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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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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신흥부자’, 어떻게 탄생할까…사업수익 모아 주식으로 불려

은행

한국의 ‘신흥부자’들은 사업수익을 통해 종잣돈을 모은 뒤 주식으로 부를 축적한 것으로 나타났다. KB금융그룹은 4일 ‘2022 한국 부자(富者)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지난 6월1일부터 7주간 1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한국 부자’ 4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와 별도 패널을 대상으로 한 일대일 심층 인터뷰 결과를 토대로 작성됐다. 보고서는 10억원 이상 20억원 미만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30~49세 개인을 ‘신흥부자’로 정의한 뒤, 이들을 금융자산 20억원 이상을 보유한 50대 이상의 ‘전통부자’와 비교했다. 2021년 말 기준 한국의 신흥부자 수는 7만8000명으로 전체 부자의 약 18.4% 수준이다. 이들이 보유한 금융자산 규모는 99조5000만원으로, 부자의 총금융자산 중 3.5%를 차지했다. 우선 신흥부자는 부를 축적하기 위한 종잣돈(Seed Money)의 규모를 7억원이라 응답했다. 이들이 종잣돈을 모았던 주된 방법은 ‘직접 운영하는 사업수익(55.2%)’ ‘매매, 임대 등 부동산자산에 투자(46.0%)‘ ‘급여 등 근로소득(43.7%)’ 등의 순이었다. 해당 응답은 1~3순위 응답을 더해 도출됐다. 특히 신흥부자가 종잣돈을 모았던 주된 방법 중 ‘급여 등 근로소득’은 전통부자에 비해 14.8%포인트 높았다. 또한 ‘부모로부터의 지원·증여·상속’으로 종잣돈을 모았다는 비중은 40.2%로 전통부자보다 11.4%포인트 높았다. 또한 신흥부자가 종잣돈 마련 이후 부를 이루기까지 자산을 증식하는 과정에서 활용한 투자 방법을 살펴보면, 가장 주된 방법은 ‘주식(54.0%)’이었다. 이어 ‘거주용 외 일반 아파트(36.8%)’ ‘예적금(31.0%)’ ‘거주용 부동산(24.1%)’ ‘토지·임야(17.2%)’ 등의 순서다. 이 응답 역시 1~3순위 응답을 더한 결과다. 전통부자와 비교해보면, 신흥부자가 주식을 통해 자산을 키웠다는 비중이 10.3%포인트 높았다. 부동산 투자를 통해 자산을 키운 경우를 살펴보면 신흥부자는 전통부자와 다르게 ‘다세대·연립·빌라’에 투자한 비율이 높았다. 신흥부자의 경우 총자산 포트폴리오 중 부동산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64.7%로, 전통부자의 해당 비중이 51.9%인 것과 비교해 높았다. 신흥부자가 목표로 생각하는 총자산 구성비는 부동산자산 52%, 금융자산 36%인 것으로 조사됐다. 전통부자의 66.2%는 본인 스스로를 부자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신흥부자는 4명 중 1명 정도 수준인 26.4%만 스스로를 부자라고 생각했다. 아울러 신흥부자는 본인이 되고 싶은 부자의 미래상에서도 ‘자산을 성장시키는 부자(19.5%)’를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았다. ‘전통부자’가 가장 많이 선택한 미래상인 ‘자기계발에 노력하는 부자(24.6%)’의 모습과는 차이를 보였다. 김윤주 기자 joos2@edaily.co.kr

2022.12.04 09:08

2분 소요
쪼개고 신설하고…개미 떠나자 조직개편 사활

증권 일반

올해 2분기 주요 증권사들이 줄줄이 어닝 쇼크(기대 이하의 실적)를 기록하고 있다. 하락장이 길어지면서 증시 거래대금이 급감한 데다 금리 인상으로 업황마저 악화되고 있어서다. 일부 증권사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도 부동산 시장 침체로 사업도 어려워졌다. 이렇다 보니 증권주 주가도 바닥을 맴돌고 있다. 2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2분기 실적을 발표한 NH투자증권, KB증권, 신한금융투자, 하나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의 순이익은 1년 전보다 모두 역성장했다. 증권사들은 그간 코로나19 이후 이어진 증시 호황에 힘입어 사상 최대 행진을 이어왔지만, 올해 들어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 한화투자證, 2분기 93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 NH투자증권의 올해 2분기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은 1196억원으로 1년 전보다 반토막났다. KB증권(-54.6%), 신한금융투자(-45.3%), 하나증권(-85.91%) 등도 두 자릿수로 급감했다. 한화투자증권은 2분기에만 9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며 적자로 돌아섰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등도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된다. 실적 감소의 가장 큰 원인은 쪼그라든 거래대금 때문이다. 지난해 초 44조원이었던 코스피 일 거래대금은 올해 1분기 20조원으로 줄었고, 2분기엔 그 절반인 10조원대로 감소했다. 하락장에 지친 투자자 이탈이 거세지면서다. 2분기 코스피 지수는 지난 4월 1일 2739.85에 출발해 6월 30일 2332.64로 마감하며 407.21포인트(14.86%) 급락했다. 증시 하락세와 국내외 금리 인상기에 수수료 수입도 크게 줄었다. 지난해까지 최대 호황기를 누렸던 기업공개(IPO) 시장은 투자심리 악화로 상장을 포기하는 기업도 상당수다. 상반기 코스피에 상장한 기업은 LG에너지솔루션이 유일했다. 상반기 대어로 꼽혔던 현대엔지니어링, SK쉴더스 등이 수요예측 부진에 상장 철회에 나서면서다. 결국 IPO 수수료 수익도 뒷걸음질 쳤다. IPO 수수료는 증권사가 상장 주관·인수 업무 등을 통해 벌어들이는 수익이다. 일반적으로 기업의 공모금액에 일정 수수료율을 적용해 계산한다. 올 상반기 미래에셋증권의 IPO 수수료 수익은 65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229억원) 71% 줄었다.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2%, 24% 각각 줄었다.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업황에도 먹구름이 꼈다. 지난 2년 동안 저금리와 부동산 시장이 부흥기에 부동산 PF는 중형사들의 알짜 수익원이었다. 증권사들은 대출채권이나 어음에 대해 보증을 서는 대가로 수수료를 받는다. 부동산 PF는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삼아 유동화 증권에 증권사가 채무보증을 맡는 형태로 진행된다. 금리 인상 여파로 미분양 리스크가 커지면서 찬바람이 불고 있다. 박혜진 대신증권 연구원은 “증권업 지수는 지난해 5월을 기점으로 15개월째 하락 중”이라며 “2분기 실적이 저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NH투자증권, 증권사 최초로 세무전담 조직 꾸려 상황이 어려워지자 증권사들은 먹거리 찾기 위한 조직 개편에 나섰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달 매크로트레이딩본부, 투자금융본부, 종합금융본부 등 3개 운용본부를 하나의 그룹으로 묶어 통합했다. 그동안 자금 성격에 따라 각각의 본부로 독립적으로 운용되던 조직을 통합했다. 내년부터 3개 본부의 운용을 기획하는 투자전략 파트를 신설해 투자 전략과 인하우스 리서치, 유동성 관리, 백 오피스 업무 등을 수직 계열화한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투자도 하반기 인사를 통해 고액 자산가 공략을 위한 프리미어센터를 새로 만들었다. 빠르게 늘어나는 신흥 부유층 대상 영업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자산관리영업본부, 재경영업본부, 영남영업본부, 호남충청영업본부를 자산관리 1~4본부로 재편하고, IPS(Investment Product&Service) 내 자산관리서비스본부를 신설하는 등 WM 사업 강화에 집중했다. NH투자증권은 증권사 최초로 전문 세무전담 조직을 꾸렸다. 지난 5월 조직개편을 통해 WM사업부에 택스(TAX)센터를 신설했다. 세무사 등 세무 전담 인력을 배치해 고객 수요에 실시간으로 대응하고, 맞춤형 세무 컨설팅을 제공하겠다는 계획이다. 디지털 강화도 눈에 띈다. 하이투자증권은 기존 디지털혁신본부를 디지털전략실로 개편해 리테일 총괄 산하로 배치하고, 기존 디지털전략부는 디지털마케팅부로 개편했다. 신한금융투자도 디지털전략본부 내 블록체인부를 신설하고 신한금융그룹 내 디지털 자산 수탁사업을 비롯한 STO(증권형토큰발행), NFT(대체불가능토큰) 등 다양한 블록체인 기반 금융 신사업을 집중적으로 추진한다. 새로운 먹거리 찾기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개편으로 증권주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증권주는 상반기 내내 부진했던 업황 탓에 주가 수준(밸류에이션)이 낮은 상태다. 이에 전문가들은 증권주 투자 적기라는 의견도 있다. 전배승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2분기는 실망스러운 실적이 나왔지만, 앞으로 업황 악화 가능성은 제한적이고 증권업의 주가도 충분히 낮아져 있다”며 “증시 여건 개선과 함께 분위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해볼 만한 구간에 진입했다”고 말했다. 허지은 기자 hurji@edaily.co.kr

