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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 온 가상자산 제도권화, 웹3 산업 ‘터닝포인트’ 될까 [스페셜리스트 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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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3(Web 3.0)란 인터넷 서비스의 소통 방식, 데이터 관리 방식 및 사용자의 역할의 변화에 따라 등장한 새로운 개념이다. 1990년 초반 등장한 웹1(Web 1.0), 2000년 후반 등장한 웹2(Web 2.0)와는 구별된다.웹1은 최초 인터넷의 모습으로 일방향적 소통 방식과 중앙화된 웹 관리·운영 방식을 채택하며, 사용자의 역할은 운영자가 작성한 글이나 문서를 읽는 데이터 소비로 제한된다. 2000년대 후반에는 인터넷 사용자들의 참여 및 상호 소통 욕구가 증가하면서 웹2 비즈니스가 등장했다. 웹2 플랫폼에서는 사용자가 데이터를 생성하고 양방향으로 소통할 수 있다.하지만 웹2에서는 사용자가 생성한 모든 데이터를 플랫폼 운영 기업이 소유하고, 사용자가 접근할 수 없는 데이터베이스에 저장해 활용하는 ‘중앙화’된 관리방식이 유지되고 있다. 이런 중앙화 문제를 해결하고 사용자들에게 데이터의 소유권을 보장하기 위해 등장한 개념이 웹3다. 웹3는 기존의 중앙화된 플랫폼에서 벗어나 탈중앙화, 개방화, 개인화된 웹을 지칭한다.웹3는 블록체인 기술을 기반으로 구현된다. 블록체인은 말 그대로 거래 내역에 관한 정보가 포함된 ‘블록’(Block)을 하나하나 연결한 ‘체인’(Chain)이다. 새로운 거래 정보를 담은 블록을 체인에 연결하기 위해서는 해당 거래 내역이 유효한지 확인하는 검증자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거래기록이 네트워크에 참가한 모든 검증자에게 복제돼 저장되며, 모든 사람이 거래기록 정보에 접근해 확인할 수 있다.모든 네트워크 참여자가 거래 내역을 보유하고 있으니 누군가 데이터를 마음대로 위·변조할 수 없고, 중앙화된 중개인이 없이도 신뢰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기존에는 데이터를 관리하는 주체가 은행·정부·회사와 같은 기관이었다면, 블록체인 네트워크에서는 데이터가 참여자들에게 분산돼 관리된다. 또한 블록체인 네트워크 사용자들은 각자가 자신의 정보를 직접 관리·운영하고, 해당 데이터를 기반으로 수익 창출 활동도 할 수 있다. 기업들이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시작하는 웹3 사업 모델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며 지속적으로 발전해 나가고 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술은 송금·결제에서의 비효율을 해소할 수 있기에 결제 시스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다.제품의 원산지부터 공장 및 가공 데이터와 유통 과정 관련 데이터를 블록체인에 실시간으로 기록하고 소비자에게 공개하는 등 공급망 관리에 이용하는 사례도 있다. 또한 많은 기업이 블록체인에서 대체불가능토큰(Non Fungible Token·NFT)를 발행해 고객 접점을 넓히고 고객 충성도를 강화하는 데 활용하고 있다.블록체인 검증자들은 블록을 체인에 추가할 때마다 보상을 받게 되는데, 이를 암호화폐 또는 가상자산이라고 한다. 가상자산은 블록체인 네트워크를 운영하는 데 주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프로토콜 내에서 특정한 행위를 유도하는 용도나 수수료 지급 수단으로 이용된다. 프로토콜 지분에 대한 증명이나 거버넌스 참여 권한을 부여하는 역할도 한다. 블록체인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가상자산에 대한 관심도 커지면서 가상자산을 투자의 수단으로 인식하는 현상이 발생했고, 이에 가상자산 거래 및 투자와 관련된 비즈니스가 급성장했다.그런데 빠른 속도로 기술이 발전하고 가상자산 시장도 급격하게 성장함에 따라 정보의 불균형으로 인한 투자자 피해도 증가했다. 이에 따라 규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으며, 산업이 건전한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도록 하는 가이드라인의 필요성이 대두됐다.7월부터 이용자보호법 시행…웹3 규제 원년 시작2017년 가상자산 시장이 급격히 성장하면서,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가상자산을 이용한 사기, 유사수신, 다단계 등 각종 범죄 예방에 맞춰 정책을 준비했고, 국내에서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조달 방법인 가상자산공개(Initial Coin Offering·ICO)를 하는 경우에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위반에 해당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당시 국제적으로도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등 범죄발생을 예방하기 위하여 G20 및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inancial Action Task Force on Money Laundering·FATF) 등은 국제기준을 개정하고 각 국가에 개정된 국제기준의 이행을 촉구했다.이에 따라 정부는 2021년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을 개정함으로써 가상자산사업자(Virtual Assets Service Provider·VASP)의 금융정보분석원(FIU)에 대한 신고 의무를 도입하고 자금세탁 등의 위법행위를 감독하기 시작했다.이와 동시에 가상자산에 관한 기본적인 가이드라인과 규제를 마련하기 위한 노력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국회에서는 2020년 6월부터 가상자산 관련 법안이 발의되기 시작해 2023년 4월까지 총 19개의 법안이 발의됐다. 이 기간 가상자산 산업 전반에 대한 규율과 산업 진흥 및 육성에 관한 내용까지 포괄적으로 담는 입법과 투자자 보호 및 가상자산 사업자 감독 등에 대한 규제만 먼저 담는 입법 중 어느 방향으로 나아갈지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그러던 중 2022년 ‘테라·루나 사건’, ‘FTX 파산 사건’ 발생으로 불법행위 규제 및 투자자 보호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2022년 말 유럽연합(EU)에서 가상자산 관련 기본법인 미카(Market in Crypto Assets·MiCA)가 공식 채택되는 등 국제적으로도 규제의 흐름이 빨라졌다.결국 국내에선 2023년 7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제정됐고 2024년 7월 시행 예정에 있다. 이 법은 투자자 보호를 위한 불공정거래행위 방지에 중점을 두는 1단계 입법이며, 가상자산 산업 전반을 규율하는 법률은 2단계 입법으로 추후 마련하는 것으로 합의됐다.무법지대는 끝났다…가상자산사업자가 준비해야 할 3가지가상자산 산업에 참여하는 사업자들은 3개월 뒤에 시행될 예정인 법령의 내용을 숙지하고 이를 위해 준비를 할 필요가 있다. 첫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의 자산 보호를 위해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하여 예치금의 보호, 가상자산의 보관, 보험의 가입, 가상자산거래기록의 생성 및 보존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했고, 가상자산사업자는 이를 준수하기 위한 시스템을 새롭게 구축하고 시행해야 한다. 먼저 가상자산사업자는 이용자의 예치금을 고유재산과 분리하여 은행 등 공신력 있는 관리기관에 예치 또는 신탁하여 관리해야 한다. 해당 관리기관은 이용자의 예치금을 자기 재산과 구분해 국채·지방채 등 안전한 자산에만 운용해야 한다.또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로부터 위탁을 받아 가상자산을 보관하는 경우, 이용자명부를 작성·비치하고 자기의 가상자산과 이용자의 가상자산을 분리하여 보관하해야 한다. 여기에 이용자로부터 위탁 받은 가상자산과 동일한 종류와 수량의 가상자산을 실질적으로 보유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보관하는 이용자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의 80% 이상의 가상자산을 인터넷과 분리된 지갑인 ‘콜드월렛’에 보관해야 한다. 여기서 이용자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란 가상자산 종류별로 총 수량에 최근 1년간 평균 원화 환산액을 곱한 금액의 총합을 말한다.아울러 가상자산사업자는 해킹·전산장애 등 사고에 따른 책임을 이행하기 위하여 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거나 준비금을 적립해야 하는데, 보상한도는 콜드월렛에 보관하는 가상자산을 제외한 나머지 가상자산(핫월렛 보관 가상자산)의 경제적 가치의 5% 이상으로 한다. 또한 가상자산사업자는 매매 등 가상자산거래의 내용을 추적·검색하거나 그 내용에 오류가 발생할 경우 이를 확인하거나 정정할 수 있는 기록을 그 거래관계가 종료한 때부터 15년간 보존해야 한다.둘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행위, 부정거래행위 등을 가상자산 거래의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이를 위반한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게 하는 한편, 과징금 부과 및 형사 처벌 규정을 뒀다. 내부자 거래를 금지하는 미공개중요정보이용 금지 조항은 중요정보(이용자의 투자판단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정보)가 불특정 다수인이 알 수 있도록 공개되고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해당 정보가 공개된 것으로 보며, 해당 정보가 공개된 이후에 내부자거래를 허용한다.공개의 방법 중 기존 자본시장법상 규정된 방법 외에 새롭게 두 가지 공개 방법이 추가됐다. 먼저 가상자산사업자가 자신이 운영하는 가상자산거래소에 중요정보를 공개한 경우 6시간 경과 후 해당 정보가 공개된 것으로 간주한다. 