)는 미디어 업체에 동영상 온라인 전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회사였다. 레드 스워시를 운영하는 동안 칼라닉은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 형편 없는 투자 제안을 받아야 했고, 이후에는 헐값에 기업을 넘기라는 인수 제안이 들어왔다. 회사가 끝장난 거나 다름 없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직원들은 회사를 버렸고, 투자자들은 불만을 쏟아냈다. 결국 그는 2300만 달러를 받고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에 회사를 매각해야 했다. 그는 당시를 두고 “피, 땀, 라면이 뒤섞인 시절”이라고 표현했다.그는 2009년 전문 창업가 가렛 캠프(Garrett Camp)와 함께 우버를 창업했다. 캠프가 자신이 창업했다가 매각한 회사 스텀블어판(StumleUpon) 지분을 다시 인수했을 때다. 당시 둘은 우버캡(UberCab)이라는 앱을 통해 우버라는 사업을 시작했다. 블랙 리무진 서비스를 예약하는 수고로움을 덜기 위한 앱이었다. 2010년 시작한 서비스는 초반에만 해도 칼라닉과 친구들이 샌프란시스코를 편하게 돌아다니기 위해 만든 장난감 정도였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칼라닉은 숫자를 잘 조정하기만 하면 리무진 서비스뿐 아니라 도시 운송 자체를 바꿀 수 있다는 가능성을 눈치챘다. 가격을 내리면 더 많은 승차자가 관심을 가질 것이고, 이는 더 많은 운전자를 플랫폼으로 이끌 것이 당연했다. 그렇게 대기시간이 줄어들면, 이용자가 증가하고 운전자의 수입이 함께 증가할 수 있었다. 이런 선순환을 잘 다듬는 일이 이 때부터 칼라닉이 집착하는 목표가 됐다.우버는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을 이루었다. 로켓처럼 내달리는 구글과 페이스북을 앞지른 대기록이었다. 2분기에 매출액은 10억 달러를 상회했고, 회사 직원은 9000명, 등록 운전자 수는 150만 명에 이른다. 월마트와 맥도날드를 제외한 민간기업 중 가장 많은 사람에게 월급(이나 월급의 일부분)을 주는 기업이 바로 우버다. 우버는 전세계 73개국 450개 도시에서 관련 규제와 택시업계의 반대를 불도저처럼 밀어버리며 서비스를 출시했다. 매달 평균 4000만 명이 우버 서비스를 이용하고, 우버 운전수의 월평균 이동거리를 합하면 12억 마일이 나온다. 지구와 화성 사이를 35번 이동한 거리다. 이제 칼라닉의 목표는 “운송 서비스를 수돗물만큼 안정적으로 흐르게 하는 것”이다.우버의 스케일이 거대해지면서 효율성에 최우선순위를 두어야 할 필요성도 증가했다. 포브스는 칼라닉의 순재산을 63억 달러로 추산하지만, 칼라닉은 보유하고 있는 우버 주식을 하나도 매도하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는 우버의 모든 구성요소를 해결 가능한 문제로 분해해서 회사를 운영해 나간다.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코드와 프로세스로 구성된 시스템이다. 비트와 원자로 구성된 물질 세상에 프로세스와 코드를 적용하니 솔직히 모든 게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한 칼라닉은 “아니, 사람과 코드와 프로세스로 구성된 시스템”이라고 재빨리 ‘사람’을 추가한 후 안도한 표정을 지었다. ━ 실리콘밸리 역사상 가장 빠른 성장 이뤄 “트래비스는 엄격한 실험과 테스트를 적용하는 철학을 전파한다”고 차량 합승 서비스 우버풀을 총괄하는 브라이언 톨킨(Brian Tolkin·26)은 말했다. 잼 세션은 며칠, 심지어 몇 주에 걸쳐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에는 인센티브를 좀더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방식을 찾아내기 위해 엔지니어링부터 재정, 데이터 과학, 운영 등 다양한 부서의 중역이 한 자리에 모여 일련의 회의를 가지기도 했다. 그 결과 우버는 각 부서의 책임범위를 미세하게 조정해 시장의 변화에 대한 반응성을 높였다. 들인 노력의 양에 비해 사소해 보이는 성과다.그러나 우버의 매머드급 규모를 생각하면, 아주 작은 부분을 고쳤다 해도 이것이 모여서 대단한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잼 세션을 통해 기술적 면에서는 개별적이면서 통합적인 1000여 개 ‘서비스’가 탄생했다. 우버 전체를 포괄하는 기술의 1000여 개 부분이 변화한 것이다. “서비스를 좀더 효율적으로 만들수록 운전자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베트남 전쟁 당시 보트피플 중 한 명으로 미국에 와 자수성가해서 4년 전 우버에 합류한 팜 CTO는 말했다.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차가 온다는 약속과 경험은 이제 일상이 됐다. 이런 서비스를 현실로 만들려면 수많은 코드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며 작동해야 한다.이용자가 앱을 열었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보자. 이용자의 현재 위치가 우버 서버로 전달되면, 차를 배정하는 소프트웨어가 가격결정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근방의 자동차를 샅샅이 물색하기 시작한다. 모든 정보는 이용자가 차량을 요청하기 전에도 수 초마다 업데이트 된다. 운전자가 요청을 받아들이면 이동 경로를 분석하는 소프트웨어가 자동차를 승차 위치로 안내하고, GPS를 이용해 4초마다 도착예정시간(ETA)을 업데이트한다. 이렇게 거의 상시적인 추적은 승객이 차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에도 계속되고, 서비스가 종료되기 전에 운전자에게 최적의 경로에 있는 다음 승객을 미리 배정한다. 요금 청구와 처리, 이용자의 서비스 평가, 자체 분석 소프트웨어로 승차 품질을 평가하는 작업도 함께 이루어진다. 우버풀의 경우 작업은 더욱 복잡하다. 비슷한 경로로 이동하려는 승객이 또 누가 있는지, 운전 경로를 크게 연장하지 않는 최상의 카풀 조합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등을 계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의 새로운 부분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교통 상황이 변할 때마다 계산 또한 끊임 없이 변한다. 운전한 곳을 다시 되돌아가야 하는 경우는 다른 기준을 아무리 많이 충족해도 경로에 포함되지 않는다. “심리학적으로 봤을 때 아무리 가깝다 해도 갔던 길을 다시 가는 건 승객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팜은 말했다. 코드와 이를 만들어 내는 더 중요한 프로세스, 그리고 사람은 이동성의 세계를 넓히려는 우버의 새로운 시도를 뒷받침하는 근간이다.우버는 새로운 시스템 및 기술에 대해 새로운 투자 방법을 만들었다. “우선 우리 존재를 위협하는 요인에 가장 먼저 집중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운영할 사업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고 팜은 말했다. 해당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투자 중 가장 눈에 띄고 금액도 가장 높은 부문이 바로 자율주행 자동차다. 이와 함께 분석법과 할증요금 책정, 경로 설정, 데이터센터 기술을 포함한 수많은 다른 프로젝트에도 이미 많은 투자가 들어가고 있다. ━ 자율주행차와 지도 기술 개발에 거액 투자 다음 순위로 투자하는 부문은 ‘있으면 좋은’ 기능이다. 우버의 성장이 워낙 거침없이 이어지기 때문에 씻고 닦고 광을 내는 과정은 계속해서 반복이 되어야 한다. 