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ECONOMIST

12

줄어드는 원두 수확량…커피산업, 위기는 이미 시작됐다

전문가 칼럼

이렇게 된 이상 카페나 차려보자고 말하는 수많은 이들의 꿈은 현실이 됐다. 2023년 통계청에서 발표한 ‘프랜차이즈(가맹점) 조사 결과’에서 2022년 기준 커피 프랜차이즈 가맹점 수가 치킨전문점 수를 추월해 조사 항목 중 3순위에 도달했다. 이는 통계청이 집계를 시작한 2013년 이래 처음이다. ‘직장인으로 살아남거나, 치킨집 사장님이 되거나’의 역사는 서서히 저물고 바야흐로 카페의 시대가 도래했음을 증명했다. 카페나 차려보자는 꿈은 코로나 시대를 지나 집에서도 구현되고 있다. 커피는 시대의 흐름에 따라 카페인을 충전하기 위한 필수요소에서 ‘취향의 음료’로 변했다. 여기에 나만의 공간을 꾸미고자 하는 집콕 트렌드 흐름을 타고 홈카페가 인기다.치킨집 추월한 카페, 집으로 들어간 카페통계청 품목별 수출입 실적을 살펴보면 ‘커피·차를 끓이는 기기’ 수입 중량과 금액은 2018년부터 2022년 사이 각각 40%, 80% 증가했다. 최근 수년간 커피 박람회에서는 가정용 하이엔드 에스프레소머신과 그라인더가 주력 신상품으로 등장해 주목받았다. 2023년도에는 수치가 하락세지만 국내 머신 업체들의 성장세나 커피 원두 전문 판매 플랫폼의 매출 증가세를 보면 여전히 홈카페 시장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카페가 집 안팎으로 온 국민에게 퍼져나가는 모습은 국내 커피산업의 거대한 흐름을 보여준다. 식품산업통계정보시스템(FIS)에 따르면 지난 5년간 믹스커피 제품 등을 포함하는 조제커피 시장은 8500억원에서 7800억원 수준으로 줄었고, 시장 비중도 33%에서 24%로 내려앉았다. 반면 원두 커피 등을 의미하는 볶은 커피 시장은 5000억원에서 1조원으로 두 배 가까이 성장했고 시장 비중도 21%에서 33%로 커졌다.사무실에서 사랑받던 믹스커피의 자리는 아메리카노로 대체됐고, 설탕과 프림의 양으로 취향을 따지던 사람들은 롱블랙과 라떼, 카푸치노를 마시게 됐다. 카페 산업이 성장한 이면에는 보다 건강함을 지향하면서도 출처가 분명한 먹거리를 찾는, 또 자신의 취향을 찾으려는 소비자의 꾸준한 성장이 한 몫한 셈이다.하지만 정점을 향해 달려가는 커피산업의 앞날은 불안하기만 하다. 커피전문점 개업이 증가함과 동시에 폐업 영업장 수도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국세통계 포털 집계 결과를 보면 2023년 11월 기준 국내 커피·음료점업 점포 수는 10만개(9만6584개)에 육박했다. 하지만 행정안전부 폐업 집계에 의하면 2023년에만 1만2000여 개의 카페가 폐업했다. 커피전문점은 외식 분야에서도 손에 꼽히는 노동집약적 업종이다. 통계청 ‘프랜차이즈(가맹점) 조사 결과’에 따르면 커피전문점의 종사자 1인당 매출액은 5000여 만원으로 조사 대상 업종 중 최하위를 차지했다. 비슷한 점포 수를 가진 치킨전문점이 종업원 1인당 1억2000만원에 가까운 매출을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커피전문점의 높은 폐업률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인건비 등 고정비는 지속 상승하고 있고 하루만 지나도 수십 개의 경쟁 업체들이 생겨난다. 소비자들은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에 따라 매일 다른 카페를 찾아 떠난다. 이에 커피전문점 창업은 자영업자들의 꿈이자 희망이었지만 점차 지옥으로 변모하는 모양새다. 커피산업 주목할 새 키워드 스페셜티커피·홈카페 그럼에도 커피산업의 성장은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스태티스타(Statista) 통계에 의하면 국내 커피 시장은 2023년 기준 129억 달러(17조1776억원)에 육박하며, 2028년에는 159억 달러(21조1724억원) 규모로 전망된다. 글로벌로 눈을 돌리면 커피 시장규모는 2023년 4526억 달러(약 603조원)에서 2028년 5343억 달러(711조원)로 꾸준한 성장이 예상된다. 그렇다면 이 성장 그래프가 향하는 곳은 어디일까. 국내와 비슷하게 ‘스페셜티커피’와 ‘홈카페’를 주목하면 된다.스페셜티커피라는 단어는 1970년 커피수입업자 에르나 크누첸(Erna Knutsen)이 ‘티앤커피 트레이드 저널’(Tea&Coffee Trade Journal)에 자신이 직거래하는 커피 품질을 강조하기 위해 처음 사용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스페셜티커피라는 개념이 확장되기에 그만큼 시장이 성장하지 못했다. 이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한 것은 이로부터 20여년이 흐른 2000년대 전후다. 70년대에는 인스턴트 커피를 기반으로 한 커피 소비에서 벗어나 갓 볶은 커피로 내린 에스프레소 음료가 인기를 끌던 시기였다. 스타벅스와 같은 에스프레소 기반의 음료를 파는 카페들은 인스턴트 제품이 커피의 대중화를 이끌던 ‘커피 제1의 물결’ 시대의 바통을 이어받아 ‘제2의 물결’을 이끌었다. 커피는 원두를 볶은 후 국가 단위의 원산지 라벨만 달아도 소비자들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소비자들의 취향은 더욱 다양해졌다. 건강하고 안심한 먹거리를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원하기 시작했다. 때마침 커피 산지와 밀접하게 관계를 맺어 커피를 구매하고 전문적인 지식으로 커피를 내려주는 스페셜티 커피가 새로운 파도인 ‘제3의 물결’을 일으켰다.스페셜티커피 개념이 탄생한지 20년이 지나 시장은 성장을 거듭했다. 다시 20년이 지난 현재는 그 어느 때보다 스페셜티커피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미국커피협회(National Coffee Association)의 2023년도 데이터 기반 트렌드 조사(2023 National Coffee Data Trends Specialty Coffee Breakout Report)에 따르면 18세 이상 미국 소비자 중 52%가 ‘바로 지난주에 스페셜티커피를 소비했다’고 답변했다. 29세에서 39세 사이로 범위를 좁히면 수치는 62%로 올라간다. 한 번이라도 스페셜티커피의 투명한 정보와 전문성이 담보하는 품질을 경험하면, 더 낮은 품질의 커피를 좀처럼 찾기 힘들어진다. 이처럼 제3의 물결이 확산되자, 전문가들은 너도나도 ‘제4의 물결’에 대해 예측하기 시작했다. 아직 그 정의가 불분명한 제4의 물결에 대해 전문가들의 분석은 제각각이지만, 최근 소비자들의 선택에는 분명한 기조가 있다. 거래의 투명성과 품질 검증은 물론, 과정에서의 윤리성을 따지기 시작한 것이다. 다국적 생두 트레이딩 플랫폼 알그라노(Algrano)는 자신들의 설문에 참여한 로스터 중 절반이 소비자들의 ‘윤리적이고, 지속가능하거나 투명한 커피’를 찾는 요청이 생두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그리고 이들 대부분이 더 많은 비용을 다이렉트 트레이드(직거래)에 투자하고 지속가능성 리포트를 발간하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또한 전 세계 소비자들은 코로나를 거치며 더 안전하고 명확한 먹거리를 요구하고 있다. 가령 2023년 독일 쾰른에서 열린 아누가(ANUGA)식품 박람회는 ‘클린라벨’과 ‘지속가능성’을 핵심 키워드로 뽑았다. 식품 산업의 큰 축을 담당하는 커피 시장도 소비자들로부터 지속적으로 클린라벨을 요구 받고 있다. 이렇게 스페셜티커피 완성 키워드인 추적가능성과 전문성은 시대의 부름을 받고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커피 소비자들의 성장과 세계적인 전염병의 유행은 동시에 홈카페 시장 발전을 이끌었다. 비영리 환경단체인 국제보존협회(Conservation International)와 국제 시민단체 솔리다리다드(Solidaridard)의 의뢰로 에토스 에그리컬쳐(Ethos Agriculture)가 발간한 ‘리포트 커피 바로미터’(Coffee Barometer)에 따르면 2020년까지 미국 소비자의 40%가 캡슐 커피 머신과 같은 싱글-컵 브루잉 시스템(Single-Cup System)을 도입했다고 밝혔다. 이 리포트에서는 유럽 커피연합의 통계를 인용해 유럽연합(EU27)에서 커피 팟(Coffee Pods) 시장이 전체 커피산업의 16%를 차지하고 있으며, 소매 매출의 40%를 차지한다고 밝히고 있다. 성장하는 홈카페 시장에 호응해 기업들도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영국의 시장조사업체 월드커피포털(World Coffee Portal)은 2020년 네스프레소가 캡슐 커피 수요를 맞추기 위해 1억7000만 달러(2263억원)를 투자해 10개의 캡슐 커피 생산라인을 증설했으며, JDE 피츠(JDE Peet’s) 또한 캡슐 커피 생산을 60% 가까이 확대하며 홈카페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있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이탈리아의 가정용 에스프레소 머신 제조 업체 드롱기(De’Longhi)도 2021년 상반기에만 순이익이 300% 넘게 증가했다는 발표 내용도 덧붙였다. SNS에는 전문적인 커피 지식을 동반한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지고 있다. 대표적으로 스페셜티커피 업계의 유명인사이자 2007년 월드바리스타 챔피언인 제임스 호프먼(James Hoffmann), 오닉스 커피의 대표이자 커피 업계를 대표하는 ‘긱’(Geek·특정분야에 열정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인 랜스 핸드릭(Lance Hendrick)의 유튜브 채널은 홈카페 열풍에 힘입어 각각 구독자 200만명과 20만명을 넘어섰다.지나치게 빠른 홈카페 시장의 성장이 거품에 불과하다는 의견도 일견 존재한다. 가파른 매출 상승세를 기록하던 업체들의 성장이 2023년 들어 주춤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 머신의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잠시 주춤한 성장세에 대한 걱정은 기우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앞다퉈 ‘좋은 커피에 대한 경험’을 언급한다. 