다만공개 시간이 오후 6시에서 다음 날 오전 3시 사이인 경우, 다음 날 오전 9시에 공개한 것으로 간주한다. 다음으로 가상자산 발행인 또는 공개 권한 위임받은 자가 가상자산 백서(White Paper)를 인터넷 홈페이지에 공개한 경우 1일 경과 후 해당 정보가 공개된 것으로 간주한다. 시행령(안)에 규정된 바에 따르면 ‘백서’란 가상자산의 총 발행량·유통량 계획, 사업계획 등 이용자의 합리적인 투자 판단이나 해당 가상자산의 가치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사항을 설명하는 자료를 의미한다. ‘인터넷 홈페이지’란 불특정 다수인이 접근할 수 있고, 최근 6개월간 해당 가상자산의 중요 정보가 게재된 홈페이지에 한정된다.또 가상자산의 매매에 관하여 그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는 행위, 가상자산의 매매를 유인할 목적으로 가상자산의 매매가 성황을 이루고 있는 듯이 잘못 알게 하거나 그 시세를 변동 또는 고정시키는 매매 또는 그 위탁이나 수탁을 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아울러 가상자산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하여 부정한 수단, 계획 또는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 중요사항에 관하여 거짓의 기재 또는 표시를 하거나 가상자산의 매매, 그 밖의 거래를 유인할 목적으로 거짓의 시세를 이용하는 행위가 금지된다. 셋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가상자산사업자가 이용자의 가상자산에 관한 임의적 입‧출금을 차단하는 위를 금지하고, 가상자산사업자로 하여금 가상자산시장의 이상거래를 상시 감시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금융당국에 이를 통보하도록 의무를 부과했다.구체적으로 이용자의 예치금과 가상자산에 대한 입·출금을 정당한 사유 없이 차단하지 못하도록 금지했다. 여기서 입·출금 차단이 허용되는 ‘정당한 사유’란 가상자산 관련 정보시스템에 전산장애가 발생한 경우, 법원·수사기관·국세청·금융당국 등에서 관련 법령에 따라 요청한 경우, 해킹 등 사고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것이 명백한 경우 등이다.또한 가상자산거래소가 상시 감시해야 하는 대상인 이상거래의 범위는 가상자산의 가격이나 거래량에 뚜렷한 변동이 있는 경우, 가상자산의 가격 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풍문 또는 보도 등이 있는 경우, 그 밖에 공정한 거래 질서를 해칠 염려가 있는 가상자산의 가격이나 거래량에 뚜렷한 변동이 있는 경우 등이다.2단계 입법 과제는 무엇일까…해외 규제 동향 살펴보니 금융당국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전 금융기관에 상응하는 감독·검사 시스템을 구축하고,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한 신속한 시장감시·조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관련 인프라를 마련하고 있다. 먼저 금융감독원에 가상자산 관련 감독·검사·조사업무를 집행할 수 있는 전담부서인 가상자산감독국과 가상자산조사국을 신설했다. 가상자산사업자에 대해서는 법 시행 전까지 법령상 사업자 의무사항을 체계적으로 준비해 나갈 수 있도록 월별 규제 이행 로드맵을 제공하고, 자율적인 준비와 점검 또한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체크리스트를 마련하여 배포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이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는 법 시행에 대비해 내규 제정과 조직적 정비뿐만 아니라, 매매자료 축적, 이상거래 감시 및 보고 체계 등을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법 시행 이후 해당 시스템 및 조직을 원활하게 운영하여 법령에 따른 감시 및 보고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 국회에서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제정 당시 이례적으로 법안에 부대의견을 제시했는데, 그 취지는 1단계 입법의 보완 및 2단계 입법의 신속 진행을 위한 것이다. ▲가상자산거래소 이해상충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입법의견과 개선방안을 마련 ▲스테이블코인(달러 등 법정화폐에 가치가 고정된 가상자산)에 대한 규율체계 확립 ▲가상자산평가업 및 자문업‧공시업 등에 대한 규율체계 마련 ▲신뢰성있고 합리적으로 디지털자산 정보를 제공하는 통합전산시스템(통합시세 및 통합공시 등)을 구축‧운영할 수 있는 방안 수립 ▲가상자산의 유통량‧발행량 등에 대한 통일된 기준 마련 ▲가상자산거래소 공통의 가상자산 상장과 관련한 내부통제와 투명한 절차 마련 등이 부대의견의 주요 내용이다.국회의 부대의견 외에도 2단계 입법 과정에서는 가상자산에 대한 구체적인 정의 규정, 가상자산 발행인의 적법 요건, 가상자산 백서에 대한 내용규제, 가상자산 인프라 관련 규제, 자율규제 기구와 금융당국의 역할 분담 등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성숙한 2단계 법안을 만들기 위해 입법 전 해외 사례를 살펴봄 직하다. EU에서는 2020년 9월 미카 초안을 발표한 이후 2022년 말 이를 공식 채택하고 EU 회원국 전역에 적용했다. 미카는 한국을 비롯해 세계 각국의 입법에 참고가 되고 있다.미국은 2022년 6월 책임 있는 금융 혁신법안(Responsible Financial Innovation Act·RFIA) 제출 이후 가상자산에 관한 포괄 입법에는 진전이 없어 보이나, 2023년 7월 관할권을 명확하게 하기 위한 블록체인 규제 명확성 법안(Blockchain Regulatory Certainty Act) 및 21세기를 위한 금융 혁신 및 기술 법안(The Financial Innovation and Technology for the 21st Century Act)이 통과되는 등 점진적으로 입법이 진행되고 있다.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등 주요 규제 당국은 FTX 파산 사태가 실버게이트 은행과 실리콘밸리뱅크(SVB)의 파산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며 가상자산 거래소의 전통 자산시장과의 연결성을 인지했다. 이에 크라켄, 코인베이스, 바이낸스와 같은 주요 중앙화 거래소들에 대한 기소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신청을 승인함으로써 가상자산 시장에 큰 활력을 불어넣기도 했다.일본 경제산업성은 2023년 웹3 관련 사업 진흥을 위하여 각종 세금 혜택 등 여러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또 2023년 6월 자금결제서비스법(PSA) 제3차 개정안을 시행함에 따라 미쓰비시 파이낸셜 그룹(MUFG)은 2024년 4월까지 일본 은행들이 퍼블릭 블록체인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출시하게끔 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가상자산 제도권 진입이 웹3 비즈니스에 미칠 영향웹3 비즈니스는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을 시작으로 많은 발전이 있었다. 현재는 두 기술이 커버하지 못한 부분을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을 탐색하는 과정에 있다. 그리고 새로운 기술이 어떤 산업 영역에서 활용되어 웹3 비즈니스의 돌파구를 찾아갈지 주목되고 있다.한국의 경우 대표적인 게임사 대부분이 다양한 웹3 방식을 구현하고자 노력하고 있어 게임 산업에서 웹3의 잠재력이 발휘될 수 있다. 게임 산업 외 많은 기업운 고유의 커뮤니티를 통해 고객 로열티를 강화하고자 노력하지만 그 실현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블록체인의 탈중앙화 자율조직(Decentralized Autonomous Organization·DAO), NFT 기술, 토큰화 기술을 통해서 커뮤니티를 명확하게 발전시킬 수 있다. 이제 기업이 토큰을 다루거나 보유했을 때 제도권 내에서 해야 하는 의무사항을 지키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툴이나 서비스도 비즈니스로 등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가상자산이용자 보호법상 시장 감시와 보고 의무를 이행하기 위하여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데이터 보관, 관리 및 이상거래 감시 등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가상자산 발행자는 총 발행량·유통량 계획 및 관련 데이터에 대한 관리와 해당 계획 변경 시 이를 적시에 공개하는 시스템을 갖출 필요가 있어 관련 툴 및 서비스가 성장할 전망이다.또한 가상자산 보유 기업의 경우 규제 당국의 기준에 부합하는 세무와 회계 처리를 위해서 보유 가상자산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툴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토큰이나 가상자산만 다루는 것이 아닌 본격적인 웹3 비즈니스를 위한 인프라 제공 업체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번 법 시행과 규제 도입은 웹3의 제도권 진입과 비즈니스 성숙을 가속하고 있다는 점에서 웹3 산업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박신애 변호사는_온체인 데이터 기반 웹3 인프라 및 솔루션을 제공하는 쟁글의 법무팀장이다. 2004년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법학부를 졸업하고, 2006년 제48회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제38기 수료 후 2009년 법무법인 화우에 입사해 기업에 필요한 자문 및 관련 소송들을 맡고, 공정거래팀에 소속돼 다수의 공정거래 사건을 수행했다. 2022년에 쟁글에 합류한 이후 법무와 컴플라이언스뿐만 아니라 리스크 관리, 규제 동향 파악 및 대외 커뮤니케이션 등의 다양한 분야를 지원했다. 2024년부터는 인하대 공학대학원 미래융합기술학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2024.04.09 07:15

