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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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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억원 주가조작, 이승기 장인도 기소…수법 살펴보니

증권 일반

코스닥 상장사 3곳의 주식 시세를 잇달아 조종해 14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로 가수 이승기의 장인 등 일당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진 사실이 밝혀졌다.지난 15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안창주 부장검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이승기 장인인 이모(58)씨 등 8명을 구속하는 등 총 13명을 기소했다고 밝혔다.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코스닥 상장업체 3곳이 첨단기술을 이용한 '펄'을 추진한다고 속인 것으로 알려졌다. '펄'은 주가 부양을 위한 호재성 신규사업을 뜻하는 단어로, 이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려 총 14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이들은 2022년 11월부터 약 1년간 이차 전지 소재 기업인 중앙첨단소재에 시세조종 주문을 넣어 주가를 주당 490원에서 5천850원으로 10배 넘게 불렸다. 이렇게 챙긴 부당이익은 총 140억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이어 신재생에너지 업체인 퀀타피아에 대해서도 '1천억원 상당의 투자가 확정됐다'는 허위 투자확약서를 공시하는 등의 수법으로 주가를 부풀려 60억여원을 추가로 빼돌린 것으로 조사됐다.이 과정에서 이씨는 지난해 2월 퀀타피아의 거래가 정지되자 전직 검찰수사관 A(59)씨로부터 이를 해결해주겠다며 착수금 3천만원을 받고 성공보수로 10억원을 약속받아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적용됐다.A씨는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 사태(라임 사태) 주범인 이인광 에스모 회장의 해외 도피 자금을 마련하려 범행을 주도한 것으로 파악됐다.두 사람은 거래정지로 인한 금전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유심 제조업체인 엑스큐어가 AI 로봇 사업을 추진한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시세조종 주문을 넣어 주가를 올리기도 한 바 있었다.또한 이씨는 회사 인수 과정에서 미리 알게 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차명 매수로 1억원의 시세 차익을 거둔 것으로 조사 결과 드러났다.검찰 관계자는 "시세조종 수급 세력이 주가조작 범행을 연이어 저지른 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며 "시세조종과 사기적 부정거래, 미공개 정보 이용 등 자본시장법이 금지하는 주요 행위를 모두 망라했다는 점에서 자본시장 질서에 중대한 위협을 초래했다"고 전했다.

2025.05.16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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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보고서 제출 앞둔 한계기업, 시세 부풀리고 '먹튀' 주의보

증권 일반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해 12월 결산법인의 감사보고서 제출 시한이 다가옴에 따라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가능성이 큰 한계기업 특징 및 불공정거래 사례 등 투자관련 유의 사항을 10일 안내했다. 감사보고서 제출을 앞두고 한계기업들이 미공개 정보 등을 이용해 주가를 조작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거래소는 이와 관련해 과거 대규모 공급 계약 체결 등 호재성 공시를 내 주가를 끌어올린 뒤 악재가 나오기 전 내부자들이 보유 주식을 매각한 사례들이 적발된 바 있다고 소개했다.대표적으로 A사는 미국 법인과의 대규모 공급계약 및 미국 생산공장 설립 등 호재성 사업추진 사항을 발표하고 다수의 자금조달 계획을 공시해 주가를 부양했다. 그러나 이후 ‘감사의견 거절’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뒤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당시 사내이사 등 내부자는 감사보고서 제출 전 해당 정보를 이용해 사전에 보유 지분을 처분함으로써 손실을 회피했다.또한 B사는 매출액 감소 및 적자 폭 확대 등 경영 여건이 악화되는 가운데 ‘감사의견 한정’으로 관리종목 지정 및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상장폐지 사유 공시 전 내부자의 특수관계자 등이 해당 정보를 사전에 인지하고 손실 회피를 위해 보유주식을 매각하면서 공시 직전 특별한 사유 없이 거래량이 급증하고 주가가 하락했다. 이밖에 결산실적 발표 시점에 리딩방 운영자가 C사의 실적에 대한 미확인된 허위 사실을 유튜브 등 사이버 플랫폼을 통해 유포해 매수세 유입을 유도해 시세를 부양시킨 사례도 있었다. C사는 이후 감사의견 거절로 상장폐지 사유 발생해 매매거래가 정지됐다. 거래소는 영업실적 및 재무구조 등이 취약한 기업이 감사보고서 제출기한이 임박해 특별한 이유 없이 주가·거래량이 급변하는 경우 불공정거래에 취약한 한계기업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또 ▲불안정한 지배구조 변동 ▲대규모 외부 자금조달 ▲언론 보도·사이버 게시글 관련 특이사항 발생 ▲감사보고서 제출 지연 등을 한계기업의 특징으로 꼽았다.거래소는 “투자자들은 결산 관련 한계기업의 특징 및 불공정거래 주요 유형을 참고해 추종 매매를 자제해 주시고, 기업실적 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투자 시에는 주가 급락에 따른 손실뿐 아니라 상장폐지 등 불측의 피해를 볼 수 있으므로 투자 전 상장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한 후 신중하게 투자에 임해 주시기를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2025.03.1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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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개미들, 부활했지만…韓 가상자산 시장 숙제는?

