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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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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1064회 카드뮴 불법 유출’ 혐의 이달 20일 판결

산업 일반

국내 2위 아연 생산 공장인 경북 봉화군 석포제련소를 운영하고 있는 영풍이 카드뮴 유출 등의 혐의로 1심 선고를 받는다.관련 업계에 따르면 대구지방법원은 이달 20일 오후 영풍 전현직 경영진들을 대상으로1심 선고 기일을 진행한다. 지난 2022년 2월 물환경보전법과 환경범죄단속법 등의 혐의로 기소된 지 2년 9개월만으로 이강인 전 대표이사 등7명이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이들은 지난 2015년 4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카드뮴 등 중금속이 포함된 지하수를 낙동강에 1064회 누출·유출하고, 2019년 11월부터 2020년 10월까지 지하수 2770만여 리터를 오염시킨 혐의를 받는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오염된 지하수 양 2770만리터, 그리고 카드뮴 오염도 최대 3300mg/L는 지하수 기준 0.02mg/L의 무려 16만5000배에 해당하는 오염 수준이다. 또한 영풍은 제련소 관리본부장과 토양정화 담당 직원이 제련소 하부 오염 규모를 축소해 관할 지자체에 허위 보고 혐의도 함께 재판에 넘겨졌다. 영풍은 최근 환경오염 문제로 대법원에서 조업정지 1개월 30일 판결이 확정된 데 이어 위험물질인 황산가스 관련 감지기를 끈 채 조업을 하면서 10일 조업정치 처분 의뢰까지 받았다. 이어 불과 며칠만에 낙동강에 중금속인 카드뮴을 불법 유출한 혐의로 선고를 눈앞에 두고 있다. 영풍은 끊이지 않는 환경오염과 제재, 재판이 이어지며 경영 리스크가 더욱 확대되는 모양새다. 앞서 영풍은 지난 2013년부터 2022년까지 대구지방 환경청과 경상북도, 봉화군이 55회에 걸쳐 대기와 수질 토양, 지하수 등을 점검한 결과 3년간 대기 측정 기록부 1868건을 조작하고 무허가 지하수 관정을 개발하는 등 총 76건의 환경 법령 위반 사안이 적발됐다. 이 가운데 25건은 고발 처리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의 지속적인 안전 불감증과 환경법 위반 행위로 인한 조업 차질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1월 1일, 대법원은 영풍이 제기한 조업정치 처분 취소 소송을 기각하면서 앞서 경상북도가 내린 1개월 30일 조업정지 처분을 확정했다. 불과 사흘 뒤 이뤄진 환경부 수시 점검에서는 황산 가스 감지기 7기를 끈 채로 조업한 사실이 적발돼 추가로 10일의 조업정지 처분을 받을 위기까지 처했다.경영실적도 악화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영풍의 3분기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 1조567억원에서 37.9%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79억원으로 올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은 610억원이다. 이에 따라 영풍 기업집단의 동일인 즉 총수격인 장형진 고문이 환경오염과 중대재해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내세웠던 전문경영진 체제의 무용론 역시 거세지고 있다. 특히 박영민 대표이사와 배상윤 석포제련소장이 이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 상태에서 이달 20일 선고까지 더해질 경우 영풍 전현직 경영진을 넘어 영풍을 실제 소유하고 있는 장씨 일가 및 장형진 고문에 대한 책임론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영풍의 부실 경영책임과 관련해 지난 10년여 동안 근로자 사망과 환경법 위반 등 각종 문제가 발생하는 동안에도 영풍의 대주주 장형진 고문은 책임에서 벗어났다는 지적들이 지난 국감장에서도 문제가 됐다. 지난달 24일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 및 중대재해 문제와 장형진 영풍 고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앞서 장 고문은 10년 전 대표에서 사임하면서 전문경영인 체제를 내세운 가운데 지난 10년여 동안 이강인 전 대표이사가 환경법 위반 등으로 구속영장 심사를 받았고 현 경영진인 박영민 대표와 배상윤 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구속됐다.

2024.11.19 15:54

3분 소요
‘승자의 저주’에 빠진 카카오…최악은 SM인수 무산?

증권 일반

올해 국내 자본시장을 흔든 빅딜로 꼽히는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 인수대전은 카카오의 승리로 막을 내린 듯 보였다. 그러나 SM을 품에 안은지 6개월 여가 지난 카카오는 현재 ‘승자의 저주’에 빠졌다. SM 경영권 인수 과정에서 시세조종을 했다는 의혹을 받아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을 위기에 놓인 것은 물론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카카오의 SM 인수가 무산될 수도 있단 추측도 나온다.금융감독원은 SM엔터 주가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등 5인을 검찰에 송치했다. 금감원이 피의자로 입건한 18명 중에는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 등과 SM의 전현직 경영진들도 포함됐다. 해당 경영진들은 올해 2월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인수 당시 약 2400억원을 투입, SM엔터 주가를 하이브 공개 매수 가격 이상으로 조종했다는 혐의를 받는다.엄중 처벌 경고한 금감원…“경제적 이익 박탈”카카오의 ‘창사 이래 최대 위기’라고 불리는 이번 사태가 어디까지 영향을 미치게 될 지에도 관심이 주목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카카오 사태를 비롯해 자본시장에서의 불법거래 정황에 대해 경제적 이득을 박탈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연일 엄중한 경고 메시지를 보내면서 위기의 그림자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 24일 김범수 전 카카오 이사회의장(현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을 대상으로 밤샘 수사를 벌인 이후 ‘법인 처벌 여부를 적극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또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종합 국정감사에선 글로벌 투자은행(IB)의 불법 공매도에 대한 전수조사에 대한 의견이 나오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기도 했다. 이어 이 원장은 “‘국민기업’으로까지 불리는 카카오가 반칙을 서슴지 않는 사례를 엄단할 필요가 있다”는 여당 의원의 질의에 “공감한다”고 밝혔다. 카카오와 하이브가 경영권 분쟁을 벌일 당시 양사는 SM엔터의 공개매수 가격을 경쟁적으로 높이면서 조 단위 인수 경쟁 공방을 이어갔다. 하이브가 기존 가격보다 20% 가량 높은 금액인 12만원대에 공개매수 계획을 밝혔고 이후 카카오는 3만원 더 높은 가격인 15만원을 불렀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시장가에 하이브는 보유한 SM엔터의 지분 전량을 처분하고 인수 절차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은 이 대목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 등이 SM엔터에 대한 대량 매수 주문을 넣어 주가를 부풀렸다고 보고 있다. 또한 배 대표와 원아시아파트너스의 사장이 친분이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공모 가능성을 의심 중이다. 당시 하이브도 카카오의 시세 조종 의혹을 제기하며 금융감독원에 진정서를 제출한 바 있다. 카카오는 이번 의혹과 관련해서 “합법적인 거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이 수사에 자신감을 보이며 법인 처벌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며 칼을 뽑아 든 만큼 ‘경영권 리스크’의 영향을 완전히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 카카오 법인까지 형사처벌을 받게 될 경우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대주주 자격을 상실할 위험에 처한다. 현행법상 인터넷은행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려면 최근 5년간 금융 관련 법령·조세범 처벌법·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은 사실이 없어야 한다. 따라서 카카오 법인이 재판에서 벌금형이 확정될 경우 대주주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카카오뱅크의 지분 10%를 강제 매각하게 될 수 있다.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되면 한국투자증권이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자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최대주주는 현재 지분 27.17%를 보유한 카카오다. 한국투자증권(27.17%), 국민연금공단(5.30%), KB국민은행(3.20%), 서울보증보험(2.23%) 등이 뒤를 이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카카오와 한국투자증권의 보유 주식수는 단 한 주 차이다. 다만 카카오뱅크 매각이 현실화되기 위해선 재판 등 절차를 거쳐야 하고 적격성 충족 명령이 내려져도 카카오가 행정소송 등을 제기할 가능성이 높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분석된다. 공정위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도 영향 미치나카카오를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커지면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행 중인 카카오와 SM엔터 간 기업결합 심사 결과에도 관심이 모인다. 심사가 연기되거나 무산될 경우 카카오의 글로벌 전략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금융당국과는 별개로 지난 4월 말부터 카카오와 SM과의 기업결합을 심사하고 있다. 기업 결합 심사는 주식 취득 이후 기업 결합에 따른 독과점 여부를 사후적으로 살피는 것이기 때문에 수사와 무관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기업 결합 과정에서의 수단 등도 공정성을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카카오의 SM 인수 자체가 무산되는 경우의 수 보다는 SM을 인수한 효과를 보기 어려워졌다는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는 분위기다. 관련 업계에서는 그간 카카오가 SM엔터를 인수하고 그 경쟁력을 바탕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상장시켜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해석해 왔다. 지난 8월 카카오엔터와 SM엔터는 북미 통합 법인을 출범시키는 등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김 전 의장의 구속 가능성이 커짐에 따라 2025년까지 해외 매출 비중을 30% 이상 끌어올리겠다는 ‘비욘드 코리아’ 전략에도 빨간 불이 켜졌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카오가 인수한 SM의 지분을 강제 처분하게끔 할 순 없다”면서 “다만 카카오의 미래 전략과 카카오엔터 상장 계획에 차질이 빚어진 만큼 SM의 지분을 매각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2023.11.04 10:00

