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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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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 앞두고 이라크 14조 신도시 건설서 손떼는 한화건설

건설

한화건설이 10년을 공들인 총 사업비 14조원 규모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에서 손을 떼겠다고 선언했다. 최근 중동의 오일 머니 시장이 국내 기업의 해외 먹거리로 부상하는 가운데 대어급 프로젝트에서 철수하는 배경에 대해 건설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13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지난 7일 공사 기성금 지연 지급 및 미지급 등 계약 위반을 근거로 이라크 투자위원회(NIC)에 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는 이라크 수도인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 떨어진 지역 1830만㎡ 부지에 도로와 상·하수도, 태양광발전 등 기반 시설과 국민주택 10만 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총 사업비는 101억 달러(약 14조5000억원) 규모다. 한화건설은 지난 2012년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수주하고 공사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를 수주하면서 한화건설은 국내 건설사 가운데 2012년 해외건설 수주액 3위 기업에 올랐다. 시공능력평가액 순위에서도 2013년 10위를 기록해 처음으로 10위권에 들어왔고, 2014년에는 9위로 한 계단 상승했다. 비스마야 프로젝트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하늘이 준 기회’라고 표현할 정도로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인 사업장이었다. 김 회장은 직접 사업 관련 회의를 주재하고, 건설현장에 수차례 방문해 직원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2014년 김 회장이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현장에 직접 방문해 한국에서 조달한 광어회 600인분을 현장 직원들에게 격려차 전달했다”며 “이라크에서 가장 큰 신도시 개발사업인 만큼 김 회장이 건설현장에 야전숙소를 만들어달라는 우스갯소리도 할 정도로 사업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이 강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화건설의 의지와는 다르게 이라크 내부 정치 문제와 IS테러, 저유가 사태 등으로 건설환경이 점점 악화했다. 한화건설이 수주한 이후 약 10년 동안 이라크 총리만 4번 바뀌면서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진행하기 위한 예산 집행이 난항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한화건설은 공사 대금을 1년 넘게 제때 받지 못했고, 개선 여지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해 이라크 정부에 사업 계약 해지를 요청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지난해 약 1000억원을 받은 이후로 1년 넘게 공사비를 받지 못하고 있었다”며 “지난해 말부터 이라크 정부와 협의를 통해 사업을 진전시키려고 했지만 개선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철수하기로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설업계에서는 한화건설이 대형 프로젝트인 것에 비해 손실 규모가 예상보다 크지 않고 사업 지연으로 인한 비용 증가를 막기 위해 사업 철수를 택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해외건설업계 관계자는 “현재 정확한 손실 규모를 파악하긴 어렵지만, 생산에 성공하고 가동률 조건을 갖춰야만 최종 계약 대금을 지급하는 플랜트분야와 달리 주택분야이기 때문에 생각보다 손실액 규모가 크지 않을 것”이라며 “현재 10만 가구 가운데 3만 가구를 지었고 이미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선수금과 기성 공사비로 약 43억2200만 달러(6조1588억원)를 받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화건설 관계자도 “현재 공사 미수금은 6억2900만 달러(8963억원) 수준인데 환율에 따라 계산을 해봐야 정확한 수치를 알 수 있지만 선수금을 상계처리하면 실제 손실 비용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본다”며 “사업이 더 지연돼 손실액이 커지기 전에 사업 철수를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다음달 한화와 합병을 앞둔 한화건설이 불확실한 해외 발 부실 위험 요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10년간 공을 들였던 이라크 프로젝트에서 손을 떼는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한화건설은 오는 11월 1일 ㈜한화에 흡수합병될 예정이다. 금융투자(IB)업계 관계자는 “한화건설에 향후 언제 터질지 모르는 위험성이 큰 해외사업이 남아있다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며 “이라크 초대형 사업이지만 그룹의 재무건전성을 향상시키고 동시에 부실 요인소들을 해소하기 위해 눈물의 ‘손절’을 택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아직 계약 해지 효력이 발생하기까지 약 3주간의 유예기간이 남아있기 때문에 이라크 정부와 한화건설의 협상 여부에 따라 공사 재개 가능성은 열려있는 상황이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2022.10.14 07:00

