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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 - 2조8000억 시장···레저·쇼핑 격전지

Repo - 2조8000억 시장···레저·쇼핑 격전지

대기업 뛰어들며 대형 복합화 추진 … 도로공사도 투자 적극 유치



고속도로 휴게소가 확 달라졌다. 잠시 쉬거나 허기를 해결하려 ‘들르는 장소’에서 쇼핑과 레저를 즐기는 ‘머무는 장소’로 변신했다. 전국 173개 휴게소의 연 매출은 3조원에 육박한다. 새로운 유통망을 찾는 대기업이 휴게소 사업에 속속 뛰어들면서 각축전이 더욱 치열해졌다.

“주로 주말에 나들이를 가잖아요. 집으로 돌아가서 일주일치 장 볼 일이 걱정되곤 했는데 이렇게 고속도로 휴게소에 대형마트가 있으니까 편한 것 같아요. 편의점보다 종류도 많고 포장 단위도 소용량이라 여행 갈 때 들르기도 좋을 것 같고요.”

4월 24일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마장휴게소에서 만난 서울 암사동의 손은주(32)씨. 휴가를 얻어 남편과 함께 충북 괴산 친정집에 다녀온다는 그는 “휴게소에 대형마트가 생겼다는 기사를 보고 들러봤는데 마트 외에 음식점과 패션매장도 많아 자주 찾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눈에 띄게 변했다. 변화의 핵심은 복합화다. 식당·화장실 등 기본적 시설 외에 쇼핑과 외식·업무·놀이·레저를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One stop All service) 휴게소’로 변신 중이다. 통행량 증가가 한몫했다. 지난해 고속도로 이용 차량은 14억900만대. 지난 4년간 16% 늘었다. 휴게소에서 쓴 돈도 꾸준히 늘어 지난해 휴게소 매출은 2조8000억원에 달했다. 고속도로 휴게소가 새로운 상권으로 떠오른 것이다.

4월 4일 개장한 마장휴게소는 지상 3층·지하 1층 규모로 연 면적만 2만7500㎡에 달한다. 휴게소 중 가장 컸던 영동고속도로 덕평휴게소(총면적 8200m²)의 3배다.

직선 형태의 거리 모양(스트리트형 매장)으로 길게 늘어선 이 휴게소는 아웃도어·골프·스포츠 등 전문 의류매장과 전문 식음료 매장, 공연·전시공간 등 문화체험관을 갖췄다. 특히 고속도로 휴게소 최초로 대형마트가 들어서 화장품에서 의류·완구·신선식품까지 구비했다. 지하주차장도 만들었다.

4월 24일 찾은 마장휴게소는 평일임에도 주차장에 차량이 빼곡했다. ‘롯데마트 하이웨이점’은 휴게소라는 이색 상권에 부합하는 철저한 ‘맞춤형 매장’이었다. 우선 눈에 띄는 것은 전체 매장면적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등산용품·캐주얼잡화 코너다. 비중만보면 롯데마트 일반 매장의 2배 수준이다.

이색 코너도 눈길을 끌었다. 부탄가스와 돗자리, 일회용 접시 같은 야외용품으로만 꾸린 ‘나들이용품 존(zone)’과 차량 액세서리 및 필수용품을 한데 모은 자동차용품 전문 코너다.

대신 식품코너는 품목 수를 20% 줄이고 4개짜리 계란과 1개짜리 양파 등 소포장 제품이 많았다. 양배추 반 통, 잘게 자른 과일세트, 토막 생선도 나들이 장소에서 별다른 손질 없이 이용 가능하도록 편의성을 강화한 상품이다.

롯데마트 하이웨이점 관계자는 “일반 매장에서는 전체의 5% 미만이지만 소형 신선식품 비중이 이곳에서는 60%에 달한다”며 “휴게소 특성을 살려 전 매장 중 처음으로 온라인몰에서 주문한 제품을 찾아갈 수 있는 픽업 서비스도 마련했다”고 말했다.

안광운 마장휴게소장은 “일반 휴게소와 달리 양쪽 입구를 통해 중앙광장으로의 이동하는 강제 동선 건물”이라며 “특히 대형마트가 들어서면서 고속도로 이용객 유입효과가 나타났다”고 말했다. 마장휴게소는 던킨·맥도널드·나이키·아디다스 등 26개 브랜드 52개 매장이 입점했다. 스타벅스·미니스탑은 이곳에 고속도로 휴게소 1호점을 냈다.

앞서 3월 22일 경부고속도로 기흥휴게소에는 ‘체험형 아웃도어 전문 쇼핑몰’이 개장했다. 지상 3층·지하 2층의 이 쇼핑몰은 22개의 아웃도어 브랜드 이외에 인공 실내암벽장과 아이들을 위한 ‘공기막 구조 놀이터’, 전망데크, 전시·공연장 등 복합휴게시설을 갖췄다.