4분 소요
‘차분한 분위기’ 이병철 35주기 추도식…이재용·이재현 화해 무드 지속

산업 일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8일 열린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의 35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김재열 삼성글로벌리서치 사장 등과 함께 이병철 회장을 추모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달 25일 열렸던 故 이건희 2주기 추도식 때와 마찬가지로 별도 메시지를 내지 않고 고인을 추모하는 데 집중했다. 이병철 창업 회장의 추도식은 이날 오전 10시쯤 경기 용인시 호암미술관 인근 선영에서 열렸다. 추도식은 이병철 창업 회장의 사업보국(事業報國·기업은 사업으로 국가에 보답한다) 정신을 기리기 위한 목적으로 기일에 맞춰 열린다. 올해는 추도식이 토요일인 관계로 하루 앞당겨 진행됐다. 이날 추도식에 가장 먼저 도착한 것은 이병철 회장의 장손 이재현 CJ회장으로 오전 9시 20분쯤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 이경후 CJENM 브랜드전략실장과 함께 선영에 들어섰다. 이후 20분 뒤인 9시 40분쯤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전 관장, 이부진 사장, 이서현 이사장, 김재열 사장 등을 태운 차량이 선영 입구를 통과했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4년 이후 삼성 총수로서 추도식을 주재해 왔다. 이재용 회장은 국정농단 사태로 수감된 지난 2017년과 미국 출장 일정과 겹친 지난 2021년을 제외하고는 추도식에 모두 참석했다. 지난 2018년에는 해외 출장 일정으로 일주일 먼저 선영을 찾은 바 있다. ━ 삼성·CJ, 가족 간 화합 도모 이날 추도식은 예년과 달리 삼성과 CJ 일가가 추도식 자리에 함께 머무르며 이병철 회장을 추모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과 CJ는 故 이맹희 CJ전 회장과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의 상속 분쟁이 발생한 2012년 이후 서로 다른 시간에 추도식을 진행해왔다. 이재용 회장과 이재현 회장이 부친 세대의 갈등을 끝내고 가족 간 화합을 도모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재용 회장과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은 지난 2015년 故 이맹희 명예회장의 빈소를 찾으면서 갈등이 어느 정도 해소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재현 회장 역시 지난 2020년 이건희 회장이 별세하자 빈소도 차려지지 않은 장례식장을 가장 먼저 찾았다. 또 이재용 회장은 지난 6일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모친 고(故) 손복남 CJ그룹 고문 빈소를 친인척 가운데 가장 먼저 찾아 조문했다. 재계 관계자는 “선대의 갈등을 끝내고 이재용 회장과 이재현 회장이 화해 무드(분위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긍정적”이라며 “앞으로도 삼성과 CJ 등 범삼성가의 화합이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날 추도식에는 사장단을 비롯한 삼성 전·현직 경영진들의 방문은 없을 예정이다. 지난달 25일 이건희 선대회장 2주기 추도식에 전·현직 경영진 300여명이 참석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신세계와 한솔그룹은 이날 오후 사장단이 선영을 찾아 이병철 회장을 추모할 예정이다. 추도식과 별도로 저녁에 진행되는 기제사는 매년 장손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이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별도로 지내고 있다. 올해는 장충동 고택에서 오는 19일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이병철 창업 회장은 1910년도 경상남도 의령에서 태어나 1938년 3월 1일 대구에서 자본금 3만원으로 삼성그룹의 모체인 삼성상회를 설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국의 경제 발전을 위해 1948년 삼성물산공사를 창립해 무역업의 성장을 이뤘다. 1953년에는 제일제당을 설립하고 제당 사업을 시작했으며 제일모직(1954년), 삼성전자(1969년), 삼성중공업(1974년) 등을 창업해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이바지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창업 회장은 1980년대 들어서는 반도체와 컴퓨터 등 산업용 제품에 주력해 세계적 기업으로 도약했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송재민 기자 song@edaily.co.kr

2022.11.18 14:01

3분 소요
이재용, 이건희 2주기 추도식 참석…‘뉴 삼성’ 메시지 없이 차분한 분위기

산업 일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고(故) 이건희 회장의 2주기 추도식에 참석했다. 올해 추도식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 등으로 제한적으로 이뤄졌던 지난해와 달리 전·현직 경영진을 포함해 300여명이 방문하며 눈길을 끌었다. 다만 기대를 모았던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을 비롯한 ‘뉴삼성’에 대한 언급은 이뤄지지 않았다. 이건희 회장의 추도식은 25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 이목동에 위치한 선영에서 열렸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추도식에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당초 재계에서는 이날 추도식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복권과 삼성의 조직 개편 임박 등을 이유로 ‘뉴 삼성’에 대한 메시지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 47분경 검은 색상의 제네시스 G90 차량을 타고 선영에 들어섰다. 뒤이어 모친인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과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 등 유족들도 도착했다. 김재열 국제빙상경기연맹 회장도 함께 자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날 추도식에는 과거 이건희 회장과 막역한 사이로 지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참석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김 회장은 지난 2020년 이건희 회장을 조문한 자리에서 “(오늘은) 가장 슬픈 날”이라며 “친형님 같이 모셨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건희 회장을 평소 형님이라 부를 정도로 가깝게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사장단 참석이 제한됐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에는 전·현직 삼성 경영진들의 방문도 이어졌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전영묵 삼성생명 사장, 고정석 삼성물산 사장 등 전·현직 사장단 및 부사장 등 경영진 총 300여명이 선영을 찾아 고인을 기렸다. 앞서 1주기인 지난해에는 이건희 회장 유족과 일부 사장단만 참석해 조촐한 추도식을 보냈다. 이재용 부회장을 포함한 유족들은 40분 가량 선영에 머물다 오전 11시 28분쯤 빠져나갔다. 이재용 부회장과 현직 사장단 60여명은 추모식을 마친 뒤 용인시 소재 삼성인력개발원으로 이동해 이건희 회장 2주기 추모 영상을 시청하고 오찬을 함께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인력개발원에는 이건희 회장의 흉상이 설치돼 있다. 삼성은 생전에 '인재제일' 철학을 바탕으로 '창의적 핵심인재'를 양성하는 데 힘을 써 온 이건희 회장을 추모하기 위해 삼성인력개발원 창조관에 흉상을 설치한 바 있다. ━ 이재용 회장 취임 두고 다양한 관측 이건희 회장의 2주기 추모식이 별다른 메시지 없이 조용히 지나가면서 이재용 부회장의 취임 시기와 여부를 두고 다양한 예상이 나온다. 오는 27일 삼성전자 3분기 실적 발표에 앞서 열리는 이사회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선임 안건이 다뤄질 것이란 분석이다. 다음달 1일 삼성전자 창립기념일에 맞춰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에 취임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도 존재한다. 다만 삼성전자의 3분기 실적이 좋지 않은 점과 대외 불확실성 확대 등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회장 취임을 서두르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책임경영 차원에서 내년 주주총회를 거쳐 등기 임원에 오르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합병 혐의 재판에 매주 참석하는 등 경영에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의 조직 개편 가능성이 제기됨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취임에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선 창립기념일과 연말 조직 개편 이후인 내년 초에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20년 10월 25일 7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지난 2014년 5월 용산구 이태원동 자택에서 급성심근경색으로 쓰러져 입원 치료를 받은 지 6년 5개월 만이다. 삼성은 1주기 때와 마찬가지로 회사 차원의 공식 추모 행사는 열지 않았다. 대신 임직원이 고인을 기릴 수 있도록 계열사별로 온라인 추모관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건엄 기자 Leeku@edaily.co.kr

