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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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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거래·불법공매도시 자본시장서 퇴출…23일 시행

은행

오는 23일부터 불법공매도·불공정거래 행위자의 금융투자상품 거래와 상장사 등 임원 선임이 제한된다. 또 불법에 사용됐다고 의심되는 계좌는 불법 이익 은닉 방지를 위해 지급 정지 제도를 새롭게 도입한다.금융위원회는 14일 이 같은 내용의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23일부터 시행된다. 그간 정부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불법공매도에 대한 과징금 도입, 벌금형 금액 상향 등 금전 제재를 강화해왔다. 그러나 지속되는 불공정거래의 재발을 방지하기 위해 계좌 동결, 상장사 임원 선임 제한 등 비금전제재 수단을 도입해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돼 왔다.이번 개정으로 불공정거래·불법공매도 행위자의 금융투자상품 거래가 최대 5년 제한된다.위반 행위가 시세·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크고 위반행위 은폐·축소를 위한 허위 자료 제출 등 상향 조정 사유가 있는 경우 최대 5년까지 제한할 수 있다. 전력이 없는 등 재발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판단되는 경우엔 감면할 수 있다.단, 거래 제한 이전부터 보유하고 있으면서 특정 불공정거래 행위와 관련이 없는 금융투자상품의 처분 또는 권리 행사는 예외로 인정된다. 상속 또는 주식 배당, 합병 등으로 인한 금융투자상품 취득 등 외부 요인에 의한 거래도 제외된다. 불공정거래 소지가 낮은 채무증권도 거래 제한 대상에서 제외했지만 불공정거래 행위 가능성이 있는 전환사채권(CB), 신주인수권부사채(BW), 교환사채권(EB) 등은 예외 항목에서 제외된다.거래 제한 대상자가 명령을 위반한 경우 금융위원회는 6개월 이내 범위에서 기간을 정해 해당 금융투자상품의 처분 명령을 내릴 수 있으며 미이행시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거래 제한을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1억원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불법 행위자를 최대 5년 상장사, 금융회사 등 임원으로 선임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도 신설됐다. 주권상장법인뿐 아니라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인을 임원선임·재임 제한 대상으로 규정할 수 있도록 했다.상장사가 임원 선임 제한자를 임원으로 선임하거나 재임 중인 임원을 해임하지 않는 경우 금융위원회는 상장사에 해임을 요구할 수 있다. 임원 선임·재임 제한 명령 관련 내용, 상장사의 조치 여부 등은 정기보고서에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다.아울러 불공정거래·불법공매도 행위에 사용됐다고 의심되는 계좌를 최대 1년(6개월+6개월 연장 가능) 간 지급 정지 조치할 수 있게 된다.불법행위를 했다고 판단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고 불법 이익 은닉 방지를 위해 금융거래를 정지할 상장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 조치 요구가 가능하다.지급정지 조치에 불응한 금융회사에 대해선 1억원을, 지급정지 조치를 한 후 관련 사항을 명의인·금융위원회에 통지하지 않은 금융회사에 대해서는 1800만원을 기준 금액으로 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금융위는 "이번 제도 개선을 통해 부당 이득 은닉을 최소화하고 불공정거래 유인을 줄여 투자자 보호와 건전한 거래 질서 확립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불공정거래는 재범률이 높은 만큼 금융투자상품 거래 및 상장사 임원 선임·재임 제한 명령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퇴출하는 효과도 기대된다"고 말했다.

2025.04.14 15:22

2분 소요
“빚 안 갚으면 칼 들고 찾아간다”...서민 울리는 ‘불법사채’ 평균 이자율 503%

재테크

#일용직으로 일하는 A씨. 마지막 희망을 걸고 대부업체를 찾았지만 신용이 낮아서 대출이 어렵다며 거절당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던 A씨는 결국 불법이긴 하지만 돈을 바로 빌려준다는 핸드폰으로 날라 온 스팸 문자를 보고 사채업자로부터 대출을 받았다. 약속된 장소에서 만나 현장에서 수수료 25만원을 제외한 45만원을 계좌로 지급 받았으며, 일주일 후 70만 원으로 상환하는 조건이었다. 만약 기한 내 상환하지 못할 경우, 연장 이자로 매주 25만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했다. 대출 계약서를 작성했지만, 사채업자로부터 교부 받지는 못했다. A씨는 원금 상환이 어려워 매주 연장을 반복할 수밖에 없었고, 이미 다른 사채업자로부터 “칼 들고 찾아 간다”는 협박까지 받으며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렸다. 한국대부금융협회는 지난해 불법사금융 피해자 593명의 피해 구제를 지원하기 위해 총 1만4553건의 ‘거래내역 확인 서비스’를 제공했다. 거래내역 확인 서비스는 불법사금융 피해자의 대출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실질 이자율을 산출 하여 확인서를 교부하는 서비스이다.협회가 거래내역 확인 서비스를 통해 분석한 결과, 피해자들의 연평균 이자율은 503%로 집계됐다. 평균 대출금액은 1100만원, 평균 거래 기간은 49일로 나타났다. 이 서비스는 불법사금융 피해자의 대출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실질 이자율을 산출해 확인서를 제공해 상담을 지원한다.협회는 지난해 불법사채 잔존 채무 4000만원을 전액 감면했으며, 법정 상한금리인 20%를 초과 지급한 건에 대해서는 초과 이자 2100만원을 채무자에게 반환 조치했다. 협회는 불법사금융 피해자가 채무조정을 실시할 경우 불법사채업자와 협회에 자율조정을 통해 법정금리 이내로 채무를 조정해주고 있다. 불법사금융은 비정기적, 비정액 방식으로 대출과 이자 상환이 이뤄져 사법기관과 피해자가 이자율을 정확히 산정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협회는 사법기관과 협력해 불법사금융업자의 최고금리 위반행위 기소를 위한 객관적인 자료를 상시 제공하고 있다.또한 협회는 금융당국 및 관계기관과 긴밀히 협력하며, 불법사금융 근절과 피해 예방을 위한 대국민 홍보 활동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25년 2월부터 라디오 광고 캠페인을 통해 불법사금융의 위험성을 알리고, 대부금융과 불법사금융을 명확히 구분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불법사금융 피해를 입은 경우, 대출 거래 내역 및 계약 관련 서류를 준비하여 협회 소비자보호부로 연락하면 상담을 통해 피해 구제를 받을 수 있다.정성웅 한국대부금융협회 회장은 “불법사금융은 사회적 문제를 야기하는 심각한 범죄행위”라며 “금융취약 계층이 불법사금융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예방하고, 제도권 금융인 대부금융을 적극 활용하며 대부금융이 서민 금융을 책임지는 건전한 산업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하여 피해 예방과 구제 활동을 지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2025.03.24 18:00

