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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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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 무대의상 된 골프복…‘200만원’ 초고가 골프웨어도 나왔다

산업 일반

골프 산업의 르네상스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골프노믹스’라는 신조어까지 생길 정도로 골프 산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의 최대 수혜업으로 꼽히며 경제적 파급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자) 골퍼들의 유입으로 골프웨어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했다. 골프 패션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면서 브랜드 경쟁이 치열해지자 업계는 ‘초고가 라인’을 출시하는 등 차별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 여성 골퍼 증가에…‘럭셔리 골프웨어’ 등장 업계에 따르면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기업 한섬은 프랑스 명품 브랜드 ‘랑방’과 손잡고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랑방블랑’을 출시한다.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협업한 만큼 제품 중에는 가격이 200만원대인 것도 있다. 한섬에 따르면 아우터가 49만~200만원, 상의는 23만~89만원, 모자는 12만~30만원 정도의 가격대로 출시됐다. 랑방블랑의 200만원 아우터는 명품 브랜드 ‘몽클레어’나 ‘듀베티카’의 패딩 제품과 비슷한 가격대다.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패션 트렌드를 반영했고, 여성 골프 인구가 늘어나고 있는 경향에 따라 초고가 라인을 출시하게 됐다는 게 현대백화점 측의 설명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한섬이 기존에 출시하던 제품이 프리미엄 여성복이었기 때문에 기존 고객들에게 다가가기 위해선 골프웨어도 프리미엄 라인으로 선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여성 골프 인구도 급증하고 있어 이를 반영해 초고가 골프웨어 브랜드를 출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신세계인터내셔날도 지난 4월 럭셔리 골프웨어 브랜드 ‘필립플레인 골프’를 선보였다. 2004년 론칭된 스위스 명품 브랜드 ‘필립플레인’과 협업해 출시한 골프웨어인만큼 가격대도 높다. 아우터가 65만~90만원대, 피케 티셔츠가 35만~70만원대, 클럽백이 180만~200만원대로 책정됐다. 실제로 젊은 골퍼들의 유입과 함께 여성 골프 인구 증가세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신한카드와 유진투자증권에 따르면 2019년과 비교했을 때 2021년 20대 제외 연령층에서 여성 유입율이 남성보다 높았다. 비씨카드에 따르면 골프 소비액 증가율도 여성이 42%로 남성(29.7%)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 무대에서도 입는 ‘골프복’…패션아이템으로 인식 업계는 럭셔리 골프웨어 시장의 성장은 골프웨어가 스포츠웨어를 넘어서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 잡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신인 걸그룹 ‘뉴진스’는 뮤직비디오와 무대 위에서 골프웨어를 입고 등장해 화제가 됐다. 멤버 전원이 영국 명품 브랜드 ‘비비안웨스트우드’가 출시한 골프라인의 제품을 착용했다. 최근 컴백한 가수 현아도 골프웨어 스커트에 크롭 티셔츠를 매치한 패션을 선보였다. 골프웨어가 이제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국내 골프웨어 시장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는 점도 럭셔리 골프웨어 시장의 성장 요인 중 하나다. 전 세계에서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 비중은 2% 수준밖에 되지 않는데 반해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5조7000억원 정도로 미국과 일본보다 크다. 미국이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 비중과 골프웨어 시장 규모는 각각 42%, 1조3000억원이고 일본은 8%, 9000억원 수준이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골프 인구는 515만명으로 집계됐다. 골프웨어 시장은 2019년 4조6000억원 규모에서 지난해 5조6000억원으로 2년 만에 21.7%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올해는 6조3000억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23년에는 9조2000억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업계는 올해 국내 전체 패션 산업에서 골프웨어 카테고리 비중을 15~22%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 엔데믹 시대 ‘거품’ 빠질까…보복소비 수혜 의견도 ━ 다만 일각에서는 골프웨어 브랜드가 우후죽순 생겨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길이 막히면서 급성장한 산업인 만큼 감염병이 사라지면 골프 수요가 해외여행 시장으로 빠져나가면서 산업 전체가 고꾸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골프 회원권이 중저가(3억5000만원 이하)를 중심으로 가격이 조정받고 있는 사례도 나타났다. 지난 4월 골프 회원권 종합지수인 ‘에이스피(ACEPI)’ 평균 지수는 한 달 전(1321포인트)보다 5포인트 떨어지며 2020년 4월 이후 2년 만에 처음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골프 산업도 명품 쪽과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코로나19로 명품 시장이 급성장했다가 최근 반토막난 것처럼 골프웨어 및 골프 관련 사업도 엔데믹 전환 영향으로 거품이 꺼질 위험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선 해외여행 보복 소비로 골프웨어 수혜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유진투자증권이 지난 4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해외여행 재개로 골프 수요 둔화 우려가 존재하지만 반대로 해외여행 재개시 해외 골프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중제 골프장, 스크린 골프장을 통해 골프 유입 인원의 락업효과, ▲MZ세대의 높은 골프웨어 소비 지출 성향, ▲해외 골프 여행 보복 소비가 합쳐져 골프웨어 시장은 높은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판단된다는 분석이다. 김채영 기자 chaeyom@edaily.co.kr

2022.08.13 10:00

4분 소요
왕과 신하 '분노의 논쟁', 백성에겐 행복?

전문가 칼럼

신하가 임금의 적수가 될 수 있을까? 언뜻 어려워 보인다. 막강한 힘을 가진 권신이 임금을 억누르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부분 임금이 신하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신하는 임금의 눈치를 보고 임금의 뜻에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 이색적인 사례가 있다. 국정의 거의 모든 사안마다 충돌하고 의견대립을 보였던 임금과 신하. 한데 임금은 사사건건 비판하는 신하를 중용하고 힘을 실어줌으로써 그를 자신의 적수로 키웠다. 임금에게 주저 없이 반대하고, 자신과는 다른 관점을 말해주길 기대하면서. 세종대왕, 그리고 그가 ‘만든’ 호적수 허조(許稠)의 이야기다. 링컨이 정적 슈어드를, 오바마가 라이벌 힐러리를 국무장관으로 임명한 것이 놀라운 미담으로 전해져 오고 있지만, 세종대왕에 비할 바는 못 된다. 세종은 장인 심온을 죽이는 데 앞장선 ‘중전의 원수’ 박은을 집현전의 총책임자로 삼았고, 자신이 세자가 되는 것을 결사반대해 ‘임금의 원수’로 불린 황희를 영의정에 임명했다. 그 외에도 자신과는 다른 입장, 다른 견해를 가진 신하들을 대거 발탁하여 요직에 임명했는데, 대표적인 인물이 바로 허조다. 여말선초의 대학자 권근의 제자로, 인사업무와 예법에 두루 밝았던 허조는 세종 대에 이조판서·우의정·좌의정 등 핵심 최고위직을 역임했다. 그런데 이 허조는 재상으로서 소수의견을 많이 냈다. 을 보면 ‘허조만 혼자서 다른 의견을 냈다’라는 뜻의 ‘許稠獨曰’, ‘獨許稠曰’이라는 표현이 자주 등장한다. 예컨대 다른 신하들이 모두 동의한 파저강 유역 여진족 정벌에 대해서 허조는 “이들은 미련하고 완강하니 한번 원수가 되면 시시때때로 보복해 올 것입니다. 경솔히 행동해서는 안 됩니다”라며 유일하게 반대했다. 이 파저강 정벌 자체는 대승을 거두었지만, 이후 조선은 허조의 우려대로 끊임없는 여진의 도발에 시달려야 했다. ━ 억울한 백성을 위한 신문고 설치에도 세종과 대립한 허조 허조는 세종의 역점 사업들에 대해서도 툭하면 반대하고 제동을 걸었다. 이른바 ‘부민고소금지법(府民告訴禁止法)’ 논쟁을 보자. 당시 조선에서는 ‘부모=스승=임금(또는 임금이 임명한 고을수령)’이라는 유교윤리에 입각해, 고을 수령의 잘못으로 피해를 봤더라도 백성이 그 수령을 고발할 수가 없었다. 백성이 수령을 고소하는 것은 자식이 부모를 고소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여겼다. 하지만 이 법은 ‘위민(爲民)’이라는 또 다른 유교윤리에 위배된다. 무릇 ‘백성이 곧 나라의 근본’이고, ‘백성의 마음이 곧 하늘의 뜻’이다. 그런 백성이 피해를 입고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국가가 가만히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에 세종은 “백성의 억울하고 원통한 마음을 살펴주지 않는다면 그것이 어찌 정치를 행하는 도리이겠는가?”라며 부민고소금지법의 개정을 추진한다. 대다수의 신하들도 “이 법을 그대로 두면 관리들의 두려워하는 마음이 사라질 것이고, 고의로 잘못을 저지르는 자들도 나타날 것이다”라며 동조했다. 그러나 허조가 반대한다. 세종과 직접 여러 차례 논쟁을 벌이면서도 그는 끝까지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이 법을 폐지할 경우 윤리기강이 흔들릴 뿐 아니라, 사람들이 사소한 일을 가지고도 앞 다투어 고소를 남발하게 돼 행정력이 낭비되고 나라의 풍속이 어지럽혀진다는 이유였다. 오늘날의 관점에서 보면 세종의 견해가 전적으로 타당해 보이겠지만, 당시 유교 윤리관에서는 허조의 우려 역시 정당한 것이었다. 결국, 백성이 수령을 고발하면 나라가 반드시 해결해주되 고발당한 수령의 죄는 원칙적으로 묻지 않으며, 고의로 사건을 은폐하거나 왜곡한 경우에 한해서만 수령을 처벌하는 것으로 합의점이 도출된다. 이 밖에도 허조는 백성이 이해하기 쉽도록 법률을 이두(吏讀, 신라의 설총이 만든 것으로 훈민정음 창제 전까지 우리말을 표기하던 방식. 한자의 음과 훈을 빌리는 형태다)로 번역해 나눠주라는 세종의 명령에 대해 “백성이 법에 대해 잘 알게 되면 법망을 교묘히 피하고 법을 제 멋대로 가지고 노는 무리들이 생겨날 것”이라며 비판했다. 신문고(申聞鼓)를 백성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하라는 세종의 결정에 대해서도 홀로 반대한다. 신문고를 칠 수 있는 조건과 절차를 엄격하게 규정해 놓지 않으면, 백성들은 하급기관에서 충분히 처리할 수 있는 일까지도 무조건 임금에게 가져와 해결하려 든다는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공법(貢法)개혁, 불교혁파 과정에서도 허조는 세종과 정면에서 충돌했다. 이처럼 허조는 임금의 뜻에 반대하고, 임금의 지시를 비판하는 일에 거침이 없었다. 그는 다른 신하들이 모두 동의해 결정이 난 사안에도 끝까지 의문을 제기했다. 그의 집요한 반대에 진저리가 난 세종이 종종 진노하고, “허조는 정말 고집불통이다”라며 공개적으로 불만을 표시했을 정도다. 에서 말하기를 “군주와 논쟁하는 신하가 있으면 설령 군주의 도리를 지키지 못하는 임금이라도 나라를 잃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그런 신하가 있다면, 효경의 말처럼 설령 임금이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나라를 올바로 이끌어갈 수가 있다. ━ 숙적 허조를 중용 경청해 정책의 부작용을 예방한 세종 상황이 이와 같다면 두 사람의 관계는 파국으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세종이 수준 낮은 군주였다면 허조를 해임하거나 어떤 이유로든 죄를 뒤집어씌워 유배 보냈을 테고, 보통의 군주였다면 그를 꺼려하고 멀리했을 것이다. 한데 세종은 허조 때문에 자주 마음이 상했으면서도 그를 끝까지 곁에 둔다. 허조가 세종의 개혁노선을 저지하는 반대세력의 영수로 떠오르고, 허조의 반대 논리에 막혀 자신의 뜻을 꺾어야 하는 일들이 벌어져도 말이다. 아니, 단순히 옆에 두는 것이 아니라 정승으로 제수해 힘을 실어주었고 그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주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일찍이 나폴레옹은 “작전을 세울 때 나는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위험과 불리한 조건을 과장한다.”라고 밝힌 바 있다. 국정운영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속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발생 가능한 최악의 상황을 가정하고 미리 철저하게 준비해야 한다. 세종은 허조의 집요한 반대를 수용함으로써 앞으로 초래될지도 모를 정책의 피해를 선제적으로 예방하고 정책의 완결성을 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반대론의 장점과 정당성까지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서 그의 의견을 경청한 것이다. 또한, 강력한 반대와 만나야 리더는 비로소 자신의 판단에 의문을 갖게 된다. 집단사고의 함정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편견을 극복할 수 있도록, 그래서 보다 나은 대안을 도출할 수 있도록, 허조와 논쟁과 반박, 재반박의 고단한 과정을 감내한 것이다. 그런데 기억할 것은 허조는 세종이 ‘만든’ 호적수라는 점이다. 에서 말하기를 “군주와 논쟁하는 신하가 있으면 설령 군주의 도리를 지키지 못하는 임금이라도 나라를 잃지는 않을 것이다”라고 했다. 말은 좋다. 그러나 임금과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더라도 스스럼없이 임금에게 반대한다는 것, 반론을 펼치며 임금과 치열하게 논쟁한다는 것, 신하로서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임금이 먼저 그런 신하를 육성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주저 없이 임금을 비판하고 임금과 논쟁을 벌일 수 있는 임금의 호적수를 키워내야 한다. 그런 신하가 있다면, 효경의 말처럼 설령 임금이 실수하고 잘못을 저지르더라도 나라를 올바로 이끌어갈 수가 있다. ※ 필자는 칼럼니스트이자 정치철학자다. 성균관대에서 박사학위를 받았고 같은 대학의 한국철학인문문화연구소에서 한국의 전통철학과 정치사상을 연구하고 있다. 우리 역사 속 정치가들의 경세론과 리더십을 연구한 논문을 다수 썼다. 저서로는 등이 있다.

