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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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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치 향수 ‘조·바·딥’ 정돈 사야죠”...소장 욕구 자극하는 ‘비싼 향기’ [민지의 쇼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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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껴서 뿌리는 향수예요. 매일 뿌리진 못해도 화장대에 놓인 조말론 향수만 봐도 그냥 만족스러워요” MZ세대 사이에서 향수계 명품으로 불리는 ‘니치 향수’가 특별한 쇼핑템으로 여겨지고 있다. ‘니치’는 이탈리아어 니키아(Nicchia)에서 유래된 말로 ‘틈새’를 의미한다. 니치 향수는 조향사가 틈새 고객, 즉 소수의 제한된 소비자를 위해 만든 프리미엄 향수다. 가격은 일반 향수보다 3~5배 정도 비싸, 한 병당 20만~30만원을 호가한다. 가격은 비교적 비싸지만 니치 향수에 대한 MZ세대 관심은 크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인스타그램에 해시태그 ‘#니치향수’로 검색되는 게시물만 해도 10만5000장이 넘을 정도다. 구매량도 늘었다. 딥티크, 바이레도 등 니치 향수를 수입하고 판매하는 신세계인터내셔날 매출 자료에 따르면 올해 향수 브랜드 매출은 지난해 같은 달 대비 43%가 껑충 띄었다. 이중 전체 매출 비중의 80%는 MZ세대가 차지했다. 현대백화점 올해 향수 매출 증가율 역시 44.7%를 기록했다. 특히 이중 니치 향수 브랜드의 매출은 61.5%가 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확대하는 MZ세대 구매는 ‘니치 향수를 뿌리는 사람은 센스 있는 사람’이라는 인식과 이어진다. 특히 인기 아이돌 가수가 자신이 사용하는 향수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니치 향수를 꼽으면서 10대 팬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BTS 멤버 지민은 조말론의 오렌지블라썸 제품을, 또 다른 멤버 진은 딥티크의 필로시코스를 쓰는 것으로 알려졌고, 가수 마마무의 솔라 역시 자신의 일상생활을 담는 유튜브 영상을 통해 딥티크의 제라늄 오도라타 제품을 소개했다. 이외에도 가수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자신의 첫 입문 향수로 프라다의 캔디를 사용했다는 것을 공개하면서 10대 사이에서 아이돌이 쓰는 값비싼 향수에 대한 동경 심리가 생겨난 것이다. 용돈을 모아 딥티크 향수를 산 10대 김다현 씨는 “군 입대한 석진 오빠(BTS 멤버 진)와 같은 향을 공유하고 싶었다”며 “책상 한켠에 BTS 앨범들과 석진 오빠 사진을 두고 그 가운데에 딥티크 향수를 뒀다”고 말했다. 블랙핑크 제니, 뉴진스 민지 등 향수 모델로 니치 향수는 향수 중에서는 비싼 제품이지만, 수백만원이 드는 명품 가방과 옷보다는 저렴하다는 점에서도 MZ세대가 접근하기 쉽다. 사치스러운 느낌을 주면서도 가격이 수십만원대에 그쳐서 만족감을 가지고 소비하는 ‘스몰 럭셔리’(Small Luxury) 제품인 셈이다. 지금까지 스몰 럭셔리 대표 상품으로 4~5만원대의 명품 브랜드 립스틱이 꼽혔지만, 이제는 20만~30만원대의 니치 향수로 트렌드가 변화한 셈이다. 특히 니치 향수는 우드, 무화과 향 등 개성 있는 향을 풍기기 때문에 남들에게 니치 향수를 뿌렸음을 은근히 알릴 수 있는 효과가 있어 더욱 인기다. 명품 립스틱은 입술에 바르면, 겉으로 명품 립스틱을 사용했다는 티가 확실하게 나타나지 않는 것과는 다른 점이다. 향수 소비에 지갑을 과감하게 여는 MZ세대가 많아지면서 향수 브랜드 모델도 과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중년 여성 중심에서 이제는 세련되고 톡톡 튀는 개성을 드러내는 아이돌 가수로 바뀌었다. 젊은 소비자층이 여성스럽고 우아한 향수 이미지보다 독특하면서도 매력적인 향수 이미지를 선호하면서다. 실제 지난해 국내 뷰티 브랜드 탬버린즈는 블랙핑크 제니를 모델로 발탁해 제니의 향수 컬렉션 캠페인을 전개해 관련 제품 품절대란을 일으켰고, 샤넬 뷰티는 뉴진스 민지를 공식 앰버서더로 채택하고 최근 민지가 샤넬 향수를 뿌리며 장난치는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국내 뷰티업계 관계자는 “예전 향수 광고를 생각하면 몸매가 드러나는 실크 드레스를 입은 성숙한 여성 배우의 모습이 많았다면 이제는 광고부터 달라졌다”며 “MZ세대 소비자를 겨냥한 아이돌 가수를 모델로 기용하고 화보나 뮤직비디오를 촬영하듯 개성 넘치는 영상미를 강조하곤 한다”고 말했다.

2023.03.11 09:00

3분 소요
BTS 지민, 명품 디올 홍보대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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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탄소년단(BTS) 지민이 명품 브랜드 크리스챤 디올의 홍보대사로 활동하게 됐다. 미국 CNN 등 외신은 디올이 BTS 지민을 자사의 글로벌 브랜드 홍보대사로 위촉했다고 17일(현지시간) 전했다.디올은 이날 “지민은 21세기 팝 아이콘 방탄소년단 멤버로서 춤, 노래, 작곡 등 다양한 방면에서 빛나는 아티스트"라며 발탁 계기를 설명했다. 디올은 또한 이번 협업이 지민과 자사 브랜드의 우정을 확고하게 해준다고 밝혔다.디올은 “이번 파트너십을 통해 킴 존스가 BTS의 무대 의상을 디자인했던 지난 2019년부터 이어져 온 지민과 디올 하우스의 특별한 인연이 더욱 공고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앰버서더 발표와 함께 공개된 사진 속 지민은 디올의 글로벌 앰버서더 다운 자태를 보여주었다. 2023 디올 여름 남성 컬렉션과 함께한 지민은 모던하고 클래식한 디올만의 독창적인 감성을 구현해 디올과의 완벽한 케미를 자랑했다.이날 지민은 자신의 SNS에 “Dior‘s Global Ambassador로 활동하게 되어 영광입니다! 앞으로 많이 기대해주세요!”라는 글과 함께 화보 컷을 공개했다. 로이터 통신 역시 이런 소식을 전하면서 한국이 세계적인 명품 소비 시장으로 떠오르자 유럽 명품 브랜드들이 케이팝(K-pop) 스타들과 협업을 늘리고 있다고 분석했다.로이터는 한국의 1인당 평균 명품 소비액이 연간 325달러(약 40만4000원)로 전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모건스탠리의 최근 조사 결과도 인용했다.CNN은 샤넬, 프라다, 구찌, 지방시, 로에베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이 최근 몇 년간 한국의 인기 가수·배우를 모델이나 홍보대사로 적극적으로 영입해 왔다고 전했다.디올은 지민에 앞서 블랙핑크 지수, 엑소 세훈, 배우 겸 모델 남주혁 등을 홍보대사로 위촉한 바 있다.한편, 지민은 최근 빅뱅 태양의 신곡 ‘바이브’ 피처링에 참여해 화제를 모았다.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 진, RM에 이어 2월 솔로 데뷔를 준비 중이다.

2023.01.17 22:07

2분 소요
“찐부자는 머릿결 부터 다르다”…20만원 ‘럭셔리 샴푸’가 뜨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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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사람이 여유가 있는지 없는지를 볼 때 머릿결과 구두를 봐요” 드라마 ‘안나’의 주인공 배우 수지가 외친 한 대사다. 이처럼 드라마 속 여주인공은 사회적 지위 상승의 주요 기준 중 하나로 머릿결을 꼽았다. 이는 비단 드라마 속 주인공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최근 국내 헤어 제품 시장에도 고급화 바람이 불고 있다. 부를 상징하는 찰랑거리고 풍성한 머릿결을 만들기 위해 수십만원을 호가하는 프리미엄 헤어 제품을 사는 것이다. 명품 뷰티 브랜드를 유통하고 있는 신세계인터내셔날이 프리미엄 샴푸 브랜드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선 것도 이 때문이다. 실제 신세계인터내셔날의 올 한 해 샴푸 브랜드 확장세는 심상치 않다. 먼저 신세계인터내셔날은 1000mL 샴푸 한 병당 20만원을 호가하는 값비싼 가격으로 일명 ‘샴푸계 샤넬’이라고 불리는 ‘오리베(Oribe)’의 매장 꾸리기에 나섰다. 오리베는 제니퍼 로페즈, 스칼렛 요한슨 등 유명 할리우드 스타의 헤어 스타일리스트인 오리베 카날레스가 2008년 뉴욕에서 설립한 럭셔리 헤어케어 전문 브랜드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이 지난 2014년부터 수입해 자체 뷰티 편집숍인 라페르바 매장에서 판매해왔다. 하지만 자체 편집숍 판매 매출이 매해 급증하면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 8월부터 갤러리아 압구정점에 단독 팝업 매장을 오픈해 운영하게 됐다. 또 팝업 매장은 내년 2월까지 운영하는 것으로 기존에 계약했지만, 백화점 매출 역시 매달 상승세로 계약만료 이후에도 문을 닫지 않고, 계속 문을 여는 정식매장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에 따르면 오리베의 지난 4년간 매출은 360% 신장했고, 같은 기간 온라인 매출은 1036% 급증하는 등 큰 호응을 받고 있다. 기존 수입 브랜드 외에도 신규 럭셔리 브랜드도 인수했다. 지난 5일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탈리아 헤어케어 브랜드 ‘다비네스(Davines)’의 국내 독점 판권을 인수했음을 알렸다. 다비네스의 대표 샴푸 가격은 1000mL 한 병 기준으로 12만원대로, 오리베보다는 저렴하지만, 강남에 위치한 고급 헤어살롱에서 주로 사용되고 있어 일명 ‘청담동 샴푸’로 알려져 있다. 이번 인수로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다비네스 국내 판매를 내년 1월 1일부터 본격화할 계획이다. 기존 시코르, 분더샵 등 매장 내 입점 형태로 유통되던 오프라인 유통망을 확대하고 온라인 판매도 활성화한다. 향후 전국 주요 백화점에 순차적으로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며, 자체 온라인몰 에스아이빌리지(S.I.VILLAGE)를 비롯한 주요 온라인몰을 통해 제품을 판매할 계획이다. 고급 샴푸 시장의 성장성을 확신이라도 하듯,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자체적으로 프리미엄 샴푸 브랜드도 내놨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지난 7월 ‘아이엠샴푸’를 출시했다. 샴푸 400mL 한 병 기준으로 3만7000원대로, 해외 프리미엄 샴푸보다는 저렴하지만, 국내 샴푸 가격이 평균 6000~7000원, 비싸면 1만원대 초반인 걸 고려하면 고급 샴푸 대열로 분류된다. 이 제품은 온라인 플랫폼 컬리를 통해 판매한 물량이 3일 만에 완판되는 등 초반부터 호실적을 기록하고 있으며, 아직까지 좋은 성적표를 내고 있다. ━ 니치 향수 소비자는 곧 럭셔리 샴푸 소비자 그렇다면 이처럼 값비싼 샴푸를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기존 ‘니치 향수’ 소비자들의 새로운 니즈를 ‘럭셔리 샴푸’가 충족한다고 설명한다. ‘향기’를 뽐낸다는 공통점이 있는 두 제품은 결국 소비자가 이어진다는 것이다. 20~30만원을 호가하는 고급 향수제품을 사던 소비자들이 새로운 향, 새로운 취향 등을 찾으며 생활용품 중 하나인 샴푸까지 럭셔리함을 추구하는 형태다. 뷰티 업계 관계자는 “니치 향수를 사는 소비자가 곧 럭셔리 샴푸를 살 수 있는 소비층인 셈”이라며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이미 국내 니치 향수 시장의 성장세를 확인했기 때문에 럭셔리 샴푸 시장에 대한 확신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물가 현상이 이어지면서 소비 양극화가 뚜렷해지는 것 역시 프리미엄 샴푸 시장을 키운다. 샴푸 소비에서도 아주 저렴한 제품이 아니면, 아주 값비싼 제품 소비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은희 인하대 교수(소비자학과)는 “지난 수년간 소득 양극화 현상이 커지면서 프리미엄 제품 또는 저가형 제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며 “비싼 제품을 판매하는 백화점과 저렴한 제품을 판매하는 아울렛은 경영을 유지하지만, 중간가격 제품을 판매하던 판매처들은 사라지는 것도 이런 흐름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2022.12.18 14:00

