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10

'검정고무신' 작가 유족, 형설출판사 고소…

정책이슈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작가 고(故) 이우영씨 유가족이 작가 생전 법적 분쟁을 벌여온 출판사를 상대로 소송에 나선다.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유족이 오는 20일 서울 마포경찰서에 형설출판사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제출하기로 했다고 19일 밝혔다.고소장에는 2001년 이 작가가 그림을 그리고 배우자 이지현 씨가 글을 쓴 만화책 '검정고무신의 실수특급'을 형설출판사가 2015년 무단으로 재발간했다는 내용이 담겼다.유족 측은 재발간 과정에서 원출판사는 물론, 두 작가와도 협의하지 않았다며 저작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이번 고소는 유족 측이 형설출판사에 제기하는 첫 번째 저작권 침해 소송이다.양측은 약 2년간 소송전을 벌여왔으나, 이는 모두 형설출판사가 이 작가를 상대로 계약 위반과 저작권 침해 행위가 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한 것이었다.법원은 지난해 양측 간 사업권 계약이 존재하지 않으며, 향후 형설출판사의 캐릭터 업체인 형설앤 측이 '검정고무신' 캐릭터 창작물·광고물을 생산하거나 판매해서는 안 된다고 판결했다.다만, 특정 시점까지는 사업권 계약이 유효했으므로 이 작가 측이 계약 위반과 저작권 침해에 따른 손해배상금 7천400여만원을 지급하라는 명령도 내렸다.양측은 이에 반발해 각각 항소했으며, 오는 21일 2심 2차 공판을 앞두고 있다.

2024.11.19 11:27

1분 소요
21세기의 금맥, 돈이 모이는 ‘콘텐츠 IP’ [백세희의 컬쳐&로]

전문가 칼럼

요즘 잘 나가는 드라마를 보면 ‘이건 원작이 뭘까?’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지난봄 폭발적인 인기를 얻은 tvN 월화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는 김빵의 웹소설 <내일의 으뜸>을 원작으로 한다. 넷플릭스의 <지옥>, <이두나!>, <살인자ㅇ난감>, <마스크걸> 등 드라마를 즐겨 보지 않는 이들도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작품들은 모두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바야흐로 장르적 확산의 시대다. 웹툰 또는 웹소설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 제작은 지상파, 종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를 가리지 않는다.잘 만들어진 ‘이야기’의 무궁무진한 활용 가능성이 실제 성공 사례로 속속 증명되자, 하이브와 같은 거대 엔터테인먼트 기업 역시 자체적인 스토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이야기를 만들고, 여기에 엔하이픈, 르세라핌, 엔팀 등 어울리는 아티스트들이 캐릭터로 등장하는 등 이야기와 아티스트가 상호 협력하는 구조다. 이야기의 문화산업적 활용은 앞으로도 꾸준히 이어질 것 같다.콘텐츠 IP는 저작권과 상표권을 중심으로 하는 지식재산의 다발이야기, 즉 콘텐츠가 만들어내는 경제적 이익은 IP(지식재산권)의 처리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성공을 반신반의하며 단칸방에서 만들어 낸 나의 이야기가 무궁무진한 광맥이 될 수 있는지 없는지는 ‘콘텐츠 IP’를 손에 꼭 쥐고 있는지부터가 시작이다.어지간하면 손에 꼭 쥐고 있어야 할 만큼 중요한 것이라는 느낌은 든다. 그렇지만 콘텐츠 IP가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니 막막하다.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콘텐츠 IP는‘특정 콘텐츠를 여러 장르로 확장하고 부가 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지식재산권 다발’ 정도로 요약할 수 있다. ‘다발’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IP 자체가 여러 가지 구체적인 권리들을 모두 포섭하는 개념이기 때문이다. 콘텐츠 IP는 저작권·상표권·디자인권·특허권·퍼블리시티권 등 다양한 권리를 모두 아우른다. 그 중 가장 주요한 권리는 저작권과 상표권이다.장르적 확산과 연결되는 저작권 문제저작권은 장르적 확산과 관련된다. 동화를 애니메이션으로, 애니메이션을 뮤지컬로 바꾸기 위해서는 저작권법상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보유해야 한다. 만일 동화 창작자가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포함한 IP를 누군가에게 모두 넘겨줬다면 창작자는 더 이상 원작을 활용한 애니메이션·연극·뮤지컬·영화·드라마를 제작할 수도, 막대한 부가가치를 나눠 가질 수도 없다.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백희나 작가의 <구름빵> 사건은 콘텐츠 IP 중 저작권과 관련한 안타까운 사례다. 동화 <구름빵>은 2004년 처음 출간된 이후 시간이 흐르며 점차 큰 인기를 누리며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졌다. 하지만 원작자인 백 작가는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에서 발생한 이익을 전혀 분배받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제작 사실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고 한다. 이유는 당초 출판사와 체결한 계약에 2차적 저작물 작성권을 포함한 저작권재산권 일체를 출판사에 넘겨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기 때문이다.작년 봄 안타깝게 세상을 떠난 <검정고무신>의 그림 작가 이우영 씨도 위와 유사한 저작재산권양도계약으로 인한 좌절감과 스트레스를 겪었다. 이렇듯 원작자가 콘텐츠 IP를 온전히 보유하지 못한 상황에서는 작품의 활용에 따른 부가가치를 둘러싼 분쟁에 휘말릴 수밖에 없다. 캐릭터 등 부가 산업의 창출과 연결되는 상표권 문제상표권은 캐릭터 상품 등 부가 산업의 창출과 관련된다. 유아용 애니매이션 <뽀롱뽀롱 뽀로로>의 주인공들이 그려진 음료나 과자를 생각해보자. <포켓몬스터>는 또 어떠한가. 이처럼 콘텐츠 IP의 권리자가 완구·문구·식음료·의류 사업자에게 자신의 IP를 브랜드로써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고 로열티를 지급받아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바로 상표권의 영역이다. 유명한 뮤지컬이나 콘서트에서 팔리는 각종 ‘굿즈’도 마찬가지다.과거에는 완구·문구 등 사업자가 콘텐츠 IP 권리자로부터 캐릭터를 이용할 수 있는 권리를 라이선스 형식으로 확보하는 경우가 압도적이었다. 예를 들어 세계적인 블록 장난감 제조 기업인 레고 그룹은 필자가 어린이였을 때만 하더라도 디즈니 등 거대 콘텐츠 기업의 IP를 라이선스한 제품을 주로 판매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레고는 ‘닌자고’, ‘레고 무비’ 등 자체적인 콘텐츠를 만들어내 유통함과 동시에 이에 기반한 블록 상품도 판매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완구 제조사인 주식회사 손오공이 자회사인 초이락컨텐츠컴퍼니를 통해 ‘헬로카봇’, ‘터닝메카드’ 등의 콘텐츠를 만들어내 자체 IP를 확보했던 예가 있다. 남의 이야기를 빌려오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내 활용하는 것이다.IP 계약은 비전형계약 : 중요성에 비해 법률적 사전 점검은 부실한 현실이렇듯 콘텐츠를 잘 만들어내거나 혹은 이미 만들어져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숨은 명작을 잘만 찾아내는 것은 황금알을 낳는 거위를 손에 넣는 것과도 같다. 시장에는 이미 ‘콘텐츠 IP 비즈니스 디렉터’라는 생소한 이름의 직역도 생겨났다. 일종의 ‘이야기 중개인’ 정도로 이해하면 될까? 새로운 직종이 탄생할 만큼 콘텐츠 IP가 많은 돈을 벌어줄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며 이를 둘러싼 분쟁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콘텐츠 IP 거래는 앞서 언급한 ‘구름빵 사건’을 비롯한 여러 분쟁을 반면교사로 점차 정교해지는 중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많은 당사자가 법률 전문가를 ‘사건이 터진’ 후에 찾고 있다.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 막는 격이다. 창작자 혹은 기업 입장에서 보면 아직 문제가 터지지도 않았는데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비용을 지출하고 싶지 않은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일명 ‘IP 계약’은 우리 민법전에 따로 올라와 있지 않다. 매매·임대차·도급·고용 등 일상생활에서 빈번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민법전에 주요한 내용을 미리 정해둔 ‘전형계약’과 달리 IP 계약은 ‘비전형계약’에 속한다. 무슨 의미일까? 처음부터 당사자가 정교한 합의를 해 둬야 한다는 뜻이다. IP 권리자가 정당한 권리자인지, IP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상호 간의 이해를 기초로 IP의 어떤 부분을 넘겨줄 것인지, 양도가 아닌 이용허락이라면 독점적이고 배타적인 이용허락인지, 양도대금 혹은 수익 배분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최대한 구체적인 합의안이 필요하다. 처음부터 성공을 확신하는 창작자는 많지 않을 것 같다. 씨앗 같은 내 작품이 어느 순간 거대한 원천 IP가 돼 많은 이해관계자와 엮일지는 작품을 발표하는 초기에는 알 수 없다. 창작이 골치 아픈 분쟁으로 이어지는 일을 막으려면 예방이 최우선이다. 콘텐츠 IP가 가져오는 경제적인 효과를 충분히 즐기기 위해 미리 호미질을 해두는 작은 수고를 잊지 않기를 권한다.백세희 변호사