2021.05.23 15:15

5분 소요
[증시 맥짚기] 다시 ‘박스피’… 중소형주에 관심을

재테크

코스피 1900~2100 박스권 가능성... 유럽경제 침체, 트럼프 탄핵 조사 등 악재 주식시장에서는 호재와 악재가 동시에 존재한다. 주가에 따라 어떤 한쪽이 두드러져 보일 뿐 하나만 존재하는 경우는 없다. 지금 가장 기대할 만한 호재가 무엇일까? 실적이 아닐까 생각된다. 1년 가까이 이어진 감익 추세에서 막 벗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3분기 실적이 예상대로 나올 경우 주가 하락을 막는 강력한 도구가 될 것이다. ━ 분기별 기업 이익 전망치 높아져 지난 한달 동안 코스피 예상 주당순이익(EPS)이 4.2% 증가했다. 8월에 이익 전망이 바닥에 도달한 후 나온 반응이다. 3분기 순이익 예상치는 26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35.8% 줄어들지만, 2분기에 비해서는 10% 가까이 늘어날 걸로 전망되고 있다.경기에 사이클이 있듯 기업 이익에도 사이클이 있다. 둘은 높낮이를 포함해 모습이 비슷하지만 시점이 조금 다르다. 경기가 기업 이익보다 1분기 정도 앞서는 게 일반적이다. 2000년 이후 선진국 주식시장에서는 4번의 이익 변동이 있었다. 확장 33개월, 수축 16개월로 한번 사이클이 시작되면 49개월간 이어졌다. 사이클간 차이가 커 2000년대 중반에는 이익 증가가 3년 가까이 이어진 반면 2014년에는 이익 감소가 2년간 계속됐다. 그때 그때 가격변수와 경제지표에 따라 이익이 변했는데, 2000년대 중반에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1%까지 내린 부분이, 2014년은 양적완화 종료와 중국 경기 둔화가 이익 변동을 키우는 요인이었다.국내 기업 이익 역시 주기를 가지고 움직였다. 한 사이클이 48개월로 선진국과 비슷하지만 확장 기간은 3개월 더 긴 36개월, 수축은 13개월에 그쳤다. 가장 최근의 이익 정점이 2018년 3분기이니까, 지금은 이익 감소가 시작되고 1년이 지난 셈이 된다. 과거 평균 기간을 감안하면 이익 감소가 마무리될 때가 됐다.반도체 경기 바닥 가능성도 이익 증가를 예상케 하는 부분이다. 지난해 9월 시작된 반도체 이익 감소가 11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8~9월 언저리가 반도체 경기 저점이란 의미가 되는데, 삼성전자 주가가 5만원 부근으로 오른 게 이를 보여준다. 코스피도 이익 증가 기대 덕분에 2100에 근접했다.이익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만 역할이 크지는 않을 것 같다. 주가를 끌어올리기보다 떨어지지 않도록 막는데 그칠 걸로 보인다. 이익이 바닥을 지났다는 게 곧 상당 규모의 증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과거에 비해 직전 이익 둔화 기간에 주가 하락도 크지 않았다. 과거에는 이익이 한번 줄어들면 주가가 50% 가까이 하락했는데 이번에는 25%에 그쳤다. 골이 깊으면 산도 높다는 이치가 작동하기 힘든 상태가 된 것이다.실적이 호재라면 경기는 악재다. 유럽 경제가 특히 좋지 않다. 유로존의 9월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5.6으로 예상치 47.2에 못 미쳤다. 독일이 특히 심해 제조업 PMI가 41.4로 10년 래 최저치로 떨어졌다. 숫자보다 더 심각한 건 과정이다. 연준이 수차례 금리를 올리는 동안 유럽은행은 한번도 금리를 내리지 않았다. 양적완화를 새롭게 시행하는 등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썼지만 경기가 좋아지지 않았다. 금융 완화 정책을 가지고는 어떻게 해볼 도리가 없는 상태가 된 것이다.그래서 관심이 모이는 곳이 재정정책이다. 정부가 직접 돈을 사용해 경기를 끌어올리자는 생각이다. 독일은 균형재정을 엄격하게 지키는 나라다. 매년 재정적자가 국내총생산(GDP)의 0.35%를 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닥친 하이퍼 인플레이션 때 정부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만들어진 생각으로, 건전재정에 대한 방침이 확고한 만큼 재정 투입을 계속해서 늘릴 수는 없다. 정서적인 문제를 먼저 해결해야 하기 때문이다. 독일 이외 유럽 국가는 또 다른 이유로 재정정책에 소극적이다. 불과 8년 전에 남부 유럽에서 재정위기가 발생한 만큼 재정 적자를 늘리는 데 대해 거부감이 심하다.미국에서는 엉뚱한 정치적 사건이 불거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경쟁자인 조 바이든의 비리를 조사해 달라고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압력을 넣은 부분에 대해 탄핵 조사가 시작됐다. 현재 미국 의회의 의석 구조상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없다. 정치적인 공방에 지나지 않지만 대선이 1년 밖에 남지 않아 시간이 갈수록 공방이 거세질 것이다. 지난 대선 때 러시아 문제로 곤욕을 치룬 민주당 입장에서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최악은 미중 무역분쟁으로까지 악영향이 확대되는 것일 텐데, 트럼프 대통령이 스몰딜을 통해 빠르게 성과를 내는 전략을 택할지, 아니면 일괄 타결을 통해 한꺼번에 위기에서 벗어나는 전략을 택할지에 따라 영향이 달라질 것이다. 선진국에서 벌어진 이런 일련의 일 때문에 코스피가 2100을 넘지 못하고 주저 앉았다.코스피가 1900에서 2100까지 오르는 과정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13일 연속 상승이라는 드문 기록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국내 기관의 매수가 주가를 끌어올린 것도 마찬가지다. 8~9 월에 연기금이 거래소 시장에서 5조원에 가까운 주식을 사들였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시가총액 상위 종목에 매수를 집중해 효율적으로 움직였다는 느낌을 줬다. 앞으로가 문제다. 주가가 급등했다는 건 반대로 하락할 때 지지선이 강하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이번처럼 수급을 통해 주가가 단기에 급등한 경우 지지선의 세기는 더 약해 조그만 변동에도 하락할 수 있다. 순매수 주체의 힘도 강하지 않다. 연기금은 연간 주식 매입 규모가 정해져 있어 순매수를 계속할 수 없다. 반면 외국인은 매도의 양을 얼마든지 늘릴 수 있다. 선진국 주가 하락으로 이들이 매도를 늘릴 경우 견뎌낼 재간이 없다. ━ 지수 끌어올린 연기금 매수 한계 주가 상승이 2100 부근에서 마무리됨에 따라 1900~2100 사이에서 박스권이 완성됐다. 2011년 이후 주식시장이 6년 동안 박스권에 갇혀 있을 때 주가가 머물렀던 구간은 1800~2050이다. 올해 초 2000에서 지지선이 만들어졌을 때에도 박스권의 상단은 2250이었다. 주가가 박스권에 한번 갇히면 저점 대비 10% 내외로 움직임이 제한된다는 얘기가 되는데, 이번에도 비슷한 범위에서 박스권이 만들어졌다.주가가 2100까지 오를 때 주역은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었다. 기관 순매수가 주가를 끌어올리는 도구였기 때문인데 주가가 하락할 때는 반대 상황이 벌어진다. 이들이 가장 취약한 상태가 된다. 대형주가 약해지는 대신 중소형주가 강해질 가능성이 크다. 중소형주가 시장에서 밀려나 있는 동안 주가가 낮아졌고 유동성 공급이 대형주를 움직이기 힘들 정도로 줄어든 부분이 중소형주에 힘을 보태줄 것이다.- 이종우 증시칼럼니스트

2019.10.06 11:28

4분 소요
“성공에는 타이밍이 중요하다”

산업 일반

시즌2 막 올린 스타즈 채널의 드라마 ‘스위트비터’ 원작 소설 작가 스테파니 댄러 인터뷰 스테파니 댄러의 소설 ‘스위트비터’(2016)는 작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7년의 집필과정을 거쳐 탄생했다. 뉴욕의 레스토랑에서 일하며 향락주의적인 삶에 빠져 지내던 그녀의 20대 시절 이야기가 담겼다. 스타즈 채널은 이 책을 드라마로 제작해 지난 7월 14일 시즌 2의 막을 올렸다. 뉴욕 맨해튼으로 새로 이주한 여주인공 테스가 마약과 밤의 향락, 섹스에 눈뜨며 어른이 돼가는 이야기다.완벽하진 않지만 공감을 자아내는 이 여주인공은 새로운 도시에서 새로운 일을 찾고 새로운 자의식을 일깨워 나간다. 드라마에서 테스 역은 엘라 퍼넬이 맡았다. 댄러는 퍼넬을 처음 만난 자리에서 이 역할을 맡겼다면서 테스 역에 필요한 투지와 기개가 엿보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스타즈의 드라마 시리즈가 자신이 창조한 ‘스위트비터’의 세계를 극적으로 확장시켰다고 말했다. “난 그냥 22세 여성의 이야기보다 레스토랑과 거기에 관련된 사람들에 관한 드라마가 더 매혹적이고 생명력이 길 거라고 생각했다.”‘스위트비터’의 성공은 당신에게 어떤 의미인가?그 성공이 당연하다고 여겨본 적은 없다. 많은 경우 성공은 타이밍과 관련 있다. 소설을 발표한 시점이 여성을 중심으로 한 이야기가 관심을 끌 만한 때였다. 레스토랑의 성(性) 정치학과 아이폰이 나오기 바로 전해인 2006년에 관한 이야기 또한 그랬다.시즌 2에서 테스가 새로운 길을 걷게 되나?난 20세 여성이 성적으로 성숙한 대상으로 그려지는 걸 보는 데 진저리가 났다. 그 나이는 자신이 뭘 좋아하는지 깨닫고, 그것을 요구할 수 있는 목소리를 찾아가는 혼란스러운 시기다. 이번 시즌에 우리는 그 여정을 탐험할 것이다.현재 집필 중인 회고록에 관해 말해줄 수 있나?캘리포니아로 이주해 약물 중독자인 부모님이 물려준 기질과 정면으로 맞서는 이야기다. 난 그런 기질의 유전이 어떤 양상을 띠는지 알고 싶었다. 당시엔 내가 그것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엄마가 되고 나서 이 책에 용서에 관한 이야기도 담게 됐다.소설과 드라마 쓰기의 가장 큰 차이점은?소설을 쓸 때는 어둠 속에서 혼자 문제를 헤쳐나가야 하는 데 반해 TV 드라마는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한다는 점이 다르다. 책을 쓸 때면 다른 사람들의 목소리와 아이디어가 아쉽다. 하지만 TV는 내가 쓴 것을 손에서 놓아야 할 때가 온다. 그럴 때면 모든 권한이 내게 있는 책 쓰기가 그리워진다. 두 과정 모두 나를 더 나은 예술가로 만들어준다.- 켈리 와인 뉴스위크 기자