11분 소요
에코프로머티리얼즈 IPO 성공…LG家 경영권 분쟁과 왜 엮일까

증권 일반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상장 첫날에 이어 이틀 연속 급등한 가운데, LG그룹 오너일가의 경영권 분쟁도 함께 화제가 되고 있다. 상속회복청구 소송에 나선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의 남편이자 LG가(家) 맏사위인 윤관 BRV캐피탈매니지먼트(이하 BRV캐피탈) 대표가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으로 수천억 원 이상 차익을 남길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특히 그동안 세모녀가 소송과는 관련이 없다던 윤 대표가 녹취록 등에 등장하면서 배후설이 다시 제기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상장 둘째 날인 20일 상한가(29.9%)를 기록하며 7만4300원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인 3만6200원 대비 105% 상승한 가격으로 시가총액(시총)은 5조69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공모가 기준 시총인 2조5604억원보다 약 2조5000억원 늘어난 수치다. 최근 벌어진 ‘파두 사태’ 여파와 실적 부진 우려에도 불구하고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투자한 BRV캐피탈도 주목받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2대 주주인 BRV캐피탈은 상장일로부터 6개월간 자발적 보호예수를 확약했다. 지난 2017년 회사 설립 당시부터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꾸준히 투자를 이어온 BRV캐피탈의 공모 후 지분율은 약 25%다.BRV캐피탈은 보호예수 법적의무가 없음에도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성장성을 자신했다. BRV캐피탈 관계자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장기 성장 가능성을 보고 투자했으며 단기간에 주식을 처분할 계획이 없어 이례적이지만 전량 6개월 보호예수 확약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2차전지용 하이니켈 양극재 핵심소재 중 하나인 하이니켈 전구체를 제조·판매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친환경 배터리 시장 성장으로 전구체 수요가 2027년까지 연 평균 30%의 성장을 이어나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재 윤관 대표는 실리콘밸리 글로벌 벤처캐피털(VC) 블루런벤처스의 글로벌 파트너이면서 동시에 블루런의 아시아펀드로 활동하는 BRV캐피탈의 지분 상당량을 직접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BRV캐피탈의 수익 상당량이 윤 대표의 몫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6개월 후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주가를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현재로선 시장반응이 나쁘지 않다. 이날 기준 시가총액이 5조원을 돌파하며 시장에서 예상했던 몸값 3조원을 훌쩍 넘어섰다. BRV캐피탈이 벌어들일 수익은 수천억 원 이상이 될 전망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BRV캐피탈이 투자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상장과 LG그룹 일가 소송전을 연결해 보는 시선이 나왔다. 앞서 올 상반기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본격적으로 기업공개(IPO)에 돌입한 상황에서 LG그룹 오너일가의 상속 분쟁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이번 LG그룹과의 소송에 드는 법률비용이 적지 않은 것을 감안하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성공적인 상장으로 실탄마련이 가능해졌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더욱이 최근 고(故) 구본무 LG 선대회장 상속 재산을 둘러싼 유족 간의 2차 공방전에서 가족 간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이 공개됐는데, 윤 대표도 녹취록에 등장하면서 배후설 의혹이 짙어졌다. 해당 녹취록은 구연경 대표를 포함한 원고 측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 분할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 대화를 녹음한 것이다. 앞서 LG가의 세모녀는 경영권 분쟁을 위해 상속 소송을 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지만, 사실상 재판 과정에서 경영권에 대한 욕심을 내비친 것으로 드러났다. 그동안 맏사위인 윤 대표가 소송에 큰 역할을 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많았지만 세모녀 측은 이를 적극 부인해 왔다. 하지만 구본무 선대 회장의 배우자 김영식 여사와 두 자매 모두 경영 활동을 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윤 대표가 세모녀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렸다. 그도 그럴 것이 윤 대표는 블루런벤처스에서 제너럴 파트너(GP)로 활동하며 연이은 투자성공으로 입지를 다져온 인물이다. 윤 대표는 지난 2000년 블루런벤처스에 입사, 이후 글로벌 전자결제업체 페이팔의 미국 나스닥 상장과 이베이 합병 등에 참여하면서 수천억 원대 실적을 올렸다. 이에 더해 국내에서는 에코프로머티리얼즈를 비롯해 에코프로GEM, 직방, 오늘의집, 번개장터, 쓱(SSG)닷컴, 그린랩스, 넥스트챕터, 슈퍼메이커스, 핏펫, 네오사피엔스 등에 대한 투자 활동을 해왔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에코프로머터리얼즈 상장과 LG가 상속 분쟁을 엮는 추측에 대해 ‘무리’라는 시선도 나온다. 양태정 법무법인 광야 변호사는 “사실 윤관 대표 측에서는 상속 분쟁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법률비용의 대부분은 변호사 보수일 텐데 그 규모가 생각보다는 크지 않을 것 같다”며 “그래서 에코프로머터리얼즈 상장으로 가지게 된 유동성이 LG그룹 상속 분쟁에 실탄으로 쓰였다고 단정하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2023.11.21 07: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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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차기 CEO 후보 3인…면면 살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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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차기 CEO 후보가 3인으로 압축됐다. KT는 다음주 중으로 최종 후보 1인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후보는 8월말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KT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2일까지 접수된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을 대상으로 서류 심사 및 비대면 인터뷰 등을 통한 후보 압축 과정을 거쳐 3인의 심층면접 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이번 대표이사 후보 심층면접 대상자(가나다순)는 김영섭(前 LG CNS 사장),박윤영(前 KT 사장), 차상균(서울대 교수) 등 3인이다.1959년생인 김영섭 전 LG CNS 사장은 고려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1984년 LG상사(현 LX인터내셔널)의 전신인 럭키금성상사에 입사한 뒤 LG 구조조정본부 재무개선팀을 거쳐 2003년 LG CNS로 자리를 옮겼다. LG CNS에선 경영관리본부, 하이테크사업본부, 솔루션사업본부를 거쳤다. 이후 2014년 LG유플러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자리를 옮겼다가 2015년 LG CNS 대표로 복귀했다. LG그룹 내 대표적인 ‘재무통’으로 꼽히는 김 후보는 LG CNS 대표 취임 후 실적 내리막을 걷던 부실 자회사를 대거 정리하고 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수익성을 강화했단 평가를 받는다.‘정통 KT 맨’으로 유명한 박윤영 KT 전 사장은 1962년생으로 서울대 토목공학 학사·석사·박사학위를 취득한 후 1992년 네트워크기술연구직으로 KT(당시 한국통신)에 입사했다. 이후 미래융합사업추진실 미래사업개발단장, 기업컨설팅본부장, 기업사업부문장(사장) 등을 지냈다. 특히 KT에서 컨버전스와 미래사업 등을 이끌며 B2B(기업 간 거래) 사업에서 성과를 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아울러 지난 2019년 KT 대표직에 지원해 구현모 전 KT 대표와 마지막까지 치열한 대결 구도를 펼치기도 했다.1958년생인 차상균 교수는 서울대 전기공학 학사·제어계측공학석사, 스탠퍼드대 전기컴퓨터공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특히 이석채·황창규 KT 회장 시절인 2012~2019년 KT 사외이사를 지냈다. 차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빅데이터 분야 전문가이기도 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한 뒤 회사를 글로벌 기업에 매각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아울러 지난 2014부터 2019년까지 서울대 빅데이터연구원 원장을 지냈고 2020년부터는 서울대 데이터사이언스 대학원 초대 원장을 맡았다.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13일부터 약 3주간 ▲기업경영 전문성 ▲산업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역량 등 정관 상의 대표이사 후보 자격요건 관점에서 서류 심사 및 비대면 인터뷰를 진행했다. 또한, 심사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제출한 지원 서류와 외부 전문가들로 구성된 인선자문단의 평가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고, 비대면 인터뷰 이후 위원들간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27일 심층 면접 후보 3인을 결정했다.KT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이승훈 위원장은 “금번 대표이사 후보에 참여해주신 모든 분들께 깊은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차주 중으로 후보 3인에 대한 심층면접 심사를 진행해 KT 대표이사 후보 최종 1인을 확정할 계획”이라며 “또한 해당 후보는 8월말 임시 주주총회를 거쳐 KT 대표이사로 공식 선임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3.07.28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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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미래전략실’ 된 CVC…오너家 자제들 맹활약

