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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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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여정이 받은 호텔 숙박권…오스카 ★들 ‘외딴섬’에 묵는다

산업 일반

지난달 26일 열린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배우 윤여정이 영화 '미나리'로 여우조연상을 받았다. 윤여정은 공식적으로 오스카 트로피 외 어떠한 상금과 부상도 받지 않는다. 대신 ‘스웨그 백(Oscar Swagbag)’으로 알려진 선물꾸러미가 주어진다. 이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마케팅업체 ‘디스팅크티브 애셋’이 지난 2000년부터 시상식과는 무관하게 오스카 주·조연상 후보와 감독상 후보들에게 제공해왔다. 스웨그 백 내용물은 매년 달라지는데 올해는 호텔 숙박권을 포함해 유명 트레이너와의 운동 패키지, 스파 이용권, 순금 전자담배, 건강보조제, 데킬라와 위스키 등 20만5000달러(약 2억3000만원) 상당의 사은품이 든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에서도 눈길을 끄는 건 스웨덴 ‘페이터 노스터 호텔’ 숙박권이다. 오스카상 수상자들을 맞을 호텔은 미국의 럭셔리 호텔이 아닌 뜻밖에도 스웨덴의 한 외딴섬에 위치한 부티크 호텔이다. 스웨덴 남서부에 위치한 마르스트란드(Marstrand)는 육로로 연결된 작은 섬이다. 페이터 노스터 호텔은 이 섬에서도 헬기를 타야만 들어갈 수 있는 외딴 섬에 자리했다. 이곳은 원래 150여 년 전부터 등대지기와 그 가족들이 살던 곳이다. 강한 파도와 바람이 쉴새 없이 몰아치는 가운데 빨간 등대만 외로이 서있는 척박한 땅이다. 등대지기가 살던 공간을 스웨덴 디자인 회사 ‘스틸리트(Stylt)’가 인테리어해 지난해 부티크 호텔로 재탄생했다. 객실 내부는 바닷가 마을을 연상케 하는 각종 소품과 빈티지한 디자인 가구, 조명 등이 어우러져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모든 창 너머로 수평선이 보여 한폭의 풍경화를 보는 듯하다. 페이터 노스터 호텔에 닿으려면 호텔에서 제공하는 왕복 헬리콥터나 보트를 예약해야 한다. 객실은 9개가 전부로, 외딴섬을 통째로 빌리는 기분이 들어 프라이버시를 보장받을 수 있다. 숙박료는 하룻밤에 1인당 5000크로네(약 66만원) 수준이다. 주변에 편의시설이 따로 없어 호텔에서 모든 식사와 커피, 가이드 투어 등을 제공한다. 스웨덴식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이 호텔의 콘셉트는 ‘Rent your own island(당신의 섬을 빌리세요)’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해외여행이 자유롭지 않은 시점에 오픈한 호텔인 만큼 ‘사회적 거리두기’에 최적화된 장소이기도 하다. 최고급 호텔은 아니지만 세간의 관심을 받는 오스카상 수상자들이 휴식을 취하기엔 더없이 좋은 호텔인 셈이다. 윤여정이 스웨그 백 안에 든 숙박권을 이용해 이 호텔에 머물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디스팅크티브 애셋은 오스카 후보자의 자택이나 숙소로 스웨그 백을 보내지만 본인이 원치 않으면 반송할 수도 있다. 미국 에 따르면 미국 국세청(IRS)이 스웨그 백을 연예인 소득으로 분류해 값어치의 50%를 세금을 부과한다. 2억원 가치로 알려진 이 가방을 받으려면 약 1억원을 세금으로 내야 하는 셈이다. 허정연 기자 jypower@joongang.co.kr

