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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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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폭 넓히는 행동주의 펀드…“기업 성과, 주주들에 돌려줘야”

증권 일반

“국장(국내 증권시장)엔 답이 없다.”한국 증권 시장은 투자자들로부터 쉽게 외면받았다. 기업이 이익을 늘려도 주주에게 배당을 확대하고 자사주를 매입 및 소각을 하는 데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다. 정부 규제도 갈수록 심해졌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는 그 결과물이다.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미국과 일본 증권 시장이 활기를 되찾은 것과 비교해 초라한 성적을 낸 코스피 지수는 이를 잘 반영한다. 국내 증시가 자꾸 가라앉자 올해 윤석열 대통령부터 이를 해결하고자 금융투자소득세 폐지 등 규제 완화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국내 개인 투자자들을 붙들고, 해외 투자자들에겐 국내 증권 시장이 ‘기회의 땅’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기 위해서다. 민간에서도 다양한 활동이 나타나고 있다. 가장 대표적으로 행동주의 펀드가 오랫동안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말하며 주주환원 확대 필요성을 이야기해 왔다. 이들은 ‘기업의 이익을 주주와 나눈다’라는 기본적인 자본주의 개념이 ‘기업을 힘들게 한다’라는 평가로 국내에서 오해받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시각부터 바뀔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그래야 투자가 유치된다는 설명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와 서면 인터뷰를 진행해 행동주의 펀드 활동과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 방법을 물었다. Q. 행동주의 펀드의 목적을 설명한다면?A. 기업 거버넌스나 비효율적 기업 운영 등으로 본질 가치 대비 저평가된 기업에 투자한 후 경영진과의 대화, 주주서한 발송, 주주권 행사 등 저평가 요인을 개선하고 주주가치를 높이는 전략을 삼는 펀드를 행동주의 펀드라고 부른다. 이를 통해 장기간에 걸쳐 시장 수익률을 초과하는 투자 수익률을 창출하는 것을 주요 운용 전략으로 삼는다. Q.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어떻게 보는지.A. 미국, 일본 등과 비교해 국내 시장에 특이한 점이 있다. 대부분의 상장기업에 20% 이상의 의결권을 직·간접적으로 보유하고 이사회를 100% 장악한 ‘지배주주’ 그룹이 있다는 점이다. 이런 이유로 국내에는 미국, 일본에 비해 일반주주들이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여건이 만들어 진다.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간에 이해관계가 상충하는 경우도 많다. 이에 일반주주들의 권리 보호가 취약해지고, 주가가 저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나타난다.한국 주식시장의 장기 총주주수익률(total shareholder return, 배당과 주가 상승을 합해 나오는 연이율)은 연 5%로 전세계 최하위권이다. 행동주의 전문 운용사가 아니더라도 수많은 독립 자산운용사들이 어쩔 수 없이 생존을 위해 일정 정도의 ‘젠틀한’ 행동주의를 채택한다는 점이 안타까운 상황이자 한국 자본시장의 현실이다. Q. 행동주의 펀드의 성공 사례는 많지 않다고 평가된다.A.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 안건이 통과되지 않았다고 해서 주주 행동주의 캠페인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행동주의 펀드의 목표는 기업 거버넌스와 경영을 개선하고, 이를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다. 주주제안 안건 통과 여부와 무관하게 지배주주 및 경영진은 주주들의 지지를 받기 위해서 많은 주주가치 제고 조치들을 약속하게 된다. 이에 따라 거버넌스가 개선되고 주주가치가 높아지는 경우가 많다. 행동주의 펀드들의 성공 사례도 존재하는데 ▲맥쿼리인프라의 수수료 인하(플랫폼파트너스자산운용) ▲에스엠의 라이크기획 계약 종료(얼라인파트너스) ▲태광산업의 흥국생명 유상증자 참여 중단(트러스톤자산운용) ▲남양유업의 심혜섭 감사 선임(차파트너스) 등이다. Q. 행동주의 펀드가 단기이익에 치중한다는 지적이 있다.A. 기업들이 딱히 좋은 투자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주주환원을 하지 않고 현금을 쌓아놓거나 저수익 자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국내 상장사들의 자본이익률(ROE)은 미국 등 주요국 대비 크게 낮다.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아지는 주요 요인이다. “단기 이익에 치중한다”, “회사 장기 성장을 훼손한다”라는 비판이 있지만 주주가치나 국가 경제가 한정된 자본을 효율적으로 활용한다는 차원에서 주주환원을 통해 주주들에게 돌려주는 것이 맞다. 같은 이유로 도쿄증권거래소는 PBR1 이하 기업에 요구하는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주주 요구수익률(통상 연 10% 이상)을 고려한 ROE 증대 방안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Q. 기관투자자와의 협력이 중요하다는 의견에 대한 견해는.A. 행동주의 펀드 역시 기관투자자이고 주주가치 제고를 원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다른 기관투자자들과 방향성은 일치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관투자자들이 실제 주주총회 표 대결 상황에서 회사 측 안건에 찬성하는 경우가 자주 있다. 기관투자자의 의결권행사 원칙상 아주 명백하지 않으면 회사의 기존 이사회 및 경영진 견해를 신뢰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행동주의 펀드가 이사회 및 경영진을 상대로 주총 표 대결에서 이기는 게 쉽지 않다. 하지만 캠페인을 벌이고 주총 표 대결을 하는 이유는 이런 과정에서 기업이 주주들과 대화하기 시작하고, 이사회 내에 심도 있는 논의가 일어나는 등 변화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Q. 올해 행동주의 펀드 전망은?A. 올해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 건수 등은 지난해 대비 정체되거나 다소 줄어들 수도 있다. 행동주의 펀드들이 많은 시간과 비용, 노력을 들여 캠페인을 하는 이유는 충분한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노력 대비 충분한 성과를 얻기 어려운 시장 환경이 전개될 경우, 행동주의 펀드 움직임은 사그라들 수 있다. 미국, 일본 등에서 충분히 증명되었듯, 기관투자자로서 적극적인 견제 역할을 하는 행동주의 펀드의 존재 의의는 자본시장 참가자 입장에서 매우 크다. 일반주주 권리 보호가 취약해 심각한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계속되면 외국인만 아니라 국내 투자자들도 “차라리 미국 주식 하자”라는 생각을 굳힌다. 이런 맥락에서 우리나라 행동주의 펀드들이 성장하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보장돼야 더 빠른 코리아 디스카운트 개선도 가능하다.

