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이 선호하는 대학은] 끝나지 않은 ‘소케이마치(취업 시장에서 인기 높은 7개 대학)’ 전성시대
[일본 기업이 선호하는 대학은] 끝나지 않은 ‘소케이마치(취업 시장에서 인기 높은 7개 대학)’ 전성시대
보통 기업의 수명을 30년으로 본다. 한 세대가 지나면 산업계 지도가 완전히 바뀌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대학은 생명력이 길다. 하지만 30년 전에 통하던 상식은 조금씩 바뀐다. 지금의 고등학생, 대학생 머릿속에 있는 대학의 이미지와 그들의 부모 세대가 가진 생각엔 분명 큰 격차가 있다. 30년 전부터 수도권 유명 사립대 중 가장 허들이 높은 와세다대, 게이오기주쿠대와 함께 ‘MARCH’라고 불리는 대학이 있었다. 이른바 ‘소케이마치’다. 최근 여기에 가쿠슈인대를 추가해 ‘지마치(GMARCH)’라고 하는 사람도 있다.
소케이마치는 매년 4만5000명가량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그에 비해 도쿄대를 중심으로 한 구 제국대학(호쿠리쿠대·도호쿠대·나고야대·교토대·오사카대·규슈대)이나 히토쓰바시대, 도쿄공업대 등 국립대 졸업생은 매우 적다. 예를 들어 도쿄대 학부를 졸업해 민간기업에 취직하는 학생은 연간 1000명도 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소케이마치에서는 한 학부당 1000명이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규모부터 완전히 다르다. 상장기업 임원의 출신대학을 따져보면 게이오대나 와세다대 출신이 가장 많다. 물론 졸업생이 임원이 될 확률은 단연 도쿄대가 가장 높다. 이러한 격차는 취업활동 전반에 존재한다. 현재 취업을 준비 중인 학생들 사이에서는 많은 기업이 ‘학력 필터’를 통해 특정 대학 출신을 뽑고, 그 외 대학은 기피한다는 게 정설이다. 기업으로서는 소케이마치와 같이 어느 정도 우수한 인재를 대량 공급해주는 학교를 선호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타겟팅 채용이라고 일컬어지는 ‘지정 구매’로 이어져왔다. 그러나 세계 대학 랭킹에서 소케이마치는 그리 대단한 존재가 아니다. 학생 수에 비해 교원 수가 너무 적고, 연구 능력이나 교육 환경 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많다. 하지만 회사원 양성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상당히 유효한 기능을 해왔다. 대거 배출한 졸업생이 기업에 입사한 뒤 후배들을 끌어들이는 형태의 순환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덕분에 소케이마치 학생이라면 대개 학력 필터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1라운드를 무사히 통과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최종 합격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기업은 과거의 채용 실적, 취업 후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대학에서 채용할 인원을 결정한다. 취업 활동 사정에 정통한 호세이대 커리어디자인 학부 우메자키 오사무 교수는 “대기업이 요구하는 사무처리 능력을 보유했느냐는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영업 능력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은 충분한 면접을 거치지 않으면 파악이 어려운데, 대개 기업은 그 정도로 시간을 쏟을 여유가 없다”며 “기업이 대학(브랜드)을 기준으로 신입사원을 선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취업 활동은 보통 대학 3학년 3월부터 가능하며, 실제 합격은 4학년 8월 이후로 결정된다. 문화방송 캐리어파트너즈에 따르면 취업 활동을 하는 학생의 예비 내정(내정은 취소이유가 발생한 경우 기업이 노동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 정식 노동계약인 반면, 예비 내정은 노동계약이 체결되기 전 단계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구속관계가 발생하지 않음) 보유율은 5월 하순 시점에서 이미 30%를 넘어섰다. 기업들이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 흐름에서 ‘학력 필터’의 실상이 잘 드러나는데 소케이마치 4학년생과 졸업생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와세다대 법학부 4학년인 A씨는 이미 벤처기업과 외국계 기업 등 4곳으로부터 예비 내정을 받았다. 친구들은 그에게 ‘내정 콜렉터’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 그러나 그는 대형 자동차 업체에 입사하는 것이 꿈이다. 정식 면접은 8월부터 시작되지만 이미 사전 작업이 시작됐다. 대학에서 실시하는 학내설명회에 참석하면 나중에 와세다대생 한정 설명회에 초청된다. 설명회에 몇 번 참가했더니 개별 면담이 진행됐고, 며칠 뒤 한 회사 채용담당자와 카페에서 만났다고 한다. ‘일련의 면담을 모두 치르면 8월에 예정된 최종 면접을 볼 수 있는 모양이다’(A씨). 지금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기간이다. 호세이 대학 국제문화학부 4학년 B씨는 “호세이대는 마치 중에서 평가가 가장 낮다는 생각이 있기 때문에 애초부터 대기업 합격은 기대도 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B씨의 친구는 어느 기업의 응모 계정을 두 개 만들었다. 하나는 호세이대생으로, 또 하나는 게이오대생으로 위장해 등록했다. 그러자 회사설명회 예약 시간이 달랐다. 이른바 ‘시차 고지’라 불리는 것으로 정원이 차는 상태를 가늠해 고지 범위를 서서히 넓히는 방식이다.