2022.08.03 14:42

3분 소요
강남 아파트 한 채도 비싼데…부동산 ‘큰손’ 백억대 투자도 우습다

부동산 일반

국내 최고 부동산 성지인 서울 강남권 아파트 평균 가격이 15억원을 돌파한 가운데, 이를 무색하게 하는 ‘큰손’들이 있다. 국내 ‘부동산 재벌’ 하면 떠오르는 연예인부터 일타강사, 유튜버 등의 신흥 큰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연예계 부동산 큰손으로 꼽히는 배우 전지현(본명 왕지현·41)이 서울 강서구 등촌동 상가 건물을 505억원에 매입했다. 9일 부동산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전지현은 개인 명의(왕지현)로 지난달 25일 등촌동 소재 상가 건물을 505억원에 매입했다. 전지현은 지난달 4일 매매 계약을 체결한 뒤 3주 만에 소유권 이전 등기를 마쳤다. 전지현이 매입한 건물은 애경그룹과 군인공제회가 합작해 만든 부동산개발업체 에이엠플러스자산개발이 지난 2019년 2월 지상 3층(연면적 5098㎡) 규모로 지어 지난해 3월 국민은행에 350억원을 받고 판 건물이다. 전지현이 이 건물을 매입한 당시 신한은행은 이 건물에 채권최고액 336억원의 근저당권을 설정했다. 신한은행의 근저당권 설정 비율이 대출금의 110%인 점에서, 전지현이 약 305억원 부동산담보대출을 받아 이 건물을 매입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해당 건물에는 LG베스트샵이 2019년 3월부터 2029년 3월까지 10년간 건물 전체로 임차 계약을 맺고 사용 중이다. 설정된 전세금은 6억원이다. 이를 미루어 짐작해 보면 전지현은 은행대출금과 전세금을 뺀 나머지 현금 약 194억원으로 이 건물을 산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월 임차료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지현은 서울에만 부동산 4채를 보유하고 있다. 주거지인 서울 강남구 아이파크 삼성아파트뿐 아니라 이번에 매입한 등촌동 상가, 서울 용산구 이촌동 상가, 서울 강남구 삼성동 상가 등 상업용 부동산도 보유 중이다. 전지현이 보유한 상업용 부동산 3채의 가치만 매입가 기준 888억원 수준에 달한다. 이중 삼성동 건물은 2017년 매입 당시 325억원 전액 현금으로 매입했다. 이밖에 2007년 약 86억원에 매입한 서울 강남구 논현동 상가를 지난해 9월 235억원에 팔면서, 시세 차익 149억원을 남긴 바 있다. 앞서 비·김태희 부부는 814억 원의 연예계 부동산‧땅 부자 스타 1위에 오른 데 이어, 시세차익으로도 1위에 오르기도 했다. 김태희는 2014년 강남역 도보 2~3분 거리에 위치한 역세권 일대 가치를 보고 생애 처음으로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했다. 2014년 132억원에 매입한 건물을 2021년 203억원에 매각하며 71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비는 2008년 청담동 건물을 168억 원에 매입했고, 2021년 495억원에 매각하며 327억원이나 되는 시세차익을 얻었다. 연예인들은 고액의 은행 대출을 이용해 건물을 매입한 후 되팔아 시세 차익을 얻는 방식을 이용하거나 개인이 아닌 법인 명의로 건물을 매입해 절세 혜택을 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연예인들의 법인 설립 투자에서 법인 주소를 서울이 아닌 지방에 둬 세금을 추가로 감면했다는 주장이 나오는 등 논란이 일기도 했다. 대표적인 부동산 큰 손으로 연예인이 아닌 신흥부자들도 있다. 메가스터디 1타강사로 유명한 현우진씨도 부동산 큰손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해 전국 1420만 공동주택(아파트·다세대·연립주택) 가운데 공시가격 1위를 차지한 서울 강남구 청담동 더펜트하우스청담(PH129)에 거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영 장동건 부부가 사는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곳은 지난해 기준 전용 407㎡ 공시가격이 163억원을 기록했다. 주목할 점은 현우진씨가 200억원으로 알려진 집값을 대출 없이 전액 현금으로 치렀다는 사실이다. 신흥 부자로 떠오른 유튜버가 부동산 큰손으로 등장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앞서 2019년에는 국내 유튜버 최고 광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6세 유튜버 ‘보람튜브’의 회사 ‘보람패밀리’가 청담동의 95억원대 빌딩을 매입해 주목을 받았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2.03.09 15:00

