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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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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는 '살과의 전쟁'…비만세 도입하면 건강해질까

정책이슈

“우리나라의 비만율은 서구 국가에 비하면 낮은 편이지만, 비만과 과체중의 건강 위해성과 사회경제적 비용을 고려하면 비만 과세의 도입도 고려할 수 있다.” 최성은 한국조세재정연구원(조세연) 선임연구원은 지난 7월 보고서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최 연구원은 ‘비만세 해외동향과 비만세 도입에 관한 소고’에서 “전 세계적 여러 나라 비만율을 억제하기 위해 비만세를 부과하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선진국에서도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나라에서도 국민 건강을 위해 비만세 도입을 고려해 볼 수 있다는 의미다. 비만세(Fat tax)란 비만을 유발하는 요인을 제공하는 제품에 추가로 부과하는 세금을 말한다. 설탕이나 트랜스지방 등이 기준치 이상 함유된 제품에는 별도의 세금을 붙인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2011년 세계 최초로 비만세를 도입한 덴마크에서는 포화지방 1㎏당 16덴마크 크로네(한화 3400원가량)의 비만세를 물렸다. 비만이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건강보험 재정에 타격을 준다는 것이 부과 이유였다. ━ 영국·프랑스·핀란드 등 도입...유럽은 비만과의 전쟁 중 비만세 도입의 필요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비만세를 부과하는 나라는 42개국에 달한다. 나라별로 살펴보면 영국은 설탕 함량이 높은 제품에 비만세를 물린다. 설탕 함량 100mL당 5~8g가량 설탕이 함유된 음료에 L당 0.18₤(파운드)의 비만세를 부과한다. 우리 돈으로 약 285원 수준이다. 설탕 함량이 8g/100mL를 웃돌면 L당 추가 세금은 ₤0.24로 올라간다. 프랑스는 가당 음료, 인공감미료를 첨가한 거의 모든 음료에 세금을 매긴다. 100mL 기준 1~11g까지 설탕이 들어간 음료는 점진적 과세 방식을, 11g 이상 초과 음료는 L당 0.2유로(한화 약 270원), 제로 칼로리 가당 음료에도 세금을 붙인다. 핀란드는 대기업을 대상으로 무알코올 음료에 과세한다. 무가당청량음료와 생수에는 1L당 0.11유로(약 149원), 가당 청량음료엔 그 두 배인 1L당 0.22유로(약 297원)의 세금을 매긴다. 미국은 주마다 혹은 지역마다 각기 다른 기준으로 비만세를 부과한다. 캘리포니아주 버클리는 소다수·에너지드링크·아이스티·인공감미료 등에 부피를 기준으로 과세한다. 콜로라도주 불더에서는 설탕 함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무알코올 음료에 세금을 매긴다. 필라델피아는 가당 무알코올 음료·소다, 100%가 아닌 과일주스나 향미워터·커피음료·시럽에도 비만세를 내도록 하고 있다. 이렇게 설탕 함유 음료 이외에도 채소 주스(태국), 가당 우유(스페인), 소금과 카페인이 들어간 스낵이나 반조리식품(헝가리) 등 이른바 살찌는 음식에 비만세를 부과하기도 한다. ━ 한국 비만세 논의 10년, 부작용 우려도 우리나라도 국민 건강을 위해 비만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은 진작부터 있었다. 유럽이나 미국과 마찬가지로 비만을 유발하는 음식에 별도의 세금을 붙이는 방식이다. 설탕 등 특정 재료나 음식 가격이 비싸지면 소비량이 줄고, 이는 비만률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 비롯했다. 2011년 7월 보건복지부(복지부) 보건의료 미래위원회는 만성질환을 예방하고 관리하기 위해 열량이 높고 상대적으로 영양이 떨어지는 정크푸드에 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권고했다. 정크푸드가 비만을 유발하는 대표적 음식이라는 논란을 고려하면 포괄적 의미의 비만세 도입의 필요성을 밝힌 셈이다. 그러자 이듬해 보험연구원은 ‘비만세 도입에 대한 검토 필요성’ 보고서를 발표했다. 비만이 국민 건강 문제뿐 아니라 국민건강보험의 재정 악화와 기업의 생산성 저하 등 사회적 비용을 증가시키는데, 이를 줄이기 위한 합의가 필요하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당시 김대환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저소득층에서 고칼로리성 저가식품이 상대적으로 많이 소비되고 있다”며 “(비만세로) 확충한 재원은 저소득층 식품구매 보조금으로 활용하는 방안이 타당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2016년 4월에는 비만 인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제1차 당류 저감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가공식품을 통한 당류 섭취량을 1일 열량의 10% 이내로 낮추겠다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비만율을 떨어뜨리기 위한 방안 마련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비만세 도입을 미뤄왔다. 당장 비만세를 도입할 만큼 우리나라의 비만율이 심각하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비만세 도입 효과가 크지 않다는 비판을 의식했다는 해석도 있다. 세계 최초로 비만세를 도입했던 덴마크도 1년 만에 이를 폐지했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비만이 생산성 저하와 건강보험 재정에 타격을 준다고 판단해 시행한 정책이었지만 고기·버터·우유 등 생활 물가가 훌쩍 뛰었고 국민이 식품을 사재기하는 등 부작용이 더 크게 나타났기 때문이다. ━ 비만세 법안 발의, 통과는 미지수 그러나 성인 비만율 증가세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복지부에 따르면 한국의 성인 비만율은 2019년 기준 33.8%로 성인 3명 중 1명은 비만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1998년(26.0%)보다 7.8%포인트 늘어난 수준이다. 지난 3월 대한비만학회 조사 결과를 보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이전보다 몸무게가 3㎏ 이상 늘었다’고 답한 비율이 46%에 달했다. 지난 2월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류가 들어 있는 음료를 제조·가공·수입·유통·판매하는 회사에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담긴 ‘국민건강증진법일부개정안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비만세를 도입하면 식습관 개선을 유도하는 한편 당뇨·비만·고혈압 등의 질병을 예방하고 국민건강 증진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식품업계에서는 조심스럽게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강압적인 조치로 정책을 밀어붙이는 것보다 건강에 좋은 식품을 권장하는 게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 2018년 복지부가 '국가 비만 관리 종합대책'을 내놓으면서 '먹방'의 가이드라인을 만들겠다고 발표했다가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먹방을 폭식 조장 콘텐트로 몰아 개인의 시청각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었다. 논란이 커지자 복지부는 '규제'라는 용어를 쓴 적이 없다고 강조하며 한발 물러났다. '먹방' 문화의 실태를 파악하겠다는 것이지 법적 규제를 하겠다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최근 복지부는 한국건강증진개발원과 함께 건강친화기업 인증제 시범사업을 벌이고 있다. 건강친화기업 인증제란 근로자의 건강 증진을 위해 직장 내 문화와 환경을 조성하고, 직원 스스로 건강관리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기업을 정부가 인증해주는 제도다. 2019년 국민건강증진법 개정(2021년 12년 4일 시행)을 근거로 올해부터 시범사업이 시작됐다. 기업의 직원 관리 상황이나 건강증진 프로그램도 평가 항목에 포함돼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건강친화기업으로 인증받는 기업은 향후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지자체 사업에 참여할 경우 가산점을 주는 등 다양한 인센티브 제공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병희 기자 yi.byeonghee@joongang.co.kr

