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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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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법조사처 “MBK, ‘외국인 투자’ 해당하는지 사실관계 확인 필요”

산업 일반

국회 입법조사처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 시도와 관련해 ‘외국인 투자’ 범위에 해당하는지 사실 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9일 밝혔다. 입법조사처는 이날 MBK파트너스의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국가첨단전략산업법·산업기술보호법령상 외국인 투자로 봐야 하는지 묻는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 질의에 산업통상자원부의확인이 필요하다고 답변했다. 입법조사처는 회답서에서 “MBK 연합(MBK파트너스와 영풍, 한국기업투자홀딩스)은 모두 국내 법인이나 이번 공개매수를 실질적으로 이끈 것으로 알려진 MBK파트너스의 주요주주(김병주 회장)가 외국인이라는 점에서 해당 건을 외국인 투자로 보아야 한다는 보도가 있다”며 “그러나 MBK 연합의 인수합병 시도가 외국인 투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법령에 근거해 기술보호 당국인 산업부의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산업기술보호법과 국가첨단전략산업법 시행령 등이 규정하는 ‘외국인 투자’는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않은 개인 ▲외국의 법률에 따라 설립된 법인 ▲외국정부의 대외경제협력업무를 대행하는 기관 등이다.입법조사처는 언론 기사를 인용하며 “김 회장은 의사결정기구인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유일하게 거부권(비토권)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는 고려아연의 인수 결정을 지배할 수 있는 권한이라고 보인다”고 언급했다. 또 “경제 안보의 중요성을 고려했을 때 기술보호 당국의 심판 필요 범위를 넓히기 위해서는 ‘국내법에 의해 설립됐으나 외국인이 지배력을 행사하는 법인’을 외국인의 범위에 명시적으로 추가해 열거하는 것과 같은 법 개정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고려아연은 지난해 9월 산업부에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을 국가 핵심 기술로 인정해달라고 신청다. 약 2개월 뒤 산업부는 고려아연의 전구체 제조 기술이 국가 핵심 기술에 해당한다고 통보했다. 국가 핵심 기술 보유 기업은 경제 안보상 이유로 정부 승인이 있어야 외국 기업에 인수될 수 있다.

2025.01.09 17:54

2분 소요
정부, 4일 고려아연 보유 기술 ‘국가핵심기술’ 여부 심사

산업 일반

정부가 4일 고려아연이 보유한 전구체 제조 기술을 두고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심사한다. 심사 당일 최종 판정 결과가 나올 가능성도 있어 결과에 따라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 간의 경영권 분쟁에 영향을 미치게 될 전망이다.3일 재계에 따르면 산업부는 오는 4일 오후 모처에서 산업기술보호전문위원회를 열고 고려아연이 자사 보유 기술에 대해 신청한 국가첨단전략기술 및 국가핵심기술 판정 신청 안건을 심의할 예정이다. 관련 업계에서는 고려아연 보유 기술이 복잡한 기술이 아니어서 심사 당일에 최종 판정이 내려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24일 자사의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 기술’이 국가핵심기술에 해당하는지 판정해달라고 신청서를 제출했다. 고려아연이 산업부에 판정을 신청한 기술은 ‘리튬이차전지 니켈 함량 80% 초과 양극재의 양극 활물질 전구체 설계, 제조 및 공정 기술’이다.국내 이차전지 기업들은 그동안 중국에 전구체를 비롯한 양극재 소재를 거의 전적으로 의존해 왔다. 고려아연은 국내에서 하이니켈 전구체 대량 양산을 준비 중이다. 고려아연은 해당 기술이 ▲전체 공정 시간 단축 ▲공정 비용 절감 ▲라인 편성 효율 개선 등을 통해 전구체 생산성을 높이고 우수한 품질의 전구체 제조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은 기술적·경제적 가치가 높거나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의 안전 보장 및 국민 경제 발전에 중대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기술을 국가핵심기술로 규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전기·전자, 조선, 원자력 등의 분야에서 70여건이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정부 예산이 투입된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이 인수·합병(M&A) 등 방식으로 외국 기업에 매각될 때는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의 승인이 있어야 한다. 정부 예산이 들어가지 않은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도 정부가 ‘국가 안보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인수 금지 또는 원상회복 등 조치를 명령할 수 있다.

