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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CONOMI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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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당뇨병연맹

바이오

전 세계 당뇨병 환자 10명 중 4명은 자신이 당뇨병 환자인지 모른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됐다.국제당뇨병연맹(IDF)은 4월 7일(현지시각)부터 10일까지 태국 방콕에서 열린 세계당뇨병총회(World Diabetes Congress)에서 이런 내용이 담긴 '당뇨병 아틀라스'(Diabetes Atlas) 최신판을 공개했다.이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 당뇨병 환자는 20세 이상 80세 미만 성인을 기준으로 5억8900만명에 달한다. 이는 미국, 캐나다, 멕시코, 카리브해 지역의 인구를 합친 것보다 많다. 이 중 절반가량인 2억5200만명의 환자는 자신이 당뇨병 환자라는 점조차 인지하지 못한다. 당뇨병으로 사망하는 환자는 매년 340만명 이상다.전 세계 성인 당뇨병 환자는 2050년 8억5300만명에 이를 것으로도 추산된다. 이로 인해 의료비도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IDF도 전 세계 당뇨병 관련 의료비 지출은 2021년 9660억달러에서 2024년 1조달러를 넘긴 것으로 예상했다.IDF는 당뇨병의 예방, 치료를 위해 1950년 설립됐다. 전 세계 160개 국가의 240개 당뇨병 학회, 환자 단체가 IDF에 가입해 있다. IDF는 2000년 처음 당뇨병 아틀라스를 발표했다. 당뇨병 아틀라스는 전 세계 당뇨병 현황과 사망률, 의료비 지출 등에 관련한 데이터가 담긴 자료다.에드워드 보이코 워싱턴대 의대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급증하는 당뇨병에 대처하려면 당뇨병을 예방하고 급증하는 유병률을 지속적으로 감시해야 한다"고 했다. 페터 슈바르츠 IDF 회장은 "전 세계 당뇨병 환자 10명 중 4명은 진단을 안 받은 것"이라며 "각국 정부는 당뇨병 검진, 조기 진단, 교육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했다.한편, 대한당뇨병학회에 발간하는 당뇨병 팩트 시트에 따르면 우리나라 30세 이상 성인 당뇨병 환자의 수는 2022년 기준 533만명이다. 전체 국민 7명 중 1명은 당뇨병을 앓는다는 뜻이다.

2025.04.16 18:05

2분 소요
“감정이 ‘롤러코스터’ 탄다”…조증과 울증 사이 ‘양극성 장애’ [이코노 헬스]