가상화폐

글로벌 암호화폐(가상자산) 시장이 살아나면서 한국인들의 투자 열기는 더욱 뜨거워졌다. 하지만 지난해에도 국내 가상자산 시장에선 코인 관련 각종 사건·사고가 끊이질 않아 ‘아직도 시장이 미성숙한 것 아니냐’는 아쉬운 목소리가 이어졌다. 다만 가상자산 관련 법제화 부문에서는 투자자보호법 등 관련 규제가 명확해지면서 이전보다 시장이 안정화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가 가상자산 데이터 분석 업체 CC데이터를 인용해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글로벌 비트코인 거래에서의 원화 비중이 미국 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2023년 9월부터 12월 6일까지 원화 거래량 비중은 41%로 달러(40%)를 사상 처음으로 앞섰다. 이 기간 원화 비중은 17% 증가했으나, 달러는 11% 감소했다. 한국 투자자들이 최근 비트코인 가격 오름세에 크게 일조한 것으로 풀이된다.실제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들의 거래량은 글로벌 업체들을 넘어서고 있다. 지난 8일 오후 2시 기준 국내 거래소 빗썸의 24시간 거래량은 7조1869억원으로 OKX(3조3814억원), 바이비트(2조6991억원), 코인베이스(2조263억원) 등 글로벌 거래소를 압도했다. 다른 국내 거래소인 업비트도 6조451억원을 기록하며 거래량이 글로벌 거래소들을 크게 웃돌았다.뒷돈에 살인까지…혼돈의 2023 K-코인판그러나 한국 가상자산 시장의 성숙도는 투자 열기만큼 따라오지 못해 ‘아노미’(anomie·무규범 상태)에 빠져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3년은 시세 조작, 코인 상장피(fee·대가), 국회의원 코인 투자 논란 등 풍파를 겪은 해였다.퓨리에버는 지난 2023년 3월 강남 한복판에서 납치·살인 사건의 발단이 된 코인으로 지금은 시세조작의 대명사가 됐다. 퓨리에버는 공기 질 관리 플랫폼 사용자가 휴대용 측정기로 체크한 데이터를 제공하면 그 대가로 코인을 받는 구조다. 이 코인은 2020년 11월 국내 거래소 코인원에 상장된 후 허위 호재성 글에 따라 가격이 4배 이상 뛰었다가 폭락하기를 반복했다. 결국 2023년 5월 코인원에서 퓨리에버는 상장 폐지됐다.코인 거래소들인 코인원과 빗썸은 상장 청탁 이슈로도 몸살을 앓았다. 먼저 법원은 코인원 상장 관련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2023년 9월 전 코인원 상장 임원인 전모씨와 전 상장팀장 김모씨에 각각 징역 4년,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이상준 전 빗썸홀딩스 대표와 대주주 강종현, 프로골퍼 안성현은 상장 관련 뇌물 수수 및 청탁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강씨는 이 전 대표와 안씨에게 코인 상장을 청탁하며 현금 30억원과 4억원 상당의 명품 시계 등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아울러 2023년 5월 김남국 무소속(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위믹스를 비롯해 다수의 가상자산을 보유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후 청문회, 상임위원회 등 의정 활동 시간에 코인 거래를 한 사실까지 드러났다. 김 의원은 가상자산을 현금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를 번복하기도 했다.구체화하는 가상자산 규제…아직 부족하다?다만 이 같은 업계의 사건·사고는 가상자산 관련 규제와 정책 정립을 오히려 가속화하는 계기가 됐다.우선 2023년 6월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1단계법) 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오는 2024년 7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1단계법은 이름 그대로 투자자 보호에 관한 내용을 중심으로 제정됐다. 이어 지난 2023년 12월에는 금융위원회가 1단계법의 시행령 및 감독규정 입법예고를 통해 보다 구체적인 내용을 담았다.A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오히려 2023년에 사건·사고를 통해 법 통과가 가속된 측면이 있다”면서 “명확한 법이 생겨 거래소 입장에서도 부담이 줄었으며, 이런 사건들이 재발할 리스크도 줄어들 것 같다”고 했다. 이제 업계에선 2단계법인 업권법 통과를 기대하고 있다. 2단계법에는 ▲가상자산 발행과 유통 ▲스테이블코인 규제 ▲가상자산평가업 및 자문업·공시업 ▲가상자산의 유통량 및 발행량 기준 정립 등의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는 1단계법에서 구체화되지 못한 부분을 반드시 2단계에서 충족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B 가상자산 거래소 관계자는 “1단계법의 취지는 공감하나 디파이(DeFi·탈중앙화 금융), 파생상품 등 신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 업권법도 정비돼야 한다”며 “2단계법에 이런 내용을 담아 국내 거래소들이 다양한 상품을 다룰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전했다.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초이스뮤온오프 대표)도 “이제까지 투자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거대담론은 잡혔지만 업계에서 실감하는 디테일은 마련되지 않았다”며 “법인들의 투자 참여, 현물 거래 외 상품 다양화 등의 내용을 2단계법에 담아 국내 가상자산 투자자 및 기업들의 해외 유출을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반면, 아직 업권법보다는 투자자 보호에 더 힘을 쏟아야 한다는 시각도 나온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1단계법이 우리 자본시장법이나 유럽 가상자산기본법(MiCA·미카)에 비하면 스크리닝(시장 감시) 강도가 높지 않다”며 “규제와 진흥은 별개로 가야 한다. 금융위 등 규제 기관에 자꾸 진흥을 요구하니 입법이 이상해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진정한 투자자 보호를 위해선 정보 비대칭 해소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의무공시제도가 필요하다”며 “여기에 법정 지위를 부여받은 독립된 제3의 기관에서의 시장 감시까지 이뤄지면 가상자산 시장의 건전성과 투명성이 제고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4.01.15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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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황금손 된 이정재, 고공행진 주가 뒤에선 무슨 일

