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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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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신세계' 밑그림 그린 정용진...변화는 시작됐다

유통

2023년 이마트가 사상 첫 적자를 기록했다. 적자는 이마트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의 실적 부진이 주원인이었지만 본업인 유통업에서의 위기감은 고조됐다. 당시 정용진 신세계그룹 총괄부회장에게는 결단이 필요했다. 전략회의를 열어 “나부터 바꾸겠다”며 신세계의 조직, 시스템, 업무 방식까지 싹 다 바꿀 것을 지시한 배경이다. 지난해 3월, 18년 만에 그룹 회장 자리에 공식 취임한 정용진 회장은 이미 지난 2023년부터 대대적인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주요 계열사 대표를 대거 물갈이하는 등 이미 ‘뉴 신세계’를 위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신상필벌 인사 원칙을 지난해에도 꾸준히 유지하며 변화와 혁신의 동력으로 삼았다. 취임 1년이 지난 현재, 정 회장의 전방위적인 빅스텝은 이마트 재도약을 위한 발판이 되는 데 성공했을까. 과감한 인사...수치로 증명됐다정용진 회장은 지난해 3월 8일 그룹 수장에 오른 이후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부회장 시절에도 여러 사업을 개시하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활발한 소통 활동을 해온 그지만 회장 취임 후 보여준 1년은 보다 ‘집중적’이고 ‘효율적’이다. 그룹의 명운이 걸린 1년임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던 정 회장은 이 시간을 결코 헛되이 보내지 않았다. 우선 수치가 ‘정 회장의 1년'이 긍정적이었음을 보여준다. 이마트는 지난해 연간 연결기준 29조209억원의 순매출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1.5% 감소한 수치다. 영업이익은 471억원으로 전년보다 940억원 개선됐다. 퇴직충당부채와 희망퇴직보상금 등 일회성 비용 2132억원을 감안하면 실질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072억원 증가한 2603억원이다. 2023년 46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창립 이후 첫 적자를 낸 이마트가 큰 폭의 실적 개선을 이뤄낸 셈이다. 이 밖에 이마트의 주요 자회사들인 SSG닷컴과 SCK컴퍼니(스타벅스), 신세계프라퍼티(스타필드) 등도 실적 반등을 이뤄냈다. 사상 첫 적자의 주범이었던 신세계건설도 전년 1800억원대 영업손실을 냈지만 지난해에는 영업손익을 538억원 개선하며 손실 규모를 축소하는 데 성공했다. 정 회장은 취임 후 그룹의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사람부터 바꿨다. 실적 부진의 원인이었던 신세계건설의 대표를 경질한 데 이어 이커머스(전자상거래) 사업에서 부진하던 SSG닷컴과 G마켓 수장을 나란히 교체했다. 지난해 인사 때는 ‘내 사람'이었던 임원들을 과감히 내치는 모습을 보여줘 업계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 재계 한 관계자는 “대부분의 그룹들이 성과주의에 기반한 인사제도를 도입해 경쟁심을 고취시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신세계는 그동안 그런 부분이 다소 약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아마 혁신 인사에서 해답을 찾아야 한다고 정 회장이 크게 깨우친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철저한 성과주의에 기반한 수시 인사제도는 그룹 내 임직원들에게 긴장감을 조성하게 했고 이마트가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또한 정 회장은 부진한 사업들의 정리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적자로 전환된 스무디킹코리아 사업 정리를 결정했고(올해 10월 사업 철수) 2016년 인수했던 ‘제주소주’는 더 이상의 사업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오비맥주에 매각했다. 신세계L&B의 주류 매장들도 정리를 시작했다. 신세계건설은 상장폐지를 단행하면서 추가적인 재무 리스크를 덜어냈다.두 가지 핵심 축, 그리고 얻은 성과정 회장이 취임 후 지난 1년간 가장 중점을 두고 추진한 핵심 과제는 두 가지다. 신세계 이커머스(전자상거래)의 지속 가능한 성장 시스템 구축과 바로 본업인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다.올해 이마트의 이커머스 사업군에서는 두 가지의 큰 변화가 있었다. 먼저 지난해 6월 CJ그룹과 물류협력 MOU를 체결하며 물류 경쟁력을 강화했다. CJ그룹은 국내 최대 물류 인프라를 보유한 CJ대한통운을 보유 중이다. 현재 G마켓과 SSG닷컴을 운영 중인 이마트는 CJ와의 제휴를 통해 강력한 우군을 얻게 된 셈이다. 지난해 12월에는 중국의 알리익스프레스와 G마켓의 합작법인 설립을 발표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21년 3조4400억원을 들여 이베이코리아(G마켓)를 인수했지만 쿠팡 등에 밀려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우지 못해왔다. 이에 새로운 돌파구로 글로벌 이커머스 회사로 성장한 알리익스프레스와 손을 잡은 것이다. 합작법인 발표 후 알리바바코리아 총괄 등을 지낸 정형권 G마켓 대표는 “G마켓의 상품 신뢰도 및 서비스 체계와 가격 경쟁력을 갖춘 알리바바의 상품을 통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선도하는 플레이어로 성장할 것”이라고 말하며 성공을 자신했다. 이처럼 정 회장은 지난 1년간 물류 경쟁력 강화와 함께 가격 경쟁력을 갖춘 알리익스프레스와의 합작을 통해 단숨에 이커머스 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본업인 오프라인 사업은 이마트를 넘어 신세계그룹의 자존심이다. 최근 유통업 무게의 추가 온라인으로 많이 넘어간 추세지만 여전히 오프라인은 중요한 사업군이다. 국내 오프라인 사업의 또 다른 축이었던 롯데그룹이 최근 부진을 거듭하며 성장 동력의 추를 인도 등 해외에서 찾고 있는 것과 달리 정 회장은 여전히 국내 오프라인 사업에서 승부를 보려한다. 스타필드와 이마트의 결합인 ‘스타필드 마켓’과 창고형 할인점인 ‘이마트 트레이더스’ 점포 확장, 차별화된 푸드점포인 ‘이마트 푸드마켓’ 등은 정 회장의 전략을 잘 보여주는 사례들이다. 여기에 더해 정 회장은 경기도 화성시에 여의도 1.4배 규모의 대형 테마파크인 ‘스타베이 시티’ 개발 사업도 추진 중이다. 이곳은 국내 최초 파라마운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미래형 혁신 관광 도시가 될 전망이다.오프라인 미래 어둡지만…차별화가 관건그렇다면 향후 이마트의 오프라인 사업 전망은 어떨까. 온라인 소비가 꾸준히 늘고 있고, 오프라인의 경우 대형마트보다는 백화점·복합쇼핑몰·편의점·균일가 생활용품점 등으로 소비가 몰리고 있다. 실제로 대형마트 업계 2위였던 홈플러스는 기업회생을 신청하는 등 상황이 좋지 않다. 정 회장의 광폭행보에도 올해가 이마트 같은 오프라인 사업군에게 쉽지 않은 한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앞으로 온라인이 전체 소매 규모인 600조원 중 70~80%까지 성장할 것”이라며 “소비자들에게 대형마트 등 오프라인 채널은 만남의 장소 또는 가족의 놀이 장소 정도로 여겨지고 있으며, 실제 물건 구매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진행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그러면서 “오프라인 유통사는 결국 사람들을 온라인 밖으로 끌어와야 한다”며 “사람들이 만나는 장소를 제공하고 가족들이 와서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야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이마트 등 오프라인 대형마트가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해법은 ‘빠른 배송’과 ‘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뿐이라는 의견도 나온다.이종우 아주대 경영학과 교수는 “스마트폰의 보급과 맞물린 고객들의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따른 요구를 맞추지 못한 것이 대형마트 경쟁력 약화의 근본적 원인”이라며 “예컨대 온라인 수요 증가에도 즐길거리, 먹거리가 있는 백화점과 복합쇼핑몰은 선방하고 있고, 온라인보다 저렴한 다이소 역시 잘 되고 있는데 마트는 이런 요소가 없다”고 말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연간 주요 유통업체 매출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오프라인 유통채널(대형마트·백화점·편의점 등) 중 대형마트만 전년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 이 기간 백화점과 편의점의 연매출은 전년 대비 각각 1.4%, 4.3% 증가했다. 그러면서 “체험형 매장을 늘리거나 온라인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결국은 빠른 배송과 신선식품을 핵심으로 가져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이마트가 강화하고 있는 신선식품 할인 등에 앞으로도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신선식품에 대한 투자가 수반돼야 하며, 이 부문에서 결국 승부가 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여기에 최근 홈플러스의 기업회생절차 개시가 이마트 등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 교수는 “홈플러스는 회생절차 돌입으로 인해 시장을 잃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 영향으로 쿠팡 등 이커머스 플랫폼도 효과를 볼 수 있지만, 대형마트 이용객은 대형마트만 이용하기 때문에 이마트 또는 롯데가 이득을 볼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했다.한편 이마트를 넘어 신세계그룹이 미국 사업 진출에 속도를 낼지도 관심사다. 정 회장이 지난 1월 열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식 이후 주요 인사만 참석할 수 있는 한 사교 행사에서 트럼프 주니어와의 친분을 과시하는 등 트럼프 가문과의 남다른 인연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당시 트럼프 취임식 참석을 앞두고 정 회장은 “(트럼프 주니어와) 원래 친한 사이였다”며 “둘이 같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 보겠다”고 밝힌 바 있다.

