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반도체 패권전쟁에서 완전히 밀려날까 '전전긍긍'
CNBC "일본 관료, 자국 반도체 산업 무너질까 우려 표해"
일본 경제산업성, "2030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 일본 점유율 '제로' 될수 있어"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칼을 갈고 있지만 내부에서는 일본이 세계 반도체 패권 전쟁에서 소외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나오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CNBC는 18일 일본 정부가 자국 반도체 산업이 완전히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를 갖고 있다고 보도했다. CNBC는 "일본의 전·현직 관료들은 미·중 무역 전쟁과 안보 우려로 인해 미국과 중국이 반도체 생산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면서 일본이 글로벌 공급망의 전방위적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고 전했다. 2030년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일본의 점유율이 ‘제로(0)’가 될 수 있다는 위기감의 발로다.
1980년대 세계 호령하던 '일본 반도체', 왜 추락했나
일본 경제산업성이 발표한 '2021년 통상백서'에서도 반도체 산업 부활을 경제 안보 핵심 과제로 설정했다. 백서는 “코로나19 감염 확대와 미·중 갈등을 계기로 기존 공급망의 취약함이 드러나면서 각국이 경제안전보장 강화에 힘쓰고 있다”며 “반도체를 비롯한 주요 물자 확보를 위해 생산거점을 다양화하고,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과의 신뢰를 축으로 공급망을 새로 재편하는 것이 중요해졌다”고 밝혔다. 반도체 산업을 경제안보의 핵심으로 보고 반도체 산업 전성기 시절의 명성을 되찾겠다는 전략이다.
1980년대는 일본 반도체 산업의 전성기였다. 1970년대 미국 기업이 전 세계 반도체 매출액의 60%를 차지했으나 1980년대는 일본 기업이 이를 추월했다. 1988년 기준 전 세계 반도체 매출액 절반 이상이 일본 기업에서 나왔고 상위 10개 기업 가운데 TOP3를 포함한 6개 기업이 일본 기업이었다. 하지만 일본의 글로벌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1980년대 전성기의 절반에서 10분의 1 수준으로 추락했다. 일본의 반도체 수입 의존도는 64.2%에 달한다.
부활의 핵심인 '투자 규모' 경쟁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
일본 정부가 반도체 부활을 꿈꾸고 있지만 일본이 빠른 시일 내 반도체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지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회의적 분석이 나온다. 일본 히타치 제작소 연구원 출신인 유노가미 다카시는 자신의 저서 〈일본반도체 패전〉에서 “일본 기업은 ‘과잉기술·과잉품질’이란 병에 걸려 세계 시장의 빠른 흐름에 대처하지 못하고 D램 생산시장을 한국 등에 내주고 몰락했다”고 지적했다. 1990년대 들어 구축된 세계적 공급망에 뛰어드는 대신 고품질 D램 생산에만 몰두하다 글로벌 분업체제에 적극 가담한 한국 등에 밀렸다는 것이다.
CNBC에 따르면 일본 관료들은 반도체 칩 생산 뿐 아니라 일본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실리콘 웨이퍼, 화학 필름 등 반도체 소재와 반도체 장비 관련 기업들의 미래도 걱정하고 있다. 특히 각국이 반도체 공급망을 자국에 구축하기 위해 어마어마한 규모의 지원책을 펼치고 있지만 일본의 투자 규모가 이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CNBC는 "일본이 5000억엔(5조3000억원)을 투자해 기업들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동안 반도체 및 기타 부품의 부족 문제를 극복하고 5G로의 전환을 촉진할 수 있도록 했지만 이는 다른 나라들이 제안한 지출의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미국 상원은 지난 6월 반도체에만 540억 달러(63조5000억원)을 포함해 신기술 분야에 5년간 2500억달러(약 280조원)를 지원하는 법을 승인했다. 유럽연합(EU)은 1350억유로(185조원)를 디지털 경제 육성에 사용할 방침이다.
김영은 기자 kim.yeonge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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