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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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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련 “2030 직장인 57%, 현행 근로 시간제 개편 필요”

정책이슈

20~30대 직장인 상당수가 현행 근로시간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0~30대 임금근로자 702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 인식 조사’를 한 결과 57%가 “현행 근로시간제도가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7명(68.1%)은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근로시간 운영방식으로 ‘업무량 또는 개인의 업무집중도에 따라 출퇴근 시간 자유롭게 선택’을 꼽았다. 이는 ‘전 직원 동일한 출퇴근 시간 적용(31.9%)’이 도움이 된다는 응답의 2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응답자의 절반 이상(55.3%)은 ‘필요시 주 3~4일간 몰아서 일하고 주 1~2일 휴무’가 좋다고 답했다. 이는 ‘매일 8시간씩 주 5일 근무(44.7%)’라고 응답한 근로자 비중보다 높았다.또 44.9%는 근로시간과 업무성과가 비례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직종별로는 영업직(50.3%), IT‧SW 등 연구개발직(48.2%), 서비스직(46.7%), 관리‧사무직(44.9%) 등의 순으로 근로시간과 업무성과 간의 관련성이 없다고 응답했다.전경련은 “1953년 근로기준법 제정 이후 큰 틀의 변화 없이 유지된 ‘주 단위’의 근로시간 규제는 시시각각 변하는 산업현장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고, 일하는 방식이 다양화되고 있는 시대적 흐름에도 역행하는 것”이라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공장자동화, 기술 융복합 등으로 근로의 양보다 질이 중요해진 만큼 기존 근로시간 중심의 인사관리 체계는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유연근로시간제를 활용하고 있는 20~30대 근로자 10명 중 7명은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매우 긍정적이라고 답한 응답자는 22.8%, 긍정적이라고 답한 비율은 50.7%였다. 보통은 23.1%, 부정적이라는 답변은 3.4% 수준이었다. 유연근무제의 활용이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냐는 물음에는 응답자의 70.0%가 ‘그렇다’라고 답했다.한편 고용노동부가 추진하는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를 완화와 노사의 자율적 선택권 확대 방안에 대해선 82.0%가 긍정적이라고 답했다. 필요시 집중근로, 급박한 사정 발생 시 휴가 사용 등 근로시간 선택권 확립 가능함을 이유로 꼽은 응답자가 가장 많았다. 이 밖에 육아, 학업, 여가 등 생애 설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는 답변이 26.7%로 뒤를 이었다.추광호 경제본부장은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은 산업현장의 수요에 맞게 근로시간을 운영할 수 있도록 노사에게 선택권을 부여해 업무효율을 높이고 불필요한 장시간 근로를 막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3.03.0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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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직장인 57% “현행 근로시간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지 않아”

산업 일반

20~30대 직장인의 절반 이상이 현행 근로시간 제도가 시대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2030 근로자 702명을 대상으로 근로시간에 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57%가 현행 근로시간 제도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하지 않다’고 답했다고 5일 밝혔다. 답변 비율은 ‘매우 부적합’이 12.7%, ‘다소 부적합’은 44.3%였으며 36.6%는 ‘다소 적합’, 6.4%는 ‘매우 적합’을 선택했다.연장근로에 관한 인식 설문에서는 ‘노사 합의에 따라 필요 시 연장근로 가능’이 48.4%, ‘소득 향상을 위해 연장근로 적극 희망’이 11.7%로 60.1%가 연장근로 제도를 유연화할 필요성이 있다고 답했다. 연장근로를 엄격히 규제해야 한다는 응답은 39.9%였다.근로시간과 업무 성과가 비례한다는 응답은 55.1%, 비례하지 않는다는 답변 비율은 44.9%였다. 직종별로는 영업직(50.3%), 연구개발직(48.2%), 서비스직(46.7%), 관리·사무직(44.9%) 등이 상대적으로 근로시간과 업무 성과 간 관련성이 없다는 인식이 컸다.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는 근로시간 운영방식으로는 68.1%가 총근로시간이 동일하다는 전제하에 ‘업무량 또는 개인의 업무 집중도에 따라 출퇴근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을 꼽았다.선호하는 근로시간 유형은 55.3%가 ‘필요 시 주 3~4일간 몰아서 일하고 주 1~2일 휴무’를 선택했고, 전통적 근로시간 체제인 ‘매일 8시간씩 주 5일 근무’는 44.7%였다.응답자 중 유연근무제 활용 경험이 있는 이들의 73.5%는 유연근무제가 업무성과와 생산성 향상에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했다. 유연근무제가 불필요한 초과근무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라는 의견도 70.0%였다.정부가 추진하는 근로시간 유연화 정책에 대해서는 82.0%가 긍정적으로 본다고 답했다. 이유로는 업무상 필요 시 집중근로, 급박한 사정 발생 시 휴가 사용 등 근로시간 선택권 확립 가능(36.8%), 육아·학업·여가 등 생애 설계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26.7%) 등 순이었다.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국가 경제를 이끌어 갈 청년들이 근로시간 유연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는 만큼 근로시간 제도 개편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는 동시에 근로자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23.03.05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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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승연애’ 이어 ‘환승이직’도 대세…직장인 절반 “재직중 이직 당연해”

산업 일반

직장인 2명 중 1명이 ‘환승 이직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승 이직은 다니던 직장을 퇴사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직 활동을 하고 새 직장이 정해지면 바로 이직을 하는 신조어다. 취업 플랫폼 잡코리아가 ‘이직 경험과 트렌드’에 대해 직장인 129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를 4일 밝혔다. 먼저 ‘재직 중 이직 활동을 하고 새 직장이 정해지면 바로 이직을 하는 것(환승 이직)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라는 질문에 전체 응답자 중 51.0%, 2명 중 1명이 ‘당연하다’고 답했다. ‘그럴 수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47.1%로 많았다. ‘바람직하지 않다’고 답한 직장인은 1.9%에 그쳤다. 연령대별로 20대 직장인 중에는 환승 이직이 ‘당연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54.0%로 30대(52.0%)와 40대 이상(48.6%)보다 높았다. 세대별 분석 결과에서도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응답자 중에는 51.3%가 ‘당연하다’고 답해 그 외 세대 직장인(50.0%)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직무별로는 IT직, 영업직 직장인 중 환승 이직이 ‘당연하다’고 답한 직장인이 많았다. 조사결과 IT직 직장인 중 ‘당연하다’는 응답자가 61.9% 가장 높았고 영업직(54.0%), 전문직/기타(52.0.%), 사무직(46.4%) 순으로 ‘당연하다’는 답변이 높았다. 실제 직장인들의 이직 경험을 조사한 결과에서도 유사한 답변이 나타났다.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래 1회 이상 이직한 경험이 있다고 답한 직장인(90.1%)들에게 이직할 때 주로 언제 퇴사했는지 퇴사 시점을 질문한 결과 ‘재직하면서 이직 활동을 하고 이직할 기업이 정해졌을 때 퇴사했다’는 직장인이 64.8%로 과반수로 많았다. 이러한 답변은 20대부터 40대까지 전 연령대에서 모두 절반 이상의 높은 응답률을 나타냈다. 직장인들은 주로 퇴사 전 이직활동을 하는 이유로는 ‘수입이 중단되는 기간을 최대한 줄이기 위해’라고 답한 직장인이 46.0%로 가장 많았고, 이어 ‘언제 이직에 성공할지 모르기 때문에 조바심을 내지 않고 여유롭게 이직활동을 하기 위해’라는 응답자가 36.5%로 뒤를 이었다. 특히 20대 직장인 중에는 ‘조바심을 내지 않고 이직활동을 하기 위해’라는 답변이 43.0%로 가장 높았다. 반면 주로 퇴사 후 이직활동을 하는 직장인들은 그 이유로 재직 중 면접 등 이직활동의 제약이 크기 때문이라 답했다. 조사결과 ‘재직 중에는 이직활동(이력서 수정/면접 등)의 제약이 많기 때문에’라는 직장인이 51.1%로 가장 많았고, 이어 ‘퇴사 후 내가 하고 싶은 일과 진로를 조금 더 고민해보기 위해’라는 응답자도 20.8%로 다음으로 많았다. 이어 ‘원하는 때 원하는 일을 구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에’ 주로 퇴사 후 이직활동을 한다는 직장인도 13.4%로 조사됐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11.0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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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일하기 좋은 기업(6) 한국MSD