3분 소요
‘에르메스 VVIP’ 오은영, ‘인간 샤넬’ 제니…‘에루샤’ VIP 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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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8만원짜리 신상 가디건에 브랜드 감성이 고스란히 담긴 실크 100% 팬츠는 328만원. 한 손에 우아하게 들려진 백은 4000만원을 호가한다. 주얼리와 신발까지 더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착한 금액이 최소 1억원이다. 말 그대로 ‘억’ 소리 나는 슈퍼리치의 세계. 최근 이 ‘슈퍼리치’ 입길에 오르내린 주인공은 ‘국민 육아’ 멘토로 대활약 중인 오은영 박사다. 하루를 초 단위로 쪼개 지낼 정도로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오 박사의 상담료가 지나치게 고가라는 주장에서 비롯됐다. 상담료 논란은 오 박사의 ‘에르메스 VVIP’ 소문으로 이어졌다. 그가 방송에 입고 나오는 모든 옷이 에르메스 브랜드 제품이며, 고가 상담료를 받아 명품 중에서도 초고가인 에르메스에 투자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 에르메스에 오 박사가 있다면 뒤를 잇는 브랜드 샤넬에는 걸그룹 블랙핑크 멤버인 제니가 있다. 제니는 ‘인간 샤넬’이라 불리며 샤넬의 모든 시즌 옷을 찰떡같이 소화하는 인물. 그는 샤넬 뮤즈로 활약하면서 무대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샤넬 상품을 자주 애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패션이나 소품 등 공식 석상이든 아니던 제니가 입은 패션 룩은 늘 화제에 올랐다. 에르메스 VVIP썰이 돌고 있는 오은영 박사와 샤넬 마니아 제니. 이들처럼 3대 명품이라 불리는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VIP 되려면 대체 얼마만큼의 돈을 써야 하는 걸까. 그리고 이들이 누리는 혜택이 무엇일지 가 명품 브랜드 종사자와 관련 업계 취재를 통해 확인해봤다. ━ VIP 고객들…브랜드 한 해 매출 80% 쥐락펴락 “돈을 생각한다면 결코 진입할 수 없는 브랜드죠. 내부 방침에 따라 정확한 VIP 기준은 공개하기 어렵습니다.” “명품 브랜드 VIP는 처음 되기가 어렵지, 일단 되고 나서는 유지하고 싶은 마음이 크게 듭니다. 부자들은 단순 옷값을 지불하기보다 대접받는 듯한 느낌과 그 문화에 대한 일종의 가치소비를 하기 때문이죠.” 에루샤 'VIP' 고객에 대한 얘기다. 브랜드 내부 직원들조차 정확한 기준을 알지 못하며 그마저도 매장별로 상이한 경우가 다 반수라는 설명이다. 에루샤 담당 셀러를 통해 특별 관리를 받는 VIP 고객들. 이들의 구입액이 한 해 브랜드 매출 80%를 좌우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명품업계에 따르면 ‘에루샤’ VIP는 대략 해당 브랜드에만 1억 이상을 소비하는 고객들이다. 에르메스의 경우 연간 30여개의 에르메스 제품을 구매한 고객들이 VIP로 특별 관리된다. . 에르메스는 그중에서도 의류와 신발, 가방, 그릇, 쥬얼리 등 에르메스 제품을 다양하고 폭넓게 사는 고객을 진정으로 ‘에르메스’를 사랑하는 고객이라 여겨 최고의 VIP로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비통은 한 시즌마다 3000만원 이상, 연간 1억원 이상 구매 고객들이 통상 VIP로 분류된다. 샤넬의 경우 월 최소 1회 이상을 구매해야 하고 1회 구매 시 300만원~500만원 이상씩 구매하는 고객을 집중적으로 관리한다. 눈길을 끄는 것은 여기에 ‘샤넬 오픈런 사태’의 주범인 가방류는 포함되지 않는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샤넬은 가방, 지갑 등 잡화보다는 의류와 액세서리, 신발 등을 구매하는 고객을 더 VIP 고객으로 보고 우대한다”며 “가방은 일회성, 단발성에 그칠 확률이 높지만, 의류나 신발 구매자는 계속해서 브랜드 충성심을 유지한다는 점에 차이를 둔 것 같다”고 귀띔했다. ━ VIP에 50% 쏘는 에르메스‧밀착 케어 루이비통 VIP에게 주어지는 주요 혜택도 물론 영업 비밀이다. 하지만 담당 셀러가 특별 서비스를 하고 신상품이 들어오면 해당 소식을 먼저 알려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널리 알려진 VIP 혜택 중 하나다. 평소 노세일 전략에 아웃렛 판매도 하지 않는 에르메스는 VIP들을 특별 초대해 프라이빗 세일 행사를 갖는 것이 가장 큰 혜택이다. 에르메스 의류와 신발, 모자, 장갑류가 이날 행사에선 최대 50%까지 파격 할인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루이비통 셀러들은 VIP 고객들을 세심하게 케어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VIP 고객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등을 챙겨주거나 서울 5성급 호텔에 호캉스를 보내주는 이벤트 등도 종종 진행한다. 특히 VIP 방문 시 루이비통 스타일리스트가 직접 나와 스타일링을 돕는 밀착 케어도 대표적인 VIP 혜택 중 하나다. 한 루이비통 VIP 고객은 “프랑스에서 신상이 오자마자 담당 셀러가 사진과 함께 이미지를 먼저 보여주고, 평소 스타일과 잘 어울릴만한 제품들을 추천해 주거나 마음에 드는 제품을 홀딩해 주기도 한다”면서 “한 매장 한 브랜드만 주로 애용하다 보니 담당 셀러와 친구처럼 가깝게 지내고 있는데 관계가 좋고 대접이 좋은 만큼 돈은 더 쓰게 된다”고 말했다. 샤넬은 VIP 고객들에게 쁘띠지갑이나 복조리가방, 샤넬 로고가 박힌 전동칫솔 등 노벨티 제품을 증정해 인기가 좋다. 이 외에 수시로 VIP 대상으로 식사 초대장을 보내거나 프라이빗 파티, 패션쇼에 초대하기도 한다. ━ 가치소비 중요한 슈퍼리치…VIP 되는 꿀팁은? 업계에서는 이들의 특징은 ‘가치 소비’ 라고 말한다. 가격과 별개로 얼마나 특별한 가치를 본인에게 전달해 줄 수 있는 제품인지 살피고 그 가치와 VIP 문화에 대한 소비 값을 지불한다는 개념이 더 크다는 설명이다. 백화점 업계 관계자는 “어차피 큰 폭 안에서 VIP들 씀씀이가 비슷하다면 하루에 1억을 쓰게 할지 1000만원을 쓰게 할지는 담당 셀러와 그 서비스 때문에 좌우될 가능성이 큰 것”이라면서 “그런 의미에서 VIP를 등급별로 특별관리하고, 진심이 담긴 서비스를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브랜드 VIP가 쉽게 될 수 있는 꿀팁도 전했다. 여러 백화점의 브랜드를 분산해서 가는 것 보다 백화점 한 곳을 정해놓고 그곳 브랜드 매장에 있는 셀러와 소통하면서 매출 이력을 쌓아가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1억 이상이 VIP 기준점이라고 해도 자주 들리는 브랜드 매장과 담당 셀러가 있는 경우 8000~9000만원을 쓰고도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VIP 고객들의 또 다른 특징은 그들만의 세계, 즉 신비주의다. 명품 브랜드 관계자들 역시 VIP 관련 기준과 혜택에 대해서는 하나 같이 ‘답할 수 없다’는 수동적인 태도를 보였다. VIP 고객들이 신분 공개나 숫자적 노출을 꺼린다는 게 그 사유다. 샤넬 관계자는 “본사에 확인한 결과 민감한 부분이라 관련 정보는 어렵게 됐다”고 말했고 에르메스, 루이비통 관계자 역시 비슷한 답을 내놨다. 다만 이들이 결코 놓칠 수 없는 브랜드 ‘큰 손’인 점은 부인하지 않았다. 브랜드사 한 관계자는 “현재 브랜드 상위 10% VIP 고객들이 백화점 지점 매출을 쥐락펴락하고 있는데 앞으로 이 비중은 더 늘어나고, 그에 따른 혜택도 더 늘어날 것”이라며 “진심이 담긴 서비스가 곧 VIP들의 마음과 지갑을 동시에 열게 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설아 기자 kim.seolah@joongang.co.kr,김채영 인턴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2021.08.21 12:07

5분 소요
BTS는 루이비통, 제니는 샤넬…K팝 스타의 짝꿍 명품은 누구?

