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41

보험

보험사들이 '상생금융' 관련 상품 출시를 두고 '눈치 싸움'이 한창이다. 지난주 한화생명이 '2030 대상 상생형 저축보험'을 내놓으며 개별 보험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상생금융' 상품을 선보였지만 다른 보험사들은 아직 구체적인 상품 출시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손해보험업계는 지난주 단체로 '저출산 지원 사업'에 나서며 상생에 나섰지만 금융당국은 대형 보험사들에게 더 '통이 큰 상생'을 기대하는 눈치다. 이에 앞으로도 보험사들의 상생 고민은 지속될 전망이다. 통 큰 상생 원하는 당국, 고민하는 보험사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 21일 2030세대 청년 대상 목돈 마련 목적의 저축보험인 '2030 목돈마련 디딤돌저축보험'을 공식 출시했다. 이 상품은 5년간 연 5%의 확정금리를 제공한다. 월 최대 75만원을 납입하면 5년간 5000만원의 목돈을 만들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은행권서 출시된 청년도약계좌처럼 시중 은행권보다 높은 금리를 제공해 이자 수익을 얻는 상품이다. 여기에 보험상품 특성에 맞게 사망 및 재해 사고 시 보장도 포함됐다. 한화생명은 이 상품에 대해 "청년도약계좌가 가진 장점에 보험사만의 강점을 더해 고객이 최대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구성한 상생보험"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이 개별 보험사 중 처음으로 상생 상품을 내놓자 빅3 생명보험사 중 나머지 두 곳인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은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하지만 아직 양사 모두 구체적인 상생 방안을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지난 7월 NH농협생명과 동양생명은 '상생금융'의 일환으로 보험계약(약관)대출 최고금리를 각각 3%p, 3.95%p 인하한 바 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대형 생보사들에게 단순 약관대출 금리 인하가 아닌 구체적인 상품 출시 등의 방안을 기대하고 있다. 회사 규모에 맞게 통 큰 상생을 베풀라는 압박이다. 또 보험업계에서는 단순 금리 인하와 금리 혜택을 주는 장기 상품을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일 수 있다고 말한다. 약관대출 금리는 향후에 조정이 가능하지만 2030저축보험 같은 상품은 확정금리로 장기간 혜택을 줘야한다. 또 한화생명이 내놓은 저축보험 보다 더 나은 상생 상품을 내놔야 한다는 부담도 작용할 수 있다. 이에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이 구체적인 상생 방안 마련을 두고 고심을 거듭하는 것으로 보인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아직 상생금융 방안과 관련해 구체적인 계획은 나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교보생명도 "금융당국 취지에 동참할 계획"이라면서 "가장 좋은 지원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답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한화생명이 내놓은 2030저축보험의 판매 추이 등 앞으로의 상황을 좀더 지켜보고 상생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한편 올해 상반기 보험사들은 역대급 호실적을 냈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생보사들은 약 3조4000여억원, 손보사들은 4조6000여억원의 순이익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올 상반기 빅3 생보사는 삼성생명이 9742억원, 한화생명이 7037억원, 교보생명이 6715억원의 순익을 기록하며 전체 생보사 실적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손보사들 중에는 삼성화재가 1조2166억원, DB손해보험 9181억원, 메리츠화재 8390억원, 현대해상 5780억원, KB손해보험 5252억원을 순이익을 기록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실적은 보험업계에 새로운 회계제도인 IFRS17이 적용되며 실적지표가 크게 상승하는 등 착시 효과가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신 회계제도 계리적 가정을 변경한 가이드라인은 올 하반기부터 적용된다. 3~4분기 순이익이 보험사들의 진짜 실적인 셈이다. 하지만 실적과 별개로 금융당국의 전 금융권 '상생금융' 동참 분위기가 지속되고 있어 결국 다른 보험사들도 조만간 관련 방안을 내놔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손보사들은 지난 24일 서울시와 손을 잡고 저출생 위기 극복 사업에 2026년까지 총 40억원의 기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이 기간 손보사들은 난자 동결 시술 비용 지원 사업과 다태아 자녀안심보험 지원 사업 등을 지원한다. 특정 상품을 만들기보다 손보업권이 단체로 상생 방안을 내놓은 셈이다. 다만 손보업계는 올해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안정화되며 상생 동참 차원에서 보험료 인하 압박을 받고 있어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전망이다.

