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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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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데이 북 리뷰] ‘불공정한 생명 가격표’ 당신의 생각은

북 리뷰

생명에도 가격이 있다는 사실은 자본주의 시장 경제의 상식에 속한다. 가격이 시장을, 시장에서 벌어지는 수요와 공급의 함수 관계를 전제하는 거니까 말이다. 당연히 생명마다 가격이 다를 수밖에 없다. 시장 상황에 따라 생명 가격의 일정한 등락도 상상할 수 있다. 여기까지였다면 가격이 낮게 책정됐거나 그런 사람의 주변인인 경우 그래도 덜 억울할 텐데 가격이 전혀 공정하지 않은 방식으로 매겨진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심각한 문제 아닌가. 그럴 때 생명 가격에 관련된 불공정성은, 가령 이런 주제의 원초적 기억에 가까운 유명한 ‘유전무죄, 무전유죄’ 외침을 떠올리게 한다. 돈 있으면 무죄, 돈 없으면 무죄. 이 명제를 생명 가격표 버전으로 비틀면 이렇게 된다. 돈 있으면 높은 가격, 돈 없으면 낮은 가격. 가령 사망사고 보상금이 이런 원칙에 따라 정해지지 않나. 저자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은 통계 전문가이자 보건경제학자다. 존스홉킨스대에서 바이오메디컬엔지니어링(전공 공부 이름부터 뭔가 있어 보인다) 박사학위를 땄고 컬럼비아대에서 강의한다. 이런 사람이 자기의 전문지식을 십분 활용해 쓴 책이다. 다시 무전, 유전 얘기로 돌아가면 가령 미국 9·11 테러로 사망한 희생자 3000명의 유족에게 지급된 보상금이 적게는 25만 달러부터 많게는 700만 달러까지 큰 차이가 났다고 한다. 역시 생전 소득을 바탕으로 보상금을 산정했기 때문이다. 사망 보상금은 생명 가격 이야기의 작은 부분일 뿐이다. 저자는 생명 가격이 우리가 먹는 수돗물 수질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아이를 낳을 때나, 키워서 교육할 때, 심지어 죽을 때는 어떤 작용을 하는지를 거의 생애 주기 형식으로 상세히 살핀다. 굳이 이런 것까지 알 필요가 있나 싶은 좁은 전문분야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물론 있지만 책의 대주제, '불공정한 생명 가격표' 산정으로 어차피 수렴되는 얘기들이다. 저자가 생명 가격 산정에 있어서 불공정의 원흉처럼 지목한 게, 대규모 토목 사업에서 흔히 사용되는 비용편익분석이다. 비용편익분석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정부가 가령 화력발전소에 대한 새로운 환경 규제책을 도입하거나 자동차 회사가 문제 있는 부품에 대한 리콜 여부를 결정할 때 어김없이 사용된다. 우리 피부에 와 닿는 문제들 아닌가. 그런데 이 분석이 왜곡에 극히 취약하다는 게 문제다. 가령 기업들은, 경우에 따라 다르겠지만 비용을 과도하게 높게 추산한다고 한다. 리콜을 전제로 한 비용편익분석 때 지금 당장 투입되는 리콜 비용이, 리콜 시행으로 가령 수십 년 후 소비자 건강 증진에 기여해 예상되는 편익을, 크게 웃돈다면 당장 리콜을 하지 않는 근거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방식으로 담배회사 필립 모리스의 의뢰를 받은 한 컨설팅 업체가 2001년 작성했다는 흡연 관련 보고서는, 생명 가격 왜곡의 끝판왕 같은 느낌이다. 넉넉한 국고에 도움 되니 체코 정부가 국민들에게 흡연을 권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한다. 비용편익분석의 마술, 혹은 최악의 도덕적 해이다. 이런 일을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언제나 분석보다는 해법 고안이 어렵다. 생명 가격이 책정되는 과정을 감시해야 한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일종의 시민운동 아니겠나. 그런 일에 나서는 경우와 나서지 않는 경우를 비교하는 비용편익분석이 필요할까. 저자 하워드 스티븐 프리드먼 번역자 연아람 민음사 328쪽, 1만8500원 신준봉 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inform@joongang.co.kr

2021.08.22 09:53

3분 소요
[오락가락 도박죄 판단 기준은] 내기골프도 무전유죄, 유전무죄?

산업 일반

‘경제력’이 도박죄 판단에 큰 영향… ‘일시적 오락’에도 일률적 기준 없어 이른바 ‘버닝썬 게이트’와 가수 정준영의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사건이 방송·연예계의 도박 논란으로도 번졌다. KBS 예능 프로그램 에 정준영과 함께 출연한 배우 차태현과 개그맨 김준호가 출연진과 제작진이 참여한 카카오톡 대화방에서 수백만원대 내기골프를 친 사실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해당 대화가 오간 단체 채팅방은 성관계 동영상 불법 촬영·유포 혐의를 받는 정준영의 휴대전화를 통해 드러났다. 차태현과 김준호는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쳤던 것”이라며 “내기골프로 딴 돈은 게임이 끝난 직후 돌려주거나 돌려받았다”고 해명하는 한편, 출연 중인 모든 방송에서 하차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 ‘타짜’는 도박범 아니라 사기범 경찰은 조만간 두 사람을 도박 혐의로 수사할 방침이다. 형법에 따르면 도박을 한 사람은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상습도박죄의 경우에는 벌금형 선고만 가능한 일반 도박과 달리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두 사람이 잘못된 행동을 했지만 모든 방송에서 하차를 할 만한 중대한 사안인지를 놓고는 여론이 분분하다. 또 많은 사람이 일상적으로 즐기는 골프 내기가 도박에 해당되는지, 단지 액수가 높으면 도박죄가 되는 것인지, 어느 정도가 많은 액수인지 등 도박죄 기준도 논란거리로 떠올랐다.형법에서 정의하는 도박은 ‘재물을 걸고 우연한 승패에 의해 그 득실을 결정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때 도박을 판단하는 중요한 기준이 우연성이다. 던진 동전의 앞뒷면을 맞추는 것처럼 객관적으로 당사자들이 좌우할 수 없는 사정에 따라 재물을 나눠 가지는 경우를 말한다. 그렇다면 피나는 연습으로 동전의 앞뒷면을 조작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 경우 ‘우연’이 개입되지 않으므로 도박죄는 성립되지 않는다. 다만, 이를 이용해 금품을 벌었다면 사기죄에 해당된다. 즉 ‘타짜’는 사기죄로 처벌 받지만, ‘호구’는 도박죄로 처벌하지 않는다. 반대로 일부러 내기에 져주는 방식으로 금품을 제공하는 경우엔 부정청탁에 해당될 수 있다.스포츠 경기처럼 당사자의 능력이 승패의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해도 조금이라도 우연성이 개입될 여지가 있다면 도박죄가 성립된다. 실제로 내기골프가 법원에서 논란이 됐던 적이 있다. 2005년 법원은 내기골프를 상습적으로 한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에 대해 “도박은 우연에 의해 결과가 좌우돼야 하는데, 운동경기인 골프는 경기자의 기량이 승패에 영향을 미치므로 도박이 아니다”라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이 판결은 곧바로 항소심에서 뒤집혔다. 항소심 재판부는 “골프는 경기자의 기량이 어느 경지에 올라 있어도 매 경기 결과를 확실히 예견하는 게 불가능하다”며 이씨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또 꼭 돈을 걸지 않더라도 그에 상응하는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면 도박죄가 인정된다. 가령 골프 내기로 취업을 알선하거나 투자를 약속하는 등 ‘재산상 이익’을 거는 것도 재물이 오가는 것과 같은 것으로 본다는 얘기다. 게임머니 같은 가상의 재물도 재산상 이익에 해당된다. 헌법재판소는 2010년 인터넷 도박사이트 운영자 민모씨가 “게임머니는 형법에서 말하는 ‘재물’에 해당되지 않는다”며 낸 헌법소원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 당시 헌재는 “상식과 통상적인 법 감정을 지니고 있는 사람이라면 ‘재물’뿐 아니라 ‘재산상 이익’을 건 도박이 처벌대상이라는 점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으므로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밝혔다.이런 기준으로 보면 일상에서 허용되는 도박이나 내기는 거의 없다. 실제로 엄밀한 의미에서 한국인에게 허용된 도박은 복권, 경마, 경륜, 경정, 강원랜드 출입, 스포츠토토·프로토, 청도군 소싸움 등 7개뿐이다. 내기골프나 내기당구는 물론, 명절에 가족이 모여 치는 고스톱도 도박이라는 얘기다. 다만, 이처럼 개념상 도박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그 수준이 ‘일시 오락’에 불과한 정도라면 처벌되지 않는다. 재물을 꼭 따겠다는 목적보다는, 놀이의 흥미를 북돋우기 위한 단순한 오락수단으로 사용된 경우에는 도박죄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일회성으로 외국의 카지노에 출입해 게임을 즐기는 것을 처벌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다만, 문제는 ‘일시적 오락’의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이다. 대법원은 당사자의 연령, 직업, 재산, 도박 시간, 도박 장소, 도박으로 인한 이득의 용도, 함께 한 사람의 관계, 도박에 이르게 된 경위, 친분관계, 사회적 지위와 재산 정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도박죄 성립 여부를 판단한다. 여기에 일률적인 기준은 없다. 양형기준표에도 명시되지 않았다. 불법 스포츠 도박, 불법 게임물 이용 제공 등 도박 환경을 제공하는 범죄에 대해서만 양형기준표가 제시돼 있다. 제반 사정을 참작한 구체적 판단을 중요한 기준으로 삼기 위해 불가피한 측면도 있지만, 이에 따라 도박죄 성립에 대한 국민의 의문은 더욱 커지는 부작용도 있다. ━ “유관범죄 방지하려면 기준 필요” 지적도 법조계에 따르면 일시 오락 여부를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경제적 능력이다. 재산의 정도에 따라 판돈이 해당 도박자에게 가치가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2015년 대전지방법원은 1점당 50원씩 10회에 걸쳐 화투놀이를 한 남성에게 벌금 10만원을 선고했다. 법원은 기초연금 9만원을 받아 생활하던 이 남성이 같은 장소에서 여러 차례 모르는 사람들과 도박을 한 것은 일시적인 오락의 정도를 넘어선 것으로 봤다. 법조계 관계자는 “판돈의 규모가 사회상규나 경제력에 비춰 크거나 모르는 사람이 놀이에 참여하는 경우 등에는 사행성이 인정돼 처벌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지난 2017년 3월 서울 용산구에 거주하는 조모씨의 사례도 있다. 조씨는 동네 친구들과 30분 간 화투로 이른바 ‘섯다’를 했다. 10회 정도 게임을 했고, 금액은 2만7500원에 불과했다. 하지만 검찰은 조씨를 포함해 도박에 참여한 사람들이 기초생활수급비 40만~50만원 정도를 받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금액이 적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법원은 소득수준을 고려한다고 하더라도 금액이 너무 작고, 도박시간도 짧아 ‘일시적 오락에 불과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당사자의 경제적 능력과 도박의 규모를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다.이에 일각에서는 “돈이 많은 사람은 큰 돈을 걸고 내기를 해도 문제가 없고, 저소득층은 조금만 해도 범죄자가 되는 ‘유전무죄, 무전유죄’ 식 처벌”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 이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도박죄의 취지상 불가피하게 두는 차등이라고 설명한다. 도박에 빠져서 자기 생활을 못할 정도의 상황이 되는 걸 막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개인마다 허용되는 도박의 범위가 다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그러나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도박죄의 목적에는 정당한 근로에 근거하는 경제 윤리를 유지하고, 폭행·협박·살인·상해·절도·강도 등 다른 범죄를 방지하는 측면도 있다”며 “사회 통념에 맞는 수준에서 일정한 기준을 세울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함승민 기자 sham@joongang.co.kr

