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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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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대 놓으면 구석구석 제주가 보여요~[E-트래블]

여행

여행에 앞서 준비 과정 역시 즐거움이다. 그중 제주 여행에선 렌트카가 필수. 제주공항에 도착하면 빵빵한 캐리어 끌고 셔틀버스로 렌트카 픽업 장소로 가는 여행객이 적지 않다. 결국 경비는 늘고 계산기를 두드리다가 목덜미를 잡게 될 때가 많다. 코로나19 이후 여행 경비가 녹록지 않다. 여기 답이 있다. 제주시티버스 어때? 제주도 푸른 밤 그 별 아래...운전대 놓을 자유...제주시티투어버스고정관념은 깨는 데 의의가 있다. 그대에게 운전대를 놓을 특전이 주어진다면~. 그냥 뚜벅이로 주변을 돌아보며 제주를 즐겨보자. 제주공항 3번 게이트 앞, 오후 6시 2층 버스가 들어온다. 제주도와 제주도관광협회가 운영하는 제주시티투어버스다. 이 시간 운영 코스는 제주의 밤바다를 만끽할 수 있는 제주시티투어 ‘야(夜)밤버스’다. 제주 시내 야경 명소를 ‘콕콕’ 짚어주는 ‘일타강사’다. 오는 11월11일까지 매주 금·토요일, 1일 1시간 간격으로 3회(오후 6·7·8시) 운행된다. 운행 코스는 제주국제공항에서 출발해 무지개다리로 유명한 도두봉을 시작으로 제주의 대표 야경맛집 어영공원, 제주의 먹거리와 특산품으로 가득한 동문재래시장, 제주의 쇼핑거리 칠성통과 탑동 지하상가를 지난다. 이어 제주의 대표 역사 유적인 관덕정과 목관아의 색다른 밤의 모습도 즐길 수 있다. 1일 3회 1시간 간격 운행하기 때문에 각 정차장의 관광지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오픈 톱 2층 시티투어버스가 운행되는 1시간 동안 버스 내 ‘야(夜)밤 DJ’가 투어 내내 코스 소개와 제주어 퀴즈 이벤트를 통한 선물 증정과 추억사진인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용요금은 1일 이용권은 일반 8000원, 소인 및 청소년(초·중·고등학생) 6000원이다. 1회 이용권은 성인·청소년·소인 5000원이다. 앞서 제주시티투어버스는 주간 코스도 있다. 도심과 해안으로 나뉜다. 이에 따라 기존 제주국제공항에서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1시간 간격으로 운영된다. 도심 코스는 제주공항에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간격으로 하루 6회 운행한다. 공항을 출발해 한라수목원-제주버스터미널-제주민속자연사박물관-사라봉-김만덕기념관-동문시장-관덕정-서문시장을 지나 다시 공항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1시간 30분이 소요된다. 해안 코스는 제주공항에서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3시 30분까지 1시간 30분 간격으로 하루 6회 운행한다. 공항에서 용담레포츠공원-어영공원-도두봉-이호목마등대-제주시민속오일시장-관덕정-동문시장-용연구름다리를 거쳐 공항으로 되돌아오는 코스다. 소요 시간은 1시간이다. 제주 야경 돞아보기...시티투어 야밤버스제주하면 한라산 백록담과 360여 개의 오름(기생화산), 해수욕장, 해안드라이브코스 등이 있다. 짧은 여행 기간에 다 돌아보기는 무리다. 이를 잘 버무려 놓은 것이 제주시티투어버스다. 이를 통해 제주의 다양한 여행지를 살펴볼 수 있다. 용해로를 달려 만나는 어영마을이다. 올레길 17코스에 속하는 용해로는 제주도 푸른 바다를 마음껏 감상할 수 있다. 해가 진 후 더욱 짙어진 바다 풍경이 멋지다. 붉게 물든 하늘과 검푸른 바다, 반짝이는 불을 밝힌 어선 등이 눈에 ‘팍’ 꽂힌다. 야밤버스는 이외에도 도두봉·산지천·동문시장·관덕정을 방문한다. 용연구름다리는 오색 불빛이 빛을 발한다. 바다와 맞닿은 용연계곡의 풍경은 밤에도 황홀하다. 기암절벽이 꼬리를 문 출렁다리인 용연구름다리는 야경이 멋지다. 용연구름다리에서 200m쯤 떨어진 곳에 있는 용두암은 용의 머리를 닮은 바위라는 뜻으로 화산 폭발로 분출한 용암이 굳어져 생겼다. 용연계곡에서 살던 용이 하늘로 올라가던 중 한라산 신령의 화살에 맞아 바다에 떨어졌다는 전설이 애처롭다. 나만의 코스 만들기 ▲탐라순방 코스=제주의 역사와 문화를 알아볼 수 있다. 이중 민속자연사박물관은 화산섬 제주의 문화와 자연을 가장 잘 알 수 있는 곳이다. 민속자연사박물관은 제주의 전통, 의식주, 생활 자료를 전시한 민속 전시실, 제주도의 형성과정, 지형, 동식물을 전시한 자연사 전시실, 해양 생물을 전시한 해양종합전시관으로 구분돼 있다. 민속자연사박물관 근처에는 탐라국 시조에 대한 제사가 이루어지는 사적지인 삼성혈이 있다. 4300여 년 전 제주도의 개벽시조인 고을나, 양을나, 부을나 삼신인이 이곳에서 태어나 탐라국을 세웠다고 전해진다. 또 인근에 국수문화거리가 있어서 고기국수는 물론이고 돔배고기, 아강발 등 제주 특유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 ▲오름 코스=제주도의 노을과 함께 오름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코스다. 이중 사라봉에서 보는 붉은 노을은 ‘사봉낙조’라고 불리며, 제주에서 경관이 특히 뛰어난 ‘영주(제주의 옛 명칭) 10경’ 중 하나다. 사라봉 진입로에 있는 산지등대는 100년의 역사를 지니고 있으며 해양수산부가 선정한 한국의 아름다운 등대 16경에도 포함돼 있다. ▲올레해변 코스=제주의 바다와 올레길을 즐길 수 있다. 이 코스에 있는 용연계곡은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용암지형에 하천이 침식작용을 해 만들어졌다. 계곡의 양쪽엔 수직의 주상절리가 대칭으로 있어 경관이 매우 수려하다. ▲포토타임코스=가족·연인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추억을 만들 수 있는 코스다. 이 코스의 어영해안도로는 노을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밤에는 어선의 불빛과 길가의 가로등이 함께 어우러져 멋진 장관을 만든다. 주변에 카페와 횟집이 많이 있으며 해안 산책길을 통해 바다를 보며 산책하기 좋다. 종종 해녀들이 물질하는 광경도 볼 수 있다. 도두봉은 제주도의 숨은 비경 31곳 중 하나다. 공항과 시내에서 가장 가까운 이호테우해수욕장은 백사장 경사가 완만하고 파도가 약해 어린이들이 놀기 좋다. 인근 동네 이름이 현사마을인데 이호테우해수욕장의 모래가 검은빛을 띠기 때문이다. 밤에는 쌍둥이 목마 등대의 불빛이 야경을 더 아름답게 비춰준다.

