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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류’면 삼성과 함께…오픈AI·네이버·Arm·AMD·레드햇 ‘반도체 강화’

산업 일반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오픈AI·네이버·퀄컴·Arm·AMD·레드햇·테슬라·현대자동차·브리티시 가스·프린스턴대…. ‘국내 최대 기업’ 삼성전자가 최근 협력을 발표한 주요 기업의 면면이 화려하다. 주력 사업인 반도체는 물론 정보통신기술(ICT) 영역에서 모두 ‘세계 일류’로 꼽히는 곳들이다. 거리가 다소 먼 자동차·에너지 분야에서도 삼성전자의 기술이 쓰이고 있다. 차세대 통신 기술인 6G 상용화를 목적으로 미국 명문 대학과도 손을 잡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삼성전자의 글로벌 생태계가 급속도로 확장하고 있다는 방증’이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스마트 기기 시장의 세계 주도권을 쥔 업체이자, 종합반도체기업(IDM)이다. 메모리·설계 전문(팹리스)·위탁생산(파운드리) 등 ‘산업의 쌀’이라고 비유되는 반도체 모든 분야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는 곳은 삼성전자가 유일하다.삼성전자는 특히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부동의 1위다. 옴디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3년 3분기 기준 세계 D램 시장 점유율은 39.4%를 기록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의 낸드플래시 통계에선 2023년 3분기 기준 세계 시장 점유율 31.4%로 집계됐다.‘비메모리’ 혹은 ‘시스템 반도체’로 묶이는 팹리스·파운드리 부문에선 경쟁력이 다소 부족하단 평가를 받지만, 영향력이 점차 증대되고 있는 신호가 나오고 있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2023년 3분기 기준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12.4%로 2위다. 대만의 TSMC(57.9%)의 점유율과 비교하면 45.5%포인트로 아직 격차가 크지만, 양사의 기술력 차이는 빠르게 좁혀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삼성전자가 반도체 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배경이다.삼성전자는 반도체 시장의 주도권을 유지하기 위해 글로벌 선두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강점을 보이는 메모리 영역에선 ‘초격차 유지’가, 추격이 필요한 팹리스·파운드리 분야에선 ‘경쟁력 강화’가 목적이다.AI 시대, 중요성 높아진 반도체삼성전자 반도체 사업 중에서 최근 가장 시장의 눈길을 끈 소식은 단연 ‘Arm 협업’이다. TSMC를 맹추격 중인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경쟁력이 단숨에 향상될 수 있단 평가가 나온다. 양사의 협업이 정보통신기술(ICT) 업계 최대 화두에 오른 인공지능(AI)에 맞춰져 있다는 점도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Arm은 ‘팹리스의 팹리스’로 불리는 기업이다. 반도체 자체를 설계한다기보단, 기초 기술을 다른 팹리스에 제공해 사용료를 받는 식으로 사업을 꾸려가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 두뇌’로 불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칩 설계에 필수적인 ‘명령어아키텍처’(ISA) 분야를 사실상 독점 중이다. 삼성전자·애플은 물론 퀄컴·화웨이·미디어텍 등 세계 1000여 개 기업이 Arm의 아키텍처를 사용 중이다. Arm의 기초 설계도가 없다면 반도체를 구현하는 게 불가능하단 분석도 나온다.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는 이런 기술력을 지닌 Arm과 ‘공정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Arm의 차세대 시스템온칩(SoC·CPU와 GPU 등 다양한 기능을 한 번에 처리하는 칩) 설계 자산(IP)을 삼성전자의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 All Around) 공정에 최적화하는 게 핵심이다. GAA는 반도체를 구성하는 트랜지스터에서 전류가 흐르는 채널 4개 면을 모두 감싸는 기술이다. 기존 3개 면을 감싸는 핀펫(FinFET) 구조 대비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성 등을 높일 수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2년 6월 세계 최초로 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미터(nm) 공정을 통해 반도체를 양산한 바 있다.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와 Arm의 주요 고객사는 글로벌 팹리스로 같다. 양사는 이번 협업을 통해 주요 고객사가 차세대 제품 개발에 드는 시간·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삼성전자 측은 특히 이번 협업이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시대에 걸맞은 혁신을 지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했다.Arm은 자사 중앙처리장치(CPU) IP를 다년간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다양한 공정에 최적화했다. 이를 GAA로 확장하는 게 이번 협업의 골자다. Arm은 초고성능·초저전력 코어텍스 중앙처리장치(Cortex-CPU) 사업 영역을 넓힐 수 있고, 삼성전자도 고객사에 GAA 공정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윈-윈’(Win-Win)이다.삼성전자는 Arm과의 협업을 통해 차량용 반도체 설계 역량도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프리미엄 인포테인먼트(IVI)용 프로세서 ‘엑시노스 오토 V920’를 2025년 양산할 계획이다. 이 프로세서엔 Arm의 코어텍스-CPU(A78AE 10개)가 탑재된다. 이를 통해 이전 제품 대비 CPU 성능을 1.7배 강화했고, 6개 고화질 디스플레이를 동시 연결할 수 있는 기능도 지원된다. 삼성전자는 이 프로세서를 현대자동차에 공급하는 계약을 따내기도 했다.AMD 기술 탑재한 엑시노스파운드리·차량용 반도체 영역에서 Arm과의 협력을 강화했다면, 모바일 칩 분야에선 AMD와 손을 잡았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S24 시리즈에 자체 개발한 AP 칩 ‘엑시노스 2400’를 탑재했다. 최상위 라인인 갤럭시 S24 울트라의 AP 칩은 퀄컴(스냅드래곤8 3세대)이 독점했지만, 업계에선 ‘변곡점’으로 불리는 이번 시리즈에 엑시노스가 채택됐다는 점에 높은 점수를 주는 분위기다. 삼성전자 반도체 설계 역량이 대폭 향상됐다는 방증이기 때문이다. 갤럭시 S22 시리즈에서 발열·성능 저하 등의 문제를 일으켰던 엑시노스는 ‘세계 첫 AI 스마트폰’에 채택되며 2년 만에 화려한 귀환을 알렸다.엑시노스 2400은 전작에 비해 CPU 성능은 1.7배, AI 성능은 14.7배 향상됐다. CPU 성능은 스냅드래곤8 3세대와 비교해 10% 안쪽으로 기능이 개선됐고, 그래픽처리장치(GPU) 부분에선 되레 10% 정도 우위를 점한다는 외부 성능 평가 결과가 나온 바 있다. 이는 엑시노스 2400에 AMD의 최신 아키텍처 RDNA3 기반 GPU인 ‘엑스클립스 940’를 탑재한 결과다. 메모리 영역에선 레드햇과 협력으로 ‘초격차’ 기술 상용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레드햇은 컴퓨터 운영체제 ‘엔터프라이즈 리눅스’ 개발하며 기술력을 증명한 글로벌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이 기업과 업계 최초로 ‘컴퓨트 익스프레스 링크’(CXL·Compute Express Link) 메모리 동작 검증에 성공했다. CXL는 고성능 서버 시스템에서 CPU와 함께 사용되는 ▲가속기 ▲D램 ▲저장장치 등을 효율적 활용을 목적으로 개발된 기술이다. 처리 데이터양이 많은 생성형 AI나 자율주행과 같은 차세대 분야에서 주목받고 있다.삼성전자 측은 “CXL 메모리 동작 검증으로 데이터센터 고객사가 별도의 소프트웨어 변경 없이 자사 메모리를 사용할 수 있게 됐다”며 “레드햇 엔터프라이즈 리눅스에서 삼성전자의 CXL 메모리를 사용해 다양한 환경에서 고성능 컴퓨팅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생성형 AI’ 시대를 연 오픈AI와 ‘국내 최대 플랫폼’ 네이버와의 협력도 반도체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챗GPT 아버지’로 불리는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월 한국을 방문해 삼성전자 평택 반도체 공장을 찾았다. 자체 AI 반도체 개발을 추진 중인 오픈AI와 삼성전자의 협업이 가시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는 AI 반도체의 핵심인 고대역폭 메모리(HBM) 영역을 주도하고 있다. 네이버와도 협력에도 AI 반도체가 중심이다. 네이버는 2023년 8월 초대규모 AI 모델 ‘하이퍼클로바X’를 공개하고 이를 다양한 서비스·사업에 적용하고 있다. 양사는 ‘초대규모 AI’의 실제 구현 환경을 염두에 두고 기술 고도화에 요구되는 다양한 난제를 함께 해결할 목적으로 손을 잡았다. 네이버가 AI 서비스 구현에 필요한 기술적 난제를 제시하면, 삼성전자가 하드웨어(HW) 역량을 통해 해결한다. 이를 다시 네이버의 소프트웨어(SW) 노하우로 검증하는 구조다. 양사는 1년간 개발한 성과를 프로그래머블반도체(FPGA·개발자가 설계를 변경할 수 있는 반도체로, 양산 전 시제품 제작에 주로 활용) 형태로 최근 공개한 바 있다.삼성전자와 네이버는 또 지난 3월 4일 ‘사우디판 CES’라 불리는 글로벌 정보기술 전시회 ‘LEAP 2024’에서 함께 개발한 ‘로봇 플랫폼’을 처음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에서 팹리스 영역을 담당하는 시스템LSI 사업부와 네이버가 협력한 사례다. 양사는 지난해 12월 비공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로봇 엣지 컴퓨팅 플랫폼’(Robotics Edge Computing Platform) 개발을 추진해 왔다. 삼성전자 시스템온칩·이미지 센서 등 ‘반도체 솔루션’과 네이버의 ‘운영체제(OS)·소프트웨어 솔루션’을 결합하겠단 취지다.이 플랫폼은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추진 중인 대형 도시 계획 ‘네옴시티’ 프로젝트에 맞춤형 기술이란 평가를 받는다. 사업비만 5000억 달러(약 675조원)로 책정된 ‘네옴시티’ 프로젝트는 홍해 인근 사막·산악지대를 인공도시로 탈바꿈하는 도시 계획이다. 사우디 정부는 해당 도시를 로봇·클라우드 등이 대거 접목된 스마트 시티로 마련할 방침이다.