증권 일반

배우 이정재가 유상증자에 참여한 와이더플래닛의 주가가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한 가운데,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선행매매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인연이 부각되면서 대상홀딩스 등 이정재 관련 종목들이 연일 급등한데 따른 논란이 일고 있는 것이다. 대상홀딩스우의 경우 임창욱 대상홀딩스 명예회장이 보유하고 있던 주식을 전량 매도하면서 주가가 하락세로 돌아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1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와이더플래닛은 29.98% 오른 81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와이더플래닛은 개장과 함께 상한가로 직행했다. 와이더플래닛은 배우 이정재가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지난 8일 상한가를 기록한 뒤 3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와이더플래닛은 운영자금 등 약 190억원을 조달하고자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결정했다고 8일 장 마감 후 공시했다. 주당 3185원에 신주 596만5460주(보통주)가 발행된다. 투자자별 투자금액은 ▲이정재 100억원 ▲정우성 20억원 ▲박관우 20억원 ▲박인규 20억원 ▲위지윅스튜디오 20억원 ▲송기철 10억원 등이다. 납입이 완료되면 와이더플래닛의 최대주주는 이정재로 변경된다.일각에선 와이더플래닛의 호재성 공시가 나오기 이전부터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한 것에 대해 미공개정보 유출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와이더플래닛의 주가가 해당공시 이전부터 큰 폭으로 상승했다는 점 때문에 선행매매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5일 특별한 재료 없이 상한가를 기록했고, 7일에도 전일 대비 9.26% 급등한 채 거래를 마쳤다. 4거래일(12월5일~8일)간 거래량도 335만2462주로 크게 늘었다. 이전 4거래일(11월29일~12월4일) 거래량(17만2491주)의 20배 수준이다. 특히 공시 당일인 8일엔 163만6780주가 거래돼 지난달 하루 평균의 80배가 넘는 거래량을 기록했다.빅데이터·인공지능 마케팅 플랫폼 개발사인 와이더플래닛은 지난 2010년 설립돼 2021년 2월 코스닥 시장에 상장된 회사다. 올해 3분기 누적 기준 매출액 165억원, 영업손실 21억원을 기록했다. 와이더플래닛은 흥국증권이 지난 4월 보고서를 발간한 이후로 증권업계에서 단 한 번도 다루지 않은 종목으로 투자자에게 이름이 생소한 ‘소외주’다. 와이더플래닛 측은 선행매매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한국거래소는 지난 8일 주가가 과열 양상을 보이자 와이더플래닛에 현저한 시황 변동에 의한 조회공시를 요구했다. 이어 지난 11일에는 투자 경고 종목으로 지정했다.금융당국은 미공개정보 이용, 선행매매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해 엄벌 방침을 밝히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해당 사건이 지금 내부자 거래로 볼 수 있는 사건인지 아닌지 거기에 대해서 판단을 할 수 없다”며 “만약에 그런 의심이 드는 합리적인 정황들이 있다면 신속하게, 실질적으로 내부자 거래가 이루어졌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조사하는 건 필요하다. 그리고 내부자 거래가 이루어졌다면 거기에 대해서 무겁게 처벌하는 거는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고등학교 동창인 한 장관과 이정재는 지난달 서울 서초구의 한 갈빗집에서 만난 사실이 알려지면서 주식시장의 관심이 쏠렸다. 두 사람이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이정재의 오랜 연인인 임세령 부회장이 2대 주주로 있는 대상홀딩스와 우선주가 폭등하기도 했다. 특히 대상홀딩스우는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8일까지 8거래일간 큰 폭으로 상승하며 이 기간 주가가 574.1% 상승했다. 이 중 11월 27일부터 이달 6일까지는 7거래일 연속 상한가라는 진기록을 세웠다.하지만 임 부회장의 부친인 임창욱 명예회장이 보유 중인 대상홀딩스 우선주와 대상 우선주를 전량 매도한 여파에 대상홀딩스 우선주가 2거래일 연속 급락했다. 지난 11일 대상홀딩스 우는 전 거래일 대비 5.22% 하락한 데 이어 12일 13.46% 빠지며 낙폭을 키웠다. 임 명예회장이 보유 주식을 전량 매도했다는 소식에 투자자들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선 영향으로 풀이된다. 통상 주식시장에서는 오너가의 지분 매도는 악재로 여겨진다. 지난 8일 임 명예회장은 보유하고 있던 대상홀딩스우 2만8688주 전량(13억3442만원)을 장내 매도했다는 공시와 함께 이튿날부터 주가가 하락세로 전환했다. 임 명예회장은 대상우 4만3032주도 전량(8억2393만원) 팔아 총 21억5800만원이 넘는 금액을 현금화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3.12.12 19:16