2025.03.08 08:00

6분 소요
동북권 대단지 입주장 효과에 전세가격 약세…

부동산 일반

올해 상반기 들어 서울 동대문구와 성북구 등 동북권에 정비사업이 끝난 대단지가 속속 입주를 시작한 데 따른 '입주장 효과'로 이 지역 전세가격이 약세를 보이고 있다.26일 직방에 따르면, 3월 서울에선 성북구 장위4구역을 재개발한 장위자이레디언트(2840가구), 광진구 자양동 롯데캐슬이스트폴(1063가구) 등 총 4666가구가 입주한다.여기에 지난 1월부터 동대문구 래미안 라그란데(3069가구) 입주가 진행되고 있고, 6월에는 1806가구 규모의 휘경자이디센시아도 입주할 예정이다.전세 물건도 쌓이는 모습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5일 기준 장위자이레디언트 전세 매물은 1137건, 래미안 라그란데 전세 매물은 1193건이 시장에 나왔다. 국민평형(전용 84㎡) 기준 전세가격은 5억원대 전후로 형성된 모습이다.이처럼 서울 지역 입주 물량이 꾸준히 나오면서 올초 전셋값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한국부동산원 2월 셋째주(17일 기준)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 조사를 보면 전세가격은 서울 0.02% 상승이지만, 동대문구는 0.11% 하락으로 조사됐다. 성북구의 경우 이번주 보합(0.00%)으로 돌아섰지만 전주까지 -0.05%였다.강남권 역시 지난해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으로 불리는 올림픽파크포레온(옛 둔촌주공) 1만2032가구 입주로 주변 지역 전셋값이 하락한 바 있다.다만 서울 지역 입주장 효과가 올해 내내 이어지기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전세수요를 분산시킬 다른 수도권 지역 물량이 4분의 3 수준으로 줄어들어서다.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5년 수도권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12만5382가구로 지난해 17만4558가구 대비 28.2% 감소한다. 특히 경기(7만405가구), 인천(2만2638가구) 감소 폭이 크다.여기에 내년 입주 물량이 올해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2026년도 수도권 아파트 입주 물량은 올해 대비 40% 가까이 감소한 6만9642가구로 전망된다.수도권 입주 물량이 10만 가구 밑으로 떨어지는 것은 2015년(9만2640가구) 이후 10년 만이다. 최근 10년간 수도권 연평균 입주 물량이 14만4977가구였던 것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특정 지역에 대규모 아파트가 입주하면 입주일로부터 3~6개월간 집중적으로 충격을 준다"면서도 "인접 지역인 경기도와 인천시 올해 입주 물량이 지난해보다 줄어 서울 전세가격이 큰 폭으로 하락하지는 않을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2025.02.26 11:50

2분 소요
데이터로 본 2024년 한국 부동산 시장…내 집 마련 적기는 하반기?[스페셜리스트 뷰]