3분 소요
한국 10대 기업 DNA, 창업주의 기업가정신을 찾아서 (7) 한화그룹

산업 일반

포브스코리아와 한국경영사학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특별기획 ‘한국 10대기업 핵심 DNA, 창업자들의 기업가정신을 찾아서’의 7번째 기업은 신용과 의리의 리더십으로 글로벌 경영을 선도하는 한화그룹이다. 특히 한화그룹 김종희 창업주와 김승연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집중 조명했다. 광복 70년인 올해 한화그룹은 특별히 ‘63’이라는 숫자와 인연이 깊었다. 우선 올해가 창사 63주년이다. 한화그룹은 1952년 현암 김종희 회장이 설립한 한국화약을 그 모태로 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도 기업 설립과 같은 1952년 생으로 올해 만 63세다. 그래서일까? 올 한해 한화그룹에는 어려움 속에서도 경사가 잇따랐다.우선 63층 249미터 높이의 초고층 빌딩으로 국내외 관광객들의 명소인 여의도 ‘63시티’를 입지로 삼은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가 지난 7월 치열한 경쟁 끝에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를 따냈다. 한화그룹은 63빌딩 시내면세점을 서둘러 오는 12월에 오픈한다는 목표로 준비에 돌입, 지난 9월부터 본격적인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 창사 63년에 63빌딩 면세점 따내 성적이 꼴찌를 달리던 프로야구단 한화이글스도 올해들어 몰라볼 정도로 환골탈태했다. 야구의 신(神)이라는 김성근 감독을 영입한 뒤로는 연일 팬들을 울리고 웃겼다. 한화 팬들은 선수들의 불꽃투혼에 아직도 ‘가을야구’에 대한 희망을 거두지 않고 있다.가장 최근인 9월 15일에도 낭보가 이어졌다. 유가 하락 등 어려운 상황에서도 한화건설이 지난 4월 이라크 정부로부터 수주한 2조4000억원 규모의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비 가운데 사회기반시설 공사에 대한 선수금으로 2천400억원을 받아낸 것이다. 해외건설 단일공사 금액으로는 역대 최대 규모다. 한화그룹은 이로써 그룹 내 자금 사정이 풍부해진 것은 물론 삼성 4사 빅딜에 따른 자금 수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됐다.한화그룹은 올 한해를 “내실을 기반으로 대통합의 기틀을 다지고 시너지를 확대하는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은 바 있다. 불확실한 경제환경 속에서 선제적인 대응으로 기업의 본원적인 경쟁력을 강화하고,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사업 부문에 더욱 집중하겠다는 전략이었다. 지금까지만 보면 계획대로 진행돼 왔다고 할 수 있다. 한화는 어려운 대내외적 경제 여건 속에서도 김승연 회장을 중심으로 전 임직원이 똘똘 뭉쳐 글로벌 경영을 선도하며 그룹의 경영철학인 사업보국을 실천하고 있다. 포브스코리아가 한화그룹의 기업가정신을 10월호에 게재하면서 특별히 현암 김종희(1922~1981) 창업주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을 커버스토리로 선정한 데는 이런 의미와 배경이 있다.대한민국의 사업보국을 대표하는 기업, 한화그룹을 일으킨 현암(玄岩) 김종희 선대회장은 어떤 기업인일까? 현암 김종희 회장은 국내 10대그룹 창업주 가운데서도 누구보다도 열정적이고 사명감 넘치며 강직한 성품을 지닌 기업가로 알려져 있다. 현암은 충남 천안 태생이다. 그는 1942년 조선화약공판에 입사하며 처음 화약과 인연을 맺었다. 일본의 패전 후 공장을 인수해 한국화약을 창업했고, 이후 국내 유일의 화약 생산설비를 갖추고 있던 조선유지 인천공장 인수를 위해 일본까지 찾아가 설계도면을 확보해 설비를 복구하는 등 사업에 대한 열정과 강력한 추진력으로 오늘날의 한화그룹의 기초를 세운 인물이다.현암은 소비재 생산으로 쉽게 축재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마다하고 ‘사업으로 국가에 보답한다’는 사업보국(事業報國)을 한화의 사명으로 결정했다. 경영사학자들에 따르면, 이는 현암이 당시 영위했던 사업의 특수성에서 비롯됐다고 한다. ━ “화약처럼 진실 되고 정직해야” 현암의 닉네임 ‘다이너마이트 김’은 화약 전문가이자 기업인으로서 집념과 열정을 보여 준다.“화약은 진실하다. 화약은 반드시 폭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화약은 정직한 장소에서 정직한 시간에 폭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따라서 화약을 만드는 사람은 경영자를 중심으로 관리자, 기술자, 기능원 등 모두가 화약처럼 진실 되고 정직해야만 한다. 또한 화약사업의 리더들은 인간성 중시의 리더십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현암이 임직원들에게 평소 강조했다는 이 말은 그가 ‘인본주의와 사업보국주의 등 인간성을 중시하는 변혁적 리더십’을 경영자가 갖춰야 할 이상적인 자질로 생각하고 있었음을 보여준다.현암이 조직관리의 핵심 신조로 ‘의리와 신용’을 추구한 것은 이처럼 현암의 사업 분야가 고위험 상황을 항상 포함하고 있었다는 데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폭발성이 강한 화약분야는 단 한 사람의 방심과 해이가 수많은 생명과 재산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성을 항상 내포하고 있었기 때문에 모든 구성원이 서로 믿고 의지하는 정신적 유대가 어느 사업장보다도 중요했던 것이다. 현암의 ‘신용’에 대한 경영 신조는 남달랐던 것으로 알려진다. 현암은 화약 사업을 통해 국가에 기여하고 많은 인재를 고용하며, 국가에 많은 세금을 납부하는 것을 사업가로서 필생의 목표로 삼았다. 이를 위해 광복 이후 국가와 민간이 필요로 하는 화약을 적기에 공급하려 애썼고, 혼란한 물가폭등 시기에도 적정 가격을 유지했다. 그래서 당시 엄청난 인플레이션에도 불구하고 화약가격을 광복 이전의 수준으로 유지해 정부의 전후 복구사업과 건설에 큰 도움을 주었다.현암은 한국화약을 창업한 이후 30여 년 간 화약산업과 기계, 석유화학, 에너지 등 중후장대형 산업을 중심으로 기업을 일으켰다. 국가경제의 핵심과제였던 기계공업 육성을 위해 만성적자에 허덕이던 신한베어링을 인수하는데 주저하지 않았고, 석유화학이라는 단어조차 생소했던 시절에 벌써 한국화성공업을 설립했다. 전력이 부족하던 1969년에는 대규모 정유공장인 경인에너지를 건설해 사업보국의 이념을 더욱 확고히 실천해 나갔다.또한 당시 국내 유수의 천안 북일고를 설립해 육영사업을 통해 이익의 사회 환원에도 관심을 기울였다. 현암은 1970년대에는 한화를 일반제조 및 서비스산업으로 사업 분야를 다각화하는데 성공해 지금의 ‘그룹경영’의 기틀을 다지는데 공헌했다.현암 김종희 회장의 기업가정신을 연구한 이광주 단국대 명예교수는 “현암의 삶은 국가와 사회에 기여하고 봉사하는 그 자체였다. 사업보국의 정신이야말로 한국전쟁 전후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수많은 기회를 외면하고 오로지 국가 기간사업에 전념하게 한 원동력이었다”며 높이 평가했다. (52쪽 참조) ━ 평생을 사업보국을 생각하다 현암의 사업보국은 농업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당시 영세한 낙농가 지원을 통해 농촌 재건과 국민건강에 기여하고자 부도 직전에 몰린 대일유업을 인수해 정상화시켜 오늘날 빙그레의 초석을 다졌다. 현암이 생전에 언제나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사업보국의 이념에 철저히 부합하는지를 따졌다는 것은 재계 내부에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현암 김종희 회장은 이처럼 평생을 사업보국 정신으로 기업활동을 전개해왔다. 이는 이후 장남인 김승연 회장에게 그대로 이어져 한화그룹의 가장 특징적인 기업가정신이 되었다.1981년, 현암의 타계로 29세의 젊은 나이에 김승연 회장이 그룹을 승계한다. 김승연 회장은 이후 창업자인 선대 회장의 뒤를 잇는데 그치지 않고 한화 그룹의 제2창업을 선도한다. 한화그룹 임직원들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은 취임 당시 “일생을 걸어서 보람 있는 직장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미래 한화의 이미지를 벌써 그려 놓았었다고 한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취임 초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끊임없이 임직원들에게 비전을 제시하는 화두를 던져온 혁신적 경영리더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해마다 하는 신년사에서 이런 말들을 했다. “어둠속에서 길을 떠나는 사람만이 새벽녘 기회의 강을 건널 수 있다.” 날 밝은 다음에 안전하게 떠나면 남들에게 뒤진다는 소리다. “글로벌 시대에는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는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본능을 배워야 한다”라거나 “이 시대에는 큰 것이 작은 것을 먹는 시대가 아니라 빠른 것이 느린 것을 먹는 시대다”라는 말도 했다. 김 회장을 두고 ‘구조조정의 마술사’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를 짐작할 수 있다.한화그룹 임직원들에 따르면, 김승연 회장은 집념과 열정이 남다른 승부사로서의 면모를 보여 왔다. 특히 한화그룹의 성공적인 도약을 이끈 인수합병(M&A)과 미래 성장동력 발굴, 그리고 외환위기와 같은 위기의 순간에는 자신의 모든 것을 과감히 내놓는 희생과 헌신을 보여주었다. 이 모든 이면에는 ‘경영의 승부사’로 불릴 정도로 탁월한 통찰과 결단력의 리더십이 있다는 평가다.몇 가지 사례를 들어보자. 우선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김 회장의 희생과 용단의 리더십을 들 수 있다. 한화는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주력 기업이 부도 위기에 처하는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을 맞게 되었다. 김승연 회장은 당시 계열사 주식과 금융자산, 집 등 사재를 담보로 제공하고 경영권 포기 각서까지 쓰는 용단을 내리며 주거래 은행을 통한 긴급 자금을 수혈하는 등 자발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 때문에 구조조정의 마술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외환위기 상황에 성공적으로 대처할 수 있었고, 기업체질을 개선하는 성과를 거둔다. 결과적으로 국내 주요 그룹들 중 외환 위기를 가장 빨리 극복하며 재도약의 기틀을 마련한다. 경영사학회 학자들은 이를 두고 77년 이리역 폭발사고 때 현암 김종희 회장이 전 재산에 가까운 돈을 내놓고 사고 수습에 매진하던 결단력을 닮은 듯 하다고 말한다. ━ 통찰과 결단의 승부사 기질 김 회장이 뚝심으로 일궈낸 한양화학 인수도 결단력의 사례로 거론된다. 김 회장은 1982년 취임 직후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 속에서 한양화학과 한국 다우케미칼의 인수 제의를 받았을 때 그룹 내부의 부정적인 시각에도 불구하고 미래에 대한 확신으로 인수 추진을 결정한다. 이후 국내 재계판도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화학을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키워냈다.대한생명 인수성공과 경영 정상화 과정도 빼놓을 수 없다. 김 회장은 당시 생명보험은 성숙기에 접어든 사업이라는 내부 반대를 뚫고 그룹의 재도약을 위해선 반드시 필요하다는 결단으로 2002년 대한생명을 인수한 뒤 직접 대표 이사를 맡아 보수도 받지 않으면서 경영 정상화에 매달렸다. 결국 7년여 만에 공적 자금까지 투입되었던 회사를 증권 시장에 상장시키는 등 완벽하게 탈바꿈시키는데 성공한다.최근에는 이라크 건설 수주로 재계의 부러움을 샀다. 여기에서도 김 회장 특유의 집념과 결단력이 빛났다. 이라크가 전후 복구사업의 일환으로 100만호 국민주택 건설 프로젝트를 발표했을 때 전 세계 건설업체들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우려해 쉽지 않은 사업이라며 발을 빼는 분위기였다고 한다. 하지만 김 회장은 모두가 망설일 때 나서지 않으면 기회를 선점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고 건설 현장에 본인의 야전숙소도 만들라며 사업 참여를 적극 독려했다. 2012년 마침내 한화건설은 국내 단일 해외건설 사업규모로는 사상 최대인 80억 불(약 9조원) 공사를 수주했고, 국내에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는 주역으로 급부상했다.