한 번이라도 좋은 커피에 입을 댄 사람들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는다는 명언은 스페셜티커피와 홈카페 시장의 성장을 든든히 떠받치는 요인이 되고 있다.커피 생산의 암울한 미래, 그리고 희망 이처럼 커피 소비국의 성장세는 이어지고 있지만 생산국에서 전해 오는 소식은 그리 밝지 만은 않다. 전문가들은 올해 예측된 엘리뇨로 인해 브라질과 베트남, 인도 등 주요 로부스타(Robusta·세계 커피 생산량 30~40% 차지) 산지의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로부스타 거래 가격은 역사적인 고점에 다다르고 있으며, 가용량은 10년 중 가장 낮은 수준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아라비카 커피의 수확은 지난해보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나 엘니뇨의 영향으로 생산량 예측치가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미 콜롬비아는 엘리뇨의 영향으로 주요 산지인 안티오키아(Antioquia)와 우일라(Huila)지역이 극심한 가뭄을 겪고 있으며, 카우카(Cauca) 지역은 가뭄과 산불로 국가 재난사태가 선포된 상태다. 미국 농림청(USDA)도 아라비카의 생산량이 늘어나고 있지만 소비량 역시 그만큼 늘 것으로 보고 있어 올해 말 세계 커피 재고는 12년 새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커피 선물 거래 시장의 가격 책정은 산지의 생산 위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비판도 있다. 네덜란드의 컨설턴트 뉴포어사이트(NewForesight)는 볶은 커피의 평균 가격이 1982년부터 2018년까지 98% 상승했으나, 선물 거래 시장의 가격은 27% 감소했다는 점을 지적한다. 세계적으로 아라비카(Arabica·세계 커피 생산량 60~70% 차지) 커피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는 관측에도 산지에서 날아온 소식은 농가들이 겪는 위기가 더욱 심각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코스타리카는 불규칙한 강수량과 수확 인력의 부족, 생산비용의 상승으로 평균 이하 품질 제품의 비중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 온두라스도 수확 인력이 부족해 커피 가격이 지속 상승하고 있다. 커피 산지에는 비단 경제적, 환경적 이슈뿐 아니라 정치적 요소도 영향을 미친다. 최근 불안해진 중동 정세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은 홍해 항로 때문에 국제 물류 이송이 차질을 빚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아시아-유럽, 동아프리카-유럽, 동아프리카-미국 노선이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국내에 배송될 아프리카 지역의 커피 선적과 이송도 난항을 겪고 있는데, 에티오피아 커피의 수출 창구인 지부티(Djibouti) 항구의 선적이 적체 되면서 업체들은 기민하게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물론 단기간에 전파되는 짤막한 커피 산지의 뉴스가 전체적인 커피 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예측 불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점이다. 언제까지나 수십 년 전과 같은 가격으로 커피를 구매할 수 있을지, 커피 나무들이 지속적인 환경 오염에도 똑같은 결실을 맺어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커피 농가의 위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었다. 커피 바로미터에 따르면 전 세계 1000만개가 넘는 농가 중 95% 이상이 5헥타르(ha) 이하의 농장에서 커피를 재배하고 있다. 그 중 84%는 2ha 미만인데, 낮은 판매 가격에도 경제적 대안이 없어 커피를 재배해 온 곳들이 상당수다. 스톡홀름 환경연구소(SEI)는 최근 기후분석을 통해 전 세계 아라비카 커피 생산이 잠정적으로 45.2%까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며, 2050년에 이르러서는 상당한 비율의 아라비카 커피 생산지가 더 이상 커피 재배가 불가능한 환경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도 세계 커피 산지에서는 정치적, 경제적, 환경적 이유로 커피 생산이 불가능해지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브라질의 미나스 제라이스의 일부 지역과 에티오피아 하라 지역이 커피 멸종 위기에 직면해 있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강제적·자발적 노력커피 소비국이나 선진국들은 이러한 커피 생산의 위기를 초래한 직접적 원인을 제공했다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 또한 이들 국가들의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한 정책적 대응은 지나치게 자국 중심적인 기준을 내세워 비판받기도 한다. 다만 이들 국가들의 지속적인 입법 강화는 우리가 직면한 커피 생산 위기에 일말의 도움이 되기도 한다. 커피 바로미터는 북아메리카와 오세아니아, 유럽의 국가들이 기업들에게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도록 요구하는 입법조치를 내놓고 있다고 밝혔다. 대표적으로 유럽연합의 ▲EU삼림파괴금지법(EUDR, EU Regulation on Deforestation)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 Corporate Sustainability Reporting Directiv)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 The Corporate Sustainability Due Diligence Directive) 등이 꼽힌다. 이 정책들은 2024년부터 점진적으로 일선 기업들에 적용될 예정이다. 커피 바로미터는 유럽 내에서 운영되는 커피 업체들은 물론, 제한 항목을 유럽 내로 수입하는 사업자의 경우에도 이 정책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럽의 커피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회사들이 강제적으로 가치사슬에서의 책임감을 부여받게 된 것이다.국가 차원에서의 행정적인 규제 외에도 개별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꾸준히 이뤄져 왔다. 가령, 영국의 ▲오존(Ozone) ▲미국의 스텀타운(Stumptown) ▲덴마크의 커피 콜렉티브(Coffee Collective) 등 세계적인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은 비콥(B Corp)인증을 받으며 지속가능한 커피 산업에 기여하고 있다. 비콥인증은 정부나 비영리 단체만의 노력으로 해결할 수 없는 빈곤, 건강 등 각종 지역 사회문제에 적극 참여하고, 존엄성을 보장하는 양질의 일자리 창출 노력을 한 기업들에 주어지는 인증이다. 이들 업체들을 포함해 ▲하트커피 로스터스(Heart Coffee Roasters) ▲올림피아커피(Olympia Coffee) ▲카운터 컬쳐 커피(Counter Culture Coffee) 등 유수의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은 자체적으로 지속가능성 리포트(Transparency Report)를 발표하고 있다. 단기적이고 일회적이라는 비판을 받지만 네슬레와 스타벅스, 라바짜 등의 기업들도 꾸준히 생물 다양성, 수자원 보호, 생태계 보전 등에 대한 정책을 운용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 커피 산업은 스스로의 생존을 위해서라도 지속가능한 커피 생산에 대해 각자의 목표를 세우고 있다. 이 거대한 흐름은 또다시 물결을 타고 국내에 다다를 가능성이 높다. 국내 카페 수가 10만 개에 육박하며, 커피 가맹사업이 그 어느 때보다도 호황을 이루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지속가능성 이슈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그나마 환경 문제를 다루는 업체들 상당수가 일회용품 규제 등의 정책에만 소극적으로 맞서는 상황이다. 다이렉트 트레이드를 내세운 일부 스페셜티 커피 업체들은 매년 커피 산지를 찾아 그곳의 상황을 전달하고 지속가능한 커피 농업에 대해 어떤 의무감을 가져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에 생존 위기를 맞은 상황에서 정책적 후원 없이 소비자에게 지속가능한 커피에 대한 고민을 깊이있게 전달하기는 어렵다.커피 산지가 마주한 생산의 위기는 커피산업과 관련한 모든 이가 풀어야 할 숙제다. 장기적인 커피 생산량 감소는 이제 더 이상 예측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커피산업의 가치사슬에서 커피 생산자가 일방적으로 희생을 당하는 일은, 그 어느 때보다 똑똑해진 소비자가 거부하기 시작할 것이다. 정책적으로 환경을 보호하고 지속가능한 산업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진보하되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커피 농가가 더 큰 위기를 맞기 전, 더 많은 이들이 커피 산지가 마주한 위기에 대해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커피를 사랑하는 사람이 늘어남과 함께, 그 커피를 만드는 이들 또한 함께 기쁨을 누리는 날이 오기를 바란다.