2023.08.19 09:00

4분 소요
“제주바다, 비행기 이착륙을 한눈에”…할리스, 제주에 2호점 오픈

유통

할리스가 제주도에 두 번째 직영점을 오픈했다. 제주 직영 1호점인 제주연북로점에 이은 2호점으로, 도두동 무지개 해안도로 인근에 ‘제주도두해안DT점’으로 문을 열었다. 이 매장은 제주 국제공항과 가깝고, 제주 용담에서 도두까지 이어지는 해안도로에 위치한 드라이브스루(Drive-Thru) 매장으로 접근성이 편리하다는 것이 특징이다. 매장은 통 유리창 인테리어로, 방문자가 커피를 마시며 제주바다와 한라산, 비행기 이착륙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꾸며졌다. 건물 규모는 지상 2층과 루프탑을 포함한 3개 층으로 구성됐다. 매장은 약 700㎡(212평형) 규모로 총 240석 좌석이 마련됐다. 매장 안에는 여행 인증샷을 남길 수 있는 포토존도 있다. 내부에는 제주시 도두동 지역 특색을 반영한 포토존이 꾸며졌고 해안도로로 이어지는 매장 외부에는 수공간을 조성해 바다와 연결되는 느낌을 연출했다. 또 루프탑은 제주공항을 오가는 비행기를 가까이서 볼 수 있어, 이용자가 비행기를 배경으로 사진을 촬영할 수 있게 꾸며졌다. 포토존 외에도 제주도두해안DT점 매장에서만 받을 수 있는 굿즈 제품도 준비된다. 할리스는 1만2000원 이상 구매한 소비자에게 한라봉 또는 한라산 캐릭터를 더한 스마트톡 1개를 증정하는 행사를 진행한다. 또 올해 KG그룹 할리스와 가족사가 된 쌍용자동차와 협업해 매장 외부 수공간에 신형 SUV 토레스를 둬, 이용자가 관람할 수 있도록 기획했다. 할리스 관계자는 “제주도두해안DT점은 여행의 낭만과 여유를 만끽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해 여행객, 제주도민 등 다양한 소비자가 즐길 수 있는 매장이 될 것”이라며 “할리스 제주도두해안DT점에 방문해 제주 바다, 아름다운 해안도로를 바라보며 특별한 시간을 보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edaily.co.kr

2022.10.28 15:55

2분 소요
“바다 뷰 감상하며 ‘피자·커피’를 함께”…제주 핫플된 ‘이 카페’

산업 일반

스페셜티 커피 전문브랜드 폴바셋이 제주도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드라이브 스루 매장으로 운영해 해안도로를 따라 드라이브를 하거나 주변 관광지를 방문하는 고객들이 방문하기 편하도록 만들어 여행객 수요를 잡겠다는 것이다. 폴바셋은 제주 국제공항 인근 용담 해안도로에 ‘제주 용담 DT(드라이브 스루)’점을 연다고 지난 7일 밝혔다. 이 매장은 제주공항과 인접해 있고, 대표 관광지 중 하나인 용두암과도 가까이 위치해 여행객들이 방문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해안도로 인근이라 바다 전망도 감상할 수 있다. 제주 용담 DT점은 최근 폴바셋이 선보인 피자 특화매장으로도 운영된다. 엠즈씨드에서 운영하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더 키친 일뽀르노’의 피자 메뉴를 함께 즐길 수 있다. 매장 내에 수제 화덕이 설치돼 있고 전문 셰프도 자리하고 있어 피자 외에도 샐러드와 스프, 파스타 등을 커피와 함께 즐길 수 있단 설명이다. 김용철 폴바셋 대표는 “재작년 제주도에 처음 진출한 제주 아라 DT점은 오픈 이후 지속적으로 높은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며 “제주 용담 DT점은 탁 트인 바다 전망을 배경으로 맛있는 커피와 피자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매장”이라고 덧붙였다. 김채영기자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4.08 17:05

1분 소요
‘미식의 섬’ 제주

산업 일반

제주의 미식문화가 급격하게 달라지고 있다. 갈치조림·돔베고기·고등어회·몸국 등 비슷비슷한 메뉴를 팔던 제주가 더 이상 아니다. 청담동 닮은 파인 다이닝도 맛볼 수 있다. 최근 2~3년 사이 제주에는 다양한 식재료를 활용해 좀 더 과감한 실험을 하는 고급 식당들이 등장했다. ‘스시효’ 출신 임덕현 셰프가 2014년 제주시 오라동에 문을 연 ‘스시호시카이’는 제주를 대표하는 스시집으로 자리 잡았다. 워낙 사람이 많이 몰리는 통에 금~일요일은 식사 시간을 1, 2부로 나눠 운영할 정도다. 제주가 고향인 임덕현 셰프는 “남들이 못 쓰는 재료를 쓸 때 쾌감을 느낀다. 신선한 고등어뱃살이나 옥돔을 스시로 만들 수 있는 건 국내에선 제주밖에 없다”고 말했다.2013년 제주시 한림읍에 문을 연 ‘모디카’는 제주를 대표하는 이탈리아 레스토랑이다. 이탈리아 요리학교 알마(ALMA)를 졸업한 이성우 오너셰프가 문어·달치 등 제주산 식재료로 만든 이탈리아 파인다이닝을 선보이고 있다. 이성우 셰프는 “제주도에 2~3일만 머물러도 음식이 단조롭게 느껴지는데, 괜찮은 이탈리아 레스토랑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시작했다"며 “몸통에 검정 동그란 무늬가 있는 달치는 제주에서 많이 나는 생선으로, 지중해에서 나는 잔도르와 비슷해 이탈리아 요리에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 관광객 늘며 유학파 셰프들 과감한 실험 2015년 해비치호텔 안에 문을 연 프렌치 파인다이닝 ‘밀리우’는 코스 가격이 8만9000원부터지만 금~일요일엔 예약 없이 자리를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성황이다. 처음 오픈할 당시 “과연 손님이 있을까”라는 우려 섞인 시선을 받았다는 게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될 정도로 인기다.이같은 파인다이닝 붐을 타고 서울 청담동에서나 볼 법한 고급 디저트 가게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르코르동블루 숙명아카데미 출신 박진선 셰프가 서귀포에 연 ‘더 심플’은 오후 3시면 빵을 살 수 없을 만큼 인기다. 제주도가 향토음식 일변도인 다른 숱한 지역과 차별화할 수 있던 이유는 사람이다. 2006년 저비용항공 취항으로 제주도를 찾는 관광객이 더 늘었다. 2010년 이후엔 아예 제주로 터전을 옮기는 이주민도 늘었다. 2009년 56만 명이던 제주 인구는 2010년 이주 바람이 불기 시작하면서 2016년 현재 66만 명을 넘어섰다. 제주를 찾는 외부인이 늘면서 자연스레 새로운 요리에 대한 수요로 이어졌다. 이재천 해비치호텔 총주방장은 “제주를 제 집 드나들듯 자주 찾는 사람이 늘면서 향토음식을 넘어선 새로운 음식을 원하는 욕구가 커졌다”며 “셰프들도 이를 만족시키고자 노력하면서 미식 수준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이같은 파인 다이닝 흐름에는 제주만의 다양한 식재료가 한몫했다. 제주도는 바다와 산에서 나는 신선한 식재료를 활용해 고급 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고 있다. 싱싱한 해산물뿐 아니라 말·흑우·흑돼지 같은 육류도 풍부하다. 따뜻한 기후 덕에 신선한 채소도 사시사철 즐길 수 있다. 특히 메밀·고사리·표고버섯은 전국에서 제주산을 최고로 칠 만큼 품질이 뛰어나다. ━ “흥미로운 식재료 많아” 외국인 셰프도 매료 찾는 사람, 만드는 사람이 함께 만나면 수준 높은 미식세계가 만들어지는 법이다. 파인 다이닝 저변이 탄탄하게 자리 잡으면서 과거의 제주에서는 좀처럼 만나기 힘든 초특급 이벤트도 가능해졌다. 지난 5월20일, 서귀포시 해비치호텔 그랜드 볼룸에서는 서울에서도 보기 드문 화려한 갈라디너가 성황리에 열렸다. 일본에서 2015년 36세의 최연소로 미쉐린(미슐랭) 3스타를 받은 ‘코하쿠’의 고이즈미 고지 셰프와 2013년 중식 셰프로는 가장 어린 나이인 38세에 미쉐린 3스타를 받은 아우 앨버트 홍콩 라이선F&B 총주방장, 서울 ‘두레유’의 유현수 오너셰프, 가로수길 디저트 카페 ‘소나’의 성현아 오너셰프, 그리고 이 호텔 이재천 총주방장이 갈라디너를 준비했다. 1인당 25만원이라는 가격에도 불구하고 350석이 매진될 정도로 성황을 이루었다.외국 셰프들도 제주도의 식재료에 매료돼 감탄을 금치 못했다. 폴란드의 모던 퀴진 대표주자로 꼽히는 알렉산더 바론(34)은 “제주도엔 그 어떤 나라에서도 보기 힘들 만큼 신선한 해산물이 다양할뿐더러 말린 생선 등 재료 다루는 방법도 인상적이다”고 말했다. 바론은 폴란드 고유의 식재료에 김치 발효를 접목시켜 자신의 레스토랑에서 ‘김치’라는 메뉴를 내놓을 정도로 한국을 사랑하는 셰프다. 그의 김치는 고춧가루 듬뿍 넣은 한국식 빨간 김치는 아니지만 고추냉이나 겨자씨 등으로 맵고 알싸한 맛을 내 인기다. 바르샤바에서 ‘쏠레츠44’를 운영하는 바론셰프는 2014년 프랑스의 레스토랑 가이드 고에미요(Gault-Millau) 폴란드 편에서 올해의 젊은 셰프로 선정될 정도로 폴란드 셰프의 대표주자다. 미식의 섬 제주를 찾는 외국 셰프들의 발길이 늘 수 밖에 없다.- 송정 기자 song.jeong@joongang.co.kr