산업 일반

콧대 높은 고가의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경쟁적으로 ‘K팝 스타 모시기’에 나섰다. 일명 3대 명품으로 불리는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 중 두 브랜드가 자사의 앰배서더로 K팝 스타를 발탁했다. 지난 4월 23일 루이비통은 브랜드 앰버서더로 방탄소년단(BTS)과 손을 잡았다. 방탄소년단은 루이비통의 홍보뿐 아니라 가수와 브랜드가 협업하는 신제품 프로젝트에도 참여할 예정이다. 샤넬은 2018년부터 블랙핑크의 제니를 앰버서더로 선정했다. 이후 제니는 무대뿐 아니라 일상생활에서도 샤넬 상품을 사용하는 것을 미디어에 비춰 팬들 사이에서 ‘인간 샤넬’이라는 별명까지 생겼다. 지난달 9일 프랑스에서 열린 샤넬의 ‘2021 FW 기성복 컬렉션’ 패션쇼에서는 앞서 소개된 홍보영상에 제니가 등장할 만큼 대표 모델로 활동하고 있다. 또 다른 명품 브랜드 구찌는 지난달 30일 엑소 카이에게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컬렉션 상품을 선보였다. 평소 테디 베어 인형을 좋아하는 카이의 취향을 더해 대부분의 구찌 컬렉션 상품에 곰돌이 그림을 넣었다. 이 외에도 명품 브랜드 디올은 블랙핑크 지수를 앰버서더로 선정했다. 디올의앰버서더는 지수를 포함해 할리우드 배우 나탈리 포트만과 글로벌 모델 카라 델레바인 등 전 세계에 단 세 명뿐이다. ━ 주요 고객층, 중장년에서 1020세대로 글로벌 명품계가 앞다퉈 K팝 스타와 손잡는 이유는 한 가지다. 미래의 고객이자, 현재 명품계 큰손으로 떠오르는 1020세대를 사로잡기 위해서다. 명품사들은 1020세대의 글로벌 팬층이 두터운 K팝 스타와 협업해, 스타들이 사랑하는 브랜드라는 이미지로 주요 고객 연령대를 낮추고 있다. 명품 브랜드가 경제적으로 여유로운 4050세대의 전유물로 여겨졌다면, 이제는 옷 잘 입는1020세대가 멋스럽게 착용하는 ‘힙(hip) 아이템’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젊은 층의 늘어난 명품 소비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현대백화점에 따르면 20대 명품 신장률은 2018년 27.5%, 2019년 28.8%에 이어 2020년 37.7%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 역시 지난해 명품 매출에서 2030세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롯데백화점에서 명품군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 10명 중 절반이 2030세대였다. 의 저자인 석혜탁 칼럼니스트는 “요즘 1020세대는 멋과 흥을 소비하는 세대”라며 “값비싼 제품이어서 과시하려고 명품을 사는 것이 아닌, 자신들이 좋아하는 스타가 입고 있기에 같은 제품을 구입하고, 착용하면서 그들의 멋과 흥을 함께 얻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2021.04.30 12:17

2분 소요
간호섭 루이까또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산업 일반

국내 패션업계에서 콜라보레이션을 가장 활발하게 한 대표적 인물이 간호섭 홍익대 패션디자인학과 교수다. 신발부터 화장품 심지어 건축물에까지 참여했다. 그러던 그가 2015년 명품 브랜드 루이까또즈 CD로 영입됐다. 루이까또즈는 프랑스 브랜드로 2006년 우리나라 태진인터내셔널이 본사 경영권을 인수했다. 업계에선 간호섭 교수가 루이까또즈에 합류한 이후 모던한 프랑스 감성이 한층 강화됐다는 평가를 한다. 비결은 뭘까. “내 모든 커리어는 한국 패션을 위한 길로 향하고 있다.” 몇 해 전 간호섭 교수가 자신의 다양한 이력을 기자에게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당시 그는 패션디자인학과 교수, 정치 지도자 패션 분석, 패션 큐레이션 벤처 사업, 다양한 브랜드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홈쇼핑을 통한 신진 디자이너 발굴 등 국내 패션산업에서 다양한 역할을 맡고 있었다. 조용히 예의 바르게 이야기하지만 어디서든 할 말은 다 하는 그를 두고 ‘간멘토’, ‘간쓰나미’란 별명이 붙기도 했다. 간 교수는 화장품, 의류, 주류, 신발, 캐릭터, 방송 등 거의 대부분의 카테고리 상품과의 협업 경험을 가지고 있다. 최근 간호섭 교수를 다시 만난 곳은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루이까또즈 본사 4층. 그는 2015년 루이까또즈의 첫 CD(크리에이티브디렉터)로 영입됐다.최근 루이까또즈가 선보인 지갑이 완판됐다고 들었다. 축하드린다.감사하다. 루이까또즈 지갑이 최근 분위기가 좋다. 준비한 물량 9000개가 완판됐다. 제자이기도 한 신소라 디자이너가 주도해 만든 제품이라 더욱 기쁘다.루이까또즈와의 인연이 궁금하다.2001년 한·중수교를 기념해 개인전을 열었는데 당시 후원을 해 주신 몇몇 기업 중 하나로 인연이 생겼다. 이후 2003년 루이까또즈 청담 매장 콜라보 행사를 시작으로 계속해서 브랜드와 만나면서 인연을 이어왔다. 그러다 패션업계에 CD의 시대가 열리면서 합류하게 됐다. 처음엔 비주얼 디렉터로 시작했다. 루이까또즈의 광고, 홍보를 담당하면서 브랜드를 익혔다. 광고와 홍보는 사람으로 보면 헤어 메이크업과 비슷하다. 본질은 그 사람이 멋있어야 하는 거 아닌가. 결국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제품 전반에 참여하게 됐다. ━ ‘루이까또즈의 마크제이콥스’될 것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하시다 하나의 브랜드에 매진하는 일이 어렵진 않나.협업도 마찬가지지만 CD 역시 한 쪽에서 원한다고 되는 일은 아니다. 서로가 원해야 가능한 일이다. 내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크다보니 마크제이콥스를 닮았단 이야기를 종종 들었다. 마크제이콥스가 루이비통을 한 단계 도약시켰듯 나 역시 멋진 브랜드의 도약에 보탬이 되고 싶단 상상을 했었다.그리고 내 박사 논문이 ‘현대 패션에 나타난 콜라보레이션의 문화적 특성에 관한 연구’이다. 전공이 협업인 셈이다. 그래선지 현대홈쇼핑과 3년 넘게 협업했다. 대개 6개월 이상 한 프로그램을 이어가기 어려운 게 홈쇼핑이다. 전 분야에 걸쳐 지금은 협업의 시대다. 노멀한 제품은 자연스럽게 사라진다.브랜드의 지속성에 대한 말씀이신데 좀 더 구체적으로 이야기해 달라.자라, H&M은 가성비로 소비자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이외에 다른 문화적 특성은 잘 보이지 않는다. 당연하다. 뭔가 다른 걸 보여주려면 가격 이슈가 발생한다. 그래서 다른 디자이너와 협업을 하지만 아이덴티티에 충돌이 오니 깊이있는 작업을 못한다. 소비자 역시 이젠 이들 브랜드에 놀라지 않는다. 이젠 평범한 브랜드 아닌가.루이까또즈에서 어떤 방식으로 협업을 하고 계신가?협업은 말 그대로 나 혼자하는 게 아니다. 결국 함께 일하는 구성원들이 목적을 깊이있게 이해하고 공감하는지, 제품에 대한 이해가 돼 있는지가 중요하다. 하나의 스피릿. 때문에 난 디자인실뿐 아니라 MD, 개발실 직원들과도 다양하게 소통한다. 품질, 가격정책부터 영업까지 일관된 메시지를 가져가야 하니까. 때문에 난 직원들과 해외 출장을 가거나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에 동일한 경험을 어떤 식으로 이해했는지 꼭 공유한다. 또 그것이 제품에 어떤 식으로 반영됐는지도 함께 본다. 협업에선 스텝의 이해도가 제일 중요하다.교수님이 CD로 합류한 이후의 루이까또즈의 변화도 궁금하다.루이까또즈가 추구하는 콘셉트는 모던 프렌치다. 프랑스 파리가 가진 감성을 좀더 현대적으로 해석해 내는 것이다. 내가 합류한 이후 진행된 6번의 광고와 여러 차례의 쇼를 보면 알 수 있다. 실험적인 시도도 많았다. 2월에 ‘우주’를 모티브로 화보를 만들었는데 얼마 전 샤넬에서도 동일한 콘셉트로 진행 했더라.성과에 대한 부담은 없나.가져야 한다. 이건 비즈니스니까. 지갑이 히트하자 회장께서 “이제 핸드백에서도(베스트 제품이) 나와야 한다”고 하시더라. 올해 하반기엔 옛 모노그램백을 모던화한 제품이 출시된다. 여기에 몇 해 전부턴 버버리, 톰포드 등을 시작으로 제품을 보고 바로 구매가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See Now- Buy Now가 업계 트랜드가 됐다. 한 해 기획을 6번~8번씩 하면서 신제품이 계속해서 출시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때문에 AI가 중요하다. 인공지능이 아니라 예술지능(Artistic Intelligence)이다. 인공지능은 입력되는 정보량이 많을수록 이해도가 올라간다.때문에 잭슨폴록의 화풍과 앤디워홀의 작품을 혼합해 만들 수도 있다. AI가 예술의 영역에서 무언가를 처음 발견하고 생각해 내는 지능은 없지 않은가!최근 한복진흥센터와 캐롤리나 헤레라(Carolina Herrera)의 협업에 깊이 관여하신 걸로 안다.‘한복의 세계화’에 도움이 되는 일이라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평소 우리 전통의상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한복 자체의 아름다움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어떻게 현대적인 감성과 디자인을 접목시킬지도 궁금했다. 한복이 해외에서도 사입고 싶은 제품이 돼야 하니까.세계적 명성의 패션 디자이너 캐롤리나 헤레라는 품격 있고 우아한 드레스로 명성이 높다. 미국 상류층뿐 아니라 전 세계 셀러브리티들이 가장 선호하는 디자이너 중 한명이기도 하다. 지난 2011년 S/S 뉴욕 패션위크에선 한복 저고리, 옷고름, 갓 등을 재해석한 컬렉션을 선보였을 만큼 한복과 인연이 깊다. 미셸 오바마 전 영부인이 캐롤리나 헤레라의 드레스를 입고 지난해 미국 ‘보그’지 12월호 커버 모델로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프레스데이 행사가 패션업계뿐 아니라 여러 미디어에서도 관심을 가진 걸로 안다.뉴욕의 아트앤디자인박물관에서 ‘한복 콜라보레이션 프레스데이’를 가졌다. 캐롤리나 헤레라가 한복을 모티브로 만든 웨딩드레스와 이브닝드레스, 기성복을 선보였다.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한복의 세계화와 산업화를 바탕으로 문화 및 경제적인 가치도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

2017.03.28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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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XURY - ‘트렁크’를 열면 루이비통이 보인다