김승연 회장의 경영자로서의 능력은 이처럼 재계 안팎에서 먼저 인정할 만큼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시장 전망이 불확실했고 레드오션이라고 의문점이 들던 태양광사업에 진출한 것도 탁월한 결단력이었다. 김 회장은 태양광이 침체기에 접어들기 시작하던 2011년 10월 한화그룹 창립기념일 기념사를 통해 “태양광과 같은 미래 신성장 사업은 장기적인 시각에서 투자하며 그룹의 새 역사를 이끌 소중한 토대로 키워가야 한다. 지금 당장 눈앞의 이익이나 불확실한 사업환경에 일희일비할 것이 아니라 ‘해낼 수 있다’, ‘꼭 해낸다’는 믿음으로 묵묵히 추진해나가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김 회장의 이러한 지원에 힘입어 한화그룹은 지난 몇 년간의 극심한 태양광 침체기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인 투자를 거듭해왔고, 한화큐셀은 현재 셀-모듈분야 생산 세계1위 기업으로 성장했다.김승연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지난해 말 삼성그룹의 방산·화학부문 4개 계열사를 인수하는 빅딜을 성사시켜 재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한화는 역대급 M&A를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63년 한화그룹 역사 동안 줄곧 그룹 성장의 모태가 돼 온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의 위상을 국내 최대 규모로 격상시키는 성과를 거뒀다.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로 국내 방위사업 분야 1위로 도약했고,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로 석유화학사업 부문 매출규모 18조원으로 국내 1위의 지위를 확보했다.지난 7월 신규면세점 사업에서도 시장의 일반적인 예상을 누르고 한화갤러리아가 시내면세점 면허를 따내는 등 김 회장이 사업을 바라보는 통찰력과 추진력은 탁월하다는 평가다. 이는 김 회장이 29살 때부터 경영에 뛰어들어 한국 경제계의 산 증인이라 불릴 만큼 풍부한 경험과 연륜을 갖추었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게 중론이다. ━ 재계 최장수 경영자의 관록 실제 김승연 회장은 현재 재계 최장수 경영자에 속하는 만큼 재계리더로서 사업적 연륜과 경험은 단연 국내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김승연 회장의 행동모토이자 일생의 좌우명은 ‘대붕역풍비 생어역수영(大鵬逆風飛 生魚逆水泳)’이다. 이는 백범 김구선생이 남긴 말로 큰 새는 바람을 거슬러 날고 살아 있는 고기는 물을 거슬러 헤엄친다는 뜻이다. 던져야 할 때 과감히 던지고 조류를 거슬러서 위기를 헤쳐나가는 기개가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 좌우명대로 그는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취할 것인가를 결정할 때 현실에 안주하거나 눈앞의 이익에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 안목에서 대범한 결정을 내렸다. 앞서 살펴본 결단의 사례들이 그것이다.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등 격랑의 시대를 정면으로 돌파한 선대회장인 현암의 경영이 화약, 화학, 기계 등 기간산업 중심이었다면, 김승연 회장은 금융, 유통, 레저 산업을 강화함으로써 선진화 사회에서의 산업동향과 동행하는 그룹 자산의 포트폴리오 경영상의 합리성을 추구했다. 선대 경영의 ‘수성’에 그치지 않고 ‘창업’의 경영의지를 실천해 성공했다고 볼 수 있다. 김승연 회장이 1981년 취임 당시 그룹 매출액은 1조1000억원이었지만 2014년에는 44조원이 넘는 매출액을 달성했다. 획기적인 경영성과가 아닐 수 없다.이는 포브스코리아의 조사 자료를 통해서도 입증된다. 국내의 대기업 계열군의 오너 2, 3세의 승계 후 자산 증식 점수를 보면 1위가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으로 5,206%(연평균 193%)이고, 그 다음이 김승연 회장으로 4,810%(연평균 148%)로 집계됐다. 김승연 회장은 승계 당시 후계자 중 자산규모가 다른 재벌에 비해 가장 작았지만 승계 후 눈부신 성장을 기록해 1981년 취임 당시 자산의 48배 이상으로 성장시켰다.김승연 회장이 그룹을 크게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은 그의 트레이드마크인 카리스마와 끊임없는 혁신을 추구해 온 승부사적 리더십, 그리고 위기관리 능력과 트렌드를 읽는 의사결정의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한화그룹의 기업가정신을 연구해온 경영사학자들의 진단이다. 물론 이러한 성과를 가능케 한 것은 인간적인 진정성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모으는 힘, 즉 신용과 의리의 철학이 김 회장에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한화그룹은 앞서 살펴본 것처럼 선대로부터 이어왔고, 김승연 회장의 경영철학이기도 한 신용과 의리에 기반한 특유의 기업문화를 갖고 있다. 신용과 의리는 지금도 김승연 회장의 삶의 신조이자, 한화 구성원들에게 내재화된 기업 경쟁력의 원천이며 위기의 순간마다 끈끈하면서도 강인한 기업 문화를 구축해온 근간이다. 한화그룹은 이러한 신용과 의리를 한화정신으로 규정해 비즈니스를 포함한 모든 대내외 접점에서 전 임직원들이 실천해 나갈 것을 강조하고 있다.‘신용’은 인간사회의 변하지 않는 덕목이며 ‘의리’는 사람간의 올바른 도리로 인간관계의 가치를 존중하는 기업인의 불가결한 덕목으로 여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외부에선 간혹 한화그룹의 사훈인 ‘신용과 의리’에서 ‘의리’라는 용어를 왜곡해 해석하는 경우가 있지만 한화그룹 내에서 ‘의리’는 사람과 사람 사이에 지켜야 할 올바른 도리인 만큼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말했다. ━ 신용과 의리의 경영철학 김승연 회장은 인간관계에서도 신용과 의리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평소에도 그룹의 동반성장 철학이기도한 ‘함께 멀리’ 정신을 강조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김승연 회장은 특히 재계의 휴머니스트라 불릴만큼 직원들에 대한 마음 씀씀이가 남다른 것으로 유명하다. 평소 어려운 처지에 놓인 직원들과 이웃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격려하는 마음이 따뜻한 경영자다.2010년 천안함 피격사건을 접한 김승연 회장은 “그룹의 창업이념인 사업보국을 실천하고 방위산업체를 경영하는 그룹으로서 유가족들에게 가장 절실한 부분이 무엇이지 고민해 보자”고 제안하며 “단기적·물질적 지원보다는 항구적인 일자리를 제공하는 것이 유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화그룹은 사건 발생 직후인 2010년부터 유가족 중 희생자의 직계, 배우자, 형제자매를 대상으로 채용을 약속하고 지금까지 그 약속을 실천해왔다. 천안함 사건 5주기를 앞둔 올해 3월에는 한화그룹에 입사한 대원의 유가족들을 초대하여 격려하고 천안함 46명의 용사들의 희생정신과 숭고한 뜻을 기리는 행사를 가졌다. 한화그룹에 따르면, 총 38명의 희망자 중 현재까지 18명이 입사했거나 입사를 앞두고 있다고 한다.로버트 김에 대한 장기적인 숨은 후원도 빼놓을 수 없다. 김 회장은 미국에서 국가기밀 유출 혐의로 수감되었던 로버트 김을 97년 미 연방 교도소 수감 당시부터 2003년 후원회 정식 발족 이후까지 오랜 기간을 개인적으로 비공개로 지원해왔다. 이 사실은 2005년 자유의 몸이 된 로버트 김이 MBC 라디오 프로그램을 통해 밝히면서 세상에 우연히 알려졌다.여기에 2005년, 그룹 내 질환이나 투병생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임직원 가족들을 돕고 그 아픔을 함께 나누자는 취지에서 사랑의 행진을 직접 제안해 직원들과 1박 2일 간 50km를 걸으며 후원금을 마련하여 투병 사우와 가족들에게 전달한 일이며, 1999년에 당시 한화이글스 유승안 코치의 부인이 급성 백혈병으로 입원하자 위로금과 함께 치료비의 상당부분을 부담하고 그룹 차원의 헌혈운동을 개최하는 등 투병을 지원한 일은 지금까지 가슴 따뜻한 이야기로 회자된다.재계에서 ‘의리경영’을 주창하고 있는 김승연 회장은 김인식 감독이 2005년 한화 감독으로 취임 후 시즌을 앞두고 뇌졸중으로 쓰러지자 “우리가 믿고 영입한 감독인데, 건강이 나빠졌다고 해서 바로 교체하는 건 평소 그룹과 우리의 경영정신인 신의에 어긋난다며 김 감독이 건강을 회복할 때까지 믿고 기다리라”고 주문해 야구 관계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다.선친인 현암이 세운 북일고 등 교육계에 대한 애정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진다. 특히 아버지가 간암으로 사망한 북일여고 신입생의 경우 3년간 재단 장학생으로 선발해 학비를 지원하기도 했다.이렇듯 김승연 회장의 기업가정신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한화그룹은 올 하반기에 그룹의 핵심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혁신하고, 미래 생존 경쟁력을 적극 확보해 나간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화는 삼성그룹의 방산·화학부문 4개 계열사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해 선택과 집중에 기반한 핵심 사업 경쟁력 강화를 꾀하고 있다. 신성장 동력을 육성하기 위해 투자한 유화사업은 최근 실행된 빅딜을 통해 국내 1위를 넘어 글로벌 탑티어로 위상을 강화하게 됐다.방위산업 부문도 유도무기, 전자전체계, 자주포 및 항공기 엔진 등 방산 전 분야에 걸쳐 글로벌 수준의 무기 체계를 공급할 수 있는 종합 방산업체를 지향하고 있다.금융보험 분야에서는 글로벌 플랫폼 구축 및 M&A를 통한 글로벌 수준의 자산운용사업 성장과 더불어, 해외보험사업 확대, 빅데이타·핀테크 등 차세대 IT기술 및 건강, 연금시장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Top 보험사업을 육성하고 있다. ━ 차세대 에너지리더 김동관 상무 백화점과 면세점 사업은 7월에 새 면허를 따낸 63빌딩 면세점을 통해 도심에 치우친 외국인 관광객을 여의도 지역으로 유치해 지역균형 발전을 도모하고 관광·문화·쇼핑이 연계된 새로운 관광문화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라고 한다. 이같은 한화그룹의 모든 비전과 사업의 분야에 김승연 회장의 사업보국, 신의와 의리, 혁신경영의 리더십이 속속 발휘되고 있음은 물론이다.주목할만한 것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32) 한화큐셀 상무의 글로벌무대 활약상이다. 김 상무는 지난 9월 9일부터 11일까지 중국 다롄에서 열린 하계 다보스포럼에 참석해 세계 1위 태양광 회사의 전 세계 영업을 책임지는 영업실장으로서의 에너지시장 흐름과 향후 전망에 대한 식견과 전망을 피력하면서 에너지 분야의 차세대 글로벌 리더로서 자리매김을 했다.한화큐셀은 한화그룹 태양광 사업의 양대 축인 한화큐셀과 한화솔라원이 2015년 2월 통합한 회사로, 현재 셀 생산규모 기준으로 세계 1위의 태양광 회사로 글로벌 시장을 확고하게 지배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NextEra Energy)에 1.5GW에 이르는 사상 최대규모의 모듈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실적을 거두며 글로벌 태양광 시장에서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지난 5월에 충남 천안에 오픈한 충남창조경제혁신센터를 통해 충청지역 태양광 허브 구축과 농어촌 지역의 숨은 명품을 발굴해 농어민 소득기여에도 기여할 예정이다.태양광 사업은 한화그룹이 그룹의 미래 100년을 이끌 신성장동력으로 차세대 그룹 성장을 견인할 쌍두마차다. 김동관 상무의 활약상은 창업주 현암에게서 김승연 회장에게 계승된 사업보국의 기업가정신이 3세에 이르러 글로벌 경영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한화의 미래를 밝게 하고 있다.- 포브스코리아 특별취재팀