2021.08.08 18:55

5분 소요
한 명을 살려 인류를 구한다

산업 일반

암을 유발하는 희귀 유전자 변이 치료를 위해 크고 작은 제약사가 나서고 있다. 첨단 과학과 높은 가격표로 촉발된 경쟁은 성공할 경우 주가 고공행진으로 이어진다.하버드학 의료역사학 교수 앨런 브랜트(Allan Brandt·63)는 자신이 의료 역사의 일부가 됐다는 사실에 놀란 표정이었다. 2012년 그는 사망률이 높은 급성골수성백혈병을 진단받았다. 완치 가능성은 있었지만, 그러려면 골수 이식을 받아야 했다. 조직이 일치하는 여동생에게 이식을 받았다. 수술과 회복까지 두 달 걸리는 이식수술을 두 번 받았지만, 결국 암이 재발했다. “세 번째 이식수술을 버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그가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그런데 바이오기술의 새로운 흐름이 그를 구원했다. 암 DNA 서열 분석으로 발견한 특정 유전자 단백질을 표적으로 삼은 약물 개발이었다. 소수의 사람에게만 작용하는 약물이라 먼저 진단 검사를 받아야 했다. 브랜트의 경우, 그의 대학 사무실에서 차로 15분이면 갈 수 있는 아기오스 제약(Agios Pharmaceuticals)에서 그의 돌연변이 유전자를 겨냥한 표적 약물을 보유하고 있었다. 대단한 행운이었다. 매년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진단받는 2만1000명 중 해당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수천 명밖에 되지 않는다.“한참 투병 중일 때에는 나오지 않았던 약”이라고 브랜트는 말했다. “투병이 길어지면서 목숨을 구할 수 있는 약을 얻게 됐다. 그 후 건강을 회복했다. 의료 및 치료기술에 회의적인 사람들이 있다면, 희귀병을 겨냥한 표적 치료제가 진짜 가능성을 열어줬다고 말해주고 싶다.”환자가 수천 명밖에 없는 희귀질환 시장에 제약사들이 막대한 돈을 투자하며 뛰어든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시장에 빠르게 도달할 수 있다. 생사의 갈림길에 선 사람들에게 확실한 도움을 줄 수 있는 신약은 소규모 단기 실험으로도 규제당국의 판매 승인을 받을 수 있다. 아기오스의 치료제 중 하나인 아이드히파(Idhifa)는 임상실험 개시 4년 만에 미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았다. 보통 12년은 걸리는 과정이다. 또 다른 투자 동인은 가격이다. 아기오스는 아이드히파 판매권을 셀진(Celgene)에게 라이선싱했고, 셀진은 월 2만5000달러로 가격을 책정했다. (임상실험에 참여한 브랜트는 무료로 약물을 지원받았다.)폭발적 속도로 발전하는 과학 또한 투자를 부추기고 있다. 높아진 성공률과 신속한 승인이 결합되면서 제약사들은 나방이 불에 뛰어들듯 희귀병 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FDA 심사관이었던 조쉬 빌렌커(Josh Bilenker)는 2013년 제약사 록소 온콜로지(Loxo Oncology)를 창업하면서 희귀병 치료제에 전적으로 집중했다. 약물의 효과가 희귀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로 제한된다 해도 일단 효과성을 입증하는 증거만 있다면 그는 이 유전자를 타깃으로 설정해 연구에 돌입했다. “목표를 정확히 공략해야 한다. 환자를 명확히 정의하고 임상·규제 쪽에서 미친 듯이 밀고 나가야 한다”고 빌렌커는 말했다.그의 전략은 6월에 결실을 맺었다. 록소의 첫 치료제가 그야말로 경이로운 결과를 보여준 것이다. 치료제를 투여한 암 환자 50명 중 38명의 종양이 줄어들었다. (최신 결과에 따르면 환자 55명 중 44명의 종양이 줄어들었다) 라로트렉티닙(larotrectinib)은 폐암과 피부암, 뇌암을 유발하는 희귀 돌연변이 유전자 TRK를 겨냥한 물질이다. 이후 록소는 또 다시 전례 없는 행보에 나섰다. 첫 번째 약물에 내성을 보인 환자를 위해 신속히 두 번째 약물 개발에 나선 것이다. 첫 번째 약물로도 호전되지 않은 환자에게 바로 대안적 치료법을 제안하기 위한 노력이다. 두 번째 약물은 지금까지 두 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테스트했다.록소 주가는 올해 들어 175%가 올랐다. 라로트렉티닙과 개발 중인 다른 두 개의 암 치료제 소식에 시장이 들썩인 덕분이다. 희귀약물 개발에 나선 다른 제약사도 비슷하게 좋은 실적을 보이고 있다. TRK와 폐암을 유발하는 다른 희귀 돌연변이 ROS1을 겨냥한 엔트렉티닙(entrectinib) 치료제를 테스트 중인 이그니타(Ignyta) 주가도 190% 급등했다. 소화관암 등 다른 희귀 돌연변이 치료제에 집중하는 블루프린트 메디슨(Blueprint Medicines)의 주가는 150% 상승했다. 그러나 아기오스의 사례를 보면 투자자들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 2013년 IPO 이후 100% 급등했던 아기오스 주가는 2015년 1월 최고가 경신 후 바로 50% 급락하며 널뛰기를 하는 중이다. 획기적 신약 개발 소식에 들뜬 투자자들이 표적 시장 자체가 아주 작다는 걸 간과한 까닭이다.문제는 더 있다. 암 환자 중 희귀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어떻게 알아낼까? 이를 위해서는 표준 처치약에 반응하지 않는 모든 환자에 대해 진단 검사를 해야 한다. 그러려면 첨단 DNA 염기서열 분석기가 필요하다. 그래서 유전자 검사는 대형 대학병원 연구센터에서 주로 이루어진다. 매사추세츠 주 케임브리지에 위치한 파운데이션 메디슨(Foundation Medicine)에서는 현재 표준 테스트에 대한 FDA 승인을 신청한 상태다. 연구소 장비업체 써모 피셔 사이언티픽(Thermo Fisher Scientific)과 일루미나(Illumina) 등은 새로운 진단 툴을 개발하는 단계에 있다. “사상 처음으로 진단 검사 품질과 이에 대한 환자 접근권이 강화되는 쪽으로 흐름이 움직이고 있다”고 록소 최고비즈니스책임자 제이콥 반 나르덴(Jacob Van Naarden)은 말했다. “확실히 시야에는 들어왔다. 그러나 아직 손 안에는 들어오지 않은 상태다.”중소업체만 표적 항암제 개발에 매달리는 건 아니다. 소수의 환자를 위한 초창기 표적 약물들은 노바티스와 화이자, 아스트라제네카를 비롯한 거대 제약사들이 먼저 선보인 것이다. 이들 다국적 제약사들은 지금도 다양한 표적 약물을 개발 중이다. “‘인류를 구하고 싶다면 한 번에 한 명씩 구하라’는 탈무드 격언이 있다”고 메모리얼 슬론 케터링 암센터(Memorial Sloan Kettering Cancer Center)의 의료 총괄 호세 바셀가(Jose Baselga)는 말했다. “우리는 신약 개발의 모든 도그마를 의심할 의무가 있다.” ━ How to Play It 암 치료제가 개발된다면 뱅가드(Vanguard) 헬스케어와 하트포드(Hartford) 헬스케어를 운영하는 웰링턴 매니지먼트(Wellington Management)와 그 주주들이 큰 이득을 볼 것이라 확신한다. 폭넓게 다각화된 웰링턴 팀의 포트폴리오는 인구 변화 및 국내외 최신 의료연구를 비롯한 의료산업 동인에 집중하는 한편, 경기침체에 대한 헤징으로 대형 제약사 고배당 주식도 함께 보유한다. 금융위기 동안 뱅가드 500 인덱스 펀드의 하락률은 51.0%였던 반면, 뱅가드 펀드 1호 운용자금은 33.2% 감소했다. 2009년 3월 바닥을 친 이후에 뱅가드 헬스케어 펀드는 인덱스 펀드에 버금가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침체기에 선방하면 수익도 더 높아질 수 있다. 의사들도 바라는 처방 아닌가.※ 댄 위너는 어드바이저 인베스트먼트 CEO이자 인디펜던트 어드바이저 포 뱅가드 인베스터 편집자다. ━ 작은 과녁 작은 바이오테크 회사는 희귀 유전자 변이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어 한다. 치료제가 환자의 치료에 효과적이라는 데이터를 발표할 때마다 주가가 뛰었다.록소 온콜로지 - FDA 전임 심사관이 창업한 록소 온콜로지는 표적 시장이 아무리 작아도 약물에 뛰어난 효과가 있다면 주저 없이 개발한다. TRK 돌연변이가 유발하는 항암제를 개발했을 때 증권가는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블루프린트 메디슨 - 희귀암에 집중하는 블루프린트는 GIST 종양을 표적으로 한 첫 치료약을 선보일 예정이다. 원래는 표적 항암제 글리벡으로 치료했던 종양이다. 이 약은 기존 약물이 치료하지 못 했던 세부 유전자 그룹에서 현재 테스트 중이며, 비만세포증에도 효과가 있어서 검사가 진행 중이다.이그니타 - 대다수 개발약이 특정 유전자 돌연변이에 집중한 표적 치료제지만, 이그니타의 엔트렉티닙은 스위스 군용칼과 같은 전천후 효과를 가지고 있다. TRK와 ROS1, ALK에 효과가 있으며, 다양한 질환에 적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아기오스 생명공학계 베테랑 데이비드 셴케인(David Schenkein)의 아기오스는 암세포 대사를 집중 연구한다. 셀진의 영업채널을 통해 개발 치료제를 판매하고 있으며, 또 다른 신약이 곧 출시될 예정이다. 두 개 모두 급성골수성백혈병 치료약이다. ━ 거대 제약사 다국적 제약사 또한 돌연변이 유전자를 가진 암 환자 치료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들을 위한 치료제로 수십억 달러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워낙 덩치가 크다 보니 어지간하지 않으면 주가가 확 올라가지 않는다.아스트라제네카 | 폐암 치료제 이레사 - 2005년 시장에서 철수한 이레사는 2015년 희귀질환 치료제로 시장에 컴백했다. 다음 야심작은 희귀 림프종 치료제 칼퀀스(Calquence)다.노바티스 | 백혈병 치료제 글리벡 - 표적 항암제 1기로 가장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던 글리벡이 이제는 제너릭 약물로 풀렸다. 그래도 노바티스는 2015년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의 항암제 사업부를 인수하며 희귀암 치료제 투자를 가속화하는 중이다.화이자 | 폐암 치료제 잘코리 - 폐암 치료제 잘코리(Xalkori) 매출이 6억 달러를 기록했다. 후속으로 개발 중인 로라티닙은 중소 벤처 이그니타와 비상장기업 TP 테라퓨틱스 약물과 경쟁할 것이다.로슈 | 유방암 치료제 헤르셉틴 - 표적암 치료제 선두주자 제넨테크(Genenetech) 인수를 통해 확보한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헤르셉틴은 진단 검사와 함께 처방되는 최초의 항암제 중 하나다. 폐암 치료제 타세바 또한 승인 수년이 지난 후 진단 검사를 추가했다.- MATTHEW HERPER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2017.12.29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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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너의 죄에 세금을 매기노라