부동산 일반

2023년 9월 전국 아파트 월별 거래량은 3만4023건을 기록한 이후 거래량이 지속해서 감소했다. 2024년 1월 2만7781건(2월 12일 계약일 집계 기준)을 기록하며 지난해 12월 기록했던 2만4116건에 비해 반등에 성공했다. 하지만 한번 주춤해진 주택 구입 심리는 아파트 매매 가격 하락과 맞물리며 시장이 좀처럼 되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계절적 성수기인 봄 이사철을 앞두고 관망하는 수요자들은 향후 집값 흐름에 궁금증이 가득한 상황이다.아파트 매매 및 임대차 가격과 거래량의 추이 외에도 공급(분양·입주)과 수익형 부동산 등 각종 통계를 분석해 2024년 내 집 마련 방법과 투자 적기를 살펴봤다. 거래·가격·심리·경매 지표 등 날개 꺾인 주택시장아파트 매매거래는 2023년 4분기를 기점으로 다시 주춤해졌다. 2023년 37만9707건으로 2022년 25만8589건보다 개선됐지만, 2006년 이후 매년 55만 건을 기록했던 것보다 저조한 주택 거래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 물가 둔화 흐름이 읽히고 있지만 2024년 상반기에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는 제한적인 상황이다. 경기회복 속도도 미미해 당분간 낮은 조달 금리로 인해 주택 구매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아파트 매매가의 하향 움직임도 뚜렷하다. 한국부동산원의 ‘전국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을 보면 지난해 일시적으로나마 집값 회복을 주도했던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변동률이 지난해 11월 말 0% 보합으로 돌아섰고, 2024년 2월 5일 –0.24%(누계 기준) 하락 추이를 이어가고 있다. 경제 저성장과 고금리 문제 외에도 2023년 2·3분기 일시적 회복세를 탔던 집값을 두고 거래자 간 가격 차이가 발생하며 주택 시장엔 관망과 눈치 보기가 극심하다. 한편 주택담보대출 원리금 상환에 어려움을 겪어 경매로 나오는 아파트의 증가세도 뚜렷하다. 법원경매정보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경매 진행 건수는 2023년 10월 3088건을 돌파한 후 같은 해 11월 3338건을 나타냈다. 지난해 3월 2693건으로 2000건을 돌파한 지 7개월 만이다. 경매 건수가 3000여 건을 넘어선 것은 2020년 11월(4020건) 이후 약 3년 만이다. 유찰된 매물이 쌓이고 고금리 부담을 버티지 못한 아파트가 경매로 넘어오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지난해 11월 3338건의 물건 중 주인을 찾은 매각 건수는 1136건으로 평균 매각률(낙찰률)이 34%에 그쳤다. 그나마 주택시장을 지탱하고 있는 힘은 아파트 분양(청약)시장이다. 전국 아파트 1순위 청약경쟁률은 2023년 1월 0.3 대 1까지 낮아졌으나 2024년 1월 현재 8.4대 1로 높아졌다.실제 지난 1월 분양한 서울 서초구 잠원동 ‘메이플자이’의 1순위 청약경쟁률이 442.32대 1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공급한 경기도 화성시 장지동 ‘동탄레이크파크자연앤e편한세상(민영)’도 376.99대 1을 기록했다. 2023년 초 투기과열지구 등 규제지역 해제와 함께 무력화된 민간 분양가상한제와 물가 상승으로 유발된 고분양가 이슈는 부담이지만 주변시세 대비 차익이 기대되고 택지지구의 생활 편익을 누릴 수 있는 사업지엔 여전히 많은 청약자가 몰리고 있다.다만 고금리 장기화와 특례보금자리론(일반형) 중단(2023년 9월) 등 주택담보대출 문턱이 높아지며 분양시장을 제외한 전반적인 매수 심리는 여전히 위축됐다. 한국은행의 주택가격전망CSI지수를 살펴보면 2023년 9월 110을 정점으로 기세가 꺾였다. 지난해 11월에 102를, 12월 93을 기록해 하락했다. 관련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주택가격전망 등 관련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지만, 관련 수치가 다시 내려앉고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해당 수치는 2022년 11월 61로 최저점을 기록하다 2023년 6월 100으로 극적 반등한 바 있다. 하지만 지난해 4분기 들어 주택거래량이 적어지고 가격상승 흐름에 제동이 걸리며 주택시장을 바라보는 가격 전망과 소비심리가 냉각기에 들어섰다.부동산 시장 경기불확실성이 농후한 상황은 큰 목돈이 들어가는 자산 매입의 선택, 즉 주택구입을 더욱 신중하게 만든다. 집단적 기대치가 담긴 주택가격 전망이 고점을 찍은 후 관련 수치가 낮아진다는 것은 집값 상승에 대한 심리적 기대가 떨어진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한번 멈춘 심리적 동력을 재가동하기 위해서 많은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2024년 주요 변수…금리·경제·정부 정책이같이 냉각된 주택구입 심리가 나아지려면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추진력(momentum)이 필요하다. 2024년 주택시장의 방향전환(pivot)을 가져올 주요 변수들은 기준금리·경제 상황(경기)·정부 정책 등이다. 첫 번째, 물가 안정과 연동된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향후 집값 움직임의 변수다. 목돈이 들어가는 부동산 구입은 주택담보대출 등 차주의 이자 부담을 낮춰 줄 여신환경이 중요하다. 기준금리가 하향돼야 대출 부담이 낮아지고, 수요자들도 부동산 구매를 고려할 수 있게 된다. 미국 디스인플레이션 속도가 느린 상황이라 국내 기준금리 인하는 2024년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될 확률이 높아 보인다. 그렇다면 상반기까지 집값 하향 조정 및 평년보다 저조한 주택거래는 지속될 수 있다.두 번째 수요자 심리의 변화 요인인 경제 회복 확인이 필요하다. 2023년 1%의 경제성장률에서 2024년 2%대 경기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경기회복 속도가 매우 빠르다고 보기 어렵다. 적극적으로 집을 사려는 구매력도 제한적일 수 있다. 부동산 투자 심리의 빠른 회복에 한계가 있고 실수요자 위주로만 시장 유입을 기대한다면 2024년 상반기 내 부동산 시장의 가격 반등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세 번째 대출정책과 다주택자 등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정책 기조도 중요하다. 2024년 5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의 재시행 여부나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실시, DSR 규제를 전세대출까지 확대할 것인지 등 향후 관련 정부 정책이 부동산 시장흐름에 변수가 될 수 있다.실제 다주택자의 거래 부담을 낮춰줬던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가 현실화하고 있다. 보유기간 2년 이상인 조정대상 지역 내 주택을 2022년 5월 10일부터 2024년 5월 9일까지 양도하면 기본세율을 적용하던 양도소득세 다주택자 중과 유예기간이 2024년 5월 종료될 예정이다. 최근 대출 정책도 9억원 이하 적격대출을 민간으로 돌리고 6억원 이하 보금자리론 정책대출로 기조를 변경하는 등 차주 상환능력을 강화하는 분위기다. 여신축소가 부동산시장 자금 유입을 제한할 것인지 두고봐야 할 것이다. 내 집 마련 하반기가 적기다무주택자는 2024년 하반기 기준금리 등 여신 이자 부담이 낮아지는 금리인하 시점을 노리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출 이자 부담이 일부 낮아지고 집값과 거래량이 회복세를 보이는 타이밍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자본 여력이 풍부한 현금 보유자라면 급할 게 없다. 2024년 주택시장의 저점을 충분히 확인하고 구입 결정을 해도 무방하다.다만 청약통장을 활용해 아파트 분양을 노린다면 적정 시기를 고민하지 말아야 한다. 서울 등 수도권 중심의 분양가상한제 주택의 분양이나 원하는 입지에 입주자 모집공고가 게재(공급)될 때마다 꾸준히 청약하는 것이 좋다.특히 저출생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신혼부부 등에게 청약제도가 유리하게 바뀌고 있는 점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일례로 민간 일반공급 가점제 청약 시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합산(배우자 가입 기간의 50%, 최대 3점)해 미혼보다 신혼가구가 분양 당첨에 유리하게 청약제도가 개선됐다. 2024년 주택시장은 호황을 기대하기 어렵다. 지역별로 큰 폭의 시세차익을 바라는 것은 한계가 있다. 다만 최근 서울 강남권 등의 주택가격이 2023년 초 정도로 다시 후퇴하거나 조정된 상태라 고점 대비 낙폭이 큰 급매물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서울 강남권 외에도 한강변 신축 급매물, 경·공매 물건 등 가치 대비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는 가격만족도 높은 상품 등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수도권 중 경기·인천 일대는 GTX(광역급행철도) 노선 주변이나 노후계획도시정비특별법 시행에 따라 1기 신도시 정비사업이 본격화되는 역세권 시범 사업지를 눈여겨봐도 좋다.아파트 신규 분양시장은 서울 도심이나 경기권 택지개발지구 중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고분양가 위험을 피해 가격 만족도가 좋은 곳을 수시로 살펴봐야 한다. 간혹 불법 청약 이슈로 취소 후 재공급 되며 몇 년 전 분양가로 선보이는 무순위 청약 물량은 저렴한 내 집 마련의 방법론으로 현명할 것이다. 현명한 내 집 마련 전략으로 유망 사업지 선별 청약 꼽혀현명한 내 집 마련으로 꼽히는 아파트 분양시장 접근은 유망한 사업지에 대한 선별 청약이 중요하다. 지난해 말 기준 청약통장 가입자는 2703만8994명으로 이중 즉시 청약이 가능한 1순위는 1821만9527명이다. 2022년 말 2789만4228명과 비교하면 1년 만에 85만5234명이 청약통장을 해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여전히 전 국민의 절반 정도가 분양을 통한 내 집 마련을 기대하며 청약통장을 보유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전국에서 18만1571세대의 아파트가 분양됐다. 경기 위축과 고금리 문제 외에도 PF대출 난조로 공급자 금융환경이 좋지 못했다. 2022년보다 나아지긴 했으나 주택시장의 거래량은 여전히 평년에 미치지 못하고 지난해 3분기 이후부터 가격마저 하락해 아파트 분양은 저조한 공급 실적을 나타냈다.올해 초 집계한 전국 분양 예정 아파트 규모는 총 259개 단지, 23만7022세대다. 경기 및 건설사 사정에 따라 공급 일정이 유동적이나 만약 계획대로 공급된다면 지난해보다 30.5%가량 청약 물량이 늘어날 것이다. 이중 수도권은 14만542세대, 지방이 9만6480세대로 수도권이 지방보다 4만4062세대가량 공급량이 많을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 주택(2023년 12월 집계 기준) 6만2489세대 중 5만2458세대가 지방에 집중되면서 공급과잉 우려가 덜하고 청약 대기 수요가 잔존한 수도권 중심으로 공급하는 건설사가 많다. 실제 지난해 아파트 총 청약자 중 과반이상이 수도권에 청약통장을 사용했다. 미분양 적체와 함께 수요 대비 공급 희소성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방보다 차익기대와 청약 대기수요가 풍부한 수도권에 청약통장 사용 쏠림이 컸다.2024년 분양 예정 아파트 수치를 지역별로 살펴보면 경기도가 가장 많은 공급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8만1514세대로 올해 전체 아파트 분양 물량의 34.4%를 차지한다. 그 뒤를 서울(3만5957세대), 인천(2만3071세대), 대전(1만5616세대), 대구(1만2519세대), 부산(1만1686세대), 광주(1만1521세대), 경북(8915세대) 등이 뒤따르고 있다. 반기별 공급량은 상반기가 12만4691세대, 하반기 11만2331세대로 상반기 물량이 좀 더 많은 편이다. 청약 대기 수요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지역은 서울시 분양 예정 사업지다. 2023년 순위 내 청약경쟁률이 무려 57.3대 1을 기록하며 27만1562명의 청약자가 쏠렸던 서울지역 분양시장에서 37개 사업장이 분양을 준비하고 있다.주요 사업장은 다음과 같다. 서울 강남권 재건축 단지 중 단지 규모가 가장 큰 곳은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메이플자이’로 3307세대 규모로 일반분양을 앞두고 있다. 서초구 방배동 ’디에이치방배‘는 3080세대 규모로 8월경 분양한다. 삼성물산 브랜드를 탑재한 강남구 도곡동 ’래미안레벤투스’(308세대)와 서초구 방배동 ‘래미안원페를라’(1,097세대),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펜타스’(641세대), ‘래미안트리니원’(2091세대) 등도 강남 요지 분양물량으로 주목받고 있다.여의도 인근 알짜 입지에 분양가상한제 적용으로 가격 만족도가 상당할 것으로 기대되는 사전청약 사업지 동작구 노량진동 ‘동작 수방사’는 9월경 556세대를 분양한다. 마포구 공덕동 ‘마포자이힐스테이트’(1,101세대)와 강남구 청담동 ‘청담르엘’(1,261세대), 송파구 신천동 ‘잠실르엘’(1,865세대) 등은 한강변에 입지로 관심이 높다.특히 3월은 혼인·출산에 유리하게 아파트 청약제도가 개선된다. 과거엔 같은 날에 발표되는 청약(공공·민간, 일반·특별공급)에 부부 2인 각각 신청해 당첨될 경우 둘 다 무효 처리됐으나, 앞으론 중복 당첨 시 선(先) 신청은 유효 처리해 같은 단지에 부부 개별 청약 신청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민간의 일반공급 가점제 청약 시 본인뿐만 아니라 배우자의 청약통장 가입기간을 합산(배우자 가입기간의 50%, 최대 3점)해 미혼보다 신혼가구가 분양 당첨에 유리하게 개선된다. 연내 청약통장을 통해 내 집 마련에 나서는 청약 대기자라면 지역별 공급량·분양가· 분양시기 등을 잘 살피고 바뀌는 청약제도에 맞춰 준비하는 것이 좋다. 임차인이 주목할 만한 지역 따로 있어2024년 아파트 입주 물량 규모는 주택 시장의 거래 및 가격 흐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공급 과잉지는 지역 내 대기 유효수요보다 많은 주택이 공급되면서 매물적체에 따른 집값 하락, 전·월세 가격 하향을 불러온다. 그 반대의 경우 매물 희소성이 부각되며 가격 상승을 이끌기도 한다. 특히 입주 물량은 전·월세 등 임대차 미치는 영향이 크다.주택 임대료 상승은 수도권 중심으로 올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서울은 아파트 입주 물량이 2024년 1만호대에 그친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해 전셋값 오름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경기·인천 전세시장은 매매 수요의 임대차 전환 영향으로 약간 상승하거나 보합 정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지방권역은 미분양 적체 외에도 비교적 풍부한 입주 물량으로 전셋값 불안 요인은 상대적으로 덜할 것으로 예상된다.2024년엔 전국 465개 사업지에서 30만6816가구의 아파트(임대아파트 제외, 민간과 공공 아파트 집계)가 입주할 예정이다. 2023년 32만1174가구에 비해 4.5%인 1만4358가구가 줄어들지만 지난해와 큰 차이는 없다. 2024년 권역별 규모는 수도권이 14만937가구, 지방이 16만5879가구다.우선 가장 많은 물량의 아파트가 입주할 곳은 경기도다. 10만3497세대가 공급된다. 그 뒤를 인천(2만5864가구), 경상북도(2만2960가구), 충청남도(2만1504가구)가 따르며 한해 각 2만 가구 이상 입주민을 맞을 예정이다. 경상남도(1만8978가구), 부산(1만4236가구), 서울(1만1576가구), 전라남도(1만30가구)는 각 1만 가구대를 공급한다. 강원도(9845가구), 충청북도(9506가구), 전라북도(9325가구) 등은 아파트 입주 물량이 각 1만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전년에 비해 아파트 공급이 많이 줄어드는 곳은 서울시다. 고금리 및 경기위축·거래관망으로 최근 집값이 다시 하락하고 있지만 매매시장과 달리 전·월세 시장의 가격 상승이 예상된다. 그 이유는 2024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 감소에 주목하는 이들이 많다. 2024년엔 지난해 대비 62%인 1만8894가구가 감소하며 임차 시장의 가격 불안 진원지로 꼽힌다. 그나마 강동구(3927가구)와 송파구(1994가구), 강북구(1045가구) 등이 입주 가뭄을 일부 해소할 단비 같은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2024년 입주 물량 감소가 지역 내 공급적체 및 과잉 공급 등 시장 불균형을 해소할 계기가 될 지역이 있다. 2023년 4만2806가구가 입주한 인천시는 2024년 39.6% 감소한 2만5864가구가 준공될 예정이다. 부산광역시(2023년 2만4888가구 → 2024년 1만4236가구)와 대구광역시(2023년 3만3621가구 → 2024년 2만3403가구) 또한 전년 대비 각 1만여 가구씩 감소하며 지역 내 미분양 해소와 매물 적체 우려를 줄일 것으로 기대된다.한편 2024년 전국 반기별 입주 예정 물량은 상반기 15만9871가구, 하반기 14만6945가구로, 상반기가 8.7% 더 많다. 단지 규모별 공급 비율은 501~1000세대 이하 규모가 35.97%로 가장 많다. 이어 1500세대 초과 규모가 22.51%로 뒤를 이어 대단지도 상당량 공급될 예정이다. 그밖에 1001~1500세대 이하 19.95%, 301~500세대 이하 14.46%, 300세대 이하 7.11% 순으로 공급된다.특히 서울에선 9월 입주하는 1265가구 규모의 송파구 문정동 ‘힐스테이트e편한세상문정’ 이 가장 큰 규모다. 경기도는 광명시 광명동에서 12월 3344가구가 공급되는 ‘트리우스광명’이 단지규모가 가장 크다. 인천에선 계양1구역을 재개발한 ‘힐스테이트자이계양’이 2371가구로 3월에 대단지의 위용을 뽐내게 된다. 입주 지연에 따른 지체상금 부담과 택지공급·건축 기간의 장기화 등 비탄력적 공급 특성으로 아파트 입주 시기는 변동성이 낮은 편이다. 2024년 지역별 공급량 차이가 임대차 시장의 가격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임차를 원하는 수요자는 2024년 지역별 아파트 입주량 추이를 잘 살펴봐야 한다. 오피스텔, 당분간 L자형 침체 이어져 수익형 부동산의 대장주 오피스텔 거래 시장은 힘을 못 쓰고 있다. 국토교통부의 2023년 전국 오피스텔 거래량을 집계한 결과 2만7059건을 기록했다. 2021년 6만3010건에 달했던 수치가 2022년 4만3558건으로 하락하며 2년 연속 거래가 감소하고 있다. 2022년엔 전년 대비 31%, 2023년엔 무려 37%나 급감했다. 특히 2023년 오피스텔 시장은 아파트 거래 시장과 다른 흐름을 보였다. 아파트 매매시장은 2023년 1.3대책과 특례보금자리론 출시 영향 등으로 2월부터 10월까지 매월 3만여 건 이상 거래 실적을 나타내는 등 일시적으로 거래 반등을 보였다. 이에 반해 오피스텔 매매는 매달 2000여 건 안팎의 거래에 그치며 반등의 기미 없이 L자형의 저조한 모습을 이어갔다. 지난해부터 아파트와 오피스텔의 거래 패턴이 디커플링(decupling) 되는 모습이 확연하다.본래 오피스텔은 주거전용이 가능하고 소액 투자 및 월세 수익 가능해 집값 급등기엔 아파트를 대체할 자산상품으로 꼽혔다. 몇 년 사이 거래패턴은 대부분 아파트와 궤를 같이하는 형태였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1만 명을 넘어선 전세 사기 이슈에 일부 오피스텔 임대차가 악용되자 상황이 달라졌다. 역전세 및 고금리, 집값 하락 등의 타격에 직격탄을 맞으면서 오피스텔 투자수요 회복이 좀처럼 쉽지 않은 상황이다.한편 지난 1월 10일 국토교통부가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을 발표하면서 신축 오피스텔에 적용되는 건축 입지규제(세대수·방설치 제안·발코니 설치 등) 완화나 건설자금 지원(기금융자 확대 등)에 대한 기대감이 늘고 있다. 2024년 1월~2025년 12월 준공된 소형 신축 오피스텔(전용 60㎡ 이하,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 이하)을 최초 구입할 경우 해당 오피스텔부터 세제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해 다주택 중과 부담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은 역세권 신축 수요에 대한 정책 기대감을 높일 전망이다.하지만 기존 구축 소형 오피스텔은 향후 2년간(2024년 1월~2025년 12월) 구입시 임대등록(전용 60㎡ 이하, 수도권 6억원, 지방 3억원 이하 매입임대)을 해야 세제 혜택(세제 산정 시 주택 수 제외)을 받을 수 있는 상황이라 단기 거래 회복은 다소 제한적이다. 2023년 오피스텔 지역별 거래량을 전년(2022년)과 비교해 보면 오피스텔 매매 급감을 체감할 수 있다. 인천은 2022년 4549건에서 2023년 2277건으로 50%나 거래가 줄었다. 같은 기간 경기(-44%), 서울(-42%)은 40% 이상씩 거래가 감소했다. 강원(-39%), 대구(-33%), 부산(-32%), 충북(-27%), 경북(-23%), 전북(-23%) 등에서도 불황의 터널에서 쉽게 빠져나오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만 전남은 2022년 374건에서 2023년 518건으로 39% 거래가 증가했고 울산도 471건에서 511건으로 8% 매매가 늘었다. 2023년 거래된 오피스텔 매매시장의 전용면적별 거래 비중은 전용면적 60㎡ 이하 거래가 84.81%로 압도적이다. 신혼부부 및 도심 1~2인 가구 대상의 주거수요가 집중된 영향이다. 그 뒤를 60㎡~85㎡가 12.67%, 85㎡ 초과가 2.52%를 기록해 전체 비중 중 약 15% 점유에 그쳤다.2023년 오피스텔 매매 가격대별 거래 비중은 6억원 미만이 97.2%를 차지했다. 이 중 1억원~2억원 미만이 38.04%, 2억원~6억원 미만이 32.09% 비중을 보였다. 다만 2022년 대비 2023년은 1억원 미만 가격대 거래가 22.25%(2022년)에서 27.14%(2023년)로 4.89%포인트(p) 거래비중이 늘어났다. 비교적 저가의 급매물 거래비중이 늘었다. 6억원 초과 고가 오피스텔 거래도 1.54%(2022년)에서 2.73%(2023년)로 1.19%p 증가했다. 불황기 그들만의 리그가 가능한 고가 오피스텔이나 가성비가 좋은 저가 매물 위주로 매수자 관심을 이끈 것이다. 당분간 오피스텔 매매시장은 평년보다 저조한 거래가 예상된다. 다만 호황기 1~2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장기적으론 집값 호황기 또는 임대차 시장 가격이 불안해지면 오피스텔이 준주택으로 다시 선호되는 국면전환이 언제든 생성될 수 있다. 오피스텔 시장의 가격 흐름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함영진 부장대우는_부동산써브 부동산연구실장을 거쳐 부동산 114 리서치센터장을 역임한 부동산 콘텐츠 분석과 데이터 마이닝 분야 전문가다. 서울시 주택시장 전문가 자문위원, 서울시 지방세 세수추계 자문위원 등을 거쳐 오는 6월까지 한국자산관리공사 발전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한다. 부동산 정보 서비스 기업 직방의 빅데이터랩장을 역임한 후 현재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에서 부동산리서치 부장대우를 맡고 있다.