지금의 데이터 처리능력을 10배로 늘려주는 시스템을 구축한다 해도 12~18개월 안에 폐기하고 새로운 걸 다시 만들어야 할 정도다. “3년 반 후면 자동차 배정 시스템을 아마 3번은 새로 구축했을 것”이라고 팜은 말했다. 2년 전 칼라닉은 지도를 작성하는 매핑 기술이 우버가 반드시 보유해야 하는 ‘존재 담보’ 기술 중 하나라고 확신하고, 구글 어스(Google Earth) 공동개발자로 매핑 개발을 이끌었던 브라이언 맥클렌든(Brian McClendon)을 영입했다. 구글이 수십억 달러를 투자했던 기술에 얼마나 많은 돈이 필요하고 왜 그 정도로 투자해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우리 사업의 모든 것이 지도에 달려 있다”고 맥클렌든은 말했다.세계를 지도로 만들고 그 지도를 다시 수정하는 과정에서 우버는 승차와 하차 계획을 개선할 수 있는 데이터를 수집했다. 기계학습(machine learning)과 통계 자료를 이용해 과거 데이터를 분석해서 출입구가 많은 쇼핑몰에서 최상의 위치를 제안하는 식이다. 칼라닉이 효율성 개선을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현재 교통체증이 심한 거리를 피해가거나 운전자가 불필요하게 경로를 돌아갈 필요가 없도록 승객에게 최상의 승차지점을 알려주기 위해서다. 동시에 카메라를 장착한 우버 차량이 곳곳을 돌아다니며 거리 표지판을 찍어 데이터를 축적한다. 이를 우버 시스템에 입력하면 시스템은 기계학습을 이용해 ‘정차 금지’ 등의 표지판 뜻을 이해하고, 운전자가 예상치 못한 곤란한 상황에 빠지지 않도록 막아준다.물론, 2년째 계속되고 있는 우버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에도 지도 데이터는 필수적이다. 자율주행 자동차 쪽에서 칼라닉이 가장 자랑스레 업적을 내보였던 때는 지난해 8월이다. 당시 그는 피츠버그에서 운행하는 우버 차량 일부에 자율주행 자동차를 포함시키겠다고 발표했다. (사고를 예방하고 규제를 준수하기 위해 운전석에 사람이 앉아 있기는 한다.) 그리고 우버는 구글 자율주행 자동차 개발부에서 일했던 베테랑들이 구글을 퇴사하고 시작한 스타트업 오토(Otto)를 인수했다. 당시 오토는 자율주행 트럭 개발에서 빠른 진전을 이루어내고 있었다. 오토 인수로 우버는 A에서 B로 사람이나 사물을 이동시키는 방법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산업에서 우위를 점하게 됐다.2016년 2월, 칼라닉은 그의 첫 테드(TED) 강연을 위해 밴쿠버로 갔다. 칼라닉은 “천재 악당(evil genius)”이라는 소개를 받고 무대에 올랐다. 그러나 도시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우버의 잠재력이 규제 때문에 발목 잡혔다는 그의 강연은 초조하게 들렸고, 어떤 부분에서는 방어적이기도 했다. 강연을 끝내고 무대 뒤로 돌아온 그는 유통업체 타겟(Target)의 부흥을 이끌었다고 평가 받는 최고마케팅책임자 제프 존스(Jeff Jones)와 마주쳤다. 그는 존스에게 자신의 강연을 어떻게 평가하는지 물었다. 존스의 답은? ‘B-‘였다. 애정에서 나온 엄격한 평가는 칼라닉처럼 논리적인 사람에게는 고마운 충고였다. 며칠 지나지 않아 칼라닉은 걸리와 함께 타겟 본사가 있는 미니애폴리스에서 존스를 데려오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리고 8월에 존스는 ‘사장’ 직함을 달고 우버에 합승했다. “트래비스는 팀원으로 어떤 사람이 필요한 지를 판단하고, 이를 기준으로 그들을 데려온다”고 같은 해 존스보다 먼저 이사회에 합류한 아리아나 허핑턴은 말했다.지구상 모든 운송의 운영체제가 되려고 노력하는 우버가 근무하기 힘든 회사라는 사실은 그 동안 변하지 않았다. 그러나 칼라닉의 주변인들은 그가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으며, 초토화 작전을 펼쳤던 시기는 지났다고 말했다. 유능한 직원을 모집하고 안정적인 경영팀을 구축한 게 그 증거다. 중국에서의 패배 또한 마찬가지다. 우버가 중국에 20억 달러를 투자해서 경쟁업체 디디 추싱(Didi Chuxing)의 지분 70억 달러를 얻었으므로 우버 사람이라면 누구도 ‘패배’라고 표현하지 않겠지만, 그래도 중국에서의 철수 결정은 칼라닉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가 그만큼 성숙해졌음을 보여주는 결정이라고 말한다.사실, 우버 CEO는 중국에 대단한 집착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하지 마’라고 말할 때마다 ‘와우, 사람들이 모르는 뭔가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던 그는 중국에 모든 걸 걸었다. 우버차이나의 성장 과정은 우버의 이야기를 그대로 담은 축소판이었다. 들불처럼 빠르게 번져 나가며 인기를 끌었고, 2년이 채 지나기도 전에 중국은 우버 서비스 이용 중 3분의 1을 차지했으며, 우버 승차 횟수 기준 상위 10대 도시 중 중국 도시가 8개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다른 많은 국가와 마찬가지로, 대대적 성장은 대대적 손실을 감수하며 이루어졌다. 디디와의 출혈 보조금 경쟁 때문이다. 더 심각한 사실은 중국이 너무 많은 자원을 집어삼켰다는 점이다. 우버 엔지니어와 상품 개발자, 경영 담당자, 칼라닉을 포함한 경영진까지 모두가 중국에만 매달린 점도 문제였다. ━ 기대했던 중국 시장에서 패배한 뒤 성숙해져 그래서 지난 여름 칼라닉은 우버차이나를 접고 디디와 합병하는데 찬성하며 피 말리던 전쟁을 끝냈다. “트래비스가 개인적인 패배로 받아들이지 않고 우버를 위한 최선의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아주 인상적이었다”고 허핑턴은 말했다. “그는 중국에서 싸움을 계속했을 때 발생하는 기회비용이 엄청나다고 봤다.” 칼라닉 자신도 중국 법인 결정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이다. “우리가 100% 이긴다고 말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우리는 용맹하게 싸웠고, 좋은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사람들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걸 해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현재 우버에게 가능한 세계는 무한하다. 유례없이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고, 출혈이 컸던 중국에서의 싸움이 끝난 만큼 우버의 손실액도 이미 정점을 지나 감소세에 접어들었다고 추정된다. 우버가 운송내 다른 사업 부문으로 뻗어나가려는 시점에서 칼라닉은 미국과 브라질, 인도를 비롯한 중요 시장에서 이기는데 집중할 수 있다. “100억 달러나 되는 자금을 모집한 건 투자를 위해서였다”고 칼라닉은 말했다.리프트(Lyft)는 미국 주요 도시에서 자사 점유율이 우버와 비슷하다고 주장한다. 미국 주요 도시야말로 “전체 승차의 90%를 차지하는 시장”이라고 리프트 공동창업자이자 사장인 존 짐머(John Zimmer)는 말했다. 칼라닉이 효율성에 집착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운전자가 언제 승차 장소에 나타나는지 쪽에서 경쟁업체와 분명히 차별화될 수 없다면, 차량마다 더 많은 승객을 태워서 효율성을 높이면 된다. 칼라닉이 구축한 시스템도 여기에 활용되고 있다. 그럼 승객은 더 저렴한 요금으로 목적지에 갈 수 있고, 운전자는 더 많은 돈을 벌고, 우버의 매출도 높아질 것이다. 칼라닉이 우버풀을 그렇게 만지작거렸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우버풀은 리프트의 카풀 서비스를 앞지를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미친 듯이 성장하고 있다. 