전문가 칼럼

로 보는 죄악세... 간접세이자 역진세라는 비판 많아 현대 자본주의의 엔진은 미국이다. 하지만 미국이라고 처음부터 자본주의의 심장은 아니었다. 백인이 점령하기 전 아메리카 대륙은 인디언이 주인이었다. 인디언들은 상대를 존중하고, 자연의 순리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었다. 인디언들의 생활 철학은 미국이 ‘왠지 이건 아닌 것 같다’며 절제를 고민할 때마다 떠올리는 소재다. 포리스트 카터의 이 베스트셀러가 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소설 중 할아버지가 손자인 ‘작은나무’에게 말한다.“꿀벌인 티비들만 자기들이 쓸 것보다 더 많은 꿀을 저장해 두지. 그러니 곰한테도 빼앗기고, 우리 체로키한테도 뺏기기도 하지. 그놈들은 언제나 자기가 필요한 것보다 더 많이 쌓아두고 싶어하는 사람들하고 똑같아. 뒤룩뒤룩 살이 찐 사람들 말이야. 그런 사람들은 그러도고 또 남의 걸 빼앗아오고 싶어하지. 그러니 전쟁이 일어나는 거야”저자인 카터는 체로키 인디언의 혈통을 이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은 할아버지가 저자에게 전해주고자 했던 가르침을 담은 자전적 소설이다. 체로키족은 미국 남동부의 애팔래치아산맥 남쪽 끝에 살면서 농경과 수렵 생활을 했던 인디언이다. 1838~39년 오클라호마주로 강제 이주당했지만 일부는 달아나 본래 고향인 테네시주에 머물렀다. ━ 위스키세 만든 조지 워싱턴 주인공은 다섯 살 체로키족 꼬마인 ‘작은나무’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산다. 작은나무가 머무는 집은 산을 등지고 서 있는 오두막집이다. 작은나무는 자연과 함께 자란다. 때로 할아버지와 함께 동틀 무렵 산꼭대기에 올라 산이 깨어나는 것을 보고, 붉은 여우 ‘슬리크’를 쫓는 여우사냥에 나선다. 외진 곳에 있는 통나무집을 틈틈이 찾는 이들이 있다. 바이올린을 가지고 다니는 파인빌리로부터는 따뜻한 마음을, 유태인 봇짐 장수인 와인씨로부터는 진정한 자선의 의미를 깨닫는다. 개척촌에서 만난 소작농 가족들로부터는 잘못된 자부심이 무엇인지를 배운다.산사람인 작은 나무네도 생활을 하려면 돈이 필요하다. 옥수수를 기르지만 이것으로는 돈이 되지 않는다. 비법은 위스키 제조였다. 할아버지는 스코틀랜드 쪽 가계로부터 수백 년 동안 전해 내려온 위스키 제조 기술이 있었다. 할아버지가 만든 위스키는 옥수수로만 만든 100% 순수 위스키다. 비록 밀주지만 직업에 대한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할아버지가 한 달에 만드는 위스키는 고작 11갤런(약 42ℓ)이다. 이중 9갤런을 개척촌 사거리 가게에 판다. 1갤런당 2달러니까, 18달러를 받는다. 불과 25센트에 불과한 옥수수 1부셸(약 30kg)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부가가치가 크다.할아버지는 딱 한 사람의 정치가를 좋아했다. 미국 초대 대통령인 조지 워싱턴이다. 그러나 워싱턴이 위스키세, 이른바 주세를 만들었다는 얘기에 크게 실망을 한다. 자신의 직업을 빼앗는 것과 다름없기 때문이다. 당시 위스키를 소규모로 제조한 사람들의 마음은 똑같았다. 미국은 건국 직후 빚이 많았다. 영국과 치른 독립전쟁 때문이다. 1789년 대통령이 된 조지 워싱턴은 국채를 갚기 위해 고심했다. 그때 떠올린 것이 위스키세였다. 수입 관세는 충분히 높아 손댈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내수 상품에 세금을 매겨야 하는데 기왕이면 죄악세를 건드리는 것이 조세저항이 적을 것으로 생각했다. 위스키세는 고가 제품을 사용할 때 붙는 사치세 느낌도 있었다. 이 아이디어는 초대 재무장관인 해밀턴이 냈고, 워싱턴 대통령이 동의했다.1791년 위스키세는 법제화됐다. 미국 서쪽 개척지인 애팔래치아산맥 서쪽 농민들이 강하게 반발했다. 옥수수 농사를 지었던 이들은 무거운 곡물을 지고 높은 산맥을 넘어 동부에 파는 것이 어려웠다. 반면 위스키는 운반도 쉬었고, 가격도 높았다. 위스키세는 이들에게는 소득세와 같았다. 위스키세가 동부의 대규모 위스키 제조업자들에게 유리했다는 것도 문제였다. 위스키세는 생산량에 비례해 내거나 고정세율로 낼 수 있었다. 동부의 대규모 제조업자들은 고정세율을 택했다. 그 결과 대형 제조업자들은 1갤런당 6센트 정도, 소형 제조업자들은 9센트를 내는 꼴이 됐다. 조지 워싱턴이 위스키 제조업에 뛰어든 부자 사업가라는 것도 서부의 농민들을 자극했다. ━ 갈수록 확대되는 죄악세 토머스 제퍼슨은 “언덕배기 작은 밭뙈기가 있는 가난한 산사람들은 대토지 소유자들처럼 많은 옥수수를 기를 수 없어 수확한 옥수수에서 수입을 올리기 위해서는 위스키를 만드는 것 외는 방법이 없다”고 반대했지만 워싱턴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조세 저항은 서부 펜실베이니아주에서 극심했다. 위스키세에 반대한 농민들은 스스로를 ‘위스키 보이즈(Whiskey Boys)’로 불렀다. 로빈후드에게서 따온 ‘땜장이 토미’라는 단체도 있었다. 이들은 세금 징수원들을 붙잡아 채찍질을 해대고 총도 쐈다. 1794년 8월 집회는 무려 7000명이 모여 정부를 성토했다. 1791년부터 1794년까지 일어난 조세 저항사건을 ‘위스키 반란(Whiskey Rebellion)’이라 부른다.워싱턴은 1794년 10월 1만3000명의 진압군을 이끌고 서부로 향했다. 미국 역사상 현직 대통령이 직접 군사를 이끈 첫 사례가 됐다. 오합지졸에 가까웠던 위스키 보이즈들은 제대로 저항하지 못했다. 토머스 제퍼슨이 3대 대통령으로 취임하면서 위스키세는 철폐된다.위스키세와 같은 주세는 담배·도박·경마에 붙는 세금과 함께 죄악세라 불린다. 죄악세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들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일부 국가에서는 코카인이나 마리화나 같은 마약류, 성매매 등에도 죄악세를 부과한다. 죄악세 개념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설탕이나 탄산음료에 붙이려는 ‘비만세’나 ‘육류세’도 죄악세의 일부로 논의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는 가축사육에 ‘트림세(burp tax·일명 방귀세)’를 물린다. 목축 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가 지구온난화를 부추긴다는 이유에서다. 죄악세는 구매자의 소득과 관계없이 상품과 서비스에 일괄적으로 부과되는 간접세다. 서민들이 주로 소비하는 경우가 많아 역진세라는 비판도 받는다. 때때로 죄악세는 증세의 명분으로 오용된다. 17세기 커피에 세금을 매기면서 ‘건강을 해치는 커비 소비를 방지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할아버지, 할머니와 영원할 것 같던 생활은 보육원으로 강제로 보내지면서 깨진다. 작은나무는 할아버지 연배의 체로키족 윌로존의 도움으로 집으로 돌아오지만 2년 뒤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차례로 운명한다. 홀로된 작은나무는 블루보이, 리틀레드 등 두 마리의 개와 함께 서쪽 산 너머에 있다는 인디언 연방으로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을 맺는다. 저자인 포리스트 카터는 등 인디언을 소재로 한 책을 많이 냈다. 하지만 백인 우월주의자로 테러 단체 KKK단의 멤버였다는 것이 훗날 밝혀지면서 빛이 많이 바랬다. 의 오랜 팬이었던 오프라 윈프리는 “이제 이 책을 읽어도 더 이상 어떤 감동도 느낄 수 없다”며 실망감을 나타냈다.

2017.02.05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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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 문학으로 읽는 경제원리 - 현진건 <술 권하는 사회>의 ‘열등재’

전문가 칼럼

하반기 들어 한국 경제가 만만찮아 보인다. 주가는 떨어지고, 경영 전망은 영 밝지 않다. 은행에 돈을 넣어두자니 실질금리는 마이너스고, 그렇다고 마땅히 투자할 데도 없다. 퇴근 길, 오랜 친구라도 불러 술 한잔 해볼까. 불현듯 떠오르는 소설이 있다. 현진건의 다. “그 몹쓸 사회가, 왜 술을 권하는고!” 남편이 홧김에 집을 나가버리자 아내는 절망한 어조로 이렇게 소근거린다. 예나 지금이나 갑갑한 사회는 술을 부르게 마련이다. 이 작품은 현진건이 1921년 개벽지에 발표한 단편 소설이다. 배경은 당시의 식민지 조선이다. 무력할 수밖에 없는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를 담고 있다. 유위유망(有爲有望, 쓸모도 있고 희망도 있음)한 뇌를 가졌으나 어디 쓸 데가 없는 지식인은 술 말고는 위안을 찾을 곳이 없었다. 소설 속 술 취한 남편 행각은 현진건 자신을 의미한다고 한다. 현진건은 1915년 16세의 나이로 두 살 연상과 결혼했다. 그 뒤 일본으로가 도쿄 세이조 중학교를 다니지만 중퇴한다. 그는 중국 상하이로 건너가 후장대학에서 독일어 공부를 한다. 상하이는 독립투사로 활동했던 셋째형 정건이 있었다. 조국에서 1919년 3·1운동이 일어나자 기대를 품으며 귀국한다. 하지만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듬해 그는 신문기자가 된다. 그는 소설도 써댔다. 술을 원체 좋아해 갖가지 기행을 남겼다. 아내는 남편을 기다리며 바느질을 한다. 자정을 넘어 새벽 1시가 다 됐지만 남편은 들어오지 않는다. 결혼한 지 7~8년이 지났지만 같이 있어본 날은 1년이 될락말락한 남편이다. 아내는 외롭고 힘들었지만 견뎠다. 남편이 공부를 마치면 도깨비의 부자 방망이라도 갖고 올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옷 나오라면 옷 나오고, 밥 나오라면 밥 나오는 그 방망이 말이다. 남편은 귀국했지만 달라진 것은 없었다. 오히려 집안의 돈만 낭비했다. 배움이 부족한 아내는 언젠가 남편이 무엇이 될 것이라 믿으며 기다렸다. 하지만 남편은 어느날부터 술에 절어 살기 시작했다. 왜 남편이 술에 빠졌는지 아내는 알 길이 없다. 남편은 새벽 2시가 넘어서야 돌아왔다. 술에 취해 비틀비틀 간신히 방안에 들어온 남편에게 아내는 물었다. 누가 술을 권했느냐고. 남편은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라며 기가 막힌 듯 웃는다. 하지만 아내에게 ‘사회’란 단어는 너무 어렵다. 조선에 있는 요리집 이름인가. ━ “이 사회란 것이 내게 술을 권한다오” 남편이 절망하는 것은 뭉치지 못하는 조선 사회, 지식인 사회다. 회를 조직한지 이틀도 안돼 서로 찢고 뜯고 하는 지식인 사회에 절망하며 주정꾼이 됐다. 아내는 “술을 아니 먹는다고 흉장이 막혀요?”라며 남편을 원망한다. 남편은 “아아 답답해!”를 외치며 아내의 손을 뿌리치고 집을 나가버린다. 예나 지금이나 서민들이 답답할 때 찾는 것이 술과 담배다. 경기가 나쁠수록 술과 담배의 판매량은 늘어난다. 통상 경기가 나쁘면 소득이 줄고, 수요가 줄어 상품 판매가 줄어든다. 하지만 경기가 불황일때 오히려 판매가 늘어나는 상품도 있다. ‘열등재’다. 가난해질수록 수요가 늘어나는 제품이다. 미국 경제잡지 포춘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때 불황에 잘 나가는 7대 업종을 꼽았다. ①비디오게임 ②화장품 ③쓰레기 처리사업 ④패스트푸드 ⑤상설 할인점 ⑥건강식품매장 ⑦온라인 취업 전문대학 등이다. 당시 닌텐도의 가정용 게임기 ‘위(Wii)’와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게임기 ‘X 박스’는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불황으로 소비자들이 집에 머물며 저렴하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게임기를 선호한 때문이다. 화장품 회사인 에스티로더도 전년보다 수익이 30% 이상 늘어났다. 월마트 등 대형할인점, 1달러 샵인 ‘달러트리’의 매출도 늘었다. 매출이 줄어든 다른 소매 업종들과 대비됐다. 또 맥도널드·스트레이어에듀케이션 등 패스트푸드점과 온라인 대학도 인기를 끌었다. 한국의 대표적인 열등재는 라면과 소주다. 라면과 소주는 금융위기 때 판매량이 더 늘었다. 자전거도 열등재다. 교통비를 절약하기 위한 ‘자출족’이 증가한 때문이다. 자전거 판매량은 2008년 전년 대비 60%가 넘게 증가했다. 불황 때는 콘돔 판매도 늘어난다. 경기가 어려우면 집에 머무는 시간은 늘어나는 반면 아이 낳아 키우기가 부담스러워 피임용 콘돔을 많이 사용한다는 것이다. 경기 불황 시기에 담뱃값과 소주값 인상에 많은 서민이 반대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부는 “세금을 많이 올려 가격이 올라 가면 담배를 끊게 될 것”이라며 국민건강을 위해 담뱃값을 올린다고 말한다. 하지만 “서민층의 금연 효과는 생각보다 크지 않고 서민들의 세부담만 늘어난다”고 반박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부는 담뱃값 2000원을 올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주세에 대해서는 원체 반발이 심하자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물러선 상태다. 한국 담배시장 규모는 10조 원, 주류 출고시장은 7조3000억원 수준이다. 담배는 62%, 술에는 93%(교육세·부가세 포함)의 세금이 붙는다. 담배세와 주세는 대표적인 ‘죄악세(Sin tax)’다. 죄악세란 술·담배·도박·경마 등과 같이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에 부과되는 세금이다. 죄악세는 사회에서 부정적인 상품을 소비하도록 허용해준다는 의미가 있어 대개 세율이 높다. 죄악세의 새로운 개념으로 ‘비만세(Fat tax)’도 최근 제기되고 있다. 햄버거와 같은 정크푸드에 붙이는 세금이다. 한국도 한때 도입을 검토했다 여론의 반발에 부닥쳐 좌절됐다. ━ 담뱃값 인상 논란 여전 정부가 주세와 담배세 인상, 비만세 신설 등의 유혹에 쉽게 빠지는 건 이들 과세대상이 ‘열등제’이기 때문이다. 경기 불황기 세수입이 줄더라도 죄악세와 비만세는 세금이 늘어나 재정 충격에 완충작용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세금은 서민들이 부담하는 경우가 많아 역진적이라는 지적을 피하긴 어렵다. 아내는 남편에게 술을 권하는 사람들은 동료인 ‘하이칼라’들 이라고 생각했다. 많이 배운 선량들끼리 뭉쳐 주거니 받거니 취해 하세월을 보낸다고 짐작한 것이다. 하지만 남편에게 술을 강권하는 것은 조선 사회였다. 힘을 합쳐 일제에 맞서야 할 때 좀처럼 뭉쳐지지 않는 조선 사회를 개탄했다. 한국은 10년 넘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다. 2014년 한국 사회는 100여 년 전 식민지 조선과는 비교할 바 아니지만 서민이 살기 어렵기는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작금의 한국 사회는 술로도 서민의 마음을 달랠 수 없는 것인지 안타깝다.