2분 소요
‘AI 담당’ 전문 변호사와 알아보는 ‘AI 기본법’

IT 일반

2024년 12월 26일 ‘인공지능(AI)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 약칭 ‘AI기본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여 가결됐다. 공포 후 1년이 경과된 날로부터 시행되므로 2026년 1월이면 시행될 전망이다. 이로써 우리나라도 EU에 이어 세계 2번째로 인공지능에 관한 포괄적 기본법이 제정된 나라가 됐다.AI 기본법 주요 내용은먼저 AI 기본법의 적용범위를 살펴보자. AI기본법은 국외에서 이뤄지는 행위라도 국내 시장 또는 이용자에게 영향을 미치는 경우 적용된다. 다만 국방, 국가 안보 목적으로만 개발‧이용되는 일부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적용되지 아니할 수 있다.이 법의 적용을 받는 인공지능사업자란, ‘인공지능을 개발해 제공하는 인공지능개발사업자’와 ‘인공지능 개발 사업의 사업자가 제공한 인공지능을 이용해 인공지능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즉, 인공지능 모델이나 시스템을 직접 개발한 사업자 뿐만 아니라 그 모델을 활용해 인공지능이 포함된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자도 인공지능사업자가 된다. 인공지능사업자는 자신이 제공하는 인공지능 제품 또는 서비스가 ‘어떤’ 인공지능인지에 따라 이행할 의무가 달라진다.AI 기본법은 인공지능에 대한 분류기준으로 ‘고영향 인공지능’과 ‘생성형 인공지능’을 제시하고 있다. 고영향 인공지능이란 사람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 기본권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거나 위험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인공지능시스템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은 챗-지피티(Chat-GPT)와 같이 글, 소리, 그림, 영상 등 결과물을 생성하는 인공지능을 말한다.고영향 인공지능사업자의 경우 위험관리방안 수립‧운영, 학습용데이터에 대한 설명방안 수립‧시행, 이용자보호방안의 수립‧운영, 사람의 관리‧감독, 안정성 및 신뢰성 확보 조치를 확인할 수 있는 문서의 작성‧보관 등 의무가 있으며, 사전에 기본권 영향평가를 받도록 노력하여야 한다. 기본권 영향평가의 경우 ‘노력할 의무’이므로 불이행시 제재가 있는 것은 아니다. 다만, 국가기관은 인공지능 영향평가를 받은 제품 또는 서비스를 우선 이용하도록 돼있다. 해외사업자는 국내대리인을 선정할 의무도 있다.인공지능사업자가 의무를 이행하지 아니하거나, 위반에 대한 신고나 민원이 접수된 경우 과기부 장관은 인공지능사업자에게 관련 자료를 제출하도록 할 수 있다. 또 행정조사를 실시할 수 있고, 필요시 위반행위의 중지‧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다.법안 심의과정에서 논의됐던 ‘AI학습데이터 목록 공개’, ‘생성형 인공지능에 있어서 학습데이터 투명성 강화 및 저작권자 열람권 보장’ 등은 반영되지 못했다. 저작권, 데이터 자산에 대한 권리, 인공지능생성물에 대한 권리 등 충돌되는 법적 쟁점에 대한 답변도 담겨있지 않다.AI 기술 발전 지원 및 산업 진흥을 위한 여러 방안은 마련됐다. 과기부장관은 3년마다 인공지능기술 및 산업 진흥,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공지능 기본계획을 수립‧시행하도록 했다. 관련 재원이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확충할 수 있는 방안도 마련하도록 하였다. 무엇보다 AI기본법은 ‘기본법’의 성격이 강하므로, 다른 법령에 의한 규제를 면책해주지 않는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는 개인정보호법 및 지식재산 관련 법령, 부정경쟁방지법 등을, 각 산업 별로는 보건의료 분야의 경우 의료기기법, 디지털의료제품법 등을, 금융 분야의 경우 신용정보법, 금융소비자보호법 등을 들 수 있다. AI기본법 외에 각 산업별로 기존 법령에 따른 규제사항도 함께 검토하는 크로스체크가 필요하다. ‘EU AI법’과 차이는EU는 2024년 8월 1일 세계 최초로 EU AI법을 발효하여 인공지능에 관한 분류 및 규제 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EU AI법은 올해 2월부터 2027년까지 3년에 걸쳐 순차적으로 시행되는데 하위 시행 기준 및 가이드라인이 마련되고 있다. EU AI법의 가장 큰 특징은 AI 시스템을 위험도에 따라 ▲허용될 수 없는 인공지능 ▲고위험 인공지능 ▲제한적 위험의 인공지능 ▲저위험 인공지능으로 나누어 규율하고 있다는 점이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포함된 제한적 위험의 인공지능에 대해서는 투명성 의무가 주로 적용된다. 고위험 인공지능에는 투명성 의무를 비롯해 기본권영향평가, 위험관리체계의 수립‧이행, 데이터 거버넌스 구축 및 데이터 관리 등 강화된 의무가 적용된다. 또한 강력한 성능을 가진 범용 인공지능 모델에 대하여도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다. EU AI법을 위반하면, 그 유형에 따라 ‘최대 3500만 유로(약 525억) 또는 전 세계 매출액의 7%’부터 ‘최대 750만 유로(112억)의 벌금, 또는 전 세계 연 매출의 1.5%’에 상당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규제 샌드박스와 같이 산업 활동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도 마련되어 있으나, 전반적으로 상당히 강력한 규제 사항들이 포함돼 있다.우리의 AI기본법은 EU AI법과 비교하면 허용될 수 없는 인공지능이나 저위험 인공지능에 관하여 규율하고 있지 않으며, ‘위험’보다 중립적인 의미의 ‘영향’을 분류기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의무를 부과하는 사업자의 유형도 좀 더 세분화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제재의 정도는 비교하기 어려운 수준이다. 고인선 변호사는_법무법인(유한) 원의 인공지능대응팀에서 인공지능 및 지식재산 관련 업무를 하고 있다. 데이터법으로 지식재산학 석사 학위를 받았고, 검사 및 서울시 송무팀장을 역임했다. 특허청, 한국발명진흥회, 한국디자인진흥원 등의 법률고문이며, 여러 기관 및 기업에 인공지능과 테크법 관련 자문을 제공하고 있다.