2021.05.04 17:40

2분 소요
영화 ‘늑대소년’-순애보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다

산업 일반

영원한 사랑. 영화가 ‘사랑’이라는 주제를 ‘사랑’하는 이유는 이 판타지적인 설정 때문일 것이다. 조성희 감독의 신작 ‘늑대소년’은 순애보라는 감정 그 자체에 집중하는 영화다. 소녀를 위해 평생을 기다린 소년의 이야기, 말하자면 여자들을 위한 순애보다. 그래서 어쩌면 남성 관객보다 여성 관객이 열광할 수밖에 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일부 남성 관객은 공감할 수 없다며 고개를 절래 흔들 수도 있지만.이런 차이는 순애보를 대하는 남녀의 태도 차이 때문인지 모른다. 남자에게 순애보는 리얼리티지만 여자에게는 판타지다. 남자는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여자를 지켜내고 사랑할 수 있다고 확신하지만, 여자에게 중요한 것은 변하지 않는 감정 그 자체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마음, 그것이 여자의 순애보이자 판타지다. ‘늑대소년’은 바로 그 지점에서 여심(女心)을 공략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늑대소년’은 동화적인 상상력에서 출발한다. 가족과 함께 요양 차 시골에 내려온 소녀(박보영)는 집 앞마당에서 괴상한 소년(송중기)을 발견한다. 헝클어진 머리, 찢어진 옷부터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게걸스럽게 음식을 먹고, 갑자기 사나워지는 태도 역시 소년의 실존을 의심케 한다.하지만 세상을 향해 마음의 문을 닫고 살던 소녀는 세상에서 버려진 채 야생에서 살아온 거친 소년에게서 동질감을 발견하고 점점 마음의 문을 연다. 사람답지 않은 행동을 보이는 늑대소년이 왠지 신경이 쓰이는 소녀는 먹을 것을 보고 기다리는 법, 옷 입는 법, 말하는 법, 글을 읽고 쓰는 법 등 소년에게 세상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하나씩 가르쳐준다.여성을 위한 순애보 판타지어느새 순수한 소년에게 마음을 열게 된 소녀와 세상에서 처음으로 자신을 향해 손을 내민 소녀를 만난 소년은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낀다. 소년와 소녀의 첫사랑이 시작되는 것. 하지만 달콤한 첫사랑의 시간은 그리 쉽게 허락되지 않는다. 어느 날 소년은 소녀를 곤경에 빠뜨린 지태(유연석)를 본 후 분노를 숨기지 않는다. 소녀에게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닥치자 소년은 숨겨져 있던 본성을드러내며 늑대로 돌변하고, 완전히 다른 존재가 된다.이로 인해 사람들에게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 된다. 자신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도 소년은 소녀를 지키기 위해 모든 것을 내던진다. 이 사건 이후 소녀의 마음은 혼란에 빠진다. 분노하면 인간의 본성을 잊고 늑대로 돌변하는 괴물 같은 존재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고민하던 소녀는 소년의 흉측한 외형과 순수한 내면 사이에서 후자를 믿기로 한다. 그리고 지킬 수 없는 약속을 남기고, 그의 곁을 잠시 떠난다.그녀가 남긴 한마디, 그가 평생을 품어야 하는 한 마디. “기다려.” 수십 년의 세월이 흘러 많은 것이 변했지만, 여전히 그 모습 그대로 소녀를 기다리는 소년의 모습으로 마무리 한 이 영화의 엔딩은 ‘늑대소년’의 핵심인 셈이다. 조성희 감독은 “늑대소년은 감정의 판타지다. 이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사‘ 랑’을 보여주는 것이 이 영화의 판타지다”라고 말한 바 있다.굳이 비유하자면 곽경택 감독이 ‘사랑’(2007)을 통해 그려낸 순애보가 남자의 시각에서 펼쳐 낸 리얼리티라면, 조성희 감독이 그려내는 순애보는 여자의 관점에서 바라본 판타지다. 다시 말해 ‘늑대소년’은 시간을 초월한 운명적인 만남, 사랑을 넘어선 순수한 교감을 통해 여자들의 순애보(판타지)를 영화적 상상력으로 그려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아마도 여성 관객에게는 현실에서는 느낄 수 없는 황홀한 체험이 되지 않을까.