2017.07.28 10:52

3분 소요
BUSINESS - ‘동양의 하와이’에 수도권 기업 몰린다

산업 일반

삶의 질에 대한 관심과 세제혜택 등의 이점으로 제주도에 둥지를 트는 기업이 늘고 있다. 탈북 소설가 이호철이 『서울은 만원이다』라는 제목의 소설을 출간한 1967년 서울의 인구는 350만 명이었다. 정확히 지금의 부산 인구 수준이다. 현재 서울에는 당시의 3배가 살고 있다. 인구만 늘어난 것이 아니라 교육기관과 주요기업 본사는 물론 문화시설과 신규 아파트 분양 물량까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국가 전체로 보면 서울은 한마디로 고도비만 환자다. 소득을 전부 저축해도 내 집 마련에 12년 넘게 걸린다는 집값(지난해 서울 아파트 값 평균 5억9919에 월 평균 소득 412만3524만원)도 모자라 교통체증에 하루 2~3 시간의 출퇴근 고통을 감수하면서 서울에 살아가는 가장 큰 이유는 다름 아닌 일자리다.산업연구원이 5월 발표한 ‘지역산업 고용구조 변화와 일자리 창출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2005~2011년 7년간 신규 취업자의 77.1%는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에서 일자리를 잡았다. 고임금인 대기업 일자리 창출도 수도권 중심이었다. 같은 기간 전국 300인 이상 대기업에 새로 취업한 76만명 중 74%가 수도권 몫이었다.이런 상황에서 그동안 국내 기업을 상대로 꾸준히 투자 유치활동을 벌여온 제주특별자치도에 수도권 기업이 잇달아 본사와 연구센터 등 새로운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있다.2004년부터 추진된 본사 제주도 이전 절차를 8년만인 지난해 마무리한 제주 본사이전 1호 기업 다음커뮤니케이션은 내년 완공 목표로 두 번째 사옥 ‘스페이스닷투(Space.2)’를 짓고 있다. 제주첨단과학기술단지에 있는 본 건물 ‘스페이스닷원(Space.1)’ 옆 1만4107㎡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건물로 짓는다.전체면적 8592㎡ 규모로 회의실을 포함한 사무공간, 60여 명을 수용할 수 있는 게스트하우스·수면실·샤워실·식당·카페 등 편의시설이 마련된다. 이와 함께 인접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2층, 연면적 1446㎡ 규모의 직원 자녀 보육시설도 함께 건설 중이다.영평동 다음 본사 방문을 위해 7월 중순 제주도를 찾았다. 무더웠지만 화창한 날씨 속에 제주국제대학에서 제주항 방면으로 차를 몰고 가니 해안으로 이어지는 언덕길 아래 맑게 갠 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가 맞닿은 풍경이 이국적이다. 잠시 후 ‘Daum’ 로고가 새겨진 노트북으로 인터넷 검색중인 돌하루방이 눈에 들어왔다. 다음의 본사 스페이스닷원이다.남해바다를 굽어보며 뒤쪽으로 한라산을 등진 전형적인 배산임수 입지다. 제주도라는 선입견 때문인지, 정보기술(IT) 업계의 트레드마크인 자유분방한 복장 때문인지 몰라도 출장 온 협력업체 직원과 회의를 진행하는 모습조차 여유 있어 보였다. 점심을 마친 직원들은 삼삼오오 짝을 이뤄 포켓볼을 치거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벤치에 앉아 우크렐레(하와이 원주민의 기타와 슷한 4현 악기)를 연주하는 직원도 있었다. 제주 근무 만족도 90% 넘어제주 출신으로 서울에서 직장을 다니다가 2004년 시작된 제주 이전 프로젝트 시작과 동시에 다음에 합류한 한동헌 차장은 “서울에 비하면 업무와 가정생활에 한결 여유가 있다”며 만족해 했다.“초기에는 업무효율성에 대한 걱정이 많았는데 화상회의가 적극 도입되고 회사에서 출장을 적극 권장하면서 큰 문제가 되진 않는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 있으면 좋은 것 중 하나가 협상을 하러 오는 상대방이 서울에서 만날 때 보다 (휴양지이다 보니) 아무래도 좀 긴장의 끈이 풀려서 온다는 거죠.”다음은 2004년 16명의 선발대가 애월읍의 한 펜션에 사무실을 얻으면서 ‘즐거운 실험’이란 제목의 제주도 이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디어본부를 시작으로 2006년에는 제주시 오등동에 글로벌미디어센터(GMC)를 열었다. 초기 직원들의 가장 큰 불만은 문화생활과 인적교류의 어려움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국제관광지로서 제주도의 위상이 비약적으로 높아지면서 각종 편의시설과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져 상당부분 불편이 해소된 것으로 보인다.2004년 선발대의 일원이었던 한 차장은 “당시에는 저비용 항공도 없어 서울에 다녀오기도 쉽지 않았고 주변에 교류할만한 다른 회사도 없었는데 이제는 모두가 오고 싶어 하는 ‘핫플레이스’가 됐다”고 말했다.지난해 이 회사의 제주근무 직원 462명을 상대로 한 조사에 따르면 제주 근무에 만족하는 직원 비율은 90.3%로 2011년 79.6%보다 늘었다. 만족 원인으로는 자연환경이 29%로 가장 높았고 업무환경(26.9%)과 주거환경(15.1%) 뒤를 이었다. 반면 불만족스럽다고 대답한 직원은 2011년 11.3%에서 지난해 2.9%로 대폭 감소했다. 제주 근무에 대한 달라진 인식은 서울 근무 직원을 대상으로 한 문조사 결과에서도 알 수 있다. 제주 이전 근무 의향을 묻는 질문에 52.4%(2011년 47.2%)가 ‘근무하고 싶다’고 답했다.높아진 만족도는 업무 성과로 이어졌다. 서울에 비해 확연히 축소된 출퇴근 시간과 확대된 복지 지원책, 쾌적한 근무공간을 기반으로 블로거뉴스(현재 View), 아고라, TV팟과 검색엔진 등 최근 몇 년간 다음의 주목할만한 성과들이 제주에서 탄생했다. 매출도 2004년 1834억원에서 4534억원으로 늘었다.제주도로 이전하는 기업은 각종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제주도 조례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연간 수출액이 100만 달러 이상인 기업이 본사나 공장을 제주도로 이전할 경우 부동산·기계장비 취득세와 재산세 등이 면제된다. 이에 따라 다음커뮤니케이션 역 사옥을 제주도로 이전해 세금을 23% 감면받았다.지자체가 기업 유치에 목을 매는 이유 중 하나는 현지 고용 확대다. 다음 본사의 제주 출신 직원 비율은 10%에 머물고 있지만 2007년 제주도에 설립된 자회사 다음서비스가 당시 397명의 직원 중 378명을 제주출신으로 채우는 등 현지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최세훈 다음커뮤니케이션 대표는 지난해 본사 이전 결정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렇게 밝혔다. “제주 이전 은 프로젝트 초기의 설레는 도전을 넘어 지속가능한 구성원, 지속가능한 회사, 지속가능한 사회를 만들기 위한 ‘설레는 정착’의 시작입니다. 지역 경제와 사회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물론, 글로벌 허브인 제주국제자유도시에서 세계으로 뻗어나가는 기업을 만들어 갈 것입니다.”다음 외에도 ‘메이플스토리’와 ‘카트라이더’ 등 온라인게임으로 유명한 넥슨의 지주회사 NXC는 2월 제주시 노형동 한라수목원 부근에 새 사옥을 완공했다. 5945㎡ 규모의 지상 4층, 지하 1층 건물로 오름·바다·바람 등 제주의 상징을 형상화한 것이 특징이다. 텃밭과 게임룸·북카페 등을 갖춘 이 건물에는 NXC 직원 50여 명, 2011년 이전한 계열사 넥슨네트웍스 직원 250여 명이 근무한다.2009년 본사를 제주로 이전한 NXC는 이후 채용 인력의 80%를 제주 출신으로 뽑았다. 용담해안도로 근처에서 운영하는 문화카페 ‘닐모리동동’을 운영해 얻은 수익금을 지역 문화다양성 지원 기금으로 내놓는 등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다. 최근에는 150억원을 들여 본사 옆에 컴퓨터박물관을 개관했다.이와 함께 서울과 수도권에 본사를 둔 제조업체들의 연구소 이전도 줄을 잇는다. 서울에서 이전한 소형가전 전문기업 모뉴엘은 431억원을 들여 첨단과학기술단지에 2만2534㎡ 규모의 사옥과 연구소 신축을 시작해 올해 말 완공된다. 또 다른 가전 수출기업 온코퍼레이션도 오는 10월 첨단과학기술단지에 연구소(7228㎡)를 연다.2004년 설립한 온코퍼레이션은 중국 선전 공장에서 연간 120만대의 액정디스플레이(LCD)·발광다이오드(LED)·평판플라스마디스플레이(PDP) 등 평판 TV를 생산해 월마트·베스트 바이·K마트·아마존 등 미국 현지 판매망을 통해 TV를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올해 6월 말까지 1년간 수출액은 3690억원이다.이종원 온코퍼레이션 대표는 관련 기자회견에서 “자연환경뿐만 아니라 기업 활동 여건이 좋아 제주도로 이전하게 됐다”며 “지 대학과 협력해 전문 인력을 키워 고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건강식품 제조업체 제이크레이션과 화장품 제조업체 유씨엘도 올해 본사 및 공장 등을 제주도에 지을 예정이다.제주도는 이들 기업의 투자금액은 총 1537억이며, 관련 사옥과 연구소가 완공되면 일자리 730개가 생길 것으로 내다봤다. 사옥 공사에 지역 건설업체가 참여함으로써 발생하는 지역경제 파급효과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2013.09.16 16:08