산업 일반

TV 광고·영화·유튜브 등 매스미디어와 뉴미디어를 활용해 고객에게 ‘스토리’를 전하는 명품 브랜드가 늘고 있다. ‘시리아 태생의 회계사 미셸 트레이드는 그의 상사를 살해하고 목을 자른 시체를 트렁크에 넣어 항해 중 시체를 버릴 계획으로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코르디예르호에 오른다. 이 배의 일등항해사는 그가 트렁크를 바다에 버리려는 계획을 눈치챈다.’ (후략)프랑스 작가 비르지니 데팡크가 쓴 단편소설 ‘일등석(First Class)’의 일부다. 이 소설은 다른 10명의 작가가 쓴 소설과 함께 『더 트렁크(The Trunk)』라는 제목으로 3월 출간됐다. 이 소설집은 루이비통이 프랑스 갈리마르 출판사와 함께 펴냈다. 책을 구성하는 각각의 소설은 모두 트렁크와 관련한 이야기다.1850년대 초 루이비통의 창업자 루이 비통이 직사각형 여행 가방을 처음 개발해 팔았고 이후 트렁크는 부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소품으로 자리잡았다. 영화 ‘타이타닉’부터 상류층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 ‘가십걸’까지 부자들은 명품 로고가 박힌 여러 개의 트렁크로 부를 과시한다. 이처럼 트렁크는 루이비통의 역사를 말해준다.루이 비통의 손자 가스통 루이 비통은 오랜 세월 트렁크를 비롯해 여행에 관한 물건과 이야기를 수집했다. 그가 죽고 40년이 지나 회사는 이를 공개하기로 했다.프랑스 작가 11명이 차례로 루이 비통 저택에 초대돼 가스통 루이 비통이 모은 옛 사진, 신문 스크랩, 고객과 관련한 일화를 마음껏 음미했다. 그 결과를 모은 책이 ‘더 트렁크’다.# 몇 년 전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프리다 잔니니와 미국의 영화배우 제임스 프랭코가 마주 앉았다. 한 잡지사의 요청으로 서로를 인터뷰하는 자리였다. 잔니니가 “다음 프로젝트가 무엇이냐”고 묻자 프랭코는 “당신을 주제로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것”이라고 답했다. 잔니니는 이를 농담으로 받아들였지만 그와 몇 번 협업을 한 후 영화 출연에 응했다.잔니니의 18개월 동안 작업을 담은 영화 ‘더 디렉터(The Director)’의 탄생 비화다. 이 영화는 4월 미국 트라이베카 필름 페스티벌에서 처음 상영됐다. 6월 24일 이탈리아에서 열린 ‘2014 봄·여름(SS) 밀라노 남성복 컬렉션’에서도 공개돼 패션계의 이목을 끌었다.2006년부터 구찌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일해온 잔니니는 브랜드의 역사를 재해석해 현대적인 제품을 만들어내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영부인 재클린 케네디가 들어 유행한 ‘재키백’을 2009년 ‘뉴재키백’으로 새롭게 탄생시켰다. 2010년에는 63년 전 출시된 ‘뱀부백’을 ‘뉴뱀부백’으로 다시 선보여 패션 피플을 설레게 했다. ‘더 디렉터’는 잔니니의 일하는 방식, 영감을 받는 요소, 브랜드와 함께 성장해가는 모습 등을 담아 구찌 컬렉션의 탄생 과정을 흥미롭게 풀어냈다.명품 브랜드가 왜 영화를 만들고 소설책을 낼까. 간호섭 홍익대 교수(패션디자인)는 “명품 시장이 커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제품에 얽힌 이야기로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종의 스토리텔링 마케팅이다. 역사·장인정신·희소가치 등이 어우러진 스토리는 소비자들에게 환상을 심어준다.간 교수는 “예전에는 명품이 특정 고객층을 공략했지만 고객층이 확대되면서 매스미디어를 이용한 마케팅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도 영향을 미쳤다. 꽁꽁 언 소비심리를 녹이려면 만족을 넘어선 감동이 필요하기 때문이다.고객층 넓어지면서 홍보 방식 달라져지난해 3월 지상파 TV에 방영된 까르띠에 광고 ‘르 오디세이 드 까르띠에’는 단숨에 시청자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이 광고는 3분 30초의 긴 러닝 타임과 감각적 영상이 특징이다. 까르띠에의 상징인 ‘팬더(검은 표범)’가 세계 주요 나라를 여행하는 과정을 따라 브랜드 역사가 자연스럽게 펼쳐진다.이 광고는 진짜 표범을 조련해 등장시키는 등 2년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스페인·이탈리아·프랑스에서 6개월 동안 촬영됐다. 주로 제품을 지면에 노출하는 다른 명품 광고와 다르게 TV에 이미지 광고를 한 점에서 화제가 됐다. 3월 2일 단 하루 방영으로 높은 관심을 받아 ‘까르띠에’가 포털 검색어 순위 상위권에 며칠 동안 머무르기도 했다.올 1월 1일 다시 방영돼 역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박찬경 까르띠에코리아 대리는 “165년의 역사를 보여주기에 지면보다 영상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며 “광고 방영 후 홈페이지 방문객 수는 물론 제품 문의전화와 고객들의 매장 방문횟수도 늘었다”고 말했다.영상은 스토리텔링 마케팅의 대표적인 형식이다. 패션계는 패션 필름이라는 이름으로 오래 전부터 고객의 감성을 건드려왔다. 김도훈 영화 칼럼니스트는 “패션 필름의 명확한 정의를 내리기는 어렵지만 넓은 의미로 패션을 다룬 영상물을, 최근에는 특정 브랜드가 자사의 새로운 컬렉션을 광고하기 위해 만든 단편영화를 뜻하는 용어로 쓰인다”고 말했다.1970·80년대 유행한 2차원의 패션 화보를 좀 더 입체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익숙하게는 ‘코코샤넬’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같은 대중영화부터 브랜드 자체가 주연이 되는 ‘루이비통의 기차여행’ ‘구찌의 자동차’ ‘프라다의 테라피’ 같은 짧은 영상물까지 포함된다. 패션 브랜드는 세계 유명 감독과 2000년대 후반부터 패션 필름을 활발하게 제작해왔다.최근 작품으로는 아르마니가 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와 함께 작업한 ‘원 플러스 원’, 에르메스의 ‘하트 앤 크래프트’ 등이 있다. 조르지오 아르마니는 “영화는 패션을 표현하는 가장 적합한 방식”이라고 말했다. 두 영화는 각각 한 여성을 사이에 둔 삼각관계, 장인들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았다.유튜브·페이스북이 매개체 역할책 역시 하나의 마케팅 수단이 될 수 있다. 펜디는 지난해 대표 품목인 바게트 백 출시 15주년을 맞아 『바게트(Baguette)』를 출간했다. 이 책은 그동안 나온 바게트 백의 실제 크기 디자인과 일본 작가 요시모토 바나나가 지은 바게트와 관련한 시, 배우 사라 제시카 파커의 바게트 백과 관련한 일화, 유명 아티스트가 촬영한 바게트 백 사진 등을 실었다.한국에서는 지난해 6월 책 출간 행사와 함께 바게트 백 한정판이 출시됐다. 최지인 펜디코리아 과장은 “당장 구매로 이어지지 않더라도 브랜드 인지도가 올라가고 이미지가 각인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루이비통의 『더 트렁크』는 좀 더 은밀한 형식인 소설을 택했다. 영상보다 반응이 더디지만 훨씬 더 친근하고 오래 간다는 장점이 있다. 명품 브랜드가 소설책을 낸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01년 불가리는 영국 작가 페이 웰돈에게 『불가리 커넥션(The Bulgari Connection)』이라는 소설을 써달라고 의뢰했다. 출판사는 소설에 등장한 불가리의 목걸이를 책 표지에 실었다.간호섭 교수는 “과거 명품 회사들이 제품을 광고하기 위한 간접 홍보 목적으로 이벤트를 만들었다면 최근에는 이를 하나의 독립된 작품이나 활동으로 선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스토리텔링 마케팅의 형식은 정해져 있지 않다. 공연 역시 고객에게 이야깃거리를 던진다. 구찌는 6월 1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트위커넘 스타디움에서 ‘사운드 오브 체인지 라이브’ 콘서트를 열었다. 이 콘서트는 여성과 여자 어린이의 인권 문제를 알리기 위한 구찌의 글로벌 캠페인 ‘차임 포 체인지(Chime for Change)’의 일환이다.콘서트에는 프리다 잔니니를 비롯한 영화배우 셀마 헤이엑, 가수 비욘세와 제니퍼 로페즈 같은 할리우드 스타가 참여했다. 130여 개국에서 실시간으로 중계된 이 콘서트의 수익금은 빈민국 여성을 위해 쓰였다. 구찌는 행사에서 브랜드 로고보다 캠페인 로고를 앞세웠다.스토리를 전하는 마케팅이 활기를 띤 데는 유튜브나 페이스북 같은 뉴미디어의 역할이 컸다. 명품 브랜드들은 2~3년 전부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식 계정을 만들어 소비자와 소통한다. 이곳은 패션 필름이 브랜드를 알리고 팬을 확보하는 주요 장이다.까르띠에의 팬더 광고도 TV와 함께 유튜브·페이스북에 공개됐다. 루이비통은 지난해 11월 패션 필름 ‘여행으로의 초대’를 TV 광고로 방영하고 홈페이지와 유튜브에 소개했다. 펜디는 펜디닷컴에서 모든 브랜드 관련 영상물을 볼 수 있게 하고 홈페이지에 각 SNS 계정을 연동했다.패션컨설팅업체 컬쳐마케팅그룹의 김묘환 대표는 “영화나 소설을 활용한 마케팅은 문화 마케팅에서 한 단계 발전한 ‘이모셔널 마케팅’이라 할 수 있다”며 “요즘 소비자는 결과물인 상품뿐 아니라 브랜드의 탄생 과정에서도 공감을 얻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런 소비자를 잡기위해 초기 브랜드 정립에 성공한 명품 브랜드들이 감성 마케팅에 집중하고 있다”며 “고객 층에 따라 마케팅 형식이 더 다양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스토리텔링 마케팅 상품에 얽힌 이야기를 가공·포장해 광고와 홍보 등에 활용하는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활동. 소비자들은 브랜드의 역사나 주요 인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기대와 환상을 갖게 되고 이는 제품 구매를 촉진한다.