2019.03.24 07:40

5분 소요
전관예우냐 전관비리냐

산업 일반

예우란 예의를 지켜 정중하게 대우하는 것이다. 국가유공자 등의 공적에 대해 행하는 혜택을 부여하는 등 주로 법률에 의하여 보호받는 제도다. 우대란 말 그대로 특정 대상이나 계층에 대해 특별히 잘 대우하는 것이다. 사회적 약자인 서민 우대 정책이나 노약자 우대 방침을 들 수 있겠다.사실 이 두 가지는 우리 사회를 건강하고 공정하고 정의롭게 지탱하고 발전시키는 데 매우 유익한 제도다. 국가를 위해 목숨 걸고 충성하고 헌신하고 국민과 공익을 위한 공헌이 있는 사람에게 상훈을 주고 이를 모범의 표상으로 삼아 기리는 것은 국민을 바른 길로 계도하는 데도 매우 유용하기 때문이다.그런데 왜 지금 온 나라가 전관예우 때문에 시끄러울까. 백과사전을 찾아 보니 ‘전관예우란 전직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여 처음 맡은 소송에 대해 유리한 판결을 내리는 특혜’라고 정의돼 있다. 국어사전에 따라면 ‘고위관직에 있었던 사람에게 퇴임 후에도 재임 때와 같은 예우를 베푸는 일’로 설명하고 있다. 그렇다면 전관예우는 말만 예우이지 실상은 불법 특혜 및 권한 남용행위라 설명할 수 있으며 ‘전관비리’라는 표현이 더욱 맞을지 모른다.그리고 분명한 건 전관예우는 변호사법 등에 의해 불법적 행위로 적시되고 일정 부분 금지돼 있다. 물론 전관예우를 과도하게 해석할 경우 직업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소지도 있어 형사처벌 조항을 두지 않고 있지만 말이다. 어찌됐거나 지금 나라 전체가 전관예우로 몸살을 앓고 있다.사실, 과도한 전관예우가 문제이지 전관예우는 좋은 제도라고 생각된다. 이 시국에 조금 역설적으로 들리기는 하지만 말이다. 예컨대 박봉과 청렴 하나로 평생을 바친 일선공무원 입장에서, 은퇴 후 일정 부분 혜택을 받는 게 그리도 나쁜 일이냐고 억울해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도 해보았다. 전문 지식과 기술 역량을 은퇴 후에도 나라에 보탬이 되는 방향으로 이용한다면 그것 또한 바람직할 수 있다. 다만 형평성의 문제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가 있긴 하지만.또 한편으로는 과거 기업에 비해 훨씬 적은 봉급을 받은 것도 사실이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어렵게 살았던 시절에 대한 보상으로 남은 게 전관예우가 된 부분도 인정할 필요가 있다. 공무원 연금제도 역시 비슷한 취지에서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그러던 것이 왜 지금 와서 사회적 문제로 떠올랐을까? 몇몇 소수의 파렴치한 사람들의 몰염치한 행동 탓에 더욱 악화되었다.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온 국민의 마음에 상처를 안겨줬다. 전관예우라는 이름 아래 자격과 능력없는 자에게 낙하산 인사를 버젓이 단행하고, 검은 돈으로 공정이라는 잣대를 무력화시켰다. 결국엔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그릇된 인식을 다시 부각시켜 법치주의의 근간을 뿌리째 뒤흔들었다. 평생을 군인으로, 교원으로, 법관으로, 공무원으로 청빈을 모토로 살아온 대다수 사람들까지 모조리 비난의 대상이 됐다.혈연·지연·학연이 끈끈한 우리나라의 연고주의가 하루 아침에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일을 계기로 조금이라도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진정한 우대와 예우란 국가와 지역사회, 국민의 진심 어린 존경이 밑바탕이 돼야 하지 않을까.

2016.07.09 06:21

2분 소요
경제민주화 바람 불 땐 ‘엄벌’, 경제활성화 분위기 땐 ‘선처’