2025.01.13 08:00

4분 소요
인구축소시대, 기업은 어떻게 준비할 것인가 [순화동필]

전문가 칼럼

대형 설계사무소에 다니는 30대 남성 직장인 A씨는 10월 예정인 배우자의 출산을 앞두고 고민이 깊다. 3개월간 육아휴직을 내고 적극적으로 육아에 참여하고 싶지만, 육아휴직은커녕 출산휴가 신청조차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동료가 출산 예정일을 물었을 때, “남자가 애 낳냐?”며 남성의 육아참여를 매우 대수롭지 않게 평가한 직속 상사의 반응이 떠올라 아직 출산휴가에 대한 얘기는 입 밖에 꺼내지도 못한 상황이다. ‘근로기준법’과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에 관한 법률(이하 남녀고용평등법)’에 따라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노동자에게 보장된 권리이지만, 실제로 이 제도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직장인은 많지 않다. 과감히 육아휴직을 신청하더라도 복직 후 고용 유지 가능성은 미지수다. 특히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여건은 더욱 열악하다. 정부가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각종 저출산 대응 정책을 쏟아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백약이 무효한 이유다. 정책이 실행되는 현장, 즉 기업의 운영 시스템과 관리자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다.기업 인구위기 대응 점수는 낙제점최근 기업이 저출산 문제 해결 주체로서 정부와 함께 사회적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국내 대다수 기업의 인구위기 대응은 낙제점을 면치 못하는 수준이다.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지난해 개발한 인구위기 대응 기초평가 지표를 활용해 국내 기업 300곳을 평가한 결과, 평균 점수는 100점 만점 기준 55.5점에 그쳤다. 합격점의 기준이라 볼 수 있는 80점을 넘은 곳은 단 5곳뿐이었다.조사 대상은 제3자 검증이 완료된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발간한 국내 기업 중 자산 규모가 높은 순으로 선정했다. 평가 체계는 ‘출산·양육 지원’, ‘일·가정 양립 지원’, ‘출산친화 기업문화 조성’, ‘지방소멸 대응’ 4개의 영역으로 구분되며, 9개의 평가항목과 17개 평가지표의 하부체계로 구성되어 있다. 사업보고서,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같이 공개된 출처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업의 출산·육아 지원 정책 보유 및 제도 운영 여부를 평가하는 방식이다. 최고점은 85.3점, 최저점은 16.2점으로 기업 간 편차가 크게 나타났다. 17개 지표 평가 결과, 삼성전기가 1위를 차지했으며 롯데정밀화학이 83.8점,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KT&G가 80.9점으로 뒤를 이었다. 17개 평가지표 중 가장 점수가 낮은 지표는 배우자의 출산·양육 지원 관련 지표다. 배우자 출산휴가 제도는 300개 기업 중 211곳이 운영하고 있으며 대부분 법적 의무기간인 10일을 보장하고 있다. 반면 남성의 육아휴직을 의무화하여 운영하는 기업은 16곳에 불과하다.출산·양육 지원의 핵심제도인 출산휴가와 육아휴직은 각각 1953년 ‘근로기준법’과 1987년 ‘남녀고용평등법’이 제정되면서 처음 도입됐다. 두 제도 모두 도입 당시에는 이용 대상을 여성 근로자에게 한정했다. 그러나 1995년 육아휴직 신청자 대상에 배우자를 포함하도록 ‘남녀고용평등법’이 개정됐고 배우자의 출산휴가는 2007년 동법 18조의2에 신설됐다.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 지 40년 가까이 지나고 있는 시점이지만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근로자는 전체 근로자의 절반 수준이며, 전혀 사용이 불가능한 경우도 20%에 달한다(고용노동부(2023), 2022년 기준 일·가정 양립 실태조사). 육아휴직 제도를 사용할 수 없는 이유로는 ‘동료 및 관리자의 업무 가중(42.6%)’, ‘사용할 수 없는 직장 분위기나 문화(24.2%)’, ‘대체인력 확보의 어려움(20.4%)’ 등이 꼽혔다. 즉, 법적으로 보장하는 육아휴직의 활성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직장 내 ‘눈치‘인 셈이다. 특히 전통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에 기인한 남성 육아휴직 사용 자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많은 남성들이 아버지로서의 권리인 육아휴직을 포기하게 만든다.지난해 12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2년 육아휴직통계 결과에 따르면 남성 육아휴직자는 여성 육아휴직자의 3분의1 수준이다. 계속해서 이 차이는 줄어들고 있으나 여전히 여성 쪽에 더 많은 육아책임이 쏠려 있는 육아휴직 불균형은 출산율 감소로 이어진다. 배우자의 적극적인 육아참여를 기대하는 젊은 여성들의 가치관과 주양육자로서 참여하고자 하는 젊은 남성들의 인식 변화를 사회가 수용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육아휴직 사용 후 복귀, 산 넘어 산육아휴직은 사용 자체도 걸림돌이 많지만, 육아휴직 후 복귀는 실질적인 어려움의 시작이다. 1년 정도의 업무공백기를 마치고 복귀하는 근로자는 대부분 변화한 근무환경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빠르게 이전 업무 능률을 회복할 수 있도록 복귀 온보딩 제도를 운영하는 기업도 있지만 소수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동료와의 갈등이 깊어지거나 고과평가, 승진 등 인사상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육아휴직 근로자의 업무 공백을 남은 동료가 떠안게 되는 구조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이 개인단위로 파편화되는 것이다. 실제로 2023년 4월부터 10월까지 온라인 모성보호 익명신고센터를 통해 접수된 신고 건수는 총 220건이며 이 중 가장 많이 신고된 내용은 육아휴직(90건)과 관련한 신고다. 위반행위 유형별로 살펴보면 육아휴직 사용에 대한 불리한 처우(47건)가 가장 많았고 이어 제도 사용방해(23건), 승인거부(13건) 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육아휴직제도를 사용할 수 있는 43만여개의 사업체 중 약 30%만이 육아휴직기간 전체를 승진소요기간에 산입하고 있다.출산을 포기하는 개인에게는 ‘국가소멸 위기’라는 사회적 문제의 책임을 강조하면서 출산을 선택하는 개인에게 발생하는 불이익은 왜 사회가 책임지지 않는가? 