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23

수출 사상 첫 7000억 달러 달성에도 올해 무역수지 적자 전망

산업 일반

올해도 역대급 수출 호조세가 이어지고 있지만, 무역수지는 적자를 기록할 전망이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22일 발표한 ‘2022년 상반기 수출입 평가 및 하반기 전망’ 보고서에서 올해 수출은 전년 대비 9.2% 증가한 7039억 달러, 수입은 16.8% 증가한 7185억 달러, 무역수지는 147억 달러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와 중국 봉쇄조치 등 어려운 대외 여건 속에서도 수출은 호조세를 이어가며 사상 첫 70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반도체 수출은 견조한 파운드리 수요를 바탕으로 올해도 10.2%의 고성장세를 유지하고, 석유제품(50.5%) 및 석유화학(9.6%) 수출도 물량 증가와 단가 상승에 힘입어 크게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자동차(11.1%) 역시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차질과 물류난에도 불구하고, 대당 단가가 높은 전기차의 수출 비중이 확대되면서 수출액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선박 수출(-21.9%)은 2020년 코로나19 당시 수주가 급감하면서 올해 인도예정 물량이 크게 줄고, 특히 러시아로 수출 예정이었던 LNG·FSU(Floating Storage Unit, 저장설비) 선박의 인도 차질 가능성 등으로 수출 부진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글로벌 수요 확대로 단가가 급등했던 철강 수출도 하반기부터 단가가 일부 하향 조정되고 국내 수급도 여유롭지 못해 일부 수출물량이 내수로 전환되면서 하반기부터 수출 감소(-12.2%)가 예상된다. 하반기 유가는 배럴당 100달러를 상회하면서 수입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2022년 1~5월 기준, 원유·천연가스·석탄·석유제품 등 4대 에너지 수입이 총수입의 4분의 1 이상(27.6%)을 차지하고 있는데 러·우 사태 장기화로 원유 도입단가가 지속 상승하면서 하반기에도 수입 상승에 따른 무역수지 악화가 지속될 전망이다. 다만, 최근 OPEC+의 추가 증산 결정과 올해 글로벌 경기둔화 우려에 따른 유가 하락 가능성 등으로 하반기 무역수지 적자 폭(-33억 달러)은 상반기(-114억 달러)보다 다소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조상현 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장은 “올해 우리 수출은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상 최대 실적을 향해 순항하고 있지만, 하반기 글로벌 여건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라면서 “올해 고원자재가·고환율·고금리 등 3고(高) 현상이 지속되면서 수출 제조기업들의 채산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의 가격경쟁력 제고와 수입공급망 국산화를 위한 전략적인 정책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2.06.21 15:00

2분 소요
엔화 약세에도 한국 수출 영향 크지 않아…원화 동반 절하 탓

산업 일반

최근 엔화 약세가 가속화되면서 우리나라 수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확대되고 있으나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최근 엔화 약세의 우리 수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일 수출경합 감소, 원화 동반 약세 등으로 엔저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과 일본의 세계시장 수출경합도는 2015년 0.487에서 2021년 0.458로 최근 6년간 0.029 감소했다. 수출 경합도는 두 국가 간 수출구조의 유사 정도를 측정해 경합 관계를 나타내는 지표다. 수치가 1에 가까울수록 경쟁 가능성이 높음을 의미한다. 한국과 일본의 수출경합도 하락은 양국 간수출경합 품목이 축소됐다는 것을 뜻한다. 주요시장에서의 수출경합지수도 미국(0.083), 중국(0.075), 아세안(0.016) 순으로 하락했다. 품목별로는 석유제품, 플라스틱·고무제품, 가전제품, 자동차 및 부품의 수출경합도가 세계, 미국, 중국, 아세안시장 모두에서 하락했다. 보고서는 엔화 약세가 본격화된 시점에 원화도 함께 절하되며 엔저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상쇄했다고도 분석했다. 2022년 4월, 엔/달러 환율이 2021년 1월 대비 21.6% 상승하는 동안 원/달러 환율도 12.3% 상승하며 일본의 수출단가 인하 효과를 일부 완화한 것이다. 환율, 수출단가, 세계 수요 등이 수출물량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수출영향 실증분석에서도 엔화 환율은 수출물량에 유의미한 영향을 주지 않는 것으로 분석됐다. 실제 엔화 약세가 시작된 2021년 초 이후 우리나라 수출은 높은 증가세를 보였다. 조의윤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은 “한국 수출상품이 차별화되고 제품 경쟁력이 강화되면서 엔저가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진 것으로 판단된다”며 “엔저가 장기화될 수 있는 만큼 수출기업들은 제품의 고부가가치화를 추진하고 일본보다 우위에 있는 FTA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가격경쟁력 확보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허인회 기자 heo.inhoe@joongang.co.kr

2022.05.05 15:00

2분 소요
초읽기 들어간 러시아 백신 국내 위탁생산…국내 도입 여부는?

바이오

러시아가 개발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의 국내 위탁생산(CMO)이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러시아산 백신의 국내 도입 여부를 둘러싼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최근 러시아직접투자펀드(RDIF) 기술진이 ‘백신 시험생산 참관’을 목적으로 한국 CMO 업체에 방문한 게 계기가 됐다. 여기에 지난 20일 엠피코퍼레이션(MPC)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러시아 코로나19 백신 ‘코비박’의 비임상 자료를 제출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국내 시장 진출의 가능성이 나왔다. MPC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산하 추마코프 연방과학연구소가 개발한 백신 코비박의 한국 위탁생산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이다. 코비박은 ‘스푸트니크V’와 ‘에피백코로나’에 이어 러시아가 내놓은 세 번째 백신이다. 바이러스를 가열·화학 처리해 사멸시킨 다음 체내에 주입해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불활화방식이다. 추마코프 연구소 측은 “코비박의 예방효과가 80% 이상”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코비박 백신은 우리나라 정부가 도입계획을 공식적으로 밝힌 백신은 아니다. MPC가 약사법 규정에 따라 비임상(독성·효력시험) 자료에 대한 사전검토를 신청했을 뿐이다. 러시아에선 지난 2월 긴급사용승인을 받고 3월부터 공급되기 시작했다. 이후 세계보건기구(WHO) 등에 자료를 제출했지만 러시아 이외의 국가에선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다. 식약처는 제출된 비임상 자료를 두고 안전성과 효과성을 자세히 검토할 예정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제출된 자료는 현재 사전검토를 진행 중”이라면서 “제품 안전성 측면을 중점에 두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는 러시아 백신은 또 있다. 휴온스는 지난 4월 29일 식약처에 독성‧효력시험 등 비임상 자료를 제출하며 스푸트니크V 허가신청 전 사전검토를 신청했다. 다만 비임상 자료 검토 단계로 정식 품목 허가 신청은 제출하지 않은 상황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도 정부에서 도입계획을 발표한 백신이 아니다. 스푸트니크V는 국립 가말레야센터가 개발해 러시아 정부가 지난해 8월 세계 최초로 공식 승인한 백신이다. 스푸트니크V 백신은 지난 2월 의학잡지 에 91.6%의 효능이 입증된 임상 3상 면역 효과가 게재되면서 개발도상국 등 70여 국가에서 긴급사용승인 사례가 늘어났다. 7월 29일 가말레야센터는 스푸트니크V가 델타 변이에 90% 정도의 예방효과를 보였다고 전하기도 했다. 미국, 유럽에서 아직 허가를 받진 못했다. 현재 유럽 의약품청(EMA)은 지난 3월 4일부터 사전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이 백신은 통상적인 백신 개발 절차와 달리 3상에 앞서 1상, 2상 뒤 곧바로 공식 승인을 받으면서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우려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아스트라제네카, 얀센과 같은 바이러스 전달체 백신이라 혈전증, 척수염과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코러스 컨소시엄,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 위탁생산 앞둬 러시아 역시 자체 개발 백신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으로 접종률이 낮은 편이다. 러시아는 지난 1월 중순부터 전국적으로 18세 이상 성인에 대한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타스통신에 따르면 7월 28일(현지시간) 러시아인 약 2100만명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마쳤다고 현지 보건 당국이 밝혔다. 전체 인구(1억4600만명) 대비 접종률은 14% 수준이다. 미국과 유럽 등에서 50% 수준의 접종률을 나타내는 것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실제로 해외 여러 국가는 러시아산 백신의 효능을 불신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 보건당국은 “러시아의 백신은 오랜 개발 전통을 가진 양질의 백신”이라고 “세계보건기구(WHO)가 조만간 러시아제 코로나19 백신을 승인할 것”이라면서 맞서기도 했다. 러시아 백신의 국내 진출 시점은 가늠하기 어려워도, 위탁생산은 곧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코러스 컨소시엄(종근당바이오‧보령바이오파마‧바이넥스‧이수앱지스‧큐라티스‧제테마)과 휴온스글로벌 컨소시엄(휴메딕스‧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보란파마) 등이 러시아 측과 대규모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다. 컨소시엄에 참여한 한 기업 관계자는 “백신 생산이 가능한 설비와 기술력을 가지고 있어 팬데믹 종식에 힘을 보태고자 위탁생산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생산한 러시아 백신은 해외 수출물량이다. 국내 도입은 미정이다. 백신도입사무국 관계자는 “올해 정부는 전 국민이 접종하기에 충분한 1억9340만 회분의 백신을 확보했으며, 현재 기 확보된 백신의 안정적 공급 및 접종에 집중하고 있다”며 “해외 백신 동향은 지속해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2021.08.24 10:25