가장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샌프란시스코 도시에서는 우버 차량 이용 중 40%가 카풀 서비스다. ━ 대중교통을 뒤집고 도시계획에까지 영향 우버가 대중교통을 뒤집고 도시계획에까지 영향을 주는 가운데, 우버풀은 도시 생활환경을 개선하겠다는 칼라닉의 목표 달성에도 대단히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정부가 인가하는 택시 독점 공급을 위협했던 우버에게 과거 날카롭게 각을 세웠던 시 정부들은 도로에서 차량 수를 줄일 수 있는 우버의 아이디어를 두 손 들어 환영한다. 칼라닉은 이미 이들에게 우버풀의 장점을 설파하며 지지를 얻는 중이다. 뉴저지 서밋(Summit)은 최근 기차역에 주차장을 확대하는 대신 통근자를 위한 우버풀 서비스에 보조금을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모두의 적이었던 우버가 급작스레 ‘우리의 친구’로 변신하면서 얻게 되는 기업 명성 차원에서의 장기적 이득 또한 분명하다.효율성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원칙은 우버가 자율주행 사업으로 변신해 가는 과정에도 여전히 적용된다. 현재 우버는 자산이나 시설이 필요치 않은 차량공유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자율주행 자동차로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자체적으로 자동차 군단을 보유해야 한다. 그렇다면 우버의 경제학이 뿌리부터 변화하는 건 시간 문제다. 자동차 생산시설을 보유하지 않은 게 우버의 아킬레스 건이라는 비판도 있다. (리프트와 손을 잡은) 제너럴 모터스와 포드, 테슬라 등 자동차 생산업체, 그리고 어쩌면 구글과 애플 등의 기술 기업조차 특별 제작한 자율주행 자동차로 향후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그러나 100% 자율주행 자동차가 상용화 되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많이 남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 가능해지는 날이 온다면, 해당 산업에 뛰어드는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온디맨드 서비스를 실현하기 위해 엄청난 수의 자동차를 생산해야 한다. 그런데 우버의 경우는 이미 온디맨드 차량공유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자율주행 자동차를 점진적으로 도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자율주행 차량이 현실이 될 때, 칼라닉이 현재 구축하고 있는 이동성 운영체제, 다시 말해 비트와 원자의 물리 세계와 디지털 세계를 완벽히 조율하는 그 시스템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질 것이다. “물리 세계의 인간과 인간 행동을 정량화해야 한다”고 칼라닉은 말했다. 이렇게 차갑고 아름다우면서 도전 욕구를 자극하는 문제야말로 우버 안에서 논리로 문제를 풀어가는 칼라닉을 계속 전진하게 만드는 힘이다.- MIGUEL HELFT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17.01.24 14:27

15분 소요
‘건강 전도사’ 김영기 휴롬 회장

헬스케어

“본 받을만한 기업이 되고자 한다.” 프리미엄 주스기로 유명한 휴롬의 김영기 회장은 요즘 사원복지 개발에 빠져 있다. 60여 개 협력사와 공존 공생하는 ‘휴롬타운’ 조성도 진행 중이다. 만 50세 이상은 430만원, 35세 이상은 300만원, 35세 미만은 160만원. 프리미엄 주방가전전문기업 휴롬이 최근 진행하고 있는 임직원 특별건강검진의 연령대별 비용이다. 정기적으로 진행하는 일반건강검진의 최대 10배에 달하는 금액이다.휴롬은 지난 3월부터 오는 6월까지 임직원 450명 전원에 대해 순차적으로 특별건강검진을 실시하고 있다. 임직원들은 뇌, MRI, MRA, CT검사, 위·대장내시경, 혈액검사, 소화·호흡기계 검사 등 최대 34가지의 정밀 검진을 받고 있다. 검사 비용은 물론이고 지방 근무 직원들의 서울 체류비와 교통비, 추가 검진비 모두 전액 회사에서 부담한다. 총 경비는 13억4000만원 정도. 유급휴가와 생산라인 중단에 따른 비용까지 고려하면 15억원이 넘는다는 게 휴롬 측의 설명이다. 중소기업으로서는 ‘통 크게’ 쏜 셈이다.소식을 듣고 김영기(67) 휴롬 회장을 만나기 위해 경남 김해시 주촌면 골든루트산업단지 내 휴롬 본사를 찾았다. 20년 넘게 채소와 과일의 착즙기술을 연구해 온 그는 ‘건강 전도사’로 불린다. 2010년 600억원 남짓이었던 회사 매출은 웰빙 열풍을 타면서 2014년 3000억원을 훌쩍 넘어섰지만 그는 언론에 좀처럼 얼굴을 드러내지 않았다. “엔지니어 출신이라 말주변도 없고, 딱히 할 말도 없어서 그동안 인터뷰를 꺼렸다”는 그는 자리에 앉자마자 “케일·시금치·사과를 착즙한 신제품”이라며 휴롬 주스부터 권했다. ━ 회장도 직원도 같은 여행·같은 검진 거두절미하고 “왜 갑자기 특별건강검진이냐?”고 물었다. 그는 “사업을 하면서 누적된 미안한 마음의 발현이었다”고 답했다. “다른 회사 직원보다 더 좋은 대우를 해주고 싶은 게 경영자의 마음이잖아요. 그러나 착즙기 개발한다고 월급을 제 때 주지 못한 적도 많았고 해서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죠. 그런 와중에도 몇몇 직원들은 끝까지 남아 회사를 지켰고요. 회사 형편이 좀 풀리면서 직원들에게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생각한 것들을 하나씩 실천하는 중입니다.”이번 특별건강검진은 사원 해외여행 프로그램의 연장선이라고 했다. 2010년 들어 매출이 급격히 오르고 경영이 안정되자 김 회장은 생애 처음으로 지인들을 따라 해외여행에 나섰다고 한다. 동남아 지역을 다녀왔는데 그렇게 좋을 수가 없더란다. ‘우리 직원들도 보내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시작이 돼서 2011년 휴롬 임직원들이 단체로 태국을 여행했다. “싸구려 단체관광 말고 내가 갔던 코스, 묵었던 호텔 그대로 스케줄을 잡아라” 하는 김 회장의 지시에 따라 임직원들은 김 회장과 똑같은 여행코스를 경험했다. 임직원 단체 해외여행은 2012년 동남아, 2013년 중국 등으로 이어졌다.해외여행 프로그램은 2014년에는 임직원 가족여행으로 업그레이드됐다. 김 회장은 “가족끼리 해외여행을 해보니 그 또한 의미가 깊더라”며 “우리 직원들에게도 소중한 경험을 선물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에따라 2014년 휴롬의 임직원들은 부모를 모시고 가족단위로 해외여행을 다녀왔다. 기본 경비는 전액 회사에서 지원했다.“특별건강검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전엔 돈도 없고, 또 병이 발견될까 겁이 나서 제대로 건강검진을 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경영자가 건강해야 회사를 살릴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서울대병원을 찾았죠. 건강에 대한 걱정은 ‘내가 건강하다’는 사실을 확인하면 사라지게 되잖아요. 국내 최고 수준의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했는데도 이상 없다고 하니 그때서야 방정맞은 생각이 없어지더군요. 이런 안도감을 당연히 직원들과 나누고 싶었지요. 저는 회사가 할 수 있는 최고의 복지가 직원들의 건강을 챙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휴롬의 임직원들은 서울 강남파이낸스센터에 자리한 서울대병원 강남센터에서 검진을 받고 있다. 검진 장소나 항목 모두 김 회장이 받았던 그대로다. 특히 50세 이상 임직원은 강남센터 연회원(연회비 1900만원)에 준하는 VIP전용 룸을 사용하고, VIP 코디네이터의 서비스를 받는다. 