2013.08.02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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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SHION - 세계로 달리는 패션 한류

산업 일반

구두 브랜드 지니킴과 주얼리 브랜드 피버리쉬는 과감한 디자인과 독창성으로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패셔니스타들을 사로잡았다. 지난해 전 세계를 뒤흔든 ‘강남 스타일’ 열풍을 타고 한국 패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3월, ‘한국 디자이너들, 강남스타일 바람 타고 뜬다(Gangnam Style boost for Seoul’s new designers)’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한국 패션을 세계에 소개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또 지난해 내한한 할리우드 스타 휴 잭맨이 패션디자이너 이상봉의 옷을 입고 토크쇼에 출연해 “이게 강남스타일인가요?”라고 물었던 일화를 곁들였다.일본·중국을 비롯해 아시아를 중심으로 뜨거웠던 K-팝 붐이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대형연예기획사는 물론 패션업체들도 모처럼의 기회를 잡으려고 안간힘을 쓴다. 제일모직은 지난해 싸이의 소속사 YG엔터테인먼트와 손잡고 세계 시장을 겨냥한 ‘패션 한류’ 브랜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중소 패션업체들의 발걸음도 빨라졌다. 자본 없이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세계 프리미엄 패션시장에서 호평 받는 슈즈 브랜드 ‘지니킴’과 주얼리 브랜드 ‘피버리쉬(FEVERISH)’가 그 주인공이다.지니킴의 김효진(35) 대표는 2006년 28세에 자신의 영어 이름을 브랜드로 내걸고 사업을 시작했다. 5월 서울 압구정동 카페에서 만난 그는 “국내 여자 톱스타 중 지니킴을 신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지니킴 구두를 신고 신문과 방송 등에 출연한 국내 연예인은 김태희·한가인·전지현·소녀시대 등이다. 스포츠 스타지만 연예인 이상의 인기를 누리는 ‘피겨 여왕’ 김연아와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도 김 대표가 디자인한 구두를 신고 행사장과 화보 촬영장에 모습을 드러냈다.김 대표는 성균관대에서 의상학을 전공하고 뉴욕의 디자인스쿨 FIT에서 패션 머천다이징 매니지먼트를 공부했다. 유학 시절 슈즈디자인을 공부하던 한국인 친구가 만든 구두를 보고 구두디자이너의 꿈을 키우려고 귀국했다. “동대문시장에 신발을 납품하는 서울 성수동의 한 구두공장에서 월 80만원을 받고 막내 디자이너로 일했어요. 아침에 가면 공장 청소부터 했죠.”하지만 1930~1950년대 할리우드 여배우 사이에 유행하던 로맨틱한 파티슈즈에 ‘꽂혀’ 있던 그의 디자인은 동대문시장 수요와 맞지 않았다. “신발이 잘 팔리지 않아서 사장님 볼 면목이 없었어요. 그래도 상점 디스플레이용으로는 꽤 인기 있어서 용기를 냈죠.”부모에게 빌린 종잣돈 40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해 온라인 구매 대행 쇼핑몰을 통해 선보인 김씨의 구두는 첫 달 매출 5000만원이라는 놀라운 성과를 올렸다. 그는 독특한 상품과 스타마케팅, 무모하리만큼 과감한 해외 명품시장 공략이라는 일련의 과정을 충실히 따랐다.당시 국내에서는 5.6㎝ 굽이 대세였지만 지니킴은 8.9㎝ 하이힐을 만들었고 리본이나 큐빅 등으로 화려하게 마감해 여성의 발길을 사로잡았다. 반짝이는 가죽과 실크 같은 다양한 소재와 강렬한 색상으로 로맨틱하고 우아한 고유의 스타일을 만들어냈다. “처음 만든 구두들이 압구정동에서 많이 팔렸어요. ‘파티가 유행해 할리우드 스타들이 신는 파티슈즈가 통하겠다’고 생각했는데 마침 그런 브랜드가 없었어요.”입소문을 타고 판매량이 늘자 서울 압구정동에 첫 단독매장을 열었다. 하지만 김 대표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할리우드 진출에 나섰다. “큰 여행가방에 구두 사진과 견본 대여섯 켤레, 보도기사 등을 넣어 패션잡지 기자들이나 할리우드 스타들이 찾는 단골 매장에 가서 무작정 보여줬어요.” 그 후 로스앤젤레스 미드시티 웨스트의 편집매장 ‘밀크’에 입점하면서 미국에서도 서서히 인지도를 얻기 시작했다.김효진 지니킴 대표의 성공비결은 ‘무모함’미국 시장 진입은 말처럼 쉽지 않았지만 일단 판매 기회를 잡고 나서는 일사천리로 일이 풀렸다. 미국판 엘르 등 권위 있는 패션 잡지에 소개됐다. 2009년에는 샤넬과 프라다 매장이 들어선 미국 백화점 노드스트롬의 명품 ‘살롱라인(Salon Line)’에 입점했다. 5월에는 미국 내 첫 단독매장을 비벌리힐즈에 열 예정이다.디자인과 착용감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면서 패리스 힐튼과 린제이 로한 등 할리우드 스타들이 구입하기 시작했다. “인터넷 서핑을 하다가 패리스 힐튼이 낯익은 핑크색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을 봤어요. 그 밑에 ‘Paris Hilton in Jinny Kim(지니킴 구두를 신은 패리스 힐튼)’이라고 써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죠.”최근 디자이너로서의 꿈과 도전을 담은 책 『지니킴 스토리-구두로 할리우드를 사로잡은 여자』(중앙북스 펴냄)를 출간한 그는 “한국에서 디자이너가 브랜드를 키우기 쉽지 않은데 아무것도 없이 꿈과 열정만으로 도전을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용기를 주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지난달 서울 한남동 피버리쉬 플래그샵에서 만난 ‘피버리쉬(FEVERISH)’의 박인숙(42) 대표는 2011년 7월 액세서리 디자이너 이일정 씨와 ‘한국의 티파니’를 꿈꾸며 의기투합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런던 센트럴세인트마틴스대 주얼리 디자인학부를 수석 졸업했다.두 사람은 개업을 준비하는 6개월 동안 주요 고객층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하루 종일 어떻게 생활할지, 취향과 대인관계는 어떨지, 자주 다니는 곳은 어디일지 상상하며 의견을 조율했습니다.” 이 씨는 세상 어디에도 없는 독특한 디자인을 완성하기 위해 제품의 모티브가 될 동물들을 스케치하고 제품 재료를 공부했다. 인터뷰에 함께한 이 씨는 명품의 조건을 “브랜드 고유의 독특한 개성과 분명한 철학이 디자인으로 표현돼야 한다”고 밝혔다. “유행을 따라갈 생각은 없어요. 남들이 시도하지 않은 것을 내 스타일대로 만들어 가고 싶어요.”마침내 탄생한 악어와 병아리, 꽃과 박쥐(박 대표는 ‘나비가 되고픈 박쥐'라고 했다) 모양의 주얼리는 강렬하고 대담하다. 전 제품이 스와로브스키 크리스탈을 사용했으며 모든 공정이 수작업이다. 가격은 개당 40만원부터 300만원까지 다양하다. 박인숙 피버리쉬 대표의 튀는 디자인이 씨는 최근 프라다를 비롯한 명품 브랜드가 심플한 의상에 강렬한 장신구를 매치해 ‘펑키한’ 스타일의 유행을 주도하는 것도 피버리쉬 성공에 도움이 됐다고 분석했다. “제품의 본질을 바꾸기보다 제품에 맞는 시장을 찾아가는 게 영업의 본질인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는 너무 ‘튄다’고 디자인을 바꾸라는 사람이 많았어요. 하지만 물건에는 다 임자가 있다는 믿음이 중요합니다.”반응은 뜨거웠다. 소녀시대와 이효리, 2NE1의 씨엘과 브라운 아이드 걸스의 가인 등 걸그룹 스타는 물론 빅뱅의 지드래곤과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등 남성 아이돌까지 피버리쉬의 뱅글과 귀고리·목걸이를 착용하고 패션화보와 방송, 앨범 재킷 등에 모습을 드러냈다. 중견 배우 장미희가 지난해 방영된 드라마 ‘패션왕’에서 착용한 악어모양 목걸이도 피버리쉬 제품이다.‘옷걸이 좋은’ 한류 스타들이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시아에서도 자연스럽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신생 브랜드로 세계 패션도시의 명품 매장에 입점하기 위해서는 남다른 전략이 필요했다. 지난해 6월 박 대표와 이 씨는 무작정 비행기에 올랐다. 우선 이탈리아 밀라노·영국 런던·프랑스 파리 중심가를 피버리쉬 제품을 온몸에 착용하고 걷고 또 걸었다. 독특한 액세서리를 착용한 두 동양 여성에게 사람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그렇게 창업 1년 만에 홍콩 센트럴의 가방·구두 전문 멀티숍 ‘온 페더(On Pedder)’와 영국 런던의 주얼리 매장 ‘카비리(Kabiri)’ 등 세계 7개 도시 12개 주요 럭셔리 매장에 진출했다. 영국의 ‘가디언’과 ‘옵서버’ ‘글래머’에 이어 최근에는 유명 브랜드를 소개하는 두바이의 잡지 ‘그라치아 사우디아라비아’도 피버리쉬 제품을 소개했다. 개업 8개월 만에 초기 투자금을 회수하고 수익을 낸 피버리쉬가 세계 시장을 어떻게 공략할지 주목된다.

2013.05.2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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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프라다를 벗고 싶다