3분 소요
[2020 경제 대예측 | 한국 경제는 어디로] 성장률 2%대 VS 1%대 기로에 서다

Check Report

수출은 전년 대비 3.3% 증가 전망… 미중 무역분쟁, 각국의 보호무역 등 난제 많아 2020년 한국 경제는 저성장 시대 돌입 여부를 가늠하는 중요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한국 경제는 2019년 한해 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국가 경제의 상당 부분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지만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글로벌 교역량 감소 속에 타격을 입었다. 내부적으로도 핵심 산업의 부진과 성장동력 약화 속에 경제성장률은 하락세가 부각됐다. 일각에서는 2019년 연간 경제성장률이 1%대로 추락할 수 있다는 경고음도 나왔다. 2019년 11월 말을 기준으로 한국은행과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통화기금(IMF) 등 국내외 기관과 투자은행 11곳의 2019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1.95%다. 한국은행과 KDI, IMF 등 6곳은 2.0%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 예상한 반면 5곳은 1.9%를 예상했다. 절반은 2%대 성장 유지를 절반은 1%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이다. ━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 평균치 2.13%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일단 2020년 한국 경제는 나아질 것이란 쪽에 무게가 실린다. 국내외 주요 기관 11곳의 2020년 한국 경제성장률 평균치는 2.13%다. 가장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은 한국은행은 2.3% 성장을 예상했다. IMF와 JP모건은 각각 2.2%, 무디스와 S&P, 골드만삭스, JP모건 등은 2.1% 성장할 수 있다고 봤다. 대다수 기관들이 한국 경제 성장률이 반등할 수 있다고 예상하는 근거로는 우선 경기가 바닥을 쳤다는 판단이 자리 잡고 있다.통계청에서 집계하고 있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를 살펴보면 2019년 9월을 기점으로 상승세로 전환했다. 10월에는 전월 대비 0.2포인트 오른 98.7을 기록하면서 2개월 연속 올랐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가 두 달 연속 오른 것은 2017년 6월 이후 28개월 만이다.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3~6개월 후 경기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다. 따라서 경기가 바닥을 지났다는 신호로 해석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하는 한국 경기선행지수(CLI·Composite Leading Indicators)도 하락세가 잦아드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2019년 9월 한국 CLI는 98.69를 기록하며 전월 대비 0.09포인트 하락하는 데 그쳤다. 한국 CLI는 2019년 5월 전월 대비 0.14포인트나 하락했지만, 6월에는 0.13포인트, 7월 0.12포인트, 8월 0.11포인트 하락하며 하락폭이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모습이다. ━ 미·중 무역갈등 완화에 교역량 증가 기대 경기 부진이 바닥을 찍었다는 신호는 기업과 소비자 심리지표에서도 나타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19년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9로 집계됐다. CCSI는 국내 가계의 현재 생활형편, 가계수입전망, 생활형편전망, 소비지출전망, 현재 경기판단, 향후 경기전망 등 6개 지표를 수치화한 것으로 100을 넘으면 소비심리가 긍정적이라고 해석한다. 국내 제조업 업황실적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2019년 8월 68을 기록한 후 석달 연속 상승해 74를 기록했다. BSI는 기업들의 경기 판단을 나타내는 지수로 100을 넘으면 체감경기를 부정적으로 느끼는 기업보다 긍정적으로 보는 기업이 더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2019년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았던 미·중 무역갈등이 완화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는 점도 긍정적 요소다. 2018년 미국의 중국산 수입품 관세 부과로 전면전에 돌입한 미·중 무역갈등은 2019년에도 파열음을 냈다. 긴장감을 이어가던 양국은 2019년 9월 재협상에 들어갔고 10월에는 1단계 스몰딜 합의가 임박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완화 국면에 들어갔다. 결국 12월에 1단계 합의에 이르렀다.IMF는 2020년 세계 교역량이 전년 대비 3.2%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19년 1.1% 증가에 그쳤지만 바닥을 치고 2.1%포인트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다. 동시에 세계 경제성장률은 3.4%로 예상해 전년 대비 0.4%포인트 높아질 것으로 봤다. 세계무역기구(WTO)도 2020년 세계 교역 성장률이 3%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2019년 1.2%에 비해 1.8%포인트 높아질 것이란 예상이다.긍정적 전망에도 한계는 있다. 교역량이 일부 회복되겠지만 미국과 중국이 무역갈등을 겪기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는 예상이 지배적이다. 3단계까지 협상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제 겨우 첫 단계에 발을 떼고 있는 상황인데도 긴장감이 여전하다. 더구나 지금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를 볼 때 언제 갈등이 다시 심화될지 모르는 상황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 12월 중국과의 합의가 미국 대선 이후로 미뤄질 수 있다는 언급을 내놓으면서 미·중 갈등이 다시 부각되기도 했다. 하루 만에 협상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언급이 추가되면서 양국 간 갈등은 낙관론으로 돌아서긴 했지만 언제든 상황은 바뀔 수 있다. 전문가들은 2020년에도 미·중 갈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는 편이 타당하다고 보고 있다. 더구나 3단계까지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지적재산권, 산업보조금 등의 문제나 중국의 전략산업 육성 정책 등은 장기 과제로 남을 전망이다.이런 난제를 뚫고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이 늘어날지 관심거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한국의 2019년 10월 기준 누적 수출액은 343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6% 줄었다. 이와 달리 2020년에는 전년 대비 3.3% 증가로 돌아서면서 연간 5610억 달러를 수출할 것으로 내다봤다.2020년의 회복 전망은 기저효과라고 볼 수 있다. 2019년 초 수출 감소가 본격화됐기 때문에 2020년 초부터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는 의미다. 우리나라 수출 감소세는 2019년 10월(-14.7%)을 저점으로 점진적으로 개선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수출은 2018년 12월 -1.7%로 감소세를 나타낸 이래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고, 2019년 6월부터는 두 자릿 수 감소율을 기록하며 감소세가 빨라졌다. 그렇지만 2019년 12월 수출 감소율이 한 자리 수로 꺾이고, 2020년 1월이면 0%대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어 2~3월쯤이면 수출이 고꾸라지기 직전인 2018년 11월(3.6% 증가) 수준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정부는 전망하고 있다.수출 물량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상황은 2020년 수출 회복의 기대감을 높인다. 2019년 1~11월 누적 수출 물량은 전체 품목에서 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모두 20개 품목 중 13개에서 물량이 늘어난 것이다. 우리나라 수출의 27%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율이 줄어들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그럼에도 수출기업들이 느끼는 경기는 점차 악화되고 있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수출기업들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2019년 등락을 반복했지만 최근 70대로 떨어졌다. 2019년 11월 수출기업의 업황 BSI는 전월 대비 2포인트 하락한 78을 기록했으며 12월 전망지수는 75로 무려 5포인트나 떨어졌다. BSI란 기업이 인식하는 경기를 보여주는 지표로, 설문에서 부정적이라고 응답한 업체가 긍정적이라고 답한 업체보다 많으면 지수가 100을 밑돈다. ━ 수출 ‘물량’ 아니라 ‘단가’ 회복이 관건 전문가들이 수출 회복의 가능성을 점치는 가장 큰 이유는 수출 물량 확대가 아니라 수출 품목의 단가 회복에 대한 기대 때문이다. 2019년에도 수출금액 감소는 수출 물량이 줄어들었기 때문이 아니라 수출 단가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발생했다. 사실 2019년에도 수출 물량 자체는 2018년보다 늘어났다. 2019년 1~11월 누적 수출 물량은 전체 품목에서 전년 대비 0.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수출 20개 품목 중 13개 품목에서 수출물량이 늘었다. 그럼에도 우리나라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고 유가 하락으로 석유화학제품의 가격도 떨어지며 수출금액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2019년 1~9월 반도체와 석유화학, 석유제품이 총 수출감소의 75.6%를 차지할 정도였다.글로벌 시장조사기관들은 대부분 2020년 반도체 시장 단가가 전년 대비 회복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020년 8월을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전체 반도체 가격이 7.2%, 메모리반도체가 12.8%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최근 글로벌 데이터센터 투자가 일부 재개되는 분위기이며, 5G 이동통신이 이끄는 모바일 수요와 중앙처리장치(CPU) 경쟁이 촉발하는 PC 수요 등 반도체 시장 전반에 수요 증가 분위기 형성되고 있다. 공급 주도권이 있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19년 공급을 보수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에 2020년 큰 폭의 공급 증가 가능성은 작다. 메모리 재고 또한 2019년 말 대부분 소진돼 2020년 2분기부터는 정상 재고 수준으로 복귀할 전망이다.석유화학의 경우 2020년에도 저유가 기조가 지속될 것이란 전망이 많아 단가 개선에 따른 수출액 증대는 예상하기 어렵다. 미국 등 다른 나라의 대규모 신증설에 따른 공급 과잉으로 수출 경쟁마저 심화될 전망이다. 그럼에도 생산물량 증가와 수출선 다변화, 합성수지와 합성고무를 중심으로 소폭의 증가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이와 함께 1분기 인도선이 증가하는 선박과 SUV 신차가 예정된 자동차 분야에서도 약간의 수출 확대를 점친다.2019년 수출은 그야말로 암울했지만 전기차, 2차전지, 바이오헬스 등 차세대 성장동력 품목의 수출이 늘어난 점은 그나마 희망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2019년 1~10월 전기차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3.3% 늘었고, 세계 전기차 수요가 늘어나며 2차전지 판매량도 4.6% 증가한 62억 달러를 기록했다. 바이오헬스 분야는 중국·아세안 시장에서 신약 출시가 이어지고 한류·K뷰티의 영향으로 치과용 임플란트 등 의료기기 수출이 같은 기간 8.5% 증가했다. 차세대 성장동력 품목은 2020년에도 다소간의 성장이 예상되지만 전체 수출금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직 미미해 큰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 ━ 여전히 중요한 대중 수출 2020년에도 다수의 대외 하방위험이 상존하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상황인 데다, 미국의 자동차 고율 관세 부과 가능성, 선진국 통화긴축에 따른 영향 등이 수출 회복을 제한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우리나라 수출의 27%를 차지하는 중국에 대한 수출 회복은 2020년 한국 수출 성과를 좌우할 중요한 요인이다. 한국무역협회의 분석에 따르면 2019년 1~10월 중 대중국 수출 감소폭은 2018년 같은 기간 대비 18.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홍콩 수출을 제외하고는 가장 큰 낙폭이다. 같은 기간 전체 수출 감소율(-10.4%)에서 대중 수출 감소가 미친 기여도는 절반가량인 -46.9%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기적으로 대중국 수출의 비중을 낮춰가야 하지만 현재로선 대중 수출의 급감은 한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과도하다.이런 관점에서 최근 중국에 대한 수출 감소율이 낮아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2019년 11월 전년 대비 중국 수출 감소율은 2019년 4월(-4.6%) 이후 가장 낮은 -12.2% 수준으로 개선됐다. 하지만 미중 무역갈등이 다시 심화될 경우 대중 수출에 다시 빨간불이 켜질 가능성은 열려있다. 중국 경제 성장이 더뎌지고 있으며 내수 시장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도 대중수출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게 만든다.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2018년 1분기 6.5%에서 2019년 3분기 6.0%로 지속 감소하고 있다. ━ 변화하는 무역환경 리스크 대응 중요성 커져 수출 회복에 나서는 한국의 2020년은 글로벌 통상질서의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 시기이기도 해서 더 엄중하게 다가온다. 25년간 세계 무역질서로 자리매김한 세계무역기구(WTO) 다자무역체제에 대한 위기론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각국의 보호무역 조치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국·인도·중국 등 우리 주요 수출시장의 보호무역조치는 수위와 강도가 확대·강화될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WTO 체제 재건과 새로운 자유무역협정(FTA) 전략으로 대외 통상환경을 좀 더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국의 수출동력을 다시 강화할 수 있다.- 황건강·최윤신 기자 hwang.kunkang@joongang.co.kr ━ 가계부채 뇌관 터질까? - 고신용자 비중 크고 연체율도 낮아 한국은행의 ‘가계부채 DB의 이해와 활용’에 따르면 가계부채는 늘었지만 질은 개선됐다. 우선 가계부채 연체율은 2010년 말 3%대에서 2018년 1분기 말 1.37%로 큰 폭 떨어졌다. 이는 미국의 4%대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고신용자(1~3등급)에 대한 대출 비중은 2012년 1분기 39%에서 2018년 1분기 57%로 높아졌다(차주 수 기준). 지금도 이 자료의 종합적인 판단은 유효하다. 한은의 금융안정보고서 최근 호(2019년 6월)를 보자.우선 연체율이다. 2019년 1분기 말 은행 가계대출 연체율은 0.29%, 비은행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연체율은 1.83%였다. 이 연체율은 예년(2010~17년) 평균인 은행 0.55%, 비은행 2.96%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고신용자 대출은 어떻게 달라졌나. 금액 기준 고신용자 대출 비중은 2018년 1분기 말 69.1%에서 2019년 1분기 말 72.6%로 높아졌다. 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같은 기간에 6.2%에서 5.7%로 낮아졌다.국내 은행의 원화 가계대출 연체율은 2018년 1분기 말 0.25%로 집계됐다. 이 연체율은 2016년 말과 2017년 말에도 0.2%대로 매우 낮게 유지됐다. 한은은 가계대출 연체율이 낮게 유지돼온 요인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신용도 높은 차주 중심 대출을 들었다. 가계부채 시스템 리스크의 핵심은 주택 가격이다. 가계부채의 절반가량이 주택담보대출이기 때문이다. 가계부채 시스템 리스크가 발생할까. 현실이 될 가능성은 매우 작다. 우선 주택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이 작다. 일부 지역의 아파트 가격이 떨어질 수는 있지만, 그 충격은 고액 자산가 위주로 제한되고 그들은 대개 가격 하락을 감당할 여력이 있다. 설령 집값이 떨어지더라도 오래 전 설치된 LTV 안전판이 제 역할을 한다. 집값이 하락해도 주택담보대출금액 중 한도를 초과하게 된 금액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백우진 글쟁이주식회사 대표 ━ 재정적자 계속 쌓이나? - ‘쓰는 돈’ 늘었지만 ‘버는 돈’ 줄어 가계의 소비, 기업의 투자와 수출 등 민간 부문의 경제활동이 부진한 상황에서 경기 급락을 막아야 하는 정부는 지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 정부의 총지출은 386조원으로, 2018년도 같은 기간의 총지출 345조2000억원에 비해 40조9000억원 늘어났다. 증가액 규모가 이전 총지출액 규모의 12%에 육박한다. 문제는 우리 경기 흐름으로는 정부 재정 지출의 중요성이 점점 더 커지고 실제로 정부 지출 규모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에도 정부의 수입에 해당하는 세수는 주춤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1월부터 9월까지 정부의 총수입은 359조5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정부의 총지출이 전년 동기 대비 40조9000억원 늘어났던 것과 비교하면 지난해 대비 ‘쓰는 돈’은 많이 늘어났지만 ‘버는 돈’은 거의 늘어나지 않은 셈이다.취약계층에 대한 이전지출을 늘리는 정부 정책이 이어지는 가운데 경기 부진에 확장적 재정 정책으로 대응할 필요성이 커진다면 정부 지출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이와 달리 경기 둔화, 기업 실적 악화, 부동산 경기 부진 등으로 정부의 세수는 쪼그라들 가능성이 크다. 그 결과는 2019년부터 흑자에서 적자로 돌아선 통합재정수지, 적자폭이 더욱 큰 관리재정수지 등 재정 적자가 더욱 심화하는 양상이 될 전망이다.우리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위해서는 재정 건전성을 유지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막대한 재정 지출이 소요되는 통일에도 대비해야 함을 고려하면 재정 건전성 유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