검진 결과 몇몇 임직원에게서 종양이 발견되자 김 회장은 추가 비용을 지원해 정밀검사를 지시했다.직원들에 대한 파격적인 복지는 휴롬의 꾸준한 매출 성장 덕분에 가능했다. 2009년 313억원, 2010년 591억원에 불과하던 휴롬의 매출은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 2013년 2696억원에 이어 2014년엔 3019억원으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엔 메르스 등의 여파로 매출이 줄었지만 올 들어 다시 확연히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김 회장은 “건강 관련 제품을 판매하는 기업으로서 우리 직원들이 먼저 건강해야 고객의 건강도 챙길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다”며 “특별건강검진은 매년 진행할 것이다. 항목마다 2~3년의 검진 기간이 있으니 비용은 올해보다는 많이 줄어들 것”이라며 웃었다. ━ ‘火食’ 중국인에 날 채소를 먹이다 안정적인 직장생활엔 뜻이 없어 대학을 중퇴하고 창업에 나서 전자부품과 주방가구 제조업체를 운영했던 김 회장은 미래 건강산업의 가능성을 보고 녹즙기 시장에 뛰어들었다. 1996년 자신이 직접 개발한 착즙 기술 특허를 바탕으로 원액기 사업을 추진했다. 특히 채소, 과일을 저속으로 지그시 눌러 짜는 스크루 방식의 주스기를 세계 최초로 발명했다. 그 결과, 2006년 과일과 채소의 영양소는 덜 파괴하면서 재료 특유의 색은 보전하는 ‘휴롬 주스기’를 개발하게 된다. 김 회장은 “분당 1만6000회 회전하는 강력한 모터를 43회로 회전시키는 저속착즙기술은 휴롬만의 고유 기술”이라고 강조했다.마침 사회적으로 건강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이 높아지면서 휴롬 주스기는 큰 인기를 얻었다. 1세대 제품이 2009년 TV홈쇼핑에서 대박을 터뜨린 후, 2013년 2세대 제품을 내놓았다. 조만간 2세대 제품을 개선한 ‘휴롬 알파’를 선보일 예정이다. 휴롬의 핵심 역량은 100건이 넘는 특허 출원과 인증이다.휴롬은 2014년 매출 3019억원 중 70%를 수출에서 거둬들였다. 85개국으로 수출하는데 가장 큰 시장은 역시 중국이다. 2009년부터 중국의 TV홈쇼핑에서 판매를 시작해 2014년엔 1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11월에는 중국의 대규모 세일행사인 ‘광군제’에서 2초당 1대씩 제품을 판매하면서 하루에 180억원을 벌어들이기도 했다. 최근 코트라 자료에 따르면 휴롬 주스기는 현지 제품의 약 3배에 달하는 고가임에도 중국내 시장점유율이 11.2%로 2위에 올라있다.김 회장은 “국내와 마찬가지로 중국에서도 TV홈쇼핑 덕을 크게 보았다”고 말했다. 1시간 내내 제품을 설명하니 광고보다 더 큰 효과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홈쇼핑을 통해선 과일을 착즙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시연효과를, 카페 휴롬 주스에선 현장에서 직접 착즙한 휴롬주스를 판매하면서 시음효과를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브렌더(믹서)가 널리 보급된 서양과 달리 중국엔 아직 채소와 과일을 갈아 마시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아 짜서 마시는 휴롬 주서기의 시장 진출이 쉬웠던 것도 성공 요인이다.김 회장은 “우리가 중국인의 식습관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인들은 생식을 거의 하지 않아요. 채소마저도 쌈보다는 데쳐 먹는 일이 많죠. 그런데 건강에 관심이 있는 중산층에서 채소와 과일을 즙을 내서 먹기 시작했어요. 채소와 과일의 영양소가 열에 약하다는 것을 인식한 거죠. 앞으로 중국 시장에서 휴롬의 가능성은 상당하다고 봅니다.” ━ 협력사 아우르는 ‘복지형 산업단지’ 조성 중 김 회장은 단순히 제품만 파는 것이 아니다. ‘건강 전도사’라는 별칭답게 건강주스의 중요성을 알리고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사내에 사회공헌팀을 만들어 지난해 10월부터 어린이 식습관 개선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들이 채소와 과일을 잘 먹을 수 있도록 서울, 경기 지역 유치원을 찾아 체험활동, 미각교육, 쿠킹클래스 등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김 회장은 “건강했던 우리의 식단은 상당히 변질됐다”며 “특히 어려서부터 형성되는 식습관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지난 2월엔 농림축산식품부, 생산자연합회와 함께 어린이 식생활 교육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4월부터 전국 140개 어린이집을 찾아가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또 도시권 인근에 국산 채소와 과일을 소재로 한 학습농장 5곳을 만들어 어린이들이 직접 채집하고 맛보는 과정을 사계절 테마로 구성할 계획이다. 김 회장은 “문화, 특히 식문화를 바꾸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시간이 걸려도 소비자를 설득하며 가야한다”고 강조했다.임직원들에 대한 복지는 곧 휴롬의 협력업체 직원들까지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은 2018년을 목표로 현재 공장 인근에 ‘휴롬타운’ 조성을 진행 중이다. 대학 캠퍼스처럼 조성해 60여개 협력업체를 한 곳에 모은 산업단지다. 그는 “물류 등 비용 절감 효과는 물론이고 유치원, 요양원 등 복지를 함께 누릴 수 있는 복합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협력업체들 덕분에 휴롬도 좋은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결심했다고 한다.“회사가 직원에게 해 줄 수 있는 바람직한 복지사례를 많이 만들고 싶습니다. 그러면 다른 회사들도 따라오겠지요. 이것이 올바른 기업과 경영주의 책임이라고 믿습니다. 다른 건 아니고 ‘저 기업은 참 본받을 만하다’ 이 소리 한번 들어보려고요(웃음).”- 김해=글 조득진 기자·사진 신인섭 기자 ━ 휴롬은 어떤 회사? 20년 이상 착즙 분야를 연구한 휴롬은 녹즙기 및 슬로우 주스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사명 휴롬(Hurom)은 ‘사람(Human)’과 ‘이로움’의 합성어다.2006년 휴롬은 세계 최초로 저속으로 지그시 눌러 짜는 스크루 방식의 착즙 기술을 개발했다. 기존 한국 시장에는 존재하지 않던 슬로우 주스 시장을 개척한 것.휴롬 주스기는 스크루 원리를 응용해 채소와 과일뿐 아니라 단단한 곡류와 견과류도 손쉽게 즙으로 만들어준다. 채소와 과일에 담긴 자연 맛과 영양을 그대로 살릴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2012년 서울 강남 도산대로에 ‘휴롬 주스’ (카페)를 개설한 이후 국내에 10개 매장이 문을 열었다. 해외는 7개국(중국·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미국·이탈리아)에 6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특히 국내 매장의 경우 주스 문화 체험 공간으로 재정비해 운영하고 있다.연구·개발(R&D) 투자도 적극적이다. 휴롬은 휴롬바이오식품연구소 내에 영양분석실과 레시피개발실을 별도로 설치했다.영양분석실에서는 과일, 채소의 효능 및 주스와 건강에 관한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고, 레시피개발실에서는 맛과 영양의 균형을 최적화시킨 레시피를 연구한다. 고속성장을 이뤄온 휴롬은 지난해 김영기 회장이 IBK기업은행의 ‘기업인 명예의 전당’에 선정됐다.