2024.03.18 06:00

13분 소요
대우건설, 무궁화신탁 지분 투자…신사업 확대

부동산 일반

대우건설이 지난 7월 무궁화신탁 지분 투자를 통해 주주로 참여하며 사업 영역 확대 및 신사업 진출 기반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고 30일 밝혔다.부동산 신탁업은 금융위원회의 인가 사업으로 부동산 자산의 효율적인 관리와 부동산 투자의 활성화를 도모하는 등의 역할을 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이번 지분 투자가 ‘건설 디벨로퍼’로서의 입지를 강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양한 부동산개발‧금융 네트워크로 ‘부동산 밸류 체인’ 완성 무궁화신탁은 44조원의 부동산 수탁재산을 보유하고 있다. 시행사와 금융기관 등 다양한 개발 Network를 보유하면서 우량한 개발물건 소싱(Sourcing)이 가능하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 종합자산운용사인 현대자산운용, 부동산전문운용사 케이리츠투자운용, 부동산 특화 여신 전문회사인 무궁화캐피탈 등을 계열사‧관계사로 두고 있어 대우건설이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유형의 PFV사업과의 시너지도 기대할 수 있다. 현재 강남과 용인에서 추진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사업, 북미 부동산 개발사업 분야에서도 협업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도시정비사업을 중심으로 신탁사가 직접 시행하는 방식의 사업이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이란 전문성을 갖춘 부동산신탁사를 통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지난해 여의도와 목동을 중심으로 사업이 활발히 적용된 데 이어 최근에는 강남권까지 빠르게 확산 중이다. 부동산신탁사가 주도권을 갖고 사업운영부터 자금조달까지 전부 맡는다는 특징이 있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서 수주경쟁력 제고와 사업역량 강화지난 6월 말에는 신탁사가 추진하는 재건축‧재개발사업에 특례를 부여하는 내용이 담긴 도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향후 신탁시행 재건축 사업의 표준계약서가 마련되는 등 제도적인 뒷받침이 이뤄진다면 신탁방식의 정비사업은 더욱 활성화될 전망이다.무궁화신탁은 올 10월 총 31개동 5050가구에 달하는 인천 부평 청천2구역 재개발사업의 준공을 앞두고 있다. 청천2구역 재개발사업의 준공과 입주를 마치면 무궁화신탁은 신탁방식 재개발사업으로 대단지 아파트를 개발한 업계 유일의 실적을 가진 회사가 된다. 대우건설은 무궁화신탁의 이러한 경험과 자사의 정비사업 노하우와 시공능력이 만나면 서로에게 시너지 효과를 일으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우건설 관계자는 “이번 신탁사 지분투자를 통해 도시정비 사업과 공공‧민간도급 사업 분야에서 협력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해 미래 먹거리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2023.08.30 18:09

