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현 IT 사회학] 혈당 관리 시장까지 노리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스마트 워치가 사람 생명 구했다는 뉴스 흔해져
웨어러블 디바이스 건강 관리 도구로 정착
스마트폰은 강력하고 편리한 데이터 입력 도구다. 다양한 센서는 순간적으로 그리고 수시로 데이터를 알아서 입력한다. 끊임없이 쏟아져 나오는 데이터라도 문제없다. 우리 몸은 이미 그 자체가 방대한 정보처리 기계. 수많은 바이탈 사인을 뿜어내고 있다.
데이터는 과거뿐만 아니라 미래도 알려준다. 지금 우리 몸이 보내는 신호만 ‘센싱’할 수 있어도 내일의 건강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을 터다.
스마트폰은 내가 얼마나 움직였는지 그 걸음 수와 거리를 늘 자동으로 기록하고 있다. 아이폰의 건강 앱, 갤럭시라면 삼성 헬스가 이런 기능을 한다. 구글 순정앱 구글 핏도 있다. 최적의 일과로부터 오늘 하루 생활이 얼마나 동떨어져 있는지 그래프로 자극하니 동기부여만큼은 확실히 된다. 게다가 이 모든 데이터 흐름은 사용자 개입 없이 알아서 진행되는 불수의(不隨意) 입력이다.
웨어러블이 여는 새로운 건강 관리 시장
센서는 소프트웨어와 조합되어 다양하게 응용된다. 예컨대 심박수는 스마트폰에 이미 내장된 카메라와 플래시 라이트로 계측할 수 있다.
하지만 손가락을 카메라에 대는 어설픈 자세로 기다려야 한다. 아무리 어설퍼도 절실한 이는 쓴다. 보통 이런 필요 안에 기회가 있다.
웨어러블 시장은 이 기회를 파고든다. 스마트 밴드나 스마트워치와 같은 웨어러블 장치는 착용만 하면 수시로 알아서 측정한다. 이미 스마트 워치는 그 주용도가 시간 확인도 패션도 통신도 아니라 오로지 건강으로 고정되고 있다.
애플워치 4부터 등장한 ECG/EKG 심전도 센서의 경우 심박과 리듬을 수시로 파악한다. 불현듯 찾아올 수 있는 AFib(심방세동, 부정맥 중 하나)도 인지할 수 있다. 이미 스마트 워치 덕에 생명을 구했다는 미담이 더는 뉴스도 되지 않을 정도다. 특히 뇌졸중 등 중병으로의 연관성이 높으므로 걱정되는 이들은 항시 착용할만하다. 스탠퍼드 대학은 이미 애플워치가 심박수 모니터링 적합하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고, 애플 자신도 존슨 앤드 존슨과 뇌졸중 위험을 줄이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미래의 병은 오늘의 건강 속에도 숨어 있을지 모른다. 그중 인생의 큰 부분인 잠에 힌트가 있을 수 있다. 내장 마이크나 움직임 센서 등 다양한 센서를 총동원해 잠의 깊이나 호흡, 잠꼬대, 뒤척임까지 기록하기도 한다. 필로우(Pillow)나 슬립 사이클(Sleep Cycle)처럼 수면 앱에 따라서는 아침에 가장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시점에 알람을 울려 주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근래에는 굳이 앱을 찾아 쓰지 않더라도 스마트 워치나 스마트 밴드의 수면 관리 기능도 꽤 쓸만하다. 애플은 이미 2017년 핀란드의 수면 상태 관리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해 두었다. 잠은 역시 만병통치약, 기술로 개선할만한 상대다.
한편 작년 말 네이처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 검사에도 스마트워치가 활용될 수 있다고 한다. 수면, 심박수, 혈중 산소 포화도 등을 종합적으로 동원하는 방식이다. 숨차지 않은데 산소가 부족해지는 ‘침묵의 저산소증’을 코로나19가 유발한다고 알려졌기에 이 산소포화도 센서는 하나의 지표가 되어줄 수 있다.
중증 환자 중 상당수가 50%까지 떨어진 혈중 산소 농도로 입원했고, 7~80%의 낮은 수치로도 자각이 없었다는 점을 이미 가민(Garmin) 등 스마트워치 업체들은 인용하며 지속적인 혈중 산소 모니터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동의 하에 이 데이터를 과학자들에게 제공하는 프로그램도 수행 중이다.