전문가 칼럼

과하면 문제가 된다. 기분이라고 다르지 않다. 일상을 살아갈 때는 기분이 ‘적당히 나쁘지 않은’ 상태로 유지해야 편하다. 감정 기복은 통상 잔잔한 희로애락을 느끼는 수준이면 삶의 자극으로 충분하다. 만약 감정 상태가 극으로 치닫는 경우가 생긴다면 자신도 주변인도 힘들어진다. 양극성 장애(Bipolar Disorder)에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이유다.양극성 장애는 기분 장애의 일종이다. 과거에 조울증(Manic-Depressive Illness)으로 불렸다. 조증(Mania) 삽화와 울증(Depression) 삽화가 번갈아 나타난다는 점에서 붙은 이름이다. 삽화는 정상적이지 않은 기분이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조증은 흥미·즐거움·자신감 등이 정상보다 지나친 상태다. 조증이 나타나면 말이 많아지다 못해 횡설수설하거나, 행동이 부산스러워진다. 또 무모해지거나 옷차림이 화려해지고 과소비를 할 수 있다. 다만 이런 증상이 일상생활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수준이라면 경조증(Hypomania)이라고 칭한다. 가벼운 조증이라는 뜻이다.반면 흥미·즐거움·자신감 등이 정상보다 부족한 상태는 울증이라고 한다. 울증 삽화는 일반적인 우울증 증상과 비슷하다. 울증이 나타나면 일상 전반에서 의욕을 잃어버리고 과거에 늘 해왔던 일이 힘겹게 느껴질 수 있다. 사고 속도가 느려지거나, 기억력·이해력·판단력 등이 감퇴하는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양극성 장애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개인마다 천차만별이다. 조증·울증 삽화 간 상대 빈도, 증상의 세기 등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는 조증 삽화가 얼마나 심한지에 따라 양극성 장애를 분류한다. 조증이 울증과 번갈아 나타나면 I형, 경조증이 울증과 번갈아 나타나면 II형이다. 하지만 I형과 II형을 나누는 것만으로 양극성 장애를 구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 실제 삽화 특징, 장기적인 경과의 특성 등에 따라 세분 양상을 나누기도 한다. 먼저 주기에 따라 양극성 장애가 달리 나타날 수 있다. 특정 계절에 유독 조증·울증이 심해지는 경우가 있다. 이른바 계절성 양상이다. 40대 A씨는 이런 이유로 봄을 두려워했다. A씨는 “땅이 녹을 때쯤 문제가 생긴다”라며 걱정을 털어놨다. 봄이 되면 이상하게 기분이 들떴기 때문이다. A씨는 봄이면 말을 멈출 수가 없어 쉴 틈 없이 계속 이야기를 떠벌리고, 고양감에 자신이 마치 초능력자가 된 듯 착각하기도 하는 증세가 나타났다.A씨는 이 시기 과소비하거나 일을 과하게 하는 모습도 보였다. 충동을 이기지 못한 탓이다. 일을 벌이고 씀씀이를 키우면서 경제적 손실이 커지고, 수면시간을 줄여가면서 일을 하니 몸에 피로가 쌓여 힘들었다. A씨는 봄만 되면 사람들과의 관계도 안 좋아진다고 말했다. A씨는 “매년 봄이면 지인들과 마찰이 생겨 인간관계가 좁아진다”며 “봄이 지나면 빈 지갑과 사라진 친구들에게 ‘내가 무슨 일을 한 걸까’라는 자괴감이 든다”라고 토로했다.양극성 장애는 조증과 울증 사이의 순환 주기가 매우 빠른 양상으로도 나타난다. 이는 급속순환형(Rapid Cycling Type) 양극성 장애라고 한다. 20대 B씨가 그랬다. B씨는 “하루에도 몇 번씩 기분이 오락가락한다”라고 했다. 기분이 좋을 때는 시끄러운 장소에서 공부해도 몰입이 잘 되는데, 기분이 나쁠 때는 매사에 짜증이 나고 작은 일로도 눈물이 난다는 설명이었다. 감정 기복 탓에 매일 연인과 다투고, 다툼 탓에 다시 기분이 나빠지는 악순환도 발생했다.양극성 장애, 다른 질환과 혼동 주의양극성 장애는 경과와 증상이 어떤지와 별개로 진단할 때 다른 질병과 혼동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양극성 장애로 병원을 찾는 사람 10명 중 6명은 조증 삽화로, 3~4명은 울증 삽화로 양극성 장애 증상이 시작된다. 환자의 첫 삽화가 무엇이냐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다를 수 있어 적절하게 치료받기 어려울 수 있다. 예를 들어 울증 삽화로 시작한 환자는 이후 조증 삽화가 나타나면 그때부터 양극성 장애 치료로 전환하는 경우가 많다. 양극성 장애 II형으로 경조증 삽화가 먼저 나타났다면 제때 치료받지 못할 수 있다.통상 조증 삽화가 울증 삽화보다 주변 사람이 포착하기 쉽다는 점도 치료를 어렵게 한다. 양극성 장애 환자가 가족이라면, 가족들은 울증보다 조증 증상을 힘들어한다. 실제 조증 삽화가 발생한 이후 가족에 의해 병원을 찾는 양극성 장애 환자가 많다. 하지만 환자 본인은 통상 우울 증상을 더 고통스러워한다. 문제는 울증 삽화가 나타난 환자는 무기력증으로 인해 병원을 스스로 찾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양극성 장애가 있는 이들의 평생 유병률은 1~2% 수준이다. 발병 시기는 대체로 20대 초반이다. 병의 기전이 무엇인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뇌 속 신경전달물질이 과도하거나 부족한 경우 양극성 장애의 원인이 될 수 있다. 리튬을 비롯해 약물 치료에 쓰이는 기분조절약물은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도움을 준다. 다른 병들이 으레 그렇듯 스트레스도 양극성 장애를 촉발하거나 악화시킬 수 있다. B씨의 경우 취업 준비 과정에서 생긴 스트레스가 양극성 장애 증상을 키웠다.양극성 장애의 재발을 막으려면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 증상이 잦아들었다고 약물치료를 중단하면 안 된다. 약물 치료를 받는 동시에 환자 자신도 규칙적이고 건강한 생활을 유지하려 노력해야 한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과의 관계도 중요하다. 증상이 재발했을 때 환자보다 주변 사람이 문제를 더 빨리 파악할 수 있다.A씨의 증세를 완화시키는데 배우자의 역할이 컸다. A씨가 평소와 같지 않음을 포착한 사람도 A씨가 병원을 찾게 한 사람도 그의 배우자였다. B씨도 연인의 도움을 받아 치료를 이어갔다. 환자가 치료를 꾸준히 받는 데 주변 사람이 도움이 된 것이다. B씨는 “병원에 가기 귀찮을 때마다 연인이 자신을 병원으로 이끈다”라고 고마움을 드러냈다.

2025.04.05 18:00

4분 소요
자신만만 트럼프, 상호관세 이후

국제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의 경제 정책에 자부심을 한껏 드러냈다. 전 세계를 상대로 '상호관세' 발표한 이후 SNS에 자신의 관세 정책으로 인해 더 강해질 것이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3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오전 자신 소유의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수술이 끝났다. 환자는 살았고 회복 중"이라고 적었다.이어 "예후는 환자가 이전에 비해 더 훨씬 더 강하고, 더 크고, 더 좋고, 더 회복력이 있으리라는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트럼프 대통령의 기존 주장대로 수십 년간 다른 나라로부터 갈취를 당해 신음하던 '미국'을 환자로 비유하며, '관세 정책 강행'이라는 수술을 통해 환자를 더 건강하게 고쳐놨다는 취지로 분석된다.그의 관세 드라이브로 인해 전 세계 국가뿐 아니라 미국까지도 심대한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경고음 속에서도 앞으로 미국 경제는 더욱 견고해지고 번창할 것이라는 주장을 되풀이한 것이다.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전 세계 모든 무역 상대국에 10%의 기본 관세를, 미국이 무역적자를 기록한 국가에 대해선 추가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한 이후 처음 나온 공식 입장이다.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개장한 뉴욕증시가 관세 충격파에 폭락세로 출발했지만, 미국이 시장을 누릴 거라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그는 이날 오후 백악관에서 플로리다주 마이애미로 출발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아주 잘 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것(관세 발표)은 수술이었다. 환자가 수술을 받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전했다.이어 "시장이 호황을 누리고, 주식이 호황을 누리고, 국가가 호황을 누릴 것"이라며 "그리고 세계의 다른 나라들은 거래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지 알고 싶어 한다. 그들은 수년 동안 우리를 이용했다"고 덧붙였다.트럼프 대통령은 또 "우리는 오랫동안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었고, 나는 이것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이 이야기해야 할 것은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거의 7조 달러(약 1경163조원)의 투자이며, 그 결과가 어떻게 될지 보게 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는 집권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70여 일 만에 전면적인 글로벌 통상전쟁을 선포한 것으로, 직격탄을 맞은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국가들은 당혹과 충격 속에 대응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2025.04.04 20:05