2019.12.29 13:40

10분 소요
Check! Report

Check Report

━ 국제무역연구원 | 한국의 수출, 양적·질적 개선 뚜렷 세계 경제가 생산 및 무역 회복 등으로 성장세가 확대되는 가운데, 한국 수출도 지난해 11월 이후 11개월 연속 증가하면서 2015~2016년 침체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했다. 또한 올해 들어 수출이 경제 성장을 견인하고 있는 가운데 수출 호조가 제조업의 매출 증대는 물론 일자리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수출이 본격적인 회복 국면에 진입함에 따라 올해 1∼9월 중 수출의 경제 성장 기여율은 78.5%를 기록했다. 한국의 1~9월 수출물량 증가율은 6.2%로 수출 상위 10개 국가 중 재수출이 96.2%에 달하는 홍콩 다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수출의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율은 2012년(93.9%) 이후 5년 만에 최고치에 달했다. 올해 한국 수출(상품)은 2015년 이후 2년 만에 세계 수출 6위 회복과 함께 사상 최고의 세계 시장 점유율(3.3%, 기존 2015년 3.19%) 달성이 예상된다. 또한 전기차, 항공·우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첨단 신소재, 전기차·ESS 용 축전지 등 8대 신산업의 1~8월 수출은 27.5% 증가하면서 수출 비중이 2014년 8.4%에서 11.6%로 커져 질적 개선도 진행되고 있다. 상품 수출의 증가는 ‘기업 실적 개선 → 설비투자 확대 →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전체 제조 업체의 일자리 수는 1~5월에 감소했으나, 지난 6월부터 증가세로 전환됐다.한편 상장기업(제조업) 916개사의 경영실적 및 고용창출 효과를 분석한 결과, 올해 상반기에 매출 증가율이 4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에서 벗어나 8.8%의 증가세로 돌아섰다. 이들 기업의 일자리 수도 지난해 8195개 감소에서 올 상반기 2177개 증가로 전환됐다. 상장된 제조 업체의 일자리 증가는 2014년 이후 처음이다. ━ 현대경제연구원 | 2018년 국내 산업의 8대 특징은 현대경제연구원은 2018년 산업 경기의 8대 특징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2018년 전반적인 산업 경기는 회복 분위기가 감지되나 수출 산업이 아닌 내수 산업은 체감하지 못하는 경기 회복 속도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둘째, 전반적인 수출 경기의 회복에도 수출 산업 내에서 업종별 또는 수출지역 의존도에 따라 경기 격차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된다. 2018년 이후 선진국과 개도국의 수요 증가 속도가 확연히 구분되는데, 선진국의 수입 수요 증가율은 하락하는 반면 개도국의 수입 수요 증가율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셋째, 중국 의존도가 높은 수출산업과 기업은 소식(蘇息), 즉 잠깐 숨통이 트이는 수준의 회복세가 전망된다. 단기적으로는 세계 경제의 회복에 따른 중국 경제의 중간재 수요 확대, 사드 문제의 해결 등에 힘입어 2016년과 2017년 전체 수출증가율보다 대중국 수출증가율이 낮았던 현상이 역전되면서 대중국 수출이 빠른 속도로 회복될 전망이다. 넷째, 국내 (설비)투자의 약 30% 규모가 매년 해외로 유출되고 있는 가운데, 내수시장의 협소성, 생산비용 급증, 반기업 정서 등의 요인이 중첩되면서 해외 투자 비율이 빠르게 상승하는 경제 공동화 현상이 심화될 것이다. 다섯째, 제2의 벤처 붐 조성을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정책으로 벤처 창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섯째, 2018년에도 조선업과 철강산업은 글로벌 공급 과잉 문제가 해소되지 못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경우에 따라서는 중국과의 치열한 경쟁 구도가 심화되는 치킨 게임의 가능성이 우려되는 상황이다. 치킨 게임이 확산되면서 우리 기업들의 생존이 위협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일곱째, 건설업은 부동산 경기 냉각에 따른 건축 부문 부진과 SOC 예산 급감에 따른 토목 부문 침체의 이중고에 직면할 것으로 보여, 2018년 국내 산업 중 가장 리스크가 큰 산업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여덟째, 기존의 주력 산업 대부분이 성숙기에 접어든 반면 최근 대두되는 신기술을 기반으로 이른바 ‘젊은 산업’들이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 하나금융경영연구소 | 2018년 한국 경제 성장세 둔화 2018년 세계 경제는 올해와 유사한 경기상승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설비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미국·유로존 등 선진국의 개선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 다만 신흥국은 중남미 국가의 개선에도, 중국 구조조정 및 원자재 가격 상승세 둔화 등으로 올해에 비해 회복세가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 통화 및 재정정책 관련 불확실성, 중국 구조개혁 가속화, 글로벌 보호무역 확산, 한반도 등 지정학적 리스크가 세계 경제의 리스크 요인으로 작용할 듯하다. 미국 경제는 주식시장 호조 등으로 개인 소비가 증가하고, 기업 실적 개선 등으로 설비투자가 이어지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의 양호한 성장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유로존 경제는 정치적 불확실성 완화와 실업률 하락 등 고용시장 개선, 그리고 글로벌 경기 회복 등에 힘입어 내수와 수출이 동반호조를 이어갈 전망이다. 일본은 고용시장 개선 및 고정투자 확대 등에 힘입어 양호한 모습을 이어갈 전망이다. 하지만 고용 확대가 실질임금 상승으로 연결되지 못하면서 소비회복과 인플레이션 압력은 제한적이다. 중국 경제는 정책당국의 적극적인 디레버리징으로 부동산 시장 위축과 고정투자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나, 수출 회복 및 소비 중심의 성장 전환 노력으로 하락속도는 매우 완만할 전망이다. 한국 경제는 민간소비 개선 및 순수출의 성장기여도 플러스 전환에도, 설비 및 건설투자의 동반부진으로 올해에 비해 성장세가 둔화될 전망이다.또한 투자 둔화와 소비회복 제한 등 민간부문의 부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 부문의 적극적인 역할 확대가 예상된다. 수출은 올해 높은 증가율에 따른 역기저효과 및 단가상승률 둔화(반도체·석유제품), 판매 부진(자동차), 중국 구조조정 등으로 증가율은 점차 둔화될 전망이다. 한편,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가능성이 큰 상황이지만 기조적인 금리 인상 여부는 경기 흐름, 대외발 금리 상승 압력, 주택 시장 불균형 완화 여부 등에 따라 좌우될 전망이다. ━ 한국은행 | 중국 수출입 2018년에도 견조한 흐름 2015~2016년에 연속 감소했던 중국의 수출입이 글로벌 경기 회복 및 내수 증가 등에 따라 3년 만에 증가로 전환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1~10월 중 수출이 전년 동기 대비 7.5% 증가하고 수입도 17.3% 증가했으며 무역수지는 3343억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글로벌 경기 회복으로 해외 시장 수요가 지속적으로 반등했고, 수입은 중국 경제의 안정화에 따른 내수 증가 등으로 원유·철광석 등 원자재 수입이 크게 증가했다. 또한 중국 정부가 기업의 부담 경감 조치 등을 통해 양호한 기업환경을 조성한 것도 대외 무역 확대에 기여했다. 한편, 한·중 사드 갈등에도 한국으로부터의 반도체 및 석유화학제품 등의 수입이 증가한 데 힘입어 올해 1~10월 중 한국 상품의 중국 수입시장 점유율은 1위를 유지했다. 2018년 중국 수출은 글로벌 경기 회복세 지속, 선진국의 양호한 경제 전망 등으로 2017년에 이어 견조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대내적으로는 자유무역지구 확대, 일대일로 프로젝트의 효과적 진행, 새로운 자유무역항 건설 추진 등 대외무역의 안정적 성장을 위한 방안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입은 2018년에 견조한 증가세를 유지하면서 가공무역 수입을 축소하고 자체 조달을 증가시키는 무역구조 변화 과정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생산능력 제고를 위한 질적 성장 정책도 추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수입 제품에 대한 세제 정책 개선, 관리 및 서비스의 최적화 등을 통해 관리 방안을 개혁해 수입을 촉진할 수 있는 간편화, 종합화된 새로운 무역 방식의 정책을 수립 중이라고 발표했다. 첨단 기술과 핵심 상품 등에 대한 수입이 늘어나고 일대일로 관련 인프라 건설 장비 및 고부가가치 산업의 생산 설비에 대한 수입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 한국건설산업연구원 | 2018년 주택가격 소폭 하락 전망 2018년 국내 부동산시장은 금리 인상 등 유동성 축소, 수요 위축, 준공 증가라는 3대 리스크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정부는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통해 가계부채 증가율을 과거 10년간 연평균 증가율인 8.2% 수준 이내로 유도하고자 한다. 수요 측면에서는 신규 및 추가 임대 투자 수요, 점유 형태 상향 이동, 자가 보유 등 수요 요인이 재고 주택시장 및 신규 주택시장에 존재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준공 물량 증가, 집단대출 난항, 잔금 연체 리스크로 인한 위축이 불가피하다. 종합적으로 2018년 부동산시장은 가격보다 공급 물량에 하방 압력이 더 클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매매는 수도권은 보합, 지방은 1% 하락, 전국 0.5% 하락, 전세는 전국 0.5% 하락으로 전망된다.매매 가격은 금리 상승 압박, 수요 위축, 준공 증가 등 하방 압력이 커짐에 따라 ‘상고하저’가 예상된다. 전세는 준공 물량 증가로 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설 전망이나 매매시장으로 진입하지 못한 일부 수요자가 전세시장에 머무르면서 하락폭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인·허가는 전년 대비 27.3% 감소한 40만호, 분양물량은 전년비 26.5% 감소한 25만호로 전망한다. 주택거래 및 분양 물량 감소는 국민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거래량 감소는 취득세 비중이 큰 지방재정에 악영향을 미치며, 고용창출 효과가 큰 건축 부문의 경제활동이 축소될 경우 관련 산업 전반의 어려움 및 고용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별·상품별 차별화가 심화되는 가운데 특정 지역의 주택시장 침체도 우려된다. ━ 국제금융센터 | 루비니 “세계 경제 회복에도 위험성 상존”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최근 재팬 소사이어티가 뉴욕에서 개최한 세미나 에서 ‘2018 Global Economic Outlook’을 주제로 발표했다. 발표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세계 경제는 2016년 하반기 이후의 회복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소비자, 기업가 및 투자자 모두 ‘리스크 온(risk-on)’ 경향을 나타내고 있고, 신흥국으로의 자금 유입도 지속되고 있다. 세계 경제 회복세에도 저물가로 인해 통화 긴축은 ‘서서히 점진적’으로 진행될 전망이다. 또한 세계 경제 회복세가 확산하고 있지만 견실하지는 못하기 때문에 원자재 경기 반전, 중국 경기 후퇴 등의 위험성이 상존한다. 미국은 세제개혁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3~4%의 경제 성장은 어렵고 재정적자는 2조5000억~3조 달러로 확대돼 금리 상승 등을 유발할 소지가 있다. 또한 향후 1~2년 내에 금융시장 급락 가능성은 미미하지만 자산가격 조정은 불가피하다. 단, 그동안의 상승폭을 감안할 때 성장 전망이 악화되지만 않는다면 일정한 조정은 우려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차이나 리스크를 보면, 올해 중국의 신용팽창이 과도했던 점을 감안할 때 구조 개혁은 금융시장의 취약성 재부각으로 이어질 수 있어 ‘울퉁불퉁한 착륙(bumpy landing)’이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한편, 최근 저물가는 세계화, 기술 변화, 노조 영향력 약화 등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 결과로 보여 일국 차원의 노동시장 경직성의 의미는 약화됐다. 물가가 2018년 중 급등할 가능성은 미미하다. 보호무역주의 기조 관련,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감안할 때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재협상이 실패할 우려가 있다. 지정학적 리스크를 보면, 북한보다는 사우디 등 중동지역 정정 불안의 확대, 중·러의 국제정치 영향력 강화 등이 불안 요인이 될 가능성이 있다.