산업 일반

과도한 배임죄 적용 완화 움직임 … 탈세 등은 엄벌해야 2012년 불어 닥친 경제민주화 바람은 죄를 지은 대기업 총수의 엄벌주의로 이어졌다.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로’는 인정받지 못했고, ‘징역 3년-집행유예 5년’이라는 양형 공식도 사라지는 듯했다.하지만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에 대해 최근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하면서 재차 논란이 일고 있다. 재벌 봐주기의 부활이라는 비판과 함께, 어려운 경제 여건을 고려할 때 불가피한 판결이라는 옹호론도 나온다. 이 참에 기업인의 자율적 경영활동을 옥죄는 배임죄를 손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단, 탈세 등 죄질이 나쁜 사람까지 봐주는 건 곤란하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의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거리다.한화그룹 압수수색으로 시작된 검찰 수사 1245일, 구속 수감 545일 만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영어의 몸에서 풀려났다. 예상치 않은 판결이었다. 재계는 환영했고, 일부 시민단체는 ‘재벌 봐주기의 부활’이라며 성토했다. 2월 11일 서울고법형사 5부(김기정 부장판사)는 김승연 회장의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의 원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김 회장은 부실 계열사를 지원하는 과정에서 횡령·배임을 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재판부가 밝힌 양형 이유는 이렇다. ‘기업주가 회사 자산을 개인적 치부를 위한 목적으로 활용한 전형적인 사안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1597억원이 공탁되는 등 실질적 피해 회복 조치들이 이뤄졌다. 피해 위험 규모도 확대 평가된 측면이 있다. 우리나라 경제 건설에 이바지한 공로와 현재의 건강상태를 참작했다.’앞서 2심(항소심) 재판부는 ‘한화그룹의 실질적 경영자로서 법의준수와 사회적 책임이행을 다해야 할 위치에 있음에도 주식회사 법 제도의 본질적 가치와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훼손하는 범행을 해 실형 선고가 불가피하다’며 징역 3년, 벌금 51억원을 선고했다.또한 ‘최근 기업의 자율적 경영을 위해 배임죄 확장 제한논의가 있지만 이 사건은 적법 절차 과정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배임죄 논란과 사안이 다르다’고 판시했다. 2심과 파기환송심의 판결 내용이 확 달라진 것이다. 검찰은 1·2심과 파기환송심에서 ‘김 회장이 지능적이고 교묘한 범행 수법을 이용해 계열사로 하여금 자신의 차명소유 회사 빚을 갚도록 했다’며 모두 징역 9년과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다.한화그룹 계열 상장사 주가 강세한화그룹은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한화는 ‘판결을 존중한다.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는 무미건조한 공식 입장을 내놨지만, 잔치 분위기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재판에 불려간 임직원만 300명이 넘는다”며 “총수 부재라는 최악의 상황을 면했다는 것만으로 그룹이 안정을 되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 판결소식 후 한화 계열 상장사 주가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일단 관심은 김승연 회장의 복귀 시점이다. 당장 현업에 복귀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다수다. 법원이 네 차례나 구속집행정지 연장을 결정한 이유가 김승연 회장의 건강이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조울증·만성폐질환·폐렴·저산소증·호흡곤란·요추골절·낙상 등을 이유로 구속집행이 정지된 상태에서 재판을 받았다. 검찰 역시 김 회장의 상태가 위중하다는 데 이의를 달지 않았다.그럼에도 1년 이내에는 김 회장이 복귀할 것으로 재계는 본다. 그룹 현안이 산적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한화 계열사에서 근무하는 한 관계자는 “(김승연 회장이 구속된) 2012년 8월 16일부터 한화그룹의 시계는 사실상 멈췄다”며 “주요 임원들이 툭하면 검찰에 불려가거나 관련 업무에 매달리는 통에 조금 민감한 사안은 죄다 ‘결재가 나겠느냐’는 분위기가 팽배했다”고 말했다.한화생명이 대표적이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ING생명 아시아 해외법인(홍콩·말레이시아·태국)과, ING생명 한국법인, LIG손해보험 등이 줄줄이 매물로 나왔다. 내부에서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김 회장이 부재한 상황에서) 조 단위의 투자 의사결정은 부담스러웠다”고 전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당시 ING그룹은 한화그룹의 보험사 경영 레코드를 신뢰하면서도, 소극적인 태도에 의아해 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한화그룹 다른 관계자는 “(김 회장의) 복귀시기를 언급하기엔 이르다. 일단 건강 회복이 급선무”라고 말했다.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한화그룹은 지난해 4월부터 김연배 한화증권 부회장과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 홍원기 한화호텔앤리조트 사장, 최금암 한화그룹 기획실장 등으로 구성된 비상경영위원회를 출범해 주요 사안을 결정했다.당분간 비상경영위원회 체제가 이어지더라도 김 회장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여지가 커질 수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비상경영위원회 체제는 당분간 이어진다”고 못 박으며 “다만 금은 아니더라도, 향후 비상경영위원회 운영 과정에서 김승연 회장의 의사를 반영하는 구체적인 과정이 추가될 수 있다”고 전했다.지난해 9월 한화그룹이 부회장급으로 영입한 양천식 전 수출입은행장과 김대기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움직임도 관심사다. 김대기 한화그룹 부회장은 제조와 서비스 부문, 양천식 한화생명 상임고문은 금융 부문으로 업무를 분장해 각각 정부와 국회를 상대로 대외협력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도 흘러나온다.경제기획원 출신인 김대기 부회장은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청와대 경제수석, 청와대 정책실장 등을 역임했다. 양천식 상임고문도 청와대 금융비서관과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인물이다. 이에 대해 한화그룹은 “직책을 맡지 않은 상황에서 고문이나 부회장이 큰 역할을 할 수 있는 자리는 아니다. (김 부회장과 양 고문은) 공식적인 역할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하지만 한화그룹의 다른 관계자는 “통상 그룹 인사가 연말에 나는데, 아직까지 인사가 나지 않아서 김대기 부회장과 양천식 상임고문의 공식적인 업무가 결정되지 않았다. 본인들도 대놓고 업무에 적극 나서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안다. 조만간 그룹 인사가 공식적으로 나면 김 부회장과 양 상임고문을 중심으로 한화그룹의 변화가 추진될 수 있다”며 “한화그룹의 방향성을 판단하려면 이번 인사를 유심히 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재계 “기계적으로 과한 형량” 불만김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이 전면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김 실장은 그룹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영국에서 태양광 사업 수주에 성공하기도 했다. 하지만 연륜과 경험을 고려할 때 김동관 실장이 그룹을 이끌기엔 아직 시기상조라는 게 중론이다.한화그룹과 무관하게, 김승연 회장 판결을 놓고 여러 이야기가 분분하다. 재계에선 수 년 간 지속된 ‘재벌 엄벌주의’ 기류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 섞인 전망이 나온다. 그동안 재계는 법원이 경제민주화 시류에 따라 범죄 경중에 비해 지나치게 기계적으로 과한 형량을 선고한다는 불만이 팽배했다. ‘사법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일부 시민단체 입장은 정반대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2월 12일 성명을 내고 ‘이번 사법부 판결은 청와대의 기류에 편승한 정치적 판단에 따른 판결’이라며 ‘사법부의 재벌 총수 비리에 대한 엄단 의지와 사법 정의 실현을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밝혔다. 이기웅 경실련 경제정책부장은 “김승연 회장 이외에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등이 각각 집행유예로 면죄부를 받은 바 있다”며 “사회적 약자에게 엄하게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법원이 재벌에게 집행유예를 남발할 경우 유전무죄 무전유죄 논란이 우려된다”고 말했다.경제개혁연대 역시 성명을 통해 “경제발전에 힘쓴 점과 좋지 않은 건강상태를 참작한 것은 과거 재벌들에 면죄부를 주던 판결문과 완전히 동일하다”며 “전형적인 재벌 봐주기 판결로 규정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과 민주당은 따로 논평을 내지 않았다.경제개혁연대의 지적대로 대기업 총수 판결문에 ‘경제발전의 공로’가 언급된 것은 오랜만의 일이다. 지난 대선 전부터 경제민주화 바람이 불면서 대기업 총수 범죄에 대한 관용과 용인에 대해 비난이 들끓었다. 이른바 ‘3-5 룰(징역 3년, 집행유예 5년)판결’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컸다. 실제로 1990년대 이후 법정에선 주요 그룹 총수들은 대부분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구속을 면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100억원대 조세포탈 혐의로 재판을 받았지만, 1~3심 모두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 받고, 나중에 특별사면을 받았다.600억원대 횡령과 1000억원대 배임 혐의로 기소됐던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역시 3심에서 같은 형량을 선고 받았다. 1조5000억원대 분식회계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SK그룹 회장, 2800억원대 분식회계혐의로 기소됐던 박용성 전 두산그룹 회장, 1100억원대 비자금조성 혐의를 받은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모두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을 받은 후 모두 특별사면 됐다.하지만 2012년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확 바뀌었다. 회자 자금횡령 혐의로 기소된 최태원 회장은 1·2심에서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횡령 혐의로 기소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에게 법원은 2012년 초 징역 4년 6개월을 선고했다. 앞서 대법원 산하 양형위원회는 화이트칼라 범죄의 횡령·배임죄 양형 기준을 강화하는 등 ‘대기업에 온정주의 판결을 한다’는 비난에서 벗어나려는 모습을 보였다.이번 김승연 회장 판결은 적잖은 논란을 일으킬 전망이다. 경제민주화 이슈가 잦아들고 정부 정책기조가 경제활성화 방향으로 선회하면서 사법 당국 역시 이런 시류에 편승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적지 않다. 실제로 서울고법 형사 5부가 김승연 회장의 유죄로 인정한 배임액은 1585억원이다.양형위원회가 정한 양형기준에 따르면, 300억원 이상의 배임죄의 경우 기본 형량은 5~8년, 감형을 해도 4~7년을 선고하도록 돼 있다. 이번 판결에 대해 비난이 나오는 이유는 양형에 부합하지 않은 형량을 선고했다는 것과, 경제활성화라는 새로운 시류에 영합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 때문이다.법원 ‘시류 판결’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해일각에선 이번 판결이 재계에 오히려 부메랑이 돼 돌아올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새누리당의 한 중진 의원은 “김 회장 재판이 이슈화되면서 대기업 오너의 범죄를 가중 처벌하는 법안이 다시 주목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에 계류 중인 4건의 ‘특정경제범죄 가중 처벌 등에 관한 일부 개정 법률안’을 두고 한 말이다.원혜영·오제세 민주당 의원, 민현주·정희수 새누리당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이 법안들은 기업인의 횡령·배임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모두 2012년에 발의됐다. 원혜영 의원 안은 횡령·배임으로 인한 재산 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일 경우 무기 또는 10년 이상의 징역, 50억~300억원 미만일 때는 최저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법원이 형기의 절반을 감형하더라도 집행유예의 요건인 3년 이하에 해당하지 않도록 해 집행유예 선고 남발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다.민현주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더 강력하다. 재산 이득액이 300억원 이상일 때는 무기 또는 1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네 법안 모두 기업인 범죄에 대한 형량을 높여 집행유예 선고와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를 제한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만약 이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면, 김승연 회장에 대한 집행유예 판결은 나오지 않았을 가능성이 컸다.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라는 온정주의 판결로 일관한 예전 사법 당국도 문제지만, 기업인에게 엄벌로만 일관한 최근 분위기 역시 문제였다. 법원이 이런 ‘시류 판결’이라는 비난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개별 사건별로 양형 기준 원칙에 따라 선고하면 그만이다. 재판이 진행 중인 이재현 CJ그룹 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홍원식 남양유업 회장에 대한 판결이 더욱 주목 받는 이유다.