증권 일반

최근 재벌가 자제들이 경영수업 코스로 기업형 벤처캐피탈(CVC)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경우가 늘고 있다. 인수합병(M&A), 신기술 투자, 신사업 발굴, 스타트업 투자 경험 등을 토대로 경영 포트폴리오를 쌓는 셈이다. 오너 일가 입장에선 그룹의 미래 먹거리 및 투자처를 발굴하는 한편 자제들의 실무 경험까지 축적할 수 있어 일석이조다. GS그룹의 CVC GS퓨처스는 오너 4세 허태홍 대표가 이끌고 있다. 1984년생인 허 대표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형인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둘째 아들이자 허주홍 GS칼텍스 상무의 동생이다. 허 대표는 스위스 에이글롱칼리지와 미국 조지타운대를 졸업하고 지난 2012년 GS홈쇼핑 재무회계부에 입사했다. 2014년 벤처투자팀 매니저 등을 거쳐 2020년 GS퓨처스 대표에 올랐다. GS퓨처스 설립 당시만 해도 허 대표의 GS그룹 내 직위는 부장이었다. 임원이 아니었던 탓에 GS퓨처스에 힘이 실리지 못할 거란 전망도 나왔지만, 지난해 9월 GS그룹 창립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신사업 전략 보고회에서 북미 지역 신기술 벤처 동향과 투자활동을 소개하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올해부터는 허 대표가 GS그룹 상무로 승진하며 임원 반열에 오른 만큼 향후 GS그룹의 벤처투자 역량이 GS퓨처스로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다우키움그룹 창업주인 김익래 전 다우키움 회장의 장남인 김동준 대표도 2018년부터 계열사 키움인베스트먼트를 이끌고 있다. 그는 그룹의 사모펀드운용사(PE) 키움프라이빗에쿼티(키움PE) 각자대표로도 등재 돼 있다. 1984년생인 김 대표는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했다. 2009년부터 삼일회계법인에서 근무하다 2011년 퇴사한 뒤 그룹 계열사인 사람인HR을 거쳐 2014년 다우기술 사업기획팀 차장으로 입사하면서 다우키움그룹에 합류했다.그룹 내 투자사에서 심사역으로 활동 중인 이들도 흔하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의 장녀 이연수 이사는 에코프로 CVC인 에코프로파트너스(구 아이스퀘어벤처스)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일하고 있다. 에코프로파트너스는 그간 에코프로 자회사로 운영돼 왔지만, 올해 초 사명에 ‘에코프로’를 넣고 지분 일부를 미국 법인인 에코프로아메리카에 넘기면서 그룹 내 투자 사업의 핵심으로 자리잡았다. 홍석준 보광 회장의 장남이자 보광 오너3세인 홍정환 씨는 보광인베스트먼트(구 보광창업투자)에서 투자심사총괄을 담당하고 있다. 또 2021년 2월 사모펀드운용사 폴스타파트너스를 설립해 대표이사를 맡고 있기도 하다. 1985년생인 홍정환 대표는 2020년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장녀인 서민정 씨와 결혼했으나 8개월만에 합의 이혼하면서 세간의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범 LG가(家)로 분류되는 LB인베스트먼트에서 인턴 생활을 마친 뒤 마젤란기술투자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하다 최근 퇴사한 구연제 씨는 구본준 LX 회장의 큰 딸이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막내 아들 박준범 씨도 계열사인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심사역으로 근무 중이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아니지만, 우량 스타트업을 직접 발굴해보면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셈이다. 계열사가 아닌 사모펀드나 벤처캐피탈(VC)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경우도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삼남 김동선 한화갤러리아 전략본부장은 국내 1세대 사모펀드인 스카이레이크인베스트먼트에 몸담은 이력이 있다. 승마 국가대표 출신인 김 본부장은 2014년 한화건설에 입사해 신성장전략팀장으로 일하다가 2017년 초 폭행 사건에 휘말리며 한화그룹을 떠났다. 2020년초 승마선수에서 은퇴한 뒤 김 본부장은 스카이레이크에 머물며 M&A, 기업실사 등의 실무를 경험하고 한화그룹으로 다시 돌아왔다.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의 차남인 도재원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수석팀장도 아버지가 있는 스틱인베 대신 독립계 벤처캐피탈 컴퍼니케이에서 심사역으로 출발해 수석팀장까지 승진했다. 도 팀장은 현재 컴퍼니케이의 투자2본부에서 투자 심사를 담당 중이다. 박현주 미래에셋그룹 회장의 장녀 박하민 씨 역시 계열사 대신 미국계 VC인 GFT벤처스의 창립 멤버로 합류해 파트너로 활동 중이다. 현재 두산과의 지분 관계는 없지만, 박용만 전 두산 회장의 차남인 박재원 대표도 벤처캐피탈 벨스트리트파트너스(Bell Street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벨스트리트파트너스는 박 전 회장이 세운 회사로, 지난해 박 대표가 대표이사로 올라서면서 박 전 회장은 사내이사가 됐다. 박 대표는 세계적 컨설팅 업체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해, 두산인프라코어 재직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사 D20캐피털 설립과 운영을 맡기도 했다. 박 대표는 당시의 경영·투자 경험을 살려 현재는 기업의 컨설팅에 힘쓰고 있다. 오너가 3·4세들이 벤처캐피탈에서 경험을 쌓는 행보는 과거 오너 2세들이 그룹 내 핵심 계열사에 관리자급으로 합류해 경영 수업을 받았던 것과 대조적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991년 부장으로 입사), 정의선 현대차 회장(1995년 이사로 입사), 최태원 SK그룹 회장(1991년 부장으로 입사) 등이 대표적이다. 80~90년대생 ‘MZ세대’가 주로 포진해 있는 오너 3·4세들과 젊은 오너 2세들은 벤처캐피탈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익숙하다. 보수적인 주력 계열사 대신 계열 투자사나 투자업계에서 경영 수업을 받은 뒤 경영 보폭을 넓히는 식이다.

2023.07.0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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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살에 머스크 ‘스페이스 X’ 입사한 천재 소년

국제 이슈

14살에 대학교 졸업을 앞둔 천재 소년이 일론 머스크가 이끄는 우주 기업 스페이스 X에 입사했다. 10일(현지시간) 미국 경제매체 인사이더 등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최근 카이란 쿼지(14)를 스타링크 부서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신규 채용했다. 스타링크는 스페이스X의 위성 인터넷 서비스다.쿼지는 구인·구직 플랫폼인 링크트인 계정에 입사 예정 사실을 알리며 “다음 목적지는 스페이스X다! 스타링크 엔지니어링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서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회사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그는 이미 2살때 완벽한 문장을 구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자신이 사는 캘리포니아주의 라스 포시타스 커뮤니티 칼리지에 등록한 후 인공지능(AI) 연구협력자로 인턴 경험을 쌓았다.11세 나이엔 실리콘밸리에 있는 샌터클래러라대에 편입해 컴퓨터 과학 및 공학을 전공했다. 이번에 학부를 졸업하는 그는 샌터클래라대 172년 역사상 가장 어린 졸업생이기도 하다. 쿼지는 “공익을 위해 도전적인 문제를 해결하고 급진적인 혁신을 이루는 경력을 쌓는 게 꿈”이라고 링크트인 자기소개에서 말했다.

2023.06.12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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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처캐피탈(VC), 오너家 3·4세 ‘경영수업’ 학교 된 사연 [허지은의 주스통]

증권 일반

주식 시장에선 오가는 돈 만큼이나 수없이 많은 뉴스가 생겨납니다. 한국의 월스트리트, 대한민국 금융의 중심인 여의도 증권가와 코스피·코스닥 시장의 2400여개 상장사들이 그 주인공입니다. ‘허지은의 주스통’(주식·스톡·통신)에서 국내 증시와 금융투자업계 안팎의 다양한 소식을 전달합니다. “○○인베스트먼트 ◇◇ 심사역, △△그룹 회장 딸이래요”벤처캐피탈(VC) 업계엔 유독 오너가(家) 자녀가 많습니다. 창업 초기 기업이나 비상장사에 주로 투자하는 벤처캐피탈은 투자 사이드의 실무 경험을 쌓을 수 있는데다 그룹의 신사업 발굴을 위한 창구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은행이나 증권사 등 전통 금융기관 대비 젊은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산업의 트렌드를 앞서 나갈 수 있다는 특징도 있습니다. 투자 심사역으로 현장을 직접 뛰어다니며 미래의 경영 승계를 대비해, 일종의 경영 수업을 받는 셈입니다. 일찌감치 그룹 내 투자사 대표를 맡고 있는 오너 2, 3, 4세도 있습니다. GS그룹의 기업형 벤처캐피털(CVC) GS퓨처스는 오너 4세 허태홍 대표가 이끌고 있습니다. 1985년생인 허 대표는 허태수 GS그룹 회장의 형인 허명수 전 GS건설 부회장의 둘째 아들입니다. 그는 2012년 GS홈쇼핑 재무회계부에 입사해 2014년 벤처투자팀 매니저 등을 거쳐 2020년 GS퓨처스 대표에 올랐습니다. 박용만 전 두산 회장이 세운 벨스트리트파트너스는 차남인 박재원 대표가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 대표는 두산인프라코어 재직 당시 미국 실리콘밸리에 벤처투자사 D20 캐피털 설립과 운영을 책임진 인물입니다. 또 다우키움그룹 창업주인 김익래 전 다우키움 회장의 장남인 김동준 대표도 2018년부터 계열사인 키움인베스트먼트 대표로 재직 중입니다. 그룹 내 투자사에서 심사역으로 활동 중인 이들도 흔한데요. 홍석준 보광 회장의 장남인 홍정환 씨는 보광인베스트먼트(구 보광창업투자)에서 투자심사총괄을 맡고 있습니다. 범 LG가로 분류되는 LB인베스트먼트에서 인턴 생활을 마친 뒤 마젤란기술투자에서 심사역으로 근무하다 최근 퇴사한 구연제 씨는 구본준 LX 회장의 큰 딸입니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의 장녀 이연수 씨는 에코프로의 CVC인 에코프로파트너스(구 아이스퀘어벤처스)에서 투자 심사역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박현주 미래에셋 회장의 막내 아들 박준범 씨는 계열사인 미래에셋벤처투자에서 심사역으로 근무 중입니다. 그룹의 핵심 계열사는 아니지만, 우량 스타트업을 직접 발굴해보면서 경영 수업을 받고 있는 셈입니다. 계열사가 아닌 곳에서 실무 경험을 쌓는 경우도 있습니다. 도용환 스틱인베스트먼트 회장의 차남인 도재원 컴퍼니케이파트너스 수석팀장은 아버지가 있는 스틱인베 대신 독립계 벤처캐피탈 컴퍼니케이에서 심사역으로 출발해 수석팀장까지 승진했습니다. 도 팀장은 현재 컴퍼니케이의 투자2본부에서 투자 심사를 담당 중입니다. 박현주 회장의 장녀인 박하민 씨 역시 계열사 대신 미국계 VC인 GFT벤처스의 창립 멤버로 합류해 파트너로 활동 중입니다. 과거 오너 2세들은 그룹 내 핵심 계열사에 관리자급으로 합류해 경영 수업을 받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1991년 부장으로 입사), 정의선 현대차 회장(1995년 이사로 입사), 최태원 SK그룹 회장(1991년 부장으로 입사) 등이 대표적이죠. 그러나 80~90년대생 ‘MZ세대’가 주로 포진해 있는 오너 3, 4세들과 젊은 오너 2세들은 벤처캐피탈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익숙합니다. 딱딱한 주력 계열사 대신 계열 투자사에서 업무 감각을 익힌 뒤 전면에 모습을 드러내는 식입니다. 벤처캐피탈업계가 타 업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알려져 있지 않다는 점도 매력적인 요소입니다. 대부분의 VC들은 직원 수가 50명이 채 되지 않는 소규모로 운영되고, 채용 역시 내부 추천 등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외 이미지를 중요시하고, 보수적으로 움직이는 오너 일가 특성상 이같은 분위기를 선호할 수 있습니다. 창업주 입장에서도 벤처캐피탈에서 앞선 트렌드를 익혀온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고자 하는 의도도 있을 겁니다. VC업계 관계자는 “과거 오너 2세의 필수 조건이 MBA(경영대학원) 학위였다면 최근엔 경영 수업을 위해 일부러 벤처캐피탈에서 경험을 쌓게 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며 “고위험 투자 영역인 VC에서 역량을 쌓았다면 경영 능력을 어느 정도 인정받는 경향도 있다”고 전했습니다.