2017.11.18 15:07

7분 소요
features - 막걸리 시장 벌써 취했나

산업 일반

전통주 업계가 내수와 수출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프리미엄 전략과 젊은 층 공략, 그리고 해외 시장 다변화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울산광역시 울주군 언양의 시골 막걸리 ‘복순도가’는 애주가들 사이에서 꽤 알려진 브랜드다. 지난해 3월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담 때 건배주로 선정된데 이어 지난 5월 청와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초청 재외공관장 만찬에서도 건배주로 쓰였다. 복순도가 막걸리는 발효 과정에서 생성된 천연 탄산가스 때문에 샴페인 같은 상쾌한 느낌이 나는 게 특징이다.그러나 복순도가 막걸리는 일반 매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 최근 전통주 시장 침체 속에서 마땅한 유통망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1병(1ℓ)당 8800원의 출하가격도 부담스럽다. 복순도가 관계자는 “복잡한 유통 단계를 거치면 제품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어 소비자가 부담스러워 한다”며 “이 때문에 방문이나 전화 주문으로만 출하가격에 판매한다”고 말했다. 막걸리 소비가 꺾이면서 애써 높인 인지도를 제대로 활용치 못하고 있는 것이다.국내 전통주 시장이 휘청거리고 있다. 2011년 국내외의 인기로 출하량 최고점에 올랐던 막걸리는 내수와 수출이 동반 부진에 빠지면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막걸리 출하량은 41만4550㎘로, 2011년 44만3778㎘보다 6.6% 줄었다. 막걸리 열풍이 불기 시작한 2008년 이후 처음으로 연 출하량 상승세가 꺾였다. 감소율이 크지는 않지만 지난해 4월 출하량이 전년 동 대비 5.1% 줄어든 이후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올 상반기 막걸리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10% 이상 줄었다. 수출은 더 심각하다. 2011년 3만5530㎘(5273만 달러)이던 수출물량은 지난해 2만1196㎘(3689만 달러)로 무려 40%나 줄었다. 올 들어 상황은 더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 막걸리 수출액은 지난해 상반기보다 58%나 급감했다. 복분자·청주 등 다른 전통주도 위축되기는 마찬가지다.한국주류산업협회·시장조사업체 닐슨의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청주·복분자주·매실주·약주 시장 규모는 지난해 상반기와 비슷한 636억원을 기록했다.지난해 시장 규모(1146억원)가 2010년(1620억원)에 비해 30%나 감소한데 이어 전통주 시장의 약세가 올해도 지속되는 셈이다.막걸리의 침체는 와인·사케 등 수입 주류의 상승세와 대비된다. 수입맥주를 선호하는 젊은 층이 늘고 자유무역협정(FTA) 발효로 인해 와인의 수입 원가가 낮아지면서 저도주 시장을 빼앗긴 것이다.수출 물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일본 시장에서 막걸리 인기가 시들해졌고, 엔저 영향으로 수출 경쟁력이 약화되는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업계에서는 전통주 업계가 새로운 소비층인 20~30대를 끌어들이려는 마케팅에 소홀했다고 지적한다. 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장인 오세조 연세대 교수(경영학)는 “전통주 업계가 인기에 취해 근시안적인 저가 경쟁에만 몰두하면서 20~30대를 겨냥한 신제품 개발 노력을 게을리했다. 디자인 개선이나 맛에 대한 고민 없이 유행에 편승하다 장기적인 시장 성장에 악영향을 줬다”고 말했다.“수출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발효법 개발 등 생막걸리의 톡 쏘는 맛을 유지시키려는 연구개발 없이 단지 인공 감미료를 넣어서 억지로 유통기한을 늘렸다. 그 결과 일본인이 생막걸리와 멸균막걸리 맛의 차이를 알고 수출용 막걸리를 기피하게 됐다.”막걸리 업체들의 영세성도 문제다. 장수막걸리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서울탁주제조협회와 국순당·부산탁약주제조협회·우리술 등 일부 대형 업체를 제외하곤 규모가 영세한 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전국 800여 개전통주 업체 중 연간 10억원 이상 매출액을 올리는 업체는 6.7%에 불과하다. 1억원 미만이 66.2%나 된다.이 때문에 연구개발이나 시설 투자는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박록담 한국전통주연구소장은 “수준이 높아진 소비자는 수입 위스키 같은 고급스런 술을 원하는데 전통주 업계는 한 병에 1000∼3000원대의 비슷비슷한 술만 내놓았다”며 “막걸리가 일본 사케에 시장을 내주고 있는 것도 고급화·다양화에 실패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와인처럼 생산지 스토리 접목해야전문가들은 막걸리가 쇠락의 길을 걷지 않으려면 다양한 신제품과 마케팅을 선보여야 한다고 지적한다. 최근 업계는 프리미엄 전략과 젊은 층 공략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지난해 6월 2000원대의 ‘국순당 옛 막걸리’를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은 국순당은 올해 5000원대의 스파클링 막걸리 ‘오름’을 선보였다. 배혜정주가의 ‘탁테일’ ‘송산포도 생막걸리’, 천삼주가의 ‘천삼막걸리’ 등도 프리미엄급 신제품이다.20~30대를 겨냥한 이른바 ‘LTE’형 신제품 출시에도 힘을 쏟고 있다. 원래 최첨단 4세대 이동통신 시스템을 뜻하는 LTE는 막걸리로는 Little(양은 적게)·Tasty(더 맛있게)·Easy(먹기 편하게)로 요약된다. 서울탁주는 지난해 11월 알코올 도수를 일반 막걸리보다 3도 낮추고 달콤한 향과 맛에 청량감을 더한 ‘이프’를 캔에 담아 내놓았다. 같은 컨셉트의 국순당 ‘아이싱’은 출시 3개월 만에 300만 개 판매됐다. 국순당의 ‘대박 막걸리’는 3단 발효법과 냉장숙성공법을 도입한 깔끔한 맛이 입소문을 타면서 4~6월에 500만병 판매를 기록했다.일본에 편중된 막걸리 수출 시장을 중국 등으로 다변화해야 한다. 다행히 중국으로의 수출 여건은 최근 크게 개선됐다. 그동안 중국은 ‘1㎖당 세균 50마리 이하’라는 위생조건을 내걸어 생막걸리의 수입을 사실상 막아왔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으로 지난해 8월 이 조건이 삭제돼 올 2월부터는 수출이 이뤄지고 있다. 문제는 독한 술을 선호하는 중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한 마케팅 전략이다.막걸리 등 전통주에 지역 특유의 스토리를 입히는 등 와인처럼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막걸리의 기능과 성분을 과학적으로 분석하는 연구, 한식과 함께 문화 상품으로 해외에 소개하는 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2011년 막걸리에 항암 성분이 포함돼 있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서 막걸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적이 있다.