정부는 육아휴직을 이유로 해고나 그 밖의 불리한 처우를 하지 않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실상은 많은 사람들이 경제적 이유 등으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 육아휴직을 사용하거나 어렵게 육아휴직을 사용한 이후 퇴사를 선택하기도 한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특히 중소·영세기업에서 자주 발생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중소기업 육아휴직자 10명 중 3명은 복귀 후 1년 내 회사를 떠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 육아휴직자 퇴사율의 세 배에 달하는 수치다. 남녀 모두 육아에 참여할 수 있는 기업문화 조성 필요일·가정 양립 지원 제도의 핵심인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근로자가 동료 또는 상사 눈치를 보지 않고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육아휴직은 더 이상 여성 근로자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현재 여성 근로자 위주로 운영되고 있는 육아휴직 제도를 남성 근로자로 확대 운영하고 남녀 구분 없이 육아휴직을 의무화해야 한다. 양육자의 역할을 여성에게 국한하지 않고 남녀 모두 육아에 참여해야 한다는 인식 변화가 필요하며 특히 인사권을 가진 기업 관리자의 인식 전환이 중요하다. 직장 내 괴롭힘 예방교육, 장애인인식 개선교육 등과 같이 대응 매뉴얼을 개발하여 정기적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것이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또한 육아휴직 사용자에 대한 성과평가 방식을 개선해야 한다. 법규에서 금지하고 있는 육아휴직으로 인한 ‘불리한 처우’의 실체가 명확하지 않고 불리한 처우가 있더라도 실제 당사자의 육아휴직으로 인한 것인지 인사권자의 정당한 평가인지 밝히기 어렵다. 따라서 육아휴직 복귀자들에 한해 평가유예기간을 부여하거나 휴직 이전 특정 기간 동안의 평가를 적용하는 등 새로운 평가 시스템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한편 휴직자의 대체 업무 수행자에 대한 적절한 보상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육아휴직 당사자는 휴직 기간동안 동료에게 업무를 떠넘겼다는 마음의 빚을 지게 되고 동료는 ‘왜 내가 피해를 봐야 하나?’라는 불만이 쌓일 수 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본에서는 육아휴직 중인 직원 업무를 대신해주는 동료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수당 규모는 휴직 사원의 직무와 휴직 기간에 따라 달라진다. 지난해 7월 육아휴직 응원수당 제도를 신설한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은 올해 4월까지 약 9천명에게 수당을 지급했다. 우리나라도 올 7월부터 육아기 단축업무 분담 지원금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한 직원의 업무를 분담한 동료 직원에게 사업주가 먼저 금전적 보상을 하고 정부가 월 최대 20만원까지 사업주에게 지원금을 지급하는 방식이다. 지원금 규모가 제한적이고 중소기업에 한해 시행되고 있으나 육아휴직제도까지 확대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마지막으로 육아휴직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업무에 복귀할 수 있도록 교육 및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경직된 기업문화나 주요 업무 배제 등으로 인해 어렵게 업무에 복귀한 육아휴직 사용자가 노동시장에서 비자발적으로 이탈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은 출산율 제고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경력단절은 향후 노동시장에 재진입 시 임금 격차를 가져오기 때문에 출산 대신 경력을 선택하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안정적인 고용 및 복직 환경은 근로자의 커리어 유지에 중요한 디딤돌이 되며 기업 입장에서도 우수 인재를 계속 묶어두는 ‘락인(Lock-in)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기업의 적극적인 육아친화정책이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인다 사업주 입장에서 육아휴직을 포함한 관련 지원제도의 확대는 재무적 부담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과연 이러한 노력이 기업경영에도 도움이 될까?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육아휴직 활용이 기업 성과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육아휴직 제도 활용이 늘어날수록 1인당 매출액에 긍정적인 효과(+5.7~6.9%)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인력이 기업의 육아휴직 제도 활용 여부에 따라 직장을 옮기는 경우가 많아 육아휴직 활용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우수 여성인력 확보에 유리하고 기업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분석이다. 또한 Bennett et al.(2022)은 육아휴직을 제공하는 기업의 생산성이 약 5% 높아진다는 사실을 밝혔다. 특히 가족친화적 문화를 가진 기업에서 육아휴직이 기업경영 성과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이 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출산·양육 지원제도는 단순한 시혜적 차원의 복지제도다 아니다. 오히려 생산성 제고를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육아휴직제도는 업무 공백과 대체인력 탐색비용 등을 가져오고 대체인력이 기존 인력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할 경우 단기적으로 기업 생산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우수 인력 확보, 인적 자원 투자 회수 등을 통해 기업 성과를 향상시킨다. 따라서 기업 내 최고인구책임자(CPO)와 같은 인구 관련 전담조직을 신설하여 적극적으로 제도를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만큼 중요한 것은 정책적 일관성이다. 정권과 관계없이 국가가 인구위기에 대응하는 기업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상대적으로 재정여건이 취약한 중견·중소기업도 인구위기 대응에 동참할 수 있도록 법·제도를 보완한다면 동료의 임신과 출산을 마음껏 축하할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2024.10.12 11:50