기업이 대학에 따라 채용에 차이를 두는 학력 필터는 기업이 타깃 학교(중점적으로 채용하고 싶은 대학)를 어떻게 설정하는 가에 따라 달라진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47%의 기업이 지마치(GMARCH)와 긴키지방 유명사립대군(간사이대·간사이 학원대·도시샤대·릿메이칸대 등)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 수치는 구 제국대학이나 소케이를 웃돈다. 어느 기업 채용담당자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큰 대기업은 도쿄대나 소케이를 중심으로, 그 밑은 지마치(GMARCH)로 꾸리려 한다. 그 이하 기업은 지마치(GMARCH)를 중심으로 하고, 그 아래 대학까지 채용하고 싶어한다.”
올 봄 대형 여행회사에 입사한 C씨는 아오야마학원대 국제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다. 그는 “마치대생이라 그런지 서류에서 떨어진 적은 없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은 대학명을 보기 때문에 무사히 통과했다”고 말했다. 메이지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대형 생명보험회사 입사 2년 차인 D씨는 취업이 결정된 후 인사부 직원과의 회식자리에서 ‘우리 회사 채용에서 최저 학력이 메이지’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 회사는 채용담당자인 선배 사원이 출신 대학마다 연락을 취해 응모한 학생과 면담을 거듭한다. 입사 후에도 신입사원의 회식자리는 출신 대학별로 이뤄진다. 상사의 시선도 대학에 따라 달라진다. 경어를 제대로 쓰지 않는 도쿄대 졸업생에게는 후하면서도 메이지대 졸업생인 자신에게는 “너는 (영업의) 일개미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와세다대 사회과학부 졸업생으로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는 E씨에 따르면 마치에 대한 평가는 기업마다 상당히 다르다고 한다. 그가 어느 기업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일이다. 세미나에서 같은 그룹인 6명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동시에 휴대폰이 울리며 타사로부터 설명회 안내 e메일이 왔다. 그러나 안내 e메일을 받은 것은 와세다대와 히토쓰바시대 등 3명뿐으로 마치에 다니는 3명에게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우선 소케이 출신 이상으로 출석자를 메우고 그 후 타 대학에 안내 e메일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라는 게 E씨의 생각이다. 기업 인사팀은 학력 필터에 따른 채용을 좀처럼 인정하지 않지만 대부분의 학생이 이러한 대우를 보고, 경험했으며 이를 전제로 행동한다. 유력 기업에서 채용 대학에 대한 편향이 현저하다면 학력 필터가 고착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취업에서 가장 유리한 것은 단연 게이오기주쿠 대학이다. 동문회 활동이 활발하며, 후배들을 잘 돌봐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게이오대생에게 물었더니 “먼저 취업한 선배들을 만나려고 하면 누구라도 바로 만나주는데다 만나고 싶은 사람을 소개해주기도 한다”고 말했다. 올 봄 법학부를 졸업하고 직장 생활 1년째인 F씨는 ‘게이오 여대생이라고 하면 어떤 기업에서도 만나줬다. 다른 대학이라면 어땠을까?’라고 회상한다. 남녀 모두 ‘게이오 브랜드가 취업활동에 도움이 되었다’는 게 졸업생의 공통된 의견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도 있다. 게이오대 학생회에 따르면 취업활동을 하는 학생 중 취업한 선배들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학생이 75%에 달한다. 타 대학에서 같은 조사를 하면 30% 정도에 그친다. 선배에게 부탁해 기업을 방문한 게이오대생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할 수 있다. 게이오대 취업·진로지원 담당인 사토 고로 과장은 “동아리나 세미나를 통해 대대로 학생 간 유대 관계를 만들어 왔다”며 “그래서 학생들의 정보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고 분석한다. 선후배 간의 유대관계를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것이 체육회(운동부 등이 연합해 과외활동을 실시하는 모임)다. ‘희망 기업에 가서 선배에게 머리를 조아리면 거의 (취직이) 결정된다’(게이오대 응원지도부 OB). 게이오는 전통적으로 금융 업계나 상사 쪽에 강하며 와세다대보다 대기업 지향이 뚜렷하다. 올해 게이오 경영학부를 졸업한 H씨는 “법·정치·경영학부라면 대형 금융 업계에 확실히 들어갈 수 있다”고 호언한다.