산업 일반

한국MSD는 멀티플레이어나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어디서든 어떤 일이든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인재를 육성하는 기업이다. 1994년 설립된 한국MSD는 미국 뉴저지주에 본사를 둔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이다. 한국엔 634명의 직원이 근무하고 있다. 제약업계에서 한국MSD는 ‘조직문화가 뛰어난 기업'으로 정평이 나있다.지난 12일,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한국MSD 회의실에서 만난 김수연 본부장은 항암제 사업부에서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약대를 나와 석사과정을 공부했다. 이후 병원에서 2년 근무한 뒤 한국MSD에 입사했다. 이러한 과정은 제약회사에 근무하기 위한 김 씨의 전략이기도 했다. “저는 제약사에 근무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대학에서 임상약학을 배우기도 했습니다.” 그가 MSD에 입사한 건 ‘인지도’ 때문이다. “약대생들이 가장 많이 아는 브랜드가 얀센, 화이자, MSD 정도입니다. 얀센은 기업 홍보를 많이 해서 알고 화이자나 MSD는 약대 서적에 많이 등장하죠.” ━ “뭐가 되고 싶습니까?” 직원에 먼저 묻는 회사 김 본부장이 입사한 2007년에는 한국MSD가 당뇨약 자누비아를 론칭하기 위해 학술 마케팅을 준비하던 때였다. 한국MSD는 MSL(Medical Science Liaison, 의학학술부)란 직책을 새롭게 선발했다. MSL은 의료진과 연구진을 대상으로 질환 및 제품에 대한 학술적 정보, 연구자 주도 임상을 논의하는 일종의 학술마케팅 전문가를 말한다. 제약 업계 최초로 여성 영업사원을 뽑은 MSD의 새로운 직무 혁신이기도 했다.(2008년 출시된 자누비아는 한국MSD 단일 브랜드론 최초로 1000억 판매를 돌파했다.)김 본부장은 MSL로 입사했다. “저도 그렇지만 회사도 직무에 대한 데이터가 전혀 없었으니 개인 재량이 많이 주어졌어요. 자율성이 큰 만큼 새로운 시도를 많이 할 수 있었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고 융통성을 기르는 데 더없이 좋은 직무였어요.”“뭐가 되고 싶습니까?” 김 본부장이 한국MSD에 들어와서 가장 기억에 남는 한 마디다. “한국MSD는 제가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고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는 지 관심이 많아요. 계획 수립단계부터 회사가 도와줍니다. 회사는 나의 계획을 존중해 주고 이룰 수 있도록 가능한 지원을 다해줍니다.” 회사의 이런 철학 덕분에 김 본부장은 메디컬 파트에서 마케팅으로 직무를 옮겨 일하고 있다.김 본부장은 마케팅 부서로 옮기던 날을 기억한다. 마케팅에 관해선 문외한이었던 김 본부장이 걱정하자 팀장이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나는 마케팅만 10년 이상 해 온 전문가이고, 팀원 중엔 7년 이상의 영업전문가도 있어요. 다양한 전문가가 시너지를 내면 마케팅이 더 잘될 수 있지 않을까요. 모두가 한 분야의 전문가일 필요는 없죠.”기업평판소셜 잡플래닛에서 한국MSD를 검색하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리뷰가 ‘조직 문화’다. 대부분의 리뷰에서 조직 문화를 칭찬하는 글을 발견할 수 있다. 김 본부장 역시 한국MSD의 조직문화에 상당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마음 놓고 일할 수 있는 융통성 있는 문화도 넓은 의미의 복지라고 생각해요. 내가 무얼 하든 조직이나 제도를 통해 눈치를 주지 않거든요.”김 본부장은 다음달 근무지를 미국으로 옮긴다. GMAP(General Management Acceleration Program)을 위해서다. 차세대 경영자 육성 프로그램인 GMAP에 선정되면 2년간 국내외 다양한 리더십 트레이닝 및 업무 경험 가능하다. 김 본부장은 “멀티플레이어나 스페셜리스트가 아닌 변화에 적응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 내겠다는 MSD의 철학을 반영한 프로그램”이라고 설명했다. 한국MSD 관계자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곳으로 인력을 배치하고 이렇게 쌓인 경험들을 구성원 간에 공유하도록 하고 있다”고 덧붙여 설명했다.김 본부장은 “앞서 말한 것처럼 오늘날 기업의 복지는 단순한 급여나 시설이 아닌 다양한 무형의 혜택이고 이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번에 받는 GMAP도 MSD가 직원에 주는 최고의 복지이자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 제약업계에서 가장 수평적이고 자율적인 조직 박귀옥 다이버시파이드 영업부 과장은 국내 대형 제약사에 근무하다 2007년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업계에서 조직이 가장 수평적이고 자율적이란 이야기를 듣고 호감을 가지고 있었어요. 추천으로 입사 기회를 얻었습니다.” 한국MSD는 채용할 일이 있을 경우 본인 또는 지인의 추천을 통해 뽑는 경우가 많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인원, 직무에 상관없이 공고를 통해 고른 기회를 제공하려고 노력한다”고 덧붙였다.제약업계는 술자리 문화가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업직의 경우는 ‘음주가무가 필수’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박 과장은 “영업을 모르는 소리”라고 말했다. 그는 “영업은 부서간 협업이 업무의 80~90%정도일 만큼 중요하다. 커뮤니케이션 조정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현장에서 의사 선생님과 이야기하려면 제품에 관한 공부를 대충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박 과장은 회사 내 동호회를 통해 여러 부서원과 사귈 기회를 마련한다고 했다.박 과장은 한국MSD의 강점으로 워크앤라이프 밸런스를 꼽았다. 회사에서 추가 근무시간에 대해 정확히 대체휴가를 지급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올해부턴 당일 아침에 사정이 있을 경우 사용할 수 있는 단기휴가 5일도 새로 생겼다.“EAB가 제안한 제도입니다. 회사가 받아들여 줬고요.” EAB(Employee Advisory Board, 직원참여기구)는 직원들의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경영진에 전달하기 위해 개설된 기구로 부서를 대표한 15명의 직원이 참여하고 있다. 김종주 인사부 상무는 “임신검진 휴가, 출산 비용 지원 등 사내 다양한 제도를 EAB의 제안으로 도입했다”고 설명했다.그 밖에 박 과장은 끊임없이 직원과 회사의 방향을 이야기하려는 경영진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고 말했다. 김종주 상무는 “직원을 설득하는데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는다”고 했다.김제원, 김혜진 임상연구부 차장 두 사람은 각각 11년, 12년 근무한 장기근속자다. 이들이 하는 일은 의약품 신약 개발 및 허가를 위한 임상연구다. 팀원도 주로 약학, 생명공학, 간호학 등의 전공자가 대부분이다. 김제원 차장은 한국MSD가 여성이 일하기 좋은 기업이라고 소개했다. “입사 후 결혼, 임신, 육아를 다 경험했어요. 재택근무도 했고요. 전업주부에 대한 로망이 없을 만큼 워크 앤라이프 밸런스에 신경을 써주더군요. 출산 후 1년까진 단축근무를 했고 정기검진이 있는 평일에도 눈치안보고 병원을 다닐 수 있었어요.” 김제원 차장은 수원에서 출퇴근을 한 적이 있는데 당시 ‘교통이 막히니 차라리 조금 늦게 출근해도 좋다’는 회사의 배려 덕분에 혼잡한 출근길도 피하고 업무도 더욱 수월하게 볼 수 있었다. 김 차장은 “직장인은 출근이 업무의 반이란 말이 있을 만큼 출근길은 힘들어요. 출근하면 지치죠. 회사가 7시에서 10시까지 탄력 출근제를 시행하고 한 달에 4일 정도는 재택근무가 가능해요. 덕분에 일하기 더 좋았습니다.” 김혜진 차장은 L&D(Learning & Development, 교육·개발부)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임직원 직무능력이나 경력 개발을 위한 교육 전담부서예요. 리더십뿐 아니라 협상 전략과 같은 실제적인 교육도 이뤄집니다.” 이에 김종주 인사부 상무는 “피터 드러커는 ‘기업이 조직문화가 준비돼 있지 않으면 전략은 아침거리에 불과하다’고 했어요. 우리는 전략이 아닌 문화가 인재를 만든다고 생각합니다.”- 유부혁 기자 yoo.boohyeok@joongang.co.kr·사진 김성룡 기자 ━ 급여·복지 좋은 제약업계 상위 5개사 제약업계 상위 5개사 중 한국 기업은 없었다. 한국 기업의 기업 만족도가 낮은 것이 아니라 글로벌 제약사가 일하기 좋다는 것이 잡플래닛측 설명이다.한국MSD는 업계 만족도 1위 기업이다. 2위는 한국 얀센인데 복지 및 급여 만족도가 높다. 대부분의 글로벌 제약사가 급여나 복지가 타 업계와 비교해도 좋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한 제약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유학파나 석사 등 학력이 높아 상대적으로 급여가 높고 여성 직장인들이 많다보니 복지제도가 상당히 세밀하다”고 설명했다. 얀센의 경우 기업의 변화 의지를 지지하는 직원들의 리뷰가 자주 등장한다.바이엘코리아는 한국MSD와 함께 사내문화가 우수한 기업으로 꼽힌다. 금요일 3시 퇴근 도입, 직함이 없는 수평적 관계를 칭찬하는 리뷰가 자주 보인다. 하지만 공정한 평가가 아쉽다는 글이 많아 승진 및 기회의 가능성 부문 점수는 다른 부문에 비해 낮게 나타났다. 화이자제약은 직원들이 업무량이 많다고 하소연하는 글이 많았지만 그만큼 직원들이 성장하는 데 기업이 적극 지원하는 등 성장 기회가 많다는 글도 적지 않았다. 사내문화 평점은 평균 이상이었지만 조직문화가 제약사 중에서도 상당히 보수적이라는 리뷰도 많았다.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은 보수적이지만 승진 등 기회가 평등하고 급여가 업계 최고 대우라는 리뷰가 많았다.

2016.07.27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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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담 적은 유료 공유 오피스] 시간 단위로 빌리고 스낵바도 이용하세요