7분 소요
‘시행 두 달’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어떻게 달라졌나

증권 일반

주식을 거래하기에 앞서 금융당국에 미리 보고해야 하는 ‘내부자 거래 사전공시’ 제도가 시행된 지 두 달째를 맞았다. 내부자 거래 사전 공시는 상장사 최대주주나 임원, 지분율 10% 이상 주주들이 주식을 거래하기에 앞서 최소 30일 전에 보고하는 것을 의무화하는 제도다. 대주주의 갑작스러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로 주가가 급락하는 사례가 연이어 나오면서 처벌 강도를 높이고 단기매매차익 반환 등 사전 예방을 강화하는 정책을 내세운 것이다. 블록딜은 규모와 할인율, 지분 매각 의도 등에 따라 강도는 다르지만 통상 주가에 악재로 분류된다. 시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책정된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 풀릴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7월 24일부터 상장사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의 세부 사항을 규정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일부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됨에 따라 블록딜(시간외 대량매매) 등 상장사 내부자가 주식을 거래할 때 30일 전 공시해야 한다.이번 시행령 및 하위 규정 개정은 ▲사전공시의무자에서 제외되는 내부자 ▲사전공시의무가 면제되는 거래규모와 거래유형 ▲세부 사전공시 절차 및 방법 ▲거래계획 보고자가 거래계획을 철회할 수 있는 불가피한 사유 ▲사전공시의무 위반에 대한 과징금 산정방식 구체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블록딜 30일 전 공시 의무...위반 시 최대 20억원 과징금 우선 거래계획 사전공시의무자에서 예외적으로 제외되는 내부자를 구체화했다. 연기금 등을 포함해 상대적으로 내부통제수준이 높고, 미공개중요정보 이용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재무적 투자자들은 사전공시의무자에서 제외했다. 아울러 국내·외 투자자에 대한 동등한 대우를 위해 국내 재무적 투자자에 상응하는 외국 투자자도 사전공시의무자에서 제외했다.또한 일정 규모 미만의 소규모 거래(매수 또는 매도) 및 특정 거래유형에 대해서는 사전공시의무를 면제하도록 했다. 과거 6개월(거래개시일 기준)과 거래기간 중 합산한 특정증권 등의 거래수량 및 금액이 상장회사 발행주식 총수의 '1% 미만'과 '50억원 미만'의 2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한 경우는 보고의무를 면제했다.내부자거래 사전공시 절차 및 방법을 구체화했다. 사전공시의무자는 매매 예정인 특정증권 등의 (예상)거래금액, (예상)거래가격·수량, 거래기간 등을 거래계획 보고서에 기재해야 한다. 예정된 거래 개시일로부터 30일 이내에 거래를 완료하도록 하고, 거래계획을 보고한 때로부터 그 거래계획의 종료일까지는 새로운 거래계획을 보고하지 못한다.거래계획과 달리 거래할 수 있는 금액의 범위는 법률이 위임한 최대 규모인 30%로 정해 사전공시의무자가 시장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했다. 보고기한은 사전공시의무자의 사전공시 부담, 투자자에 대한 정보제공 필요성 등을 감안해 거래 개시일 30일 전까지 거래계획을 보고해야 한다. 이에 따라 법 시행일인 7월 24일부터 30일이 지난 8월 23일 이후 결제가 이뤄지는 매매 거래부터 거래계획 보고의무가 부과된다.불가피한 사유 발생 시 거래계획 보고자가 거래계획을 철회할 수 있는 사유에 대해 규정했다.거래계획 보고자의 사망·파산, 시장변동성 확대로 과도한 손실이 예상되는 경우, 거래 상대방의 귀책사유로 매매거래가 이행될 수 없는 경우, 상장폐지·매매거래정지 등 거래계획 제출 이후 주가 등 시장상황이 급변하는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한다.내부자거래 사전공시의무 위반에 대한 과징금 산정방식도 명확히 했다. 거래계획 미공시·허위공시·매매계획 미이행 등 제도 위반 시 최대 2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다. 시가총액, 거래금액, 위반행위의 경중 등을 감안해 과징금을 차등 부과할 수 있도록 세부 규정도 마련했다.금융당국 측은 내부자거래 사전공시제도 시행으로 내부자의 대규모 주식거래 관련 투명성과 예측가능성이 제고돼 불공정거래 예방 및 투자자 보호에 기여하고 있다고 내다봤다. 여기에 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내부자의 지분 변동 정보가 일반투자자에게 적기에 제공돼 예기치 못한 대규모 주식매각 등으로 인한 시장 충격 최소화에 기여하고 있단 관측이다.금융당국 관계자는 “내부자의 대규모 주식거래 관련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이 제고돼 불공정거래 예방 및 투자자 보호에 기여할 것”이라며 “내부자의 지분 변동 정보가 제때 일반 투자자에게 제공돼 시장 충격 최소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각에선 아직 효과가 극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있단 지적도 나온다. 오히려 블록딜 시장 참여자들이 참여 위축이 불가피하단 이유에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 투자자에게는 정보 제공 차원에선 긍정적”이라면서도 “근본적으로 대주주의 지분 매각 의사에 따른 주가 하락을 피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어 “제도가 시행된 이후엔 블록딜 매도 계획을 공시한 뒤 매각하느니 차라리 장내 매도로 이어지는 등 사실상 블록딜에 대한 긍정적 이유마저 퇴색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2024.09.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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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합’ 남는 건 많고 걸리긴 어려워…안 하면 손해?