5분 소요
Golf - 벙커 빠져 ‘멘붕’ 빠지다

산업 일반

아일랜드형 웨이스트 벙커, 그린 안 벙커, 항아리 벙커 각양각색 인천 영종도의 스카이72 골프장 오션 코스파3 17번 홀은 1m 가량 솟은 그린 에어리어를 제외하고는 페어웨이 전부가 벙커다. 따라서 이 홀에서는 마치 물로 가득 찬 아일랜드 그린을 공략하듯 샷을 해야한다. 하지만 이 홀은 그냥 벙커가 아니라 ‘웨이스트(Waste) 벙커’로 처리한다. 모래 지면에 클럽이 닿아도 벌타를 받지 않고 샷을 하고 난 뒤에도 고무래로 벙커정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 이른바 맨땅과 같은 벙커다. 페어웨이가 온통 벙커인 홀은 제주도에 하나 더 있다. 제피로스 골프장 마운틴 6번 홀(파3, 171m) 역시 하나의 큰 벙커가 그린을 온통 둘러싸고 있어 아일랜드 홀 같은 느낌을 준다.그린 잘 올렸는데 벙커라니…퍼팅을 해야 할 그린 안에 벙커가 떡 하니 자리 잡은 홀도 있다. 강원도 고성의 파인리즈리조트 리즈 코스 2번 홀(파4, 343m)에는 그린 안에 동그란 벙커가 떡 버티고 있다. 이른바 ‘도너츠 그린’이다. 그래서 가끔 희한한 일이 벌어진다.온그린이 됐는데 핀이 벙커 맞은 편에 꽂혀 있으면 볼을 바로 퍼팅할 수 없고 벙커를 돌아가는 퍼팅을 해야 한다. 그린에 볼이 올라갔어도 굴러서 벙커 안으로 빠지면 퍼터를 들고 가다 샌드웨지로 바꿔잡아야 한다.그린에서 다양한 퍼팅 노하우와 전략이 필요할 정도로 도너츠 홀이 재미있기 때문에 경기 여주의 해슬리나 인브릿지는 14번 홀(파3, 131야드)과 16번 홀(파5, 492야드)에 도너츠 벙커를 만들었다. 제주도 더클래식 골프장도 마지막 18번 홀 그린에 동그란 벙커를 만들어 마지막 홀에서 다양한 변수가 연출되도록 했다. 벙커 모래 색깔이 특이해 주목 받는 골프장도 있다.강원 삼척의 퍼블릭 골프장인 블랙밸리 12번 홀에는 총 5개의 벙커가 있다. 이 중 하나는 흰 벙커지만 주변 4개는 블랙 벙커다. 모든 볼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의 어감이 있는 블랙벙커는 이곳이 예전 탄광 지역이었다는 의미에서 검은색 사암으로 조성했다. 강원 정선의 하이원 17번 홀(파3, 141m) 역시 그린 주변에 검은 모래를 깔았다.검은 모래 때문에 곤욕을 치른 골프장도 있다. 여주의 렉스필드는 코스를 조성하면서 레이크 7번 홀을 경북 안동의 사암에서 추출한 검은 모래로 포설한 뒤 ‘블랙홀’이라고 홍보했다. 그린 주변으로 검은색 모래가 테를 둘러 렉스필드의 명물로 불렸다. 하지만 지난해 모래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보도가 나온 후 이곳을 흰색 모래로 바꾸었다. 벙커 자체가 특이한 모양의 홀도 있다. 강원 강릉의 파인밸리는 오리온 브랜드를 가진 동양레저 소속이다.파5 2번 홀의 경사면에는 오리온 기업이미지(CI)인 지구와 7개의 별을 본 뜬 벙커가 있다. 그런가 하면 경기 하남의 제일CC 동 코스 9번 홀에는 길이 30m의 왼손바닥 모양 벙커가 있다. 벙커 설계 당시 플레이어의 재미를 위해 코스 관리부에서 조성했다. 전북 익산의 베어리버리조트 베어 4번 홀도 특이하다. 155m 전장의 파3 홀인데 벙커가 태극의 건곤감리 4괘를 본 딴 모양이다. 이 홀의 별칭은 ‘태극기홀’이다.파인리즈의 레이크 코스 9번 홀은 전장 630m나 되는 파5 홀이 피날레를 장식한다. 그런데 긴 홀보다 더 유명한 게 워터해저드를 따라 흐르는 비치 벙커다. 길이가 무려 1100m에 달한다. 8번 홀 페어웨이에서 시작돼 9번 홀 그린까지 이어진 국내에서 가장 긴 벙커다.벙커 수가 가장 많은 홀은 23개의 벙커를 가진 레이크힐스용인 루비 코스 8번 홀(파5, 595야드)이다. 오르막을 타고 왼쪽으로 휘어진 이 홀의 벙커에 빠지지 않으려면 페어웨이만을 지켜야 하지만 그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코스 중 가장 많은 벙커를 가진 곳은 강원 홍천의 휘슬링락이다. 미국 위스콘신의 벙커 수 967개를 가진 휘슬링스트레이츠를 본 뜬 홀 경사면에도 다양한 벙커를 설치했다. 이 벙커들은 실제 경기와는 크게 상관이 없으나 전체 경관을 아름답게 만드는 요소라서 ‘아트 (Art) 벙커’라고도 불린다.가급적 피해야 할 벙커도 많다. 벙커가 모두 위협적으로 존재하는 골프장이 강원 춘천의 제이드팰리스다. 그렉 노먼이 설계한 이 코스의 벙커 숫자는 71개에 불과하다. 그러나 하나하나 그 규모가 크고 벙커턱이 높다. 특히 그린을 향한 방향으로 직벽 벙커가 조성돼 있는 경우가 적잖다. 직벽을 유지하기 위해 턱에 검은색 고무를 덧댔다.충북 충주의 센테리움 역시 가혹한 벙커가 전 홀에 걸쳐 있다. 웨일즈·잉글랜드·스코틀랜드로 코스 이름을 붙인 데서 짐작할 수 있듯 그린 옆 벙커들이 모두, 영국 링크스에서 볼 수 있는 잔디 단으로 층층이 직벽을 쌓은 ‘소드월(Sod Wall) 벙커’다. ‘폿(Pot)’ 혹은 ‘항아리벙커’라고도 불리는 이 직벽의 벙커가 그린 입구를 가로막고 있어 ‘너무 가혹하다’는 평을 듣는다.너비 8m, 높이 5m 벙커도두 골프장은 ‘모름지기 벙커란 샷을 잘못해서 들어간 것이니 한두 타는 당연히 먹고 나와야 한다’는 철학을 고수하는 곳이다. 코스 전체에 이런 벙커가 특징을 이루지만 어떤 골프장은 특정 홀이 악명 높기도 하다. 여주의 솔모로 체리 코스 3번 홀의 그린사이드 폿 벙커는 높이가 3m에 달한다.또한 체리 코스 8번 홀은 마치 그린이라는 중세 시대의 고성(古城)을 해자(垓字)가 둘러싸서 외적의 침입을 막는 구조다. 땅콩 모양의 가로로 된 그린 테두리를 직벽의 벙커가 둘러싸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이 홀의 별칭이 유명 영화에 등장하는 ‘나바론 요새’다.국내에서 가장 난이도가 높다고 평가 받는 벙커는 마이다스밸리의 마이다스 8번 홀(파4, 353야드)에 있다. 거리가 짧은 파4 홀이어서 다들 직선거리로 그린을 공략하려다가 벙커에 빠져서 이른바 ‘멘붕’에 빠지는 홀이다. 그린 앞에 있는 벙커는 너비 8m인데, 높이가 무려 5m에 이른다.또한 벙커 모양이 하트 모양을 닮아 홀의 별칭이 ‘큐피드’라고 붙어 있다. 이 홀엔 여러 무용담이 전설처럼 전해진다. 볼 좀 친다는 고수들이 이 홀 벙커에 겁도 없이 일부러 빠졌다가 결국엔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서 뒤로 돌아 치고 나왔다는 일화가 수도 없다. 하지만 이 벙커에서 로브샷으로 탈출했다면 그건 홀인원에 준하는 영웅담으로 간주할 만하다.