2014.02.18 16:10

7분 소요
FEATURES VIEWPOINT - 이스라엘-미국의 애증 관계

산업 일반

티격태격하면서도 아주 각별한 사이…돈과 무기가 바탕이지만 서로간 더 깊은 이끌림도 있어 “미국 친구들은 우리에게 돈, 무기, 조언을 주려고 한다. 우리는 돈과 무기는 받지만 조언은 사양한다.” 이스라엘 ‘건국 영웅’으로 군사령관이자 정치가였던 고 모셰 다얀의 재담이다. 지금도 이스라엘과 미국의 관계를 가장 잘 요약해주는 말로 통한다. 다얀이 아직 살아 있다면 멋진 투윗을 날릴 수 있을 듯하다. 하지만 너무 쉽게 생각해선 안 된다. 미국-이스라엘의 유대는 매우 독특하다. 한마디로 요약될 수도, 일반화될 수도 없다. 두 나라의 관계는 국가이성(reason of state, 국가가 국가를 유지·강화하기 위해 지켜야 할 법칙이나 행동기준)에만 기초한 적이 없다. 미국인과 이스라엘인은 정치학이나 국제관계의 자명한 이치를 뒤엎는다. 물론 그들의 우정은 돈, 무기, 조언을 바탕으로 한다. 그러나 거기엔 좀 더 미묘한 무엇도 있다.그 무엇을 이해하려면 장기 기억력이 좋아야 한다. 해리 S 트루먼 전 미국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선 단기 기억으로 시작해 보자. 요즘 이스라엘 젊은이 대다수는 몇 가지 기본 픽셀로 미국을 그린다. 인터넷, 9·11, 스마트폰, CSI(과학수사대), 배트맨, 오바마가 그 기본 요소다.이스라엘인은 언제나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리메이크부터 ‘월스트리트를 점령하라’는 시위 문구가 인쇄된 T셔츠까지 미국적인 것에 푹 젖을 때는 여타 세계와 같았다. 물론 유럽인이나 무슬림 같은 냉혹한 반미감정은 갖지 않았다. 이스라엘은 미국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그런 의존을 어느 정도 좋아했다.하지만 미국의 모든 면을 좋아하진 않았다. 또 이스라엘인 전부가 미국을 좋아하지도 않았다. 이스라엘의 유대인은 뉴욕 맨해튼 다운타운의 훈제연어 베이글을 즐기는 유대인이 아니다. 그보단 유럽과 중동식을 혼합한 슈니첼(송아지 커틀렛)과 후무스(병아리콩 으깬 것과 오일, 마늘을 섞은 중동 지방 음식)를 즐기는 유대인이다. 미국인의 노골적인 성향과 이스라엘의 직설적인 성향이 반드시 잘 어울리지도 않는다. 정통파부터 사회주의파까지 이상주의를 지향하는 이스라엘인은 미국인의 쾌락주의를 곧잘 개탄한다. 반면 미국인은 이스라엘인을 약간 교양 없다고 생각한다.과거엔 거리가 문제가 됐다. 텔아비브에서 뉴욕으로 가려면 바다를 두 개나 건너야했다. 그러나 지금은 온라인으로 모든 소식을 실시간 추적할 수 있다. 이스라엘인이 ‘사우스 파크’ 새 시즌이 두 주 늦게 이스라엘에서 방영된다는 사실에 불만을 표하는 시대다. 구식 문화층이 새로운 문화층과 뒤섞인다. ‘모비딕’부터 ‘매드멘’까지 이스라엘인은 미국 문화를 시대 구분 없이 즐긴다.그러나 이스라엘이 미국의 식민지가 된 적은 없다. 이스라엘인은 예루살렘에 들어선 맥도날드 매장 1호 앞에서 시위할 필요성을 느끼지 않았다. 대신 이스라엘인은 미국적인 모든 것 중에서 마음에 드는 것을 선택해서 변형하고 개조했다. 이스라엘의 IT 거점인 ‘실리콘 와디(wadi·히브리어로 계곡이란 뜻으로 텔아비브 인근 헤르츨리야를 가리킨다)’는 규모는 작지만 대담하게 미국 실리콘 밸리와 겨룬다. 최근에는 이스라엘 TV도 도약했다. 자그마한 문화가 글로벌 문화에 창의적으로, 그리고 불손하게 대응할 수 있으면 견실하다는 뜻이다. 이스라엘이 창의적인 불손함을 수출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내기를 기대한다.더 어려운 문제를 생각해 보자. 2011년 여름 이스라엘인의 시위는 미국의 ‘월스트리트 점령’ 시위보다 앞섰고 어느 정도는 그 시위에 영감을 줬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거리 시위는 더 평화롭고 대다수 국민이 참여하며 더 효과적이다.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이스라엘인은 미국의 첨단기술을 좋아하지만 미국 사회제도는 ‘시대에 뒤졌다’고 생각한다.미국 TV 만화 시리즈 ‘심슨네 가족들’에서 미스터 번스가 “이게 미국이야! 미국에선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정의야”라고 말하면 이스라엘 시청자는 무릎을 친다. 이스라엘인 대다수는 미국의 정치 풍자는 물론 안정된 헌법과 시민권을 높이 사지만 이스라엘 자체의 사회정의를 세우는 바탕은 다른 곳에서 찾으려 한다.이스라엘인이 미국인이 되고 싶다는 꿈을 은밀하게 꿀까? 사실 이미 많은 이스라엘인이 그 꿈을 실현했다. 그러나 대다수 이스라엘인은 유명한 현지 음악밴드 에스닉스(Ethnix)의 노랫말에 박수를 친다. “우리의 현실은 미국이 아니야 / 미국은 세계의 다른한 곳에 불과해 / 생각하기 나름이야 / 아메리칸 드림을 원한다면 이곳에도 꿈이 있지.”따라서 미 국무부가 까다로운 비자 요건을 없애고 이스라엘 이학사 학위를 가진 모든 사람에게 영주권을 준다고 해도 이스라엘인 모두가 미국으로 건너가지는 않는다. 이스라엘의 의료 시스템은 미국보다 훨씬 낫다. 또 이스라엘의 애국주의가 다소간 손상됐다고 해도 여전히 건재하다.그렇다면 팔레스타인 문제는 어떤가? 이스라엘을 가장 좋아하는 미국인이라고 해도 이스라엘의 46년 간 팔레스타인 점령을 잘못된 일로 생각한다. 미국 서부개척 시대에는 이런 슬로건이 유명했다. “쏴야 한다면 쏴라. 하지만 말은 하지 마라.” 이스라엘은 그말 그대로 지금까지 계속 쏘기만 하고 적과 대화는 거의 하지 않았다.오슬로 평화협정을 파기한 쪽이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인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인지 아직도 확실치 않다. 그러나 이스라엘인은 지도자들이 종종 미국에서 돈과 무기를 받고 조언은 거절한다는 사실을 잘 알며 이 게임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궁금해한다.이스라엘 정부가 미국과 갈등을 일으키고 있는가? 그건 아니다. 그렇다면 앞으로 그럴 가능성이 있을까? 그럴지도 모른다. 미국은 급속히 변하고 있다. 중동은 불타고 있다. 미래를 내다보는 이스라엘인은 현재의 별자리가 크게 달라지리라는 사실을 잘안다. 그러나 오바마가 예루살렘을 방문했고, 네타냐후도 여러 차례 미국을 방문했다. 현재로선 이스라엘과 미국의 특별한 관계가 난공불락인 듯하다. 한계점이 있다고 해도 아직은 아니다.미국인이 이스라엘을 보고 자신과 비슷한 게 있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인은 이스라엘의 다른 속성도 인정해야 한다. 이스라엘이 자신들의 방식을 짜증날 정도로 고집하는 것이 미국인의 눈에는 이상하게도 매력적으로 비친다. 그런 매력은 기독교인의 이스라엘 사랑, 민주적 친밀감(때로는 민주적 결손), 유대계 미국인이 얻어낸 지위로 구성된다.이란의 마무드 아마디네자드와 그의 수하들이 잘못 생각하듯 이스라엘이 미국의 꼭두각시라고 생각하는 미국인이 있다면 생각을 고쳐 먹어야 한다. 이스라엘의 뻔뻔한 대담함, 모방하거나 복종하기를 거부하는 마음가짐이 미국인에게 자신의 내면을 상기시킨다. 이스라엘은 꼭두각시 나라가 될 능력이 아예 없다. 그러기엔 너무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옹고집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너무 요령 없는 은유다.유대계 미국인이 양국 관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우리 세대는 ‘멀리 미국에 있는 삼촌’의 무릎 위에서 자랐다. ‘엉클 샘’이 아니라 ‘엉클 슈무엘’을 말한다. 우리는 슈무엘이 샘의 일부가 되기를 얼마나 원했는지 몰랐다. 요즘 슈무엘의 손주가 전통에 따라 성서에 나오는 이름을 취하기도 한다. 자신 만만한 그들 세대는 앞으로 새로운 시각으로 이스라엘에 회의를 품을 것이다.물론 이스라엘인은 미국에서 일방적으로 이스라엘을 지지하지 않고 건전한 비판을 하는 친이스라엘 로비단체 제이 스트리트 같은 새로운 목소리와 자칭 ‘친 이스라엘’ 전통주의자 사이에서 날로 증폭되는 갈등을 잘 안다. 이스라엘인 일부는 그런 점을 불안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나머지는 이스라엘의 내부 논란이 마침내 미국의 여론에 반영된다는 사실에 안도한다.이스라엘인이 ‘반이스라엘’로 간주되지않고 정부를 비판할 수 있다면 해외의 친구들도 그러지 못할 이유가 없다. 훨씬 더 흥미로운 점은 이스라엘에 매료되는 비유대계 미국인이 많다는 사실이다. 미국의 이스라엘 정책을 이기심과 유대계의 로비로만 설명하는 것은 반유대주의자들이 유대인을 두고 돈만 긁어모으는 사람들로 설명하는 것과 다름 없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이스라엘-미국 관계는 현대사에서 재래적인 국익만이 아니라 담백한 가치의 측면에서도 강렬한 정서의 역할을 연구하는 최고의 실험실 중 하나다.그래서 장기 기억이 필요하다. 오바마 대통령의 예루살렘 연설을 들은 이스라엘 학생들은 토머스 제퍼슨이나 테디 루스벨트에 관해서는 거의 모를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역사관은 획득형질이다.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궁극적으로 최근의 사건들보다 우선한다.이스라엘-미국 관계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사건이 많았다. 헨리 키신저 전 국무장관은 지금 우리가 말하는 ‘엄한 사랑(tough love)’의 모범을 보였다. 그는 1973년 아랍국들의 이스라엘 습격으로 촉발된 욤키푸르 전쟁 후 이스라엘-이집트 정전을 인내심 있고 다소간 고압적인 자세로 중재했다.지미카터 전 대통령은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평화를 사랑스럽게 감독하다가 매정하게 이스라엘을 비판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오슬로 평화협정의 전성기부터 암살된 이츠하크 라빈 전 총리의 장례식까지 이스라엘과 함께 했다. 클린턴은 추도사를 ‘샬롬차베르”라는 두 마디로 끝냈다. ‘안녕! 친구여’라는 뜻이다. 그 말이 유행어가 됐을 정도로 그는 이스라엘을 사랑했다.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은 이라크와 전쟁을 벌이면서 가자 지구 철수를 지지해 이스라엘에서 찬사와 비판을 동시에 받았다. 그러나 카터,

2013.05.06 17:24

6분 소요
Brazil’s Trial of the Century 브라질 ‘세기의 재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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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정계 엘리트들에게는 단순히 형사적 성격의 민사소송(Penal Action Case)이지만 브라질의 보통 사람들에게는 세기의 재판이다. 일상 대화에선 멘살렁(월급처럼 뇌물을 뿌린 스캔들)으로 불리는 이 사건에 전 고위 공직자와 유명 기업인 40명 가량의 운명이 걸려 있다. 돈세탁으로부터 지지표매수까지 온갖 중죄를 저지른 혐의다. 현재 대법원에서 재판이 진행 중이다. 수많은 브라질인이 재판의 전 과정을 실시간으로 예의 주시한다.하지만 이 사건은 피고인 37명의 운명을 결정 짓는 재판 이상의 의미가 있다. 라틴 아메리카 최대 강국의 법치와 민주주의의 성숙도에 관해 많은 사실을 말해줄 듯하다. 브라질 대법원 판사 11명은 페르난두 콜로르 지 멜루 전 대통령의 재판 이후 이렇게 뜨거운 관심을 받은 적이 없었다. 멜루는 1992년 갖가지 비리 혐의를 받고 불명예 퇴진했다(나중에 부패혐의를 벗었다). 하지만 이번 멘살렁의 범위와 영향은 잠재적으로 훨씬 더 큰 파장을 몰고 올 전망이다. 검찰 측에 따르면 의회로부터 대통령궁까지 정계 전반이 연루됐다.멘살렁은 2005년 사소한 사건으로부터 시작됐다. 체신부의 중급 관료가 관급계약에서 특정 사업체에 특혜를 주기로 약속하는 대가로 많지 않은 뇌물(1500달러 선)을 받아 챙기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그 다음이 문제였다.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당시 대통령의 고위 측근들은 그 스캔들이 터지자 오리발을 내밀었다. 그러자 도둑 정치인들의 정치적 대부(the kleptocrat’s political godfather)인 중진 의원 호베르투제퍼슨이 발끈했다. 룰라의 다수당 연립정부에서 소수파 보스였던 그는 브라질리아에서 대대적인 지지표 매수 공작이 펼쳐졌다고 폭로했다. 집권 노동당 고위층이 의회에서 정부 정책을 지지하는 의원들에게 매달 돈다발을 뿌렸다고 비난했다.명백한 증거는 부족했지만 그는 그 뇌물 사건을 아주 상세히 묘사했다. 은밀한 공간에서 돈다발이 든 서류가방이 오간 일 등이다. 그 스캔들은 갈수록 커져 룰라 시절의 주제 디르세우 정무장관을 비롯한 일단의 고위관료가 옷을 벗었다. 검찰총장은 훗날 디르세우를 가리켜 “고급 범죄조직의 우두머리”라고 불렀다. 대법원이 혐의를 인정하면 디르세우를 비롯한 피고인들은 모두 수백 년에 달하는 실형에 처해질 수 있다. 그리고 룰라가 재판대에 서지는 않지만 브라질에서 절정의 인기를 구가하며 지금까지 만인의 사랑을 받던 보통사람 이미지가 크게 훼손될 수도 있다.브라질리아에서 지지표 매수는 뉴스거리도 아니다. 대통령이 의회에서 과반수의 지지를 받는 일이 드물다. 따라서 의원들에게 지지를 얻으려고 굽실거리고 흥정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의원들은 양말을 갈아 신듯이 지지대상을 바꾼다. 부패는 비대한 관료체제가 제공하는 기회의 변화를 따라 끊임없이 적응해가는 하나의 과정이라는 지적도 있다. 정당의 “창설 목적이 국민의 대변이 아니라 공직확보”라고 브라질 사회학자 데메트리우 마그놀리가 최근 상파울루에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말했다. 대표적인 예가 2만4000개에 달하는 공무원 일자리다.채용과 해고가 전적으로 대통령 개인의 재량에 달려 있다. 하지만 지난 10년 사이 부패가 감소했다는 증거가 있다. 2003년 이후 연방 감사원은 4000명에 가까운 공무원을 해고했다. 대부분 부패와 부적절한 행동이 원인이었다. 감사원은 또한 경쟁입찰에 참여한 2000개 가량의 기업과 3000명에 가까운 개인을 사업관행이 의심스럽다며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하지만 고위층의 입김이 여전히 많이 작용한다. “브라질은 중요한 갈림길에 놓여 있다”고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제툴리우 바르가스 재단의 정치 분석가카를루스 페레이라가 말했다. “부패를 척결하지 못하면 유전무죄(the rich are immune from punishment)이며 무전유죄, 흑인유죄(while jail is for the poor and black)라는 인식이 고착화된다.” 브라질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이야기다.