2015.09.22 09:09

13분 소요
[GLOBAL 2000] 한화 893위 | ‘선택’과 ‘집중’으로 새로운 도약 준비

산업 일반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에 한화가 처음으로 800위권에 진입했다.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한 것이 성과로 나온 것이다. 2014년 말, 한화는 삼성그룹의 방산·화학 4개 계열사를 인수하는 깜짝 카드를 선보였다. 민간 주도의 이 자율형 빅딜은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미래경쟁력 확보 차원에서 ‘선택’과 ‘집중’을 위한 카드였다. 한화그룹은 여세를 모아 2015년을 ‘새로운 도약의 원년’으로 삼고 있다. 지난 1월 2일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신년사에서 “(삼성 4개사의) 8000여 임직원은 천군마마와도 같다. 열린 마음으로 창조적인 시너지를 창출하자”고 강조했다. 2015년 포브스가 선정한 ‘글로벌 2000대 기업’에 한화가 처음으로 800위권에 진입할 자격이 되는 이유다.한화는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인수로 방위사업 부문 매출이 1조원에서 2조6000억원으로 상승하게 됐다. 국내 방위사업 부문에서 당당히 1위로 도약한 것이다. 지난 4월에는 삼성종합화학과 삼성토탈 인수를 마무리해 한화종합화학, 한화토탈이라는 사명으로 한화그룹 계열사로 편입했다. 석유화학사업 부문 매출규모도 19조원으로 국내 1위에 오르게 됐다. M&A를 통해 한화는 규모의 경제를 이뤘고, 그룹 성장의 모태가 된 방위사업과 석유화학사업 부문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게 됐다.한화의 미래와 관련해 가장 주목되는 것은 방위사업 부문 강화다. 한화는 방산전자 사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삼성테크위과 삼성탈레스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테크윈의 사업영역 중 하나인 로봇 무인화 사업 육성도 주력 사업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기존 국방용 무인기 기술에 삼성테크윈의 영상처리 및 정밀제어기술 등의 기술을 더해 무인시스템과 첨단 로봇 사업 분야에도 적극 진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김승연 회장의 뚝심, 태양광사업 결실 한화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꼽는 태양광 사업도 갈수록 결실을 거두고 있다. 한화는 지난해 12월 태양광사업의 수직계열화를 강화하기 위해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을 합병했다. 이에 따라 합병법인 본사는 서울에 두고, 독일 탈하임에 있던 한화큐셀 본사는 기술 혁신센터로 탈바꿈하게 된다. 이번 합병으로 태양광 셀 생산 규모는 3.28GW에 이르러 세계 1위의 태양광 셀 기업의 위치를 차지하게 됐다.합병의 결과물도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4월 20일 한화큐셀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전력회사인 넥스트에라 에너지에 총 1.5GW 모듈을 공급하게 된 것. 태양광업계의 단일 공급 계약으로는 사상 최대규모다. 1.5GW의 모듈을 설치하면 대구광역시 인구 수준인 250만명이 사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전력량을 생산할 수 있다. 2017년 이후 넥스트에라가 건설하는 태양광 발전소에도 한화큐셀의 모듈 공급을 위해 2016년 여름부터 우선 협의할 예정이다. 김승연 회장의 믿음으로 시작된 태양광 사업이 한화의 미래 경쟁력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최영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5.28 11:51

2분 소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 “열려라! 금강산”