2019.08.05 16:36

2분 소요
[조원경의 ‘IF’ㅣ부자를 꿈꾸는 당신에게(6) 만약에 내가 한류 스타가 된다면] 비정상적인 가짜 사랑은 끝내라

전문가 칼럼

방탄소년단의 세상을 향한 일탈의 외침… 지구촌 젊은이들의 공감 얻으며 한류스타로 우뚝 입술은 침묵을 지키며 굳게 닫혀 있다. 바이올린 선율이 흐르는 카페에 있다. 어떤 용기를 갖고 내 삶을 살아왔나? 문득 손에 쥔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의 한 대목을 읽어 본다. ‘최고급이라도 전선을 바라보고 있는 쪽의 방은 하루 1달러면 되었다. 포탄이 날아오는 방향 반대편의 작은 방은 훨씬 비쌌다. 호텔 정문 인도에 포탄이 떨어진 후에는 원래 묵던 방의 두 배 정도 되는 스위트룸에서 채 1달러도 안 되는 돈으로 묵을 수 있었다. 이번에도 죽은 것은 내가 아니다. 누군가는 죽임을 당했지만 나는 아직 살아있다. 죽은 건 내가 아니다.’한국의 젊은 세대 중 상당수는 어린 시절부터 경쟁의 무대에서 살아간다. 그렇게 살아남으려고 하는데 어딘가 ‘나’가 실종된 느낌이다. 뒤늦게 ‘자격증이나 학위가 미래에도 쓸모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스스로 설 수 있는 힘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라 느껴지니 왜 무엇을 위하여 노력했는지 자조하게 된다. 그러면서 ‘돈’의 가치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하면서 돈을 숭배하는 천민자본주의를 욕하는 이중성도 보인다. 저마다 타고난 재능이 다른 사회에서 너무 획일적인 교육에 목숨을 거는 것은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의 흐름을 반영한 것이다.타고난 재능은 다르지만 오늘의 나보다 더 나은 나를 위해서 우리는 얼마나 노력했나? 그 노력이 세상의 세속적 시각에서 본 것이 아니라 나를 온전히 알고 받아들이고 도약하는 노력이었나? 진정 그런 생각을 하는 것조차 사치라고 생각하며 살지 않았나? 그토록 노력한 것이 평범한 월급쟁이가 되기 위한 것이었다니! 그동안 높이뛰기도 하고 뜀틀도 넘고 했는데 이제 사회에 나와서 숨막히는 경쟁을 다시 하려니 진저리가 난다. 나는 타인의 시선으로 온전히 길러진 인간이었나? 내 시선은 어디로 갔나? 달리는 마차에서 온 힘을 다해 발뒤꿈치로 가지 않겠다고 버텨도 갈 수밖에 없는 게 세월이고 변화다. 그 변화의 속도에 맞게 우리는 제대로 삶을 살아왔나? 그런 변화의 시대에도 시대의 흐름과 자신의 역량을 온전히 깨달으면 여유를 갖고 삶을 천천히 바라보는 삶도 생각할 수 있을 텐데 답답하기만 하다.무엇에 쫓기듯이 살아가는 강박관념이 온몸을 때리는 밤. 조용히 ‘가짜 사랑’ 이야기를 들어 본다. 신문에서 가난한 환경 속에 사는 사람들은 학교의 정상적인 커리큘럼보다는 사업수완을 익히는 것이 오히려 낫다고 했다. 일견 가치 있는 이야기로 들린다. 물론 가난한 이들에게 안정적인 학습 기회를 평생에 걸쳐 주는 것도 중요하리라. 폭력과 마약에 찌든 가난한 마을의 아이들을 음악과 스포츠로 치유하는 것은 지구공동체의 힘이다. 많은 학생이 수업시간에 잠을 자는 한국의 학교를 생각하며 노래를 들어본다. ‘널 위해서라면 난/슬퍼도 기쁜 척할 수가 있었어/아파도 강한 척할 수가 있었어/내 모든 약점들은 다 숨겨지길/이뤄지지 않는 꿈속에서 피울 수 없는 꽃을 키웠어/I’m so sick of this(이제는 지겨워)/Fake Love Fake Love Fake Love…’방탄소년단(BTS)의 히트곡 ‘페이크 러브(FAKE LOVE)’의 가사 중 일부다. 가사를 해석하는 것은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사랑의 주체가 나인지 너인지 아니면 나의 꿈인지 세상을 향한 외침인지. 가사가 얼마 전 일산에 산 한 소년의 꿈과 연결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2017년 11월 방탄소년단은 진정한 사랑은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것에서 출발한다는 믿음으로 유니세프와 함께 ‘Love Myself’ 캠페인을 시작했다. 그리고 폭력으로부터 세계 아동과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유니세프의 ‘End Violence’ 프로그램 파트너로 활동했다. 그들의 팬들은 이 캠페인의 진정한 행동주체가 되어 그들의 열정을 보여주었다.김남준군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저는 대한민국의 일산에서 태어났습니다. 호수와 언덕이 있고 해마다 꽃축제가 열리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저는 그곳에서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평범한 소년이었습니다. 저는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소년이 가질 법한 꿈을 꾸곤 했습니다. 내가 이 세계를 구할 수퍼히어로라고 생각하기도 했죠. 저희 초기 앨범 인트로 중에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9살 아니면 10살 때쯤 내 심장은 멈췄지’. 돌아보면 아마 그때부터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걱정하면서 타인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저는 더 이상 밤하늘의 별을 올려다보지 않았고, 소년의 꿈도 멈추었습니다. 대신 다른 사람들이 만든 틀에 저를 구겨 넣으려고 했습니다. 제 목소리를 내지 않고, 다른 사람의 목소리만을 듣기 시작했습니다. 아무도 제 이름을 부르지 않았고, 저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제 심장은 멈추었고, 눈은 닫혀버렸습니다.”순간 내 이야기 같아 눈물이 흐른다. 창밖으로 도시의 밤이 휘황찬란하게 비치는데 창에 투영된 내 모습이 오늘따라 나를 외면하는 듯하다. 나는 과연 누구일까? 무엇을 위하여 살아왔나. 그리고 계속 편지를 읽어 내려가는데 눈물이 뚝 떨어진다. ━ 무한경쟁의 시대, 진정한 ‘나’는 어디에 “이렇게 제가, 우리가 이름을 잃고 유령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제겐 음악이라는 하나의 감각이 남아 있었습니다. 제 안에 남아있던 작은 목소리가 말했습니다. ‘일어나, 그리고 네 목소리를 들어’. 하지만 음악이 저의 진정한 이름을 부르는 걸 듣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방탄소년단에 합류하기로 결정한 후에도 여전히 많은 장애물이 존재했습니다. 어떤 분들은 아마 못 믿으시겠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우리는 가망이 없다고 했습니다. 어떨 때는 여기서 그만두고 싶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모든 걸 포기하지 않아서 저는 행운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단언컨대 저는,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넘어지고 쓰러질 겁니다. 방탄소년단은 대형 공연장에서 공연하며 수백만장의 앨범을 파는 아티스트가 되었지만, 저는 여전히 평범한 스물네살 청년입니다. 만약 제가 이뤄낸 것이 있다면, 그건 여기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제 곁에 있어주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여러분이 보내주신 사랑과 지원으로 저희를 만들어주신 덕분에 가능했던 것입니다. 저는 아마 어제 실수를 했을지도 모르지만, 어제의 나도 여전히 나입니다. 오늘은 내가 만든 모든 실수와 잘못이 함께하는 나입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아주 조금 더 현명해질지도 모릅니다. 그 또한 나입니다. 이 실수와 상처들이 바로 나 자신이고, 내 삶의 별자리에 가장 빛나는 별들입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Love Yourself 앨범을 발표하고 Love Myself 캠페인을 시작한 후, 우리는 전 세계 팬들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우리의 메시지로 삶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그들 자신을 사랑하게 된 이야기들 말이죠. 그 이야기들이 저희의 책임감을 계속 일깨워줍니다. 그럼 이제 한걸음 더 나아갑시다. 우리는 우리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그러니 이제, 여러분의 이야기를 해주시길 바랍니다. 당신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무엇이 당신을 설레게 하고 심장을 뛰게 합니까? 확신에 찬 여러분의 선언을 듣고 싶습니다. 당신이 누구든, 어디에서 왔든, 피부색이나 성정체성이 무엇이든 상관없습니다. 이야기를 함으로써 당신의 진짜 이름을, 목소리를 찾으십시오.” ━ 너의 목소리를 들려줘 참 대견하다는 생각이 든다. 넘치는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저마다 꿈을 펴기 위해서 무대에 서는 많은 아이돌을 생각해 본다. 그들은 나름대로의 끼와 재능이 있다. 하지만 세계적인 스타로 발돋움하기 위해선 뭔가 메시지가 필요할 수도 있겠다. BTS는 그런 차원에서 그들에게 모범이 될 수 있는 인물이다. ‘가짜 사랑(FAKE LOVE)’을 불러 한류의 바람을 다시 일게 한 BTS에 세계가 주목하는 것도 그들의 메시지 때문이다. 어쩌면 그들이 가짜 사랑이라는 곡에서 말하는 메시지는 우리네 삶을 돌아보며 진지한 성찰에서 온 지구촌을 향한 외침이리라.노래를 들으면 이 세대 젊은이들을 대변하면서 꿈을 이루기 위해서 숱한 어려움을 극복한 그들의 아픔이 전해져와 몸이 부르르 떨림을 느낀다. 슬퍼도 기쁜 척하고, 아파도 강한 모습을 내비쳐야 하는 연예인의 생활은 쉽지는 않다. 노래 가사처럼 내가 꾸는 꿈이 꿈만으로도 완벽하고 힘든 노력이 없어도 이루어지면 좋겠지만, 세상살이가 어찌 그렇게 쉽겠나.그래서 ‘내가 만약 한류스타를 꿈꾸는 아이돌이 된다면’이란 가정 아래 여러 생각을 해본다. 