2024.03.08 08:00

6분 소요
‘제조’ 삼성-‘설계’ Arm, 반도체 공정 최적화…“AI 시대 맞아 개발 효율화”

산업 일반

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 설계 전문(팹리스) 기업 Arm과 협력을 강화한다. 게이트올어라운드(GAA·Gate-All-Around) 공정 최적화가 이번 협업의 목적이다.삼성전자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사업부는 Arm의 차세대 시스템온칩(SoC) 설계 자산(IP·Intellectual Property)을 최첨단 GAA 공정에 최적화할 계획이라고 21일 밝혔다. 양사는 이번 협력을 통해 팹리스 기업의 최첨단 GAA 공정에 대한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차세대 제품 개발에 드는 시간·비용을 최소화하겠단 취지다.계종욱 삼성전자 파운드리 사업부 디자인플랫폼(Design Platform) 개발실 부사장은 “Arm과의 협력 확대를 통해 양사 고객들에게 ‘생성형 인공지능’(Generative AI) 시대에 걸맞은 혁신을 지원하게 됐다”며 “삼성전자와 Arm은 다년간 쌓아온 견고한 파트너십을 통해 최첨단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해 왔다. 이번 설계 기술 최적화를 통해 팹리스 고객들에게 최선단 GAA 공정 기반 초고성능·초저전력 코어텍스 중앙처리장치(Cortex-CPU)를 선보이겠다”고 말했다.Arm은 CPU IP를 다년간 삼성 파운드리의 다양한 공정에 최적화해 양산해 왔다. 이 같은 협력 관계를 더욱 확장, 팹리스 고객사에 ARM의 최신형 CPU 접근성을 높이겠단 포부다. 생성형 AI 시대에 걸맞은 SoC 제품을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게 이번 협력의 골자다.삼성전자 측은 “자사 최선단 GAA 공정을 기반으로 설계된 Arm의 차세대 Cortex-X CPU는 우수한 성능과 전력효율로 최고의 소비자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며 “양사의 협력은 팹리스 기업에게 적기에 제품을 제공하면서도 우수한 PPA(Power 소비전력·Performance 성능· Area 면적)를 구현하는 것에 초점을 맞춘다”고 전했다.양사는 이를 위해 협력 초기부터 설계와 제조 최적화를 동시에 처리하는 DTCO(Design-Technology Co-Optimization)를 채택해 Arm의 최신 설계와 삼성전자의 GAA 공정의 PPA 개선 효과를 극대화했다.생성형 AI는 새로운 소비자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의 핵심 요소로 꼽히고 있다. 양사는 이번 파트너십으로 삼성전자의 GAA 공정을 기반으로 Arm의 차세대 Cortex-X CPU의 접근성을 극대화하고, 고객의 제품 혁신을 지원할 방침이다.양사는 이번 협업을 계기로 다양한 영역에서 협력 확대를 위한 초석을 마련했다고 본다. 차세대 데이터센터 및 인프라 맞춤형 반도체를 위한 2나노 GAA와 미래 생성형 AI 모바일 컴퓨팅 시장을 겨냥한 획기적인 AI 칩렛 솔루션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크리스 버기 Arm 클라이언트 사업부 총괄 매니저(수석 부사장)는 “삼성전자와의 오랜 협력관계를 통해 다년간 혁신을 지속할 수 있었다”며 “삼성 파운드리의 GAA 공정으로 Cortex-X와 Cortex-A 프로세서 최적화를 구현해 양사는 모바일 컴퓨팅의 미래를 재정립하고, AI 시대에 요구되는 성능과 효율을 제공하기 위해 혁신을 거듭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2.21 18:03

