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주가상승 위해선 환율이 관건 [이종우 증시 맥짚기]
물가 진정, 중국경제 회복되면 원달러환율 1100원대 갈수도
장기불황인 일본 하반기 엔화 100~110엔대 중반 움직일 듯
하반기를 포함해 최소 1년간 많은 나라가 금리를 인상할 거란 전망은 이제 상수가 됐다. 경기둔화에 대해서도 큰 이견이 없다. 주식시장에서 어떤 지표가 상수가 됐다는 건 해당 변수의 상당 부분이 가격에 반영됐다는 의미가 된다. 주가가 선행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상황이 되면 시장은 아직 가격에 반영되지 않은 변수를 찾아 나선다. 신선한 재료일수록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더 커지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환율 움직임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반기에 환율이 새로운 재료가 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지난달에 원달러 환율이 1280원까지 상승하자 조만간 1300원을 돌파할 거란 전망이 많았다. 원화 약세가 2분기 넘게 계속되면서 환율에 대한 전망이 한쪽으로 쏠린 결과다. 만약 하반기에 원화가 많은 사람이 생각하는 바와 달리 강세가 된다면 시장의 전망을 뒤엎은 것이기 때문에 주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연초 이후 원화약세는 달러 강세가 원인이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가 지난해 6월 90에서 지난달 105까지 17% 상승했다. 환율이 자국과 상대국 통화가치의 비교이다 보니 달러가 강세가 된 만큼 원화가 약세가 된 것이다.
하반기에는 원화가 강해질 듯
달러가 강세가 되는 데에는 미국 연준의 역할이 컸다. 미국의 물가가 예상보다 크고 빠르게 올라가자 예상 금리인상 횟수가 상승했다. 지난해 9월까지만 해도 0회였던 올해 금리인상 횟수가 지금은 7회로 높아졌다. 그 중 최소 3회는 인상 폭이 0.5%포인트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그 영향으로 연초 0.75%였던 올해 말 기준금리 예상치가 2.75~3.0%로 상승했다. 미국과 다른 주요국간 금리 차가 벌어지면서 달러가 강해진 것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유로와 엔화가 약세를 면치 못한 것도 달러를 강하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 오랜 시간 유로와 엔은 안전통화로서 역할을 수행해왔다. 세상이 어려울 때마다 사람들의 돈을 안전하게 지켜주는 피난처 역할을 한 건데 이번은 달랐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제적 충격이 유럽에 집중되면서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개전 한 달 만에 9% 넘게 절하됐다.
엔화는 정도가 더 심하다.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가 물가상승률이 2%를 넘더라도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고 얘기했다. 수요증가로 인한 인플레이션은 일본정부가 원하기 때문에 조치를 취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올해 말 미국과 일본의 기준금리차가 2.6%포인트 이상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은 금리를 계속 올리지만 일본은 금리를 고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돈이 금리가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흐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차 확대가 엔화 약세 요인이 되는 게 당연하다. 미국에 비해 일본 경제가 상대적으로 좋지 않은 점도 엔화를 약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2012년에 아베노믹스를 처음 시행한 후 8년간 대규모 유동성 공급과 금리 인하, 엔화 절하를 계속해 왔다. 오랜 시간 똑같은 정책을 계속하다 보니 이제는 한계에 부딪쳐 정책이 더 이상 먹혀 들어가지 않는 상태가 됐다.
중국 경제 봉쇄로 인한 위안화 약세도 비슷하다. 주요국 통화 대비 안정세를 유지 하던 위안화가 지난 4월 말 상해, 북경 등 주요 도시에 대한 봉쇄조치가 내려진 후 한 달 만에 6% 절하됐다. 경제 봉쇄가 중국 경제지표 악화와 자본 유출 압력을 가속화시킨 것이다.