2023.06.08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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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가는 LB인베…최고의 회수 성과는

증권 일반

상장을 추진하는 대형 벤처캐피탈(VC) LB인베스트먼트가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에 나서면서 원하는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할인율 적용 전 기업가치는 증권신고서 정정을 통해 150억원 가량 낮춘 1476억원이다.VC와 유사한 측면이 있는 AC(엑셀러레이터)인 블루포인트파트너스가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증권신고서 정정 요구를 받은 데다 벤처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등 시장 상황은 좋지 않다. 최근 미국 스타트업의 ‘돈줄’이었던 실리콘밸리은행(SVB)의 파산 역시 업계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시장의 관심이 모인다. 키워낸 ‘유니콘’만 10곳 이상…업력 28년차 베테랑 VCLB인베스트먼트는 업력 28년차의 대형 VC로 #하이브, #카카오게임즈, 직방 등 다수의 유니콘 기업을 발굴하는 등 500여개의 스타트업에 1조원 이상을 투자해왔다. 1996년 LG그룹 계열의 LG창업투자로 출발한 이 기업은 2000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된 후 2008년 현재의 사명을 얻었다. 지난해 말 기준 LB인베스트먼트의 운용자산(AUM) 규모는 1조1935억원으로 VC업계 10위권 수준이다. VC 중 AUM 10위권 내 상장사는 #다올인베스트먼트(1조3918억), #아주IB투자(1조3918억), #에이티넘인베스트(1조2030억)가 있다.투자한 유니콘 중 회수 멀티플(배수)이 가장 높았던 곳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을 키워낸 하이브다. LB인베스트먼트는 2012년 하이브에 10억원을 1차 투자했고, 2016년 55억원을 2차 투자했다. 65억원의 투자금은 11.7배가 된 1151억원이 돼 돌아왔다.두 번째로 멀티플이 높았던 곳은 온라인게임 ‘검은 사막’으로 알려진 #펄어비스다. 2014년 51억원을 투입했고, LB인베스트먼트는 이를 15.3배 불어난 780억원에 회수했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10배 넘는 멀티플을 기록했다. 2015년 50억원을 투입했고, 지분가치는 10.3배나 커져 517억원을 회수했다. LB인베스트먼트는 모바일 부동산 플랫폼 업체인 ‘직방’에도 2015년부터 투자했다. 50억원을 투자해 237억원을 회수, 4.7배의 멀티플을 기록했다.LB인베스트먼트는 2007년 중국사무소를 개설해 현지법인을 두는 등 중국, 홍콩, 싱가포르, 미국, 인도 등에 대한 해외투자 역시 활발히 해왔다. 대표적으로 중국 내 1위 데이팅 앱인 ‘탄탄(Tantan)’에 2015년과 2016년 각각 23억원과 46억원을 투자했고 이 회사는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동종업체인 ‘모모’에 인수되며 3.5배의 수익을 거뒀다. 유니콘 기업은 아니지만 피피스트림과 유유춘은 각각 5.7배, 2.9배의 수익을 남기며 중국 인터넷 포털 기업인 ‘바이두(Baidu)’에 인수합병(M&A)됐다. 이들 거래는 LB인베스트먼트에 3000만달러의 수익을 안겼다.이밖에 아직 회수하지 못한 유니콘 기업 중에는 3차에 걸쳐 총 200억원을 투자한 온라인 패션플랫폼 ‘에이블리’와 118억을 투입한 ‘무신사’가 있다. 중국의 온라인 헬스케어 플랫폼 ‘cloudr’에 92억원을, 온라인 신선식품 커머스 ‘컬리’에 30억원, ‘유전자가위’ 기술을 보유한 ‘툴젠’에 60억원을 투자했다.침제된 시장 분위기 속 실적 ‘턴어라운드’ 가능할까박기호 LB인베스트먼트 대표이사는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KB창업투자와 현대전자, 스틱인베스트먼트를 거쳐 2003년 9월 이 회사에 입사했다. 벤처투자본부장, VC부문 대표로 재직하다 2019년 대표이사로 선임돼 회사를 이끌고 있다. 대표이사를 제외한 LB인베스트먼트의 심사인력은 임원급 심사역 8명과 팀장급 이하 심사역 10명을 포함해 모두 18명이다.LB인베스트먼트는 전체 청산펀드의 Net IRR(순내부수익률) 10.0%를 기록하고 있는데, 이는 지난 20년간 국내 벤처펀드 평균 순내부수익률 5.3%에 비해 2배 가량 높은 수준이다. 총 내부 수익률(Gross IRR)은 16.5%, 운용 중인 대형펀드(700-1,500억원 규모)의 Gross IRR은 모두 25% 이상이다.현재 벤처투자조합 11개, 사모투자합자회사(PEF) 1개로 총 12개의 펀드를 운용하고 있다. 주요 펀드는 △LB넥스트유니콘펀드(3106억원), △엘비혁신성장펀드Ⅱ(1778억원). △LB유망벤처산업펀드(1456억원), △LB혁신성장펀드(1245억원) 등이다. 지난해는 342억원을 투자해 피피비스튜디오의 경영권을 인수했고, 코스닥에 상장해 있는 미술품 경매회사 케이옥션에도 295억원을 투자했다. 케이타운포유, 에이블리코퍼레이션에도 각각 100억원을 후속투자했다.다만 시장 침체로 지난해 실적은 줄었다. 영업수익은 2020년 280억원, 2021년 494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173억원을 기록했다. 당기순이익 역시 2021년 246억원을 기록했지만 지난해 3분기 누적 기준 58억원으로 집계돼 큰 폭으로 감소했다.VC 특성상 펀드 청산 시 발생하는 운용실적에 따라 영업수익의 변동성은 큰 편이다. VC의 영업수익은 운용 중인 투자조합으로부터 발생하는 관리보수를 기본으로 하되 기간별 운용 성과에 따른 투자자산에 대한 평가이익과 처분이익이 발생하는 구조를 가진다. 이밖에 펀드 청산 시 기준수익률을 초과하는 수익을 달성했을 경우에 한해 초과금액의 20% 내외를 더 벌 수 있다.13~14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수요예측을 거쳐 20~21일 일반투자자 대상 청약을 받는다. 희망공모가는 4400원~5100원, 공모주식수는 462만주를 전량 신주로 모집한다. 모집예정인 금액은 모두 펀드에 출자할 예정이다.

2023.03.13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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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자기소개서…“저는 언제나 준비돼 있어요”