2분 소요
전 세계 반도체 자국 우선주의 심화…K-반도체 대응 방안 찾아야

산업 일반

최근 들어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은 포스트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와 상관없이 지속되고 있다. 특히 미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무역분쟁은 반도체 산업의 중요성과 함께 향후 미래 핵심 산업 분야에 대한 패권 경쟁으로 발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연합(EU)은 무역기술이사회(US-EU TTC) 2차 회의 공동성명을 통해 세계적인 반도체 공급망의 재편에 대해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각국의 보조금 제한 및 칩법(Chip’s Law) 투명성, 각국의 연구개발 및 인력 투자 공동 노력 등을 추진하고 있다.또한 미국은 일본·대만·한국을 포함한 ‘Chip4 동맹’을 추진해 중국에 대한 반도체 무역규제를 강화했다. 이 Chip4 동맹 나라들은 전 세계 반도체 장비의 73%,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의 87%, 설계 및 생산의 91%를 차지해 전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의 장악력이 가장 큰 동맹이 됐다. 반도체 관련 제품 및 기술에 대한 국가별 전략 자산화는 더욱 강화돼 소자·소재를 포함한 반도체 관련 제품에 대한 엄격한 수출 통제가 시작됐다. 미국·일본·유럽을 중심으로 반도체의 자국 내 생산을 원칙으로 하는 등 국가 간의 핵심 기술 보호를 위한 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반도체 패권 차지하기 위한 보조금 경쟁 ‘심화’미국은 2022년 7월 미국 내 반도체 산업 지원에 520억 달러와 세액공제 25%를 포함해 총 2800억 달러 규모의 칩법의 보조금 법안을 통과시켜 미국 내 반도체 생산공정 구축을 독려하고 있다. 이와 함께 해외 반도체 업체의 미국 내 유치를 유도해 한국·대만·네덜란드 등의 반도체 업체에서 미국 내에 추가적인 반도체 생산 공장 및 연구시설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중국은 중국 반도체 기업에 전방위적으로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는데, 자국 반도체 구매 시 대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중국 내 상위 20개 기업이 2019년에 받은 정부 보조금이 총 18억9642만 위안(약 3280억원, 기업당 160억원 규모)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이보다 훨씬 큰 최소 1000억 달러(130조원) 규모로 지원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일본은 구마모토현에 대만의 TSMC와 합작해 20㎚ 반도체 공정 팹(공장) 건설에 4조원을 지원하기로 했으며, 마이크론 유치에 3억2000만 달러를 지원한다. 또한, 토요타와 소프트뱅크 등 일본의 주요 대기업 8사가 공동으로 2㎚급 차세대 반도체 개발 및 생산을 위한 합작회사 ‘라피더스’ 설립에 6500억원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대만의 TSMC와 소니, 덴소 등과 공동 투자로 12~28㎚ 파운드리를 구축해 자동차·제조 장비·로봇·소재 산업 등 일본의 주력 산업용 반도체 부품의 안정적인 공급망을 통한 산업 전반의 성장을 꾀한다. 유럽은 반도체 공급망 내재화를 위한 수조원 규모의 보조금 법안을 추진해 해외업체들의 반도체 관련 공장 신설을 추진되고 있다. 특히 TSMC는 독일에 14조원 규모의 반도체 생산 라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으며, 삼성전자도 유럽 현지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 외에도 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베트남 등 아시아권 국가의 반도체 산업 육성에 대한 정책들도 추진되고 있다. 반도체 관련 주요국의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법안 및 보조금 등의 경쟁적인 정책 추진으로 반도체의 전략 산업화는 전 세계적인 흐름이 되고 있다. HBM 중심 반도체 공급 안정2023년 메모리 중심의 반도체 수요 감소로 반도체 산업이 전반적인 약세를 보였으나, 2024년부터는 인공지능(AI) 특성을 극대화할 수 있는 고대역폭 메모리(HBM) 중심으로 전반적인 반도체 공급은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챗GPT 등 생성 AI 서비스의 본격화로 인한 데이터센터의 증설, 자율주행 솔루션 장착 차량 증가 등을 고려하면 AI 프로세서와 차량용 반도체의 수요는 증가세를 보일 전망이다. 반면 반도체의 전략 자산화와 우크라이나·이스라엘 전쟁 등으로 전략물자로 관리되는 항공·우주·방산 및 AI 등 특정 반도체 품목은 지속적인 공급 부족이 전망되고 있다. 이렇게 전략물자로 분류되는 반도체의 경우 미래 시장성이 지속 증가할 것으로 보여 선제적인 기술개발과 함께 시스템 업체와 반도체 업체 간의 긴밀한 협력이 성공의 열쇠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여기에 다양한 산업 분야에 반도체 기술이 적용되면서 응용 분야 중심의 소량 다품종의 설계 기술 중심으로 시스템 반도체 시장이 새롭게 재편되고 있는 모습이다. 이러한 현상은 국내 중소𐩐중견기업에는 새로운 시장 진출의 기회가 될 것이다.소재‧장비‧시스템 반도체 핵심 설계 역량 강화 최근 벌어지고 있는 미국과 중국 간의 반도체 패권 경쟁은 심화되고 있다. 데이터 중심의 산업구조 개편과 AI의 전 산업 분야 융합이라는 산업 디지털화에 따라 반도체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쟁은 핵심 반도체 칩뿐만이 아니라 반도체 소재와 장비의 수출 규제 및 제재로 이어지고 있다. 미국의 첨단 반도체 핵심 장비 수출 규제가 일차적인 제재였다면 엔비디아의 그래픽 처리장치(GPU)에 대한 중국 수출 규제는 반도체 제품에 대한 규제라는 측면에서 그 파급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엔비디아는 중국 수출용 GPU를 추가 개발해 수출을 모색하고 있으나, 자율주행차나 AI 데이터센터에는 영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및 관련국의 장비 및 반도체 칩에 대한 수출 규제에 따라 중국은 2023년 8월부터 반도체 산업의 핵심 소재인 갈륨과 게르마늄에 대한 수출 규제에 돌입했다. 이 두 소재를 수출하려면 중국 정부의 특별 면허가 필요하게 됐다. 중국은 전 세계 갈륨의 80%와 게르마늄의 60%를 생산한다. 이러한 상호 무역규제는 미국, 중국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이러한 핵심 소재와 장비를 확보하는 노력도 필요하지만, 전 세계 반도체 시장의 70%를 차지하는 시스템 반도체에 대한 핵심 설계 역량을 키우고 관련 팹리스 기업(설계 전문기업)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한 숙제가 아닐 수 없다,우리나라의 반도체 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우선 현재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경쟁국 대비 초(超)격차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정부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를 지정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또한, 정부의 연구개발 지원 정책에서도 초격차 프로젝트를 적극 지원하고 있으며, 특히 지능형 반도체(PIM) 등 차세대 반도체와 첨단 패키징 개발 관련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정부의 지원과 함께 관련 대기업 중심의 산학연 협력 등으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설계, 패키징 및 공정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차세대 패키지로 떠오르고 있는 칩렛(Chiplet) 기술은 미세공정의 한계성을 극복하고 단가와 사이즈를 줄일 수 있어, 다양한 솔루션이 발표 및 적용되고 있다. 정부의 차세대 패키징 관련 예비타당성 사업 추진도 이러한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메모리 반도체의 초격차를 위해서는 차세대 메모리 구조에 대한 개발, 초미세 공정 개발, 차세대 패키징 개발 등 다양한 선제적 개발이 있어야 한다. 최근 챗GPT 등 생성 AI의 등장으로 AI 반도체와 HBM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국내업체에서 생산하는 HBM의 수요는 급속히 증가하고 있으며, 이와 함께 엔비디아의 GPU의 수요와 가격도 크게 늘고 있다. 오픈 AI는 AI 학습모델에 필요한 컴퓨팅 자원은 3~4개월마다 2배씩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GPT-3 모델을 중앙처리장치(CPU)-GPU 기반 서버에서 한 번 학습시키는데 약 1.3기가 와트시(GWh)를 소비하는데, 이는 2021년 기준 한국 전체에서 약 1분간 소비하는 전력량과 같은 수준이다. 엔비디아의 GPU 제품 독점으로, 이 회사의 H100칩 제품의 경우 개당 2만 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올해 기준 GPT-3‧4 모델 서비스를 위해서는 1만개 이상의 칩이 필요하다. 저전력, 고성능의 효율적인 시스템 및 차세대 반도체 기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초저전력의 메모리와 초고성능, 초저전력 소모의 AI 프로세서 개발이 향후 우리 생활과 산업의 디지털화에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미래 자동차의 경우 완전 자율주행차를 지향하고 있다. 다양한 기능구현의 한계와 배선‧제어의 복잡도 상승으로 새로운 개념의 반도체 아키텍처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차량(SDV) 컴퓨팅 아키텍처가 제안되고 있으며, 다임러와 엔비디아가 해당 솔루션을 공동개발하고 있다. BMW와 퀄컴도 차세대 자율주행 솔루션 개발을 위해 협업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 입지를 강화하고 새로운 미래 자동차 시장에 지속 진출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솔루션 및 반도체 개발이 필요하다. 초저전력의 메모리와 초고성능, 초저전력 소모의 AI 프로세서나 차세대 자율주행 반도체는 반도체 기술 패권 시대의 미래를 볼 때, 필연적으로 도래한다. 이 기술을 국내에서 양산할 수 있도록 기술의 국내 내재화가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이유다. 반도체는 미래 산업의 핵심 요소다. 자동차·로봇·미디어·가전·농수산업·항공우주·방산 등 모든 산업에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 국가의 지원과 산학연의 협력을 통한 지속적인 연구개발과 시장적용이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인구감소에 따른 인력난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있어 ▲반도체 설계 인력 ▲생산 인력 ▲소재 개발 인력 ▲후공정 및 신뢰성 검증 인력 등 다양한 인력양성이 병행돼야 한다. 반도체 전문고등학교 학생부터 박사급의 인력까지 다양한 인력이 함께 양성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메모리 반도체 분야의 초격차는 국가적인 정책 방향 설정과 함께 대기업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메모리 반도체를 통해 확보된 우리의 강점인 설계 능력, 초미세 공정 운용 능력 등을 활용해 미래 시스템 반도체 시장의 강자로 설 수 있도록 정부와 산학연의 협력이 더욱 절실하다고 생각된다. 또한 시스템 반도체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대기업의 지원을 통해 국내 시스템 반도체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해야 할 것이다.