‘대학 격차’와 함께 ‘학부간 격차’도 있다. 와세다대 학생과 졸업생은 “정치경제학부와 그 외 학부간에 (취업에) 유리한 정도가 다르다”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금융 업계를 지망하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4학년 I씨는 “(세미나가 필수는 아닌)정치경제학부에서 세미나에 가입하는 것이 일종의 자격 기준이 된다”고 느낀다. 회사 측에서도 세미나에 가입한 학생을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진취적인 학생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금융 업계를 희망하는 와세다대 문학부 4학년 J씨는 정보망에서 정치경제학부와의 차이를 느낀다. 문학부에서 금융업계를 지망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부간 격차는 주오대학에도 있다. 주오대 문학부 4학년 K씨는 “설명회나 세미나에서 ‘주오대의 누구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면 ‘법학부인가?’라고 물어본다”며 조금 질린 듯했다. 주오대는 곧 법학부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한 것이 주오대 생에게는 지겹다. 올 봄 휴대전화 회사에 입사한 경영학부 출신의 L씨 역시 “취업 활동에서는 역시 법학부가 유리하다”고 이야기한다.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미즈호 은행의 주오대생은 법학부 한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주오대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전설이다. 소케이마치는 내부 진학이 많은 게 특징이다. 이는 취업활동에 유리할까 불리할까? 고등학교부터 아오야마학원에 들어간 문학부 4학년 M씨는 어느 기업에서 ‘온실에서 자랐다’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취업활동을 시작하기 전에는 특별히 자각이 없었다고 한다. 와세다대 고등학원에서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에 진학해 대형 전기회사에 취직한 지 1년째인 N씨는 생명보험 회사 면접에서 ‘자네, 바보구만’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지적 잠재력은 높이 평가하지만 고교시절 공부가 부족해 지식이 뒤떨어진다고 판단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장점도 적지 않다. N씨는 고교 시절, 졸업생 명부를 입수해 취업활동에 활용했다. ‘대학의 커리어 센터를 통한 졸업생 소개보다 훨씬 친근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때로는 부속 고교에서 쌓은 유대 관계가 대학보다 더 끈끈한 경우가 있다.
소케이마치의 간판으로 학력 필터를 통과한다고 해도 그 속에서는 미묘한 서열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서열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서서히 바뀌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찻잔 속의 태풍’일지도 모른다. 대학 입학 방식 자체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추천 등의 수시 모집과 ‘AO입시’ 확대 등으로 일반 입시(우리의 정시 모집)가 점점 줄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 입시로 대학에 들어가는 신입생은 와세다 정치경제학부는 50%, 게이오 법학부는 40% 정도에 불과하다. AO입시(우리의 입학사정관제)란 어드미션 오피스(Admissions Office)의 약자로 대학 측이 요구하는 학생상과 지원자의 인물상이 매치하는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또한 와세다대와 게이오대의 지원자 수는 리먼 쇼크 이전인 2008년을 정점으로 크게 줄고 있다. 소케이는 최근 7년 동안 약 18% 감소한 반면 마치 5개 대학은 약 3% 감소에 그쳤다. 요인은 ‘지방의 기념 수험자(합격 가능성에 상관없이 유명하거나 동경했던 대학 시험에 도전하는 수험생)가 줄었기 때문’(가와이 예비교의 곤도 오사무 교육정보부장)이다.