2024.07.13 11:00

5분 소요
검정 고무신 ‘희소식’ 나왔지만…고인 남긴 원고 출판 여전히 ‘불투명’

정책이슈

이제야 희소식이 나왔다. 그러나 고인이 남긴 만화 ‘검정 고무신’ 원고가 세상의 빛을 보기엔 아직 갈 길이 멀다.18일 업계에 따르면 만화 ‘검정 고무신’ 대표 캐릭터 9종에 대한 저작권 등록을 말소하는 결정이 최근 나왔다. 한국저작권위원회 직권에 따른 처분이다.한국저작권위원회는 작품활동에 참여하지 않은 장진혁 형설앤 대표가 저작권 등록 신청했다는 점을 처분 근거로 삼았다. 장 대표가 권한이 없음에도 저작권 등록 신청을 해 절차상 문제가 있다는 취지다.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 등은 이를 두고 ‘검정 고무신’ 공동저작권자로 올랐던 장 대표에게 저작자 자격이 없다는 점이 확인된 사안이라고 해석한다. 이의제기 기간을 거쳐, 등록 말소가 최종적으로 확정된다면 저작권은 창작자에게 자동 귀속된다.문화체육관광부(문체부)에서도 ‘검정 고무신’ 원작자에게 유리한 판단을 내놨다. 문체부는 지난 3월부터 ‘검정 고무신’ 관련 특별조사팀을 꾸리고 저작권 분쟁 사안을 들여다봤다. 특히 지난 2008년 장 대표와 원작자 사이에 체결된 3차 사업권설정계약서가 ‘예술인의 지위와 권리의 보장에 관한 법률’(예술인권리보장법) 위반 소지가 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폈다.문체부는 4개월 조사 끝에 해당 계약이 예술인 권리보장법 제13조제1항제2호를 위반한 불공정행위에 해당한다고 결론지었다. 이에 따라 형설앤과 장 대표가 그간 제대로 지급하지 않은 수익을 원작자에게 분배하라는 취지의 시정명령을 내렸다. 문체부는 또 ‘저작권자 간 체결한 계약에 불공정한 내용이 포함됐다’고 판단, 형설앤·장 대표에게 ‘계약서 내용을 변경해 원작자에 대한 불이익 행위를 중단할 것’이란 명령도 전달했다.만화 ‘검정 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는 지난 3월 세상을 등졌다. 고(故) 이우영 작가는 사업가와 맺은 계약 때문에, 생애 마지막까지 분쟁을 겪다 눈을 감았다. ‘검정 고무신’을 만들었음에도, 사업자 측으로부터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소송을 당해야만 했다. 해당 분쟁은 고인의 동생인 이우진 작가와 유족들이 이어가고 있다. 이우진 작가는 고인의 군 복무 시절은 물론 ‘검정 고무신’ 연재 내내 그림 작업을 도왔다. 독소 조항을 포함한 계약의 불공정성이 대외에 알려진 후 4개월. 한국저작권위원회·문체부가 원작자에 손을 들어주는 판단을 내렸지만, 고인을 끝까지 괴롭힌 ‘원고 발행’은 아직 불투명하다. 이우진 작가는 “형은 사업자와 ‘저작권 분쟁’을 겪는 와중에도 ‘검정 고무신’을 계속해서 그려왔다”며 “소송 때문에 준비된 얘기를 세상에 내놓지 못했다는 점을 형은 가장 가슴 아파했다”고 말했다.2019년 장 대표는 이영일 작가(‘검정 고무신’ 글 작가·필명 도레미)와 함께 이우영·이우진 작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 3차 사업권설정계약서를 근거로 ‘공동저작권자인 자신의 허락 없이 여러 차례 독단적인 작품 활동을 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우영·이우진 작가가 작품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공유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는 취지다.해당 소송은 아직 마무리되지 않았다. 사업 권한에 대한 정리가 완벽하게 이뤄지지 않았단 의미다. 이런 상황에서 고인이 남긴 ‘검정 고무신’ 원고를 세상에 내놓는 건 또 다른 분쟁을 발생시킬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저작권위원회·문체부가 유족에 유리한 판단을 내렸지만, 원고를 세상에 당장 내놓지 못하는 이유다.이우진 작가에게 법률 자문 중인 김성주 변호사(법무법인 덕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한국저작권위원회·문체부의 판단 내용은 소송에 증거로 제출할 것”이라면서도 “사업자가 시정명령 등에 대한 이의신청을 제기하는 등의 변수가 남아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우진 작가가 보관하고 있는 고인의 원고 출판은 물론 ‘검정 고무신’ 작품활동을 이어가려는 강력한 의지가 있는 만큼 법원의 정당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고 강조했다.만화 ‘검정 고무신’은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소년챔프에서 연재되며 인기를 끌었다. 인기작의 상징인 ‘단행본 출판’은 물론 애니메이션도 4기까지 제작돼 KBS에서 방영됐다.장 대표는 ‘검정 고무신’ 단행본 연재가 완결된 뒤, 9개 캐릭터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취지로 작가들에게 접근했다. 사업상 필요하다는 이유로 ‘공동저작권’도 요구했다. 이때 3차 사업권설정계약도 맺는다. 장 대표는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사업장인 형설앤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유족 측이 파악한 내용에 따르면 애니메이션·피규어·의류 제작 등 ‘검정 고무신’ 관련 사업 수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200개 안팎이다. 문체부 조사에 따르면 장 대표는 3차 사업권설정계약 해석을 근거로 원작자에게 투자 수익을 배분하지 않았다.3차 사압권설정계약은 ▲계약에 따른 사업 범위의 지나친 포괄성 ▲사업화 권리 설정 기간의 영구성 ▲계약에 따른 금전적 대가 미지불 ▲사업자를 통하지 않고는 창작 행위 불가능 등의 내용을 내포하고 있다.