2024.02.19 08:00

4분 소요
검찰, ‘150억원 부당대출 의혹’ 태광그룹 前 경영진 강제수사

정책이슈

검찰이 150억원대 부당대출을 청탁한 혐의를 받는 김기유 전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에 대한 강제수사에 착수했다.2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유효제 부장검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의 혐의를 받는 김 전 의장의 자택과 사무실 등에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김 전 의장은 평소 잘 알고 있던 부동산 개발 시행사 A사의 대표이사로부터 자금 대출을 해달라는 청탁을 받고 태광그룹 경영협의회 의장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지난해 8월 그룹 계열사 2개 저축은행 대표이사에게 150억원 상당의 대출을 실행하도록 한 혐의를 받는다.당시 A사 대표이사와 관계회사는 이미 350억원 상당의 채무를 부담하고 있고 담보가치도 부족해 대출받기 어려운 상황이라 저축은행 실무팀에서 ‘사업리스크가 높다’라는 취지의 심사의견서를 여신심사위원회에 제출했는데도 김 전 의장의 청탁으로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전해졌다.또한 김 전 의장은 철거공사 업체인 B사의 실질적 대표자로부터 청탁을 받고 자신이 대표이사인 그룹 계열사 티시스가 태광산업 등으로부터 수주받은 철거공사 일부에 협력업체로 등록되게 한 뒤 철거비용을 부풀려 약 26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게 한 혐의도 받는다.또한 해당 철거공사에서 발생한 폐자재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B사에게 시세보다 약 32억원 낮은 가격으로 매각하는 품의서를 작성해 태광산업 등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검찰은 태광그룹의 외부 감사를 맡은 한 법무법인이 김 전 의장의 비리 정황을 포착하고 작년 11월 고발장을 접수하면서 수사에 착수했다.

2024.01.24 20:33

1분 소요
에코프로, 또 사상 최고가…에코프로비엠 제치고 시총 1위 등극

증권 일반

#에코프로가 장중 114만원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다시 한 번 경신했다. 에코프로 시가총액은 30조원을 넘기며 자회사 #에코프로비엠을 제치고 코스닥 1위에 등극했다. 18일 코스닥 시장에서 오전 10시 10분 현재 에코프로는 전일 대비 11.61%(11만6000원) 오른 111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101만8000원에 출발한 주가는 장중 114만8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에코프로 주가는 올해 800% 넘게 폭등했다. 증권가에선 지주사인 에코프로 주가가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비관론도 제기됐지만, 이른바 한국판 ‘밈 주식’으로 불리며 개인 투자자 순매수세가 주가를 끌어올렸다. 증권가는 지난 5월을 기점으로 에코프로 목표주가를 더 이상 제시하지 못 하고 있다. 에코프로는 지난 10일 장중 100만원을 넘기며 황제주(1주당 100만원이 넘는 종목)에 등극한 뒤 최근 시장 전망치를 하회하는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주가가 주춤하기도 했다. 에코프로는 올해 2분기 매출 2조132억원, 영업이익 166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삼성증권이 지난 5월 제시한 전망치(매출 2조4563억원, 영업이익 2958억원)을 밑도는 수준이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넘는 황제주는 에코프로가 유일하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황제주가 됐던 #태광산업은 최근 실적 부진 등 악재가 겹치며 주가가 62만원대로 밀린 상태다. 코스닥에서 지난 2007년 황제주에 오른 동일철강은 같은해 10월 23일을 끝으로 100만원대를 회복하지 못 했고, 이후 액면분할을 거쳐 현재는 2100원대에 머물고 있다. 한편 에코프로는 현재 투자주의종목으로 지정돼 있다. 스팸관여과다종목으로 분류되면서다. 스팸관여과다종목은 한국인터넷진흥원에 신고된 영리 목적 광고성 정보의 최근 3일 평균 신고 건수가 최근 5일 또는 20일 평균 신고 건수 대비 3배 이상 증가하고, 주가가 급변동하거나 거래량이 급증한 종목을 의미한다.