2분 소요
“합당한 재정 지원이 없는 비급여 대책, 의료 시스템 더 왜곡 시킬 것”

의료

정부는 지난 1월 9일 ‘비급여 관리·실손보험 개혁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비중증·비급여 보장을 제한하고 중증에 집중하는 5세대 실손보험의 윤곽을 공개했다. 하지만 이는 의료 체계의 안정성을 훼손하고 국민의 신뢰를 흔드는 부적절한 방안이다. 특히 국민의 건강 보호와 안전한 의료 환경, 전달체계 붕괴를 더욱 가속할 것이다. 대한민국 의료체계에 합당한 재정지원이 없는 비급여 대책은 의료를 더 왜곡시킬 것이다.의료정책의 근본적인 딜레마는 의료의 질·비용·접근을 모두 만족시킬 수 없다는 데 있다. 서구민주주의 국가는 투명하고 합리적이며 지속 가능한 사회적 협의체를 구성해 국민 건강과 의사의 진료 자주권, 환자의 진료 선택권을 공정하게 하려고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정부의 재정적 지원이다. 의사들이 전문성과 도덕성을 바탕으로 자율규제를 할 수 있어야 하며 시민들은 불필요한 의료 소비를 자제해야 한다. 또 최소한의 국가 보장이 어디까지 이뤄져야 하는지 국민이 현명하게 선택해야 한다.대한민국은 세계 최고의 의료시스템을 가지고 있었지만, 50년 이상 누적된 문제들이 한꺼번에 폭발하며 지난 1년간 의료시스템이 심각하게 붕괴했다. 2000명 의대 정원 확대와 필수의료 개혁이라는 잘못된 정책 추진은 그 누구도 사과 한마디 없으며, 정부 주도의 성급하고 비과학적 폭력적인 명령은 전공의 의대생을 수련 현장과 수업 현장에서 몰아냈다.정부실패가 시장실패라는 보건복지부올바른 의료 개혁을 위해서 서구 민주주의 국가의 의료체계가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살펴야 한다. 의료보장의 목적은 국민 편에서 특히 약자들의 생명권 건강권을 지켜가며 동시에 좋은 의료의 제공을 위해 국민의 선택권을 보장한다. 또한 서구 민주주의 국가는 공공 및 사적 의료(Public & Private area)를 의사와 국민이 모두 그 장단점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하게 한다. 국민은 필수 의료를 저렴하게 제공받기 위해 오랜 시간 기다리는 것을 인내한다. 시간이 없고 기다리는 게 불가능하다면 더 큰 비용을 지불해 민간 의료와 사보험을 이용한다. 공공의료기관에 근무하는 의사는 자신의 쉬는 시간에 민간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PDP(Physician Dual Practice)라고 부른다. 공공의료기관에서의 적은 보수를 민간의료기관에서 벌어 본인의 수입을 늘리는 게 정당하며, 이는 의료 인력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될 수도 있다.반면 한국 의료체계의 특성은 민간 의사와 민간의료기관을 강제로 공공의료인 국민건강보험에 편입시켜 놓은, 요양기관 강제 지정제이다. 고비용 고부가가치의 의료서비스를 강제로 싸게 만든 저수가의 국가 단일 보험 체계이며, 공공 의료체계와 민간 의료 체계가 상호 공존 및 교류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우리나라는 건강보험과 분리된 민간 의료가 존재하지 않는다. 건강보험 진료수가는 계약의 절차를 갖고 있지만 실질적으로는 정부가 강제적으로 결정한다. 의료보장을 위해 충분한 재정을 투여해 가난한 국민을 도와주는 서구 선진국에 비해서 개인의 선택권 제한, 국가 재정지원의 한계가 있다. 과거 미국에서 의료사고 배상액이 급증하자 병원은 진료비를 올려 대응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의사와 의료기관은 마음대로 진료비를 올릴 수 없다. 결국 필수진료를 그만두는 방법밖에 없다. 이처럼 우리나라 필수 의료의 파탄과 의료체계의 붕괴는 대한민국 의료체계의 모순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한국 의료체계는 값비싼 의료서비스를 강제로 저렴하게 만든 의료보장제도이다. 최고의 의료 접근성을 가지고 있으나 의료기관은 박리다매‧비급여 창출로 수입을 보전하는 것이 현실인 상황이다.시장실패는 자유방임 상태의 시장이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지 못하는 현상을 말한다. 건보수가는 정부가 결정하는데, 정부는 그 탓을 의사들에게 돌리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보인다. 수많은 현실적 이해관계로 의료계의 통합된 의견이 나올 수 없다는 것이 전제돼야 할 객관적 사실이다. 이런 사실이 정치적 논리와 관료주의, 저널리즘을 통해 왜곡돼 의사의 희생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정부의 실패는 어쩌면 너무나 당연하다. 맹장 수술에서 기술료는 7만8000원에 불과하다. 환자가 부담하는 비용은 한국이 320만원, 미국이 약 7000만원으로 20배가량 차이가 난다. 간 이식 비용을 살펴보면, 미국이 약 8억3000만원이다. 한국은 본인 부담까지 합쳐 5000만원 이하로 미국의 16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1년 후 생존율은 한국이 95%로 미국(90%)보다 높다. 미국보다 훨씬 낮게 유지되는 우리나라 간이식 비용을 자유방임 상태의 시장이 만든 것일 리가 없다. 중증·응급, 소아, 분만 등 필수 의료의 파탄은 시장실패가 아니라 명백히 정부실패다. “정부의 비급여 관리 체계, 보험사 이익만 반영”정부가 제시하는 현 비급여 관리 체계는 실손보험사의 이익만을 반영하는 것이다. 