2024.10.03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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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LED 기술 중국에 유출…전직 LG디스플레이 직원 기소

산업 일반

대형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패널 양산 기술을 중국 경쟁업체에 넘긴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전직 직원들이 재판에 넘겨졌다.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정보기술범죄수사부는 최근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LG디스플레이 전직 팀장급 직원 A씨 등 2명을 구속기소하고 1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10월, 2021년 12월 두 차례에 걸쳐 LG디스플레이 중국 광저우 공장의 설계 도면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해 중국 경쟁업체에 넘긴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2020년 10월 퇴사 후 이듬해 3월 중국의 대형 디스플레이 업체로 이직하면서 범행을 시작했고 이직 후에는 당시 LG디스플레이에서 근무하던 직원 등과 공모해 대형 OLED 양산 기술을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 A씨는 LG디스플레이에서 약 20년간 OLED 등 관련 업무에 종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기술유출 사건 수사는 국가정보원이 경찰에 첩보를 제공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경찰청 산업기술안보수사대는 A씨를 포함한 전현직 LG디스플레이 직원 4명을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은 A씨와의 공모관계 등을 가려 1명은 ‘혐의없음’ 처분했다.LG디스플레이 측은 “퇴사자 모니터링 과정에서 정보유출 정황을 확인하고 수사기관에 조사를 의뢰했다”며 “보안 관리와 시스템을 강화하고 있으며, 산업기술과 영업비밀 등 자사의 정보를 유출하려는 시도에 대해 형사처벌을 원칙으로 철저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2024.08.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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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구속되자 이번엔 형이…‘중국에 또 반도체 기술 유출’

산업 일반

반도체 세정 장비 기술을 중국에 불법 유출한 국내 반도체 세정 장비 업체 임직원 등 7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피고인 중 한명은 친동생이 관련 기술 유출 건으로 구속기소 되자 동생이 운영하던 회사를 넘겨받아 계속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수원지검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안동건 부장검사)는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반도체 장비제조업체 실운영자 A씨 등 임직원 4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29일 밝혔다.또 A씨 회사에 근무하며 반도체 장비 설계 업무를 담당한 직원 3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A씨는 2022년 5월 친동생 B씨가 기술 유출로 구속되자 운영하던 반도체 장비제조업체를 대신 운영하면서 지난해 5월 B씨가 설계한 기존 장비의 외관을 변경한 반도체 세정 장비를 중국 경쟁 업체로 불법 수출해 총 34억원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 연구원 출신인 B씨는 2019년 반도체 장비제조업체를 설립했다. 이후 B씨는 2018년 3월부터 3년여간 세메스의 영업 비밀인 반도체 습식 세정 장비 제작 기술 등을 부정 사용해 장비 도면을 만들어 710억원 상당의 장비 14대를 제작, 중국 업체 등으로 수출한 혐의 등을 받았다.B씨와 범행한 세메스 전 직원 등은 당시 세메스 협력업체에 부탁하거나 세메스에서 퇴직할 때 관련 정보를 반납하지 않는 방식으로 세정 장비 기술 정보와 설계도면 등을 부정한 방법으로 취득했다.2건의 기술 유출 사건으로 각각 기소돼 1심에서 징역 9년을 선고받은 B씨는 최근 항소심에서 형량이 징역 10년으로 늘었다.A씨 등은 지난해 8월 검찰이 사무실을 압수수색하고 수출을 위해 인천항으로 이동 중이던 21억원 상당의 세정 장비까지 압수하자, 8차례에 걸쳐 부품을 ‘쪼개기’ 방식으로 중국으로 수출해 현지 공장에서 이를 조립, 제작하는 방식으로 대금 26억원을 취득하기도 했다.이들은 부품을 쪼개서 수출하면 장비 수출 기록이 남지 않는 점을 이용했다.A씨는 범죄 수익금 12억원을 B씨의 아내 계좌에 은닉한 것으로도 조사됐다.검찰 관계자는 “피고인들은 검찰 수사로 세메스 장비를 베낀 기존 장비의 설계 및 제작이 어려워지자 중국 경쟁 업체와 공모해 현지에서 세정 장비를 제작하기로 하고 중국 현지에 법인 설립을 완료했던 것으로 파악됐다”며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해 ‘솜방망이’ 처벌이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이 팽배한 상황에서 엄중한 처벌을 통해 기술 유출 범죄를 막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일깨워준 사안”이라고 했다.