2023.07.18 10:19

2분 소요
다섯 번째 코스닥 황제주 등극한 에코프로…어디까지 갈까

증권 일반

#에코프로 주가가 10일 장초반 100만원을 돌파하며 ‘황제주’(1주당 100만원이 넘는 종목)에 등극했다. 코스닥 시장에선 지난 2007년 황제주가 된 #동일철강을 뒤이어 등장한 역대 다섯 번째 황제주가 됐다. 10일 코스닥 시장에서 오전 9시 32분 현재 에코프로는 전일 대비 1.94%(1만9000원) 오른 99만9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99만4000원에 출발한 에코프로는 장중 101만5000원까지 오르며 52주 신고가를 새로 썼다. 코스닥에선 동일철강 이후 16년만에 황제주가 탄생했다. 올해 11만원에 출발한 에코프로 주가는 벌써 연초 이후 9배 이상 뛰었다. 지난 4월 11일 76만9000원을 기록한 뒤 증권사 매도 리포트가 나오면서 지난 5월 15일엔 49만9000원까지 밀리며 40만원대로 떨어졌지만, 이후 재차 반등에 성공했다. 최근 에코프로는 테슬라의 호실적과 더불어 쇼트 커버링 영향 등으로 급등하고 있다. 현재 국내 증시에서 주당 가격이 100만원을 넘는 황제주는 에코프로가 유일하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에서 황제주가 됐던 #태광산업은 최근 실적 부진 등 악재가 겹치며 주가가 60만원대로 밀린 상태다. 코스닥에서 지난 2007년 황제주에 오른 동일철강은 같은해 10월 23일을 끝으로 100만원대를 회복하지 못 했고, 이후 액면분할을 거쳐 현재는 2200원대에 머물고 있다. 증권가에선 지난 5월 이후 에코프로에 대한 목표주가가 새로 나오지 않고 있다. 앞서 삼성증권과 하나증권은 에코프로에 대한 목표주가로 각각 40만원, 45만원을 제시한 바 있다. 에코프로에 매도의견 리포트를 냈던 일부 증권사에 투자자들의 항의가 빗발치면서 신규 의견을 내기 부담스럽다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익명을 요구한 한 증권사 연구원은 “에코프로의 성장성과 시장 잠재력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면서도 “하지만 에코프로는 개인 순매수로 지금의 신고가 행진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고평가 꼬리표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증권가 눈높이는 올라가고 있다. 이달 들어 한국투자증권이 에코프로비엠 목표주가를 25만원에서 32만원으로 높였고 대신증권(27만→30만원), 유안타증권(29만→34만원) 등도 목표가를 상향 조정했다. 김정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에코프로비엠은 모회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통해 추가적인 내재화가 기대되는 기업이다. 에코프로그룹은 2027년 기준 양극재 60만톤 판매를 목표로 수산화리튬, 전구체, 니켈의 내재화율을 30%대로 올리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며 “에코프로비엠은 원재료 및 중간재를 자체적으로 생산해 양극재 마진을 높이고 현지 조달 방안을 세울 수 있는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안나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에코프로비엠의 2분기 실적은 시장 추정치를 하회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ASP가 하락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양극재 기업들 중 가장 안정적인 수익성이 기대되는 곳이다. 국내 양극재 기업들이 2022~2025년 연평균 성장률 기준 40% 이상이 전망되기 때문에 2025년 EV/EBITDA 멀티플은 40배까지고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2023.07.10 09:46

2분 소요
고려디앤엘 앞세워 승계 속도 내는 LF…내부거래 발목 잡나

산업 일반

#LF가 구본걸 LF 회장의 장남 구성모씨가 최대주주로 있는 고려디앤엘을 앞세워 경영 승계에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내부거래가 향후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자생력이 떨어지는 고려디앤엘이 LF 지분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는 과정에서 행동주의펀드 등 외부의 견제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디앤엘은 지난 1일부터 12일까지 LF 보통주 10만8074주를 장내 매수했다. 이에 따른 고려디앤엘의 LF 지분율은 8.96%다. 이로써 고려디앤엘은 구 회장 동생 구본순 전 고려조경 부회장(8.55%)를 넘어 LF 2대 주주에 올라섰다. 고려디앤엘은 지난해 7월 LF네트웍스에서 인적 분할된 회사로 조경공사와 조경관리, 원예판매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분할 당시 LF네트웍스 보유 LF 주식 180만6000주는 고려디앤엘로 전부 이전됐다. 고려디앤엘의 최대주주는 구본걸 회장이었지만 지난해 10월 구성모씨가 지분 91.58%를 확보하며 변경됐다. 다만 4세 승계 과정에서의 중요성과 별개로 고려디앤엘의 상황은 좋지 않다. GS를 비롯한 범 LG가의 지원을 바탕으로 일감을 수주하고 있지만 수익을 전혀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고려디앤엘은 지난해 252억원의 매출이 발생했음에도 3억원 가량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지난해 말 기준 수주잔고가 274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극적인 실적 개선을 꾀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사실상 고려디앤엘의 자생력이 부족하다는 뜻으로 내부거래를 통한 승계라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기도 하다.고려디앤엘이 지난해 대규모 단기차입에 나선 것도 이같은 배경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자금 상황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LF의 지분은 매입해야 하니 금융기관과 오너일가로부터 돈을 빌려올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고려디앤엘은 지난해 한국증권금융(253억원)과 구본걸 회장(33억원), 구성모씨(25억원)로부터 총 311억원을 차입했다. 이처럼 고려디앤엘의 내부 의존도가 높은 탓에 행동주의 펀드 트러스톤자산운용의 움직임도 승계에 불안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최근 LF 지분을 빠르게 늘리면서 향후 지배구조 개선 등을 강하게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 3월까지 LF 지분을 6.11%까지 늘리면서 영향력을 확대했다. 실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과 BYC 등 일부 기업들의 지분을 확보한 이후 지배구조개선을 요구한 바 있다. 이는 고려디앤엘 등 비상장사를 활용해 승계 작업을 꾀하고 있는 LF 입장에서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트러스톤자산운용의 LF 투자목적이 ‘일반투자’라는 점도 이같은 주장에 힘을 싣는다. 일반투자의 경우 단순투자와 달리 임원 보수에 대한 지적이나 배당금 확대 등을 제안할 수 있어 보다 적극적으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 투자보유 목적은 단순투자와 일반투자, 경영참여 등 세 가지로 나뉜다.이와 관련 LF 관계자는 “공시된 내용 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2023.06.15 06:30

