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19

"오토파일럿이 사람을 죽였다" 첫 배심원 판단 앞둔 테슬라, 법정에 서다

국제 이슈

테슬라의 주행보조 시스템 '오토파일럿'이 연루된 사망 사고에 대해 회사의 책임을 묻는 첫 연방 배심원 재판이 14일(현지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시작됐다.일간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 재판은 2019년 플로리다주 키라르고에서 발생한 교통사고에 대해 테슬라의 손해배상 책임을 묻는 민사 소송으로, 오토파일럿 관련 사망 사건 가운데 처음으로 배심원단의 판단을 받게 된 사례다.문제의 사고는 2019년 4월 25일 밤, 당시 투자사 간부였던 운전자 조지 맥기가 오토파일럿을 켠 채 모델S를 몰고 귀가하던 중 발생했다.맥기는 통화 도중 휴대전화를 떨어뜨린 뒤 이를 줍기 위해 고개를 숙였고, 이때 차량은 T자형 교차로를 지나 갓길에 정차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과 그 옆에 서 있던 20세 여성 나이벨 베나비데스 레온을 들이받았다.레온은 현장에서 숨졌고 함께 있던 남자친구 딜런 앙굴로는 중상을 입었다.피해자 유족과 앙굴로는 지난해 테슬라를 상대로 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원고 측은 오토파일럿 시스템이 사고 직전 도로의 끝과 차량, 보행자를 인식했음에도 차량을 멈추거나 경고하지 못했다며 시스템 설계 결함과 경고 실패 등을 이유로 테슬라의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또한 테슬라가 오토파일럿을 고속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에서도 작동 가능하게 둔 점도 문제 삼고 있다.반면 테슬라 측은 사고 원인이 오토파일럿이 아닌 운전자의 과실이라고 맞서고 있다.테슬라는 성명을 통해 "이번 사고는 오토파일럿과 무관하며, 휴대폰을 줍느라 전방 주시를 소홀히 한 운전자의 실수"라고 밝혔다.차량 데이터에 따르면 맥기는 제한속도(시속 45마일)를 넘는 시속 60마일 이상으로 주행했으며, 가속페달을 밟아 자동 감속 기능을 무력화한 상태였다고 한다.원고 측은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과거 발언도 쟁점으로 삼을 방침이다.머스크는 그간 "테슬라 차량은 인간보다 안전하다", "슈퍼휴먼 센서를 갖췄다"는 등의 표현을 써 왔는데, 이러한 발언이 소비자에게 오토파일럿 기능에 대한 과신을 불러일으켰다는 주장이다.이번 사건은 차량 탑승자가 아닌 제3자가 피해자인 만큼, 유죄 평결이 나올 경우 광범위한 법적 책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재판을 맡은 연방 판사는 "테슬라가 수익을 우선시하며 인명을 경시한 행위를 했다고 배심원이 판단할 수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도 허용했다.재판은 약 3주간 진행될 예정이다.

2025.07.15 09:00

2분 소요
‘공룡 기업’ 현대·기아는 왜 스타트업에 공들일까[이코노Y]

산업 일반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오픈이노베이션을 통해 스타트업 육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관련 활동을 본격화한 이후 굴직한 해외 투자를 제외하고 약 7년간 1조원 이상을 쏟아부었다. 국내 대표 4대 그룹 중 하나인 현대자동차그룹은 왜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에 관심을 두는 것일까.7년간 투자한 스타트업만 200여개15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기아가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을 본격적으로 강화한 시점은 지난 2017년이다. 이후 올해 1분기까지 200여개 이상의 스타트업에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 모셔널, 슈퍼널 등 대규모 해외 투자는 제외된 수치다.현대차·기아가 투자한 스타트업들의 사업 분야는 모빌리티 서비스 분야뿐 아니라 전동화, 커넥티비티, 인공지능(AI), 자율주행, 에너지, 로보틱스 등 미래 신사업 영역을 망라한다.분야별로 보면 모빌리티 분야가 7537억원으로 가장 많다. 이어 전동화 2818억원, 커넥티비티 1262억원, 인공지능 600억원, 자율주행 540억원, 에너지(수소 포함) 253억원 순이다.현대차그룹은 혁신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육성 프로그램 운영과 실증 사업 지원, 기술 노하우 공유 등을 통해 성공적인 시장 안착과 원활한 제품·서비스 개발을 돕고 있다. 그룹의 내부 자원과 스타트업의 아이디어 및 밸류체인을 결합해 급변하는 외부 생태계에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춰 미래 신사업, 신기술 창출 기회를 선제적으로 확보하기 위함이다.현대차그룹은 국내를 포함한 전세계 수많은 스타트업들과의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 미래 혁신 성장동력을 선점하는 한편, 이들의 글로벌 성장이 원활히 지속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계획이다.현대차·기아 오픈이노베이션추진실 황윤성 상무는 “혁신적인 기술이나 서비스를 통해 인류의 삶에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 수 있는 스타트업이 바로 우리 그룹이 찾고 있는 기업”이라며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고 협력 과정에서 우리에게 중요한 인사이트를 주는 스타트업에 적극 투자하고 육성함으로써 상호 윈-윈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까다로운 기준으로 전 세계 눈여겨본다현대차그룹의 오픈이노베이션은 목적에 따라 4가지 투자 유형으로 구체화된다. ▲그룹 자체적으로 필요한 기술 및 사업 영역에서 직접 스타트업을 창업하기 위한 컴퍼니빌딩(Company building) ▲변화가 빠른 신성장 사업 영역의 트렌드를 신속하게 파악하기 위한 센싱(Sensing) 투자 ▲즉시 혹은 단기간 내 사업역량 확보를 위한 전략 투자 ▲예상 시너지 효과에 따라 실제 협업을 추진하기 위한 연계 투자 등이다.현대차그룹은 전 세계에 숨어있는 유망 스타트업 발굴을 위해 미국, 독일, 이스라엘, 중국, 싱가포르 등 5개 국가에 ‘크래들’(CRADLE)이라는 혁신거점을 운영 중이다. 한국에는 오픈이노베이션의 허브 역할을 수행하는 ‘제로원’(ZER01NE)을 설립했다. 또한 전 세계 주요 국가에서 총 19개의 투자 펀드를 운영하며 글로벌 투자 역량을 제고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2018년 설립된 제로원은 매년 ‘제로원 액셀러레이터’(ZERO1NE Accelerator)라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국내 유망 스타트업 발굴 및 지원을 펼치고 있다. 오픈이노베이션의 범주를 예술가로까지 확대해 크리에이터들간 협업을 촉진하는 ‘제로원 플레이그라운드’(ZERO1NE Playground)'도 운영하고 있다.현대차그룹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사내 스타트업 제도(H스타트업)를 운영 중이다. 지금까지 총 30개의 사내 스타트업이 분사했으며, 이들의 누적 매출액은 2800억원, 신규 인력 채용은 800명 이상을 달성했을 정도로 시장 가치와 사업성을 인정받고 있다.이외에도 국내외 유망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전략투자 및 센싱투자 업무를 진행하는 CVC(Corporate Venture Capital, 벤처투자), M&A 및 JV 등으로 전략적 협업을 지원하는 CorpDev(Corporate Development, 전략투자)팀 등을 운영하고 있다. 황윤성 상무는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산업을 선도하기 위해 스타트업 파트너들과 개방적이면서도 창의적 혁신활동을 통해 새로운 가치와 경쟁력을 창출해 나갈 예정”이며 “전 세계의 유망 스타트업과 혁신 파트너들을 적극 지원하며 그들의 성장 단계에 맞춰 전문적이고 다양한 육성 및 협업 프로그램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계단 오르내리는 ‘배달로봇’·건물 벽 촬영하는 ‘드론’현대차그룹은 이 같은 오픈이노베이션 활동의 성과를 공개하기 위해 이날(15일) 오전 10시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호텔 나루 서울 엠갤러리에서 오픈이노베이션 테크데이를 개최했다.현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직접 투자하고 협업하는 주요 스타트업의 핵심 기술이 공개됐다. 배달로봇이 계단을 오르내리고 드론이 건물 벽을 촬영해 미세한 결함도 척척 발견한다. 또한 AI로 공간에 최적화된 음악을 선곡 받거나 가상 인간의 공연을 본다. 영상 속 공간을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탐험하기도 한다.모두 현대차그룹이 직접 투자하고 협업한 주요 스타트업 ▲모빌(공간과 시간에 제약 없는 라스트마일 배달로봇 서비스) ▲모빌테크(3차원 공간 스캐닝, 디지털 트윈 구축) ▲메타버스엔터테인먼트(AI 기반 버추얼 휴먼 제작 및 시각 특수효과 사업) ▲뷰메진(자율 비행 드론 및 AI 기술 기반 건설 현장 안전 및 품질 검사 솔루션) ▲어플레이즈(공간, 사용자 특성 맞춤형 음악 큐레이션 서비스) 등의 기술이다.개인적으로 가장 눈에 띈 것은 모빌의 배달로봇이다. 4개의 바퀴가 적재함을 유지하는 단순한 구조였지만 적재함 수평 유지 기능, 전원 차단 시 적재함 위치 고정 기능, 3D 라이다를 이용한 주/야간 3차원 위치추정 기술 등 다양한 첨단 기술이 적용된 것이 특징이다.현대차그룹뿐 아니라 다양한 기업과 협업이 이뤄지고 있다. 모빌 관계자는 “올해 CU와 검증 사업을 한 달여간 진행했고, 호반건설 계열 리조트에서도 배달을 할 예정”이라며 “내년에는 도로공사와 협업해 교통통제 역할 등도 하게 된다”고 말했다.

