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자판기' 괜찮아?…일본에는 10년 전부터 있었다
CU·이마트24, 주류 자판기 매장에 도입
GS25 시범 테스트 마치고 다음달 설치 예정
2002년도에 이미 보급 시작한 일본
주민등록증을 꺼내지 않아도 술을 살 수 있는 시대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원하는 술 제품 버튼을 누르면, 1초 만에 상품을 손에 쥘 수 있는 ‘주류 자판기’가 국내 정부 규제 샌드박스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주류 자판기는 현재 시범단계지만 실제 운영하는 편의점 두 곳에 설치돼 상용화했다. 가장 먼저 설치된 주류 자판기는 지난 12일 강원도 고성 설악썬밸리리조트에 위치한 편의점 CU에 위치한다. 소주와 맥주를 비롯해 와인과 전통주 등을 술 45종을 판매한다.
19일엔 서울 성수동에 있는 이마트24 본점에 주류 자판기가 설치됐다. 이 주류 자판기는 AI 기반 자판기로, 소비자가 냉장고 문을 열고 상품을 꺼낸 후 문을 닫으면 자동으로 해당 제품의 비용이 결제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GS25 역시 주류 자판기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는 실증 테스트 중이고 다음 달에 주류 자판기를 매장에 들일 예정이다.
소비자는 주류 판매자에게 주민등록증과 운전면허증을 꺼내 직접 보여주진 않지만, 자판기 기기를 통해 성인임을 인증해야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인 PASS에 본인 인증을 거친 후, 운전면허증을 스캔해 ‘모바일 운전면허증’을 받고 자판기에 모바일 면허증 화면을 스캔하면 된다. 한번 등록하면 간편하게 사용 가능하다. 이 같은 성인인증을 거치지 않으면 주류 자판기의 냉장고 문은 열리지 않는다.
술 이어 담배 자판기까지 있는 일본
우리나라에서 올해 처음으로 도입하는 주류 자판기는 사실 ‘자판기 천국’로 알려진 일본에서는 이미 10여년 전에 시작한 서비스다. 일본은 성인인증이 가능한 주류 자판기를 개발해, 2002년부터 보급했다. 2002년부터 설치된 주류 자판기는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일본 거리 곳곳에서 ‘리쿼 샵(Liquor Shop)’이라고 적힌 자판기를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는데, 이 자판기 안에 든 상품들은 모두 술이다.
일본 주류 자판기는 10여년 전에 개발된 기기들로, 모바일 인증이 아닌 실제 운전면허증을 기기에 삽입하거나 센서 가까이에 부착해서 성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특징이다. 또 일본 주류 자판기는 우리나라와 달리, 편의점이 아닌 길거리와 자판기만 모여있는 전문 자판기 매장 등에 위치한다. 주류를 판매할 수 있는 사업장 누구나 주류 자판기를 설치할 수 있어서, 술집 앞에서도 주류 자판기를 쉽게 볼 수 있다.
또 우리나라 주류 자판기와 가장 큰 차이점으로는 운영 시간을 꼽을 수 있다. 일본 주류 자판기는 저녁 11시부터 새벽 5시까지는 운영하지 않는다. 이 운영 시간 제한은 법률적 사항은 아니지만, 일본 소매주판조합중앙회에서 이를 공정 경쟁규약으로 설립해 주류 자판기 판매 시간을 규제하고 있다.
우리나라 주류 자판기는 24시간 운영한다. 특히 매장에 사람이 없는 무인 편의점을 중심으로 설치돼, 밤새 사람 대신 편의점 주류를 판매하는 역할을 한다. 이마트24 관계자는 “주류 자판기를 일반 주류 냉장고와 동일하게 만들었다”며 “매장에 근무자가 있는 낮에는 일반 주류 냉장고로 사용하다 심야에는 냉장고 문이 잠기도록 설정해 셀프 성인 인증을 받고 주류를 살 수 있는 자판기 형태로 이용하기 위해서다”라고 설명했다.
모바일 운전면허증으로 본인 인증
한편 일각에서는 주류 자판기가 청소년 주류 접근을 용이하게 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 목소리도 있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으로 본인을 인증해야만 상품이 나오기 때문에 청소년 접점 부분이 없다”며 “10년 전부터 주류 자판기를 설치해온 일본이 이제 담배 자판기까지 운영하고 있을 만큼 성인인증 자판기 기술은 신뢰할 수 있고 보편화한 기술이다”고 말했다.
지난 12일 주류 자판기 1호를 선보이고, 일주일간 주류 자판기를 운영한 CU 관계자는 “운영한지 얼마 안됐지만, 아직까지 청소년 구입 등의 문제점은 없었다”라며 “시범 단계이기 때문에 더 지켜봐야겠지만, 편의점에는 CCTV가 설치돼 있고 주류를 살때마다 모바일 성인인증을 거쳐야 하므로 청소년 접근에 대한 우려는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라예진 기자 raye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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