2013.09.26 14:40

4분 소요
한국의 친환경 점수는?

산업 일반

▎CT&T의 저속 전기차‘e존’. 요즘 한국에선 어딜 가나 ‘친환경’이 가장 큰 화두다. 일종의 슬로건이자 선언이며 정·재계 공동의 대형 캠페인인 셈인데 그걸로도 부족하다고 여기는 모양이다. 그러나 그런 과장된 마케팅과는 별개로 일부 중소기업은 환경친화적인 사업 분야에서 실질적인 발전을 이끌어간다.CT&T대표주자는 서울의 전기자동차 메이커 CT&T다. 소리 소문도 없이 해당 분야에서 세계 선두에 오른 이 회사는 올해 전 세계에서 1억 달러의 매출을 예상한다. 저렴하지만 품질 좋고 환경친화적인 자동차 제조사로 성가를 올리며 전 세계에서 고객을 끌어 모은다.현대자동차 엔지니어 출신인 이영기씨가 2002년 창업한 이 회사는 골프 전동차 제조사로 출발했다. 저속으로 단거리를 이동하는 골프 전동차는 전기를 동력원으로 사용하기에 안성맞춤이다. 따라서 CT&T는 곧바로 이 틈새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며 더 야심적인 일반 승용차 시장으로 진출할 자금을 확보했다.토니 미첼 상무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금도 총매출의 절반을 골프 전동차에서 올린다. 그러나 이 ‘현금 박스’는 더 큰 목표를 향한 교두보에 불과하다. CT&T는 현재 버스부터 앰뷸런스, 도시형 소형차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전기자동차를 생산한다.이 회사가 생산한 버스 중 일부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 사용됐으며 최초의 유럽 수출물량을 실은 컨테이너선이 8월 23일 로테르담에 도착했다. 초기에는 유럽의 자동차 제조 기준을 맞추는 데 어려움을 겪었지만 언젠가는 유럽이 CT&T의 주요 수익원이 되리라고 미첼은 전망했다.그는 유럽 국가들이 “환경정책을 선도할 가능성이 크다”며 다른 지역을 압도하는 전기자동차 보조금을 예로 든다. 동급의 중소기업 싱크, 일본 대기업 닛산 같은 경쟁업체는 이미 유럽 본토에서 실적을 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CT&T의 주력 모델인 시티 EV는 가격이 불과 1만5000 유로로 경쟁 모델보다 훨씬 싸다(닛산 모델은 2만8000유로, 싱크는 4만5000유로). 전기자동차로는 처음으로 일반 소비자도 부담을 느끼지 않을 만한 가격 수준이다.물론 사람들이 느린 이동속도와 수시로 배터리를 재충전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하려 할지는 아직 미지수다. 전기자동차가 대중화되려면 배터리 수명과 충전소 수가 계속 늘어나야 할 뿐 아니라 전기자동차는 ‘환경 운동가’에게나 필요한 제품이라는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연쇄 효과전기차의 제조원가에서 배터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최대 50%다. 한국으로선 다행스럽게 EV 존을 비롯한 모델들에 사용되는 배터리 또한 한국의 LG화학과 SK 같은 회사에서 생산된다. 그리고 현재 한국 대기업들이 이 분야에서 세계 시장을 지배한다.그런 대기업들은 또한 요즘 실시되는 ‘녹색성장’ 정책의 혜택을 보지만 CT&T는 불행히도 그 수혜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는 정부 지원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미첼이 볼멘소리를 했다. 하지만 CT&T가 꾸준히 이익을 올린다는 사실은 보조금 지원 없이도 독자 생존이 가능한, 환경 분야에서 보기 힘든 성공 사례가 될 수 있음을 말해준다.한국의 친환경 수준은?언론은 녹색성장 정책에 모든 관심을 집중한다. 청정 에너지, 하이브리드 자동차, 차세대 전기기술에 총 22조4000억원을 투자해 한국의 대기업을 ‘녹색기술’ 분야의 선두기업으로 만들려는 포석이다. 그러나 이것이 지속 가능할까, 그리고 한국 기업과 소비자가 정부의 개입 없이도 친환경 제품을 받아들일까?7월 28일 로하스 아시아의 아담 홀러 사장이 서울을 방문해 이 문제에 관한 견해를 밝혔다. 로하스는 지속가능한 ‘녹색’ 사업관행을 도입하고자 하는 기업에 컨설팅을 제공하는 환경전문 사업체다. 원래 미국에서 출발한 LOHAS(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는 아시아 특히 일본에서 큰 성공을 거뒀다. 일본 전체 인구의 60%가량이 그 브랜드를 인지한다.로하스는 한국 진출의 준비단계로 한국 소비자의 생활양식과 행동을 심층 조사했다. 그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16%는 환경과 건강 문제에 상당히 관심이 많으며 그런 관심을 충족시키는 제품을 남보다 먼저 구입할 용의가 있다는 점에서 자발적인 ‘로하스 족’이다. 하지만 이 비율은 중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같은 빈국보다 훨씬 낮다.그 밖에도 한국인의 48%는 ‘환경보호운동이 일시적인 유행’이라고 믿는다. 환경운동에 회의적인 반응도 적지 않다. 실제로 조사를 실시한 전체 아시아 국가 중 한국은 지구온난화를 걱정해서 소비행태를 바꿀 가능성이 가장 작은 나라였다.한국인들은 환경보호와 관련해 대기업이 많은 역할을 해야 한다는 믿음이 강하다. 그러나 대기업의 환경 대책에 만족하는 사람의 비율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환경보호의 상당부분은 CT&T 그리고 풀무원 같은 중소기업에서 실질적인 진전을 이루는 듯하다. 풀무원은 한국에선 찾아보기 힘든 세계 정상급 친환경 기업 중 하나다.풀무원이 속한 유기농 식품 산업에는 환경친화 제품의 생산을 표방하는 기업과 단체가 많다. 예컨대 충청남도 예산의 씨알 농장은 항생제를 먹이지 않는 ‘친환경’ 소 544마리를 보유한다. 농촌진흥청 김사균 연구사는 이 농장이 “한국에서 건강하고 환경친화적이며 지속가능한 제품을 생산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소기업의 대표적인 성공적인 사례라고 말했다.농촌진흥청은 농민들과 협력해 중병을 앓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제품을 개발한다. 예컨대 보리에서 추출한 약품은 아테롤성 동맥경화증 치료에 쓰일지 모른다. 요즘은 페루산의 풍부한 단백질 공급원인 퀴노아를 연구하는 중이다.가격이 첫째보통사람이 유기농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려면 무엇이 필요할까? 로하스에 따르면 한국 소비자로 하여금 유기농이거나 환경친화적 또는 지속가능한 제품을 구입하도록 하는 열쇠는 가격이다. 한국 사람의 80% 가까이가 유기농 제품을 외면하는 첫째 이유로 너무 비싸다는 점을 든다.예컨대 영국이나 호주에선 제품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이 많다. 그들은 그런 제품이 단순히 순진한 ‘히피들’을 겨냥하며 필시 무늬만 유기농이라고 믿는다. ‘녹색 피로’의 영향도 적지 않다. 사람들은 라이프스타일을 바꾸라는 사회적 압력에 끊임없이 시달리고(종종 정부 법안을 통해) 신뢰하지 않는 제품에 더 많은 돈을 지불하며 환경보호에 적극적이지 않은 데 죄책감을 느낀다. 그 탓에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갖게 되어 자발적으로 소비 패턴을 바꿀 가능성이 줄게 된다.하지만 한국은 아직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친환경 제품의 보급을 가로막는 장벽은 순전히 가격뿐이다. 따라서 유기농 또는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일반 제품과 같은 가격에 판매하는 방법을 찾아낸다면 수요가 크게 늘어날 듯하다.전기자동차의 대중화?이는 CT&T 같은 기업에 무슨 의미일까? 토니 미첼은 언젠가 모든 가정에 전기차가 보급되는 날이 오리라고 기대한다. 물론 먼 훗날의 이야기지만 “대체로 일반 자동차를 보유한 가정에서 전기 차를 구입하겠지만 결과적으로 서로 전기차를 운전하려고 경쟁하게 된다”고 그는 내다본다.한국은 예컨대 인터넷, LPG 자동차, 스마트폰 등 많은 혁신기술을 남보다 먼저 적극적으로 수용해 왔다. 가격이 충분히 내려가고 충전소가 많아지면 전기차가 대중화되지 않을 까닭이 없다. 전기차는 유지비가 주당 7달러 선으로 비용에 민감한 소비자라면 충분히 관심을 가질 만하다. (현재의 전기료는 일정 부분 정부의 보조금에 의지하기 때문에 가격이 현실화되면 유지비가 상당히 오르리란 주장도 있다. )지금은 한국의 가능성 있는 친환경 산업에 중요한 시기다. 많은 과대선전, 그리고 정부와 대기업의 대대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비용과 경제성 측면에서 아직도 회의론이 팽배하다. 하지만 CT&T는 이미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합당한 가격에 판매해서 이익을 남기는 일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조용히 입증했다.CT&T는 최근 CMS라는 회사의 합병을 통해 코스닥 시장에 우회상장했다. 시가총액이 1억 달러를 약간 웃도는 수준으로 불과 8년의 역사를 가진 회사로서는 대단한 실적이다.친환경 기업은 당국의 지원이 있어야 흑자가 가능하며 ‘녹색’ 제품도 보조금을 받아야 소비자의 관심을 끈다고 회의론자들은 종종 주장한다. 한국의 소비자도 대체로 가격이 맞아야 녹색 제품을 구입하는 편이다. 그러나 CT&T 같은 기업은 이런 장벽을 모두 극복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번역·차진우