2024.01.01 09:00

7분 소요
삼성전자, 초저전력 차량용 UFS 3.1 양산

산업 일반

삼성전자가 업계 최저 소비 전력을 가진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이하 IVI) UFS 3.1 메모리 솔루션 양산을 시작했다고 13일 밝혔다. UFS 3.1은 국제 반도체 표준화 기구 제덱(JEDEC)의 내장 메모리 규격인 UFS 인터페이스를 적용한 차세대 초고속 플래시 메모리를 말한다. 이번 제품은 256GB 라인업 기준 전(前) 세대 제품 대비 소비 전력이 약 33% 개선됐다. 향상된 소비 전력으로 자동차 배터리 전력 운영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전기차, 자율주행차량 등에 최적의 솔루션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UFS 3.1 제품을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와 자동차 부품 업체에 공급하며 미래 성장 동력 중 하나인 차량용 반도체 시장 확대에 나선다.이번 제품은 IVI 시스템에 최적화된 솔루션으로 128GB, 256GB뿐만 아니라 올해 4분기 생산 예정인 512GB 제품까지 공급해 고객의 다양한 요구를 충족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차량용 반도체 품질 기준인 ‘AEC-Q100 Grade2’를 만족하는 제품이기도 하다. AEC-Q100은 자동차 부품 협회에서 자동차 전자 부품에 대한 신뢰성 평가 절차 및 기준을 규정한 것으로, 전 세계에서 통용되는 기준이다. 삼성전자는 이번 제품 양산을 통해 전장 스토리지 제품군의 응용처를 확대하며 2022년 출시한 첨단 운전자 지원 시스템용(이하 ADAS) UFS 3.1 제품과 함께 차량용 반도체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다.

2023.07.13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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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바에 시총 3위 내준 SK하이닉스…내년엔 격차 더 벌어진다

증권 일반

상성바이오로직스에 시가총액 3위 자리를 내준 SK하이닉스에 대한 주가 전망이 갈수록 어두워지고 있다. ‘황제주’ 가능성이 높아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달리 SK하이닉스는 적자 전환이 유력해 두 회사의 시총 격차는 더욱 벌어질 전망이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SK하이닉스는 전 거래일 대비 1.55% 상승한 8만5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해 2월 말 달성했던 고점(14만8500원·종가)과 비교하면 57.2%나 쪼그라든 수준이다. 주가가 올해 들어 가파르게 하락한 탓에 108조원을 넘겼던 시가총액도 61조8802억원(30일 기준)으로 크게 줄었다. 63조1313억원까지 몸집을 불린 삼성바이오로직스보다 1조2511억원이나 뒤처진 상태다.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업황 둔화로 실적에 대한 눈높이가 크게 낮아지면서 '8만닉스'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16일 9만원(종가)을 넘긴 뒤 재차 8만원대로 내려오는 등 추세적 주가 반등에 어려움을 겪는 모습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 3분기 매출액은 10조9828억원, 영업이익 1조655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25.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60.5%나 급감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시장전망치(2조1569억원)를 큰 폭으로 하회하면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주력 제품인 메모리 반도체(D램·낸드플래시) 가격이 예상보다 빠르게 하락하면서 4분기엔 적자 전환이 유력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엔가이드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올해 4분기 1703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 내년 1분기와 2분기 영업손실은 각각 8432억원과 7737억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0조원을 들여 인수한 솔리다임(옛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도 수익성을 짓누르는 배경이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솔리다임이 속한 SK하이닉스 미국 법인의 올해 3분기 누적 순손실은 8717억원이다. 1분기 1574억원, 2분기 1009억원에서 손실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이에 따라 4분기 적자 규모를 9000억원까지 점치는 증권사도 나왔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올해 4분기 매출액은 전 분기 대비 24% 하락한 8조4000억원, 영업손실액은 9308억원을 예상한다”며 “강도 높은 재고 조정 속 D램과 낸드의 판매 가격이 예상보다 더욱 하락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현대차증권도 SK하이닉스가 6082억원의 적자를 낼 것으로 예상했다. 또 황민성 삼성증권 연구원은 “SK하이닉스가 영업적자를 줄이려면 생산 감소가 필요하다”며 목표주가를 기존 14만원에서 11만원으로 하향 조정했다. ━ 시총 3위 지키는 삼바…4분기 호실적 전망 반면 ‘시총 3위’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매우 긍정적이다. 증권가는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호실적이 예상된다며 100만원이 넘는 목표주가를 제시하고 있다. 한화투자증권(120만원), 한국투자증권(120만원), 신영증권(112만원), 유안타증권(112만원) 키움증권(110만원) 등이다. 위혜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항체 CDMO(위탁개발생산) 수요는 증가하고 있어 내년에도 실적 개선이 지속될 것”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구체적인 5공장 증설 계획 발표와 함께 성장주의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형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4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81.1% 오른 8047억원, 영업이익은 전년대비 98.4% 오른 2556억원으로 전망한다”며 “신약개발 플랫폼 기술(S-Dual:이중항체)로 기술수출 및 로열티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다원 기자 daone@edaily.co.kr