산업 일반

건설 시장에서 담합과 관련한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쟁 업체끼리 서로 제품 판매가격을 공유하고 돌아가며 특정 업체에 일감을 몰아주거나 다른 업체들이 들러리 서주면서 ‘무늬만 경쟁’을 하다 적발된 것이다. 당국은 업체들의 이런 행태가 시장에서 공정 경쟁을 저해하고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돌아갈 수 있다고 지적한다.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태우에이티에스와 하이텍이엔지 등 20개 방음 방진재, 조인트, 소방내진재 제조 판매 사업자들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12억14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들 업체는 2016년 2월부터 2022년 4월까지 대우건설이 발주한 77건의 방음 방진재, 조인트·소방내진재 구매 입찰에 참여하면서 사전에 낙찰 예정자‧들러리 사업자 및 입찰가격 등을 합의했다.방음 방진재는 아파트 등 건축물에서 소음·진동 완화, 배관 연결, 내진 설비 등에 사용되는 건설자재다. 조인트는 배관과 배관을 연결하는 장치, 소방내진재는 지진이 발생할 때 소방시설의 피해를 막기 위한 장치다.이들 업체는 입찰이 공고되면 합의한 낙찰 예정자가 입찰할 가격을 정해 다른 업체에 알려주고, 나머지 업체는 ‘들러리’를 서는 방식으로 입찰에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이런 담합 행위로 공정한 경쟁이 저해되고 건축물의 분양 대금이 상승하는 등 소비자 피해가 있었다고 보고 제재를 결정한 것이다. 공정위는 “국민의 주거생활 등 의식주와 밀접히 관련된 중간재 시장에서 발생하는 담합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적발 시 법에 따라 엄정 제재하겠다”고 밝혔다.같은 달 아파트 가구 입찰 사업에서도 8개 가구업체가 담합한 혐의로 전·현직 임직원이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지귀연 부장판사)는 건설산업기본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한샘·한샘넥서스·넵스·에넥스·넥시스·우아미·선앤엘인테리어·리버스 등 8개 가구업체 임직원 11명에게 각각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각 법인에는 1억∼2억원의 벌금형이 선고됐다.재판부는 “담합이 입찰 공정성을 해치고 시장경제 발전을 저해해 국민 경제에 피해를 끼치는 중대한 범죄”라며 “이 사건에선 담합이 장기간 진행됐음에도 당국이나 수사기관에서 발견조차 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입찰 건설사들의 피해가 그다지 크지 않은 점, 피고인별 담합 참여 기간과 낙찰가 등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설명했다.이들 가구업체는 2014년 1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24개 건설업체가 발주한 전국 아파트 신축 현장 783건의 주방·일반 가구공사 입찰에 참여해 낙찰 예정자와 입찰가 등을 합의해 써낸 혐의를 받았다. 담합한 입찰 규모는 약 2조3000억여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지난 2월 공정위는 주한미군이 발주한 공사 입찰에 담합한 건설사 7곳에 대해 제재를 결정했다. 공정위는 주한미군 극동공병단이 발주한 시설유지보수공사 입찰에서 담합한 우석건설, 율림건설, 성보건설산업 등 7개 건설사에 시정명령과 과징금 9억 2900만 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이들 건설사는 주한미군이 2016년 8월부터 2019년 1월까지 발주한 23건의 공사에서 미리 낙찰자를 정하는 방식으로 담합했다. 낙찰 순번은 제비뽑기로 정했다. 제재 대상이 된 7개 건설사는 과징금과 별도로 담합에 대한 배상금으로 미 법무부에 310만 달러를 지급했다.美, 공정 경쟁 저해 행위 엄단…피해액의 3배 배상일각에서는 담합 등 불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 미약해 이런 일이 되풀이된다고 지적한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회사들끼리 경쟁하면 ‘제 살 깎아 먹기’라고 할 만큼 수익이 줄어드는데, 짬짜미를 할 수 있으면 가격 경쟁을 하지 않아 더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담합을) 해도 적발되기 어렵고, 문제가 생겨도 회사 입장에서는 과징금이나 배상금을 내는 게 훨씬 남는 장사”라고도 했다.실제 지난 2015년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4대강 입찰담합행위로 조달청의 부정당업자 제재대상이었던 17개 업체는 모두 8·15 사면 혜택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던 김현미 의원은 조달청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토대로 이같이 밝혔다.김 의원은 “4대강 업체들은 담합으로 인해 정부 공사 입찰이 제한되는 부정당업자 제재를 받았지만, 행정소송을 통해 제재를 정지하고,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정부 공사를 수주해 왔다”며 “결국 부정당업자 제재마저 풀리면서 ‘법보다 건설사가 위’라는 평을 피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미국의 경우 담합에 대한 처벌이 엄격한 편이다. 특히 담합‧독점을 막고 공정 경쟁 촉진을 유도하는 대표적인 법 가운데 하나인 클레이튼법은 불법 행위 기업을 엄단한다. 클레이튼법 제4조는 반독점법 위반행위로 인해 영업 또는 재산에 손해를 입은 자는 누구든지 연방법원에 소송을 통해 자신이 입은 손해의 3배를 배상받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피해자의 손해액이 확정되면 다른 요소에 대한 고려 없이 3배에 해당하는 배상액을 받을 수 있다. 배상액에 대한 판사의 재량도 인정되지 않는다.과거 주한미군 유류 납품 과정에서 담합했다가 적발된 우리 기업도 막대한 대가를 치른 바 있다. 지난 2020년 미국 법무부에 따르면 국내 정유회사들은 벌금과 배상금을 내는 조건으로 민·형사 소송을 해결하기로 합의했다. 벌금은 우리 돈으로 1750억원, 민사배상금은 2300억원 수준이었다. 당시 SK에너지, GS칼텍스, 현대오일뱅크, S-OIL(에쓰오일) 등 주요 업체들이 담합으로 올린 매출액은 7500억원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24.08.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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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사 ‘책무구조도’ 제도 도입…금융 사고 줄어들까