2010.08.31 18:27

5분 소요
개미 힘 모아 50억 달러 수출탑 쌓는다

산업 일반

수출 전선에서 분투하는 데는 농수산식품도 예외가 아니다. 막걸리 판촉에 대통령이 나서고 외국인들의 입맛을 매운맛으로 사로잡는다. 별것을 다 팔고 별 수단을 다 동원하고 있다. ▎최근 개최된 바이코리안푸드 수출상담회에서 국내 농수산식품업체 관계자가 해외 바이어와 상담을 하고 있다. 10월 15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at(농수산물유통공사)센터 빌딩 3층 제2 전시실. 입구에는 ‘BUY KOREAN FOOD 2009 AUTU MN’이라고 쓰인 큼지막한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이날 이 자리에서는 세계 유수의 12개국 바이어 30여 명을 초청한 가운데 농수산식품 수출상담회가 열렸다. 농림수산식품부와 at 공동 주최로 열린 이 행사에는 세계 최대의 식재료 유통업체인 미국의 시스코(SYSCO), 홍콩의 DCH 등 대형 유통업체와 러시아, 태국, 중국 등의 유력 바이어가 참가했다.칸막이가 된 60여 개의 테이블에서는 종일 상담이 이어졌다. 오후 4시쯤 들른 현장은 파장 분위기일 것이란 예상을 깨고 여전히 상담 열기로 후끈했다. 이곳에서 만난 가공식품 수출업체인 예인티엔지 김영주 상무는 이날 모두 4개 업체 바이어들과 상담을 벌였다. 홍콩의 DHC 푸드마트, 러시아의 TD 비로스코, 영국의 코리안 푸드, 미국의 이트잇이다.김 상무가 맨 나중에 만난 이트잇은 사전에 일정이 잡히지 않았으나 현장에서 즉석 상담이 이뤄졌다. 예인티엔지는 알로에, 홍삼, 유기농 관련 제품이 주력. 임가공 형태로 제품을 생산해 국내 시판은 하지 않고 수출만 전문으로 하는 회사. 이번 상담회에서 만난 바이어 중에서는 러시아의 TD 비로스코가 가장 적극적 관심을 보였다.알로에 주스 제품에 대해 그들은 자신들의 수입 요구 조건을 내놓고 예인티엔지에서 검토한 뒤 답변을 달라고 했다. 직원이래야 5명뿐인 이 회사는 2008년 5월 설립된 뒤 이런 식으로 시장을 개척해 8개월 만에 100만 달러의 수출실적을 올렸다. 올해 수출목표는 180만 달러인데, 9월 말까지 벌써 110만 달러 수출을 기록했다.수출 53억 달러 향해 순항 중김 상무는 “바이어에게 제품 한 가지라도 일단 씨가 먹혔다는 것만으로 성과”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열린 수출상담회에 처음 참석했다는 그는 “준비가 부족했다”는 점을 아쉬워했다. 30여 가지 제품 샘플을 늘어놓기만 했지 관련 리플릿조차 마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그래도 김 상무는 회사가 목표로 삼고 있는 러시아, 중국, 중동, 호주, 싱가포르 등 새로운 시장 개척에 “자신감을 얻었다”며 흡족해 했다. at는 지난 7월에도 이와 똑같은 행사를 벌였다. 그때는 20개국 120여 명의 바이어가 초청돼 이번 행사보다 규모가 훨씬 컸다. 당시 상담 실적은 1400만 달러에 달했다. ▎인도네시아 대형 유통업체와 MOU를 맺은 at. 왼쪽에서 셋째가 윤장배 at 사장이다. 이런 행사를 마련한 취지에 대해 윤장배 at 사장은 “해외 바이어들에게 국내 농수산식품 유망 수출품목을 적극 알리고 사후관리를 실시하는 등 공세적인 수출전략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전반적인 수출 부진 속에서도 농수산식품 분야는 8월 말 누계 27억6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의 27억7000만 달러와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수출물량은 11% 늘었으나 단가하락 품목이 많아 금액이 0.4% 감소한 것이다. 예를 들면 지난해 8월에 비해 올해 8월 인삼(이하 ㎏당)은 44달러에서 40.6달러로, 배는 2.2달러에서 1.7달러로, 넙치는 12.3달러에서 9.3달러로 떨어졌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우리나라의 전체 수출이 22.3% 감소했던 점을 감안하면 그래도 농수산식품 분야는 선방한 것이다.수출 전선에서 분투하는 분야는 이처럼 농수산식품이라고 예외가 아니다. 올해 수출 목표 53억 달러 고지 달성을 향해 순항하는 셈이다. 53달러란 수치를 두고 “겨우 그 정도였느냐?”고 말할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지식경제부가 예상하는 올해 우리나라 예상 수출액은 3650억 달러다.그런데 세계 10위권을 넘보는 이 거대한 수출탑도 사실은 이처럼 농수산식품 수출에 나선 개미와 같은 존재들이 모은 티끌이 가세해 이뤄진 것이다. 한국인들은 우리나라가 수출할 농수산식품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반문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먹는 거의 모든 농수산식품이 수출되고 있다고 봐도 무리가 아니다.신선 농식품 중 김치뿐 아니라 버섯, 딸기, 양란 등도 주요 수출품목이다. 가공식품 중에는 술과 음료뿐 아니라 과자류, 소스류, 면류 등 다양하다. 고등어, 전복과 함께 우리 먹을 것도 부족할 것 같은 참치, 오징어 같은 수산물도 어엿한 수출품목이다. 그러나 농수산식품 수출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공산품과 달리 신선도 유지, 안전성 문제가 늘 따라다닌다. 다품종 소량이 대부분이어서 공산품에 비해 품질관리도 훨씬 까다로운 편이다. 경기가 어려워지면 가장 먼저 줄이는 게 또 먹을거리다. 올해 들어 8월 말까지 중국(-20%)과 일본(22%), 러시아(18.7%) 등이 농수산식품 수입 규모를 20% 안팎 줄인 데서도 이를 알 수 있다.멀리 갈 것도 없이 우리나라도 그 수입 규모가 20.2%나 줄었다. 그래서 농수산식품 분야는 수출을 늘리기 위해 가능한 모든 방법을 다 동원한다. 요즘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막걸리를 예로 들어 보자. 10월 15일 오후 청와대 녹지원에서는 막걸리를 놓고 재미있는 풍경이 연출됐다.이명박 대통령이 주한 상주 대사, 국제기구 대표 등을 초청해 순 한식으로 한턱 내는 자리에서 농담으로 ‘막걸리 국제홍보팀장’을 자처한 것이다. “막걸리가 건강에 좋고 여성들에게는 미용과 피부에 좋다는 점을 알려 드린다”는 말로 막걸리 예찬론을 폈다.“외국인 입맛 바꾸면 식재료 수출 자연 증가” 요즘 관계기관은 시장성이 보이는 막걸리 수출을 늘리기 위해 갖가지 묘안을 짜내고 있다. 최근 한식 세계화 바람을 타고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인기가 폭발하고 있기 때문이다.at는 그 일환으로 막걸리 수요가 크게 늘고 있는 일본에서 TV에 홍보 CF를 내보낼 예정이다. 또 일본에 상대적으로 많은 한식 체인점과 연계해 대대적인 판촉행사도 계획하고 있다.재외동포재단(이사장 권영건)은 10월 27∼29일 인천에서 열리는 세계한상대회를 막걸리 수출 길을 찾는 기회로 활용할 참이다. at는 앞서 언급한 수출상담회를 전후해 at센터 5층 대회의실 앞 로비에 우수 농수산식품 홍보관을 설치해 운영했다.홍보관에는 한식 식재료와 주요 수출상품 등 100여 품목을 전시했다. 그중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단연 한식 밥상 차림이었다. ‘권역별 유망 한식 메뉴’란 이름으로 미국(떡갈비, 닭갈비, 두부 전골), 일본(쇠고기국밥, 삼계탕, 떡갈비), 중국(삼계탕, 전골류, 삼겹살) 등 국가별로 나눠 진열해 놓았다.한식이 세계를 파고들면 관련 국산 식재료 수출은 당연히 늘어나리라는 발상에서 기획한 것이다. at가 일본 도쿄에서 10월 14일부터 3일간 ‘코리아 핫푸드 쇼’를 벌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 행사에는 농심, 대상 등 식품기업수출협의회에 소속된 11개사가 참가했다.개최 장소인 빅사이트 전시장에는 고추장, 매운 갈비 소스, 매운 맛 과자 등 300개 관련 제품이 전시됐다. 떡볶이, 부대찌개 등 ‘원조 한국 매운 음식’ 시연·시식행사도 함께 벌어져 행사장을 찾은 일본인들의 발길로 연일 북적거렸다. 이런 농수산식품 수출에서 at는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at는 지난 15일 열린 국회 국정감사 기관보고를 통해 올해 수출목표 53억 달러 달성을 위해 ‘전략적 패러다임 전환’을 꾀한 것으로 자신들의 노력을 표현했다. 생산 및 수출의 조직화·규모화, 부가가치 높은 가공식품 수출 확대, 대형 유통업체를 중심으로 한 대량 직수출 체제 전환, 교포 마켓 중심에서 현지인 마켓 중심으로 목표 시장 다변화 등을 꾸준히 추진했다는 것이다.해외 대형 유통업체 중심 ‘수출 고속도로’ 건설 이런 at의 노력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가 이른바 수출선도조직 육성 사업이다. 생산부터 수출까지 일관되게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 생산자와 수출 회사를 묶어 연합조직으로 만든 것이다.이런 조직이 10개 품목에 13곳에 이른다. 그중에서도 러브파프(파프리카), 로즈피아(장미), 머쉬엠(새송이버섯) 등을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꼽고 있다.이런 선도 조직에는 수출을 늘릴 수 있는 품질관리, 마케팅 등을 위해 상당한 액수의 자금지원도 하고 있다. 경남북의 4개 파프리카 수출업체가 연합한 러브파크의 경우 올해부터 3년 동안 총 3억9000만원의 지원을 받는다. 러브파프는 지원액수의 30%에 해당하는 자비 부담액을 보태 118개 생산농가의 파프리카 품질 개선과 생산력 향상을 위해 나섰다.멀리 내다보고 수출 기반을 구축하기 위한 목적에서 투자를 시작한 것이다. 2008년 8월 버섯 수출업체 7곳이 공동 출자해 결성한 머쉬엠의 경우 당장 그 효과가 나타났다. 애초 목적대로 수출창구를 단일화하면서 과당 출혈경쟁을 막아 적정한 수출 단가를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성과다.그리고 규모화가 실현되면서 신규 거래선 확보, 수출 시장 다변화가 용이해진 것도 큰 변화다. 이런 노력 덕분인지 수출이 쑥쑥 늘어 올해 목표액이 900만 달러로 작년의 두 배에 이른다. 머쉬엠의 성공적 운영으로 직접 혜택을 입는 생산자만 21곳이다. 연초에 at가 세웠던 농수산식품 ‘수출 고속도로’ 건설 계획도 예상을 넘는 공정률을 보이고 있다.at가 말하는 수출 고속도로란 소규모·단품 수출에서 대규모 패키지 수출 체제로 전환하고 이에 걸맞은 대형 유통업체 중심의 직수출 ‘글로벌 네트워킹’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에는 이에 해당하는 해외 대형 유통업체라고는 중국 이마트, 일본 코프 삿포로 두 곳에 불과했다.올해는 이를 14곳으로 늘린다는 계획 아래 미국 멜리사(Melissa), 중국의 RT 마트와 각각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네트워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7월에 영국 코리안 푸드와의 양해각서 체결은 우리 농수산식품이 유럽 대륙을 공략하는 데 중요한 발판이 될 것으로 평가 받고 있다.유럽 최초로 손을 잡은 코리안 푸드는 유럽에서 7개 대형 매장을 보유한 최대의 한국 농수산식품 수입 회사다. 윤창배 at 사장은 “유럽은 보수적인 식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잠재성이 큰 시장인 만큼 향후 대량 수출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유통망을 확보해야 한다”고 그 의미를 강조했다.이런 노력 덕분인지 농수산식품 분야 수출이 지난 6월부터 증가세로 반전했다. 수출증가율은 5월까지 -2.1%였으나 6월 5.2%, 7월 3.7%, 8월 5.0% 등으로 연속 증가 기록을 낸 것이다. 그 결과 농수산식품 수출은 9월 말 잠정 집계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2.9%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2012년 농수산식품 100억 달러 수출이 정부의 목표다. 올해 목표액의 두 배에 가까운 ‘꿈의 목표’다. 하지만 지금 추세대로라면 이 목표 달성도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2009.10.26 15:42