2분 소요
목소리 커진 행동주의·개미…올해 상장사 44곳 주주제안 상정

증권 일반

행동주의펀드와 개인 투자자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올해 상장사들의 주주제안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 확대와 이사 선임 등 다양한 안건이 상정된 가운데 내년 주주총회에선 #KT&G, #POSCO홀딩스 등의 주주권 행사를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18일 ESG 전문 평가기관 서스틴베스트가 발표한 ‘2023년 정기주주총회 시즌 리뷰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211개사의 1494개 안건을 분석한 결과 올해 정기주총에서 주주제안 안건을 상정한 기업은 44개사로 전년(28개사) 대비 57% 증가했다. 서스틴베스트 측은 “개인투자자들의 활발한 주식시장 참여와 지배구조를 향한 투자자들의 인식 제고 등이 주주행동주의 급부상의 배경이 됐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풍부한 유동성과 증시 활황에 힘입어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시장 직접 투자가 가파르게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올해 주총에선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이 눈에 띄게 늘었다. KT&G, BYC, 태광산업, JB금융지주, 남양유업 등의 주주총회에서 행동주의 펀드가 제안한 현금배당 확대안, 자사주 매입안이 상정됐으나 모두 부결됐다.서스틴베스트는 “행동주의 펀드의 중장기적 투자를 가정할 때 향후 이 같은 유형의 주주제안이 꾸준히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며 “기업별, 산업별로 주주환원의 적정 수준을 판단하는 기준과 관련한 논의가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노동시장 경직성의 영향으로 고정비적 특성이 높은 인건비 등 국내 시장의 특수성도 적정 주주환원 수준을 판단할 때 고려할 수 있는 요소”라고 밝혔다. 서스틴베스트는 올해 상정된 211개 안건 중 157개에 반대를 권고했다. 반대 권고비율은 10.5%로 전년(8.9%) 대비 증가했다. 정관변경 안건과 감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제외하면 전반적으로 반대 권고 비율이 올랐다. 내년 대표이사 임기가 만료되는 포스코홀딩스와 KT&G 대표이사 후보 추천 과정과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 방향을 주목하라는 조언도 나왔다. 서스틴베스트는 “KT, 금융지주사 등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투명성에 대한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국민연금을 통한 정부의 민간기업 경영 개입의 정당성에 대한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류영재 서스틴베스트 대표는 “국내 주주행동주의 급부상,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 문제와 이에 대한 정부 간섭 논란은 올해 정기주총 시즌에서 가장 크게 주목받은 트렌드”라며 “국내 상장기업 주주환원의 경우 개도국 마켓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을 고려할 때 제고될 필요성이 분명 존재하지만 제조업 중심의 산업적 특성, 낮은 고용 유연성 등 한국적 특수성을 고려한 타협점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2023.04.18 16:51

2분 소요
화두는 던졌는데…‘절반의 성공’ 그친 행동주의펀드

증권 일반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파란’을 예고했던 행동주의펀드들이 낙제점을 받았다. #KT&G, #태광산업, #JB금융지주, #BYC 등 행동주의펀드가 점찍은 기업 대부분은 주총에서 펀드가 아닌 회사 측의 압도적 승리로 끝났다. 주주 행동주의를 표방하며 소액 주주들의 공감을 얻어내는 데엔 성공했지만, 결국 이익 실현을 목표로 할 수밖에 없는 펀드의 한계가 드러난 결과라는 평가도 나온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마무리된 3월 주총 시즌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 안다자산운용, 플래쉬라이트캐피탈파트너스(FCP), 얼라인파트너스, 밸류파트너스 등 행동주의펀드들은 표 대결에서 대부분 고배를 마셨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태광산업 주총에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이 주주 제안한 액면분할, 주당 1만원 현금배당, 자사주 매입 등 3개 안건은 모두 부결됐다. 같은달 24일 진행된 BYC 주총에서도 트러스톤은 액면분할, 배당확대, 자사주 매입, 감사위원 선임 등의 안건을 상정했지만 표 대결에서 패했다. 안다자산운용과 FCP의 공격을 동시에 받은 KT&G 역시 지난달 28일 열린 주총에서 현 이사회 측의 안건이 모두 통과되며 압승을 거뒀다. 안다자산운용과 FCP는 각각 현금배당 7867원과 1만원을 제안했지만, 투표 결과 KT&G 이사회가 제안한 현금배당 5000원이 출석의결권 수의 68.1%의 동의를 얻어 통과됐다. FCP가 제시한 1조2000억원 규모 자기주식 매입안 역시 출석의결권 수의 33.6%의 동의를 얻는 데 그쳤다. SM엔터테인먼트 지배구조 개선에 목소리를 높이며 주목받은 얼라인파트너스가 참전한 JB금융지주 주총 결과도 싱겁게 끝이 났다. JB금융은 지난달 30일 진행한 주총에서 이사회가 제안한 ▲재무제표 및 이익배당 승인 ▲정관 변경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 ▲감사위원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등이 원안대로 가결됐다. 