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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지분상속 마무리…‘임성기의 꿈' 삼남매가 이어가나

[제약‧바이오 2‧3세 경영자] ① 한미약품
세 자녀 모두 한미약품 사장에 올라
역할 분담 뚜렷…경영권 승계는 ‘아직’

 
 
(왼쪽부터)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 임주현 한미약품 사장, 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사진 한미약품]
제약·바이오업계 오너가 2~3세가 경영 전면에 나서고 있다. 대표 기업 7곳의 2~3세 경영인이 갖춘 경영능력과 리더십, 시대의 변화에 대응하는 노력 등을 살펴보았다. 두 번째 기업은 한미약품이다. [편집자]
 
한미약품은 지난해 말 임주현·임종훈 부사장 남매를 한미약품 사장으로 선임하면서 첫째인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에 이어 세 자녀가 모두 사장에 올랐다. 오너일가와 전문경영인이 한미약품그룹을 이끌면서, 세 자녀가 고(故) 임성기 회장에 이어 그룹 내 경영능력을 입증해 나가는 것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한미약품은 '책임경영+전문경영 안정적 체제'를 핵심으로 하고 있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약품에서 사업개발(BD)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 임주현 사장은 글로벌 전략과 인적자원개발(HRD) 업무를, 임종훈 사장은 경영기획 업무와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를 맡고 있다. 한미약품은 오너일가 외에 이관순 부회장(글로벌전략), 우종수 사장(경영관리부문), 권세창 사장(신약개발부문) 등 대표이사 3각 체제로 운영 중이다. 
 
'제약업계의 거인' 고 임 회장은 '한국형 R&D 전략을 통한 제약강국 건설'이라는 꿈을 품었다. 매년 매출의 20% 가까이 연구개발(R&D)에 투자해 국내 최고 신약 개발 제약사로 한미약품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지난해 매출액의 21%에 해당하는 2261억원을 연구개발에 투자, 매출 대비 투자 비중이 가장 높은 제약사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보다 약 8% 증가한 금액이다. 한미약품은 현재 항암, 대사성질환, 희귀질환등 30여 개에 이르는 신약 파이프라인 글로벌 상용화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행 중이다.
 

고 임 회장 부인 송영숙 회장이 후계자 주도권 가져 

 
한미약품그룹은 지주회사인 한미사이언스가 41.39% 지분율로 한미약품을 지배하고 있다. 오너가(家)가 한미사이언스 대주주로 있으면서 그룹을 지배하는 형국이다.  
 
지난 3월 3일 한미사이언스는 최대주주가 고 임성기 전 회장의 부인 송영숙 한미약품그룹 회장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한미사이언스 최대주주였던 고 임 회장의 지분 34.27%의 상속이 이뤄진 것이다. 
 
고 임 회장의 지분 상속 결과 송영숙 회장 11.65%, 장남 임종윤 사장 8.92%, 장녀 임주현 사장 8.82%, 차남 임종훈 사장이 8.41%의 한미사이언스 지분을 보유하게 됐다. 또 가현문화재단이 4.90%, 임성기재단이 3.00%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기존엔 임종윤 사장이 3.65%, 임주현 사장 3.55%, 임종훈 사장 3.14%, 송영숙 회장 1.26%씩을 보유했다. 송영숙 회장이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로 후계자 선정이나 경영권 분쟁 등에서 주도권을 가지게 된 것이다. 
 
한미사이언스의 지분 6.43%를 보유한 한미헬스케어도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차남인 임종훈 사장이 선친이 보유했던 한미헬스케어 지분 0.07%를 상속받으면서 경영승계가 일단락된 거 아니냐는 시각이다. 임종훈 사장은 지분율 37.85%가 돼 최대주주이다. 이어 임종윤 사장이 35.85%, 임주현 사장이 24.18%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이 외에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 등 두 공익재단의 보유 지분도 주목된다. 한미약품 오너가는 가현문화재단과 임성기재단이 지주사의 주식을 증여 받아 약 1000억원 이상의 상속세를 줄인 것으로 추산된다. 상속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 두 재단은 한미사이언스 발행주식 총수의 5% 미만까지 증여 받아도 세금을 내지 않는다.  
 