2022.12.0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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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속도는↑·전력 사용량은↓모바일D램 개발

산업 일반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모바일용 D램에 ‘HKMG’ 공정을 도입한 LPDDR5X(Low Power Double Data Rate 5X) 개발을 완료하고 최근 판매를 시작했다고 9일 밝혔다. LPDDR은 주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태블릿 PC 등 무선 전자기기에 사용되는 D램이다. 이 때문에 모바일용 D램으로도 불린다. 규격명에 LP(Low Power)라는 표현이 사용된 만큼 전력을 적게 소비하는 게 핵심이다. 모바일 전자 제품의 경우 사용 시간을 늘리기 위해선 전력소비를 최대한 줄여야 한다. 최근 스마트폰을 비롯한 모바일 디바이스의 수요가 늘면서 LPDDR 역시 빠르게 발전했다. 환경의 중요성도 강조되며 전력을 적게 쓰는 LPDDR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SK하이닉스는 해당 제품이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가 정한 초저전압 범위인 1.01~1.12V에서 작동하면서 이전 세대 대비 소비전력을 25% 줄이는 데도 성공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LPDDR5X가 모바일용 D램 중에서는 최초로 HKMG 공정을 도입해 속도를 높이고 소비전력은 낮췄다고 전했다. 마케팅을 담당하는 이욱재 SK하이닉스 PL은 “LPDDR5X가 적용된 스마트폰의 경우 이전 세대의 스마트폰과 비교해 사용시간이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이는 소비자 입장에서 1회 충전으로 더 오래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되겠지만 그만큼 충전 빈도수도 줄어드는 것이기 때문에 전기를 덜 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2022.11.0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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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혁신 기술로 '탄소중립' 달성…차별화 아닌 생존 문제 [RE100 초읽기①]

산업 일반

‘친환경’ 전략이 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현실로 다가왔다. 재생에너지를 100% 사용하겠다고 약속하는 캠페인 ‘RE100′ 가입 등 글로벌 기업들의 친환경 움직임은 더 이상 다른 기업과의 차별화를 위한 전략이 아니라는 뜻이다. 현대‧SK‧LG 등 국내 주요 기업이 모두 RE100에 가입한 가운데 유일하게 가입 선언을 미뤄왔던 삼성전자도 글로벌 기업들의 친환경 움직임에 발을 맞추기로 했다. ━ 삼성, 30년 만에 다시 ‘환경선언’ 지난달 15일 삼성전자는 ‘신(新) 환경경영전략’을 발표했다. “초저전력 반도체‧제품 개발 등 혁신기술로 기후위기 극복에 동참하고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뜻을 밝혔다. 이를 위해 “경영의 패러다임을 ‘친환경’으로 전환한다”고 했다. 1992년 ‘삼성환경선언’을 한 지 30년만에 다시 신환경 선언을 했다. 그 일환으로 RE100에도 가입했다. 2050년까지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만 사용하겠다는 계획이다. 전력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간접배출을 줄이자는 세계적인 흐름에 동참한 셈이다. ‘탄소중립’은 기업이 제품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 양만큼 이를 흡수하는 대책을 세워 실질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것을 말한다. 화석연료가 아닌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기를 사용하거나, 재활용 확대, 나무를 심는 방법 등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700만여톤의 탄소를 배출했는데, 탄소 중립을 달성하면 소나무 20억 그루가 흡수하는 이산화탄소량 혹은 자동차 800만대 운행을 중단하는 효과와 맞먹는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스마트폰·TV·가전 등 연간 5억대의 전자 제품을 생산하는 글로벌 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전력을 사용하는 기업(25.8TWh·2021년 기준) 중 한 곳으로 꼽힌다. 비용 부담과 충분하지 않은 국내 재생에너지 공급량 문제 등이 친환경 전략에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곳곳에서 나왔지만 그럼에도 체질 개선을 약속한 것이다. 특히 막대한 전력이 필요한 반도체 분야에서 초저전력 기술을 확보하겠다는 게 삼성전자의 방침이다. 2025년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하는 메모리의 전력 소비량을 대폭 절감한다.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PC, 모니터 등 7대 전자제품 대표 모델에 저전력 기술을 적용한다. 이를 통해 오는 2030년까지 전력 소비량을 2019년 기준 같은 성능 모델보다 평균 30% 낮출 계획이다. 고효율 부품(압축기, 열교환기, 반도체) 적용과 인공지능(AI) 절약 모드를 도입해 제품의 작동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에너지를 절감하는 기술도 개발할 방침이다. 2027년까지 모든 업무용 자동차(1500여대)를 100% 무공해차(전기·수소차)로 전환하는 계획도 추진한다. 원료부터 폐기·재활용까지 전자제품의 모든 주기에 걸쳐 자원순환성을 높이는 프로젝트를 통해 궁극적으로 제품의 모든 소재를 재활용 소재로 대체하려는 목표도 세웠다. 2030년까지 제품에 사용하는 플라스틱 부품의 50%, 205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부품에 재생 레진을 적용한다는 게 핵심이다. 폐배터리의 경우 2030년까지 삼성전자가 수거한 모든 폐배터리에서 광물을 추출해 재활용하는 체제를 구축한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총 7조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후 위기 극복과 순환 경제 구축은 기업, 정부, 시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우리 시대 최대의 도전”이라며 “삼성전자는 혁신기술과 제품을 통해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 글로벌 무역장벽 친환경 우리 기업들의 RE100 가입 배경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해석이 있지만, 사실상 글로벌 무역장벽을 넘기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해석하는 이가 많다. 친환경 캠페인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져야할 불이익이 커 어쩔수 없이 경영 전략을 새로 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RE100을 주도하는 비영리 환경단체 더클라이밋그룹(The Climate Group)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RE100에 가입한 기업은 400여개에 이른다. 한국에서는 삼성‧현대‧SK‧LG‧네이버 등 20여개 기업이 RE100 가입을 완료했다. 미국(96곳), 일본(72곳), 영국(48곳) 다음이다. 우리 기업들이 발빠르게 움직이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수출국의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KDI 정책대학원과 에너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기업이 2040년까지 RE100에 가입하지 않을 경우 반도체 수출이 30%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유럽연합(EU)의 경우 내년부터 ‘탄소국경세’를 적용해 수입 품목에 대한 장벽을 높일 계획이다. 탄소국경세란 수입 품목의 탄소 함유량을 조사해 세금을 매기는 것을 말한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탄소를 많이 배출한 제품에 대해 더 높은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인데 기업 입장에서는 높은 ‘관세’로 받아들 수 밖에 없다. 미국도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상장기업에 ‘기후 리스크’ 공시를 의무화할 예정이어서 기업의 탄소배출에 대한 부담은 커질 전망이다. 이 때문에 기업들은 태양광 패널 등을 설치해 직접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거나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하고 전력거래계약(PPA)을 통해 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을 높이는 전략을 고민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재생에너지 총량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지난해 국내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는 4만3000GWh 수준이었다. 전체 전력 생산량의 7.5% 정도다. 재생에너지로 만든 전력이 부족하면 기업은 탄소중립을 위해 REC 구매로 몰리면 단가가 올라 기업 부담이 가중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지난 7월 산업통상자원부는 대한상공회의소에서 개최한 국내 RE100 참여 기업들과의 간담회에서 현대차, SK하이닉스, 삼성전자, LG에너지솔루션 주요 기업 관계자들은 “재생에너지 사용을 확대할 계획”이라면서도 “해외 주요국과 비교해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다”고 호소했다. 이런 우려에 정부도 재생에너지 공급을 확대하고, 기업의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각종 인센티브와 컨설팅 지원 등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장영진 차관은 “장기적으로 RE100이 국제적인 투자 장벽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다”며 “우리 기업이 원활하게 RE100을 이행할 수 있도록 기업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구체적인 정책 방향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병희 기자 leoybh@edaily.co.kr