2분 소요
쏟아지는 빌라 경매, 제대로 낙찰 받으려면?[경매TALK]

부동산 일반

‘빌라사기’ 여파로 수요가 급감한 다세대 주택의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최근 들어 소폭 높아진 가운데 예년 수준을 회복하지는 못하는 분위기다.3일 경매정보 플랫폼 지지옥션에 따르면 올해 7월 다세대(생활주택 제외) 매각율(낙찰률)은 14.29%로 전월 13.85%보다 높았다. 매각가율(낙찰가율) 역시 같은 기간 76.56%에서 77.62%로 1%p가량 상승했다. 그러나 지난해 동월과 비교하면 여전히 전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2022년 7월 다세대 낙찰률은 28.38%, 낙찰가율은 90.76%였다. 이는 임차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다세대 물건이 다수 법원 경매에 나오고 있는 데다 부동산 경기침체로 빌라, 오피스텔 등 아파트 대체재에 대한 수요가 급감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해 7월 다세대 물건 경매의 진행 건수는 420건으로 지난해 동월 222건의 두 배 수준이다. 현재 재개발, 가로주택사업 등 개발호재가 있는 일부 가구를 제외한 다세대 물건 대부분은 응찰자가 실거주 또는 임대수익용으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시세차익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합리적인 가격에 명도 필요성 등 여타 조건 또한 유리한 물건들이 선별적으로 낙찰되고 있다. 일례로 10차례 넘게 유찰됐던 서대문구 소재 한 다세대 주택은 지난 1일 감정평가액의 4.4%에 불과한 가격에 주인을 찾았다. 2021년 감정평가가 진행된 해당 물건의 감정평가액은 약 2억5000만원으로 최종 1100여만원에 낙찰됐다. 이처럼 유찰이 반복되며 낮은 가격에 매각된 가장 큰 이유는 대항력 있는 임차보증금이 2억원 초반대였기 때문이다. 대항력 있는 임차권이 있는 경매 물건은 매수인이 임차보증금을 인수해야 한다. 해당 물건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의해 강제경매로 법원에서 매각이 진행됐다. 집주인이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자 전세보증을 한 HUG가 임차인에게 대신 보증금을 돌려주고 구상권을 청구하는 전형적인 다세대 경매 사례로 추정된다. 이 경우 실제 낙찰자는 법원에 1100여 만원을 지급하더라도, 주택 취득세를 납부할 때 임차보증금인 약 2억원에 1100여만원을 더한 가격을 주택 취득 시 적용해야 한다.그러나 이미 임차인이 보증금을 돌려받았다면 명도 등에선 자유로운 편이다. 게다가 2016년 사용승인을 받은 ‘준신축’ 건물의 구분 세대로 상태도 양호한 편이다. 이주현 지지옥션 선임연구원은 “해당 다세대주택은 정비구역에 속해 있지 않아 개발이익이나 시세차익을 감안한 투자용도라고 보기 어렵다”면서 “이 같은 물건은 저렴한 낙찰가로 실거주 또는 임대수익용 주택을 찾는 응찰자가 생길 수 있으나 선순위 임차보증금을 인수해야 한다는 점, 취득세 산정 시 이 임차보증금도 거래가격에 포함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2023.08.06 11:00

2분 소요
경매시장서 대접 못 받는 빌라, 재개발 구역만 ‘관심’ [경매TALK]

부동산 일반

부동산 침체에 최근 ‘전세사기’ 여파까지 덮치면서 경매시장에서도 빌라의 인기가 떨어지고 있다. 서울 소재 물건조차 유찰이 거듭되며 최저입찰가가 감정가의 10~20% 선으로 낮아지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그러나 일부 재개발 정비구역에 속한 빌라는 개발 기대감에 따라 응찰자가 다수 모이며 매각되는 사례도 나온다. 11일 법원경매 전문기업 지지옥션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서울 빌라 경매 총 888건 중 76건만 매각돼 낙찰률이 8.6%로 나타났다. 이는 지지옥션이 해당 통계를 집계한 이래 최저치다. 경매시장에서 연립, 다세대 등 빌라는 낙찰률과 낙찰가율이 모두 낮은 주택유형에 속한다. 매매가 대비 전세가의 비율(전세가율)이 높아 그만큼 매수인이 감당해야 할 위험은 크지만, 시세차익을 기대하기가 어려워 투자가치는 낮은 탓이다. 빌라 낙찰가가 임차 보증금보다 낮은 물건을 인수하면 보증금을 매수인이 책임져야 하거나 명도에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선순위 임차인이 있는 경매 물건은 보증금을 책임져야 한다는 이유로 유찰을 거듭하는 사례가 많다. 관악구 소재 한 다세대 주택은 지난달 23일 감정가의 21%에 불과한 약 4500만원에 최저입찰가가 정해져 경매가 진행됐지만 유찰됐다. 총 8회 경매가 거듭돼도 응찰자가 없었다는 뜻이다. 해당 물건의 선순위 임차 보증금은 1억8000만원으로 시세가 약 2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최저입찰가에 낙찰 받아도 손해이기 때문이다. 최근 주택시장 침체로 시세가 낮아지면서 경매시장에서 비슷한 사례는 더욱 늘고 있다. 빌라촌이 대규모로 형성된 강서구 화곡동에 이 같은 물건이 많다. 한 물건은 18번째 열린 경매에서 나타난 낙찰자가 대금을 납부하지 않아 현재는 최저입찰가가 2%까지 떨어진 상태다. 반면 다수가 응찰한 물건 일부는 개발호재를 기대할 수 있는 사례로 나타났다. 지난달 23일 입찰이 진행된 은평구 소재 한 다세대 주택은 응찰자 6명이 경쟁한 끝에 유찰 없이 낙찰가율 116%를 기록하며 매각됐다. 이 주택은 소규모 정비사업인 가로주택사업(모아타운)에 포함돼 있으며 맞은편에 대조1구역 재개발사업(힐스테이트 메디알레 대조)이 공급을 앞두고 있다.같은 날 용산 소재 다세대는 10억원이 넘는 다소 고가의 감정가로 두 차례 유찰이 됐으나 세 번째 경매에서 5명 간 경쟁 끝에 매수인을 찾았다. 해당 주택은 임차 보증금이 7000만원으로 시세 대비 낮은 데다, 용산국제업무지구 인근 정비구역 지정을 추진 중인 지역에 위치해 응찰자들의 관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경매 전문가는 “보유 주택 수 문제 등을 이유로 주변에 빌라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호가 뚝 떨어졌다”면서 “현재 응찰자 1명이 매수에 나서는 물건 상당수는 세입자가 자신의 보증금을 상계처리하려는 목적으로 매수하는 사례로 본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 전문가는 “재개발 지분을 확보하는 차원에서 저렴한 가격에 낙찰 받는 경우는 투자가치가 있다고 보며, 최근 주택도시보증공사가 경매 후 배당금 외에 보증금을 포기한다는 내용의 확약서를 제출한 물건은 위치가 좋은 경우 경쟁이 붙기도 한다”고 전했다.

2023.06.1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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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숑 김학렬 소장 “지금은 무주택자가 집 사야 할 시기”[부동산 시장 긴급진단]③