2023.07.18 17:23

4분 소요
정부 마련 ‘표준계약서’ 실효성 지적 나와 …“웹툰 작가 노동 시간 기준 강화해야”

IT 일반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고(故) 이우영 작가가 출판·캐릭터 업체와 저작권을 둘러싸고 분쟁을 겪으며 세상을 떠난 가운데, 최근 정부가 웹툰 창작자 권익 보호를 위한 표준계약서 개정에 나선 것으로 확인됐다. 더불어 작가들의 불공정 계약을 막고자 저작권 관련 교육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단 계획이다. 다만 표준계약서의 경우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일 뿐, 법적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3월 부처 내 특별조사팀을 설치해 고(故) 이우영 작가가 생전에 출판·캐릭터 업체와 맺었던 계약이 예술인권리보장법에 위반되는지 전면 조사에 착수했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지난 2021년 제정된 법으로 불공정 계약 조건 강요, 수익배분 거부, 표현의 자유 침해, 성폭력 등 예술인 권리 침해를 폭넓게 구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한국만화가협회가 예술인 신문고를 통해 ‘검정고무신’ 계약이 불공정 계약이라고 신고하며 조사를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표준계약서 개정에 나선 문체부…법률서비스도 제공아울러 문체부는 웹툰 업계 고질병이라고 할 수 있는 불공정 계약과 관련해 이미 지난해부터 ‘웹툰 상생협의체’를 구성했다. 창작자와 업체간 불공정 계약을 개선하고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상생협의체는 웹툰 창작자와 업계(제작사, 플랫폼), 정부(문체부, 공정위)가 함께 공정한 계약문화 조성을 비롯해 웹툰 분야 상생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한 소통창구다. 웹툰 등 각 콘텐츠 장르의 상생협의체 운영은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로 콘텐츠 산업의 공정환경 조성에 관한 이행과제에 해당한다. 상생협의체 위원 12명(창작자 4명, 제작사 2명, 플랫폼 2명, 변호사 1명, 학계 1명, 문체부 1명, 공정위 1명)과 객원 위원(회차별 초청 최대 4명)은 2022년 2월 협의체 출범 이후 2022년 10월까지 총 8차례 회의를 진행했다. 문체부는 매달 회의에 앞서 창작자와 업계를 대상으로 사전 간담회 총 10회를 진행해 현장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자 노력했다.이후 문체부는 2022년 12월 웹툰상생협의체 합의의 결실로 공정거래위원회와 창작자, 14개 만화·웹툰 분야 협회·단체, 웹툰업계 등과 함께 ‘웹툰 생태계 상생 환경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했다. 상생협의체는 그동안 창작자가 제시한 ▲매출 관련 정보 공개 ▲수익배분 방식 개선 ▲창작자 저작권 보장 강화 ▲창작자 복지 증진 안건 ▲웹툰 표준식별체계 도입 ▲다양성 만화 진흥 ▲웹툰 불법유통 대응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 개정 안건 등을 균형 있게 다뤘다. 총 8개 조문으로 구성한 상생협약문은 위 안건에 대한 위원 간 합의사항과 제도 개선 계획, 후속 논의 방안 등을 포함했다.특히 문체부는 올해 표준계약서 개정에 공을 들이고 있다. 표준계약서는 오랜 기간 개정되지 않아 현장에서의 적용이 어렵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업계와 창작자단체, 공정위 등의 의견을 수렴해 전면 개정할 계획이다. 웹툰 작가들은 이번 표준계약서 개정과 관련해 유급 휴재권을 포함한 휴재권 보장, 회차별 컷 수 상한제 등의 내용이 담기길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와 관련해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창작자를 비롯해 웹툰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고 있다. 새로운 표준계약서 고시 날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며 “계약 방식이 다양해지고 관련 환경이 크게 바뀐 만큼, 표준계약서도 대폭 수정할 계획이다. 창작자들의 권리를 보호하면서 산업 발전도 같이할 수 있는 방향으로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아울러 문체부는 표준계약서 개정과 함께 웹툰 작가들에 대한 법률지원 서비스도 강화하기로 했다. 이는 저작권에 익숙하지 않은 작가들이 저작권 계약과 관련해 독소조항 걸리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문체부는 지난 4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저작권법률지원센터’를 열었다. 서울 용산구 저작권위원회 서울사무소 내에 설치되며, 장르별로 분산돼 있던 저작권 법률지원 기능을 저작권법률지원센터에서 총괄하게 된다. 또한 예술인신문고, 공정상생센터 등 각 기관과의 협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박보균 문체부 장관은 “법률센터는 저작권에 익숙하지 않은 작가들이 저작권 계약과 관련해 독소조항에 걸리지 않았는지를 면밀히 추적하고, 이를 시정·구제하는 데 적극 나설 것”이라며 “문체부는 향후 검정고무신 사태와 같은 비극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안전디딤돌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이와 더불어 문체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와 함께 창작자들의 저작권 불공정 계약을 방지하고자 찾아가는 저작권 교육도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 말까지 창작자와 업계 종사자, 작가 지망생 등 약 2000명을 대상으로 총 50회에 걸쳐 저작권 교육을 진행할 계획이다.표준계약서 개정, 미봉책에 불과…미사용 응답 비율 46.7%다만 일각에서는 표준계약서 개정 및 저작권 관련 지원이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표준계약서의 경우 어디까지나 가이드라인일 뿐, 법적 강제력이 없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실제로 표준계약서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작가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지난해 12월 발간한 ‘2022년 웹툰 작가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만화분야 표준계약서를 인지하고 있는 작가의 비율은 71.6%로 전년 대비 13.0%p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아울러 표준계약서 참고 여부와 관련된 질문에서 ‘표준계약서 양식 미사용’ 응답 비율이 46.7%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41.4%의 작가는 ‘일부 계약 조항만 활용한다’고 답했으며, ‘표준계약서 양식을 그대로 사용한다’는 답변은 11.9%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특히 표준계약서가 ‘도움이 된다’는 응답은 58.3%였으며, 보통이라고 답한 작가는 12.2%,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한 작가는 29.5%인 것으로 집계됐다. 도움이 되지 않는 이유와 관련해서는 ‘업계 계약 관행과 달라서’가 51.4%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기타 응답으로는 ‘강제성이 없다’, ‘플랫폼이나 사업체 등에서 표준계약서를 사용하지 않아서’ 등의 답변이 나왔다.이와 관련해 일각에서는 창작자의 저작권을 근본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국회 측에서 저작권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다.익명을 요구한 웹툰업계 관계자는 “표준계약서가 ‘만능열쇠’는 분명 아니다. 창작자와 플랫폼 양쪽의 입맛을 모두 맞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표준계약서는 창작자 입장에서 이를 활용해 불공정한 계약과 비교해 볼 수 있는 일종의 가이드라인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이어 “표준계약서는 한 번의 개정으로 끝나면 안 된다. 여러 피드백을 통해 계속해서 수정돼야 한다”며 “특히 웹툰 작가들의 과도한 노동이 문제가 되고 있는 만큼, 노동 시간에 대한 기준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2023.05.08 09:00