2023.08.29 07:01

3분 소요

보험

1인가구 증가, 보험 수요 변화 등으로 종신보험 판매가 부진하다. '가장의 유고' 대비용으로 지난 수 십년간 큰 인기를 끌어온 종신보험의 전성시대는 이제 마무리된 것일까. 배홍 금융소비자연맹 보험국장은 ‘이코노미스트’와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의 과열 판매가 이 상품의 가치를 변질시킨 측면이 있다”며 “여전히 종신보험은 가입 수요가 있는 만큼 보험사와 설계사가 고객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보험사-설계사-고객’ 모두 만족했던 종신보험Q.종신보험은 국내에 어떻게 등장했나 -종신보험이 국내에서 만들어진 상품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해다. 이 상품은 ‘가족 사랑’이라는 콘셉트를 바탕으로 미국에서 건너왔다. 한국시장에 진출한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종신보험을 대거 팔기 시작했고 큰 인기를 얻어 국내 보험사들도 따라 팔게 된 케이스다. 남겨진 가족들에게 사망보험금으로 경제적 안정을 준다는 점이 30대 이상 가장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며 90년대 이후 판매량이 급증했다. 종신보험은 생명보험업의 기본 본질을 가장 잘 담은 상품이기도 하다. Q.국내에서 종신보험이 성장한 배경은 무엇인가-종신보험의 핵심 보장은 ‘사망보험금’이다. 하지만 출시 이후 특약으로 교육비 관련 보장이나 암, 질병 등 여러 담보를 포함시킬 수 있어 ‘이 상품 하나면 다 보장된다'라는 인식이 확산돼 인기를 얻었다. 또 종신보험은 보험사 입장에서는 가입기간이 길어 꾸준히 보험료를 수령할 수 있고 보험금은 사망 때 한 번만 지급하면돼 수익성 측면에서도 안정적이라 효자로 여겨졌다. 특히 보험가입 수요가 넘치던 90년대, 보험설계사들이 경쟁적으로 이 상품을 팔며 수당 챙기기에 나섰던 점도 종신보험의 성장 배경이다. 고객과 보험사, 설계사 모두가 만족하던 상품인 셈이다. Q.최근 판매량이 줄고 있는데 어떤 이유가 있다고 보나-설계사들의 무리한 판매 욕심을 꼽을 수 있다. 여전히 영업일선에서는 종신보험을 저축보험처럼 팔고 있다. 특히 2030세대 가입률이 워낙 낮아 이들을 대상으로 설계사들이 영업 과정에서 무리수를 남발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종신보험 민원 통계를 보면 2030 비중이 제일 높다. 또 굳이 남은 가족을 걱정할 이유가 없는 독신 가정이 늘었다는 점도 판매 부진의 이유다. 미래보다 현재를 중시하는 젊은세대들이 많아졌다는 점도 이유다. 최근에는 4050세대 해지율도 늘었는데 이들은 ‘내가 죽고 난 다음’이 아닌, ‘지금 당장’ 혜택을 받고 싶어한다. Q.보험사들이 종신보험 상품 구조에 변화를 주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아보인다 -상품이 안 팔리니 고객 니즈에 맞춰 종신보험 상품에 변화를 줄 수밖에 없다. 종신보험은 보험료가 20만~30만원으로 고액이며 납입기간이 대체로 20년으로 매우 길다. 또 중간에 해약하면 손해를 본다. 이런 측면에서 납입기간을 20년에서 10년 이하로 줄인 단기납 종신보험이나 해지환급금을 줄이고 없애 보험료를 낮춘 저해지형은 고객 니즈를 정확히 파악한 상품들이다. 고객들이 짧은 납입기간을 선호하고 보험료 부담은 낮추기를 원하다보니 이런 유형의 상품들이 등장하고 있다. 종신보험이 나아갈 길, 결국은 ‘신뢰 회복’Q.앞으로도 종신보험 수요는 계속될까-시대가 변화하고 있지만 종신보험은 보험업 본질에 가장 적합한 상품이다. 아무리 1인가구, 맞벌이 가구가 늘어도 ‘가족’이라는 개념이 무너진 건 아니여서 종신보험 수요는 계속될 수밖에 없다. 보험사와 설계사의 판매 욕심 등으로 종신보험의 가치가 다소 변질됐을 뿐이다. 상품 구조를 변경화한 저해지·무해지환급형, 단기납 종신보험이 불티나게 팔렸다는 것은 여전히 이 상품에 대한 수요가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Q.금융당국은 종신보험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나-금융감독원 신고 민원 절반 이상은 보험이고 그 중에서도 종신보험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하지만 금융당국도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종신보험이 꼭 필요한 상품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민원이 많아도 상품 판매에 있어 강력한 제재를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Q.종신보험이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보험사와 설계사, 고객간 신뢰가 쌓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종신보험은 인기가 많아지며 과열 경쟁이 붙었고 이 과정에서 설계사들에게 지급되는 수당도 증가했다. 결국 마케팅 비용이 늘고 보험사는 더 많은 판매로 이를 상쇄하려 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설계사들은 무리수를 두게 되고 결국 불완전판매가 된다. 과열 양상이 되며 상품 본래의 취지 등이 많이 퇴색된 측면이 있다. 종신보험은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상품이기 때문에 잘 발전되고 유지돼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보험사와 설계사들이 무리한 판매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고객의 신뢰를 얻을 수 있도록 이 상품이 가진 순수한 보장 의도를 잘 가꿔 나가야 한다.

2023.07.09 09:01

3분 소요
DB손보, ‘베트남 보험사’ 인수에 꽂힌 이유

보험

DB손해보험이 벌써 세 번째 ‘베트남 보험사 지분’ 획득에 성공하며 해외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DB손보는 최근 자동차보험 가입 수요 증가가 예상되는 베트남을 거점으로 동남아 시장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매력적 시장 베트남, 보험 성장 기대1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DB손보는 지난 16일 베트남 손해보험시장 점유율 9위를 차지하고 있는 BSH(Sai Gon Ha Noi Insurance)손보사와 지분인수계약을 체결했다. 인수 지분은 75%다. DB손보의 베트남 보험사 지분 인수는 이번이 세 번째다. 2015년 베트남 손보시장 점유율 5위인(현재 3위)의 PTI(Post & Telecommunication Insurance)손보사 지분 37.32%를 인수했던 DB손보는 올 2월에도 시장점유율 10위인 VNI(Vietnam National Aviation Insurance)손보사 지분(75%)까지 사들였다. 이처럼 DB손보가 공격적인 보험사 지분 인수에 나서는 배경에는 베트남의 보험시장 발전 가능성 때문이다.베트남은 국내 보험사들에게 ‘기회의 땅’이다. 인구가 1억명에 육박하지만 보험 침투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경제가 꾸준히 발전하며 보험수요가 증가 추세다. 이에 이미 주요 생명보험사들은 현지에 지점, 법인, 은행 제휴 형식 등으로 현지에 진출해 있고 손보사 중에서는 현대해상이 현지 보험사 지분을 인수한 상황이다.또한 베트남은 향후 손보시장 전망이 밝은 편이다. 현재 베트남 손해보험 연간보험료 규모는 3조2000억원 수준으로 최근 10년간 약 11% 성장했다. 특히 자동차대수가 급격히 증가하며 관련 수요가 커지고 있다. 현재 베트남은 자동차보험 가입이 의무이기도 하다.코트라(KOTRA)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베트남 자동차 판매량은 사상 처음으로 50만대를 돌파했다. 베트남 현지에서 조립한 자동차 생산량도 43만9600대로 전년대비 14.9% 증가했다. 최근 5개년(2018~2022년) 자동차 생산량 연평균 성장률은 8.96%에 달한다. 베트남의 주 소비층이 젊은층이라는 점도 향후 손보시장 전망이 밝은 이유로 꼽힌다. 현재 베트남 총 인구의 60%는 35살 이하로 구성돼 있다. 이들은 호치민이나 하노이 등 대도시에 살면서 아이폰, 갤럭시 등 고가 스마트폰 사용에 익숙하고 소비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생산량 증가로 이들의 차량 구매가 늘면 자연스럽게 보험 가입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베트남 보험시장에서는 건강보험이 유망하다고 꼽혔지만 향후 자동차보험도 블루칩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특히 DB손보가 올 2월 인수한 VNI손보사는 시장점유율이 10위권 수준 손보사지만 자동차 보험시장에서는 3위를 달리고 있다. 이 회사는 베트남에서도 전국 단위의 영업과 보상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앞으로도 자동차보험 사업 확대가 용이한 편이다.한편 DB손보가 베트남 보험사 지분 인수에 꾸준히 나서는 것은 이미 같은 방식으로 PTI손보사를 성장시킨 경험이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2015년 당시 시장점유율 5위였던 PTI는 DB손보와의 지분 계약 이후 현재 시장 3위로 올라섰다. 현지 인프라에 DB손보만의 전략을 입히는 방식이 매우 효과적임을 경험한 DB손보는 이후에도 허가에 장시간이 소요되는 지점, 현지법인 진출 대신 현지 보험사 지분 인수 방식을 택하고 있다. 또 외국계 회사가 지분율 49% 이상을 보유할 수 없었던 규제가 2019년 풀리면서 DB손보는 이후 인수한 현지 보험사 지분을 모두 75% 인수해 지배력을 더욱 강화시켰다. DB손보는 올 상반기 중 BSH손보사 지분취득 및 해외 직접투자 관련 인허가를 완료하고 현지화 전략 기반 PMI(post merger integration)를 추진할 계획이다. DB손보 관계자는 “PTI손보사를 성장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사업 경쟁력 강화를 통해 BSH를 현지 상위사로 성장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3.06.19 16:39