2024.01.29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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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삼성전자 ‘복제 공장’ 설립 시도한 前 임원 보석 석방

산업 일반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을 그대로 복제해 중국에 공장을 설립하려 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전 삼성전자 상무가 보석으로 석방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게 됐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형사14단독 이지연 판사는 A씨 측이 올해 8월 25일 신청한 보석 청구를 이달 10일 인용했다. A측은 앞서 보석을 신청하며 “피고인은 수사에 성실하게 임했고 현재 출국이 금지된 상태”라며 “방어권 보장을 위해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밝혔다.재판부는 보석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있다면서도, 피고인이 3일 이상 여행할 시 법원에 신고할 것과 증인 등 사건 관계자들과 사적 만남에 제한을 둘 것을 보석 조건으로 제시했다. 보석보증금은 5000만원으로 보증보험증권으로 갈음하기로 했다.A씨는 삼성전자의 영업비밀인 반도체 공장 BED(Basic Engineering Data)와 공정 배치도, 공장 설계도면 등을 부정 취득 및 사용한 혐의로 올해 6월 9일 구속기소 됐다. A씨는 이들 자료를 활용해 중국 시안에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을 본뜬 ‘복제 공장’을 설립하려고 한 것으로 조사됐다.A씨는 삼성전자 상무를 거쳐 하이닉스반도체(옛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내는 등 국내 반도체 제조 분야 권위자로 알려졌다. A씨는 “조작된 사건”이라고 주장하며 공판에서 혐의를 부인했다.한편 서울경찰청 안보수사과는 A씨와 삼성전자 전 수석 연구원, 반도체 관련 학과 교수 등 10여명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하고 있다.

2023.11.14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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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스파이 무죄율 19%...이대론 안 된다”[이코노 인터뷰]

산업 일반

보안최고책임자 신원이 대외적으로 노출되면 정보보호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이의 이름과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편집자 주> 시대의 흐름이 변하고 있다. 첨단 기술의 중요도가 나날이 높아지면서 21세기는 기정학(技政學) 시대라는 말까지 나온다. 기술 보유 여부가 기업의 경쟁력, 더 나아가서는 국가의 경제 패권을 가르는 핵심이 된 것이다.이렇다 보니 곳곳에서 기업의 기술을 탈취하려는 산업스파이가 활개 치고 있다. 기술 개발뿐 아니라 이를 지키는 보안 역시 중요해진 이유다. 기업들은 강력한 법적 장치가 마련되면 산업스파이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현행법은 산업스파이에 너무 관대하다는 지적이다.‘이코노미스트’는 그동안 언론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주)효성의 보안최고책임자(CISO)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름과 얼굴을 드러낼 수 없는 그는 산업기술보호법의 개정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효성 CISO는 “지난해 11월 한국산업보안한림원이 발표한 내용을 보면 일반 형사 사건의 무죄율은 약 3% 내외다. 반면 산업 기술 유출로 인한 무죄율은 약 19%로 6배 이상 높다”며 “유죄 선고를 받아도 실형이 선고되는 경우는 10% 내외에 그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산업 기술 유출과 관련된 법령의 개정을 통해 처벌 기준을 강화하고 산업 기술 유출에 대한 범위를 확대해 우리나라가 보유한 핵심 기술을 지키고 나아가 국가 경쟁력을 강화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효성 CISO는 또 “현재 논의되고 있는 관련 법령의 개정은 ‘산업스파이’ 즉 간첩의 개념 및 범위를 적국 포함 외국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는 첨단 기술의 보유와 확보가 기업의 경쟁력이자 국가의 경쟁력이 되는 시대에 의미 있는 추진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산업스파이를 잡아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친다는 점도 문제다. 효성 CISO는 “최근 국내 기업의 핵심 기술을 외국으로 유출하려다 적발된 직원들에게 1심에서 집행유예가 선고됐으나 2심에서 실형 1년 6개월이 선고된 사례가 있다”며 “실제 산업기술보호법에서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억 이하의 벌금 등을 처벌하게 돼 있으나, 산업기술보호법에 의한 양형 기준은 법정 최고형 대비 20%~25% 수준”이라고 설명했다.그러면서 “횡령·배임 등에 대한 형사 사건 양형 기준이 법정 최고형 대비 약 50%인 것과 비교하면 비율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며 “실제 기술 유출로 적발된 피의자가 초범이 다수인 점과 기술이 실제 제품으로 발표되기 전에 적발되는 등의 감경 요인은 있으나 관련 기술을 이용한 제품 양산화 지연, 유사 기술의 출현 등으로 인해 기업이 입는 피해 규모와 비교하면 양형 기준이 낮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효성은 보안과 관련해 철두철미(徹頭徹尾)하다. 최근 5년 간 기술 유출 사례가 전무하다. 그만큼 강력한 보안망을 구축하고 있다는 얘기다. 효성CISO는 “내부적인 통제와 외부적인 통제를 동시에 시행하고 있다”며 “특히 최근 일부 국가 및 테러 집단에서 국내 특정 기술 탈취를 목표로 시도되는 다양한 해킹 등의 시도를 탐지 및 차단하기 위한 대응과 내부망 침투를 전제로 기술 유출 시도를 차단하는 방안을 수립해 시행 중”이라고 설명했다.이어 “인력에 의한 외부 유출을 예방하기 위해 보안 교육 및 임직원의 이상 행위를 사전에 인지 및 차단할 수 있는 활동도 병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지난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인터넷진흥원에서 배포한 ‘제로트러스트 가이드라인’도 적용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효성CISO는 “최근 사물인터넷(IOT) 기기, 모바일, 클라우드 환경의 확산과 재택근무 등 근무 형태의 다양화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의 경계 기반 보안 모델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제로트러스트 개념을 도입했다”며 “가이드라인에서 원칙적으로 제시하고 있는 ‘인증 체계 강화’, ‘마이크로 세그멘테이션’, ‘소프트웨어 경계’를 각 보안 부문별로 적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2023.08.2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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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기술 유출 처벌 수위 너무 낮아…제도적 지원도 필요” [이코노 인터뷰]