2016.04.26 11:07

7분 소요
‘해외매장 1위’ 김형섭 델리스 대표이사 - “성공했다고요? 성공의 냄새만 살짝 맡았을 뿐이죠”

CEO

“인도네시아와 향후 3년간 총판계약을 맺는 협의를 맺었습니다. 다음날에는 바이어가 3년간 준비해 입점한 두바이 몰에 응원차 다녀왔지요. 아랍에미리트 상공회의소 회장 아들도 관심을 보여 미팅을 하고, 사우디아라비아나 카타르도 가맹 문의가 들어와 총판상담을 했습니다.” 빠듯한 6박 7일 해외일정을 마친 다음 날인 5월 12일. 오전 10시 인터뷰를 시작하자마자 김형섭(55) 델리스 대표이사(이하 대표)가 숨가쁘게 며칠간의 근황을 풀어냈다. 경기도 성남시 델리스 본사 사무실에서 기자에게 직접 문을 활짝 열어 주던 그의 얼굴에서는 피곤한 기색은 찾아볼 수 없었다.델리스라는 생소한 기업은 우리에게 ‘델리만쥬’라는 브랜드로 익숙하다. 1990년대 후반 지하철 역사 안에서 고소한 냄새를 솔솔 풍기며 등장한 델리만쥬는 간식거리로 한국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었다. 이후 대만·홍콩·베트남·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 등 주로 동남아를 중심으로 델리만쥬를 수출했다. 2005년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제조기술 특허를 낸 뒤 미국에는 직영점을 내거나 현지 유통업체와 제휴해 운영하고 있다. 유럽의 경우 현지 에이전시를 통해 기계와 재료를 수출하는데, 현지인들은 일종의 대리점 역할을 한다. 두바이나 몽골, 말레이시아 등에서는 쇼핑몰 내 카페 형태로 운영된다.지난해 한국본사와 미국법인 매출은 각각 100억원과 60억원이다. 신설 홍콩법인의 예상매출은 10억원을 바라본다. 즉석 제빵 프랜차이즈인 델리스는 델리만쥬, 호두과자, 앙플(견과류 토핑 제과) 등과 매직 팝(뻥튀기), 델리 팝(다이어트 간식)등 쌀을 이용한 제품의 기계를 개발해 프랜차이즈를 전개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숍인숍(shop in shop) 점포’로 주로 휴게소, 지하철, 편의점에 입점해 있다. ━ ‘기계-맛-이름-인테리어’ 패키지 델리스는 해외진출로는 한국외식업계 브랜드 1위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4년 국내 외식기업 해외진출 실태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델리스 매장 수는 600개로 카페베네(572), 롯데리아(342), 파리크라상(172)보다 많다. 김 대표는 “1999년부터 해외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에 델리스의 목표는 글로벌 프랜차이즈 기업”이라며 “현장에서 제품을 만들거나 완제품을 공급하기도 하지만 앞으로는 쇼핑몰 중심의 키오스크(공공장소에 설치한 무인단말기) 매장이 주력사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델리스의 출발은 고속도로 호두과자가 한창 인기를 끌 무렵이었다. 직장인이던 서른 살의 김 대표는 작은 호두과자 상점으로 이 사업을 시작했다. 15년 전에는 가스식이었던 기계를 백화점에 들이려면 집 한 채 값이 들 정도였다고 한다. 김 대표는 가스식 대신 전기로 만들 수 있는 즉석 식품을 고안해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 좋은 아이템을 찾기 위해 관련 전시회만 50~60회를 다녔다. “집을 몇 채를 까먹었을 겁니다. 1년 넘는 기간 동안 돈은 돈대로 들어가고 기계를 만드는 개발자도 고생했지만 (완제품을 만들기까지는) 서너 번은 족히 실패했습니다.” 그는 당시 유행하던 땅콩과자나 붕어빵보다는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빵을 원했다. 오븐에서 굽는 빵은 가능하지만, 몰드 안에서 굽는 빵에는 기술적 한계가 있었다. 대학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기계개발을 하는 과정에서 기획, 설계, 제작에 직접 참여하기도 하는 정성끝에 4년 만에 카스텔라 기계를 완성했다. 모양은 어렸을 적 시골에서 구운 맛있는 옥수수를 본떴다.다음은 앙금이었다. 호박 앙금은 인기는 있었지만 개성이 부족했다. 직접 빵집을 돌아다니며 수소문한 제과기술자에게 ‘컨셉’을 상세히 설명한 끝에 새로운 앙금 ‘커스터드’를 개발했다. 원하는 기계도 개발했고, 기대한 맛을 내는데도 성공했는데 붙일만한 이름이 없었다. 맛있고 부드러운 카스텔라에 걸맞은 이국적 이름을 짓고 싶었다. 결국 ‘맛있다’는 뜻의 영어식 표현인 ‘딜리셔스(delicious)’를 이름 앞쪽에 넣기로 했다. 이름의 뒷부분은 대학에서 한문을 전공한 김 대표 아내의 아이디어다. 만두의 중국식 발음은 어려우니 만두의 일본식 발음인 ‘만주’를 합성했다. 이렇게 해서 ‘델리 만쥬’가 탄생하게 됐다.매대 인테리어를 만드는데도 1억 가까이 들어갔다. 유명 백화점 인테리어를 했다는 업체까지 동원해가며 시행 착오를 겪었다. 여기에 그가 몸으로 익힌 현장 오퍼레이션과 작업동선까지를 확정해 매뉴얼로 만들었다. “한두 평 남짓한 공간에서는 왼쪽으로 몇 보 오른쪽으로 몇 보만 차이가 나도 결과적으로는 엄청난 차이가 나게 돼있습니다. 도구를 어디에 배치하는지도 마찬가지죠.” 그렇게 매대에서 기계, 반죽, 생산 및 판매까지 원스톱으로 이뤄지는 브랜드 패키지가 6년 만에 완성되자 백화점 매출은 정확히 두 배가 뛰었다. ━ 패키지로 묶은 브랜드를 해외로 수출 첫 해외진출은 중국이었다. 국내에서는 백화점과 지하철 등에서 인기 있던 델리스는 동남아 진출을 위해 홍콩·필리핀 등의 전시회에 참가했다. 현지의 반응은 뜨거웠다. “100m~200m 정도 줄을 섰죠.” 홍콩에서는 6개월 만에 파트너십으로 매장 수를 20여 개 늘렸다.홍콩·필리핀·태국·중국 등에서 성공적이었지만 1990년대 후반만 해도 아시아 외식업계는 맥도날드, KFC 같은 미국 프랜차이즈 브랜드가 주름잡고 있던 시절이었다. 결국 글로벌 프랜차이즈에 걸맞은 브랜드로 키우고 싶어 미국시장에 본격 진출하기로 결심하게 된다. 2004년 현지법인을 세웠을 때만 해도 그는 ‘미국시장’에 대해 단단히 착각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제가 전시회 가서도 바로 매장을 차린 사람이거든요. 아무리 어렵고 큰 시장이라도 3개월이면 할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근데 그게 큰 착각이더라고요.”미국은 음식의 성분에 대한 안정성 기준이 높았다. 특히 전문경영인 체제의 기업이 많아 신사업에 대한 투자결정이 빠르게 내려지지 않았다. 더욱이 단일품목을 납품하는 게 아니라 패키지를 팔아야 해서 미국시장의 진입 장벽은 더 높았다. 물건만 납품하는 것과 달리 매장 공간까지 확보해야 했기 때문이다.김 대표는 중간 브로커를 쓰지 않고 직접 슈퍼마켓을 돌며 영업을 뛰었다. 한국적인 브랜드로 경쟁하겠다는 각오로 뻥튀기 종류인 ‘킴스 매직 팝’도 론칭했다. 건강식품에 관심이 높은 현지소비자를 고려해 매직팝이 ‘무(無) 콜레스테롤, 채식주의자용, 무지방무설탕, 저염분(Low Sodium), 저탄수화물’ 음식임을 강조했다. 맛도 시나몬, 체다치즈, 통밀, 오(五)곡, 블루베리 등 12가지로 구성했다. 유대인들이 먹을 수 있도록 코셔제품도 출시했다.이처럼 포기하지 않고 미국진출 4~5년간을 꼬박 시장조사, 연구, 그리고 지속적인 상품개발에 투자했다. “미국시장을 개척할 때 삼성 이건희 한 쪽 주머니도 바닥날 정도로 큰 비용이 들었다”고 김 대표가 너스레를 떨었다. 