5분 소요
웹툰 작가 옥죄는 ‘이중 구조’…과거로 회귀한 ‘수익 분배’ 문제

IT 일반

#국내 웹툰 시장을 양분하는 네이버·카카오. 서울에서 자취 중인 A씨는 두 플랫폼에서 하루에도 두어 시간을 보낸다. A씨에게 웹툰은 무료한 출퇴근 길을 함께하는 ‘친구’이자, 퇴근 후 고단했던 하루를 위로해 주는 ‘가족’과도 같다. 좋아하는 작가들도 생겼다. 그림체가 뛰어나서, 이야기가 따뜻해서…. 작가별로 좋아하는 이유는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 ‘웹툰 속 세상’과 소통할 수 있게끔 하는 매력이 있다고 한다. A씨는 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먼저 보기 위해 매월 2~3만원도 지출 중이다. “전혀 아깝지 않은 비용”이라고 했다. 뒷이야기가 궁금한 까닭도 있지만, 좋아하는 작가가 보다 창작활동에 매진했으면 하는 ‘팬심’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A씨가 콘텐츠를 보기 위해 지불한 금액 중 작가에게 돌아가는 비율은 10% 남짓에 불과하다. ‘완결작’ 중 더러는 플랫폼과 제작사에만 수익으로 배분된다.출판물이 만화시장을 지배하던 시절, 작가는 착취의 대상이 됐다. 시장에 이름을 알리지 못한 만화 작가는 10% 안팎의 인세를 받았다. 그마저도 유통된 출판물의 양을 속여 인세를 줄이는 식의 피해가 공공연하게 발생하던 시절이 있었다. 출판사가 9, 작가가 1을 가져가는 수익 배분 계약은 당시 ‘데뷔를 원하는’ 입장에선 울며 삼켜야 하는 ‘독이 든 성배’와도 같았다.‘작가 친화적 기업’을 표방하는 네이버·카카오가 웹툰 서비스를 시작한 뒤, 이 같은 수익 분배 구조는 시장에서 대부분 사라지는 듯했다. 웹툰의 등장으로 만화 작가에게 더 많은 수익 배분이 이뤄지는 건전한 생태계가 조성됐다는 긍정적 평가도 나왔다. 웹툰 시장을 이끈 네이버·카카오는 전체 수익의 50~70%를 작가에게 배분하는 구조로 사업을 운영해 왔다.그러나 이는 양사가 작가와의 ‘직계약’을 통해 대다수 작품을 수급하던 2010년대 얘기다. 최근에는 웹툰 시장이 커지면서 콘텐츠 제작사(CP)를 통해 만들어진 작품이 네이버·카카오 플랫폼의 전면을 장식하고 있다. ‘플랫폼-CP-작가’로 이어지는 계약 구조가 일반화되면서 과거 ‘9 대 1’ 비율이 부활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각 플랫폼 내 ‘무한 경쟁’ 체제가 자리잡히면서 작가 스스로 ‘자기 착취’를 하고 있단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익명을 요구한 한 웹툰 작가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과거 출판물 수를 속이는 행태는 시장이 ‘온라인 유통’으로 전환되면서 개선된 건 사실”이라며 “조회수 등의 지표는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지만, 수익 측면에서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웹툰 시장이 자리 잡던 2010년대엔 비교적 상생 구조가 잘 작동했지만, CP 비중이 늘어난 최근에는 과거 출판물 시장에서 벌어졌던 ‘착취 구조’가 다시금 나타나고 있다”며 “출판물 시절 흑백에 30컷 남짓을 그렸던 때와 달리 최근에는 되레 채색 의무와 100컷 안팎의 분량으로 창작에 드는 공임 부담만 늘었다. 플랫폼의 눈 밖에 나면 광고 노출이나 프로모션 대상에서 빠져 몸이 아파도 휴재하기 어려운 환경”이라고 토로했다.200원 결제하면 24원만 작가 몫수익 분배나 창작 환경을 결정짓는 계약은 작가의 역량에 따라 매우 다양하다. 그러나 이 분야에서도 ‘업계 통용’ 기준은 있다. 주로 신진 작가가 그 대상이 된다.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 운영사) 등 플랫폼 기업은 물론 작가·협회·CP 등 다양한 업계 종사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통용되는 수익 분배 비율은 플랫폼이 35~40%를 가져가는 구조다. 플랫폼과 직계약을 한 경우 신진 작가라도 전체 수익의 60~65%를 받을 수 있다.문제는 CP를 통해 작품 제작을 하는 경우다. 플랫폼에서 35~40% 수익을 가져간 뒤 남는 금액을 CP는 물론 협업 작가들과 공유한다. 메인 그림 작가는 플랫폼으로부터 CP가 받은 수익의 30% 정도를 수령하는 게 보통이다.독자가 네이버·카카오에서 미리보기나 완결 다시 보기 등으로 내는 금액은 한 화당 200~300원이다. 200원을 ‘통용되는 수익 분배 비율’로 계산하면 ▲플랫폼 40원 ▲CP 80원 ▲글·서브 작가 등이 56원을 비율에 따라 분배 ▲메인 그림 작가 24원이 돌아가는 구조다. 구글에서 떼가는 ‘인앱 결제’ 수수료를 포함하면 실제로 메인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실제 매출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만화 시장이 출판물에서 웹툰으로 전환됐음에도 일부 작가들은 여전히 ‘9대 1’이란 정산 비율 아래 놓여있다. 과거 착취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10% 인세 지급이 지금도 현실적 문제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5년 뒤 CP에 귀속되는 수익만화 ‘검정 고무신’을 그린 이우영 작가가 지난 3월 극단적 선택을 한 뒤, 웹툰 업계에 이 같은 수익 분배 문제와 작가의 높은 노동 강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작가는 저작권 쪼개기와 수익 분배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다 세상을 등졌다. 다양한 단체들이 이 작가가 겪었던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기 위해 제도적 안전망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한국만화가협회·웹툰협회·웹툰작가노동조합 등에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문제 대부분은 이중 계약 구조에 기인한다. 플랫폼-CP-작가로 이어지는 제작 환경이 일반화되면서, 노동 강도는 높아졌고 수익은 줄어드는 구조가 형성됐단 지적이다.복수의 웹툰 제작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네이버·카카오를 비롯한 웹툰 플랫폼들의 요구 사항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플랫폼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정식 연재 전 약 20화 분량의 원고와 연재 중 일정 수준의 컷 수를 유지해달라는 식의 요청이 많아졌다고 한다.문제는 이 같은 기조가 작가들의 착취를 전제로 한다는 점이다. 20화가 넘는 원고를 정식 연재 전 제작할 수 있는 작가는 매우 한정적이다. 권창호 웹툰협회 사무국장은 “20화 사전 원고는 별도 수익이 발생하지 않는 제작 기간을 6개월 이상 보내야 한다는 의미”라며 “이 기간 생활비를 벌어야 하는 작가 입장에선, 계약 조건이 불리해도 제작비를 제공하는 CP와 손을 잡을 수밖에 없다. 자본을 축적한 일부 성공한 작가를 제외하곤 플랫폼이 요구하는 수준의 작품을 내놓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채색이 들어간 80~100컷 이상의 웹툰’은 작가가 CP를 찾을 수밖에 없는 또 다른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일주일마다 이 같은 수준의 작품을 작가 혼자 그리는 일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CP를 통해 각색·배경·채색·효과·후보정·교정 등의 지원을 받지 않는다면 연재가 불가능하다고 다수의 작가가 입을 모았다.CP와 작가 간 수익 분배는 크게 두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 웹툰 작가는 최소수입보장(MG·Minimum Guarantee)과 수익배분액(RS·Revenue Share)을 통해 돈을 번다. MG는 사전 원고 제작 기간 생활비 충당 등을 목적으로 받는 수익을 말한다. 제작비 개념으로 지급되는데, 대부분 ‘미래 발생할 수익’을 당겨 받는 식으로 계약이 이뤄진다. RS는 작가가 비율에 따라 나눠 갖는 수익을 말한다. MG 비용이 모두 충당된 뒤에야 RS 수익이 지급된다.MG는 작가 대다수가 권한을 온전히 보장받지 못하는 원흉으로 꼽힌다. RS 수익이 MG 지급 비용보다 낮더라도 CP가 작가에게 별도 비용을 청구하진 않는다. CP가 일정 부분 위험(리스크)을 감당하는 셈이다. CP가 이를 명분 삼아 작가에게 ‘공동저작권’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1992년 연재를 시작한 ‘검정 고무신’에서도 문제가 된 ‘저작권 쪼개기’가 여전히 이뤄지고 있는 셈이다.MG 지급 구조에서 발생하는 ‘위험 부담’ 명분은 또 다른 문제를 낳고 있다. 작가 몫인 RS 수익이 3~5년 뒤 CP에 귀속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권 국장은 “완결 작품 다시보기 등으로 수익이 발생해도 작가에게 수익이 돌아가지 않는 계약이 허다하다”며 “CP가 3~5년 뒤 발생하는 RS를 모두 가져가겠다고 요구하는 일이 ‘업계 상식’처럼 자리 잡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RS 수익 권리를 CP가 가져가는 건 사실상 작가에게 작품을 빼앗는 일”이라며 “웹툰이 영상 등 2차 창작물로 제작돼 ‘역주행’ 등으로 추가 수익이 발생하는 일이 생기더라도, RS 수익 권한이 CP에 있으면 작가에게 돌아가는 수익은 0원”이라고 꼬집었다.제작비 부담도 작가에게 전가…MG 후차감의 늪MG의 처리 방식 역시 문제로 꼽힌다. MG 지급 비용을 RS에서 충당하는 방식은 선·후차감으로 나뉜다. 이 중에서 특히 후차감(작가의 RS 수익에서 MG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이 문제가 되고 있다. 선차감(총수익에서 MG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은 CP와 작가가 성패의 위험 부담을 공유하는 구조이지만, 후차감은 제작비를 온전히 작가에게 전가하는 구조다.예를 들어 플랫폼으로부터 CP가 웹툰 한 화에 총 100만원의 수익을 받았다고 가정해 보자. 작가는 해당 화를 사전에 그리며 MG로 50만원을 미리 받았다. CP와 작가 간 수익 분배 비율은 30%라고 하자. 선차감의 경우 총수익 100만원에서 MG 50만원을 충당한 뒤, 30%에 해당하는 비용을 작가에게 제공한다. 작가는 RS로 15만원을 지급받는다.반면 후차감은 100만원 중 수익 비율인 30%를 지급한 뒤 MG 비용을 가져간다. RS 30만원에서 MG 50만원을 차감하는 게 된다. 정산받을 수익이 없는 것은 물론, 때에 따라 20만원의 ‘빚’을 다른 화 수익에서 충당해야 한다. 권 국장은 “대다수의 작가가 선·후차감 MG 방식의 차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며 “대다수의 CP가 후차감 MG 방식을 작가에게 제시해, 선차감 MG의 존재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웹툰이 독자를 만나는 공간은 결국 플랫폼이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이중 제작 구조는 플랫폼에 책임을 묻기 어렵게 만든다. 플랫폼과 계약한 곳은 CP이기 때문이다. 웹툰 제작 업계 관계자는 “네이버·카카오 입장에선 작가를 직접 관리하지 않아도 CP를 통해 작품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다”며 “작가에게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CP에 책임을 돌릴 수 있어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네이버웹툰은 2021년 기준 직계약 웹툰 비중은 88% 수준이었으나, 2023년에는 60~70%로 낮아졌다. 카카오웹툰·카카오페이지의 경우 직계약 비중이 약 40% 안팎에 그친다는 게 업계 추정이다.