2022.10.0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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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친환경도 ‘초격차’…저전력 제품·자원순환 극대화

산업 일반

삼성전자가 초저전력 반도체 등 혁신기술을 앞세워 신(新)환경경영전략에 박차를 가한다. 탄소 중립 실현과 자원순환을 극대화해 지구환경 개선에 기여한다는 방침이다. 삼성전자는 지난 16일 ‘신환경경영전략 간담회’를 열고 기후위기 극복 등 지구환경 개선에 기여하게 될 친환경 혁신기술을 소개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삼성전자 환경안전센터장(DS부문) 송두근 부사장, 삼성전자 글로벌CS센터장(DX부문) 김형남 부사장, 삼성전자 지속가능경영추진센터 김수진 부사장이 참석했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후위기 극복과 순환경제 구축은 기업, 정부, 시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우리 시대 최대의 도전”이라며 “삼성전자는 혁신기술과 제품을 통해 밸류 체인 전반에 걸쳐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가속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는 핵심 사업인 반도체 분야에서 기술 초격차를 통해 사용 전력 절감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회사 측은 업계 최고 수준의 초저전력 메모리 반도체 개발을 통해 데이터센터/서버, PC, 모바일기기, 그래픽/게임 등 다양한 응용처의 전력 절감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삼성의 최신 저전력 SSD 및 DDR5 등으로 교체할 경우 그 자체로 전력 소모가 절감되는 것은 물론, 데이터센터 발열을 식히기 위한 전력도 절약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는 초격차 DRAM 공정/설계기술 적용으로 차세대 컴퓨팅, 대용량 데이터센터, 인공지능 등 첨단산업 분야의 전력 절감에 기여할 계획이다. 스마트폰, 노트북뿐 아니라, 고성능PC, 서버까지 응용처를 확장할 수 있는 삼성의 프리미엄 저전력 DRAM인 LPDDR5X의 속도는 이전 세대보다 1.3배 빨라지고 전력 효율은 약 20% 향상된다. 최선단 14나노미터(nm,1nm는10억분의1m) 공정과 혁신적인 회로 설계, 업그레이드 된 ‘동적 전압 기술을 통해 이전 세대 제품보다 성능은 향상되고, 전력 소모량은 줄었다. 동적 전압 기술은 컴퓨팅 기기의 여러 프로세서, 콘트롤러 칩, 주변 기기의 전압 설정을 조정함으로써 태스크를 위한 리소스 할당을 최적화하고, 리소스가 필요하지 않을 시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는 기술이다. DDR5에는 HKMG(High-K Metal Gate, 절연 효과가 높은 High-K 물질을 트랜지스터 절연막에 적용해 누설 전류를 줄여주는 기술)공정, TSV(Through Silicon Via, 실리콘 관통 전극) 기술 등이 적용돼 모듈 차원에서 30%의 전력 효율을 개선했다. 고성능 엔터프라이즈 SSD인 PM1743은 6세대 V낸드를 기반으로 자체 개발한 PCIe 5.0 컨트롤러를 탑재하여 기업에서 요구하는 성능, 보안 등 최고 수준의 솔루션으로 제공하고, 전력 효율은 30% 향상했다. ━ 극한의 수자원 재활용…자연으로부터 취수 최소화 삼성전자는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자원에 대해 순환구조 극대화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공정에 사용되는 용수가 있다. 현재 전 세계 32개의 생산거점 등 방대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운영중인 삼성전자는 전력뿐 아니라 용수 사용량(지난해 1억6400톤)도 막대하다. 삼성전자는 제조공정 개선, 재활용 시스템 구축 등을 통해 매년 용수 재이용량을 최대한 늘려 ▶2030년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반도체) ▶2030년 사용 물 100% 환원(DX부문)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매년 사용하는 용수는 2019년 6855만t, 2020년 7018만t, 2021년 9394만톤으로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반도체는 지속적인 국내 라인 증설로 하루 취수 필요량이 2030년에는 현재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사내 폐수는 물론 인근 공공 하수처리장의 물도 재처리해 반도체용 용수로 재이용할 계획이다. 특히 광촉매 산화, 염소 산화, 효소 분해 등 다양한 수처리 기술을 통해 공공하수를 최대한 재이용함으로써 자연으로부터 취수를 최소화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사업장은 현재 국내법 기준의 30% 이하 수준으로 대기 및 수질 오염물질을 관리해 왔으며, 앞으로 환경안전연구소를 통한 독자 저감기술 개발을 통해 이를 더욱 고도화해 2040년에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자연상태’ 수준으로 처리해 배출할 계획이다. 회사 측은 “수질 오염물질은 미생물 활성화 기술, 처리 조건 최적화 기술 등 고도의 수처리 기술을 적용해 방류 하천 상류 수질 수준의 낮은 농도로 배출할 것”이라며 “대기 오염물질은 알칼리 및 유기성 가스 통합처리 기술 등을 적용하여 국가 대기질 목표 수준으로 배출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사업장에서 직접 배출하는 온실가스 대책도 세웠다. 반도체 제조공정에서 사용하는 공정 가스와 LNG 등 연료 처리기술 혁신을 통해 배출을 제로화 한다는 계획이다. 공정 가스 처리는 현재 업계 최초로 개발된 통합처리시설 RCS(Regenerative Catalytic System)를 적용하고, 기존 처리시설을 개선하기 위해 고효율 촉매를 개발할 예정이다. LNG는 보일러 사용으로 인한 CO2 배출을 줄이기 위해 폐열 활용을 극대화하고, 보일러 전기 열원 검토 및 탄소 포집/활용 기술을 개발하여 배출을 제로화할 계획이다. 송 부사장은 “DS부문에서 가장 많은 투자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반도체를 제조하는 공정에서 가스를 사용하는 프로세스”라며 “RCS 등 이런 부분들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고 수 조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 제품 사용단계부터 탄소배출 NO 삼성전자는 제품의 사용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배출을 저감하기 위해 제품의 에너지 효율 제고에 기술적 역량을 집중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곧 탄소배출 저감에 동참하는 활동이 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제품 개발 측면에서는 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PC, 모니터 7대 전자 제품의 대표 모델에 저전력 기술을 적용해, 2030년 전력소비량을 2019년 동일 스펙 모델 대비 평균 30% 개선한다. 이를 위해 연도별 기술로드맵을 수립하여 해당 기술을 확보하고, 확보된 기술을 타제품, 타모델로 확대 적용할 예정이다. 이같은 기술 적용으로 상승할 수 있는 제품 단가에 대해선 공급망 개선 등을 통해 최소화 한다는 설명이다. 김 부사장은 “해당 기술이 전 모델로 확산되면 공급망의 최적화를 통해 가격을 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라며 “이런 노력으로 소비자들에게 가격 부담을 전가하지 않도록 최선의 노력을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전자는 지난 15일 ‘신환경경영전략’을 발표하고, 경영의 패러다임을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공정 가스 저감, 폐전자제품 수거 및 재활용, 수자원 보존, 오염물질 최소화 등 환경경영 과제에 2030년까지 총 7조 원 이상을 투자한다. 이는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한 수치다.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후위기 극복과 순환경제 구축은 기업, 정부, 시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우리 시대 최대의 도전"이라며 "삼성전자는 혁신기술과 제품을 통해 밸류 체인 전반에 걸쳐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가속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2022.09.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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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산업 이종 경쟁 격화]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인텔은 메모리에 집중