2012.08.28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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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놈’과‘의적’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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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교의 영향을 많이 받던 과거에는 ‘도둑놈’이란 말이 큰 욕이었다. 무엇보다 사람을 죽인 자는 ‘살인귀’ ‘살인마’라 해 인간이 아니라 아예 ‘귀신’ ‘악마’ 취급을 받았다. 인간의 기본 도리인 인륜을 저버린 이런 범죄자는 보통 사람과 달리 ‘더러운 피’가 그 자손에게까지 이어진다고 믿었다.죄가 없는데도 그 자손을 처벌하거나 배척하는 ‘연좌제’의 전통도 그래서 생겨났다. 하지만 도둑 중엔 부패하고 민중을 수탈하는 지배계층에 대한 저항감을 대리 만족시킨 ‘의적’도 있었다. 임꺽정, 홍길동, 일지매 등은 남의 물건을 훔쳤지만 부자에게서 물건을 훔쳐 가난한 이들을 도와 ‘반영웅’으로 떠올랐다.백성들의 분노는 부자와 관가를 공격하고 물건을 훔치는 의적들에게 투사(投射)됐고 백성은 그들을 자신과 동일시하면서 따랐다. 오늘날에도 우리 사회에는 범죄를 바라보는 이중적 시각이 존재하는 듯하다. 한동안 사회적으로 사형제도 폐지 바람이 일었지만 범죄자의 영구퇴출을 요구하는 국민의 성난 목소리에 밀려 좌절됐다.한편에선, 사회적으로 악명을 얻은 범죄자는 ‘네티즌 추격대’가 당사자는 물론 가족의 신상까지 낱낱이 찾아내 공개하는 세상이 돼버렸다. ‘현대판 연좌제’가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부자와 고관대작의 집을 털었던 조세형과 김강용은 ‘대도’라는 호칭으로 불리며 대중의 동정을 샀다.조세형은 오랜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한 뒤 한 기업의 고문으로 초빙됐고, 유명 전도사와 강사로 대접받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다. 물론 그가 일본에 건너가 또다시 절도행각을 벌이다 경찰의 총을 맞고 체포되기 전까지 그랬다는 말이다. 탈옥범 신창원이 경찰의 포위망을 피해 2년 넘게 도피생활을 계속하는 동안 인터넷에는 그의 팬 카페가 생겼고, 그를 주인공으로 한 만화책도 나왔다.오늘날에도 대중은 체제에 대항하고 지배세력을 유린하는 ‘반영웅 범죄자’의 출현에 환호하기도 한다. 교도소를 무장 탈옥해 한 가족을 인질로 잡고, 장시간 경찰과 대치극을 벌였던 지강헌 역시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말을 사회적으로 유행시키며 영화(‘홀리데이’) 속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단순히 얼굴이 예쁘다는 이유로 공개 수배된 여자 강도 용의자를 ‘얼짱 강도’라고 부르며 추종하는 사람들이 생겨났고, 악명 높은 범죄자의 옷차림 등을 흉내 내는 ‘블레임 룩’이 유행하기도 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범죄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관심과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이야깃거리다.그런데 근대 이전 한국의 전설이나 설화, 문학에서는 범죄 이야기를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대부분의 이야기에서 인간의 탐욕과 부도덕, 불륜이 상징적으로 묘사되고, 그 결말은 피해자의 원혼이나 저승사자 등 초월적 존재에 의해 응징되는 식이다. 이른바 ‘일벌백계’와 ‘권선징악’의 교훈으로 범죄를 억누르려는 분위기가 지배했다.한국 최초의 추리소설로 꼽히는 이해조의 ‘쌍옥적’은 유교 조선의 강한 통치력이 와해돼 가던 구한말(1908)에야 등장했다. 하지만 일제강점과 더불어 근대화가 진행되면서 한국 사회도 커다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다. 1923년 12월 30일 한 신문에는 다음과 같은 끔찍한 사건 소식이 실렸다.‘만취한 승려가 잠자던 동네 남자의 목을 칼로 찔러 살해한 후 배를 가르고 간을 꺼내 씹어 먹다가 이웃사람에게 들키자 칼을 휘두르며 난동을 부리다 체포됐다.’ 이듬해 2월에도 충격적인 범죄사건의 기사가 등장했다. ‘두 살짜리 아이의 목을 자르고 머리를 깨서 골을 꺼낸 후 팔, 다리와 생식기를 잘라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1927년에 창간된 ‘변태 심리’라는 잡지는 엽기적인 범죄사건에 대한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웅변한다. 당시는 외세 침략과 조선왕조의 붕괴, 일제 강점으로 인해 기존의 이념과 윤리, 규범이 무너지고 극도의 혼란에 빠진 ‘아노미 상태’였다고 하겠다.8·15 해방 이후엔 좌우 이념 대립과 한국전쟁, 군사 쿠데타와 독재 등 정치적 격변과 억압의 시대가 이어져 범죄마저도 얼어붙은 듯하다. 하지만 1963년 고재봉이라는 전직 군인이 일가족 6명을 도끼로 무참히 살해한 사건이 일어나 ‘살인귀’에 대한 사회적 공포심이 되살아났다.그 후로 사회를 경악시킨 사건이 잇따랐다. 1975년엔 전국을 순회하며 17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 김대두 사건, 1981년엔 체육교사 주영형이 초등학생 이윤상 군을 유괴 살해한 사건, 1982년엔 경남 의령에서 마을 주민 56명을 살해한 경찰관 우범곤의 무차별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나 ‘살인귀’ 공포는 한동안 계속됐다.그 정점은 아마도 1986년부터 1991년까지 6년 동안 계속 발생한 ‘화성 연쇄 살인사건’일 듯하다. 10명의 여성이 성폭행을 당한 뒤 잔혹하게 살해됐지만 아직 미해결 상태로 남아있는 이 사건은 영국의 ‘살인마 잭(Jack the Ripper)’을 연상케 하면서 영화와 연극으로도 재연돼 사회적 공포를 확대 재생산했다.1990년대에는 ‘지존파’ ‘막가파’ 등 사회에 대한 불만을 무차별적인 살인으로 표출한 조직적 살인 범죄집단이 등장해 충격을 주었다. 2000년대에는 유영철과 정남규, 정성현에 이어 미국의 연쇄살인범인 테드 번디(Tedd Bundy)와 비교되는 강호순까지 여성을 대상으로 한 연쇄살인사건이 꼬리를 이었다.연쇄살인(serial murder)이 냉각기를 거쳐 살인을 계속하면서 온 사회를 지뢰밭을 걷는 듯한 공포에 빠트린다면, 여러 명을 한꺼번에 죽이는 다중살인(mass murder)은 핵폭탄 같은 충격을 불러온다.우 순경 총기 난동 사건의 충격이 사람들의 뇌리에서 잊혀져 갈 무렵인 2003년 2월, 김대한이라는 56세 남자가 대구 지하철에서 인화물질이 가득 든 통에 불을 붙여 198명을 살해하고 147명에게 중상을 입히는 충격적 사건이 발생했다. 미꾸라지 한 마리가 저지른 범죄가 2002 월드컵의 성공적인 개최를 자축하던 한국 사회를 애도와 분노, 상실감에 휩싸이게 만들었다.한국인과 한국 사회 전체에 외상(trauma)을 입힌 이 사건의 악몽은 4년 2개월 후 미국의 버지니아 공대에서 발생한 끔찍한 다중살인사건으로 되살아났다. 교수들과 학우들을 강의실에 몰아넣고 무차별 총격을 가해 32명을 살해하고 29명에게 중상을 입힌 범인이 한국계 이민자인 조승희였기 때문이다.아홉 살 때 가족을 따라 미국으로 이민한 조승희는 인격 형성기 대부분을 미국에서 보냈고 그 스스로 1999년 발생했던 ‘컬럼바인 고등학교 총기살인’ 범인들을 추종한다고 밝혔다. ‘미국에서 발생한 미국인 범행’이지만 ‘혈통’을 중시하는 한국 사회는 그를 ‘한국인’으로 여겼다.2008년 10월엔 서울 강남의 한 고시원에 불을 지르고 대피하는 피해자들에게 마구 칼을 휘둘러 6명을 살해하고 7명에게 중상을 입힌 정상진의 범행이 발생해 소위 ‘묻지마 다중살인’에 대한 공포가 이어졌다. 1980년대 이후 계속된 끔찍한 연쇄살인과 다중살인의 충격과 공포는 한국을 더 이상 ‘동방예의지국’이라 할 수 없다는 반성과 자각을 불러왔다.이를 통해 급격한 산업화와 서구화, 경쟁 지상주의가 낳은 물질만능주의 풍조와 사회적 소외자 및 낙오자의 증가, 핵가족화로 인한 전통적 대가족과 이웃 공동체의 붕괴, 그리고 빈부격차가 나은 사회갈등에 대한 냉철한 분석과 대안 모색을 요구하는 사회적 목소리도 커졌다. 엽기적인 강력사건이 계속 일어나면서 대중의 관심도 사실적인 범죄 이야기에 대한 갈증으로 이어졌다. 문학계에선 1980년대 김성종의 뒤를 잇는 추리소설이 뜸해지고, 방송에서는 1984년에 종영된 수사반장 이후 한국형 범죄 드라마가 한동안 방영되지 않았다.하지만 최근 들어 ‘CSI’, ‘크리미널 마인드(Criminal Mind)’ 등 미국 드라마(미드)가 시청자의 눈과 마음을 사로잡는다. 해외에서 수입한 이들 범죄 드라마의 범람은 긍정적 효과와 부정적 효과를 모두 낸다. 무엇보다도 우리 경찰에 ‘미드처럼’ 치밀하고 과학적으로 범죄를 수사하고, 적정한 절차를 준수하고, 인권을 존중하는 사법 절차를 개선하라는 요구가 빗발친다.반면, 신문과 방송뉴스는 미드 못지않은 구체성과 실감 나는 그림을 보여줘야 한다는 강박 관념이 지나친 범죄보도를 불러 피의자 가족과 피해자의 사생활 노출, 범죄 수법 공개, 범죄 공포의 무차별 확산, 여론재판 현상을 불러온다. 영화 ‘살인의 추억’ ‘그놈 목소리’ ‘추격자’ 등 범죄 영화의 대흥행은 우리 사회에 그동안 ‘사실적 범죄 이야기’에 대한 갈증이 얼마나 컸는지를 여실히 보여준다.‘한국형 CSI효과’는 일반인들의 ‘범죄 수사에 대한 참여 욕구’로도 이어졌다. 경찰직과 법과학, 범죄심리학 등 관련 학문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늘었다. 전국 대학 중 ‘경찰 관련 학과’를 설치한 대학의 수가 80개를 넘어섰고, 순경 채용시험에 대졸 이상의 고학력자가 대거 몰려 남자는 30대1, 여자는 200대1의 높은 경쟁률을 보인다.‘현대판 셜록 홈즈’라고 할 ‘프로파일러’가 되겠다는 청소년들이 급증하기도 한다. 오늘날 한국 사회는 바야흐로 ‘범죄 이야기 열풍’에 휩싸였다고 할 만하다. 물론 종래의 유교적 엄숙주의로 범죄 이야기를 금기시하던 관습도 문제지만 그와 반대로 지나친 ‘범죄 상품화’도 문제라고 하겠다(마치 ‘신종 플루’의 안전불감증만큼이나 지나친 공포심과 과잉대응도 문제인 것처럼 말이다).질병과 마찬가지로 인간 사회의 범죄 문제를 ‘무시하거나 지나치게 부풀리기’보다 정확히 이해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성숙한 노력이 필요하다. 범죄자를 괴물로 여겨 극단적인 혐오감을 쏟아내는 분위기도, ‘사회악에 저항하는 투사’로 미화시켜 숭배하는 극단적인 사회 분위기도 우리 모두가 극복할 대상이다.