소액주주들과 힘을 모았던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역시 #KISCO홀딩스 주총에서 고배를 마셨다. KISCO홀딩스의 경우 행동주의펀드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과 소액주주연대가 제시한 주총 안건을 거절하면서 밸류파트너스 측이 가처분 소송을 제기, 법원이 이를 인용하면서 반전이 점쳐졌으나 결국 회사 측이 제안한 안건만이 주총 문턱을 넘었다. 다만 #남양유업 주총에서는 이변이 나왔다. 지난달 31일 열린 주총에서 차파트너스자산운용이 추천한 심혜섭 변호사가 상근 감사로 선임하는 안이 찬성 12만표로 통과됐다. 반면 남양유업 경영진이 추천한 심호근 남양유업 상근감사 재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차파트너스가 제안한 4개 안건 중 감사 선임의 건을 제외한 나머지 3건은 부결됐지만, ‘오너 리스크’에 지친 소액주주들의 표가 이변을 만들어낸 셈이다. 목소리 커진 행동주의 캠페인…평가는 엇갈려올해 행동주의펀드들의 성과는 ‘절반의 성공’으로 요약된다. 주총을 앞두고 자사주 매입, 배당 확대,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제안하며 소액주주들의 지지를 얻어냈지만 최종적으로 주총 문턱에서 이들의 표 집결엔 실패했다. 이 과정에서 주가가 단기 급등하면서 시세 차익을 얻으려는 불개미들이 뛰어들었다. 결과적으로 행동주의펀드가 부르짖은 중장기 기업 개선보다는 단타꾼들의 배만 불린 격이 됐다. 행동주의펀드의 ‘먹튀’ 우려도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펀드는 이익 추구를 최우선 가치로 둘 수밖에 없기에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한 뒤 이를 매도해 차익을 실현할 거란 우려다. 실제 SM과 오스템임플란트, KT&G 등 행동주의펀드가 전면에 나선 기업들의 주가는 크게 흔들렸다. 대부분 행동주의펀드의 참전 이후 주가가 급등하고, 주총 이후 급락하는 패턴을 보였다. 양일우 삼성증권 ESG연구소 팀장은 “수익률은 펀드의 기본적인 목표다. 한국 행동주의 펀드의 수익률은 2021년 이후 높아진 경향이 있지만, 대부분 지분 매입 경쟁 있었던 경우였다”라며 “한국 증시엔 저평가된 기업은 많지만, 최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초기 성장기를 지나면 행동주의 펀드의 확산이나 수익률이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행동주의가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지 않은 채 단기 수익만을 추구하기 위한 목적으로 추진될 경우, 다른 주주의 이익을 침해하거나 회사에 손해를 야기시킬 수 있다”며 “(배당 확대, 자사주 매입 등 주주환원 정책도) 기업의 미래 성장을 위해 활용해야 할 자원을 주주에게 전달하면서 기업의 장기적 성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3.04.03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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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협 지배구조자문위, “DB하이텍 물적분할 찬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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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상장회사협의회 부설 독립기구인 지배구조자문위원회는 27일 #DB하이텍의 물적분할 안건에 찬성한다고 밝혔다. 반면 태광산업의 자기주식 취득 관련 주주제안 안건에는 반대했다. 지배구조자문위원회는 기업 측 입장을 반영하는 주주총회 의결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자 상장협으로부터 독립적인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회의체다.DB하이텍은 지난 7일 이사회를 열어 반도체 설계사업(팹리스)을 담당하는 브랜드 사업부를 물적분할하는 안건을 29일 정기 주주총회 안건으로 상정하기로 했다.자문위는 “순수 파운드리를 위한 DB하이텍 물적분할 안건을 찬성”한다면서 “고객사와의 이해상충 방지 및 파운드리 사업 집중, 팹리스 사업 역량 강화를 통한 글로벌 경쟁력 확보 등 분할의 목적과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자문위는 “분할 신설회사를 상장할 때 존속회사인 모회사의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거치도록 하는 정관 규정, 주식매수청구권 등 기존 주주에 대한 보호장치가 마련돼 있다”고 덧붙였다.또 이익배당의 경우 회사의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 체결과 현이사회안(1300원)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주주제안(2467원)에서 제시한 배당금 총액을 상회하는 주주환원이 예상돼 이사회안에 찬성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감사위원회 위원 분리선출의 건은 분리선출 후보 2인 모두 선임시 회사의 감사위원회는 총 7인으로 구성되면서 감사위원회 운영의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어 배홍기, 한승엽 모두 반대했다. 자문위는 태광산업의 현금 배당과 자기주식 취득 관련한 주주제안에는 반대하고, 액면분할을 위한 정관 변경 주주제안 안건에는 찬성했다.앞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태광산업에 주식 분할, 현금 배당, 자기주식 취득 등을 주주제안으로 제출했다. 자문위는 “주주제안인 자기주식 취득의 건은 자기주식 취득·처분은 이사회의 경영판단이 필요한 사항이며, 회사의 미공개 중요정보가 있는지에 대한 판단이 선행돼야 하는 등 주주총회에서 자기주식 취득·처분에 대해 심의하는 것 자체가 법리적으로 논란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반대했다”고 설명했다.