산업 일반

재계에서 ‘승부사’로 불리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지난 1년간 결단과 실행은 매서웠다. 최근 구조조정을 통해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성공적으로 이행하며 유동성 위기에서 탈출했다. 때마침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등 주력 기업도 살아나고 있다. 대북사업에서 기지개를 펼 차례다. “정주영 회장께서 온 몸으로 열어놓으신 금강산 관광이 7년째 답보 상태라 송구한 마음을 감출 길이 없습니다.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길 바라는 의미에서 ‘열려라! 금강산’으로 건배사를 하겠습니다.”지난 3월 1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제42회 상공의 날 기념 오찬에서 건배사를 하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목소리는 살짝 떨렸다. 그는 이날 국가경제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금탑산업훈장은 태극무공훈장, 무궁화장 등과 같은 1등급으로 기업인이 기업 활동을 통해 받을 수 있는 최고의 훈장이다. “시아버지이신 정주영 명예회장과 남편인 정몽헌 회장이 받으신 그 상을 저도 받게 되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힌 그는 수상 직후 두 딸인 정지이 현대유엔아이 전무와 정영이 현대상선 대리, 사위, 손녀 등과 함께 다정하게 기념사진을 찍었다. 그룹 계열사 사장들과도 사진촬영을 하며 축하 인사를 나눴다.행사를 주최한 대한상의는 ‘현정은 회장이 한국을 대표하는 긍정과 창조의 여성 기업인으로 현대상선의 재도약, 현대엘리베이터 해외시장 개척 등을 이뤘다’고 소개했다. 금강산 관광 중단 등 어려운 여건에서도 남북 경제협력 확대를 위해 노력한 점도 높이 평가했다. 그룹 유동성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선제적 자구계획안을 마련해 1년여만에 100% 초과 이행한 점도 고려됐다. 긍정적 평가는 해외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최근 포브스아시아는 현 회장을 ‘아시아 파워 여성 기업인 50인’에 선정했다.이 같은 대내외 평가에 힘입어 현대그룹 내부는 ‘다시 뛰자’며 서로를 응원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지난 4월 중순 오랜 만에 찾은 서울 연지동 현대그룹 사옥엔 활기가 돌았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올 들어 확실히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제 살 깎는 아픔이 있었지만 현실을 인정하자, 이젠 상승할 일만 남았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 분쟁·구조조정 거치며 경영능력 입증 2014년은 현 회장에게 ‘고난의 시간’이었다. 2013년 12월 현대그룹은 주력 업종인 해운업의 장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게 된다. 현 회장은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협의해 3조3000억원의 선제적 자구안을 발표하며 위기탈출을 선언했다. 이후 백방으로 뛰어다녔다. 오릭스에 현대로지스틱스를 매각해 6000억원을 조달했고, IMM인베스트먼트에 현대상선LNG운송사업부문을 매각해 9700억원을 확보했다. KB금융지주 지분과 부동산 등 자산 매각으로 4509억원를 확보했고,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선의 자기자본 확충으로 2973억원을 더했다. 자구계획에 없던 물류계열사 현대로지스틱스 지분도 매각했다. 이로써 총 자구실적은 1년여 만에 100%를 훌쩍 넘겼다. 현재 현대증권·현대자산운용·현대저축은행 등 금융 3사 매각을 우선협상대상자인 오릭스PE와 진행 중이다. 5월까지 매각작업을 완료한다는 방침이다. 매각대상인 현대증권 지분 36.9%의 장부가는 6100억원 수준. 현대그룹은 자산유동화대출(ABL)로 받아온 2000억원을 빼더라도 최소 4000억원 이상의 자금유입 효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지난 1년 새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은 다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빠른 속도로 유동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데는 현 회장의 강단 있는 결정과 실행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다. 그는 그룹 회생을 위해선 뼈를 깎는 구조조정이 필수라고 판단했고 속전속결로 진행했다. 비슷한 시기 각각 3조원대의 자구계획을 발표했던 동부, 한진의 현재 성적표와 비교하면 현 회장의 추진력이 잘 드러난다. 그룹 관계자는 “자구안을 발표한 2013년 말 행동에 옮기기 시작해 올해 초에 사실상 마무리할 만큼 빠르고 과감한 구조조정이었다”며 “금융권과 시장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신뢰를 회복한 것이 가장 큰 성과”라고 말했다. 현 회장은 그동안 위기 때마다 특유의 승부사 기질을 보여 왔다. 2003년 10월 취임 직후 현 회장은 시숙부인 정상영 KCC 명예회장의 경영권 공격을 받았다. 당시 현 회장은 ‘국민주 발행’이라는 파격 카드를 꺼내들며 주주들의 지원을 받아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2006년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의 지분 26.7%를 대거 인수했을 때도 큰 위기였다. 현 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를 통해 현대상선 우호지분을 45%까지 확보하며 경영권을 또 한번 지켜냈다. ‘어금니가 빠질 정도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는 후일담도 있다. ━ 현대상선·엘리베이터 실적 호조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현 회장은 보란 듯이 기업 성장을 이뤄냈다. 2003년 8조원이던 그룹자산을 2013년 30조원으로 증가시켰고, 같은 기간 매출은 5조원에서 12조원으로 2배 이상 올려놓았다. 영업을 최우선시하고 전사적 비용 절감 캠페인을 전개하는 등 내실을 다진 게 주효했다. “정몽헌 회장의 죽음, 시댁과의 경영권 분쟁, 대북사업 중단 등을 겪으면서 그동안 현 회장을 바라보는 국민정서엔 안타까움이 있었다”는 기자의 말에 그룹 관계자는 “그런 시각도 있었지만 위기를 극복하면서 글로벌기업의 경영자, 여성리더로서의 평가가 최근 이뤄지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또 “이미 자구계획이 마무리된 만큼 이제 주력기업인 현대상선,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건하는 일만 남았다”고 했다. 다행히 남아있는 주요 계열사의 최근 실적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무엇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급성장이 돋보인다. 현대엘리베이터는 2014년 매출 1조2110억원, 영업이익 1288억원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액은 13.7%, 영업이익은 24.9% 성장한 수치다. 제조업 분야에선 드물게 영업이익률 10%를 기록했다. 부동산 경기 활황에 따른 신규설치 점유율 확대, 유지보수 이익 증대 덕분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난해 국내시장 점유율은 48.4%로 2007년 이후 8년 연속 1위에 올랐다. 글로벌 시장에서의 빠른 성장세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3월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 승강기 전량(1668대) 수주를 시작으로 브라질 공장 준공, 베트남 신규법인 설립, 4개 해외대리점 신설, 터키 이스탄불 지하철 승강기 수주 등 굵직굵직한 성과를 거뒀다. 지난해 1월 중국 현지법인 상해현대전제제조유한공사의 지분 100%를 확보한 후 중국에서만 승강기 7000여 대를 설치했다. 같은 해 4월엔 연 생산 3000대 규모의 브라질 공장을 완공해 남미 시장 진출의 거점을 마련했다. 올해 매출 목표는 1조3322억원이다. 현대상선도 1분기 흑자 전환이 확실해 보인다. 1분기는 보통 컨테이너 비수기로 꼽히지만 자구 노력과 함께 국제 유가까지 하락하면서 경영 상황이 빠르게 호전됐다는 설명이다. 현대상선 측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유류비는 2013년 1조3000억원에서 지난해 1조원 안팎으로 줄었다. 최근에는 컨테이너 운임 상승 추세까지 겹치면서 현대상선 내부에선 ‘바닥을 쳤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현대상선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407억원으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해 1분기 617억원 영업 손실에서 흑자전환을 이뤄낸 수치다. 국내 해운업계 2위인 현대상선은 2010년 이후 5년 동안 적자행진을 해왔다. 지난해 연결기준 매출 6조7760억원, 영업 손실 2321억원을 냈다. 계속되는 적자경영으로 부채비율이 한때 1185.8%까지 올라갔고 신용등급은 투기등급으로 떨어졌다. 이 때문에 현 회장은 지난해부터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을 강하게 추진하고 있다. 현대상선 역시 해외공략에 적극적이다. 현 회장은 지난해 컨테이너 1만3100개를 실을 수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 5척을 아시아-유럽 노선에 추가 도입했다. 이를 통해 원가경쟁력을 강화시키고 글로벌 네트워크를 대서양과 중미·남미까지 확장시켰다. 아울러 해외 물류단지와 터미널 투자에도 나서고 있다. 중국 훈춘 국제물류단지가 2019년 개장을 목표로 건설 중이며 네덜란드 로테르담 컨테이너터미널이 2015년 개장을 앞두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해운 경기 불황 속에 국내 5대 해운사 중 한진해운, STX팬오션, 대한해운의 주인이 바뀌었다”며 “그 사이 부채율을 줄이며 살아남은 것 자체가 현대상선의 저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탑산업훈장 수상시 건배사로 등장한 ‘열려라! 금강산’은 지난해 11월 금강산에서 열린 금강산 관광 16주년 기념 남북공동행사 오찬 자리에서 현 회장이 북측 관계자들과 함께 외쳤던 구호다. 현 회장은 대북사업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 ‘열려라 금강산’ 이뤄야 기업 활로 올해 신년사에서 “최근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제협력의 필요성이 논의되고 있다”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이 만들어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현대그룹이 만들어가고 있음을 한순간도 잊지 말라”며 대북사업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현대아산은 금강산 관광 재개가 결정되면 2개월 안에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내부적으로 준비해 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아산의 조건식 사장은 통일부 차관 출신으로 남북관계 전문가다. 현 회장은 남북 우호 분위기 조성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지난해에만 세 번이나 북한을 다녀왔고 12월 북측의 요청으로 이뤄진 방북에서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친서도 받아왔다. 공식석상에서도 조속한 금강산 관광 재개의 바람을 드러내고 있다. 현 회장은 지난 1월 전경련 주관으로 왕양 중국 국무원 부총리와 오찬 행사가 있을 때 참석해 왕 부총리에게 대북경제협력 사업에 대한 중국의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대통령 해외순방 동행 등 대외활동이 부쩍 늘어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분석이다. 금강산 관광은 현대그룹에게는 돈 이상의 가치를 지닌 사업이다. 현대그룹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사업이다. 현 회장의 입장에선 정주영 명예회장의 유지이며, 정몽헌 회장이 목숨을 걸고 지켜낸 사업인만큼 큰 숙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여러 변수가 생기면서 대북사업의 실마리를 아직까지는 풀지 못하고 있다. 2008년 금강산 관광 중단에 따른 현대아산의 매출 손실은 지난해 말 기준 약 1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 들어 분위기가 긍정적으로 바뀌는 흐름이다. 북한이 신년사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혔고, 박근혜 대통령도 올해 광복 70주년을 맞아 남북관계의 전기를 만들자고 화답했다. 그룹 관계자는 “정몽헌 회장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합의한 남북경협 사항 중 그동안 금강산관광만 실행됐다”며 “유훈을 중시하는 북의 정서상 합의사항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의 대북 경협사업 독점권을 북측에서 보장할 것이라는 얘기다. 그럼에도 현정은 회장에겐 아직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남은 계열사인 현대상선과 현대엘리베이터, 현대아산을 중심으로 그룹을 재정비해야 하는 과제를 떠안고 있다. 현대상선의 실적 회복과 현대아산의 대북 사업 활성화는 현 회장 리더십의 성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열쇠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전히 해운경기는 불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남북관계는 정치 상황에 따라 하루아침에 경색될 수 있다. 재계 안팎에선 현대상선과 현대아산 등 현대그룹의 사업이 외부 환경에 쉽게 노출되어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의 자체 역량과 관계없이 외부의 파고에 휘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단체 한 관계자는 “현대그룹의 구조조정이 완전히 마무리되면 향후 경쟁력을 갖춰 나갈 수 있는 새로운 사업을 찾아나서야 할 것”이라며 “구조조정 과정에서 경영 능력을 보여준 현 회장에게 신성장동력 창출이라는 또 다른 시험대가 펼쳐진 셈”이라고 말했다. - 조득진 포브스코리아 기자