2023.06.15 10:17

4분 소요
아담부터 메이브까지…드디어 열린 ‘가상 인간’ 전성시대

IT 일반

1998년도에 등장한 국내 최초 사이버 가수 ‘아담’ 이후 30여년이 흐른 지금 바야흐로 가상인간의 전성시대가 도래했다. ‘반짝 스타’에 그쳤던 아담과 달리 최근엔 ‘가상 아이돌’이란 통칭 아래 다양한 콘셉트의 그룹들이 열풍을 만들어 내고 있다. ▲기술의 비약적 발전 ▲K-팝(POP) 프로듀싱의 고도화 ▲사회의 인식적 변화 등이 새로운 흐름을 이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아담은 ‘시대를 앞서간 불운의 스타’라는 별칭을 갖고 있다. 그가 당시 발매한 1집 앨범은 20만장이나 판매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KBS ‘뉴스9’에 언급될 정도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지금 보기엔 움직이나 표정 등이 어색하게 느껴지지만 3D 그래픽을 이용해 만든 버추얼 휴먼(가상 인간·Virtual human)이 실제 가수로 활동하고, 팬클럽이 생길 정도로 대중들의 마음을 얻었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있는 시도로 기록됐다.‘불쾌한 골짜기’ 벗어나 다양한 분야 진출하는 가상 인간최근 가상 인간 열풍의 주인공들은 과거와 달리 ‘고도화된 기술’을 기본으로 한다. 여기에 ‘스토리’를 무기로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 특히 기술의 발전은 ‘불쾌한 골짜기’의 한계를 넘어서 다양한 분야에 적용될 수 있도록 한 수단이 됐다.불쾌한 골짜기는 사람이 아닌 존재가 인간의 모습을 어설프게 닮을수록 불쾌감을 불러일으킨다는 이론이다. 가상 인간이 등장할 때마다 이 허들을 넘지 못해 대중의 관심 밖으로 멀어진 사례가 적지 않다.3D 기술이 발전하며 과거보다 버추얼 휴먼의 움직임 등을 구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크게 단축됐다. 인공지능(AI) 기반 학습능력을 갖춰 일일이 정보를 입력하지 않아도 질문에 답하고 적절한 표정을 지을 수 있다. 실시간 렌더링 기능으로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며, 인공지능(AI) 음성합성기술을 접목해 실제 목소리처럼 입혀 노래를 부르고 말을 한다. 신기술의 ‘총집합체’인 셈이다. 버추얼 휴먼은 아이돌 그룹·쇼호스트·인플루언서 등 대중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분야에 먼저 접목되고 있는 양상이다. 해당 영역은 기업의 기술력을 대중에게 보여 줄 수 있다는 장점도 지닌다.기술로 ‘불쾌한 골짜기’를 넘었다면, 스토리는 ‘몰입감’을 끌어올리는 요소다. 버추얼 휴먼을 이용해 안정적으로 수익을 창출하고 다양한 비즈니스에 적용할 수 있으려면 일종의 ‘팬덤’이 필요하다. K-팝 시장에선 가상의 세계관을 설정, 그 안의 캐릭터에 몰입하게끔 하는 방식은 이미 성공 전략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방식을 버추얼 아이돌에도 그대로 적용하는 식의 접근이 늘고 있다.글로벌 관심 집중되는 K-버추얼 아이돌대표적인 사례로는 에스엠(SM) 엔터테인먼트의 걸그룹 ‘에스파’가 꼽힌다. 에스파는 실제 멤버 네 명과 각 멤버의 아바타 멤버가 결합된 신개념 그룹이다. 이들은 현실과 가상을 오가며 연결을 방해하는 존재에 대항하는 스토리를 배경으로 한다. 뮤직비디오에 버추얼 아바타가 함께 등장해 멤버들과 춤을 추고 인터뷰를 하기도 한다. 에스파의 독특한 세계관과 AI 아바타 캐릭터의 등장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으며 글로벌 팬덤을 형성했다. 써클차트에 따르면 에스파는 지난해 세계 걸그룹 중 가장 높은 앨범 판매량을 기록하며 ‘4세대 아이돌’의 대표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에스파가 큰 인기를 끌자 SM은 올해 에스파 세계관 속 캐릭터인 ‘나이비스’(nævis)를 버추얼 아이돌로 개발해 데뷔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가상 세계관에서 파생된 캐릭터를 ‘AI 아티스트’로 탄생시킬 정도로 탄탄한 팬층을 갖추고 있다는 방증이다. 자체적인 세계관뿐 아니라 이들 버추얼 아이돌의 팬덤을 구축하는 데에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다. 버추얼 인간의 IP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광범위하게 활용이 가능해 게임·웹툰·버추얼 예능 등에 적용이 가능하다. 적용되는 기술이나 추구하는 콘셉트에 따라 접근 방식도 다양하다. 실제 인간 멤버 4명과 버추얼 휴먼 멤버 1명으로 조합된 최초의 ‘AI과 사람’ 그룹 슈퍼카인드는 게임 속 캐릭터를 캐스팅했다는 설정을 지닌다. 이 세계관 안에서 누크와 프리드라는 경쟁 관계의 종족이 있고, 이 종족들은 선의의 경쟁을 하며 한 그룹으로 활동하게 된다. 팬덤 이름도 ‘플레이어’로 지칭해 게임을 플레이하는 1인칭 시점을 강조했다. 대부분 버추얼 아이돌들이 3D로 구현되는 것과 달리 2D 캐릭터로만 구성된 그룹도 존재한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기획한 버추얼 아이돌 서바이벌 예능 프로그램 ‘소녀 리버스’는 대중들에게 익숙한 웹툰 스타일의 캐릭터를 차용했다. 실제 30명의 전현직 K-팝 걸그룹 멤버들이 가상현실(VR) 기기를 이용해 메타버스 세상 속에서 정체를 숨긴 채 경쟁하는 콘텐츠로 대중성도 확보했다. 인기 캐릭터 펭수와 가수 바다·방송인 붐·댄서 아이키가 MC로 출연한 점도 인기 요소로 꼽힌다. 소녀 리버스는 영상 공개 3일만에 누적조회수 100만뷰를 돌파했다. 소녀리버스를 통해 선발된 5명의 최종 멤버는 오는 5월 ‘피버스’(Fe:verse)라는 가상 아이돌 그룹으로 데뷔할 예정이다. 버추얼 멤버들로만 구성된 11인조 걸그룹 ‘이터니티’ 역시 2D 딥페이크 기술을 적용해 만들어진 아이돌이다. 이터니티의 강점은 생방송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실시간으로 가상 얼굴을 입히는 딥리얼 라이브 기술을 적용, 렌더링을 하는 과정이 따로 없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이터니티는 ‘완성형’이 아닌 ‘성장형’ 아이돌을 콘셉트로, 신진 아티스트들의 재능 기부를 받아 데뷔곡을 제작했다. 팬들의 피드백을 적극 받아들여 발전시킨다는 점이 매력 요소로 꼽힌다. 이터니티의 멤버 제인은 4부작 웹드라마에서 정식 배역을 맡아 진짜 사람을 연기한다. 실제 배우가 촬영한 동작 데이터에 AI의 데이터를 녹이는 방식으로 구현될 예정이다. 제인은 한 방송에 출연해 직접 진행자와 대화하며 “음주 관련 사건 사고·연예인 갑질·사회의 물의를 일으킬 일이 없다”고 버추얼 아이돌 그룹으로서의 장점을 소개하기도 했다.한계점도 존재한다. 이미 현존하는 실제 아이돌 그룹과 경쟁하기 위해선 팬덤이 부족하고 기존 그룹들과 뚜렷한 차별점을 찾기가 어렵다는 점이 대표적이다. 버추얼 아이돌은 지금까지는 일부 마니아층이나 1020세대에서 주로 인기를 끄는 양상을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가상 인간 콘셉트의 아이돌이 시장에 완전히 안착하기 위해선 확장성이 가장 큰 전제 조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3.03.31 07:00