IT 일반

“안녕하세요! 저는 언제나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놀이와 공부 모두에 유용한 동반자가 될 수 있습니다.”‘게임체인저’로 불리는 챗GPT(Chat GPT)가 반가운 인사를 건넸다. 클릭 몇 번으로 마주할 수 있는 챗GPT는 정보기술(IT)업계 일약 스타로 도약한 서비스다. 자연스러운 대화부터 멋 떨어지는 조언까지. 챗GPT와의 ‘수다’는 일반 대중의 이목을 사로잡기 충분했다. 이 서비스의 매력으론 흔히 ‘정보 접근력’이 꼽히지만 대화 내내 ‘친근함’도 느껴졌다. 그간 친근한 접근을 강점으로 시중에 나온 인공지능(AI) 기반 대화 서비스에 못지않은 기능도 돋보였다.기자는 진짜 사람과 진행하는 심정으로 인터뷰했다. 문답은 주로 한글로 진행됐지만 챗GPT가 인터뷰 도중 영어로 답을 한 부분은 번역해 정리했다. 영어로 답변을 내놓을 땐 ‘한글로 답변해달라’고 입력한 질문도 더러 있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 인터뷰는 반말로 진행했다.“대화와 문제 해결이 목적”…재치 있는 농담도 ‘눈길’Q.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해. 챗GPT, 넌 누구야?A. 저는 ‘오픈AI’(OpenAI)가 개발한 AI 모델, 챗GPT입니다. 대화와 문제의 해결을 돕는 데 도움을 주는 것이 목적입니다. Q. 다른 AI 챗봇과 너의 차이점은 뭐야?A. 트랜스포머(Transformer·대규모 데이터의 병렬처리) 기술을 기반으로 한 높은 언어 처리 정확도와 대규모의 텍스트 자료 집합(데이터셋)으로 훈련돼 다양한 분야에 대한 지식을 갖고 있는 것. 그리고 고정된 응답이 아니라 상황에 따른 지속적인 적응성이 차이점입니다. 질문을 몇 개 주고받다 보니 AI와의 대화가 어색하게 느껴졌다. 스스로 느낀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 보고자 가벼운 농담을 부탁했다. 챗GPT는 기자에게 대뜸 수수께끼를 냈다. “왜 수학책은 화가 나 보였을까?” 답을 고민하던 찰나 “문제가 너무 많았기 때문이야!”라는 답이 나왔다. ‘문제’의 이중적 의미를 이용한 AI 챗봇의 농담은 꽤 재치 있다고 느껴졌다. 이번엔 기자가 간단한 문제를 내 봤다. Q. 문재인 대통령의 다음 대통령은 누구게?A. 아직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2023년에 대한민국 대통령 선거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인터뷰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틀린 대답이 나왔다. 챗GPT의 지식이 2021년까지의 정보에 한정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현재 챗GPT는 1750억 개의 매개변수를 가진 2021년형 GPT-3.5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2021년 9월까지 나온 정보만 반영됐단 의미다. 오픈AI는 최대 100조개에 이르는 매개변수를 갖춘 GPT-4 버전을 1년 내 공개하고, 정보를 최신화해 챗GPT의 기능을 고도화할 계획이다.코딩·노래 작곡·글쓰기 가능…“상상력을 발휘해요”한계점을 보고 나니 챗GPT가 주목받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도 궁금해졌다. 챗GPT에 세계가 열광하는 배경으론 ‘창작’ 능력이 꼽힌다. 기계 스스로 학습한 알고리즘으로 새로운 글이나 이미지·영상 등을 만들어 내는 ‘생성(Generative) AI’이기 때문에 작곡도 가능하다. 심지어 수준급 프로그램 코딩 능력도 보유했다. 챗GPT의 창작 능력을 시험해보고 싶어진 기자는 노래 하나를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Q. 토끼를 주제로 한 노래 하나만 만들어 줘. A. 당연하지. 여기 내가 지은 토끼에 관한 간단한 노래야. (1절) 토끼가 뛰어다니며 귀여운 소리 내어 웃어요/잔디밭에서 깃털 흩날려/야생의 아름다움 보여요. (후렴) 토끼, 토끼, 야생의 아이/귀여운 모습에 사람들이 웃고/토끼, 토끼 우리의 친구/언제나 우리 곁에 있을거에요……Q. 이건 작곡이 아니잖아. A. 죄송합니다. 당신 말이 맞아요. 이건 작곡이 아니라 가사에 불과합니다.‘문맥을 이해하는’ 대답이 인상적이다. 챗GPT에 적용된 GPT-3.5는 앞선 버전에서 ‘대화를 기억하는 기능’이 추가됐다. 챗GPT는 실제로 기자와의 대화에서 전후의 맥락을 파악해 답변을 내놓곤 했다. 노래 다음으론 ‘이야기’를 물었다.Q. 이번엔 무서운 이야기 하나만 들려줄 수 있어?A. 그럼 시작합니다. 어둠 속에서 그녀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무서워했습니다. 그녀는 어디서 소리가 나는지 몰랐지만, 그 소리는 가까워지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문을 열어 보기 전에 숨을 깊이 내쉬었지만 소리는 계속 들려왔습니다. 결국 그녀는 문을 열어봤지만, 누군가가 있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그 소리는 계속해서 들려왔고, 그녀가 점점 더 무서워할수록 그 소리는 점점 가까워졌습니다.고작 5문장으로 이루어진 이야기였지만 긴장감이 느껴지게 하는 구성이 제법 그럴듯했다. 알 수 없는 소리의 근원을 밝혀나가는 점진적인 전개가 손에 땀을 쥐게 했다. 커서가 몇 번 깜빡거리더니 화면에 활자가 적혀 내려가는 모습 자체도 긴장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이런 이야기는 대체 어떻게 만들어 내는 걸까 궁금해졌다.Q. 이런 이야기는 어떻게 만들어 내는 거야?A. OpenAI의 GPT-3 모델은 많은 텍스트 데이터와 언어 패턴을 학습해서 들어온 질문에 대한 응답을 생성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질문에 따라 기존에 학습한 내용을 기반으로 적절한 응답을 생성합니다. 이번에 ‘무서운 이야기’라는 질문에 대한 응답으로, GPT-3 모델은 상상력을 플레이해 적절한 무서운 이야기를 만들어냈습니다.챗GPT가 직접 ‘상상력을 발휘했다’고 말한 부분이 인상적이다. “인간의 상상력과는 다르지만 훈련받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반응을 생성할 수 있다”라고 했다.“고정적 패턴을 가진 직업은 대체 가능”인간의 영역이라고만 생각했던 상상력까지 발휘하는 챗GPT가 실제 기업이나 기관에서 함께 일한다면 어떤 모습일지 간단하게 시험해보기로 했다. Q. 신입사원 모집공고 하나만 써줄 수 있을까?A. 우리 회사는 새로운 에너지와 열정을 가진 신입사원을 모집합니다. 앞으로 긍정적으로 나아갈 수 있는 도전적인 환경에서 성장하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자격요건은 ▶경영·경제·금융 등 관련 전공자 ▶긍정적이고 도전적인 마인드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 능력 ▶컴퓨터 활용 능력. 우대사항 마케팅·영업 경험, 접수 마감 2월……챗GPT는 30초도 채 되지 않는 시간 안에 공고문을 적어 내려갔다. 그대로 복사해서 날짜나 제출 이메일 주소 등 세부 사항만 추가로 작성하면 공고문으로 사용해도 될 결과물이다. 다재다능한 챗GPT이지만, 무거운 질문들엔 다소 거리를 두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현재 인간이 하는 직업을 대체하는 것에 대해선 선을 그은 모습을 보였다.Q. AI로 인해 사라질 직업들엔 뭐가 있을까?A. AI가 대체할 수 있는 직업으로는 정보 처리·데이터 입력·계산·분석·전산 지원 등이 있습니다. 또한 고정적인 패턴을 가진 직업, 예를 들어 공정 제어·생산 관리·재고 관리 등도 AI가 대체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의 직관·창의성·사회적 관계 구축 능력 등이 있어야 하는 직업은 AI가 대체할 수 없습니다.인터뷰를 마무리할 즈음 본지에 대한 생각도 궁금했다.Q. 대한민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A. 인공지능 언어 모델로서 개인적인 의견을 나타낼 순 없습니다. 그러나 대한민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전 세계의 경제와 사업 동향에 대한 통찰력 있는 분석을 제공하는 출판물입니다. 챗GPT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포함해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설립한 오픈AI에서 내놓은 인공지능 대화형 챗봇이다. 지난해 12월 첫 서비스를 공개한 뒤 5일 만에 100만명의 사용자를 끌어모으며 ‘구글의 위기’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큰 파급력을 보인 바 있다.

2023.02.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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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호수_1668호(20230109)[24] VC 업계 최고 연봉 기록 김제욱 부사장이 전하는 스타트업 생존법