2023.03.27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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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처했을 때 흔들리지 않는 법을 익혀라”…위기에도 오뚝이처럼 일어선다

산업 일반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Data Lab)은 지난 2월 '111클럽' 기획을 발표한 바 있다. 데이터랩의 두 번째 기획은 국내 매출 상위 2000대 상장사 중 올해 기준으로 60년 전통을 가진 기업 177곳 중 (2021년 기준) 연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을 기록한 상위 10%의 기업을 선정하는 것이다. 총 46곳의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은 한국경제의 주역들이다.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은 이 기업을 '장수(長壽) 기업' 대신 '장신(長新)' 기업이라 이름 붙였다. 대한민국 대표 섬유·석유화학 기업인 태광산업이 ‘이코노미스트’가 선정한 장신(長新) 기업에 포함됐다. 국내 매출 상위 2000대 상장사 중 올해 기준으로 60년 이상의 전통을 가진 회사는 170곳이다. 여기에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000억원, 500억원(지난 2021년 기준)을 넘는 장신 기업은 50곳도 되질 않는다. 이 기준을 충족하는 석유화학 기업은 한화, KCC, 태광산업뿐이다.섬유 회사의 70년 장수 비결태광산업은 올해 창립 73주년을 맞은 국내 대표 장수기업 중 하나다. 국내 섬유·석유화학의 미래를 이끌며 글로벌 초우량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는 태광산업은 국내 최초의 아크릴 합성공장 설립, 국내 최초 스판덱스 생산, 국내 유일 탄소섬유 생산 등 ‘최초’, ‘유일’이라는 수식어와 함께 대한민국 섬유·석유화학 산업의 도약을 이끌었다.태광산업의 역사는 1954년 시작됐다. 고(故) 일주(一洲) 이임용 회장(1921~1996년)은 1950년 10월 모직물 생산 기업인 동양실업 지분을 인수하며 섬유사업에 발을 들였고, 1954년 7월 부산 문현동에 태광산업사를 세우며 독자경영에 나섰다. 지금의 사명인 태광산업으로 변경된 것은 1961년이다. 그해 9월 15일 법인을 설립하면서 사명이 변경됐다.회사 설립 후 10여 년 동안 사업기반을 구축했다. 공장 설립과 기업 인수 등을 통한 공격적인 외형 확장에 나섰다. 1962년 무역업을 시작한 태광산업은 이듬해 부산에 소모방을 생산하는 가야공장을 설립했다. 1967년에는 울산 아크릴공장, 1969년에는 부산 동래공장을 준공하며 생산시설을 점차 늘려갔다. 외형 확장에 성공한 이임용 회장은 1970년대부터 사업다각화에 나섰다. 그는 산업을 통해 국가를 일으키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1937년 이임용 회장이 16살의 나이에 홀로 일본으로 건너가 6년간 밤낮없이 일, 공부를 하며 느낀 것이다. 이는 태광이 향후 섬유, 석유화학, 방송, 금융 등 다양한 사업을 운영하게 되는 밑거름이 됐다.물론 기존 섬유사업의 경쟁력 강화에도 집중했다. 1975년 태광이 대한화섬을 인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같은 해 태광산업은 한국증권거래소에 상장하기도 했다. 1997년에는 부산 반여공장을 설립하며 설비확장에 집중했다. 이 같은 투자가 결실을 이룬 것은 1979년이다. 그 해 태광산업은 국내 최초로 스판덱스 생산에 성공했다. 단순히 국내 최초에 머문 것도 아니다. ‘최고의 품질’을 강조한 이임용 회장은 태광산업을 단기간에 스판덱스 글로벌 2위(점유율 17%)까지 끌어올렸다. 1989년에는 화섬직물 대구공장을 인수하며 설비확장도 지속했다.1990년대에는 국내 최초로 섬유·석유화학 수직계열화를 완성한 시기다. 태광산업은 1995년 울산에 PTA를 생산하는 석유화학 1공장을, 2년 뒤인 1997년에는 프로필렌, 아크릴로니틸 등을 생산하는 석유화학 2·3공장까지 준공하며 섬유·석유화학 수직계열화에 성공했다. 이 시기 태광산업은 울산공장 내 태광기술연구소, 대덕연구단지에 태광중앙연구소도 설립하며 기술 경쟁력 확보에도 집중했다. 국내 섬유산업이 급격한 하향세로 접어든 90년대 기술개발과 과감한 투자를 펼치며 위기를 극복하는 발판이 됐다.도전과 혁신으로 위기 극복“숲을 이루기 위해 멀리 보라”, “위기에 처했을 때 흔들리지 않는 법을 익혀라” 이임용 회장이 직원들에게 줄곧 강조해온 말이다. 태광산업은 70여 년의 역사 동안 숱한 어려움을 겪었지만 이임용 회장이 강조한 도전과 혁신을 통해 위기 극복에 성공해왔다.대표적인 사례는 1985년 발생한 부산 동래공장 화재 사고다. 태광산업은 공장 2만3000평이 불에 타면서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 하지만 사고 1년 만에 모든 생산설비와 시스템을 원상태로 복구시켰다. 이임용 회장은 당시 동래공장 인근에 숙소를 마련하고, 현장 복구를 직접 진두지휘했다.더욱 놀라운 점은 사고 수습 후 모든 직원(2000명)이 현장에 복귀했다는 것이다. 이임용 회장은 ‘단 한 사람도 일자리를 잃어서는 안 된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IMF, 글로벌 외환위기 등의 어려운 시기에도 내실경영을 통해 지속 성장세를 이어간 태광산업이다.절체절명의 순간에도 혁신과 도전으로 위기를 극복한 태광산업은 창업주의 뜻을 이어받아 다시 한번 재기를 노린다. 최근 이 회사는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태광산업은 지난해 약 122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수요 감소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는 게 태광산업 측 설명이다.태광산업은 창업주 이임용 회장의 뜻을 이어받아 다시 한번 혁신과 도전으로 위기 탈출에 나설 계획이다. 이를 위해 오는 2032년까지 석유화학사업에 6조원, 섬유사업에 4조원 등 총 1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태광산업 조진환(석유화학)·정철현(첨단소재, 구 섬유사업) 대표도 올해부터 공격적인 투자에 나설 예정임을 밝힌 바 있다. 조진환 대표는 신년사에서 “미래 먹거리 신사업에 대한 검증을 거쳐 이른 시일 내 성장 발판이 마련될 수 있도록 방향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친환경 섬유는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성장성 높은 첨단소재 육성에 자원을 집중해 사업구조 개선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2023.03.2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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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파고도 넘었다…한국전쟁 폐허 위에서 꽃 피운 기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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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Data Lab)은 지난 2월 '111클럽' 기획을 발표한 바 있다. 