산업 일반

보안최고책임자 신원이 대외적으로 노출되면 정보보호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이의 이름과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편집자 주> 국내 산업계는 오래전부터 기술 유출에 대한 어려움을 겪어 왔다. 특히 산업기밀 유출 관련 법인 ‘산업기술보호법’의 경우 여러 맹점으로 인해 제대로 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솜방망이’ 처벌로 인해 산업스파이들이 계속해서 활개를 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이에 각 기업은 자체적으로 보안팀을 꾸려 기술 유출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특히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을 도입하는 등 산업스파이 색출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이코노미스트'는 LG디스플레이 최고보안책임자를 만나 기술 유출 관련 현황과 이를 막기 위한 LG디스플레이의 노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현재 산업스파이를 처벌하는 법의 한계에 대해 말하자면.산업 스파이라고 돼 있지만 형법 쪽에서는 사실상 전혀 대응을 못 하고 있고 산업기술보호법이나 영업비밀 보호법 관련된 쪽에서만 보호받을 수 있다. 문제는 해당 법의 경우 피해를 본 회사가 피해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만 한다는 점이다.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우 국내 경쟁사들도 있지만 현재 중국과 상당히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국 회사들과의 기술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은 상황에서 중국 회사들의 기술 유출 시도가 많은 상황이다. 특히 기업 입장에서는 피해를 스스로 입증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럽다. 가령 중국으로 기술이 유출된 경우, 이를 기업 입장에서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다. 형법 개정 등을 통해 정확한 지침이 필요한 상황이다. ‘솜방망이’ 처벌로 인한 핵심기술 유출 위협은?현행법상 기술 유출 피해에 대한 양형 기준이 세지 않은 상황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어렵게 피해를 입증해도 제대로 된 처벌을 기대할 수 없다. 특히 초범의 경우 집행유예도 많으며, 유출 정황이 있어도 기업이 이를 제대로 입증하지 못할 경우, 무죄로 판결되는 경우도 많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출하는 유출자 입장에서도 경각심이 크지 않다. 특히 국외 유출의 경우 사법 당국의 협조도 크게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최고보안책임자로서 기술 유출에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보안은 창과 방패의 영원한 싸움으로 비유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재택근무가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보안만으로는 한계를 느끼게 됐다. 이에 지난해 하반기부터 AI를 활용한 보안 기술을 도입했다. AI를 활용해 정상적인 업무와 비정상적인 활동을 구분해 모니터링하는 방식이다. AI 외에도 중요 정보를 취급하는 직원들을 대상으로 주기적인 보안 교육과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아울러 협력사를 대상으로 다양한 보안 점검 및 관련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과거 기술 유출 및 보안 강화 사례에 대해 설명해달라.최근 5년 동안 핵심기술의 외부 유출 사례는 없다. 다만 이직 등을 목적으로 내부 정보나 기술을 유출하려는 시도는 1년에 한두 건 정도 나오고 있다. 핵심 기술 및 정보 유출 시도의 경우 재직 단계에서 대부분 적발, 모두 미수에 그쳤다. 최근에도 AI를 활용해 국내 이직을 목적으로 핵심 자료에 접근했던 케이스를 적발해 대응한 바 있다. 기술 유출을 대비하기 위해 정부가 나서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국가 핵심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 입장에서는 정부의 도움이 절실한 상황이다. 이번 형법 개정안을 살펴보니 처벌 수위가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보이는데, 그러한 시도가 맞다고 본다. 아울러 정부가 모든 기업을 지원할 수는 없겠지만 국가 핵심 기술이나 첨단 전략산업을 가지고 있는 기업에는 정보 보안을 잘할 수 있도록 금전적인 지원이나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본다.