부동산 일반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부동산 시장. 그 가운데 언제나 화제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 있다. 국내에서 가장 팬이 많은 대표 부동산 전문가지만, MBC ‘PD수첩’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며 “부동산 투기를 조장한다”는 여론의 집중포화를 받는 ‘빠숑’ 김학렬 스마트튜브 소장이다. 최근 주택경기가 본격 하락세에 들어선 뒤, 김 소장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일명 ‘영끌(영혼까지 끌어다 대출 받아 주택을 장만했다는 뜻) 5적’에 꼽히기도 했다.가 만난 김학렬 소장은 “‘영끌 5적’으로 뽑힌 기분이 어떠시냐”는 질문에 너털웃음을 지었다. 이 같은 비난에 이미 익숙하다는 김 소장은 향후 부동산 시장에 대해 데이터 전문가로서 20년 넘게 쌓아 온 노하우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자신만의 분석을 담담히 풀어냈다. 대체로 “2020년~2021년 동안 부동산이 비정상적인 폭등을 했고 지금은 정상을 되찾아가는 과정이므로 실수요자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의 주택을 마련하는 것이 옳다”는 게 그의 입장이다. Q: 최근 ‘영끌 5적’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억울한 점이 있을 것 같은데?A: 시장 전문가로서 유명해진 지가 10년이 넘었다. 매년 PD수첩에 비자발적으로 출연하고 있다. 과거 2018년 1월 마지막 주에도 나갔었는데 PD수첩에서 온라인 댓글 중 “대한민국 투기 적폐세력의 수괴”라고 한 걸 내보냈다. 저는 알려진 전문가이니 얼굴이나 목소리도 나가는 게 상관없는데 모자이크를 해서 왜 그렇게 범죄자처럼 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그에 비하면 최근의 ‘영끌 5적’은 애칭에 불과하다. 5적에서 1등으로 뽑힌 사람이 삼성물산 출신의 요즘 가장 잘나가는 100만 유튜버 부읽남(부동산 읽어주는 남자, 정태익 더하이에듀 대표)이고 2등이 이상우 애널리스트, 3등이 나였다. 그래서 우스갯소리로 영끌 5적에 못 들어간 선배들에게 좀 열심히 하셔야 되는 거 아니냐고 놀리기도 한다. 영끌 5적이라는 설문도 블라인드라는 직장인 커뮤니티에서 몇백 명 선택으로 결정된 것이어서 그냥 해프닝으로 생각하고 “부동산 시장에서 이 5명이 가장 유명한가보다”라고 생각했다. 아직 영향력 있는 사람으로 생갹해 주는 게 감사하다. Q: 요즘 둔촌주공(올림픽파크 포레온) 분양 결과를 두고 말이 많다.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고 있나? A: 전 직장이 한국갤럽조사연구소였다. 2002년부터 그곳 연구원 생활을 하며 매년 적게는 50건, 많게는 100건씩 개발 프로젝트에 대해 특정 입지에서 특정 아파트를 분양할 때 분양이 잘되는지 분석하는 일을 했다. 분양가를 얼마나 받을 수 있을지, 그리고 분양을 했을 때 초기계약률이 몇 퍼센트가 되고 얼마나 분양할 수 있는지도 여기 포함된다. 그래서 이쪽에 대해서는 스스로 정말 잘 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내 생각과 시장 반응은 다르다. 시장의 기준은 2020년이나 2021년이기 때문에 이번 분양 결과로 따지면 시장에선 현재 완전히 폭락기에 접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왜냐면 서울은 2021년에는 미분양이 단 한 채도 없었다. 내가 봤을 때는 말도 안 되는 공급가격에 나온 단지들인 데도 다 분양이 됐다. 반면 그 전 시기, 그러니까 2017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서울에는 어떤 시기에도 미분양이 늘 있었다. 그리고 초기계약률이 낮았다. 서울 같은 입지는 대기수요가 많아서 싸게 분양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더라도 비싸게 분양을 해서 미분양이 늘 나왔다. 초기계약률은 낮았다가 준공되기 전까지 추가로 분양이 계속되며 ‘완판(완전판매)’이 되는 구조였다. 결국 둔촌주공도 지금 그 정도 분양률이면 일반적인 수준으로 볼 수 있다.특히 건설사나 조합 입장에서는 분양이 굉장히 잘 된 것이다. 몇 년 동안 분양가가 올랐기 때문에 둔촌주공은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을 받았다. 계약률이 100%가 안 나오더라도 일단 지금 받은 계약금으로 건설비나 대출받은 금액 일부를 상환하면 되고 입주까지 2년이 채 안 남아서 중도금도 순차적으로 빨리 받을 수 있다. Q: 실수요자 입장에선 이렇게 아파트를 분양받거나 매수할 때 집값이 더 떨어지지는 않을까 우려가 될 텐데?A: 실수요자에겐 항상 두 가지 걱정이 있다. 시세가 올라갈 때는 나만 소유하지 못할까봐 겁을 내고 시세가 하락할 때는 여기서 더 빠질까봐 걱정을 한다. 이 걱정에서 벗어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냥 사는 거다. 물론 여기서 가격이 더 빠질 수는 있다. 그런데 국토교통부에서 매년 실시한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아파트를 자가 목적으로 샀을 때 거주하는 기간이 평균 10.7년이다. 결국 11년 정도 살고 집을 판다는 건데 그럼 당장 1년 동안 등락이 무슨 소용이 있나.이에 대해 항상 반문이 나오니 사례로 자주 등장하는 은마아파트 시세 변화를 보겠다. 은마가 2007년 제일 고점일 때 14억원까지 갔다가 2012년 저점에서 8억원까지 내려갔다. 그러니 폭락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은마아파트 같은 강남 주택도 떨어지지 않느냐고 얘기할 수 있다. 그러나 결과를 말하자면 현 시점 은마 시세는 27억원이다. 사실 14억원에 샀든 8억원에 샀든 은마아파트는 학군이 좋은 입지에 재건축이 가능한 상품이라 구축 자체로서도 시세가 오르고 땅값이 오른다. 게다가 삼성동 개발로 일자리도 느는 등 호재가 많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금액의 차이일 뿐 돈을 버는 것은 마찬가지다. 무주택자들은 자꾸 저점을 잡으려고 하는데 저점은 아무리 고수여도 맞추지 못한다. 그냥 앞으로 전망이 좋은 상품이라고 하면 적정한 시기에 본인 경제력을 충분히 활용해서 가장 좋은 주택을 사는 것이 방법이다. 말도 안 되는 대출을 받으라는 게 아니라 감당할 수 있는 레버리지를 활용해서 제일 좋은 상품을 사면 그게 가장 합리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Q: 20년 넘는 기간 동안 하락기를 경험해봤을 것 같다. 지금 부동산 하락이 예전 하락기와 다른 점이 있다고 보나?A: 과거와 똑같은 형태로 가지는 않을 것 같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는 말 그대로 우리 잘못이 아니기 때문에 집값이 그냥 빠졌다가 확 올라가는 식이었다. 오히려 지금 시기는 2007년 리먼브라더스 사태가 온 다음과 비교할 수 있는데 그때와 지금도 상당히 다르다. 그때는 정말 거품이었고 ‘묻지마 투기’를 하는 투자자들이 “한도 끝도 없이 오른다”는 생각에 인천 재개발 빌라 같은 물건을 사들여서 망한 경우가 많았다. 당시 주변에 전문가처럼 활동하던 사람들이 하나도 안 남았다. 지금은 젊은 층이 부동산 시장에 진입해서 연구를 많이 했고 매수를 하더라도 한 채에 그치는 수준이다. 한 채는 실거주를 하거나 감당이 안 되면 팔면 되기 때문에 정말 ‘영끌’해서 망하는 사례는 거의 없다. 결국 2009년도 전후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될 것이다. 지금 문제는 2020년도와 2021년도 사이 1~2년 동안 너무 많이 올랐다는 점이다. 선진국은 상승 그래프가 올라가다 어느 순간 완만해지는데 우리는 이미 높아진 가격에서도 또 올라갔다. 특히 2021년은 어김없이 전국이 다 오르는 말도 안 되는 시장이었다. 지금까지는 이렇게 다 오르는 시장이 없었다. 2007년도에 서울 경기도가 고점을 찍는 사이 대구 같은 지방은 미분양이 쌓였다. 그런데 2021년에는 모든 지역에서 가격이 올랐고 그 과정에서 고평가됐던 부동산이 있었다. 지금은 그런 것들이 조정되는 어쩔 수 없는 과정이라고 본다.현재 분양시장을 보면 가장 중요한 미분양 원인은 비싸기 때문이다. 둔촌주공을 예로 들면 둔촌주공 다음 주에 분양했던 ‘강동 헤리티지 자이’는 한 번에 ‘완판’됐다. 둔촌주공보다 4억원 저렴하니 바로 다 팔렸다. 지금 같이 어려운 시기에도 싸면 다 팔린다. 공공택지라서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된 세종시도 시세보다 절반 가격에 분양하니 미분양이 하나도 없다. 지금 문제가 되는 지방 미분양은 땅값이 오르니 원가가 같이 올라서 5억원 정도 해야 적절한 분양가가 7억원에 나오니 문제가 생긴 셈이다. 이런 곳은 결국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가격대까지 내려올 것이다. Q: 그렇다면 실수요자들은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할까?A: 지금 하락장이라고 하는데도 반포 래미안 퍼스티지나 반포자이 같은 지역 내 인기 아파트대형 타입은 거래가 거의 일어나지 않으면서도 신고가를 갱신하고 있다. 동시에 같은 단지 중소형 타입은 전고점 대비 낮게 거래돼 한 지역에서도 하락거래와 상승거래가 동시에 존재하고 있다. 물론 2021년에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에 가격이 떨어지고는 있지만, 이 중에서도 상급 입지로 가기 위해 싸게 급매로 내놓은 것들이 거래되면서 하락하는 지역과 투자수요가 많이 진입해서 투자자들이 물건을 막 던지는 지역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 그중 급매물만이 가격조정을 일으키는 지역에서 급매물이 나오면 잡아야 한다. 작년과 올해 가장 많이 조정됐던 지역이 대구와 세종인데, 대구 대장 지역인 수성구 같은 곳은 그 동안 가고 싶어도 비싸서 못 갔던 수요자들이 실거주 목적으로 사기에는 좋은 타이밍일 수 있다. 즉 지금은 좋은 입지, 좋은 상품으로 갈아타기 좋은 시기라고 볼 수 있고 무주택자들은 지금 청약 경쟁률이 낮아 분양 아파트도 골라 갈 수 있는 시기다. Q: 투자자들에게는 재미있는 시장이 아닐 것 같다. A: 지금 투자자 입장에서 아파트 투자는 재미가 없다. 세금도 높고 갭투자를 한다고 하더라도 소액이 아니라 지금처럼 몇억 단위가 들어가는 시기에는 투자 매력이 없다. 오히려 무주택자들이 들어가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20년 동안 시장을 지켜본 결과 1주택이나 무주택자들이 먼저 움직이는 경우가 없었다. 그들은 항상 상승기 중후반 이후에 들어온다. 따라서 정부에서 시장을 활성화시키려면 투자자들이 거래에 나서도록 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규제가 많이 완화됐다고 하더라도 1주택자에 대해 완화된 것이지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는 100개 중 10개 풀린 것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한동안은 이 상태가 유지될 것으로 본다.Q: 투기를 부추긴다는 점에서 규제완화를 비판하는 의견도 많다.A: 어느 당이 정권을 잡든 정부가 원하는 것은 ‘시장 안정화’다. 정부로써는 시세가 너무 오르거나 빠지면 안되고, 거래가 정상적으로 유지돼 취득세, 보유세, 양도소득세 등을 적정한 수준으로 걷는 것이 제일 좋다. 그런데 지금처럼 거래가 안 되면 국세인 양도세나 지방세인 취득세 양쪽에서 들어올 돈이 없다. 또 미분양이 계속되면 건설사가 부도 나면서 아파트 신축 현장에 연관된 협력업체들은 물론 건설업과 연계된 전자, 전기, 인테리어 인력들이 모두 어려운 상황에 빠진다. 전문가 입장에서 말을 하면 미분양이 나지 않도록 하는 정책은 특정 기업체를 밀어주기 위해서라기보다 지역 경기, 더 나아가서는 대한민국 경제 전체를 위해서 꼭 필요하다.다주택자에 대해서도 욕하는 여론이 존재하지만 다주택자가 없다면 전월세는 누가 공급할 것인가. 공공이 공급하는 임대는 전체의 10% 정도뿐이고 90%를 민간이 공급하고 있다. 선진국 어느 나라든 임대시장이 있고 자가시장이 있으며 양쪽을 다 키워야 한다. 정부에선 어떤 경우에서든 다주택자들을 비난하면 안 되고 제도권으로 끌어들여 소득을 적정한 수준으로 회수하고 공유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2023.01.30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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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남동 고가 주택 사는 A씨, '강남 분양권' 팔고 싶은 사연 보니