3분 소요
[유튜버 되면 돈 많이 벌까] 확률 낮은 ‘대박’ 꿈은 금물

IT 일반

상위 5%에 못 들면 푼돈 벌기도 쉽지 않아…리스크에 대한 사회적 인지 필요 구글이 가진 글로벌 영상 공유 플랫폼 ‘유튜브(YouTube)’에 손수 제작한 영상을 올려 다른 이용자들과 공유하는 일명 ‘유튜버(Youtuber)’의 세계가 주목받고 있다. 과거에는 취미로 영상을 올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부업으로, 심지어 본업으로 삼고 영상을 정기적으로 업로드하는 유튜버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인기 유튜버가 되면 웬만한 직장인보다 훨씬 많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얘기가 곳곳에서 회자되면서다. 정말일까. 전문가들은 유튜버의 무한한 가능성을 인정하면서도, 쉽게 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선 벗어나야 한다고 지적한다. 왜 그런지, 인기 유튜버들은 어떤 콘텐트로 성공했는지 짚어봤다. #1. ‘밴쯔’(본명 정만수·28)는 약 300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인기 유튜버다. 먹는 방송을 뜻하는 ‘먹방’이 그가 구독자들과 공유하는 콘텐트다. 떡볶이와 라면 같은 대중적인 국내 음식부터 해외 여행에서 접한 각종 이채로운 음식까지 다양한 음식을 카메라 앞에서 쉴 새 없이 먹는다. 그리고 입담을 과시한다.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에 따르면 그의 지난해 총수입 추산치는 약 7억원. 대표 고소득 집단으로 알려진 국내 프로야구리그에서도 감독 가운데 최고 연봉을 받은 트레이 힐만(55) 전 SK와이번스 감독과 같은 액수다. 밴쯔는 한 방송에서 “먹방을 더 잘하고자 하루에 12시간씩 운동하면서 몸 관리를 했다”면서 프로 의식을 강조했다. 그의 체지방률은 8%로 성인 남성 평균치(16%대)의 절반 수준이다.#2. 배우 신세경은 20대의 젊은 나이로 시트콤 , 드라마 , 영화 같은 히트작에 출연한 인기 연예인이다. 그는 지난 10월 “팬들과 일상을 공유하고 싶다”며 유튜브에 자신의 채널을 만들고 첫 영상을 올려 관심을 모았다. 반려견과의 나들이 등 일상을 공개한 영상들이 올라오면서 채널 개설 두 달 만에 약 38만 명의 구독자가 모여들었다. 개그먼 김대범, 개그우먼 강유미, 가수 홍진영 등의 연예인들도 유튜버가 부업이다. 아이돌그룹 출신인 ‘지오(본명 정병희)’는 인터넷 방송 진행자인 BJ를 아예 새 본업으로 택했다. “BJ가 된 지 10일 만에 3000만원이 넘는 수입을 올렸다”고 깜짝 고백한 그는 연인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운영 중이다.과거였다면 TV 화면을 통해서나 팬들과 만났을 인기 연예인들까지 유튜버의 세계에 뛰어들고 있다. 해외에 이어 국내에서도 급성장한 유튜버의 세계, 그리고 이들 유튜버가 양산한 콘텐트를 등에 업고 한층 위력적인 플랫폼이 된 유튜브의 현재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과거보다 거의 모든 프로그램 시청률이 급락했으며 출연 기회도 한정적인 TV가 ‘지는 해’라면, 창작 제한이 덜하되 창작자에게 짭짤한 부수입까지 안겨주는 유튜브는 ‘뜨는 해’다. 국내에서 유튜브는 얼마나 인기를 모으고 있을까. 시장조사 업체 와이즈앱에 따르면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앱)의 국내 월간 순이용자(MAU)는 지난 8월 기준 3093만 명에 달했다. ━ 인기 연예인까지 가세한 유튜버의 세계 같은 달 국내 이용자의 유튜브 앱 이용 시간은 총 333억분으로 전년 동기 대비 42%나 증가했다. 이용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10대(112억분)와 20대(65억분)가 여전히 많이 본 가운데 50대(64억분)의 이용 시간이 급증하면서 30대(50억분)와 40대(42억분)를 추월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다른 시장조사 업체 닐슨코리안클릭에 따르면 7월 기준 국내 이용자의 월간 영상 플랫폼 체류 시간은 유튜브가 약 251억분으로 ‘옥수수’(SK브로드밴드, 9억5624만분) ‘아프리카TV(7억4132만분)’ ‘U+비디오포털(LG유플러스, 5억3351만분)’ ‘네이버TV(4억5809만분)’ ‘넷플릭스(1억1323만분)’ 등을 멀찌감치 따돌렸다.왜 이처럼 노소를 불문하고 유튜브로 유독 이용자가 모여들고 있을까. 이동귀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누구나 영상 콘텐트를 만들어 올릴 수 있을 만큼 열린 플랫폼이라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검색하면 여느 플랫폼보다 방대한 정보가 노출된다는 점도 빼놓을 수 없다”고 분석했다. 예컨대 유튜브에선 누구든지 무료로 클릭 한 번에 세계 각국 이용자가 올린 글로벌 콘텐트를 접할 수 있다. 또 TV나 책으로 보던 기존의 대중적인 콘텐트와 달리, 개인화와 전문화로 무장한 유튜브 콘텐트들은 그만큼 더 깊이 있게 이용자들을 파고든다. 내게 어울리는 화장법이 궁금하면 뷰티 콘텐트를, 새로 생긴 음식점이 궁금하면 먹방 콘텐트를 찾아서 보면 되는 식이다. 네이버와 같은 포털 못잖은 정확도를 갖춘 검색 기능이 양질의 영상 정보를 찾아줌으로써 이런 욕구를 충족시킨다.이런 이유로 기업 등 전문 제작자의 영상을 주로 취급하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콘텐트가 국내용에만 한정된 경쟁 상대들보다 유튜브를 이용자가 친숙하게 여기고 접근한다는 것이다. 그 중심엔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플랫폼 안에서 자발적으로 수많은 콘텐트를 ‘공급’하고 있는 유튜버들이 있다. 구글코리아에 따르면 구독자가 10만 명 이상인 국내 유튜브 채널은 지난해 기준 1275개로 해마다 배로 증가(2015년 368개, 2016년 674개)하는 추세다. 인기 유튜버가 급증한 이유는 유튜브 측이 영상 광고 수익을 유튜버와 적극 나누면서 풍부한 콘텐트를 확보하는 일종의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개방형 혁신)’ 전략을 펼치고 있어서다. 원래 오픈 이노베이션은 기업이 연구·개발과 상용화 과정에서 대학이나 다른 기업·연구소 등 외부 전문가들의 기술과 지식을 활용, 효율성을 키우는 경영 전략을 의미한다. 여기서 외부 전문가의 범위를 요즘은 더 폭넓게 가져간다. 즉 요즘처럼 정보통신기술(ICT)과 이를 활용한 ‘공유경제’ 모델이 비약적으로 발전한 시대엔 일반 소비자라도 전문가만큼 기업 활동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보고, 기업이 이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한다는 얘기다. ━ ‘오픈 이노베이션’ 경영 전략의 힘 한때 파산 위기에 처했다가 오픈 이노베이션으로 기사회생했던 덴마크의 글로벌 완구 기업 레고(Lego)가 대표적 예다. 이 회사는 ‘레고 디지털 디자이너’라는 프로그램을 고안, 소비자가 이를 통해 직접 제품 개발과 개선에 참여하도록 허용했다. 일부 우수 결과물은 실제 제품으로도 출시했다. 그 결과 레고 마니아들이 결집하면서 감소세였던 수요가 반등하고, 새 수요 창출에도 성공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일반 이용자들에게 창작 자율권을 주고, 자연스레 아이디어를 흡수하면서 양과 질 모두 급속도로 강화를 거듭하는 콘텐트 공유 생태계를 만든 유튜브의 전략도 넓게 보면 오픈 이노베이션의 하나라는 분석이다.물론 그 이면에서 유튜브가 수익 공유라는 확실한 ‘당근’을 제시했기에 외부의 빠른 호응이 뒤따를 수 있었다. 앞서 유튜브는 2006년 구글에 인수되면서 구글의 광고 플랫폼인 ‘애드센스(Adsense)’를 도입하고 첫 광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2007년 수익을 유튜버들과 나누기 시작하면서 광고 수익의 분배 요구에 부응했다. 이때부터 많은 아마추어 제작자들이 돈을 벌 수 있을 것으로 보고 본격적으로 유튜버의 세계에 뛰어들었다. 유튜브는 오픈 이노베이션에 적극적인 모기업 구글의 기조를 그대로 따랐다. 결과는 지금 보는 것과 같다. 유튜브는 외부 기술과 아이디어에 대한 보상을 해주는 대가로 콘텐트와 이용자라는 성장동력을 계속 확보해나가고 있다.유튜브 수익은 구글 계정에 가입할 때 동시에 만들어지는 애드센스 계정을 통해 공유된다. 선택 화면에서 유튜버가 자신의 영상에 광고를 붙이겠다는 조항을 고르면 된다. 이후 영상을 제작해서 올리고, 최근 12개월 간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와 총 시청 시간과 같은 특정 조건을 충족하고 나면 유튜브 측이 영상에 짧은 분량의 광고를 삽입해 노출시킨다. 그 수익을 45(유튜브) 대 55(유튜버)의 비율로 나눠 가진다. 정산된 금액이 유튜버가 미리 계정에서 등록해둔 통장으로 특정 시기 월급처럼 지급되는 식이다. 광고 단가는 조회 수 하나당 약 1원으로 알려졌다. 조회 수 외에 구독자 수와 긍정적 피드백을 의미하는 ‘좋아요’ 숫자, 영상 길이 등도 단가 책정에 복합적으로 적용된다. 수 년 간 이렇게 유튜브와 광고 수익을 나누면서 고소득 달성에 성공한 유튜버가 급증했고, 입소문이 나면서 ‘나도 유튜버 한 번 돼볼까?’라며 새롭게 유튜버의 세계로 진입하는 경우도 급증했다. 유튜브가 미국 등 해외에 이어 국내에서까지 영상 플랫폼 시장을 장악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인기 유튜버들은 과연 얼마나 벌고 있을까. 방송통신전파진흥원이 지난해 기준 누적 조회 수로 집계한 추산치에 따르면(괄호 안은 콘텐트 분야) 1위는 ‘팜팜토이즈(키즈)’로 31억6000만원, 2위는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키즈)’로 19억3000만원의 고소득을 각각 올린 것으로 추정된다. ‘도티(게임, 15억9000만원)’ ‘허팝(과학실험, 12억3000만)’ ‘대도서관(게임, 9억3000만)’ ‘악어(게임, 7억6000만원)’ 그리고 밴쯔 등이 뒤를 잇는다. 각각 부수입은 빠진 액수다. 이들 중 다수는 기업화가 됐다. 상위 0.1% 유튜버가 되면 이처럼 웬만한 기업 최고경영자(CEO) 못잖은 연간 수입을 올릴 수 있다.비슷한 경우 해외에서라면 한층 더 고소득이다. 가히 ‘신흥부자’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다. 미국 경제매체 포브스에 따르면 업계 1위 대니얼 미들턴(게임)은 지난해 1650만 달러의 소득을 달성한 것으로 파악된다. 