3분 소요
‘생보 경쟁’ 본격 뛰어든 KB금융...‘신한, 게 섰거라’

보험

KB금융지주(#KB금융)가 이달 KB라이프생명을 새로 출범시키며 KB-신한 ‘공룡 금융지주’ 간 생명보험사 전쟁에 불씨를 지폈다. 그동안 손해보험 대비 생보 부문이 약했던 KB금융은 새 출범한 KB라이프생명을 통해 미약했던 생보시장에서의 존재감을 확대하고 벌어진 신한금융지주(#신한지주)와의 생보 사업 격차도 줄인다는 전략이다. 플랫폼 사업 강화...GA채널 기대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은 이달 12일 ‘2023년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중장기적 전략 방향과 과제를 논의했다. 이달 1일 출범한 KB라이프생명은 KB금융이 지난 2020년 인수한 푸르덴셜생명과 기존 생보사, KB생명을 통합한 법인이다. 상대적으로 손보 대비 생보 부문이 약점으로 꼽혀온 KB금융은 안정적 재무구조와 순익을 내던 외국계 생보사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성공했고 이달 양사를 통합해 출범시켰다. 이로써 KB금융은 ‘KB라이프생명-KB손해보험’으로 이어지는 안정적인 생·손보 보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게 됐다.이환주 KB라이프생명 사장은 이날 전략회의에서 금융플랫폼으로의 성장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했다. 특히 이 사장은 “채널, 상품, 서비스를 토대로 한 단계 더 높은 수준의 프리미엄 종합금융 플랫폼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밝히며 ‘프리미엄’을 강조했다. 현재 모든 금융사들이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는 상황에서 보다 차별화된 서비스로 경쟁력을 갖추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현재 KB금융은 은행, 보험, 카드, 증권 등 전 금융권에서 업계 상위권 계열사를 보유 중이다. 금융당국이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상당부분 풀어주고 있는 상황에서 고객의 라이프스타일을 기초로 자산관리 및 헬스케어 등 생활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은 당연히 시도할 수밖에 없는 사업 분야다. KB금융은 이번에 몸집이 크게 확대된 생보사를 출범시킨 만큼 KB라이프생명을 중심으로 상품 차별화, 고객 서비스 진화 등을 꾸준히 추진해 금융플랫폼에서 강점을 보여준다는 계획이다.신한금융과의 생보 부문 경쟁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신한금융은 2019년 오렌지라이프생명을 인수, 기존 신한생명과 통합시켜 지난 2021년 7월 신한라이프를 출범시켰다. 이미 안정적 실적을 자랑하던 두 생보사가 합쳐져 탄생한 신한라이프는 총자산만 68조원에 달하며 #삼성생명,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 빅3 생보사 다음으로 몸집이 큰 회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익은 3679억원으로 업계 2위를 차지했다. 반면 KB라이프생명은 KB생명-푸르덴셜생명 통합 법인임에도 총자산은 약 33조5000억원으로 업계 8위권 수준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푸르덴셜생명의 순익은 1827억원이지만 KB생명은 478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당장은 KB-신한 간 생보 부문 격차가 큰 상황이다. KB라이프생명은 푸르덴셜생명 설계사 조직을 분리해 지난해 출범시킨 판매전문회사(보험대리점·GA) KB라이프파트너스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약 1600여명의 설계사 조직을 갖춘 KB라이프파트너스는 계약 체결사가 생보사 3곳, 손보사 6곳 정도에 불과하고 지난해 상반기 실적도 적자를 냈다. 하지만 자산관리 및 법인영업 등의 시장에서 강점을 보이는 기존 푸르덴셜생명 출신 설계사들의 역량과 함께 판매 제휴사를 더 확장하면 KB라이프파트너스의 실적도 오름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보험시장이 GA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점도 KB라이프생명엔 호재다. 특히 이 사장이 공식 취임 전 첫 행보로 KB라이프파트너스 각 지점을 찾아 직원들을 격력한 것도 그만큼 성장 기대치가 크다는 것을 방증한다. KB-신한 생보사, ‘빅3 구도’ 깰까 KB라이프생명이 장기적으로 기존 빅3 시장 구도를 깨뜨릴 수 있을지도 관심이다. 출범 후 KB라이프생명은 2030년까지 업계 3위를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국내 굴지의 금융지주사 소유의 생보사인 만큼 그에 걸맞는 몸집과 실적을 갖춰 생보시장을 재편하겠다는 의지다. 하지만 당장 갈길은 멀어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삼성생명(281조원), 한화생명(125조원), 교보생명(112조원)의 총자산은 모두 100조원을 넘어섰다. 이후 신한라이프(68조원), NH농협생명(59조원), 미래에셋생명(38조원) 등이 상위권을 형성했다. 총자산이 33조원 수준인 KB라이프생명이 장기적으로 빅3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추가 생보사 인수 등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순익면에서는 KB-신한의 생보사들 모두 생보업계 상위권을 충분히 노려볼 수 있을 만하다. 신한금융의 신한라이프는 지난해 3분기 기준, 생보 부문 순익 2위를 달성했고 최근에는 애플과 손을 잡아 애플워치에 헬스케어 서비스를 이식하는 등 디지털 헬스케어를 신 성장동력으로 삼고 집중 투자 중이다. KB라이프생명도 통합 출범 후 플랫폼, GA부문에서 안정적인 성과를 낸다면 실적 반등이 가능하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그동안은 KB금융이 사실상 생보시장 경쟁에 뛰어들고 싶어도 할 수 없었다고 봐야 한다”며 “이제라도 본격적으로 뛰어든 만큼 장기적으로 빅3 중심의 생보시장 구조에도 변화가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한편 통합 출범 이후 KB생명-푸르덴셜생명 간 화학적·물리적 결합을 원만히 진행하는 것은 KB라이프생명의 최대 과제다. 신한라이프도 신한생명-오렌지라이프 통합 이후 노사 갈등 등으로 잡음이 이어져 애를 먹은 바 있기 때문이다.

