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의 화려한 부활①]'대들보' 반도체, 하반기 수퍼사이클 이어질까
1분기 메모리반도체 가격 상승률, 4년 만에 최고치
하반기 서버 수요 여부가 가격상승 좌우할 듯
한국 경제를 떠받드는 ‘대들보’ 제조업이 되살아나고 있다. 지난해 한국은 세계 제조업 경쟁력지수(CIP)에서 3위를 기록했다(산업연구원). 한국이 미국과 일본을 제치고 3위에 오른 건 이번이 처음이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처음으로 우리나라 경기가 ‘회복되고 있다’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의 평가도 나왔다.
경기가 회복되면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제조업이 가장 민감하게 반응한다. 수요와 공급에 따라 사이클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경기가 회복되면서 제조업생산지수는 지난해 3분기(6.4%), 4분기(3.1%), 올해 1분기(3.4%)까지 세 분기 연속 오르는 중이다.
제조업 부활을 이끄는 가장 큰 힘은 수출 증가다. 5월 들어 수출은 전년 동기 대비 80% 증가했다. 승용차(358.4%), 자동차 부품(316.6%), 석유제품(128.2%), 무선통신기기(97.2%), 정밀기기(64.1%), 반도체(51.9%) 등 제조업종 수출이 대폭 늘었다. 제조업이 ‘수퍼 사이클(장기호황)’에 진입했다는 시장의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1분기 웨이퍼 출하량 역대 최대, 반도체 가격 수직 상승
‘수퍼사이클’에 대한 기대감이 가장 먼저 나온 업종은 반도체다. 지난해 말부터 2021년에는 반도체 수퍼사이클이 도래할 것이라는 증권가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특히 올 초부터 자동차 반도체로 시작된 반도체 품귀 현상이 스마트폰과 PC, 가전 등 다른 산업계로 이어지며 반도체 수요가 급증했다. 각국 정부까지 나서 글로벌 반도체 패권전쟁에 나서자 반도체 기업들은 올해 잇달아 대규모 설비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반도체 수요 급등은 원재료인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으로도 알 수 있다. 실리콘 웨이퍼 출하량은 올해 1분기 최대치를 달성했다. 기존 역대 최대치였던 2018년 3분기 출하량도 넘어섰다.
단기간 내 생산 확대가 어려운 만큼 반도체 몸값 역시 수직 상승하고 있다. 지난 4월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고정거래 가격은 26%까지 올랐다. 이는 4년여 만에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이와 함께 아마존, 구글 등 대형 클라우드업체들이 주로 구매하는 서버용 D램 값도 15~18% 뛰었다. 또 다른 메모리반도체인 낸드플래시 가격은 지난해 3월 이후 1년 만에 상승했다.
D램과 낸드플래시의 가격 상승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트렌드포스는 “2분기 PC용 D램 가격이 8%가량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이며 3분기 역시 3~8%가량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낸드플래시 역시 2·3분기 상승세는 물론, 장기적인 가격 강세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1분기 실적발표 이후 진행된 컨퍼런스콜에서 2분기 반도체 사업 실적 개선을 예고했다. D램의 비트그로스(비트 단위 생산량 증가율)가 연간 20%, 낸드는 30% 중반 수준이 될 것이라고 발표했다.
양사는 수퍼사이클 장기화를 염두에 두고 기회를 극대화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3라인을 내년 하반기에 완공하고 본격 생산에 돌입할 것이라 밝혔다. 평택 3라인이 가동을 시작하면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로서 최첨단 제품을 양산하는 전초기지 역할을 할 전망이다.