2013.05.22 14:55

5분 소요
[Travel] 충북 제천 산야초마을 - 청풍호반서 벚꽃에 취하다

산업 일반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올 봄만큼 이 표현이 딱 들어맞는 때도 없는 것 같다. 4월인데도 꽃샘 추위와 찬바람이 상춘객의 발목을 붙들고 있어서다. 이상기온으로 남도에서는 꽃 없는 봄꽃 축제가 이어지고, 각 지자체의 가슴앓이는 날로 깊어지고 있다. 전남 순천·광양·해남 등에서 매년 열리는 매화 봄꽃축제는 소리 소문도 없이 지나가 버릴 것 같다. 그래서 꽃을 바라는 마음이 더 간절해 지는지 모르겠다.이제 봄꽃의 대명사 벚꽃이 온다. 예년보다 다소 늦은 4월 중순 이후에 필 예정이다. 충북 제천시 청풍호반은 전국에서 손꼽히는 벚꽃 군락지 중 하나다. 예정보다 열흘 가량 늦은 4월 20일부터 벚꽃을 테마로 한 축제가 열린다. 청풍호반 벚꽃은 봄날에 피어 오르는 아지랑이만큼 연하다. 터널을 이루는 꽃길, 그리고 꽃이 지고 나면 두드러지는 연둣빛 새순으로 호반은 수줍게 피어난다.자드락길 개통 기념 가족등산축제 열려때마침 3월부터 청풍호반에 걷기길이 개통됐다. 일명 자드락길이다. 자드락은 ‘야트막한 언덕이나 야산’을 뜻하는 순우리말이다. 총 연장 59㎞로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없이 걸을 수 있는 편안한 길이다. 작은동산길·정방사길·얼음골생태길·녹색마을길·옥순봉길·괴곡성벽길·약초길 7개의 코스가 있다. 청풍면 교리 ‘만남의광장’이 자드락길의 시발점이다.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은 능강교에서 출발해 정방사까지 간 뒤, 다시 원점으로 되돌아오는 2코스가 좋다. 티셔츠가 살짝 젖을 정도로 걷고 나면 정방사에 닿는다. 가람 앞마당에 서면 청풍호를 비롯해 비봉산·금수산·월악산 등 백두대간 능선이 한눈에 들어온다. 4코스 녹색마을길은 하천리 산야초마을을 지나 상천 산수유마을과 용담폭포를 돌아볼 수 있는 느긋한 코스다. 곳곳에서 벚꽃과 산수유가 상춘객을 맞는 봄길이다.7코스인 약초길은 호반 주변에 자리한 산마을을 둘러보는 구간이다. 충주댐 건설로 수몰된 실향민이 살고 있는 지곡리 고수골에서 출발해 도전·서곡·율지리를 거쳐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다. 4월 22일에는 자드락길 개통을 기념해 가족등산축제가 열린다. 트레킹을 좋아하는 사람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행사 당일 현장 접수(문의 043-641-4871·제천산악연맹)도 가능하다.산야초마을은 제천의 허파라고 불린다.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고 마을 앞으로는 청풍호가 흐르는 천혜의 환경을 뽐낸다. 산야초마을이라는 이름답게 매년 봄부터 가을까지 약초를 테마로 한 체험 프로그램이 열린다. 아직 산천초목이 잿빛이라 ‘약초꾼체험’은 좀 더 기다려야 하지만 가족 단위로 참여할 수 있는 약초떡·약초주머니·약초베개만들기 등이 진행된다.직접 농사지은 특산품으로 만드는 약초장아찌담그기 체험행사도 열린다. 체험에 참가하려면 미리 예약하는 게 좋다. 마을에서 민박을 하게 되면 시골에서 맞는 여유 있는 하룻밤과 함께 산야초 밥상이 기다리고 있다. 특히 어느 민가를 가도 늘 ‘산야초백반’을 맛볼 수 있다. 산야초·나물 뿐만 아니라 양념과 기름 등 거의 모든 메뉴가 마을에서 생산된 것으로 채워진다. 환절기에 잃어버린 입맛을 이 마을에서 찾아갈 수 있다. 자드락길과 함께 건강과 문화프로그램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에코힐링코스’ 길도 생겼다.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촬영지로 알려진 리솜포레스트는 최근 리조트 내 산책로와 박달재휴양림으로 이어지는 오솔길을 연결해 1.4㎞의 걷기길을 열었다. 박달재휴양림은 수령 100년 이상의 노송이 빽빽하게 자리를 잡은 한적한 삼림욕장으로 유명하다. 또 봄이 되면 이름 모를 야생화가 오솔길에 얼굴을 내민다. 에코힐링 프로그램은 숲 해설사와 함께 하는 삼림욕을 포함해 야외 명상·나무체험·티타임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포함돼 있다. 매일 2회씩 진행된다. 토요일 오후에는 야외공연장에서 진행되는 힐링콘서트가 열린다.제천에는 ‘약채락’이라는 음식 브랜드가 있다. 제천시가 만든 공동브랜드로 식재료와 조리법·그릇 등을 표준화했다. 약채락 브랜드를 내건 일부 음식점에서 산야초를 테마로 한 비빔밥과 한정식 메뉴를 낸다. 비빔밥은 오이·무생채·당근·숙주·표고·애호박·다시마부각·달걀지단·잣 등 비빔밥 재료에 오가피잎·뽕잎·황기잎 등 약초를 가미했다. 양념을 적게 넣어 산야초 특유의 향을 살린 게 특징이다. 취향에 따라 약초와 나물만으로 비빔밥을 만들어 먹을 수 있다. 제천시내 태정(장락동 043-645-6965)·현대갈비(청전동 043-652-3566·노다지맛찜(화산동 043-648-8865)·제주숯불갈비 (명동 043-647-4456)·원뜰(금성면 구룡리 043-648-6788) 5곳에서 맛볼 수 있다.입맛 살려주는 산야초백반약채락 한정식은 약정식을 비롯한 채정식·락정식·특정식 등 4가지 메뉴가 있다. 이 중 약정식 메뉴는 한방약선차·약선샐러드·뽕나물전병·약초장아찌·산야초 지짐·약초나물묵회 등 약초 특선 음식이 10여 가지나 된다. 비원(천남동 043-644-2577)·성현(모산동 043-645-3319)에서 맛볼 수 있다. 1인분 1만5000원(1인 기준)∼3만원이다. 리솜포레스트 내 레스토랑 해밀(043-649-8000)도 곤드레나물밥을 비롯한 유기농 식단으로 유명하다. 밥을 지을 때 콩·표고버섯 등을 한꺼번에 넣어 푸르스름한 빛깔이 도는 곤드레나물밥이 인기다. 산야초 등을 구입하려면 제천약초영농조합(043-646-2320)에 문의하면 된다.