2023.01.17 16:43

4분 소요
피터 정 사임한 AIA생명, 한국시장 떠날까...매각설 ‘솔솔’

보험

최근 피터 정 AIA생명 전 대표의 갑작스런 사임과 맞물려 AIA생명 매각설이 재점화되고 있다. 피터 정 전 대표가 임기를 반년이나 남겨두고 조기 사임하면서 22일 업계에서는 ‘AIA생명이 한국시장에서 철수하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는 상황이다. AIA생명은 2019년 말에도 차태진 전 대표가 개인적인 사유로 사퇴하고 피터 정 전 대표가 수장 자리에 오르며 매각설이 돈 바 있다. ━ “피터 정 사임은 개인적 이유…韓서 계속 헌신할 것” AIA생명은 지난 21일 피터 정 전 대표가 횡령사고를 내 사임했다는 한 언론매체 보도에 대해 공식적인 반박자료를 냈다. AIA생명은 “최근 AIA 생명의 리더십 변화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일련의 보도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피터 정 전 대표의 사임은 개인적인 사유이며 AIA그룹은 그의 건승을 기원한다”고 밝혔다.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생명보험 회사인 AIA그룹은 한국 사업에 지속적으로 헌신할 것”이라고 말했다. 피터 정 전 대표의 횡령건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밝히며 CEO의 사임이 한국시장 철수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 셈이다. 피터 정 전 대표는 2017~2019년 AIA그룹 지역 비즈니스개발 총괄임원을 지내다 2020년 1월부터 AIA생명 수장 자리에 올랐다. 그는 AIA생명에서 최고마케팅책임자(CMO)를 역임하며 2018년 AIA생명의 야심작 ‘AIA바이탈리티’를 론칭시켰다. 전세계 24개국에서 서비스되고 있는 AIA바이탈리티는 건강을 유지하면 보험료 할인과 일상 속 혜택을 제공하는 헬스케어 서비스로 AIA그룹의 글로벌 히트작이다. 이 서비스를 2018년 들어 한국시장에 내놓은 것이다. 이후 피터 정 전 대표가 수장 자리에 오른 이후인 2020년에는 월 회비 5500원을 납부하는 유료화된 ‘AIA바이탈리티 2.0’이 출시됐다. 최근에도 AIA생명은 종신보험과 연계한 AIA바이탈리티 상품을 내놓는 등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올 12월까지인 피터 정 전 대표가 임기 만료를 반년이나 앞두고 갑자기 사임하자 업계에서는 궁금증이 증폭됐다. 일각에서는 실적 부진에 따른 문책성 인사가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됐다. AIA생명은 2017년 2876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지만 이듬해 순익이 600억원대로 급락했다. 이는 AIA그룹이 AIA생명을 한국지점 형태로 운영하다 2018년 1월 한국법인으로 전환하며 생긴 비용 영향이 컸다. 이후 AIA생명 실적은 오름세를 타며 지난해 순익이 1758억원까지 상승한 상태다. 특히 보장성보험 위주의 영업을 진행하는 회사답게 지급여력(RBC)비율은 지난해 말 기준 274%로 업계 최상위권이다. 신계약 금액도 지난해 말 약 24조원으로 전년 동기(21조6000억원) 대비 상승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법인 전환 후 오히려 눈에 보이는 지표는 좋아졌다”며 “위험손해율 등 회사의 다른 구체적인 수치도 고려해야겠지만 눈에 보이는 실적이 당장 CEO를 해임시킬 정도의 지표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생보시장 포화, 다른 외국계처럼 떠나나 AIA생명의 매각설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피터 정 전 대표의 전임자인 차태진 전 AIA생명 대표는 2019년 말 개인적인 이유로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CEO자리에서 사임한 바 있다. 이후 피터 정 전 대표가 수장 자리에 오르며 AIA생명은 매각설이 돈 바 있다. 업계에서는 피터 정 전 대표가 어떤 연유로 사임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AIA생명이 언제든 한국시장에서 철수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있다. 이는 국내 생명보험 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90년대 이후 한국시장에 진출했던 외국계 생보사들이 하나 둘, 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0년대 이후 국내시장에서 철수한 주요 외국계 생명보험사는 ING생명(2013년·네덜란드), 우리아비바생명(2014년·영국), 알리안츠생명(2016년·독일), PCA생명(2017년·영국) 등이다. 지난해에는 미국 시그나그룹이 처브그룹에 라이나생명 지분 100%를 넘기는 계약을 체결하고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했다. 또한 AIA생명이 힘을 주고 있는 헬스케어 사업에서도 국내 대형 보험사들이 본격적으로 뛰어들며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들과 연계된 대형 보험사들, 그리고 국내시장 상황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대형사들은 외국계 회사보다 사업 확장에 있어서 유리한 측면이 있다. AIA생명이 헬스케어 플랫폼 AIA바이탈리티를 다른 회사보다 비교적 일찍 선보이며 헬스케어 시장에 진출했지만 꾸준히 강자자리를 유지할지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AIA생명이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고 있는 점도 한국시장 철수설에 힘이 실리는 원인이다. 지난 4월 AIA생명은 올해 700억원(1주당 1160원) 규모의 결산 배당을 결정했다. AIA생명은 2019년과 2020년 각각 560억원(1주당 928원), 600억원(1주당 995원)을 배당했는데 1년 만에 배당금을 100억원이나 늘렸다. AIA생명은 100%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홍콩계 AIA인터내셔널리미티드로 배당금 전액이 지급된다. 매각을 앞두고 고배당 정책을 취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처브그룹에 매각 계약이 체결되기 전 라이나생명은 2016년 이후 매년 10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을 책정해왔다. 한편 AIA생명은 입장문에서 조만간 새 CEO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는 박정진 전무가 대표 대행을 맡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AIA생명 새 대표에 구조조정 전문가인 정문국 전 오렌지라이프 대표가 내정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이에 대해 AIA생명 측은 “좋은 분(CEO)이 있으면 빠르게 모시겠다 정도의 계획”이라며 “후임 인선에 대해 현재 확인해줄 수 있는 부분은 없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jhoons@edaily.co.kr