3분 소요
"종목도 잘 골랐다"..3년간 치밀하게 이뤄진 주가조작

증권 일반

소시에테제네랄(SG)증권발 주가조작사태 관련 의혹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과거 단기간 주가를 올려서 차익을 노렸던 주가조작과는 달랐다. 아주 긴 시간 동안 꾸준히 치밀하게 주가를 끌어올리면서 금융당국의 감시망을 피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번 주가조작의 핵심으로 지목된 H사는 미등록 투자자문업체로 알려졌다. 이들은 다단계 방식으로 투자자들을 모집해 3년여에 걸쳐 불특정한 종목을 대상으로 광범위하게 주가를 끌어올린 것으로 파악된다. 연예인, 의사, 기업인 등 고소득층에 접근해 고수익을 약속하는 한편, 새로운 투자자를 데려오면 그에 따른 추가 수익을 공유해주는 방식이다. 이번 주가조작이 3년 간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은 과거의 작전 세력들과는 다른 형태로 주가조작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보통 작전세력들은 단타로 단기간 주가를 올리고 빠지는 식, 상한가 따라잡기, 하한가 풀기 등의 수법을 썼다. CFD계좌 이용 자금규모 키워…3년여간 치밀하게 계획 하지만 이번 사태의 주범들은 타깃으로 삼은 8개 종목의 주가를 3년여에 걸쳐 서서히 상승시키는 수법으로 감시망을 피해갔다. 8개 종목의 주가가 지난 3년간 최소 두 배에서 최대 12배 올랐는데도 한 번도 한국거래소의 조회 공시 요구를 받지 않았던 것이다.주가조작 세력들은 특히 차액결제거래(CFD)계좌를 활용해 자금 규모를 키웠다. CFD는 증거금을 내고 증권사가 대신 주식을 매매해 차익은 투자자에게 주고 증권사는 수수료를 가져가는 파생금융상품이다. 40%의 증거금만으로 최대 2.5배 레버리지를 일으켜 투자할 수 있다. 가령 시드머니 40억원이 있다고 가정할 경우 최대 100억원 어치의 주식을 매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주가가 오르면 큰 수익을 얻지만 반대로 주가가 하락하면 원금을 넘어선 손실, 즉 빚까지 발생하는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상품이다. CFD는 주가가 25%만 내려도 반대매매를 당할 수 있다. 이에 CFD는 전문투자자 요건에 해당하는 투자자만 이용할 수 있다3년 전과 비교해 CFD 투자자는 8배 증가했다. 최근 5년 중 1년 이상 금융투자 상품의 월말 평균잔고가 5억원 이상을 유지해야 되는 필수조건이 2019년 11월 규제완화로 인해 잔고 기준 5000만원으로 낮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필수조건과 소득·자산·전문가 조건 중 하나의 선택조건을 갖춘 전문투자자들이 개설할 수 있는 CFD 거래를 통해 이번 주가조작이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 문제가 된 종목들은 신용융자를 통한 거래가 용이했다. 대부분 위탁증거금률이 30~40% 수준으로 신용거래융자를 통한 추가 투자가 손쉬웠고, 주식담보대출도 가능했다. 주가가 오를 경우 주식담보대출을 실행해 자금 규모를 계속해서 키웠을 것으로 추정된다. 3년여 간 12배씩 오르는 등 주가가 오른 상태에서 결국 트리거가 발생했다. 해당 종목들은 지난달 24일 SG증권 창구에서 대규모 매도 물량이 나오며 폭락이 시작됐다. 시장에서는 주가 급락이 CFD 반대매매에서 촉발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8개 종목을 담은 CFD 계좌가 손실 구간에 들어가면서 SG증권이 고객 주식을 강제로 처분했다는 것이다.현재 주가조작이 이뤄진 것으로 추정되는 종목은 다올투자증권, 다우데이타, 대성홀딩스, 삼천리, 서울가스, 선광, 세방, 하림지주 등 8개다. 이들 종목은 최대 4거래일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다. 나흘간 하락 폭은 42~76%에 달했다. 4거래일 연속 하한가 종목이 나온 것은 2015년 6월 가격제한폭이 15%에서 30%로 확대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주가 폭락이 시작되기 직전 12조원을 웃돌았던 8개 종목의 합산 시가총액은 나흘 만에 4조원 아래로 떨어졌다. 약 8조2000억원이 증발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종목들은 지난달 28일 기준 일제히 반등에 성공했지만 현재도 상황이 종료됐다고 단언할 수 없는 실정이다. 문제가 된 8개 종목의 대부분은 우량한 재무구조를 갖추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들 종목은 3년 간 주가가 오르는 과정에서 ‘소형 가치주’로 입소문 나기도 했다. 이에 더욱 의심을 피해 갈 수 있던 것으로 보인다. 과거 주가조작 세력들은 경영권이 불안한 기업이나 재무 건전성이 취약한 기업 등을 대상으로 호재성 재료를 붙이는 방식으로 주가를 띄우곤 했지만 이들이 타깃으로 삼은 종목들은 그 반대였다. 공통점은 모두 유통주식 비율이 50% 미만으로 적었다는 점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G증권의 매물 폭탄으로 최근 하한가를 기록했던 8개 종목들의 평균 유동주식 비율은 40.55%로 집계됐다. 유동비율이란 발행주식수 중에서 실제 시장에서 거래 가능한 주식수의 비중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유통주식수가 적을수록 거래량이 적어 적은 호가로도 시세가 쉽게 움직여 시세조종의 표적이 됐다는 분석이다. 이에 매수자와 매도자가 사전에 가격과 시간을 정해놓고 주식을 매매하는 ‘통정매매’도 용이했을 것이란 시각이 나온다. 통정매매는 불법 시세 조정 행위다. ‘소형 가치주’로 입소문…유통주식수 적어 시세조정 표적 통정매매를 통해 3년여 간 매일 상승률 1% 넘지 않게 조금씩 올려서 코스피200이나 코스닥150 종목에 포함되면 패시브 자금이 들어올 거고, 그때 팔고 나가겠다는 치밀한 계획이 있었을 것으로 업계는 추측하고 있다. 그러나 김익래 다우키움 그룹 회장이 상속을 이유로 다우데이터 주식을 매도하면서 계획은 틀어졌다. 김 회장은 본인이 최대주주로 있는 다우데이터 주식 140만 주, 약 600억원어치를 주가 폭락 직전인 지난달 20일 시간외 대량매매로 매도했다. 이 매도가 주가하락의 트리거가 되면서 CFD 등에서 반대매매가 쏟아졌고, 결국 다우데이타 주가는 김 회장이 주식을 팔기 전보다 60% 이상 하락했다. 이어 H투자자문 일당 중 한명이 매도물량을 던지면서 주가는 급전직하했다. 이 가운데 주가조작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투자컨설팅업체 H사 라덕연 대표가 주가조작을 사실상 주도하고 그 구조를 자신이 직접 설계했다는 취지로 말하는 음성 녹취파일이 공개되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고 있다. 해당 녹취록에는 본인이 차명 휴대전화, 이른바 ‘대포폰’으로 주식 매매를 지시하면 지시를 받은 일당이 정상적인 주식 거래로 보이도록 투자자 명의의 휴대전화를 들고 전국 곳곳으로 움직인다는 내용도 나온다. 앞서 “통정매매나 시세조종은 없었다”며 주가조작 의혹을 전면 부인했던 라 대표의 입장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들이다. 투자자를 모집하는 폰지 사기(다단계 금융사기) 정황이 드러난 데 이어 라 전 대표 본인이 지분을 투자한 S골프연습장은 물론 갤러리·방송제작사까지 자금 세탁 창구로 이용했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의혹은 점점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김 회장과 키움증권이 최근 불거진 SG증권발 주가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인 라 대표를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라 대표는 “일련의 하락으로 인해서 수익이 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 범인”이라며 김 회장의 거래를 지목해 왔다.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제기됐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는 “2020년 코스피 지수가 1457까지 흘러내릴 때 이미 CFD 부작용을 우려됐고, 2021년에는 빌황 사태로 다시 CFD가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여론이 있었다”며 “이미 두 번의 큰 비상벨이 울렸음에도 사고 예방을 위한 근본적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유야무야 넘긴 것이 이번 사태를 불러왔다”고 설명했다.연기금에 대한 조사와 CFD 완전 중단도 검토해야한다는 지적이다. 한투연은 “결과적으로 일부 종목의 주가 폭등에 기여했고, 일반 투자자들도 매수 대열에 동참하게 한 원인이 된 연기금의 과매수 의혹도 조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거래량 대비 매수 비중이 높았고 장기간 매수 일변도였다는 것은 지수 추종 패시브 자금의 기계적 투입만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며 “이상 징후를 걸러내지 못한 연기금 운용시스템의 문제 내지 운용역들의 개입 여부도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23.05.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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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공시지연’ 사태, 대법 판결로 손해배상 확정