산업 일반

올해 2월 대학을 졸업한 주모(28)씨는 창업을 준비하고 있다. 전공(컴퓨터공학)을 살려 애플리케이션 개발 사업에 본격적으로 나서기 위해서다. 서울 강남 일대의 사무실을 물색하러 다녔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막막함만 커졌다. 혼자 빌려 쓸 규모의 사무실이 마땅치 않은데다, 일정 수입이 없는 상황에서 비싼 임대료를 내기도 부담스러웠기 때문이다. 주씨는 “창업에 뛰어들긴 했는데 일할 공간을 찾지 못해 답답하다”고 말했다.최근 예비 창업자나 10인 미만 벤처기업 가운데 주씨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창업을 하려면 우선 ‘장소’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주머니 사정은 넉넉지 않은데 사무실부터 무턱대고 빌리기엔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다. 이 경우 정부 등에서 사무공간을 무료로 지원받는 게 가장 좋지만 지원자격이나 위치 등의 여건이 맞지 않을 수 있다. 그럼 어디로 가야 할까. 중요한 건 될 수 있으면 저렴한 값에 사무실을 구해야 한다는 점이다. ━ 보증금 없어 목돈 부담 없어 다행히 서울 위주로 발품을 조금만 팔면 큰 목돈 없이 사무공간을 구할 수 있다. 민간 업체가 운영하는 ‘공유 오피스’다. 기존 오피스의 대규모 공간에서 벗어나 작게 쪼갠 소규모 사무실로, 독서실이나 스터디룸처럼 월 또는 일 단위로 빌려 쓸 수 있다. 비즈니스 수요가 많은 서울 강남 일대를 비롯해 마포·종로구 등에 많고 일부 지방에도 있다. 기존 오피스 거래와 다르게 보증금이 없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임차인 입장에선 부담을 덜 수 있다. 비용도 대개 인원수에 따라 결정돼 저렴한 편이다. 공간·아이디어 공유가 콘셉트인 만큼 회의실이나 사무용품 등을 다른 창업자와 함께 쓰기도 한다. 이 때문에 코워킹 스페이스(co-working space)라고도 불리며, 최근 창업자의 입맛에 맞게 다양한 형태로 분화하고 있다.공간 서비스 전문 업체 토즈가 대표적이다. 이 업체는 2009년부터 사무실 임대 서비스를 시행해오고 있다. 크게 비즈니스 센터와 워크센터로 나뉜다. 비즈니스센터는 서울 강남, 선릉, 양재, 홍대 등 6개 지역에 입점해 있다. 최대 9명(강남점)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갖췄다. 독립된 소형 사무실과 회의실, 휴게실 등이 제공된다. 인터넷은 물론 문서 인쇄·출력도 무료다. 임대료는 월 평균 50만원(스튜디오 1인실 기준) 선이다. 창업단계 회사의 직장인들이 주요 수요층이며, 기본적으로 월이나 연 단위로 입주계약을 한다. 현재 100여 개 기업이 계약한 상태로, 입점률은 80~85%대다.비즈니스센터가 월이나 연 단위로 사무실을 내준다면 워크 센터는 시간 단위로 빌려 쓸 수 있다. 박선영 토즈 마케팅팀 과장은 “고객이 요금에 맞추는 게 아니라 요금을 고객에 맞추는 형태로, 요금제가 다양하다”고 말했다. 이용 시간만큼만 이용료를 내면 돼 비용 부담도 작다. 이용료는 시간당 2000원이다. 사업 초기 운영자금이 부족한 1인 창업자를 비롯해 영업직·프리랜서 등 외근이 잦은 직장인 등이 주 이용 대상이다. 서울 신 반포를 비롯해 압구정, 양재, 서울대입구, 광화문, 그리고 세종시 등 6개 지점이 운영 중이다. 비즈니스센터와 마찬가지로 독립된 사무공간과 20~30명이 들어갈 수 있는 회의실, 무선 네트워크, 사무용품 등이 구비돼 있다.지난해 설립된 스타트업 패스트파이브는 무선 인터넷, 가구, 스낵바 등을 갖춘 ‘서비스드 오피스(Serviced office)’를 제공한다. 현재 서울 서초, 역삼, 교대 등 강남지역에 4개 지점을 운영 중이다. 책상·의자·스탠드·복합기·인터넷 등을 기본으로 갖추고 있으며 보증금과 관리비, 전기세, 수도세 같은 추가 비용이 들지 않는다. 카페처럼 사무공간을 이용할 수 있는 ‘오픈 데스크’와 유리벽으로 독립된 방 형태의 ‘프라이빗 스위트’ 등으로 구성됐다. 1인 기준 이용료는 오픈 데스크가 월 35만원부터, 프라이빗 스위트는 월 45만원부터다. 가격은 공간 규모와 지점 등에 따라 조금씩 달라진다. 김대일 패스트파이브 공동대표는 “최대 10인까지 이용할 수 있고 20~30대가 주로 찾는다”며 “특히 미디어·광고 업체의 반응이 좋은 편”이라고 전했다. 패스트파이브는 트렌디한 인테리어를 적용해 특색 있는 공간을 갖춘 게 특징이다. 입주 기업의 네트워킹을 돕기 위해 정기적으로 네크워킹 파티도 연다. 현재 패스트파이브를 이용 중인 회사는 150여 곳(400여 명)에 달한다.공유 오피스를 운영하는 해외 기업도 많다. 영국에 본사를 두고 있는 리저스 코리아는 사무실 임대와 함께 업무에 필요한 전화와 유·무선 인터넷, 각종 IT(정보기술) 인프라를 제공한다. 자택근무 또는 출장이 잦은 창업자를 위해 가상 오피스 서비스를 제공하는 게 특징이다. 고정된 사무공간이 필요 없는 사업자를 위해 소액만 받고 사업자등록 주소지 사용은 물론 우편관리·전화응대를 대신해주는 것이다. 짧게는 일 단위, 길게는 연 단위로 계약할 수 있다. 이용료는 1인당 월 15만~40만 원 선이다. 센터에 따라 가격은 다소 차이가 난다. 현재 비즈니스센터는 서울 을지로, 종로, 여의도, 강남 등과 부산, 대구 등 15곳에 있다. 미국의 사무실 공유 서비스기업인 위워크(WE WORK)도 올해 서울 중구 명동을 시작으로 수도권 10곳에 공유 오피스를 오픈할 계획이다. 마찬가지로 사무실과 인터넷, 복사기 등을 자유롭게 쓰고, 커피 같은 음료도 무료로 즐길 수 있을 전망이다. ━ 입주기업 대상 네트워킹 파티 열기도 공유 오피스가 창업자에게 매력적인 건 맞지만, 그렇다고 장점만 있는 건 아니다. 원치 않는 사람들과 회의실 같은 공간을 함께 써야 할 수 있고, 개방된 공간을 이용할 경우엔 소음이나 보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여러 명이 독립된 공간을 빌릴 경우 일반 사무실을 빌릴 때보다 이용료가 비쌀 수 있기 때문에 미리 가격을 비교해 보는 게 좋다. 권강수 한국창업부동산정보원 이사는 “1인 창업자나 소규모 기업이 늘면서 공유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며 “다만 이런 사무공간이 많아진 만큼 가격과 특징 등을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2016.05.14 1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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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인재’로 거듭나려는 직장인 백태] 밤잠도 없고 주말도 없다

산업 일반

IT(정보기술) 서비스 컨설팅 업체의 데이터베이스팀에서 일하는 유현재(28)씨는 2009년 입사 후 지금까지 제대로 쉬어 본 적이 없다.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는 IT업계의 특성상 업무 관련 내용을 익히기에도 시간이 모자란다. 그는 “잠들기 직전에나 한가할까요”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유씨 같은 엔지니어들에겐 업무 관련 포트폴리오 자체가 가장 중요한 스펙이기 때문에 관련 공부를 소홀히 할 수 없다.그렇다고 그것만 해서는 미래가 불투명하다. 그는 입사 후 지금까지 인터넷 데이터베이스 관리 관련 자격증을 3개나 땄다. 일과 자격증 공부를 동시에 한다는 게 쉽지 않았다. 주말 내내 학원을 다녔다. 최근에는 집 근처 공립도서관을 단골로 다닌다. 같은 프로젝트를 맡은 직장 동료들과 스터디 그룹도 만들었다. 5명 정도가 회사 회의실을 이용해 틈틈이 공부한다. 자격증 시험에 드는 돈도 만만치 않다. 응시료만 10만~30만원에 학원비는 50만원 가까이 된다. 사회 초년병으로선 금전적인 부담이 크다.유씨는 “원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하려면 필요한 자격증을 꼭 따야 하다”며 “전망이 좋은 자격증도 미리 확보해 둬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까지 두 개의 자격증을 더 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잠들기 직전에나 한가해유씨는 이렇게 사는 통에 변변한 연애도 하지 못했다. 그는 “대학 시절부터 사귀던 여자친구와 헤어진 지 2년이 됐다”며 “당시 바쁘다는 이유로 헤어졌고 새로 여자친구를 사귈 생각조차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스스로 “지금은 나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한다. 일과 시간을 빼고 나머지를 통째로 자기계발에 투자하는 그지만 아직도 성에 차지 않는다. 지난해 6개월 정도 하다 그만둔 영어공부도 시작해야 한다. 지방대 출신이라는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대학원 진학도 염두에 두고 있다. 유씨는 “승진 등을 생각하면 학력도 업그레이드해야 하는데 돈과 시간이 만만치 않다”며 말끝을 흐렸다.세계적 항만운영사인 DP월드가 대주주인 부산신항만주식회사에 다니는 박다혜(28)씨의 사정도 유씨와 별반 다르지 않다. 본사에서 떨어지는 ‘job vacancy’만 기다린다. 어떤 해외 회사에 빈자리가 났다는 의미다. 이 회사는 세계 전역에 독립된 회사를 가지고 있고, 전체 계열사 사원을 대상으로 지원을 받아 이직 형식으로 근무처를 옮겨준다.박씨는 현재 다니는 근무처에 큰 불만이 없다. 그러나 어릴 적부터 해외 근무를 하는 게 꿈이라 부지런히 능력을 키우고 있다. 모집공고는 수시로 뜨기 때문에 박씨는 평소 실력을 쌓으며 준비해야 한다. 해외 근무자는 사내 경쟁을 통해 선발된다. 해외 회사는 같은 계열사이긴 하지만 완전히 독립돼 있다. 이 때문에 박씨는 취업 상태에서 또 한 번의 취업경쟁을 치러야 한다.주말 투자해 이직 준비해외근무자를 선발하는 기준 가운데 가장 유력한 건 현재 회사 상사의 추천이다. 5년차 대리인 박씨는 회사 사람들과 원만한 관계여서 추천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한두 번 실수를 저지르면 좋은 기회를 놓칠 수 있기 때문에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 현재 회사에서 다양한 업무를 섭렵하는 것도 중요하다. 박씨는 “필요한 인력이 어떤 업무에서 나올지 모르기 때문에 한국 회사에서 회계, 관리, 비서 등 여러 부문을 경험해 두는 것이 워크 익스퍼리언스(Work Experience)를 확보하는 데 결정적”이라며 “정기 인사가 나기 전에 가능하면 해보지 않았던 업무로 보내달라고 조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외국 기업이 대주주인 회사인 만큼 대부분의 후보자가 영어실력은 웬만큼 갖추고 있다. 박씨는 2년 전부터 대학 전공인 러시아어를 다시 배우고 있다. 3시간여 걸리는 출퇴근 시간을 활용해 음성파일로 만든 러시아 소설책을 꾸준히 듣고 있다. 일주일에 두 번은 러시아인과 1대1 과외를 한다. 한 달 수업료는 15만원이다. 박씨는 “언어는 아무리 공부해도 부족하고, 선호하는 지역의 해외 회사인 경우 숨어있던 실력자가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업무 능력 외에 다양한 스포츠 능력도 평가 대상이 된다. 박씨는 “한국이나 미국에서만 통용되는 자격증이 많아 특별한 자격증을 따는 건 별 의미가 없더라”며 “그보다 스포츠 능력이나 취미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박씨는 꾸준히 보드, 승마, 수영, 골프, 테니스를 즐기며 실력을 쌓고 있다. 최근에는 매달 10만원의 회비를 내며 서핑을 추가로 배우고, 체력보강 훈련을 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박씨는 “주말을 운동으로 모두 써버리면 피곤하지만 기회를 놓치고 후회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덧붙였다.한철수(27·가명)씨는 2년 전 한 외국계 기업의 법인영업팀에 입사했다. 진로 문제로 워낙 고민하던 터라 취업이 결정되는 순간 누구보다 기뻤다. 하지만 환상이 깨지는 데 채 6개월이 걸리지 않았다. 그는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며 미래도 없이 하루를 살아내기 바빴다”며 “이대로는 몇 년 안에 사회에서 도태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새벽 6시 일본어 학원을 등록해 다니기 시작했다. 주말에는 영어학원을 다녔다. “뭐라도 공부하지 않으면 불안해 못 견딜 것 같았다”고 말한다.그렇게 2년, 한씨는 최근 금융권 이직이라는 구체적인 목표를 세웠다. 두 달 전 증권투자상담사 자격증 취득을 위해 공부를 시작했다. 그는 내년 초까지 파생상품투자상담사와 펀드투자상담사 자격증까지 획득할 계획이다.대학 시절 힘들게 900점을 넘겼던 토익 성적도 만료 기간이 지나 다시 공부하고 있다. 물론 회사에는 비밀이다. 몰래 공부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이 많다. “저녁 시간을 활용해야 하는데 영업직 특성상 술 약속이 많아 불가능하다”며 “이직을 위해 저녁에 학원에 다녀야 한다고 말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니냐”며 답답함을 토로했다.결국 그는 주말을 이용한다. 집 근처 도서관에서 주말마다 10시간 이상을 머문다. 한씨는 “의외로 주말 도서관에는 사람이 많다”며 “주로 공무원시험을 준비하거나 자격증 공부를 하는 사람이 많은데, 나보다 나이가 많은 직장인도 꽤 된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주말에 도서관에 가도 집중이 힘들 것 같다고 생각했던 한씨도 의외의 공부 열기에 덩달아 땀방울을 쏟고 있다. “어쩌다 하루 도서관에 가지 않고 쉬면 남들은 다 뛰어가는데 나만 뒤로 달리는 느낌”이라며 “어쩌면 대학교 4학년 취업을 준비하던 시기보다 더 절박한 것 같다”고 한씨는 말한다.박성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sampark27@joongang.co.kr