2022.06.22 16:01

4분 소요
보험업계 ‘새 회계기준 도입’ 1년 앞으로…사라진 저축보험 신상품

보험

새 국제회계기준(IRFS17) 도입이 1년 앞으로 다가오면서 올해 보험사들의 보장성보험 확대 전략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새 회계기준 하에서는 받은 보험료를 나중에 돌려줘야 할 저축성보험을 팔면 팔수록 보험사들에게 재무적인 부담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고금리 저축보험을 대거 판매한 생명보험사들은 올해 저축성보험 판매를 더욱 줄여 내년 도입될 IFRS17에 대비할 것으로 예상된다. ━ 새해 보장성보험 출시 봇물…저축보험 판매 감소세 보험업계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생보사들은 전략적으로 기존 상품에 차별화를 더한 종신보험, 건강보험 등 보장성보험 신상품을 잇따라 선보였다. 한화생명은 생애주기에 맞게 보장내용을 변경할 수 있는 '평생동행 종신보험'을, 교보생명은 업계 최고 수준의 건강보장을 더한 ‘교보실속있는평생든든건강종신보험’을 출시했다. NH농협생명도 '더좋아진NH종신보험'과 '생활비든든NH치매보험' 등 신상품 2종을 내놨다. 동양생명은 고객이 원하는 보장을 자유롭게 설계할 수 있는 '수호천사간편한(335)내가만드는보장보험'을, ABL생명은 사망보험금을 미리 받아 생활비 등으로 활용하는 'ABL건강드림선지급GI종신보험'을 출시했다. BNP파리바 카디프생명도 신용생명보험인 '(e)대출안심 보장보험'을 선보였다. 이밖에 다른 생보사들도 이달 중 암보험, 변액보험 등 보장성보험 출시를 준비 중으로 알려졌다. 새해 첫날에는 보험사들의 신상품 출시 행렬이 이어진다. 매년 1월과 4월은 공시이율과 예정이율이 변경되는 시점으로 해당 이율 확정 후 보험사들이 상품을 출시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저축보험 신상품은 전무했다. 보험사들이 IFRS17 도입을 앞두고 저축보험 판매를 줄이고 있어서다. IFRS17이 도입되면 부채가 원가에서 시가 평가로 바뀐다. 암, 종신, 변액보험 등 보장성보험은 받은 보험료를 돌려주지 않지만 저축성보험은 만기 시 받은 보험료를 가입자에게 돌려준다. 부채가 시가 평가로 바뀌면 보험사는 가입자에게 받은 저축보험료가 모두 부채로 인식된다. 결국 자본건전성이 약화될 수밖에 없어 보험사들은 IFRS17 도입이 예고됐던 3~4년전부터 저축성보험 판매를 줄여왔다. 실제로 저축성보험 수입보험료는 매년 하락세를 타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공시에 따르면 생보사의 저축성보험 수입료는 2017년 38조8776억원에서 2019년 31조7280억원으로 하락했다. 같은 기간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40조5658억원에서 43조2084억원으로 늘었다. 지난해 10월까지 저축보험 수입보험료는 27조7853억원에 그치며 2020년(34조8330억) 대비 낮은 수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저축성보험은 보유계약액도 2017년에 530조원에 달했지만 지난해 10월 기준, 443조원대까지 하락한 상태다. 같은 기간 보장성보험 보유계약액은 1915조원에서 1937조원으로 증가했다. 저축성보험은 비교적 고액의 수입보험료를 거둘 수 있어 보험사들이 몸집을 불리는 용도로 많이 활용해왔다. 특히 2010년대 초반에는 외국계 생보사들이 국내에 진출하며 몸집을 불리기 위해 보험료 수입 비중이 높은 저축보험을 대거 팔기도 했다. 또한 2~3년전에는 매각과정에서 고평가를 받기위해 전략적으로 저축성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이마저도 사라지는 분위기다. 한 생보사 관계자는 "몇 년전에는 온라인용으로라도 저축보험 신상품을 내놨지만 이제는 기존 판매 상품을 유지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영업채널에서도 보장성보험 위주로 판매 시책(영업 인센티브)을 제공하고 있다"며 "새 회계기준 하에서 자본건전성에 부담을 주는 저축보험 판매를 전략적으로 줄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은행권 금리 오름세…저축보험 경쟁력 약화 생보사들이 판매 중인 기존 저축보험 상품의 경쟁력도 약화될 분위기다. 보험사 저축보험 상품은 은행보다 높은 금리를 내세워 가입자들을 유치해왔지만 최근 금리 격차가 좁혀지고 있어서다. 시중금리는 2020년 2월 이후 1% 아래로 급격히 하락한 반면, 보험사 공시이율은 하락세를 보이면서도 2%대는 유지해 왔다. 공시이율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 가운데 사업·운영비 등을 제외한 보험료에 적용되는 이자율을 말한다. 공시이율이 하락하면 그만큼 만기 환급금이 줄어들게 된다. 그동안 보험사들은 저금리 기조에 운용자산이익률 하락에 따른 역마진 우려가 커져 공시이율을 하향조정해왔다. 하지만 최근 기준금리가 인상되며 은행과 저축은행의 정기예금 금리가 상승세를 타고 있다. 1%대에 머물던 금리는 지난해 2%대로 올라선 상황이다. 이달 소폭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생보사들의 공시이율은 2.2~2.4%대를 기록하고 있다. 올해 은행권 예금금리가 더 상승세를 타면 금리 격차가 좁혀져 보험사 저축보험 상품의 경쟁력도 약화될 전망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올랐기 때문에 보험사들도 올해 공시이율을 좀 더 올릴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전략적으로 저축보험 판매를 줄이고 있기 때문에 공시이율을 크게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2.01.05 15:25

3분 소요
10년간 생보사 12곳 실손 판매 중단…남은 5곳 “포기 못한다” 왜?