2023.05.08 07:00

7분 소요
“유괴된 자식을 포기할 수 있는가”…검정 고무신의 남은 이야기 [이코노 인터뷰]

정책이슈

검정 고무신. 먼저 떠오르는 단어가 ‘아픔’이다. ‘검정 고무신’ 뒤엔 만화·애니메이션보다 이제 ‘사태’란 수식어가 붙는다. 기영이와 기철이를 그린 이우영 작가가 지난 3월 세상을 등지면서, 그가 겪었던 ‘저작권 분쟁’이 대외에 알려졌기 때문이다.만화 ‘검정 고무신’은 1992년부터 2006년까지 소년챔프에서 연재되며 인기를 끌었다. 인기작의 상징인 ‘단행본 출판’은 물론 애니메이션도 4기까지 제작돼 KBS에서 방영됐다. 고(故) 이우영 작가가 그림을 그렸고, 이영일 작가(필명 도레미)가 글을 썼다. 이우영 작가가 군 복무 중엔 그의 동생인 이우진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이우영 작가는 ‘검정 고무신’으로 1995년 제5회 한국만화문화상 신인상을 받기도 했다.45권의 단행본, 2차 창작물이란 개념조차 국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시절 제작된 애니메이션. ‘성공한 만화’란 평가가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그러나 이우영 작가가 겪은 일들은 성공과 거리가 멀다. 향년 51세, 그의 생 마지막 수년은 분쟁으로 점철됐다. 가난하지만 정이 넘쳤던 1960년대 이야기를 따스하게 담아낸 이우영 작가. 그가 겪은 현실은 만화 속 세상과 달랐다. 냉혹하기만 했다. ‘검정 고무신’을 통해 대중에 전했던 치유는 정작 본인을 비껴갔다.이우영 작가가 생전에 겪은 저작권 분쟁은 몇 가지 지점에서 여론의 분노를 샀다. ▲작품 활동에 전혀 참여하지 않은 사업가(장진혁 형설앤 대표)가 저작권자로 등록된 점 ▲‘검정 고무신’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사업의 종류·조건이 구체적으로 설정되지 않았고, 포괄적 권리가 사업자에게 영구적으로 양도된 점 ▲‘검정 고무신’을 기반으로 한 창작 활동이 제한된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특히 이우영 작가가 별세하기 전까지 그를 괴롭힌 분쟁은 ‘일반적 상식’과 거리가 멀다. ‘검정 고무신’을 그린 작가인데도, 사업자 측으로부터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소송을 당해야만 했다. 유족이 현재 이어가고 있는 법정 공방은 이우영 작가의 권리를 되찾기 위한 과정이 아니다. 되레 ‘저작권을 침해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해야 하는 입장에 놓여있다. 세상은 바뀌기 시작했지만…‘검정 고무신’ 사태는 국내 만화계에 경종을 울렸다. 분노한 여론은 변화로 나타났다. 제2의 피해자를 만들지 말자는 취지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만화 분야 표준계약서의 제·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검정 고무신 법률센터’로 불리는 저작권법률지원센터도 지난 4월 서울 용산구에서 문을 열었다. ▲예술인복지재단의 예술인신문고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공정상생센터 ▲한국만화영상진흥원의 만화인헬프데스크 ▲저작권보호원 등 장르별로 분산됐던 저작권 법률지원 기능을 총괄한다.이우영 작가의 안타까운 소식은 이렇게 세상을 바꾸고 있다. 그가 겪은 고통의 시간은 사회가 변화하는 계기가 됐다. ‘검정 고무신’이 그랬던 것처럼.사회 변화는 시작됐지만, 정작 유족들이 마주하고 있는 문제들은 여전하다. 만화가 단체들을 중심으로 ‘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대책위)가 꾸려졌고, 정부 조사도 진행 중이다. 이우영 작가가 겪었던 문제가 금방이라도 해결될 것 같은 신호들이 사회 곳곳에서 나왔다. 그러나 재판은 현재진행형이다. 심지어 분쟁의 핵심인 장 대표는 공식적인 사과는커녕 유감 표명도 없다. 형설앤 측은 되레 유족 측 주장에 잘잘못을 따지는 메시지만 내놓고 있다. 형의 빈자리를 감내하기도 벅찬 동생은 막노동하며 저작권 분쟁을 이어가고 있다. ‘검정 고무신을 되찾아 달라’는 게 형의 뜻이기 때문이다.저작권 분쟁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이우영 작가의 소식이 전해진 지 두 달이 지났다.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의 속도보다 더딘 저작권 분쟁 해결 과정을 ‘이코노미스트’가 다시 들여다보고자 한다. 현실적 문제는 이우영 작가의 동생 이우진 작가를 통해서 들었다.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방안은 법률 자문 중인 김성주 변호사(법무법인 덕수)에게 물었다. “세상에 나오지 못한 기영이, 형 지치게 해”이우영 작가는 왜 눈을 감았을까. 세상을 등지기보다 차라리 ‘검정 고무신’을 내려놓는 게 어쩌면 더 낫지 않았을까. 형을 가까이에서 지켜본 이우진 작가는 “어떻게 유괴당한 아이를 포기할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기영이와 기철이의 권한을 두고 싸움의 말이 오가는 법정 공방보다, 형은 더 이상 기영이와 기철이의 얘기를 들려주지 못하는 상황에 더 아파했다고 했다.이우진 작가는 형도 본인도 ‘저작권 분쟁’으로 축약되는 이 문제에서 손을 떼지 못했던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형도 저도 ‘검정 고무신’에 등장하는 친구들을 통해 하고 싶은 얘기가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다. 실제로 준비된 원고도 많다. 그 얘기를 들려줄 수 있는 길이 막혔다는 점이 우리를 가장 힘들게 했다. 다른 캐릭터로 새로운 얘기를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그건 형에게 아무런 의미가 되지 못했을 거다. 어르고 달래고 사정해도 기영이와 기철이가 다시 세상에 나올 수 있는 길이 보이지 않았다는 점이 형을 지치게 한 것 같다. 내 자식들이 다른 집에 가 구걸이나 하고 있는데, 어떻게 등을 돌렸겠나. 형은 바로 앞에서 그걸 지켜봤다. 참을 수 있었겠는가, 포기됐었겠는가. 형은 그래서 그렇게….”고인의 생전 소망은 ‘준비한 얘기를 세상에 내놓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우영 작가가 세상을 등진 뒤에도 이 문제는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사업자의 태도가 그렇다”고 설명했다. “사람이 죽었다. 그런데 애도 한마디 없다. 입장 차이나 책임 여하를 막론하고 ‘명복을 빈다’는 얘기부터 전해야 하는 게 인간의 도리라 생각한다. 사업자의 현재 태도를 보면 스스로 캐릭터의 공동 저작권 등록 부분을 철회하거나, 사업권 선정 계약의 합의를 기대하기 어렵다. 법원의 올바른 판단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캐릭터 사업’만 하겠다더니…손발 묶은 ‘독소 조항’얽히고설킨 ‘검정 고무신’ 저작권 분쟁은 어떻게 시작했을까. 문제는 이우영 작가가 ‘검정 고무신’의 연재를 끝낸 뒤에 발생했다. 김 변호사는 2008년 3차 사업권설정계약서 체결을 문제의 시발점으로 봤다. 장 대표가 ‘검정 고무신’ 캐릭터의 저작권자로 등장한 때다.김 변호사는 “장 대표는 이미 완성된 ‘검정 고무신’의 캐릭터를 가지고 사업화하겠다며 작가들에게 접근했다. ‘검정 고무신’에 등장하는 9개 캐릭터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취지였다”며 “9개 캐릭터의 저작권을 등록한 날인 2008년 6월 26일, 글 작가인 이영일과 그림을 그린 이우영·이우진 그리고 사업자 장 대표가 3차 사업권설정계약을 맺는다. 장 대표는 ‘사업상 필요하다’는 이유로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 지분을 요구했고, 이게 문제의 시작”이라고 설명했다.