우리는 누구나 아주 어린 시절엔 남을 의식하지 않고 세상을 온전히 자기의 눈으로 바라보기 쉽다. 그런데 어느 순간 밤하늘의 별을 헤는 순수한 동심은 남을 의식하는 타자의 시각으로 옮아간다. 자신을 전정으로 사랑하지 않고 가짜 사랑으로 변해 간다. 김남준의 고백은 옛날 순수했던 나의 모습을 찾아가자는 것이다. 얼마 전 세상을 등진 아이돌을 생각하니, 자신의 약점을 숨기고 살아가야 하는 아이돌의 아픈 마음을 우리가 헤아려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나아가 아이돌이 되려는 젊은이들은 세상의 소음을 잘 견뎌야 하는 강한 심지가 있어야 할 것이다. 밖으로 비치는 아이돌의 화려한 삶 이면에는 무대가 끝났을 때 고독이 물밀 듯 밀려오고 때로는 평범한 사람들의 삶이 그리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세상을 등진 아이돌이 스스로의 눈으로 세상을 살아갔다면 그런 불행은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삶에 대한 메시지가 없는 상태에서 어린 시절 아무것도 모른 채 혼자 좋아서, 부모의 권유로 돈 좀 벌겠다는 생각으로 뛰어 들었다가는, 노예 계약으로 삶의 좌절감을 크게 느낄 수도 있다. 자유로울 나이에 자유가 없이 속박된 느낌으로 살아간다면 삶이 얼마나 허무할까?인기라는 것은 한낱 물거품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들은 이루어지지 않는 자신의 허상 속에서 이룰 수 없는 꿈을 키워나가는 존재에 불과할 수 있다.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잃고 자신이 누군지도 잊은 삶을 살 때, 불현듯 혼자라는 번민이 해일처럼 크게 자신을 덮쳐와 삼켜버린다면 정말 모든 것을 잃을 수도 있다.일산의 소년 김남준이 방탄소년단의 멤버이기 전에 인간 김남준으로 살아가고 싶은 꿈을 대변한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다. 방탄소년단이 더 넓은 세상에서 유명인이 되어도 자신의 정체성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은 젊은 밀레니얼 세대가 가슴 깊이 간직할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2018년 12월 6일 웹사이트에서 2018년 활약한 인물들을 추린 격인 ‘블룸버그 50’ 기사를 게재하고, 거기에 방탄소년단을 올렸다. 방탄소년단은 한국 가수 최초이자 이번 50인 중 유일한 한국인이다. ━ 꿈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청춘 나는 내가 남준이 된 듯 혼잣말을 해본다. “네 이야기를 들으며 세상을 향해 나가는 용기에 박수를 쳐주고 싶다. 세상을 향한 너의 외침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 누군가는 자신들이 누리지 못하는 부와 명예를 누리는 너를 너무 부러워할 거야. 하지만 네 노래 속에 누구나의 인생은 힘들지만 진정한 사랑을 하고 싶다는 속내가 담겨 있어 좋았어. 자신의 인생이 제일 힘들다고 생각될 때가 있지. 거부할 수 없는 인생의 무게를 같이 공유하고 싶어. 우리 내면 깊숙한 곳에서 느끼는 감정의 동화가 일어나. 우리 인생의 모든 시작은 깨달음에서 비롯돼야 하고 그 시작은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마음이어야 한다는 너의 이야기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어 고마워. 나도 너의 캠페인에 동참할게. 생활에서 느낄 수 있는 그런 사랑, 너의 가사처럼 우리는 언제쯤 이 비정상적인 가짜 사랑을 끝낼 수 있을까?”2018년 10월 7일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미국 뉴욕에 많은 이들이 자리를 함께 하며 환호하는 가운데 혜성처럼 7명의 청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국, 지민, 진, 뷔, 제이홉, 슈가 그리고 남준. 데뷔한 지 5년 밖에 안 된 한국의 보이그룹이 새 역사를 쓰고 있었다. 이들이 세계 정상에 오른 비결에 대해 저마다 많은 분석을 하는데 BTS 멤버들은 같은 곳을 가리키고 있다. 오디션으로 아이돌이 되어 저마다의 꿈을 좇는 해맑은 모습이다. 방탄소년단의 ‘방탄’은 잘 알려진 대로 총알을 막아낸다는 뜻이다. BTS는 Bulletproof boys의 약자인데, 훗날 꿈을 향해 끊임없이 달려가는 청춘을 의미하는 ‘비욘드 더 신(Beyond The Scene)’으로 확장된다.그 속에서 오래 전 헤밍웨이의 기품 있는 용기를 발견했다면 과장일까?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묘비명은 ‘일어나지 못해서 미안하오(Pardon me for not getting up)’이다. 그는 전쟁의 상흔이 느껴지는 곳곳에서 많은 억압과 고난 속에서 일어났다. 어떤 고난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그에게서 총알을 뚫고 지켜내겠다는 방탄소년단의 투지가 연상됨은 당연한 것 아닐까?‘우리 세대가 사회적 편견에 휩싸이거나 억압받는 것을 막아내고 우리들의 음악과 가치를 당당히 지켜내겠습니다’. 그게 바로 그들이 노래를 하는 목적이리라. 그 용기가 LA와 뉴욕을 거쳐 파리와 런던까지 세계의 문화 수도를 누비며 큰 사랑을 받은 BTS의 월드투어 성공의 비결이리라. 나이와 성별, 인종을 초월해 한국어 노랫말을 함께 불렀고 말 못할 고민을 담아낸 가사의 의미에 각국 팬들은 위로를 얻었다. “삶은 싶지 않잖아요. 부숴지기 쉬워요. 그래서 그들에게서 용기를 얻고 싶어요. 그들의 노래 가사가 인생의 모든 면을 다루고 있어 그 점이 제일 마음에 들어요. 진정성이 느껴져요. 하나뿐인 인생에서 우리가 어떤 가치를 추구할지 그들이 예쁘게 소리치잖아요. 우리는 환호할 수밖에 없어요.” ━ 사회적 이슈를 음악으로 해결하라는 용기 BTS는 음악으로 젊은이들을 좌절에서 구원하고 살아갈 용기를 주는 뮤지션으로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기획사의 상품’이라고 평가받는 아이돌 그룹 속에서 BTS는 출발부터 남다른 행보를 보였다. 사회적 이슈를 음악으로 해결하고자 하는 그들의 용기는 데뷔전부터 남달랐다. 데뷔 준비가 한창이던 2013년 초로 거슬러 올라가 보자. 당시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많은 아이가 학교 폭력으로 삶을 등진다. 하나하나의 사연에 우리가 눈물을 쏟을 때 ‘학교의 눈물’이라는 TV 프로그램을 본 멤버 RM, 진, 슈가가 자작 랩을 만든다. 그들이 바라본 한국의 학교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가 나온 후에도 우리 교육은 전혀 바뀌지 않고 악화되기만 했다. 까마득한 후배들은 서태지의 이야기를 좇아 어떤 메시지를 들려주고 싶어 할까? ‘뒤에서는 나쁘다며 씹고 앞에선 착한 척했어. 봐도 못 본 척 했어 학교는 전쟁터’(데뷔 전 자작랩 ‘학교의 눈물’ 중에서).어두운 밤. 서울 대치동 학원가에는 아이들을 기다리는 부모들의 행렬로 가득 차 있다. 내 아이만은 남들보다 더 좋은 학교에 가서 더 멋진 삶을 살게 하겠다는 부모들은 정보가 돈이 된다면 하늘까지 쫓아가겠다는 심정이다. 우리는 진정 무엇을 위해 이렇게 살고 있나. 그래서일까? 데뷔 전부터 거침없는 하이킥으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낸 멤버들은 또래를 향한 일갈과 격려를 들려주는 그들에게서 위안을 느낀다. 그중 한 부분을 들어 보자. ‘왜 말 못하고 있어? 공부는 하기 싫다면서 학교 때려치우기는 겁나지? 이거 봐 등교할 준비하네 벌써. 철 좀 들어 제발 좀. 너 입만 살아가지고 인마. 유리 멘탈. 자신에게 물어봐 언제 네가 열심히 노력했냐고’(‘No More Dream’ 중에서).어쩌면 그들은 기성세대가 만든 학교라는 문턱을 걷어차고 자기들만의 낙원을 만들고 싫어하는 이단자일지 모른다. 학교의 모습이 배움의 장으로서 이미 제 기능을 하기 어려운 상황을 꼬집으면서 자신들에게 꿈을 줄 수 있는 다른 세상을 꿈꾸고 있는 것이리라. 그런 일탈에 수긍이 갈 수밖에 없다. 하나뿐인 인생인데 자신들이 하고 싶은 걸 하며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물론 그들이라고 왜 일탈하는 데 마음 한구석에 찝찝함이 없겠나. 하지만 저마다 자격증과 학벌이 전부라고 생각할 때 누군가는 노래로, 누군가는 춤으로, 누군가는 연기로, 누군가는 글로 세상을 향한 외침을 이어갈 수 있어야 한다. 거침없이 쏟아낸 그들의 외침은 청소년들의 고요했던 가슴에 미처 경험하지 못했던 파열음을 냈을지 모르겠다. 그러기에는 기성세대의 바람의 벽이 너무 두터운 것 아닐까? 그래서 그들은 이런 버릇없는 고백을 스스럼없이 한다. 누군가는 대노할지 모르겠다. ‘어른들이 하는 고백 너네는 참 편한 거래. 분에 넘치게 행복한 거래 그럼 이렇게도 불행한 나는 뭔데. 공부 외엔 대화 주제가 없어. 밖엔 나 같은 애가 넘쳐 똑같은 꼭두각시 인생 도대체 누가 책임져 줘?’그래, 맞아. 미안해. 그런 인생을 사는 게 다는 아닌데. 너무 마음이 아파. 그래도 어쩌겠니. 공부라도 잘해야지. 우리는 마음 한쪽에서 우리들의 일그러진 자화상을 바라보고 있다. 사랑하는 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타임지 표지를 장식하며 2018년을 빛낸 그들에게 박수를 쳐본다. ━ 그들의 메시지에 답할 때 우리는 세상을 살며 누구나 불안함을 느낀다. 우리 젊은이들은 참 아이러니컬하게도 헤르만 헤세의 작품 수레바퀴 아래서의 아이들을 닮아 간다. 학교에서만이 아니라. 학교 밖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과 함께, 가슴을 활짝 펴고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비상하기를 바란다. 그들의 노래처럼 돌아 갈 수 없다면 직진하면 되고 실수 따윈 모두 다 잊으면 된다. 스스로의 벽을 깨고 나온 7명의 청년이 세상에 외치고 싶은 메시지에 우리는 답을 해야 한다. 그게 현재 어려움에 봉착한 젊은 세대를 위한 다리를 놓는 길이다. 세대 간의 가교 역할에 지구촌 어느 지역이 따로 있을 수 없다. 만약에 누군가 한류스타가 되고 싶다면 BTS를 먼저 공부하라. 그리고 그들의 벽을 넘어 보라.※ 필자는 국제경제 전문가로 현재 기획재정부 국제금융심의관이다. 대한민국OECD 정책센터 조세본부장, 대외경제협력관 등을 지냈다. 저서로 등이 있다.