2024.03.09 09:01

10분 소요
“멜론피자·오이핫도그’ 먹어봤어?”...‘펀슈머’ 공략하는 유통가

유통

멜론 피자, 오이 핫도그에 이어 산딸기 고추 아이스크림까지. 얼핏 들으면 ‘누가 저런 걸 먹어?’ 싶은 독특한 음식들이 유통업계에서 줄지어 출시되고 있다. 절대 외울 수 없을 것 같은 39글자 짜리 메뉴에서 어떻게 읽어야 할지 모를 자음으로 만 이루어진 제품명까지 모두 최근 국내 유통업계에서 선보이고 있는 메뉴다. 음식에서도 맛을 넘어 즐거운 경험을 추구하는 ‘펀슈머’인 MZ 세대가 소비 세대의 주축으로 떠오르며 ‘펀슈머’ 마케팅이 업계의 새로운 마케팅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메뉴를 출시한 프리미엄 햄버거 브랜드 버거킹은 신제품의 긴 네이밍을 활용한 소비자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이벤트는 총 39글자의 신메뉴 ‘콰트로 맥시멈…이하생략’의 풀네임을 빠르게 입력하는 방식으로 참여할 수 있다. PC와 모바일을 통해 접속할 수 있는 버거킹 이벤트 페이지에서는 자신의 타이핑 속도를 확인할 수 있으며, 빠를수록 당첨 확률이 높아져 기록을 경신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이벤트는 이달 28일까지 한 달간 진행되며, 버거킹은 플레이스테이션과 고급 키보드 등의 풍성한 경품을 증정한다.SPC그룹 배스킨라빈스는 소비자들의 참여를 통해 신제품의 맛, 이름, 콘셉트를 정하고 출시 결정까지 소비자들에 맡기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다. 배스킨라빈스는 지난 2014년부터 소비자 응모로 아이스크림 레시피를 만들어 응모하면 우승 제품을 출시하는 콘테스트를 개최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소비자 응모로 ‘내가 아인슈페너?!’, ‘ㅋㅋㅋ’, ‘잔망딸기’ 등의 독특한 네이밍과 플레이버의 제품을 출시한 바 있다. 맛은 물론, 화제성을 살린 이색적인 재료 조합의 신메뉴 출시도 이어지고 있다. 국내 핫도그 프랜차이즈 명랑핫도그는 지난 4월 만우절 이벤트로 핫도그에 소시지 대신 오이를 넣은 ‘오이핫도그’를 선보였다. 괴식과 특식 사이를 넘나드는 ‘오이핫도그’는 SNS 상에서 큰 화제를 모아, 명랑핫도그는 당초 지난달 13일까지 한정 판매하려는 계획을 변경해 지난달 24일부터 이달 7일까지 추가 판매를 했다. 이외, 해태 아이스크림도 만우절 시즌을 맞아 기존 스테디셀러 밤 맛의 ‘바밤바’의 대신 쌀 맛의 ‘벼볌벼’를 한정 판매해 SNS에서 바이럴을 일으키며 많은 관심을 받았다. 펀슈머 전략은 몇십 년의 전통을 지닌 장수 브랜드들이 MZ세대와의 접점을 넓히는 리브랜딩 효과로 이어지기도 한다. 롯데제과의 가나초콜릿은 작년 성수동 팝업스토어에 이어 최근 부산 진구 전포동에서 두 번째 가나초콜릿 하우스를 오픈했다. 해당 팝업은 낮에는 일반적인 디저트 카페로 운영하고 7시 이후에는 MZ 세대의 ‘위스키 열풍’을 반영해 몰트바(Malt Bar)로 운영한다. 매일유업 역시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서울의 서촌에서 독특한 분위기로 MZ 세대의 인스타 인증샷을 불러일으키는 ‘인스타그래머블(Instagrammable)’한 11개 카페들과 협업했다. 자사의 귀리 음료인 ‘어메이징 오트’의 특장점을 살려 협업한 카페들에서 11가지 시그니처 메뉴를 선보인다. 한편, ‘펀슈머’ 마케팅을 이용해 지역 사회 살리기에 나선 영리한 지방자치단체도 등장했다. 충북 괴산군은 최근 올갱이와 고추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해 새로운 먹거리 개발에 나섰다. 지난달 열린 ‘괴산 특화 먹거리 시식회’에서는 ‘올뽕’(괴산 올갱이 짬뽕)과 ‘산딸기 고추 아이스크림’ 등 독특한 조합의 네이밍과 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선보였다.

2023.05.08 18:42

3분 소요
“결국 엔제리너스 마저”…무섭게 오르는 커피값, 다음 타자는?