보험

최근 실손의료보험 손해율이 치솟으며 보험사들이 적자에 시름하는 가운데, 내년 상품 판매를 중단하는 회사가 나올지 관심이 쏠린다. 이미 최근 3~4년간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가 속출한 가운데 향후에도 이런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서다. 특히 손해보험사에 비해 가입건수가 적은 생명보험사에서 실손보험 판매 중지가 나올지 업계에서는 주목한다. 생보사 중 여전히 실손보험 신규 가입자를 받고 있는 회사는 5곳(삼성·한화·교보·NH농협·흥국)으로 이들은 당국과 영업채널의 눈치 등 여러가지 이유로 실손보험 판매를 놓지 못한 상황이다. ━ 실손 ‘판매 포기’ 보험사 속출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4세대 실손보험(올 7월 출시)을 판매하는 보험사는 생보사 5곳과 손보사 10곳 등을 합쳐 총 15곳이다. 현재의 상품 구성과 유사한 실손보험은 90년대 후반 등장했다. 먼저 손보사들이 주력으로 실손보험을 집중 판매했고 가입자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이후 2003년 보험업법이 개정돼 생보사들도 실손보험 판매가 가능해지자 2000년대 중반부터 영업에 속도를 냈다. 하지만 2010년을 기점으로 가입자가 2000만명을 넘어서며 실손보험 손해율도 상승하기 시작했다. 이 시기 손해율이 100%를 넘어서며 보험사도 점차 실손보험에서 적자를 내기 시작했다. 실손보험의 적정 손해율 수준은 80%다. 결국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하는 보험사들이 속출했다. 주요 손보사들은 대부분 실손보험 판매를 유지했지만 외국계 중소 손보사(에이스·AIG·악사)들이 먼저 시장을 떠났다. 이후 생보사들도 2011년 라이나생명을 시작으로 2012년 오렌지라이프(현 신한라이프) , 2013년 AIA생명, 2019년 DB생명, 2020년 신한생명(현 신한라이프), 2021년 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ABL생명 등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했다. 올해 판매를 중단한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 ABL생명은 2018년 대비 2019년 손해율이 급등했다. 3곳의 2018년 실손보험 손해율은 각각 82.3%, 84.4%, 62.7%였지만 2019년 95.7%, 100.3%, 84.3%로 증가했다. 내부적으로 치솟는 손해율을 두고 고민하던 중 결국 올해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보인다. 단, 이 회사들의 기존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4세대 실손 전환은 가능하다. ━ “실손 판매 못 놓는다” 이유는? 실손보험 신규 판매를 유지 중인 남은 생보사 5곳은 내년에도 판매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들 생보사들의 브랜드력을 감안하면 실손보험 판매를 쉽게 포기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삼성이나 한화, 교보 같은 대형사는 국민보험으로 불리는 실손보험을 취급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금융당국이 대형사들의 실손보험 판매 중단을 눈감아주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대형사들도 현재로서는 실손보험 중단 계획이 없다고 입을 모았다. NH농협생명은 전국 농협지점에서 주로 중·고령층을 대상으로 보험상품을 판매한다. 주 고객층에 대한 금융서비스 차원에서 실손보험 판매를 놓기 어렵다. NH농협생명 관계자는 “실손보험 판매는 고객들에게 일종의 복지 차원인 부분이 있다”며 "위험율을 잘 관리하면서 상품 판매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상대적으로 몸집이 작은 흥국생명 역시 실손보험 판매 중단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흥국생명 관계자는 “취급하는 상품건수가 많지 않아 손해율 관리가 비교적 잘된 편”이라며 “영업채널에서 실손보험 판매를 원하는 부분도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준, 5곳 생보사 모두 실손보험 손해율은 100% 아래를 유지 중이다. 대부분 손해율이 100%를 넘어선 손보사들에 비해 여유가 있다. 2019년 대비 지난해 실손보험 손해율은 삼성생명이 86.1→84.6%로, NH농협생명은 100.1%→94.2%로, 흥국생명은 86%→85.3%로 줄었다. 한화생명과 교보생명은 손해율이 증가했지만 상승폭이 크지 않다. 2019년 대비 지난해 손해율은 한화생명이 84.4%→85.4%로, 교보생명은 90.7%→90.9%로 소폭 상승했다. 이는 지난해부터 생보사들이 가입 나이를 낮추고 가입 문턱을 다소 높이는 등 개선 절차를 시행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현재 개인 실손보험 가입자는 약 3900만명 수준으로 이중 계약건 80%는 손보사 점유다. 생보사들은 상대적으로 유지 계약건수가 적어, 손보사보다 적자 부담이 크지 않은 상황이다. 보험설계사로 대표되는 대면 영업채널 때문에 실손보험 판매를 놓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여전히 실손보험은 영업 현장에서 미끼상품으로 많이 활용된다. 실손보험 문의가 많다보니 설계사들이 이를 활용해 다른 건강, 종신보험 판매를 권유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당장 실손보험 판매를 놓으면 영업채널에서 강한 항의가 들어올 것”이라며 “실손보험 판매 자체의 수입은 크지 않지만 다른 이점이 있어 판매를 놓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보험업계는 최근 금융당국에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율을 평균 20% 올려야 한다고 요청했지만 당국은 15% 수준으로 조정하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금융당국이 제시한 인상률을 적용해 보험사들이 보험료를 산출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내년 실손보험료 인상율은 15% 이하 수준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12.28 19:00

4분 소요
[보험톡톡] '찬바람 불면 배당'이라던데 보험은 배당 안 주나요?

보험

‘무배당○○연금보험’, ‘(무)△△생명암보험’ TV나 인터넷에서 보험광고를 보면 상품명에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키워드다. 무(無)배당이 있다면 유(有)배당도 있지 않을까. 그렇다. 사실 과거 보험상품의 대다수는 고객에게 이윤의 일부를 돌려주는 유배당보험이었다. 하지만 오늘날 국내에서는 유배당보험 상품을 찾아보기 어렵다. 우리나라에 무배당보험이 처음 등장한 건 1992년부터다. 당시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한국 시장에 본격 진출하면서 소비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명분으로 무배당보험을 출시했다. 무배당보험은 유배당보험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인기를 끌었다. 무배당보험은 고객에게 자산운용 수익을 돌려줘야하는 부담이 없기에 통상 5~10%가량 보험료가 낮았다. 외국계 보험사의 이러한 무배당보험이 소비자들에게 인기를 얻으면서 국내 보험사들도 너나할 것 없이 무배당보험으로 돌아섰다. 한 동안은 무배당과 유배당보험이 함께 판매됐지만, 유배당보험은 점차 줄더니 2000년대 들어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 할 말 있는 보험사들…저금리 시대에 보험업법 규정 터무니없어 소비자의 선택 폭이 줄었다는 비판이 나오지만, 보험업계는 유배당보험 상품을 다시 출시하는 건 어렵다는 입장이다. 과거 유배당보험은 보험료 운용수익의 70%를 계약자에게 주고, 30%는 보험사가 가져가는 구조였다. 그런데 정부는 2000년 이 비율을 각각 90%, 10%로 보험업법 개정을 단행했다. 소비자들에게 많은 이익을 준다는 취지였지만, 보험사들이 유배당보험 출시를 주저하는 배경이 됐다. ━ 유배당보험 부활 시도는 있었지만… 물론 유배당보험을 부활하려는 시도가 없던 건 아니다. 금융당국과 일부 보험사의 노력이 있었으나 큰 수확은 없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 2014년 발표한 ‘보험 혁신 및 건전화 방안’에서 유배당보험 상품 활성화를 위해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계약자와 보험사 간 이익배분율을 다시 70%, 30%로 완화하려는 움직임이었다. 아예 비율을 보험사 자율에 맡기자는 의견도 나왔다. 하지만 이 활성화 방안은 장기간 표류하다가 2016년에 결국 잠정보류됐다. 업계는 현재의 시장상황에서 이러한 이익배분율 조정이 근본대책이 되기 어렵다고 본다. 유배당보험의 전성시대였던 1990대는 예금 금리가 10% 이상으로 자산운용이 수월했지만, 현재 1%대의 초저금리시대에 마땅한 자산운용처를 찾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수익성을 고려해 유배당보험의 보험료를 책정할 경우 가격 경쟁력에서도 무배당보험에 밀릴 수 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비싼' 유배당보험이라면 소비자들에게도 외면을 받을 것이고, 보험사가 위험부담을 떠안고 역마진이 우려되는 상품을 내놓기도 어려운 탓이다. NH농협생명은 지난 2012년 유배당 연금보험상품을 출시한 바 있다. 당시 인기 배우 손예진, 소지섭을 광고 모델로 기용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를 펼쳤으나, 배당금 규모를 감당하지 못해 현재는 판매를 중지한 상태다. 윤형준 기자 yoon.hyeongjun@joongang.co.kr