데이터랩의 두 번째 기획은 국내 매출 상위 2000대 상장사 중 올해 기준으로 60년 전통을 가진 기업 177곳 중 (2021년 기준) 연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을 기록한 상위 10%의 기업을 선정하는 것이다. 총 46곳의 기업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은 한국경제의 주역들이다. 이코노미스트 데이터랩은 이 기업을 '장수(長壽) 기업' 대신 '장신(長新)' 기업이라 이름 붙였다. 미국과 일본은 대표적인 제조업 강국으로 꼽힌다. 두 나라는 2차 세계대전에서 승전국과 패전국으로 명암이 갈렸지만, 전후 급성장을 거듭하며 세계 경제를 이끌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기술 개발‧혁신을 통한 기업의 성장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여기에 대를 이어 기업이 승계되고 책임 경영을 강화한 것도 중요한 요인으로 거론된다.실제 100년 넘게 장수(長壽)하는 기업은 일본이 3만개, 미국의 경우 1만개가 넘는다. 경제의 허리 역할을 하는 중소기업이 다수를 이루지만, 대기업 중에도 100년을 넘어 명맥을 잇는 기업이 많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중소기업 연구원의 자료를 인용해 일본의 100년 이상 장수기업은 3만3076곳, 미국은 1만9497곳, 스웨덴은 1만3997곳, 독일은 4947곳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반면 한국의 100년 장수 기업은 10곳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두산, 경방 등 상장사만 놓고 보면 6곳에 불과하다. 일제 강점기라는 역사의 특수성과 1950~1953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성장의 터전이 붕괴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장수 기업이 적은 것은 어쩔 수 없다는 평가다.다만 1960년 산업화의 기틀이 마련되면서 기업 활동이 본격화했는데, 이 시기를 기준으로 60년 장수기업을 조사해도 600곳이 넘지 않는다는 점은 한계로 꼽힌다. 이들 기업이 모두 살아남아 40년 뒤 100년 기업으로 이름을 올린다고 가정해도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이코노미스트'는 이런 가운데서도 60년 넘게 명맥을 유지하며 호실적을 내는 60년 장수 기업을 살펴봤다. 상장사를 중심으로 연 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인 기업을 대상으로 했다. 이들 기업 가운데 일부는 60년 넘게 본업을 유지했지만, 대부분은 업종을 변경하거나 새로운 회사에 흡수 합병되는 과정을 거치며 새로운 모습으로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변화와 도전을 멈추지 않고 오랜 기간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이코노미스트'는 장수(長壽) 대신 ‘장신(長新)’ 기업이라 이름 붙였다. 국내 산업 발전에 빠질 수 없는 이름 현대 국내 2540개 상장사 가운데 2023년 기준 업력(業歷)이 60년을 넘는 곳은 177곳이다. 이 가운데 실적 상위 10% 수준으로 평가되는 연매출 5000억원, 영업이익 500억원 이상인 기업은 46곳으로 집계됐다.가장 먼저 국내에서 문을 연 보험사는 한화손해보험·한화생명보험·롯데손해보험(1946년)이다. 한화손해보험의 전신은 신동아화재보험, 한화생명보험은 대한생명보험이 뿌리다. 대한생명은 신동아그룹 창업주인 최성모 회장에게 팔린 뒤 2002년 한화그룹에 편입될 때까지 신동아그룹의 핵심 회사 역할을 했다. 현재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의 63빌딩은 1985년 대한생명이 세운 건물이다. 대한생명63빌딩으로 불렸던 이 건물은 당시 동양 최고층 건물로 이름을 알렸다. 이 밖에 ▲흥국화재보험(1948년) ▲삼성화재(1952년) ▲현대해상화재보험(1955년) ▲삼성생명보험(1957년) ▲코리안리재보험(1963년) 순으로 보험사들이 등장했다.석유화학 분야에서도 한화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다. ㈜한화가 주인공이다. ㈜한화는 1952년 한국화약㈜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인수합병을 통해 성장하면서 1993년 3월 ‘한화’로 간판을 고쳐 달았다. 건설사‧상사‧정보통신회사 등을 인수·합병하고 한때는 언론사(경향신문)와 자동차 부품회사도 계열사로 두고 있었지만, 현재는 한화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한화생명을 중심으로 한 보험‧투자 사업,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주축이 된 우주‧항공‧방산 사업, 한화솔루션이 핵심인 태양광 등 신사업을 먹거리로 하고 있다. 한화 이외에 KCC(1958년), 태광산업(1961년)이 석유화학 분야 장신기업으로 분류된다.국내 산업 발전에 빠질 수 없는 이름은 ‘현대’다. 현대건설은 건설 분야 국내 대표 장신기업으로 꼽힌다. 토목‧건설사업을 시작으로 성장한 현대건설은 인프라환경, 건축, 플랜트, 전력 등 다양한 분야를 담당하는 글로벌 종합엔지니어링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대건설은 사실상 범 현대그룹을 키운 모회사다. 현재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품에서 현대의 역사를 이어가고 있다.1947년 5월 현대토건사로 문을 연 현대건설은 이후 건설업이 활성화하자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회장이 1950년 1월 10일 현대자동차공업사를 합병해 현대건설주식회사로 상호를 변경했다. 한국전쟁 과정에서 미군 막사를 짓고 휴전 후에는 전후 복구공사를 담당하는 등 위기와 역경 속에서도 꾸준히 성장하며 국내 대표 건설사로 발돋움했다.이른바 ‘중동 붐’이 일었던 1970년대에는 사우디아라비아‧쿠웨이트·아랍에미리트·카타르·예멘 등 중동 지역에서 다수의 공사를 수행하면서 오일머니를 벌어들였다. 남극 세종과학기지를 건설한 것도 현대건설이다. 2000년대에 들어 경영권 분쟁을 겪으며 공동 관리체제로 전환되는 위기를 맞았지만, 결국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품에 안기며 ‘현대’ 가문의 일원으로 남았다. 2021년 기준 매출액은 10조2463억원, 영업이익은 3051억원을 기록했다. DL건설(1956년), 코오롱건설(1960년), 쌍용씨앤이(1962년)도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국내 주요 건설사로 자리매김했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현대차그룹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 핵심 계열사 중 한 곳인 ‘기아’는 장신기업 중 최대 실적을 자랑하는 회사 중 한 곳이다. 