증권 일반

수년간 지속적으로 발생한 금융상품의 대규모 불완전판매나 금융회사 내부자에 의한 거액 횡령 사고 등은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어주었다. 그에 따라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개정돼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로 도입된 ‘내부통제 제도’를 대폭 손본 것이다.이번 법률 개정으로 ‘책무구조도’라는 새로운 제도가 도입됐다. ‘책무구조도’란 개별 임원에게 담당 직무에 대한 내부통제 관리책임을 배분하고, 사고 발생 시 명확하게 책임을 묻도록 하는 제도다. 새 제도 시행에 대비해야 하는 금융회사들의 요구에 따라 대형 로펌들이 특수를 누리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2022년 1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될 때와 비슷한 현상이다.임원에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 부과…이사회 감시 강화개정 법률의 핵심은 그간 금융회사에 ‘내부통제기준 마련의무’만 규정하고 있었던 데서 나아가 임원에게 ‘내부통제기준 준수의무’를 부과한 것이다(제30조의2). 구체적인 방안으로 대표이사가 개별 임원들에 대한 책무구조도를 작성하고(제30조의3), 금융회사 전반의 내부통제 작동을 점검해 리스크에 대응해 시정·개선·조치하도록 했다(제30조의4). 또한 이사회 내에 ‘내부통제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이사회에 의한 내부통제 감시를 강화했다(제22조의2 등). 임원 별로 책무의 누락·중복·편중이 없도록 책무구조도를 작성해 금융당국에 제출해야 하고, 이는 향후 금융사고 등 발생 시 내부통제 위반 책임의 근거가 된다. 임원과 대표이사 등이 부여받은 책무를 위반했을 때는 ▲해임요구 ▲직무정지 ▲문책경고 ▲주의경고 ▲주의 등 행정제제를 받게 된다(제35조의 2 제1항). 별도로 형사처벌하는 규정은 없다.책무구조도는 2016년 영국에서 도입한 ‘책임지도’(responsibilities map)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2017년 홍콩, 2018년 싱가포르에서도 유사한 제도가 도입됐다.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회사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을 강화하는 것은 세계적 추세지만, 책무구조도는 영국 등 일부 국가에서 시행하고 있는 낯선 제도다.책무구조도 도입이 금융사고 방지 등에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두게 될지 아직은 예측하기 어렵다. 금융회사 자체의 내부통제 노력이 강화될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새로운 제도의 도입에 따른 부작용도 예상된다.우선 금융사고 발생 시 금융회사 대표이사 등의 책임과 관련한 금융회사와 금융당국 간 갈등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입법 과정에서 금융회사들은 “금융판 중대재해처벌법”이라며 크게 반발한 바 있다. 책무의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금융회사 임원들이 과도한 처벌 위험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고, 아무리 내부통제를 강화하더라도 개인의 일탈에서 비롯된 사고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이다.또한 제재가 전제된 책무구조도 도입이 혁신과 경영의 역동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의견도 강하다. 임원들이 법적 책임을 피하기 위해 창의적이고 적극적인 의사결정 대신 소극적이고 방어적인 판단에 치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소통 통해 부작용 최소화해야그런 논란에도 불구하고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시행된 이상, 금융사고 등이 발생하는 경우 금융회사 임원의 내부통제 책임은 항상 따라다니게 됐다. 그렇다면 금융회사의 임원과 대표이사 등은 언제·어디서 터질지 모르는 금융사고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현재로서는 개정된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30조의4에서 정한 사항을 충실하게 이행하는 것이 최선의 방책이다. 대표이사 등은 임직원이 내부통제기준을 잘 준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보고시스템을 구축하며, 예방조치를 취하는 것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법률과 대통령령에서 상세하게 규정하고 있다. 금융회사지배구조법 제30조의4에서 열거한 사항들을 평소 충실히 이행한다면, 만약 사고가 발생한 경우라도 감경 또는 면책받을 수 있다. 위반행위의 발생을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다해 관리의무를 수행했는지 여부 등을 참작해 제재 수위를 정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제35조의2 제2항). 세계 각국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규제의 족쇄에 묶여있던 금융업을 핵심 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펼치고 있다. 금융과 정보기술을 접목한 핀테크(Fin-Tech)가 전통 금융의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신흥강자로 부상했다.인공지능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시대도 열렸다. 빅테크들이 금융업에 진출하고 애플 통장까지 나왔다. 애플 통장엔 석달 만에 100억 달러의 자금이 몰렸다. 이종 산업간 결합은 물론 영역과 경계가 무너지면서 금융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고 있다.우리나라의 금융산업은 어떤가. 여전히 규제와 관치의 테두리 안에서 더딘 변화를 보이고 있고, 글로벌 경쟁에 한참 뒤처져 있다는 것이 지배적인 평가다. 내부통제의 효과적 작동과 금융사고 예방이라는 책무구조도 도입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라도 금융당국은 현장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금융회사와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부작용을 최소화해야 한다. 그래야만 개정 금융회사지배구조법이 실효적으로 작동돼 금융권 사건·사고의 탈출구가 될 것이다. 김기동 법무법인 로백스 대표변호사

2024.07.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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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경유계약·수수료 부당지급 GA 제재