산업 일반

지난 3월 파리 프레타포르테(Prêt-à-Porter, 고급 기성복을 선보이는 패션쇼) 패션 위크 기간의 어느 날 저녁 포부르 상토노레 거리 41번가.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관저에서 유망한 미국 디자이너 11명이 샴페인을 홀짝였다.이번 쇼의 전시회에 참여하려고 파리를 찾은 젊은 디자이너들이다. 미국 스포츠웨어 업계의 거물 토미 힐피거의 후원을 받았다. 물론 국제 패션의류 업체와 편집자들에게 자신들의 콜렉션을 선보이려는 목적도 있다. 이들 패션 관계자들은 세계의 패션 수도 파리에 정기적으로 모여 우리가 앞으로무엇을 입을지를 구상한다.찰스 H 리브킨 미국 대사가 앞으로 나서 건배를 제안했다. 떠오르는 샛별들의 앞날을 위해 축배를 들고 국가간 문화·경제적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3500억 달러 규모의미국 패션 업계에 경의를 표했다. 2009년 오바마 대통령이 파리 대사로 임명한 리브킨은 한때 머펫 인형을 중심으로 한 엔터테인먼트 제국을 이끌었다. 그는 2008년 대선 선거운동 중 오바마의 최고 자금 조달자였다.오바마 캠프의 캘리포니아주 자금조달 위원회 공동 의장을 맡기도 했다. 리브킨의 부인 수전 톨슨은 투자은행가 출신으로 날씬한 금발이다. 파리의 새로운 공직사회에 자리를 잡자마자 재빨리 자신의 스타일을 한단계 높였다. 예를 들면 샤넬 쇼의 앞 좌석에 앉는 식이다.완벽하게 마련되고 간결하게 타이밍을 맞춘 저녁이었다. 정치 냄새가 은은하게 풍기는 향수도 뿌렸다. 이 모든 과정을 주도한 여성은 아무 말 없이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안나 윈투어(62)였다.내성적인 성격의 윈투어는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패션지(fashion’s most prestigious glossy) 보그 편집장 취임 25주년을 앞두고 있다. 그녀는 이 ‘파리의 미국인들(Americans in Paris)’ 전시장 외에도 잡지,업계, 그리고 나아가 문화 전반에 많은 족적을 남겼다. 윈투어는 드레스의 환상적이고 고급스러운 측면을 외면하지는 않았다(has not ignored the fanciful and rarefied aspects of frocks). 하지만 어떤 전임자보다 패션을 화려함, 글로벌 상거래, 그리고 대단히 흥미롭게도 정치권력의 수익성 높은 혼합으로 규정했다.1988년 윈투어가 편집장에 취임한 이후 보그지는 대략 120만 부의 발행부수를 유지했다. 잡지발행자협회출판정보국(the Publishers Information Bureau)에 따르면 2011년 매출액이 3억9000만 달러에 육박해 패션 잡지계의 제왕으로 군림한다(sits at the top of the fashion-glossy heap). 보그 창간 120주년 기념호인 2012년 9월호는 역사상 가장 페이지 수가 많다. 광고 면수가 658쪽으로 전년 대비 14% 증가했다.모두가 선망하는 디자이너 자리를 채우려 할 때 패션업계의 큰 손들은 윈투어의 말에 귀 기울인다(Wintour has the ear of the industry’s top moneymen). LVMH 모에 헤네시 루이 뷔통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 PPR 최고경영자 프랑수아-앙리 피노같은 사람들이 그녀의 의견을 묻는다. “그녀는 몇몇 디자이너의 선발에 막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퓌그 패션 사업부의 랠프 톨레다노 사장이 말했다. 장 폴 고티에와 니나 리치가 그의 사업부에 속한다. “그녀의 조언을 받은 적은 없지만 그와는 상관 없이 그녀를 존경한다. 그녀는 뛰어난 비즈니스 감각을 지녔다.”윈투어는 J 크루와 갭 같은 대형 상업 브랜드도 다른 고급 브랜드와 다름 없이 보그지에 받아들였다. 그런 관계는 디자이너들과의 협력으로 이어졌다. 덕분에 디자이너들은 이름을 날리며 추가로 보수를 받기도 한다.윈투어는 미국 패션 디자이너 협회(Council of Fashion Designers of America)와 함께 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미국의 차세대 디자이너들을 후원하는 ‘CFEA/보그 패션 펀드’다. 9·11 테러 이후 패션 업계는 경제적으로 막대한 타격을 입었다. 젊은 디자이너들의 피해가 가장 막심했다. 펀드는 테러 공격이후 몇 주 사이 조성됐다. 이제 9년째를 맞은 펀드는 프라발 구룽, 조셉 알투자라 같은 신성들을 후원했다. 윈투어는 2009년에는‘패션스 나이트 아웃(FNO, Fashion’s Night Out)’을 시작했다. 침체된 100억 달러 규모의 뉴욕 패션산업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한 쇼핑 축제다. 로드&테일러 한 업체만 해도 매출이 전년 대비 40% 증가했다. FNO는 현재 전 세계 주요 도시에서 소매 매출 증가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한다.윈투어는 또한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의 상연구소(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s Costume Institute)를 위해 8500만 달러 이상의 자금을 조달했다.연례 갈라 쇼를 지휘하고 패션·영화·음악·스포츠, 그리고 물론 정치계의 유수한 초대손님들을 선정해 초대했다(curating a high-profile guest list).실상 최근 가장 관심을 끄는 일은 윈투어의 정치에 대한 지대한 관심이다. 그녀는 오래 전 보그를 여성 정치인들의 해방구로 만들었다. 그들은 조명이 환하게 비추는 환경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캐슬린 시벨리우스 보건복지부 장관, 수전 라이스 유엔 주재미국 대사가 보그의 지면에 등장했다. 워싱턴 정계에선 여전히 패션이라고 하면 자동적으로 엘리트주의와 겉치레를 연상했다(any association with fashion automatically implies elitism and superficiality). 그들은 그런 편견에 과감히 반기를 들었다. 보그지는 당파성과 안전한 거리를 유지하는 듯하다.그러나 편집장은 그렇지 않다. 윈투어는 개인적으로 민주당 후보들을 지지한 오랜 전력이 있다. 존 케리의 대권 도전, 힐러리 클린턴과 커스텐 질리브랜드 상원의원의 선거운동을 후원했다. 뉴욕 1지구를 대표하는 티머시 비숍 하원의원도 지지했다. 윈투어의 여름 별장이 있는 롱아일랜드가 1지구에 속한다. 2009년 빌 화이트의 텍사스 주지사 선거운동 캠프에도 정치자금을 기부했다.그녀의 오랜 남자친구 셸비 브라이언의 고향 주 민주당 후보였다. 하지만 그녀의 정치적 관심은 주로 오바마에게 집중됐다.“보그나 콘데 나스트와는 무관하다. 우리가 분명히 선을 긋는 문제가 있다. 콘데 나스트는 어떤 정치 후보도 밀어주지 않는다(I’m not going to throw the weight of Condé Nast behind any political candidate)”고 콘데 나스트 CEO 찰스 타운센드가 말했다.“내가 그녀의 정치적 취향에 영향을 미치지 않듯이 그녀도 내 성향을 좌우하지 않는다(She doesn’t guide my political preferences any more than I do hers).”윈투어는 2008년 초반부터 오바마를 후원했다. 자금 모금행사를 주최하며 상당히 유능한 모금책으로 두각을 나타냈다(emerging as a highly effective bundler). 열성적으로 선거운동 상황을 추적했다. 적극적으로 경선 관련기사를 분석하고(eagerly parsing horse-race stories) 인종문제를 다룬 필라델피아 유세 등 오바마의 대담한 연설일부를 검토했다.올해 윈투어는 더 탁월한 모금책으로 부상했다. 오바마를 위해 최소 50만 달러를 조성하고 개인적으로 수만 달러를 더 기부했다. 그녀의 적극적인 행보에 언론이 의문을 품게 됐다. 그녀는 무엇을 원하는가? 지난 대선 기간 중 불거졌던 루머가 다시 떠올랐다. 그녀가 대사 자리에 관심이 있다는설이었다. 정치적 답례가 답지하면서 그 가십을 더욱 부채질했다(The gossip has been fueled by her growing collection of political thank-yous). 여러 차례 공식만찬에 초대되고 대통령 직속 예술·인문과학 위원회 위원에 선임됐다. 그리고 우연찮게 타이밍도 맞아 떨어졌다. 런던이나 파리 대사는 대체로 직업 외교관보다는 정치적 연고로 채워진다. 25년간 패션계 정상을 지킨 윈투어에게 그런 대사 자리는 훌륭한 인생 2막이 될수 있다. 어쨌든 미디어 업계 경영자 출신이 불-미 외교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패션계 거물 출신이라고 못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나는 외교관 일을 좋아했다”고 야구 구단주 출신으로 2005~2008년 프랑스 주재미국 대사를 지낸 크레이그 R 스태플턴이 말했다. “아주 환상적인 직업이다.” 하지만 은퇴하고 우아하게 즐길 만한 일은 아니라고 그는 경고했다.“대사는 여왕과 차를 마시거나 경마장을 다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고 스태플턴이 말했다. “주재국 정부에 경량급인사로 인식돼서는 안 된다(You don’t want to be painted as a lightweight by the host government). 그들이 가장 중시하는 문제는 대사가 대통령과 가깝느냐, 그리고 대통령에게 효과적으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외교관에게 필수 불가결한 차, 칵테일 파티, 만찬 모두 외교정보 수집에 유리한 환경이다. “사람들은 정장 입은 바보들이 샴페인 잔을 손에 들고 한가하게 노닥거린다고(here are these pinstriped fools tootling around with champagne in hand) 생각한다. 사실 그건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1997~2003년 주미 영국대사를 지낸 크리스토퍼 메이어가 말했다. ”필수적인 인맥형성 과정의 일부다 … 엄청 힘든 일이다.”윈투어는 그런 역할을 맡을 능력이 충분하지만 아무런 관심도 없다고 친구들은 믿는다. 그녀가 자신의 정치활동에서 어떤 보상을 바라지는 않는다고 그들은 말한다.“그녀가 대통령을 믿기 때문에 하는 일”이라고 할리우드 프로듀서인 하비 웨인스타인이 말했다. 그는 오바마 정치자금 모금 행사에서 윈투어와 손을 잡은 적이 있다.“그녀가 다른 일에 신경 쓰지 말고 보그지 편집장 자리를 지켜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웨인스타인이 덧붙였다. 대사직은 “레임덕 일자리다. 4년 뒤에는 물러난다. 그 뒤에는 어쩔 셈인가?”윈투어는 이 기사를 위한 취재에 응하지 않았지만 대변인을 통해 대사직에 관심이 있다는 루머를 일축했다. 하지만 특히 패션계에서 영원한 건 없다. 윈투어는 수십 년 동안 보그지 브랜드를 키우며 문화적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이제 그녀에게 잠재적인 플랜B가 있는가? 정치가 아니라면 무엇인가?보그지 편집장들은 잘 돼서 또는 조용하게 잡지에서 은퇴하는 일이 드물다. 대체로 해고당하는 편이다. 다이애나 브릴랜드는 1963~1971년 편집장을 맡아 보그를 세계 각지에서 촬영한 환상적인 화보집으로 만들었다(turned Vogue into a repository of fantastical postcards from around the world).그녀의 해고는 콘데 나스트가 “다른 유의 잡지를 원했기” 때문이었다고 자신의 일생을 다룬 방영예정 다큐멘터리(‘The Eye Has to Travel’)에서 그녀가 말했다. 브릴랜드의 뒤를 이은 그레이스 미라벨라는 더 절제되고 지적인 잡지를 만들었다.그녀도 결국 해고되고 윈투어가 그 자리에 올랐다.보그의 역사에서 윈투어는 역대 2위의 장수 편집장이다(has been the secondlongest-serving editor). 1위는 1914~1951년 잡지를 이끌며 대공황과 양대 세계대전을 모두 겪은 에드나 울먼 체이스다.윈투어는 90년대 중반 워싱턴에 첫발을 내디뎠다. 캐서린 그레이엄과의 우연한 만남이 계기였다. 그레이엄은 워싱턴 포스트전 발행인이자 워싱턴 사교계의 대모였다(doyenne of Washington society). 두사람은 뉴욕의 한 디너 파티에서 만났다. 그 자리에서 그레이엄이 ‘수퍼 세일(Super Sale)’을 언급했다. 워싱턴 포스트가 매년 개최하는 유방암 연구 후원행사다. 윈투어가 돕겠다고 나섰다. “그들은 정말 죽이 잘 맞았다(They really clicked)”고1996년 그 모금행사를 기획한 버지니아 로드리게스가 돌이켰다. 방대한 디자이너 상품을 할인 판매하는 행사였다. “그들은 상대의 지위와 업적을 상호 존중했다.” 마놀로 블라닉 구두를 좋아하는 취향도 같았다.윈투어는 뉴욕 7번가를 동원했다(marshaled Seventh Avenue). 뉴욕 7번가는 전 세계 브랜드가 집결되고 세계 패션 동향을 선도하는 뉴욕의 대표적인 패션거리다.그레이엄은 다이애나 왕세자비를 수퍼 세일 갈라 쇼의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 곧 의회와 로비업계의 실력자들이 앞다투어 티켓을 구매했다(members of Congress and K Street movers and shakers were jockeying for tickets). 