5분 소요
인공지능 석학 한 자리에 모인다…삼성 AI 포럼 개최

산업 일반

삼성전자는 다음달 8일부터 9일까지 '삼성 AI 포럼 2022'를 개최한다고 18일 밝혔다. 올해로 6회째를 맞는 '삼성 AI 포럼'은 세계적으로 저명한 인공지능(AI) 석학과 전문가들을 초청해 최신 AI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향후 연구 방향을 모색하는 기술 교류의 장이다. 올해 포럼은 팬데믹 이후 3년 만에 대면 행사를 재개해 오프라인과 온라인 모두 진행되며, 삼성전자 유튜브 채널을 통해 생중계된다. 삼성 AI 포럼 홈페이지에서 18일부터 행사 당일까지 포럼 참가를 신청할 수 있으며, 신청자들은 일정 안내 수신과 온라인 질문 등록이 가능하다. 삼성전자 종합기술원이 진행하는 1일차 포럼은 '미래를 만드는 AI와 반도체(Shaping the future with AI and Semiconductor)'를 주제로, AI 기술을 활용한 반도체/소재 혁신 등 새로운 미래를 이끌어 갈 AI 기술의 연구 현황과 발전 방향에 대해 논의한다.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의 개회사를 시작으로, 캐나다 몬트리올 대학교 요슈아 벤지오(Yoshua Bengio) 교수의 기조강연과 ▶R&D 혁신을 위한 AI ▶AI 알고리즘의 발전 ▶AI를 위한 대용량(Large-scale) 컴퓨팅에 대한 기술 세션이 진행된다. 각 기술 세션에서는 국내외 석학과 종합기술원 AI 분야 연구 리더들이 다양한 분야의 AI 기술에 대해 발표한다. 카이스트 서민준 교수와 서울대 송현오 교수는 최신 AI 알고리즘 연구성과를 소개하고, 전 IBM 및 인텔 펠로우이자 세계적 슈퍼컴 전문가인 알란 가라(Alan Gara)는 컴퓨팅의 진화와 AI의 미래에 대해 발표한다. 종합기술원 AI연구센터장 최창규 부사장 등 연구 리더들은 종합기술원의 AI 연구 현황과 비전을 공유한다. 또 AI 분야 우수한 신진 연구자 발굴을 위한 '삼성 AI 연구자상(Samsung AI Researcher of the Year)'과 국내 대학·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삼성 AI 챌린지' 대회 시상식도 같은 날 열린다. 이외에도 우수 논문 포스터 발표, 종합기술원 소개 및 AI 분야 연구 과제 전시, AI 연구자 간 네트워킹 행사 등 AI 분야 연구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진교영 삼성 AI 포럼의 공동 의장인 종합기술원장 사장은 "이번 AI 포럼은 향후 AI 기술이 반도체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되어 더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기술 방향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도록 준비하겠다"며 "AI 분야에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이 참여하여 활발하게 교류할 수 있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삼성리서치가 진행하는 2일차 포럼은 '현실 세계를 위한 AI의 확장(Scaling AI for the real world)'이라는 주제로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초거대 AI, 디지털 휴먼, 로보틱스 기술 등 우리 삶에 중요한 영향을 줄 미래 AI 기술 발전 방향에 대해 공유한다. 삼성리서치 연구소장 승현준 사장이 환영사와 함께 '뇌 기반 학습 알고리즘에 대한 진화적 접근 방식(Evolutionary approach to brain-inspired learning algorithms)'에 대해 기조강연을 할 예정이다. 또 삼성리서치 글로벌AI센터장 다니엘 리 부사장이 '삼성리서치의 AI 연구 현황'에 대해 발표한 후, 글로벌 기업 연구소장을 비롯한 AI 전문가들의 초청강연이 진행된다. 세계 최고 권위의 인공지능학회 뉴립스(NeurIPS)의 설립자인 미국 UC샌디에이고 테렌스 세즈노스키(Terrence Sejnowski) 교수가 '초거대 언어 모델은 지능이 있는가?'라는 주제로 강연을 한다. 이어서 마이크로소프트 리서치 연구소장인 요하네스 게흐르케(Johannes Gehrke) 박사가 초거대 AI의 핵심 기술 및 마이크로소프트의 차세대 AI 연구 방향에 대해 설명한다. 엔비디아 로보틱스 리서치 소장인 미국 워싱턴 대학교(UW)의 디터 팍스(Dieter Fox) 교수는 명시적 모델 없이 객체를 조작하는 로봇 기술에 대해 발표하고, 서울대 황승원 교수가 자연어 처리 기술에 대해 강연을 한다. 마지막으로 다니엘 리 부사장이 강연자들과 함께 최근 AI 동향과 미래 전망에 대해 패널 토의를 진행하며, 삼성리서치 AI연구센터 연구자들의 최근 연구 현황 발표 및 데모 시간도 마련된다. 승현준 사장은 "삼성 AI 포럼이 우리 삶의 가치를 높이기 위한 '실생활에서의 AI 확장'이라는 측면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다양한 AI 연구에 대한 이해를 돕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진행되는 이번 포럼에 AI 분야에 관심 있는 많은 분들이 참여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2022.10.18 14:15