최근 10년간 지방에서 소케이마치로 진학하는 신입생도 크게 줄었다. 소케이마치 입학자 중 간토 지역인 도쿄도와 3개 현 출신자 비율은 주오 대학을 제외하고 모두 70%가 넘는다. 도쿄 중심의 로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방 학생 확보는 학내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와세다대는 2009년 이후 오사카와 사가에 부설 중·고교를 설립해 미래 입학자 사수에 나서고 있다. 게이오대 역시 FIT라고 불리는 법학부 AO입시에서 2012년도부터 ‘지역 제한’을 만들어 특정 지역 출신을 뽑고 있다. 30년 전과 비교해 현역 신입생 비중이 크게 높아진 것도 특징이다. 재수를 하더라도 도쿄대나 게이오에 집착하는 수험생이 줄었고, 무리해서 대학에 지원하는 일도 차츰 없어지는 추세다. 공급이 적고 수요가 많은 취업 시장의 변화도 이러한 흐름을 뒷받침한다. 학부모와 학생 사이에서 대학 수험 준비를 위한 노력을 보상받을 수 있느냐에 관한 회의적인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더구나 2020년 센터시험(한국의 수학능력시험) 폐지 등 국립대 입시 개혁이라는 큰 변화가 기다리고 있다. 와세다의 가마타 카오루 총장이 AO 입시 확대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는 등 국립대의 개혁에 호응하는 움직임이 사립대에서 확산될 듯하다. 이러한 변화가 사립대 서열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 현 시점에 예상하는 건 쉽지 않다. 오랫동안 양성된 교풍이 그리 간단히 바뀔 것 같지도 않다. 중요한 건 자신에 맞는 대학을 찾느냐다.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 소케이마치(早慶MARCH) : 와세다 대학(早稻田大), 게이오기주쿠 대학(慶 義塾大), 메이지 대학(明治大), 아오야마 대학(靑山大), 릿쿄 대학(立敎大), 주오 대학(中央大), 호세이 대학(法政大) 등 일본에서 인기 있는 수도권 7개 사립대학을 이르는 말. 가쿠슈인 대학을 추가해 ‘소케이GMARCH’라 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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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케이마치는 매년 4만5000명가량의 졸업생을 배출한다. 그에 비해 도쿄대를 중심으로 한 구 제국대학(호쿠리쿠대·도호쿠대·나고야대·교토대·오사카대·규슈대)이나 히토쓰바시대, 도쿄공업대 등 국립대 졸업생은 매우 적다. 예를 들어 도쿄대 학부를 졸업해 민간기업에 취직하는 학생은 연간 1000명도 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소케이마치에서는 한 학부당 1000명이 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규모부터 완전히 다르다. 상장기업 임원의 출신대학을 따져보면 게이오대나 와세다대 출신이 가장 많다. 물론 졸업생이 임원이 될 확률은 단연 도쿄대가 가장 높다.
소케이마치라면 ‘학력 필터’는 가볍게 통과
덕분에 소케이마치 학생이라면 대개 학력 필터에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1라운드를 무사히 통과했다 하더라도 그것이 곧 최종 합격을 의미하는 건 아니다. 기업은 과거의 채용 실적, 취업 후 성과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그 대학에서 채용할 인원을 결정한다. 취업 활동 사정에 정통한 호세이대 커리어디자인 학부 우메자키 오사무 교수는 “대기업이 요구하는 사무처리 능력을 보유했느냐는 쉽게 파악할 수 있지만 영업 능력이나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은 충분한 면접을 거치지 않으면 파악이 어려운데, 대개 기업은 그 정도로 시간을 쏟을 여유가 없다”며 “기업이 대학(브랜드)을 기준으로 신입사원을 선별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취업 활동은 보통 대학 3학년 3월부터 가능하며, 실제 합격은 4학년 8월 이후로 결정된다. 문화방송 캐리어파트너즈에 따르면 취업 활동을 하는 학생의 예비 내정(내정은 취소이유가 발생한 경우 기업이 노동계약을 해약할 수 있는 정식 노동계약인 반면, 예비 내정은 노동계약이 체결되기 전 단계로 계약이 체결되지 않아 구속관계가 발생하지 않음) 보유율은 5월 하순 시점에서 이미 30%를 넘어섰다. 기업들이 우수한 학생을 확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의미다. 이 흐름에서 ‘학력 필터’의 실상이 잘 드러나는데 소케이마치 4학년생과 졸업생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봤다.