이 혈중 산소 농도 측정 기능은 애플워치 6 등 비교적 최신 제품에 탑재되어 있지만, 기술의 대중화 속도는 빠르다. 이 기능을 탑재한 샤오미 밴드 6의 경우 몇만 원 수준. 영문 모드에서 한글 표시에 문제가 없기에 직구를 하기도 한다.
장비는 이처럼 저렴해지면서 점점 더 확산 중이다. 스마트폰이나 웨어러블만으로 측정할 수 없는 체중 같은 수치를 위해 체중계 같은 전용 기기도 스마트화가 진행 중이다. 스마트 체중계는 블루투스로 온 가족의 측정치를 앱으로 보내 준다.
혈압과 혈당 측정이 큰 분기점
1~2년에 한 번씩 하는 국민 건강 검진의 가장 중요한 측정 항목 중 하나인 혈압과 혈당. 많은 질병을 설명하는 주요한 측정치 중 하나이다. 특히 혈당의 경우 이미 당뇨가 진행된 환자에게 있어서는 미래뿐만 아니라 현실의 생명을 담보하는 수치이기에 지금도 침으로 채혈을 해가며 수시로 측정 중이다.
아무리 소량이라지만 피를 보는 일이기에 불편하기도 하고, 또 일회용 시료가 소진되는 방식이기에 연간 비용도 꽤 발생한다. 또 스마트한 항시 입력 방식도 아니다. 물론 지금도 덱스컴 등 연속혈당측정 장비는 존재하지만, 여전히 침습형, 즉 아무리 소량이라도 피부를 찔러 채혈해야 한다. 자녀를 위해 연속혈당측정기를 개조했다가 규제 위반으로 검찰에 송치된 엄마의 이야기가 화제가 된 적도 있다.
이처럼 굉장히 구체적이고 절박한 사회적 니즈가 존재하는 시장이기에 테크 업계는 혈당 측정 시장에 대한 참여를 늘 저울질해왔다.
상반기 내에 출시할 것으로 예상하는 갤럭시 워치 신제품에 혈당 기능이 전격 도입될 것이라는 루머가 들린다. 삼성전자는 작년 초 MIT 연구팀과 레이저 빛으로 혈당을 측정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피하에 도달한 빛이 혈당의 스펙트럼을 얻어낸다. 레이저광이 물질에 닿아 산란될 때 물질 분자의 고유한 진동에 따라 파장이 변하는 덕이다.
혈당 기능 탑재 루머는 신제품 애플 워치 쪽에서도 들려온다. 올 초 신규 특허로 신청된 애플의 테라헤르츠 분광기는 삼성처럼 빛을 이용한 그간의 관련 특허와는 다소 다르다. 테라헤르츠(THz)급의 전자기파를 이용한 것으로 그간의 방식의 한계를 극복하려 하는 듯한데 어느 방식이든 쉽지는 않아 보인다. 이미 2017년에 팀쿡이 자사의 항시 혈당 측정 기구를 테스트 중임이 알려졌고 또 본인도 인정한 바 있다. 애플 사내에는 의공학 전문팀이 이미 존재한다.
혈당 관리는 거대 시장이다. 전 세계 성인의 10% 가까이가 당뇨 환자, 비침습 혈당측정 시장이 국내의 경우만 해도 2030년에 1350억 규모에 이를 것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예상 중이다. 혈압의 경우는 갤럭시 워치는 이미 지난 액티브2 버전부터 식약처 인증도 통과되어 측정이 가능한 상태.
건강검진 자체가 언젠가 스마트폰에 담길지 모른다. IT는 건강마저 구독 서비스로 만들고 싶어한다.
일본 통신업체 KDDI는 키트를 배송받아 채혈 후 반송하면 스마트폰으로 건강 진단을 해주는 서비스를 출시했다. 아직은 센서가 완비되지 않아 원시적으로 보이지만 데이터 입력만 개선된다면 건강도 ‘얼웨이스 온’, 온라인이 될 날도 공상은 아니다.
※ 필자는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겸 IT 평론가다. IBM,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IT 자문 기업 에디토이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정치·경제·사회가 당면한 변화를 주로 해설한다. 저서로 [IT레볼루션], [오프라인의 귀환], [우리에게 IT란 무엇인가]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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