‘검정 고무신’ 연재 당시 이우영 그림 작가와 이영일 글 작가의 원고료 분배 비율은 각각 65대 35였다. 이우영 작가가 저작권 지분 65%를 가지고 있던 셈이다. 이 지분율이 3차 사업권설정계약을 통해 조정된다. 이우영 작가는 캐릭터 저작권 등록 과정에서 본인의 군 복무 시절은 물론 연재 과정에서 그림을 도운 이우진 작가의 공로를 반영해야 한다고 계약 주체들을 설득했다. 이우진 작가에게 저작권 지분 10%가 배정된 이유다. 이우영 작가와 이영일 작가는 각각 27%씩 저작권 지분을 나눠 갖는다. 장 대표는 ‘캐릭터 사업’을 명목으로 저작권 지분 36%를 요구했다. ‘검정 고무신’ 연재 당시 한 글자의 글도, 점 하나의 그림도 그리지 않은 장 대표가 저작권자로 등장한 배경이다.2007년 맺은 1·2차 사업권설정계약은 기간이 5년으로 설정돼 있었다. 문제는 3차 사업권설정계약에 기간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는 점이다. 또 계약서엔 ‘검정 고무신 원저작물 및 그에 파생된 모든 이차적사업권을 포함한다’와 ‘검정 고무신의 모든 사업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장 대표에게 위임한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모두 독소 조항이다.김 변호사는 “장 대표는 9개 캐릭터를 통해 사업을 진행하고, 창작 활동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내용으로 작가들을 설득했다. 그러나 정작 계약은 캐릭터가 아니라 만화 저작물 전체는 물론 2차 창작까지 포괄적으로 사업화를 진행할 수 있도록 ‘조항을 비틀어’ 놨다”며 “작가들이 법률가도 아닌데 당시 이 부분을 어떻게 인지할 수 있었겠느냐”라고 말했다.이우진 작가도 “창작 활동에 제한이 있었다는 점을 인지했으면 절대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사업자의 말만 믿었던 게 너무나 후회스럽다”고 했다. 작가의 고유 권한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 활동까지 사업자가 침범하리라곤 생각지 못했다는 설명이다.이우영 작가는 사업자의 말마따나 3차 사업권설정계약 후에도 ‘검정 고무신’ 얘기를 이어간다. ‘창작 활동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말을 믿은 셈이다. 사업자는 이우영 작가가 작품 활동을 진행하자 계약서를 들이밀며 ‘저작권을 침해하지 말라’고 압박한다. 계약서만 보면 캐릭터에 대한 저작권이 아닌 ‘검정 고무신’의 모든 저작권을 영구적으로 양도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19년 장 대표는 이영일 작가와 함께 이우영·이우진 작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한다. ‘공동저작권자인 자신의 허락 없이 수차례 독단적인 작품 활동을 했다’는 점을 문제로 삼았다. 이우영·이우진 작가가 작품 활동으로 벌어들인 수익을 공유하지 않아 손해가 발생했다는 취지다. 이우영 작가의 작품 세계는 그렇게 멈추게 됐다.김 변호사는 “캐릭터를 제외하고 만화 전체에 대한 사업화에 이우영·이우진 작가가 동의한 사실이 없다. 두 작가는 계약을 그렇게 인지하지 않았다”며 “만에 하나 만화 저작권 전체에 대한 양도 계약이 이뤄졌다면, 이에 합당한 비용이 지급돼야 한다. 계약 시점에 작가들이 받은 금전적인 대가는 단 1원도 없다”고 설명했다.정 대표는 자신의 사업장인 형설앤을 통해 캐릭터 사업을 추진했다. 애니메이션 4기와 극장판 애니메이션을 제작했다. 피규어도 만들었고 마트 행사도 벌인다. 2021년엔 의류도 나왔다. 이우진 작가는 “사업자가 저에게는 물론 형한테도 사업 진행의 동의를 구한 적이 없다”며 “사업화 목록에 대해서도 설명받지 못했다”고 했다. 이우영 작가가 생전 소송 중 KBS 측에 사실조회를 신청한 이유다. 형설앤과 장 대표가 사업 진행 내용을 감춰왔기 때문이다. KBS를 통해 확인한 ‘검정 고무신’ 관련 사업 수는 2015년부터 2022년까지 200개 안팎이다. 장 대표가 이우영·이우진 작가에게 수익을 공유한 사업은 이 중에서 ‘애니메이션 4기’로 한정했다는 게 유족 측 주장이다. 애니메이션 4기 수익마저도 ‘제반비용 및 대행수수료 30%를 제외한 순수익을 원저작자 지분율에 따라 공평하게 분배한다’는 계약이 지켜지지 않았단 입장이다. “아이들은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세상 되길”이우영 작가는 생전 ‘검정 고무신의 아빠로 돌아가고 싶다’는 말을 자주 했다고 한다. 현재 진행 중인 법정 공방은 어떤 방식으로든 언젠간 결론이 날 터다. 고인이 남긴 원고들이 세상에 나올 수 있을지도 이 분쟁이 끝나야 정해진다.김 변호사는 “‘검정 고무신’은 다시 작가에게로 꼭 돌아가야 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고인의 뜻을 이루기 위한 실질적 방안을 계속해서 찾겠다고도 했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3차 사업권설정계약의 무효화가 필요하다고 봤다.이 사안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가 특별조사팀을 꾸려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한국만화가협회가 ‘검정 고무신’ 계약 관련 예술인 권리침해 신고를 한데 따른 조치다. 3차 사업권설정계약 등이 예술인권리보장법을 위반했는지를 살피고 있다. 예술인권리보장법은 ▲불공정 계약 조건 강요 ▲수익배분 거부·지연·제한 등 불공정 행위 ▲표현의 자유 침해 ▲성희롱·성폭력 피해 등 예술인들의 권리 보호를 위해 마련됐다.김 변호사는 이우영 작가가 장 대표와 맺은 계약들이 예술인권리보장법에 나와 있는 불공정 행위에 해당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봤다. 또 3차 사업권설정계약 등이 지나치게 불공정해 효력이 없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김 변호사는 불공정 사안의 근거로 ▲계약에 따른 사업 범위가 지나치게 포괄적이라는 점 ▲사업화 권리 설정 기간이 영구적인 점 ▲계약에 따른 금전적 대가가 없었다는 점 ▲사업자를 통하지 않고는 창작 행위가 불가능하게 만든 점 등을 들었다.‘검정 고무신’ 사태의 핵심 사안으로 꼽히는 3차 사업권설정계약은 단 3장 분량에 불과하다. 17개 항목에 불과한 문장들이 ‘검정 고무신’을 작가로부터 빼앗은 근거가 됐다. 2019년 본인의 손끝에서 탄생한 작품을 두고 사업자가 ‘내 권리를 침해하지 말라’며 손해배상을 청구했을 때, 이우영 작가는 어떤 심정이었을까. 2023년 2월 28일 법원에 제출한 14페이지짜리 진술서는 고인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메시지가 됐다.“‘검정 고무신’은 1960년대 어렵지만 꿈이 있었던 시절의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연재 31년이 지난 2023년에도 남녀노소 모르는 분들이 드물 정도로 인지도 있는 만화입니다. 15년이란 최장수 연재 기록을 세웠던 이력도 가지고 있습니다. ‘검정 고무신’을 만드는 데 단 한 컷을 그린 적도, 한 줄의 글을 쓰거나 아이디어를 낸 적도 없는 자가 어떻게 저작자라고 당당하게 말하는지 상황 자체가 이해되질 않습니다. ‘검정 고무신’은 30년을 키워온 제 자식과 같습니다. 아버지는 지우개질과 붓으로 칠 작업을 도와주셨습니다. 결혼 후에는 갓난아이를 돌보면서 연재를 해왔습니다. 온 식구의 정성으로 지켜온 ‘검정 고무신’입니다. 많은 분이 ‘검정 고무신’을 보고 마음의 위로를 받았다고 하십니다. 감사한 마음 한편으론 차라리 만화 말고 다른 일을 했었다면 이렇게 법정을 드나들 일이 없었을 텐데 하는 후회가 큽니다. 30년 가까이 만화를 그리며 보낸 세월이 한탄스러울 지경입니다. 우리 아이들은 창작활동에만 전념할 수 있는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스러웠던 ‘검정 고무신’ 작가 아빠로 돌아가고 싶습니다.”