2014.10.26 1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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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riscope INTERNATIONALIST - 지구촌의 이모저모

국제 이슈

프랑스 퍼스트레이디의 수난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사실은 대통령 동거녀다) 발레리 트리에르바일레가 우울증으로 입원했다. 그녀의 사무실 측은 “휴식과 몇 가지 검사를 위해” 입원했다고 설명했다. 트리에르바일레의 입원 소식은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이 여배우 쥘리가예와 정사를 나눴다는 폭로가 일주일 동안 대서특필된 뒤 나왔다.연예 주간지 클로저는 올랑드 대통령과 가예의 관계를 시사하는 사진을 게재하고 그들의 밀회에 관해 7쪽짜리 기사를 실었다. 올랑드는 사생활 침해라고 항의했지만 가예와의 관계에 관한 보도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트리에르바일레는 올랑드와 가예의 로맨틱한 밀회에 관한 보도를 보고 “분노하고 창피스러워했다”고 알려졌다.올랑드(지금까지 결혼한 적이 없다)는 트리에르바일레와 함께 지내기 위해 이전의 파트너였던 세골렌 루아얄(전 사회당 대선후보로 올랑드와 동거하며 네 자녀를 낳았다)을 저버렸다. 트리에르바일레도 이혼녀이며 이전 결혼에서 세 자녀를 뒀다. 그녀는 올랑드 대통령의 공식 파트너로 올랑드가 대선에서 니콜라 사르코지에게 승리한 후인 2012년 5월 프랑스의 퍼스트레이디로 인정됐다. 41세의 배우인 가예는 아르헨티나 영화감독 산티아고 아미고레나와의 사이에 두 자녀를 둔 뒤 이혼했다(☞ 20쪽).외도 스캔들의 폭로는 올랑드의 공적인 이미지에 타격을 줬다. 그는 프랑스 한 세대에서 가장 인기 없는 대통령 중 한 명으로 간주된다(여론조사에 따르면 그의 신뢰도는 25%다). 그러나 1월 12일 발표된 여론조사에 따르면 프랑스인의 4명 중 3명은 공인의 사생활은 비밀이 보장돼야 한다는 전통에 따라 밀회가 개인적인 문제라고 믿는다. - PRIYA JOSHI 인도 여성에게 공포의 나라? 인도 남부 안드라 프라데시주에서 성폭행으로 체포된 갱 9명은 지난 2년 동안 약 60명을 강간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현지 경찰 간부 Y 하리나트 레디에 따르면 그중 6건만 신고가 접수됐다.레디는 그 갱들이 한적한 곳에서 커플들을 습격해 금품을 빼앗은 뒤 여성을 성폭행했다고 설명했다. 공격자들은 적어도 한 건의 성폭행을 비디오로 촬영한 뒤 경찰에 신고하면 그 비디오를 공개해 여성이 치욕을 당하도록 하겠다고 협박했다. 표적이 된 사람들은 주로 부부이거나 서로간의 관계가 가족에게 알려지기를 원치 않는 미혼 커플이었다. 피해자 중에는 공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도 있고 매춘부도 있다.분노한 인도 블로거들은 그 범행자들을 사형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끔찍한 일이 일상사가 된 듯하다”고 한 블로거는 개탄했다. “인도의 앞날이 아주 음울하고 어둡다. 게다가 신고되는 성폭행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다른 블로거는 이렇게 푸념했다.“이 개들은 사형을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틀만 지나면 인권단체들이 그들을 선처해 달라고 난리를 칠 것이다. 그 단체들은 적절한 법절차가 지켜져야 한다거나 사형이 범행 억지효과가 없다거나 범행자들에게 개과천선의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는 상투적인 주장을 외칠 것이다.”2012년 12월 인도의 의과대학에 다니던 한 여학생이 끔찍한 집단 성폭행을 당해 결국 사망하면서 인도 전역에서 여성을 대하는 사회의 태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시위와 운동이 대규모로 벌어졌다. 그런데도 인도의 성폭행 사건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은 듯하다. - PALASH GHOSH 중국 잿더미로 변한 샹그릴라중국 윈난성 샹그릴라현 두커쭝(獨克宗) 고성이 1월 11일 발생한 대형 화재로 거의 소실됐다. 신화통신에 따르면 1300년 역사를 가진 이 티베트 마을에서 화재가 발생해 전통 목재 가옥인 문화재 수백 채가 전소됐다.두커쭝의 가옥은 대부분 목재로 지어졌기 때문에 최근의 가뭄으로 불이 신속히 번졌다. 주민들은 모두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다. 화재의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고 재산피해는 최소한 1억 위안(약 175억 원)에 이르리라고 추산된다.두커쭝은 ‘달의 마을’이라는 뜻이며 그 역사는 약 13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곳은 잘 보존된 고대 거리를 가진 관광명소와 휴양지로 유명하다. 중국에서 가장 크고 가장 잘 보존된 티베트 성소 중 하나로 사원과 전통 티베트 가옥이 즐비했던 곳이다.원래 쫑디엔으로 불리던 이 지역은 관광산업을 육성하려는 목적으로 2001년 이름을 ‘샹그릴라’로 바꿨다. 그곳 주민들은 1933년 출판된 제임스 힐턴의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1973년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다)이 구상된 무대라고 주장한다.힐턴은 ‘샹그릴라’를 쿤룬 산맥 서쪽 끝에 격리된 신비롭고 조화로운 계곡으로 묘사했다. 그때부터 샹그릴라는 지상 낙원과 동의어가 됐다. 전설에 나오는 히말라야의 이상향으로 외부 세계와 격리돼 있고 영원히 행복한 곳을 말한다. 소설 ‘잃어버린 지평선’에서 샹그릴라에 사는 사람들은 보통사람의 수명을 훨씬 뛰어넘어 거의 불멸의 삶을 누리며 외모의 노화도 아주 느리게 진행된다. - FIONA KEATING멕시코 비만세로 정크푸드 암시장 생기나멕시코가 논란 많은 세제 개혁을 시행하면서 서민들은 그 개혁이 일상생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기 시작했다. 가장 인기 없는 개혁 중 하나인 ‘비만세’(멕시코에서 늘어나는 과체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도로 설탕이 든 음료와 정크푸드를 표적으로 한다)는 이미 그 세금의 지지자들이 예상하지 못했던 결과를 낳았다. 이른바 ‘정크푸드 암시장’이다.멕시코 도매상협회의 대표 이냐키 라다부로는 “술·담배의 경우와 마찬가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제조사와 유통업체들은 높은 세금을 피하려고 영수증을 발행하지 않고 현금을 받기 시작할 것이다.” 란다부로에 따르면 멕시코의 양조업체 2800개 중 800개만 세금을 낸다. 정크푸드와 청량음료 회사들도 그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 란다부로는 업체들이 캔디와 청량음료를 해외에서 밀수입할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담배 유통업체들이 그랬다.세금과 관련된 문제 중 하나는 판매에 미치는 영향이다. 2013년 멕시코의 식품과 음료 부문은 물량이 7% 늘었지만 매출은 별로 늘지 않았다. 박리다매이기 때문이다. 그 부문의 매출은 120억 달러로 멕시코 GDP의 1.8%에 해당한다.정크푸드와 청량음료에 새로 부과되는 세금은 비만과 싸우는 한 가지 방안이다. 최근 멕시코는 비만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됐다. 멕시코인의 3분의 1이 과체중으로 간주된다. 새로 부과되는 세금 때문에 청량음료 가격은 1페소(7센트)가 오르고, 정크푸드 가격은 8% 상승하게 된다.여러 전문가들도 ‘비만세’의 실용성에 의문을 표했다. 청량음료 섭취와 비만 사이에 상관관계가 없다는 주장이다. 그럼에도 ‘비만세’를 포함한 전면적인 세제 개혁안은 2013년 11월 의회에서 쉽게 통과됐다. - PATRICIA REY MALLÉN

2014.01.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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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기업에도 ‘일감 몰아주기’ 많다

