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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은행 점포 맞나요?”…금융 MBTI부터 AI서비스까지

'디지털+아날로그' 신한은행 디지로그 브랜치 눈길
KB국민은행 'AI체험존', AI 은행원이 금융상품 추천

 
 
신한은행 디지로그 브랜치 서소문점 ATM이 원형으로 배치돼 있는 모습. [사진 홍다원 인턴기자]
 
“여기 은행 맞죠?”  
 
얼핏 보면 은행 영업점이라는 사실도 모른 채 지나칠 수 있다. 은행 영업점을 방문할 때 필수로 여겨지는 순번대기표는 물론, 지루한 대기 끝에 순서를 알리는 ‘띵동’ 소리조차 없다. 최근 일부 시중은행이 새롭게 오픈한 ‘디지털 특화점포’ 얘기다.  
 
금융 서비스의 디지털화와 비대면 흐름에 따라 은행들도 ‘영업점 다이어트’에 들어갔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의 경우 ‘디지털 특화 점포’로 대응하고 있는 것이다. 대면 영업점에 비대면 서비스를 접목시킨 하이브리드형 영업점인 셈이다. 이런 움직임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국내 리딩뱅크 경쟁을 벌이는 신한은행(디지로그 브랜치)와 KB국민은행(AI 체험존)이다.  
 

“은행원이 안 보인다고요? 전혀 문제 없어요”  

신한은행 최근 선보인 디지로그(Digital+Analog) 브랜치는 말 그대로 아날로그 영업점에 디지털 서비스를 접목시킨 신개념 영업점이다. 현재 서소문(리테일) 지점을 비롯해 남동중앙금융센터(기업), 신한PWM목동센터(WM) 등 3곳이 디지로그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디지로그 영업점은 ‘신한’이라는 브랜드를 유심히 보지 않으면 은행 영업점으로 인식하기가 쉽지 않다. 당초 디지로그 브랜치가 ‘은행 같지 않은 은행’을 목표로 기획됐기 때문이다. 은행이 가진 기존 이미지 대신 고객들이 자유롭게 방문할 수 있는 ‘플래그십스토어’를 지향하고 있다.  
 
9일 [이코노미스트]가 직접 방문한 디지로그 서소문 브랜치는 실제로 은행보단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고르는 ‘매장’에 가까워 보였다. 
 
사실 디지로그 영업점을 직접 방문하기 전까지는 ‘과연 디지로그 지점이 일반 영업점을 대체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일반 영업점과 달리 로비에는 직원 대신 디지털 기기로 채워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디지털 서비스를 사용해보니, 가장 기본적인 ATM과 셀프뱅킹은 물론 예약을 통한 상담 등 전반적인 금융 업무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구현돼 있었다.  
 
무엇보다 방문고객이 자신이 가장 필요로 하는 금융 서비스와 상품을 직접 고를 수 있도록 한 맞춤형 서비스가 눈길을 끌었다. 일반 영업점처럼 은행 직원으로부터 상품에 대한 설명을 듣는 대신, 고객 스스로 상품을 알아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돼 있다.  
 
CX존에 마련된 금융 상품 추천과 MBTI를 통해 16가지 금융성향별 행태를 분석해 내놓은 'SFTI(Shinhan Financial Type Indicator)' [사진 홍다원 인턴기자]
 
특히 CX존(Zone)에선 대형 터치 스크린을 통해 연령별 맞춤형 상품 조회가 가능했고, MZ세대에게 화제였던 MBTI(성격유형검사)를 활용한 금융 상품 추천도 눈길을 끌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대면 서비스 역시 차별화를 꾀했다. 고객들의 금융 상담 내역과 프라이버시 보호를 위해 개별 상담공간인 컨설팅 라운지가 두 번째 층에 마련됐고, ATM도 일렬이 아닌 원형으로 배치됐다. 창구 상담 시 옆자리의 고객이 본인의 상담 내역을 들을 수 있어 불편하다는 의견을 반영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특화 점포로 설계된 만큼 내방 고객들 대부분이 젊은층이 주를 이룰 것이라는 예상도 편견에 가까워 보였다. 이날 방문한 고객의 상당수는 5060 이상의 중장년층이었다.
 
이와 관련 신한은행 디지로그 서소문지점 관계자는 “지역적 특성상 주로 직장인 방문이 많아 현금 없이 거래가 가능한 퀵데스크 이용률이 높다”면서도 “기존 영업점이 디지로그 형태로 전환된 만큼 내방 고객들의 연령대도 다양하다”고 소개했다.  
 
화상 상담을 통한 본인인증과 장정맥 등을 활용한 생체 인증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는 디지털 데스크. [사진 홍다원 인턴기자]
 
디지털 특화점포인 만큼 고령층의 접근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서도 ‘전혀 그렇지 않다’고 단언했다. 실제 디지로그 영업점은 이런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컨시어지 서비스를 운영 중인데, 사전에 예약한 고객은 컨시어지 데스크에서 안내를 받은 뒤 곧바로 컨설팅 라운지에서 편안하게 1:1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디지로그 브랜치를 시작으로 향후에도 디지털 특화 점포를 확대해나갈 예정”이라며 “대부분의 업무가 디지털로 가능한 만큼 주말 영업을 확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AI에게 물어보면 추천 서비스도 ‘척척’  

KB국민은행 여의도 신관에 'AI 체험존'이 마련돼 있는 모습. [사진 KB국민은행]
 
“적금의 뜻을 알려주세요.”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디지털 특화 점포에는 디지털 서비스만 제공되는 것은 아니다. 사람이 아닌 인공지능(AI) 은행원도 있다. AI 은행원은 100% 디지털 서비스에 대한 거부감과 금융 애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신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각 은행별로 인간 은행원에 가까운 AI 은행원을 개발하기 위해 대규모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AI 챗봇에 이어 AI 은행원을 고객들에게 직접 선보였다. 이 은행은 지난 3월부터 여의도 신관에서 ‘AI 체험존’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거리두기로 잠시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김현욱 전 KBS 아나운서 모습의 AI 상담원 키오스크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사진 KB국민은행]
 
먼저 AI 체험존에는 귀여운 캐릭터인 KB알버트 키오스크와 김현욱 전 KBS 아나운서 모습을 한 키오스크가 있다. 이들이 직접 금융에 관해 설명해 준다. 게임형 키오스크에선 AI가 내 동작을 따라 하고 내가 그린 그림을 맞추는 게임도 즐길 수 있다. 해당 체험존은 어렵게 느껴지는 금융을 AI 기술을 접목시켜 재미있게 선보이고자 기획됐다.  
 
고객들의 반응도 우호적이다. KB국민은행은 오픈 이후 일반 고객은 물론 학생‧금융권 등 다양한 분야에서 방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KB국민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학생들은 직접 타이핑한 문자를 아바타가 읽어주는 등 AI를 통한 게임에 관심이 많았다”며 “일반 고객들은 AI 상담사가 대화하며 금융 상품을 추천해 주는 것에 관심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까지 개발된 AI 은행원은 금융상식을 비롯한 대표 상품, 서류 안내 등의 기본적인 상담만 가능한 수준이다. 하지만 KB국민은행은 추후 파일럿을 통해 개인정보 노출을 최소화하는 선에서 상담 업무와 함께 다양한 금융정보도 제공할 예정이다.  
 
KB국민은행 관계자는 “상담 영역과 UI 부분에서 기술을 고도화해 빠르면 올해 안에 3개의 점포에서 파일럿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다원 인턴기자 hong.da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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