산업 일반

인텔, 한국서 차세대 메모리 선전포고… 삼성전자, NPU·GPU에 투자 집중키로 “메모리·스토리지 계층 구조의 최첨단 혁신을 추진할 것이다.” 롭 크룩 인텔 수석 부사장은 9월 26일 JW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에서 열린 ‘메모리&스토리지 데이 2019’에서 차세대 메모리반도체 ‘옵테인DCPM’(이하 옵테인)을 발표하며 이렇게 밝혔다. 옵테인은 D램과 낸드플래시의 장점을 합친 제품으로 전력이 차단돼도 데이터가 날아가지 않고, 가격도 저렴하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한국에서 신제품을 내놓으며 일종의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반도체 시장에 커다란 변화의 파도가 일고 있다. 25년간 비메모리 반도체 왕좌를 지킨 인텔이 메모리반도체 분야에 뛰어들며 시장을 흔들고 있다. 메모리반도체 1위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와 파운드리(수탁생산)로 영토 확장에 나섰다. 5세대(5G) 이동통신 도입, 자율주행차 기술 발전 등으로 메모리·비메모리 간의 격벽이 얇아진 결과다. 다른 생태계에서 살던 반도체 공룡 간 혈전이 불가피해졌다. ━ 메모리·비메모리 경계 무의미, 모듈·시스템화 메모리반도체에 가장 많은 공을 들이는 비메모리반도체 회사는 인텔이다. 서버 스토리지가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에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로 넘어가며 시작한 2015년께부터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넘보기 시작했다. 3D 크로스포인트 기술에 기반을 둔 ‘옵테인SSD’를 내놓는 등 메모리반도체 판매에 힘을 쏟고 있다. 다만 인텔의 올 1분기 낸드 시장점유율은 6%에 그치는 등 아직 성과는 미미하다. 그러나 인텔이 이번에 출시한 옵테인은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흔들 수 있는 제품이란 평가를 받는다. D램보다는 속도가 느리지만, 데이터 휘발성이 낮아 SSD처럼 저장할 수 있어서다. 이미 미국 오라클과 중국 바이두 등이 옵테인을 도입하기로 했다. 인텔은 그간 D램 기술 부족으로 메모리반도체 시장 진출을 꺼려왔다. 인텔은 1970년대 세계 D램 등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이끌었지만 1980년대 일본 NEC·히타치·후지츠에 밀려 결국 1985년 철수했다. 2015년 옵테인 SSD를 내놓기 전까지 31년간 D램 시장과는 벽을 쌓고 지냈다. 그러다 일종의 P램(상변화 메모리)인 옵테인을 앞세워 시장 전환을 노리고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옵테인이 SSD와 D램 사이의 데이터 병목현상을 풀어주는 역할을 하겠지만, 인텔의 메모리반도체 시장 확대의 발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실제로 인텔은 옵테인이 자사 중앙처리장치(CPU)와의 호환성·안전성이 뛰어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컴퓨팅은 SSD에 기록된 데이터를 D램이 읽어 CPU나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전달하고, 여기서 계산된 데이터는 다시 D램을 거쳐 SSD에 저장된다.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 간 호환성이 높으면 적은 전력으로도 많은 데이터를 빠르고 정확하게 처리할 수 있다. 인텔은 세계 CPU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고객사 요구에 따른 패키지 형태의 제품·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주완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의 경우도 속도나 전력 손실 등에서 하나의 칩세트를 장착하는 것이 바람직해 하나로 구성된 제품을 납품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있다”며 “메모리반도체와 비메모리반도체의 경계가 무너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미 현대자동차·네이버·넷마블 등은 인텔 옵테인을 도입하기로 했거나 도입을 검토 중이다. 현대차는 옵테인을 자율주행·커넥티드카에, 네이버는 인텔 2세대 제온 프로세서와 함께 클라우드 경쟁력 강화에 쓸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의 TSMC에 생산을 맡기고 있어 양산 경쟁도 걸어볼 만한 입장이다. TSMC는 삼성전자와 더불어 글로벌 파운더리 중 극자외선(EUV)을 이용한 6나노 공정을 도입한 유이한 회사다.삼성전자는 그간 상대적으로 약했던 시스템반도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8월 연구·개발(R&D)과 생산시설 확충에 133조원을 투자해 2030년 시스템반도체 분야 세계 1위에 오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삼성전자가 시스템반도체 분야 1위 목표를 불과 10년 뒤로 잡은 것은 비메모리반도체 시장이 급변하고 있어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판단해서다.메모리반도체 시장을 공략 중인 인텔은 비메모리반도체에서는 AMD에도 쫓기는 입장이다. AMD의 PC용 CPU인 라이젠은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지역에서 인텔 CPU를 앞서기 시작했다. 서버용 CPU 역시 인텔의 불안정한 공급을 문제 삼아 AMD나 IBM으로 선회하는 경우도 적지 않게 발생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6월 AMD와 손잡고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AMD의 초저전력·고성능 그래픽 설계자산(IP)을 활용하기로 했다.더불어 삼성전자는 지난 4일 CPU 코어 개발에서 손을 떼는 대신 인공지능(AI) 시대 핵심 부품으로 꼽히는 신경망처리장치(N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에 자원을 더 집중하기로 했다. CPU 코어는 저전력 모바일 프로세서 설계 강자인 영국 암(ARM)과 손잡을 것으로 보인다. NPU는 수천개 병렬 컴퓨팅이 필요한 딥러닝 알고리즘 연산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클라우드와 AI 등 신기술 등장으로 서버·반도체 시장이 크게 변했다”며 “오라클은 잊힌 하드웨어 기술을 꺼내 클라우드 서비스에 나섰고, 인텔은 크로스포인트(메모리반도체의 일종)의 실패와 AMD와의 경쟁으로 위상이 예전 같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기술 발전으로 CPU만으로는 높은 컴퓨팅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며, 세계적으로 인텔과 반인텔 전선이 명확히 그려졌다”며 “비메모리반도체 클러스터링이 더욱 심화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전자로서는 다행스러운 상황이다. 