2011.09.26 16:39

4분 소요
‘루키즘’은 취업의 또 다른 벽

산업 일반

한때 ‘뚱뚱교’가 인기였다. KBS 개그콘서트의 ‘출산드라’ 때문이다. “이 세상의 날씬한 것들은 가라. 이제 뚱뚱한 자들의 시대가 오리니!” 출산드라가 이렇게 외칠 때마다 내심 가슴이 후련했던 사람 꽤 많았다.그의 말처럼 과연 루키즘(외모지상주의·Lookism)은 가고, ‘뚱뚱한 자들의 시대’가 왔을까? 천만의 말씀이다. 뉴스위크 한국판이 취업포털 인크루트와 공동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서는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외모’가 구직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8월 18일부터 1주일간 기업 인사담당자들을 대상으로 한 e-메일 설문조사에 응답자의 94.4%는 ‘외모도 경쟁력’이란 말에 동의했다. 설문에 참여한 270명의 인사업무 실무자는 ‘최종면접에서 외모도 평가기준의 한 잣대가 되느냐’는 질문에는 78.1%가 ‘그렇다’고 대답했다. 또한 89.6%의 응답자는 최종면접에서 학력·능력이 비슷할 때 외모가 뛰어난 지원자를 더 선호한다고 답했다. 심지어 75.6%는 최종면접에서 다른 조건이 비슷하다면 뚱뚱한 지원자보다 날씬한 지원자가 낫다고 말했다. ‘학력이나 능력이 다소 부족해도 외모가 뛰어난 지원자를 더 선호한다’고 답한 응답자도 22.2%였다.취업 희망자들의 생각도 별반 다르지 않은 듯하다. 인크루트 회원인 구직자들을 e-메일로 조사했더니 응답자 614명 가운데 95.4%가 ‘외모도 경쟁력’이라고 답했다. ‘최종면접에서 외모도 평가의 한 잣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는 물음엔 86.6%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다면 ‘취업을 위해 돈이 들어가는 외모관리나 시술을 받아본 적이 있다면 모두 합쳐서 어느 정도 비용을 들였느냐’는 질문에는 응답자의 33.1%가 ‘100만원 이상’이라고 답했다. 여성(35.2%)은 물론 남성(29.6%)도 100만원 이상을 외모관리에 투자했다고 응답했다.사정이 이러다보니 취업희망자들이 정보를 나누는 인터넷 커뮤니티에도 외모와 관련된 고민이 종종 올라온다.“항상 면접가면 ‘말씀 잘하시네’ 라는 말을 많이 듣습니다. 면접의 분위기가 항상 좋고 면접관도 고개를 끄덕이며 수긍하는 분위기인데 항상 떨어집니다. 한두 번이 아니에요. 부모님께선 ‘네가 아무래도 뚱뚱해서 떨어지는 것 같다’고 하십니다. 아무래도 (정말) 외모가 문제가 되나요?”다음의 ‘취뽀’(취업뽀개기) 카페에 올라온 한 구직자의 걱정이다. 또 다른 구직자는 “요즘 면접을 보면 대답 내용보다 인상과 외모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는 생각이 든다”며 “작은 키에 마르고 잘생기지 않아 영업직에 적합한 외모가 아니라서 그러는 게 아닐까 (고민)한다”고 적었다.외모차별은 남성보다는 여성이 더 민감하게 받아들인다. 이번 설문조사에서도 ‘최종면접에서 학력이나 능력이 비슷할 경우 외모가 뛰어난 지원자가 더 유리하리라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여성(97.8%)이 남성(88.5%)보다 많았다. ‘최종면접에서 학력이나 능력이 다소 부족해도 외모가 뛰어난 지원자가 더 유리하리라 생각하느냐’는 물음에도 ‘그렇다’고 답한 여성(46.2%)의 비율이 남성(33.6%)보다 많았다.그러나 1988년부터 시행된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남녀고용평등법)’은 ‘여성근로자를 모집·채용할 때 그 직무 수행에 필요하지 않은 용모, 키, 체중 등의 신체적 조건, 미혼 조건 등을 제시·요구해서는 안 된다’고 못박았다. 이를 어길 경우 5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그런데도 불과 몇 년 전까지 공공기관조차 현행법을 어겼다. 2006년 ‘대통령 자문 빈부격차·차별시정위원회’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공공기관의 46.7%가 용모를 면접심사표의 평가항목으로 뒀다. 민간기업(36.8%)의 경우보다 많았다. 또 공공기관의 80%, 민간기업의 85.4%가 이력서에 사진, 키, 몸무게를 적도록 요구하기도 했다.정부의 실태조사 이후 공공기관들의 이런 관행은 상당부분 개선됐지만 일부 민간기업은 여전하다. 최근 인터넷 포털사이트 프리챌이 전략기획·대외협력 부문 경력사원을 뽑으면서 지원자격 중 하나로 ‘미인대회 출전 또는 수상자’를 내걸어 논란이 일었다. 이 회사는 이외에도 ‘경력직 승무원’‘국내외 메이저 항공사 출신’ ‘모델, 탤런트, 영화배우, 연극배우 경력자’ ‘MC, 아나운서, 앵커, 리포터 경력자’도 조건에 포함시켰다. 모두 외모가 돋보여야 하는 직업들이다. ▎지난 8월 20일 서울고용지원센터에서 열린 ‘2010 유통·물류 채용박람회’에서 구직자들이 이미지 메이킹, 메이크업, 면접 요령 등을 상담받고 있다. 채용 담당 부서의 관계자는 “대외협력 업무는 ‘서비스 마인드’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조건을 걸었다”며 “승무원·모델·탤런트·아나운서·쇼호스트·미인대회 출전자들은 모두 ‘일대 다’의 대면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 넣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우리가 ‘예쁜 분만 오세요’라고 공고한 건 아니지 않으냐”고 반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 사실이 알려지자 “결국 예쁜 사람을 뽑겠다는 것 아니냐” “전략기획이나 대외협력 업무와 외모가 무슨 상관이냐”는 비판이 일었다.끊이지 않은 외모차별 논란에 인사담당자들은 “능력이 똑같다면 외모를 무시할 수 없지만 공식 평가대상이 아니다”(3대 대기업 중 한곳), “호감을 주는 인상이면 유리하지만, 외모가 점수로 반영되지는 않는다”(3대 은행 중 한곳)고 주장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인사담당자들은 최종 면접에서 ‘자신감·실력·외모·학력·잠재력으로 평가 분야를 나눌 때 외모를 가장 먼저 고려하겠다고 응답한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10.4%는 2순위로, 17.4%는 3순위로, 33%는 4순위로 꼽았다. “외모를 아예 무시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그런 인사담당자들인 만큼 열에 일곱은 법률로 입사지원서에 증명사진 부착을 금지하지 말아야 한다고 답하기도 했다.우리 사회가 최근 루키즘에 더욱 깊이 빠져 왔다는 사실은 미용성형시장의 급성장에도 나타난다. 2002년 5000억원(삼성경제연구소 추산)이었던 한국의 미용성형시장 규모가 2010년엔 3조원가량으로 늘었다. 8년 사이에 6배로 늘었다는 말이다. 글로벌 제약사인 독일 머츠 에스테틱(Merz Aesthetics)의 아시아 지역 지사장 애런 킴은 최근 홍콩에서 열린 아시아 미용성형학회에서 이처럼 한국 성형시장의 급격한 팽창을 전하면서 이에 발맞춰 적극적으로 한국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국내 미용성형 시장의 급팽창을 전적으로 구직자들의 성형 증가 때문이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취업문이 좁아지면서 성형을 결심하는 사람이 늘었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8월 20일 서울고용지원센터에서 열린 ‘2010 유통·물류 채용박람회’에서 만난 박세라(24)씨는 “오랫동안 성형을 고민하다가 망설였는데 재취업을 결심하면서 코를 고쳤다”고 했다. “성형 후 자신감도 붙고 이제 어느 면접에 가도 외모 때문에 불이익을 받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든다”고 그가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유명 여자대학 졸업생도 “다른 사람보다 노력은 거의 10배 가까이 했다고 생각하는데도 서류전형부터 면접까지 줄줄이 떨어졌는데 나중에 얼굴성형을 한 뒤로는 사정이 백팔십도 달라졌다”고 말했다. 취업철이 되면 대형 성형외과나 대학가의 메이크업 숍이 붐비는 이유가 어렵지 않게 짐작된다.강남의 한 유명 성형외과의 홍보팀 관계자는 “(취업 하려는) 대학생뿐 아니라 이미 취업한 직장인들도 회사에서 외모 때문에 불이익을 받거나 비교당한 일이 있다며 성형을 결심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요즘은 학부모들의 인식도 꽤 많이 바뀌었다. 아이들에게 미리 성형수술을 시켜주려고 방학을 이용해 병원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방학이 시작되면 환자가 150~160% 정도 늘어난다”고 덧붙였다. 이 병원의 홈페이지의 ‘성형후기’ 게시판에는 “성형수술을 받은 뒤 취업에 성공했다”는 감사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오기도 한단다.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여성들의 상담사례에서도 루키즘에 찌든 우리 사회의 단면은 그대로 드러난다. “저는 공연 강사를 육성해 파견하는 교육기관에서 인턴으로 3개월 동안 일했습니다. 그런데 어제 경영자가 미혼여성 강사만 보라면서, 날씬하지 않고 예쁘지 않을 경우 일을 제한적으로 주겠다는 신체규정을 만들었다고 통보했습니다. 저는 이에 대해 항의했는데 오늘 회사를 나가라는 통지를 받았습니다.” “건물의 미화원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최근 회사에서 살찐 미화원들이 산업재해를 많이 당한다는 핑계를 대면서 적절한 체중을 만들지 못하는 사람들은 6개월~1년의 무급휴가를 보내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습니다.”정치권은 뒤늦게나마 채용이나 직장에서의 외모 차별에 주목했다. 정옥임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6월 남녀고용평등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사업주들이 채용 시 입사지원자들에게 증명사진을 붙이거나 제출하게 하지 못하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그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 이력서에 증명사진을 붙이도록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뿐”이라며 “취업시장에서 실력이나 직업적 소양보다 외모를 중시하게 된 관행 중 하나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 9월 정기국회 회기 내에 상정, 본회의에서 통과되도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그러나 법률적인 접근보다 “사회적인 인식을 바꾸는 게 먼저”라는 지적도 있다. 이구경숙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처장은 “사회 각 분야에서 창의성이 중시되면서도 유독 아름다움의 기준만 제자리걸음”이라며 “외모가 상품화되는 데서 나아가 경쟁력으로까지 인식되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개성과 다양성을 존중하는 의식 확산이 중요하다. 성 상품화를 부추기는 미디어와 인재를 채용하면서 아직도 외모를 보는 기업들부터 나서서 관행을 깨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10.08.31 14:16