2022.10.25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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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금융지주회사 - 주인 없어 내부통제 엉망, 외풍에도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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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금융지주가 2015년 1월 1일 해체된다. 산은지주와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에 합병돼 사라지고 KDB생명 등 나머지 계열사는 산업은행 자회사로 들어간다. 앞서 한국씨티금융지주도 2014년 10월 31일 한국씨티은행과 합병했다. 지주회사와 은행은 한국씨티은행으로 존속시키고 지주회사를 소멸시켰다. 씨티은행 측은 “은행이 지주회사 자산의 97%를 차지하고 있어 지주회사 체제가 큰 의미를 갖기 힘들다”며 “업무와 의사결정의 중복을 막고 비용을 절감하는 차원에서 지주회사를 해체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11월 1일에는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이 합병됐다. 합병으로 11월 19일 우리금융은 상장 폐지되고 우리은행으로 신규 상장했다.현재 국내 금융지주회사는 은행을 중심으로 한 지주회사 11곳과 증권·보험회사가 주력회사인 지주회사 2곳 등 총 13곳이다. 지주회사란 다른 회사를 지배할 목적으로 설립된 회사다. 2000년 도입된 금융지주회사 제도는 국내 금융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하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명분으로 만들어졌다.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는 2001년 4월 설립된 우리금융지주다. 우리금융지주 출범 이후 금융당국은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대형 금융회사로 성장시키겠다며 금융지주회사 전환을 독려했다. 이후 신한금융(2001년), 하나금융(2005년), KB금융(2008년) 등이 생겨났다.계열사 간 시너지 효과와 금융업 대형화 등을 위해 만들어진 금융지주회사는 이후 애초 목적과 달리 만만치 않은 부작용이 일어났다. 금융지주회사로 전환한 이후 지주회사 회장과 은행 등 수뇌부의 권력 다툼이 끊이질 않았다. 대표적인 곳이 KB금융이다. KB금융은 2008년 초대 회장인 황영기 전 KB금융 회장부터 2대 회장인 어윤대 전 회장, 3대 임영록 전 회장까지 모두 당시 수뇌부와 갈등을 빚었다. 황영기 전 회장은 강정원 전 은행장과 2008년 초대 회장직을 놓고 대립한 뒤 사외이사, 은행 부행장 등의 선임을 놓고 사사건건 부딪쳤다. 어윤대 전 회장 역시 임기 후반에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를 두고 임영록 당시 KB금융 사장과 갈등을 빚었다. 임영록 전 KB금융 회장은 국민은행 전산시스템 교체로 이건호 전 행장과의 다툼이 있었다. 결국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은 금융당국으로부터 중징계를 받고 동반 퇴진했다. ━ 은행 편중된 구조에 파워게임 공적 자금이 투입된 우리금융도 불협화음이 끊이지 않았다. 초대 회장인 윤병철 전 회장은 이덕훈 당시 행장과 KB금융처럼 전산시스템 도입을 놓고 대립했다. 2대 회장이었던 관료 출신인 박병원 전 회장도 박해춘 전 행장과 주요 의사결정을 할 때마다 마찰을 빚었다. 뒤를 이은 이팔성 전 회장은 은행장 권한을 축소하는 ‘매트릭스 조직’을 도입하려다 이종휘 전 행장과 현 이순우 행장의 반발을 샀다. 신한금융 역시 마찬가지다. 라응찬 전 회장을 따르는 이백순 전 행장이 차기 지주회장으로 거론되던 신상훈 전 지주사장을 배임혐의로 고소하는 ‘신한사태’가 벌어졌다. ‘신한사태’는 아직까지 법정공방 중이다. 시중은행의 한 임원은 “지주회사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만큼 회장과 은행장의 협력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이들은 자기 자리에서 파워게임을 하다 보니 결국 집안싸움으로 이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실제로 국내 금융지주회사의 자산비중은 은행에 과도하게 편중돼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4년 6월 말 기준으로 금융지주회사 총자산 중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83%다.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다 보니 지주회사에서 일을 추진하다 보면 은행과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최근에는 국회가 금융지주회사 내 계열사 간 정보 공유를 크게 제한하도록 법을 변경했다.그동안 같은 금융지주회사에 속한 은행·증권·보험·카드사는 따로 동의를 받지 않고도 고객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그러나 2014년 초 3개 신용카드회사의 고객정보 1억 건이 유출되는 사고가 일어나면서 내부 경영관리에 필요한 경우에만 정보공유를 허용하기로 한 것이다.주인 없는 금융지주회사 체제도 문제로 지목된다. 현재 은행법과 금융지주회사법은 동일인 주식 소유 한도를 10%로 제한하고 있다. 산업자본도 4% 이상 보유할 수 없도록 하는 등 은행과 지주회사에 ‘지배주주’를 허용하지 않는다. 결국 투자자들이 지분을 나눠 갖고 있는 것이다. 주인이 없다 보니 정부가 각종 규제와 감독수단을 통해 지주회사 경영에 간섭하고 인사에 개입하는 등 관치금융이 일상화됐다. KB금융이 관치금융의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지주회장과 은행장이 임명될 때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출신 배경이 다른 경영진 선출로 내부 갈등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 문종진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는 “조직 내부에서 인정받지 못한 경영진이 금융과 리스크를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응하기보다는 자리보전과 단기 실적에 연연하게 된다”고 지적했다.이렇다 보니 경쟁력 강화를 위해 만들어진 금융지주회사가 비용절감과 경영효율화를 위해 지주회사에서 은행으로 되돌아가는 추세다. SC금융지주도 곧 한국씨티금융과 같은 길을 걸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하지만 여전히 금융지주회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은행이 직접 증권·보험사를 소유하는 것도 여러 제한이 있는 만큼 금융지주회사 형태로 묶여 있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은행과 증권·보험사가 자신의 사업영역만 생각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전체 금융산업의 앞날을 내다보고 영업전략을 세우는 데는 한계가 있다. 때문에 선진국 금융회사처럼 견고한 지주회사 체제를 구축하려면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지배구조를 구축하고 선진국처럼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능력 있는 CEO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많다.국내 금융지주회사는 미국을 본 떠 도입됐지만 운영 방식은 큰 차이를 보인다. 미국은 대공황 이후 은행과 증권업을 분리해오다 1999년부터 모든 업종의 금융회사를 자회사로 두는 금융 지주사의 설립을 허용했다. 일본도 1997년 은행과 증권, 보험 지주회사에 대한 설립·감독 규정을 두기 시작했다. 영국은 이보다 앞선 1986년 ‘금융 빅뱅’을 통해 각 금융회사 간의 경계를 허물고 초대형 ‘메가 뱅크’를 육성해왔다. 이들 금융지주회사들의 사업구조는 어느 한 부문에 쏠리지 않고 지역별, 업종별로 다원화돼 있다. 글로벌 금융회사인 HSBC는 2013년 전체 영업이익(646억 달러) 가운데 비이자 수익 비중이 45%에 달한다. ━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 형식에 그쳐 웰스파고도 비이자 수익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해외에서 벌어들이는 수익도 절반 이상이 넘는다. 국내 지주회사는 이런 수익 비중이 3% 안팎으로 이들과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다. 