3분 소요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내년 1분기 모바일 게임으로 만난다

IT 일반

개발사 슈퍼센트는 에이스토리와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고 2일 밝혔다. 그 첫 번째 프로젝트 ‘킹덤: 케이드라마 챌린지(가칭)’는 내년 1분기 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킹덤: 케이드라마 챌린지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의 IP를 기반으로 하는 하이퍼캐주얼 게임이다. 드라마 속 다양한 명장면을 게임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총 10가지의 다양한 게임이 글로벌 마켓에 동시 출시된다. 슈퍼센트는 지난 4월 설립된 111퍼센트의 자회사로, 하이퍼캐주얼 게임 개발 및 퍼블리싱에 주력한다. 하이퍼캐주얼 게임은 남녀노소 누구나 가볍게 즐길 수 있는 게임성 덕분에 지난해 120억 이상 다운로드를 만들어낸, 글로벌에서 이용자가 가장 많은 모바일 게임 장르다. 튜토리얼 없이도 누구나 쉽게 이해하고 플레이할 수 있어 비 게이머를 포함해 가장 넓은 유저층에 침투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종합 콘텐트 스튜디오 에이스토리는 ‘시그널’, ‘킹덤’, ‘지리산’, ‘SNL 코리아’ 등을 제작하며 글로벌 종합 콘텐트 스튜디오로 도약하고 있다. 특히, 자회사 에이아이엠씨와 함께 글로벌 K-콘텐트 IP를 활용한 디지털 휴먼, 메타버스, NFT 등의 IP 확장 사업을 적극적으로 전개해 나가고 있다. 공준식 슈퍼센트 대표는 “원조 글로벌 K-콘텐트 킹덤으로 전 세계에 K-좀비 열풍을 일으키며 새로운 문화적 트렌드를 만들어 온 에이스토리와 이번 파트너십을 맺게 돼 기쁘다”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2021.12.02 15:38

1분 소요
멜론, 새로운 추천 콘텐트로 개인화 큐레이션 고도화 나서

IT 일반

뮤직플랫폼 멜론(Melon)이 신규 추천 콘텐트를 통해 개인화 큐레이션 고도화에 나선다. 멜론은 서비스 첫 화면 최상단에서 개인의 감상 이력을 기반으로 다양한 추천 콘텐트를 제공하는 큐레이션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전체 스트리밍 이용자 중 30% 이상이 큐레이션 서비스를 통해 음악을 감상하고 있다. 멜론에선 하루 평균 약 1억5000만건의 스트리밍이 이뤄지고 있어 여기서 매일 누적되는 데이터를 활용해 큐레이션 서비스가 나날이 고도화되고 있다. 최근 멜론은 DJ로 활동하는 이용자들이 생성한 각 DJ 플레이리스트를 분석해 개인에게 추천하는 ‘DJ 플레이리스트 추천’을 큐레이션 서비스를 추가했다. 가령 팝을 즐겨 듣는 이용자는 매주 빌보드 차트 인기곡을 추천하고, 평소 OST를 즐긴다면 최근 인기 드라마 OST가 포함된 DJ 플레이리스트를 추천받는 방식이다. 아울러 숏폼이나 밈(meme)에 등장한 음악과 MBTI별 좋아할 만한 음악 등 현재 유행인 이슈를 토대로 DJ가 만든 플레이리스트까지도 만나볼 수 있다. 이는 휴먼 큐레이션(사람이 추천) 서비스 멜론DJ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인공지능(AI) 기술을 연계한 사례다. 또 다른 신규 콘텐트인 ‘아티스트 추천’은 내가 선호하는 아티스트와 유사 아티스트의 곡을 심층적으로 감상할 수 있도록 아티스트 믹스(Mix, 자동 생성된 플레이리스트)를 제안한다. 영상과 멜론매거진 등 해당 아티스트와 관련된 콘텐트까지 함께 추천한다. 멜론 내 다양한 음악적 자산을 큐레이션에 활용하는 것으로, 이용자들이 아티스트에 대한 이해의 폭을 더욱 넓히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멜론의 큐레이션 서비스에서 기존에 제공 중인 대표적 추천 콘텐트로는 ▶일·주 단위로 개인 취향에 맞는 새로운 음악을 추천하는 ’데일리 믹스’ ▶현재 감상 중인 음악과 비슷한 무드의 음악을 실시간으로 추천하는 ‘N시 믹스’ ▶최근 들은 곡과 유사한 곡을 추천하는 ‘유사곡 믹스’가 있다. 아울러 멜론은 이용자의 감상 이력을 활용해 좋아했던 음악을 다시 모아서 들려주는 개인 이력 기반 콘텐트도 제공 중이다. ▶한 달 동안 이용자가 많이 들었던 곡을 모아 매달 말일에 제공하는 ‘월별 슈퍼 라이크’ ▶작년 같은 계절에 많이 들었던 곡을 모아 제공하는 ‘계절별 Replay 믹스’ 등이 있다. 이 밖에도 첫 화면 하단에서 선호하는 장르별 믹스 및 해당 장르의 아티스트 추천을 볼 수 있다. 지금의 시간, 장소, 상황(TPO)에 맞춘 믹스도 제공해 출퇴근 및 근무시간 등에 맞춘 선곡과 이용자의 위치와 기상정보를 결합한 현재의 날씨 맞춤형 음악들도 만나볼 수 있다. 멜론 관계자는 “멜론은 2004년부터 누적된 국내 최고 수준의 빅데이터를 통해 일찍부터 개인화 큐레이션 서비스를 선보여 이를 나날이 발전 시켜 왔다”며 “앞으로도 최상의 음악 감상 경험으로 이끌 추천 콘텐트 개발과 관련 기능 고도화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원태영 기자 won.taeyoung@joongang.co.kr