7분 소요
대치동‘맹모삼천지교’에 한국경제 멍든다

산업 일반

말은 제주로, 사람은 대치동으로…. 요즘 학부모의 교육 황금률이다. 강남구 대치동은 명실상부한 ‘교육 1번지’다. 공교육은 물론 사교육 환경도 최고다. 일부 학부모는 자식을 대치동 소재 학교에 보낼 수 있다면 위장전입을 서슴지 않는다. 과도한 교육비를 감당하느라 허리가 휘어도 괜찮다. 자신들의 욕심으로 대치동 집값에 거품이 끼든 말든 상관없다. 내 아이 인생에 성공행 고속도로만 깔리면 그만이다. 비뚤어진 대치동 ‘맹모삼천지교’가 불법을 조장하고, 가계를 무너뜨리고, 심지어 집값까지 왜곡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우리는 무엇을 손봐야 할까? ▎일러스트:강일구·ilgoo@joongang.co.kr #사례1 대치동 1학년 136명 vs 6학년 395명강남구 대치동에서 명문으로 손꼽히는 A초등학교. 강남 주부의 비뚤어진 교육열을 제대로 꼬집어 인기를 끌었던 드라마 ‘강남 엄마 따라잡기’의 실제 모델로 알려진 이 초등학교에선 매년 기현상이 벌어진다. 고학년으로 갈수록 학생 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이다. 올 9월 현재 이 학교의 1학년 학생 수는 4개 학급 136명.그런데 6학년은 11개 학급 395명에 달한다. 6학년 학생 수가 1학년 대비 190% 많은 셈이다. A초등학교만 그런 게 아니다. 대치동 소재 나머지 초등학교 3곳의 사정은 비슷하다. 이들 3개 학교의 1학년, 6학년 평균 학생 수는 각각 156명, 323명이다. 6학년 학생 수가 1학년보다 평균 2배 이상 많다.왜일까? 답은 간단하다. 제 아이를 대치동의 유명한 학교에 일찌감치 보내려는 학부모가 많기 때문이다. 여기엔 국제중학교의 폭발적 열기도 한몫 톡톡히 한다는 분석이다.초등학교 5학년인 큰아들을 대치동 소재 학교에 전학시킨 학부모 김진영(가명·40)씨는 “초등학교 때부터 대치동에서 학교를 다녀야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다”며 “대치동은 강북 학부모 사이에서 희망으로 통한다”고 말했다. 김씨는 또 “중학교부터 제대로 교육을 받지 않으면 그야말로 끝”이라며 “일류대로 가는 관문은 중학교”라고 강조했다.규모 3.5㎢, 인구 10만여 명에 불과한 대치동. 그러나 교육 열기와 분위기만큼은 최상, 최고급이다. 이 때문인지 위장전입을 해서라도 대치동 학교에 보내려는 학부모가 적지 않다.#사례2 범죄의 유혹에 빠진 엄마 이야기두 아들을 둔 강남구 역삼동 학부모 한순애(가명·41)씨. 그는 지난해 대치동 소재 유명 C중학교에 큰아들을 보내기 위해 위장전입을 꾀했다. C중학교의 6대 외고 진학률(전체 학생 수의 5.4%)은 전국 1위다. 한씨는 “욕심 낼 만하지 않은가”라고 했다. 마침 C중학교 옆 아파트엔 절친한 친구가 살고 있었다.이제 전입신고만 하면 큰아들의 C중학교 진학은 떼놓은 당상. 강남구 교육청의 중학교 배정 원칙은 근거리이기 때문이다. “주민센터에 전입신고 하러 갔을 때, 얼마나 떨렸는지 몰라요. 이것저것 물어볼까 봐서요. 그런데 의외로 쉽더라고요. 신원확인만 했다니까요.” 위장전입이 법망을 뒤흔들면서 판을 치는데, 단속의 칼날은 무디기 짝이 없다는 얘기다.비뚤어진 교육, 집값 왜곡 ▎사교육비 무턱대고 올리면… 위장전입은 엄연한 불법이다. 주민등록법상 3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 그러나 한씨는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나만 했느냐’는 불감증이다.사회 고위층은 위장전입을 하고도 장관 후보에 버젓이 나오는데, 우리는 왜 안 되는 거냐다. 이귀남 법무장관 후보자를 두고 하는 말이다. 이귀남 후보자는 1997년 9월 1일 장남이 원하는 고교에 배정되도록 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는 사실이 최근 인사청문회에서 드러났다.한씨의 불감증은 사회 고위층의 모럴 해저드가 아래로 전이되고 있음을 잘 보여준다. 이런 비뚤어진 교육열이 초래하는 것은 불법만이 아니다. 주변 집값도 왜곡한다. 건설된 지 수십 년이 흐른 대치동 M아파트. 시세는 3.3㎡당 3000만원에 이를 정도로 비싸다. 흥미로운 점은 이 아파트의 1, 2단지 가격이 각각 다르다는 것이다.매물이 많을 땐 (같은 평형대 기준으로) 1단지 가격이 2단지보다 3000만원가량 비싸다. 이유는? 별다른 게 아니다. 학군 프리미엄 때문이다. 1단지에 사는 초등학생은 대부분 명문 C중학교에 진학한다. 반면 2단지 학생들은 다른 중학교에 배정될 가능성이 높다. 1단지 아파트 가격이 2단지보다 비싼 이유다.학군이 집값을 부풀리고 있는 셈이다. 사례는 더 있다. 대한민국 ‘부의 상징’ 도곡동 타워팰리스 1차 138㎡의 가격은 올 7월 현재 20억원이다. 그런데 완공된 지 20년이 훌쩍 흐른 우성아파트 2차 128㎡ 가격은 24억원에 이른다. 타워팰리스보다 작고 오래됐음에도 4억원가량 비싸다.이유는 역시 학군 프리미엄이다. 우성아파트 2차에 거주하는 초등학생은 명문 C중학교에 배정되지만 타워팰리스는 아예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내집마련정보사 양지영 팀장은 “강남 집값은 학군 프리미엄 탓에 상당부분 부풀려진 측면이 없지 않다”고 말했다.대치동이 위장전입으로 몸살을 앓고, 집값에 거품이 잔뜩 끼는 것은 비단 공교육 때문만은 아니다.대치동의 사교육 열기도 한몫 거들고 있다. 대한민국 사교육 1번지는 명실공히 대치동이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대치동 학원 수는 9월 현재 600개를 훌쩍 넘는다. 목동(308개), 중계동(271개)보다 훨씬 많다. 양만 많은 게 아니다. 이들은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최상의 교육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스타급 강사 모셔오기는 기본이고 각종 교육 서비스도 최고 수준이다. 그렇지 않으면 살벌한 ‘대치 학원 전쟁’에서 생존하기 어렵다. 사교육비 지출이 부담스럽지 않은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목동, 중계동 학부모가 아이들을 대치동에 보내는 이유다. ‘강남3구·목동·중계동의 꼭짓점은 대치동’이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그래서다. 대치동에선 어쩌면 ‘그들만의 리그’가 펼쳐지고 있을지 모른다.타워팰리스의 굴욕? 학군 때문 문제는 중산층이다. 대치동 블루스를 넋 놓고 들었다간 가계가 망가질 수 있다. 특히 지금처럼 가계부채가 위험수위에 달했을 때 ‘그들만의 리그’에 진입하기 위해 사교육비를 무리하게 올리면 파국을 맞기 십상이다.노후가 산산조각 날 우려도 있다. 국가경제도 악영향을 받는다. CJ 전략기획팀 김정호 박사에 따르면 국내 평균 소득의 가구(월 평균 소득 320만원·사교육비 65만원)가 사교육비 20만원을 더 쓰려면 임금을 6% 더 받아야 한다.그러면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는 각각 1.7%, 1.9% 오른다(한국은행 물가파급 보고서). 당연히 수출 단가가 0.5% 올라, 수출물량 0.8%를 떨어뜨린다. 수출물량 감소는 투자 및 생산 감소에 영향을 끼치고, 결국 소득감소와 실업률 증가로 이어진다.무리한 사교육비 증가가 국가경제를 멍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본지 957호 참조). 이명박 대통령,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나서 “사교육비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블루스. 가진 자에겐 애틋한 추억을 되살리게 하지만 없는 자에겐 외로움을 주는 절절한 음악이다. 대치동 블루스도 어쩌면 마찬가지다. 감당하기 힘든 학부모에겐 부담스럽고, 블루스가 익숙지 않은 아이들은 듣기 괴롭다.그렇다고 점점 커지는 교육 양극화 현상을 먼 산 불구경하듯 지켜볼 수도 없다. 불법을 조장하고, 집값을 부풀리고, 게다가 가계와 국가경제에 악영향을 미치는 맹목적인 ‘대치동 맹모삼천지교’에 이젠 칼을 대야 한다. 블루스가 슬프다고 마냥 상념에 빠져 있을 순 없지 않은가?