와세다대 법학부 4학년인 A씨는 이미 벤처기업과 외국계 기업 등 4곳으로부터 예비 내정을 받았다. 친구들은 그에게 ‘내정 콜렉터’라는 별명을 붙여 줬다. 그러나 그는 대형 자동차 업체에 입사하는 것이 꿈이다. 정식 면접은 8월부터 시작되지만 이미 사전 작업이 시작됐다. 대학에서 실시하는 학내설명회에 참석하면 나중에 와세다대생 한정 설명회에 초청된다. 설명회에 몇 번 참가했더니 개별 면담이 진행됐고, 며칠 뒤 한 회사 채용담당자와 카페에서 만났다고 한다. ‘일련의 면담을 모두 치르면 8월에 예정된 최종 면접을 볼 수 있는 모양이다’(A씨). 지금은 긴장을 늦출 수 없는 기간이다.
소케이마치에서도 대학·학과별 격차 존재
기업이 대학에 따라 채용에 차이를 두는 학력 필터는 기업이 타깃 학교(중점적으로 채용하고 싶은 대학)를 어떻게 설정하는 가에 따라 달라진다.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47%의 기업이 지마치(GMARCH)와 긴키지방 유명사립대군(간사이대·간사이 학원대·도시샤대·릿메이칸대 등)을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 수치는 구 제국대학이나 소케이를 웃돈다. 어느 기업 채용담당자는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큰 대기업은 도쿄대나 소케이를 중심으로, 그 밑은 지마치(GMARCH)로 꾸리려 한다. 그 이하 기업은 지마치(GMARCH)를 중심으로 하고, 그 아래 대학까지 채용하고 싶어한다.”
올 봄 대형 여행회사에 입사한 C씨는 아오야마학원대 국제정치경제학부를 졸업했다. 그는 “마치대생이라 그런지 서류에서 떨어진 적은 없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대기업은 대학명을 보기 때문에 무사히 통과했다”고 말했다. 메이지대 법학부를 졸업하고 대형 생명보험회사 입사 2년 차인 D씨는 취업이 결정된 후 인사부 직원과의 회식자리에서 ‘우리 회사 채용에서 최저 학력이 메이지’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 회사는 채용담당자인 선배 사원이 출신 대학마다 연락을 취해 응모한 학생과 면담을 거듭한다. 입사 후에도 신입사원의 회식자리는 출신 대학별로 이뤄진다. 상사의 시선도 대학에 따라 달라진다. 경어를 제대로 쓰지 않는 도쿄대 졸업생에게는 후하면서도 메이지대 졸업생인 자신에게는 “너는 (영업의) 일개미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와세다대 사회과학부 졸업생으로 광고회사에서 근무하는 E씨에 따르면 마치에 대한 평가는 기업마다 상당히 다르다고 한다. 그가 어느 기업이 주최한 세미나에 참석했을 때 일이다. 세미나에서 같은 그룹인 6명과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동시에 휴대폰이 울리며 타사로부터 설명회 안내 e메일이 왔다. 그러나 안내 e메일을 받은 것은 와세다대와 히토쓰바시대 등 3명뿐으로 마치에 다니는 3명에게는 연락이 오지 않았다. ‘우선 소케이 출신 이상으로 출석자를 메우고 그 후 타 대학에 안내 e메일을 보내는 것이 아닐까?’라는 게 E씨의 생각이다.
기업에서도 곧바로 만나주는 ‘게이오 브랜드’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도 있다. 게이오대 학생회에 따르면 취업활동을 하는 학생 중 취업한 선배들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학생이 75%에 달한다. 타 대학에서 같은 조사를 하면 30% 정도에 그친다. 선배에게 부탁해 기업을 방문한 게이오대생이 얼마나 많을지 짐작할 수 있다. 게이오대 취업·진로지원 담당인 사토 고로 과장은 “동아리나 세미나를 통해 대대로 학생 간 유대 관계를 만들어 왔다”며 “그래서 학생들의 정보망이 제대로 갖춰져 있다”고 분석한다. 선후배 간의 유대관계를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것이 체육회(운동부 등이 연합해 과외활동을 실시하는 모임)다. ‘희망 기업에 가서 선배에게 머리를 조아리면 거의 (취직이) 결정된다’(게이오대 응원지도부 OB). 게이오는 전통적으로 금융 업계나 상사 쪽에 강하며 와세다대보다 대기업 지향이 뚜렷하다. 올해 게이오 경영학부를 졸업한 H씨는 “법·정치·경영학부라면 대형 금융 업계에 확실히 들어갈 수 있다”고 호언한다.