산업 일반

롯데GRS가 운영하는 엔제리너스도 결국 커피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엔제리너스가 약 3년 만에 일부 제품 가격을 올리기로 하면서 현재 남아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는 이디야커피와 파스쿠찌 정도다. 엔제리너스는 오는 14일부터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2.5% 인상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가격 인상 조정 품목은 커피류 21종, 티·음료 5종, 디저트류 17종 등 총 43종이다. 대표 메뉴인 아메리카노는 43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고, 허니 레몬티는 4900원에서 5000원, 큐브 달콤 브레드는 5300원에서 5500원으로 조정된다. 엔제리너스 측은 “지난해 지속적인 국제 원두 가격 상승과 최저임금 인상 등에 따라 가맹점의 수익을 유지하기 위해 판매가를 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 인상을 최대한 방어하기 위해 원가 인상 부분을 가맹 본부에서 흡수하려 했으나 지속적인 원두 수입 원가 상승 및 외부 경제적 변수 요인들의 증가로 인해 부득이하게 판매가 조정을 결정한 부분이다”라고 전했다. 엔제리너스는 지난해부터 국제 원두 가격 상승에 대응해 원두 원가 인상분을 가맹본부가 부담해오면서 판매가를 유지했지만 지속적인 원자재값 상승을 견디지 못해 가격 조정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부터 커피 가격은 줄줄이 오르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 뿐 아니라 인스턴트 커피를 생산하는 업체까지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프랜차이즈 카페 중에선 스타벅스가 가장 먼저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뒤이어 할리스·투썸플레이스·커피빈코리아·탐앤탐스까지 가격을 올렸다. 커피믹스 ‘맥심’을 생산하는 동서식품, ‘네스카페’를 판매하는 롯데네슬레코리아 등도 제품 출고가를 올렸다. 커피업계에 부는 가격 인상 바람에 남아있는 프랜차이즈 카페인 이디야커피·파스쿠찌와 저가커피를 판매하는 빽다방·메가커피·컴포즈커피·더벤티 등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제적으로 원두, 우유 등 원부자재 값이 오르고 있고 인건비, 임대료 부담도 커지고 있어 저가 카페들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 보고 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4.12 20:01

2분 소요
“점심 한끼 1만원 시대”…‘1000원 김밥’ 옛말, 사라진 서민 메뉴

산업 일반

“김밥부터 칼국수, 짜장면, 삼겹살까지 안 오른 게 없어요. 밥값이 부담되서 근처에 저렴한 구내식당을 찾아다니는 직장인들도 있다고 들었어요.” 23일 서울 강남구 오피스빌딩에서 만난 직장인 김모(30)씨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오전 근무를 마치고 점심을 먹기 위해 가게 이곳저곳의 메뉴판을 둘러보던 그는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김씨는 “무슨 메뉴를 골라도 1만원이 넘으니 점심값으로 일주일에 10만원 남짓 든다”면서 “월급에서 식대로 나가는 비용이 가장 크고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각. 지난해 한 식품회사에 입사한 신입사원 양준수(28)씨는 일주일에 이틀은 집에서 싸 온 닭가슴살과 과일로 점심을 해결하고 있다. 양씨는 “회사 근처 음식점 메뉴 가격이 500~1000원씩 오른 곳이 많아 돈도 아끼고 몸도 만들어보자는 마음에 음식을 싸 오고 있다”며 “본가와 회사가 멀어 자취하고 있는 상황이라 사회초년생에게는 외식비 부담이 크게 다가온다”고 말했다. 이날 양씨는 자주 가던 분식집에서 점심을 해결했다. 이곳도 지난해 10월부터 김밥과 떡볶이 가격을 인상했다. 참치샐러드김밥과 진미오징어채김밥이 4000원에서 4300원으로 올랐고, 4000원이었던 떡볶이는 4500원이 됐다. 점심식사 후 늘 마시는 스타벅스 아메리카노 가격도 지난 1월부터 4100원에서 4500원으로 올랐다. 양씨는 이날 하루 점심값으로 1만3300원을 지출했다. ━ 김밥, 햄버거, 커피까지 줄줄이 인상…커지는 부담 1000원짜리 김밥으로 배를 채우던 것은 10여 년 전에나 가능했던 일이다. 한국소비자원이 지난 1월 기준으로 서울 지역 외식비 가격(1인분 기준)을 품목별로 산출한 결과 냉면을 비롯해 비빔밥(9192원)·삼겹살(1만6983원)·자장면(5769원)·삼계탕(1만4308원)·칼국수(7769원)·김밥(2769원) 등의 가격이 모두 올랐다. 통계청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서 지난 1월 외식물가는 전년 대비 5.5% 올라 12년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보이기도 했다. 물가 상승의 여파는 고스란히 서민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이날 찾은 대치동의 경우 학원가 상권이라 학생 할인을 해주는 음식점도 더러 있고, 카페도 학생증을 제시하면 10% 할인된 가격에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있다. 하지만 이곳마저도 물가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해 가격을 올리고 있어 용돈으로 생활하는 학생들뿐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대치동에서 자취를 하며 대입 재수를 하고 있다는 김주형(20)씨는 “자주 가던 백반집과 패스트푸드가게가 최근 가격을 올려 외식비 부담이 커졌다”며 “학원의 점심시간이 1시간도 되지 않아 가격 비교해볼 새도 없이 줄이 없는 가게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예상보다 식비가 훨씬 많이 나오는 날도 있다”고 전했다. 김씨가 자주 가는 ‘맘스터치’도 이달 버거와 치킨 제품 가격을 각각 300원, 900원 올렸다. 근처 롯데리아도 지난해 12월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4.1% 인상했고, 버거킹도 지난 1월 일부 제품 가격을 평균 2.9% 올렸다. 주요 패스트푸드 가게 대부분이 가격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 “원재료값 상승 때문”…코로나19·물가상승에 소상공인 이중고 커피 가격도 일제히 올랐다. 프랜차이즈 카페뿐 아니라 개인 카페들까지도 올해 들어 가격 조정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대치동 학원가 근처에 카페를 오픈해 운영 중이라는 한 상인은 “우리 카페가 학생들을 대상으로 할인제를 진행하고 있어 인기가 좋은데 최근 가격을 올리니 실망하는 학생들이 더러 있었다”며 “원두부터 우유, 컵 값까지 줄줄이 인상됐고, 인건비도 상승해 가격을 올리는 수밖에 없어 학생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학원가에서 작은 중식당을 운영하는 한 상인도 “재료값 상승으로 최근 짜장면과 짬뽕 가격을 올렸다”며 “안 그래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손님이 줄었는데 가격을 올린 후로 단골손님 몇 분이 전보다 자주 찾지 않는 것 같아 마음이 안 좋다”고 털어놨다. 서민들은 점심·저녁 외식비로 지갑이 얇아지고, 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에 물가 인상이란 이중고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악순환의 고리’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이정희 중앙대 교수(경제학과)는 “국제적으로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사실상 전쟁에 돌입했고, 국내에서는 선거를 앞둔 상황이라 정치권과 대선후보들이 돈 풀기 경쟁을 펼치고 있어 당분간 국내 물가가 잡히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진행 상황과 차기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에 따라 물가 안정화 여부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채영기자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2.26 16:00