트와일라잇과 타이타닉의 결합‘늑대소년’은 ‘타이타닉’(1997)과 ‘트와일라잇’(2008) 사이에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로즈(케이트 윈슬렛)를 향한 잭(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마음과 벨라(크리스틴 스튜어트)를 위한 에드워드(로버트 패틴슨)의 감정이 ‘늑대소년’ 가슴 속에 혼재돼 있다는 인상이다. ‘늑대소년’의 목가적인 풍경 속에 펼쳐지는 소년과 소녀의 모습은 ‘타이타닉’이 서정적으로 그려낸 순수한 사랑을, 소녀를 위해 맹목적으로 돌변하는 소년의 존재는 ‘트와일라잇’이 보여주는 헌신적 사랑을 연상시키기 때문이다.몽환적인 이야기의 중심에 선 송중기·박보영, 두 배우의 열연은 단연 돋보인다. 한국 영화에서는 낯선 캐릭터인 ‘늑대소년’을 생동감 있게 표현한 송중기는 이 작품으로 필모그래피에 든든한 주춧돌을 세웠다. 박보영 역시 순수한 사랑 앞에 선 소녀의 애절한 감성을 오롯이 표현하며 빼어난 연기를 선보인다. 그리고 영화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지태 역의 유연석은 드라마의 강약을 조절하는 임팩트 있는 명연기를 펼친다.‘늑대소년’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릴 영화다. 분명한 것은 ‘늑대소년’이라는 신선한 소재와 ‘순애보’를 외치는 감성적인 화법이 최근 한국 영화에서 보지 못한 생소한 풍경이라는 점이다. ‘늑대소년’은 한국 순애보 영화의 새로운 기준을 세우는 데 성공했다.가을에 어울리는 신작 멜로 3 데미지감독 루이 말 | 출연 제레미 아이언스, 줄리엣 비노쉬, 미란다 리차드슨 | 러닝타임 111분 | 개봉 11월 1일 | 청소년 관람불가1992년 미국에서 개봉해 1993년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조연상(미란다 리처드슨) 후보에 오르는 등 평단과 대중의 호응을 얻었지만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예술이냐, 외설이냐’ 하는 논란에 휩싸였다. 올해 재개봉하는 ‘데미지’는 무삭제 버전. 이 버전의 ‘데미지’를 보면 ‘외설이 아닌 예술’이라는 점이 더욱 확실해진다. 인간 영혼의 심연을 바라보는 영화의 시선은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전혀 녹슬지 않았다. 라잇 온 미감독 아이라 잭스 | 출연 투레 린드하르트, 재커리 부스, 줄리앤 니콜슨 | 러닝타임 101분 | 개봉 11월 1일 | 청소년 관람불가‘라잇 온 미’를 보고 가슴이 저릿해졌다면 그것은 이 영화가 가장 보통의 사랑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동성의 사랑을 다룬 퀴어 멜로라는 장르 안에 가두기에는 너무나 보편적인 멜로 영화 ‘라잇 온 미’는 인생에서 가장 절절했던 누군가를 그리워하고 보듬는 듯한 시선을 지닌 영화다. ‘라잇 온 미’는 그들의 치열한 사랑만큼이나 치열했던 헤어짐까지를 담아낸다. 덤덤해 보이는 그들의 마지막이 더 가슴 아픈 까닭은 그들이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이미 수없이 마음속에서 서로를 잡았다 놓았다 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복숭아나무감독 구혜선 출연 | 조승우, 류덕환, 남상미 | 러닝타임 106분 | 개봉 10월 31일 | 15세 관람가샴쌍둥이로 태어나 뒤통수를 맞대고 살아가는 어느 형제의 이야기. 외부와 소통 없이 자란 상현과 동현의 삶에 아마추어 삽화가 승아가 발을 들여놓으면서 모든 것이 달라진다. ‘복숭아나무’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존재하는 어떤 편견에 대한 이야기다. 그 편견으로부터 버텨나가는 사람들을 통해 영화는 교감, 배려, 희생에 대해 말한다. ‘복숭아나무’는 구혜선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로 그의 재능과 약점을 동시에 엿볼 수 있는 영화다. 한편 한 몸을 연기하는 조승우와 류덕환의 기묘한 어울림, 남상미의 싱그러움을 보는 재미가 제법 있다.