2021.10.06 13:11

2분 소요
슈퍼 휴먼이 아닌 '친구 같은' 인공지능 [한우진 AI 세상]

전문가 칼럼

인공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이하 ‘AI’)이란 무엇일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스마일게이트 AI센터(이하 AI센터)가 지난해 8월 출범했다. 목표는 ‘슈퍼 휴먼이 아닌 친구 같은 AI’다. 2012년 딥러닝(DeepLearning) 기술의 등장 이후 AI 분야는 눈부시게 발전해 왔다. 2016년에는 이미지 인식과 바둑(알파고), 2017년 피부암 진단과 음성 인식, 2018년 중영 번역, 그리고 2019년 스타크래프트2에 이르기까지 인간 능력에 근접하는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기술을 산업에 적용하는 관점에서 보자면 이커머스, 영상 스트리밍, 금융 분야에서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콘텐트 및 상품을 제시하는데 AI 기술을 활용하고 있으며, 고객 상담 분야에서도 AI 챗봇 엔진이 적극적으로 도입되고 있다. 이외에도 무인 매장, 스마트 팩토리, 디지털 아트 등 AI 기술은 다양한 산업군에서 점차 그 활용폭을 넓혀가고 있다. ━ 재밌는 AI,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향하다 다만 이러한 AI 기술들은 대체로 인간의 종합적인 능력 보다는 개별 능력을 모사하는데 집중하고 있다. 명확하게 정의된 문제를 인간보다 더 효율적으로 해결하는 것, 즉 슈퍼 휴먼을 목표로 하는데 이는 본질적으로 인간과의 경쟁을 염두에 둔 기술 방향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즐거움·감동·공감 등 감성적 가치를 주는 것이 중요한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AI는 어떤 방향성을 가져야 할까. 이 질문 앞에서 AI센터는 두 가지 측면에서 방향을 잡았다. 바로 Fun AI와 Human Like AI다. 직역하면, ‘재밌는 AI’와 ‘인간 같은 AI’다. 우선 FunAI는 즐거움·놀람·기쁨 등 인간의 다양한 감정을 이끌어 내기 위한 시각적, 청각적 상호 작용을 연구해 AI를 유쾌한 내 친구로 개념화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인간의 감성을 충족하는 것이 중요한 만큼, 어떻게 하면 게임과 같은 엔터테인먼트를 즐길 때 AI가 활용될 수 있는지 면밀하게 살펴보기 위해서다. 두 번째, Human LikeAI는 기존 AI 기술이 인간을 능가하는 능력, 즉 슈퍼 휴먼을 목표로 하는데 반해 최대한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했다. 이를 위해서는 공학뿐 아니라 심리학·인지과학 등 다양한 영역의 연구 결과들이 융합되어야 한다. 실제 AI센터는 연구원 채용 과정에서 심리학 박사를 중용했다. ‘인간과 유사한 행동을 하는 재미있는 AI’를 추구하는 AI센터는 출범 후 지난 1년 간 소기의 성과를 이뤘다. 대화 모델, 음성 인식, 음성 합성, 감정 인식, 3D 모델 시각화 등 다양한 단위 기술을 확보했다. 사실 이러한 단위 기술을 하나로 융합하고 조율하는 일은 아직 선행 사례가 없고 난이도가 높은 일인데, 현재 이 부분에 집중해 인간의 기억과 감정의 영역을 AI의 관점에서 접근한 시도는 괄목할 만한 점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 게임 콘텐트를 더 재미있게 만드는 AI기술, 게임 제작 과정을 효율화 하는 AI 기술·게이머의 의견을 분석하는 AI 기술 등을 연구 개발하고 게임 라이프사이클의 모든 단계에서 활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스마일게이트그룹에서 서비스하는 게임 외에도 영화, 스트리밍 방송, 드라마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로의 확장을 시도해 폭넓게 AI 기술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 이를테면 영화나 드라마 제작 과정은 비용이 많이 들고 기간도 오래 소요되는데, 이 과정을 AI 기술을 통해 효율화 한다면 비용 절감 등 이점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전에는 컴퓨터그래픽(CG) 적용 과정에서 사람이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AI 기술을 차용하면 제작자의 의도에 맞는 배경이나 인물을 좀 더 쉽게 만들 수도 있다. 이르면 올해 하반기 내 일부 서비스에 AI 기술이 적용될 전망이다. 필자는 인간과 AI가 친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인간의 친구를 대치하는 개념은 아니라고 본다. 미시적 관점에서 해석하자면, 친구 같은 AI는 결국 인간과 감성적 가치를 주고받을 수 있는 AI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서는 먼저 상대방(인간)의 상태를 다양한 형태(텍스트·음성·얼굴표정·몸동작 등)를 통해 인식해야 하는 것은 물론 자신(AI) 또한 다양한 감정을 지녀야 한다. 목적지향적으로 설계된 현재의 챗봇들은 목적에 부합하는 대화는 잘 할지 몰라도 위의 두 가지 측면 모두가 설계에서 빠져 있다. 결국 인간과 닮은, ‘친구 같은’ AI를 설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데이터 수집이 선행돼야 한다. 인간이 태어나 성장하면서 겪는 다양한 과정들에 대한 데이터가 필요하며, 학습 방법 관점에서도 인간의 다양한 성장 방식을 모사할 수 있는 방법들이 필요하다. 현재 AI 기술은 한정된 영역에서의 데이터만을 사용하며, 비유하자면 학습방법 역시 선생님이 주입식 교육을 하는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인간을 닮은 인공지능을 만들기 위해서는 특정 영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생활하면서 마주하는 것과 유사한 다양한 영역에서의 데이터, 특히 문자 형태뿐 아니라 영상·소리·이미지·주위환경 등 멀티모달(Multi-Modal) 형태로 표현된 데이터들이 필요하다. 또 주입식 교육에 해당하는 지도 학습법 이외에도 혼자 고민하는 방식(비지도 학습), 친구와 고민하는 방식(강화 학습) 등 인간의 다양한 학습법들을 더 적극적으로 차용할 필요가 있다. ━ 융합 데이터 인간과 닮은 AI를 만들어 AI를 둘러싼 윤리적 쟁점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간혹 차별·혐오·편견을 학습한 AI가 사회적 논란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AI의 학습 데이터를 최대한 정제하는 방법을 모색할 수 있겠지만, 대규모의 데이터가 필요한 현재의 AI 학습 방법으로는 한계를 부정할 수 없다.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AI의 등장은 기정사실로 인정해야 하는 셈이다. 다만 인간도 사회적 규범과 법 질서에 영향을 받으며, 이를 어길시 제재와 계도 과정을 거치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어떤 AI가 사회적 규범에서 어긋난다면 격리시켜 재학습시키는 방식의 연구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한다. 현재는 인간과 AI가 공존하기 위한 테스트 단계에 진입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향후 양자간 진정으로 소통하는 사회적 합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고 본다. 현재 AI센터에서는 위의 문제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한 첫 번째 단계로, HuLiC(Human-Like Competition) 프로젝트를 기획하였고 올해 하반기 공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서는 인간과 AI가 대화함에 있어 (1) AI의 말이 얼마나 인간에 가까운지 (2) AI의 말이 윤리적 기준에 얼마나 부합하는지를 연구하기 위한 데이터들을 구축하고, 최신 AI대화 모델들을 이 기준에 맞춰 평가할 계획이다. 수집된 데이터와 평가 결과를 분석한 리더보드는 HuLiC 프로젝트 사이트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더 나아가 누구나 간단한 등록절차만으로 개발한 AI 대화 모델의 인간 유사도와 윤리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하여 AI업계 전체가 이 문제들을 함께 고민할 수 있도록 하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필자는 KAIST 음성언어연구실(‘음성과 오디오 신호처리에 대한 연구’, 박사)을 거쳐 삼성전자(한국인 최초 MPEG 비디오 표준안 에디터 활동), NHN AI LAB 등에 근무하며 AI 분야를 연구해 왔다. 현재 스마일게이트 AI센터 센터장을 맡고 있다. 한우진 스마일게이트 AI센터 센터장