3분 소요
줄줄이 오르는 커피값…1500원짜리 ‘저가커피’도 오를까

산업 일반

매일유업이 운영하는 커피전문점 폴바셋도 결국 커피값 도미노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이는 2013년 이후 9년 만의 가격 인상이다. 지난 1월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커피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어 남아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린다. ━ 원부자재 가격 올라…저가 카페 가격인상 불가피 업계에 따르면 폴바셋은 다음달 1일부터 커피 등 음료 42종의 가격을 200~500원 인상한다. 폴바셋의 대표메뉴 중 하나인 룽고(에스프레소 양을 늘려서 뽑는 커피 음료)는 스탠다드 사이즈 기준 4700원에서 4900원으로 인상된다. 아메리카노의 가격은 4300원에서 4700원으로 오른다. 아이스크림의 가격도 3500원에서 4000원으로 가격이 조정된다. 폴바셋 측은 “원두를 비롯한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와 매장 임대료 등 제반 비용 상승으로 가격 인상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올해 초부터 커피 가격은 줄줄이 오르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 뿐 아니라 인스턴트 커피를 생산하는 업체까지도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프랜차이즈 카페 중에선 스타벅스가 가장 먼저 가격 인상을 단행했고, 뒤이어 할리스·투썸플레이스·커피빈코리아·탐앤탐스까지 가격을 올렸다. 커피믹스 ‘맥심’으로 유명한 동서식품도 지난 1월14일부터 커피 제품 출고가를 인상했고, ‘네스카페’를 생산하는 롯데네슬레코리아도 1월26일부터 전 제품 출고 가격을 올렸다. 현재 남아있는 프랜차이즈 카페는 이디야커피·파스쿠찌와 저가 커피를 판매하는 빽다방·메가커피·컴포즈커피·더벤티 정도다. 저가 커피 4사의 아메리카노 가격은 모두 1500원으로 일반 프랜차이즈 카페의 아메리카노 가격의 3분의 1 수준이다. 이들은 가격 인상과 관련해선 말을 아끼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저가 카페들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 보고 있다. 국제적으로 원두, 우유 등 원부자재 값이 오르고 있고 인건비, 임대료 부담도 커지고 있어 가격 인상 밖에는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외식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을 때도 커피 가격은 제자리를 지켜왔지만 이제 버티는 데 한계에 달했다”면서 “저가커피 업체들도 가격 경쟁이 심해 못 올리던 커피값을 서서히 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2.24 11:06

2분 소요
“탐탐 너마저”…‘스벅’ 스타트 끊자 커피값 도미노 상승

산업 일반

스타벅스, 할리스, 투썸플레이스에 이어 탐앤탐스까지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스타벅스가 지난 13일 7년 6개월 만에 커피 가격을 올리며 다른 프랜차이즈 업체의 가격인상 도미노가 우려됐던 것이 현실화 된 것이다. 업계는 최근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프랜차이즈 뿐 아니라 개인 카페들도 가격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남아있는 프랜차이즈 업체인 커피빈, 폴바셋, 파스쿠찌, 엔제리너스 등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탐앤탐스는 오는 27일부터 일부 커피·음료·베이커리 및 디저트류 가격을 인상한다. 인상 대상은 총 44종이다. 탐앤탐스에 따르면 일부 커피류는 300원씩 인상돼 대표적으로 아메리카노 톨 사이즈는 4100원에서 4400원으로 조정된다. 탐앤치노와 티, 스무디 등 음료류 일부는 100~300원, 프레즐 및 브레드 등 베이커리·디저트류 일부는 500~800원, 플레인 프레즐은 3700원에서 4500원으로 인상된다. 같은 날 투썸플레이스, 할리스도 일제히 가격을 올린다. 투썸플레이스는 2012년 8월 이후 9년 5개월 만에 단행하는 가격인상으로 54종의 커피와 음료 21종의 가격이 조정된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는 400원, 카라멜 마키아또는 300원, 프라페는 200원, 쉐이크는 100원 인상된다. 할리스는 2014년 이후 약 8년 만에 가격인상을 단행한다. 커피류는 400원, 할리치노와 초코 음료류는 200원, 스파클링 및 주스 음료는 100원씩 인상된다. 대표적으로 아메리카노 레귤러 사이즈는 4100원에서 4500원으로 가격이 조정된다. 프랜차이즈 카페의 가격 인상 신호탄을 쏜 곳은 스타벅스다. 스타벅스는 지난 13일부터 메뉴 53종 중 총 46종의 가격을 올렸다. 아메리카노와 카페라떼를 포함한 음료 가격이 최대 400원 인상됐다. 카라멜 마키아또·돌체라떼 등의 음료 15종은 300원 올랐고 프라푸치노 등 7종은 200원, 돌체 블랙 밀크티는 100원 인상됐다. 이번 가격 인상은 지난 2014년 7월 가격 인상 이후 7년6개월 만의 가격 조정이다. 업계는 ‘최근 원두, 우유 등 원가 압박이 심해지고 있어 가격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원두 가격이 급등했고 각종 원부재료와 국제 물류비도 상승하고 있다”며 “남아있는 프랜차이즈들도 가격을 인상할 가능성이 충분히 있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알려진 바 없다”고 밝혔다. 김채영 기자 kim.chaeyoung1@joongang.co.kr

2022.01.25 19:00

2분 소요

유통

카페에서 오랜 시간 머무는 사람들이 늘면서 이를 겨냥해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잇따라 이색메뉴를 출시하고 있다. 카페에서 스터디 또는 업무를 보는 소비자에게 간편한 식사 메뉴를 선보이며 객단가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구운주먹밥' 메뉴를 출시한 이디야커피는 출시된 지 3주 만에 10만개 이상 팔렸다고 5일 밝혔다. 구운주먹밥은 기존 프랜차이즈 카페에서는 보기 어려운 '밥'을 활용한 이색 메뉴다. 카페에서 음료와 함께 즐기기 좋은 식사 대용을 찾는 고객의 취향을 노린 제품으로, 추운 겨울철 따뜻한 음식이 고객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는 것이 이디야커피 측의 설명이다. 엔제리너스가 지난해 선보이며 인기를 끈 '반미 샌드위치'는 출시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150만개를 돌파했다. 출시 당시 한 달 만에 약 20만개 이상 판매되기도 했다. 반미 샌드위치는 베트남을 대표하는 샌드위치로, 엔제리너스는 이를 한국인의 입맛에 맞게 조정해 출시했다. 현재 엔제리너스 매장 매출의 10% 이상을 반미 샌드위치가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반미 샌드위치는 기존의 베이커리 메뉴와 달리 매장에서 직접 조리되는 메뉴다. 보통 카페 베이커리류는 냉장해둔 제품을 오븐에 데워서 제공된다. 엔제리너스는 차별화를 위해 매장에서 직접 조리하여 선보였고, '한끼 식사'로 대접받으며 소비자의 발걸음을 이끌었다. 이외에도 할리스는 스테이크와 파스타 메뉴를 선보이는가 하면 스타벅스는 샌드위치와 밀박스 등 식사대용 푸드 약 40종을 판매하고 있다. 할리스는 '카페에서 먹는 식사 대용 메뉴'를 뜻하는 '카페식(食)'이란 신조어까지 만들며 소비자의 수요에 응했다. 스타벅스 밀박스는 2019년 출시 당시 8개월 만에 200만개가 팔리며 인기를 증명했다. 이렇게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식사 메뉴를 강화하는 것은 카페에서 식사까지 해결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던 당시, 도서관을 비롯해 공부하기 위한 장소가 마땅치 않아 카페를 찾는 사람이 늘었다. 카페업계는 한 번 오면 오래 머무는 카공족을 공략하기 위해 다양한 식사 제품을 출시했다. 요즘에는 '코피스족(카페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늘면서 카페에서 식사류를 찾는 사람들이 더욱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타벅스 관계자는 "밀박스 제품은 주택 상권보다 사무실 상권에서 판매 비율이 높다"고 밝혔다. 게다가 배달 수요도 카페의 음식 메뉴 인기 증가에 한몫했다. 코로나19 이후 카페 음식을 배달로 즐기는 소비자가 늘었다. 직장인 정가희(26)씨는 "코로나19 이후 집에서 카페 메뉴를 자주 시켜먹는다"며 "배달 최소 주문 금액을 채우기 위해서 음료 외에도 샌드위치나 다양한 식사 메뉴를 함께 시키게 된다"고 말했다. 할리스 관계자는 "카페식은 배달도 가능해 코로나19 사태 와중에도 매출 증가에 크게 일조했다"고 설명했다. 이현정 기자 lee.hyunjung3@joongang.co.kr