‘대학 격차’와 함께 ‘학부간 격차’도 있다. 와세다대 학생과 졸업생은 “정치경제학부와 그 외 학부간에 (취업에) 유리한 정도가 다르다”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금융 업계를 지망하는 와세다대 정치경제학부 4학년 I씨는 “(세미나가 필수는 아닌)정치경제학부에서 세미나에 가입하는 것이 일종의 자격 기준이 된다”고 느낀다. 회사 측에서도 세미나에 가입한 학생을 공부도 열심히 하면서, 진취적인 학생이라고 본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금융 업계를 희망하는 와세다대 문학부 4학년 J씨는 정보망에서 정치경제학부와의 차이를 느낀다. 문학부에서 금융업계를 지망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학부간 격차는 주오대학에도 있다. 주오대 문학부 4학년 K씨는 “설명회나 세미나에서 ‘주오대의 누구입니다’라고 자기소개를 하면 ‘법학부인가?’라고 물어본다”며 조금 질린 듯했다. 주오대는 곧 법학부라는 이미지가 너무 강한 것이 주오대 생에게는 지겹다. 올 봄 휴대전화 회사에 입사한 경영학부 출신의 L씨 역시 “취업 활동에서는 역시 법학부가 유리하다”고 이야기한다. 진위 여부는 알 수 없지만 ‘미즈호 은행의 주오대생은 법학부 한정’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주오대생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전설이다.
지방 출신, 재수생 사이서 인기 떨어지는 와세다대
소케이마치의 간판으로 학력 필터를 통과한다고 해도 그 속에서는 미묘한 서열이 존재한다. 그리고 그 서열은 시간의 변화에 따라 서서히 바뀌는 중이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찻잔 속의 태풍’일지도 모른다. 대학 입학 방식 자체에 구조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추천 등의 수시 모집과 ‘AO입시’ 확대 등으로 일반 입시(우리의 정시 모집)가 점점 줄고 있다. 예를 들어 일반 입시로 대학에 들어가는 신입생은 와세다 정치경제학부는 50%, 게이오 법학부는 40% 정도에 불과하다. AO입시(우리의 입학사정관제)란 어드미션 오피스(Admissions Office)의 약자로 대학 측이 요구하는 학생상과 지원자의 인물상이 매치하는가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합격 여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또한 와세다대와 게이오대의 지원자 수는 리먼 쇼크 이전인 2008년을 정점으로 크게 줄고 있다. 소케이는 최근 7년 동안 약 18% 감소한 반면 마치 5개 대학은 약 3% 감소에 그쳤다. 요인은 ‘지방의 기념 수험자(합격 가능성에 상관없이 유명하거나 동경했던 대학 시험에 도전하는 수험생)가 줄었기 때문’(가와이 예비교의 곤도 오사무 교육정보부장)이다.
최근 10년간 지방에서 소케이마치로 진학하는 신입생도 크게 줄었다. 소케이마치 입학자 중 간토 지역인 도쿄도와 3개 현 출신자 비율은 주오 대학을 제외하고 모두 70%가 넘는다. 도쿄 중심의 로컬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방 학생 확보는 학내 다양성을 유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와세다대는 2009년 이후 오사카와 사가에 부설 중·고교를 설립해 미래 입학자 사수에 나서고 있다. 게이오대 역시 FIT라고 불리는 법학부 AO입시에서 2012년도부터 ‘지역 제한’을 만들어 특정 지역 출신을 뽑고 있다.
사립대로 번져가는 국립대 개혁 움직임
- 일본 경제 주간지 주간동양경제 특약, 번역=김다혜
☞ 소케이마치(早慶MARCH) : 와세다 대학(早稻田大), 게이오기주쿠 대학(慶 義塾大), 메이지 대학(明治大), 아오야마 대학(靑山大), 릿쿄 대학(立敎大), 주오 대학(中央大), 호세이 대학(法政大) 등 일본에서 인기 있는 수도권 7개 사립대학을 이르는 말. 가쿠슈인 대학을 추가해 ‘소케이GMARCH’라 칭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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