지주회사들이 수익구조 다변화를 위해 저축은행 인수, 해외 진출 등의 노력을 하고 있지만 아직도 한참 부족하고 시간이 걸리는 일이다.전문가들은 “지금 상황에선 내부 갈등을 줄일 수 있는 지배구조 정비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지주회사와 자회사 간의 적절한 역할과 업무 분담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해외 금융지주사 자회사에는 일반적으로 이사회가 없다. 지주회사를 이끄는 회장의 권한도 막강하다. 지주회사 임원들이 자회사 CEO를 겸직하는 구조여서 회장이 자회사 CEO의 인사권을 갖는다. 회장과 행장을 각각의 추천위원회에서 뽑는 우리 사정과는 상당히 다르다. 이사회 구성 역시 차이를 보인다. 국내 금융지주회사 사외이사에는 주로 관료 출신과 금융회사 임원, 경영·경제학과 교수 등이 맡는다. 반면 해외 지주회사는 다양한 이력의 사외이사들이 포진한다. 미국 1위 은행인 웰스파고은행은 휴대전화나 철강, 사회적기업 등 타 업계 현직 CEO들이 사외이사를 맡는다.이와 과련, 금융위원회는 2014년 11월 말 ‘금융회사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입법예고 했다. 12월 24일에는 금융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모범규준을 확정, 시행에 들어갔다. 적용 대상은 은행지주 등 551개 금융회사 가운데 자산 2조원 이상인 118개사다. 모범규준에 따르면, 향후 금융회사는 CEO, 부사장 등 집행임원을 선임할 때 추천경로, 추천경력, 추천사유 등을 공시해야 한다. CEO 자격 제한 요건은 애초 입법예고안보다는 완화됐다. 원래는 CEO 자격 요건을 ‘금융업무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춘 자’로 정했지만, 이번 최종 모범규준에는 ‘금융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갖추고 금융회사의 공익성 및 건전 경영에 노력 할 수 있는 자’로 변경됐다. 금융위 측은 “경력에는 전에 근무했던 회사, 혹은 보직에서 업무성과 등이 기록되기 때문에 고위 임원의 자질을 미리 판단할 수 있고 판단 결과가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밝혔다.개선작업의 또 다른 필수과제는 승계 프로그램과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최소 10년 이상의 내부 경력을 갖춘 인물들을 중심으로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을 관리하며 CEO 유고시 바로 승계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우리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당장 KB금융만 해도 복수의 외부 컨설팅 회사를 통해 후보 리스트를 작성하며 내부 구성원들 보다는 사외이사들의 입김이 선출 과정에서 영향력을 갖는다.국내 금융지주회사들도 뒤늦게 제도를 만들고 있다. 신한금융은 회장추천위원회가 주력 계열사의 CEO를 대상으로 회장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하나금융도 경영발전보상위원회 등을 통해 매년 회장이 제안한 예비 CEO 후보군에 대한 평가와 승계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금융지주 대부분이 CEO 승계 프로그램은 갖췄으나 형식적으로만 운영될 뿐이며 외풍에 취약하다.모범규준과 함께 계열사들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 있도록 하는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최근 한 세미나에 참석해 “정부가 은행의 주인역할을 하는 국가들은 금융산업이 후진성을 벗지 못하고 있는 반면, 민간이 주도하는 국가의 금융산업은 상당히 선진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기준에 맞춰 은행법상 동일인 주식소유한도를 대기업 구분없이 10%로 높이고, 단계적으로 금융전문성을 확보한 금융그룹은 20%까지, 은행지주회사는 34%까지 한도를 허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주총회에서 동일인이 최소한의 의사결정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김성희 기자 bob282@joongang.co.kr ━ LIG손보 품에 안은 KB금융 - ‘경영진 교체·M&A’ KB사태 마무리 KB금융지주가 내분 사태를 뒤로 하고 손해보험업계 4위 LIG손해보험을 품에 안았다. 숙원 사업이던 손해보험업 진출을 지주사 출범 5년 만에 이룬 것이다. 이로써 KB금융은 은행에 지나치게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분산하는 한편, 비은행 부문 영업력을 강화할 수 있게 됐다. 또 국내 금융회사 가운데 가장 많은 자산을 보유하게 돼, 오랜 기간 놓쳤던 금융업 맏형 자리도 되찾게 됐다. 무엇보다도 지주사-은행 간 갈등을 청산하고, 재도약의 전환점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가장 큰 의미를 찾을 수 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KB사태는 물론, 금융회사의 지배구조 문제를 갈무리 했다는 선언적 의미도 담고 있다.이번 KB금융의 LIG손보 인수는 사실 이미 낙점됐던 사안이다. KB금융은 2014년 6월에 LIG손보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이어 8월 11일에는 금융위원회에 자회사 편입 신청을 넣은 상태였다. KB금융은 재무상태가 좋고, 인수 의지도 높았을 뿐만 아니라, 마땅한 경쟁 상대도 없었다.그러나 금융위는 임영록 전 회장·이건호 전 행장의 갈등을 감지하고 “경영이 불안한 회사에는 인수를 허가할 수 없다”고 불허 입장을 내비쳤다. 지배구조 개선을 중심으로 한 경영 정상화가 이행되지 않으면 어떤 인허가도 내줄 수 없다는 것이었다. 결국 임 전 회장과 이 전 행장 모두 등 떠밀리듯 불명예 퇴진하고, 11월 윤종규 회장 겸 행장을 비롯한 새 경영진이 들어서자 금융위는 12월 24일 편입 승인을 크리스마스 선물로 안겼다. 외환은행부터 우리은행·ING생명·우리투자증권까지 인수·합병 (M&A)에 번번이 실패한 KB금융으로서는 드디어 트라우마에서 탈출하는 순간이다.시장에서는 이번 LIG손보 인수가 윤 회장 ‘원톱 체제’로 이후 첫 번째 대형 이벤트라는 점에서 KB금융 정상화의 첫 단추라는 데에 이견이 없다. 전 경영진들의 갈등에 대한 사회적 이슈도 많이 사그라졌고, 지배구조개선과 건전경영에 대한 충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는 것이다. 황영기-강정원, 어윤대-임영록 때처럼 ‘문제경영진 해임→이사회 정리→지배구조 개선 논의→새 경영진 취임→신사업 추진’의 수순을 자연스럽게 밟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골칫거리였던 이사회도 모두 퇴진한 상태다. 윤 회장은 LIG손보 인수가 확정된 뒤 곧바로 “자회사 편입 승인이 우리의 자신감을 회복하는 계기가 되고, 새로운 도약의 출발점이 됐으면 한다”는 내용의 편지를 직원들에게 보내기도 했다. 금융위도 KB금융에 지배구조개선 계획을 3월까지 충실히 이행하라고 독려했을 뿐 특별한 이슈 없이 정례회의를 마쳤다.하지만 근본적인 문제 해결 과정 없이 또다시 사안을 덮고 넘어가는 금융당국의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적잖다. 특히 금융당국이 8월만 해도 KB금융은 LIG손보를 인수할 자격이 없다고 못 박았는데, 경영진이 바뀌었다고 인수를 승인해주는 것은 자기모순과 더불어 관치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란 지적도 있다.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기관경고를 당한 바 있는 KB금융에 인수 승인을 내준 것은 잘못된 판단”이라며 “자격이 없음에도, 사외이사 퇴진 문제를 연계해 허가를 내주는 것은 금융당국의 재량권을 벗어나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맥락·배경이야 어찌 됐든 KB금융은 LIG손보를 인수함으로써 손보업계에서 실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됐다. 고객 수 2000만명, 전국 영업점 1000개인 점을 감안하면 적잖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KB카드도 분사 이후 고객 수·매출고가 수직상승하며 단박에 업계 2위 자리를 꿰찬바 있다. LIG손보 자체로도 자산 규모 22조원에 한해 20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올리는 회사다. KB금융 관계자는 “보험 영업과 KB캐피탈과의 자동차보험 상품 공동 개발, 국민은행 지점망을 통한 상품 판매 등을 통해 시너지를 극대화해 2015년에는 3000억~4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 김유경 기자