2021.09.01 17:09

5분 소요
LG, '상위 1%' 인재 역할하는 '초거대 AI'에 1억달러 투자

IT 일반

LG가 인공지능(AI)에 1억 달러(약 1132억원)를 투자한다. 이번 투자액은 인공지능(AI)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하고 있는 ‘초거대 AI’ 개발에 투입된다. 딥러닝 기술의 진화를 이끌며 고객가치 혁신에 기여하겠다는 전략이다. LG AI연구원은 올해 하반기에 6000억개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를 공개하고 내년 상반기에 조 단위 파라미터의 ‘초거대 AI’도 개발할 예정이다. 글로벌 제조기업 중 이 같은 규모의 ‘초거대 AI’ 개발은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LG AI연구원은 ‘초거대 AI’ 개발을 위해 1초에 9경 5700조 번의 연산 처리가 가능한 글로벌 Top3 수준의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할 예정이다. LG의 AI 전담조직인 LG AI연구원은 17일 오전 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된 ‘AI 토크 콘서트’에서 향후 3년간 방대한 데이터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확보 및 개발에 1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초거대 AI’는 종합적이고 자율적으로 사고, 학습, 판단, 행동하는 인간의 뇌 구조를 닮은 AI이다. 대용량의 연산이 가능한 컴퓨팅 인프라를 기반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학습해 특정용도에 한정하지 않는다. ━ 올해 하반기·내년 상반기에 '초거대 AI' 공개 LG는 6000억개 파라미터를 갖춘 ‘초거대 AI’를 올 하반기에 공개한다. 이는 LG 미국 AI연구소 ‘오픈AI’가 개발한 GPT-3의 3배를 넘어선다. GPT-3는 현존하는 가장 뛰어난 초거대 AI 언어모델로 1750억개 파라미터를 보유하고 있다. 파라미터는 인간 뇌에서 뉴런을 연결해 정보를 학습하고 기억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시냅스와 유사한 역할을 한다. 파라미터 규모가 커질수록 AI 지능이 높아진다. GPT-3는 인간처럼 자연스러운 대화가 가능하고 에세이나 소설도 창작할 수 있는데, LG AI연구원이 개발하는 ‘초거대 AI’는 언어 뿐 아니라 이미지와 영상을 이해하고, 데이터 추론까지 가능하다. 내년 상반기에 조 단위 파라미터의 ‘초거대 AI’도 개발할 예정이다. LG AI연구원은 지금까지 딥러닝 기술 기반의 디지털 휴먼,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챗봇을 개발하고, 항암/백신 신약 후보 물질 개발, 대용량 배터리 용량 및 수명 예측, 컴퓨터 비전 기반 검사 공정 자동화, 부품 및 제품 수요 예측 등에도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여 디지털 전환을 추진해왔다. ━ '초거대 AI', 차세대 배터리·신소재 발굴하고 제품 디자인 설계까지 한다 LG는 이번 소프트웨어 개발, 데이터 분석, 고객 상담 등 각 분야의 ‘상위 1% 인간 전문가’ 수준 역량을 보유한 ‘초거대 AI’ 개발로 고객가치를 높여나간다는 계획이다. 제품 개발 프로세스도 획기적으로 단축한다. 기존 신제품 개발에는 최초 상품기획 단계부터 디자인, 설계, 생산 과정에서 신제품의 개선, 수정 작업이 발생하면 이를 전문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다시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다. ‘초거대 AI’ 적용 시, 전문가가 인간의 언어로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기술하면 AI가 소프트웨어 코딩을 진행해 제품 개발 프로세스를 획기적으로 단축할 수 있게 된다. 초거대 AI로 수만 명의 전문가가 힘을 합쳐야만 진행할 수 있었던 분야에서도 성과를 낸다. LG는 AI 기반으로 차세대 배터리, 고효율 발광 분야에서 신소재 발굴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초거대 AI’로 250년 동안의 화학 분야 논문과 특허를 자동으로 분석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 논문 내 분자 구조식 이미지를 인식하고, 테이블에서 물성 정보를 추출하는 것은 물론이고, 다양한 실험 조건 등을 본문에서 발췌해 종합적인 물질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차세대 배터리 소재를 찾아 더 안전하고 오래가는 전기차의 개발을 앞당기고, 고효율의 발광 소재를 발굴하여 더 화질이 선명하면서도 전력 소모가 적은 TV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것이다. 더 나아가 인간의 면역 체계를 활용한 신개념 암치료제인 항암 백신 개발에도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디자이너와 협업이 가능하고 제품 디자인 및 상품 내부 설계를 할 수 있는 ‘창조적 초거대 AI’도 개발한다. 예를 들어, ‘슈퍼카를 닮은 로봇 청소기 디자인’이라는 내용을 입력하면, AI가 해당 디자인 시안 수백개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디자이너는 AI가 만든 시안을 기반으로 디테일한 디자인과 설계를 할 수 있어 상품 디자인의 참신성을 극대화하고,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배경훈 LG AI연구원 원장은 “글로벌 파트너들과 함께 고도화된 초거대 AI 연구, 대규모 컴퓨팅 인프라 및 데이터 확보 및 사업화를 위한 오픈 생태계를 적극으로 구축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역량을 확보할 것” 이라며, “인류의 보편적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같은 꿈을 꾸는 인재들과 함께 최신의 AI 기술을 선도해나갈 것이며, 21년 하반기 연구 성과물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영은 기자 kimgyeongeun@joongang.co.kr

2021.05.17 11:01

3분 소요
이메일 패스워드는 무용지물?