6분 소요
“모바일 오피스 빌려 드립니다”

산업 일반

닌텐도가 지금도 화투를 만들고 있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아무리 좋은 화투, 고급 화투를 만들어도 매출 규모가 100억원을 넘지 않을 것이다. 화투 대신 닌텐도는 '오락(Entertainment)'을 사업 아이템으로 잡았고, 그래서 오늘날 소니와 더불어 일본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모나미의 송하경 사장은 인터뷰 중간에 '닌텐도'를 언급했다. 그렇다면 모나미의 사업 아이템은 무엇일까? "일(business)을 하는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게 저희 목표입니다." 이미 모나미는 8000종에 이르는 무구류와 대부분의 컴퓨터 소모품을 공급하고 있다. 커피, 녹차, 과자류 등 사무실에서 먹는 식품도 아이템에 들어있다. 많은 사람이 모나미를 볼펜 만드는 회사로 알고 있지만 이미 모나미는 사무용품을 유통하는 회사다. 전체 매출(2900억 원, 2006년 기준)에서 자사 제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29%(850억 원)밖에 안 된다. 더 이상 모나미가 제공할 제품이 없을까? 만약 그렇다면 모나미는 더 이상 성장할 기회도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송 사장 눈에는 새로운 돌파구가 보였다. "사무실을 제공하는 겁니다. 사무실만 제공하면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생기는 부산물은 저절로 저희 사업 아이템이 됩니다." 예컨대 회의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회의 자료를 프린트해야 한다. 프레젠테이션을 앞두고 있는 사람은 자료를 출력해야 한다. 고객을 만날 사람은 사은품을 준비해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매출과 연결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모나미 스테이션'을 구상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80개 점을 열 계획이다. 여기에는 기존 문구 및 사무용품은 물론 PC, 프린터, PDA 등 다양한 디지털 제품을 하이테크 전문 코너를 통해 운용하며, 재택 근무자 및 소호(SOHO), 사무 공간이 없는 사업자를 위한 모바일 오피스 사무 공간 서비스까지 제공할 예정이다. 다들 사무실이 있는데 굳이 그런 데 가서 일을 하고, 출력을 할까? "많은 사람이 같은 걱정을 했습니다. 제가 보기에 모바일 오피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문제는 그런 서비스가 없기 때문에 다들 집이나 커피숍, 비즈니스 센터 같은 곳에서 일하는 거죠. 직업도 점점 정규직과 비정규직, 상근과 비상근이 모호해져 가고 있습니다. 특히 비정규직 지식노동자, 영업직, 프리랜서 등 고용 형태가 늘어나면 모바일 오피스 수요도 늘게 됩니다." 모나미 스테이션은 기존 회사에서 하기 번거로운 일도 대신해 준다. 예를 들어 인쇄소에서 감당할 수 없는 다품종 소량의 인쇄물이나, 고도의 정밀도와 선명도를 요구하는 인쇄물 등을 맞춤 제작해 준다. 이를 위해 경기도 안산에 24시간 출력 및 디자인 서비스 센터인 초대형 '디자인 팩토리'를 만들고 있다. 출장이 잦은 직장인 또는 재택근무 직장인들에게 전국 80여 개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할 계획이다. 송 사장은 사무용품이나 사무지원 서비스 시장은 무한하다고 얘기했다. "미국에서 제일 큰 무구회사 2개를 합치면 매출액이 32조원입니다. 아직도 우리가 할 일이 많겠죠?"