약 187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다. 그의 영상을 찾는 구독자만 전 세계에 2000만 명이 넘는다. 에번 퐁(게임), 듀드 퍼펙트(스포테인먼트), 로건 폴(일상), 마크 피시바흐(게임), 펠릭스 셀버그(게임), 제이크 폴(코미디), 스모시(코미디)도 같은 기간 1100만~1550만 달러의 수입을 올렸다. 성공한 유튜버는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다. 영상만 재밌으면 돼서다. 이제 갓 일곱 살인 해외 어린이 유튜버 라이언(키즈)은 또래나 학부모들에게 장난감 리뷰를 제공하면서 지난해 1100만 달러를 벌었다. 국내에도 어릴 때부터 유튜버가 돼서 초등학생임에도 구독자 30만 명 이상을 확보한 경우가 적잖다. ━ 해외 최상위 유튜버는 100억원대 연소득 이러다 보니 국내외와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유튜버를 꿈꾸는 이용자가 급증했다.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엔 “현재 초등학생이고 유튜버가 되고 싶은데 뭐부터 준비하면 되느냐” “직장 동료가 유튜브로 ‘대박’이 나서 퇴사했다는데…” 등의 질문 글이 홍수를 이룬다. 요즘 초등학생의 장래희망 1순위, 직장인이 꿈꾸는 제2의 진로 1순위라는 얘기까지 나온다. 정말 유튜버가 되면 돈을 잘 벌 수 있을까. ICT 전문가들은 ‘평균의 함정’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실적 좋은 극소수가 유튜브의 공유 수익을 사실상 독식하는 구조에선 이들이 상상을 초월한 고소득을 올리면서 다수 유튜버가 대체로 돈을 적잖이 버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월 100만원을 벌기는커녕 영상 제작에 투입한 시간과 비용만큼의 본전도 못 뽑는 경우가 허다하다.일단 유튜브 채널을 만들어 어렵사리 구독자 수백 명을 모았어도 당장은 1원 한 푼 벌지 못한다. 유튜브가 요구하는 애드센스 설정 승인 조건에 부합해야만 광고가 붙어서다. ICT 업계에 따르면 이 승인의 최소 조건은 ‘누적 구독자 1000명 이상, 4000시간의 누적 시청 시간’이다. 여기까지 몇 달이 걸리든, 몇 년이 걸리든 그전까지는 광고가 안 붙는다는 얘기다. 문제는 이처럼 언제 조건이 충족될지 모르는 상태에서 노동력과 시간을 계속 투입해야 한다는 데 있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8월 게임 방송을 하는 유튜버가 된 김장엽(27·가명)씨는 이런 문제로 몇 달 새 고민이 깊다. 현재 그가 확보한 구독자는 570여 명. 채널 개설 초반에는 인맥을 동원하고 ‘초심자의 행운’까지 따라 순식간에 300여 명이 모였다. 이때만 해도 성공이 눈앞에 있는 듯했지만 최근 한 달간 신규 구독자가 50여 명에 그치는 등 정체 상태다. 당연히 수입도 아직 없다.김씨는 “신작이 출시될 때마다 게이머들이 움직이면서 트렌드가 미묘하게 바뀌고, 그걸 커버하려면 더 많은 시간을 다양한 게임 분석과 영상 제작에 할애해야 하는데 취업 준비까지 하다 보니 쉽지 않다”며 “유튜버 생활을 접을까 진지하게 고민했지만 지금껏 공들인 게 아까워 그러기도 어려울 듯싶다”고 토로했다. 영상 제작을 위해 PC와 카메라 등의 장비를 나름대로 고가인 제품으로 바꾸느라 줄어든 통장 잔고가 쉽게 그만 둘 결심을 못하게 한다. 다른 인기 유튜버들의 게임 분석 영상을 틈틈이 보며 내 채널과 달리 왜 많은 구독자가 모이는지 고민도 해보지만, 단기간에 나만의 경쟁력을 발굴해서 보여주기는 쉽지 않다. 김씨는 “차라리 그 시간에 알바(아르바이트)를 했으면 생활비는 벌었을 것”이라며 씁쓸히 웃었다. 김씨처럼 ‘희망고문’을 받으면서 어렵게 유튜버 생활을 하는 경우가 성공해서 목돈을 버는 경우보다 훨씬 많다.고생해서 구독자 1000명 이상, 4000시간의 시청 시간을 확보했더라도 상황은 녹록하지 않다. 유튜브 정책상 ‘구독자=수익’ 공식이 성립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10만 명이 아니라 100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한 채널이더라도 후속 영상을 올리지 않으면 수익은 공유되지 않는다. 매주 꾸준히 영상을 올려 조회 수를 착실히 쌓아나가야만 한다. 이 정도 헤비 유튜버가 되려면 직장이나 학교 등에서의 생활은 포기하고 전업(轉業)으로 나서는 수밖에 없다. 그래야 유튜브 하나로 최소 기존 월수입 정도만큼의 돈이라도 버는 걸 기대할 수 있다. 직장과 학교 다녔을 때 못잖게 성과에 대한 압박감도 계속해서 생겨난다. ‘좋아요’ 반응을 많이 얻어 유튜브가 시시각각 소개하는 ‘인기 급상승’ 영상에 내 영상이 노출돼야만 광고 수익도 그만큼 불어난다. 이용자들은 생각보다 냉정해서 구독하더라도 콘텐트 만족도가 떨어지면 금세 다른 채널로 옮겨간다. 그만큼 많은 공급이 매일같이 이뤄지는 ‘레드오션’이 됐다. ━ 최소 조건 충족해야 광고 수익 공유돼 물론 알려진 대로 상위 5% 이내 유튜버만 돼도, 대도서관이나 밴쯔 같은 톱10이 아니더라도 꽤 많은 돈을 번다. 구독자가 약 39만 명인 인기 유튜버 ‘생물인 정브르(동물)’는 개인 사육장을 갖추고 두꺼비와 도마뱀 같은, 시청자가 일상에서 보기 힘든 희귀한 동물을 기르면서 영상으로 찍어 보여준다. 그는 자신의 방송에서 ‘누적 시청 시간 3175만 분, 누적 조회 수 1065만’ 등의 데이터를 보여주면서 “월수입 최고치로 약 1만8700달러를 찍어본 적이 있다”고 공개했다. 약 2115만원에 달하는 고액이다. 12개월을 곱하면 연간 2억5000만원대 소득을 달성했다는 계산이 나온다. 다만 그는 “이보다 높은 월수입을 올려본 적은 없다”고 덧붙였다.따라서 실제로는 연간 수입이 1억원대일 가능성이 크다. 무직의 10~20대가 보기엔 고소득이지만, 연간 수천만원을 버는 직장인이라면 회사를 포기하면서까지 도전하기엔 망설여지는 액수라고 볼 수도 있다. 더구나 사육장 유지 등엔 많은 돈이 든다. ‘홍대(서울 홍익대)에서 하루 만에 100만원 쓰는 데이트하기’ 같은 기상천외한 실험 영상으로 인기를 모으면서 구독자가 약 181만 명인 또 다른 유튜버 ‘공대생 변승주(일상)’도 유튜브 수익이 얼마나 되느냐는 구독자의 질문에 “한 달에 1000만원 들어올 때가 있지만 세금 200만원, 촬영비 150만원, 직원 월급 250만원 등이 빠지는 걸 고려하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50만원 안팎”이라고 했다.무엇보다 애드센스로 나눠 갖는 수익 자체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유튜버들은 입을 모은다. 영상 안에 자사 제품을 넣어 홍보해주기를 원하는 기업의 협찬 등, 즉 부수입이 중요하다는 얘기다. 공대생 변승주는 “유튜브로는 크게 돈이 모이지 않는다”며 “두세 달에 한 번 들어오는 기업 광고(협찬)로 적금하고 대학등록금을 모은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이런 부수입 자체가 구독 수익보다도 한층 불규칙하게 발생하며, 꼭 협찬이 들어오리라는 보장도 없다는 사실이다. 약 3만 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로버(게임)’도 방송에서 이런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특히 그는 조회 수 하나당 1원으로 알려진 광고 단가 역시 현실과 다소 다르다고 지적했다. “조회 수 하나당 1원이 되는지 보려면 영상 길이와 영상 내 광고 개수까지 따져야 하는데 유튜브 영상의 경우 10분 미만 길이엔 광고가 하나 밖에 안 붙습니다. 10분 이상이어야만 여러 광고가 들어가죠. 즉, 조회 수 하나당 1원이 되려면 10분짜리 영상에 광고 3~5개는 들어가야 한다는 얘기입니다. 이를 고려하면 일반적으로는 조회 수 하나당 0.5원이라고 봐야 더 정확합니다. 유튜버가 조회 수로 목돈을 번다는 건 극히 일부의 경우를 제외하면 잘못된 정보입니다.” 그는 “10분 이상 길이의 영상을 재밌게 만들고, 잘 볼 수 있게 만들기는 매우 어렵다”며 “5분짜리 영상을 만드는 데만 최소 2~3시간의 편집 시간이 소요된다”고도 했다. 결국 계산대로라면 20만 조회 수의 10분짜리 유튜브 영상으로는 약 50만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을 뿐이다. 여기서 세금으로 빠질 금액도 고려해야 한다.이 밖에 유튜버들이 신경 써야 할 부분은 한둘이 아니다. 저작권 문제가 대표적이다. 저작권이 있는 음원인데 이를 모르고, 또는 무심코 영상에 포함시켜 유튜브에 올렸다가는 곤욕을 치를 수 있다. 저작권 위반 신고가 들어오면 유튜브 측은 해당 콘텐트를 차단한 다음 이를 올린 유튜버에게 경고를 하고, 경고가 3회 이상 누적되면 더 이상 영상을 올릴 수 없도록 계정을 차단한다. 신고가 들어오지 않았더라도 차후 수익 배분 심사 과정에서 저작권을 위반한 사실이 적발되면 수익을 공유 받지 못한다. 애써서 만든 영상에 저작권 문제가 있진 않은지 늘 주의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가 하면 유튜브 측이 해가 갈수록 심사 기준을 강화해서 더 까다롭게 수익 배분에 나설 것이라는 얘기도 있다. 유튜브 정책에 변화가 있진 않은지 수시로 체크해야 한다. 불규칙한 수입에 따른 스트레스 관리와 구독자가 많아질수록 커지는, 철저한 자기관리 필요성도 늘 염두에 둬야 한다. ━ 저작권 위반 여부, 유튜브 정책 변화 점검해야 유튜버로 성공하려면 이처럼 알려진 것보다 훨씬 승률이 낮은 승부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그래도 관심이 있다면 처음엔 취미 삼아 소소하게 도전해보는 편이 낫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유튜버가 되기 위해 무작정 회사나 학교부터 그만두는 일은 절대 금물이라는 얘기다. 특히 초등학생들까지 유튜버를 선망의 대상으로 삼는 등, 사회적으로 기존 경제활동 대신 영상 제작에 ‘올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데 대해 우려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개인의 선택이므로 (유튜버 도전을) 누구도 막을 권리는 없겠지만, 리스크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분야라는 사실만은 분명히 인식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다만 산업적인 측면에선 유튜브는 여전히 기회의 땅이자, 전망 밝은 플랫폼이다. 신동희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유튜브의 인기는 콘텐트 패러다임의 전환을 의미하기에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며 유튜브의 미래를 낙관했다.

