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태그플레이션 우려에 발목 잡힌 뉴욕증시 8일 하락 마감
세계은행·OECD 경제 성장률 전망 하향 조정
기관들 “미국 경기 침체 가능성 더 커질 것”
8일(미국 동부 현지시간) 뉴욕증시는 하락세로 거래를 마쳤다. 스태그플레이션(고물가·저성장)에 대한 우려가 7일 상승세로 돌아섰던 기운을 끌어내렸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269.24포인트(0.81%) 하락한 3만2910.90으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44.91포인트(1.08%) 떨어진 4115.77로, 나스닥 지수는 88.96포인트(0.73%) 후퇴한 1만2086.27로 각각 거래를 마쳤다.
주요 경제분석 기관들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 수치를 계속 하향 조정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증시 분위기를 장악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은행이 전날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4.1%에서 2.9%로 전망하면서 스태그플레이션을 경고하는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4.5%에서 3.0%로 내렸으며 내년 성장률도 2.8%로 둔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은행과 OECD는 미국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3.7%에서 2.5%로 깎았다.
도이체방크도 미국 경제가 내년에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매튜 루제티 도이체방크 이코노미스트는 “앞으로 몇 개월간 미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이 커질 것 같다”고 전망했다. 그는 “금융환경의 긴축으로 경기침체 가능성이 올해 하반기엔 더 커질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욕증시 분석 전문가들은 중앙은행들의 긴축이 강화될수록 경제 성장 둔화폭과 자산 가격 하락폭이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알리안츠의 모하메드 엘-에리언 수석 경제 고문은 “연준이 긴축 정책을 추진하는 상황에서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주식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투자자들은 국채금리와 유가의 움직임에 주목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자 이날 10년물 국채금리는 3%를 다시 넘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적극적인 금리 인상 움직임도 한 배경으로 작용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다음달 통화정책 회의 때 미 연준의 ‘빅스텝’(공격적인 금리 인상)에 발걸음을 맞출 수 있다는 전망도 국채금리 상승을 부추긴 것으로 보인다. 이는 유로존의 국채금리와 미국의 국채금리를 함께 끌어올리는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유가 상승세도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자극하고 있다. 국제 유가는 5월말 1bbl(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했다. 3월 초 이후 두 달여 만에 급등했다. 이 같은 상승세를 지속할 경우 조만간 140달러를 넘어설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일각에선 국제유가가 140달러를 돌파하면 경기 침체가 시작될 수 있다는 경고음이 나오기 시작했다.
이 같은 분위기에 S&P500지수 내에서 에너지 관련 주를 제외하곤 10개 업종이 이날 모두 하락세를 나타냈다.
박정식 기자 park.jeongsi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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