SK하이닉스도 업황 개선세에 맞춰 선제적 투자를 예고했다. 길어지는 장비 리드타임과 셋업 기간을 고려해 내년 투자분 일부를 올해 하반기에 당겨 집행하겠다고 발표했다. D램의 경우 주력인 10나노급 3세대 제품의 생산량을 늘리고 극자외선(EUV) 장비를 활용해 연내 4세대(1a) 제품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상승 사이클 맞지만 2018년급 가격 상승은 글쎄
시장이 성장하자 업계에서는 2017·2018년급 수퍼사이클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시장 성장과 별개로 반도체 가격 상승에는 제한이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지난 4월 3.80달러를 기록한 PC용 D램 고정가격은 2017년 1월 고점 당시 5.69달러까지 올랐다. 서버용 D램 가격은 2021년 4월 144달러 수준을 기록했으나 2018년 고점 당시 317달러 수준의 상승은 어려울 것으로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2018년 수퍼사이클 때와 가장 큰 차이는 수요다. 차량용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급불균형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외에 강력한 신규 수요는 보이지 않는다는 진단이다. 2016년 글로벌 IT기업들의 데이터센터가 확대되면서 서버 수요가 급격히 증가했고 2018년까지 수퍼사이클이 이어지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18년 각각 44조5700억원, 20조8437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연구원은 “지난번 수퍼사이클은 서버라는 데이터센터의 새로운 수요산업이 등장하면서 강력한 수요가 메모리반도체의 가격상승을 유발했다”며 “반면에 이번 사이클에서는 시장은 성장하는데 아직까지 강력한 신규수요가 보이지 않아 2018년 대비 가격 상승폭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요동치는 반도체주, 하반기 반등 전망
다만 여전히 서버의 힘은 강력하다. 전문가들은 올해 2분기부터 서버 출하량이 약 20% 증가하며 이번 사이클에서도 서버가 반도체 수요를 주도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최도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위원은 “이번 사이클에서 서버 수요는 아직 본격적으로 시작하지 않았다. 이번 사이클에서 실적 고점은 2022년 1분기가 유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최근 글로벌 반도체주가 요동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하반기에도 반도체 수요와 시장 성장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한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반도체주 하락은 스마트폰 출하량이 줄 것으로 전망되면서 이에 대한 우려가 반영 된 것으로 볼 수 있고, 1분기에 너무 급격하게 올라서 잠시 조정국면에 들어섰다”며 “하반기 데이터 센터 운영사들의 서버교체가 본격화되면서 서버, PC수요가 좋기 때문에 3분기부터는 주가가 다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들의 반도체 설비 투자 확대가 이어지면서 이에 대한 과잉 공급 우려도 주가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공급이 확대되면 반도체 공급으로 위축된 세트 생산을 정상화 할 수 있지만, 수요가 감소한 이후에는 반도체 과잉 공급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2019년때처럼 과잉공급은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고 해석한다.
이미혜 연구원은 “이전 사이클에서는 반도체 업계가 2016년 데이터센터 수요 증가를 예상하지 못했고, 이후 4차 산업혁명이 D램 수요를 이끌 것으로 예상했으나 2019년 미중 무역전쟁, 클라우드 사업자의 투자속도조절 등으로 수요가 감소했다”며 “초호황과 깊은 불황이 연달아 이어졌으나 2021년은 학습효과로 과거 대비 변동폭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이코노미스트(https://economist.co.kr) '내일을 위한 경제뉴스 이코노미스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많이 본 뉴스
1‘검은 반도체’ 김 수출 역대 최고기록 달성…10억달러 수출 청신호
2이복현 "상법 개정보다 자본시장법 개정이 합리적"
3롯데, 해외 부실면세점 철수 검토…케미칼, 자산매각 추진
411월 기록적 폭설에 車사고 60% 급증…보험료 인상 조짐
5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4년만에 승인…통합 LCC도 출범
6이재명 “‘국장’ 떠나는 현실...PER 개선하면 ‘코스피 4000’ 무난”
7롯데바이오로직스 설립 2년 만 수장 교체…신임 대표는 아직
8상법 개정 되지 않는다면 “국장 탈출·내수 침체 악순환 반복될 것”
9열매컴퍼니, 미술품 최초 투자계약증권 합산발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