2023.05.08 06:00

10분 소요
'검정고무신' 원작자, 사업화로 1200만원 밖에 못 받아

산업 일반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고(故) 이우영 작가가 15년 간 사업화 저작권료 등으로 받은 수익이 1200만원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나왔다.이우영작가사건대책위원회 대변인을 맡고 있는 김성주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지난 23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약 15년 동안 검정고무신으로 사업화를 한 개수가 77개를 넘어가는데 정작 이우영 작가님이 수령한 것으로 파악된 금액은 총 1200만원에 불과하다"며 "심지어 어떤 명목으로 지급한 돈인지도 알 수가 없다"고 밝혔다.만화 검정고무신을 그린 이 작가는 지난 11일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이후 고인이 극장판 애니메이션 제작사 형설앤과 3년 넘게 저작권 소송을 벌이며 힘들어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사회적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검정고무신은 1992년부터 만화잡지에서 연재돼 인기를 끌었고,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됐다. 최근에는 기영이, 기철이 등 검정고무신 캐릭터들이 새롭게 인기를 얻었다.하지만 이 작가는 원저작자인데도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활용한 2차 저작물을 사용할 수 없다고 억울함을 호소해왔다. 형설앤 쪽은 2차 사업권 권리를 위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이 같은 사태에 대해 한국만화가협회 등 만화계 단체들이 대책위를 꾸리고 대응에 나섰다.대책위 대변인인 김 변호사는 "2007년께 (원작자들과 형설앤 간) 사업권 설정 계약서와 양도 각서가 작성됐다"며 "검정고무신 저작물 관련 사업화를 (형설앤 측이) 포괄적·무제한·무기한으로 마음대로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계약기간을 설정하지 않아 영구적인 사업권을 설정한 점, 사업 내용과 종류를 전혀 특정하지 않았고 원작자 동의 절차도 없다는 점, 사실상 포괄적 권리를 양도받으면서도 이에 따른 대가는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 계약은 불공정하고 효력도 없다는 주장이다.대책위는 관련 소송에서 승리해 유족에게 캐릭터를 돌려주고, 정책과 제도를 개선해 유사 사건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지난 24일 신일숙 한국만화가협회장 등을 만나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가 없도록 하겠다는 뜻을 전했다.박 장관은 "창작자가 영혼을 투사한 창작품 권리 침해가 반복된다면 언제라도 제2의 검정고무신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며 "작가들이 책을 내고 싶어 하는 열망, 저작권에 낯설어하는 풍토에서 갑질 독소조항의 그물에 빠져 창작의 열정이 꺾이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023.03.26 13:53

2분 소요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 별세…극단적 선택 추정(상보)

유통

만화 ‘검정고무신’으로 알려진 이우영(51) 작가가 강화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12일 인천 강화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7시쯤 인천 강화군 이우영 작가의 자택 방문이 잠겨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출동했으나, 작가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경찰은 이우영 작가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유가족의 뜻에 따라 부검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이우영 작가는 검정고무신의 지식재산권(IP)과 관련해 제작업체와 법적 문제를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고충도 토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검정고무신은 1960년대 서울이 배경인 가족 만화다. 국민학생인 기영이와 가족들의 성장 이야기가 담겼다. 이우영 작가의 대표적으로 만화부터 애니메이션까지 전 세대를 아울러 사랑받았다. 이우영 작가는 1972년생으로 공주대 만화예술학과를 중퇴했다. 이후 검정고무신으로 1992년 만화계에 데뷔했다. 1995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신인상, 1999년 한국방송대상 애니메이션 부문 우수작품상, 2000년 대한민국영상만화대상 TV시리즈 부문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다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3.03.12 13:59