2009.09.21 14:39

5분 소요
벼랑 끝 아우성 “제발 돈 좀…”

산업 일반

많은 중소기업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절박한 심정으로 정부 문은 두드리는 곳도 급속히 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지식경제부 실물경제종합지원단에 도움을 청한 765개 중소기업의 애끊는 심정이 담긴 민원을 분석했다. 지난 2일 오전. 과천 정부청사 지식경제부 5층에 위치한 ‘실물경제종합지원단’ 사무실 전화는 끊임없이 울렸다. 그 울림은 아우성이었다. 생사의 벼랑에 선 중소기업이 마지막으로 정부에 보내는 ‘SOS’였다. 지원단 소속 박태환 사무관은 “한계에 몰린 기업들의 민원이 하루 7~10건 접수된다”고 말했다. 접수조차 되지 않는 전화상담은 훨씬 더 많다.중소기업은 얼마나 힘든가? 무엇 때문에 어려운가? 중소기업이 간절히 바라는 것은 무엇일까? 이코노미스트는 이를 알아보기 위해 실물경제종합지원단이 출범한 지난해 12월 1일 이후 지난 3월 30일까지 접수된 765건의 기업 민원 현황 자료를 지경부로부터 건네 받아 분석했다. 어려운 중소기업 사정이 언론을 통해 토막 토막 소개되지만 ‘민원 리스트’에는 중소기업이 겪는 온갖 어려움이 담겨 있었다. 애끊는 토로도 있었다. 참고로 지원단 출범 후 50일간 접수된 민원은 146건이었다. 그 후 50일 동안엔 398건이 들어왔다. 정부가 기업 지원단을 운영한다는 것이 홍보된 이유도 있지만, 시간이 갈수록 중소기업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가장 심각한 것은 역시 ‘돈 문제’였다. 765건 중 정책자금 지원 요청이나 지원 프로세스 개선 요구가 31%인 240건이었다. 민간자금 지원과 관련된 민원은 18%, 138건 접수됐다.전기요금도 못 내는 곳 수두룩정책자금과 관련된 240건 중 73%인 174건이 긴급 운전자금 지원, 상환 유예 요청, 대출을 위한 보증서 발급 등 ‘당장 돈이 급하다’는 것이었다. 정책자금 대출 요건 완화 및 절차 간소화, 기술신보 검증시스템 개선 등 제도 개선을 요구한 것은 64건이었다. 환헤지 손실 보전 요구, 엔화대출 상환 애로 등 직접적으로 외환과 관련된 민원은 5건이었다.그렇다면 중기가 겪는 돈 문제는 구체적으로 무엇일까? 일단 사례를 먼저 보자. 인천 남동공단의 S사는 지난해 수출물량이 급격히 줄면서 올해 원자재를 구입할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다. S사는 모 은행에 패스트 트랙(Fast-track: 일시적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살리기 위한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요청하고 기술신용보증에 특허기술 가치평가 연계보증을 신청했지만 지난해 저조한 매출과 높은 부채 비율로 모두 거절당했다. S사는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지원단에 도움을 요청했다. 지원단은 S사가 80여 건의 기술특허를 보유한 점과 올해 수주 실적을 감안해 줄 것을 은행 측에 요청하면서 결국 S사는 2억원을 지원받았다. 모 산업단지에 위치한 A시행사는 시공사이자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연대보증인인 B건설사가 파산하면서 은행으로부터 대출금 만기 연장 불가통보를 받았다. 연장하려면 연대보증인 동의가 있어야 하지만, 이미 파산한 뒤였다. 이에 대해 지원단은 A사가 개발 중인 사업이 마무리 단계고 지자체에서 준공 허가 협조를 얻어낸 점을 은행에 피력해 지난 2월 대출이 연장되도록 했다. 조선 기자재를 납품하는 C사는 “생산단가는 올랐지만 수주 단가는 변동이 없고 지난 2~3년간 조선 기자재 하청업체가 난립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자금 부족에 직면했다”며 SOS를 친 경우다. C사는 지난해 원청업체가 어음 만기 일수를 늘리고, 금융회사는 어음 할인을 거부하면서 설상가상의 상황에 몰렸다. 이에 지원단은 원청업체에 기존 4~6개월이던 어음 만기 일수를 2~3개월로 단축하는 협의를 진행하면서 C사의 주거래 은행에도 어음 할인을 해 줄 것을 요청해 합의를 끌어냈다.지난해 700만 달러를 수출한 D사는 수출이 급감하고 재고가 늘어나면서 대출 이자를 갚는 것이 부담스러운 상황에 직면했다. D사의 무역금융 대출 금리는 9%대였다. D사 사장은 이를 지원단에 호소했다. 지원단은 거래 은행에 “한국은행이 지속적으로 금리를 인하 중이고, 대출에 대한 담보가 충분한 점”을 설득했고, 해당 은행은 대출 연장을 하면서 금리를 0.8% 인하했다.대전시 대덕구에 위치한 E사는 28억원의 전기요금을 미납해 지난해 말 한전으로부터 전기공급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 이 업체는 지원단의 도움으로 ‘전기를 먼저 공급하고, 나중에 체납요금을 분할 납부한다’는 합의를 해 위기를 넘겼다. 가동을 멈춘 공장. 비 올 때 우산 뺏는 은행이 밖에도 중소기업은 다양한 이유로 자금난을 겪고 있었다. “원자재를 구입할 돈이 없으니 운전자금을 지원해 달라” “대출을 받아야 하니 수출보험공사에서 보증서를 발급해 달라” “기술보증기금 구매카드 보증 5억원을 운전자금으로 전환하게 해 달라” “긴급 자금 1억~2억원을 신용 대출받을 수 있게 도와 달라” “중진공 정책자금 원금 상환을 유예해 달라” “키코 문제로 소송을 하고 있는데 여신 만기를 연장할 수 있게 해 달라”….제도 개선에 대한 목소리도 많았다.“정책자금 지원 절차를 간소화하고 대출조건도 완화해야 한다” “정책자금 대출 보증서를 신속하게 발급해 달라” “상장업체에도 정책자금 지원해 달라” “근로자 고용장려금 지급 기준을 완화해라” “은행이 수출신용장 네고를 거부한다” “중소기업 해외특허 출원비용 지원을 상향해 달라” “세금 체납에 따른 신용보증 제한 기준을 완화해라” “정책자금에 담보 또는 보증서 요구가 지나치다”…. 이에 대해 한 자동차 2차 벤더 회사의 사장은 “지금 중소기업이 정부에 바라는 것은 그동안 해결되지 않은 숙원과도 같은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자금과 관련해서는 ‘이기적인 은행’에 대한 불만이 많았다. 민간자금과 관련된 민원 138건 중 60%인 82건은 ‘은행이 신규 대출은커녕 대출 연장도 안 해 주고, 금리는 너무 높고, 무리한 담보를 요구한다’는 토로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이렇다.“은행이 어음할인을 해 주지 않고 단기차입금 연장 불가를 통보해 와 자금회전에 어려움이 있다” “일방적인 대출 연장 불가로 자금난이 가중되고 있다” “주거래 은행에서 비정상적인 담보를 요구한다” “외화차입금에 대한 금융기관의 조기상환 요구와 가산 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금리가 많이 내렸는데, 은행이 대출 인하 조정을 해 주지 않는다”.엔화상승, 키코(KIKO) 문제, 환율 안정 등 외환시장과 관련해 직접적인 어려움을 호소한 민원은 17%, 22건이었다. 이와 관련해서도 정부가 주목해야 할 얘기가 많았다. “공장 신축을 위해 엔화대출을 받아 자금 사정이 어렵다” “KIKO 피해액이 80억원 정도인데 확실한 지원책을 수립해 달라” “수출환어음 수수료를 인하해라” “환율상승으로 제품 수입을 위한 자금 부담을 감당하지 못한다”.부도 직전에 몰린 중소기업이 밖에 기술·판로 지원, 세제·제도 개선도 중소기업들의 큰 바람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765건의 민원 중 ‘기술·판로’ 지원은 17%, 126건, 세제·제도와 관련된 민원은 13%, 100건이었다. 공장부지 확보 등 입지 문제 관련은 54건, 인력난 지원은 38건, 기반시절 확충에 대한 민원은 26건으로 조사됐다.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2월 기업대출 연체율은 2.31%다. 중소기업 연체율은 0.97%포인트나 급등한 2.67%로 2005년 5월 이후 3년9개월 동안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국내 은행이 중소기업에 대출한 돈은 45조원. 전년 대비 20조원 줄었다. 또 지난해 4분기 중 부도가 난 중소기업은 649개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50% 급증했다. 올 1월 부도 중소기업은 184개로 작년 1월보다 49개 늘어났다. 지난해 법원에 파산 신청을 한 법인은 전년 대비 45% 늘어난 191개였다. 문제는 지금부터라는 데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1월 부도율이 0.04%에 머물렀고, 부도업체 수도 2월 들어 줄기 시작했다”고 했지만, 중소기업 현장 사정은 지표보다 더 나쁘다. 지경부의 한 관계자는 “도움을 요청하는 기업 중 도저히 손을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곳이 많다”며 “한시적으로 정부가 지원한다 해도 결국 한계를 넘지 못하고 넘어가는 기업이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일부에선 5% 이자 특판상품에 돈이 몰리고 대기업 계열 B등급 회사채가 팔리자 “이제 시장에 돈이 돌기 시작했다”고 앞서 진단하고 있다. 하지만 백방으로 떠돌다 정부를 찾은 중소기업 사장들에게 악몽의 시간은 지금부터인 것 같다. 이래서 중소기업은 힘들다

2009.04.06 11:04

5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