2012.10.31 14:58

5분 소요
[Culture] 영화 ‘화차’ - 빚이라는 지옥행 수레는 멈추지 않는다

산업 일반

2000년에 국내에 번역본으로 나온 미야베 미유키의 추리 소설 『인생을 훔친 여자』의 원래 제목은 일본의 전설 속에 등장하는 ‘화차(火車)’다. 화차는 말 그대로 불타는 수레라는 뜻이다. 악행을 저지른 망자를 태워 지옥을 향해 달린다고 전해지며, 한번 올라탄 자는 두 번 다시 내릴 수 없다. 신용카드와 지옥행 수레 화차. 소설의 자세한 내용을 모를 지라도, 직관적으로 두 단어가 동의어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현대인의 필수품이 된 신용카드가 왜 지옥행 수레인가. 미야베 미유키는 특유의 잔잔하고 섬세한 문체로 ‘빚 권하는 현대사회’의 폐부를 깊숙이 찔렀다.일본에선 2011년에 아사히 TV가 이 소설을 드라마로 만들었는데 각색 과정에서 생략이 많아 소설의 치밀함을 제대로 살리진 못했다는 평을 받았다. 오히려 한국에서 ‘화차’의 영화화라는 쉽지 않은 도전을 시작했다. 도전자는 변영주 감독이다. 변영주 감독이 ‘발레교습소’(2004) 이후 실로 오랜만에 내놓는 차기작이 화차라는 소식을 듣고 기대를 품었다. 인물의 농밀한 심리묘사에 탁월한 그라면 화차의 공포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 봤다. 지난 3년 간, 시나리오를 스무 번이나 다시 썼다는 철저한 각색도 신뢰를 높였다.무엇보다 화차는 한국 사회의 현재를 무서우리만치 그대로 투영하는 거울이다. 아주 적절한 시점에, 꼭 필요한 ‘대피 사이렌’의 역할을 할 작품이다. TV 채널을 돌리면 쉴 새 없이 대부업체 광고가 이어지는 나라, 대학교 앞에 온갖 종류의 대부업체가 ‘친절상담’이라는 팻말을 걸고 성업 중인 나라, 대학졸업자의 평균 부채가 1000만원에 육박하는 나라에 사는 우리에게 화차는 귀 기울일만한 메시지를 전달한다.영화는 추리 소설다운 화두로 포문을 연다. 문호(이선균)의 삶은 평범했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여인 선영(김민희)과 결혼을 약속한 그는 결혼 준비를 하다가 아주 사소한, 그러나 이해할 수 없는 사건과 마주한다. 선영에게 신용카드를 만들어주려던 그는 카드 회사로부터 그녀가 신용불량자라는 통보를 받는다. 전산착오일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사건의 시작이었다. 결혼식을 한 달 앞두고 부모님에게 청첩장을 전하러 가던 고속버스 휴게소에서, 문호가 커피를 사러 간 사이 선영이 사라진 것이다. 황망한 그는 사촌 형이자 전직 형사 종근(조성하)에게 선영을 찾아달라고 부탁한다.종근이 선영을 찾기 시작하면서 그녀가 숨기고 있었던 비밀이 하나씩 드러난다. 강선영이라는 이름도, 주민등록번호도, 경력도, 출신 지역도, 모든 과거가 거짓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그녀는 사라진 당일 모아둔 돈을 모두 인출하고, 집 안의 지문까지 말끔히 지운 채 사라졌다. 선영은 실종된 것이 아니라 치밀하게 흔적을 지우고 도망친 것이었다. 선영의 뒤를 쫓던 종근은 그녀의 이름은 차경선이며, 강선영이라는 여자의 신분을 도용해서 살고 있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더불어 경선이 선영으로 신분을 바꾼 시점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는 증거를 포착한다.실종된 약혼녀가 살인범?어쩌면 사촌동생 문호가 애타게 찾는 약혼녀는 살인범일지도 모른다. 종근에게 이 사건은 형사의 본능을 자극하는 범죄사건이지만, 문호에겐 진짜 사랑에 관한 물음이다. 사랑하는 여인에게 완벽하게 속았다는 사실에 문호는 좌절하지만, 그녀의 이름이 선영이든 경선이든 그가 진심으로 사랑했던 여인이다. 문호는 반드시 그녀를 찾아야 한다. 모든 것이 거짓이라도, 그들이 나눈 사랑만은 진실된 감정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 두 남자의 모든 촉각은 그녀를 향해 있다. 과연 사라진 그녀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 걸까. 화차가 사연을 파고들수록, 공포와 연민이 동시에 밀려온다.미야베 미유키가 『화차』를 일본에서 발간한 건 1992년이다. 일본 경제의 거품이 막 꺼지기 시작한 무렵 일본 사회는 개인부채 문제로 독한 몸살을 앓았다. 