그렇게 맛과 향, 시각적 효과의 경쟁력을 보여 줄 수 있는 전시회와 박람회에 꼬박 4년을 투자해 첫 해외판매 창구를 뚫었다. ━ 성공 레시피에 필요한 건 바로 ‘사람 “처음 1~2년은 매니저를 만나는 데만 6개월이 걸렸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롯데백화점 부사장을 직접 만나 컨셉과 브랜드를 설득해야 했던 겁니다.” 현재 델리스는 미국 전역에 2700여 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대형 슈퍼마켓 체인스토어 크로거(Kroger)에도 입점해 있다. 매장은 미국 전역에 600여 곳에 달하고, 델리스 완제품을 납품하는 슈퍼마켓은 1000여 곳에 이른다. 미 동부 스튜 레오나드(Stew Leonard’s) 3개점에서는 1년동안 140만 달러 어치의 킴스팝(한 봉지에 2달러50센트)을 판매했다. 숍 라이트(Shop Rite), 마켓 에이앤피(A&P)에서도 평균 베이커리 부서의 매출을 12% 단일 제품으로 달성해 주간매출 1위를 유지한다.“미국은 상상도 못 할 정도로 힘들었어요. 제가 포기를 모르는 사람인데 포기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거짓말 않고 3번이나 들었습니다”라며 그는 말을 이었다. “지금도 뭐 성공한 건 아닙니다. 성공의 냄새만 살짝 맡은 거죠.” 한국사업을 직원에게 ‘맡겨놓고’ 미국진출에 전담한 지 8년 반 만에 그는 한국본사로 돌아왔다. 델리스 미국사업은 지사장 체제로 돌렸다. 1년 반 전부터는 국내 사업과 아시아사업을 재정비하고 있다.“성공할 가능성이 눈에 보이는데 안 할 수는 없지 않겠어요? 보이니 해야지요.” 그는 도전하고 사업기회를 찾는 성공유전자를 보유한 것처럼 보였다. 일본 유원지, 편의점에서도 큰 가능성을 본다는 김 대표는 올해 홍콩 디즈니랜드에 올라프(겨울왕국의 눈사람 캐릭터) 모양의 델리만쥬로 입성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김 대표의 언론 인터뷰는 근 10년 만에 포브스 코리아가 처음이다. “사실은 인터뷰를 안 하려고 했다”고 조심스레 말했다.기자가 그 이유를 묻자 김 대표가 답했다. “굉장히 부끄럽습니다. 지금은 꿈꾸는 정도 수준인데 인터뷰한다는 것 자체가 좀… 그렇죠.” 그는 머릿속에 그리고 있는 꿈이 무궁무진하다고 했다. “저는 너무 몰라서 시간을 허비했습니다. 저같은 젊은이가 있다면 제 노하우를 전수해주고 싶습니다.” 그가 자리를 비웠던 한국의 공백기에서도 김 대표는 충분한 가능성을 본다. “다시 시작해야죠. 한국에서 다시 한 번 멋지게 성공하고, 전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 겁니다.”- 글 임채연 포브스코리아 기자·사진 오상민 기자

2015.05.28 1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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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건강증진의 새로운 불빛

헬스케어

1922년 스위스의 한 의사가 영양학의 큰 수수께끼 중 하나를 풀었다. 당시 아펜첼 아우서로덴주 헤리사우 시립병원의 내과 과장이었던 한스 에겐버거는 주민들의 갑상선종(갑상선 비대증) 발병을 예방하기 위해 고심했다. 그는 주민들이 요오드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에겐버거는 스위스인의 식사 습관을 면밀히 관찰한 끝에 주민들에게 요오드화 소금(iodized salt)을 공급했다. 요오드나트륨(sodium iodide)과 요오드칼륨(potassium iodide)을 첨가한 식탁염(table salt)이다.그 후 1년 이내에 그 지역의 갑상선종 발병률이 현저하게 줄었다. 소금 업체 유나이티드 스위스 라인 솔트 워크스는 곧바로 요오드화 소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또 스위스 연방 보건국은 스위스 갑상선종 협회를 설립해 전국민이 요오드화 소금만을 섭취하도록 하는 운동을 펼쳤다. 같은 시기 미국의 5대호 지역에서는 갑상선종이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었다. 미시건대 소아과학 교수 데이비드 머리 코위는 스위스의 성공 사례를 보고 “여기서도 안 될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1924년 5월 미국 소금 회사 모튼 솔트는 전국의 각 가정에 갑상선종 예방과 치료를 위한 요오드화 소금을 공급하기 시작했다.지금까지 요오드화 소금은 세계 각지에서 갑상선종의 발병률을 현저히 감소시켰다. 이 요법이 실시된 지 30년도 안 돼 미시건주 일부 도시에선 학생들의 갑상선종 발병률이 66%에서 0.2%로 뚝 떨어졌다. 영국에서는 2000년대가 시작될 때쯤 갑상선종 발병률이 약 1%에서 0.041%로 떨어졌다.요오드화 소금은 또 사산·자연유산 등 임신과 관련된 위험과 크레틴병 등 아동의 초기 발달 단계에서 나타나는 인지결함(cognitive defects) 발생률을 대폭 줄였다. 2013년 유니세프와 세계보건기구(WHO)가 공식적으로 세계 소금 제품에 요오드를 첨가할 것을 권장한 지 10년 만에 120개국이 관련 프로그램을 정착시켰다.에겐버거의 발견은 영양학의 큰 성과로 이어졌지만 세계 곳곳의 많은 사람이 여전히 다른 미량영양소(micronutrient, 아주 적은 양으로 작용하는 동물의 영양소) 결핍으로 고통 받고 있다. 일례로 세계 인구의 4분의1 이상이 빈혈 증세를 보이는데 어린이의 발병 위험이 가장 높다. 예방 가능한 시력상실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비타민 A 결핍증은 미취학 연령대의 어린이 약 2억5000만 명에게서 나타난다. 비타민 A 결핍증 같은 질병은 선진국과 후진국 모두에서 나타난다. 음식이 풍부하지만 단조롭거나 음식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곳이다.WHO와 글로벌영양개선연대(GAIN) 등의 단체들이 오늘날 다른 미량영양소 결핍을 해결하기 위해 100년 전 요오드 결핍증을 해결한 바로 그 방식(사람들이 먹는 음식을 이용하는 방식)을 이용하려고 노력하는 이유가 여기 있다.이런 노력을 선도하는 과학자 중 한 명인 루이스 메지아 교수(일리노이대 식품영양학)에 따르면 이 방식의 첫 단계는 어떤 식품에 영양소를 강화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다. 식품의 소비 빈도와 양, 그리고 어떤 사람들이 그 식품을 소비하느냐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아무 식품이나 선택할 수는 없다”고 메지아 교수가 말했다. 예를 들어 와사비(고추냉이) 소스나 올드베이 시즈닝(미국 동부 해안 지방에서 인기 높은 게 요리용 소스)에 영양소를 강화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이 소스를 먹는 사람들이 소수에 불과하기 때문이다.영양소를 강화할 식품은 빠르고 쉽게 구할 수 있고 일상적으로 이용되는 것이라야 한다. 