2018.12.08 17:04

12분 소요
[한국 50대 부자] 한국 부자들, 10년 새 해외투자 600% 증가

산업 일반

산업 지형의 변화에 따라 대한민국 부의 이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새로운 부자 코드의 핵심’은 자본시장의 패러다임 변화와 흐름을 읽어내는 데 있었다. 대한민국 부의 이동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2016년 50대 부자들의 평균 재산은 2조원이 넘는다. 이는 2006년 평균 재산의 4배 가까운 액수다. 최고 부자의 재산도 10년 새 크게 늘었다. 2006년 1위를 차지했던 이건희 회장의 재산은 2조7309억원이었다. 2016년에도 1위를 차지한 그의 재산은 14조4418억원에 이른다. 이 회장은 2008년 정몽준 현대중공업 최대 주주에게 1위 자리를 내준 것을 제외하고는 10년 동안 줄곧 1위를 지켰다.50대 부자 커트라인은 2006년 2547억 원에서 2016년 7794억원으로 3배 이상 높아졌다. 2016년 부자 50위는 조현준 효성 사장이다. 지난해 50대 부자 리스트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그의 재산은 2006년을 기준으로 보면 10위에 해당한다. 부자들의 구성도 크게 달라졌다. 철강·화학·건설 등 전통 산업의 부자들의 부침이 심했다.눈에 띄는 것은 IT·제약 분야 신흥부자들이다. 이들 대부분은 자수성가형이다. 이들의 성공 신화는 기술 개발과 차별화한 콘텐트를 무기로 자본을 끌어당기며 이뤄졌다. 2016년 조사 결과 자수성가 부자는 19명이다. 김정주 NXC 대표,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 김범수 다음카카오이사회 의장, 이상혁 옐로 모바일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 등이다. 특히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는 재산 순위 4위에 오르며 전통적인 제조업 그룹 오너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이들 신흥부자들은 기존 대기업의 영향력이 비교적 적은 인터넷과 게임·바이오 등에서 부를 일궜다. 콘텐트 개발과 함께 자본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짚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포브스아시아 편집장 팀 퍼거슨은 “스마트하고 창의적인 생산 문화가 주식시장의 지원을 받은 결과”라고 말했다. 중견게임업체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대표가 짧은 시간에 부자가 된 것도 중국에서 ‘크로스파이어’ 대박 게임을 터뜨린 결과였다. ━ 국내에서 외국으로 눈을 돌리는 부자들 영국의 글로벌 컨설팅 업체인 나이트 프랭크(Knight Frank)의 부 보고서(Wealth Report) 2016을 작성한 타이무르 칸(Taimur Khan) 수석 애널리스트는 “2015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국가 간 고액 자산가들의 자본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며 “국내에서 외국으로 눈을 돌린 한국 부자들이 늘었다”고 말했다. 한국 부자들의 경우 해외투자는 2005년 390억 달러에서 2015년 2719억 달러로 10년 사이 약 600% 늘었다.같은 기간 한국으로 유입된 외국인 투자 자금은 지난 2005년 1050억 달러에서 2015년 1810억 달러로 10년 사이 72%가 증가했다. 2006년 포브스아시아는 “태평양의 문제점은 매출의 90%가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해외시장에는 비교적 덜 알려졌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2016년 현재 서경배 회장은 해외시장을 공략한 덕분에 부자순위 2위에 오를 수 있었다.부자 지도 변화는 50대 부자 리스트를 보면 확연히 나타난다. 2006년 50대 부자 중 3분의 1 이상이 2016년에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50위권 내에서는 박문덕 하이트맥주 회장, 최진민 귀뚜라미 회장, 윤석금 웅진그룹 회장, 강영중 대교그룹 회장, 문규영 아주산업 부회장, 정몽규 현대산업개발 회장, 김상헌 동서그룹 회장,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등의 이름이 사라졌다. 50위권에서는 21명이 빠졌다. 그 자리엔 신흥부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한마디로 전통 재벌의 아성에 신흥부자들이 도전장을 던지는 형국이다.그렇지만 아직도 우리나라는 상속형 부자가 많은 편이다. 세계적으로는 자수성가형 부자가 상속형 부자보다 약 7대 3의 비율로 많다. 오너 일가로서 재산을 물려받거나 경영권을 넘겨받아 사업을 키운 경우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그룹 계열분리를 통해 2·3세가 경영하는 기업을 늘렸고, 시장점유율 확대로 자산 가치를 키웠다.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PIIE)에 따르면 한국의 억만장자 가운데 상속으로 부를 일군 사람이 74%로 세계에서 5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1996∼2015년 20년간 포브스 억만장자 명단을 분석한 결과다. 자산 10억 달러(약 1조 2000억원) 이상 부자 가운데 상속자의 비율은 한국이 2014년 기준 74.1%였다. 이는 세계 평균(30.4%)의 2배를 훌쩍 웃도는 수치다. ‘세습 부자’가 많은 나라는 한국 외에 쿠웨이트·핀란드(각 100%), 덴마크(83.3%), 아랍에미리트(75%) 등 4개국뿐이었다. PIIE는 “한국에서 세습 부자가 대부분이고 창업 부자가 적은 것은 재벌 중심 경제구조와 자본시장 미성숙, 안정적 직장을 선호하는 분위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임채연 기자

2016.05.26 09:54

3분 소요
[한국 50대 부자] 포브스 선정 ‘한국의 50대 부자’

산업 일반

포브스가 한국의 부자 50인을 선정했다. 부동산, 금융 자산은 제외하고 주식가치만 평가해 순위를 매겼다. 때문에 ‘한국의 주식부자 50인’이 옳은 표현이란 지적도 나온다. 주식만큼 부의 증감을 빠르게 보여주는 기준도 없다는 점에서 ‘부의 흐름’을 파악하기엔 제격이란 평가다. 포브스가 2016년 ‘한국의 50대 부자’ 리스트를 발표했다. IT, 바이오 관련 부자가 강세를 보였고 제조업을 기반한 부자는 약세를 보였다. 자수성가형 부자가 전통 부자를 밀어내는 현상도 지난해에 이어 계속됐다.올해 한국의 50대 부자의 재산 총액은 1056억 달러로 지난해 1148억 9430만 달러보다 92억9430만 달러(8%)줄었다. 코스피가 6%하락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1위는 지난해에 이어 이건희 회장(126억 달러)이 차지했다. 재산이 늘어난 인물은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 김정주 NXC 회장을 포함해 9명 뿐이다.자수성가형 부자는 38%로 2006년(18%) 대비 2배 늘었다. 2016년 순위에 새롭게 오른 인물 7명 중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을 제외하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 김재철 동원그룹 회장,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 등 6명 모두 자수성가형 부자다.가장 젊은 부자는 김범석(39) 대표, 최고령은 김재철(81) 회장이다.지난해는 권혁빈 회장이 IT업계의 신흥 부자로 주목 받았다.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76)은 바이오 제약업계의 신흥부자로 떠올랐다. 지난해 한미약품은 사노피, 얀센, 베링거 인겔하임 등 세계적인 제약사와 총 7조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한미약품의 지주회사인 한미 사이언스의 주가가 226% 오르면서 임 회장은 단번에 7위로 뛰어올랐다.한미약품의 대박 행진은 또 다른 부자를 낳았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31위)이다. 한미사이언스 주식 12.1%를 소유한 신 회장(66)도 올해 50대 부자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포브스는 “임 회장과 신 회장은 경기도 김포에서 같은 고교를 다닌 선후배 사이”라고 전했다.포브스는 한국에서도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의 비상장 기업) 기업의 가치를 높이 평가했다. IT 기술과 혁신적 경영으로 무장한 유니콘 기업들의 도약으로 신흥 부자가 여럿 생겼다는 설명이다. 대표 주자가 이상혁 옐로모바일 대표, 김범석 쿠팡 대표,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대표 등이다.올해 처음 순위에 든 이상혁 대표(44)는 모바일 벤처 연합 옐로모바일의 지분 26%를 보유하고 있다. 옐로모바일은 2012년 8월 설립된 이후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80곳 이상을 지속적으로 인수합병(M&A)하며 빠르게 성장했다. 2014년 11월 실리콘밸리의 투자캐피털인 포메이션8로부터 1억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포브스가 추산한 옐로모바일의 기업가치는 약 40억 달러다.포브스는 전자상거래 업체인 쿠팡의 김범석 대표(38)를 “야구경기로 치면 이제 1회 초를 끝낸 유통업계의 에이스”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소비자가 물건을 주문하면 24시간 안에 배송하는 ‘로켓배송’과 ‘쿠팡맨’ 시스템으로 업계에 혁신을 불러일으켰다. 김 대표는 회사 설립 6년 만에 쿠팡을 5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기업으로 성장시켰다.지난해 50대 부자 7위에 오른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회장(42)은 올해 4위로 상승했다. 스마일게이트는 온라인 게임회사로 중국의 텐센트와 손잡고 ‘크로스파이어’ 같은 온라인 게임을 중국에서 서비스하고 있다.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은 아버지인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주식을 물려받아 아버지 대신 50인 리스트에 새로 이름을 올렸다. 이해욱 부회장은 지난 3월 그의 전직 운전기사들이 그의 폭언과 폭행에 대해 구체적인 증언을 내놓으며 대중의 비난을 받았다. 교체된 수행기사만 지난해 40여 명에 이른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이해욱 부회장은 이에 “잘못된 행동이 누군가에게 지울 수 없는 상처를 남기게 됐다”라며 공식 사과하기도 했다. ━ 임성기 회장 등 7명 신흥부자로 지난해에 이어 전통적인 부자들의 하락은 계속됐다. 특히 삼성, 현대가는 전원 재산이 감소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은 2014년 2위, 2015년 4위에 이어 올해는 5위를 차지했다. 재산도 12억6480만 달러 감소했다. 정 회장의 아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도 13억1540만 달러 감소해 지난해 5위에서 올해 9위로 떨어졌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50인 중 가장 많은 22억4740만 달러의 재산이 감소했다.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의 재산 감소액을 합하면 33억590만 달러다.올해 조사에서 순위가 하락한 부자들은 지난해 두 배에 가까운 34명이다. 이중근 부영 회장(12위)이 9위에서 밀려났고 김범수 다음카카오 이사회 의장(16위),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19위),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27위) 등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있던 상위권에서 밀려났다. 지난해에 비해 하락세가 큰 부자는 11계단이나 하락한 구본식 희성전자 부회장(44위)과 정몽진 KCC 회장(45위)이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37위)과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38위)도 9계단 순위가 하락했다. 반면 장평순 교원그룹 회장(22위) 무려 10단계 상승했다. 대부분의 부자들이 재산이 줄었지만 장 회장은 3억5870만 달러 늘어 손쉽게 순위가 올라갔다.재산이 가장 늘어난 부자는 김정주 NXC 회장이다. 올해 김 회장의 재산은 41억 달러로 지난해보다 재산이 11억7590만 달러 증가했다. 김 회장은 국내 최대 온라인 게임업체 넥슨의 창업주지만 현재 경영엔 관여하지 않는다. 대신 뉴욕에 머무르며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최근엔 임파서블 푸즈(햄버거에 식물 원료를 활용한 고기 패티)와 비욘드미트(식물에서 추출한 단백질로 닭고기를 만들어 판매) 등 식품 벤처기업에 투자했다. 지난해 넥슨재팬의 연례 주주총회 자료에 따르면 김정주 대표가 보유한 넥슨의 지분은 62.89%다.여성 부자들은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13위→18위), 이서현 제일모직 사장(14위→19위), 이화경 오리온그룹 부회장(16위→25위),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20위→27위), 최기원 SK행복나눔재단 이사장(30위→33위)이고 모두 지난해보다 순위가 하락했다. 이들의 총 재산은 63억 달러로 50대 부자 총재산의 5.9%를 차지했다.1조 클럽 멤버는 지난해 39명에서 올해 34명으로 줄었다. 50대 부자 커트라인은 6억8000만 달러로 지난해보다 4010만 달러 내려갔다.- 유부혁 기자·임채연 기자