산업 일반

덴마크가 비만을 퇴치하겠다며 세계 최초로 도입한 비만세(fat tax)를 시행 1년여 만인 지난해 말 폐지했다.덴마크 정부는 전 국민의 13%가 비만이고, 47%가 과체중인 문제를 조금이나마 덜기위해 이런 세금을 만들었다. 비만을 유발하는 식품에 부과해 소비를 줄이는 것이 비만세 부과의 목표다.그래서 2011년 10월부터 포화지방 1㎏당 16덴마크크로네(약 3400원)의 세금을 부과했다. 그 후 고기·버터·우유 등 즐겨 먹는 식품 가격이 오르자 값싼 제품을 찾아 이웃나라 국경을 넘어가는 일이 잦아졌다. 그 분야 덴마크 기업들은 매출이 줄고 도산하는 일까지 벌어졌다.위정자들은 언제나 그럴 듯한 명분을 내세워 새로운 법을 만들지만 현실에서는 다른 결과를 빚는 경우가 많다. 국내에서는 계약직 근로자를 보호한다고 만든 법이 그 꼴 났다. 2년 근무한 계약직을 계속 쓰려면 정규직으로 올려줘야 한다는 법이다. 정규직으로 격상할 경우 인건비 부담이 늘어난다. 그래서 2년 된 직원을 내보내고 새로운 계약직을 채용하는 것이 일반화된 지 오래다. 2년이란 기간을 4~5년 정도로 늘리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 아닐까 싶다.대기업의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과세도 이런 비난에 직면했다. 국세청은 최근 대상자들에게 처음으로 납부통지서를 발송했다. 계열사로부터 받은 일감이 연 매출의 30%를 넘는 기업의 지분을 3% 이상 가진 대주주 일가가 대상이다. 계열사 덕에 돈을 벌었으니 재산을 증여 받은 것이나 같다고 보고 세금을 물리는 것이다.모두 6200여 기업의 대주주와 그 일가 1만여명이 세금통지서를 받았다. 그런데 한 유력지는 이걸 엉뚱한 결과를 빚은 입법사례라고 사설로 비판했다. 1만여명 중 30대 기업집단 일가는 70명 정도로 1%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이 신문은 재벌 기업을 규제한다는 법이 당초 취지와는 달리 중견·중소기업만 잡았다고 지적했다. 그 원인으로 2011년 상속·증여세법을 개정하면서 법이 적용될 기업의 규모를 정하지 않은 탓이라고 했다.필자의 생각은 다르다. 이 법을 30대 그룹에만 적용했다면 겨우 70명 잡자고 야단법석을 떤 꼴이 된다. 법의 취지를 다시 생각해 보자. 이 세금은 여러 사업체를 거느린 기업주 일가가 기업에 돌아가야 할 이익을 중간에서 가로채고 있다고 보고 추진됐다. 부의 편법 대물림을 막으려는 목적에서 도입된 것이다.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로 다른 중소기업들이 공정한 경쟁기회를 빼앗기고 있다는 시각도 작용했다. 이런 시각에서 보면 30대 그룹으로 제한하면 안 된다. 모든 기업주를 대상으로 하는 게 맞다.재벌이란 단어는 부정적인 뉘앙스 때문에 요즘은 정부도 안 쓰지만 반대편에선 여전히 고집한다. 그들의 탐욕을 공격하는데 이보다 함축적 의미를 지닌 단어도 없다. 어디까지가 재벌이냐고 할때 흔히 상위 30대 기업집단을 지칭한다. 여신(대출)관리를 하던 과거부터 그래온 때문이다.30대 그룹은 언론과 시민단체·정부로부터 집중 감시를 받아왔다. 그 아래 그룹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다. 그 결과 그들의 영업행태나 회계관행 중에는 재벌 못잖게 잘못된 게 많다. 또 중견·중소기업일수록 기업주 일가 친척이 경영에 많이 참여한다. 이번 일감 몰아주기 과세대상자 중 99% 이상이 그들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증명한다.

2013.07.18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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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로 다이어트를 하라고?

헬스케어

235㎖ 미니 캔 출시한 코카콜라, 용량 줄였다고 해도 탄산음료에서 얻은 열량은 더 해로워 지난 한해 동안 탄산음료는 교내 판매금지, 비만세 추가, 대용량 판매금지 등 심한 비판에 시달렸다. 이제 코카콜라는 미운털이 박히는 데 신물이 난 모양이다. 그래서 직접 이미지 쇄신에 나섰다. 코카콜라는 ‘하나 되기(Coming Together)’라는 달콤한 제목으로 번드르르한 2분짜리 광고를 제작했다. 그들이 광고를 통해 비만을 이야기하기는 125년 역사에서 처음이다.이 광고에서 코카콜라는 탄산음료 애용자에게 레귤러 및 대용량을 멀리하고 곧 시판될 미니 캔으로 눈을 돌리라고 촉구한다(그렇다고 레귤러나 대용량 음료 생산을 중단할 생각은 결코 없다). 물론 ABC 뉴스가 지적했듯이 ‘코카콜라 미니’(시중에 나와있는 가장 작은 캔, 235㎖)에도 각설탕 약 6개에 해당하는 당이 들어있다.그 정도도 상당한 양이 아닌가? 그러나 다른 용량을 생각해 보라. 코카콜라 레귤러 사이즈 병(600㎖)에는 각설탕 약 14개에 해당하는 당, 240칼로리, 나트륨 75㎎, 탄수화물 65g에다 논란 많은 다양한 첨가제(액상과당, 캐러멜 색소, 구연산, 바닐라 등)가 들어 있다.그러나 살찌게 하는 코카콜라 470가지 제품 중 하나를 마시라고 강요하는 사람은 없다는 점을 그 새 광고는 시사한다. 저열량 또는 무열량 제품도 180가지나 되며, 미니 사이즈로도 충분히 신선한 느낌을 받을 수 있는데 굳이 레귤러 사이즈를 택할 필요는 없다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아스파탐, 구연산, 인산, 베존산칼륨은 자연성분이 아니다. 또 인공감미료도 일반 설탕과 똑같은 지방산을 만들어낼 수 있다. 다이어트 코크 한 캔에는 열량은 전혀 없지만 나트륨이 20㎎ 들어 있다.코카콜라의 주장은 이런 듯하다. “당신을 뚱보로 만든 건 우리가 아니라 당신 자신이다(We did not make you fat, you made you fat). 이제 우리가 도와주겠다(Now let us help you).” 광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교내 자판기에서 고열량 음료를 물, 주스, 다이어트 탄산음료로 바꾼 것을 마치 자신들의 아이디어인 듯 자화자찬한 뒤 코카콜라가 어린이들에게 신경을 쓴다고 주장했다. 특히 청소년의 활동성을 가르치려고 노력한다며 미국 청소년클럽의 후원사라는 점을 내세웠다.결국 운동하라는 이야기다. 광고는 이렇게 말한다. “코카콜라든 무엇이든 상관 없이 열량이 중요하다(Calories count, no matter where they come from, including Coca-Cola and everything else with calories). 소모하는 양보다 더 많이 먹고 마시면 체중이 늘게 마련이다(If you eat and drink more than you burn off, you’ll gain weight).”뉴욕타임스 음식 전문기자 마크 비트먼은 코카콜라 광고를 본 뒤 뉴욕매거진의 음식 전문 블로그 ‘그럽 스트리트(Grub Street)’에 이런 e-메일을 보냈다. “너무도 전문적이고 기발하고 기만적이다. 우리가 섭취하는 열량의 7%는 탄산음료에서 나온다(Seven percent of our calories come from soda). 우리 식단에서 단일 식품으로 가장 열량이 높다(It’s the biggest single source in our diet). 코카콜라가 그런 점을 인정하고 사과한다는 사실은 고무적이다. 그러나 모든 열량이 같지는 않다(But all calories are not the same). 탄산음료나 가당음료에서 얻는 열량이 더 해롭다(Those from soda and other sugar-sweetened beverages are actually worse than others). 따라서 우리는 코카콜라가 가당음료를 팔아 돈을 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그들은 광고로 사과를 하는 듯하지만 여전히 그런 음료를 팔고 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Enough said)?

2013.01.30 14:43

3분 소요
[안티에이징 체험] 술이 비만 부르고 비만은 피로…

산업 일반

안티에이징 치료 독자 체험 셋째 대상자는 금융업체 CEO인 C씨(45)다. 젊어서인지 C씨의 노화 증상은 특별한 게 없었다. 다만 복부비만이 심했고, 가족력으로 고혈압이 있었다. C씨는 고혈압과 지방간으로 혈압약을 복용하고 있었다.먼저 증상 설문조사를 했다. 남성갱년기 증상이 없었고 발기력도 정상이었다. 노화 관련 호르몬 검사에선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것으로 드러났다. DHEA(생식호르몬) 수치는 양호했지만 건강과 젊음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성장호르몬이 떨어져 있었다. 간기능검사 결과 간효소 수치가 높게 나타나 간이 손상됐음을 알 수 있었고 과한 음주와 비만으로 지방간이 발견됐다.인슐린과 당화혈색소(산소를 운반하는 적혈구의 혈색소)가 높은 탓에 당대사에 이상징후가 나타나고 있었다. 근육량·지방간을 측정하는 체성분검사도 했다. 이 과정에서 불필요한 체지방이 26.9㎏으로 나타나 심한 비만에 해당했다. 각종 실험 결과 C씨가 느끼는 만성피로의 원인은 과도한 음주와 과식으로 인한 비만과 지방간으로 판단됐고, 이에 맞는 치료를 시작했다.C씨의 경우 혈액검사 결과만 보면 성장 및 남성호르몬이 부족해 호르몬 보충요법이 필요했다. 하지만 호르몬 결핍에 의한 삶의 질 저하 및 남성갱년기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호르몬 보충을 유보했다. 또 다른 이유도 있었다. 아직 젊어 위험요인만 잘 제거하면 호르몬이 자체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고려했다.예를 들어 신체기능을 좌우하는 것은 남성호르몬 인슐린양성장인자다. 이는 간에서 생성된다. 그런데 비만세포에 들어 있는 아로마테이즈라는 효소가 남성호르몬을 파괴한다. C씨의 비만을 해소하면 자연스럽게 남성호르몬이 높아질 가능성은 크다. 비만과 지방간 해결이 급선무라는 얘기다.이런 이유로 간 해독을 도와주기 위해 항산화제 포뮬라를 처방했다. 반대로 동맥경화 위험인자인 호모시스테인을 낮추기 위해 비타민 B6·B9·B12와 혈당조절을 도와주는 알파 리포익산을 처방했다. 이와 함께 혈관 노화방지와 활력 증진을 위해 코엔자임Q10을 추가했다.아울러 생활습관을 바꿀 것을 주문했다. C씨는 하루 칼로리 섭취량 3633㎉ 중 술이 667㎉를 차지할 정도로 음주량이 많았다. 술 섭취량을 200㎉로 줄이고 하루 칼로리 양도 2200㎉로 제한했다. 비만의 원인인 탄수화물과 나쁜 지방 섭취를 대폭 줄이고 단백질 섭취는 지금 수준을 유지하도록 했다. 운동도 권했다. 운동부하검사 결과 C씨의 체지방이 가장 잘 분해되는 운동구간이 ‘10도 경사로를 시속 2.7㎞ 속도로 걷는 것’으로 분석돼 하루 30분 이상 이와 같은 상태로 걷도록 했다.C씨의 체중은 한 달 만에 3.5㎏ 줄었다. 스스로 “몸이 가볍다”며 만족스러움을 나타냈다. 치료에 따른 부작용이 없고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판단해 식이요법과 운동 그리고 항산화제요법을 계속하기로 했다. 한 달 후 C씨의 몸은 어떻게 변했을까.