일례로 메지아 교수와 동료 과학자들은 2010년 중미와 파나마 지역의 설탕 제품에 비타민 A와 철분을 강화해 큰 성공을 거뒀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는 메지아 교수가 설탕의 영양소 강화에서 거둔 성공이 어디서나 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훨씬 더 많은 문제에 부닥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철분 강화 성공 사례는 큰 희망을 준다. 각국이 특유의 질병과 영양소 결핍증으로 저마다 다른 영양학적 문제점을 지니고 있지만 철분 결핍은 세계 전반에 걸친 문제다.2010년 식품과학자들은 철분 강화 밀가루가 78개국에서 사람들에게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분석하는 회의를 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도움이 안 됐다는 결론이 나왔다. 현재 시행 중인 철분 강화 프로그램의 혜택을 본 것으로 판단된 나라는 9개국에 불과했다. 나머지 69개국은 적합하지 않은 철분 분말이나 농축액 또는 양쪽 모두를 사용했다.이들 국가에 흔한 고유의 질병들이 프로그램 성공의 큰 걸림돌이 됐다. “요점을 말하자면 염증과 감염 확률이 높은 인구 층에 영양소를 공급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라고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과대학(ETH Zurich)의 명예교수이자 2006년 WHO 보고서 ‘미량영양소를 이용한 식품 강화의 지침(Guidelines on Food Fortification With Micronutrients)’을 공동 편집한 리처드 허렐이 말했다.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에서 이런 질병들이 철분 강화 프로그램의 성공에 걸림돌이 된다. 인체의 자연스러운 염증반응이 영양소의 흡수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영양소를 강화한 식품만으로는 효과를 볼 수 없다”고 허렐 교수가 말했다. “위생 관리와 말라리아나 기생충 감염 등의 치료가 병행돼야 한다.”메지아 교수는 비타민 A 강화도 똑같은 장애물에 부닥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동남아는 전염병의 확산 수준이 아프리카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낮다. 하지만 그곳 주민은 단조로운 식사 탓에 미량영양소가 결핍돼 특정 영양소를 흡수하는 신체의 능력이 떨어진다.비타민 B 복합체, 비타민 C군 같은 수용성 비타민과 달리 비타민 A는 지방이 있어야 흡수된다. 쌀을 많이 섭취하는 나라의 경우엔 간장이나 생선 액젓 같은 양념에 영양소를 강화할 때 지방이 결핍되기 쉬운 주민의 영양 상태를 고려해야 한다. 메지아 교수는 “다행히도 견과류나 과일에 들어 있는 미량의 지방이 비타민 A의 장내 흡수를 도울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필요한 만큼 충분히 흡수되진 못해도 전혀 흡수되지 않는 것보다는 낫다.”마지막으로 안정성 문제가 있다. 미량영양소 강화 프로그램은 기존 식품에 적용하되 그 고유의 맛과 향, 식감, 색깔 등을 해치지 않아야 한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새로운 식품을 식사에 포함시키는 데 필요한 정신적 도약 과정을 거치지 않아도 되도록 해야 한다.프로그램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아무런 변화가 필요치 않다. 코위 교수가 미국 소금의 요오드화 과정에서 만약 소금을 씁쓸하고 푸른 빛이 도는 가루나 분홍색 덩어리로 만들었다면 성공하지 못했을지 모른다. 영양소 강화는 사람들이 보편적이고 무의식적으로 소비하는 단순한 식품을 이용해야 한다. 소금은 많은 사람이 무의식적으로 먹는 식품이다. 만약 겨자나 초콜릿처럼 복잡한 식품에 영양소를 강화한다면 부정적인 견해를 지닌 사람들에게 트집거리를 주게 된다.비용 문제도 고려해야 한다. 미량영양소 강화를 포함해 세계적 문제를 풀 많은 이론 상의 해결책들이 발목 잡히는 부분이다. 한 영양소가 특정 인구 층에 어떤 식으로 도달하게 되는지를 이해하려면 많은 현장연구와 데이터 수집, 분석, 시간과 인력이 필요하다. 모두 막대한 자금과 귀중한 시간이 소요되는 일로 이를 감당할 만한 나라는 극소수다. 허렐 교수는 “다행히도 영양소 강화 산업은 최근 빌 앤 멜린다 게이츠 재단과 미국 국제개발처(USAID), 여러 비정부기구와 학교, 민간 부문 기업 등 기부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메지아 교수는 자금 지원이 식품과학과 구현과학(implementation science, 연구 결과를 의료 정책과 사업에 통합시킬 방법을 연구하는 학문)의 발전과 보조를 맞출 수 있다면 앞으로 몇 년 안에 각국이 새로운 영양소 강화 프로그램을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인도의 커리 분말, 필리핀과 베트남의 생선 액젓 영양소 강화가 2020년이 되기 전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다. 몇 십 년 앞을 내다보고 계획하는 다른 세계적 공중보건 프로그램들과 비교할 때 영양소 강화는 특유의 강점이 있다. 희망이 처음 움트기 시작한 세대 내에서 수십억 명에게 건강 증진의 혜택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번역 정경희

2015.01.26 1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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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최고의 식당’ 목록은 잊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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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요리 전문 월간지 ‘레스토랑’은 매년 “800명의 국제 레스토랑 전문가”를 동원해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을 선정한다. 이 잡지는 ‘최고’를 판단하는 기준은 여행 경험이 풍부한 이 믿을 만한 미식가(gourmet)들에게 맡긴다”고 말했다. 그리고 이 목록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이 시대의 음식 맛을 평가하는 공정한 조사(an honorable survey)이며 세계에서 가장 가볼 만한 식당들을 소개하는 믿을 만한 지표(a credible indicator)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하지만 이 믿을 만한 미식가들에게 “여행 경험이 풍부한”이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은 지나친 칭찬이다. 물론 유럽과 뉴욕 곳곳, 그리고 리우데자네이루 정도는 두루 돌아다닌 듯하지만 아시아 쪽은 어땠는지 의문이다. 이 목록에서 1위는 예상했던 대로 덴마크 코펜하겐의 노마(Noma)가 차지했다. 