2014.12.27 10:16

9분 소요
[이철상 신화와 몰락] 특출난 오너 앞에, ‘NO’는 없었다

산업 일반

“솔직히 회사 내에서 넓게 보고 회사를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이철상 대표뿐이었고, 나머지는 자기가 맡은 일도 처리하기에 급급한 정도였다.” “브이케이의 근본적인 문제는 단순히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규모가 커진 회사에 경험이 있는 사람을 영입하지 못한 실수가 큰 것 같다." 지난 7일 17억8100만원의 약속어음을 결제하지 못하고 최종 부도 처리된 브이케이(VK). 국내 4위 휴대전화 제조업체의 몰락은 시장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서울대 총학생회장과 전대협 의장 권한대행 출신으로 1990년대 초 주류 운동권에서 ‘지존 철상’이라 불리다 97년 휴대전화 시장에 투신해 기린아로 추앙받던 이철상 사장의 명성도 함께 부도 처리됐다. 부도 직후 많은 언론이 브이케이와 이철상 사장의 몰락을 다뤘다. 주로 이철상 사장의 ‘애환’과 “백의종군하겠다”는 그의 의지가 전달됐다. 12일 오후, 이철상 사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분간 브이케이를 잊어 달라”고 했다. “몸이 너무 아파 얘기할 여력도 없다”고 했다. 깊은 한숨이 전해졌다. 그가 부도를 막기 위해 애쓴 흔적은 많다. 지난 3개월 동안 막은 어음만 504억원. SK텔레콤에서 100억원을 빌리고, 유상증자로 118억원을 마련해 1차 부도를 넘겼다. 자신의 전세 보증금도 뺐고 친인척에게 돈을 빌려왔다. 하지만 이미 바닥난 예금 잔고로는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었다. 브이케이 부도를 두고 많은 분석이 나왔다. 매출의 65~70%를 해외에서 올리는 구조였는데, 세계 메이저 업체의 저가 공세에 밀리고, 원화 강세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자금난이 가중됐다. 내수시장은 고가 위주로 형성돼 힘을 쓰지 못했다. 여기에 무리한 확장 경영이 자금난을 증폭시켰다. 결국 한때 하루 30만 대를 찍어내던 안성공장의 생산라인도 멈추고 말았다. 비현실적 지시도 만류 못해 거시적인 시각에서 보면 이런 분석은 맞다. 그런데 이 회사의 전·현직 임직원들은 브이케이에 또 다른 근본적인 문제가 있었다고 털어놨다. 바로 ‘사람의 문제’였다. 올 초 회사를 떠난 그룹장 출신은 “지난해 초부터 좋은 상황이 아니었고, 재작년 이익(2004년 115억원)을 낸 것도 분식회계까지는 아니지만 회계상 오류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사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계속됐고, 지난해 여름부터 본격적으로 표면화되면서 매일 밤 수뇌부가 회의를 하면서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지만 상황은 계속 악화됐다”고 전했다. 이 과정에서 브이케이의 치명적인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브이케이는 이철상 사장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회사였습니다. 한 달 운영비가 300억원 정도 되고, 매출을 3000억원이나 올리는 회사였지만, 대표이사 없이 임원끼리 회의를 하면 아무것도 결정하지 못하고, ‘대표이사가 돌아오면 물어보자’는 결론이 나는 식이었습니다. 이철상 대표가 상당히 똑똑한 분이고, 나름대로 감각도 있었지만 회사 운영이 그런 것만은 아니지 않습니까? 대표이사가 돌출 결정을 해도 대표이사에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룹장(팀장급)들이 이러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면 임원급들이 대표에게 어필해줘야 하는데, 전혀 그런 시스템이 아니었습니다. 대학 시절부터 이철상 사장에게 로열티(충성심)를 갖고 있는 분들이었고, 중견 기업을 운영할 역량이 안 되는 사람들이었다는 게 직원들의 생각이었습니다.” 현직 팀장급 직원도 같은 얘기를 전했다. “대표이사가 현실과 동떨어진 비상식적인 지시를 해도 이를 만류할 중간급이 없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시도와 방향이 좋은 아이디어를 대표가 제시해도 이를 이뤄낼 역량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었죠. 역량 있는 사람이 대표의 지근 거리에 없었고, 대표이사 자체도 이들을 대폭적으로 신임하지 못했습니다. 본인이 특출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이겠죠. 모든 의사결정이 대표이사에게 몰려있었고, 핵심이 되는 부서인 연구소, 영업일선 총괄, 재무 총괄 등도 맡은 자리에서 조직을 확실히 장악하고 경영진과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했는데, 따로 노는 실정이었습니다.” 같이 얘기하던 직원 2명이 거의 동시에 “지존 철상, 지존 철상”하며 작은 소리로 거들었다. 1년 전부터 자금난으로 삐걱 얘기는 계속됐다. “지난해만 해도 그렇습니다. 프랑스의 웨이브컴이라는 칩셋회사를 인수했는데, 휴대전화 벤더가 칩셋 하나 바꾸는 것은 매우 큰 일인 데다 그렇게 해서 제품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게 마련인데, 기존 라인 스톱하고, 한칼에 밀어붙이는 식이었습니다. 대안이나 후속조치도 없이 외줄을 타듯이 몇 달 안에 물건을 만들어 내라, 안 되면 회사 망한다는 식이었습니다. 물론 휴대전화 제조와 칩셋을 같이 제조한다는 방향은 맞다고 생각했지만 만약을 대비한 대안도 없이 밀어붙였고, 한두 가지가 어긋나기 시작하며 어려운 상황에 빠지게 된 것이죠.” 100억원을 들여 인수한 웨이브컴은 브이케이가 자금난을 겪기 시작한 단초였다. 겉으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브이케이 내에서 자금 사정이 좋지 않다는 소문은 꽤 오래전부터 퍼지고 있었다. 재무파트에서 근무하다 최근 정리해고 때 회사를 나온 브이케이 전 직원은 “1년 전부터 회사가 삐걱거렸고, 해외 거래처도 안정적으로 입금되는 거래처가 많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밑천이 드러나고 있는데도, 경영진들은 직원들 앞에서 허풍을 떨면서, 그룹장들이 ‘불가능하다’ ‘안 된다’고 하면 ‘해보지도 않고 왜 그러느냐’는 식으로 몰아붙이는 일이 반복됐다”고 털어놨다. 또 다른 직원은 “솔직히 회사 내에서 넓게 보고 회사를 끌고 갈 수 있는 사람은 이철상 대표뿐이었고, 나머지는 자기가 맡은 일도 처리하기에 급급한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브이케이의 근본적인 문제는 단순히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규모가 커진 회사에 경험이 있는 사람을 영입하지 못한 실수가 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돌발사고가 나면 부서 간 이견을 조율해 해결해야 하는데, 대표이사 자체도 본인 마음에 안 들면 쳐버리는 식이었다”면서 “영업팀장만 대여섯 명이 바뀌고 연구소장도 자주 바뀌었다”고 전했다. 소액주주들이 마지막 희망으로 걸고 있는 모토로라로의 합병설도 희망 없는 얘기라는 증언도 나왔다. 한 직원은 “브이케이 본사 내에 모토로라 직원들을 위한 공간이 있었던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모토로라가 브이케이 사정을 훤히 알고, 현재는 모두 철수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 회사의 핵심 임원은 이에 대한 확인 답변을 거부했다. 결국 사람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고, 필요한 인력을 제때 영입하지 못했던 ‘너무 특출났던’ CEO 이철상 사장은 법원과 채권단에 자신이 10년을 키워온 회사의 생사를 맡겨야 하는 신세가 됐다. 정리매매 들어가면 주식 휴지조각 이철상 사장의 쓰린 속만큼 아픈 사람들이 있다. 브이케이의 소액주주들이다. 22일 상장 폐지되는 브이케이의 개미 투자자들은 지금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다음 카페에 개설된 ‘VK 소액주주대책위원회’에만 500여 명이 가입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브이케이의 13일 종가는 45원. 부도 직전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다가 ‘깡통’을 손에 들게 생긴 소액주주들이 회사 주식의 88%를 갖고 있었다. 지난 10일 소액주주들은 이철상 사장과 브이케이 경영진을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소액주주들은 부도 3일 전인 지난 4일 브이케이가 ‘전환사채 발행 및 ODM 방식 공급계약을 추진하고 있으나 확정된 바 없습니다’는 조회공시를 덜컥 믿어버렸다. 3일 외국인과 기관들이 뱉어낸 브이케이 주식 650만 주 대부분을 개인투자자들이 받았다. 이때 종가는 560원. 거래량은 3일과 4일 이틀 동안 브이케이의 상장 주식 수 7385만 주의 3배 가까운 2억 주에 달했다. 결국 6일 오전 코스닥시장 본부는 부도 사실을 확인하면서 주권 매매 정지를 시켰고, 7일 개인투자자들은 최종 부도 소식과 상장 폐지 소식을 듣고야 말았다. 브이케이는 21일까지 정리매매 기간을 거쳐 22일 코스닥 시장에서 퇴출된다. 통상 정리매매는 매매 정지 주가의 10% 수준에서 결정된다. 이로써 3일과 4일에 브이케이 주식을 매수한 소액주주들은 약 360억원의 손해를 보게 될 것으로 보인다. 브이케이를 장기보유했던 주주들은 더 큰 손실이 예상된다. 농협과 상업은행도 각각 276억원, 232억원이 물렸다. 브이케이의 금융권 총여신 865억원의 약 60% 규모다. 그런데 금융권에서는 2004년 중반을 넘어서면서 ‘브이케이가 위험하다’는 사인이 있었다고 한다. 외환은행, 우리은행, 기업은행 등이 2004년 하반기에 일제히 브이케이에 대한 대출 규모를 대폭 줄였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재작년(2004년) 240억원 정도였던 여신 규모를 37억원까지 줄여나갔고, 외환은행도 이번 달까지 130억원에 달했던 여신을 79억원까지 줄였으며, 만기 연장이나 신규 대출을 해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와 달리 2004년 9월과 브이케이에 첫 대출이 나간 농협과 ‘브이케이 위기론’이 불거지던 올 초부터 230억원을 대출해 준 산업은행은 큰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브이케이의 170여 개 협력업체의 피해액은 대략 280억원 정도로 추정되고 있다. 지난 4월 국내 직원 150명, 중국 공장 직원 1000명을 해고했던 브이케이는 최근 국내 직원 200여 명을 추가 정리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신화 몰락 닮은 점은? 독단적 CEO의 ‘무리한 확장 경영’이 화근 1991년 4월 26일, 명지대 1학년 강경대씨가 학원 자주화 교내 집회에서 전경의 구타로 사망한다. 서울대 총학생회장이자 서총련 부의장이었던 이철상씨는 김종식 전대협 의장이 연행된 후 권한대행을 맡고 있었다. 그는 고 강경대씨의 부검을 학생대표 신분으로 참관했다. 이후 5년간 수배자 신분이었다. 그 기간 중에도 한총련 집행위원장(95년)을 맡기도 했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지존 철상’이었다. 졸업 후 97년 전국연합을 나올 때까지 재야활동을 했던 그는 그해 9월 ‘바이어블코리아’라는 2차 전지 회사를 차린다. 2000년 코스닥에 상장하고, 2001년에는 회사명을 지금의 ‘브이케이’로 바꾸면서 휴대전화 완제품 제조업체로 변신해 2004년 매출 3800억원의 중견 기업으로 키우는 등 승승장구를 거듭했다. 하지만 2005년 600억원대의 순손실을 보면서 자금난이 악화돼 끝내 ‘부도 CEO’로 전락했다. 그동안 이철상 사장처럼 하루아침에 ‘영웅’에서 ‘패장’의 길을 걸은 CEO는 많다. 이들의 공통점은 ‘관리형 CEO’라기보다는 ‘독단적인 스타 CEO’였다는 점이다. 올 5월 700억원대의 분식회계 사실이 적발돼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은 장흥순 전 터보테크 사장이나, 600억원대에 가까운 분식회계 혐의로 구속된 김형순 전 로커스 사장 모두 ‘사장이 모두 하는 유형’이었다. 기업의 특성상 특히 벤처에 이런 유형이 많았다. 2001년 유상증자를 앞두고 ‘흑자 허위 공시’ 혐의로 구속된 오상수 전 새롬기술 사장, 최유신 전 리타워택 회장, 김진호 전 골드뱅크 사장 등도 모두 몰락의 길을 걸었다. 이철상 사장과 가장 비슷한 유형은 무리한 경영 확장 끝에 ‘화’를 당한 이민화 전 메디슨 회장이다. 86년 설립돼 99년 ‘1억 달러 수출 탑’을 수상하는 등 2000년까지 초고속 성장을 이끌었던 이민화 회장의 메디슨은 인터넷 거품이 꺼지며 유동성 위기를 넘기지 못하고 2002년 1월 부도를 내고 코스닥 시장에서 사라졌다. 인터넷 거품이 빠지면서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메디슨은 결국 2002년 1월 어음 44억원을 막지 못해 부도 처리됐다. 당시 이민화 회장도 계열사와 출자사 지분을 내다 팔고, 자금을 여기저기서 끌어들이며 회생을 노렸지만 실패했다. 부도 당시 메디슨이 남긴 부채는 3500억원. 브이케이는 약 2000억원의 부채가 남았다. 부도 후 법정관리에 들어간 메디슨은 신제품 출시와 해외 수출로 꾸준한 성장을 거듭해 지난해 매출액 1706억원, 당기순이익 243억원을 올리면서 4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했다. 브이케이는 지난 7일 수원지방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원은 앞으로 2∼3개월간의 실사를 거쳐 법정관리 인가 여부를 최종 결정할 계획이다. 법정관리가 인가되면 이철상 사장의 경영권 유지가 가능하다. 또 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에 회생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관측이다. 2004년 말부터 부도 ‘경고 사인’ *2004년 / 매출액 3800억원, 순익 115억원 *2004년 말 / 금융권 VK에 대한 여신 축소 시작 *2005년 1월 / 프랑스 칩셋 업체인 웨이브컴 인수 (200억원 소요) *2005년 / 549억원 적자 *2006년 6월 8일 / 118억원 유상증자 *2006년 6월 26일 / 1차 부도 (어음 35억원, 결제) *2006년 6월 27일 / 1차 부도 (어음 28억원, 결제) *2006년 7월 4일 / 전환사채 발행 및 ODM 방식 공급계약 추진했으나 ‘확정된 바 없음’ 공시 *2006년 7월 7일 / 부도 처리, 증권선물거래소 VK 상장 폐지 결정 *2006년 7월 8일 / VK, 수원지법에 법정관리 신청