1분 소요
[속보] ‘검정고무신’ 이우영 작가, 자택서 숨진 채 발견

유통

만화 ‘검정고무신’으로 알려진 이우영(51) 작가가 강화도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12일 인천 강화경찰서 등에 따르면 전날 오후 인천 강화군 이우영 작가의 자택 방문이 잠겨 있다는 내용의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이 출동했으나, 작가는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경찰은 이우영 작가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유가족의 뜻에 따라 부검을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이우영 작가는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된 검정고무신의 저작권과 관련해 제작업체와 법적 분쟁을 겪어, 이와 관련한 고충을 토로해온 것으로 전해졌다.검정고무신은 1960년대 서울이 배경인 가족 만화다. 이우영 작가의 1992년 데뷔작이자 대표작이다. 이우영 작가는 1995년 대한민국 만화대상 신인상, 1999년 한국방송대상 애니메이션 부문 우수작품상, 2000년 대한민국영상만화대상 TV시리즈 부문 우수상 등을 수상했다.※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다면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2023.03.12 13:04

1분 소요
저자와의 대화 | <돈의 노예> 펴낸 만화가 김부일·이우영 - 숨 쉬고 일만 했는데 왜 나만 가난할까?

북 리뷰

2000년 톱니처럼 생긴 머리를 가진 기영이가 텔레비전에 등장했다. 1960~70년대 서울시 마포구에 사는 대가족을 그린 애니메이션 의 주인공이다. 전후 검정고무신을 신던 어려운 시절을 그린 이 애니메이션은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에게도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잔잔한 감동을 줬다. 애니메이션이 나온 지 10년, 기영이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기영이도 나이를 먹었다. 험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20대다. 작은 회사에 간신히 취직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일했다. 하지만 월급봉투는 항상 쥐꼬리에 붙은 솜털만큼 가벼웠다. 돈은 모이지 않았다. 이에 더해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수술로 마이너스 대출을 받는다. 하지만 그런 생활도 오래가지 않았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회사가 망했다. 기영이는 이후 서러운 비정규직이 됐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창업설명회에 간 기영이는 “차라리 사장이 돼서 정규직이 되겠다”고 결심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 때부터다. “어떻게 돈을 벌지? 아니, 돈은 대체 뭐지? 왜 나는 숨만 쉬고 일했는데도 가난하지?” 기영이는 머리를 싸매며 고민한다. 이 물음에 기영이를 만든 작가가 답한다. “넌 부자가 될 수 없어. 넌 돈의 노예거든.” 는 김부일 작가가 이야기를 만들고 기영이 아빠 이우영 작가가 그림을 입혔다. 15세~40대 초반까지의 독자를 겨냥한 흔하지 않은 경제만화다. 그림은 명랑만화 풍인데 내용은 다소 섬뜩하다. 돈의 기원에서 시작해 대부분의 사람이 왜 돈의 노예가 될 수밖에 없는지 설명한다. 국가가 만들어진 이유가 부자들의 재산을 지키기 위해서이고, 미국의 연방준비제도는 정부 기관도 아니면서 한국에 있는 직장인의 주머니까지 털어가고 있다는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돈의 노예로 사는 일반인들은 그의 자식에 그 손자에, 그 먼 후대에 이르기까지 영원히 부자들의 노예로 살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왜 이런 만화책을 냈을까? 김부일 작가의 말을 들어보자. “10여년 전 직장을 그만두고 나와 돈을 벌어 보려 했는데 정말 힘들었다. 만화만 그리던 사람이라 경제를 몰라서 돈을 못 버나 싶었다. 그래서 3년 동안 경제 관련 서적을 죽어라 읽었다. 그런데도 돈 버는 방법은 모르겠더라. 대신 왜 내가 돈을 벌 수 없는지는 알게 됐다. 그래서 돈벌이가 안 되는 만화를 내게 됐다.” 그는 이어 “40여 년간 이어진 신자유주의로 세상이 나아질 줄 알았는데 더 팍팍해지는 걸 체험하니 분노가 일더라”면서 “나뿐만 아니라 수많은 직장인·자영업자들도 최소한 왜 부자가 될 수 없는지는 정도는 알아야 가난해져도 억울하진 않겠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만화에는 김 작가가 읽었던 여러 경제서 내용이 잘 요약돼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버는 비결로 생각하고 읽은 마르크스의 을 읽고서 경제에 눈을 뜬 작가의 모습도 담겨있다. 만화 안에 있는 기영이기 바로 김 작가를 대변하고 있다. 이우영 작가는 김 작가가 만든 콘티에 기영이를 입혔다. ‘국민만화가’로 불리던 이 작가 역시 콘티를 보면서 자신의 삶을 돌아보게 됐다. “검정고무신이 인기를 끌었지만 큰 돈이 되는 건 아니었다. 연재만화도 그리고 단행본도 여러 권 내며 말 그대로 숨만 쉬며 그림을 그렸는데도 대출이자 내기 부담스러웠다. 이제는 강화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힘들게 살고 있는 내 모습 역시 비정규직으로 사는 기영이에 투영돼 있다.”이 작가의 말이다. 만화책을 모두 읽어보면 으로 이어지는 좌파 경제학 개론서처럼 읽힌다. 김 작가는 “좌인지 우인지 그런 건 잘 모르겠고 그냥 경제학을 공부하다 보니 나의 실생활을 잘 설명해주는 쪽으로 이야기가 흘러가더라”고 말했다. 이 작가는 “그냥 맞는 이야기를 쭉 그린 건데, 그게 좌파라면 나도 좌파작가가 되는 거냐”고 되물었다. 라는 책 제목은 톨스토이의 이야기에서 따왔다. 종국엔 세상 사람 모두가 ‘돈의 노예’로 살 것이라는 의미다. 책은 그런 암울한 미래만 그린다. 그래서 물었다. “그래서 어쩌라고?” 김 작가는 나지막이 답했다. “허무하게도 나는 대안을 못 낸다. 그건 경제학자들이 내야 하는 거 아니냐. 책은 경제학자들의 이야기를 듣기 전에 보는 징검다리 정도다. 최소한 젊은이들에게 도움될 이야기는 있다. 열심히 스펙만 쌓으면 행복한 인생을 살 거라는 착각에서 벗어나 자신이 원하는 만큼 마음대로 사는 것이 훌륭한 경제학적 대안이다.” 작가들의 바람과는 달리 는 2권의 책으로 종결될 예정이다. 암울한 만화가 많이 팔리긴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 기영이는? 다행히 올해 KBS에서 4기가 방영돼 다시 만날 수 있을 예정이다. 이 때 기영이는 30대로 성장한다. 나이가 들고 노안이 빨리 와 안경도 쓴다. 방송에 나올 기영이도 팍팍한 생활을 하는 직장인이다. 그리고 시집가는 여자친구 경주와의 러브스토리도 있다. 기영이와 경주, 그리고 반장과의 삼각관계가 주요 스토리가 될 예정이다. 어린이들의 꿈과 희망이 되었던 기영이가 비정규직을 거쳐 실직하게 될지, 경주와의 사랑을 이루며 행복하게 살아갈지 결말은 열려있다.

2015.01.18 08:43

4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