2015.04.28 14:00

7분 소요
이라크 선점한 한화건설 - 큰 선물 들고 돌아왔다

건설

“빈손으로 돌아오진 않았다.” 지난해 말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이라크 방문 후 귀국길에서 만난 기자들에게 던진 말이다. 이후 4개월이 지났고, 한화그룹은 총 21억2000만 달러(약 2조3400억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했다. 계약식은 지난 4월 5일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열렸다. 이근포 한화건설 대표이사, 김현중 한화그룹 부회장,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 등 한화그룹 관계자와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NIC) 사미 알 아라지 의장, 바하 알 아라지 부총리, 자와드 알 부라니 의회 경제부장(전 이라크 내무부 장관) 등 이라크 정부 인사들이 참석했다.한화건설이 이번에 수주한 공사는 비스마야 신도시 조성 공사와 연계된 사회기반시설(SOC) 건설 공사다. 공사금액의 10%인 2억1200만 달러를 선수금으로 수령했고, 공사 진행에 따라 기성금을 받는다. 한화건설은 이번 수주를 통해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에서만 누적 공사 수주액 100억 달러를 돌파해 이라크 전후 복구 사업의 선도자로서의 입지를 굳건히 했다.한화는 300여개 학교와 병원·경찰서·소방서·상하수도·도로 등을 건설할 계획이다. 공사 목적은 인구 60만명이 거주할 계획인 비스마야 신도시의 자족기능 강화다. 공사를 마무리하는 2019년이 되면 바스미아 신도시는 내전으로 황폐해진 이라크가 다시 일어서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사례가 될 전망이다.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번 공사 수주를 위해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내전 중인 이라크를 세 번이나 방문하며 임직원들을 격려했다. 특히 지난해 12월 7일 방문 때는 현장 근로자들이 가장 먹고 싶어하는 광어회 600인분을 선물로 공수해 임직원들의 사기를 높였다. 김 회장은 지난해 12월 사미 알아라지 NIC 의장과 만난 자리에서 “이라크 국민들의 희망을 짓는다는 생각으로, 임직원들이 혼신을 다해 공사에 임하고 있다”며 “비스마야 신도시를 세계적인 휴먼도시로 만들기 위해 어떠한 어려움도 감내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사미 알 아라지 의장은 “이라크 내전 이후에도 철수하지 않고 묵묵히 현장을 지키며 공사수행 능력을 보여준 한화건설 임직원들의 헌신적 노력에 대해 깊은 감사를 표한다”고 화답했다.한화에게 이라크는 제2중동 붐의 전초기지이자 기회의 땅이다. 한화건설뿐만 아니라 협력업체 동반진출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도 지대한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 현장에는 연 인원 55만명에 이르는 근로자와 100여개에 이르는 국내 협력사들이 밤낮으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번 수주를 통해 연 인원 3만여명의 일자리가 창출되고 10여개 이상의 협력업체 들이 추가로 동반진출 할 것으로 전망된다.특히 이번 공사는 한화에게 더 큰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제2, 제3의 비스마야 수주에도 유리한 고지를 오른 것이다. 이라크 정부는 전후 복구 사업의 일환으로 100만호 주택건설을 계획하고 있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이라크가 어려울 때 철수하지 않고 남아 이들과 신뢰를 쌓아왔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사업 기회가 창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2015.04.11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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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신도시 사업은 창조경제 사례”

재테크

바그다드 외곽에 분당급 신도시 건설 … 지난해 전체 해외 건설 수주액의 12% 강창희 국회의장이 7월 13일 오후 이라크 비스마야에 도착했다. 이라크 수도 바그다드에서 동남쪽으로 10km 떨어진 이 곳에서는 신도시 건설이 한창이다. 섭씨 50도가 넘는 사막의 더위에 건설 중장비가 내뿜는 열기까지 더해져 눈 뜨기 조차 힘들다. 현장 한 켠에는 한화건설의 건설현장임을 표시하는 플래카드가 걸렸다.건설 노동자들은 연신 굵은 땀방울을 흘렸다. 강 국회의장은 펜스가 설치된 둘레 20km의 현장을 꼼꼼히 살폈다. “이곳(비스마야 건설현장)이 박근혜정부가 강조하는 창조경제의 모범 사례로 평가할 만 하다.”해외 순방 중인 국회의장단이 이라크 비스마야를 찾았다. 당초 7월 3일부터 15일까지 케냐·탄자니아·에티오피아 동아프리카 3개국만 방문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한국의 해외 건설 역사상 최대 규모인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이라크도 함께 들르기로 했다. 이라크 정부로부터 비스마야 신도시 설명을 들은 강 국회의장은 직접 현장까지 찾는 관심을 보였다.해외 수주 역대 최대의 프로젝트바그다드 외곽의 비스마야 지역에 서울 외곽 분당급(1960만㎡) 신도시 1830만㎡를 건설하는 사업은 한화건설이 맡았다. 총 공사금액이 80억 달러가 넘는 대규모 프로젝트로 지난해 5월 수주했다. 지난해 한국 기업 해외 건설 수주액(649억 달러) 전체의12%에 달 하는 금액이다. 국내 기업이 해외에서 수주한 단일 프로젝트 중에서는 최대 규모다. 김승연 한화 회장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는 의지로 만든 성과다.한화건설은 도로와 상·하수관 등 기반시설을 포함해 총 10만 가구의 주택을 짓는다. 60만명의 이라크인이 거주할 수 있는 도시가 한국 기업의 힘으로 탄생하는 것이다. 2020년까지 하루 평균 2만6000명의 인력이 투입되고, 6400t의 콘크리트가 사용되는 대역사다. 현재 2만여명의 인력이 머물 베이스캠프 공사와 부지조성, 정수·하수처리시설 등 도시인프라 공사가 진행 중이다. 건설자재 생산공장 공정률은 약 55%다. 본격적인 주택건설 공사는 내년 1월 시작해 2015년부터 해마다 2만가구씩 공급한다.강 의장과 김현중 한화건설 부회장, 한화건설 및 협력사 임직원 400여 명은 오찬을 함께했다. 이 자리에서 강 의장은 “비스마야 건설공사는 연 55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내 연관 산업을 발전시키며, 100여 개 협력사와 동반해외 진출을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며 “7년 뒤 인구 60만 명의 비스마야 신도시가 성공적으로 완공하면 세계가 대한민국 건설의 힘에 또 한 번 놀라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분당급 규모의 신도시건설이라고 했는데, 분당보다 훨씬 나은 명품 도시를 만들어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한화건설은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사업이 국내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힘을 쏟았다. 특히 일자리 창출에 기여도가 클 전망이다. 이라크 현장 투입인력 중 10%는 경험이 풍부한 50대 후반 중동건설 유경험자를 선발해 전문성을 확보할 계획이다. 나머지 90%는 청·장년층에서 선발한다. 그동안 한화그룹이 강조한 능력 중심의 인재채용과 고졸 신입사원 선발도 늘릴 방침이다.중소기업의 사업 참여도 늘어난다. 한화건설 관계자는 “공사가 진행되면 이라크 현지에 100여개 중소 자재 및 하도급 업체와 1000여명에 이르는 협력업체 직원이 진출할 예정”이라며 “현재 관련 기업의 문의가 쏟아진다”고 말했다.한국 기업의 이라크 추가 진출 문도 열린다. 이라크는 현재 전후복구 사업이 한창이다. 많은 사업 기회가 있다. 국회의장단과 김현명 주이라크 한국대사, 한화건설 김현중 부회장은 바그다드의 총리 공관을 방문했다. 이 자리에서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만나 이라크 재건사업과 관련해 한국과의 협력방안을 논의했다.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를 비롯해 한국 기업의 이라크 진출 확대와 관련해 많은 얘기가 오갔다. 이라크 국가투자위원회와 KOTRA에 따르면 이라크는 2017년까지 주택부문 800억 달러, 교통인프라 460억 달러를 투자해 전후 재건사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알 말리키 총리는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은 한화뿐만 아니라 나의 사업이기도 하며, 성공적인 신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그는 또 “현재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공사의 순조로운 진행에 만족하며, 한국 기업의 기술력과 근면함에 놀랐다”며 “300조원을 투입하기로 계획된 이라크 전후복구 사업에 한국 기업의 적극적인 참여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강 국회의장은 “한국 기업은 한국전쟁의 상흔을 딛고 전후복구와 산업화의 과정을 겪으면서 차별화된 역량과 기술력을 축적했다”며 “한국 기업이 다양한 분야의 사업에 진출해 이라크 재건에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이번 프로젝트 수주의 주역은 김승연 한화 회장이다. 수년 전부터 글로벌 경영을 강조하며 그룹 내 100여명 규모의 이라크 TF팀을 구성해 사업에 뛰어들었다. 본인이 직접 이라크 현지를 방문해 이라크 신도시 건설공사 수주를 진두지휘했다. 그 과정에서 이라크 정부와 신뢰를 쌓았다.6월 이라크 바그다드에서 ‘한-이크 경제협력포럼’에 참석한 누리 알 말리키 이라크 총리는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을 소개하는 한화건설의 영상이 나오자 “한화, 퍼스트(first), 한화, 퍼스트”를 외쳤다. 이어 김 회장의 안부를 묻고 쾌유를 기원했다.“총수의 부재로 추가사업 수주 어려움”그러나 최근 김 회장의 부재로 한화의 글로벌 사업에 차질이 생겼다. 지난해 7월 알 말리키 총리는 김 회장에게 “발전·정유시설·학교·병원과 군시설 현대화, 태양광 사업 등 100억달러 규모의 이라크 추가 재건사업을 맡아달라”고 요청했다. 연간 73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사업이다. 300조원 규모로 진행되는 이라크 재건사업을 국내 기업이 선점할 좋은 기회다.김종현 해외건설협회 사업지원본부장은 6월 ‘해외건설 5대 강국 진입 및 일자리 창출 세미나’에 참석해 “이라크 정부와 두터운 신뢰를 쌓은 김승연 회장의 부재로 100억 달러 규모의 추가 수주 논의가 답보상태”라며 안타까와 했다.