2019.01.06 11:21

11분 소요
전쟁이 평화이고 무지가 힘이라고?

산업 일반

푸틴은 러시아가 거대한 전쟁에 직면했다는 대국민 선전으로 경제난 등 국내의 불만 억누르면서 정권 연장할 듯 사방의 적에게 포위된 러시아는 존립을 위한 거대한 전쟁에 대비하고 있다. 적어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국민이 그렇게 생각하기 바란다.러시아 국영 TV는 거의 매일 저녁 시리아 상공에서 작전을 수행하는 러시아 전투기들의 모습을 뉴스 첫 장면으로 내보내며 사이 사이에 러시아 국경을 넘보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탱크와 군대의 영상을 끼워 넣는다. 최근 러시아에서 가장 인기 높은 TV 대담 프로그램 ‘60분’에 출연한 국제정치 분석가 니키타 아사예프는 러시아가 시리아에서 거둔 ‘대승리’로 ‘초강대국 지위’를 회복했다고 격찬했다.푸틴 대통령은 2017년 11월 말 러시아 재계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다. 그는 2017년 동계올림픽이 열렸던 소치에서 군 수뇌부와 회동을 갖고 “언제든 군수품 생산을 늘릴 수 있는 우리 경제의 능력이 군사 안보의 가장 중요한 측면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모든 전략적 기업만이 아니라 일반 대기업도 철저한 전시 대비 태세를 갖춰야 한다.”러시아의 대국민 선전이 대부분 그렇듯이 국가가 전쟁 중이라는 크렘린의 주장은 근거가 전혀 없진 않다. 그러나 그 근거는 아주 작다. 전투기 약 36대로 구성된 러시아 항공대대와 병력 4751명이 2015년 9월부터 시리아 흐메이밈 공군기지에 주둔하며 작전을 수행하고 있다. 내전 중인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에서도 러시아 정규군이 표시 없는 군복을 입고 분리주의 반군 대원들과 함께 순찰 도는 모습이 포착됐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 2017년 11월 중순 ‘작은 녹색인간’으로 알려진 병력 수백 명의 부대가 우크라이나 동부의 반군 장악 도시 루한스크에 나타나 분리주의 지도자들 간의 유혈 권력투쟁을 막았다. 러시아의 실질적인 군사작전 규모가 그처럼 아주 작은데도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의 모든 자원을 총동원해야 할 거대한 전쟁이 임박했다고 상기시키는 이유가 뭘까? 가장 분명한 이유는 정치 교과서에 나오는 해묵은 책략이다. 국내의 어려운 상황에서 다른 쪽으로 국민의 주의를 돌리기 위해 가공의 외부 적을 내세워 국가를 단합시킨다는 발상이다.푸틴 대통령이 2014년 우크라이나의 크림반도를 합병한 후 서방의 강도 높은 제재로 러시아 경제가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이런 상황에서 ‘영구한 전쟁’이라는 허상을 만들어내는 것이 푸틴의 정권 유지를 위한 전략으로 자리 잡았다. 모스크바에서 발행되는 독립 노선 신문 노바야 가제타의 칼럼니스트 파벨 펠겐하우어는 “푸틴이 국민에게 제공할 자금이 달리면서 그들의 가계 소득이 4년 연속 줄어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그는 내년 대선에서 러시아가 외부의 적으로부터 공격 받고 있다는 국가안보 우려를 내세워 4선을 향한 선거운동을 펼칠 생각이다.” 그러나 크렘린의 호전적인 언행에 좀 더 우려할 만한 이유도 있다. 그들이 실제로 전쟁이 임박했다고 확신한다는 사실이다. 우크라이나 내전이 시작되기도 전인 2013년 러시아 국방부의 연례 전략계획 ‘러시아 방어’는 2023년 전에 러시아가 관련되는 중대한 세계 전쟁 또는 지역 전쟁이 일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영국 옥스퍼드 펨브로크 칼리지와 이탈리아 로마 나토 국방대학의 교수인 앤드루 모나간은 “러시아 고위층은 대규모 전쟁이 일어나는 건 시간문제일 뿐이라고 믿는다”며 “그들은 이미 오래 전에 전시 체제에 돌입했다”고 지적했다.러시아 업계가 전시 군수품 생산 능력을 갖춰야 한다는 푸틴 대통령의 촉구는 수십년 전 옛 소련의 방위 이론(‘모든 공장은 즉시 탱크, 총알, 비행기를 생산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을 그대로 따른 것이다. 펠겐하우어는 “소련 시대의 경제와 사회 시스템은 전면전에 대비해 구축됐다”고 설명했다. “그런 시스템으로 인해 소련 경제는 경쟁력을 완전히 잃었다. ... 푸틴이 진짜 러시아 업계에 전시 동원령을 발동한다면 옛 소련이 그랬듯이 러시아도 파산할 것이다. 현대 세계에서 담배 공장을 총탄 제조 공장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발상은 터무니없다.” 그럼에도 현재 러시아 경제의 많은 부분이 직간접적으로 정부의 국방비 지출에 의존한다. 유가 하락과 서방의 제재로 크렘린의 수입이 크게 줄어드는데도 푸틴은 국방예산의 대폭 증액을 지시했다. 올해 러시아의 국방비 지출은 650억 달러를 넘어설 전망이다. 미국의 국방예산 6110억 달러에 비하면 약 10분의 1 정도의 적은 액수에 불과하지만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의 3.3%에 해당한다. 그것도 최근 신설된 러시아 국가방위군(병력 33만 명으로 내무부 예산으로 운영되며 푸틴이 직접 지휘한다) 같은 준군사 조직이나 항공우주 부문 등 방위 관련 업체에 지원되는 경비는 거기에 포함되지도 않았다.미국과 유럽의 군사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신형 전함, 잠수함, 헬기, ‘불라바’ 미사일 등을 어떻게 사용할 생각인지 우려한다. 러시아 주재 영국 대사를 지낸 한 인사는 익명을 전제로 이렇게 말했다. “러시아는 희한하게도 일방적인 군비경쟁에 돌입했다. 역사적으로 과거의 군비경쟁은 전부 전쟁으로 이어졌다. 러시아의 경우는 지금까지 예외다. 그들이 누구와 어디서 싸울 준비를 하는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그들이 생각하는 전역(戰域) 중 하나는 중동일 가능성이 크다. 러시아는 2017년 3년 동안 그곳에서 군사 주둔을 강화했다. 최근 러시아 국영 TV는 시리아의 작은 도시 데이르 에조르를 찍은 영상에서 시리아 국기 옆에 러시아 국기가 휘날리는 장면을 자랑스럽게 비췄다.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에 충성하는 정부군이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격파하고 그 도시를 해방시킨 직후였다. 그러나 그 영상에서 더 중요한 부분은 탈환한 정부 청사에 내걸린 다른 두 개의 깃발이었다. 하나는 이란 국기, 나머지 하나는 헤즈볼라(이란의 지원을 받는 레바논의 이슬람 시아파 무장정파) 깃발이었다. 푸틴 대통령은 2015년 9월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중동의 고조되는 이슬람교 수니파-시아파 투쟁에서 시아파인 이란 편을 택했다.시리아에 파견된 이란 혁명수비대 소속 정예부대 쿠드스군의 사령관인 거셈 솔레이마니 소장(2003∼2015년 이라크에서 미군 5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간 반미 시아파 민병대를 조직했다)은 2015년 7월 이래 시리아 아사드 정권을 지원하는 러시아 공군·특수부대와 이란이 파견한 지상군 사이의 작전 조율을 위해 모스크바를 최소 3차례 방문했다. 중동에서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더 친밀한 관계를 수립하겠다고 약속했다) 사이의 전쟁이 발발할 경우 이란과 동맹을 맺은 러시아는 미국에 맞설 수밖에 없다. 모나간 교수는 그런 지역 전쟁에서 러시아와 미국이 서로 반대편에 서는 것이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그럴 경우 전쟁은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될 수 있다.”러시아는 시리아에서 아사드 정권에 대항하는 IS를 상대로 손쉬운 전략적 승리를 거뒀기 때문에 다른 분쟁에도 개입하고 싶은 유혹이 클 수밖에 없다. 영국의 한 고위 관리는 익명을 전제로 “러시이가 시리아에 투입한 것은 미국과 동맹국들이 이라크에서 쏟아부은 피와 돈에 비하면 극히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그러고도 러시아는 거기서 엄청난 외교 자본을 챙겼다. 이제 그들은 러시아의 시리아의 내전 개입을 대승리라고 주장하며 러시아가 중동 무대에 다시 막강한 세력으로 복귀했다고 자랑할 것이다. 따라서 그들은 당연히 그 묘책을 다른 곳에서도 되풀이하고 싶어할 것이다. 단기간의 전쟁에서 승리하는 것을 싫어하는 나라가 어디 있겠는가?”시리아에서 러시아의 관심은 단순한 아사드 지원이라는 차원을 훨씬 넘어선다. 2013년 러시아 국방부는 지중해에 대규모 해군 주둔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5년 이래 러시아는 냉전 시대부터 있었던 시리아 타르투스의 소규모 러시아 해군 기지를 크게 확장했다. 또 인근의 흐메이밈 공군 기지 개보수로 러시아 공군은 지중해 동남부 대부분을 작전 구역으로 포함시켰다.또 러시아는 시리아의 반군 거점 표적을 명중시키는 정교한 수단을 사용함으로써 중동의 모든 이해당사국에 보란듯이 자국의 하드웨어 위력을 과시했다. 2016년 러시아 해군은 시리아의 고도 알레포 북부에 있던 반군 표적을 타격했다. 카스피해의 포함에서 발사된 크루즈 미사일이 이란과 이라크를 넘어 1500㎞ 이상 떨어진 그곳을 명중시켰다. 또 2017년 11월엔 러시아 공군의 장거리 폭격기 Tu-22M3 백파이어가 시리아 데이르 에조르의 IS 거점을 공습했다. 그 폭격기들은 시리아의 흐메이밈 기지가 아니라 체첸 서부에 위치한 모즈도크에서 발진했다.펠겐하우어는 “푸틴에겐 시리아 내전 개입이 세계를 무대로 미국과 맞수를 두려는 전략의 일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그 싸움의 일부는 돈과 천연가스, 무기를 약속하며 세계 전역의 옛 서방 동맹국들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2017년 11월 러시아와 이집트는 러시아 군용기가 이집트의 영공과 기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협정을 체결했다. 수십 년에 걸친 터키와 미국의 동맹 관계를 손상시키려는 러시아의 노림수였다. 이집트는 1973∼2013년 700억 달러 이상의 미국 원조를 받았다(2013년 이집트의 군사 쿠데타 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원조 프로그램을 중단했다).2016년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모스크바를 방문해 러시아로부터 제트기, 헬기, 미사일 35억 달러어치를 구입하기로 합의했다. 이집트와 러시아는 합동 대테러 훈련도 실시했다. 또 이집트는 러시아의 원전 시설을 구입하는 계약까지 체결했다. 더 위험한 일은 푸틴과 엘시시 두 사람 모두 친서방 노선의 리비아 정부에 맞서 반란을 일으킨 군벌 할리파 히프테르를 지지한다는 사실이다. 뉴욕타임스가 인용한 미군 소식통에 따르면 소규모 러시아 부대가 히프테르를 지원하기 위해 이집트의 서부 사막에 주둔하고 있다.게다가 터키도 있다. 2017년 9월 러시아는 나토 회원국인 터키에 20억 달러어치의 최신 미사일을 판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터키는 미국의 오랜 동맹국이었지만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고 미국이 시리아의 쿠르드족을 지원하면서 두 나라는 갈등을 빚었다. 또 2017년 10월 러시아는 이란의 숙적이자 미국의 동맹국인 사우디아라비아에 30억 달러어치의 미사일을 판매함으로써 양다리를 걸쳤다. 예멘 내전에서 정부군을 지원하는 사우디는 후티 반군의 로켓 공격을 막는데 그 미사일을 사용할 계획이다.1991년 소련 붕괴 이래 어느 때보다 러시아는 국경 지역과 외부에 더 많은 화력을 배치했다. 따라서 우발적인 무력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아주 크다. 2017년 11월 25일 러시아 전투기가 크림반도 해안 10㎞ 정도 떨어진 해상에서 미국 공군 대잠초계기 P-8A 포세이돈을 상대로 요격 비행을 했다. 러시아가 강제 합병한 크림반도는 러시아 외 7개국만 러시아 영토로 인정한다. 펠겐하우어는 “러시아군은 미군 비행기가 크림반도 연안의 러시아 영공을 침입하면 격추하라는 명령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현지 러시아 사령관은 미군 초계기 조종사가 운이 아주 좋아서 살아남았을 뿐이라고 말했다.”발트해 국가들도 러시아 전투기가 그들의 영공을 자주 침범하면서 위험한 사건이 갈수록 빈번히 발생한다고 항의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17년 6월 러시아 Su-27 전투기 1대가 발트해 공해 상공에서 임무 수행 중이던 스웨덴 정찰기에 약 2m 내의 아주 가까운 거리로 접근해 충돌 위험을 초래했다.미국과 러시아의 관계가 냉전 이래 최저점에 이르면서 사소한 사고가 무력 충돌로 확대될 수 있는 위험이 매우 커졌다. 2016년 러시아가 미국 대선에 개입한 의혹과 관련해 선거 캠프의 러시아 커넥션 혐의로 비난 받는 트럼프 대통령은 러시아를 우호적으로 대할 수 없는 입장이다. 동시에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공격적인 행동으로 러시아가 피해를 입는다고 국민에게 홍보한다. 러시아 국영 TV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에서 반러시아 ‘파시스트’ 세력를 지원한다는 기사를 거의 매일 내보낸다. 또 시리아에서 미국이 은밀히 IS를 돕는다고 주장하는 기사도 자주 보도한다.러시아의 어린 학생들도 미국의 위협으로부터 허약한 나라들을 보호하는 용감한 나라라는 러시아의 이미지를 홍보하는 데 동원된다. 최근 러시아에서 인기 있는 인터넷 동영상을 보면 열 살짜리 아이들이 군복을 입고 스탈린그라드 전투가 벌어진 곳에 세워진 러시아 모국상 앞에 서서 이렇게 노래한다. ‘우린 미국의 패권에 진저리가 나요... 블라디미르 푸틴 삼촌, 우린 이 싸움에서 당신을 따를 준비가 돼 있어요.’러시아 엘리트층의 일부는 군부가 러시아 외교와 선전 정책을 장악했다는 사실에 우려를 표한다. 얼마 전 크렘린이 지원하는 모스크바 소재 싱크탱크 미국·캐나다문제연구소의 세르게이 로고프 소장은 우발적인 무력충돌의 위험을 피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유럽과 미국의 도발이 문제라고 비난하면서도 “이런 상황이 언제든 전쟁을 부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절대 기우가 아니다. 푸틴 대통령이 국내의 인기를 얻기 위해 러시아를 영원히 전시 상태로 유지하려고 애쓸수록 그는 더 위험해질 수밖에 없다.- 오언 매튜스 뉴스위크 기자