2023.08.2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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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강국’ 만든 SK하이닉스 기술력…“보안 강화에 제도적 보완 필요” [이코노 인터뷰]

산업 일반

보안최고책임자 신원이 대외적으로 노출되면 정보보호 업무에 지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인터뷰이의 이름과 얼굴은 공개하지 않았습니다. <편집자 주> 한국은 반도체 강국이다. 특히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주름잡고 있다. 반도체 강국의 지위는 세계 메모리 시장을 이끄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대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2023년 1분기 기준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23.9%다. 이 기간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은 15.3%를 기록했다. 이런 성과는 단연 기술력에서 나온다.SK하이닉스는 모바일 D램으로는 처음으로 24GB까지 용량을 높인 패키지 ‘LPDDR5X’의 양산을 최근 시작했다. 해당 제품 앞엔 ‘현존 유일의 24GB 고용량 패키지’란 수식어가 붙는다. 적층 기술이 중요한 낸드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 최초로 300단 이상 낸드 개발하고, 양산 절차에 돌입했다. 321단 1테라비트(Tb) 트리플레벨셀(TLC) 4D 낸드플래시 제품을 공개하면서 기술력을 입증했다.SK하이닉스의 기술력은 한국을 반도체 강국으로 끌어 올린 근간이 됐다. 이를 반대로 말하면 기술 유출은 국내 산업 대들보의 위기로 이어질 수 있는 중대 사안이다. 실제로 ‘반도체 굴기’를 선언한 중국에서 국내 반도체 기술력을 훔치려는 시도가 지속되고 있단 소식이 심심찮게 들리곤 한다.‘이코노미스트’는 기술 방어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SK하이닉스 최고정보보호책임자(CISO·부사장)를 만나 법적·제도적 지원 확대의 필요성을 물었다. 직책의 특성상 이름과 얼굴을 알릴 수 없지만, 흔쾌히 현장에서 느끼고 있는 바를 이야기했다. 반도체 기업에서 CISO 역할과 업무는?업계 최고 수준으로 구축된 보안·관리 체계를 바탕으로 경영 활동에 영향이 없도록 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접근 권한 오남용을 방지하는 체계 구축도 주요 업무다. 세계 수준의 산업 보안 거버넌스 체계 정착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의 핵심 기술이 유출되지 않도록 보호하고, 해킹이나 악성코드 감염 등으로 생산이 멈추지 않도록 하는 ‘든든한 지킴이’ 역할을 한다는 자부심이 있다.SK하이닉스는 어떻게 기술 유출에 대응하고 있는가.반도체는 국가 핵심 기술로 분류된다. ▲보안시스템 개선 ▲보안 서약서 징구 ▲구성원 보안 인식 교육 등을 지속해 진행 중이다. 보안 조직이 정보 유출 이상 행위를 항상 모니터링하고 있지만, 법적인 측면의 제약이 있다. 또 예방과 대응을 위한 보안관리 활동에 큰 노력을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나쁜 의도를 가진 사람을 통제하는 것에는 어려움이 있다.기술 탈취를 방지하려면 처벌 수위가 더 높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간첩법으로 불리는 ‘형법 제98조’의 개정안도 나온 상태다.산업기술보호법 등 관련법에서도 국가 핵심 기술 보호와 유출에 대한 처벌 등의 규정이 있다. 그러나 외부 유출 목적의 입증이 쉽지 않고, 또 양형 기준이 낮다. 해외로 핵심 기술 유출을 간첩죄로 다루는 게 형법 개정안의 핵심이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업기술 유출을 스파이 행위, 즉 반국가적 행위로 간주할 수 있다. 인식 변화를 기대할 수 있고, 처벌이 강화된다면 국가 핵심 기술 유출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고 생각한다.개정안의 통과, 기업에 필요한 일인가.개정안이 통과되면 제도적으로 부족한 부분이 메워질 수 있다. 기술 유출 시도에 대한 국민적 인식 변화, 처벌 강화로 인한 ‘탈취 예방’ 효과가 클 것으로 생각된다. 한국 기업의 지속적인 생존과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는 법률 강화라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본다.