이 행사에서 100만 달러가 넘는 자금이 조성됐다. 어림잡아 전년도의 다섯배에 달하는 액수다. 그레이엄은 2001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윈투어와 친구 관계를 유지했다. 종종 자신의 조지타운 자택으로 그녀를 초대해 저녁식사를 같이 했다. 권력 실세들 사이에 조용한 밀담이 이뤄지는 곳이다(the setting of quiet tête-à-têtes among power brokers).그레이엄을 만난 뒤 몇 년 동안 윈투어는 보그를 아름다움과 권력이 만나는 곳으로 탈바꿈시켰다(transformed Vogue into a place where pretty meets powerful). 세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가 “하키 맘이 핏불개와 다른 점은 립스틱을 발랐다는 점뿐”이라는 말로 전국 무대에 오르기 오래 전에 그녀의 기사를 실었다. 백악관 의전 비서관 데 지레 로저스의 ‘오바마 브랜드’ 홍보가 실패로 끝나기 전에 그녀를 보그지에 소개했다. “정계 여성의 입장에서 보그는 더 전인격적으로 묘사될 수 있는 곳(it’s a place where you can be depicted in a more holistic way)”이라고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의 전 부공보관 캐런 핀니가 말했다.“콘돌리자 라이스가 계속 생각난다. 그녀의 사진을 보고 입이 딱 벌어졌다. 그녀 인생을 더 큰 맥락에서 보여주는 사진이었다.”섹시한 이미지는 아니다. 라이스가 무도회 드레스 차림으로 피아노 앞에 앉은 자세였다. 영화 ‘소셜 네트워크’의 시나리오 작가 애런 소킨이 상상했을 법한 여성 권위의 이상적인 초상화다.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부인 로라 부시의 2004년 사진은 강하고 아름답다”고 그녀의 전 비서실장 애니타 맥브라이드가 말했다. “보그지의 역사 그리고 잡지에 실린 사진들을 보면 역사적으로 오래 기억되는 불변의 특질이 있다(there’s an enduring quality that’s captured for the ages).”가장 기억에 남는 정치적 이미지로는 1998년 힐러리 클린턴의 사진이 있다. 빌 클린턴당시 대통령과 백악관 인턴사원 모니카 르윈스키가 연루된 성추문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메를로 포도 색깔의 오스카 드 라 렌타 드레스를 입은 모습을 애니 리보비츠가 촬영했다. 힐러리는 당당하고 자신감이 넘쳐 보였다(looked regal and confident). “1년 내내 그녀의 자세에 몹시 탄복했다”고 당시 윈투어가 내게 말했다. “그녀가 촬영한 해를 돌아볼 때 얼마나 많은 여성이 그런 위엄 있는 자세를 취할 수 있었겠는가? 보그의 관점에서 볼 때 그녀는 훨씬 더 훌륭해 보인다.”오바마의 대통령 취임 이후엔 새 퍼스트레이디 미셸이 보그지의 사진촬영에 응했다. 일면 미셸 오바마의 의도가 엿보이는 결정이었다. 상징적인 여성지의 표지에 자신의 사진이 실리면 젊은 흑인 여성들에게 특별한 메시지를 던져주리라고(would have particular resonance for young women of color) 믿었던 듯하다. 퍼스트레이디의 보그지 촬영이나 보그지 편집장과 그녀의 관계를 두고 백악관은 아무런 논평도 하지 않았다.글래머의 눈부신 광채가 때로는 정치적인 실착을 낳기도 했다(Sometimes the blinding glow of glamour has led to a political misstep). 보그지는 2011년 3월호에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 부인 아스마 알-아사드의 야한 프로필 사진을 실었다(published a gauzy profile of Asma al-Assad). 시리아 정권이 시민 봉기에 맞서 대학살을 시작하기 직전이었다. 이 기사로 인해 보그지는 외교정책 세계에 순진한 매체로 낙인 찍혔다. 결국 윈투어는 그 스토리가 실수였음을 인정했다. 하지만 그 논란에도윈투어의 정치 모금활동이 둔화되거나 인기가 줄지는 않았다. 3일 뒤 윈투어는 뉴욕에서 오바마를 위한 자금모금 만찬을 공동주최했다. 장소는 여배우 세라 제시카 파커의 저택이었다. 대통령은 윈투어의 지속적인 지지에 찬사를 보내는 연설을 했다.다큐멘터리 ‘9월호(The September Issue)’와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에 윈투어에 관한 진실과 신화가 상세히 묘사됐다. 영국 패션지 업계에서의 부상, 상사로서의 완벽주의, 바지보다 드레스, 편안함보다 하이힐, 정치적 이상주의(political correctness)보다 털을 좋아하는 취향 등이 설명된다. HBO에서 또 다른 다큐멘터리도 제작 중이다. 하지만 그녀와 관련된 신화는 누구보다 윈투어 자신이 가장 많이 만들어냈다(Yet no one has been better at enabling the fabulists than Wintour herself). 나는 보그에서 부편집장으로 잠시 일할 동안 윈투어를 알게 됐다. 현재 보그지 프리랜서 작가로 일하는 테리 에이진스를 위한 칵테일 파티를 공동 주최하기도 했다.윈투어는 패션쇼 시즌 동안 가장 활발히 활동한다. 그녀의 출현은 항상 약간의 긴장감을 유발한다(her appearance always stirs low-level anxiety). 혹시 의상이나 배경이 그녀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다. 두 명의 경호원이 그녀를 대동한다.경호원들은 영양 속의 코뿔소들처럼 어색하게 근처를 배회하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이들 근육남은 1990년대 후반 윈투어가 동물보호 운동가들의 공격을 받을 때 처음 등장했다. 요즘은 주로 군중 속에서 그녀의 앞길을 터주는 역할을 한다.지난 7월 크리스티앙 디오르 쇼가 열렸다. 그 프랑스 일류 패션 하우스의 신임 디자인 책임자(creative director) 라프 시몬스가 자신의 첫 컬렉션을 선보이는 자리였다. 장소는 파리의 번화한 16구에 있는 호텔 파티큘리에. 오후 2시 30분 쇼가 시작되기 오래전부터 손님들이 걸어서 속속 도착하기 시작했다. 곧 레게 머리를 한(with a ponytail of dreadlocks) 건장한 신사가 서서히 움직이는 검정색 벤츠 세단의 앞 길을 열어주기 시작했다. 이어 윈투어가 차 문을 열고 내렸다.무대 뒤쪽에서 긴장한 표정으로 쇼를 준비하던 시몬스가 직접 나와 그녀를 맞았다. 디오르의 근대사 전반에 윈투어의 체취가 배어 있다(Wintour’s influence is woven throughout the modern history of Dior). 디오르의 전 디자인 책임자 존 갈리아노도 그녀가 추천했다. 그는 한동안 그 브랜드를 대단히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하지만 지난해 파리 선술집에서 유대인 비하 발언을 한 뒤 해고됐다.윈투어의 예술적인 발언보다 사업적인 조언이 훨씬 더 영향력을 지닌다. 콘데 나스트는 새뮤얼 어빙 뉴하우스 회장의 은퇴를 앞두고 있다. 그런 맥락에서 사내에서 윈투어의 역할이 확대될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콘데 나스트의 타운센드 CEO가 말했다. 아니면 그녀가 자신의 역작인 ‘CFDA/보그 패션 펀드’에 집중할지도 모른다(perhaps she’ll choose to focus on her brainchild). 젊은 디자이너들이 한때의 화제거리가 되기보다 수익성 있는 회사를 설립하도록 지원하는 일이다. “향후 5~10년 뒤 시장에서 사라질 사람에게는 투자하고 싶어하지 않는다”고 CFDA의 최고경영자 스티븐 콜브가 말했다.“그녀는 믿을 만한 사람이다 싶으면 다른 사람들 앞에서 그 이름을 거론한다(If she believes in you, your name is on her lips)”고 디자이너 타쿤 파니크굴이 말했다. 그녀는 2006년 패션 펀드 후보 오디션에서 2위에 올라 미셸 오바마가 선호하는 디자이너가 됐다. “누군가 같이 일할 디자이너를 원할 경우 그녀는 항상 그 패션 펀드에 속한 디자이너를 찾는다. 그녀의 자식들이나 다름없다(It’s her baby).”이 모든 디자이너 양성 노력은 물론 윈투어에게 직접적인 혜택을 가져다 준다. “그녀는 보그가 계속 살아남는 데 최상의 생태계를 조성한다”고 스테파니 페어가 말했다. 한때 보그지에서 일했던 페어는 지금은 온라인매장 아웃네트를 운영한다. 기부액이 1200만달러로 많지 않지만 이 펀드는 윈투어의 유산이 될 수 있다. 그녀의 전폭적인 지원을 감안할 때 영세사업체에 융자를 제공하고 대형브랜드에 유망 디자이너를 공급하는 막강한 재단으로 탈바꿈할 가능성이 있다.또는 가족의 발자취를 따라 자선 활동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로 결심할 수도 있다. 그녀의 모친이 자선사업을 벌였고 동생두 명도 런던에서 공익사업에 전념한다. 이미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산하 의상연구소의 대표 전시품으로부터 갈라 쇼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그녀의 손때가 묻어 있다(Her fingerprints already are everywhere). 윈투어는 미술관 자금을 조성할 때 돈을 많이 모으는 일뿐 아니라 정직한 돈을 받는 데 초점을 맞춘다(but also on making sure it comes from the right people). 그런 냉철한 방식의 자금조달로 전시실들을 재단장하면서 전체 회원과 관람객 수가 증가했다(sparked upticks in overall membership and attendance). 2011년에는 이사로도 선출됐다.지난 8월 윈투어는 코네티컷주 웨스트포트에서 열린 오바마 정치 후원금 모금행사에 참석했다. 장소는 웨인스타인, 그리고 마르케사 브랜드 드레스의 공동 디자이너인 그의 부인 조지나 채프먼의 자택이었다. 대통령은 60명의 만찬 손님을 맞이하며 그 영화계 거물과 부인의 지지에 감사의 뜻을 전했다. 후원회 위원들의 이름도 거명하며 사의를 표했다(gave shout-outs to the host committee). 영화배우 앤 해서웨이의 ‘다크나이트 라이즈(The Dark Knight Rises)’ 연기를 칭찬하고, 배우 조안 우드워드의 여전한 미모에 황홀함을 표현하고, 시나리오 작가 애런 소킨의 문장에 경의를 표했다.소킨의 옆에 앉아 있던 윈투어에 관해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의 색안경이 그녀 앞의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하지만 외교계에서는 윈투어 대사 지명설이 여전히 조심스럽게 회자된다(within diplomatic circles, the idea of an Ambassador Wintour retains modest currency). 대체로 그녀가 줄기차게 대통령을 지지하기 때문이다. 루이스 B 서스먼 현 주영 미국 대사는 전직 시카고 투자 은행가였다. 오바마캠프에서 무지막지한 정치자금 모금 활동으로 이름을 날렸다(was so renowned in Obamaland for his fundraising ferocity). ‘진공청소기’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였다. 훗날 외교력을 인정받았지만 처음에는 수표를 써주고 자금을 끌어대 자리를 얻었다는(earned his job through check writing and bundling) 조롱을 받았다. 부도덕한 정치적 보은인사 전통의 한 사례에 불과하다는 비아냥이었다(derided as just the latest in a scurrilous tradition of political appointees).“‘정치적 임명’은 그들이 능력을 검증받을 때까지는 도박에 더 가깝다(is more of a gamble until they’re put to the test)”고 메이어 전 주미 영국 대사가 말했다. “일부는 대단히 큰 성공이었지만 기대에 못 미친 경우도 있었다.” 메이어는 진정한 외교관답게 실패 사례를 거론하지는 않았다.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대사 역할에는 외교정책 배경이 필요하지 않다. 전문가들을 보좌관으로 두면 된다. 대신 “영향력 있는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수완(a knack for creating a network of influence)”이 필요하다.“빠른 두뇌, 냉철한 머리, 두둑한 배짱, 따뜻한 미소, 그리고 예리한 눈이 필요하다(You need a quick mind, hard head, strong stomach, warm smile, and a cold eye)”고 메이어가 말했다. “소심한 사람은 이런 환경에 적합하지 않다(The shy do not prosper in this environment).”인맥형성의 의무를 수행하는 데는 막대한 개인 재산이 도움이 된다(Immense personal wealth is helpful for meeting the social obligations). 콘데 나스트에서 받는 월급과 보그지의 의상수당이 아니라 거액의 투자로 얻는 금융자산 소득 말이다. 배우자도 있어야 유리하다. 그리고 파리에선 언어능력은 필수다(language skills are a must).윈투어는 프랑스어로 “대화가 가능하다(conversational)”고 전해진다.