2011.05.02 11:27

2분 소요
음식도 패션 유행처럼 돌고돈다

산업 일반

“사람들은 유행하는 패션을 동경하듯 유행하는 음식을 동경한다. 음식의 맛과는 상관없이 다른 사람들이 모두 좋아한다는 사실이 중요하다.” “미국인들은 동물성 식품을 지나치게 많이 섭취한다. 미국인들이 프랑스인들처럼 육류 섭취를 줄인다면 건강도 좋아지고 식비도 줄어든다.” 최근 뉴욕타임스 매거진(뉴욕타임스의 일요일판)의 푸드 섹션에 실린 음식 칼럼니스트 마이클 폴런의 글이 아니다. 1856년 한 독자가 이 신문에 보낸 편지 내용의 일부다. 문제의 독자는 미국인들이 아침 식탁에 베이컨과 달걀 대신 프랑스인들처럼 카페올레(커피에 끓인 우유를 섞은 음료)를 올리는 편이 좋겠다고 제안했다.음식 관련 글에는 언제나 과거를 그리는 향수가 버무려진다. 하지만 음식의 유행이란 측면에서 우리는 문화적 집단 건망증에 거듭 시달리는지도 모른다. 푸드 네트워크 등 음식 전문 방송, 분자미식학(음식 재료의 맛 성분을 분자 단위로 분석하는 방법), 절대채식주의자(vegan), 로커보어(locavore: 환경을 생각해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나는 식품만 섭취하는 사람), 방목 닭, 비만세(비만을 유발하는 음식에 부과하는 세금). 최근 미국 음식 문화에 나타난 현상을 보면 사람들이 음식에 보이는 집착이 과거 어느 때보다 더 강해졌다고 생각하기 쉽다. 확실히 요즘은 사람들의 미각이 더 섬세해지고, 조리법이 더 복잡해졌으며, 건강과 영양을 생각하는 인식 수준도 더 높아졌다. 하지만 음식에 집착해 온 역사는 스패니시 크림(우유와 달걀, 젤라틴 등을 넣어 만든 스페인식 디저트)만큼이나 오래됐다. 아직 맛본 적이 없다고? 이 디저트는 1878년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끈 뒤 바라리안 크림, 포 드 크렘, 크렘 브륄레로 재해석됐으며, 지난 5월엔 푸드 네트워크의 ‘에브리데이 이탤리언’ 프로그램에서 달걀을 넣지 않은 파나 코타로 소개됐다. 신저 ‘이센셜 뉴욕타임스 쿡북(The Essential New York Times Cookbook)’은 “음식에 발명이란 없으며 다만 재해석이 있을 뿐”이라는 사실을 증명한다. 다홍색 표지에 분량이 1000쪽에 가까운 이 책은 묵직해서 문(門)버팀쇠로 써도 좋을 듯하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소개됐던 요리법을 선별해 실은 책으로 크레이그 클레이본이 편집한 1961년판 이후 처음 출간됐다. 헤서는 이 책을 편집하려고 독자들의 제안을 수렴했으며 타임스의 자료실을 샅샅이 뒤졌다. 150년 동안 소개됐던 요리법을 일일이 시험해 보고 자신이 다시 만들고 싶지 않은 요리는 목록에서 제외했다. 그녀는 미국인의 입맛이 생각만큼 많이 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그리고 음식은 사람들이 자신을 어떤 사람으로 생각하는가, 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가를 말해주는 중요한 지표가 돼왔다는 점도 깨달았다.이 책이 줄리아 차일드나 앨리스 워터스의 요리책과 다른 점은 여기 실린 요리법들이 공적인 성격을 띠었다는 점이다. 뉴욕타임스 매거진 초창기에 소개된 요리법은 모두 독자가 제공했다. 독자가 자신의 집에서 해 먹는 음식의 요리법을 다른 사람들에게 소개하는(그리고 자랑하는)방법이었다. 개인적이고 가정적인 영역에 속했던 요리가 공적인 영역으로 확대되면서 독자들은 미국 구석구석의 가정 주방을 엿보게 됐다. 20세기에 들어서면서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필진이 신문에 소개할 요리법을 직접 선택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시사(時事)와 관련이 있는 요리법을 소개하곤 했다. 애들레이 스티븐슨(1950년대에 대통령 선거에 출마했던 미국 정치인)의 요리사가 존 F 케네디 전 미 대통령과 우 탄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새우와 아티초크를 넣은 냄비요리’를 대접한 소식이 보도된 뒤엔 그 요리법이 소개됐다. 별로 맛이 없을 듯한 평범한 이름이었지만 독자들은 요리법을 궁금해했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당시에 유행하는 음식을 소개했을 뿐 아니라 유행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한 독자는 언젠가 ‘커리를 넣은 주키니 호박 찬 수프’가 이 신문에 소개된 후 한 달 내내 미국 각지에서 열린 수많은 디너파티에서 이 수프가 나왔다고 회상했다.“음식은 패션과 같다”고 헤서는 말했다. “사람들은 최신 유행 패션을 동경하듯 유행하는 음식을 동경한다. 이는 미국 음식 문화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다.” 헤서는 뉴욕 브루클린에 있는 자택에서 1400개의 요리법을 직접 시험했다. 그녀는 매일 퇴근 후 조수와 함께 요리를 하고 그 요리를 가족에게 먹도록 했다. ‘줄리 & 줄리아’에서 줄리가 했던 방식이다. 1980년대에 인기가 높았던 뉴욕 맨해튼의 르 시르크 식당은 스파게티 프리마베라(신선한 야채를 곁들인 파스타)를 선보여 크게 유행시켰다. 클레이본에 따르면 스파게티 프리마베라는 당시 “맨해튼에서 가장 유명한 요리”였다. 그리고 곧 “북미 대륙의 모든 이탤리언 레스토랑에서 그 요리를 맛볼 수 있게 됐다”고 헤서는 말했다(사실 스파게티 프리마베라를 개발했다고 주장한 세 명의 요리사 중 한 명은 이 요리를 매우 싫어해 조수들이 그 요리를 할 때는 주방 밖의 복도에서 만들도록 했다고 한다).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소개된 요리법은 많은 사람에게 영감을 준 동시에 (그에 따라야 한다는) 부담을 주기도 했다. 헤서는 책에 이렇게 썼다. “1990년대 미국에서는 사람들이 칠면조를 요리할 때 (뉴욕타임스 매거진에 소개된 대로) 끓는 땅콩 기름에 튀기거나 소금물에 절이는 요리법 중 하나를 선택했다.” 이 책에 소개된 요리법들은 한때 인기가 치솟다가 그 인기가 금세 사그라지곤 했다. 이 책을 보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음식은 맛이 있든 없든 따라 먹게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라스베리·식초 드레싱이 좋은 예다. 이 드레싱을 넣은 샐러드는 1980년대에 반짝 큰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얼마 안 가 그릴에 구운 야채에 산성이 강한 발사믹 식초를 듬뿍 뿌린 샐러드가 그 인기를 눌렀다. 땅콩 기름에 튀기거나 소금물에 절인 칠면조가 다른 방식으로 요리한 칠면조보다 과연 더 맛있을까? 요즘은 그렇지 않은 듯하다. 최근 뉴욕타임스 매거진에서는 칠면조 고기에 버터를 발라 문질러주기만 해도 육즙이 많고 바삭바삭한 칠면조 요리를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예전에 할머니들이 했던 방식이다. 할머니가 그런 방식을 사용했던 이유 역시 뉴욕타임스 매거진에서 ‘다른 사람들이 모두 하는 방식’이라고 소개했기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말이다.이 책은 다른 사람들과 같아지는 동시에 다른 누구보다도 나아지고 싶어하는 미국인들의 욕망을 드러내준다. 20세기 중반 프랑스 요리법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현상이 좋은 예다. 줄리아 차일드와 M F K 피셔 같은 요리사 작가가 “프랑스인들의 식생활이 미국인들의 식생활보다 더 훌륭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미국인들은 프랑스인처럼 먹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도 모두 그렇게 한다는 게 주된 이유였다. 1960년대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뵈프 부르기뇽(쇠고기 찜 요리)과 코키유 생자크(조개 관자 요리), 뫼니에르 소스와 그르노블루아즈 소스 등 프랑스 요리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버터 조달업자들은 신이 났다). 요즘 미국에선 이런 요리 중 어느 하나라도 저녁 모임의 메뉴로 나올 가능성이 거의 없다. 지난날을 그리는 복고풍의 파티라면 몰라도 말이다.한동안 미국의 식당 메뉴에서 음식 이름 앞에 유행처럼 붙어 다니던 “알 라(a la: ‘…풍의’ ‘…를 곁들인’의 의미의 프랑스어)”라는 말은 지난 수십 년 동안 꾸준히 줄어들었다. 이 책에서 설명한 미국 음식 문화의 변화 중 가장 두드러진 현상으로 꼽힌다. 지난 9월 런던에서 열린 한 음식 축제에서는 전통 프랑스 요리가 각국에서 최고의 요리로 인정 받던 시대가 끝났는지를 따지는 토론회가 열렸다. 한 패널리스트는 “프랑스 음식은 이제 매력이 없다”고 단적으로 말했다. 요즘 미국인들은 자신이 사는 지역에서 나는 식품을 소비하려는 욕구와 세계 각지의 진미를 맛보고 싶은 욕구를 동시에 지녔다. 또 기발한 조리법을 이용한 특이한 요리를 찾아다니면서도 어린 시절 먹던 음식의 추억도 버리지 못한다.하지만 헤서의 책에서 말해주듯 오늘 정말 맛있다고 생각되는 요리가 내일은 형편없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다가 10년쯤 후에 재료와 조리법을 조금 바꾸고 새로운 이름으로 나와 다시 유행하기도 한다. 낭만적인 식당에 가면 꼭 있는 디저트 티라미수를 생각해 보라. 이 디저트는 1993년 영화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에서 화제가 된(주인공 톰 행크스는 티라미수라는 생소한 이름을 들었을 때 섹스의 한 테크닉으로 오해한다) 후 미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 영화 덕분에 미국인들은 이 이탈리아식 디저트의 훌륭한 맛에 새롭게 눈뜨게 됐다. 당시엔 티라미수가 없는 식당이나 카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가 갑자기 인기가 시들해졌다. 나도 한 10년 동안 그 디저트를 만들지 않았다. 그러다 최근 다시 만들었는데 맛이 일품이었다. 아주 섬세하고 오묘한 맛이다.”미국 음식 문화에 일어난 변화 중 일부는 그 효과가 영원히 지속될 듯하다. 일례로 기름지고 복잡한 맛에 익숙해진 미국인의 입맛이 예전처럼 담백하고 단조로운 맛을 즐기는 쪽으로 돌아가진 않을 듯하다. 파슬리와 밀가루 맛이 나는 치킨 앤 덤플링(닭고기와 야채가 든 국물에 밀가루 반죽을 떼어 넣고 끓인 음식) 같은 요리가 인기를 끌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말이다. TV 요리 프로그램과 요리 관련 블로그, 트위터 게시물이 넘쳐나는 요즘이지만 미국의 많은 가정주부가 여전히 뉴욕타임스 매거진의 푸드 섹션에서 저녁 메뉴의 아이디어를 얻는다. 뉴욕타임스 매거진은 전통적인 요리법과 혁신적인 요리법을 오락가락하며 그 다음주에 많은 미국인이 먹게 될 ‘새로운’ 음식을 소개한다. 이런 새로운 요리는 어떨까? 커리를 넣은 주키니 호박 찬 수프에 새우와 아티초크를 넣은 냄비요리, 그리고 디저트로는 티라미수. 왠지 어디서 들어 봤는데….번역·정경희