2021.11.20 13:24

2분 소요
'퇴출 위기' 달러보험, 규제 칼날 비켜갔지만…인기 회복은 '기대난'

보험

시장에서 퇴출위기에 몰렸던 달러(외화)보험이 기사회생했다. 금융당국이 기존 추진하던 보험사의 '환차손 보상 의무' 도입 대신 '불완전판매 관리'로 규제 방향을 선회할 것으로 보여서다. 이로써 달러보험은 앞으로도 정상 판매될 가능성이 커졌다. 다만 최근 금리 인상 기조로 향후 환율 하락이 전망되고 있어 달러보험 인기가 이전같지 않을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또 앞으로 금융당국이 달러보험 불완전판매 감시를 집중 강화할 가능성이 높아 보험사들의 영업 위축도 불가피해 보인다. ━ 규제 완화해준 당국, 달러보험 '기사회생'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달러보험 등 외화보험의 불완전판매를 예방하고 과다 수수료를 억제하는 내용을 중심으로 외화보험 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구체적인 개선안은 다음 달에 발표될 예정이다. 외화보험은 보험료와 보험금이 모두 달러나 위안화 등 외화로 취급되는 상품을 말한다. 외화를 기준으로 상품이 운영되기 때문에 환율변동에 따라 납입보험료와 수령보험금이 변동된다. 국내에서 판매되는 외화보험은 70~80%가 달러로 이뤄진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달러보험으로 불리는 편이다. 보험사별로 차이가 있지만 달러종신보험, 달러연금보험, 달러저축보험 등 종류도 다양하다. 외화보험은 일부 외국계 생명보험사들이 2000년대 초·중반부터 판매를 시작했지만 본격적으로 성장세를 탄 것은 2017년부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내 외화보험 계약자 수(판매 11개사 기준)는 2017년 1만여명 수준에서 지난해 16만여명으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수입보험료도 2015년 900억원대에서 2019년 9690억원으로 치솟았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수입보험료가 7575억원임을 감안하면 지난해 외화보험 전체 수입보험료는 2019년분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 5년간 외화보험이 급성장한 배경은 국내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잇따라 시장에 진출했기 때문이다. 보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르며 새로운 시장 개척을 원했던 보험사들은 돈이 되는 외화보험시장에 너도나도 진출했다. 특히 보험사들은 외화보험을 ‘환테크(환율+재테크)’ 상품으로 홍보하며 적극적인 판매에 나섰다. 환율 변동에 따라 받을 보험금이 높아질 수 있는 점을 집중 강조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달러 가격이 치솟아 보험사들의 영업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결국 이 과정에서 환차익 피해를 본 가입자들이 늘어나기 시작했고 올 초부터 금융당국은 외화보험 가입자를 원칙적으로 달러 소득자 등 달러 보험금 ‘실수요자’로 제한하는 한편, 보험사가 환차손 부분을 보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국 보험사의 외화보험 불완전판매 강화 쪽으로 가닥이 잡혀졌다. 외화보험 판매 규제 시 일부 보험사들은 심각한 영업타격을 받을 수 있었다. 메트라이프생명, 푸르덴셜생명 등은 전체 상품에서 달러보험 판매 비중이 절반 이상이다. 한 생명보험사 관계자는 "환차손 보증비용을 마련하라는 규제안에 대해 생보사들의 반발이 매우 거셌고 금융소비자들의 외화보험 선택권도 존중해야 한다는 업계 의견도 있었다"며 "금융당국이 이런 부분들을 감안해 개선안 방향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 달러보험 인기, 시들해지나 이처럼 올 초부터 진행된 당국의 외화보험 규제는 사실상 완화 쪽으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외화보험 중에서도 달러보험 판매 성장세에는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우선 장기적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락세를 보일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하반기 미국의 국채금리가 꾸준히 상승하면서 이달 6일, 달러 환율은 마감 기준, 1196원대까지 상승했다. 장중에는 1200원대를 넘기도 했다. 하지만 이후 원/달러 환율은 꾸준히 하락세를 보이며 지난 22일 기준, 1170원대로 내려왔다. 정성태 삼성증권 연구원은 이달 환율보고서에서 "글로벌 달러 강세와 원화 약세를 초래한 우려들은 대부분 올해 4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약화될 것"이라며 "미국의 테이퍼링(자산매입축소) 리스크도 다음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명확한 일정이 발표된 이후 완화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정 연구원은 원/달러 환율이 내년 말 기준, 1120원대까지 하락할 것으로 봤다. 또 원/달러 환율 하락은 달러보험 가입 유인 측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물론 달러보험은 장기적으로 5~10년 후 보험금을 받을 것을 예상하고 가입하는 보험상품이라 당장의 환율 하락이 손해를 본다는 얘기는 아니다. 하지만 보험가입자 입장에서는 환율 하락시기에 달러보험 가입을 주저할 수 있다. 국내 기준금리가 인상기조에 접어든 점도 부담이다. 국내 기준금리는 지난 8월 0.75%로 상승했고 다음달 0.25%포인트 인상이 유력하다. 국내 기준금리가 상승하면 원/달러 환율은 대체로 약세를 보여왔다. 보험사들이 외화보험 판매를 자제할 가능성도 있다. 금융당국은 환차손 보상책 등 강력 규제책을 대부분 제외하고 불완전판매 관리를 요구하는 등 사실상 규제 완화로 가닥을 잡았다. 다만 불완전판매 관리로 규제를 완화해준 만큼 보험사의 외화보험 판매가 또 문제화되면 더 강력한 징계를 내릴 가능성도 있다. 이미 올 상반기 삼성생명과 한화생명, 교보생명 등은 당국의 규제 강화 분위기가 이어지자 외화보험 판매를 포기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달러보험 불완전판매 관리를 위해 일선 영업현장 단속을 강화한다해도 여러 보험사 상품을 파는 법인보험대리점(GA) 관리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2018년~2020년 외화보험 관련 민원 80% 이상이 GA 판매에서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이어 "보험사들이 예전처럼 경쟁적으로 달러보험을 팔 수 있는 분위기는 아니다"고 밝혔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10.25 15:24