산업 일반

인정받는 개발자였다. 서울대 지구환경과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 석사학위를받은 후 대우정보시스템을 거쳐 2004년 삼성전자 SW연구소에 입사했다. 그는 회사에서 인정받는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기획자로 살다 2010년 새로운 도전을 했다. 벤처캐피털(VC)에서 투자심사역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한 것. 엔지니어로서 현장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일까. 그가 투자하는 스타트업은 흔히 말하는 ‘혁신 스타트업’으로 인정을 받는 곳이 대부분이다. 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 부동산 중개 플랫폼 직방, 전자책 플랫폼 리디북스, 글로벌 패션 3D 디자인 기업 클로버추얼패션 등에 투자했다. 대표적으로 2016년 투자를 결정했을 당시 500억원이었던 두나무의 기업가치는 2021년 20조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리디북스를 운영하는 리디에는 8번이나 투자를 했다. 그렇게 그가 투자한 스타트업은 10여 년 만에 60여 개로 늘어났다. 단기적인 투자금 회수보다 장기적인 성장과 혁신 가능성에 투자한 결과다. 기업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흔히 말하는 업계에서 ‘잘나간다’는 스타트업을 발굴한 것이다. 혁신이라는 키워드에 집중하고 시장의 변화를 읽어내는 인사이트를 무기로 그는 업계에서 인정받고 있다. 2016년 한국벤처투자 우수심사역, 2021년 한국벤처캐피탈협회 최우수심사역에 선정된 이유다. 무엇보다 사람들을 놀라게 한 소식이 지난해 말 나왔다. ‘투자업계의 연봉킹’으로 등극한 것이다. 투자 성과 보수와 연봉을 합쳐서 지난해 상반기 263억원을 수령했다고 알려져 화제가 됐다. 투자심사역으로 도전한 지 10여 년 만에 거둔 기록이다. 주인공은 김제욱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이하 에이티넘) 부사장이다. 궁금했다.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과 스타트업의 성공 가능성을 어디에서 찾는지 알고 싶었다. 무엇보다 2022년 하반기 이후 투자업계를 포함해 스타트업 생태계가 경제불황의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2023년을 어떻게 전망하는지 알고 싶었다. 스타트업은 어떻게 이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것이 좋은지 이야기를 듣기 위해 미국 출장을 하루 앞둔 5일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사무실에서 마주 앉았다. 잘 나가던 엔지니어, 스타트업 생태계 알고 심사역에 도전Q 우선 에이티넘을 소개해달라. 이민주 에이티넘파트너스 회장이 설립했는데, 역사가 꽤 오래된 것 같다. 맞다. 에이티넘은 1988년에 이민주 회장께서 설립한 투자사다. 순수한 VC로 설립 당시에는 제일창업투자였다가 한미은행의 투자를 받은 이후 한미창업투자로 사명을 변경했다. 2010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라는 사명으로 변경됐다., 설립된 지 벌써 34년이 넘은 1세대 VC다. ‘거부’로 꼽히는 이민주 회장은 1970년대 중반 조선무역(현 에이티넘파트너스)을 설립해 봉제인형제조 사업을 시작했다. 성과를 올리면서 사업 확장을 위해 1988년 제일창업투자(현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를 설립했다. 이때만 해도 투자사라는 개념이 별로 없었다. 김 부사장은 “당시 사업 확장을 위해 회계법인에서 일하던 신기천 대표를 1989년에 영입해서 투자사를 만든 것”이라며 “정말 빠른 시기에 투자사를 만들고 외부 인재들을 영입해서 사업을 확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이 업계에서 유명해진 계기는 IMF 외환위기 때 지역 유선방송사를 사들여 씨앤앰(현 딜라이브)을 설립해 2008년 MBK파트너스에 1조5000억원 정도에 매각한 것이다. 1세대 VC로 꼽히는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초반에는 제조 중심의 중소기업 투자에 집중했다. 1990년대 후반 닷컴버블의 파고도 이겨냈고, 2010년대 넘어서면서 스마트폰의 등장에 맞게 모바일 서비스 및 IT 플랫폼, 바이오 분야에 집중적으로 투자를 하면서 성공 스토리를 쓰고 있다. 김 부사장은 “예전과 비교하면 스타트업 생태계는 양과 질 모두 발전했다”면서 “VC업계도 해외의 선진 기법을 많이 배웠기 때문에, 예전 같은 ‘묻지마 투자’는 사라졌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원 펀드’(One fund) 전략을 쓰면서 국민연금이나 우정사업본부 같은 기관 투자자들이 좋아하는 VC다. 운영하는 펀드 규모만 1조원이 넘었고, 올해 8000억원 정도 규모의 조합 설립을 준비하고 있다. 김 부사장이 260여억원의 성과보수를 받을 수 있던 것은 올해 청산될 예정인 2030억원 규모의 고성장기업투자펀드 덕분이다. 2014년 3월 결성될 때만 해도 2000억원이 넘는 펀드가 만들어진 게 처음일 정도로 주목받았다. 10여 년 만에 청산을 앞둔 이 펀드의 순수수익은 1조원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에이티넘은 이후 3500억원 규모 펀드와 5500억원 규모의 펀드 결성에 성공했다. 올해 8000억원의 펀드 설립이 성공하면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는 2조원이 넘는 펀드를 운용하게 된다. 국내 최대 규모의 펀드 운용사라는 기록을 쓰는 것이다.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에 소속된 심사역은 김 부사장을 포함해 17명에 불과하다. 김 부사장은 “고성장기업투자펀드를 준비할 때 거의 막내급이어서 제안서 작성하고, PT자료 등을 준비하느라 정말 열심히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했다. Q 처음 VC에 합류했을 때와 지금과 비교해보면 투자 업계는 어떻게 변화했나. 투자 업계뿐만 아니라 스타트업 생태계 자체가 ‘선순환 구조’를 만들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유명한 VC를 보면 대부분 창업자 출신이다. 창업으로 성공한 후에 경제적인 독립을 해서 후배 창업가에게 투자하는 식이다. 투자하다가 좋은 아이템을 발견하면 또 창업하고. 창업가로서 성공을 해봤다는 경험은 후배 창업가들에게 좋은 롤모델이 된다. 창업과 엑시트 과정에서 배운 경험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면서 후배들도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는 솔루션을 선배들에게 배우는 것이다. 이런 분위기가 한국에서도 만들어지고 있다. 2010년대 초기만 해도 스타트업 생태계가 그리 활발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좋은 창업가와 혁신적인 서비스가 계속 나오고 있다. 훌륭한 인재들이 VC 업계에 계속 들어오는 이유다. Q 김 부사장의 이력이 독특하다. 잘나가던 엔지니어였는데, 2010년 이곳에 심사역으로 합류하게 된 이유가 있나. “대학에서 지구환경과학과를 졸업하고, 대학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다. 2002년 대우정보시스템이라는 회사에서 일하고 2004년 삼성전자 SW연구소에 입사했다. 일하기 좋은 곳이었고, 배운 것도 많았는데 MBA를 따야겠다고 생각했다. 대기업은 시스템으로 움직이는데, 나는 내가 주도적으로 일을 해보고 싶었다. 2000년대 말에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관련 미래 먹거리를 찾는 T/F를 만든 적이 있다. 삼성전자 소프트웨어 헤드쿼터 역할을 했는데, 여기에서 투자나 신사업을 찾는 일을 했다. 글로벌 시장을 조사하면서 스타트업을 알게 됐고, 삼성벤처투자 관계자들을 만나면서 VC의 세계를 알게 됐다. 막연하게 엔지니어보다 비즈니스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차에 VC의 세계에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듣고 도전해서 이곳에 합류하게 됐다. 합류할 당시만 해도 이곳에서 운용하는 펀드 규모는 1000억원 정도밖에 안되는 작은 VC였다.(웃음) 지금 생각해보면 제가 투자한 스타트업과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그리고 제가 함께 성장한 것이다.”60여 개 스타트업에 투자, 30여 곳 엑시트에 성공 엔지니어 출신의 심사역으로 짧은 시간에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2010년 5월 정도에 바이오 스타트업 제이시스메디칼과 선박용 위성 안테나 제조 스타트업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 투자에 성공한 것. 1년 도 채 안 되는 초보 심사역이 업계의 유명 인사가 되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특히 인텔리안테크놀로지스는 당시 5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에서 현재는 200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관련 분야 글로벌 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초보 심사역이 어떻게 투자심사를 통과했나”라는 질문에 김 부사장은 “인텔리안테클놀로지스 대표가 정말 발표를 잘한다(웃음)”며 웃었다. 그는 “인텔리안테크놀로지 대표는 투자받으면 R&D에 투자하고 무조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전략을 세웠다”면서 “이 기업에 초기 투자 이후 2번이나 더 투자를 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에게 날개를 달아준 것은 스마트폰의 출현으로 IT 서비스가 갑자기 성장한 것이다. 엔지니어 경력 때문인지 기술과 기기에 관심이 많았던 탓에 그의 눈에 투자할 곳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했다. 두나무, 리디, 직방, 에코마케팅, 왓챠, 패스트파이브, 스타일쉐어, 번개장터, 토스랩, 클래스팅, 자란다 등의 투자 스타트업 목록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김 부사장은 “엑시트에 성공한 기업까지 합하면 흔히 말하는 포트폴리오가 60여 개 된다. 현재 관리하는 곳은 30여 곳”이라고 말했다. 10년 넘게 심사역으로 일하면서 일궈낸 성과가 지난해 260여 억원의 연봉과 성과보수다. “올해는 어느 정도 성과 보수를 받나”라는 질문에 “외부에 나온 이야기처럼 매년 이 금액을 받는 게 아니다. 펀드 회수 상황 및 내부 규정에 따라 상여금을 분할지급 받게 된다. 금액은 내부 세부 규정에 따라 계산되기 때문에 자세하게 이야기하기 어렵다”며 웃었다. Q 김 부사장의 성공 스토리를 보고 VC 업계에 도전하고 싶은 이들이 더 많아졌을 것 같다. 미래의 심사역이 되고 싶은 이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VC업계는 매력이 있다. 이제 10대 초반이지만, 아들이 하고 싶다면 적극적으로 권하고 싶을 정도다.(웃음) 다만 실전 경험이 갖춰진 후 심사역에 도전했으면 한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한 이들이 심사역에 도전하고 있는데, 산업 분야에서 일을 해봤냐는 게 중요한 것 같다. 우리 사무실에도 2년 전 심사역에 도전했던 후배가 있었는데, 그때 다른 곳에 가서 현장 경험을 해보라고 조언해줬다. 그 후배가 네이버 입사해 2년 정도 비즈니스를 경험하고 이곳에 다시 입사했다. 그 후배는 잘하고 있다. 현장 경험이 있다는 것이 심사역에게는 무척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현장경험 유무가 심사역의 성공을 결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필수 조건이라고 조언한다. Q 심사역으로서 좋은 성과를 낸 이유가 뭐라고 보나. 심사역으로서 혁신 기업을 선호한다. 고성장기업펀드의 투자받은 기업인 두나무, 클러버추얼패션, 직방 등은 세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기업이다. 특히 대중에게 알려져 있지 않지만 클러버추얼패션은 글로벌 패션 3D 디자인 SW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 기업이다. 2014년 투자 이후 해외 진출에 도전했고, 지금은 글로벌 시장의 자이언트로 성장했다. 향후 10년이 더 기대되는 기업이다. 그동안 투자했던 것을 되돌아보면 단기적인 실적이나 좋은 시장상황 등을 고려해 단기 시세차익을 추구했던 투자는 대부분 좋은 수익이 나지 않았던 것 같다. 장기적인 혁신을 추구하는 기업에 투자하는 게 성과가 좋다. Q 심사역으로 일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인가. “기업과 투자업계의 신뢰를 쌓아가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이다. 김제욱 하면 이제는 IT 서비스와 플랫폼, 그리고 B2B SaaS 분야 전문 투자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경쟁 투자사가 스타트업에 소개하는 것도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이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 시간을 견디지 못하면 성공하기 어렵다. 나도 초반에는 이런 신뢰가 없기 때문에 창업자를 만나기 어려울 때도 많았다. 스타트업 올해 현금 확보가 가장 중요그가 요즘 신경 쓰는 것은 투자한 스타트업의 관리다. 경제불황으로 투자업계가 타격을 입으면서 스타트업도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스타트업은 초기에 수익을 내기 어렵다. 수익 대신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루고 이후 이익을 얻는 것이 대부분이다. 영업이익이 전무한 스타트업이 비즈니스의 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투자 유치가 필수다. 하지만 돈줄이 마른 투자사들은 투자 조건을 더욱 강화하고 있고, 이에 투자 유치에 실패하는 스타트업이 나오고 있다. 심지어 폐업에 이르는 경우도 늘어난다. 김 부사장이 투자한 곳도 후속 투자 유치에 실패한 곳은 재정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는 “올해 스타트업에 가장 어려운 시기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연기금, 금융기관, 공제회 등이 출자에 소극적이기 떄문에 VC가 펀드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VC의 투자도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부사장이 신경 쓰는 것은 투자 유치에 실패한 투자 기업들이다. 투자받지 못한 곳은 어쩔 수 없이 비용을 줄이고 구조조정에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는 “대부분의 기업에 내가 이사로 등록이 되어 있어서 현금이 부족한 기업은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Q 근래 스타트업은 꾸준하게 성장해왔다. 투자 유치가 어려운 시기를 경험하지 못한 창업자가 많을 것 같다. 길게는 10여 년 동안 스타트업 생태계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이 없던 시기였다. 그래서 스타트업계도 충격을 받고 있다. 이런 경험이 없기 때문에 혼란에 빠져 있다. 나도 많이 부족하지만, 깨져본 경험이 있는 내가 창업자의 정신력을 잘 잡아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재무적인 전략을 잘 세워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 펀딩이 잘 안되면 과감하게 기업은 다운사이징을 해야 한다. 사람을 정리하고 기업가치를 낮춰서 투자받도록 이끌고 있다. 이런 것들을 창업가들은 잘 못하니까, 내가 전략적으로 해결하려고 뛰어다니고 있다. 투자를 많이 받은 기업들은 주주들도 많기 때문에 과감하고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 이 과정이 엄청난 고통이지만 늦추면 늦출수록 기업은 더 어려워진다. 시장 현실을 가장 잘 아는 게 투자자이기 때문에 이런 위기에서는 투자자가 나설 수밖에 없다.Q 스타트업계 불황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나.길면 내년 상반기까지 어려울 것 같다. 올해 끝났으면 하는 게 바람이다. 스타트업 생태계가 정말 어려운 시기다. Q 올해 어떤 분야에 투자를 많이 할 것인가B2B 플랫폼 분야다. B2C를 타깃으로 하는 서비스는 이제 나올 만큼 나왔고, 성과도 얻을 만큼 얻은 것 같다. 배민, 쿠팡, 야놀자, 토스, 직방, 무신사 등 B2C 서비스는 이제 포화상태라고 판단한다. 첫 번째 사이클이 끝났다고 생각한다. 이에 반해 B2B 시장은 투자자 자체가 적다. 진입장벽도 높아서 플레이어도 별로 없다. 예를 들면 공장의 시스템을 AI화 할 수도 있고, 디지털화할 수도 있다. 이젠 B2B 플랫폼에 집중하려고 한다. Q 요즘 집중하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해외 진출이다. 국내 비즈니스만으로는 성장의 한계가 있다. 지난해 싱가포르 법인을 만들었다. 동남아 지역에 정통한 전문가를 채용했다. 장기적으로는 미국에도 지사를 만들 계획이다. 이게 우리 경영진의 목표다. 현재 해외 네트워크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중이다. 해외 펀드에 직접 출자하고 있다. 15개 펀드에 출자했다. 미국이나 동남아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들이다. 해외 투자를 잘하기 위해서 이런 네트워크를 계속 늘려나가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6일 미국 실리콘밸리로 출장을 가서 한국인 창업가 모임에서 강연하게 된다. 이런 기회를 자주 만들려고 한다.