산업 일반

일부 서비스의 ‘추적용 픽셀’이 사용자의 위치와 이메일 활동 등 개인정보 알려줘 전문가에 따르면 이메일은 개인의 활동 반경을 추적하는 데도 사용될 수 있다. 특히 이메일을 언제 확인하는지, 또 어디서 열어보는지 알 수 있다고 한다.현대 세계에서 쿠키라고 하면 단순히 초콜릿 칩이나 견과류 등이 가득 든 과자만 의미하지 않는다. 쿠기는 인터넷에서 개인의 위치나 활동 추적에 사용될 수 있다. 그런 추적을 통해 광고회사는 개인이 웹에 접속할 때마다 무엇을 하는지 알고 그의 관심사 프로필을 만들 수 있다.저널리즘 스타트업 ‘뉴스바인’을 운영한 적이 있고 현재 가장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 플랫폼 중 하나인 트위터에서 디자인 담당 부사장을 지낸 한 전문가는 사용자의 위치와 이메일 활동을 추적하는 데 이메일을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디자인 프로토타이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업체 인비전의 부사장인 마이크 데이비드슨은 장문의 블로그 글에서 ‘슈퍼휴먼’이라는 이메일 서비스가 사용자 이메일에 ‘추적용 픽셀’을 첨부한다고 밝혔다. ‘추적 픽셀’은 송신자에게 수신자가 이메일을 열어봤는지, 열람 시점에 수신자가 어디 있는지 알려준다. 더구나 ‘슈퍼휴먼’은 사용자에게 수신자의 이메일 열람 횟수, 각각의 시각과 장소도 알려준다.그게 무슨 큰 문제냐고? 그 블로그를 읽은 몇몇 사람은 데이비드슨 부사장에게 다른 회사와 이메일 서비스 제공업체도 사람들의 이메일 사용을 추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데이비드슨 부사장은 ‘슈퍼휴먼’의 접근법이 아주 다르며 다음의 몇 가지 이유로 신중하게 사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첫째, ‘슈퍼휴먼’에는 사용자가 송신한 이메일을 수신자가 열어봤는지 알려주는 ‘열람 영수증’이 기본으로 ‘활성화’된 상태다. 애플의 아이메시지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아웃룩 같은 다른 서비스에도 그런 기능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비활성화’ 상태이며 수신자가 그 기능을 의도적으로 ‘활성화’하지 않으면 송신자가 메시지 열람 여부를 알 수 없다.둘째, 직장에서 관리자가 부하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는 상황을 생각해보라. 그럴 경우 “그 기능은 24시간 내내 감시하거나 업무를 강요하는 도구로 사용될 수 있다”고 데이비드슨 부사장은 말했다.셋째, 데이비드슨 부사장은 ‘슈퍼휴먼’의 추적을 막기 위해 이메일 앱에서 ‘추적 픽셀’ 기능을 차단할 수 있지만 대다수 사용자가 부주의해서 그 기능을 끄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런 사용자에게 ‘슈퍼휴먼’은 일종의 스파이웨어 기능을 할 수 있다. 위치 데이터를 추출해 특정 시간에 이메일 수신자의 위치를 알려 주는 ‘지도’를 만들 수 있다는 뜻이다.데이비드슨 부사장은 이메일과 관련한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취할 수 있는 조치 몇 가지를 제시했다.첫째, 그는 ‘슈퍼휴먼’ 사용을 아예 피하라고 권한다. ‘슈퍼휴먼’은 이메일 수신자를 추적할 뿐 아니라 그 기능에 사용되는 스파이웨어 픽셀을 차단하기 어렵게 돼 있다. 따라서 사용자만이 아니라 수신자도 모두 추적할 수 있다.둘째, 데이비드슨 부사장은 어떤 이메일 클라이언트를 사용하든 ‘추적 픽셀’ 기능을 끄도록 권한다. 그러나 아이폰 사용자는 아이폰용 G메일에서 그런 기능을 사용할 수 없다. 따라서 아웃룩을 사용하는 게 좋다고 그가 말했다. 아웃룩은 G메일 계정을 사용할 수 있어 다른 이메일 클라이언트로 옮기지 않아도 ‘추적 픽셀’ 기능을 차단할 수 있다.- 훌리오 카칠라 아이비타임즈 기자