2009.11.04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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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예비주자들의 ‘부자관’②] “깨끗한 부자들이 존경받는 사회 만들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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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대표주자 중 한 사람인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더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평화는 돈이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이 지난 5월 자신의 출판기념회 때 내건 슬로건이다. 한반도에 평화체제가 구축되면 분단 비용을 줄일 수 있고 다시 경제발전을 추동할 수 있다는 정치적 메시지다. 그가 쓴 책의 제목은 ‘개성역에서 파리행 기차표를’. 이날 행사는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최근 열린우리당을 떠난 그가 과연 범여권의 단일 후보로 부상할 수 있을까? 정 전 의장은 정치인으로서 자산이 많은 사람이다. 친화력이 뛰어나고 대중성도 강하다. 메인 뉴스 앵커 출신이라 미디어를 활용할 줄 알고 신뢰성도 높다. 정 전 의장의 부자관은 지난 대선 후보 경선 당시 그가 주장한 청부론(淸富論)에 집약돼 있다. 깨끗하게 돈을 모은 부자는 사회적으로 존경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깨끗하게 모은다는 말은 재산 형성 과정이 투명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나아가 그렇게 모은 돈을 다른 사람들과 나눌 때 우리 사회가 공동체를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것 같다. 나누는 행위를 통해 사회의 공동선(共同善 · Common good)에 이를 수 있다는 생각이다. 종합부동산세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찬성하지만 1년 만에 과세 대상 기준을 낮춰 조세저항을 부른 것은 시행착오였다는 입장을 보였다. 부유세는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니라고 잘라 말했다. 포브스코리아가 정 전 의장과 서면 인터뷰를 했다. 우선 그의 부자관을 들어보자. “ (이미숙 저 · 김영사)이란 책의 서문에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 실려 있습니다. ‘부유한 사람이 부를 자랑하더라도 그 부를 어떻게 쓰는지 알기 전엔 그를 칭찬하지 말라.’ 우리 사회에 돈 많은 사람은 많지만, 돈 잘 쓰는 부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부자들이 사회 전체를 위해 기부를 하고 봉사도 할 때 우리 모두의 삶이 풍요로워집니다. 그래야 존경받는 부자도 되고요.” 그는 부자가 갖춰야 할 덕목으로 사회적 책임을 강조했다. 또 부자를 기업가와 동일시했다. “기업은 사회 속에서 태어나고 자라 돈을 법니다. 기업의 기부와 봉사활동은 사회를 건강하게 만들고 그런 환경이라야 기업도 더 건강해질 수 있어요. 그런데 과거 우리나라 부자들은 그러지 않았습니다. 재산 형성 과정이 불투명했고 그래서 이들을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도 곱지 않았죠. 정경유착에, 특혜와 특권을 이용한 부의 축적으로 재벌과 대기업에 대한 비판이 많았지 않습니까? 일부 재벌은 상속 과정이 편법적이고 증여세를 제대로 내지 않아 지탄을 받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존경받는 부자가 많지 않은 게 현실입니다.” 지난해 2월 포브스코리아가 실시한 ‘한국인의 부자관’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은 부자를 존경하지 않습니다(응답자의 89.2%).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재산을 모았다”고 생각(79.4%)하기 때문이죠. 부의 축적이 정당하게 이뤄지려면 어떤 조건이 갖춰져야 합니까? “반칙은 반드시 엄하게 응징당한다는 선례를 남겨야 합니다.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권력자든 평범한 사람이든 정해진 규칙은 똑같이 엄정하게 지켜야죠.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말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해야 합니다.” “경주 최부자는 한국적 노블레스” 우리나라엔 존경할 만한 부자가 없나요. “왜 없겠습니까? 부자는 3대를 못 넘긴다는 말이 있는데, 경주 최부자집은 300년이 넘도록 존경받았습니다. 3대가 아니라 10대가 넘도록 부를 유지한 것은 ‘만석이 넘는 재산은 모으지 않고, 진사보다 높은 벼슬은 하지 않는다’는 가문의 원칙을 대대로 지켰기 때문이에요. 권력을 멀리하고 도를 넘는 재산은 사회를 위해 씀으로써 인심도 얻고 부도 유지할 수 있었던 거죠. 현대를 살아가는 부자들도 새겨야 할 모습입니다.” 외국의 부자 중에서는 누구를 높이 평가합니까. “미국 마이크로소프트(MS)사의 빌 게이츠 회장은 280억 달러가 넘는 어마어마한 재산을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따 설립한 ‘빌 앤 멜린다 복지 재단’에 기부해 개발도상국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세계적인 투자가인 워런 버핏도 지난해 자기 재산의 85%에 이르는 374억 달러를 빌 게이츠 부부가 운영하는 재단에 기부하기로 했습니다. 기부와 사회 봉사로 존경받는 부자의 모습을 보여준 이들이야말로, 저는 미국 사회를 건강하게 이끄는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정 전 의장은 우리나라의 일부 기업인들이 하는 기부는 순수하지 못하다고 보는 듯했다. 사회적으로 지탄받을 행동을 해 곤경에 처하게 되면 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거액을 기부하는 일이 잦다는 것이다. “사실 자발적으로 큰 돈을 기부하거나 사회 봉사를 오래한 기업인은 흔치 않습니다. 요즘은 기업 이미지를 개선하기 위해서 또는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봉사 활동을 하는 경우가 늘고 있는데,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나라당의 유력한 예비 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은 감세론을 펴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도 인상적인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를 풀고 법 · 원칙을 세우자) 공약의 머리에 감세를 배치했다. 그러자 노무현 대통령이 최근 원광대 강연에서 “이 전 시장의 감세론에 절대 속지 말라”고 각을 세웠다. 세금을 줄인다면 형평성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종합부동산세가 도마에 오를 만하다. 대선 예비 후보 검증 차원에서 정 전 의장에게 종부세 등에 대한 입장을 물어봤다. 종합부동산세는 어떻게 봅니까. 종부세 자체, 그 부과 방식 내지는 부과 수준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보유세 강화 원칙엔 찬성합니다. 그동안 재산세 부과가 현실을 제대로 반영 못 해 부동산 투기를 방조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런 점에서도 종부세 도입은 바람직하다고 봅니다. 그러나 2004년 말 종부세를 처음 도입할 때 기준시가 9억원 이상의 주택이던 부과 대상을 1년 만에 6억원 이상으로 확대해 급격한 세부담 증가를 야기함으로써 조세저항을 유발한 점은 아쉽습니다. 정부는 정책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 인내력과 일관성을 보여줘야 합니다. 부동산 투기를 막겠다는 의욕이 앞서 너무 급하게 기준을 변경하지 않았나, 그런 아쉬움이 남습니다.” 진보 정당 쪽의 부유세 도입론은 어떻게 보나요. “아직 검토할 단계가 아닙니다. 지금도 소득세 체계가 누진적이라 많이 버는 사람은 세금을 더 내게 돼 있어요. 부유세에 대해서는 더 많은 논의와 검토가 필요합니다.” 나라 살림도 같은 값이면 이재에 밝은 사람이 꾸리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정치를 하지 않고 돈을 벌었다면 재산을 얼마나 모았을까요. “정치에 뛰어들기 전 기자 생활만 18년 했습니다. 샐러리맨이 재산을 불리는 데는 한계가 있어요. 돈은 불편하지 않을 만큼만 있으면 된다는 옛 어른들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크게 욕심 내지 않고 순리대로 살았습니다. 생활에 불편이 따르지 않을 만큼의 여유만 있으면 만족할 수 있습니다.”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온 그는 대학 시절 이야기를 들려줬다. 당시 그는 지금은 고인이 된 어머니와 평화시장에서 옷장사를 했다. 아동복을 납품하는 일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그래도 한때 “시장에서 장사를 해볼까” 하고 고민한 적이 있었다고 그는 털어놓았다. 어머니는 남편이 일찍 세상을 떠나 고생을 많이 했다. 네 아들을 키우고 가르쳐야 했기 때문이다. 그는 “나보다 동생들이 어려움을 훨씬 더 많이 겪었다”며 “맏이로서 지금도 동생들에게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뭐든 끝장을 보는 성격이니까 아마 사업도 하면 잘했을 겁니다. 평화시장에 가게 하나는 열지 않았을까요?” 200자로 압축한 나의 부자관 나는 지난 2002년 대통령 후보 경선 당시 ‘청부론(淸富論)’을 주장했었다. 깨끗한 부자는 존경받아야 한다는 것이 그 골자다. 과거엔 ‘정경유착과 불투명한 부의 축적 과정’으로 인해 부자라고 하면 무작정 질시하고 비판하는 시각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 경제도 많이 발전해 세계 11위권에 들어섰다. 한 단계 더 도약하려면 ‘부’를 보는 시각도 새롭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즉 제대로 형성된 부와 그 부를 제대로 쓰는 부자는 존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의 재산 명세 선산 · 아파트등 10억8,000만원…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은 배우자 명의의 재산까지 합쳐 보유 재산 총액이 10억8,000만원이라고 밝혔다. 이 중에 9억7,940만원이 정 전 의장 명의의 재산이다. 부동산은 고향인 전북 순창 · 임실의 야산과 서울 도곡동에 아파트(사진)를 보유하고 있다. 도곡동 MBC한신아파트(전용면적 42평형)의 재산 가치를 정 전 의장은 6억8,000만원으로 평가했다(기준시가 기준). 국민은행이 제공하는 ‘KB 아파트 시세’에 따르면 실거래가는 10억6,000만원. 그는 이 집을 3억9,000만원에 세 주고 서대문구 홍은3동 신원지벤스타 아파트(임차보증금 5억5,000만원)에 세들어 살고 있다. 예금과 현금 보유액은 부인 민혜경 씨 명의의 것까지 합쳐 2,270만원이다. 보험 가입액은 9,260만원. 대출금과 채권을 상계하면 3,000만원의 빚이 있다. 정 전 의장은 경기도 일산에 부인 명의의 14평짜리 상가가 하나 있다. 평가액이 1억500만원(기준시가)인 이 상가를 그는 1,500만원에 세 놓고 있다. 애초 부인이 피아노학원을 하려고 분양받았는데 그가 정치에 입문하면서 세를 줬다고 한다. 승용차는 2005년식 에쿠스(3,500cc)와 부인이 타는 2000년식 그랜저 승용차(2,000cc) 두 대를 보유하고 있다. 도곡동 아파트 값을 시세로 평가하면 정 전 의장의 재산은 14억6,010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는 재테크는 따로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절약하는 것 말고는 재테크의 노하우라고 할 만한 것도 없다고 했다. “새삼 관리하고 불릴 만한 재산도 없습니다. 어떻든 집 사람한테 맡겨놨는데 집사람이나 저나 재테크엔 별 재주가 없는 것 같아요. 그저 ‘절약하면 작은 부자는 된다’는 옛말대로 아끼려고 애씁니다. 재테크도 모르고 시간도 없는 저 같은 사람은 절약하는 게 최고의 재테크예요.”