실손보험은 중증 질병을 예방하기 위한 보험이 아니라, 발생한 의료비를 보장하는 보험이다. 중증 질병 예방을 위한 보험은 보통 건강보험(예방접종, 건강검진을 지원하는 정부 프로그램)이나 암보험, 종합건강보험 등 다른 보험들이 해당 역할을 하고 있다. 주로 질병이 발생한 후 발생하는 치료비에 대한 지원을 제공하는 실손보험을 이번 비급여 관리 개선 방안에 포함한 것은 실손보험의 목적에 부합하지 않는다. 이런 부적절한 비급여 개혁은 의료기관이 아닌 유사 건강관리 기관이 무분별하게 경증질환에 대한 관리를 하게 만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의료계의 신뢰도가 낮아지며 환자들의 불만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급여 항목의 보장 범위와 지불 기준에 대한 갈등도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우리의 의료 체계를 보호하고 환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대한의사협회 실손보험대책위원회는 정부가 추진하는 ‘비급여 제도 개선 및 실손보험 개혁 방안’에 대해 깊은 우려를 표한다.첫째, 진료 제한으로 의료 접근성이 후퇴하고 환자의 건강권이 침해될 수 있다. 현재까지 급여 진료 인프라를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는 우리나라 공보험이 설계될 당시 낮은 보장률을 보완하기 위해 비급여의 필요성을 인정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리급여’ 신설, 병행 진료 금지 등 정부의 개혁 방안은 비급여 진료를 제한하고 의료 선택의 자유를 제약하는 조치다. 이는 단순한 의료비 절감이 아니라 적절한 의료 서비스를 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다.둘째, 의원과 중소 병원 등 지역 의료기관의 붕괴로 인한 전국 의료 서비스 격차가 확대될 수 있다. 실손보험 개혁 방안은 의료기관의 경영을 악화시켜 의료 인프라가 붕괴할 우려가 있다. 특히 의원과 중소 병원 등 지역 의료기관의 운영을 위태롭게 만들 것이다. 지방과 의료 취약 지역에서의 의료 공백은 더욱 심화하고 대형 병원으로의 환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다. 셋째, 실손보험사의 이익은 늘고 환자의 의료비 부담이 가중될 것이다. 이는 건강 불평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 이번 실행 방안은 보험사의 영향력을 강화하고 의료비 부담을 가중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실손보험 가입자들은 보험료 부담 증가와 함께 보험금 지급이 거절될 위험에 놓일 수 있다. 실손보험사의 자의적인 심사 기준이 강화되면서 환자들이 정당한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사례가 급증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의료비 양극화가 심화하고 취약계층의 의료 접근성이 제한될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실손보험 개혁 방안은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는커녕 오히려 국민의 의료비를 증가시키고 의료 불평등을 심화시킬 것이다. 특히 저소득층과 고령자, 만성질환자 등 의료 취약계층의 진료 접근성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이 크다. 공공 의료의 기능이 약화하고 경증·비필수 의료는 지불 능력이 있는 경우에만 제공되도록 해 의료민영화를 위한 포석이 될 가능성이 높다. 다섯째, 의료계의 의견을 배제한 정부의 일방적 정책 강행으로 의료 시스템에 위기가 찾아올 수 있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협의 없이 의대 증원, 비급여·실손보험 개혁 등 일방적으로 정책을 추진하면서 의료 전문가들의 의견을 배제하고 있다. 이는 의료 시스템 전반의 붕괴를 초래하고 결국 환자들의 피해로 직결된다.의료는 공공분야와 사적분야가 나뉘어 공존해야 한다. 의사는 어디서 일할 것인지 선택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한다. 저수가라는 기형구조에서 행위별수가제로 발생하는 의료과소비를 해결하기 위해 정부의 합리적 정책 시행이 절실하다. 정부와 의협은 모두 대한민국 의료계의 문제를 객관적으로 봐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위적 규제(정부정책)가 너무나 개입되면 왜곡된 결과를 나을 수 밖에 없다. 정부는 의료계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국민 중심의 정책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이재만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_연세본정형외과 원장으로 정형외과학 척추분야 박사이며 스포츠의학 전문의다.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했으며, 대한정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 대한의사협회 법제 윤리 Policy 위원,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 부위원장으로 활동 중이다.