정책이슈

한미약품이 지난 2016년 발생한 ‘공시 지연’에 대해 소액주주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최종 패소했다. 이에 따라 10억원가량의 손해배상이 확정됐고, 같은 사건에 대해 진행 중인 다른 재판에서도 불리한 입장에 놓이게 됐다. 28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민사2부는 한미약품 소액주주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관련 회사의 상고를 ‘심리불속행기각’ 결정했다. 심리불속행기각은 본안 심리 없이 상고를 기각하는 것으로 하급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는 것이다. 앞서 서울지방중앙법원 1심과 서울고등법원 2심은 모두 소액주주들의 손을 들어준 바 있어 한미약품은 소액 투자자에 대한 손해배상을 해야 한다. 1심 재판부는 원고의 청구금액 13억8700만원 중 13억7200만원을 한미약품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 29일 주식시장 마감 후(오후 4시33분) 표적 항암제(HM95573) 기술을 글로벌 제약업체 제넨텍에 1조원 규모로 수출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다음날인 9월 30일 장 개장 후인 오전 9시29분경 ‘앞서 베링거인겔하임(이하 BI)에 수출한 8500억원대 내성표적폐암 신약(HM61713, 올무티닙) 기술수출 계약이 파기됐다’는 악재성 공시도 냈다. 악재성 공시가 나온 뒤 한미약품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이로 인해 9월 29일 호재성 공시를 보고 9월 30일 악재성 공시 전까지 한미약품 및 모회사 한미사이언스 등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호재공시에도 불구하고 직전 한 달간 일평균 공매도 수량의 4배에 달하는 공매도 물량이 몰려들어 미공개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검찰은 회사 업무와 관련한 미공개 중요정보를 주식매매에 이용한 혐의로 임직원을 구속하기도 했다. 투자자들은 이런 정황을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미약품이 ‘늦어도’ 30일 주식시장이 개장하기 전에 악재를 공시했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2020년 11월 1심은 원고 일부 승소 취지로 총 청구금액 13억8700여만 원 중 13억7200여만 원을 한미약품이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2심 재판부는 원고 승소의 입장을 내놨지만 손해배상 책임을 1심에서 인정한 손해액의 70%로 제한했다. 이에 따라 한미약품은 약 1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등에는 동일 사건에 대한 다른 원고들의 소송이 진행되고 있어 한미약품이 배상해야 하는 금액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소송을 진행한 윤제선 법무법인 창천 변호사는 “소송에 참여하지 않았던 피해자들도 새로 소를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한미약품 관계자는 “회사가 당시 공시규정에 위배됨 없이 공시를 이행하고, 당시 상황에 비추어 투명하게 정보를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원심 판결대로 확정된 이번 대법원 판결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면서 “배상 등 추후 절차에 대해서는 대리인과 협의하여 진행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윤신 기자

2022.01.28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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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장공시 사태’ 한미약품, 1심 판결 파장 커진다] 4년 만에 나온 판결 ‘지연공시 책임’ 더 넓게 해석… 한미는 항소