2007.07.06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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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한 사랑] 매춘부가 헤프게 웃을 때…

산업 일반

매춘에 관계된 각종 서적에 의하면 매춘은 구미 여성에게 부끄러운 직업이라는 인식이 희박하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국내에 입국한 백인 여성 가운데도 매춘을 목적으로 입국한 유럽인의 수가 적지 않다고 들었다. 필자가 베이커리에서 식빵을 사면서 만난 파란 눈과 백색 피부를 가진 두세 명의 러시아 여성에게 직업이 무엇이냐고 물었던 일이 있다. 그러자 그녀는 ‘entertainer’ 라고 대답했다. 그 후 다시 그곳을 들렀을 때 빵집 주인은 이 날씬한 몸매를 자랑하는 미녀들의 신분이 매춘부라고 귀띔해주었다. 늙은이가 함부로 접근했다가 망신당한다는 노파심에서 일러준 경고였을 것이다. 최근 10여 년 사이 공산권의 연쇄적 붕괴로 매춘 길에 나선 젊은 여성들이 해외로 진출하고 있으며 특히 남성들의 씀씀이가 헤픈 한국이 그 목표임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하지만 경제 사정이 나쁜 나라에만 매춘부가 폭증하는 것은 아니다. 세계 제일의 부국인 미국은 어딜 가도 창녀들이 많다. 필자가 의료문제 프로를 제작하기 위해서 리포터로 미국에 갔을 때도 알몸에 외투만 걸친 창녀가 호텔 바에서 술을 마시는 손님을 상대로 대담하게 유객(誘客) 행위를 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1년 사계절 관광객이 그치지 않는다는 하와이에서도 일본인인 줄 알고 필자 일행에게 “아소비마쇼(놀다 가세요)” 하며 추근대는 금발의 창녀들을 만났다. 대중잡지에 소개된 미국의 창녀 단속반의 한 여자경찰관 경험담을 보면, 그녀들을 단속하면서 겪는 곤혹스러운 일은 “내 물건을 내가 팔았는데 뭐 잘못된 것이 있느냐”라는 창녀들의 항변이라고 한다. ‘당신네들이 노동을 제공한 후 받는 보수로 생활하듯 우리도 육체노동을 하며 살아간다’는 논리에 걸맞은 적절한 대응 논리가 아직 없다고 털어놓는 것을 보았다. 매춘의 부당성을 설파하자면 왜 논리가 없을 것인가만은 그 수준의 여성들에게 가장 또렷하게 그 부당함을 납득하게 할 간단명료한 논리가 없다는 것이다. 매춘의 사회악으로 거론되는 첫째가 그녀들이 없었더라면 차분히 직장과 가정생활에 안주했을 가장들의 마음에 음란성을 심어놓는다, 둘째 지역사회의 풍기가 문란해지고 이것은 2세 교육에 심각한 지장을 가져온다, 셋째 각종 성병을 만연시킨다는 것인데 이 모든 것은 매춘만이 짊어질 짐이 아니라는 것이 그녀들의 주장이다. 최근의 프리섹스 풍조는 창녀보다 남성의 음란성을 부채질해 가정파탄의 위험성을 제고하고, 처음부터 성병 감염을 염두에 두고 대처하는 매춘보다 무방비 상태에서 옮겨주고 옮겨 받는 성병균은 자유연애 쪽에 더 많다는 것이 매춘 옹호론자들의 주장이다. 창녀 사회악의 주동자들은 ‘창녀가 범죄를 유발한다’는 항목이 끼어있는데 이것도 사실을 규명해 보면 창녀가 개입되지 않은 범죄가 개입한 것보다 비교조차 할 수 없을 만큼 더 많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그 조사에서 20~40세의 젊은 여성은 범죄율이 매우 낮다는 것이 판명되었다고 한다. 또 빈곤을 이유로 자행되는 생계형 범죄로 보면 여성은 강도나 절도보다 차라리 매춘의 길을 택한다는 것이 범죄 유발론을 반박하는 좋은 자료로 제시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요즘 범죄자들이 곧잘 내뱉는 ‘무전유죄, 유전무죄’라는 것을 보면 사회가 좋아지면 범죄도 없어질 것이라는 안이한 생각을 갖게 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는 것을 엔리코 페르리 박사의 『범죄사회학』이라는 저서를 보면 곧 알게 된다. 실제로 대부분의 창녀는 생활고를 그 탈선의 첫째 사유로 거론하지만 또 다른 조사에 의하면 육체를 빌려주고 화대를 받는 일에서 어처구니없게도 강렬한 기쁨과 쾌락을 느낀다. 그녀들이 매춘에서 발을 빼지 못하는 것은 음학성(masochism)을 내포한 이상성애(異常性愛) 때문이지, 매춘 조직의 철저한 감시체제 때문이 아니라는 것이 서구 사회에서의 매춘 실정이다. 그런 의미에서 창녀들의 정신의학적 치료가 선결 문제라는 것이 학계의 주장이다. 창녀가 성범죄를 감소시킨다는 사회 기여의 측면도 인정해야 한다. 선진 강대국에 모두 창녀가 존재하는 것은 그런 포지티브 기능을 고려한 결과일 것이다.