2018.01.01 16:12

8분 소요
[김종명의 샐러리맨 코칭스쿨] 질문 고민하는 사람이 미래의 리더

의료

언제,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하는지가 실력 … 봇물 터지듯 답하게 물어야 어느 늦가을 아차산에 등산을 갔다. 날씨도 좋고 사람들도 많았다. 아차산은 비교적 쉬운 코스라서 남녀노소 등산객이 많았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걷는 중에 대여섯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사내아이가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지금 소리 들리는 게 매미 우는소리 맞아?” “응.” “엄마, 매미는 여름에 우는 게 맞지?” “그래.”“엄마, 지금 가을이지?” “그래.” “근데, 왜 지금 매미가 있어?” 엄마는 당황한 듯했다. 직업적 본능이 발동했다. 엄마가 과연 어떻게 대답할지 궁금했다. 얼른 뒤쫓아 가서 엄마의 대답을 기다렸다. “시끄러! 힘들어 죽겠는데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빨리 올라가자!” 뒤통수를 맞은 듯했다. 올라가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내가 엄마였다면 어떻게 대답했을까?’ 나도 뭐 뾰족한 대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기껏해야 드는 생각이 ‘너 매미에 대해 관심이 많구나.’ ‘그러네, 지금이 가을인데 아직 매미가 있네.’ ‘너는 왜 그렇다고 생각하니?’ 하는 정도였다. ━ 상대를 돌아보게 만드는 질문 아이들은 호기심이 많다. 그래서 끊임없이 어른들에게 묻는다. ‘바다가 왜 파래요?’ ‘비둘기는 왜 말을 못해요?’ ‘왜 물건을 살 때 돈을 줘야 돼요?’ ‘아이는 어떻게 태어나요?’ ‘나는 어떻게 태어났어요?’ 대부분 어른들이 귀찮아하는 질문들이다(사실은 답을 모른다). 그래서 어른들은 핀잔을 준다.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고 저리가!’ 아이들은 이런 과정을 통해서 호기심이 죽는다. 그리고 알게 된다. ‘질문하면 혼나는구나….’ 그래서 철이 들기 시작하면서 질문을 하지 않게 된다.제자가 찾아와서 물었다. “선생님, 제가 결혼을 하려고 하는데 뭘 준비해야 할까요?” 제자에게 물었다. “왜 결혼하려고 하는데?” 제자는 머뭇거렸다. 계속해서 물었다. “뭘 얻으려고 결혼하는데?” 제자는 화가 난 듯 대답했다. “선생님, 성스러운 결혼을 너무 비하하는 거 아닙니까? 뭘 얻으려고 결혼하다니요?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하는 거지요?” 다시 물었다. “결혼하면 너는 상대방에게 무엇을 줄 건데?” “상대방에겐 뭘 바라는데?” 씩씩거리던 제자는 다음 질문부터 차분하게 생각에 잠겼다. “결혼하면, 총각 때 하던 행동 중에서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까?” “결혼하면, 총각 때 하지 않던 것을 새롭게 해야 하는 게 뭘까?” “결혼하면, 뭘 얻고 뭘 포기해야 할까?” 제자는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갔다. 옆에 있던 친구에게 핀잔을 들었다. “너는 왜 멀쩡한 친구를 망가뜨리니? 그 친구 겁이 나서 어디 결혼하고 싶겠니?” 그 제자는 지금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내가 했던 일련의 질문에 대해 생각해 보니 결혼에 대해 진지하게 정리할 수 있었다고 했다. 제자는 훨씬 성숙하게 결혼을 준비했다. 나는 절대 고춧가루를 뿌린 게 아니다. 제자에겐 자신이 결혼에 대해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으며, 결혼을 통해서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 왜 결혼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 자신의 무의식에 내재돼 있는 자신의 생각을 살펴보는 소중한 기회가 됐다.“어떻게 코치가 되셨습니까?” 이 질문을 받으면 주체하기가 어렵다. 하고 싶은 말이 정말 많다. 마치 봇물이 터진 것처럼 말을 많이 한다. 대답하면서 신이 난다. 직장생활을 그만 둔 이야기도 해야 되고, 어떻게 어렵게 공부했는지도 말하고 싶고, 어떤 성장이 있었는지도 알려주고 싶다. 내게 이 질문을 하려면 상대방은 적어도 한 시간 이상의 여유를 가지고 묻는 게 좋을 거다.중소기업 사장들에게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셨습니까?’하는 질문도 봇물 터지게 한다. 중소기업 사장들을 인터뷰 할 때는 몇 가지 질문만 준비하면 된다. 나머지는 본인이 모두 말한다. 그들이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을 묻기만 하면 된다. ‘어떻게 사업을 시작하셨습니까?’ ‘사업을 하면서 어떨 때 보람을 느낍니까?’ ‘사장님 회사는 세상에 어떤 기여를 하고 있습니까?’ ‘큰 고비를 겪었을 때는 언제였습니까?’ ‘성공스토리를 책으로 낸다면, 어떤 책일까요?’ ‘직원들과 자녀들에게 물려주고 싶은 것은 무엇입니까?’ 이 질문들에 대한 대답을 모두 듣고, 반응하고, 공감하려면 적어도 세 시간 이상의 여유를 가져야 된다. 이 질문들은 상대방이 하고 싶은 말, 자랑하고 싶은 말, 보람을 느끼는 말, 무용담 등을 묻고 있다. 좋은 질문은 상대방이 말하면서 신이 나고, 계속 말하게 만든다.새로운 조직에 리더로 부임했을 때 많은 사람이 곤란을 겪는다. 의욕에 넘쳐서 말한다. “여러분이 지금까지 해오던 방식은 모두 잊으세요. 이제 모든 것을 바꾸겠습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면 30분도 지나지 않아서 전임자에게 이 소식이 전해진다. “팀장님, 새로 온 팀장이 여태까지 우리가 엉터리로 일했다고 하는데요. 마누라하고 자식 빼고는 모두 바꾸겠다고 하네요.” 이렇게 되면 전임자와 관계가 나빠질 뿐만 아니라, 앞으로 함께 일해야 할 직원들과의 관계도 좋아질 가능성이 매우 작다. ‘바꾸라, 변화하라’는 말에는 ‘지금이 엉터리’라는 전제가 깔려 있기 때문이다. 처음 부임하자마자 전임자와 구성원들을 적으로 만드는 바보 같은 짓을 하면 안 된다. 묘수가 있다. 질문하면 된다. ▶여태까지 우리 조직이 잘 했던 게 뭔가요? ▶그동안 잘하려고 했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뭔가요? ▶앞으로 더 잘해보고 싶은 건 뭔가요? ▶우리 조직에 대해 나에게 더 알려주고 싶은 건 뭔가요? ▶내가 리더로서 꼭 해주기를 바라는 건 뭔가요? ▶내가 리더로서 절대 하지 말았으면 하는 게 있다면, 뭔가요? ━ 처음 부임한 조직을 무작정 바꾸려 든다면… 처음 부임해서,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래라 저래라 하는 건 하수들이 하는 행동이다. 잘못하면 무식이 탄로날 수도 있고, 전임자와 관계가 악화될 수도 있으며, 구성원들에게도 환영받지 못할 수 있다. 이때는 그냥 우아하게 질문하면 된다. 이 질문들은 조직의 상태와 구성원들의 생각, 의욕, 열정, 태도 등에 대해 있는 그대로 알게 해주는 위력을 발휘한다.언제 어디서 어떤 질문을 해야 하는지에 따라 모든 게 달라진다. 피터 드러커는 “과거의 리더는 지시하는 사람이었지만, 미래의 리더는 질문하는 사람”이라고 했다. 이 말을 이렇게 바꾸는 게 더 좋을 것 같다. ‘미래의 리더는 질문을 고민하는 사람이다.’ 언제, 어떤 질문을, 어떻게 하는지가 리더의 실력이다.※ 김종명 - 리더십코칭연구소 대표, 코칭경영원 파트너코치다. 기업과 공공기관, 대학 등에서 리더십과 코칭, 소통 등에 대해 강의와 코칭을 하고 있다. 보성어패럴 CEO, 한국리더십센터 교수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등 다수가 있다.