2016.05.26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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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패션의 DNA ‘빈티지 쿠튀르’

산업 일반

“구조적인 미가 돋보이는 독특한 의상이다.” 영국의 패션 전문가 윌리엄 뱅크스-블레이니는 빈티지 쿠튀르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이 의상들은 소비자가 특정 디자이너의 최신 컬렉션에 얽매이지 않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구매할 수 있도록 자유를 선사한다.”뱅크스-블레이니는 런던 메릴본에서 예약제 부티크 윌리엄 빈티지를 운영한다. 그는 아름다운 빈티지 드레스들이 ‘낡고 추레하다’는 인식을 벗고 명품을 뛰어넘는 새롭고 고급스런 이미지로 거듭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뱅크스-블레이니의 책 ‘25벌의 드레스: 20세기 패션의 상징적인 순간들(25 Dresses: Iconic Moments in 20th-Century Fashion)’에는 그의 부티크를 거쳐간 최고의 의상들이 실렸다. 1924년에 제작된 샤넬의 ‘리본 드레스’와 연분홍색 뒤셰스 수자직(새틴)으로 만든 티에리 머글러의 1999년작 무도회 드레스를 비롯해 모두 기막히게 아름다운 작품들이다.부제가 역사 서적 같은 느낌을 주지만 이 책은 누가 어떤 옷을 디자인했고 그 옷들이 누구에게 영향을 미쳤는지 흥미로운 정보로 가득하다. 책에 실린 드레스 대다수가 놀라울 정도로 현대적이다. 지금은 거의 잊혀진 디자이너 장 데세의 어깨끈 없는 주홍색 시폰 드레스가 대표적이다. 1953년 제작된 오트 쿠튀르 드레스지만 주름을 잡은 몸통 부분과 무릎까지 내려오는 주름 스커트는 요즘 입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다.“10년 전만 해도 빈티지 의류는 보헤미안적인 이미지로 받아들여졌다”고 뱅크스-블레이니는 말했다. “당시엔 빈티지 의상을 입는 것이 특이했지만 요즘 여성들은 옷장에 환상적인 빈티지 드레스 한 벌쯤은 갖춰놓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빈티지 패션은 소수만 즐기는 아이템에서 주류로 올라섰다. 나는 책에서 빈티지 의류가 현대 패션의 생명선이자 DNA라는 사실을 보여주고 싶었다.”빈티지 의류에 대한 반응은 나라마다 다르다. 온라인 부티크 러블리스 빈티지로 유럽 곳곳의 고객을 상대하는 리네트 펙은 이렇게 말했다. “프랑스에서는 빈티지 의상의 인기가 매우 높지만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이 주류를 이루고 지역이 파리에 국한돼 있다. 프랑스 고객은 샤넬, 디오르, 에르메스 등을 주로 구매한다.” 스칸디나비아 반도의 고객은 보헤미안 스타일이나 1970년대 히피 스타일을 선호하며 스페인이나 이탈리아에는 제품을 팔아본 적이 없다고 그녀는 덧붙였다.그렇다면 독일은 어떨까? “독일은 하나로 뭉뚱그려 말할 수 없다”고 보그 독일판의 편집위원 에스마 딜이 말했다. “서독과 동독으로 분단됐던 역사가 패션에 반영됐다. 생활방식으로 볼 때 베를린은 독일의 다른 대도시보다 미국 LA와 공통점이 더 많다. 베를린 사람들은 색다른 브랜드와 빈티지 패션에 관심이 많다. 뮌헨, 슈튜트가르트, 프랑크푸르트 등 부유한 서부 도시들은 전통적인 분위기를 선호한다. 개성보다는 사회적 적합성과 품질을 중시한다.” 일반적으로 동유럽으로 갈수록 빈티지 의류를 바람직하게 여기지 않는 경향이 짙다. 어떤 디자이너의 옷이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상황이 급변하고 있다. “인구학적 변화가 일고 있다”고 뱅크스-블레이니가 말했다. “영국과 프랑스는 아름다운 패션의 역사가 길고 다른 지역보다 훨씬 오래 전에 빈티지 의상이 인기를 끌었다. 최근 일본과 중국은 개인 소득이 높아지면서 빈티지 오트 쿠튀르의 큰 시장이 됐다. 러시아의 신흥부자도 유럽의 여론주도층이 어떤 옷을 입는지 주목한다. 아랍 고객은 오트 쿠튀르 수준의 화려한 이브닝 드레스를 원한다. 그 가치를 인정해서가 아니라 특별한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빈티지 의류에 대한 상류층 고객의 관심을 가장 확실하게 보여주는 증거가 레드 카펫에 등장하는 회수의 증가다. 줄리아 로버츠가 2001년 아카데미 시상식에 발렌티노의 빈티지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을 때 사람들은 호기심에 찬 눈초리로 바라봤다. 하지만 이제 빈티지는 똑똑한 선택이다. 메리-케이트와 애슐리 올슨 자매는 최근 뉴욕 메트로폴리탄 의상연구소 갈라 행사에 빈티지 디오르 드레스를 입고 참석했다. “유명인사들은 빈티지가 ‘난 매력적일 뿐만 아니라 나만의 개성과 특색을 드러낼 줄 안다’고 말하는 좋은 방법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고 뱅크스-블레이니는 말했다.빈티지 의상의 유행에 따른 또 다른 추세는 중고품의 유통이다. 빈티지라고 할 만큼 오래되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고급 의상을 계속 사들이는 여성의 입장에서는 옷장을 비우기 위해 처분해야 할 아이템이다. 런던의 더 드레서 같은 상점이나 베스티에르 콜렉티브 같은 온라인 부티크들은 그런 중고 의상을 비교적 싼값에 사들여 판매한다. 구매자로서는 유명 디자이너 의류 진품을 싼값에 살 수 있으니 모두가 윈-윈이다.- 번역 정경희

2015.06.01 15:48

3분 소요
과시하는 명품은 이제 그만!