Check Report

법원 “BI와 상호합의 당시부터 공시의무 발생”… 추가소송 여지 열려 2016년 미공개정보를 통한 주식거래와 공매도 문제를 표면에 올린 ‘한미약품 늑장공시 사태’와 관련해 1심 법원이 ‘투자자들의 손해를 한미약품이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국내에서 공시 문제와 관련해 회사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첫 사례라 증권가와 법조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취재 결과,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한미약품의 늑장공시 사태에 대해 원고들이 소장에 담은 내용보다 훨씬 폭 넓은 범위의 ‘공시 책임’을 물은 것으로 확인됐다. 법원의 판결대로라면 사태가 발생하기 약 두 달 전부터 한미약품 주식을 매입한 사람들도 민사소송을 제기, 승소할 가능성이 열린 셈이다. 법조계에선 한미약품이 1심 판결을 받아들여 사태를 매듭짓는 대신 항소를 한 것도 이런 판결이 추가적인 소송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라고 보고 있다. ━ 1심 “상호합의 당시부터 공시의무 발생”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16부는 11월 19일 김모씨 등 투자자 120여명이 한미약품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총 청구금액 13억8700여만원 중 13억7200여만원을 한미약품이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한미약품 늑장공시 사태는 2016년 9월 발생해 큰 파장을 일으킨 사건이다. 한미약품은 2016년 9월 29일 주식시장 마감 후(오후 4시33분) 표적 항암제(HM95573) 기술을 글로벌 제약업체 제넨텍에 1조원 규모로 수출했다고 공시했다. 이어 다음날인 9월 30일 장 개장 후인 오전 9시29분경 ‘앞서 베링거인겔하임(이하 BI)에 수출한 8500억원대 내성표적폐암 신약(HM61713, 올무티닙) 기술수출 계약이 파기됐다’는 악재성 공시도 냈다. 악재성 공시가 나온 뒤 한미약품의 주가는 곤두박질쳤다.이로 인해 9월 29일 호재성 공시를 보고 9월 30일 악재성공시 전까지 한미약품 및 모회사 한미사이언스 등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이 과정에서 호재공시에도 불구하고 직전 한 달간 일평균 공매도 수량의 4배에 달하는 공매도 물량이 몰려들어 미공개 정보가 유출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검찰은 회사 업무와 관련한 미공개 중요정보를 주식매매에 이용한 혐의로 임직원을 구속하기도 했다.투자자들은 이런 정황을 근거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한미약품이 ‘늦어도’ 30일 주식시장이 개장하기 전에 악재를 공시했어야 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이 소송은 약 4년간 공전만 거듭하다가 최근에서야 1심 판결이 났다. 결과는 원고의 승소였다. 공시 지연의 책임으로 상장회사에게 투자자들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온 건 우리나라에서 처음이다.판결 후 언론을 통해 보도된 것은 이 정도 내용이다. 다만 이번 판결의 의미는 이보다 더 크다는 게 법조계의 의견이다. 해당 사건의 판결문을 보면 재판부는 한미약품의 책임을 단순히 ‘9월 30일 개장 전에 공시하지 않은 것’에 한정짓지 않았다.1심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이 사건에서 (2016년 7월 28일에 맺은) 상호합의는 기술이전계약의 해지 또는 변경 중 한 가지를 예정한 것으로서, 그 자체로 이 사건 기술이전계약에 변경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피고회사로서는 공시규정 제45조에 따라 이 사건 상호합의가 이루어졌음을 공시했어야 하는데 이를 제 때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기술계약 해지가 확정된 9월 29일 뿐 아니라 앞서 상호합의서를 체결하는 시점부터 공시의무가 발생했다는 게 1심 판결의 요지다.여기서 말하는 ‘상호합의’란 사태가 발생하기 약 두 달 전인 2016년 7월 28일 한미약품과 BI간 작성한 ‘상호합의서’를 뜻한다. 폐암치료제 분야에서 올무티닙의 경쟁자로 꼽히던 아스트라 제네카의 ‘타그리소’가 2016년 7월 의미 있는 3상 결과를 발표했고, 이에 반해 올무티닙은 2상 임상실험 도중 부작용 사례가 나타나던 상황이었다. 이 상황에서 두 회사가 체결한 상호합의서에는 ‘한미약품이 BI에 60일 내에 새로운 사업 또는 개선된 개발계획 옵션을 제시하고, BI가 이 옵션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90일 이후 기술이전 계약이 종료된다’는 내용이 담겼다.이와 관련해 재판 과정에서 한미약품 측은 “상호합의는 이 사건 기술이전계약을 변경한 것이 아니라 일부 개발계획을 변경하기 위한 것에 불과해 공시할 의무가 없다”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재판부는 “설령 피고 회사가 위와 같은(BI 측이 요구한) 내용을 담은 옵션을 BI에게 제시해 이 사건 기술이전계약이 유효하게 유지된다고 하더라도 이는 그 자체로써 이 사건 기술계약이 변경되는 것”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상호합의서 4조에 명시된 ‘새로운 사업 제안서 또는 개정된 개발 계획(a new business proposal or a revised Development Plan)’이라는 표현과 5조의 ‘개정 및 재작성된 사용권 계약서(an amended and restated license agreement)’ 라는 표현을 그 근거로 봤다. 재판부는 “아무리 늦어도 호재 공시 전에는 상호합의를 공시했어야 한다고 보는 게 기업공시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덧붙였다.한미약품 측은 1심 판결에 대해 12월 2일 항소했다. 회사 관계자는 “계약은 마침표가 찍어져야 공시를 하는 것이라고 여겼고, 상호합의 이후에 새로운 제안이 오고가는 과정이 있었다”면서 “1심 판결은 공시의 의무를 너무 광범위하게 규정한 측면이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미약품은 매출과 R&D가 선순환하는 구조를 탄탄히 구축했고, 혁신신약 창출을 통한 글로벌 제약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내실경영’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 원고 변호인 “소송인단 모이면 추가소송 검토” 1심 재판부의 판단은 한미약품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이 더욱 확대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현재 한미약품의 소액주주 손해배상 소송 참여인단은 ‘호재공시 후 악재공시 이전’에 주식을 매수한 사람들로 한정돼 있다. 이번에 1심 판결이 난 사건 외에도 거의 유사한 소송이 두 건 더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고 있다. 소송 참여자들은 총 370여명이고 청구금액은 모두 44억원에 달한다.그런데 1심 판결로 인해 이 소송단 규모가 커질 가능성이 나타난 것이다. ‘상호합의서 체결’이 공시 의무대상이라고 본다면 상호합의서 체결(2016년 7월 28일) 후 공시의무가 생긴 그 다음날부터 주식을 소유해 2016년 9월 30일 악재성 공시 이후 매각한 사람들도 민사소송을 제기해 승소할 가능성이 열린 셈이기 때문이다.익명을 요구한 국내 한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는 “한미약품 입장에선 1심 판결에 대해 항소해 상급법원 판결에서도 패할 경우 현재 손해배상 금액에 지연배상금도 물어야 하는 리스크가 있다”며 “그럼에도 한미약품이 즉각적인 항소에 나선 것은 이번 판결을 근거로 추가적인 소송이 이어질 경우 소송금액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실제 추가적인 소송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원고 측 소송대리인인 법무법인 창천의 윤제선 변호사는 “앞서 소송인단을 모집하던 당시부터 호재공시 이전 주식을 보유했던 사람들에게도 문의가 있었다. 최근 1심 판결이 나온 이후에도 일부 문의가 온다. 소송을 원하는 사람들이 많이 모인다면 추가적인 민사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윤신 기자 choi.yoonshin@joongang.co.kr