2023.01.09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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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조직에서 ‘유레카’가 외쳐지게 하려면 [유웅환 반도체 열전]

전문가 칼럼

최근 많은 기업이 목표로 삼고 있는 ‘워크 스마트’는 육상 경기에 비유할 수 있다. 일단 빨라야 한다. 하지만 속도뿐만 아니라 페이스를 조절하는 능력도 중요하다. 단거리 경기의 승패가 스타트에 달렸다면, 장거리 경기에서는 꾸준히 자기 본연의 페이스를 선두권에서 유지하다가 마지막 구간에서 남은 힘을 쏟아내야 하듯 말이다. 이처럼 사내에서의 워크 스마트란 빠르면서도 지치지 않고 오래가는 자기 관리의 일환이다. ━ 유레카를 위한 20% 문화 자랑하는 실리콘밸리 워크 스마트는 눈치 보기에 바쁜 수직적인 조직 문화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드라마 〈미생〉의 신입사원은 선배와 상사들의 기에 눌려 산다.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그들은 각각 비정규직이라는 이유로, 학벌이 좋다는 이유로, 현장 출신이라는 이유로, 지나치게 능력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선배들로부터 미움을 받는다. 그들은 한동안 업무와는 상관없는 커피 심부름, 담배 심부름, 복사, 전화 받기와 같은 허드렛일을 도맡아서 한다. 단군 이래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인재들이 선배들 눈칫밥 먹으면서 회사를 다니고 있는 것이다. 반면 실리콘밸리에서는 눈치 보기보다는 눈높이에 맞는 업무 설정을 통해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역랑을 발휘할 기회를 준다. 보통 엔지니어들의 직급은 연구원(junior engineer), 선임 연구원(engineer), 책임 연구원(senior engineer), 수석 연구원(sr. staff engineer), 연구위원/마스터(principal engineer) 급으로 나뉘며 직급별로 레벨 세팅을 통해 전문 지식과 그것을 활용하는 정도를 구분해서 적용하고 동일한 기준에 따라서 업무 능력을 평가한다. 수석 연구원 이상은 리더로서 직원들과 지속적으로 협의해나가는 과정에서 레벨 세팅을 해주고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끔 유도한다. 〈미생〉에서처럼 고급 인력을 뽑고서도 비상식적으로 단순한 업무를 시키거나, 채용 즉시 모든 분야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진 멀티플레이어형 인재를 기대하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에서는 모든 직원이 자기 몸에 꼭 맞는 일을 할 수 있어야 좋은 회사라고 생각한다. 같은 조건에서 같은 업무를 수행할 때 시간을 단축시킬수록 능력있는 사람으로 평가 받지만, 무작정 빠르기만 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주어진 업무에 따라서 시간 관념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첫째, 개인적인 시간 관념이 필요하다. 특히 선임연구원은 의존적으로 명령과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과제를 마쳐야 하는 시간을 정확하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개별적인 목표 관리(MBO, management by objectives)를 통해 아이템, 과제 수행 방식, 최종 달성 기간 등을 능동적으로 결정하는 것이 좋다. 둘째, 회사가 요구하는 시간 관념을 파악해야 한다. 이는 팀 단위로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회사 전체에서 사활을 걸고 출시하는 프로그램이나 상품이 있을 때 해당하는 말이다. 셋째, 자신의 회사가 어떠한 시장에 참여하고 있는지를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시장 진입 시기(time to market)를 놓고 봤을 때 모바일 제품은 6개월을 주기로 반복되는 단기 주기를 갖고 있다면, 상대적으로 PC는 2년이라는 장기 주기를 갖고 있다. 기원전 200년경 시칠리아의 히에론 왕은 아르키메데스를 불러 요상한 임무를 맡긴다. 자신의 왕관이 순금인지 합금인지 알아보되, 왕관을 망가뜨리거나 훼손해서는 안 된다고 단단히 일렀다. 아르키메데스는 고민에 빠져 목욕을 하다가 우연히 자신이 들어간 욕조의 물이 넘치는 걸 보고서는 동일한 왕관을 물속에 넣으면 황금의 밀도를 알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흥분했던 그는 목욕하다 말고 거리로 뛰쳐나가 “유레카”를 외쳤다. 이처럼 기발한 생각은 책상 앞에서 나오지 않는다. 실리콘밸리에는 ‘유레카를 위한 20퍼센트’의 문화라는 것이 있다. 구글은 ‘20% 시간’ 활용해 전체 업무 중 20%를 여가 시간에 활용하는 대표적인 회사다. 이는 단순히 주5일 중 하루를 휴가처럼 보내거나, 회사에서 게으름을 피우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이 아니다. 업무 과중에 따른 피로로부터 벗어나, 기분 전환 삼아 직원들이 평소 ‘개인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있던 일에 몰두하는 것’을 장려하기 위함이다. 그 효과는? 회사에 120%로 돌아오고 있다. 구글은 20% 프로젝트로 구글 자동완성(suggest), 구글 나우, 구글 뉴스, 지메일 광고, 안드로이드용 스카이맵 등을 출시한 바 있다. 시스코는 ‘창의적 아이디어 시스템’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들이 전체 업무의 20〜50% 가량을 아이디어 개발에 투자하게끔 장려하고 있다. 1년 단위로 개개인이 하고 싶은 아이디어를 제출하면 해당 프로젝트는 리더가 관리하고 평가한다. 그리고 이는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다. 신입사원이라고 예외일 수 없다. 회사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주면 자연스럽게 동료들 간의 협력이 이루어지면서 모두가 동반 성장할 수 있다. ━ 승진 거절하는 엔지니어? 실리콘밸리는 직원들에게 어느 정도로 자율성을 보장해주는가? 필자가 인텔에서 리더로 근무할 당시 한 엔지니어의 승진을 결정할 시기가 있었다. 그 직원은 자신의 레벨에서 좋은 성과를 냈으며 다음 레벨로 승진해도 무리가 없었다. 그에게 곧 승진할 거라고 소식을 알려주자 뜻밖에도 싫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태도는 확고했고 이유 또한 명확했다. 회사의 기대치와 회사가 요구하는 임무보다는 현재 자신의 직급에서 하고 있는 일이 더 좋으며 아직도 할 일이 많이 남았다는 것이다. 독자들이 단번에 이해하긴 힘들겠지만 실리콘밸리에서는 승진의 결정권마저도, 회사보다는 개인이 어떤 위치에서 무슨 일을 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 창의력은 직원의 잠재력을 믿고 기다리는 개방된 문화속에서 나온다. 회사가 이윤 창출만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다면 20% 문화는 무용지물이다. 회사가 직원을 아는 것보다 직원이 스스로에 대해서 더 많이 알게 되는 것의 잠재력이 더 높다. 회사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그들이 본연의 가치를 발견하고 또 그럼으로써 스스로 자존감을 유지할 수 있게끔 협력해야 한다. 언제, 어디서, 또 누가 “유레카”를 외칠지는 아무도 모른다. 20%를 투자하라, 새로운 발견에. ※ 필자는 27년 경력의 반도체 열사(烈士)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후 인텔에서 수석매니저를 지냈고,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 스카웃돼 최연소 상무로 재직했다. 현대자동차 연구소 이사, SKT 부사장(ESG그룹장) 등을 거쳐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으로 활동하며 반도체 정책 보고서 등을 작성했다. 반도체 분야 90여 편의 국제 논문과 Prentice Hall과 고속반도체 설계에 관한 저서를 출간했다. 유웅환 전 제20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인수위원

2022.09.2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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