2010.11.02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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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바이러스 모두 물렀거라

산업 일반

바야흐로 ‘홍삼 시대’다. 선물감으로 홍삼만 한 것이 없다. 과거엔 어른들에 대한 선물로 인기가 높았지만 이젠 남녀노소 구분이 없을 정도로 인기다. 누구나 홍삼 선물을 으뜸으로 친다. 홍삼이 아니라도 건강에 좋은 것이 많은데, 홍삼이 최고의 인기를 누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삼의 모든 것을 알아봤다. 건강에 관심이 많은 사회적 분위기를 타고 홍삼에 대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조류 독감이다, 신종 플루다 하면서 저항력이 떨어지는 사람에게 발병하기 쉬운 각종 전염성 질환이 잇따라 기승을 부린 것도 큰 요인이다.소비자의 눈길은 자연스럽게 홍삼 쪽으로 향하고 있다. 홍삼이 면역력 강화에 좋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졌기 때문이다. 홍삼에는 면역력을 높여주는 사포닌 성분의 일종인 진세노사이드가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그러면서도 부작용을 거의 일으키지 않아 유럽에서는 처방 없이 섭취할 수 있다. 게다가 홍삼은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도 높여준다. 그러다 보니 스트레스가 많은 직장인 사이에선 엑기스나 분말 캡슐을 책상머리에 놓고 하루 서너 차례 복용하는 것이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고 있다.‘과로 사회’로 불릴 만큼 근무시간과 스트레스가 심한 한국의 직장사회에서 홍삼은 거의 필수품의 하나가 된 것.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과로에 시달리는 수험생도 마찬가지다. 자녀의 건강을 끔찍하게 챙기는 한국 부모의 상당수는 아이들에게 홍삼 제품을 사 먹이는 것을 거의 의무로 생각하고 있다.이러다 보니 홍삼은 이제 거의 어디에나 있는 ‘유비쿼터스 건강식품’이 됐다. 행인으로 북적거리는 대도시 거리엔 홍삼 대리점이 즐비하다. 상가에도 자고 나면 대리점이 새로 자리 잡고 있다. 신협이나 구판장에서도 전통의 정관장은 물론 다양한 브랜드의 홍삼 제품이 사람들의 눈길을 끈다.명절에는 숫제 홍삼 천하다. 홍삼 선물세트는 지난해 추석 시즌의 경우 현대백화점에선 판매량이 전년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32% 증가했다. 롯데백화점에선 홍삼 선물세트의 매출이 50.1% 늘었다. 매출 신장률은 신세계 백화점에서도 82%나 된다. 백화점은 물론 대형 마트인 신세계 이마트에서도 증가율이 60%에 이르렀다.홍삼은 온라인 판매에서도 강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롯데닷컴(www. lotte.com)에서는 ‘정관장 홍삼정’이 단일 품목별 매출 순위 1위를 확고하게 지켰다. 홍삼 제품은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고 그 효능을 믿느니만큼 받는 사람도 좋아하고, 보내는 사람도 비교적 ‘실패 위험’이 적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게다가 포장과 배송이 간편해 선물로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측면도 있다. 받은 사람도 천천히 시간을 두고 먹을 수 있고 냉장할 필요가 없어 보관이 편하다. 홍삼의 이러한 장점은 전통적인 ‘팬’인 중국인은 물론 최근에는 일본인 사이에서도 통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의 홍삼 구매도 늘고 있다.롯데백화점 소공동 본점에선 홍삼 매출의 20~30%를 일본인 관광객이 차지한다. 그러자 최근에는 미국산이나 베트남산 홍삼이 출시돼 판매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한국산 홍삼이 아직 가장 경쟁력이 있다고 한다. 대를 이어 한국과 교역하고 있는 홍콩의 인삼 거상 제이슨 추는 “최근 중국과 홍콩 시장에 미국산 화기삼이 많이 들어왔지만 한국산이 인기”라고 말했다.“최근에는 심지어 중국에서도 미국산 화기삼을 들여와 재배하고 있다. 물량이 엄청나다. 그런데 화기삼 등 다른 삼은 값이 고려인삼이나 홍삼의 절반 정도지만 효능은 10분의 1에 불과하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당연히 가격 대비 효능이 좋은 고려인삼과 홍삼을 선택할 것이다. 우리 집안은 해방 직후 일본 삼을 취급했으며, 1990년대 유행에 따라 값싼 미국산 화기삼도 취급했다. 사실 내 형도 캐나다에서 화기삼을 재배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국산만 취급한다. 그게 가장 효력이 좋은 제품이기 때문이다.” ▎인삼밭. 왜 한국 홍삼인가그에 따르면 한국 홍삼은 확고한 지위를 지니고 있다. “인삼 유효성분은 진세노사이드와 사포닌이다. 성분 검사를 해보면 고려인삼만큼 좋은 게 없다. 한국처럼 날씨가 변화무쌍한 곳에서 자란 고려인삼을 품질 면에서 따라올 경쟁품은 전 세계에 아직 없다. 중화권에서는 한국 삼이 고급 삼이고, 다른 지역 삼은 저가품이라는 인식이 확고하다.”홍삼은 지금도 새로운 효능이 계속 발견되고 있다. 지난해에만 해도 굵직한 결과가 여럿 나왔다. 동물실험 결과 효능을 새롭게 확인한 것도 있고, 기존 연구로 나타난 효능을 정부에서 공식 인정한 것도 있다. 많은 사람에게 희소식인 것은 홍삼의 기억력 개선 효과가 정부의 인정을 받았다는 사실이다.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해 6월 홍삼의 기억력 증진 효과를 개별인정했다. 개별인정이란 특정 식품에 대한 임상효과를 비롯한 종합적 연구결과를 과학적으로 검증해 그 효능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이는 한국인삼공사가 제시한 임상 논문을 바탕으로 했다. 그 근거가 된 논문의 하나는 서울대 의대 신경과 김만호 교수팀이 치매와 인지기능 장애를 지닌 환자 98명(평균 나이 67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이다.김 교수팀이 환자들에게 홍삼을 하루 4.5~9g씩 12주 동안 복용하게 한 결과 아무것도 먹지 않은 대조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인지기능이 개선된 것을 확인했다. 영국 노섬브리아대 데이비드 케네디 교수팀의 연구 결과도 근거가 됐다. 케네디 교수팀은 성인 18명에게 홍삼 추출물 200㎎을 8주간 매일 복용하게 했다.그러면서 하루, 29일, 57일째 아침에 작업기억력과 공간작업능력을 검사했다. 그 결과 홍삼을 복용한 그룹이 가짜 약(플라시보 효과)을 복용한 그룹보다 작업기억력과 공간작업능력이 향상됐다. 게다가 홍삼은 신장을 보호하는 기능이 있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지난해 12월 세종대에서 열린 고려인삼학회 정기 학술대회에선 이를 확인하는 내용의 동물실험 결과가 공개됐다.끊임없는 홍삼 연구가 매출 올려이화여대 목동병원 신장내과 강덕희·유민아 연구팀은 부작용으로 급성신부전을 일으키는 항생제 겐타마이신만 먹인 쥐와 홍삼 엑기스를 식수에 희석해 30일간 투여한 뒤 겐타마이신을 먹인 쥐를 비교, 관찰했다. 연구팀은 신장 기능과 조직 변화를 살폈으며, 아울러 신장조직과 소변에서 ‘산화성 스트레스’ 정도를 측정했다.그 결과 겐타마이신만 주사한 쥐들은 모두 급성신부전을 일으켰지만 홍삼을 30일간 복용한 뒤 겐타마이신을 투여 받은 그룹은 신장 기능이 떨어지는 정도가 상대적으로 적었다. 신장조직과 소변 내의 산화스트레스 지표도 함께 떨어졌다. 강 교수팀은 이 같은 효능이 인삼의 항산화 기능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했다.물론 사람에게도 적용되는지를 확인하려면 추가적 임상 연구가 필요하겠지만 일단 홍삼의 효능 하나를 재확인한 셈이다. 재미난 보고도 있다. 다른 치료제를 복용하지 않고 홍삼만 먹었는데도 20년째 건강을 유지하고 있는 에이즈 환자가 한 명 보고된 것이다. 이를 보고한 사람은 울산대 의대 서울아산병원 조영걸 교수다.조 교수팀은 1991년 말부터 홍삼을 에이즈 환자에게 투여하는 연구를 진행해 왔는데, 그 가운데 일부는 에이즈로 진단 받은 뒤에도 20년 이상 에이즈 치료제 복용 없이 홍삼 복용만으로 건강하게 지냈다. 이 팀이 에이즈 환자에게 홍삼을 장기간 복용시킨 결과 에이즈 진행을 나타내는 척도인 ‘면역세포 감소 현상’이 줄어들었다.에이즈 치료제와 홍삼을 함께 복용한 환자들은 치료제만 단독으로 복용한 환자들과 비교했을 때 치료제에 대한 내성이 줄어들어 면역세포 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으로 증가했다. 이는 에이즈 치료제의 문제점 가운데 하나인 내성을 홍삼이 줄여줄 수 있다는 뜻이다. 아울러 에이즈 바이러스 유전자인 네프가 파괴되는 현상도 나타났다. ▎인삼 캐는 외국인. 이것이 파괴되면 몸속 면역세포 수가 늘어나 정상치에 접근한다. 네프를 파괴하는 약물이나 식품은 이전까지 발견된 적이 없다. 