2017.09.10 09:37

4분 소요
가짜 뉴스에 압도당한 페이스북

산업 일반

클릭만 유도하는 정보는 나라에 손해 입히고 세계에서 가장 큰 소셜미디어 플랫폼 무너뜨릴 수 있어 늘 그러듯이 페이스북에 들어갔는데 희한하게 정치에 관한 글은 전혀 없고 친구와 그들의 상태 업데이트만 있다고 상상해 보라. 사막 도보여행을 하면서 일주일 동안 계속 입었던 속옷을 깨끗한 것으로 갈아입는 산뜻한 느낌일 것이다.가짜 뉴스 문제를 제기하려고 이런 이야기를 꺼낸다고? 그렇다. 미국 대선 기간 주요 언론사가 생산한 진짜 뉴스보다 확인되지 않은 가짜 뉴스가 페이스북 등에서 더 많은 관심을 끌어 선거판을 뒤흔들었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페이스북 본부를 뒤흔들 폭풍의 시작에 불과하다. 페이스북은 오염된 정치의 정화조로 변하는 중이다. 모두가 술에 취해 함부로 떠들어 자리를 뜨고 싶은 파티라고나 할까? 물론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가 페이스북을 모방함으로써 페이스북을 이길 순 없다. 그러나 우리는 페이스북에 난무하는 정치 선전과 가짜 쓰레기 뉴스에 진저리가 나 신선한 다른 무엇으로 눈을 돌릴지 모른다. 바로 그런 점에서 페이스북의 타이어에 펑크가 났다. 라이벌이 멋지게 한방 날릴 수 있는 허점이 생긴 것이다.최근 페이스북 임원진의 대화에 참여한 한 내부자는 익명으로 “가짜 뉴스가 우리 브랜드에 막대한 해를 끼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대선의 여파가 페이스북의 ‘타이레놀 순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1982년 미국에서 누군가가 진통제 타이레놀에 청산가리를 주입해 이를 복용한 7명이 사망한 사건을 가리킨다. 그 위기로 거대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은 몰락의 길을 걸을 뻔했다(그러나 이례적으로 발빠른 조치로 타이레놀 캡슐이 든 병 3100만 개를 모두 수거하고 고객에게 제품을 무료로 교환해 주면서 신뢰를 되찾았다).바로 2년 전을 돌이켜 보라. 미국 대선에서 경선이 시작되기 전이고 페이스북이 ‘세계의 통신사’가 되기를 자처하기 전의 시점을 말한다. 그때까지 페이스북은 SNS로 이름을 떨치며 사용자 10억 명을 자랑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오래 만나지 못한 옛 친구를 쉽게 찾아보고 멀리 떨어진 가족 소식을 알 수 있는 곳이었다. 내 페이스북 계정의 2014년 타임라인을 다시 봤다. 정치와 관련된 게시물은 거의 없었다. 대다수 사용자가 그런 페이스북을 좋아했다. 당시 그들은 친구들에게 정치 관련 게시물을 올리지 말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계속 올릴 경우 그 친구의 게시물을 차단하기도 했다. 현실 세계에서 우리 대다수는 친구나 가족과 정치 문제로 언쟁을 벌이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온라인으로는 극단적인 싸움을 하고 싶어 할까?그 후 지난 2년 동안 페이스북은 미디어 사이트로 대담하게 변신했다. 우리의 모든 타임라인에 기사를 덧붙일 수 있도록 언론사들과 계약했다. 그러면서 사용자에게 기사를 올린 뒤 ‘좋아요’를 표시하고 댓글도 달도록 은근히 부추겼다. 물론 페이스북은 그럴 만한 사정이 있었다.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선 사용자의 흥미를 계속 끌고 최대한 오래 그 사이트에 붙들어 놓아야 한다. 또 사용자가 자신의 피드에 콘텐트를 만들어내거나 주고받도록 해야 한다. 그런 활동은 페이스북의 알고리즘이 더 많은 사람을 표적으로 더욱 교묘하게 광고를 제공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페이스북이 광고주에게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만드는 것이다. 정치는 본질적으로 뉴스가 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치가 우리 피드에 스며들어오는 것이 예외적인 일은 아니다. 게다가 페이스북의 설정 자체가 사악한 관행을 부추겼다. 사용자가 뉴스 피드를 볼 때 헤드라인만 훑기 때문에 충격적이거나 감정을 자극하는 기사를 클릭하고 공유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페이스북은 진지한 뉴스보다 클릭을 유도하는 낚시성 기사(clickbait)에 인센티브를 줬다(내가 들은 바로는 의도한 게 아니라 부지불식간에 그렇게 됐다). 그런 관행이 계속되면서 ‘가짜 뉴스’가 판칠 수 있는 마당이 펼쳐졌다.학습 환경에 관한 전문가인 마이크 콜필드는 “우리는 일반적인 콘텐트보다 선동적인 게시물을 공유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각 페이스북 세션은 우리 피드에서 가장 급진적인 믿음을 증폭하는 과정이다. 마케팅 담당자는 그런 점에 착안해 클릭 수를 늘리기 위해선 선동적인 측면을 강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들은 교묘하게 만들어진 가짜 기사가 가득한 음모론 사이트를 만들어냈다. 그런 가짜 기사는 아주 선동적이기 때문에 클릭하지 않을 수 없다.”이런 정치 선전의 쓰나미에서 굳이 인과관계를 따진다면 페이스북은 닭에 해당할까 달걀에 해당할까? 확실히 말할 순 없다. 전 세계에서 냉소적이고 분열된 정치를 만들어내는 데 페이스북이 일조했는지, 아니면 추잡한 정치 환경이 페이스북에서 적합한 안식처를 찾았는지 잘라 말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아무튼 절반은 닭이고 절반은 달걀인 건 분명하다. 그 결과 우리의 페이스북 피드는 극우나 극좌에 치우친 정치 콘텐트에 지배당하고 있다. 게다가 그런 기사는 터무니없는 내용인데도 계속 증폭된다. 분명한 사실은 사람들이 가짜 뉴스를 읽고, 댓글을 달고, ‘좋아요’ 또는 ‘싫어요’를 표시한다는 것이다. 또 친구, 가족과 콘텐트를 공유한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도 이렇게 ‘거짓’과 ‘선전’이 가득한 가짜 뉴스가 확산됐고, 일부는 이 가짜 뉴스를 사실로 믿었다.에머슨대학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미디어를 활용해 새로운 콘텐트를 만들고 주체적으로 정보를 받아들이는 능력)를 연구하는 폴 미하일리디스 교수는 선거전 동안 많은 페이스북 사용자가 기사 내용이 진실인지에 신경 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들은 그런 기사를 특정 후보를 지지하고 옹호하는 수단으로 사용했다. 눈길 끄는 표제어를 보면 다른 사용자와 공유하는 게 일반적인 관행이다.” 세계를 둘러보라. 미국만이 아니라 영국, 프랑스, 콜롬비아, 필리핀에서도 정치가 갈수록 더 신랄해지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페이스북 사용자에게 의존하는 모든 매체는 클릭할 만한 표제어로 그들을 공략한다. 대부분 우리의 두려움과 분노를 자극하는 내용이다. 모든 추세가 그런 쪽으로 흐르면서 페이스북에는 혐오만 가득해진다.그렇다면 페이스북이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정치 관련 게시물을 금지할 순 없다. 만악 금지하면 뉴스 매체로서의 지위를 잃어 큰 손실을 입을 것이다. 바로 이 어려운 문제가 페이스북이 직면한 ‘혁신가의 딜레마’다. 페이스북이 현재의 제품으로 너무 많은 수익을 올리기 때문에 사용자가 수익이 적은 제품을 진정으로 원한다는 사실을 알아도 그쪽으로 방향을 전환할 수 없다는 뜻이다. 페이스북이 뉴스 매체로서 수익을 더 많이 올릴수록 주주의 수익 증대 압력이 거센 상장 회사의 입장에선 방향을 바꾸기 더 어려워질 것이다. 뉴스 산업은 지난 2년 동안 페이스북의 무지막지한 힘을 개탄했다. 그러나 이제 뉴스가 페이스북의 옥시콘틴(마약성 진통제)이 될 수 있다. 당분간은 기분이 날아갈 듯이 좋겠지만 너무 많이 복용하면 중독돼 폐인이 될지 모른다.페이스북 CEO 마크 저커버그는 처음엔 사용자들이 뉴스 피드에서 보는 뉴스의 대부분이 진짜 뉴스라고 강조했다. 가짜 뉴스가 10억여 명에 달하는 페이스북 사용자에 영향을 줬다는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그는 “사람들이 보는 콘텐트 중 99%는 진짜다. 또 특정 정당에 유리한 날조된 뉴스만 있는 것도 아니다. 정치와 관련 없는 뉴스도 있다. 이런 점을 감안하면 날조된 뉴스가 선거 결과를 바꿨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주장대로 페이스북 뉴스의 99%가 진짜 뉴스라면 1%는 가짜라는 의미가 아닐까? 또 1%가 가짜라고 치면 사용자 한 명이 매주 뉴스 피드에서 보는 500개 표제어 중 5개가 가짜다. 이 가짜 뉴스가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제목을 사용했다면 1%에 불과하지만 더 널리 퍼져나갈 것이다.그런 논란이 일자 저커버그는 지난 11월 19일 페루 리마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페이스북은 점증하는 증오 발언과 폭력, 가짜 뉴스에 맞서 싸워나가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쉽지 않은 일이다. 그도 최근 “기술적으로, 또 ‘철학적’으로 복잡한 문제다. 자유롭게 의견을 나누는 것을 방해서는 안 된다. 또 실수로 정확한 콘텐트를 제한하는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페이스북 편집자들이나 알고리즘을 ‘진실의 심판자’로 설정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고 인정했다. 진실이 무엇인지 단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수세기 전엔 지구가 평평하다는 것이 누구나 인정하던 진실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내가 어릴 적만해도 한 가정의 어머니는 자동차의 조수석에 앉아 무릎에 아기를 올려 놓고 안전벨트도 매지 않았다. 누군가 그건 정신 나간 행동이며 매우 위험하다고 말하면 의아한 듯이 쳐다보며 “그건 사실이 아니에요”라고 반응했을 것이다. 페이스북은 가짜 뉴스를 경고하거나 차단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 중인 듯하다. 구글은 지난해 진실을 가려내는 지식 기반의 신뢰 알고리즘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최근 몇몇 대학생은 출처가 의심되는 콘텐트를 자동으로 표시해주는 ‘FiB’이라는 구글 크롬 확장 프로그램을 개발해 주목을 끌었다. 영국 통신회사 브리티시 텔레컴 출신의 기술전문 컨설턴트인 피터 코크레인은 최근 필자와 대화하면서 자신이 ‘진실 엔진’으로 명명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런 장치가 특정 사이트를 차단하거나 가짜일 수 있는 기사를 가려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소프트웨어 해결책은 ‘나에게 진실이 당신에겐 진실이 아닐 수 있고, 오늘의 진실이 반드시 내일의 진실은 아닐 수 있다’는 문제를 극복할 순 없을 것이다.만약 쓰레기 정치 기사를 전부 걸러낼 수 없다면 페이스북은 경쟁업체의 도전에 맞서기가 쉽지 않다. 새로운 SNS가 뉴스 피드를 금지하고 친구간의 연결과 자신의 삶에 더 치중하는 식으로 그 카테고리를 새롭게 정의한다고 생각해 보자. 또 인공지능(AI)이나 가상현실(VR)을 바탕으로 새로운 기능을 추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해 보자. 만약 그런 경쟁업체가 실제로 나타난다면 페이스북을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 예를 들어 PC가 IBM의 비싼 메임프레임 시장을 무너뜨렸듯이, 또는 에어비앤비가 호텔 사업을 잠식하듯이 말이다. 사용자가 그 새로운 SNS에 약간만 관심을 가져도 페이스북은 기세가 꺾일 것이다.경쟁업체들이 이미 페이스북의 문을 발로 차고 있을지 모른다. 스냅챗의 모회사는 250억 달러 이상의 가치로 기업을 공개할 계획이다. 사람들이 이전에 페이스북에 쏟아붓던 시간의 일부를 스냅챗이 빼앗아가기 시작했다는 것이 그처럼 가치가 높아진 이유 중 하나다. 페이스북이 인수한 업체들이 아직 뉴스 오염이 없다는 사실이 그나마 다행이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 인수한 인스타그램과 왓츠앱은 친구들 사이의 콘텐트 공유와 메신저에 서비스를 국한하고 있다. 또 페이스북은 VR 회사인 오큘러스 VR도 인수했다. 따라서 ‘평행 사이버 세계’에서 SNS를 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페이스북이 도입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페이스북이 인수한 다른 자산은 수익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기술산업에서 한 가지 변치 않는 것은 완전 무결해 보이는 초강력 회사라도 어느 시점에선 쇠락할 수 있다는 사실이다. IBM·AOL·마이크로소프트·인텔 등이 그 예다. 애플·아마존·구글에도 머지않아 그런 시기가 닥칠 것이다. 지금 우리는 페이스북의 중대한 고비를 목격하고 있는지 모른다. 페이스북이 정치적인 가짜 뉴스가 서로 경쟁하는 바닥 없는 오수 구덩이 속으로 빠져든다면 많은 이가 배탈이 나 다른 곳으로 탈출할 것이다.- 케빈 메이니 뉴스위크 기자