유통

━ STEALTH WEALTH: A SPOTTER’S GUIDE It’s a way of carrying on spending on fashion and accessories without advertising the fact.Flicking through the latest crop of glossy magazines, something looks different. In the luxury ads in the opening pages, there is, as always, a fine selection of handbags. Usually, these bags are in your face, jumping out of the page with their loud colours and ostentatious designs. But just now, they seem to be a whole lot quieter.The big brands’ flagship bags are positively muted. There’s Dior’s ladylike “Be Dior” bag, Chanel’s “11.12” shoulder bag, Celine’s large tote, all in plain black. And then there’s Mansur Gavriel, which doesn’t advertise and which you won’t have heard of unless you’re an avid follower of fashion. But the three-year-old New York firm’s first concise range of plain but luxurious bags sold out in weeks and they have been almost impossible to get hold of ever since.Most popular is Mansur Gavriel’s bucket bag. It’s a plain shape with an adjustable handle, its one identifying quirk the contrasting matte patent lining. You can’t buy them until the next consignment arrives in May; the last sold out in a matter of hours.What can have brought on this zealous new modesty? Handbags say a good deal about the women who tote them, and it looks as if this year’s message is: the less said, the better. Stealth wealth means luxury but with discretion. It’s a way of carrying on spending enormous amounts of money on fashion and accessories without advertising the fact, which is the stylish choice after years of economic downturn. It’s the bespoke suit, it’s the handmade shirt and shoes, and it’s pure class.“After the recession, it was not cool to be seen walking down the street with a bag shouting ‘Luxury!’,” says Fflur Roberts, head of luxury goods at Euromonitor International. When the luxury market began to democratise over a decade ago, the tendency was for new wealth to show off. Hence the waves of “It bags”, gaudy, showy expensive delights clunking with distinctive chains, buckles and logos. But ostentation has since become passé. Now the expense is sublimated as “quality”.“Apart from the few brands that are still trying to catch the attention of the last rich Russian clients with opulent golden details and rhinestones, the concept of luxury bag has changed a lot,” says Alessandro Masetti, an architect and fashion commentator based in Florence. “If you look at the latest bags you can see that the bigger the bags, the less decoration they have; these are not minaudières for the red carpets. They must be versatile, functional and practical.”Ah yes, practicality. You might think that anyone spending up to £5,000 on a handbag was beyond such considerations. Or, you might wonder, if the bag is designed not to attract attention, why not instead choose one of the hundreds of high-street imitations at a fraction of the price? But that is missing the point of stealth wealth, which is that others in the know will see it, and recognise it.“For the luxury buyer, if you can’t see the label, that’s even better,” says Roberts. “Those in the know will know what the bag is, and everyone else doesn’t matter.”So how do you spot them? It is, of course, intentionally difficult for the uninitiated. Stealth-wealth bags appear positively plain yet have that luxe knack of just looking expensive. They have a sculptural simplicity and a nice balance to their proportions.Most are capacious totes or bucket bags.Look for brand quirks; the closely-woven “intrecciato” leather strips that signal a Bottega Veneta; the elongated triangles of soft leather that, stitched together into a roomy, collapsible tote, make up Loewe’s new Puzzle bag. And sometimes they can’t quite resist a little decoration. Dior’s Be Dior comes with a metal charm of dangling letters that spell the brand name, and the clean lines of McQueen’s dove-grey Padlock Tote are broken by a little skull-shaped padlock. You could always remove these. That would be the stealthiest of all. ━ 과시하는 명품은 이제 그만! 경기침체 이후 요란한 디자인보다 단순하고 실용적인 제품 인기 끌어패션지 최신호를 뒤적이다 보니 예전과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잡지 앞쪽에 명품 핸드백 광고가 실린 건 여전하다. 하지만 화려한 색상과 톡톡 튀는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던 예전과 달리 분위기가 훨씬 더 차분해졌다.명품 핸드백 업체의 대표 상품이 확실히 점잖아졌다. 숙녀다운 분위기를 강조한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비 디오르(Be Dior)’ 백, 샤넬의 ’11.12’ 숄더백, 셀린느의 라지 토트백(tote, 대형 손가방)이 모두 그렇다.또 광고를 하지 않아 어지간한 패션 애호가가 아니라면 이름도 못 들어봤을 맨서 가브리엘도 이 대열에 합류했다. 창업한 지 3년된 뉴욕의 명품 업체로 평범하지만 고급스런 느낌의 첫 컬렉션이 수주일 만에 매진된 이후 줄곧 제품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가장 인기를 끈 제품은 맨서 가브리엘 버킷백(bucket bag, 주머니 형태의 가방)이다. 평범한 형태에 끈 조절이 가능하고 겉면과 대조적인 색상의 무광 에나멜 가죽 안감이 특징이다. 지난 신제품은 단 몇 시간 만에 매진됐고 이번 신상품은 5월 중에 출시한다.명품에 평범한 이미지를 도입한 이 새로운 경향은 어떻게 생겼을까? 핸드백은 착용자에 대해 많은 것을 말해준다. 하지만 올해의 메시지는 ‘더 적게 말하는 것이 더 좋다’인 듯하다. ‘스텔스 웰스(stealth wealth)’란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 은밀한 부(富)를 의미한다. 패션과 액세서리에 거액을 쓴 사실을 과시하지 않는 방식으로 수년 간의 경기침체 이후 유행하기 시작했다. 맞춤 양복과 수제 셔츠와 구두 등 다양한 고급 제품에서 이런 경향이 나타난다.“경기침체 이후에는 ‘명품’백을 들고 다니는 게 별로 멋진 일로 생각되지 않았다”고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 인터내셔널의 명품 부문 책임자 플러 로버츠가 말했다. 10년 전 명품 시장이 민주화되기 시작했을 때는 신흥부자가 부를 과시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래서 현란한 디자인에 각 브랜드 특유의 체인과 버클, 로고가 번쩍이는 값비싼 ‘잇 백(It bags)’이 유행했다. 하지만 그런 과시적인 경향은 이제 한물갔다. 요즘은 부자들의 선택 기준이 비싼 가격에서 좋은 ‘품질’로 승화됐다.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활동하는 건축가 겸 패션 평론가 알레산드로 마세티의 말을 들어보자. “요즘도 일부 명품 브랜드는 화려한 금 도금과 인조 다이아몬드 장식으로 러시아 신흥갑부의 눈길을 끌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들을 제외한 대다수 브랜드의 명품 백 개념이 확연히 달라졌다. 최근 출시된 백들을 보면 크기가 클수록 장식이 더 적은 걸 알 수 있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려는 장식용이 아니라 다용도의 기능적이고 실용적인 백이다.핸드백 하나에 5000파운드(약 820만원)나 쓰는 사람이 실용성을 따질까 하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또 어차피 사람들의 시선을 끌 목적으로 디자인된 백이 아니라면 그보다 훨씬 더 싼 가격의 모조품을 사도 된다는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스텔스 웰스’의 요점을 모르는 소리다. 그 밑바탕에는 ‘(명품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아본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명품 구매자에겐 상표가 보이지 않는 편이 오히려 더 좋다”고 로버츠는 말한다. “알 만한 사람들은 어느 브랜드인지 금세 알아보기 때문이다. 나머지 사람들은 알아보건 말건 상관 없다.”그렇다면 명품을 알아보는 요령은 뭘까? 물론 초심자는 알아보기 어렵다. ‘스텔스 웰스’ 백은 평범한 듯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비싸 보이고 고급스럽다. 단순미와 균형미가 돋보인다. 대다수가 큼직한 토트백이나 버킷백이다.각 브랜드의 특성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좁은 가죽 끈을 촘촘하게 엮어 만든 ‘인트레치아토(intrecciato)’ 기법은 보테가 베네타 특유의 스타일이다. 또 로에베에서 새로 나온 퍼즐백(Puzzle bag)은 부드러운 가죽으로 된 길쭉한 삼각형들을 이어 붙인 큼직한 토트백으로 납작하게 접을 수 있다. 일부 브랜드는 약간의 장식을 더했다. 디오르의 ‘비 디오르’ 백은 ‘DIOR’라는 글자가 새겨진 금속 장식이 달랑거린다. 알렉산더 매퀸의 비둘기색 패드록 토트백(Padlock Tote)은 매끈한 라인에 작은 해골 모양의 자물쇠로 포인트를 줬다. 이런 장식물들은 탈부착할 수 있어 명품 티를 내고 싶지 않을 때는 떼어내면 된다.- 번역 정경희