2013.07.24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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덩치 키우며 해뜰날 기다린다

산업 일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무엇에 한번 ‘꽂히면’ 좀체 포기하지 않고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2008년 한화그룹이 대우조선해양 인수를 준비했을 때가 대표적 예다. 결국 불발로 끝났지만 김 회장은 당시 본입찰을 앞두고 그룹전략회의에서 시장 예상가보다 높은 금액을 써내라고 지시했다. 그룹의 예상과 달리 법정 구속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김 회장은 미래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태양광 사업 확장에 다시 한번 승부수를 띄웠다. 한화그룹은 8월 27일 한화케미칼의 자회사인 한화솔라독일이 독일의 태양광 셀 제조업체인 큐셀과 자산양수도 계약을 하고 큐셀의 독일 본사와 생산공장, 말레이시아 생산공장을 인수했다고 밝혔다. 큐셀 채권단은 8월 30일 이사회에서 인수를 최종 승인했다. 현금 4000만 유로(555억원)를 지급하고 큐셀의 말레이시아공장 부채 8억5000만 링깃(3000억원)을 갚는다는 조건이다.최종 인수금액은 바뀔 가능성이 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10월에 최종 인수대금 납입 전까지 실사를 거쳐 금액 관련 추가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큐셀의 현지 장기공급계약을 한화 측에서 유지해주는 조건으로 협상이 성사되면 최대 3000만 유로를 줄인 1000만 유로(139억원)에 인수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되면 한화그룹은 비교적 적은 돈을 주고 글로벌 태양광 업체를 인수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말레이시아 공장 부채가 관건이다. 한화그룹은 그러나 큐셀이 운영 과정에서 빚을 갚을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태희 동부증권 연구원은 “3000억원의 공장 부채는 현지에서 장기적으로 벌어서 갚을 수 있는 금액”이라며“당장 들어가는 현금이 적다는 면에서 괜찮은 조건이라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큐셀 인수로 셀 생산 세계 3위큐셀은 연간 1GW의 셀을 생산하는 업체다.지난해 매출액 1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한화그룹의 태양광 부문 핵심 계열사인 한화케미칼은 이번 인수로 기존 1.3GW(한화솔라원)에 1GW를 더해 총 2.3GW의 셀 생산능력을 갖추게 됐다. 이는 JA솔라, 선테크파워에 이은 글로벌 3위 규모다. 셀은 태양광을 전기에너지로 만드는 얇은 판으로 태양광 발전의 핵심부품이다. 큐셀은 1999년 설립돼 2008년 셀 생산 부문 세계 1위까지 올랐지만 올해 4월 법원에 파산신청을 냈다.유럽 재정위기로 독일 정부가 태양광 보조금을 축소하는 등 상황이 나빠지면서 적자가 누적됐기 때문이다.큐셀은 250여명의 연구개발 인력과 2000여명의 직원을 보유하고 있다. 유럽과 아시아 외에 호주·미국 등 11개 지역에 영업 거점을 확보하고 있다. 한화그룹이 기대하는 건이 부분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큐셀은 셀부문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개발 능력을 갖춘 경쟁력 있는 업체”라며 “인수 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미국과 유럽에서 중국산 셀을 사용하는 모듈에 대한 덤핑 규제가 강화된 때에 말레이시아산 셀로 규제를 피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수직계열화도 노릴 수 있다. 한화그룹은 큐셀 인수로 태양광발전의 핵심 소재인 폴리실리콘부터 잉곳·웨이퍼, 셀·모듈,발전시스템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체계를 구축했다.태양광은 김승연 회장이 2010년 그룹의‘미래 먹을거리’로 지목하고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있는 분야다. 한화그룹은 2010년 8월태양광업체인 솔라펀파워홀딩스를 4300억원에 인수하고 사명을 한화솔라원으로 변경하면서 태양광 사업에 본격 뛰어들었다.이 과정에서 김 회장은 “태양광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여러 차례 밝혔다. 이번 큐셀 인수에선 김 회장이 법정 구속되면서 계약 체결이 지연되는 사태가 벌어졌지만 큰 차질없이 성사됐다. 4월부터 김 회장 지시로 100여명의 인수추진팀이 큐셀의 독일 본사와 말레이시아 공장을 여러 차례 실사하고 준비 작업을 벌인 결과다.문제는 이제부터다. 한화그룹이 큐셀 인수로 당장에 큰 도약을 기대하기엔 세계 태양광 시장의 사정이 녹록하지 않다. 주요 업체들이 잇따라 부도를 맞거나 부도설에 휩싸여 있다. 공급과잉 우려도 끊임 없이 제기되고 있다. 공급과잉이 가장 심한 폴리실리콘 가격은 최근 kg당 20달러 안팎에 머물러 제조원가인 30달러에도 못 미치고 있다. 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경기 침체 여파로 태양광 산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우리는 이 위기를 더 큰 기회로 삼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큐셀 인수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NICE신용평가는 “태양광 업황이 조기에 회복되지 않으면 중장기적으로 추가 재무 부담을 떠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실제로 한화솔라원은 지난해 171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고 올해 상반기에도 적자를 냈다. 큐셀의 실적도 당분간 전망이 불투명하다. 김선우 우리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공격적 투자는 부정적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큐셀의 주력 생산품인 셀의 경우도 ‘팔면 곧 손해를 보는 수준’이라 불릴 만큼 공급과잉 상태다.황유식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태양광셀·모듈의 글로벌 공급과잉 상태가 이어지면서 한화솔라원은 당분간 적자 상태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긍정적 평가도 있다. 한화가 큐셀 인수를 오랜 기간 준비한 만큼 실적도 나아질 것이란 전망이다. 김태희 연구원은 “태양광 산업은 중장기적으로 여전히 전망이 밝기 때문에 무리한 투자는 아니다”고 분석했다. 정유석 교보증권 연구원은 “태양광 산업의 투자규모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업체들이 이익을 못 내 부도가 나는 상황”이라면서도 “역으로 다른 외국 업체들이 부도가 나서 경쟁업체가 줄어들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부도설이 많이 나오고 있는 중국의 일부 태양광 업체들이 경쟁에서 도태되면 공급과잉 문제도 해소될 수 있다.변수는 김승연 회장의 법정 구속이다. 오너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그룹 전체가 일사분란하게 움직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회장이 올해 공을 들인 9조4000억원 규모의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프로젝트는 사실상 중단 위기다. 김 회장은 올해 5월과 7월에 누리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를 만나고 태양광 설비 추가 수주 등을 논의하며 이 사업을 지휘했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이라크 프로젝트는 초기 논의 단계에 머물렀다”며 “당분간 논의가 더 진행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3년째 꾸준히 추진한 태양광 사업은 큐셀인수를 기점으로 계속 규모를 키워나간다는 방침이다. 한화 관계자는 “태양광은 규모의 산업이며 장기적으로 봐야 하는 선진국형 사업인 만큼 경기가 회복될 때까지 이 분야 톱클래스 자리를 굳힌다는 방침”이라고 전했다. 홍기준 한화케미칼 부회장 등 태양광 분야에서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는 전문경영인이 김 회장 공백을 최소화한다는 입장이다.한화케미칼·한화솔라원 실적은 부진업계는 한화그룹의 태양광 올인 행보가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한화케미칼의 잉여현금흐름이 연결기준 작년 534억원 흑자에서 올해 1844억원 적자로 돌아선다고 전망하고 있다. 잉여현금흐름이 적자일 경우 영업활동에서 창출한 현금흐름이 투자에 소요되는 자금보다 적다. 이는 재무 구조가 나빠지거나 외부 자금 조달 필요성이 커질 수 있음을 뜻한다. 한화케미칼의 차입금 규모도 1분기 말 연결기준 4조6000억원에 달했다.다만 대한생명을 비롯한 알짜 계열사가 있어 그룹 차원에서 한화케미칼을 전폭 지원할 수 있다. 