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땅값 자극하는 '뇌관' 되나…토지 거래량·금액 사상 최대
지난해 토지 거래량·금액 사상 최대, 전국 땅값 4% 넘게 올라
대선후보 부동산·교통개발 공약에 집값이어 땅값 자극 우려
지난해 전국적으로 순수토지(토지와 건축물이 일괄 거래된 내역을 제외한 토지) 거래량과 거래 금액이 사상 최대 규모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토지 거래 호황은 강력한 주택 규제가 유지되는 가운데 교통을 비롯한 개발 호재 이슈가 쏟아진 것이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최근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며 각종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가운데, 대선후보들의 부동산·교통개발 공약 남발도 이어져 토지시장 자극도 우려되고 있다.
20일 한국부동산원의 토지 거래현황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적으로 순수토지 거래량은 124만8084건(필지)으로, 지난 2006년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이래 연간 기준으로 가장 많았다. 부동산원이 집계한 거래량 통계는 신고 일자 기준으로 지분 거래를 비롯해 매매, 증여, 교환, 판결 등이 모두 포함된 수치다.
지난해 토지 거래량·금액 사상 '최대'
전국 토지 거래액도 통계 집계 이래 사상 처음으로 100조원을 넘었다. 토지·건물 빅데이터 플랫폼 밸류맵이 국토교통부의 실거래가 공개 시스템 통계를 분석한 결과 지분 거래를 제외하고 계약된 전국 토지 거래액은 2021년 110조509억원에 달했다. 이는 전년(80조8235억원) 대비 36.2% 급증한 수치다.
실제 지난해 전국 땅값도 4% 넘게 올랐다.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땅값은 4.17% 오르면서 전년(3.68%)보다 상승폭을 키웠다. 현 정부 출범 이후 땅값은 매년 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전국 땅값 상승률은 2016년 2.70%에서 2017년에 3.88% 오른 것을 시작으로, 2018년(4.58%)과 2019년(3.92%)에도 3~4%대를 유지했다. 지난해 다시 상승 폭이 커졌다. 집값과 달리 땅값이 4% 이상 오르는 일은 매우 드물다는 평가다. 아파트 등 주택보다 거래단위가 큰 데다 환금성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곳은 세종시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세종시의 땅값 상승률은 7.06%를 기록해 17개 시·도 가운데 가장 높았다. 세종시는 스마트 국가산업단지 지정과 국회의사당 분원 설치 등으로 인한 개발 기대감이 고조되면서 집값이 뛴 데 이어 토지 투자 수요도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세종에 이어 서울 땅값이 5.31% 올라 뒤를 이었고 대전(4.67%), 대구(4.38%), 경기(4.30%), 인천(4.10%), 부산(4.04%) 순으로 집계됐다. 특히 서울에서는 고가 주택이 밀집한 강남·서초·송파구, 이른바 '강남 3구'와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 지역 위주로 땅값이 크게 올랐다.
경기와 인천은 각각 4.30%, 4.10% 올라 수도권 전체로는 4.78%로 전국 평균을 웃돌았다. 지방의 땅값 상승률은 3.17%를 기록했다. 시·군·구별로는 수도권광역철도(GTX)·신구로선 개통 호재에 3기 신도시 조성 계획에 포함된 경기 시흥시가 6.99%를 기록하며 땅값이 가장 많이 치솟았다. 뒤이어 경기 하남시(6.85%), 대구 수성구(6.67%), 경기 성남 수정구(6.58%), 부산 해운대구(6.20%), 경기 과천시(6.11%), 부산 수영구(6.03%) 등 순이었다.
대선후보 부동산·교통개발 공약 남발 시장 자극 우려도
실제 3월에 치러질 대선을 앞두고 여야 후보 모두가 내걸고 있는 각종 교통개발 공약과 부동산 개발사업들이 부동산시장을 다시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 모두 교통 공약에서 '출퇴근 지옥 해소'를 목적으로 한 인프라 확충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이를 위해 대선 후보들은 GTX 신설 및 기존 노선 연장 등의 공약 대거 발표했다. 기존 철도·도로 인프라를 지하화하고 지상 부지에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공약도 공통적으로 내걸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민심과 연결된 교통망 확충이 수도권과 외곽 지역의 집값 상승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에 더해 강력한 주택 규제 등으로 토지시장 역시 자극이 어어질 수 있다.
아울러 3기 수도권 신도시 조성을 위한 토지보상이 대대적으로 진행되는 것도 토지시장 안정화 기대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3조원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는 토지보상금이 일시에 풀릴 경우 토지시장을 자극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노무현 정부 시절 판교 등 2기 수도권 신도시를 추진하면서 100조원이 넘는 보상금이 사용됐고, 이 가운데 30조원가량이 부동산시장에 유입되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불러왔다.
이승훈 기자 lee.seung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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