2015.05.18 15:11

7분 소요
돈 되는 ‘문화’에 투자한다

산업 일반

중국 요리 인양유(陰陽魚, yin-yang fish)는 제대로 됐을 경우 조리를 마치고 손님 상에 올린 뒤에도 한참 동안 눈알을 움직일 정도로 오래 살아 있다. 이 요리는 생선 대가리와 아가미를 젖은 수건으로 감싼 채 나머지 부분을 튀겨서 만든다. 잔인한 조리법 때문에 요리가 처음 개발된 대만을 비롯해 호주, 독일 등지에선 금지됐지만 중국 본토에서는 최고급 요리로 인정받는다. 그러나 뉴욕의 미술상 엘리 클라인은 상하이의 한 음식점에서 처음 이 요리를 대했을 때 그것이 하나의 시험이라고 생각했다. 그는 그 자리에서 자신의 미래가 결정되리라는 걸 알았다.당시 클라인은 중국의 유명 미술상 샤나 선과 뉴욕에 중국 미술을 전문으로 하는 갤러리를 설립하기 위해 논의 중이었으며 그 음식점에서의 만남은 매우 중요했다. 클라인은 선에게 신뢰감을 줘 자신과 손잡고 수백만 달러어치의 중국 미술품을 서양에 수출하도록 만들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침착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고통에 시달리는 물고기를 먹으면서 미소 지었다. 사실 그가 십대 때 홍콩에서 먹어 본 개고기보다는 훨씬 더 맛있었다. 현재 뉴욕 맨해튼의 갤러리와 베이징의 전시실을 운영하는 클라인은 애초에 구세계 미술상과 경쟁하기를 바라지 않았을 뿐 아니라 흥미조차 없었다. 그들은 한때 앤디 워홀(미국 팝아트의 거장)을 ‘앤디’라고 부르고 장-미셸 바스키아(미국 그래피티 아티스트)가 마약을 과다 복용해 쓰러질 때마다 구급차를 불렀던 사람들이다. 약 10년 전만 해도 중국 미술품은 골동품 경매장 한 구석에서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비인기 품목이었다. 하지만 그때 이미 클라인은 중국 현대미술의 잠재력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을 감지했다. 그리고 동서양을 아우르는 자신의 능력을 바탕으로 그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클라인의 생각은 적중했고 이제 그는 부자가 됐다. 클라인 선 갤러리는 지난 5년 동안 중국 미술시장의 부상에 힘입어 매출이 치솟았다.난 20년 전 맨해튼의 한 공립학교에서 클라인과 그의 쌍둥이 형제 데이비드를 만났다. 그들의 가족은 홍콩에서 1년 살다가 뉴욕으로 막 돌아온 참이었다. 클라인 형제는 나나 샌님 같은 내 친구들보다 훨씬 더 멋지고 터프하고 야망이 컸다. 그들은 로워 맨해튼을 마피아 단원처럼 휘젓고 다녔다. 거리낌없이 마리화나를 피웠고 사적인 대화를 할 때는 광둥어를 사용했다. 그들 형제는 우리에게 신처럼 보였다. 마치 비기 스몰스(1990년대에 유명했던 미국 래퍼)의 랩에서 튀어나온 사람들 같았다. 레게머리에 진바지를 엉덩이에 걸쳐 입었던 엘리 클라인은 아주 터프했다. “난 마리화나를 피우고 세상 물정에 아주 밝은 위협적인 인물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누구도 날 건드리지 못했다.”클라인의 아버지는 홍콩에서 법학 강의를 하게 돼 가족을 데리고 그곳에 갔다. 홍콩에 사는 외국인의 자녀들은 거의 다 영국 학교에 다녔지만 클라인의 아버지는 두 아들을 공립학교에 보냈다. 쌍둥이 형제가 홍콩에서 학교 다니는 동안 얻은 큰 교훈은 독립심이었다. 학교 구내식당에 갈 때면 유일한 서양인 학생이었던 클라인은 늘 괴롭힘을 당했다고 말했다. 싸움에서 늘 이기지는 못했지만 뒤로 물러선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했다.그건 클라인이 통과한 또 하나의 시험이었다. 그 대가로 그는 중국인 여자친구를 얻었는데 그 아버지가 삼합회(중국 마피아)의 일원이었고 오빠는 그의 절친이 됐다. 클라인은 여자친구 가족과 어울려 지낸 시간이 서양인이라면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중국인의 편견으로부터 자신을 해방시켜 줬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그는 중국인이 말하는 ‘하얀 악마(white devils)’라는 굴레에서 벗어났다. “중국에서 사업하려면 중국인이 돼야 한다”고 클라인이 설명했다. “난 격식을 갖추려고 통역사를 쓰기 때문에 언어는 문제가 안 된다. 문제는 사고방식이다. 미국에서 잔인하게 여겨지는 것이 중국에서는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 서양식 도덕관을 고집하면 불리하고 비위가 약하거나 까다롭게 굴면 끝장이다. 중국의 사업은 변덕스런 관료주의의 지배를 받으며 서양인이 이해할 수 없는 모호한 시간 관념에 따라 움직인다. 인내심과 뛰어난 수완, 인맥, 존경심 등의 기본기를 갖춰야 하며 무엇보다 언제 어떤 기술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구분할 줄 아는 능력이 요구된다. 그리고 절대 체면을 잃어서는 안 된다.”2012년 브라보 TV에서 방영된 리얼리티 프로그램 ‘갤러리 걸스(Gallery Girls)’는 뉴욕 소호에 있는 클라인의 갤러리를 배경으로 했다. 클라인은 거기서 여자 뒤꽁무니를 쫓아다니는 냉담한 남자의 이미지를 보여줬다. 체면을 잃는 가장 확실한 방법처럼 보일지 모른다. 클라인 정도의 위치에 오른 대다수 미술상이 그런 저질 오락물에 참여해 그동안 애써 관리해 온 이미지를 망치고 싶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클라인은 그런 행동이 자신이 거래하는 중국 미술가들을 즐겁게 하고 중남미와 옛 소련 국가의 고객에게 깊은 인상을 주리라는 걸 알았다.중국 현대미술에 대한 평단의 반응은 엇갈린다. 전통주의자들은 새로울 것 없는 일시적 유행이라고 보는 반면 진보주의자들은 혁명이라고 주장한다. 경매 업체 소더비는 후자 쪽을 지지한다. 러시아와 인도 등 신흥국 고객이 서양보다 중국 미술가를 더 좋아하고 그쪽에 돈을 투자한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일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 세계에서 작품이 가장 잘 팔리는 미술가 10명 중 절반이 중국인이다. 클라인은 그중 2명인 리홍보와 류볼린의 작품 판매를 대행한다. 최근에는 스티븐 윈, 스탠리 호 같은 노련한 수집가들도 아시아 미술에 거액을 투자하기 시작했다.서양 미술과 중국 현대미술 사이에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 유럽인은 여전히 고독한 천재에 열광하지만 불교 문화와 공산주의 사회에서 자란 중국 미술가들은 개성을 중시하는 전통을 부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또한 그들의 고객 대다수가 그런 성향을 건방지다고 여긴다. 중국 미술계에서는 단독 작업보다 공동 작업을 선호한다. 지난해 가을 클라인의 갤러리에서 78명이 3시간 동안 꼼짝 않고 서 있느라고 애쓴 것도 그래서인 듯하다. 그들은 가만히 선 채 류볼린 작품의 일부가 됐다. 류볼린은 자원봉사자들의 몸에 물감을 칠해 기발한 배경 이미지와 하나가 되도록 만들고 사진을 찍었다. 사람들을 그림 속에 숨김으로써 개인의 자아를 주변환경 속에 녹아들게 한다. 그는 이 과정을 적절한 ‘균형’의 회복이라고 설명했다.서양의 문화적 우선순위는 정반대다. 서양에서는 자연이나 사회와의 조화보다 개인의 영광을 찬양한다. 하지만 패션디자이너 장 폴 고티에와 안젤라 미소니, 억만장자 투자자 윌버 로스 등 유명인사들이 류볼린의 작품에서 화폐와 벽돌 벽 등의 배경과 하나가 됐다. 록 밴드 본 조비는 류볼린에게 앨범 커버의 디자인을 의뢰했다. 중국 현대미술은 요즘 미술계의 전형적인 스타일과는 다르다. 클라인 또한 평범한 미술상이 아니며(“내 마리화나 담배 마는 솜씨는 완벽하다”고 그는 말한다) 그의 고객들 역시 여느 고객과는 다르다. 고객 대다수가 신흥 경제의 신예 수집가다. 그중 미국인은 3분의 1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뉴욕이나 파리·베를린으로부터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거리가 먼 지역 출신이다. 그들은 서양에서 이상적으로 여겨지는 작품에 흥미를 보이지 않는다. 또 원하는 건 뭐든 척척 살 수 있을 정도의 재력을 지녔지만 작품을 구입할 때 가슴보다는 머리를 쓰는 사람들이다.“그들은 작품을 사는 게 아니라 투자하는 것”이라고 클라인은 설명했다. 그래서 그는 고객이 유전 하나와 맞먹을 만큼 비싼 유화를 계속 사들이도록 새로운 홍보 방식을 개발했다. 클라인은 중국 미술이 완벽한 투자 대상이라고 주장한다. “번영을 향해 치닫는 문화 전체에 투자하고 싶다고 치자. 예를 들면 중국에 말이다. 중국 인구는 10억 명이 넘는다. 지구상의 인간 5명 중 1명은 중국인이다. 중국에 돈을 투자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기존의 투자 경로 대다수가 막힌 상황에서는 문화로 눈을 돌리게 된다.”통화 투기가 전통적인 방식이지만 중국 중앙은행이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들었다. 중앙은행이 중국 상품의 수출 경쟁력을 세계 최고로 만들기 위해 위안화의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추기 때문이다. 하지만 중국의 미술 시장은 지구상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 중이다. 미국 시장이 여전히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중국이 빠른 속도로 그 뒤를 쫓고 있다. 이제 더는 부가 유럽의 백인에게 집중되지 않는다. 클라인은 모나코 고객의 전화도 받는다. 하지만 그의 고객 대다수는 새롭게 미술품 수집에 나선 신흥부자다.기성 미술계는 중국 미술 붐을 탐탁치 않게 여긴다. 포브스의 알렉산더 에레라는 중국 미술이 “마오저뚱과 문화혁명에만 초점을 맞춘 단조롭고 질 낮은 작품”이라는 비판을 많이 받는다고 말했다.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클라인에겐 별로 문제되지 않는다. 사업은 사업일 뿐이기 때문이다. 사업에 성공하려면 돈을 따라가야 한다. 장난기 많고 화려하며 접근하기 쉬운 중국 미술 작품은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의 집 벽에 걸어놓기에 안성맞춤이다. 또 브라질의 콩 재벌들은 추상표현주의를 좋아하지 않는다.클라인은 14세에 홍콩에서 중국인 급우들과 싸우다 코피를 흘린 이후 줄곧 중국 문화의 부상에 대비해 왔다. 그는 베이징에서 재능 있는 미술가를 발굴하고 그곳에 갤러리도 갖고 있지만 사업상 홍콩과의 연계를 유지한다. 20년 전 여자 친구의 아버지는 삼합회의 중간 간부였지만 지금은 홍콩에서 합법적인 사업으로 거물이 됐다. 현재 그는 클라인 선 갤러리 사업이 문제 없이 돌아가도록 하는 데 큰 도움을 준다.혹시 파리에서 장 폴 고티에가 클라인에게 전화를 걸어 류볼린이 자신을 베르사이유 궁전의 일부가 되도록 그려줄 수 있는지 묻는다면? 클라인은 그런 일도 주선할 수 있다.- 번역 정경희

2015.05.18 1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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