부동산 일반

#. A씨는 2021년 초 한남동 고가 아파트를 매입했고 1년 후 강남 지역 아파트 분양권까지 얻게 됐다. 그러나 A씨는 종부세 등 세금 부담에 강남 아파트 분양권을 팔고 싶어 한다. 최근 집값 하락세에 분양가보다 가격이 낮은 ‘마피’(마이너스 프리미엄)나 분양가와 같은 ‘무피’(프리미엄이 없는) 물건이 나오면서 손해를 보게 될까도 걱정이다. 분양권은 공급이 예정된 주택을 양도받을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분양계약이나 청약 등으로 획득하거나 기존 분양권자에게 매입해 보유할 수 있다. 아파트 당첨권이 대표 사례다. 재개발·재건축 조합원들의 권리인 입주권과는 다르다.가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에게 해당 사례를 의뢰한 결과, A씨는 우선 2주택으로 종합부동산세가 중과되지도 않고 분양권을 갖고 있는 강남 아파트가 준공될 때까지는 해당 분양권에 대한 종부세가 발생하지도 않는다. 분양권은 재산세와 종부세에서 주택수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양도세에서는 얘기가 달라진다. 세법 개정에 따라 이전과 달리 2021년 1월 1일 이후 취득하는 분양권은 양도세 비과세를 판단할 때 세는 주택 수에 포함된다. A씨는 2022년 3월 이후 분양권을 취득했기 때문에 해당 아파트는 주택수에 포함된다. 다만 A씨는 종전 주택을 취득하고 1년 이상 지난 뒤 분양권을 취득했기 때문에, 허용 기간 이내에 종전 주택을 판다면 양도세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경우 조정지역 여부와 무관하게 3년 이내에 종전 주택을 팔면 된다. 하지만 A씨는 종전 주택인 한남동 고가 아파트를 처분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한남동 아파트는 보유하고 이후 취득한 강남 분양권을 오히려 팔고 싶어 하는 상황이다. A씨가 종전 주택을 보유하는 것을 계속 고수한다면 강남 분양권을 전매(분양권을 되파는 것)제한 기간이 지나 준공등기 후 파는 방법이 있다. 우병탁 팀장은 “강남구의 경우 규제지역은 해제되지 않았으나 1.3 부동산대책에서 분양가상한제에 의한 전매제한 기간이 아직 남아있는 경우에도 제한 기간을 줄이기로 했기 때문에 줄어든 전매제한기간이 지나기만 하면 준공등기 후 팔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오는 3월부터 수도권에서 최대 10년인 전매제한 기간을 3년으로, 비수도권은 최대 4년에서 1년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수도권의 경우 공공택지(분양가 상한제 적용) 및 규제지역은 3년, 서울 전역이 포함되는 과밀억제권역은 1년, 그 외 지역은 6개월로 완화한다. 강남3구와 용산은 이번 규제지역 해제서 제외됐기 때문에 A씨의 전매제한 기간은 3년이다. 한편 정부는 올해 양도세 중과 체계 개편을 위한 세법 개정 작업에 최근 착수했다. 현행 세법은 부동산 단기 양도 거래와 다주택자가 보유한 부동산 양도 거래에 각각 중과세율을 매기고 있는데, 향후 법 개정을 통해 중과 대상과 범위를 줄이겠다는 것이다.분양권 역시 1년 이상 보유한 경우에는 중과 대상에서 제외되며, 1년 미만 보유 후 양도 시에는 45%의 세금을 매긴다.

2023.01.21 11:42

2분 소요
10명 중 6명 “내년 상반기 집값 더 떨어질 것” 하락 전망 최다

부동산 일반

10명 중 6명이 내년 상반기에도 집값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8일 부동산R114가 올해 10월 31일부터 11월 14일까지 15일간 전국 1738명을 대상으로 ‘2023년 상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10명 가운데 6명 가량이 주택 매매 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08년부터 약 15년 동안 관련 조사를 진행한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전년 동기나 직전 조사 결과와 비교해도 상승 응답 비중이 급격하게(48%→24%→12%) 줄었고, 하락 응답은 전년 동기 대비 4배 이상(14%→38%→65%) 커졌다. 보합 전망은 22.73%로 상승 응답과 마찬가지로 직전 조사(37.49%) 대비 크게 줄었다. 상승과 보합에서 하락에 대한 전망으로 소비자들의 관점이 대거 이동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전세 가격 전망의 경우도 하락(41.66%) 전망이 상승(20.71%)보다 우세했다. 다만 보합 전망에 대한 비중도 37.63% 수준을 차지하고 있어 임대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가격 전망은 관점이 상대적으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분위기다. ━ 매매가격 하락 이유는 경기 침체 가능성과 대출 금리 인상 매매가격이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 응답자의 32.39%는 ‘경기 침체 가능성’을, 30.81%는 ‘대출 금리 인상 가능성’을 주요 이유로 선택했다. 소비 감소와 수출 부진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하는 등 과거보다 경기 침체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다. 여기에 고공 행진하는 물가를 잡기 위해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이 빨라지는 등 대출 이자 부담이 주택 수요 이탈을 불러오는 모습이다. 이어 ‘대출 규제로 매수세 약화(12.41%)’ 응답 비중이 그 다음으로 크게 나타났다. 이 밖에 하락 요인으로는 ▶이자 및 세금 부담으로 매도물량 증가(11.71%) ▶가격 부담에 따른 거래 실종(9.24%) 등이 뒤를 이었다. 매매가격 상승에 대한 응답도 금리와의 연관성이 컸다. ‘급격한 기준 금리 인상 기조 변화(29.95%)’를 가장 많이 선택했다. 미국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물가의 피크아웃(고점)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에 대한 속도 조절에 나설 가능성도 커졌기 때문이다. 그 다음으로는 ‘핵심 지역 고가아파트 가격 상승(28.50%)’ 응답이 높았다. 정부와 서울시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정비사업 규제를 대거 완화하면서 서울 주요 지역에 포진한 노후아파트의 재정비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급매물 위주로 실수요층 유입(9.66%) ▶재개발, 재건축 정비사업 활성화(8.70%) ▶정부 규제 완화 전망(8.21%) 등이 꼽혔다. ━ 전셋값 하락 이유는 임대인의 임차보증금 반환 리스크 전셋값 하락 전망을 선택한 경우는 ‘임대인의 임차보증금 반환 리스크(23.76%)’를 주요 이유로 체크했다. 최근 빌라 등 비아파트 주택에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감이 커지는 가운데 신축 입주물량이 많은 지역은 역전세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또한 ‘전세대출 이자 부담으로 월세 시장 이탈(19.61%)’ 답변도 높았다. 평균적인 전월세전환율 고려 시 전세대출 이자 대비 월셋값이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이다. 그다음으로는 ▶갭투자 영향으로 전세 매물 증가(18.37%) ▶최근 2~3년 전셋값 급등 부담감(14.92%) 등이 전세가격 하락 이유로 나타났다. 전셋값이 오른다고 답한 360명 중 42.78%는 매수심리 위축으로 전세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가격 부담과 금리 인상, 대출 규제 등으로 위축한 매수심리가 상대적으로 전세 시장 수요를 늘려 가격 불안감을 높일 수 있다는 의미다. 그다음으로는 ▶임대인의 월세 선호로 전세 공급 부족(19.17%) 응답이 높았다. 세금 부담과 대출이자, 물가 상승 등 다주택 유지 비용이 과거보다 커지면서 전세물건은 줄고 월세 거래가 늘고 있다. 그 외 상승 요인은 ▶월세 오름세에 전세가 상승 압력(11.94%) ▶청약(사전청약)을 위한 일시적 전세 거주 증가(8.89%) ▶서울 등 일부 인기지역 입주물량 부족(8.89%) 등으로 나타났다. ━ 내년 상반기 핵심 변수는 금리 인상 여부와 대외 경제여건 소비자 10명 중 4명은 ‘한국은행 기준금리 추가 인상 여부(23.53%)’와 ‘국내외 경기회복 속도 등 대외 경제여건(21.63%)’을 2023년 상반기의 핵심 변수로 선택했다. 미국 중앙은행의 자이언트스텝(기준금리 0.75%포인트 인상)과 한국은행의 꾸준한 금리 인상으로 시중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7% 수준까지 올라온 상황이다. 여기에 추가 금리 인상도 예고된 상황이어서 대출 이자 부담은 더 커질 전망이다. 게다가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제 성장률 둔화와 환율과 수출 등의 대외 경제여건도 불확실성이 상당하다. 그 외 하반기 주요 변수로는 ▶대출세금 등 부동산 규제 변화 여부(15.94%) ▶민간소비 등 국내 실물 경기지표 변화(9.61%) ▶물가상승(인플레이션, 9.49%) ▶전월세 등 임대차 시장 불안 지속 여부(8.00%) 등을 선택했다. 부동산R114의 상·하반기 주택 시장 전망 설문조사는 매년 2회씩 진행한다. 2023년 상반기 조사는 올해 10월 31일부터 11월 14일까지 15일 동안 전국 1738명을 대상으로 진행했으며 설문 조사의 표본 오차는 95%의 신뢰수준에 ±2.35%포인트다. 박지윤 기자 jypark92@edaily.co.kr