보험

금융당국이 ‘경유계약’이나 ‘수수료 부당지급’ 등 법인보험대리점(GA)의 주요 위법 사례를 알리고 이를 엄정히 제재한다고 17일 밝혔다.금융감독원은 이날 법인보험대리점(GA) 영업질서 확립을 위한 주요 위법행위와 제재사례를 발표했다.‘경유계약’이란 실제 보험계약을 모집한 설계사가 아닌 다른 설계사의 명의를 이용해 체결된 보험계약을 의미한다. ‘수수료 부당지급’은 금융상품판매대리 및 중개업자가 보험 모집업무를 제3자에게 맡기고 수수료 등을 지급하는 행위를 뜻한다.이런 위법행위는 실적과 수수료를 추구하는 판매자의 무리한 영업관행에서 주로 발생한다. 이는 소비자로 하여금 불필요한 상품에 가입하게 하거나, 보험계약 관련 분쟁 시 책임소재가 불분명해지는 등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입힐 우려가 크다.금감원은 이러한 위법행위에 대해 엄정한 제재조치를 부과할 계획이다. 실제로 경유계약의 경우 위반 1건당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며, 등록취소 및 업무정지 등의 조치도 가능하다. 수수료 부당지급의 경우에는 위반 1건당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와 시정명령, 중지명령, 게시명령 등이 부과될 수 있다.실제 최근 4년간(2020~2023년) 경유계약 및 수수료 부당지급과 관련해 GA에게는 등록취소, 과태료(총 35억원) 등의 제재가 부과됐다. 소속 임직원과 설계사에게는 해임권고, 감봉, 등록취소, 업무정지 등의 제재가 내려졌다.금감원은 향후 GA 영업현장에서 만연한 경유계약 및 수수료 부당지급 등 위법사항에 대해 더욱 엄정한 제재를 부과할 계획이다. 특히, 기관제재를 강화해 소속 설계사에 대한 GA의 관리책임을 엄중히 묻고, 의도적인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등록취소 부과 등 제재수준을 대폭 강화할 예정이다.소비자에게도 주의사항이 강조됐다. 보험가입 상담을 진행한 설계사와 청약서상 기재된 설계사의 이름이 다르면 경유계약일 가능성이 높으므로, 소비자들은 청약 시 받은 명함과 서류 등을 꼼꼼히 살펴야 한다. 또한 컴슈랑스 영업이나 브리핑 영업 등의 경우 보장성보험을 저축성보험으로 오인할 수 있으므로 가입상품의 종류와 보장내역을 꼼꼼히 확인할 필요가 있다.컴슈랑스 영업은 최고경영자(CEO)의 자녀 등 특수관계자를 설계사로 위촉하고 해당 특수관계자에게 법인영업 관련 수수료를 지급하는 방식의 영업이다. 브리핑 영업은 GA 설계사가 회사나 단체를 방문해 다수의 소비자에게 보험상품을 소개하고, 보험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뜻한다.금감원 관계자는 “GA 영업질서 확립을 위해 지속적으로 상시감시 및 검사를 실시하고, 변칙적인 영업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다”라며 “소비자들도 보험계약 시 주의사항을 숙지하고, 필요시 금융감독원과의 상담을 통해 불이익을 방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2024.07.16 17:39

2분 소요
현대카드, ‘2024년 공정거래 자율준수 선언식’ 개최

카드

현대카드가 ‘2024년 공정거래 자율준수 선언식’을 열었다고 14일 밝혔다.공정거래 자율준수 선언식은 현대카드 임직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공정거래 실천 의지를 다지기 위해 마련된 행사다. 올해 처음으로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김덕환 대표 등 임직원 40여명이 참석해 공정거래 자율준수 선언서를 낭독했다.선언서에는 공정거래법,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인정보보호법 등 공정거래 관련 필수 법규를 지키는 것은 물론 일상 속에서도 적극적으로 공정거래를 실천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현대카드는 공정거래 자율준수 문화를 조성하기 위해 꾸준히 노력해왔다.먼저, 현대카드는 임직원들이 자율적으로 공정거래 관련 법규를 준수하고 위반행위를 조기에 발견해 예방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 자율준수 프로그램’(Compliance Program)을 자체적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공정거래 법규 해설서인 ‘자율준수 편람’도 제작해 업무상 발생하는 상황 속에서 지켜야 하는 공정거래 항목을 즉시 확인하고 이를 지킬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자율준수 편람에는 업무별 관련법과 내부 기준, 대응 절차 등의 내용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또한 회사 홈페이지에 ‘공정거래 자율준수’ 페이지를 만들고 사규에 전 임직원의 공정거래 준법 의무를 명시하는 등 투명하고 정직한 거래 실천을 위한 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여기에 공정거래 자율준수 관련 영상 및 뉴스레터도 제작하고 배포해 임직원이 공정거래 법규를 이해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현대카드 관계자는 “투명하고 정직한 공정거래 문화를 위해 홈페이지 내 불공정거래 신고 편의성을 높이는 기능 개선은 물론 신고자에 대한 보상도 강화하고 있다”며 “임직원을 대상으로 불공정 거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캠페인을 실시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2024.06.14 10:55

2분 소요
권익위,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신고건

정책이슈

국민권익위원회가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관련 내용의 비위 신고 사건을 ‘위반 사항 없음’으로 종결 처리했다.국민권익위 정승윤 부위원장 겸 사무처장은 10일 정부세종청사 브리핑에서 “청탁금지법상 공직자 배우자에 대한 제재 규정이 없기 때문에 종결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정 부위원장은 또 “대통령과 이 사건 제공자에 대해서는 직무 관련성 여부, 대통령 기록물인지 여부에 대해 논의한 결과 종결 결정했다”고 덧붙였다.권익위는 해당 사안이 청탁금지법 시행령 14조에 따른 종결 사유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신고 내용이 언론 매체 등을 통해 공개된 내용에 해당하고 조사 중이거나 이미 끝나 새로운 증거가 없는 경우’(4항)와 ‘그 밖에 법 위반행위를 확인할 수 없는 등 조사가 필요하지 않아 종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경우’(6항)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청탁금지법에는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부적절하게 받았더라도 이를 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배우자가 금품을 부적절하게 받은 사실은 알았어도 청탁금지법이 정한 절차대로 이를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 당사자에 대해서만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는 조항만 있다.앞서 참여연대는 지난해 12월 19일 윤 대통령과 김 여사, 그리고 명품 가방을 건넨 최재영 목사를 청탁금지법 위반으로 권익위에 신고했다. 신고를 접수해 조사에 착수한 권익위는 지난 3월 사건 처리 기간을 한 차례 연장했다. 부패방지권익위법은 권익위가 신고를 접수한 뒤 영업일 기준 60일 이내에 처리하고 필요할 경우 30일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이번 권익위 결정과는 별개로 검찰은 이 사건에 대해 전담 수사팀을 꾸려 수사를 진행 중이다. 이와 관련해 서울중앙지검 측은 “구체적 결정 내용을 확인하기 어려워 권익위 결정에 대한 입장을 말씀드리기는 어렵다”며 “검찰은 절차에 따라 필요한 수사를 계속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4.06.10 2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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