그 다음엔 스페인 히로나의 엘 셀예르 데 칸 로카(El Celler de Can Roca)와 뉴욕의 퍼세이(Per Se), 런던의 ‘디너 바이 헤스턴 블루먼설(Dinner by Heston Blumenthal) 등이 이름을 올렸다. 파리의 라틀리에 드 조엘 로뷔숑(L’Atelier de Joel Robuchon)은 12위를 차지했다.싱가포르의 이기스(Iggy’s)는 26위, 도쿄의 나리사와(Narisawa)는 27위에 머물렀다. 이 톱50 안에 포함된 아시아 레스토랑은 총 6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44개는 모두 서양에 있는 레스토랑이다. 늘 그게 그거 같은(relentlessly ordinary) 뉴욕의 모모푸쿠(Momofuku)가 아시아 레스토랑 6곳 중 3곳을 제치고 37위를 차지했다. 내 불만이 바로 여기 있다(Therein lies my beef).사람들은 어떤 목록에도 불만을 가질 수 있다. 애초에 목록을 작성하고 순위를 매기는 일 자체가 부질없는(gratuitous) 짓이다. 사람들은 다른 누군가가 작성한 목록을 보고 속으로 화가 나서 씩씩대거나 이를 갈기도 한다. 모두가 스스로 작성한 목록이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오스카 와일드가 말한 대로 “어떤 시각으로 봐도 적은 제정신이 아니다(In all matters of opinion our adversaries are insane).”내가 왜 방콕의 남을 파리의 라틀리에 로뷔숑보다 더 훌륭한 레스토랑이라고 생각하는지 이유를 설명하자니 짜증이 난다(could throw a little tantrum). 보그의 주류 칼럼니스트로 일할 때 라틀리에 로뷔숑 바로 옆의 몽탈랑베르 호텔에 묵으면서 매일 그 식당에서 식사를 한 적이 있다. 그렇게 나쁘진 않았지만(it was not torture) 그렇다고 세계 12위감도 아니었다. 하지만 이해가 가긴 한다. ‘레스토랑’의 독자 대다수가 뉴욕과 런던, 파리에서는 외식을 해봤겠지만 방콕이나 도쿄, 홍콩의 경우는 다르다. 그들은 1인당 15달러면 먹을 수 있는 방콕의 길거리 음식이 웬만한 고급 식당보다 훨씬 낫다는 사실을 전혀 모른다.문화적 우월주의(cultural chauvinism)를 정도껏 표현하는 데는 반대하지 않는다. 그 우월성이 보는 사람의 시각에 달렸다는 사실을 인정할 자세만 돼 있다면 말이다. 하지만 이 분야에선 그렇지 않다. 음식 ‘전문가들’은 자신들이 아주 옳다고 생각한다. ‘세계 최고’의 목록을 작성할 땐 특히 그렇다. 물론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에 오른 식당은 모두 훌륭하다. 하지만 그 식당들이 위치한 지역에 대한 인식은 서양의 경제적 우월성이 두드러졌던 2007년 이전에 머물러 있다.일례로 도쿄는 미슐랭 가이드에서 세계의 다른 어떤 도시보다 더 많은 별을 따내면서 2위 도시와의 차이를 크게 벌렸다. 미슐랭 조사관들이 도쿄의 음식에 대한 평가를 시작한 지 몇 년 안 됐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놀라운 일이다. 도쿄에는 뉴욕과 파리의 식당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수의 식당이 있다고 알려졌다. 따라서 조사관들은 이 미식 천국(this gastronomic orgy)을 아직 수박 겉핥기 정도로밖에 알지 못한다(have barely scratched the surface). 하지만 “여행 경험이 풍부한”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도쿄의 음식이 지구상에서 가장 훌륭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일어에 능통한 내 아들은 내게 “도쿄에는 외부인들이 가보기 어려운(no outsider can fully penetrate) 식당들이 꽤 있다”고 자주 말했다. 테이블이 하나뿐인 곳이나 한 종류의 생선만을 전문으로 하는 곳 등 서양 경쟁 식당들의 코를 납작하게 만들(destroy the pretensions of many Western competitors) 만한 식당들이 수없이 많다고 했다. 내가 방콕에 대해 느끼는 바와 비슷하다. 난 방콕에 꽤 오랫동안 살았는데 그곳의 음식은 국제 식도락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 이유는 뻔하다. 인간 본연의 뿌리 깊은 편협함(ingrained insularity)과 자존감 때문이다. 음식 전문가들의 경우 이런 편혐함은 지적 정확성에 반비례해서(in direct inverse proportion) 나타난다.한 식당에 대한 평가가 그 식당이 있는 도시나 나라 전체의 전반적인 음식 수준을 말해주진 않는다. 당연한 일이다.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의 1위 식당 노마가 있는 덴마크의 음식이 일본은 고사하고 싱가포르나 태국보다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노마가 덴마크의 음식 수준을 대표하진 않지만(Noma is not Denmark) 유럽 내에 있다(And yet it is Europe)는 사실은 무시하지 못할 요소다. 만약 그 식당이 콸라룸푸르에 있었다면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사실만으로 최고로 인정받을 수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노마의 주방장 르네 레드제피가 말레이시아 요리사라고 가정해 보자. 허브용 가위를 든 그가 말레이시아의 논밭을 돌아다니면서 재료를 구해 먼 옛날 ‘야생문화(wildculture)’의 원칙을 고수해 음식을 만든다고 말이다. 그가 선갈퀴아재비(woodruff) 소스와 염소젖 커드(curd, 산이나 효소로 응고시킨 동물 젖)에 담근 골풀(bulrush), 헤이즐넛 프랄린(praline, 설탕에 견과류를 넣고 졸인 것) 등을 열대식으로 재해석한 요리는 어떨까? 맛이 좋고 특이할지는 몰라도 크게 주목받지는 못할 것이다. 내 경우엔 그런 음식이 코펜하겐에 있다고 해도 별로일 듯하다.노마의 음식은 맛있고 꾸밈이 없다. 하지만 내겐 좀 밋밋하고(bland) 도덕적, 또는 “친환경적” 설교를 듣는 듯한 느낌을 준다. 난 차라리 방콕에 있는 내 단골 베트남 음식점 수안마이(Xuan Mai)가 더 좋다. 1973년 미스 사이공 출신의 전쟁 난민 메융 롭슨이 운영하는 식당이다. 독학으로 요리를 공부한 그녀는 내가 아는 최고의 요리사다. 그녀는 정말로 가위를 들고 신비로운 풀들을 찾아 베트남 시골의 논밭을 돌아다닌다. 식당 안엔 아기 고양이의 사진들이 잔뜩 붙어 있다. 난 이곳에서 네온 불빛에 눈을 깜빡거리면서 메콩강의 메기(catfish)가 통째로 나오는 멋진 요리와 기막히게 맛있는 패션푸르트 크렘브륄레를 먹는 편이 훨씬 더 좋다. 내겐 이 음식들이 ‘세계 최고의 레스토랑 50’에 선정된 식당에서 내놓은 어떤 특이한 음식(the severe oddities)보다 더 맛있다.물론 이런 견해는 ‘난 제정신이고 다른 사람은 그렇지 않다(I am sane and you are not)’는 생각의 한 예에 불과하다. 하지만 다음에 아시아에 갈 기회가 있을 때 그곳의 음식을 먹어보면 당신의 ‘최고의 식당’ 목록도 바뀌게 될 것이다.

2012.05.15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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