2006.07.18 10:29

8분 소요
[이익치·김윤규·김충식]對北사업 3인방 이번엔 입 열까

산업 일반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 김충식 전 현대상선 사장 (왼쪽부터) “주주 여러분! 대북송금 건은 현재 특검법에 대한 관련 절차가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회사는 이 부분과 관련한 회계처리 문제도 궁극적으로 특검을 통한 사법적 판단에 따라 규명되고, 의혹도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노정익 현대상선 사장) “집어 쳐! 지들 멋대로 북한에 돈을 퍼주고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주주들에게 막대한 손해를 끼쳤는데, 어디서 그런 소리가 나와.”(소액주주) 지난 3월28일 오전 9시 서울 적선동 현대상선 지하 1층 강당에서 개최된 주주총회는 회사가 대북송금설에 휘말린 데 이어 관리종목으로 지정돼 주가 폭락에 대한 주주들의 항의로 시종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이날 현대상선 경영진들은 최근 경영실적이 호전되고 있음을 주장하며 주주들을 달래는 데 진땀을 흘렸다. 반면 주주들의 성난 목소리는 주총 내내 이어졌다. 앞으로 다가올 특검 수사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었다. 회사측 역시 마찬가지 입장이다. 특검 수사의 불똥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서 회사의 앞날이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같은 불안감은 노무현 대통령이 3월26일 대북송금 비밀사건을 수사할 특별검사로 송두환 변호사를 임명한 후 더욱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현대 특검의 핵심은 누가 어떤 목적으로 어느 정도 자금을 북한에 송금했는가를 규명하는 것이다. 따라서 관련 당사자들의 불법 여부를 따지고 법 위반자에게는 처벌하면 되는 문제다. 특검 수사는 이달 중순 시작될 예정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그리 간단하지가 않다. 정권과 기업이 연계된 사건의 후유증으로 해당 기업은 물론 기업주의 운명이 뒤바뀌는 예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경우 DJ정부 초기에는 김대통령과 가까운 관계를 유지했으며, 전경련 회장직도 맡았다. 그러나 김 전 대통령은 대우그룹 회생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며 김 전 회장을 해외로 내보내고 대우그룹을 공중분해시킨 예가 있다. 누구의 입에서 폭로가 나올지 재계에서는 이번 특검의 향방에 따라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거취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추측이 많다. 정회장의 앞날에는 곳곳에 지뢰가 놓여 있다고 할 정도로 대형 의혹 사건들이 기다리고 있다. 우선 정회장이 깊숙이 개입돼 있는 것으로 알려진 이번 사건은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대출금 4천억원이 지난 2000년 6월 남북정상회담을 전후해 비밀송금됐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김 전 대통령은 지난 2월 중순 대국민 담화를 통해 현대가 지난 2000년 6월 북한에 5억 달러를 지원했다고 밝혔다.. 김 전 대통령은 “현대가 대북송금의 대가로 북측으로부터 철도·전력·통신·관광·개성공단 등 7개 사업권을 얻었다.”면서 “정부는 그것이 평화와 국가이익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실정법상 문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수용했다.”고 주장했다. 정회장도 김 전 대통령의 발표 이후 이를 기자회견을 갖고 이를 시인했다.하지만 한나라당은 현대의 대북비밀송금 규모가 5억 달러 이상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주영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 2000년 5∼7월 현대전자의 영국 스코틀랜드 반도체공장 매각대금 1억6천2백만달러 중 1억 달러 가량이 현대건설의 중동지역 페이퍼컴퍼니로 이체된 뒤 증발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성헌 의원은 현대건설 자금의 대북송금 의혹을 제기했었다. 이의원은 “2000년 5월 정상회담 전에 현대건설이 홍콩과 싱가포르 지사를 통해 6개 계좌로 나눠 1억5천만달러를 송금하는 등 당시 이익치 현대증권 회장의 주도로 각 계열사별로 5억5천만달러를 모금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었다. 정회장은 김 전 대통령이 대국민담화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전 대통령의 말이 맞다”고 한 것처럼 대북송금에 연루된 구 정권 실세들과 준비된 답변을 내놓을 가능성도 높다.하지만 현대 임직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이 사건 관련 현대 전·현직 임직원들의 소환이 잇따르면 정회장이 전혀 예상치 못한 폭로가 나올 가능성도 많다는 것이다. 정회장과 함께 특검 수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현대측 고위 임원은 이익치 전 현대증권 회장과 김윤규 현대아산 사장·김충식 전 현대상선 회장이 꼽힌다. 이들은 당시 현대그룹의 경영과 대북사업을 진두지휘했다. 또 박종섭 전 현대전자(하이닉스반도체) 사장과 자금을 담당했던 이모 이사가 조사 범위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당시 재무를 맡았던 현대 계열사의 임직원도 조사가 불가피하다. 현대상선 재무를 맡았던 박재형 전무(현 현대상선 본부장)와 김종헌 전무(현 현대상선 구주본부 근무)도 특검의 소환 대상으로 꼽힌다. 자금 전달창구 역할 의혹을 받고 있는 현대건설 임직원 등도 상당수 특검팀의 소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재무를 맡았던 이승렬 상무와 해외에서 자금을 유치하는 역할을 했던 송모 전 이사(개인사업)·자금담당 임모 전 부장 등이 해당한다. 현대건설 런던지사로 자금을 직접 송금했던 현대전자 미주법인과 일본법인 관계자도 소환조사 가능성이 크다. 누구의 입에서 메가톤급 폭로가 터져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인 셈이다. 더욱이 대북 송금과정에 청와대와 국가정보원·금융감독원의 불법적 개입이 있었는지에 대한 특검 수사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돼 정회장은 이래저래 대북송금 사건에 휘말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또한 이 사건에 대한 실체를 밝히기 위해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과 박지원 전 비서실장, 대북특사 역할을 했던 임동원 전 국가정보원장 등 DJ정부 수뇌부에 대한 조사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정치적 논란도 예상된다. 이에 따라 현대 내부에서는 정회장의 그룹 내 지배권이 약화될 것이란 시각도 제기하고 있다. 정회장의 장모 김문희씨는 현대엘리베이터의 지분 18.57%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현대엘리베이터는 현대상선 지분 15.16%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결국 정회장은 장모 김씨를 통해 현대상선을 지배하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현대상선의 대북 비밀송금에 정회장의 개입 범위에 따라 정회장은 현대상선의 이사직 박탈은 물론 배임혐의로 고발될 우려도 있다. 최악의 경우 정 회장이 현대그룹 경영권을 행사하기 힘들어 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현대의 10여개 계열사들은 특검 수사가 부담스럽지만 경영에 타격을 받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 관계자들은 “정회장 계열의 현대에 이제 남은 회사가 몇이나 되느냐”고 말할 정도로 현대그룹은 이미 과거의 그룹 규모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축소돼 있다. 현대건설은 이미 계열 분리됐고 현대투신과 하이닉스도 정회장이 포기한 회사들이다. 특검 수사가 본격화될 경우 이미 재정이 악화될 대로 악화된 현대아산의 처리 문제도 또다시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현대아산의 금강산 관광사업은 지난 98년 11월 유람선 출항 이후 52만명이 금강산을 다녀온 데 이어 올해 초 육로관광을 성사시켰지만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현대는 지난 5년간 대북사업과 관련 공식·비공식적으로 모두 10억 달러가량을 투입했지만 북측은 최근 성사된 육로관광마저도 도로공사 등을 이유로 부정기적인 관광을 허용하고 있다. 게다가 대북사업의 한축인 개성공단 조성사업은 착공식도 갖지 못한 상태다. 현대그룹의 주력사로 떠오른 현대상선은 그동안 대북사업 때문에 부실이 쌓였지만, 지난해 자동차 운송선 매각 등 자구 노력으로 대부분의 부실을 털어낸 상태하고 회사측은 주장한다. 2천2백억원을 북한에 송금한 부분도 지난해 12월 말 회계상 손실 처리했다는 것이다. 현재 영업이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회사 형편이 괜찮아질 것이라는 주장도 하고 있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유동성에 문제는 없다. 2천억원을 손실 처리해 부채비율이 지난해 3백%에서 3월 현재 4백18%로 높아졌지만, 해운업계에서는 문제가 되지 않는 부채 규모”라고 말했다. 일본의 세계적인 해운사인 MOL사도 지난해 부채비율이 무려 1천%가 넘는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해운사는 경기가 좋으면 배를 구입해 영업에 나서는데, 이때 이 비용이 우리나라 회계기준에서는 부채로 분류되기 때문에 해운사가 다른 제조업체보다 부채비율이 높은 것 처럼 보인다”며 “부채가 높은 것이 문제가 아니라 영업이익 규모를 보고 회사의 재무상태를 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정익 현대상선 사장도 주주들에게 “올해 들어 컨테이너선과 유조선 운임이 크게 오르고 있어 월별 경영목표를 초과달성하는 등 점차 좋아지고 있다”며 “특검을 통해 의혹이 해소되면 하반기쯤 경영정상화가 이루어질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그룹은 소액주주들의 소송 등 당장 직격탄을 맞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참여연대 관계자는 “이번 대북송금에 대한 특검은 북한과의 관계 때문에 정치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다”며 “소액주주 운동 대상기업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2003.03.27 00:00