무분별한 카드 발급으로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빚더미에 앉았다. 개인 파산이 증가했고, 빚에 쫓겨 결국 목숨을 끊는 사람도 늘어났다. 그들이 바랐던 건, 대단한 사치가 아니었다. 화려한 TV 광고는 소비를 부추겼고, 신용카드 회사는 친절하게도 ‘할부’로 소비를 가능하게 도왔다. 새로운 상품은 계속 쏟아져 나왔고, 할부로 물건을 살 수 있는 카드의 수는 점점 늘어났다. 더불어 이자도 함께 불어났다. 소비하지 않으면 남들보다 뒤처지는 듯한 사회적 박탈감은 또 새로운 소비를 부추겼고, 빚을 지는 생활이 익숙해질 때 즈음 빚은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까지 불어난다. 이런 상황, 너무 익숙하지 않은가.20년 전 일본사회가 앓던 병을 한국사회가 요즘 앓고 있다. 남의 인생을 훔쳐야만 했던 선영의 바람은 의외로 소박하다. 평범한 사람들처럼 “행복해지고 싶었을 뿐”이다. 행복해지고 싶었던 한 여인의 소망이 그녀를 불타는 수레에 올라타게 만들었다. 3월 8일 개봉하는 ‘화차’는 한 번 타면 절대 내릴 수 없는, 빚의 지옥행 수레에 몸을 맡긴 한 여자와 그녀의 행적을 좇는 두 남자를 통해 차가운 범죄 스릴러와 뜨거운 멜로, 슬픈 공감의 드라마를 펼쳐낸다. 이선균 조성하의 쫓는 연기도 매력적이지만, 쫓기는 여자 김민희의 연기도 일품이다. 배우들의 호연과 변영주 감독의 섬세한 연출력이 돋보이는 ‘화차’는 추리 스릴러로서도, 격정적인 멜로 영화로서도, 자본주의 사회의 치부를 드러내는 사회파 드라마로서도 훌륭하다. 극장을 나서면서 관객들은 자문하게 될 것이다. 과연 나의 소비는 행복을 위한 것인가. 2012년 아카데미 기대작 3철의 여인 감독 필리다 로이드 | 출연 메릴 스트립, 짐 브로드벤트 | 개봉 2월 23일 | 12세 관람가아카데미 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열일곱 번이나 오른, 연기의 화신 메릴 스트립이 영국 최초의 여성 수상 마거릿 대처의 일생을 연기한다. ‘철의 여인’은 정계에서 은퇴한 노년의 대처가 자신의 파란만장한 정치 인생을 회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스물여섯 살의 야심가 마거릿이 세상에서 가장 차갑고 강한 여성 정치가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과 한 여인으로서 일과 가정의 갈등 속에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가감 없이 그려낸다. 명불허전 메릴 스트립의 연기만으로 두 엄지손가락을 번쩍 치켜들 만한 영화. 마릴린 먼로와 함께 한 일주일감독 사이먼 커티스 | 출연 미쉘 윌리엄스, 에디 레드메인 | 개봉 2월 29일 | 12세 관람가세계인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여인, 하지만 단 하나의 사랑만을 원했던 여인, 마릴린 먼로가 영화 속에서 부활한다. 세기의 섹스 심벌로 명성을 누리던 마릴린 먼로는 영화 촬영을 위해 영국을 방문한다. 남 모를 외로움에 지쳐가고 있던 그녀는 영화의 젊은 조감독 콜린에게 끌려들고, 두 사람은 촬영장을 벗어나 일주일 간의 밀월 여행을 떠난다. 배우 마릴린 먼로가 아닌 여인 마릴린의 내면을 들여다 볼 기회. 이 작품으로 미쉘 윌리엄스는 올해 아카데미시상식 여우주연상 후보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휴고감독 마틴 스코시즈 | 출연 아서 버터필드, 클로이 모레츠, 벤 킹슬리 | 개봉 2월 29일 | 전체 관람가영화 역사를 향한 거장 감독의 3D 연애편지라 부를 만하다. 파리의 기차역에 숨어사는 소년 휴고는 장난감 가게에서 부품을 훔치다가 주인 할아버지에게 잡힌다. 뭔가 심상치 않은 과거를 숨기고 있는 듯 보이는 장난감 가게 조르주 할아버지는 휴고가 애지중지하던 수첩을 빼앗아가고, 소년은 아버지가 남긴 유품을 지키기 위해 조르주 할아버지의 집에 숨어든다. 조르주 할아버지의 과거가 서양 영화사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리면서, 엄청난 비밀이 밝혀지기 시작한다. 올해 아카데미시상식 영화제는 거장 감독 마틴 스코시즈의 따뜻한 판타지에 최다 부문 노미네이트로 화답했다.

2012.02.28 14:21

5분 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