2023.08.2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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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에 1.6건씩 해외 유출, 누적 피해 규모 25조원…삼성도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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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검찰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설계자료를 빼돌려 중국에 '복제공장'을 지으려 한 혐의로 삼성전자 상무, SK하이닉스 부사장을 지낸 최모(65) 씨 등 7명을 재판에 넘겼다. 이번 기술 유출로 인해 피해는 최소 3000억원, 많게는 수조원에 달할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최 전 상무가 실형을 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검찰은 최 전 상무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산업기술보호법)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으로 기소했다. 문제는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은 '내부자'가 주요 ’산업기술'을 빼돌릴 경우에만 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재판에서 변호인은 최 전 상무가 자료를 빼돌린 직원들에게 이를 지시하지 않았고, 직원들이 빼돌린 자료 또한 산업기술보호법상 보호 대상인 국가핵심기술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법조계 관계자는 "현행 산업기술보호법은 '기술'만 보호한다" 며 "최 전 상무 변호인 측은 이들이 빼돌린 공장설계도가 기술에 해당하지 않는 '도면'인 만큼 산업기술보호법상 처벌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5월 한국 정보당국은 서울 한복판에서 운영 중인 중식당 ‘동방명주(東方明珠)’가 사실상 중국 정부의 비밀경찰 거점이라고 결론 내렸다. 이들을 ‘식품위생법’과 ‘옥외광고물법’ 위반 혐의로만 검찰에 송치했다. 우리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은 정보 수집 활동은 ‘영사 관계에 관한 빈 협약’ 위반이자, 대한민국 주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한 행위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들이 ‘외국인’이기에 간첩죄 적용 대상 국가를 '적국'(북한)으로 제한한 현행법 아래서는 간첩죄로 처벌이 불가능하다.기술이 안보인 시대다. 미국과 중국이 벌이는 패권전쟁 속에서 미·중 양국이 한국을 자기 진영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애쓰는 이유는 세계 6위의 군사력이 아닌 반도체, 2차전지 등 첨단산업 기술 보유국이어서다. 첨단산업 기술은 국가의 생존을 좌우하는 경쟁력이지만 이를 보호하기 위한 법과 제도는 곳곳이 구멍이다. 국가에 위해를 가하는 '간첩'을 규정하고 처벌조항을 담고 있는 '형법 제98조'를 개정하기 위해 여야가 힘을 모은 이유다. 형법 98조는 '적국(북한)'을 위해 일한 자만 처벌하도록 돼 있어 북한 외 다른 나라에서 보낸 간첩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여야는 북한뿐 아니라 외국 정부나 외국인 단체 등이 국가 핵심기술과 방위산업기술을 빼돌릴 경우에도 간첩죄로 처벌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적 이익을 목적으로 기술을 해외에 유출하는 경우와 외국 정부의 사주를 받아 유출하는 행위가 모두 단순 기술 유출로 처벌되고 있다”며 “외국 정부를 위해 기술을 유출하는 행위는 타국을 이롭게 한 행위로 ‘간첩죄’로 처벌되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여야 정치권뿐 아니라 대기업, 행정부 등 모두가 필요성을 강하게 제기하고 있다”며 “산업 기술 확보가 앞으로의 경제 패권을 가를 것인 만큼 형법 개정안은 꼭 통과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법원행정처는 국가안보를 목적으로 제정한 형법 98조를 개정해 산업스파이에도 적용하는 것은 과잉 입법이란 입장이다. 또한 우방국과 비우방국을 구분해 간첩죄 처벌 수위를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해 법 개정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국가기밀 빼돌려도 '징역 1년' 솜방망이 법원은 형법 98조 개정에 사실상 반대하고 있다. ‘군사기밀보호법’ 및 ‘산업기술보호법'으로 처벌이 가능한 만큼 형법까지 개정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법원행정처는 "기존법으로 처벌할 수 있는데 형법을 고쳐 무거운 처벌 규정을 두는 것은 법체계에 혼란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전문가들은 법원의 주장을 이해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형법 98조가 전쟁 중인 상황을 염두에 두고 제정된 탓에 현재는 사실상 사문화한 만큼 법체계 정비 차원에서라도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호정 법무법인 태하 고문 변호사(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국가 안보를 침해한 간첩행위가 발생해도 현행 간첩죄는 적국만 적용할 수 있는 탓에 군사기밀보호법으로만 처벌할 수 있다"며 "이번 형법 개정안은 사문화한 간첩죄 규정에 생명을 불어넣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1993년 일본 후지TV 서울지국장이 군사기밀을 빼내 일본 정부에 전달한 사건, 2016년 국군기무사령부 소속 해군 장교가 해외연수 중 중국 정보기관에 포섭돼 구축함 관련 군사기밀을 유출한 사건이 있었지만, 범인이 일본인과 자국민인 탓에 간첩죄 적용이 불가능해 군사기밀보호법으로 처벌했다.간첩죄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최고 사형까지 가능하다. 반면 군사기밀보호법은 '군사기밀을 탐지하거나 수집한 사람이 이를 타인에게 누설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등 상대적으로 처벌 수위가 낮다. 김호정 교수는 "군사기밀보호법과 산업기술보호법은 형법상 간첩죄와 달리 적을 이롭게 하거나, 국가의 안전을 해할 목적이 아니어도 처벌을 할 수 있게 한 탓에 상대적으로 법정형이 간첩죄보다 낮다"며 "각각의 법이 보호하고자 하는 대상과 범죄가 성립하는 요건이 다른 만큼 법체계에 혼란을 일으킨다는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는 “현대사회에서의 ‘전쟁’은 군사적 우위보다 ‘경제적 우위’를 확보하는 형태로 변화했다”며 “기술뿐만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등 일반적인 시장 정보도 국가기밀이 될 수 있고, 이런 부분을 포괄할 수 있는 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이상헌 의원은 “우방국과 비우방국에 차등을 두고 형량을 정할 경우, 이를 명확히 구분지어야 하기 때문에 오히려 외교 문제로 비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방국 간첩은 봐주자?