2025.03.23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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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찾아오는 ‘판의 공포’…빠르게·꾸준하게·정석으로 [이코노 헬스]

전문가 칼럼

공황(panic)은 이름부터 남다르다. 어원이 영화 ‘판의 미로’로도 유명한 그리스로마신화의 신 판(pan)에 있다. 신화에 따르면 판은 숲과 들판의 신으로 사람의 얼굴과 상반신, 염소의 뿔·다리·귀를 가졌다. 판은 신묘한 소리로 사람들에게 이유 없는 공포심을 일으켰다고 알려져 있다. 서구인들이 공황, 혹은 공황장애(panic disorder)에 그의 이름을 붙인 이유다.유래에서 알 수 있듯 공황은 급작스럽게 나타나는 불안·공포 반응이다. 공황은 ‘공포 증상’과는 강도와 길이에서 차이가 있다. 예를 들어 공황이 오면 신체적 증상이 20~30분, 길면 1시간가량 이어질 수 있다. 갑자기 숨이 가쁘다거나 가슴에 통증이 느껴지기도 하고 핑 도는 듯한 현기증이 나타나거나 구역질이 난다. 신체 반응이 격렬하게 나타나니 죽거나 미쳐버릴 것만 같은 공포감에 사로잡힐 수 있다. 그래서 공황은 공황 발작(panic attack)을 동반한다.공황 발작은 환자에게 공황 증상이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이에 대한 두려움을 느껴 회피 반응을 보이는 것이다. 회피 반응은 공황을 일으킬 수 있는 활동을 피하거나 아예 하지 않으려고 하는 일을 지칭한다. 예를 들어 환자는 공황 발작이 발생한 장소와 상황을 피하려고 할 수 있다.예를 들어 50대 여성 A씨는 치과 병원과 진료에 대한 회피 반응을 보였다. 충치를 치료하던 중 공포감을 느꼈던 탓이다. A는 구강 장치로 입을 벌리고 있어야만 하는 상황에서 치아를 갈아내는 기계음 등이 자신을 해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갑자기 심장이 빠르게 뛰면서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아, 치과 치료를 받는 내내 ‘죽는’ 것 같았다고 했다. 이는 광장 공포증으로 인한 회피 반응이라고 판단할 수 있다. 광장 공포증은 타인에게 도움받을 수 없는 장소를 두려워하고 해당 장소에서 벗어나려 하는 것이다. 엘리베이터나 터널처럼 밀폐된 공간이나 사람이 밀집한 거리, 상점을 피하고 싶을 수 있다.광장 공포증은 ‘혼자 있다’라는 느낌이 불안으로 이어질 때도 발생할 수 있다. 공간의 폐쇄 여부와 별개로 타인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도 두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어서다. 이럴 때는 동행자가 없으면 줄서기 같은 행동을 취하기 어려워하고, 심지어 외출 자체를 곤란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40대 남성 B씨는 최근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어려워졌다고 토로했다.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 일단 탑승하면 다음 정거장까지 내리지 못하니 속이 울렁거리고 안절부절못하게 된다고 했다. B씨는 특히 비행기가 가장 꺼려진다고 말했다. 비행시간이 긴 만큼 실내에 갇혀있는 시간도 길고 그만큼 죽을 것 같은 공포가 몰려온다는 이야기였다.공황장애는 신체 증상을 동반하지만, 내과 검사에서 특별한 이상을 발견하기 어렵다. 내과 검사는 혈액·흉강경·초음파·내시경 등으로 신체 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것이다. 공황장애를 겪는 사람 중 상당수가 신체 증상으로 응급실을 찾거나 내과·가정의학과·신경과 진료를 받지만, 증상의 원인을 찾지 못하는 경우가 잦다.공황장애를 바라보는 주변 시선이 진단을 늦추기도 한다. B씨는 공황 자체만큼이나 힘든 점으로 주변의 ‘몰이해’를 꼽았다. 비행기가 무섭다고 하면, 주변 사람들은 자신을 비웃으면서 ‘담력이 약해서 그렇다’라며 핀잔을 준다는 토로였다. 공황장애 환자에게서 광장 공포증이 자주 나타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변 사람의 핀잔이 공황장애로 고생하는 사람에게 비수가 될 수 있다.실제 공황장애는 환자가 꽤 많은 질환이다. 국립나주병원에 따르면 통상 전체 인구의 3~4%는 공황 발작을 겪는다. 공황장애의 평생유병률은 미국의 경우 3.5% 내외로 알려져 있으며, 우리나라는 1.7% 정도다. 평생유병률은 특정 질환이나 증상을 살면서 겪어 본 사람의 비율이다. 공황장애가 ‘나와는 무관한 일이야’하고 넘길 질환이 아니라는 뜻이다.충분한 수면·규칙적인 운동도 증상 완화에 도움공황장애를 극복하려면 꾸준함이 필요하다. 재발을 막기 위해서다. 단기적으로 공황발작은 약물을 쓴 이후 증상을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공황장애는 만성질환이다. 증상이 사라져도 치료를 중단하면 다시 공황발작이 발생할 수 있다. 공황 증상이 잦아들어도 치료를 8~12개월 동안 유지하는 이유다. 또, 공황장애는 약물 유지 기간이 길수록 재발률이 낮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공황 발작을 치료하기 위해 인지치료를 지속해서 이어가며 회피 반응을 줄이는 것도 중요하다. 실제 A씨와 B씨는 시행착오 끝에 공황 발작의 정도를 낮췄다. 예를 들어 A씨는 치과 시술에서 얼굴 덮개로 눈을 가리지 않으면 두려움이 덜하다는 점을 발견했다. B씨는 약물 치료를 통해 공황으로 인한 신체 반응을 줄인 점이 인지 개선에 도움이 됐다.B씨는 약물 치료를 병행하면서 최근 부산 출장에 비행기를 타고 다녀왔다. B씨는 “두려움이 아예 사라졌다면 거짓말”이라면서도 “신체 반응이 따로 없으니 ‘(비행기를) 탈 만하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했다. B씨는 “이제 큰 무리 없이 대중교통을 탈 수 있다”라고도 했다. 발작을 경험하지 않는 자체가 회피 반응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 셈이다.좋은 생활습관을 형성하는 것도 공황 발작을 완화하는 데 역할을 할 수 있다. 잠은 충분히 자고, 운동은 규칙적으로 해야 한다. 카페인이 과하게 든 음료를 자주 마시거나, 술을 즐기는 것도 자제해야 한다. 흡연도 마찬가지다. 치료를 꾸준히 받으면서 좋은 생활습관을 만들어 지속해서 유지하는 일이 단순하지만, 증상을 완화하는 데 효과 있는 방법이다.가장 중요한 것은 공황의 조기 진단과 치료다. 공황장애에서 자연적으로 회복하는 경우는 드물다. 공황 증상이 신체적으로 나타나거나 내과 검사를 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나온다면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를 최대한 빠르게 찾아가는 편이 좋다. 내원이 빠르면 빠를수록 ‘판의 공포’를 극복할 가능성은 커진다.