2019.07.22 11:59

3분 소요
마블과 DC의 난타전

산업 일반

미국 양대 만화사의 수십 년에 걸친 암투를 파헤친 책 발간돼 마블과 DC는 미국의 양대 만화사다. 대표적인 캐릭터로 DC에 슈퍼맨이 있다면 마블에는 헐크가 있다. 리드 터커는 마블과 DC 중 누가 더 나은지, 헐크가 슈퍼맨을 때려눕힐 수 있는지를 두고 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언쟁을 벌였던 일을 생생히 기억한다. 두 만화사의 경쟁에 대한 그의 관심은 그처럼 놀이터 싸움으로 시작됐다. 그러나 그와 관련된 책을 쓰겠다는 구상은 지난해가 돼서야 구체화됐다. 타임워너가 소유한 DC 엔터테인먼트가 팬들이 고대하던 슈퍼히어로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의 시작’을 디즈니가 소유한 마블 스튜디오의 블록버스터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같은 날 개봉하겠다고 위협했을 때였다. 인터넷이 폭발할 지경으로 누리꾼들이 양편으로 나뉘어 언쟁을 벌였다.거기서 착안한 터커의 책 ‘난타전: 마블과 DC의 50년 전쟁(Slugfest: Inside the Epic, 50-year Battle Between Marvel and DC)’은 마블과 DC 사이의 수십 년에 걸친 암투와 경쟁을 깊이 파고든다. DC(‘원더 우먼’과 ‘왓치맨’의 출판사이기도 하다)는 1938년 ‘슈퍼맨’으로 슈퍼히어로를 처음 만들어냈다. 마블은 1년 뒤 ‘휴먼 토치’로 슈퍼히어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그러다가 1961년 마블에 영입된 스탠 리의 지휘 아래 만화 팬들이 확연히 달라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대학생도 관심을 가질 만한 현실 세계의 문제를 슈퍼히어로가 해결하는 만화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1980년대 중반 DC가 ‘배트맨’ 시리즈를 다시 시작하고 ‘왓치맨’의 한정판을 내면서 가볍고 밝았던 슈퍼히어로의 세계는 만화에서나 막후에서 상당히 무겁고 어두워졌다.10월 말엔 마블과 DC가 이번엔 신작 ‘토르: 라그나로크’와 ‘저스티스 리그’로 극장에서 다시 한판 붙는다. 이를 계기로 뉴스위크는 양사의 경쟁을 다룬 책 ‘난타전’과 관련해 터커를 인터뷰했다. 이 책을 쓰면서 만화책을 더 높이 평가하게 됐나?물론이다. 만화책은 처음 생겨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거의 하찮게 여겨졌다. 한번 읽고 버리는 쓰레기라는 생각이 주를 이뤘다. 예를 들어 1950년대 미국 의회는 만화책의 유해한 효과에 관한 청문회를 열기도 했다. 그랬던 만화가 이제 주류 문화에 버젓이 자리 잡은 것을 보면 상당히 놀랍다. 지금은 슈퍼히어로가 영화와 TV의 세계를 지배한다. 과거엔 만화책의 수명이 짧았다. 새로 나온 만화책도 한 달이면 가판대에서 사라졌다. 따라서 만화 작가가 초기의 주인공을 대충 그려냈다는 사실을 생각하면 지금의 현상은 더욱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거의 1회용이라고 생각했던 인물이 그토록 생명력이 길 줄 누가 알았겠는가? 하지만 그 작가들이 아주 멋지고 매력적이며 흥미진진한 인물을 만들어냈다. 비록 매체는 달라졌지만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우리는 여전히 그런 이야기를 즐기고 있지 않은가?사람들이 왜 지금 슈퍼히어로에 빠져든다고 생각하는가? 영화의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도 ‘조커’의 기원을 다룬 영화를 찍고 있다.슈퍼히어로가 이전엔 아이들의 영웅으로 인식됐지만 지금은 영화에서 성인에게 맞게 성숙하게 그려진다는 것이 한 가지 이유다. 1970년대 DC의 발행인이던 제넷 칸은 할리우드에 슈퍼히어로 영화 제작 의사를 타진했지만 그들은 그런 영화를 아이들이나 정신적으로 미숙한 성인들만 본다며 퇴자를 놓았다. 영화사들은 진지한 ‘배트맨’ 영화라는 발상을 비웃었다. 요즘 영화사 간부들은 1980~90년대에 성장했다. 만화가 더 세련되고 정교해진 시대의 세대라는 뜻이다. 1986년 앨런 무어의 ‘왓치맨’과 프랭크 밀러의 ‘배트맨: 다크 나이트 리턴즈’로 그 기준이 한층 더 높아졌다. 둘 다 DC에서 출판됐다. 뛰어난 시각 효과도 만화의 인기 상승에 한몫했다.DC와 마블은 자사 브랜드를 지키는 데 필사적이다. ‘난타전’을 쓴다고 했을 때 그들의 반응은 어땠나?책을 쓰기 위해 인터뷰를 하려고 연락하자 그들은 아주 정중히 거절했다. 주제가 그리 문제될 건 없었지만 그래도 그들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했다.그래도 75명이나 인터뷰했는데 그중엔 마블의 스탠 리와 화가 닐 애덤스도 포함됐다. 애덤스는 배트맨을 폭력적이고 음울한 자경단원으로 재설정하는 데 큰 도움을 줬다. 인터뷰를 꼭 하고 싶었는데 못한 사람이 있는지?빌 제마스다. 그는 2000년대 초 마블의 대표였다. 그는 미국 프로농구(NBA)에서 일하며 농구 카드를 유행시킨 인물로 경쟁심이 아주 강했다. 그가 대표를 맡으면서 마블은 DC와 더욱 치열하게 맞붙었다. 그러면서 그 시기는 ‘마블 vs DC’의 역사에서 가장 추악한 시절로 기록됐다. 제마스는 2002년 만화 시리즈 ‘마빌’도 직접 썼다. 순전히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목적으로만 만든 작품이었다. 겉으론 당시 인기를 얻고 있었던 DC의 슈퍼맨을 우스꽝스럽게 패러디했지만 실제는 DC 대표를 향한 개인적이고 비겁한 공격이었다. 제1권의 첫 페이지에 이런 글귀가 있다. ‘마블의 뛰어난 경쟁사(DC 코믹스)는 폴 레비츠라는 사람이 대표인데 그는 자신의 사업을 비밀로 하려고 끝없이 싸운다.’ 지금도 마블이 그런 책을 냈으리라고 믿기 어렵다.그 외에도 알게 된 놀라운 점이 있는가?오랜 세월에 걸쳐 서로 정탐한 사건이 있었다. 그중 대표적인 사건이 1972년 발생했다. DC는 한 직원이 사업 비밀을 팬 잡지와 마블에 유출한다고 의심했다. 급기야 DC 대표는 ‘블록버스터’라는 작전명으로 용의자 색출에 나섰다. 그는 500쪽짜리 만화책을 발행한다는 회사의 계획에 관한 가짜 메모를 만들어 내부에 회람시켰다. 아니나 다를까 내부 첩자가 그 미끼를 물었다. 곧 마블에서도 500쪽짜리 만화책 제작 논의가 나왔다.마블과 DC는 매우 기발한 방법으로 서로를 음해했다. 예를 들어 마블은 1964년 ‘원더 맨’이라는 주인공을 만들어냈다. 그러자 DC가 발끈했다. ‘원더 우먼’과 너무 비슷하게 들리기 때문이었다. 결국 마블은 ‘원더 맨’을 철회하기로 동의했다. 그 다음 마블이 ‘파워 맨’을 만들어낸 지 몇 년 뒤 DC는 ‘파워 걸’이라는 주인공을 선보였다. 그러자 마블의 스탠 리는 ‘원더 맨’을 부활시켜 복수에 나섰다. 양사가 서로 협력한 적은 거의 없지만 희한하게도 ‘슈퍼히어로’라는 용어의 상표등록에선 의기투합했다. DC와 마블은 그 용어의 상표를 공동으로 등록했고 지금도 그 상표를 사용하는 사람들을 상대로 공동으로 소송을 제기한다.마블과 DC는 대기업에 인수되기 전까지 독특한 기업문화를 갖고 있었다. 기회가 있었다면 어느 쪽에서 일하고 싶었겠나?당연히 마블이다. 마블의 기업문화는 언제나 느긋하고 자유분방했다. 그들이 사무실에서 실없는 아이들처럼 레슬링 시합을 하거나 실리 스트링(끈적끈적한 액을 내뿜는 스프레이) 싸움을 벌인다는 이야기도 들렸다. 그에 비해 DC는 좀 더 기업적이고 보수적인 기업문화로 잘 알려졌다. 그들의 사무실을 1960년대 유명 광고 제작자의 일과 사랑, 권력 싸움을 그린 드라마 ‘매드맨’에 나오는 가부장적인 문화의 광고회사에 견주는 사람도 있었다.또 ‘인재 전쟁’도 있었다. 마블과 DC는 스타 인재를 영입하려고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슈퍼히어로 중 가장 존경받는 캐릭터에 꼽히는 ‘울버린’ 제작에 일조한 렌 웨인 같은 인물이 대표적이다(그는 최근 별세했다). 그들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까지 슈퍼히어로 만화 전성기의 대형 스타들이었다. 최고 작가와 화가는 거액의 수입을 올렸다. ‘엑스맨’의 작가 크리스 클레어몬트는 실제로 전용기를 구입했을 정도로 부자가 됐다.- 크레이그 바보자 뉴스위크 기자

2017.10.30 08:40

5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