…처벌 수위 차등 논란 법원행정처는 만일 형법 98조를 개정하더라도 ‘적국·비우방국·우방국·동맹국’이냐에 따라 처벌 수위를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박영재 법원행정처 차장은 지난 6월 국회 법사위원회 형법 개정안 회의에서 “우방국, 동맹국 또는 이에 준하는 외국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와 적국, 준적국 또는 이에 준하는 외국에 제공할 수 있는 정보의 종류에는 매우 큰 차이가 있을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일률적으로 높은 법정형으로 처벌하는 것이 타당한지에 대해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우방국이라고 해도 친소 여부에 따라 법정형을 달리 적용해야 하지 않느냐는 의견도 냈다. 범죄 ‘행위’가 아닌, 범죄 ’행위자’에 따라 처벌을 차등하자는 것이다.법조계에선 국제 정세가 수시로 바뀌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적국과 우방국을 구분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반박한다.아울러 외국을 동맹국과 비우방국으로 구분해 법정형을 달리하는 국가는 없다며 법원행정처가 '반대를 위한 반대'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미국과 중국 등 주요 국가들은 자국에 해가 되거나 타국을 이롭게 하는 행위에 대해 모두 ‘간첩죄’를 적용해 중형에 처하고 있다.김호정 교수는 “급변하는 오늘날의 국제정세에 비춰 적국과 우방국을 구분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며 “외국을 다시 동맹국과 비우방국으로 구분해 법정형을 달리하는 것은 가능하지도 타당하지도 않고, 이런 국가는 찾아볼 수도 없다”고 했다.김두식 법무법인 세종 대표변호사 또한 “경제와 안보냐 등 적용 기준에 따라 우방국이 달라질 수 있는데 국가간 친소 여부에 따라 간첩죄를 규율하는 것은 시대에 맞지 않다”며 “실제로 대부분 국가는 ‘외국’이라는 개념을 일괄적으로 적용해 처벌하고 있다”고 전했다.동맹국에 저지른 범죄도 대한민국에 대한 범죄와 동일하게 처벌하도록 한 형법 104조의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교수는 "동맹국의 국가기밀을 침해했다고 자국의 형법으로 처벌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형법 104조 조항은 삭제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동맹국인 미국은 1996년 발생한 미 해군정보국 분석관 로버트 김 기밀유출 사건 때 한국 정부에 미국 국가기밀을 제공했다며 간첩죄 위반으로 김 씨에게 징역 9년형을 선고한 바 있다. 현행법대로라면 한국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국가기밀을 제공한 로버트 김을 한국 정부 또한 처벌해야 한다. 간첩죄 개정에 기업들 목메는 이유 기업들, 특히 삼성전자·SK하이닉스·LG전자·포스코 등 전 세계 산업스파이의 표적이 된 첨단기술 보유기업들은 형법 98조 개정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스위스 국제경영개발원(IMD)의 2023년 국가경쟁력 평가에서 대한민국의 과학 인프라 국가경쟁력은 전 세계 2위, 국제 특허출원은 세계 4위, 세계 시장점유율 1위 제품도 4위를 기록하는 등 산업스파이들이 군침을 흘리는 기술력을 자랑한다.하지만 솜방망이 처벌 탓에 '한탕'을 노리는 내부자들의 기술 유출 시도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가정보원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2년까지 최근 5년간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건은 총 93건에 달한다. 한 달에 1.6건씩 해외로 유출된 셈이다. 대부분 반도체(24건)와 디스플레이(20건), 이차전지(7건) 등 한국경제의 성장동력인 첨단 산업이다. 누적 피해 금액은 25조원에 달한다. 그러나 이중 징역형을 산 비율은 20%에 그친다. 대부분 초범인 데다 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법원이 관대한 처벌을 내렸기 때문이다.산업기술 유출사건의 무죄율은 34.6%로, 형사 사건의 무죄율 3.0%와 비교해 10배나 높다. 게다가 1심서 징역형을 선고받은 365명 중 집행유예가 80%(292명)에 달했고, 실제 실형은 20%(73명)에 불과했다. 국외로 기술 유출 시 법정형은 15년 이하의 징역형이지만, 실제 양형은 1년~3년 6개월에 그쳤다. 재계에선 최근 미국과 중국 간의 패권전쟁이 심화하면서 어느 때보다 산업스파이 근절을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중국은 미국의 기술 봉쇄로 반도체·청정에너지·로봇 공학·항공 등 국가 전략 산업에서 고급 기술을 확보하기 어려워졌다. 이에 한국·일본·대만 등 동북아 지역에서 웃돈을 주고 인재를 영입해 첨단산업을 육성하면서 산업스파이 또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우리나라와 달리 해외 주요 국가들은 스파이 방지에 적극적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전 세계적으로 기술 탈취 국가로 악명높은 중국은 자국 기술 유출을 차단하기 위해 강력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정부는 자국의 이념과 체제를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반간첩법(방첩법)’ 제정에 나섰다. 중국 정부는 간첩 행위의 정의를 ‘국가 안보와 이익을 위협하는 활동’으로 확대했고, 이어 간첩 행위에 기존 규정한 국가기밀 제공 외에 국가의 안전이나 이익과 관련된 문건, 데이터, 자료의 제공·절취도 포함했다. 스파이 행위 적발을 위해 당국 권한을 강화하고, 스파이 행위에 대한 벌칙도 크게 높여 사형도 가능하게 했다.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은 경제 스파이법을 개정해 국가의 전략기술을 해외로 유출한 경우 간첩죄로 가중 처벌해 징역 30년형 이상도 가능하다. 대만은 지난해 국가안전법을 개정했다. 정치·군사 영역뿐 아니라 경제산업 분야의 기술 유출도 간첩행위로 포함해, 5년 이상 12년 이하의 유기징역에 처하고 있으며 사형도 가능하다. 일본은 지난해 첨단기술을 보호하기 위한 경제안전보장법을 제정했다. 첨단기술 보호에 국가가 발 벗고 나서는 세계적 추세 속에서 한국만 손을 놓고 있다는 탄식이 나오는 이유다. 재계에서는 기술 유출에 대한 법정형을 상향하는 것만으로도 시도 자체를 방지하는 효과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동호 한국산업보안한림원 회장(포스코인터내셔날 상무)은 “글로벌 기술패권 시대에서 대한민국 기업들이 글로벌 기업들과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우리도 경쟁국에 의한 조직적인 산업기술 유출 행위를 ‘간첩’에 준해 엄하게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3.08.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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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직원, 반도체 핵심기술 유출…해고 후 수사의뢰 “엄격히 다룰 것”