2007.04.16 11:35

3분 소요
자본금 50억-상장회사 과장급 이상 뇌물·횡령·배임죄 처벌 크게 강화

산업 일반

당신은 화이트칼라인가? 대부분의 사무직 샐러리맨은 그렇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법관이 생각하는 화이트칼라는 조금 다르다. 최근 사법부에서 논의되는 ‘화이트칼라’는 ‘사회지도층’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화이트칼라 범죄’를 ‘사회지도층 범죄’ ‘지배층 범죄’ ‘권력형 범죄’라고 부르기도 한다. 그러니까 생산직 노동자와 사무직 노동자를 나누는 블루칼라와 화이트칼라 개념은 ‘화이트칼라 범죄’ 논란과 정의부터 다르다고 보면 된다. 전국 처음으로 ‘화이트칼라 범죄 양형(量刑) 기준’을 마련한 창원지방법원의 기준을 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창원지법은 화이트칼라를 ‘세인의 존경을 받고 높은 사회적 지위에 있는 인사’로 정의했다. 구체적인 직종으로는 공무원, 사업주, 전문 경영인, 의사, 변호사, 학교재단 이사장 등을 들었다. 이들이 직무과정에서 저지르는 뇌물죄, 횡령·배임죄 등에 대해 지금보다 더 엄정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는 게 골자다. 문형배 창원지법 부장판사는 “기업은 자본금 50억원 이상 또는 상장기업의 ‘과장’ 이상 임직원을 화이트칼라로 정의한다”고 설명했다. 문 판사는 “지역별 경제 규모에 따라 화이트칼라 기준은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창원보다 경제 규모가 큰 서울의 경우 화이트칼라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개별 판사의 재량에 따라 다르겠지만, 창원지방에서 이 화이트칼라 범위에 드는 사람이 뇌물 1000만원이라도 받았다면 집행유예를 기대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게 문 판사의 설명이다.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엄정한 실형 원칙’. 이런 분위기는 전국적으로 확산 추세다. 창원지법에 이어 부산지법과 전주지법도 유사한 양형 기준을 마련했다. 서울중앙지법 ‘양형연구위원회’는 최근 화이트칼라 범죄를 다루는 특별분과위원회를 구성해 연구에 들어갔다. “두산 판결 때 법관으로 치욕” 최근 분위기를 보면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사법부 입장은 거의 굳혀진 듯하다. “사회적으로 많은 것을 누린 이들이 행한 범죄는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어야 한다(김종대 창원지방법원장)”는 것이다. 천정배 법무부 장관, 이용훈 대법원장도 여러 번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그렇다면 검찰과 법원은 왜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이런 칼을 빼들었을까. 법관들은 “국민적인 사법부 비판을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한다. 김종대 창원지법원장은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엄단 조치는 어느 날 불쑥 튀어나온 것이 아니라, 법관들이 오랫동안 잠재적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공유했던 것이 현재화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지법의 한 일선 판사는 “두산 판결 직후 언론에 ‘재벌에 또 무릎 꿇은 법원’이라는 제목에 법관들이 큰 치욕을 느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여기서 두산 판결이란 박용성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혐의에 대해 지난 2월 법원이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사실 그동안 사회지도층에 대한 사법당국의 미온적인 양형은 줄곧 비난의 대상이 됐다. 잘 알려진 예만 보자. 분식 규모가 41조원이었던 대우그룹은 강병호 전 사장만 징역 5년을 선고받았고, 나머지 핵심 경영진은 대부분 집행유예로 풀려났었다. 1조8000억원 분식회계 사실이 밝혀진 하이닉스 경영진은 모두 집행유예, 1161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던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은 징역 3년에 집유 5년, 12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이중근 부영 회장은 징역 3년·집유 5년, 1조9000억원대 분식회계를 주도한 혐의로 기소됐던 최태원 SK회장 역시 징역 3년·집유 5년(현재 상고심 진행 중)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끝내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실낱같은 기대를 저버렸다’고 평가받는 두산그룹 박용성 전 회장 일가의 비자금 조성 사건에 대해 검찰은 불구속 기소, 법원은 1심에서 집유를 선고했다. “이때 국민의 비난이 쏟아졌고 법관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기업인뿐 아니다. 한 통계에 따르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정치인·고위 공무원·공기업 간부·법조인 가운데 징역형을 받은 10명 중 7명은 집행유예로 풀려났다. 선거법 위반으로 확정 판결된 국회의원 중 의원직이 상실되는 기준인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받는 비율은 약 25%에 불과하다. ‘불공정한 재판’ ‘유전무죄·무전유죄’. 법관들도 이에 동의한다. 지난해 말 노회찬 민주노동당 의원이 법조인 378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전체의 73%가 ‘형사재판이 공정하지 않으며 부유하고 지위가 높은 사람에게 유리하다’고 답했다. 문형배 판사는 이에 대해 “화이트칼라 범죄자는 유력한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 그리고 뛰어난 자문단과 변호인을 활용할 수 있고, 그를 이용해 수사와 유죄판결을 피해가곤 한다”고 설명했다. “법조의 기업 친화적 분위기도 기업가를 범죄자로 처리하지 않는데 일조한다”고도 했다. 화이트칼라 범죄는 1% 내외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법조계에서는 전체 범죄 비율 중 화이트칼라 범죄를 1% 내외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들 범죄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폐해가 일반 범죄보다 크다는 데 문제가 있다. 법조계에서 정리되고 있는 화이트칼라 범죄의 특징과 유형은 이렇다. 일단 화이트칼라 범죄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피해자가 분산되는 경향도 있다. 예를 들어 어떤 기업인이 횡령이나 배임을 했다고 치자. 누가 피해자인가. 살인이나 강도, 절도처럼 분명히 드러나는 한 사람의 피해자가 없다는 것이다. 대신 개인 피해자는 사소한 손실을 보고 해당 범죄자는 막대한 이익을 가져가는 특징이 있다. 조직적인 화이트칼라 범죄의 경우 책임자도 분산된다. ‘회장부터 부장’까지 관여했다면 누가 해당 범죄에 직접적으로 책임이 있는지 결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더욱이 범죄 자체에 ‘폭력성’이 없다 보니 화이트칼라 범죄자는 ‘위험한 존재’로 인식되지도 않는다. 범죄자인 자신도 ‘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설사 처벌받더라도 동료 사회에서 어떠한 상징적 제재를 받지 않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상당수 기업에서 화이트칼라 범죄를 저지른 이들이 고위 임원자리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성장과정과 환경 및 사회적 지위가 유사한 사법당국의 온정적 태도도 관대한 처벌의 한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시각도 있다. 범죄학 측면에서 보면 ‘화이트칼라 범죄’는 엄정한 양형을 하면 예방 효과가 크다고 한다. 생활범죄의 경우 가난 등이 해소되지 않는 한 아무리 엄정한 처벌도 일반 예방 효과를 보장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화이트칼라 범죄 같은 공리적 범죄(법 위반으로 인해 얻는 기대 이익이 법적 제재와 사회적 비난이라는 기대손실을 능가할 때 이뤄지는 범죄)는 처벌이 강화되면 예방 효과가 매우 크다는 것이다. 20억원을 횡령해 벌금 3000만원을 받고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를 생각하면 쉽다. 일부 통신업체가 줄곧 과징금을 맞고도 불법 마케팅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일반적으로 화이트칼라 범죄는 특정 조직의 공식적인 지원하에 이뤄지는 조직체 범죄와, 사적 이익을 위해 개인 혹은 소수가 공동으로 행하는 불법행위로 나뉜다. 조직체 범죄는 탈세,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상업적·정치적 뇌물, 관권 부정선거, 대학 입시부정 사건 등이다. 직업범죄는 횡령, 권력판매형 공무원 범죄, 공무원 사기·횡령, 변호사의 위증교사, 의사의 과다진료 행위 등 매우 다양하다. 결과적으로 이런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 기존 사법당국이 ‘온정주의’ 경향이 짙었다면 앞으로는 ‘처벌 수위’가 올라갈 가능성이 커졌다. 사법부가 계층 가르나 비판도 그러나 이에 대한 우려가 없는 것도 아니다. 기본적으로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중 처벌해야 한다’는 것에 반대하는 의견은 적을 것이다. 김종대 창원지법원장은 “양형 기준을 만들고 13개 시민단체와 간담회를 하면서 참석 인원 25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는데 95%가 지지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판사의 재량권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부터 나온다. 특히 일부에서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양형 기준을 ‘법’으로 만들자”는 의견이 나오면서 법관의 독립성 침해가 우려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법관들은 ‘양형 기준’을 법으로 묶는 것에는 대부분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사법부의 두 수장(천정배 장관, 이용훈 대법원장)이 직접 나서 챙기다 보니 법관들이 무리한 판결을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들린다. 최근 정몽구 회장의 구속 영장을 발부한 이종석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화이트칼라 범죄를 엄단해야 한다는 원칙과 불구속 수사 원칙의 충돌 사이에서 고민했다”고 털어놓은 것에서도 이 같은 분위기가 읽힌다. 일부에서는 “양극화 논쟁을 벌이면서 계층 갈등을 부추기고 있는 마당에 법 집행마저 계층을 가르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화이트칼라 범죄’와 관련해 법관들을 상대로 여러 차례 강연을 하고 있는 문형배 판사는 “미국은 이미 1930년대에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한 연구가 시작돼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여진다”며 “계층을 가르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 책임이 있는 사람들에게 보다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는 뜻이라고 반박했다. 당장 재계의 관심은 이 같은 화이트칼라 범죄 엄단 방침이 구속된 정몽구 회장에게 적용될 것인가 여부다. 이미 ‘경제 정의론’에 무게가 실렸고, 검찰과 법원이 뜻을 같이했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법관들이 스스로 “두산 판결에 치욕을 느꼈다”고 하고, 이런 분위기가 확산된다면, 정몽구 회장이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회장실에 출근하는 일은 당분간 보기 힘들 수도 있다. 창원지법의 ‘화이트칼러 양형 기준’ 들여다 보니 1000만원 이상 뇌물은 모두 실형 뇌물죄 양형 기준 ▶ 뇌물 수수액을 기준으로 한다. ▶ 뇌물 수수액이 1000만원 이상이면 집행유예 아닌 실형선고를 원칙으로 한다. ▶ 1000만원 이하인 경우 6개월 내외 실형선고를 원칙으로 하되 다른 요인을 참작해 집행유예 선고가 가능하다. ▶ 공무원 신분이 유지되는 선고유예 판결은 지양되도록 한다. ▶ 뇌물을 준 자가 수뢰자보다 우월적 지위에 있는 경우 실형선고를 원칙으로 한다. 원칙적 실형사유 뇌물을 적극적으로 요구한 경우, 뇌물 수수 전후로 부정한 업무집행이 있는 경우, 체계적·구조적·지속적인 비리인 경우, 뇌물을 준 자의 청탁 내용이 부정한 업무집행인 경우, 부패구조의 정점에 있거나 통로역할을 하는 경우, 인사청탁과 함께 부하직원으로부터 뇌물을 수수하는 등의 경우 금액과 관계없이 실형을 선고한다. 업무상 횡령 ▶ 범죄 주체를 기업 간부(대기업은 과장급 이상, 중소기업은 부장급 이상), 종교지도자, 학교재단 임원, 대학교수, 노동조합 간부, 의사·변호사·공인회계사 등 전문직업인으로 한정. ▶ 횡령 등으로 인한 이익 액수를 기준으로 한다. ▶ 피해금액 기준으로 1억원이면 징역 1년 내외, 5억원이면 징역 3년 내외, 25억원이면 징역 5년 내외를 선고한다. ▶ 형사합의가 돼도 실제로 피해 회복이 미흡한 경우 집행유예를 하지 않는다. ▶ 범죄로 인해 얻는 수익의 박탈이 필요한 경우 사안에 따라 벌금형도 병과한다. 집행유예 제한 사유 범인을 석방해 형을 집행하지 않는 경우 일반인이 법 감정상 도저히 용납되지 않을 경우 실제로 피해 회복이 됐더라도 실형선고가 불가피. 손해 액수가 이례적으로 높고 피해자에게 중대한 결과를 초래한 경우, 범행의 수단과 방법에서 드러난 범죄적 인성이 법 경시적 태도가 매우 높은 경우. 배임수재죄 ▶ 배임수재액이 3000만원 이상일 경우 형사합의가 되었더라도 실형선고를 원칙으로 한다. ▶ 양형 조건이 평균적이고 배임수재액이 3000만원일 때 표준양형으로 징역 8월 내지 수재액 상당의 몰수 또는 추징한다. ▶ 초범과 학력 여부는 양형에 고려하지 않는다. 원칙적 실형 사유 동종 전과가 있는 경우, 수재자가 적극적으로 요구한 경우, 직위·직무의 중요성이 매우 높고 공공적 성격이 있는 경우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죄 ▶ 해당 법률 18조(5~7년, 재산상 이득액의 2~10배 벌금 병과)에 맞는 엄정한 형의 선고 필요 원칙적 실형 사유 첨단전자제품 등 개발에 참여한 핵심 연구인력이 전직 제한규정을 어기고 경쟁회사나 경관한 법률 위반죄쟁국가로 전직·이주하는 과정에서 영업비밀을 유출하고, 그 결과 경쟁업체나 경쟁국가가 무임승차의 방법으로 개발기간 단축과 비용절감 등의 효과를 거둬 피손해를 가하거나 가할 우려가 있을 경우 초범이라는 사정에 구애 없이 실형선고 및 벌금형 병과를 원칙으로 한다. 양형 기준의 효력 ▶ 해당 재판부에 권고적 효력을 가지고, 해당 재판부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양형 기준을 벗어난 형을 선고할 수 있으며, 다만, 판결문에 양형 이유를 자세히 기재함으로써 그 근거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주기적으로 양형 기준의 적용 여부, 양형 기준의 수정 필요성을 관찰.

2006.05.0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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