2020.12.05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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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c Man in News

산업 일반

━ “체질 개선부터” 카드사에 경고장 날린 진웅섭 금융감독원장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이 신용카드사에 경고장을 날렸다. 고비용 마케팅 경쟁에 따른 수익 악화를 막기 위해 카드론을 확대하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다며 근본적인 체질 개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질타한 것. 진웅섭 원장은 8월 28일 오후 금감원 간부 회의에서 “카드 업계의 고비용 마케팅 경쟁과 카드대출 위주의 수익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그는 카드사들이 4차 산업혁명기 지급결제 시스템의 혁신을 주도하고 새 성장동력을 확보할 있도록 지원하고 유도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도 카드 이용 규모가 해마다 10% 안팎으로 증가해 수익 감소를 어느 정도 상쇄해왔지만 마케팅 비용이 카드 이용 증가폭보다 더 크게 늘어나 수익성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카드사들이 수익 감소 보전을 위해 카드론 확대를 추구하는 것은 경영 불확실성을 키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제살깎기식 마케팅 경쟁과 손쉬운 카드론 영업에 치중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 진 원장은 신용카드사의 영업 실적을 집중 점검했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8개 전업카드사의 순이익은 5370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9584억원)보다 44% 감소했다. 카드이용액 증가 등으로 가맹점수수료 수익과 카드론 수익이 늘었지만 부가서비스 등 마케팅 비용도 덩달아 증가했기 때문으로 금감원은 보고 있다. 올 상반기 마케팅 비용은 3736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4.7% 늘었다. ━ 직원 폭행에 횡령·배임 의심받는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 금융감독 당국이 권성문 KTB투자증권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포착해 검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권성문 회장은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자수성가 기업인이다. 그러나 최근 출자업체 직원을 발로 걷어차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 공개되면서 갑질 논란에 휘말렸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8월 29일 “지난 3월 KTB투자증권 등 3개 금융투자사를 상대로 현장 검사를 하는 과정에서 권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포착해 현재 검사 중”이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횡령·배임금액이 드러나면 제재심의위원회에 올려 제재하고 검찰에 관련 내용을 넘길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투자 원칙을 잘 준수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에서 횡령·배임 혐의를 파악한 것으로, 최근 불거진 갑질 논란과는 무관하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최근 회사 직원을 폭행한 후 그에게 합의금 수천만원을 주며 확약서를 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투자업계 일각에선 권 회장이 잇따라 도덕성 논란에 휩싸이면서 신뢰를 바탕으로 영업하는 금융회사 경영 지속 여부도 도마 위에 오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권 회장은 1990년대 이후 지금까지 국내 첫 기업사냥꾼, 인수·합병(M&A) 귀재 등으로 불리며 승승장구했다. 권 회장은 1999년에도 자신이 인수한 미래와사람이 냉각캔을 세계 최초 초소형 냉장고로 홍보하는 등 호재성 허위·과장 공시, 내부 정보 이용, 주가 조작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되기도 했다.