한미약품그룹은 당장 2세 경영권 승계보다는 송 회장을 중심으로 하는 가족 공동경영 체제와 전문경영인이 함께 안정적인 경영체제를 이어나갈 방침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현재 한미약품은 송영숙 회장 중심으로 안정적인 경영을 이루고 있다”며 “지분 상속 이후에도 기존의 전문경영인과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한미약품그룹의 등기 이사로 모두가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세 자녀, 경영 분담 뚜렷…장·차남, 신성장동력 찾기 분주

 
임종윤 한미약품 사장은 지난 2010년부터 한미사이언스 대표이사 사장도 겸하고 있다. 현재는 어머니인 송 회장과 함께 한미사이언스 각자 대표체제로 공동 경영을 하고 있다.  
 
1972년생인 임종윤 사장은 미국 보스턴대에서 생화학을 전공하고 MIT에서 바이러스 연구원으로 일했다. 버클리음대에서 재즈 작곡 석사 과정을 밟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미국 유학을 마치고 지난 2000년 한미약품 전략팀 과장으로 입사, 해외 계열사와 신사업 개발 등을 주도했다. 지난 2009년 한미약품 사장에 선임됐다.  
 
임종윤 사장이 주목하는 분야는 맞춤형 건강관리를 통한 예방과 치료를 연결하는 '토털 헬스케어' 영역이다. 이를 위해 신약 개발 분야에서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혁신)'을 통해 바이오벤처, 글로벌 제약기업들과 파트너십을 더욱 강화해 나갈 방침이다.  
 
실제 한미사이언스는 코로나19 디지털 치료제(DTx) 개발을 위해 광속TF를 설치했다. 한미사이언스의 광속TF는 코로나19에 대응한 혁신 비즈니스 모델 구축을 위한 오픈이노베이션 팀이다. 임상설계는 디지털 플랫폼 기업 헤링스, 약물재창출은 신테카바이오가 진행할 예정이다. 그 외에 한미 계열사와 바이오앱, 헤링스, 에비드넷 등의 바이오 스타트업이 참여해 디지털 치료제가 가미된 환자 맞춤형 코로나 치료제 개발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대, 포항공대, 한동대, 계명대 등도 참여 중이다.
 
또한 임종윤 사장은 코로나19 그린백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한미사이언스는 지난달 바이오앱, 포스텍과 공동으로 ‘코로나19 그린백신 대량생산 공정 개발’에 돌입했다. 그린백신은 식물을 생산플랫폼으로 활용해 생산되는 재조합단백질 백신이다. 안전성·신속성·경제성이 뛰어나 최근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감염병 대응을 위한 최적의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차남인 임종훈 사장은 그룹의 경영기획과 최고투자책임자 업무를 맡아 왔다. 그 역시 형처럼 오픈이노베이션 분야에 관심이 많다. 1977년생으로 미국 벤틀리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2007년 IT(정보기술) 담당 이사로 한미약품에 입사했다. 2017년 3월 한미약품의 사내이사에 선임된 지 1년도 되지 않아 부사장에 올랐다.
 
임종훈 사장은 한미헬스케어(옛 한미IT) 대표이사도 겸직하고 있고, CVC(대기업이 출자한 벤처캐피털) 한미벤쳐스의 상근대표도 맡고 있다. 앞서 고 임 회장과 한미IT는 2016년 7월 각각 50억원씩 출자해, 초기 단계 유망신약 후보물질 발굴과 신생 제약·바이오 벤처 투자를 위한 한미벤쳐스를 설립했다. 지난 2018년 SK(주)와 손잡고 의료 데이터업체 ‘에비드넷’에 100억원을 투자했다.  
 
1974년생인 임주현 사장은 미국 스미스칼리지 음악과를 졸업한 후 2007년 한미약품 인재개발팀(HRD) 팀장으로 입사했다. 임주현 사장은 한미약품에서 글로벌 전략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임종윤 사장의 업무가 신약후보물질 발굴에 초점이 돼 있다면 임주현 사장은 한미약품이 개발하는 의약품에 관한 해외 진출 전략을 수립하고 있다. 롤론티스 등 미국 시판허가를 준비 중인 한미 신약들은 신약개발부문 권세창 사장 총괄 체제로 조화롭게 이뤄지고 있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다양한 R&D 성과를 창출했다. 에피노페그듀타이드(랩스 GLP/GCG)를 미국 MSD에 1조원대 규모로 기술 이전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염(NASH) 치료 혁신신약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패스트 트랙 및 희귀의약품 지정을 받았다. 올해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포지오티닙'과 단장증후군 치료제 'LAPSGLP-2 Analog(HM15912)' 2건에 대해 FDA로부터 패스트트랙을 지정받았다.
 
다음 달 롤론티스 생산시설인 평택플랜트가 FDA의 실사를 받게 될 예정이다. 롤론티스는 지난 3월18일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국내 33번째 신약으로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이승훈 기자 hoon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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