하반기에 달러 강세가 전환점을 지날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둘인데, 하나는 유럽은행(ECB)의 출구전략 때문이다. 최근 유럽은행 총재가 “3분기 초에 양적 완화를 종료하고, 그로부터 몇 주 후에 첫 번째 금리인상을 단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경제 충격이 예상보다 크지 않은 반면 인플레 압력이 대단히 높은 걸 감안한 조치다.
시장에서는 ECB가 올해 남은 네 번의 회의에서 금리를 0.25%포인트씩 올리고, 내년에도 3~4차례 더 인상을 할 걸로 전망하고 있다. 예상대로라면 내년 중반에 유럽의 기준금리가 1.5%를 넘게 된다. 이 가능성이 이미 가격에 반영돼 5월 중순 이후 달러 대비 유로화 가치가 2.5% 반등했다. 유럽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 미국과 금리차가 줄어들게 된다. 지금까지는 미국만의 금리 인상을 가정해 환율을 예측해 왔지만, 유럽이 금리 인상에 동참하면 구도가 달라졌다.
하반기에 중국경제가 회복될 가능성도 달러 강세를 저지하는 요인이다. 6월 1일에 상하이에 내려졌던 봉쇄 조치가 해제됐다. 봉쇄해제와 함께 중국 정부가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한 조치에 들어갔는데, 중국 경제 회복이 위안화 가치 안정에 도움을 줄 거로 보인다.
달러가 약해질 경우 원달러 환율이 다시 1100원대로 들어올 거로 전망된다. 외환위기가 발생한 1998년부터 올해 5월까지 24년 5개월 사이 원달러 환율이 1200원을 넘은 건 전체의 4분의 1 밖에 안 된다. 나머지 기간에는 1100원대, 심한 경우 1000원 밑으로 내려오기까지 했다. 이렇게 오랜 시간 원화가 1100원대에 머물렀다는 건 현재 우리 경제 펀드멘털에 맞는 환율이 1100원대라는 의미가 된다.
최근 무역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등 외화수급 상황이 좋지 않지만,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현상이다. 장기적으로 환율이 해당 국가의 경제 펀드멘탈에 수렴한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하반기에 원달러 환율이 1100원대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원화 강세로 내수 관련주에 관심을
환율과 관련해 내수 관련주와 자동차 주식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상반기에 엔화가 주요국 통화 중에서 가장 약세였다. 그 영향으로 원엔 환율이 940원대까지 떨어졌다. 원화보다 더 약한 엔화 때문에 자동차 회사가 곤란을 겪을 정도였다.
하반기에 엔화의 추세가 바뀔 가능성이 높다. 과거 엔화의 움직임을 보면 방향이 바뀐 후 상당기간 동일한 움직임을 유지하는 경우가 많았다. 1994년에 엔화가 강세에서 약세로 바뀐 후 3년 동안 72% 절하됐고, 단순 순환 순환일 경우에도 변동 폭이 20%를 넘었다. 이런 사례를 종합해 볼 때 하반기에 엔화가 강해지면 최소 110엔대 중반, 구조가 완전히 전환될 경우 100엔 대까지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원엔 환율이 1000원을 넘어간다는 걸 의미가 된다. 일본과 경합 관계에 있는 산업의 경우 상당한 변화를 겪게 될 텐데, 판매단가를 10% 이상 깎아 주고도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면 환율이 영업 증가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 중심에 자동차가 있다. 내수주는 원료를 수입해 오는 비용이 줄어들기 때문에 원화 강세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음식료 등 내수 관련 업종은 상반기에 원자재가격 상승에 원화 절하가 겹쳐 고전을 면치 못했다. 원화의 강세 전환은 이런 구도가 변한다는 의미가 된다.
※필자는 경제 및 주식시장 전문 칼럼니스트로, 오랜 기간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 해당 분석 업무를 담당했다. 자본시장이 모두에게 유익한 곳이 될 수 있도록 여러 활동을 하고 있다. [기본에 충실한 주식투자의 원칙] 등 주식분석 기본서를 썼다.
이종우 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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