2015년에는 외곽순환고속도로 시흥에 복합휴게소가 문을 연다. 이 휴게소는 개발 공간이 부족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속도로 상하부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한 ‘본선 상공형’으로 지어진다. 국내 최초로 도입된 것으로, 환경 훼손을 최소화하는 게 장점이다. 서해안선의 매송에도 화물차 운전자를 위한 복합휴게소가 2015년 개장할 예정이다. 중부선 하남휴게소도 커피테마파크로 개발이 논의 중이다.

이들의 성공모델은 영동고속도로 상에 있는 경기도 이천시 마장면 덕평휴게소다. 2007년 문을 연 이 휴게소는 복합 쇼핑몰로 변신해 성공을 거뒀다. 이 휴게소는 2009년 매출 204억원을 기록한 이후 2010년 324억원, 2011년 420억원, 2012년 507억원 등 매년 100억원 안팎으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일반 휴게소 평균 매출이 61억원 수준인 것을 감안하면 괄목할만한 성과다. 현재 유명 아웃도어브랜드 20여개가 입점한 쇼핑몰과 중앙정원·산책로·허브농원·애완견 테마파크 등을 갖췄다.

4월 24일 찾은 덕평휴게소는 테마파크라는 인상이 강했다. 원목과 유리로 된 건물, 소나무와 멋스러운 벤치가 있는 공원 등 첫 인상부터 휴게소라기보다 고급스러운 노천카페 같은 분위기다. 나무줄기를 연상케 하는 휴게소 건물 안으로 들어서자 익숙한 간판들이 눈에 들어온다.

던킨도너츠·파리바게뜨와, 코오롱이 직영하는 푸드 코트 등 식당가에서부터 코오롱스포츠·K2·잭니클라우스·밀레·베이직하우스 등 쇼핑몰이 입점해 있다. 최치환 덕평휴게소장은 “고속도로 휴게소는 가족 단위 고객이 많아 스포츠·레저·아웃도어 용품이 잘 팔린다. 2008년에 쇼핑몰을 도입했는데 반응이 좋아 2010년 확장했고 그 결과 2011년 전국 휴게소 매출 1위에 올랐다”며 “고속도로 휴게소를 이월 상품을 판매하는 새로운 유통 형태의 하나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최근 덕평휴게소는 애완견 테마파크 ‘달려라 코코(KoKo)’를 개장했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주말과 주중 매출이 크게 차이 나는데 이 시설을 통해 주중에 유치원·초등학생 등 단체 손님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애완견과 함께 이곳을 찾은 경기도 하남시 김주영(54)씨는 “자연친화적인 분위기 탓에 덕평휴게소를 들리곤 했는데 이번에 애견파크까지 생겨 단골이 될 것 같다”며 “점점 휴게소에서 머무는 시간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지난해 덕평휴게소 방문객은 1200만명으로 자체조사 결과 8%인 150만명 가량이 단골손님”이라며 “휴게소는 재방문율과 체류시간이 매출에 비례한다”고 말했다.





브랜드 홍보 효과 노려한국도로공사의 기업 유치 전략도 휴게소의 변신을 이끌었다. 특히 수도권 고속도로는 교통량과 도로 연장에 비해 휴게소가 부족하다. 고밀도 개발과 높은 토지가격으로 인해 부지확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개발에 따른 각종 제약도 많아 기업의 투자가 적은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도로공사는 민간자본 BOT(Build-Own·Operate-Transfer) 방식을 선택했다.

정재원 한국도로공사 휴게시설운영팀 차장은 “도로공사가 운영하는 데는 한계가 있어 민간 참여를 유도했고, 휴게소의 필수시설 외에는 운영기업이 시설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어 창의적인 휴게소가 속속 등장했다”며 “특히 고속도로로 출퇴근하는 고객들은 생활용품·식료품을 휴게소에서 바로 구매하고 귀가할 수 있는 종합시설을 기대해 수도권을 중심으로 휴게소 복합화 추세는 계속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 새로운 유통망 구축의 일환으로 휴게소 진출을 노린다. 특히 휴게소라는 지리적 특성에 맞게 아웃도어·골프웨어 등 스포츠 의류 관련 기업과 식음료 관련 기업이 앞장섰다. 코오롱글로벌·SK에너지·풀무원·평안엘앤씨·카페베네·SPC 등의 활약이 눈에 띈다. 코오롱글로벌은 2003년 한국도로공사 민자 사업자에 선정돼 사업 전담 법인인 덕평랜드를 설립했다.