한화솔라원도 작년 4분기 영업적자가 1760억원이었지만 올해 1분기에는 410억원, 2분기 176억원으로 적자가 줄어들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태양광 확장을 위해 확보한 자금 규모를 구체적으로 공개할 순 없지만 투자 여력은 충분하다”며 “연내추가 투자 계획은 미정이지만 큐셀처럼 적당한 가격에 매물이 나타나면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2012.09.10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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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사업 챙기고 이미지 개선 노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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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글로벌 경기 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자 재계 총수들의 발걸음이 바빠졌다. 한 재계 관계자는 “총수들이 요즘처럼 바빠 보이는 때도 드물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특히 각종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일부 총수는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오너십 위기론’을 뛰어넘으려는 모습이다. 직접 나서서 해외시장개척을 진두지휘하는가 하면 사회공헌 사업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오너십 위기론이 불거질 때마다 자중하면서 대외 활동에 신중한 모습을 보인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모습이다.이 과정에서 이들은 국내외 사업에서 승부사 기질도 보이고 있다. 회사 안팎에 화두를 제시하거나 양해각서(MOU) 체결식 같은 미시적인 행사도 직접 챙기고 있다.횡령·배임 혐의로 7월에 징역 9년, 추징금 1500억원을 구형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이를 위기 탈출의 기폭제로 삼으려는듯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다.김 회장은 최근 수 차례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태양광이야말로 그룹의 신성장 동력”이라며 “시장 상황이 어렵더라도 꾸준히 개척해 (태양광사업으로) 글로벌 톱 기업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공급 과잉 우려로 업황이 좋지 않지만 이번 여름 동안 태양광사업에 힘을 집중했다.김 회장은 7월 이라크 바그다드를 방문한 자리에서 누리카밀 알-말리키 이라크 총리와 만나 전후 복구사업에서 추가 수주 문제를 협의했다. 이 자리에서 김회장은 이라크의 군사시설 현대화 추진 때 태양광 설치사업을 진행하는 방안을 이라크 총리에게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귀국길에 “이번 이라크 방문이 조만간 깜짝 놀랄 좋은 성과로 이어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승연 회장은 특히 방탄조끼 차림으로 이라크 비스마야 신도시 공사 현장을 방문해 화제를 모았다.방탄조끼 입고 이라크 현장 돌아봐김 회장의 이라크행 직후인 8월 2일 한화그룹은 일본법인을 통해 일본 마루베니(종합상사)와 협력해 현지 태양광 발전소에 4년간 약 500mW, 총 6000억원 규모의 태양광 모듈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에서 원전 대안으로 태양광이 주목 받을 것이라던 김 회장의 예상이 맞아떨어진 순간이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김 회장이 작년 11월 일본을 방문해 아사다 테루오 마루베니 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태양광사업을 직접 제안한 게 9개월 만에 결실을 맺었다”며 “중동과 일본 등 다양한 시장 개척으로 침체된 태양광시장의 활로를 뚫을 계획”이라고 말했다.한 PR 전문가는 “김 회장이 언론을 통해 적극적으로 해외공략 성과를 알리는 것은 재판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는 한편 그룹 사기 진작 차원에서 꼭 필요한 일이라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올해 초 수백 억원대의 그룹 계열사 자금을 유용해 사적 투자를 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역시 이에 아랑곳 않고 활발한 대외활동을 벌이고 있다. 특히 수 년 넘게 그룹 차원에서 공을 들였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는 중국시장 공략에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다. 최 회장은 5월 ‘상하이포럼 2012’에 참석해 사회적 기업을 주제로 연설하는가 하면 7월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한·중 수교 20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에 참석해 “중국에 최소 10년 더 투자하겠다”고 선언했다. SK그룹은 중국시장 본격 공략을 목표로 2010년 7월에 SK차이나를 설립했다. 지난해 대중국 매출액은 6조3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넘게 늘었다.주마가편 격으로 상승세를 탈 때 중국 공략드라이브를 세게 걸겠다는 것이다. 한 재계관계자는 “김승연 회장과 마찬가지로 재판에서 유리한 고지에 오르는 동시에 해외사업으로 내수기업이란 이미지에서 벗어나려는 뜻도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최종현 선대 회장의 숙원사업이었던 중국시장공략에 힘을 쏟는 것은 그만큼 그룹 내부의 결속력을 다지겠다는 의미도 있다”고 덧붙였다.잇단 인수합병으로 공격 경영을 펴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이들 못지 않게 분주하다. 신 회장은 2008년 인도네시아 마크로 인수, 2009년 중국 타임스 인수로 해외 유통시장에서 전략 거점을 추가한 데 이어 2010년 GS리테일의 백화점 3곳, 할인점14곳을 인수했다. 올 들어 베트남 현지법인인 롯데베트남쇼핑의 증자를 결의하고 현지 파트너 업체인 민반(Minh Van)의 보유 지분 전량을 인수하는 등 베트남시장 개척에도 힘을 쏟고 있다.특히 최근에는 하이마트인수를 진두지휘하며 가전유통 분야 최강자 자리도 넘보고 있다. 박종렬 HMC투자증권애널리스트는 “물류시스템 통합, 롯데마트와 하이마트가 복합된 모델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신 회장이 승부사로 주목 받는 또 다른 이유는 ‘취할 것은 취하고 놓을 것은 과감히 놓는다’는 전략적 행보에 충실하기 때문이다.웅진코웨이 인수전에 참여했지만 웅진코웨이는 과감히 포기하면서 하이마트를 품에 안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업태가 다르거나 시너지 효과가 적을 것으로 예상되는 업체에 대한 무리한 M&A는 철저히 지양하는 게 신 회장 스타일”이라고 설명했다.신동빈 회장의 유통업계 맞수인 정용진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차분한 모습으로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신세계는 최근 계열사인 이마트가 전자랜드 인수전에서 발을 뺐지만 정 부회장의 발 빠른 행보는 이어지고있다.정 부회장은 새 투자지역으로 주목 받는 경기도 의왕의 백운호수 일대에 대규모 복합쇼핑몰을 조성하기로 하는 건립 투자협약(MOU)을 7월 31일 체결했다. 2016년 개장을 목표로 총 4000억원을 투자하는 이번 프로젝트에 대한 정 부회장의 기대가 크다.신동빈 회장은 공격적 M&A정 부회장은 협약식 자리에서 “앞으로 국민소득수준이 향상되고 나들이 문화가 확산되면서 쇼핑과 여가를 동시에 즐기려는 가족 고객들이 늘어날 것”이라며 “도심 백화점으로는 교통문제 등 한계가 있어 교외 쇼핑몰 건립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신세계는 의왕 외에도 경기도 안성과 하남,인천과 대전 등 총 5곳에서 교외 복합쇼핑몰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2016년께 차례로 개장하면서 새로운 수익을 창출하는 한편지역거점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정 부회장은 “에버랜드 등 테마파크나 야구장도 이제 우리 경쟁상대”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정 부회장은 재계에서 가장 젊은 총수 중 한 명답게 주요 MOU 체결식을 손수 챙기며 참석하는 열정을 보이고 있다. 보통 MOU 체결식에는 전문경영인 CEO나 고위 임원이 주로 참석하지만 정 부회장은 직접 챙기고 있다.이종혁 광운대 미디어영상학부 교수는“그간 오너가 왜 불필요하게 나서느냐는 목소리가 나올 만큼 총수들의 적극적인 대외활동이 금기시됐지만 최근에는 오너 이미지가 그룹 이미지로 직결된다는 점에서 오히려 전면에 나서는 걸 선호하는 추세”라고 분석했다. 과거엔 오너의 신비주의가 소속 임직원이 경외감과 존경심을 갖고 따르게 하는 기능을 했다면, 근래에는 오너가 직접 뛰면서 임직원과 소통을 늘리는 게 통하고 있다는 것이다.

2012.08.06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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