현대차, 현대모비스와 함께 지금의 현대차그룹을 떠받치고 있다. 1944년 설립된 기아는 자전거 부품 제조공장인 ‘경성정공’이 모태다. 1952년 ‘기아산업’으로 상호를 변경하고 최초의 국산 자전거 ‘삼천리호’를 판매했다. 이후 이륜 오토바이를 거쳐 삼륜 화물차를 생산하면서 자동차 제조회사로 성장했다. 1990년 기아자동차㈜, 2021년에는 기아로 상호를 변경했다. 1997년에는 경영실적 악화로 부도를 겪은 끝에 이듬해 현대그룹에 인수됐다. 2021년 별도기준 매출액은 40조9795억원, 영업이익은 2조8192억원을 기록했다.전기·전자 및 철강 업체는 각각 3곳이 꼽혔다.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 중 한 곳인 SK하이닉스는 SK그룹을 자산 기준 국내 2위로 끌어올리고 글로벌 기업의 이미지를 만든 중요한 회사다. 1949년 10월 설립한 국도건설 주식회사를 뿌리로 삼고 있다. 현대그룹이 반도체 사업에 진출하면서 1983년 국도건설의 상호를 현대전자산업으로 바꿨다. 1985년 256Kb D램을 개발‧생산하면서 반도체 기업으로 전환했는데, 외환위기 이후 현대그룹이 흔들리면서 하이닉스반도체가 분리돼 나왔다.이후 (주)하이닉스반도체를 거쳐 2012년 SK그룹에 편입됐고 지금의 SK하이닉스가 됐다. 최근 반도체 업황 불황으로 실적 부진을 겪고 있지만, 2021년에는 매출액 41조 5573억원, 영업이익 12조1833억원을 내면서 명실상부한 글로벌 반도체 기업으로 떠올랐다. SK그룹의 경우 정유‧통신 등 주로 국내 사업으로 사세를 확장하면서 일각에서 내수용 기업이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지만, SK하이닉스 인수와 반도체 사업 성공 이후 명실상부한 글로벌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이 밖에 세방전지(1952년)와 DB하이텍(1953년)도 60년 넘는 역사를 가진 전기·전자 업체로 분류된다. 철강 분야 장신기업으로는 현대제철(1953년), 동국제강(1954년), 대한제강(1954년)이 있다. CJ제일제당, 이름은 남겼지만 정통성은 CJ가 계승식음료 분야에서는 하이트진로(1954년), 대상(1956년), 삼양식품(1961년)이 장신기업으로 분류됐다. 하이트진로의 경우 공식적인 법인 설립 연도는 1954년이지만, 1924년 진천양조상회에서 시작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설립 100주년을 앞두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2005년 하이트맥주 컨소시엄이 ㈜진로를 인수한 뒤 2011년 바꾼 이름이다.국내 대표 주류 중 하나인 진로(眞露) 브랜드를 아는 이들 가운데서는 ㈜진로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다. 진천양조상회로 시작한 이 회사는 동화양조, 서광주조㈜, 진로주조㈜, ㈜진로를 거쳐 하이트진로㈜가 됐다. 하이트진로의 뿌리는 ‘조선맥주주식회사’로 크라운맥주와 하이트를 통해 국내 맥주시장을 석권했다. 종합주류판매기업으로 발돋움한 하이트진로㈜는 22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다. 맥주‧소주‧생수‧기타사업 가운데 주력은 맥주와 소주사업이다. 최근에는 테라와 진로를 필두로 국내 주류시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식음료 부분에서 주목할 부분은 삼성그룹 최초의 제조업체로 손꼽히는 ‘CJ제일제당’이 장신기업으로 인정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CJ제일제당은 1953년 문을 열었다. 식음료사업 분야 1위의 위상, 국내 상장사를 통틀어 10% 이내 실적(2021년 매출액 2조1038억원‧영업이익 783억원)을 냈음에도 역사적 전통을 인정받지 못했다. CJ제일제당은 2007년 9월, CJ주식회사에서 기업 분할하면서 공식적인 정통성을 CJ가 물려받았다. CJ제일제당은 현재 식품사업과 바이오사업, 사료‧축산사업, 물류사업을 영위하고 있다.증권사 가운데서는 교보증권이 1949년에 법인을 설립해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한다. ‘대한증권’으로 문을 연 교보증권은 이후 1994년 보험사인 교보생명에 인수되면서 간판을 교보증권으로 고쳐 달았다. 대한증권 이후 우리나라에는 ▲유진증권·부국증권(1954년) ▲현대차증권(1955년) ▲신영증권·한양증권(1956년) ▲유안타증권·한화투자증권·대신증권(1962년) 등이 잇따라 설립됐다.이 밖에 유통상사 분야에서 신세계(1955년)와 삼성물산(1963년), 물류 분야에서는 CJ대한통운(1930년)과 대한항공(1962년), 제약 분야에서는 유한양행(1926년)과 보령(1963년)이 장신 기업으로 뽑혔다. 두산에너빌리티(1962년‧기계업), 아세아제지(1958년‧제지업), 기업은행(1961년‧은행업)도 6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기업으로 조사됐다. 그룹 지주사인 두산(1933년), 한국앤컴퍼니(1941년), LG(1947년)도 장신 기업 명단에 포함됐다. ‘까스활명수’로 잘 알려진 동화약품(1897년), 스쿠터 등 이륜차를 생산하는 KR모터스(1917년), 면방직 사업으로 시작해 현재는 타임스퀘어를 운영하는 경방(1919년)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한다. “혁신‧전통 계승한 기업 육성에 정부 나서야”시대를 이어 우리 경제의 버팀목이 됐던 이런 기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중기부)는 2017년부터 40여 곳의 ‘명문장수기업’을 선정한다. 건설업·부동산업·금융업·보험업을 제외한 업력 45년 이상의 중소·중견기업이 대상이다. 법인세 체납‧법규 위반‧사회적 물의 사실 등이 없는 기업 가운데 업력과 경제적·사회적 기여도, 기업역량 및 기술혁신 등을 평가해 뽑는다.명문장수기업으로 선정되면 확인서 발급과 현판이 제공되고 자금·수출 등 중기부 지원사업 신청 시 가점 부여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다만 전통을 계승하는 혁신 기업을 늘리기 위해선 노동 개혁‧법인세 부담 완화 등 핵심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계는 우리나라 법인세 최고세율은 27.5%(지방세 포함)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10번째로 높다고 토로한다. 또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주장한다.전국경제인연합회,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국내 주요 경제단체 6곳은 지난해 11월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공동성명’을 통해 “높은 법인세율과 상속세율 부담은 기업 투자 의욕을 꺾고 명문 장수기업의 탄생을 가로막아 결국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며 “정부와 국회, 기업과 근로자 등 모든 경제주체의 협력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고 전했다.

2023.03.27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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