2025.03.22 00:00

4분 소요
“생각이 현악기 줄 풀리듯”…초기 진단 중요한 조현병 [이코노 헬스]

전문가 칼럼

조현병은 과거 ‘정신분열증’으로 불렸다. 스위스의 정신의학자 블로일러(E. Bleuler)가 1908년 만든 원어명(schizophrenia)을 그대로 옮긴 탓이다. 그리스어 어원으로 스키조(schizo-)는 ‘갈라지다’라는 뜻이고, 프렌(phren)은 ‘분열하다’라는 뜻이다. 여기에 질병을 뜻하는 어미 이아(-ia)가 붙었으니, 그야말로 ‘정신+분열+증’이다. 단어 자체만 놓고 보면 정신분열증은 원어의 충실한 번역이다. 온전하게 통합돼야 할 정신 기능이 분열된 상태로 있으면서 문제를 일으킨다는 의미도 담고 있다.하지만 번역에 충실하다고 좋은 작명은 아니다. 실제 정신분열증은 오랜 기간 대중의 오해를 샀다. ‘분열’이라는 단어가 지닌 강한 어감 탓에 이 질환을 향한 부정적 인식이 만연했다. 다중인격장애의 사례(예컨대 ‘지킬박사와 하이드’)가 정신분열증의 예시로 잘못 받아들여지기도 했다. 조현병이라고 이름지어진 것은 한참 뒤인 2011년이다.‘조현병’이라는 이름은 신경구조에 이상이 생겨 마치 현악기가 조율되지 못한 모습이라는 뜻에서 붙었다. 다만 조현병의 개념과 정의, 원인에 대해서는 제대로 합의되지 않은 듯하다. 그만큼 조현병은 이해와 진단, 처방이 어려운 질환이다. 조현병은 흔하게 발생하고 오래가는 질환이기도 하다. 평생 유병률은 100명 중 1명꼴이고, 10대 후반에서 20대 사이에 시작해 만성적 경과를 보인다.조현병 증상은 크게 양성과 음성으로 나눈다. 건강한 사람에게 나타나지 않지만, 조현병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증세를 ‘양성 증상’이라고 한다. ▲환각(hallucination) ▲망상(delusion) ▲사고 과정의 장애 등이 대표적인 양성 증상이다. 조현병으로 없어야 할 증상이 생기는 경우가 양성 증상이라면, 있어야 할 심리 기능이 사라진 것은 음성 증상이다. ▲무언어증(alogia) ▲무쾌감증(anhedonia) ▲무욕증(avolition) ▲정서적 둔마(affective flattening) 등 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이 나타난다.조현병의 음성 증상은 양성 증상보다 치료가 어렵다.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고 약물을 쓰더라도 치료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약물 치료로 양성 증상에서 벗어났다고 함부로 안심할수도 없다. 심한 급성기에서 벗어난 이후 잔류기에도 음성 증상, 인지기능의 장애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잔류 증상’이다.20대 남성 A씨가 그랬다. A씨는 군대에서 겪은 가혹행위 탓에 심한 조현병 증상을 보였다. 집 밖에는 항상 검정 자동차가 세워져 있고, 그 안에 타고 있는 남자들이 군에서 가혹행위를 했던 선임과 그 친구들이라고 생각했다.A씨의 양성 증상은 상담을 진행하면서 점차 호전됐다. 그러나 산 넘어 산이라고 했던가. 잔류기에 그에게서 음성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는 집 밖으로 나갈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고 했다. 선임이 쳐다볼까 두려워 창문에 검은색 천을 붙이거나, 밖에서 누가 쳐들어올까 방문을 닫았다. 이런 것들은 그가 방 밖을 나가지 않게 하는 장애물이었다. 가족들이 A의 생각과 마음을 읽을 수 없어 답답해한다는 이야기도 A씨는 덧붙였다.A씨는 “집 안에 틀어박혀 있으니 감정 표현도 의사소통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며 “이전에는 (현실에) 없는 선임이 나를 괴롭혔는데, 이젠 내가 이유도 없이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조현병의 증상으로는 분열 증상도 있다. ▲생각 정리 ▲정보 학습 ▲집중력 유지 등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다. 과거 피해의식과 환청 등으로 고생한 40대 여성 B씨가 그랬다. B씨는 약물 치료를 겪으며 양성 증상에서 벗어났지만, 일을 다시 하기엔 여전히 무리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기억력이 좋지 못해 간단한 지시도 메모를 하지 않으면 잊어버렸고 문제 해결력이 떨어져 업무조차 수행이 어려웠다. 결국 B씨는 휴직하면서까지 치료에 전념했다.가족·지역사회 등 역할이 질환 극복에 도움 조현병은 무엇보다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 초기 단계에서는 약물 치료만으로 조현병 증상을 억제할 수 있다. 하지만 질환이 만성화할수록 치료나 완치가 어려워진다. 그나마 최근에는 항정신병 약물 중 음성 증상까지 개선할 수 있는 약제들이 많이 나왔다. 환자에게 고무적인 일이다.다만 약물치료가 능사는 아니다. 주변 환경도 조현병 치료에 대단히 중요하다. 가족이나 지역사회의 도움을 받는, 이른바 정신사회적인 치료가 함께 이뤄지면 환자가 질환을 극복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특히 ‘치료 순응도’ 측면에서 보호자가 큰 도움을 제공할 수 있다. 치료 순응도란 쉽게 말해 환자가 의사의 지시를 얼마나 잘 따르는지를 말한다. 복약 시간, 내원 주기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조현병 증상이 있는 환자 중에서는 병식, 즉 자기 자신이 병을 앓고 있다는 인식조차 없는 환자가 있다. 자신이 환자라고 인식하더라도, 치료를 끈기가 있게 받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다. 두 경우 모두 가족이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역할을 할 수 있다.A씨와 B씨가 상담을 꾸준히 받은 배경에도 가족이 있었다. A씨는 남편, B씨는 부모님이 이들이 치료받고, 상담을 이어가는 데 도움을 줬다. 현악기를 배우는 사람은 자신이 스스로 악기를 조율할 때까지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하듯, 질환도 자기 스스로 치료에 나설 수 있기 전까지 주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