2012.04.17 17:04

4분 소요
北과‘비타민C 외교’흔들

산업 일반

▶2005년 8월 북한 화물선 두 척이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제주해협을 통과하고 있다. 핵실험 여파로 일부 국회이ㅡ원은 북한 어선의 제주해협 통과 '불과'를 주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9일 제주국제공항 대합실에 설치된 대형 TV 앞. 북한이 이날 오전 핵실험을 강행했다는 긴급 속보를 접한 제주시민들과 관광객들은 큰 동요는 없었으나 근심스러운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강창근(55·제주시 용담동)씨는 “게메 마씀(글쎄 말입니다). 어떵 될초록 몰랑 앞이 왁왁허우다(어떻게 될지 모르니 앞이 캄캄하다)”며 장탄식을 했다. TV 앞에 모여든 제주시민들은 “북한이 무사 두렁청하게 쩡햄서(왜 정신 차리지 못하고 저렇게 하느냐)” “북한은 아멩 고라도 몰라 마씀(북한은 아무리 잘 말해도 모른 척한다)”며 우려했다. 관광객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인천에서 관광 온 김행주(57)씨는 “상당히 당황스럽다”며 “북한의 핵실험은 엄포로만 생각했는데 정말 강행할 줄은 몰랐다”며 정부의 현명한 대책을 주문하기도 했다. 시민들 반응은 대체로 차분 막상 충격적인 소식이 전해졌지만 제주시민들의 반응은 차분했다. ‘위기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할인매장이 이를 대변한다. 제주시 탑동에 있는 이마트 등 대형 할인매장에서는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날 전군에 경계태세 강화 명령이 내려졌지만 제주는 육군부대가 없어 북의 핵실험으로 제주 사회가 바짝 긴장되거나 들썩이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제주는 해안경계를 전투경찰이 맡고 있다). 시민단체들도 비난성명을 내는 정도였다. 상대적으로 담담하다고나 할까. 제주도 재향군인회·자유총연맹 제주도지회 등은 성명을 통해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명백한 도발 행위”라며 “대한민국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선전포고에 버금가는 안보 위기상황임을 자각해야 한다. 북한에 대한 일체의 지원을 즉각 중단하고 엄정 대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동요한 곳은 주식시장이었다. 제주에 있는 증권지점 객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에 망연자실한 표정이었다. 제주의 주식투자 인구는 현재 2만3000여 명. 전체 인구(56만 명)로 본다면 적지 않은 시민들이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사태와 관련해 강근형 제주대 교수는 “국제사회의 강한 경고에도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것은 그동안 추진해온 북한의 핵 개발이 협상용이 아니라 궁극적으로 핵 보유라는 사실을 여실히 드러낸 셈”이라고 지적했다. 권영민 제주평화연구원 부원장(외교부 본부대사)은 “북한은 이번 일로 국제사회, 특히 유엔안보리 이사국들과 자존심 대결로 치달으면서 막판까지 가는 것 같다”며 “제주도가 추진해왔던 감귤 보내기도 일단 중단되거나 보류될 것이며, 전 세계가 지원 중단 또는 경제 봉쇄 등 제재를 가할 경우 더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 핵실험으로 금강산 관광 단체여행객들의 취소가 잇따르는 가운데 제주 관광업계에도 적지 않은 타격이 전해지고 있다. 제주도관광협회와 관련 업계에서는 북한의 핵실험 발표 소식이 전해지자 제주 관광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고심하며 사태 변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북핵 사태 등 국제적 문제가 관광시장에 파급효과가 나타나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리기 때문에 현재까지는 평상시와 다를 바 없다”며 “미국의 반응과 북한의 대응 등을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관광업계는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일본인 관광객 등 외국인 관광객의 유치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있다. 일본 현지에서는 안전문제에 민감한 제주 수학여행에 대한 취소 문의가 나타나고 있으며 일본의 각 지역 관광협회 등도 사태가 원만히 해결될 때까지 여행 자제를 당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오는 17일 서귀포시 중문골프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국관광공사 후쿠오카 지사 창립기념 골프대회에 참가하기로 했던 일본 관광 인사들과 공무원들의 참석 취소를 요청했다. 일본 현지 언론도 북한 핵실험과 관련된 내용을 수시로 보도하는 등 미디어를 통한 공포감 조성도 제주행 취소에 한몫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년간 북선박 114척 통과 제주는 감귤 지원으로 북한과 특별한 인연을 맺고 있다. 이를 두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은 제주도가 ‘비타민C 외교’로 남북한 관계 발전에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신문은 제주 농민들이 정부의 대북 쌀 지원 사업에 착안해 감귤을 북한에 보내면서 병원과 유치원에서 유용하게 쓰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1998년부터 시작된 감귤 보내기 운동은 지난해까지 8년째 이어지면서 민간 교류의 물꼬를 트는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 강행에 따라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감이 감돌면서 제주발 남북교류 사업도 파장이 우려되고 있다. 인도적 차원에서 이뤄진 감귤 보내기 사업은 영역이 확대되면서 지원 품목에 제주산 당근도 끼게 됐으며 지난 8년간 감귤 3만6228t, 당근 1만3000t 등 모두 4만9228t이 북한에 보내졌다. 이에 보답해 북한은 2002년 이후 세 차례에 걸쳐 제주도민 대표단 766명을 초청하는 등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처음으로 인적 교류까지 성사시키는 성과를 올렸다. 그러나 북한의 미사일 발사로 한반도 주변 정세가 악화된 가운데 이번에는 핵실험 강행까지 이뤄지면서 초긴장 국면이 조성돼 제주발 남북 교류 사업에도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이번 사태로 정치권 일각에선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평화의 바닷길’ 봉쇄 여부에 대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북한의 핵실험으로 대북 제재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상황에서 북한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를 봉쇄하는 것은 실질적 제재방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한나라당 송영선 의원은 국방부와 합참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하며 제주해협을 봉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8월 10일 제5차 남북 해운협력 실무접촉 합의에 따라 북한의 민간 선박의 제주해협 통과가 허용되면서 지난 1년 동안 제주해협을 통과한 북한 상선은 114척이었다. 이 중 핵실험 장소로 추정되는 함북 김책시 상평리 인근의 김책항을 드나든 선박은 24척이었다. 핵실험 한 길주가 고향인 김기환씨 “평생 그리던 온수평 온천이었는데…” “어머니와 동생들은 탈없이 잘 지내고 있는지…. 내 고향에서 핵실험을 했다는 소식에 가족들이 더욱 생각납니다.” 함경북도 길주군에서 핵실험이 강행됐다는 소식을 접한 실향민 김기환(87·제주시 한경면)씨는 “오래 살다 보니 이런 일도 보게 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길주군에서 태어난 김씨는 젊은 시절 일본에서 학업을 마친 뒤 고향에 머물다가 한국전쟁이 발발하기 직전 남쪽으로 피란했다. 제2의 고향인 제주에서 교편을 잡고 60년간 살아온 김씨는 이번 핵실험에 대해 “우리나라를 구해야 한다는 마음을 갖고 뭉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를 전공한 김씨는 “북의 핵실험으로 그동안 재무장을 꾸준히 외쳐왔던 일본에 핵무장을 부추기는 단초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김씨는 이어 “고향 길주에 어머님이 생존해 있는지 아닌지 모르겠다”며 “한국전쟁에서 국군으로 참전한 사실 때문인지 몰라도 지금까지 북에 있는 가족들과 상봉은 물론 생사조차 모르고 늙어가고 있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김씨는 특히 “핵실험이 길주에서 가능한 것은 마천령산맥과 함경산맥이 가로지르면서 탄광과 온천이 발달돼 깊은 굴들이 산재해 있기 때문”이라며 “일제시대부터 대규모 제철소가 들어서는 등 공업이 발전했다”고 설명했다. “고향 길주군에 있는 온수평 온천에 다시 가보고 싶었어요. 온천물에 계란을 넣으면 5분 안에 삶아질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뜨거운 온천이었는데…. 그렇게 아름다운 곳에서 핵실험을 했다니 믿어지지 않아요.”