2021.12.05 15:45

2분 소요
[야니스 아포스톨로풀로스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 부회장] 세계 원두 생산량의 7%만 스페셜티 커피

CEO

커피 향, 재배지, g당 결점 수 등 기준 까다로워... “커피는 와인과 술의 대체품” 커피를 ‘멋’으로 마시던 때가 있었다. ‘시큼하고 쌉싸래한 검은 음료’는 왠지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요즘은 커피를 ‘맛’으로 마신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원두 수입량은 13만7794t으로, 한 해 동안 130억 잔의 커피가 만들어졌다. 20세 이상 성인이 연평균 360잔을 마셨다는 의미다. 하루 한 잔 꼴이다. 커피는 대중화를 넘어 일상에 스며들었고 보다 맛있고, 보다 특별한 커피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스페셜티(Specialty) 커피가 인기를 끄는 이유다.스페셜티 커피라는 말은 1976년 프랑스에서 처음 사용됐다. 커피 국제회의에서 ‘재배 지역의 특징에 의해 개성 있는 맛과 향을 갖춘 커피’라는 의미로 쓰였다. 스페셜티 커피의 정확한 기준이 갖춰진 것은 1980년대 스페셜티커피협회가 등장하기 시작하면서다. 이들 협회는 꼼꼼한 기준으로 원두를 평가하고 일정 기준 이상을 통과한 원두로 만들어야 스페셜티 커피로 인정한다. 현재 스페셜티 커피 시장의 양대 산맥은 미국스페셜티협회(SCAA)와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SCAE)다. 그리스인인 야니스 아포스톨로풀로스(41)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 부회장은 커피를 “와인과 술의 대체품”이라고 말한다. 그는 와인·맥주·음료 업계를 거쳐 8년 전 커피 업계에 몸을 담았다. 야니스 부회장은 “와인 사업은 자연스레 커피 업계로 영역이 넓어졌고 특히 스페셜티 커피는 매우 중독성 있는 매력적인 분야”라고 말했다.스페셜티 커피란.“한 잔의 좋은 커피에 담긴 가치와 그게 공급되는 과정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소중하게 재배하고 전문적으로 로스팅한 최상 등급의 원두를 최고의 품질로 완벽하게 추출해 적절한 온도로 서빙하는 지속가능한 커피라고 할 수 있다. 스페셜티 커피의 정의는 결국 소비자의 눈으로 결정된다. 커피는 매우 개인적이고 감성적인 경험이고 모두에게 다르게 느껴진다. 단순히 컵에 담겨 있는 내용물 외에 많은 요소에 의해서 커피의 즐거움이 달라진다. 예컨대 앉아 있는 방의 온도나 내가 머물고 있는 나라, 커피를 마실 때 내 기분 등이다. 이런 요소는 커피와는 전혀 상관이 없지만 분명히 커피를 얼마나 즐길 수 있는지에 변화를 준다.”커피 향, 재배지, g당 결점 수까지 따져서 스페셜티 커피를 선정한다고 하던데.“크게 7가지로 볼 수 있다. 우선 원두가 중요하다. 고유의 향과 개성이 뚜렷한지를 본다. 300g당 결점이 있는 원두의 수도 적어야 한다. 재배 지역의 고도·기후·토질과 생산자의 기술도 기준이 있다. 고지대에서 재배한 커피일수록 등급이 높다. 제대로 경작해서 올바르게 수확해 가공·선별을 거쳐 유통한 원두여야 한다. 이 원두의 고유의 향미와 개성을 살려 로스팅해야 한다. 그리고 로스팅한 원두를 숙련된 바리스타가 각종 추출 기구를 올바르게 사용해서 추출해야 비로소 스페셜티 커피로 인정 받는다. 생두의 원활한 공급이 보장되고 항상 균일한 맛과 향을 유지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이런 요소들을 평가해 100점 만점에 80점을 넘는 원두로 만든 커피가 스페셜티 커피다. 세계 원두 생산량의 7% 정도뿐이다.”스페셜티 커피에서 바리스타의 역할은.“원두 재배·수확·유통·로스팅도 중요하지만 바리스타의 역할이 좋은 커피를 만드는 데 가장 중요하다. 물론 커피는 종합적인 노력의 산물이다. 농부부터 바리스타까지 좋은 커피 한 잔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기 위해 관련된 모든 사람의 노력이 필요하고 중요하다.”스페셜티 커피를 찾는 수요가 늘어나는 이유는.“스페셜티 커피라는 개념이 도입된 지는 40여 년이 지났다. 물론 소비자의 더 나은 커피 한 잔을 즐기려는 열망과 지속가능한 구매에 대한 관심이 이유다. 이 두 요소는 스페셜티 커피의 가격을 올리는 역할을 한다. 비싼 가격은 스페셜티 커피 성장을 방해하지 못한다. 큰 방해물은 교육이다. 최근 스페셜티 커피가 급격히 성장하는 데는 해당 산업의 종사자들이 차별화를 위해 더 나은 지식과 더 나은 교육을 열망한 것이 밑바탕이 됐다. 협회의 역할도 이것이다. 지식·교육을 제공해왔고, 나아가 사업 수단을 제공하는 데 선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는 회원제다. 같은 마음의, 열정적인 커피 업계 종사자가 모여 스페셜티 커피의 가치를 추구하고 차세대를 위해 이 존재를 유지하려는 것이 목적이다. 이를 위해서는 교육이 필요하다.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의 교육 프로그램은 커피 생산의 모든 요소를 다룬다. 해당 산업의 지식과 인식을 높이고 소비자에게 커피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이다. 최신 과학연구와 사업수단, 재원이 지지한다. 유럽에서 가장 큰 커피 행사(World of Coffee)를 열고 통찰력 있는 논의·토론·교육과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소개하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우리 회원은 한국을 포함해 100개 국가에 퍼져 있고 지난 5년 간 8만 개의 자격증을 발급했다.”업계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유럽스페셜티커피협회와 미국스페셜티협회가 굳이 통합하는 이유는.“스페셜티 커피 업계는 커피 산지가 가진 단기적·장기적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젊은 세대가 이끄는 경계 없는 스페셜티 커피 업계의 목소리가 커져야 한다. 이 필요성이 두 협회를 통합하게 하는 이유다. 최근 두 협회는 착실히 성장했고 같은 목적으로 노력해왔다. 많은 프로젝트에서 협력했지만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어도 그것을 성취하기 위해 다른 접근법을 내세웠다. 두 협회 모두 회원 확장 등을 통한 성장을 목표로 노력했고, 회원제·행사·교육 같은 분야에서 반복적으로 경쟁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것은 스페셜티 커피 커뮤니티에 도움이 안 된다. 사실은 같은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도 두 협회는 업계에 혼란과 일관되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통합은 3년 전부터 논의됐고 내년 1월 1일 두 협회는 하나가 된다. 이는 스페셜티커피 업계의 유지와 성장을 위해 긍정적인 효과를 낼 것이다.”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한국 스페셜티 커피 시장은 세계에서 가장 빨리 성장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지속적으로 뭔가 다른 것을 찾고 있어서 시장이 풍성해지고 있다. 독립적인 카페들이 이런 스페셜티 커피 수요를 만족시키고 있고 그 역할을 매우 성공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카페들이 경쟁적으로 스페셜티 커피를 파는 카페의 콘셉트를 빌려오려고 하는 것이 이를 입증한다. 11월 11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카페쇼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것도 이런 이유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커뮤니티와 소통할 수 있는 훌륭한 행사였다. 행사에 참여한 다양한 참여자를 보며 커피가 지역적인 경계를 넘는 상품이라는 것을 다시 확인했다.”