2025.03.08 09:00

4분 소요
이수현 테서 대표의 ‘이 책’…“관점 비틀면 사업 방향 보여” [CEO의 서재]

이수현 테서 대표는 한의학을 공부하다 프로그래밍에 빠졌다. 테서를 공동 창업한 안재성 대표의 영향을 받았다. 안 대표는 프로그래밍과 관련한 분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전문가다. 이 대표는 “안 대표와 프로젝트를 하나둘씩 하다 보니 ‘우리 사업을 해보자’라는 생각에 (제품 개발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안 대표를 통해 프로그래밍을 공부한 것이 한의학도가 스타트업을 창업한 계기가 된 셈이다.그렇다고 처음부터 어떤 제품을 개발할지, 사업을 어떻게 추진해야 할지 확고했던 것은 아니다. 방향을 잡도록 답을 준 것은 환자들이었다. 테서는 현재 인공지능(AI)으로 검진 결과를 해석해 주는 애플리케이션(앱) 온톨을 운영하고 있다. 주로 검진 결과를 한눈에 알아보기 힘든 암 환자들이 온톨을 사용한다. 암 환자가 주로 모인 커뮤니티를 통해 온톨이 입소문을 타 사용자는 점차 늘고 있다.창업의 계기는 기술로부터, 사업의 방향은 사람으로부터 얻었다는 이 대표는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저서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을 추천했다. 이 도서는 양자론에서 불멸의 업적으로 여겨지는 불확정성 원리를 발견한 베르너 하이젠베르크의 일화와 양자론의 탄생과 해석을 담고 있다. 양자역학의 발견이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법을 어떻게 바꾸는지 설명하는 도서이기도 하다. 이 대표는 “‘나 없이는 존재하지 않는 세상’은 과학의 발견이 어떻게 철학의 관점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키는지 보여주는 도서”라며 “이런 변화를 통해 우리가 맞이할 새로운 기술과 상황을 짐작할 수 있게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저 또한 이 도서를 통해 인식의 폭을 넓히고,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의 변화를 경험했다”고 했다. 그는 이 책에서 인상 깊었던 내용으로 다음 문장을 꼽았다. “…그러나 세계의 양자적 속성에 대한 발견은, 물리적 물질이 이러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려줍니다. 기초 물리학은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문법을 기술하지만, 그것은 그 자신의 일차적 성질을 지닌 운동하는 단순한 물질로 이루어진 문법이 아닙니다.세상에 스며 있는 맥락은 이 기본 문법에까지 미칩니다. 우리는 그 어떤 기본적인 실체도 그것이 상호작용을 하는 대상의 맥락 없이는 기술할 수 없는 것입니다. 이리하여 우리가 설 발판이 없어집니다. 명확하고 일의적인 속성을 지닌 물질이 세계의 기본 실체가 아니라면, 그리고 인식의 주체도 자연 일부라면, 무엇이 세계의 기본 실체일까요?…(중략)… 우리 존재의 참된 본질이라고 할 궁극적이거나 신비로운 본질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나’라는 것은 그것을 구성하는 광대하고 서로 연결된 현상들의 집합일 뿐이며, 각각은 다른 것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이리하여 주체와 의식에 대한 수백 년에 걸친 서양의 사변은 아침 공기에 닿은 서리처럼 사라집니다…”

2025.03.01 10:00

2분 소요
프란치스코 교황, 병세 계속 위중… 교황청 “한때 호흡곤란”