6분 소요
[미국]흑인CEO 파슨스, AOL 회장직에 올라

산업 일반

리처드 파슨스, 오는 5월부터 AOL회장직을 맡게 됨으로써 흑인 출신으로 미국에서 가장 출세한 인물에 꼽혔다. 미국 흑인 가운데 고위 관리로 가장 출세한 사람이 콜린 파월 국무장관이라면, 재계에서는 단연 리처드 파슨스(55)가 꼽힌다. 지난해 5월 세계 최대 미디어 그룹인 AOL타임워너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파슨스는 1년만인 오는 5월부터 회장직까지 겸함으로써 회사를 완전히 거머쥐게 됐다. AOL타임워너는 지난 1월16일 실적 악화와 주가 추락에 책임지고 오는 5월 사임하는 스티브 케이스 회장 후임에 파슨스를 선임했다. 미 회계감독 당국이 잇단 회계 부정 사건 이후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회장과 CEO를 분리한다는 방침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나온 발표였다. 파슨스의 경영권 장악 과정은 한편의 드라마인 동시에 출세하려면 운대가 맞아야 한다는 속설을 입증하기도 한다. AOL타임워너는 2001년 1월 신경제의 대표주자이자 세계 최대의 인터넷회사인 AOL과 미디어 및 엔터테인먼트 업계의 거물이자 구경제를 대변하는 타임워너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거대 합병기업의 회장은 AOL 회장이었던 스티븐 케이스가 맡고, CEO는 타임워너의 제럴드 레빈 회장이 맡기로 했다. 두 기업의 보스가 권력의 양날개를 나눠가진 것이다. 그 밑에 양측에서 한명씩 최고영업책임자(COO)를 두기로 했다. AOL 쪽에선 로버트 피트먼이, 타임워너 쪽에선 리처드 파슨스가 임명됐다. 이제 파슨스가 회장과 CEO 자리를 다 차지했다는 말은 지난 2년 동안 그가 세 사람의 경쟁자를 모두 물리쳤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 사람 가운데 그의 진정한 보스였던 제럴드 레빈이 가장 먼저 자리를 비켜줬다. 2001년 12월 레빈은 다음해 5월 CEO에서 사임할 것이라고 전격 발표했다. 그의 사임을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다. 회사 관계자들은 레빈이 65세까지는 현직에 있을 걸로 생각했다. 그의 갑작스런 사임에 대해 어떤 이들은 AT&T 케이블사업 인수 실패로 다른 경영진들과 갈등을 빚은 데다 개인적 불행(97년 영어교사였던 아들이 제자에게 살해당함)을 이유로 들기도 했다. 레빈의 사임으로 새 CEO 자리를 놓고 파슨스는 피트먼과 격돌했다. 사내 서열은 피트먼이 더 위였지만 그는 파슨스에게 밀리고 말았다. 피트먼이 맡고 있는 AOL 실적이 갈수록 나빠지고 있었고, 레빈의 뒤를 이어 타임워너 출신이 그 자리를 맡는 것이 자연스러웠기 때문이었다. 이 싸움에서 진 피트먼은 바로 영업 일선에서 물러나야 했다. 약 4개월 뒤 그에게 다시 한 번 기회가 주어졌다. 하지만 피트먼은 자신이 복귀하면서 약속한 실적개선을 이루지 못함으로써 지난해 7월 완전히 퇴출되고 말았다. 영화사 워너브러더스와 워너뮤직 등 연예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파슨스가 뛰어난 조직 융화력으로 AOL타임워너의 2인자 자리를 굳히는 순간이었다. 변호사 출신인 그는 포드 전 대통령의 보좌관을 지냈으며, 2년 전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출범할 때 입각 제의를 받을 정도로 정계와 관계 인맥이 두터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제 그에게 남은 경쟁자는 막강한 스티브 케이스 한 명 뿐이었다. 그러나 케이스 회장은 이미 사면초가에 몰리고 있었다. AOL이 죽을 쑤면서 케이스의 입지가 무척 좁아지고 있었던 것. 주주들은 타임워너와 결과적으로 궁합이 맞지 않는 짝짓기를 한 케이스 회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합병 전 80달러에 달했던 AOL 주가가 현재 15달러선으로 추락한 것이 지난 2년간의 상황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이런 와중에 AOL 쪽에서 회계 부정 혐의가 불거졌다. 이때다 싶어 파슨스는 케이스 회장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지난해 가을 파슨스는“합병 주도자들에 대해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다. 케이스 회장을 지목한 공격이나 다름없었다. 파슨스는 ‘AOL 때문에 그룹 전체가 휘청거린다며 사명(社名)에서 AOL을 빼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다’며 압박을 가했다. 결국 케이스 회장은 1월12일 사임을 발표하고 말았다. 합병 당시 회사는 견제와 균형을 취한다며 회장과 CEO를 분리했다. 그러나 그동안 내부에서는 이로 인해 경영권이 불안정해지고 시너지 효과도 제대로 나지 않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이런 지적을 감안해 이번에 파슨스에게 모든 권한을 몰아준 것이다. 향후 최대 관심은 파슨스가 애물단지가 돼 버린 AOL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일부에서는 분리도 점치고 있다.

2003.01.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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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하려면 경리대학 나와야”