2006.10.16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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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유의 친화력을 가진 증권계의 마당발 오호수 증권업협회장

산업 일반

오호수 증권업협회장 2000년 가을 강남의 한 음식점. 그해 8월 재경부 장관직에서 물러난 이헌재씨를 위로하기 위해 그의 친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오호수 증권협회 회장(당시 LG투자증권 사장)·신명호 아시아개발은행(ADB) 부총재·박종렬 광주지검장·이수길 전 한빛은행 부행장 등이 주요 멤버였다. 그들은 대학 1학년 때부터 늘 같이 붙어다니던 그야말로 ‘불알친구’다. 술이 거나하게 돌자 이 전 장관은 “한마디 하겠다”며 좌중을 조용히 시켰다. 그리고는 앞자리에 앉아 있던 오호수 회장을 가리켰다. “내가 다른 건 몰라도 참 호수에게 너무나 고마워. 나하고 가장 절친한 걸 알고 외부로부터 엄청나게 청탁이 많이 들어왔을 텐데 말이야. 근데 내가 금감원장·재경부 장관 할 때 나한테 단 한마디 안 하더군…. 참, 호수야말로 진짜 친구야.” 실제 오회장은 이 전 장관과 관련된 음해를 많이 받았다. 워낙 친하다 보니 현대와 LG가 반도체 빅딜을 놓고 힘겨루기를 할 때 “이헌재 금감원장이 오호수가 있는 LG를 밀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 정도였다. 그와 이 전 장관 사이를 두고 정보기관에서 내사를 했다는 말도 있다. 실제 오회장과 이 전 장관의 사이는 일반 사람들이 생각하는 정도 이상이다. 서로 눈빛을 보면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다 알 정도다. 차 안에는 늘 ‘발레타인 17년산’이 이 전 장관이 재경부 장관 시절 국회에 들를 때면 거의 열에 아홉번은 오회장을 ‘콜’했다고 한다. 국회가 끝나거나 아니면 정회가 길어져 시간이 남을 때 이 전 장관과 오회장은 주로 여의도의 M카페에서 회동을 했다. 또 강남에서는 서초동 성모병원 근처의 ‘토박이’란 허름한 밥집이 그들이 ‘2차’ 내지 ‘3차’에서 합류하는 아지트였다. 그래서 오회장의 차 안에는 항상 ‘발렌타인 17년’이 준비돼 있다. 오호수 회장에게는 친구가 많다. 그만큼 그는 사람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그에게는 항상 ‘마당발’ ‘보스’라는 별칭이 따라다닌다. 오회장 스스로도 “솔직히 친구들과 지인들 덕분에 지금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이라고 말할 정도다. 그는 지인이 많은 배경을 “웬만하면 양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제가 실력도 많지 않고 머리의 한계도 있잖습니까. 전 그걸 다른 사람들에게서 보완하려고 했습니다. 친구들이 저의 부족한 면을 메워주기 때문이죠. 친구는 ‘공기’와 같습니다. 없어졌을 때 비로소 소중함을 알게 됩니다. 자세를 낮추고 조금만 양보하니까 상대방이 저를 버리지 않더군요.” 그는 광주서중과 경복고를 나왔다. 광주서중이 없어지고 광주일고와 하나의 동문이 되어버리는 바람에 그는 “광주일고·경복고 양쪽 모임을 다 나가게 되니 아는 사람이 더 많아졌다”고 한다. 광주서중 당시 친하게 지냈던 이들은 박종렬 광주지검장과 신명호 ADB 부총재·최인기 전 행자부 장관 등이었다. 그리고 오회장은 중학교 졸업 후 전 서울로 상경, 경복고에 들어간다. “광주지법·고법원장에 나중에 대법관을 지낸 부친의 영향인지 그야말로 ‘엄부엄모(嚴父嚴母)’밑에서 자랐습니다. 하지만 저의 학창시절은 불량소년까지는 아니지만 상당히 자유롭게 지낸 편이었습니다. 부모님 속을 많이 상하게 했지요. 그러나 결과적으론 많은 친구들을 만날 수 있었죠. 고등학교 때도 당시 경기고로 진학한 박검사장과 항상 어울려 다녔습니다. 박검사장이 바로 경복고 앞에서 하숙을 했거든요. 근데 그 친구가 어찌나 아침잠이 많은지, 제가 맨날 등교하면서 초인종 눌러 깨우곤 했지요(웃음). 그리고 의기투합하면 땡땡이도 종종 치곤 했지요(웃음).” 경복고를 졸업한 그는 연세대학교 법대에 진학한다. 하지만 그는 정작 연세대보다는 서울대에 친구들이 많다. 그래서 아직까지 오회장이 서울대를 나온 줄 착각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제가 아는 친구들이 거의 대부분 서울대 법대를 갔어요. 그래서 박검사장 등과 같은 과 친구였던 이헌재 전 장관을 그때 알게 된 거죠. 대학교 1학년 때입니다. 저희 집이 서울대 법대가 있었던 삼선교 근처였거든요. 그래서 맨날 서울 법대 다니는 친구들과 어울렸습니다. 맥주는 비싸 못 마시고 막걸리 마시며 신나게 돌아다녔지요. 그래서 그런지 아직도 상당수 사람들이 제가 경기고에 서울 법대 나온 줄 알고 있더군요(웃음).” 맏형 같은 인상에 강단 갖춘 외유내강형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맏형처럼 편안하고 친숙한 인상만큼 넉넉한 그지만 자신이 성취하고자 하는 일에 있어서 만큼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강단이 있다는 것이 그를 아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다. 말하자면 ‘외유내강(外柔內剛)형’인 셈이다. 그를 아는 재경부 관계자는 “지고는 못 사는 성미”라고 한다. 그의 성격은 자신의 취미인 골프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그의 골프 파트너였던 증권업협회 B씨는 “내가 이기면 오회장은 ‘리턴매치’를 벌여 반드시 뒤집어야만 속이 풀리는 성미”라고 털어 놓는다. 실제 오회장은 웬만해선 오케이(홀컵에 어느 정도 가깝게 갖다 붙이면 추가 퍼팅을 않고 퍼팅 성공을 한 것으로 간주하는 것)를 안 주는 것으로 유명하다. “게임을 확실히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요즘은 이 전 장관과의 리턴매치 횟수가 잦아지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실제 그의 집요함과 승부 근성은 25년 동안의 증권맨 경력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대학 졸업 후 그는 친구인 박종렬 검사장과 절에 들어간다. “사법고시에 합격해 법조인이 되라”는 부모님의 성화에 마지못해 들어간 것이었다. 하지만 도무지 공부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도저히 나하고는 안 맞는 일인데 자꾸만 안 될 일을 시키니 어쩔 수가 없더군요. 그래서 절에서 내려와 제일은행에 들어갔습니다. 그때가 28살 때였습니다. 그리고 다행히 그해에 박검사장이 뒤늦게 사시에 합격을 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제가 박검사장에게 이런 말을 합니다. 나하고 어울려 노느라 늦게 사시에 합격했지만 그 덕분에 오래까지 현직에 남아 있는 줄 알라고요(웃음).” 그는 첫 직장인 제일은행에서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다. 당시만 해도 1위 점포였던 명동지점에서 수신 업무를 맡았던 그는 지점장이 ‘오차장’이라고 부를 정도로 인정을 받았다. 하지만 은행에 뿌리박힌 ‘연공서열’분위기 때문에 그는 좌절을 맛본다. 5년차가 되니 지점에 내려가 있던 대학 동기들이 ‘대리’ 직함을 달고 서울로 올라와 자신의 상사가 된 것이다. 나이가 들어 입행한 데 따른 설움이 북받쳐 올랐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증권 쪽으로 뛰어들었다. 건설증권을 거쳐 77년 4월 과장 말석 직함을 달고 대우증권으로 자리를 옮긴 그는 탱크 같은 추진력을 바탕으로 각종 기록을 만들어냈다. 그가 주로 맡은 일은 법인영업, 즉 기관투자가들로부터 돈을 끌어모으는 일이었다. 여기서 그는 특유의 친화력과 끈질김으로 승승장구했다. 