국제 이슈

폐렴 진단을 받고 입원 중인 프란치스코 교황(89)이 한때 호흡곤란 증세를 겪는 등 병세가 계속 위중한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대중에게 공개하겠다고 요청한 뒤, 교황청은 매일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교황의 병세가 지속해서 악화함에 따라 사임 소문이 이어지기도 했다. 교황청이 이러한 루머를 부인하고 나섰다.교황청은 22일(현지시간) 오후 성명을 통해 “교황의 상태는 여전히 위중하다(critical)”며 “교황이 위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상태”라고 전했다. AP통신에 따르면, 교황청이 교황이 입원한 뒤 그의 병세를 설명하며 ‘위중하다’는 표현을 공식적으로 사용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의료진은 ‘위중하다’라는 표현을 환자의 병세가 생명을 위협할 정도로 매우 심각할 때 사용한다.교황은 호흡과 혈액 문제로 산소 투입과 수혈 치료를 받았다. 교황청은 “교황이 오늘 오전 천식과 비슷한 지속적 강도의 호흡 곤란을 보여 고용량 산소 치료를 받았다”며 “혈액 검사에서 빈혈과 연계된 혈소판감소증 역시 나타나 수혈했다”고 전했다. 병세가 악화하기는 했으나 교황은 의식이 있는 상태다. 병실에서 주변에 반응하며 일상을 소화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교황청은 교황의 사임 소문을 부인했다. 교황청 국무원장인 피에트로 파롤린 추기경은 이탈리아 매체 ‘코리에레 델라 세라’와의 인터뷰에서 교황이 사임한다는 소문은 “불필요한 것”이라며 정말 중요한 건 교황의 회복과 복귀라고 밝혔다. 그는 “(교황의 사임과 관련한) 특별한 움직임은 없다고 생각하며, 지금까지 그러한 이야기를 듣지 못했다”고 강조했다. 교황은 자신이 직을 수행 못할 정도로 건강이 악화할 경우를 대비해 사임 서한을 작성해 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지 매체를 중심으로 파롤린 추기경과 교황의 수석 교회법학자가 비밀리에 병원을 찾았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교황이 사임을 준비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교황은 건강상 이유로 생전에 자진 사임한 전임자 베네딕토 16세 교황을 높이 평가해 왔다.교황은 이달 초부터 기관지염을 앓다 지난 14일 이탈리아 로마 제멜리 병원에 입원했다. 18일 흉부 컴퓨터단층촬영(CT) 결과, 양쪽 폐에 폐렴이 확인됐다. 외신에 따르면, 교황은 젊은 시절부터 호흡기가 약했으며 과거 심각한 폐렴을 앓아 한쪽 폐의 일부를 일부 절제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CNN은 “교황은 2023년에도 기관지염으로 입원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2025.02.23 17:19

2분 소요
'대전 초등생 살해' 교사

정책이슈

대전 소재의 한 초등학교에서 8세 여아 김하늘 양이 같은 학교 40대 교사 A씨가 휘두른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해당 교사는 범행 이후 자신의 목과 팔목 부위에 자해를 했다가 응급 치료를 받았다.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 범행 동기와 경위에 관한 경찰 조사가 긴급히 진행되면서, 충격적인 사건의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대전서부경찰서는 11일 오후 사건 브리핑을 통해 전날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초등학생 살인 사건과 관련한 기초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경찰 관계자에 따르면, 피의자 교사 A씨는 “어떤 아이든 상관없이 살해하고 함께 죽으려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목 부위 수술을 마친 A씨는 인공호흡기를 착용한 채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다.범행 당일 피의자 A씨는 학교 근처 마트에서 흉기를 구입했으며 시청각실을 열고 범행 장소에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A교사는 "시청각실 바로 앞에 있는 돌봄교실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갈 때 어떤 아이든 상관없었다"며 "같이 죽을 생각으로 맨 마지막에 가는 아이에게 책을 준다고 시청각실에 들어오게 해 목을 조르고 칼로 찔렀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A씨는 2018년도부터 우울증 치료를 받아왔으며 지난해 12월 정신병력 등의 질병 휴직 이후 조기 복직했다. 복직 후에는 동료에게 폭력적인 모습을 보였다. 학교 측은 다시 A씨에게 휴직을 권고했다면서 대전시교육청에 알리고 휴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시 교육청은 A씨가 정신병력 휴직 뒤 복직했기에 같은 사유로 휴직이 불가능하다는 방침을 전달했다.앞서 전날 오후 5시 50분께 대전 서구 한 초등학교 건물 2층 시청각실에서 흉기에 찔린 김하늘 양과 이 학교 교사 A씨가 발견됐다. 김하늘 양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사건과 관련해 경찰은 피의자 진술뿐 아니라 폐쇄회로(CC)TV, 휴대폰 감식 등을 통해 수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 신상 공개 여부에 대해서 검토를 이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2025.02.11 18:20

2분 소요
트럼프, 美 여성스포츠에 ‘트랜스젠더 출전 금지’ 서명

국제 이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 내 트랜스젠더(성전환자)들의 여성 스포츠 참가를 금지하라고 명령했다.5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백악관에서 "트럼프 행정부 하에서 우리는 여성 운동선수들의 자랑스러운 전통을 보호하고 남성들이 여성과 소녀들을 폭행하며 다치게하고 속이는 것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제부터 여성 스포츠는 여성만을 위한 것이다"고 선언했다.이어 "앞으로 여성 스포츠에는 여성만 출전할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여성 스포츠에 대한 전쟁은 끝났다"라고 말했다. 그간 행정명령 서명식은 대체로 집무실에서 이뤄졌으나, 이날은 여성 스포츠 선수들로 가득 채워진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진행됐다. 전문가들은 행정명령의 상징성을 극대화하면서 자신의 독단이 아닌 스포츠업계의 목소리임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분석했다.트랜스젠더의 여자 경기 참가 금지는 미국 시민 과반 이상의 지지를 받고 있는 논쟁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지난 1월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9%가 트랜스젠더 선수는 여자 스포츠 경기에 참여해서는 안된다고 답했다. 또 민주당 지지 성향 응답자에서조차 67%의 찬성이 나오기도 했다.

2025.02.0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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