앞으로 홍삼이 에이즈와의 전쟁에서 유용한 도구가 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홍삼천하 이런 사실은 지난해 7월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항바이러스 세계 정상회의’에서 발표됐다. 캐나다 토론토대 블라디미르 벅산과 숙명여대 연구팀은 비만으로 발생한 성인형 당뇨(제2형) 환자에게 홍삼을 하루 6g씩 석 달을 투여했다그 결과 인슐린 분비 농도가 현저히 낮아졌음에도 불구하고 혈당이 올라가지 않음을 발견하고 2002년 국제 인삼 심포지엄에서 이를 보고했다. 비만 환자에게 흔히 나타나는 인슐린 내성, 즉 인슐린이 비만세포 때문에 제대로 작용하지 못하는 상황을 홍삼이 개선해준 것이다. 인삼에 인슐린 유사물질이 있어 신체가 인슐린을 충분히 분비하지 않아도 혈당이 조절되는 효과를 보인 것이다.일본 도야마대 약학부 기무라 교수는 인삼에서 혈당 강하 성분인 DPG 3~2를 분리했다. 일본 에이메대 오쿠다 교수도 인슐린과 유사한 작용을 하는 물질을 인삼에서 추출했다. 인삼이 인슐린 기능을 일부 대신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2004년 10월 덴마크 국립병원 아르잘란 카라즈미 박사는 인삼이 인간의 면역 기능을 증강시켜 감기도 빨리 낫게 하며, 염증도 아물게 해주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참고로 서유럽 대부분 국가에서 인삼은 건강식품이 아닌 약품으로 분류된다. 생약 연구가 아주 발달한 오스트리아의 경우 인삼을 철저히 약품으로 분류해 일반 사용을 제한하고 있다.오스트리아 빈에서 퓨전 한식당 ‘킴 코흐트’를 운영하며 현지 유명 인사가 된 김소희씨에 따르면 이러한 엄격한 기준에 따라 인삼을 사용한 한식 개발도 힘들 정도다.우주인도 홍삼 먹는다일본의 굽다 박사는 1984년 국제 인삼 심포지엄에서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에 감염된 쥐에게 인삼을 투여하자 항체 생성이 증가하고 임파구가 활성화했으며, 이에 따라 세포의 면역 기능이 증강했다고 보고했다. 2001년 일본의 한 연구에 따르면 인삼을 장기 복용한 사람은 냉증 개선, 전신 활력이 증가했으며 감기 발병이 50~60% 감소했다.2002년 고려대 의대 서성옥 교수팀은 항암제를 투여하고 있는 위암 수술 환자 4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보고했다. 연구 결과 5년 생존율이 홍삼을 꾸준히 먹은 그룹은 76.4%로 먹지 않은 그룹의 38.5%보다 유의하게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인삼이 면역 조절 효과를 보여 수술 후 면역 기능이 떨어진 위암 환자에게 면역력 복구를 위한 치료 보조제로 사용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인삼 연구가 많은 나라 중 하나가 러시아다. 제정러시아 시절 식물학 연구 전통도 있지만 소련 시절 우주비행사의 신체적 피로와 정신적 스트레스를 줄이는 물질을 찾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이다. 동서 냉전 기간 우주 개척은 소련이 비교적 우위에 설 수 있었던 분야다. 당시 소련 학자들이 찾은 최고의 스트레스 완화제 겸 피로 회복제는 인삼이었다.쥐를 수조에 넣어 가라앉을 때까지 헤엄치게 했는데 인삼을 투여한 쥐가 26% 정도 버티는 시간이 길었다. 소련은 인삼을 충분히 공급받기 쉽지 않았는지, 생약에서 그 대용품도 찾아냈다. 오가피가 그것이다. 다른 효능은 몰라도 피로와 스트레스를 푸는 데는 오가피도 상당한 효능이 있다는 게 소련권 연구의 결과다.소련 우주인이 큰 사고를 치지 않고 임무를 잘 완수한 걸로 보면 소련 학자들의 인삼과 오가피 처방은 효과가 상당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소련은 소유스 우주선을 지구 궤도에 올려놓고 그곳에서 우주인을 1년 넘게 지내게도 했다.이는 인삼의 효능을 증명하는 간접적 선전도구가 아닐까. 국내에서도 축구 선수들을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인삼은 운동 뒤 신체적 피로 회복을 촉진하고 스트레스도 줄이는 효험을 나타냈다.인삼정과 없는 기생첩방 보았나만병통치약으로 이름 날려 … 약의 10분의 1이 인삼 써필자가 대학을 다니던 1980년대 초 약학대학에선 2학년 때 ‘생약학’이란 과목을 배웠다. 과목 3학점에 실험 1학점짜리 과목으로 1~2학기 모두 들었다. 약사 국가고시 필수과목으로 생약의 이름을 우리말, 라틴어 생약명, 라틴어 학명에 효능까지 외워야 하는 과목이다.그만큼 암기 부담이 많았다. 그 가운데서도 압권은 인삼 부분이었다. 굳이 시험 족보라고 할 것도 없다. ‘인삼의 효능을 아는 대로 적으시오’라는 문제가 한 해도 빠지지 않고 나왔다.답안을 8절지 앞뒤로 적고도 모자라 종이를 한두 장 더 받아가는 사람이 수두룩했을 정도였다. 그만큼 인삼의 효능은 많고도 많았다. 답안지를 제출하고 돌아서면 빠뜨린 효능이 하나 더 떠오르고, 강의실을 나서면 또 하나 더, 계단을 내려가면 또 생각나는 식이었다. 우등생들은 더했을 것이다.인삼은 그야말로 파낙스 또는 파나세아, 즉 만병통치약이란 생각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동양의학에선 오래전부터 인삼의 탁월한 효능을 인정해 왔다. 여기서 인삼이라고 함은 가공하지 않은 수삼과 찌고 말려서 보관과 운반이 편하게 하면서 부작용도 줄인 홍삼을 모두 포함하는 개념이다. 인삼과 홍삼을 나누어 표시하지 않은 것이다.아무튼 인삼은 한의학의 고전에 해당하는 주요 의학서에는 빠짐없이 들어가 있다. 기원 3세기인 중국 후한 때 장중경이 쓴 한의학의 고전 『상한론』에 나오는 113개 처방 가운데 21개에서 인삼을 쓴다. 이미 그 전부터 중국에서 인삼이 약재로 쓰이고 있었다는 의미다. 기원 6세기 무렵인 양나라 때 도홍경이 쓴 『산농본초경』에선 인삼을 최고 약재의 하나로 분류하고 있다.이 책은 약을 상품약, 중품약, 하품약으로 구분했다. 하품약은 병은 치료하지만 유독하기 때문에 장기 복용은 금물이다. 중품약은 중간 정도의 효능을 갖는데 독이 있을 수 있고, 어떤 것은 별 효과가 없이 흐지부지 하기도 하다. 상품약은 독이 없어 늘 복용해도 사람을 상하게 하지 않는다.약성은 충분해 질병 치료에 반드시 효험이 있다. 효력이 금세 나타나지는 않지만 시간을 두고 꾸준히 복용하면 반드시 효과를 본다. 병은 스스로 치유되고 수명도 연장된다. 도홍경은 인삼을 바로 이 상품약으로 분류하고 그 첫머리에 두었다. 그러면서 인삼을 내과 질환 대부분에 쓸 수 있으며 신체 기능을 정상으로 만들어 주며, 수명도 늘려준다고 기술했다.‘오장을 보하고 정신을 안정시키며 나쁜 기운을 몰아내고 눈을 밝게 하며 마음을 열게 해주고 머리를 좋게 해준다’고 표현한 것이다. 명나라 때 이시진이 쓴 한의학 생약 사전 격인 『본초강목』에도 인삼을 쓴 처방이 다양하게 실려 있다. 우리 의서인 『동의보감』에 적힌 3944개 처방 가운데 인삼을 쓰는 것이 467개나 된다.1885년 나온 의서 『방약합편』에선 인삼을 ‘신체 기능을 정상화시켜 스스로 병이 낫도록 해주는 약’으로 치고 있다. 이 밖에도 인삼은 정력과 숙취 해소에도 도움이 된다. 옛 속담에 ‘인삼정과가 없는 기생첩방’이란 말이 있다. 꼭 있어야 할 것이 없음을 빗대는 말이라고 한다. 인삼이 오래전부터 이 방면의 효능을 인정받았음을 보여주는 속담이다.한의학에선 인삼의 효능을 크게 다음 일곱 가지로 본다. 재미난 것은 이 같은 효능이 현대과학에서 발견한 것과 상당히 비슷하다는 점이다.#보기구탈(補氣救脫): 기를 보충하고 허탈한 상태에 빠지는 것을 막아주는 효능이다. 몸과 마음의 기운을 돋우고 체력을 보강해주는 것을 말한다. 현대의학적으로 말하면 질병으로 늘어졌을 때 몸과 마음의 원기를 재충전해주는 기능이다.#익혈복맥(益血復脈): 혈을 더해주고 맥을 되살려 주는 것을 말한다. 혈액 생성과 순환을 도와 폐장과 비장의 기능을 돕는다. 현대의 개념으로 보면 신체의 신진대사를 개선해주는 기능이다.#양심안신(養心安神): 마음을 편하게 해주고 심장을 강화시키며 정신을 안정시켜주는 것을 가리킨다. 정신, 심리적인 작용에 해당한다. 현대 정신과학 입장에서 풀이하면 스트레스, 노이로제 해소에 도움을 주어 신경쇠약과 정신적 불안을 막아주는 기능이다.#생진지갈(生津止渴): 폐와 비장, 위장의 기능을 개선해 전신의 기능을 강화해주는 것을 말한다. 체액을 보충해 갈증을 해소하게 해준다. 현대적 용어로 설명하면 신진대사와 당뇨 증세 개선에 도움을 준다.#보폐정천(輔肺定喘): 폐의 기능을 보강해주고 기침을 멈추게 하는 것을 가리킨다. 호흡기를 튼튼하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요즘 말로 하면 넓은 의미의 호흡기 질환 예방과 질병 개선에 도움을 준다.#건비지사(健脾止瀉): 비장을 튼튼하게 해주고 설사를 멈추게 해주는 것을 말한다. 소화 기능을 개선해준다는 의미다. 현대적인 의미로는 위장을 비롯한 소화기관 전반을 강화해준다.#탁독합창(托毒合瘡): 외부에서 들어오거나 몸에서 생긴 독소 성분을 빼내주고 종기를 삭혀주는 것을 말한다. 몸의 자정 능력과 저항력을 높여준다. 현대 용어로 말하면 피부를 곱게 해주고 염증을 완화해주는 기능이다.채인택 중앙일보 기자

2010.04.23 17: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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