2022.11.18 0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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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장’된 김장에 “매출 반토막”…배춧값 내려도 ‘김포족’ 늘었다 [르포]

산업 일반

“김장철은 옛말이야, 사람이 오질 않아. 매출이 완전히 반 토막이 났지.” 8일 오전 찾은 서울 송파구 가락동에 위치한 가락시장 내 농산물도매시장은 입구부터 한산했다. 평일 오전이라는 점을 고려해도 채소 시장에서 김장철은 1년 중 가장 대목으로 불리는 시기인데 오가는 사람도 적었고 물건도 많지 않은 모습이었다. 몇몇 가게에 단골손님만 하나둘 드나들 뿐 시장 분위기는 평년과 다르게 다소 가라앉아 있었다. ━ 김장철에도 한산…“양념 채솟값 올라 사 먹는 게 더 저렴” 김장 물가가 상승하는 분위기 속에 김장을 포기하는 김포족이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실제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가격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내리고 있으나 김장 속재료 가격이 오르고 있어 올해 김장 비용은 지난해보다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한국물가협회에 따르면 올해 대형마트 기준 4인 가족 김장 비용은 47만3090원으로 지난해 대비 12.7% 상승했다. 전통시장 기준으로도 36만450원으로 전년보다 더 올랐다. 서울에서 한식당을 운영한다는 A씨는 “무, 양파, 대파, 건고추 가격이 계속 올라 지난해보다 김장비용이 30~40만원 이상 더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면서 “어쩔 수 없이 김장을 해야 하는 입장이라 올해는 지난해보다 10~20포기 줄여서 담가야 할지 고민이 된다”고 말했다. 가락시장 농산물시장에 남편과 함께 김장재료를 사러 왔다는 60대 주부 B씨는 “사 먹는 게 요즘엔 비용도 덜 들고 더 편한데 손주들한테 직접 만든 김치를 만들어주고 싶어 재료를 보러 나왔다”며 “배추 가격은 지난해랑 비교했을 때 크게 오른 것 같지 않지만, 김장값 자체가 비싸단 느낌은 든다”고 말했다. 올해 배춧값이나 김장 속재료 가격은 얼마나 오른 걸까. 가락시장 상인들에게 직접 확인해본 결과 배추 한 망(3포기) 가격은 1만2000~1만4000원 정도였다. 한 상인은 “날씨가 아직 안 추워서 가격이 이 정도인데 곧 추워지면 가격이 1만5000~1만7000원까지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절임배추는 20㎏에 4만원인데 마트에선 10㎏에 3만원인 걸로 알고 있어 20㎏에 6만원인 꼴”이라고 설명했다. 김장의 주재료인 무는 이달 출하량이 지난해보다 다소 줄어 도매가격은 20㎏ 기준 1만1500원으로 예상됐다. 지난해(1만1492원)와 비슷하고 평년(9727원)과 비교하면 18.2% 비싸다. 마늘, 양파, 대파 등 김장철 양념 채소 가격은 지난달보다는 떨어지는 추세지만 지난해보단 비싼 것으로 확인됐다. 양파는 출하 조절로 공급량이 줄면서 이달 1㎏ 상품 기준 1500원으로 지난해(892원)보다 600원 넘게 비쌀 것으로 전망됐다. 마늘은 1㎏ 상품 기준 8100원으로 작년(8178원)과 비슷한 수준이지만, 대파는 출하량 감소로 ㎏당 1850원으로 1년 전(1604원)과 비교해 많이 올랐다. 가락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양념 채소 가격을 살펴보니 양파 대자가 10개 정도 들어가는 한 망 가격은 1만2000원, 중자는 7000원, 소자는 5000원에 판매되고 있었다. 마늘은 1㎏에 9000원으로 가격이 책정돼 있었다. 특히 가격 상승이 두드러진 재료는 고춧가루였다. 올해 고추 생육이 부진해 이달 건고추 도매가격은 600g 기준(화건 상품) 1만3000원 안팎으로, 지난해(1만1205원)보다 오를 것으로 예상했다. 가락시장 상인에 따르면 고춧가루 가격은 지난해보다 국산이 70~80%, 수입산이 20% 정도 올랐다. 이 상인은 “고춧가루 한 근(500g)에 7000~8000원 정도 하던 게 올해 1만~2만원까지 올랐다”며 “국산은 올해 비가 많이 와서 탄저병에 걸려 고추가 많이 죽었고, 고환율로 산지 작황도 영향을 받아 농사 양 자체가 줄어들어 가격이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 “하루에 15만원 팔았는데 반 토막”…소비심리도 ‘꽁꽁’ 같은 시간 다른 시장 상황도 비슷했다. 경기도 안양시에 위치한 호계종합시장도 평년 김장철과는 다르게 활기가 띠지 않는 모습이었다. 시장이 위치한 골목 바로 앞 덕현지구에서는 최근 주택재개발 사업이 한창이었다. 시장 골목 입구 부근에서 채소를 파는 김명예씨는 1년 만에 매출이 반 토막 났다고 말했다. 김씨는 “김장재룟값이 많이 안 올랐는데 김장을 하는 사람 자체가 줄어든 것 같다”며 “지난해보다 코로나 상황도 나아졌는데 하루 15만원 정도의 매출을 내던 것이 반으로 줄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호계종합시장 내의 호랑이 골목에서 가장 손님이 많은 채소가게 중 하나인 ‘명자네 야채’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지난해 30만~40만원 가까이 되던 이곳 매출 역시 마찬가지로 절반가량 떨어졌다. ‘명자네 야채’를 운영하는 백순자씨는 양념 재료 가격이 전보다 올랐다고 회상했다. “무, 배추 가격은 비슷한데 양념 재료가 조금씩 올랐다”며 “생강은 2000~3000원, 마늘 1접은 1만원 정도 올랐고, 고춧가루는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들도 김장재룟값이 오른 것을 체감했다. 안양에 거주하는 60대 남성 주부 C씨는 “지난해에도 이 시장에서 김장 재료를 샀는데, 값이 꽤 올랐다”며 “재룟값도 비싸지만, 재료를 다듬고 김치를 담그는 수고까지 더하면 차라리 사 먹는 게 현명해 보이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인들은 김장재룟값도 올랐겠지만, 최근 사회적인 분위기 때문에 올해 특히 김장하는 소비자들이 줄었다고 토로했다. 가락시장 농산물시장에서 배추와 무 등 김장재료를 판매하고 있는 70대 상인 D씨는 “김장도 김장인데 이태원 참사 때문에 회식이 줄어서 식당 같은 곳에서 도매 거래량이 확 줄었다”며 “이미 10월 전부터 경기가 안 좋았었는데 이번 일로 소비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더 심해진 것 같다”고 전했다. 또 다른 상인도 “배추 가격이 유동적이기 때문에 아직 김장 비용을 정확하게 추산할 수 없다”면서도 “김장철이 이제 시작이라 손님이 적은 영향도 있겠지만, 이태원처럼 예기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거나 날씨가 또 갑자기 추워져 출하량이 급감하는 등 외부 변수에 따라 변동 폭도 큰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무섭게 치솟은 물가에 김장철 가격 부담이 커지자 올해 김장을 작년보다 적게 하겠다는 소비자 비중이 30.3%로 작년보다 많이 할 것(14.2%)이라는 비중보다 두 배 넘게 많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이 같은 분위기에 따라 정부는 전년보다 가격 상승이 예상되는 마늘, 고추, 양파 공급량이 늘리기 위해 비축물량을 대거 시장에 내놓는 등 ‘김장재료 수급 안정 대책’을 추진하기도 했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김서현 기자 ssn3592@edaily.co.kr

2022.11.09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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