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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물에 같은 업종 가게가 들어온다면? [임상영 부동산 법률토크]

판례 상 상가건물 업종제한 유효해…분양상가 매수인·임차인도 약정 지켜야

 
 
한 아파트 단지 상가 모습 [연합뉴스]
 
치과의사인 저는 개원을 위해 올해 서울 시내 한 상가의 점포를 매수했습니다. 같은 상가건물 안에 다른 치과가 운영 중이었지만 크게 문제가 될 것이 없으리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다른 치과를 운영하는 치과의사는 상가건물 관리규약에 ‘동종업종 영업금지규정’이 있다는 이유로 법원에 저희 치과의 영업행위를 중지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저는 치과 운영을 할 수 없는 것인가요?  
 
곤란한 상황에 처하셨군요. 일반적으로 개인의 업종 선택권은 헌법상 보장돼 있는 직업선택의 자유, 영업의 자유 및 재산권에 속해 업종제한약정은 이러한 기본권의 침해에 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상가분양 시장에선 분양계약에 수분양자의 업종을 제한하는 규정을 포함시키는 사례가 많습니다. 수분양자에게 특정 업종을 독점적으로 운영하는 것을 보장해주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높게 받기 위해서죠. 분양 이후 설립된 상가 관리단도 그 규약에 업종제한규정을 포함시키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이 같은 업종제한에 효력을 인정하는 판례도 나왔는데요. 대법원은 “분양계약 또는 수분양자들 상호간의 약정에 의한 업종 제한은 (중략) 인근 주민들의 생활상의 편의를 도모하고 입주 상인들의 영업상 이익을 존중하여 상호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측면에서 현실적인 필요성도 있는 것이므로, 당해 업종 제한 약정이 헌법상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거나 불공정거래행위로서 무효라고 볼 수 없다(대법원 1997. 12. 26. 선고 97다42540 판결)”고 하며 업종제한약정의 유효성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질문자 사례에선 직접 분양받은 것이 아니라 기존 수분양자로부터 매수한 것이기 때문에 이처럼 업종제한이 있는 점포를 이전받은 승계인에게도 업종제한약정의 효력이 미치는지가 관건입니다. 이와 관련해서도 대법원은 “건축회사가 상가를 건축하여 각 점포별로 업종을 지정하여 분양한 경우 그 수분양자나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그 상가의 점포 입주자들에 대한 관계에서 상호간에 명시적이거나 또는 묵시적으로 분양계약에서 약정한 업종제한 등의 의무를 수인하기로 동의하였다고 봄이 상당하므로 상호간의 업종제한에 관한 약정을 준수할 의무가 있다(대법원 2010. 5. 27. 선고 2007다8044 판결)”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점포 수분양자의 지위를 양수한 자(분양권 매수인), 임차인 등이 이 업종제한약정을 위반할 경우에도 이로 인해 영업상 이익을 침해당할 처지에 있는 자는 침해배제를 위해 동종업종의 영업금지를 청구할 권리가 있습니다(대법원 2012. 11. 29. 선고 2011다79258 판결).  
 
그러나 상가 전체의 분양상황과 업종제한에 관한 인식의 정도, 관리규약의 내용 등도 판결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실제로 이에 따라 승계인의 업종제한의무를 부인한 사례도 있는데요.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해 합리적인 대응방안을 마련하시면 좋겠습니다.  
 
※필자는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현대건설 재경본부에서 건설·부동산 관련 지식과 경험을 쌓았으며 부산고등법원(창원) 재판연구원, 법무법인 바른 소속 변호사로 일했다. 


임상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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