2016.11.20 08:25

4분 소요
[다시 활기 띠는 상권 | 신촌] ‘걷고 싶은 길’ 덕에 이어지는 발길

산업 일반

지난 8월 2일 저녁 서울 창천동 연세로의 K치킨 가게. 직장인 김도훈(35·양천구)씨는 친구들과 만나 술잔을 기울였다. 그는 한 달에 서너 번은 꼭 신촌에서 저녁 약속을 잡는다. 이유가 있었다. 그는 “서울 서남부 지역에서 자란 우리 또래에게 신촌은 젊음과 낭만의 상징이라는 추억이 있다”면서 “요즘 들어 부쩍 신촌 유동인구가 많아지고, 활력이 생긴 느낌”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평일 저녁임에도 이날 신촌 연세로 일대는 인파로 북적였다. 화장품 가게 점원 유모(27·여)씨는 “올해 들어 유동인구가 20~30% 정도는 늘어난 것 같다”면서 “홍대 쪽에서 주로 쇼핑을 하던 중국인 관광객들도 신촌을 많이 찾고 있다”고 말했다. 건물마다 빠지지 않고 자리잡은 커피숍과 화장품 가게는 발 디딜 틈 없이 사람들로 빼곡했다.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신촌 상권이 부활의 기지개를 켜고 있다. 2014년 연세로에 차가 다니지 않는 ‘걷고 싶은 거리’가 조성되면서다. 서대문구와 상인들이 물총과 맥주 축제 등 다양한 이벤트를 기획하면서 사람들이 신촌을 다시 찾고 있다. 주변 상인들과 부동산 업계에서는 신촌 상권이 잃어버린 옛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감이 모락모락 피어 오르고 있다. ━ 2000년대 이후 ‘신촌스러움’ 사라지면서 시들 2000년대 전까지만 해도 신촌은 명동·종로와 더불어 강북 최고의 상권이었다. 연세대·서강대·이화여대 등 대학이 밀집한데다, 최신 유행과 거리 문화를 상징했다. 유행가 가사나 제목에 ‘신촌’이 단골로 등장할 정도였다. 지하철 신촌역 출구나 홍익문고, 현대백화점 앞 시계탑 앞에는 연인과 친구를 기다리는 사람으로 인산인해를 이뤘다.그러나 신촌은 2000년대 이후 몰락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상권이 커지면서 임대료가 가파르게 치솟았다. 영세 상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자,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던 음식점과 이름 모를 카페들은 하나둘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이 그 자리를 대신했다. 명동이나 종로와는 다른 ‘신촌스러움’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바뀐 신촌은 찾을 이유가 없는 평범한 거리가 됐다.2014년부터 연세대 신입생들이 신촌을 떠난 것은 결정타였다. 송도국제캠퍼스로 1년 간 의무적으로 통학하게 되면서 인근 상인들의 시름은 더 깊어졌다. 15년 간 인근에서 식당을 운영해온 박모(53)씨는 “갓 입학한 학생들이 친구 불러서 밥도 먹고 술도 한 잔 하기 때문에 이 지역 최대 소비층은 1~2학년생들”이라면서 “3~4학년은 취업이다 뭐다 도서관에 틀어박혀 있기 때문에 매출에 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이렇게 암울했던 신촌 상권 부활의 날갯짓은 어디에서 시작됐을까. 주변 상인들과 부동산 업계는 2년 전 조성된 ‘걷고 싶은 거리’가 최근 조금씩 자리를 잡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입을 모은다. 서대문구는 2014년 1월 신촌 오거리에서 연세대 앞까지 이어지는 연세로의 왕복 4차선 도로를 2차선 도로로 줄이고 보행도 폭을 최대 8m로 넓혔다. 주말에는 차량이 다니지 않고, 평일에도 버스만 오갈 수 있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70∼80년대 젊음과 낭만의 상징이었던 신촌 연세로는 90년대 후반부터 무분별한 상업화로 이미지가 실추되고, 꽉 막힌 도로와 비좁은 보도, 난립한 노점상과 각종 장애물 등으로 방문객이 급격히 감소하며 지역 상권도 쇠퇴했다”고 사업 배경을 설명했다. 차량이 사라지면 유동인구도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반대였다. 차가 사라진 공간은 다양한 문화 행사가 열렸고 인파가 몰렸다. 연세로에서는 2014년 122회, 2015년 513회 이르는 문화공연이 개최됐다. 특히 지난해 맥주 축제에서는 3619명이 동시 건배를 하는 한국 기네스 기록을 세웠다.신촌의 변화는 현재 진행형이다. 서대문구 관계자는 “지난 7월 26일에는 연세대 앞 지하보도에 문화예술인과 청년 창업인을 위한 ‘창작놀이센터’가 개관했다”면서 “내년에는 문화발전소를 건립, 예술가, 청년, 창업인, 지역 주민을 연결해 신촌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어 새로운 관광자원을 창출할 것”이라고 말했다.유동인구가 증가하면서 신촌 일대 상가 거래도 올해 들어 오름세로 돌아섰다. 점포라인에 따르면 신촌 일대 상권의 지난해 보증금과 권리금이 각각 6134만원과 8131만원이었지만 올해 7월 현재 1000만원가량 올라 각각 7103만원과 9717만원이 됐다. 물론 상가 임대료가 오르는 것 자체만으로 상권 부활을 단정할 수는 없다. 한창 침체기였던 2011~14년에도 꾸준히 보증금과 권리금이 올랐다. 당시 평균 보증금이 8000만원(13~14년)을 넘기면서 영세 상인들이 신촌을 떠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올해 상승은 상권 쇠락을 반영한 지난해 임대료가 정상 수준으로 회복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임대료가 올랐다지만 여전히 홍대 상권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하기 때문에 홍대에서 신촌으로 이동하는 상점도 생겨나고 있다. 홍대 입구에서 10년 간 수제 액세서리 가게를 운영하던 한모(42)씨는 지난해 가게를 신촌으로 옮겼다. 유명 화장품 업체가 상가 주인에게 월세를 30% 올려주겠다고 해 쫓겨났다. 한씨는 “신촌 쪽이 임대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데다, 아직 대형 상가가 적어서 해볼 만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신촌 상권의 지형도 조금씩 바뀌고 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업종과 지역에 따라 수혜를 보는 사람도 있는 반면, 타격을 입은 곳도 있다”면서 “차량 이동이 금지되면서 고급 식당이나 유흥주점의 발길은 뚝 끊긴 반면, 편의점이나 길거리음식점은 대박이 나고 있다”고 말했다. ━ 홍대서 신촌으로 이사 오는 가게도 늘어 활력을 찾아가고 있는 신촌. 그러나 아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우선 걷고 싶은 거리 지역의 유동인구가 집중되면서 다른 지역은 소외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신촌역(2호선) 1번 출구 근처, 신촌로터리-동교동 삼거리 방향에서 노점을 운영하는 상인은 “걷고 싶은 거리가 생기면서 오히려 차량이 다니는 큰 길 쪽 유동인구는 확 줄었다”면서 “매출이 반 토막이 나서 장사를 접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걷고 싶은 거리에서 먹고 즐길 수 있는 문화의 거리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가 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근 H부동산 박모 대표는 “임대료와 보증금이 오르고 사람이 몰린다고 상권이 살아났다고 판단하기엔 이르다”면서 “올해 상반기만 봐도 신촌 상권 절반 정도가 업종이 바뀌었는데, 장사가 잘 된다면 이런 일이 가능하겠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서대문구가 나서서 차 없는 거리로 사람들을 끌어 모았지만 이제는 어떻게 이 사람들에게 지갑을 열게 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2016.08.06 08:17