2007.10.01 17:02

2분 소요
한국 기업도 가족친화 경영 나섰다

산업 일반

이직률(0.2%)은 제조업 평균(2.57%)의 10분의 1을 밑돈다. 산재사고는 지난 10년간 7분의 1로 감소했다. 2004년 직원 합계출산율은 1.89명(당시 국내평균 1.16명)이다. 1인당 자원봉사활동 시간은 국내평균의 7.5배다. 이 회사의 주요 제품은 국내 시장 점유율 1위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회사의 직원들은 행복하다. 이쯤 되면 어느 기업인지 알만 한가.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기업이라고 단골로 오르내리는 유한킴벌리의 경영성과들이다. 이 회사는 1993년부터 생산직 4조 근무제, 94년 관리직 시차출근제, 99년 영업직 현장 출퇴근제 등 탄력근무제도를 도입했다. 또 생후 1년 미만 유아를 가진 여성근로자에게 1일 2회 각 1시간씩 수유시간을 준다. 자녀 1인당 200만원씩의 유아보육비도 지급된다. 이렇듯 유한킴벌리는 가족친화경영의 대표 기업이다. 유한킴벌리는 직원의 행복과 기업의 행복이 거의 일치하는 기업이다. 가족친화 경영으로 직원들의 만족도와 기업 매출이 동시에 증가했다. 하지만 가족친화 경영을 할 여건이 안 된다고 판단하는 기업들은 유한킴벌리를 불편하고 거북스럽게 바라본다. 그래서 재계의 입장을 대변하는 경제단체들은 무조건 가족친화 경영을 강요하는 유한킴벌리와 문 사장의 행보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어느 경제단체의 한 고위 간부는 “사실 환경 훼손의 주역이 환경 기업으로 홍보되면서 소비자들이 마구 사준다”고 유한킴벌리를 직접 공격하기도 했다. “가족친화 경영을 한다는 유한킴벌리의 기저귀 시장 점유율은 현재 70%선으로 독주 체제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다른 기업들과 단순비교하기 곤란하다. 만약 이 회사의 기저귀 시장 점유율이 30%선이고, 경쟁기업의 추격을 받는다고 치자. 그래도 지금처럼 가족친화 경영을 외칠 수 있을까? 유한킴벌리가 하는 가족친화 경영을 대기업들이 왜 못하느냐고 다그치기는 힘들다.” 경영자총연합회의 사회정책팀 황인철 팀장의 말이다. 유한킴벌리는 사회책임 경영이나 환경친화 경영 등에서도 좋은 이미지를 획득했다. 지난해엔 여성가족부가 선정한 ‘가족친화 경영’ 사례집에 모범 회사로 올랐다. 가족친화 경영이란 직원들이 직장일과 가정생활을 병행하도록 여러 가지를 지원하는 경영을 말한다. 그래서 각종 여론조사에서 이 회사는 가장 존경받는 기업 혹은 일하고 싶은 기업에 항상 들어간다. 게다가 시간은 유한킴벌리 편이다. 한국에서도 가족친화 경영은 거스르기 힘든 대세이기 때문이다. 직장인들의 의식구조가 변했고, 인구 구조도 기업인들로 하여금 발상의 전환을 요구한다. 직장인들의 의식변화는 여러 군데서 감지된다. 전경련이 지난해 작성한 ‘저출산 고령화에 대비한 정책과제 및 기업의 대응방향’에서도 ‘근로자들 역시 과거 직장을 우선시하는 경향에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올 2월 보고서에서 ‘일 중심’ 근로관이 ‘개인생활’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변화해간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통계청이 전국 3만3000가구에 상주하는 청년층(15~29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런 경향은 젊은 층에서 더욱 뚜렷하다. 첫 직장 이직사유로 ‘보수나 근로시간 등 근로여건 불만족’이 41.1%로 가장 많았으며 ‘건강, 육아, 결혼 등 개인이나 가족문제’도 21.3%나 됐다. 일과 가족, 기타 생활의 조화가 가능한 직장을 선호한다는 증거다. 직원의 행복이 생산성 향상에 직결된다고 깨닫는 기업들도 늘어간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해 서울 소재 5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족친화 경영이 기업 성과를 올리는데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기업이 61.2%에 달했다. 이 중 60.8%가 종업원의 만족도가 높아져야 생산성이 올라간다고 했고, 이직률이 낮아져 안정적인 인력 운용이 가능하다는 응답도 26.1%나 됐다. “시대가 바뀌어 핵심인력이 가족친화 경영을 하는 기업에 몰리는데다 한국 특유의 저출산 고령화 현상과 맞물려 기업들은 빠른 속도로 (가족친화 경영의)압력을 받는다”고 삼성경제연구소 최숙희 수석연구원은 분석했다. 가족친화 경영의 보다 현실적인 동력은 한국사회의 인구구조에서 나온다.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사회다. 2005년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0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다. 1983년 2.08명으로 인구대체율(한 사회가 현재의 인구수준 유지에 필요한 출산율. 통상 2.1명을 의미) 아래로 떨어진 이래 계속 하락했다 반면 2001년 기준 65세 이상의 인구비율이 7.3%로 고령화사회(유엔이 정한 고령화사회 기준 7%)를 넘어 2005년 현재 9.1%선으로 급상승했다. 2019년에는 14%인 고령사회에, 2030년이면 초고령사회인 20% 이상이 된다. 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필연적으로 생산 가능 인구(15~64세)의 감소와 노령화로 이어져 생산성 위축이나 국가경쟁력 약화를 초래한다. 경총이 지난 2005년 발표한 ‘기업 내 근로자 고령화 현황과 정책과제’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2000년대 4.6%에서 2020년대 2.9%, 2040년대 0.7%로 폭락한다고 나타났다. 저출산 고령화는 생산 가능 인구의 조세와 사회보장비 부담을 가중시킨다. 2005년에는 생산 가능 인구 8.2명이 65세 이상 노인 1명을 부양하지만, 2020년에는 4.6명, 2050년에는 1.4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게 된다. 이런 통계와 사회적 위기감을 지렛대 삼아 정부는 2006년 7월 저출산 고령화 기본계획인 ‘새로마지 플랜 2010’을 확정했다. 2008년도 배우자 출산휴가제 도입, 출산 여성 채용 기업에 인센티브 제공 등 출산 보장이나 여성 노동력 활용 방안을 다수 담았다. 이를 위해 5년간 32조원이 투입된다. 이에 앞서 노무현 대통령도 2005년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국민 대통합 연석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안했다. 이에 전경련, 민주노총, 전국농민회총연맹, 참여연대, 대한 불교 조계종, 재경부·보건복지부 등 각계의 대표적인 기관, 단체들이 참여하는 ‘저출산 고령화 대책 연석회의’가 이듬해 1월 출범했다. 저출산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하는 문제라는 인식이 확산됐다. 이처럼 비관적인 인구전망, 대책을 요구하는 사회 여론, 정부의 적극적인 정책의지가 맞물리면서 저출산 고령화 사회의 치유방안으로 가족친화 경영이 더욱 부각됐다. 통신장비 제조 벤처기업인 네오웨이브는 지난해 8월 제이엠피 경영권 분쟁에 휩싸여 올 들어 사장이 두 번 바뀌는 혼란을 겪었다. 하지만 2005년 332억원이던 매출액이 지난해 483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경상이익도 43억원에 달했다. 광장비 등 신규사업에 성공적으로 진출한 덕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직원들 간의 끈끈한 유대관계와 업무 효율 개선이 큰 역할을 했다고 이 회사의 김태선 전무는 강조했다. 이 회사 직원 100명 중 연구인력이 절반 정도다. 벤처기업이 대부분 그렇듯이 업무 강도가 높고 밤늦게까지 근무하는 일이 잦다. 그러다 보니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이 부족해 늘 문제였다. 당시 CEO는 기술 개발을 제대로 하자면 편하게 일하고, 의욕을 발휘토록 하는 여건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다가 직원 평균 연령이 32~33세로 아이들이 취학연령에 접어들 때다. 그래서 전 임직원과 그 가족들이 함께 공연도 보도록 알선해주고, 환경 자연학습장인 ‘파랑새 학교’도 운영한다. 한 달에 한 번 임직원 자녀들이 모두 야외 체험학습에 참여한다. “가족친화 경영은 정작 일하는 직원보다는 자녀들에게 더 강한 파급력을 갖는다. 파랑새 학교에 참여한 자녀들이 아빠가 네오웨이브에 다녀 자랑스럽다는 편지를 보내온다”고 이 회사의 최형배 팀장은 전했다. 58년 설립된 한국스레트공업의 후신인 벽산은 직원들이 가족들과 최대한 많은 시간을 보내도록 배려한다. 이 회사는 지난해 9월부터 ‘아빠가 쏜다’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직원들이 자녀가 공부하는 교실을 찾아가 피자 파티를 열어주는 행사다. 회사는 관련 비용을 대주고, 학교 방문시 출근했다고 간주한다. 또 매년 우수사원으로 선정된 직원 12명에게 가족동반 해외여행 기회를 제공한다. 연초에 체중감량 목표를 정해 연말 수치 변화가 가장 큰 직원 가족도 해외여행에 나선다. “직원뿐만 아니라 그 가족까지 잘 보살펴야 기업이 잘된다는 게 벽산의 경영원칙”라고 경영관리팀 하경미 과장은 말했다. 이처럼 기업이 직장과 가정의 경계를 허물어 적극적으로 직원들의 삶 속으로 뛰어든다. 그래도 한국의 가족친화 경영은 아직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전국적으로 몇 개의 기업이 가족친화 경영을 실천하는지를 파악한 기초자료조차 없다. 가족친화 기업 인정 기준과 제도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국회에서 인증 기업 선정 방안을 규정한 법률안(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이 발의한 ‘가족친화 사회환경 조성법안’,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이 발의한 ‘가족친화 기업 촉진에 관한 법률안’)이 심의단계에 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직장보육 시설 제공을 의무화하는 사업장(상시 여성근로자 300인 이상 또는 상시 근로자 500인 이상)을 봐도 그렇다. 여성가족부가 올 들어 실시한 전국 817개의 직장보육서비스 의무사업장 실태조사에서 37%(302곳)만이 직장보육을 실시한다고 나타났다. 그나마 국가기관이나 지자체가 양호한 편이어서 조사대상(196개)의 76%(149개)가 직장 보육시설을 운영 중이다. 민간사업장은 25%(569곳 중 141곳), 학교는 22%(55곳 중 12곳)에 그쳤다. “한국 기업들은 1000억원짜리 사옥은 지으면서도 10억원이 드는 탁아소는 외면한다”고 강혜련 이화여대 교수(경영학)는 비판했다. 단기적인 효과가 예상되는 투자에만 열을 올릴 뿐 멀리 내다보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국 기업들이 기본적으로 인내심이 부족하다.” 전경련, 경총, 대한상의 등 취재과정에서 만난 정부, 기업인, 경제단체 관계자들은 대부분 가족친화 경영 취지에는 공감했다. 직원의 만족도를 높이고 이직률을 낮추기 때문이다. 근로자가 일에 전념하도록 해주기 때문에 생산성이 높아져 기업도 이익이라고 여성가족부는 말한다. 가족친화적 제도의 시행이 기업에 적지 않은 비용 부담을 초래하는데도 기업들이 흔쾌히 나서는 이유는 기업 이미지나 경쟁력이 개선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전경련 노동복지팀 정대순 부장은 “결국엔 국내 기업도 그런 방향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문제는 그 믿음이 아직 확고하게 뿌리내리지 못했다는 점이다. 직원들의 행복지수 고양과 기업의 생산성 향상이 반드시 양립하는지 많은 경영자가 의문을 갖는다고 정대순 부장은 말했다. 가족친화 경영이란 이익을 주기는커녕 그저 비용만 유발하는 애물단지일지 모른다는 생각이다. 김효선 중앙대 교수(경영학)도 “일부 기업은 가족 친화적인 직장환경을 만드는 일을 윈-윈으로 보기보다는 제로섬(zero-sum)으로 본다”고도 했다. 상당수 인사 담당자가 아직도 가족친화 경영과 제도가 종업원들에게 좋다는 걸 알지만 비용 때문에 도입을 꺼린다. 만약 기업들이 가족친화 경영을 통해 생산성이 높아진다고 확신한다면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렇다면 가족친화 제도가 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기여하느냐를 객관적 성과 지표로 검증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외국에선 이미 지표 검증이 이뤄진다. 강혜련 이화여대 교수는 “독일 ‘헤르티에 재단’에 따르면 가족 친화 기업은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생산성이 30%나 높다고 조사됐다”고 했다. 한국은 아직 그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국 가족문화팀 김권영 사무관은 “가족친화 경영의 계량적 연구 성과를 들은 바 없다”고 했다. 전경련 정대순 부장도 “가족친화 경영으로 생산성이 올라가는지 경영성과 지표로 입증되진 않았다”고 말했다. 왜냐하면 가족친화 환경 관련 국내 조사가 기업의 경영이나 인사 담당자, 근로자 등 이해당사자의 지각(知覺) 측정에 의존해왔기 때문이다. 가족친화 경영에 드는 비용 대비 효과를 정밀하게 검증하는 분석결과는 없었다. 실제로 가족친화 기업이 어떻게 업무 성과를 높이는지 정확한 이해가 없기 때문에 단지 복리 후생의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김효선 교수는 지적했다. 한국에서 가족친화 경영의 효용성을 객관적 지표로 따지기엔 아직 시기상조인지 모른다. 강혜련 교수는 “기업이 말 그대로 가족친화 경영을 실천하고 제도를 완비한다면 3~5년 정도의 기간이 지나야 객관적 평가가 가능하다”고 했다. 그래서 현단계에서 가족친화 경영 도입은 “경영자의 철학에 기초해 ‘톱다운(Top-Down)’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덧붙였다. 4월 2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6층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실에서는 법안 제정을 위한 공청회가 열렸다. 한나라당 김기현 의원이 발의한 ‘가족친화 기업 촉진에 관한 법률안’과 열린우리당 박영선 의원이 발의한 ‘ 가족친화 사회환경 조성법안’을 놓고 정·관·학계, 경제계 인사들이 각기 자신이 속한 집단의 입장을 진술했다. 이 두 개 법안은 가족친화 경영을 위한 분야별 지원 방안과 행정기관 간 역할분담을 규정했다. 정부와 국회는 제도 지원을 통해 가족친화 경영을 널리 확산케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이날 행사에 참석한 경총의 황인철 팀장은 “기업 내 가족친화적 환경 조성은 어디까지나 개별 기업 상황에 맞게끔 자율적으로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들은 법률안 제정에 명시적으로 반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법률을 통해 기업에 관여하면 할수록 규제만 강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정부와 정치권, 그리고 시행주체인 기업 간 시각차 극복도 가족친화 경영이 확산에 앞서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다.