이후 2007년에는 덕평휴게소 상행부를, 2009년에는 하행부를 완성했다. 최 소장은 “영동고속도로를 이용하는 관광객도 많고 인근 경기 여주·이천 지역에 골프장이 많아 아웃도어·골프웨어를 중심으로 패션몰을 개장한 것이 주효했다”고 말했다.

마장휴게소를 운영하는 하이플렉스는 5개 기업의 컨소시엄이다. 공항석유상사가 최대 주주고 SK에너지·한국투자증권·SPC·풀무원 등이 참여해 총 420억원의 사업비를 투자했다. 25년간 운영한 뒤 한국도로공사에 기부한다. SK에너지는 이미 경부고속도로의 옥천휴게소를 개발해 운영 중이며 서해안고속도로의 매송화물차복합휴게소·목감휴게소 개발도 진행 중이다.

기흥휴게소의 아웃도어레저쇼핑몰은 의류생산기업인 평안엘앤씨가 평안세븐스마일이라는 자회사를 설립해 운영한다. 나이키를 포함해 의류브랜드 23개, 식음료 매장 2개가 입점했다. 평안엘앤씨 계열의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가장 큰 공간을 차지했다. 내년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에 모습을 보일 시흥복합휴게소는 풀무원과 그린익스프레스파크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다.

SPC그룹은 속리산휴게소 등 모두 6곳의 휴게소 운영권을 낙찰받았다. 개발 논의 중인 하남휴게소 복합화 사업에는 카페베네가 뛰어들었다. 카페베네는 오는 2016년까지 레포츠스토어·패션스토어·SSM 등 편의시설과 커피테마파크·보타닉하우스 등 문화시설을 꾸밀 계획이다.

이들 기업이 휴게소라는 특수상권 운영에 나서는 이유는 매출보다 브랜드 홍보 효과에 있다는 분석이다. 아웃도어를 비롯한 프랜차이즈 브랜드들은 이미 포화 상태로 웬만한 중심가와 역세권에는 경쟁업체가 즐비하다. 이 때문에 일반 매장보다 특수상권에 입점하여 브랜드의 희소성을 극대화 시키고자 한다. 특수상권은 독립적인 상권으로 길거리 매장이 아닌 백화점·휴게소·병원·지하철역 등을 말한다.

최근 기흥휴게소에 상설할인매장을 연 아웃도어 브랜드 컬럼비아 관계자는 “새로운 형태의 신흥 유통망으로 떠오른 휴게소 상권을 면밀히 분석한 후 기흥휴게소에 매장을 열기로 했다”며 “휴게소 상권 진출은 아웃도어 활동을 즐기는 소비자들을 직접적으로 만날 수 있고 교통량 증가로 유동 인구가 많은 만큼 브랜드 홍보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독식으로 중소상인 위협 지적도도로공사에 따르면 고속도로 복합휴게소는 앞으로 5년 안에 15개가 추가될 계획이다. 하지만 주로 대기업들이 운영권을 쥐면서 중소기업과 인근 지역상권을 위협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골목상권의 포화와 대형마트 규제, 업종별 출점 규제 등으로 새로운 사업 영역이 필요한 대기업들의 각축장이 됐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둘러본 복합휴게소 내에 입점한 매장들은 대부분 프랜차이즈 브랜드였다. 휴게소를 운영하는 기업들로서는 소비자 인지도가 높은 매장을 입점시키는 것이 유효하겠지만 동네 상권 논의의 연장선에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오세조 연세대 경영대학 교수(한국유통물류정책학회장)는 “휴게소 사업 민영화 초기에는 대기업의 참여를 금지해 주로 중소업체가 운영권을 따냈지만 최근 대기업의 공개입찰 참여를 허용하고 입찰 자격을 인수보증금 100억 이상으로 제한하면서 사실상 중소업체의 참여가 쉽지 않게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동반성장위원회의 출점 규제 대상지역에 복합쇼핑몰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복합다중시설의 신상권은 예외로 인정하고 있어 중소상인의 어려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민간자본 BOT(Build-Own·Operate-Transfer) 방식
BOT는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사업에 민간자본을 유치하는 가장 일반적인 방식이다. 시설 완공 후 일정 기간(통상 20~30년) 사업자가 시설을 소유·운영해 투자비를 회수한 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에 귀속한다. 즉, 건설(build)해 소유권을 취득한(own) 후 국가에 귀속시키는 기부채납(transfer)을 말한다. 고속도로 휴게소는 덕평휴게소나 마장휴게소·기흥휴게소 내 쇼핑몰 등을 포함해 173개 중 68곳이 BOT방식으로 운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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