4분 소요
CORPORAT E SOCIAL RESPONSIBILITY - ‘함께 사는 사회’ 만들어가요

산업 일반

포스코는 다문화가족 위해 합동결혼식 주최하고 일자리 창출하는 등 사회통합에 앞장선다 포스코는 강남구와 함께 10월 17일 대치동 포스코센터 아트홀에서 제 4회 다문화가족 합동 결혼식을 개최했다. 2010년부터 시작된 다문화가족 합동결혼식은 강남구에 거주하는 다문화가정을 대상으로 참가 신청 사연을 공모한 뒤 매년 5~6쌍의 다문화 가정을 선정해 치러진다.이번 다문화가족 합동 결혼식은 총 1316세대의 다문화 가정을 대상으로 참가 신청을 받아 최종 5쌍(베트남 3, 중국 2)의 다문화 부부가 선정됐다. 본 결혼식은 부부의 ‘사랑의 서약’ 낭독, 아내에게 전하는 사랑고백과 신부들의 축하 공연 등 다양한 이벤트로 구성됐다.포스코와 강남구의 공동지원으로 진행되는 합동결혼식은 청첩장 제작과 결혼 예복 지원 및 피로연 진행 등 결혼식 진행 일체가 지원된다. 친정 부모님 초청과 가족 신혼여행 지원을 통해 결혼 이민 여성과 친정 부모에게 다문화 가족이 한국 사회의 소중한 구성원임을 느끼는 기회를 제공한다.이번 결혼식에 참여하는 베트남 출신 증티탐(27) 씨는 “3년 여의 한국 생활 동안 친정 부모님을 뵙지 못했는데 강남구와 포스코가 좋은 기회를 준 덕분에 한국으로 부모님을 모시게 돼 기쁘다”고 말하며 “친정 부모님께서 막내 아들이 태어나는 것을 보지 못하셨는데 부모님도 결혼식과 막내 손주를 만난다는 사실에 행복해 하셨다”고 결혼식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베트남에서 온 김태희(27) 씨는 “한국에서 바리스타로 일하는 모습을 어머니께 보여드릴 수 있어 설레인다”며“부모님들께 선보일 저의 새로운 모습이 설레고 기쁘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 씨의 남편 강문수(42) 씨는 신청 사연을 통해 “서울에서 태어나 나고 자랐지만 어릴 때부터 시골 출신의 순박한 여성을 평생의 반려자로 삼고 싶어했다”고 말했다. “항상 밝게 웃는 모습이 예쁜 아내에게 반해 결혼을 결심하게 됐다.”이 날 주례를 맡은 포스코 황은연 부사장은 “태어난 곳도 말도 다른 두 사람이 만나 누구보다 소중한 인연으로 맺어진 만큼, 상대를 인정하고 이해하며, 서로의 장점을 더 큰 아름다움으로 꽃 피우시길 바란다”며 백년가약을 맺는 5쌍의 행복한 결혼생활을 기원했다. 결혼식에 참여한 부부 5쌍은 결혼식을 마치고 한국을 방문한 친정부모님과 함께 2박 3일 일정으로 제주도 가족여행을 다녀왔다.‘카페오아시아’에서 꿈 키우는 다문화 여성들이번 다문화가족 합동결혼식에서는 결혼과 함께 한국으로 이주해 가정을 꾸려가는 다양한 다문화가정 중에서도 특히 직업을 갖고 한국 사회에서 이상적으로 적응해 가고 있는 다문화 여성들이 선정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스코는 이주 여성들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도록 다양한 지원활동을 하고 있다”며 “올해 선정된 분들의 행복하고 안정적인 한국에서의 생활이 사회의 귀감이 되길 바란다”고 대상자들의 선정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포스코의 다문화 지원 정책은 합동결혼식뿐만이 아니다. 포스코는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다문화가족의 안정적인 정착과 다양한 문화에 개방적인 사회분위기 조성을 위해 결혼 이주민을 위한 상담전화 다누리 콜센터 운영과 지원을 하고 있으며, 결혼 이주여성을 위한 이중언어강사 양성과정과 다문화 자녀를 위한 언어영재교실을 지원하고 있다.2012년 한 해 다문화가족 지원사업으로 창출한 일자리만 133개다. 여성가족부와 함께 운영 중인 다누리 콜센터의 경우 결혼이주여성 11명이 전화상담원으로 일하고 있으며, 결혼이주여성의 사회 진출과 경제적 자립을 지원하고자 한국외국어대학교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이중언어강사 양성 프로그램에서는 122명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수했다.이번 결혼식에 참여한 김 씨는 포스코의 후원으로 설립된 사회적 협동조합 ‘카페오아시아’에서 근무한다. 카페오아시아는 다문화가정 여성들의 일자리 제공을 통한 안정적인 사회정착을 위해 설립된 협동조합으로 현재 포스코 직영 4개점과 조합점 10개 등 총 14개의 지점이 운영되고 있다. 바리스타 양성 교육 및 카페 운영을 통해 이주여성들의 자립을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 15명의 이주여성들이 근무하고 있다. 이번 결혼식에 참여한 김 씨의 경우 현재 포스코 P&S에 위치한 직영점에서 일한다.카페오아시아는 올해 초 고용노동부가 승인한 국내 최초 사회적 협동조합으로, 다문화 가정과 새터민 등 소외계층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수익금은 다시 소외계층 지원사업으로 환원하는 비영리단체다. 이곳의 커피 원두, 음식재료, 소모품, 기기 등 모든 원재료는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는 사회적 기업으로부터 공급받는다.조합 카페들과 원료 공동구매, 공동마케팅, 메뉴 공동개발 등을 실행함으로써 원가경쟁력을 키우는 동시에 안정적인 소셜 프랜차이즈로 성장하기 위해 서비스 표준화를 시도한다. 특히 다문화 음료 개발을 통해 메뉴 차별성을 살리고, 창업과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조합원들에게 경쟁력 있는 마케팅 전략을 제시함으로써 다문화카페 및 사회적기업 카페들의 지속 성장이 가능하도록 지원한다.포스코는 카페오아시아가 자리를 잡기까지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서울 대치동 포스코센터에 1호점을 낼 당시 공간을 무상으로 내줬으며 경영 자문도 제공했다. 다른 계열사 입점도 적극 주선하며 홍보 역할까지 맡았다. 정선희 카페오아시아 이사장은 카페오아시아가 시장에서 공신력을 갖는 데 있어 포스코가 결정적인 역할을 해줬다”고 말했다.포스코센터 4층에 위치한 1호점은 아메리카노 1500원, 카페라테 2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과 맛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하루 평균 250~300명 이상이 방문할 만큼 큰 인기다. 개점 시부터 1호점에서 일해 온 태국 출신 안티카 씨는 “아직 한국말이 서툴고 근무 초기에는 가끔 주문을 잘못받는 등 실수도 했지만 일이 즐겁고 좋다”며 “남편이 나이가 많아져 회사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면 같이 커피숍을 운영해 보고 싶다”고 말했다.안 씨의 꿈이 꿈으로만 그치지는 않을지도 모른다. 정 이사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한국말이 서툴러 자신감이 없고 늘 어두웠던 다문화 여성들이 카페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승수효과를 만들고 있다”며 “일자리 제공으로 끝내는 것이 아니라 자기 카페를 열고 싶어 하는 다문화 여성들의 꿈을 도와주고 싶다”고 밝혔다.

2013.12.23 16:13

4분 소요

많이 본 뉴스

많이 본 뉴스

MAGAZINE

MAGAZINE

1781호 (2025.4.7~13)

이코노북 커버 이미지

1781호

Klout

Klou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