2007.05.08 16:21

8분 소요
잘 쓰면 잘 풀린다

산업 일반

르노삼성자동차 마포지점의 허성민 영업팀장은 컴퓨터와 씨름하는 시간이 많다. 자동차를 팔러 다니는 일이 주업무인데도 하루 2시간은 기본이고 많게는 하루종일 책상에 붙어 있어야 한다. 고객에게 e-메일을 보내거나 영업결과를 사내 인트라넷에 입력하는 일이 많기 때문이다. 처음 입사했던 10년 전엔 상상도 못했던 변화다. 예전엔 내근이 거의 없었다. 고객명단을 손으로 작성해 발로 뛰었지, 책상에 앉아 손가락으로 하는 영업은 거의 없었다. 고객관리의 왕도는 전화통화나 직접 방문, 아니면 퇴근 후 술자리였다. 그러나 요즘은 “안부편지에서 제품소개까지 일주일에 40∼50통씩 e-메일을 쓴다”고 허 팀장은 말했다. 영업활동의 상당 부분이 발이 아니라 글쓰기로 이루어진다는 말이다. e-메일은 전화보다 정확하고 우편보다 신속해서 여러모로 편리하다. 게다가 편지 글이라는 형식은 친근감을 높여 주는 장점도 있다. 고객들도 원하는 시간에 읽을 수 있는 e-메일을 선호한다. 그러나 고객은 하루에도 수십, 수백 통의 e-메일을 받기 때문에 웬만한 내용이 아니고서는 기억조차 못한다. 사실 스팸메일로 오인만 안 받아도 다행이다. 그러니 e-메일을 보낼 때마다 여간 고민이 아니다. “매번 식상한 내용을 보내기도 참 무안하다. 그럴 때마다 글을 잘 쓰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한다”고 허 팀장은 말했다. 그래서 책을 가까이하려고 노력하고 좋은 글귀를 보면 메모도 마다하지 않는다. “회사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제공하는 홍보자료가 많기는 해도 나만의 고객관리 수단이 절실히 필요하기 때문”이다. SK주식회사 울산공장의 김현수 부장은 정유화학 생산공장(플랜트) 엔지니어다. 설비의 유지보수가 주업무다. 그런데도 요즘 그가 주로 하는 일은 기술설명서·기술검토서·성과보고서 등을 쓰는 일이다. 예전에도 뭔가를 쓰긴 썼지만 “유지보수 몇 건 했다”는 정도의 단순 실적보고에 그쳤다. 하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와 극심한 구조조정을 겪으며 조직과 하는 일이 완전히 바뀌었다. 엔지니어링 부분이 통폐합되면서 사실상 한 개의 회사를 꾸리고도 남을 만한 커다란 조직이 하나의 팀으로 재편됐다. 그러다 보니 여러 분야의 전공자들과 업무를 함께해야 했고 타 업무부서 사람들이나 해외 SK계열 기업들이 사실상 김 부장의 주요 고객이 돼 버렸다. 김 부장은 현재 신규 사업 진출을 모색하는 SK중국 법인의 경제 경영 전문가들을 돕고 있다. 그들에게 기술분야를 설명하고 검토서를 제출하는 일이 잦지만 멀리 떨어져 있다 보니 얼굴을 마주대하기보다는 e-메일이나 전자문서에 많이 의존해야 한다. 이럴 때 가장 큰 어려움은 전공이 제각각이라 서로 의사 소통이 원활하지 못한 경우다. 기술용어와 경영언어가 서로 뒤엉키기 일쑤고, 심지어 기술분야 안에서도 전공이 다르면 서로 무슨 암호문을 주고받는 느낌이 드는 때도 있다. 따라서 “원활한 업무협조가 이뤄지려면 무엇보다 알기 쉽게 말하고 문서화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김 부장은 말했다. 그는 “프로젝트를 함께하는 타분야 동료들도 일종의 고객”이라며 “내가 쓴 기술문서를 고객이 이해하지 못하면 전적으로 엔지니어인 나의책임”이라고 말했다. 기업이 직원들의 글쓰기에 각별한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삼성·두산·LG·포스코·코오롱·하이닉스·우리홈쇼핑·인하대·교보문고·네오위즈 등 많은 기업이 외부강사를 초청해 글쓰기 특강을 열고 있다. 사원들도 업무 분야를 막론하고 퇴근 후에 이루어지는 글쓰기 교육을 받겠다고 몰려든다. 그 바람에 각 회사는 글쓰기 교육 수강대상의 폭을 넓히고 교육기간을 연장하는 추세다. 대한주택보증은 지난해 6회에 걸쳐 문서작성법 강의를 실시했고 두산중공업도 연구개발(R&D) 분야 임원과 팀장급 엔지니어를 대상으로 글쓰기 교육을 벌였다. 사원들의 글쓰기가 회사나 개인의 생산성을 크게 좌우한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실 기업에서 글쓰기의 중요성은 오래전부터 강조돼 왔다. 기업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견을 주고 받고 책임소재를 가리는 가장 기본적인 수단이 문서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들어 강조되는 글쓰기는 과거의 규격화된 문서형식이 아니다. 글쓰기 강사로 활동하는 김익수 비즈라이팅 대표는 “파워포인트 문서작성법이나 기획서 양식을 가르쳐 달라는 예전과 달리 요즘은 재미있고 설득력 있는 글을 쓰게 해 달라는 요청이 많다. 말하자면 본원적 차원의 글쓰기 교육 요구가 많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기업과 회사원이 기획서가 아니라 재미있고 설득력 있는 글쓰기에 새삼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기업 환경의 변화다. “인터넷이 일반화되면서 역설적으로 글쓰기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글쓰기의 힘, 디지털 시대의 생존전략’을 출간한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한미화 연구원은 말했다. “블로그나 개인 홈피를 통해 보다 적극적으로 고객을 찾는 영업맨들이 많다”는 허성민 팀장의 말마따나 인터넷은 비즈니스맨과 고객이 만나는 접점을 전에 없이 확장했다. 따라서 멀티미디어 시대인데도 텍스트의 비중은 오히려 늘어났다.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e-메일, 게시판, 그리고 인스턴트 메시징 프로그램 등은 전화나 대면으로 이뤄지던 일상대화 중 상당 부분을 문자 텍스트로 바꾸어 버렸다. 온갖 주제의 다양한 글쓰기가 넘쳐나는 블로그는 텍스트가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또 다른 증거다. 블로그 이용자 수는 이미 국내에서만 1000만 명을 넘었다. 미국에서는 이미 ‘블로그 마케팅’이라는 개념이 등장했고, 컨설턴트 제러미 라이트는 이를 책으로 내기도 했다 (용오름 출판사가 최근 번역출간). 상징가치가 실질가치를 지배하게 됐다는 새로운 추세도 글쓰기의 중요성을 새삼 부각시켰다. 이제 문화가 없는 상품은 적정가격을 받기 어려워졌다. 품질만으로 상품의 가치가 설명되지 않는다는 말이다. 오히려 문화 자체가 상품이고 감성이 없는 논리는 설득력을 잃는다. 따라서 비즈니스적 글쓰기는 딱딱한 논리뿐 아니라 부드러운 감성도 필요하게 됐다. 인문적 상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코펜하겐미래학연구소 롤프 옌센은 저서 ‘드림 소사이어티’(Dream Society)에서 정보화사회 다음에는 상품에 얹어진 이야기의 가치가 팔리는 사회가 온다고 주장했다. 물건에 이야기까지 합해져야 경쟁력 있는 상품이 만들어진다는 말이다. 지식사회의 등장 또한 글쓰기의 중요성을 배가했다. 1998년 GM은 MS보다 매출이 열 배나 높았지만 기업의 시장가치를 나타내는 척도인 주식시가 총액은 MS에 비해 7분의 1에 불과했다. 시장이 MS의 지식자산을 훨씬 더 높이 평가한 때문이었다. 구본형변화경영연구소 구본형 소장은 “생각을 창조하고 그것을 글로 표현해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시키는 것이 바로 지식사회의 핵심이며 그 지식의 유통을 담당하는 매개물이 바로 글쓰기”라고 말했다. 그래서 “글쓰기는 훌륭한 직업인의 필수적 요건이 됐다”고 그는 덧붙였다. 사실 요즘 들어 직장인들은 혁신이다 업무개선이다 해서 예전에는 하지 않던 일들이 많아졌다. 서울시설관리공단 이성림 대리는 “분기별로 책을 읽고 독후감을 써내야 하는가 하면 서비스 개선 기획안을 제출하라는 지시도 빈번히 떨어진다”고 말했다. 사기업이나 공기업을 막론하고 어디서나 아이디어와 창의를 부르짖는다. 이젠 누구나 기획자가 돼야 성공한다. e-비즈니스 컨설턴트이자 ‘기획안 제출하세요’의 저자인 이영곤 오픈타이드 이사는 “요즘은 전략기획·마케팅·홍보는 말할 것도 없고 영업·관리 등 모든 분야에서 기획서를 쓰고 또 기획을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한 환경”이라고 말했다. 그는 “기획서란 기승전결을 잘 갖춘 한편의 이야기”라며 그 이야기를 만드는 “글쓰기 과정은 비즈니스 현장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주는 마지막 기회가 된다”고 강조했다. 기획분야에서 꽤 인정을 받는 그지만 “지금도 예전에 썼던 기획서를 다시 꺼내 글쓰기 관련 책을 보면서 고쳐 쓰는 연습을 한다”고 말했다. 경제경영서를 30여 권 이상 저술한 마케팅MBA의 김영한 대표는 “좋은 것을 흉내내 빨리 많이 만들어내야 했던 시대는 지났다. 모방경제에서 창조경제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와 달리 이제는 새롭고 차별화된 제품과 서비스를 누구보다 먼저 개발해야 성공하는 시대가 됐다는 얘기다. 따라서 “창조와 전략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사원들로 하여금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말하게 하고 쓰게 하는 일이 기업의 경쟁력이 된다”고 김 대표는 말했다. 연세대의 정희모 교수도 글쓰기는 창조적 사고의 기초체력을 다지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글쓰기는 머릿속에 흩어진 생각을 체계적으로 정리해(논리) 타인에게 전달하고(소통) 이를 통해 새로운 생각을 계속 만들어가는(창의) 학습과정”이란다. 사실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창조란 도달하는 순간 다음 과정이 시작되는 연속의 과정이며 그 과정 자체가 바로 창조의 실재”라고 말했다. 글을 쓰는 행위 속에서 사유는 끊임없이 지속되며 그 사유는 다시 글로 표현된다. 한마디로 글쓰기는 부단한 창조의 과정이며 창의의 습관을 길러주는 중요한 학습도구인데 21세 기업환경은 바로 그런 능력을 요구한다고 봐야 한다. 지난 15년간 글쓰기를 가르쳐온 정희모 교수는 지난해 말 ‘글쓰기의 전략’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이 책은 출간 한 달 만에 교보 문고 인문과학 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출판사 측은 “논술시험을 앞둔 고교생이 주 독자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의외로 30~40대 직장인의 반응이 아주 좋았다”고 말했다. 