2016.12.12 11:09

7분 소요
대중의 분노 타고 백악관 입성

산업 일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 기성 정치에 진저리가 난 중산층의 대변자로서 승리 거머줘 미국 역사상 최대의 정치 이변으로 불리는 올해의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기 이틀 전인 지난 11월 6일. 땅거미가 내릴 때쯤 건설 근로자 조나선 랭퍼드(32)는 거의 1㎞나 늘어선 줄에 서서 참을성 있게 기다렸다. 그를 포함한 약 1만 명의 펜실베이니아 주민은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대통령후보의 유세에 참석하기 위해 무려 4시간을 기다린 끝에 피츠버그 교외의 대형 항공기 격납고에 입장할 수 있었다. 그들은 그 안에서 또 트럼프가 도착하기까지 거의 2시간을 더 기다렸지만 어느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다. 랭퍼드는 “대통령이 될 후보의 유세에 참가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이건 역사의 일부분이다. 트럼프가 승리할 것”이라고 장담했다.여론조사 결과는 혼전 양상을 보였지만 트럼프의 승리를 확실히 가리키지 않았다. 정치 평론가 대다수도 트럼프가 이길 가능성을 믿지 않았다. 심지어 트럼프 캠프의 지도부에서도 선거 바로 며칠 전까지 승산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선거 직전 트럼프의 한 참모는 “(클린턴 후보를 따라잡을) 시간이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론조사는 트럼프 지지자들의 결의와 강한 의지를 반영하지 못했다. 특히 미국 유권자 다수의 마음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는 그냥 무시된 듯했다. 도널드 트럼프는 지난해 여름 뜬금없는 듯한 대선 출마를 발표하기 위해 트럼프 타워의 에스컬레이터를 내려선 순간부터 그 ‘분노’의 파도에 올라탔다. 나이 일흔의 정치 초년생으로 직설적이며 때론 막말도 서슴지 않는 부동산업자 겸 리얼리티 TV 스타인 트럼프는 랭퍼드가 말한 “연줄 좋은 계층”에 진저리가 난 미국인의 대변자, 아니 그들을 위한 투사가 됐다. 랭퍼드는 “공화당이든 민주당이든 워싱턴 정가의 주류는 나 같은 사람은 안중에도 없다”고 말했다. “트럼프가 출마하기 전엔 우리에겐 목소리도 없었다. 아무도 우리 얘기를 들어주지 않았다.”그러나 이번 선거로 그들의 목소리는 미국 사회 전체에 아주 크고 똑똑하게 울려퍼졌다.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의 신승과 공화당의 상하원 다수당 유지로 공화당은 미국 연방정부와 의회를 모두 장악했다. 그러나 미국 정치사에서 아주 특이한 지금의 순간에선 백악관과 의회를 동시에 지배한다는 사실이 이전과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다. 트럼프가 승리했다는 것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의 기득권층이 패배했다는 뜻이다. 폴 라이언 하원의장(공화당)은 소속당 후보인 트럼프의 지지에 미온적이었다. 히스패닉계 판사에 대한 트럼프의 비판을 “인종차별주의의 전형”이라고 비난하며 ‘트럼프’라는 이름을 입에 담기조차 꺼리는 듯했다. 상원의 미치 매코넬 공화당 원내대표도 상원 선거에 초점을 맞추며 공화당의 대선후보인 트럼프에 관해선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그 이유는 명확하다. 할리우드 영화사의 임원으로 공화당원인 한 인사(아주 희귀한 ‘과’에 속한다)는 선거 결과가 나온 직후 “트럼프의 승리로 공화당은 길 잃은 집권당이 됐다”고 말했다. 어쩌면 라이언 의장은 다음날 아침 일어나 ‘이제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지?’라고 자문했을지 모른다.라이언 의장은 4년 전 미트 롬니 공화당 대통령후보의 러닝메이트였다(롬니도 이번 선거에서 트럼프 지지를 거부했다). 그는 하원의장일 뿐 아니라 공화당 최고의 정책 전문가로 세금과 복지 개혁을 적극 밀어붙였다. 공화당 주류 대다수처럼 그도 자유무역과 국제문제 개입을 선호한다. 그가 이민 문제에서 매파였던 적도 없다.라이언 의장의 입장은 공화당 주류의 아이디어를 폭넓게 대변했다. 11월 8일 트럼프가 공화당과 백악관을 모두 장악하기 전까지 그랬다. 공화당 내부의 정치적 분열은 이미 시작됐다. 선거 직전 마지막으로 실시된 뉴욕타임스/CBS뉴스 여론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응답자의 39%만이 트럼프가 당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그가 당에 해를 끼쳤다는 비율이 41%로 더 높았다.트럼프는 11월 9일 새벽 3시 직전 선거승리 연설을 하면서 자신에게 표를 주지 않았던 유권자들을 향해 “서로 협력해 위대한 미국을 통합할 수 있도록 지도편달과 도움을 청한다”고 말했다. 물론 그것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통령후보를 찍은 5400만 명(대다수는 민주당 지지자)을 염두에 두고 한 말이지만 그를 지지하지 않은 공화당 주류와 보수 정치 평론가 상당수도 거기에 포함된다.도널드 트럼프의 핵심 지지 기반은 그를 처음부터 공화당 대통령후보로 밀어준 백인 근로계층 유권자들이다. 그들은 공화당 주류의 세계관 대부분에 (좋게 말해) 동의하지 않는다. 그들 중 다수는 자유무역에 찬성하지 않으며 불법이민에 강력 반대한다(트럼프 유세에선 기본 구호가 ‘멕시코 국경에 장벽을 건설하라’였다). 트럼프는 선거운동에서 복지 감축의 필요성에 관해서도 회의적이었다. 하원 세출위원회의 한 직원은 “트럼프의 그런 태도가 하원의 공화당 의원들을 황당하게 만들었다”고 표현했다.또 트럼프의 지지 기반은 그 자신처럼 미국의 국제적인 개입을 원치 않는다. 트럼프는 외교정책 공약에서 민주당의 클린턴 후보보다 더 좌익으로 기울었다. 그는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나 한국·일본 같은 핵심 동맹관계에서 미국이 얻는 이익이 뭔지에 의문을 표했다. 시리아 내전에서 러시아가 공군력으로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지지하는 상황에도 클린턴은 그의 학살 행위를 중단시키기 위해 비행금지구역을 설정하겠다고 말했지만 트럼프는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물리치기 위해 미국도 러시아의 공습에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트럼프는 남중국해에서 미국의 동맹국들과 중국이 벌이는 영유권 분쟁에 미국이 개입하는 문제에서도 회의적인 견해를 피력했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남중국해는 미국에서 아주 멀리 떨어진 곳”이라며 “지난번 중국에 갔을 때 비행기로 18시간 정도 걸렸는데 그 먼 곳의 일에 관여해야 할지 난 잘 모르겠다”고 말했다. 트럼프의 선거운동 메시지는 ‘신고립주의’였다. 이제 대통령에 선출된 그가 공화당 주류의 국제개입주의를 받아들일 것인가 아니면 그들에게 자신의 뜻을 관철시킬 것인가? 공화당의 한 고위인사는 선거 당일 밤 트럼프의 승리가 굳어져가자 뉴스위크에 이런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왔다. ‘미국 국방부도 지금 민주당만큼이나 충격에 빠졌다. 트럼프는 곧바로 현실에 압도당할 것이다. 고립주의는 실현될 수 없다.’이번 선거가 충격적이긴 하지만 1980년 로널드 레이건을 대통령으로 선출한 혁명적인 선거와는 차원이 다르다. 레이건은 선거인단 확보와 득표율 둘 다에서 압승했다. 반면 트럼프는 선거인단 확보에서 압승해 당선됐지만 전체 득표에선 클린턴보다 뒤졌다(미국 선거는 전체 득표수가 아닌 선거인단 확보수로 당락을 결정하며 해당 주에서 한 표라도 더 얻으면 할당된 선거인단을 싹슬이하는 ‘승자독식제’로 진행된다). 민주당은 선거운동 동안 트럼프가 괴물이라고 확신했다. 무식하며 성차별주의에 빠진 얼간이요 선동가로 핵무기 발사 코드(대통령 고유의 권한을 가리킨다) 근처엔 얼씬도 해선 안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따라서 민주당으로선 함께 일하자고 손을 내미는 트럼프 당선자에게 조만간 호의적으로 반응하기는 어려울 것이다.그러나 정책 측면에선 초당적인 협력은 반드시 있어야 한다. 미국인 다수는 그런 정신을 간절히 원한다. 이번 선거에서 극명하게 드러난 정치 혐오증의 일부분은 거의 모든 문제에서 초당적인 협력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클린턴 후보의 충격적인 패배로 민주당에선 이제 좌익이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적어도 그중 일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사회기반시설의 대대적인 확충을 원하는 트럼프의 생각에 동조할 수 있다(물론 민주당의 환경보호주의파는 강하게 반대할 것이다). 더구나 민주당의 좌익은 클린턴에게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지지를 철회하도록 강요했다. 트럼프도 그런 자유무역협정을 원치 않는다.물론 문제는 ‘트럼포노믹스(Trumponomics)’의 그 양대 측면이 실제로 바람직한 정책인지 여부다. 또 트럼포노믹스의 셋째 측면은 법인세와 소득세 개혁으로 민주당 대다수는 반대할 가능성이 크다. 트럼프의 당선은 전후 시대 들어 이어져온 미국 정책의 핵심 신조에 종말을 고했다. 열린 국제무역 시스템을 계속 확장시키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그것이 미국의 세계적 영향력에서 핵심을 이뤘다. 핵무기만큼이나 미국을 초강대국으로 만들어준 요인이었다.당연한 일이지만 트럼프 승리에 대한 월스트리트의 초기 반응은 불길했다. 선거 당일 트럼프의 승리가 굳어져가는 동안 다우 선물지수는 700포인트 이상 급락했다.따라서 정치적·군사적 경험이 없는 사업가 출신으로선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에 선출된 트럼프에게 미국민이 갖는 의문은 이럴 것이다. 선거운동에서 본 바로 그 트럼프가 미국을 통치하는 트럼프가 될 것인가? 중국 상품에 35%의 관세를 부과해 진정으로 중국과 무역전쟁을 감수할 것인가? 그로 인해 선거 당일에 나타난 증시 하락은 아이 장난처럼 보이게 만드는 대규모 증시폭락이 촉발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이미 막대한 적자인 상황을 더 악화시키지 않고 대규모 사회기반시설 확충과 국방비 증액, 복지 지출 유지를 어떻게 약속할 수 있는가?트럼프에게 보기 좋게 당한 워싱턴 정가의 내부자들은 그가 결코 무리수를 둘 수 없으며 그러지도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트럼프는 누가 자신을 찍어줬는지 잘 안다. 또 서부 펜실베이니아, 동부 오하이오, 미시간, 위스콘신 주에 사는 백인 근로계층 유권자들은 트럼프가 무역과 사회기반시설 확충에서 제시한 공약을 이행하길 바란다. 그러지 않으면 그들은 트럼프에게 배신당했다고 느낄 것이다.트럼프는 베스트셀러 ‘거래의 기술’(이재호 옮김, 살림 펴냄)을 쓴 것으로도 유명하다. 거래를 성사시키는 수완과 그런 능력을 자랑하는 것이 트럼프를 ‘트럼프답게’ 만들었다. 지금 워싱턴 정가는 충격에 빠졌다. 민주당은 맹렬히 반발하고 공화당의 다수도 회의론을 펼칠 것이다. 따라서 이제 바로 그 수완이 궁극적인 시험대에 오르고 있다. 이전의 테스트와는 비교도 안될 것이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가 자신이 주장한 바로 ‘그 사람’이라고 믿어보자며 위험을 감수하기로 결단 내렸다. 그가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한번 믿어주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는 대통령에 선출됨으로써 ‘그는 아니야’라고 생각하던 수많은 회의론자의 생각을 뒤엎었다. 앞으로 4년 동안 그는 계속 그런 ‘거래의 기술’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빌 파월 뉴스위크 기자

2016.11.14 09:14

7분 소요
Car | 현대차 ‘아슬란’ -조용하게 그리고 편안하게 달린다

산업 일반

성능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리고 가지고 있는 최첨단 장치는 모두 달았다. 가격은 최대한 저렴하게. 향후 5년 내에는 연비까지 세계적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한다. 최근 현대·기아차가 수입차를 잡기 위해 내놓은 전략이다. 예상 가능한 모든 시도는 다해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도 수입차의 상승세는 꺾일 줄을 모른다. 이대로 가만히 앉아서 안방을 내줘야만 하는 것일까?이런 고민 끝에 던진 또 하나의 승부수가 최고급 전륜구동 세단 ‘아슬란’이다. 현대차에서 아주 오랜만에 나온 새로운 이름의 차인 만큼 세간의 관심이 컸다. 그랜저보다는 고급스럽고 제네시스보다는 낮은 가격대에 위치하고 있다. 올해 초 부산 모터쇼에 첫 선을 보인 후 아슬란에 대한 소문만 무성했다. 출시도 안된 차를 두고 “결국은 그랜저와 제네시스의 수요만 잡아먹을 것”이라는 우려가 컸던 것이 사실이다. 미리 공개된 외관만 놓고 ‘덩치만 커진 그랜저’란 놀림을 받기도 했다. 이에 현대차는 “일단 한 번 타보시고 평가해 달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 “시동 꺼진 것 아냐?” 그래서 타봤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현대차의 선택은 꽤 훌륭했다. 이 차에는 수입차에 없는 몇 가지가 있다. 현대차가 가장 강점을 보일 수 있는 가솔린 엔진을 장착했고, 갈수록 줄어드는 전륜구동을 택했다. 폭발적으로 달려나가는 수입차의 승차감과 정면승부를 택하는 대신, 조용하고 편안하게 달리는 차를 만들었다. 겉으로 드러나는 수치만 비교하면 수입차보다 성능도 뛰어나다.그럼에도 비슷한 등급의 수입차보다는 가격이 1000만원 이상 싸다.시승한 모델은 6기통 3342cc 엔진을 장착한 G330모델이다. 최대출력 294마력에 최대토크 35.3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숫자만 보면 디젤 모델인 아우디 A6보다 잘 달리고, 가솔린 모델인 메르세데스-벤츠 E220보다 성능이 좋다. 처음 차에 앉아 가속 페달을 밟아봤다. 조용하긴 한데 그게 다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숫자상의 성능은 다 어디다 팔아 먹었냐는 아쉬움이 강하게 남았다.그러나 그런 편견이 깨지기까지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이 차는 다소 후반부에 힘이 걸린다. 속도가 붙으면서 주행감이 점차 경쾌해지기 시작했다. 초반에 치고 나가는 맛은 덜하지만 그게 아쉽지 않을 만큼 잘 달린다. 더욱 놀라운 것은 정숙성이다. 시속 130~140km를 달려도 소음과 흔들림이 없다.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되게 달려나간다. 독일 디젤 세단이 주는 승차감과는 차별화되는 주행의 매력을 느낄 수 있다. 무섭게 달리다가 신호를 받아 잠시 멈췄다. 근데 이상하리만치 조용하다. 혹시 시동이 꺼진 것은 아닌지 계기판을 살펴볼 정도로 고요한 적막이 흘렀다. 전기차라고 해도 믿을 정도다. 뒷좌석에 동승한 기자는 혹시 기어를 중립(N) 상태에 놓은 것이 아니냐고 몇 번을 되물었다.정확한 통계를 제시하기 어렵지만 꽤 많은 사람이 독일 디젤 세단에 실망하고 있다. 주변에서 좋다고 하고, 브랜드 가치가 높다는 이유로 독일 디젤을 샀다. 막상 타보니 차가 잘 나가긴 한데 생각보다 시끄럽다. 폭발적인 주행감을 느낄 수 있는 도로도 국내에는 많지 않다. 차들이 줄지어 서서 가다 섰다를 반복하는 출퇴근 길에서는 ‘탈탈탈’ 거리는 디젤 소음이 진저리가 난다. 실제 주변에서는 이런 불만을 표하는 운전자들이 있다. ━ 많이 본 듯한 디자인 이런 사람들이 차를 바꾼다면 아슬란에게 눈길을 줄 수 있다. 아슬란은 일본 브랜드 자동차와 비교해도 정숙성이 탁월하다. 가격 또한 저렴한 편이어서 충분히 경쟁력을 갖췄다는 판단이 든다. 시승 초반에는 너무 가벼워 단점으로 꼽았던 핸들도 나름 이해가 됐다. 디젤에 지친 운전자들이 편안하고 부드럽게 운전하는 이미지를 떠올리면 부드러운 핸들이 더 어울린다.신제품이라는 느낌을 주지 못하는 디자인은 분명 마이너스 요소다. 전반적으로 고급스러우면서도 무겁지 않은 디자인 자체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기존의 그랜저 라인업에 전면 라디에이터 그릴만 부풀려 놓은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지적한 것처럼 그랜저의 것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도어도 아쉽다. 전륜구동을 채택한 덕분에 실내는 넓어졌지만 뒷좌석의 승차감은 운전석에 비해서는 좋지 못하다. 고속으로 코너를 빠져 나갈 때 약간 밀리는 느낌도 있다. L당 9.5km 밖에 안 되는 연비도 여러모로 아쉽다.아슬란을 보면서 떠오른 차가 있다. 도요타에서 1년 전에 출시한 아발론이다. 판매 부진에 시달리던 도요타가 독일 디젤에 대항하기 위해 들여온 모델이다. 전체 크기나 성능·연비·디자인·주행감이 아슬란과 비슷하다. 하지만 아발론은 국내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가솔린 세단이 관심을 받지 못한 시장 환경과 홍보·마케팅의 부족한 탓이다. 독일 디젤 세단을 대체할 자동차 수요의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던 시기였다. 지금은 시장환경이 바뀌었다. 아슬란은 아발론보다 500만원 이상이 싸다. 국내 점유율 1위인 현대·기아차가 출시한 차인 만큼 훨씬 더 많은 대중의 관심을 받고 있다. 아슬란의 선전이 기대되는 이유다. 가격은 G300 모델이 3990만원, G330 모델이 4190~4590만원이다.

2014.11.15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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