산업 일반

LG그룹이 사내 재무전문가들을 육성하기 위해 1992년에 설립한 경리대학이 지난해 12월11일 설립 10주년을 맞았다. 회계와 자금 금융 부문만 집중 교육하는 전문교육기관으로 설립된 경리대학은 지금까지 이헌출 LG카드 사장·서경석 LG투자증권 사장·정병철 LG전자 사장·김갑열 LG건설 사장 등 그룹의 재무통 최고경영자(CEO)들이 필수 코스로 거쳐갔을 정도로 LG 재무인력의 사관학교로 통한다. 설립 이후 10년간 경리대학을 거쳐간 LG그룹 임직원은 모두 1만여명. 재무부문 근무자는 경리대학의 학점 이수를 필수과정으로 운영하고 있다. 강유식 LG경리대학장인 구조조정본부장은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데 이 대학이 양성한 재무 인력의 역할이 컸다”고 말했다. LG가 사내교육 과정에 ‘대학’이란 명칭을 붙인 것은 그룹 경영진들이 그만큼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경리대학 관계자는 “일반적인 사내교육 프로그램과는 달리 지속적이며 장기적인 비전과 교육 내용, 운영 체계 등을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경리대학은 90년대 초 구자경 회장과 주력사들의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들이 그룹 내부에 재무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설립됐다. 급변하는 경영환경에서 각 계열사들이 내실있는 재무구조를 갖추기 위해서는 유능한 재무 전문가들의 양성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 92년 12월 구회장은 인재의 사명·자세·역할·육성체계 등을 정리, ‘경리규범’을 만들어 경리대학을 운영케 했다. 구회장은 ‘경리규범’에 “경리대학은 경영을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경영관리 전문가를 체계적이고 장기적으로 육성시킬 수 있는 그룹 내부의 공통된 교육 체계가 될 것”이란 문구를 써넣을 정도로 깊은 관심을 보였다. 구회장은 “경리대학 설립으로 각 계열사들이 자율경영을 앞당길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을 거쳐 경리대학은 93년 기초 1개 과정과 전문 5개 과정으로 구성, 출범했고 94년 기초 과정과 전문과정을 각각 5개와 10개 과목으로 늘리면서 교육을 강화했다. 96년 전략과정 개발·97년 경리직군 내 인프라넷의 구축과 인력풀제·2001년 선진경리연구과정·올해 글로벌 CFO 과정을 개설하는 등 다양한 교육과정을 선보였다.경리대학의 교육과정은 기초과정(5개분야 5개 과목), 전문과정(6개분야 12개 과목), 전략과정의 3단계로 구성돼 있다. 재경직군 사원을 대상으로 하는 기초과정에서는 경리 분야에 대한 일반적인 지식을 제공한다는 목적이다. 기업의 재무회계·세무회계·자금관리·국제금융·관리회계 등이 그 내용이다. 과장· 차장급의 관리자를 중심으로 교육하는 전문과정에서는 주요 재무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과 응용 능력을 배양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재경 핵심인력 양성과정 금융리스크 관리 실무· 자금 기획·M&A·자금 조달 제도와 법규 등이 주 내용을 이룬다. 그리고 전략과정에서는 주요 이슈에 대한 전략적 해결 능력 배양을 목적으로 기업 공정거래 실무·전략적 재무 의사결정 과정·선진경리 연구 과정 등 장·단기 계획과 국내외 교육 등으로 세분화돼 있다. 재경분야의 가장 핵심적인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이수체계는 사원들에게 교육의 강제성을 부가하는 동시에 동기화의 요인이 되고 있다. 대상 직원은 직급에 관계없이 1년에 2학점(과목당 2학점)을 이수하고 과장 진급 전까지 총 10학점, 부장 진급 전까지는 총 12학점을 이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학점 이수의 자격은 각 단계별 평가에 의해 부여된다. 즉, 사전 평가·합숙 기간 평가·과제 보고서 평가·종합 필기 평가 등을 통해 총 1백점 중 60점 이상을 받지 못할 경우 이수를 못한 것으로 간주한다. 경리대학의 조직은 ‘학장’으로부터 시작된다. 이 자리는 계열사 CEO급으로 그룹 내 높은 위상을 짐작케 한다. 현재 강유식 구조조정본부장이 겸임하고 있다. 여기에 경리대학의 발전방향과 장기적인 교육체계를 구상하는 발전협의회가 있다. 현재 16명의 CFO로 구성된 협의회는 1년에 4회 정도의 정기 모임을 갖고 특별한 사안이 있을 경우 수시로 소집된다. 그리고 각 계열사 CFO들에게 ‘전문 재경인 육성’이라는 메시지를 그룹 차원에서 전달함으로써 임직원들의 교육 참여를 독려하도록 하고 있는 점도 운영상의 중요한 특징이다. 임원들을 경리대학의 영향권 안에 두는 것은, 원활한 운영뿐만이 아니라 사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이끌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정종오 LG이노텍 부장은 “임원들이 경리대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 직원들의 참가율과 이수율 등을 직접 챙기는 예가 많다”고 말했다. 전문 강사진들도 경리대학 운영의 중요한 축이다. 이들은 80여명의 내부 강사진과 10명 정도의 외부 강사진으로 구성된다. 경리대학 전담 운영팀과 함께 교재 개발·교육내용 확충·평가 등의 역할을 담당하는 내부 강사진은 실무 경험 3년 이상의 현장 베테랑들로 구성된다. 경리대학 관계자는 “실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이론 교육이 아닌 실제 업무 능력 향상에 교육의 눈높이를 맞추고 있다는 얘기다. 교육을 받은 사원들의 반응에서도 이런 점은 확인된다. 기초과정을 이수하고 올해 전문과정을 수강한 신정곤 LG실트론 대리는 “업무에서 경리대학의 교재를 활용하거나 가치판단의 기준으로 삼는 경우가 많다” 며 “각 계열사에서 동일한 업무를 수행하는 선배와 동료 들을 만나 의견교환을 하는 자리로 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2, 제3 경리대학 구상 경리대학의 저력은 ‘출범 10주년’이라는 짧은 한마디로 요약된다. 강산이 변한다는 세월 동안 수많은 부침 속에서도 버텨온 것이다. 특히 IMF시절 각종 교육 프로그램이 축소 혹은 폐지되는 동안에도 경리대학은 수강 인원의 소폭 축소만 있었을 뿐 별다른 동요없이 순항을 계속했다. 그리고 10년이 지난 지금 그 만큼의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경리대학을 수료한 사원들은 올해 8백51명을 포함해 1만8백50명에 이른다. LG의 차세대 경영주자 김태오 LG증권 부사장·조한영 LG화학 부사장 등도 경리대학을 거쳤다. 그룹 전체 현직CFO의 90% 정도가 경리대학 출신들이다. LG는 지난해 초 경리대학을 모델로 인사·노무 분야의 인재양성을 위해 ‘HR(Human Resource)대학’을 출범시키는 등 제2, 제3의 경리대학을 설립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열살의 경리대학은 이제 또 다른 모습을 준비하고 있다. 변화의 핵심은 핵심인력 양성이다. 기초 전문과정의 대폭적인 개방을 통해 경리 분야의 펀드멘탈이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만큼 이제는 질적인 전환을 모색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이다. 재경직군 전 사원의 대상의 기초 과정은 그 틀을 현행대로 유지하고 전문 과정의 소수정예화를 시도하고 있다. 각 계열사별 CFO 양성 과정에 따라 선발된 소수정예 사원들은 금융·회계·기획으로 통합된 교육이 제공된다. 미국 보스턴 대학에서 15개월간 연수를 받는 글로벌 CFO과정도 활성화할 방침이다. 이 외에도 인터넷을 통한 사이버 교육을 강화하고 외부 강사의 충원과 다양한 교재도 개발하고 있다.

2002.12.25 00:00

5분 소요
경영 판단 책임을 결과로만 따져서야…

산업 일반

제일·조흥 등 6개 은행이 예금보험공사가 부실 문책 대상으로 통보한 전·현직 임직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소송에 들어갔다. 손해배상청구소송 규모만도 1조원이 넘는 어마어마한 소송이다. 기본적으로 이들에게 씌워진 혐의는 부실 여신과 횡령 등이다. 소송을 제기한 은행들은 결국 주주들을 대표하고 있다. 따라서 전·현직 임직원들을 상대로 한 소송이 주주들의 이익에 도움이 될지를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주주를 비롯한 투자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은 투자수익률의 극대화일 것이다. 투자자 전체의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경영자들이 위험과는 관계없이 기대수익율이 가장 높은 사업들을 선택하게 하는 것이 좋다. 위험을 분산해야 하는 것은 투자자 자신들이다. 기업들은 저마다 다른 위험을 안고 있다. 때문에 서로 상반되는 위험을 안고 있는 여러 기업의 주식을 소유한다면 개별 기업들의 위험은 투자자들에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따라서 개별 기업의 경영자들은 위험과는 상관없이 기대수익률이 가장 높은 사업을 선택하고, 투자자들은 다양한 기업들의 주식을 분산 소유함으로서 스스로 위험을 상쇄시키는 것이 투자자들 전체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법이다. 그렇다면 이번 손해배상 소송이 은행의 기대수익률 극대화에 도움이 될까. 만약 소송이 실패한 경영판단, 즉 결과적으로 부실해진 여신에 대한 책임 추궁이라면 오히려 반대의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은행 경영자들에게 판단 실패에 대한 배상을 요구한다면 경영자들은 ‘기대수익의 극대화’가 아니라 ‘안전의 극대화’를 추구하게 될 것이다. 그것은 주주 자신들에게 손해다. 위험은 어차피 상쇄되기 때문에 달라지지 않는 반면 수익률은 낮아지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경영자의 재량권을 무한정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경영자들이 회사의 재산을 모두 자신의 것으로 빼돌릴지도 모른다. 따라서 경영자들이 사기나 횡령·배임 등 회사의 이익을 축내어 자신의 사적인 이익을 챙기는 행위는 엄히 다스릴 필요가 있다. 이번 소송에서도 횡령 부분에 대한 책임 추궁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그러나 일상적인 ‘경영판단’이라면 비록 결과적으로는 실패한 결정, 즉 부실여신을 만들어낸 행위일지라도 법원은 개입을 자제하는 것이 낫다. 어떤 결정이 잘된 것인지, 잘못된 것인지를 그것의 결과만 가지고 판단한다는 것은 어리석다. 사업의 성공 여부는 경영자가 통제하기 어려운 수많은 요인들에 의해서 결정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성공한 투자에 대해서는 잘한 결정이라고 칭찬하고, 실패한 투자에 대해서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비난하고 싶은 유혹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법관들도 인간인 한 그 같은 인간의 본질적인 약점을 극복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조금 다른 얘기지만 대표소송의 본고장인 미국의 법관들은 이미 그같은 자신들의 약점을 인식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미국의 주주대표소송제도 아래서는 경영판단의 원칙이라는 것이 철저히 지켜진다. 비록 실패한 결정이라 할지라도 경영자 자신의 이익을 위해 회사의 이익을 희생시킨 경우가 아닌 한 법원이 스스로 해당 사건에서 손을 떼는 것이다. 그것이 자신들의 명예뿐만 아니라 투자자들 전체의 이익에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은행의 경영자에게 대출자의 신용을 평가하는 일보다 더 ‘경영판단적’인 일이 어디에 있겠는가. 그리고 문제가 되고 있는 경영진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 은행의 이익을 희생시켰다는 증거가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그런 상태에서 경영진들에게 부실 여신에 따른 손해배상을 부과하는 것은 앞으로도 은행의 경영판단 행위가 법원의 판결대상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리 좋은 징조는 아니다. 이번 사건은 경영판단에 대한 사후적 책임추궁 외에도 또 다른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과거 은행장의 인사와 은행의 경영에 대해서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이 깊이 관여해 왔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런 상황에서 거액의 대출이 은행장이나 임원들만의 재량으로 이루어졌을까? 그들로부터의 대출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은행장의 자리가 위태로웠던 것은 아닐까? 또 그 압력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경우 은행 자체에 대해서도 알게 모르게 여러 가지의 제재가 가해질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소송은 전직 경영진들이 아니라 국가를 상대로 해야 할지 모른다. 즉 국가가 은행에 대해서 배상을 하고 그 대신 국가는 문제의 부실 대출에 음으로 양으로 관련되었던 공무원들과 정치인들에게 구상권을 행사하는 것이 더 올바른 수순일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이번 소송은 문제의 본질을 제공한 사람들은 그대로 둔 채 어쩌면 피해자일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더욱더 큰 짐을 지우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2002.09.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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