2012.09.18 15:43

14분 소요
Luxury & Celebrity ⑩  Chanel

산업 일반

브랜드에는 그들만의 이야기가 있다. 어느 드라마 못지 않게 흥미롭고, 동화처럼 환상적이다. ‘샤넬의 성’에도 이런 크고 작은 이야기를 더해주는 유명인들이 있다. 특이한 점은 샤넬 성주도 그 어떤 셀레브리티 못지 않게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이다. 유겐 텔러, 폴 스미스 등 패션 전시로 관심을 모았던 대림미술관에 또 한번 젊은 세대들이 모여들고 있다. 2012년 3월 18일까지 열리는 칼 라거펠트 사진전(Work in Progress-Karl Lagerfeld Photography Exhibition)을 보기 위해서다. 조용히 입 소문을 듣고 많은 관람객이 다녀갔다.1938년 독일에서 태어난 칼 라거펠트. 패션계에서 그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그는 샤넬, 펜디의 수석 디자이너인 동시에 포토그래퍼로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 샤넬, 펜디 등 자신이 수장으로 있는 브랜드는 물론이고 아디다스, 돔 페리뇽, 디올 옴므 등 광고와 잡지 화보도 촬영하고 있다. 쉰 살이 다 돼 포토그래퍼로 데뷔한 이유는 아주 간단했다. 1984년 샤넬의 수장이 됐는데, 87년에 촬영한 샤넬의 컬렉션 사진이 마음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디자이너뿐 아니라 마케터로서 그가 가진 능력은 가히 동물적이다. 18개월 동안 42kg을 감량했을 때 ‘에디 슬러먼이 디자인한 디올 옴므의 슈트를 입기 위한 다이어트였다’고 말해 화제를 모았다. 이 다이어트 경험담을 『칼 라거펠트 다이어트』라는 책으로 묶어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랐다.H&M과 같은 저가의 패스트 패션 브랜드와 협업으로도 화제를 불러 일으켰는데, 이 때도 뚱뚱한 사람들을 위한 빅 사이즈의 옷은 만들지 않겠다고 공언해 논란이 됐다. 최근에는 젊은 패션 아이콘인 릴리 알렌의 웨딩드레스를 만들어주며 그의 감각은 나이 들지 않는다는 것을 입증했다. 포토그래퍼로서 화제도 많다. 아이팟만 10개 이상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칼 라거펠트. 대림미술관에 전시된 오노 요코의 사진 ‘The Story of my long life’는 아이패드로 촬영한 후 출력해 다시 촬영한 것이다. ‘포토마통’이라는 옛날 지하철 역에 있던 구식 즉석 사진기를 구해와서 톱 모델을 촬영했고, 장쯔이의 사진을 로이 리히텐슈타인 풍의 이미지로 작업하기도 했다. 브래드 크로닉(Brad Koenig), 밥티스트 지아비코니(Baptiste Giabiconi)와 같은 세계적인 남자 모델들은 그의 카메라 앞에서 외적으로도, 내적으로도 완벽하게 발가벗는다. 몇 개의 아바타를 가졌다면 모를까 보통 사람이라면 결코 할 수 없는 이 모든 일을 칼 라거펠트는 일흔을 넘긴 나이에 거뜬히 해내고 있다.그렇게 노는 듯, 장난치듯, 즐기듯 찍은 400여 점의 사진이 지금 통의동 대림미술관에 걸렸다. 라거펠트의 피사체로 대중 앞에 완벽히 무장해제 된 채로 전시된 라거펠트 인맥을 이 곳에서 만나볼 수 있는 것이다.대체되지 않으려면 달라져야 한다칼 라거펠트가 편애해 마지않는 또 하나의 인물은 바로 프랑스의 여배우 안나 무글라리스(ANNA MOUGLALIS)다. 라거펠트는 “그녀는 쟌느 모로의 목소리, 안나 마그나니의 강인함, 에바 가드너의 자태를 지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그리스 혈통에 모델 출신의 배우인 안나 무글라리스는 엄밀히 말해 미인이 아니다. 하지만 아마도 ‘지구에서 샤넬이 가장 어울리는 여자’일 것이다. 큰 키, 짙은 갈색 머리, 브라스 밴드 같은 허스키한 목소리, 느긋한 태도, 남성과 여성성 사이를 오가는 신비로운 느낌까지…. 안나 무글라리스는 “다른 것에 대체되지 않기 위해서는 달라져야만 한다”고 말했던 마드모아젤 샤넬의 철학에 꼭 들어 맞는다. 그녀가 샤넬의 트위드 재킷과 클래식한 펌프스를 소화한 모습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아무도 그러지 않을 때 그녀는 샤넬 재킷을 데님 팬츠와 매치 했다. 한쪽 팔에는 샤넬 백을, 다른 쪽 팔에는 파리 시내를 누빌 때 이용하는 모페드(모터 달린 자전거)를 탈 때 쓰는 헬멧을 걸고 다니는 모습은 요즘 많이 사용되는 ‘프렌치 시크’라는 말이 무엇인지를 잘 대변해준다. 배우로서의 필모그래피 또한 착실히 쌓아왔다. 국내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끌로드 샤브롤(Claude Chabrol)의 ‘나이트캡(Nightcap)’, 필립 그랑드리유(Philippe Grandrieux)의 ‘새로운 인생(A New Life)’, 미셸 플라시도(Michele Placido)의 ‘범죄 소설(Romanzo Criminale)’ 등에서 열연했다. 일상 생활에서 그렇듯 영화에서도 그녀는 샤넬을 입었다. 안나 무글라리스는 이렇게 설명한다. “옛날 여배우들은 은막과 일상 모두에서 자신을 스타일링해주던 디자이너들의 옷에 충실했죠.”샤넬과 안나 무글라리스의 만남은 많은 결과물로 나왔다. 2002년 샤넬은 그녀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든 향수 ‘알뤼르 센슈얼(Allure Sensuelle)’을 만들었다. 이 향수 광고를 통해 다시금 샤넬과 안나 무글라리스의 덧셈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증명했다. 2005년 샤넬 파인주얼리에서 선보인 ‘메다이유(Medailles)’ 목걸이, 2006년 샤넬에서 선보인 핸드백 등 안나 무글라리스는 샤넬과 칼 라거펠트에게 영감을 주는 뮤즈가 되었다. 2009년에는 영화 ‘샤넬 & 이고르 스트라빈스키(COCO CHANEL & IGOR STRAVINSKY)’를 통해 샤넬을 연기한 안나 무글라리스를 만나볼 수 있었다. 칼 라거펠트(Karl Lagerfeld)와 샤넬은 자신들의 기록과 컬렉션을 제작진에게 기꺼이 개방해주며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샤넬을 빛낸 뮤즈우리에게도 낯익은 배우 오드리 또뚜(Audrey Tautou)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샤넬의 뮤즈다. 흥미로운 것은 그녀 역시 영화 ‘샤넬 이전의 코코(COCO AVANT CHANEL)’ 를 통해 코코 샤넬을 연기했다는 것. 영화 ‘샤넬 & 이고르 스트라빈스키’가 샤넬의 사랑 이야기를 다뤘다면 ‘샤넬 이전의 코코’는 샤넬이라는 가난한 여성이 독학을 통해 수습 디자이너가 되고, 이후 어떻게 성공했는지를 차근차근 조명한다.오드리 또뚜는 이 영화에 대해 말한다. “자신의 운명을 직접 일구려는 여성이라면 코코 샤넬의 젊은 모습에 공감하게 됩니다. 젊지만 교육을 받지 못했던 한 여성이 세상에 나가 자신의 독특한 생각을 굽히지 않고, 운명을 받아들이지 않는 모습에 공감이 가죠. 이 영화의 현대성을 구축해주는 부분입니다. 이런 이유에서 배역 섭외가 왔을 때 저는 한 순간도 주저하지 않고 승낙했습니다.” 샤넬과 칼 라거펠트는 이 영화에도 지원을 했다. 그들은 샤넬이 보관하고 있는 문서와 컬렉션을 열람할 수 있도록 했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을 위해 보관하고 있던 40여 벌의 의상을 대여해주기도 했다. 배경이 된 파리 깡봉 거리의 매장뿐 아니라 모델 20여명의 메이크업, 그리고 수많은 파인 주얼리 제품도 모두 진짜 샤넬 매장, 샤넬 제품이었다.‘패션만 했으면 지겨웠을 것’이라고 말하는 칼 라거펠트. 그는 이런 명언도 남겼다. “변화는 살아남기 위해 가장 좋은 방법이다(Change is the healthiest way to survive).” 알리 맥그로우(Ali McGraw), 로렌 허튼(Lauren Hutton), 까뜨린느 드뇌브(Catherine Deneuve), 캐롤 부케(Carole Bouquet), 이네스 드 라 프레상쥬(Ignes de la Fressange), 클라우디아 쉬퍼(Cluadia Schiffer), 바네사 파라디(Vanessa Paradis), 케이트 모스(Kate Moss), 니콜 키드먼(Nicole Kidman)까지…. 칼 라거펠트의 철학을 입증이라도 하듯, 샤넬을 대표하는 셀레브리티는 수십 년 동안 계속 새로워졌다. 단골 고객과 함께 브랜드도 나이 들기 일쑤인 국내 패션 브랜드가 주목해야 할 점이다.

2011.12.22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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