성인들이 글쓰기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이 확인되자 올해 들어서만 비즈니스 글쓰기 관련 책자가 20여 종이나 출판됐다. 아울러 성인을 대상으로 한 글쓰기 사교육도 최근 대단히 활발해졌다. 김익수 비즈라이팅 대표는“2년 전까지만 해도 강의요청은 1년에 2~3번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 들어선 2~3일에 한 번 꼴로 요청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글쓰기 사교육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다는 방증이다. 영리를 목적으로 직장인들에게 글쓰기를 교육하는 사람으로는 ‘필통(筆通) 90일 작전’(http://www.biz-writing.com/Academy/ 90days.asp)의 김익수 비즈라이팅 대표와 ‘힘글쓰기’(http://www.tec-writing.com)의 임재춘씨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서울디지털대학교 겸임교수로 그의 강의엔 학기마다 500명 이상 몰린다고 주장했다. ‘필통’은 ‘글로써 소통한다’는 뜻이다. 김 대표는 그동안 회사 출장 강의에 전념해 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대중적 수요가 높아지면서 지난 3월 온라인 강좌를 개설했다. 회원들이 게시판에 글을 올리면 김 대표가 직접 답글로 평을 올려 주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개설 닷새 만에 250명이 몰려들어 깜짝 놀랐다. 답글 다는 일이 굉장한 부담”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무료였던 사이트를 최근 유료로 전환했다. 만만치 않은 가격이다. 그런데도 하루 10인 이상은 꾸준히 접속해 과제를 올린다. ‘필통’의 방법은 3단계다. 신문이나 잡지의 기사를 정독하고 베껴 쓰는 1단계를 통해 문장구조와 논리적 글쓰기의 틀을 배우고, 자신의 관점에 따라 기존 기사를 새롭게 변형해 보는 2단계를 거치고 나면 비로소 특정 주제로 자기 글쓰기에 돌입하는 3단계에 진입한다. ‘필통’에 가입한 이성림 대리는 “신문기사가 이렇게 훌륭한 학습교재인지 몰랐다. 베껴 쓰기 연습만으로도 단어선택이나 문맥이 좋아지는 등 벌써 효과를 보는 듯하다”며 흡족해했다. 이 대리는 야근에도 불구하고 한 달째 꼬박 거르지 않고 과제를 올렸다. 임재춘 영남대 공대 객원교수는 기술고시 출신으로 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과 대통령과학기술비서관을 역임했다. 방사성폐기물 관련 신문광고 문안에서 주어를 빼먹는 등 비문(非文) 투성이의 글을 쓴 일을 계기로 91년 좌천됐다. 이 일이 있은 후 글쓰기의 중요성을 절감하고 해외 MBA에서 우연히 ‘Writing’ 강좌를 들으며 ‘Power-Writing’이라는 글쓰기 방법론과 마주쳤다. 사실 ‘Power-Writing’은 미국 초·중·고에서 오랜 세월 사용해 온 글쓰기 훈련도구다. 임 교수는 이를 ‘힘글쓰기’라는 우리 말로 바꿨는데 핵심은 손가락 다섯 개에 각각 의미를 붙여 글쓰기의 기본을 확인하게 해 주는 방법이다. 엄지(0)는 글을 읽는 대상을 0순위로 고려하면서 글의 목적을 밝히고, 검지(1)는 주제와 주장이 우선 분명해야 하며, 중지(2)는 근거와 방법을 마련하고, 무명지(3)는 주장하는 내용을 뒷받침해야 하며, 새끼손가락(4)은 주제와 주장을 다시 한번 강조해야 한다는 내용을 상징한다는 말이다. 임 교수는 여러 기업에서 강의하느라 바쁘다. 전국여성과학기술인 지원센터(NIS-WIST)와 네오위즈 등 주로 이공계 직장인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다. 네오위즈의 김영민 기술기획팀장은 “벤처기업들은 문서체계가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업무 인수인계에서 어려움이 많다. 또 기술직 사원들의 글쓰기 훈련이 미비한 점도 고려했다”고 임 교수의 특강을 마련한 이유를 설명했다. 직원들이 만들어낸 지식을 축적하고 직원들 간 효과적인 의사소통에 글쓰기 훈련이 매우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는 말이다. 게임QA팀 현정윤씨는 “외부 개발사와 연락할 일도 많고 같은 회사라 해도 층이 여러 군데로 나뉘어 있으니 e-메일과 메신저를 많이 이용한다”면서 임 교수의 강의가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개발2팀 박은영씨도 “하루에 업무 관련 e-메일이 200통이 넘는다. 무슨 얘기인지 모르는 메일은 업무에 지장을 줄 수밖에 없다. 이번 강의를 통해 두괄식으로 요점만 간단히 제시하는 메일을 쓸 수 있게 됐다”고 고마워했다. 각종 취업포털이나 교육 사이트에서도 글쓰기 강좌는 인기가 있다. 채용포털 커리어다음은 취업하면 발길을 뚝 끊는 고객들의 재방문을 유도하려고 직무교육의 일환으로 글쓰기 강좌를 개설했다. 애초 크게 기대하지 않았는데도 50명 정원에 40명이 넘는 높은 출석률을 보이면서 우수강좌로 자리 잡았다. 교육담당 이무영 과장은 “온라인으로 신청 받은 뒤 수강생을 모아 현장 교육을 실시하는데 인기도 높고 평가가 좋다. 이제는 필수강좌”라고 말했다. 삼성SDS 멀티캠퍼스도 지난해 3월부터 사내 임직원만을 대상으로 ‘핵심만 뽑아낸 보고서 작성법’이라는 비즈니스 글쓰기 강좌를 열었다. “사내 대상이고 선택과정이었는데도 수강신청이 몰렸다. 소문을 들은 외부 고객사의 문의까지 줄을 잇는다”고 강좌 담당자는 말했다. 그래서 올해부터는 ‘내 몸값 올리기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비즈니스 라이팅 교육과정을 정식 개설했다. 또 삼성경제연구소(SERI) 포럼에는 ‘비즈니스 글쓰기’, ‘직장인 글쓰기 연구회’, ‘돈이 되는 책 쓰기’, ‘라이팅 아카데미’, ‘감성 라이팅’ 등 글쓰기 관련 모임이 여럿 운영되고 있다.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부터 신입사원, 중간관리자, 임원, CEO 등 각계 각층이 두루 참가한다. 사실 직장인들이 새삼 글쓰기에 몰두하는 직접적인 이유는 단순하다. 기술직이든 영업직이든 양쪽을 아우르는 분야이건 업무의 대부분은 글쓰기가 차지하며, 몸으로 때우던 과거와 달리 글쓰기가 점점 더 중요 업무로 자리 잡아 가기 때문이다. KT·한진·한국전력공사·공무원연금관리공단 등은 이미 입사와 승진시험에서 논술을 치른다. 한국전력공사 인사팀 신기정 과장은 “종합적 사고능력 평가에 논술만큼 좋은 도구는 없다”고 말했다. 신한기계는 포항에서 선박 부품이나 플랜트를 수출한다. 이 회사에서 기술 영업을 담당하는 이병룡 차장은 “하루 일과 중 3분의 1 가량이 글을 쓰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차장은 영업보고서나 기술도입 제안서를 써야 할 일이 전보다 자꾸 늘어간다고 했다. 최근엔 앞으로 직장에서의 성패는 글쓰기에 달려 있다는 생각에서 온라인으로 개설된 글쓰기 강좌를 듣기 시작했다. 현대카드 마케팅팀 추상협 과장은 아예 “전체 업무의 80∼90%가 글쓰기”라고 말했다. 추 과장은 마케팅 업무 특성상 “기획서 하나로 능력을 인정받기도 하고 무능력한 사람으로 낙인찍히기도 한다”면서 “업무의 상당 부분은 부하 직원들이 써 놓은 글을 고치는 일이다. 수정할 부분이 많은 기획서냐 적은 기획서냐에 따라 사람 자체가 달라 보인다”고 말했다. 따라서 “상사들은 글쓰기 잘하는 사람을 자기 부서로 데려가려고 막후에서 손을 쓰는 일이 비일비재”라고 한다. 글을 잘 쓰면 상사의 눈에 띄어 그만큼 승진 기회가 많아진다는 말이다. 그는 “팀장이 되면 프레젠테이션으로 승부하는 경향이 짙지만 실무자급에서는 무엇보다 기획서를 잘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말하자면 실무자에서 중간관리자로 승진하려면 기본적으로 글쓰기가 제대로 돼야 한다는 말이다. 두산중공업 윤종준 부사장은 한 걸음 더 나아가 “글쓰기를 못하면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에도 장애가 된다”고 말했다. 사실 글 잘 쓰는 CEO는 기업가치를 높이는 일등공신이다. 바디샵의 아니타 로딕,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빌 게이츠, GE의 잭 웰치 등은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하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또한 말 잘하고 글 잘 쓰기로 유명한데 지난해에 프린스턴대 졸업식에서 했던 연설 동영상은 전세계 기업인들이 컴퓨터에 내려받았다. 인력자원 관리 전문가인 하영목 박사는 “외국에서는 임원이나 CEO를 뽑을 때 반드시 후보자의 필력을 본다. 이제는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글을 잘 쓴다는 것은 합리적인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있음을 방증하는 것이고, 또 글을 잘 쓰면 책 한 권이나 연설 한 번으로 수백억원어치의 광고홍보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우리나라 기업의 상당수가 감성경영을 하며 그 방법론의 하나로 CEO가 직원들에게 e-메일을 보낸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삼성경제연구소 지식경영센터장 강신장 상무는 SERI 포럼 중에 와인과 예술을 사랑하는 모임을 이끈다. 얼마 전 신라호텔 영빈관에 모여 호주 와인을 시음했다. 호주 대사관이 후원한 터라 외국인들도 섞여 있던 자리였다. 강 상무는 인사말에 앞서 영화 “프렌치 키스”와 “사이드 웨이” 에 나오는 한 장면씩을 보여주었다. 와인은 역사고 문화이며, 인생이라는 메시지가 담긴 대목이었다. 그런 다음 강 상무는 “이제부터 호주의 역사와 문화, 호주인의 삶을 느껴 보자”는 짧은 말로 인사를 대신했다. 멀티미디어가 동원된 그의 강의는 말은 적었어도 효과는 대단했다. 어느 때보다 참석자들의 박수가 크게 들렸다. 머리를 한대 얻어맞은 듯했다. 앞으론 글쓰기만으로는 부족한 시대가 오지 않을까. 유비쿼터스의 세계는 동영상까지 활용하는 의사소통을 요구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제 회사원들은 머지않아 소설가나 기자가 아니라 영화감독으로 변신해야 할 날도 맞이하지 않을까? ikke@joongang.co.kr

2006.05.09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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