2017.09.03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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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공정 거래 종목 투자 주의보] 자본금 100억원 미만 중소형주 조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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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금 조달 필요한 한계 기업에서 주로 발생... 과장된 중국 관련 테마주 부정 거래 소지 많아 A씨는 사채업자로부터 빌린 돈으로 통신장비 업체인 B사의 주식을 산 뒤 최대 주주가 됐다. 이후 대표이사에 취임하며 면세점 사업 등을 사업 목적에 추가했고, 언론을 통해 호재성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A씨는 동시에 시세 조종 전문가인 C씨와 공모해 매수 호가를 높게 부르고, 종가에 관여하는 등 주가를 400% 이상 끌어올렸다. 이런 다음 보유했던 주식을 비싼 가격에 팔아 100억원이 넘는 부당 이득을 챙겼다. 그런데 결산 관련 감사 자료를 감사인에게 제출하지 않았다. 감사 범위 제한에 따라 감사인은 ‘의견 거절’의 감사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상장 폐지를 우려한 A씨는 미리 주식을 팔아 약 60억원의 손실을 회피했다. ━ 경영권 변동 빈번한 주식 피해야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가 지난해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검찰 등에 통보한 대표적인 불공정 거래 혐의 사례다. 시장 감시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불공정 거래 혐의 통보 건수는 177건으로 2015년(130건)에 비해 36% 증가했다. 유형별로는 미공개 정보 이용이 88건으로 절반 가까이(49.7%) 차지했다. 시세 조종(57건), 부정 거래(22건), 보고 의무 위반(5건)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경영권 변동과 중국 관련 테마에 편승한 미공개 정보 이용 행위가 2015년보다 대폭 늘어났다. 미공개 정보 중 경영권 변동을 미리 알게 된 경우가 26건으로 가장 많았다. 뒤를 이어 자금 조달과 사업 확대(19건), 실적 개선·악화(13건), 감사 의견 거절(7건), 횡령(2건), 회생절차 개시신청(2건) 등의 미공개 정보를 이용했다. 경영권 변동 등 호재성 정보를 활용한 경우도 48건이었지만 감사의견 거절과 실적 악화 등 악재성 정보를 이용한 경우도 29건에 달했다. 53개 회사는 과거에도 불공정 거래 혐의가 있었고, 16개 회사는 3회 이상 반복적으로 혐의를 받았다.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지난해 불공정 거래 사례를 토대로 3월 초 ‘불공정 거래 혐의 발생 가능성이 큰 기업’을 세 가지 유형으로 정리해 발표했다. 첫째, 시세 조종은 자본금 100억원 미만으로 상장 주식 수가 적은 중소형주에서 많이 이뤄졌다. 특히 주가와 거래량 변동률이 각각 200% 이상이거나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기업을 유의해야 한다. 둘째, 미공개 정보 이용은 경영권 변동이 빈번하거나 자금 조달이 필요한 한계 기업에서 주로 발생했다. 셋째, 부정 거래는 최대 주주의 지분율이 10% 미만이거나 부채가 100억원 이상이면서 영업손실과 당기 순손실이 발생한 부실 기업에서 자주 이뤄졌다. 이 중에서 경영권 변동이 일어나거나 자금 압박을 받는 한계 기업은 더욱 조심해야 한다. 지난해 주식 양도 계약과 제3자 배정 유상증자로 최대 주주가 D투자조합으로 바뀐 곳이 대표적이다. D투자조합의 최다 출자자 E씨는 조합을 앞세워 고가 매수 주문과 시가·종가 관여를 통해 주가 하락을 방어했다. 그러나 본인이 취득한 지분은 비싼 가격에 팔아 부당 이득을 90억원 가까이 챙겼다.완전 자본잠식 상태인 F기업에서는 시세 조종과 부정 거래가 동시에 이뤄졌다. G씨는 자신의 돈을 하나도 들이지 않은 ‘무자본 인수·합병(M&A)’을 통해 F기업의 최대 주주가 됐다. 이후 300개 계좌를 동원해 고가매수 호가와 허수성 호가를 냈고, 타인과 사전에 서로 짜고(통정) 주식을 거래해 주가를 상승시켰다. 특히 장외 매도에 따른 지분 변동을 신고할 때 보유 목적을 누락했다. ‘매출 1000% 상승’과 같은 과장된 보도자료를 뿌리며 주가를 높여 20억원이 넘는 부당 이득을 얻었다.중국 관련 테마 주식도 조심해야 한다. H사는 최근 3년간 재무 구조가 매우 나빠진 상황에서 글로벌 사업 진출을 위해 중국과 국내의 여러 기업과 사업 제휴, 투자 유치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했다. 동시에 중국 국적의 I씨가 주식양수도 및 제3배정 유상증자(400억원 규모)를 통해 최대 주주가 됐다고 발표했다. 당시 중국 특정 지역에서 면세점 사업과 관련해 여러 기업이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해당 사업을 추진하고 있음에도 중국 관련 사업이 ‘독점 운영 계약’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과장된 내용을 언론에 흘렸다. 이렇게 주가를 단기간에 급등시킨 뒤 최대 주주의 지인과 전환사채 장외 매수자 등은 비싼 가격에 주식을 팔아 58억원의 부당 이득을 챙겼다.이처럼 불공정 거래 혐의가 있는 회사의 말로는 어떨까. 관리 종목에 지정된 뒤 상장 폐지 절차를 밟을 가능성이 크다. 유가증권(코스피) 시장에서 관리 종목으로 지정되는 사유는 11가지가 있다. 매출액 미달(50억원 미만), 자본 잠식(자본금의 50% 이상 잠식), 감사 범위 제한으로 인한 감사 의견 한정, 반기 검토 의견 거절, 보고서(사업보고서·반기보고서·분기보고서) 미제출, 보통주 주가 수준 미달(액면가 20% 미만 30일 계속), 보통주 시가총액 미달(50억원 미만 30일 계속), 회생절차 개시신청, 공시 의무 위반 등이다. ━ 관리 종목 중 절반 가까이 상장 폐지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5년간(2012~16년) 코스피에서 관리 종목으로 편입된 곳은 52개 종목이었다. 그런데 관리 종목 지정 이후 상장 폐지가 된 곳은 21개 종목으로 나타났다. 관리종목에 편입 뒤 상장 폐지까지 소요된 시간은 평균 275일. 이 중에서 회생절차 개시신청으로 관리 종목에 편입된 경우가 16건으로 가장 많았다. 자본 잠식(자본금의 50% 이상 잠식)의 경우도 15건으로 뒤를 이었다. 문제는 관리 종목에 편입된 종목에도 무리하게 투자하는 경우가 꽤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관리 종목으로 신규 편입된 52개 종목 중 지정 이후 주가가 내린 종목은 36개 종목으로 분석됐다. 반면 16개 종목은 주가가 상승하거나 변동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지어 상장 폐지된 21개 종목의 주가를 살펴봐도 4개 종목의 주가는 관리 종목 지정 이후에도 상승한 것으로 분석됐다. 신광선 한국거래소 팀장은 “관리 종목으로 상장 폐지가 우려되는 종목의 경우 큰 폭의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신중하게 투자해야 한다”고 말했다.

2017.03.12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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