산업 일반

삼성전자에서 반도체 핵심기술을 포함한 자료 유출 사건이 발생했다. 삼성전자는 DS(반도체) 부문은 관련 혐의로 엔지니어 A씨를 해고 조치하고 국가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고 17일 밝혔다.삼성전자 내부 공지에 따르면 A씨는 핵심 기술이 들어 있는 중요 자료 수십 건을 외부 개인 메일로 발송하고 자료 일부를 본인의 다른 외부 메일 계정으로 재차 전송한 뒤 보관하다가 덜미를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 측은 인사 징계, 민형사상 법적 조치 등을 통해 강력하게 대응할 방침이라며 “엄격하게 처리할 것”이라고 전했다.해외 업체 이직을 준비하던 엔지니어 B씨는 재택근무 기간에 국가 핵심 기술이 들어 있는 대외비 자료를 사진 촬영해 보관하다 적발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B씨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B씨는 이후 범죄 혐의가 확인돼 구속 수감된 상태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검찰이 항소해 2심이 진행될 예정이다.또 다른 엔지니어 C씨는 국내 협력 업체 이직을 준비하다가 중요 기술 자료를 띄워놓고 수천장의 사진을 찍어 보관하다 적발됐다. 삼성전자는 C씨를 해고 조치한 뒤 국가기관에 수사를 의뢰했다. C씨는 지난달 법원에서 징역형 판결을 받았고 검찰은 항소했다.삼성전자 관계자는 “반도체는 국가 핵심기술”이라며 “임직원들에게는 인사징계, 민형사상 법적 조치 등 경각심을 주고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않게 하겠다는 회사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한편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산업기술보호법)상 국가핵심기술을 외국이 쓸 수 있도록 빼돌리다 적발되면 3년 이상 징역, 15억원 이하 벌금을 부과한다. 산업기술의 경우 15년 이하 징역 또는 15억원 이하 벌금을 매긴다.

2023.05.17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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