4분 소요
美시그나그룹, 생보업계 '순익 빅4' 라이나생명 왜 매각하나

보험

지난 2017년 4월, 미국 시그나그룹의 데이비드 코다니 회장이 한국을 방문해 '라이나생명 창립 30주년 맞이 기자간담회'에 참석했다. 코다니 회장은 "지난 10년간 미국보험시장의 포커스는 헬스케어였다"며 "보험만으로 미래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충분치 않다. 앞으로 한국시장에 맞는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4년이 지났다. 라이나생명은 미국 처브그룹에 매각이 결정됐다. "헬스케어 서비스를 선보이겠다"던 코다니 회장의 바람은 결국 이뤄지지 못했다. 라이나생명은 올 상반기 기준, 1651억원의 순익을 냈다. 이는 생명보험사들 중 빅3(삼성·한화·교보) 다음으로 높은 순익이다. 시그나그룹은 왜 이런 '알짜 회사'를 매각한 것일까. ━ 헬스케어 막힌 라이나생명, 본사는 '떠나자' 판단 보험업권에 따르면 시그나그룹은 건강 서비스에 집중하기 위해 한국, 대만, 뉴질랜드, 태국, 인도네시아, 홍콩 사업부와 터키합작 회사를 처브그룹에 매각한다. 거래 가격은 총 57억5000만달러(약 6조9000억원)로 내년에 협상이 완료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라이나생명의 매각 가치만 6조원 수준으로 추정한다. 최근 매각된 생보사인 오렌지라이프와 푸르덴셜생명의 매각가(약 2조~3조원대)보다 값을 잘 받은 셈이다. 처브그룹은 미국 최대 기업보험 전문 보험사다. 국내에서도 처브라이프생명과 에이스손해보험, 두개의 현지법인을 두고 있다. 이번 매각에 따라 향후 라이나생명은 처브그룹의 한국 내 계열사인 처브라이프생명과 합병될 가능성도 커졌다. 물론 라이나생명은 합병, 혹은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하면서 국내시장에서 영업을 지속한다. 본사인 시그나그룹만 한국시장을 떠나는 셈이다. 라이나생명 측은 "본사끼리의 협의안이라 매각과 관련해서 특별히 공지할 내용이 없다"고 밝혔다.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357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 빅3 생보사인 한화생명(1968억원)보다 높은 실적을 기록했다. 텔레마케팅(TM)채널의 강점을 바탕으로 지난 4년간 매년 3000억원대 순익을 내며 '알짜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보험업계에서 어쩌면 가장 유명한(?) 광고멘트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도 라이나생명의 작품이다. 업계에서는 미국 본사인 시그나그룹이 라이나생명 매각을 결정한 배경으로 현재 그룹의 상황 때문이라는 시각을 내놓고 있다. 최근 시그나그룹이 주식시장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자 해외 자산을 매각해 자사주 매입에 활용하려 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국내 금융당국의 높은 규제 문턱에 결국 '보험업계의 미래'로 판단되는 헬스케어 사업을 한국에서 사실상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도 한 몫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코다니 회장은 성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한국시장에서 전통적인 보험서비스보다 헬스케어 서비스가 더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지난 4년간 라이나생명은 규제에 발목이 잡혀 별다른 헬스케어 서비스를 내놓지 못했다. 현재 국내 의료법상 의료행위는 의료기관과 의료인만 할 수 있는 실정이다. 글로벌 보험사들은 의료행위와 보험, 건강서비스 등이 접목된 헬스케어 서비스를 확대하며 몸집을 더욱 키우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걸음수에 따라 보험료 할인 등의 한정된 서비스만 제공되는 실정이다. 금융당국이 올해 헬스케어 회사를 자회사로 둘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준 것이 사실상 국내 헬스케어 서비스의 유일한 진전이다. 한 대형사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보험사가 고객의 영양, 건강상태 등을 주기적으로 체크해 관련 상품을 판매하고 보험서비스를 제공하며 많은 수익을 내고 있지만 우리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상태"라며 "보험사가 고객의 건강을 체크하는 행위를 국내에서는 의료행위로 해석해 의료계 반발이 만만치 않은 실정"이라고 밝혔다. ━ 외국계 보험사 무덤된 한국? 1990년대 초반부터 국내에서는 중산층 가구가 급속도로 늘었다. 이에 점차 노후 대책을 세우려는 사람들이 증가했고 이때부터 푸르덴셜, ING, 알리안츠, 악사(AXA) 등 글로벌 공룡보험사들이 너도나도 한국시장에 진출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10년대 이후 외국계 보험사들은 점차 한국시장에서 손을 터는 분위기다. ING생명(네덜란드)은 2013년 MBK파트너스에 회사를 매각했고 우리아비바생명도(영국) NH농협금융에 회사를 넘겼다. 이후 알리안츠생명(독일)과 PCA생명(영국), 푸르덴셜생명(미국)이 회사를 매각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계 악사손해보험이 회사 매각을 추진했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중국계 다자보험(구 안방보험)이 대주주인 동양생명과 ABL생명도 끊임없이 매각설이 돈다. 라이나생명을 비롯해 외국계 보험사들이 한국시장을 떠나는 것은 한계에 다다른 한국의 보험시장 상황이 영향을 끼쳤을 것이란 지적이다. 한국은 저출산 기조가 장기화되고 있고 젊은층은 보험 자체에 관심이 적은 편이다. 또 지난 10년간 꾸준히 보험 불완전판매가 이뤄지며 보험업 자체에 대한 인식도 매우 부정적이다. 또 글로벌 보험사들은 비대면 온라인 채널을 적극 육성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내에서는 보험설계사 위주의 대면영업이 보험사의 핵심 매출이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글로벌 보험사들이 한국시장 영업에 한계를 느껴왔고 점차 매력을 잃었을 수 있다. 아울러 외국계 보험사들이 대기업이 지배하는 국내 금융환경을 넘어서지 못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국내 상위권 보험사는 삼성·한화·DB 등 계열사를 대거 거느린 대기업에 속해있다. 이밖에 NH농협·신한·KB 등 공룡 금융지주사 소속 보험사도 상위권에 포진해 있다. 대기업과 대형금융그룹이 가진 계열사 상호 시너지 효과와 자본력, 브랜드 이미지 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업 성장성이 제한되면 현재의 점유율을 먹고 먹는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며 "이때 국내 금융인프라가 우수한 대기업 계열 보험사들이 유리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 된다. 적당한 인수자가 나타나 제값만 받는다면 외국계 보험사들이 앞으로도 한국시장에서 떠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김정훈 기자 kim.junghoon2@joongang.co.kr

2021.10.12 17:03

4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