현재 글로벌 협력사들과 메모리·비메모리반도체 칩셋 모듈화 등 다수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마이크로소프트(MS)도 서피스 신제품에서 AMD·퀄컴과 손잡기로 했다. ━ 비메모리반도체는 선택 아닌 필수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가 올 3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점유율을 18.5%로 끌어올린 점도 고무적이다. IBM(서버용 CPU)·엔비디아(GPU)·퀄컴(AP) 등을 주요 고객사로 확보했다. 글로벌 연대 체제에서 비메모리반도체의 경쟁력을 끌어올릴 바탕을 마련한 셈이다. 이주완 연구위원은 “반도체 시장 전체가 하나의 영역으로 바뀌어 이합집산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며 “한국은 국제 표준에서 입김을 행사할 능력과 위상이 있으며 특히 비메모리반도체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했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2019.11.0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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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 새로운 세상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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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부품·반도체·신소재 성장 기대 ... 포스트 스마트폰 시대 열 듯 4월 마지막 주 핫 클릭 리포트로 이정·박성현 유진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작성한 ‘사물인터넷, 새로운 세상의 시작’을 뽑았다. 이 보고서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 집계 결과 4월 22~29일 가장 많은 조회수(731)를 기록했다. 다음은 보고서 요약.2007년 애플이 세계 IT산업에서 ‘아이폰 혁명’을 일으킨 이후 폭발적으로 성장하던 스마트폰과 태블릿 시장이 지난해부터 성장 둔화에 직면했다. 예상보다 일찍 꺾였다.이에 따라 차세대 IT산업에 대한 기대가 커지면서 최근 ‘사물인터넷’이라는 개념이 뜨겁게 주목을 받는다. 사물인터넷이라는 용어가 올해 갑자기 등장한 생소한 것으로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사물인터넷은 2000년대 초 크게 유행한 ‘유비쿼터스’나 애플의 ‘엔 스크린(N-Screen) 전략’, 2010년에 급부상한 ‘빅데이터’ 등과 일맥상 통하는 개념이다.이 개념이 IT산업 전반에 빠른 속도로 부각되는 이유는 뭘까. 시장 구조 측면으로 보면 2007년 이후 스마트폰·태블릿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소수의 대형 IT업체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됐다. 이들 업체들이 차세대 IT제품군으로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홈 네트워크, 커넥티드 카 등에 주목하고 있다. 이러한 차세대 IT 제품들은 기기 간 연결이 기본이다.이를 통해 사용자 만족도를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결국 사물인터넷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더불어 올해 1~2월 IT 공룡들인 삼성전자·구글·시스코가 향후 10년 간 특허공유 계약을 하고 사물인터넷 산업 성장을 가속시키기 위해 새로운 전략을 펼치기 시작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소수의 대형 업체들이 IT산업을 지배한다는 것이다. 네트워크 플랫폼을 포함해 차세대 IT산업의 표준을 정립하는 게 매우 쉬워졌다. 따라서 사물인터넷은 IT산업에 빠른 속도로 접목될 것으로 전망된다.하지만 대형 IT업체들이 차세대 IT산업을 주도하면 산업의 성장이 소수 업체들 중심으로 이뤄질 수 있다. 이런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도 가져야 한다. 또한 사물인터넷 시대에서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되는 것이 바로 보안이다. 수많은 사물 데이터들을 통해 개인정보의 확인이 가능하고 원하지 않는 개인정보의 노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사물인터넷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보안에 대한 대책이 선결돼야 한다.아직 초기 단계인 사물인터넷 산업이 향후 10년간 19조 달러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면서 관련 수혜산업에 대한 관심이 매우 커졌다. 사물인터넷이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인간·사물·서비스 등 분산된 요소들을 서로 연결시켜주는 유무선 네트워크 플랫폼이 매우 중요하다. 데이터 양이 급속도로 증가하기 때문에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서는 LTE보다 1000배 빠른 5세대(G)로 통신환경이 빠르게 전환돼야 한다. 또 기기 간 통신을 위한 근거리 무선통신기술이 발전되어야 한다.대용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서는 고주파대역을 사용한다. 이로 인해 전송거리가 짧아져 데이터의 손실이 커질 수 있다. 여기서 무선 중계 기술의 중요도가 부각된다. 무선 중계기를 포함한 통신부품 사용량이 크게 증가할 것이다. 또한 초저전력 통신기술도 부각될 가능성이 크다. 온도·습도·열·가스·조도·초음파·움직임·소리 등을 다양한 센서로 감지하고 위치를 추적하는 기술도 필요하다. 다양한 센서 반도체 시장이 급속도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메모리 반도체에서도 많은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판단된다. 많은 데이터를 보관할 데이터센터가 빠르게 구축됨에 따라 3D 낸드 기술이 중요해진다. 많은 데이터를 빠른 속도로 처리하기 위한 반도체 기술에도 큰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또 보안 이슈를 해소하기 위한 지문 인식 등 생체인식솔루션 개발이 시급하다. 따라서 다양한 생체인식 방식 개발 과정에서 사파이어글라스와 같은 신소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국내에서는 삼성전자가 구글·시스코와 특허공유를 하면서 사물인터넷 산업 성장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하드웨어와 반도체·전자부품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구글·시스코와의 협력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성장의 중심에서 절대강자로 도약할 것으로 예상된다.통신환경 진화에 의해 통신부품 수요가 확대되면서 관련 업체 기가레인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본격적으로 센서시장에 진출하는 티엘아이와 지문인식용 사파이어글라스 시장 급성장의 수혜업체인 사파이어 테크놀로지와 한솔테크닉스를 추천한다.

2014.05.07 1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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