대우증권이 법인영업을 내세워 치고 나가자 다른 증권사들이 앞다퉈 법인영업부를 신설할 정도였다. 79년 8월 그가 처음으로 지점장을 나간 무교동 지점은 생긴 지 1년도 채 안 돼 전국에서 실적이 최하위였다. 그곳을 오회장은 지점장으로 나간 뒤 불과 3개월 만에 전국 1위로 만들어냈다. 대우증권 출신 한 관계자는 “만나는 사람마다 자신의 손님으로 만들어내는 오회장의 재주에 증권업계에서는 그를 두고 ‘마이더스의 손’이라는 소리까지 할 정도였다”고 한다. 이후 그는 대우증권 입사 11년 만인 88년에 이사대우에 오른다. 사령장이 붙은 날 사내가 웅성거렸을 정도의 초고속 승진이었다. 그의 집요함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일화. 이사대우로 승진한 그는 회사측으로부터 특명을 받는다. 당시만 해도 엄청난 덩치였던 새한미디어의 주간사 자격을 따내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대리 한 명을 데리고 본사가 있는 인천으로 달려간 오회장은 그만 벽에 가로막히고 만다. 이병철 삼성그룹 회장의 아들인 새한미디어 이창희 회장은 이미 거절하기 힘든 여러 곳으로부터 기업공개와 관련된 부탁을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병철 회장의 친한 친구였던 김봉훈 한국투자금융(현 하나은행) 회장을 비롯, 이창희 회장의 ‘포커 친구’였던 김영일씨, 이창희 회장의 보성고 동기인 이건중 럭키증권(현 LG투자증권) 사장이 그가 상대해야 할 경쟁자였다. 그로서는 정말 ‘맨땅에 헤딩하는 꼴’이었다. “3개월 동안 거의 쉬는 날 없이 인천에 내려갔습니다. 경쟁자들이 막강하기는 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이창희 사장을 비롯 모든 임직원을 설득시켰습니다. 결국은 실적이 우수한 증권사가 당신네 회사를 훌륭하게 이끌어낸다. 그리고 우리는 인적·물적 측면에서 어느 증권사보다 뛰어나다. 그리고 이를 입증할 수 있는 모든 자료들을 긁어 모았습니다. 그러자 결국 이회장이 감복하며 한마디 하더군요. ‘자네 같은 사람이 있다면 믿어보겠네’라고요.” ‘글라스 소주’ 사건 또 하나 아직도 대우증권 직원들 사이에 신화처럼 내려오는 일화는 ‘글라스 소주’ 사건이다. 그가 전무로 근무하던 94년의 일이다. 1년에 한 번씩 기관투자가들을 초청해 제주도에 내려가 설명회를 하고 다음날 골프를 치는 행사였다. 그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고객’으로 만들어야 했던 사람들이었다. 오회장은 행사 첫날밤 저녁 자리에서 42명의 잔을 다 받아냈다. 그것도 맥주잔에 소주를 절반 이상 채운 이른바 ‘글라스 소주’였다. 물론 ‘원샷’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대우증권 관계자들은 “대략 맥주잔 반 잔이 소주 4분의 1병이니까 오회장은 소주 10병을 넘게 마신 셈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리고도 또 잔이 더 돌아 그 자리에서 소주를 1백병 넘게 비웠다고 한다. 대우증권 관계자는 “그리고 또 맥주집에 2차를 갔습니다. 그래서 호텔로 돌아왔을 때는 다들 필름이 끊겨 호텔 복도에 쓰러져 잠이 든 사람이 상당수일 정도였죠.” 또 다른 관계자의 이야기. “더 기가 막혔던 것은 다음날 새벽 오회장님이 골프장에 일찌감치 나타나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고객들을 일일히 접대했던 것입니다. 도무지 당일날 새벽까지 소주 10병을, 그것도 계속 원샷으로 마신 사람으로 믿기 힘들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오회장님도 속으로야 얼마나 괴로웠겠습니까. 그걸 다 아는 기관투자가들이 모두 혀를 내두르면서 오회장님의 팬이 됐습니다.” 그만큼 그를 둘러싼 각종 무용담과 승전기에는 땀과 노력이 배어 있다. 오회장과 대우증권에서 같이 근무했고 현재도 막역한 사이인 강창희 굿모닝투신운용 사장은 “오회장 하면 흔히 ‘마당발’에 술 잘 마시는 사람 정도로 알려져 있지만 그만큼 ‘샤프’한 사람도 드물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금리가 상승할 것인지 떨어질 것인지 큰 줄기를 정확하게 짚어내고 그에 맞는 사업거리를 찾아내는 데 모두가 혀를 내두른 적이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그의 수완은 대우증권 부사장과 대우선물 사장을 거쳐 LG투자증권 사장으로 옮긴 98년 5월 이후에도 발휘가 됐다. 98년과 99년 증시가 활황을 보이며 다른 증권사들이 확장 정책을 피며 점포 확대 및 인력 확대에 나섰지만 그는 내실을 기하는 쪽을 택했다. 대신 HTS(홈트레이딩 시스템)를 여느 증권사보다 일찍 도입, 온라인 고객을 끌어모으기로 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정확히 적중했다. “옆집(당시 LG투자증권 사옥은 현대증권 사옥 바로 옆에 위치해 있었다)의 이익치 회장이 자꾸 드라이브를 거는데 미치겠더라구. 하지만 우리는 그러지 말자고 했습니다.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했죠.” 그는 다른 대형 증권사들이 수익률이 높은 대우채를 사들여 이익을 낼 때도 철저히 외면했다. “솔직히 대우 쪽이 친정이기는 하지만 내가 대우에 있으면서 결산 때마다 분식회계하는 걸 알고 있는 상황이었어요. 그리고 대우가 97·98년에 엄청난 회사채를 발행한 것을 알고 있으면서 어떻게 대우채를 편입시킬 수 있겠습니까.” 결과적으로 대형 증권사 가운데 대우사태로 인한 손해를 가장 적게 본 LG투자증권은 99년 말 증권사 점유율에서 1위로 떠올랐다. 대우·현대·삼성·대신 등 다른 증권사들이 1백20∼1백30개 점포에서 거둔 실적보다 나은 실적을 1백개에 불과했던 점포에서 올린 것이다. 그리고 오회장은 당시 환매가 금지돼 있던 대우채에 대해 증권사 중 가장 먼저 환매를 허용한다. 물론 개인투자자 보호라는 명목이었지만 1등으로 올라 선 LG투자증권이 다른 증권사에 비해 사정이 가장 좋다는 것을 과시하기 위한 제스처이기도 했다. 당시 LG투자증권 관계자의 증언. “임직원 모두가 오회장의 결단을 지켜보면서 ‘겉으로는 덤벙덤벙해 보여도 머리가 비상하게 돌아가는구나’하고 탄복을 했었죠.” 당시 일각에서는 이헌재 금감원장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그런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지만 본인은 극구 부인한다. “제가 당시 대우채를 환매하기로 하니까 바로 금감원의 김종창 상임위원으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사정 어려운 증권사는 어떻게 하라고 그러시냐. 원칙이 무너지면 안 된다. 제발 방침을 바꿔달라’고 하소연합디다. 그러다 안 되니 나중에는 이헌재가 그러더군요.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아라’고요(웃음).” 정부의 증시부양 요구 단호히 거부 증권업계에서는 좌장격인 증권업협회장을 맡고 난 이후 오회장은 줄곧 ‘솔선수범’을 외치고 다닌다. 증권업협회 임직원들이 스스로 도덕성을 갖춰야 증권업계 전반이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남이 하기 꺼려하는 것을 먼저 찾아서 하는 것. 이것은 오회장이 지금껏 살아오면서 몸소 체험하고 지켜온 용인술(用人術)이기도 하다. “앞으로 제 임기가 1년 9개월 남았습니다. 남은 기간 최우선 과제는 역시 증권업계의 윤리의식을 바로 세우는 일입니다. 더 이상 각종 게이트에 증권업계가 연루되는 일이 없도록 하는 일이 증권맨으로 인생을 살아온 저에게 주어진 마지막 사명으로 여기겠습니다.” 지난해 9·11 테러사태 이후 정부가 인위적인 주식시장 부양을 하려고 했을 때 “이제 그런 시대는 지났다”며 단호하게 거부했던 그의 뚝심과 배짱에 많은 증권인들이 기대를 걸고 있다.

2002.05.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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